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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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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흘’이라고 쓴 기자들, ‘사흘’과 ‘부결’이 검색어 되는 요즈음

    ‘4흘’이라고 쓴 기자들, ‘사흘’과 ‘부결’이 검색어 되는 요즈음

    처음에는 이게 다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다음달 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사흘을 연휴로 쉬게 되자 다음날 실시간 검색어로 ‘사흘’이 올라왔다. 밀레니얼이 시작되기 전에 학교를 모두 마친 이들은 어리둥절했다. ‘아니 그런 것도 몰라’ 싶었던 것이다. ‘사흘’은 ‘3일’을 뜻하는 순우리말인데 일부는 한자어로 잘못 알기도 했다. 급기야 23일 한 조간 신문 오피니언 면의 칼럼에 소개될 정도였다. 수두룩하게 달린 댓글들을 보니 아연 실색할 정도였다. 본인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을 모른 채 함부로 내갈긴 댓글들이 적지 않았다. 물론 장난으로 그럴 수도 있겠다. ‘꼰대들 놀리느라’ 그러는가 싶기도 했다. 그런데 결국 화살은 ‘기레기’에게 날아오고 있었다. 창피해서 말도 못하겠고, 내 가슴에 살이 박히는 것 같다. 아래 사진을 보면 어엿한 매체가 내보낸 기사 제목에도 ‘4흘’ 같은 엉터리 표현이 있다. 이건 무지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과 훈련의 부재’를 드러낸다. ‘4흘’ 같은 제목을 본 이들은 ‘사흘’을 ‘4일’로 오해하거나 혼동했다고 발뺌할 수 있게 됐다. 그러게 ‘삼흘’이라고 썼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큰소리를 치는 이도 있었던 것이다.조금 경우와 정도가 다르지만 잠깐만 인터넷 세상을 살피면 이런 일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22일 ‘공무원 4개월간 월급 모아 1억8천만원 기부’ 제목의 기사가 있었다. 별다른 문제 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공무원들’이라고 했어야 오해의 여지가 없는 제목이다. ‘넉달 동안 그 돈을 모으려면 한달에 얼마 모아야 하나’ 머리를 굴려야 하는데 제목은 그 자체로 완벽해야 한다. 하기야 조회 수 늘리려고 꼭 들어가야 할 말을 빼거나 주어와 술어를 부러 일치하지 않게 쓰는 경우도 있다. 23일 ‘세계 최대 컨선’이란 제목도 눈에 띈다. 컨테이너선이란 건데 이렇게 말을 마구 줄이는 현상의 폐해도 심각하다. 말과 글의 뜻과 씀씀이를 파악해 쓰고 최대한 지켜야 할 것들은 지켜야 하는데 이런 걸 가르치려 들면 ‘꼰대’란 비아냥 듣기 딱 좋은 요즘이다. 언론사 내부에 교육하고 훈련하는 일의 중요성보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기사를 빨리 양산하고 이를 부추기는 문화가 자리잡은 지 이미 오래다. 이것도 바로잡아야 한다. 23일 오후 검색어 상위 순위에 ‘부결’이 떠올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탄핵하자는 안이 통과되지 못했다는데 이게 또 검색어로 오르내린다. 지하철이나 버스 타면 책 보는 사람은 없고 모두 휴대전화만 들여다보고, 입시 논술을 파하면 글이란 것을 써보지 않는 영상세대에 벌어지는 현상인가 싶기도 하다. 며칠 전 출판 일에 정통한 선배들과 글과 책 읽는 법을 제대로 훈련시키는 일을 해보자고 뜻을 세우기도 했는데 ‘4흘’이란 만만찮은 벽에 턱 막힌 기분이다. 어찌한단 말인가?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국립공원의 아버지 존 뮈어 인종차별 전력 고백한 시에라 클럽

    국립공원의 아버지 존 뮈어 인종차별 전력 고백한 시에라 클럽

    산정 호숫가 바윗돌에 앉아 어딘가를 바라보는 이 사람, 국립공원의 이상을 전 세계에 뿌리내리게 만든 존 뮈어(1838∼1914년)다. 아마도 미국 사우스다코다주의 러시모어 산에 전직 대통령 4명의 얼굴을 새긴 것처럼 환경보호와 아웃도어 분야에 가장 영향력을 미친 인물들을 새긴다면 반드시 그의 얼굴이 들어갈 것이라고 아웃도어 전문 매체 기어정키 닷컴이 22일(현지시간) 단언한 것은 결코 과장된 일이 아니다. 그런데 러시모어 산에 새겨진 전직 대통령들과 똑같이 그 역시 마주하기 어려운 진실을 얘기해야 할 시점이다. 그가 창립해 128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가장 권위있는 환경보존 단체 시에라 클럽이 이날 장문의 성명을 발표하고 “의미심장하고 측정하기 어려운 손실을 역사에 끼쳤음”을 인정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창립자 중 한 명인 뮈어가 “흑인과 아메리칸 원주민들을 모독하는 발언을 서슴치 않았으며” 백인 우월주의자들과 가깝게 지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또 조지프 르콩트와 데이비드 스타 조던 등 초기 지도자들 가운데 몇몇이 백인 우월주의와 우생학(eugenics)에 동조했으며 나중에 나치 독일이 채택한 운동들을 도왔다고 털어놓았다. 나치의 운동이란 흑인, 중남미인의 후손(Latinx), 아메리칸 원주민, 가난한 여성, 장애나 정신이 시원치 않은 이들에게 불임 시술을 강제하는 일도 포함돼 있었다. 마이클 브룬 시에라 클럽 사무총장은 성명에 우리 클럽이 흑인과 원주민, 유색 인종들에 초래한 모든 해악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적고 “변화를 실행하는 일이 함께 하지 않으면 이번 사과가 공허해진다는 것을 잘 안다. 당장 공개적으로 맹세한다. 아울러 인종주의에 반대하는 운동에 능동적으로 임할 수 있도록 클럽 지도자들, 직원들, 자원봉사자들과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이에 따라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방편으로 클럽 지도부에 흑인, 원주민. 유색인종들이 포진할 수 있도록 인종 평등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나아가 내년에는 500만 달러(약 60억원)를, 그 뒤 더 많이 유색인종 직원을 선발하고 교육시키는 데 투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 역사를 면밀히 살펴 초기 지도자들의 이름을 딴 기념물이나 조형물들의 이름을 바꾸거나 하는 등의 노력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웃도어라고 해서 인간사와 동떨어질 수 없으며 우리가 사랑하고 국립공원으로 만들기 전의 이 거친 장소들이 원래는 아메리칸 원주민들의 고향이었음을 모르는 건 현실에 눈감는 행동이라고 설파했다. 기어정키 닷컴은 마지막으로 시에라 클럽이 인종, 사회 정의, 그리고 조직의 미래를 계속 새롭게 정리하는 일련의 시리 중 첫 발을 뗀 것이란 클럽의 설명을 전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킴 카다시안 “우리 남편 카니예 웨스트의 정신건강이…”

    킴 카다시안 “우리 남편 카니예 웨스트의 정신건강이…”

    리얼리티 스타 킴 카다시안 웨스트(40)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힌 뒤 잇따라 돌출 발언을 내놓은 남편 카니예 웨스트(43)의 정신건강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카다시안은 22일(현지시간) 인스타그램에 장문의 길을 올리고 “여러분도 알다시피 카니예 웨스트는 양극성 장애를 가지고 있다. 환자 본인이나 사랑하는 사람이 이런 상태인 사람들은 이 병이 얼마나 복잡하고 고통스러운 일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난 우리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카니예 웨스트의 상태와 그의 정신 건강이 가족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한 적이 없다. 그러나 오늘은 정신건강에 대한 오해 때문에 이야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웨스트는 첫 대선 집회 도중 아기를 출산하면 12억원을 주겠다는 얼토당토 않은 공약을 내놓는가 하면 어릴적 아버지가 자신을 입양 보내려 했으며 낙태하겠다고 딸을 지울 뻔했다며 용서를 구한다며 엉엉 울기도 해 많은 이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우려했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아내가 자신을 옥죄려 한다고도 했다. 두 사람은 2014년 결혼해 네 자녀를 뒀다. 양극성 장애란 조증과 우울증이 번갈아 나타나거나 동시에 나타나는 것으로, 조증 시기에는 비정상적인 흥분, 고양, 불안, 불면, 과대망상 등의 증세가 나타나며 우울증 시기에는 비정상적인 우울감, 무기력, 자책감, 수면장애, 피해망상 등이 나타나는 장애를 가리킨다. 카다시안은 “정신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이 미성년자가 아니고서야 가족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이 병에 대해 잘 모르거나 멀리서 지켜보는 사람들은 가족과 친구들의 노력보다 환자 스스로가 도움을 청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카니예 웨스트는 공인이고 영향력이 있기 때문에 비판이 대상이 된다. 그는 똑똑하지만 복잡한 사람이고 예술가이자 흑인으로서 느끼는 최고 수준의 압박, 어머니를 잃는 고통스러운 경험, 그의 질환으로 인해 극대화된 압박, 고독과 싸워야 했다”고 토로했다. 카다시안은 “사회적으로 정신질환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갖자는 얘기를 하는데 이 질환으로 힘들어하는 개인들에게도 따듯한 시선을 보내주시길 바란다. 이를 헤쳐나갈 수 있도록 언론과 대중이 동정과 공감을 베풀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신랑은 스웨덴에 신부는 노르웨이에, 코로나 ‘국경 결혼식’

    신랑은 스웨덴에 신부는 노르웨이에, 코로나 ‘국경 결혼식’

    야외 결혼식이라 해도 여느 예식과 다른 점이 있다. 사진 아래 보이는 흰 줄 이쪽에 주례(또는 사회)와 신부, 신부의 들러리가 서 있다. 줄 저쪽에는 신랑과 신랑의 들러리 둘이 서 있다. 신랑은 알렉산데르 클러른(37)으로 스웨덴 사람이고, 신부 카밀라 오이조르드(32)는 노르웨이인이다. 코로나19 탓에 두 나라 사람들이 아직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알다시피 스웨덴은 처음부터 봉쇄 같은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아 미국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의 23일 오전 7시(한국시간) 집계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자가 7만 8504명으로 노르웨이(9059명)보다 훨씬 많다. 따라서 노르웨이를 비롯한 북구 나라들은 스웨덴인들의 입국과 여행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예식이 어느 나라에서 열리던 참석한 하객들은 상당 시간 격리되거나 하는 어려움을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다.그런데 두 사람은 더 이상 결혼을 미루고 싶지 않았다고 영국 BBC가 21일(현지시간) 전했다. 이 가시버시는 “날짜를 바꾸고 싶지 않았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결혼하는 것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해서 노르웨이 남동부 홀레벡 지방의 숲속 중간, 스웨덴과 국경이 잇닿는 곳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 신부가 먼저 농담처럼 이런 계획을 밝혔더니 친구와 가족들이 너무 좋아라 했다고 털어놓았다. 용감한 신부는 “남편과 아내가 되고 싶었어요! 사랑이 모든 걸 이겨낼 것!”이라고 외쳤다. 신랑은 누구도 그렇게 오래 자동차를 몰아 결혼식을 보겠다고 이 숲까지 달려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제법 많은 사람이 찾아와줘 기뻤다고 털어놓았다. 물론 초대되지 받지 않은 손님 둘이 있었다. 두 나라 사람들이 국경을 넘지 않나 감시하기 위해 파견된 두 경관이었다. 신혼 부부는 “경관들이 정중히 하객들 보고 어울리지 말라고 요청하고 지켜봤다. 물론 우리는 그러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씨줄날줄] 대동강맥주/임병선 논설위원

    [씨줄날줄] 대동강맥주/임병선 논설위원

    국산 맥주 맛이 영 밍밍하다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그런 이들에게 2000년대 남북 화해 분위기를 타고 서울 중심가 술집에 나타나기 시작한 대동강맥주는 일종의 탈출구가 됐다. 초기에는 병에 담는 기술에 문제가 있어 병마다 맛이 조금씩 달리 느껴졌는데 그런 결함 따위는 문제가 안 됐다. 화해 분위기의 영향도 있어 호기롭게 대동강맥주 홀짝이며 개마고원과 묘향산, 그 좋다는 칠보산 함께 가 보자고 객기를 부리는 이도 적지 않았다. 180년 전통의 영국 어셔스 양조장이 문을 닫자 타일까지 뜯어 왔다는 믿기지 않는 얘기도 전해졌다. 대동강 물에 영국 설비, 독일 전문가의 조언이 합쳐졌으니 맛이 남다르긴 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1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발티카 맥주공장을 돌아본 뒤 “왜 이런 맥주 못 만드느냐”고 해 이듬해 4월 첫선을 보였다. 김정일 위원장이 량강도산(産) 유기농 호프를 최우선으로 배정하는 등 각별한 신경을 쓴 덕에 안팎의 평이 좋았다. 또 자본주의 맥주공장처럼 서둘러 공급량을 늘리지 않아도 되니 일정한 품질 유지가 가능하다는 얘기도 뒤따랐다. 영국 BBC와 여행 전문잡지 론리 플래닛 등이 “남조선 맥주는 정말 맛없다”고 했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혹평을 전하고 대동강맥주의 독특한 풍미를 입소문 내준 덕도 봤다. 적지 않은 이들이 덴마크의 미켈러와 한국의 더부스가 손잡고 만든 대동강페일에일과 혼동하는데, 이는 영국 이코노미스트 기자 출신 대니얼 튜더가 장삿속으로 ‘대동강’이란 이름을 집어넣었기 때문이다. 대동강맥주는 평양 등의 보통 노동자들이 편하게 사 마시는 룡성맥주보다 훨씬 비싼 값에 팔린다고 한다. 개성공단이나 판문점, 통일전망대 등에서 구입할 수 있었으나 2016년 개성공단이 폐쇄되고 제4차 북핵 실험 이후 대북 제재가 강화되면서 서울에서도 자취를 감췄다. 호기심에 중국 타오바오를 통해 ‘직구’하는 이도 있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한 북녘의 ‘셀프 감금’에 따라 그마저 힘들어졌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그제 대동강맥주와 금강산·백두산 물을 남한의 의약품, 쌀과 물물교환하자고 제안했다. 이란도 진즉부터 유엔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석유와 각종 물품을 교환하는 원시시대에나 볼 법한 묘안을 짜냈다. 새롭게 출범하는 외교안보팀이 한미 워킹그룹을 우회하려고 내놓은 묘책 같다. 맥주가 목구멍 넘어갈 때 쌉쌀하면서도 시원한 맛까지 떠올리게 되니 상징 효과도 있어 보인다. 물론 23일 인사청문회에서 남북 관계의 교착국면을 돌파할 수 있는 더 근본적인 해법 제시를 기대한다.
  • 미국 13세, 코로나 음성에 회복되는 듯 했는데 갑자기 사망

    미국 13세, 코로나 음성에 회복되는 듯 했는데 갑자기 사망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13세 소년이 코로나바이러스 증상을 보여 다른 가족과 격리돼 지내던 침실에서 지난 16일(이하 현지시간)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고 비즈니스 인사이더 닷컴이 CBS 계열 KCBS-TV 보도를 인용해 22일 보도했다. 가족들은 맥스 청이란 이름의 소년이 욕지기와 구토, 가슴 통증 등 전형적인 코로나 증상을 보였으며 한때 거의 나은 것처럼 보였는데 갑자기 상태가 나빠져 숨졌다고 전했다. 또 사망 직전 코로나바이러스 검사 결과 음성으로 판정됐다는 점이 이상하기 짝이 없다고 하소연을 했다. 이에 따라 그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부검이 실시됐고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KCBS-TV는 전했다. 가족의 친구들은 곧 온라인 모금 운동을 시작해 만약 검사 과정의 허점이 발견되거나 치료 과정의 문제점이 발견되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워낙 많은 검사를 실시하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은 검사 과정에 대한 우려가 많다. 일간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의료 전문가들은 “환자 셋 중 한 명은 감염되고도 음성 판정을 받는 것”으로 믿고 있다고 했다. 오하이오주립대 감염학과 교수는 “모든 검사소에 인파가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한 어머니는 코로나19로 열하루 사이 20대 아들과 딸을 잇따라 잃은 사연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고 NBC 방송이 21일 보도했다. 플로리다주 브로워드 카운티의 로더데일 레이크스에 사는 네 아이 엄마 모네 힉스(48)는 지난달 27일 거실 바닥에 앉아 잠을 자던 아들 바이런(20)이 숨을 못 쉬어 구급차로 병원에 옮겨졌는데 얼마 뒤 숨을 거뒀다. 일주일 뒤 딸 엘라 프랜시스(22)가 두통과 고열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는데 결국 지난 8일 숨을 거두고 말았다. 브로워드 카운티 의학 검시관은 바이런과 프랜시스의 직접적인 사인을 코로나19 감염으로 지목하면서도 바이런은 고도비만과 천식을, 프랜시스는 비만, 천식 그리고 만성 폐쇄성 질환 등 기저질환을 간접 사인으로 진단했다. 두 아이의 장례도 아직 치르지 못하고 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46층 발코니에서 고속도로와 인도 향해 의자 던졌는데 실형 모면

    46층 발코니에서 고속도로와 인도 향해 의자 던졌는데 실형 모면

    지난해 2월 캐나다 토론토의 고층건물 발코니에서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량을 향해 의자를 집어 던져 무수한 이들의 목숨을 위험에 빠뜨린 여성이 징역형을 모면했다. 의자를 던진 곳의 높이는 45층이었다. 인스타그램에서 눈길을 끌기 위한 짓이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현지 언론에 의해 ‘의자 소녀’로 불린 마르셀라 조이아(20)가 21일(현지시간) 법정과 연결된 변호사 사무실에 앉아 화상 재판을 받았는데 보호관찰 2년과 사회봉사 150시간, 벌금 2000 캐나다달러(약 177만 5720원)를 선고 받았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같은 해 11월에야 과실치상죄로 기소한 검찰은 어처구니 없는 그녀의 장난 때문에 많은 이들이 횡액을 당할 뻔했다며 징역 6개월형을 구형했는데 재판부는 유죄를 인정한 점을 감안해 상대적으로 경미한 양형을 부과했다. 그녀의 선고 재판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영향으로 여러 차례 지연됐다가 이날 화상회의 방식으로 열렸다. 변호인 그레고리 레슬리는 취재진에게 선고량이 적정하며 공정한 것이라고 반긴 뒤 의뢰인도 소송이 끝나 무척 고무돼 있다고 전했다. 또 그녀가 진즉부터 감옥에 갈 수 있다는 걱정 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며 선고를 듣는 순간 “눈가에 눈물 한두 방울이 맺힌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성인이 됐기 때문에 전과 기록이 남는다는 점을 감안해 달라고 주문했다. 현지 CTV 뉴스에 따르면 레슬리 변호인은 조이아가 문제의 장면을 찍히기 전 밤에 술을 마셔 덜 깬 상태에서 동료들이 “던져봐”라고 부추겼기 때문에 그런 어처구니없는 짓을 벌였다고 변호해왔다. 동영상이 처음 공개된 것은 10대들이 즐겨 보는 스냅챗에서였다. 그녀가 던진 의자는 이 나라에서도 차량들이 가장 몰리는 가디너 익스프레스웨이와 그 옆 인도에 떨어졌는데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 동영상은 그 뒤 페이스북에 업로드돼 많은 이들이 혀를 끌끌 차게 만들었고 당국도 그녀의 신원을 파악해 기소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해 못할 일도 있었다. 동영상이 많은 관심을 끌자 캐나다 출신 래퍼 드레이크가 조이아의 유명세를 이용해 뮤직비디오에 출연시킨 것이었다. 당연히 소셜미디어에서 거센 반발이 일었고 결국 그녀가 출연한 분량은 편집됐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두아 리파 트위터 올린 사진에 알바니아 “반색” 코소보 “이럴수가”

    두아 리파 트위터 올린 사진에 알바니아 “반색” 코소보 “이럴수가”

    두 차례 그래미상과 세 차례 브릿 어워드 수상에 빛나는 영국 팝스타 두아 리파(24)가 트위터에 사진 한 장을 올렸다가 커다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지도는 알바니아와 코소보, 이웃 나라들의 영토 일부를 하나로 뭉뚱그려 붉은색으로 그려넣고, ‘자생적(autochthonous)’이란 용어 풀이를 사전 그대로 옮겼다. 이 포스트는 알바니아 사람들이 이곳에 사는 일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란 것을 주장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당연히 극단적인 알바니아 민족주의를 표방하는 이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했고, 과거 핍박과 학살을 경험한 코소보 국민들이 격분하는 것은 당연했다. 더욱이 리파는 코소보 출신 부모가 영국으로 옮겨온 뒤 태어났으니 코소보 국민들로선 복장 터질 노릇이다.그녀도 적잖이 당황한 것으로 보인다. 자신도 종족 분리주의를 거부하며 자신의 포스트가 “결코 어떤 증오도 촉발시킬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리파는 그래도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따로 성명을 내 “우리 모두는 우리 민족과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자랑스러워 할 자격이 있다. 난 그저 우리 나라가 지도에 표기됐으면 좋겠으며 알바니아 혈통을 자부심 있고 기쁘게 말하고 싶었을 뿐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녀의 포스트는 이 땅들을 모두 알바니아인들로 채워 대(大) 알바니아를 만들자는 야망에 부풀어 있는 알바니아 팽창주의자들을 지지하는 것으로 읽혔다. 이번 논쟁은 2014년 축구 경기 도중 대알바니아를 표방하는 지도를 무인 드론에 매달아 날리자 알바니아와 세르비아 팬들이 그라운드에 뛰쳐나와 주먹다짐을 벌였던 일을 떠올리게 했다. 코소보는 대세르비아주의를 표방한 슬로보단 밀로세비치가 이끄는 무장세력을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가 공습으로 궤멸시킨 뒤 거의 10년 만인 2008년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선포했지만 여전히 나라다운 나라로 대접을 못 받고 있다. 미국과 대다수 유럽 국가들은 승인했지만 세르바아와 러시아는 아직 승인하지 않고 있다. 애플 맵스에도 코소보가 독립된 나라로 표기되지 않아 온라인 청원이 시작된 뒤 리파의 포스트가 올라온 것이라 더욱 논란을 키웠다. 21일 저녁까지 13만명 이상이 이 청원에 서명했다.코소보 수도 프리스티나에서 태어난 또 다른 영국 팝스타 리타 오라(30)는 어른스럽게도 애플 맵스는 코소보를 표기해야 하며, 리파를 비롯해 많은 두 나라 출신의 스타들도 마찬가지로 ?아껴줘야 한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알바니아 민족주의자들은 세르비아가 코소보를 다스리기 한참 전부터 알바니아 사람들이 정착해 살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세르비아는 여전히 코소보가 자기네 영토라고 주장한다. 일부 누리꾼들은 리파가 파시스트가 되려 한다고 비난하며 해시태그 #캔슬두아리파(CancelDuaLipa)를 달자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미국에 본부를 둔 팀 알바니안이란 조직은 리파를 옹호하며 그녀가 “발칸반도에 알바니아인들이 자생하지 않았다는 위험한 극우주의자들의 주장에 일격을 가했다”고 두둔했다. 물론 복잡하고 민감한 발칸의 역사와 지정학적 상황은 많은 유명인들을 가만 놔두지 않는다. 독일 대표팀과 바이에른 ?뮌헨의 주장인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는 이달 초 크로아티아 국경일에 저유명한 크로아티아 축구 응원가를 부르는 장면을 동영상에 담았다. 노래 가사 중에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를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당연히 독일과 발칸 반도 전역에서 지청구가 쏟아졌다. 테니스 세계랭킹 1위였던 노바크 조코비치는 지난 1월 세르비아 극우민족주의자들의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돼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주 그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 존재하는 세르비안 레퍼블리카 스릅스카 정부가 시상하는 상을 받았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눈앞서 부모 살해한 탈레반 둘 사살한 아프간 소녀 영웅으로

    눈앞서 부모 살해한 탈레반 둘 사살한 아프간 소녀 영웅으로

    아프가니스탄의 10대 소녀가 부모를 끌고 가려다 저항하자 살해한 탈레반 무장요원 둘을 사살해 이 나라 소셜미디어에서 영웅으로 불리고 있다고 AFP 통신이 21일(현지시간) 전했다. 중부 고르 지방의 그리와 마을에 사는 14~16세로 추정되는 소녀다. 통신은 이 나라 소녀의 나이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일은 아주 흔하다고 전했다. 통신은 소녀와 지방 경찰관과 관리들의 이름을 모두 적시했는데 영국 BBC는 통신을 인용해 보도하며 신원을 모두 감췄다. 지방 경찰과 정부 관리들은 지난주 정부 지지자인 아버지와 족장을 만나겠다며 집으로 찾아온 탈레반 요원들이 부모를 질질 끌고 가다 소녀의 어머니가 저항하자 집 밖에서 사살해 버렸다고 전했다. 당시 집안에 있던 소녀가 가족이 소장하던 AK47 소총을 들고 나와 부모를 죽인 요원 둘을 사살하고 여러 명을 다치게 만들었다. 나중에 더 많은 탈레반 요원들이 보복을 위해 소녀의 집을 공격했으나 이번에는 마을 주민들과 친정부 무장요원들이 힘을 합쳐 격퇴했다는 것이다. 소녀가 머리에 두건을 두르고 AK47 소총을 든 채 찍힌 사진이 지난 며칠 아프가니스탄 소셜미디어에서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관리들은 보안요원들이 소녀와 남동생을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나지바 라미는 페이스북에 “그녀의 용기에 모자를 벗어 경의를 표한다”고 적었고, 파질라 알리자다는 “아프간 소녀의 파워”라고 칭송했다. 또 무함마드 살레는 “부모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란 것을 안다. 하지만 너의 복수가 약간의 평화를 주었을 것”이라고 따듯한 위로를 건넸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고르 지방은 아프가니스탄에서도 가장 개발이 덜 된 지역으로 여성을 차별하는 폭력 사건의 발생 빈도가 높은 곳이다. 탈레반 세력은 지난 2월 미국과 평화협정에 서명했지만 여전히 많은 요원들이 오지에 흩어져 현 아프간 정부와 헌법의 전복을 노리며 암약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평화로 나아가는 사람들 7] 나희승 “철도가 남북을 이으면 달라지는 것들”

    [평화로 나아가는 사람들 7] 나희승 “철도가 남북을 이으면 달라지는 것들”

    “원산~두만강역 구간은 생각보다 유지·보수가 잘 돼 있었습니다. 특히 평양-모스크바 국제열차가 주 1회 운행한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두만강역에서 열차 바퀴를 러시아 광궤 바퀴로 교체하는 대차교환 작업을 직접 봤어요. 조사 이후 남북철도 연결사업이 계속되어야 하는데 많이 아쉽습니다.” 지난 2018년 12월 남북철도 현지 공동조사와 철도 연결 착공식을 다녀온 나희승(54) 한국철도기술연구원장은 시종 나직한 말투에 답답한 속내를 털어놓으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를 처음 본 것은 지난달 30일 연합뉴스 주최 2020 한반도 평화 심포지엄에서였다. 뜻밖에도 평양~베이징 노선이 주 4회, 평양~모스크바 노선이 주 1회 운행되는 것을 목격했다고 했다. 아울러 동해선 원산 이북이 생각보다 정비가 잘 돼 있어서 고성 통일전망대부터 원산까지만 유지보수하면 손쉽게 러시아 철도에 연결된다는 희망을 언급했다. 더 많은 얘기가 궁금해 21일 경기도 의왕 연구원 집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철도 연결사업 중단에 아쉬움 느껴 원산~두만강 구간 ‘상태 양호’ 확인 Q. 북한을 다녀온 얘기를 조금 더 자세히 듣고 싶다. A. 경의선은 2007년에도 한 차례 실태 조사를 한 적이 있어, 정상적인 철도운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반면 동해선은 굉장히 낙후돼 비정기적으로 운행되고, 평양~모스크바 노선도 중단됐다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듣던 것과 달리 원산~두만강역 구간은 상당히 양호했다. 경의선보다 조금 못한 수준이었다. 최근 유지보수를 한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평양~모스크바 국제 열차가 두만강역에 정차돼 있는 것을 목격했다. 남북한과 중국은 유럽과 동일한 표준궤이고, 러시아와 옛 소비에트국가들은 광궤로 8.5㎝ 정도가 더 넓다. 과거 김일성 전 주석,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모두 두만강역에서 러시아 광궤 바퀴로 바꿔 러시아를 방문했다. 철교 바로 앞에 대차교환 시설이 있는데 작업이 한창이었다. 언제부터 다녔냐고 물었더니 최근부터라며 주 1회 운행한다고 답하더라. 10년 이상 다니지 않았던 노선이다. 평양~베이징은 주 4회 계속 운행하고 있었다. Q. 북한이 작정하고 보여준 것에 불과하다고 하는 이들도 있겠다. A. 지난해까지 평양을 다녀오신 분들도 평양~베이징은 정기 운행되고 있다고 얘기했다. 통상적으로 두만강역에서 대차를 교환하고, 여객 출입국 수속을 하는 데 5~8시간 정도 걸린다. 물론 실태조사에서 북한철도의 현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조사단 모두가 동의한다. 하지만 평양과 원산 이북은 국제열차를 운행할 정도로 나쁘지 않다. 평양과 원산이남 구간만이라도 빠른 시일 내에 보수 유지하면 열차운행이 가능하다. 당장 이산가족 상봉도, 스포츠 문화교류도, 남북정상회담도 남북철도로 할 수 있다. 이처럼 단기적인 성과도 필요하고 생각한다. 이동권을 확보해야 미래 남북경협의 지속 가능성도 담보할 수 있다. Q. 국제철도협력기구(OSJD)에 한국이 29번째로 가입한 것을 유독 강조했는데. A. 그렇다. 2002년부터 우리 정부는 가입을 추진해 왔다. 2000년 6·15 공동선언과 함께 경의선 연결 공사를 시작했고 2년 뒤 동해선 연결도 시작됐다. 국민 모두가 남북을 연결해 베이징과 모스크바까지 가고 유라시아를 철도로 횡단하는 꿈을 꿨다.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철도 연결과 함께 국제철도협력기구(OSJD)에 가입해야 했다. 그런데 이 기구의 신규 가입은 만장일치제다. 폴란드 바르샤바에 본부가 있다. 유라시아 28개국이 가입한 상황이었다. 가입만 하면 28개국과 국제열차 운행이 가능하다. 당시 북한은 서울-평양까지 연결 운행해야 한국의 가입을 찬성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반대한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2007년 12월 판문역까지만 정기운행되고, 일년 후 중단되었다. 그 때 단박에 평양까지 갔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드디어 2018년 6월 국제철도협력기구(OSJD)에 가입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상징적 의미가 더 크다. 이 기구는 유엔보다 더 구속력 있는 국제기구다. 국제 여객과 화물 운송 규정들을 총괄한다. 가입국 대표가 모두 바르샤바에 상주하고 있다. 매년 유라시아철도 운 영이슈들을 논의하고 해당 규정들도 개정한다. 남북간 접경지역에서 월경할 때는 남북철도 운행합의서에 따르지만, 이후 국제열차를 운행할 때는 이 기구의 틀 안에서 운행하면 된다. 북한이 남한의 가입에 찬성표를 던진 것은 2년 안에 서울-평양간 철도를 운행할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 때문이었을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조만간 서울발 국제열차를 타고 평양-베이징을 거쳐 모스크바를 넘어 유럽으로도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Q. 북녘의 기대와 희망은 어떤 지점에 있었는지, 속내를 들을 기회가 있었는지. A. 남과 북은 경의선 400㎞와 동해선 800㎞ 구간에 대하여 공동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마지막날 남북은 두만강 철교에서 남북철도 연결의 염원을 담은 기념촬영도 했다. 그 뒤 정밀 실태조사도 하고 설계도 해서 북한철도 현대화 사업으로 나아갔어야 했는데 성과를 내지 못해 안타깝다. 싱가포르 회담, 하노이 ‘노딜’을 거치며 힘들어졌다. 북미관계가 잘 풀릴 수 있도록 기다린 측면이 있다. 사실 남북철도사업이 남북경협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남북 모두의 기대도 컸을 것이다. 제재 국면이기도 하고 남북경협을 하려면 이동권이 먼저 확보돼야 하지 않겠는가? 북한철도공동조사도 코레일 열차의 디젤유가 전략물자라고 해서 한 차례 지연되는 해프닝이 있었다. 심지어 인도적 지원마저 이동권이 보장 안돼 어려움이 많다. 지난해 타미플루 소동이 대표적이다. 현 시국에 방향과 속도, 성과가 모두 중요하다. 철도가 하루 빨리 운행돼야 한다. 그 성과가 눈앞에 보이면 상호신뢰도 체감하고, 협력의 틀 자체가 한 단계 높아진다.유라시아 횡단 희망의 끈 놓지 않아 성과 보이면 남북 신뢰도 체감할 것 Q. 지난 6월 초 김여정 부부장이 갑자기 대남 비방에 나섰고, 같은 달 25일 김정은 위원장이 또 갑자기 그만하자고 할 때까지 남다른 마음고생을 했을 것 같은데. A. 위기에서 기회와 희망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철도가 가면, 평화가 온다’는 믿음 아래 다시 시작해야 한다. 올해는 6·15 공동선언 20주년이다. 과거 남북은 6·15 선언과 맞물려 3대 경협 사업인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남북철도·도로 연결에 합의했다. 당시 남북철도·도로 연결은 개성공단 100만평, 금강산 관광 200만명이란 남북경협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했다. 남북접경지역에서 작은 평화, 작은 남북경제공동체를 경험한 것이다. 하지만 3대 경협사업은 접경지역에서 이뤄지다 보니 한계가 있었고, 지금은 모두 중단됐다. 이제는 신의주와 두만강역까지 경협의 공간을 확장해야 한다. 동북 3성과 극동 연해주까지 연계한 네트워크 경제권으로 한반도위기 관리의 틀 자체도 바꿔야 한다. 동해선, 경의선을 두 축으로 하는 큰 평화, 진정한 남북경제공동체를 준비해야 한다. 동쪽으로는 두만강, 서쪽으로는 압록강까지 하루빨리 동해선, 경의선을 운행해야 한다. 이를 두 축으로 10~20개의 관광특구, 공단특구, 자원특구를 만들고, 대륙과 해양의 가교국가가 된다면, 21세기 한반도가 6만 달러 시대로 나아갈 수 있다. 다 함께 잘 사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자는 것이다. Q.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시베리아횡단철도(TSR)7일 프로젝트와 한반도연결철도(TKR) 일일 프로젝트가 실제로 물류 가치가 크지 않다고 회의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A. 그렇지 않다. 미래학자들은 글로벌시대에 국가의 미래는 더 이상 기업 대 기업, 국가 대 국가가 아니라 네트워크 대 네트워크의 대결로 전환할 것으로 예측한다. 가장 경쟁력 있는 네트워크를 갖는 국가가 미래의 국가경쟁력을 담보한다는 것이다. 도로와 달리 철도는 장거리 네트워크 교통수단이다. 여객의 경우, 고속철도네트워크는 서울~베이징, 서울~동북 3성을 모두 1400㎞, 5시간 권역으로 네트워킹할 수 있다. 반면 물류는 조금 다르다. 시속 40㎞로만 달려도 유라시아 대륙 1만㎞까지 경쟁력을 갖는다. 백색가전, 자동차 등 고부가가치 화물을 수출하는 데 매우 경쟁력이 높다. 대륙철도 연결을 통해 그동안 접근성이 떨어졌던 지린성, 헤이룽장성, 중앙아시아 등지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우리 경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는 인적 물적 이동제한으로 인한 탈세계화, 지역주의, 역내무역 증가에도 적극적으로 응할 수 있는 교통네트워크를 확보하는 것이다. Q. (심포지엄 사회를 본)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미국이 가입하지 않은 사회주의권 중심의 OSJD가 제재 국면을 뚫어낼 수 있는 추동력을 발휘하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는데. A. 옛 소련이 붕괴한 지 30년이 됐다. OSJD기구의 성격도 많이 바뀌었다. 서유럽철도협력기구들과도 운송협정을 네트워킹하고 있다. 유엔 산하 UNESCAP에서 추진하고 있는 아시아횡단철도(TAR)사업도 함께 하고 있으며, 미국이 참여하는 세계철도연맹(UIC)과도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제재 국면에서도 유라시아철도를 운행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인 국제적 지위를 잘 활용해야 한다. Q. 한양대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프랑스에서 물리학박사후 과정을 밟은 뒤 철도에 이른 개인사도 흥미롭다. 어떤 소명으로 일하나. A. 연구원에 입사해 한국형 고속철도기술개발을 위하여 프랑스 테제베 기술을 도입하는 일을 했다. 이후 6·15 공동선언과 함께 20년 동안 남북철도 사업을 해오고 있다. KTX 산천이 2032년 서울·평양 공동올림픽과 함께 개통하는 것, 이것이 제 꿈이며 소명이다. 속도는 시·공간을 압축한다. 고속철도로 연결된 서울·평양은 하나의 메가시티가 될 것이다. 한강의 기적이 대동강의 기적을 만나 21세기 한반도의 기적을 만들어 낼 것이다. 이 모두가 4차 산업 혁명시대, 스마트한 한반도 신경제권의 모습이다. 이를 위해 한국철도기술연구원도 속도혁신, 스마트혁신, 네트워크혁신을 준비하고 있다. 은퇴한 후에도 내가 필요하면 언제든 달려와 ‘다 함께 잘 사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드는 데 밀알이 되겠다. 글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사진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제공
  • “대륙-해양 잇는 남북 철도… 한강의 기적, 대동강 만나길”

    “대륙-해양 잇는 남북 철도… 한강의 기적, 대동강 만나길”

    철도 연결사업 중단에 아쉬움 느껴원산~두만강 구간 ‘상태 양호’ 확인유라시아 횡단 희망의 끈 놓지 않아성과 보이면 남북 신뢰도 체감할 것 “원산~두만강역 구간은 생각보다 유지·보수가 잘돼 있었어요. 평양~모스크바 국제열차가 주 1회 운행한다는 사실도 확인했지요. 두만강역에서 열차 바퀴를 러시아 광궤 바퀴로 교체하는 작업을 목격했어요. 조사 이후 곧바로 남북철도 연결 사업이 계속됐어야 했는데 무척 아쉽습니다.” 2018년 12월 남북철도 현지 공동조사와 철도 연결 착공식을 다녀온 나희승(54) 한국철도기술연구원장은 21일 경기 의왕 연구원 집무실에서 답답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는 “경의선은 정상적으로 운행된다고 알고 있었지만 동해선은 낙후돼 부정기적으로 운행되고, 평양~모스크바 노선도 중단됐다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원산~두만강역 구간은 상당히 양호한 것을 확인했다”며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부터 원산까지만 개량하면 러시아를 거쳐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는 일이 가능하다고 희망을 내다봤다. 나 원장은 “이산가족 상봉도, 스포츠 문화교류도, 남북 정상회담도 철도를 이용해 할 수 있다. 이처럼 단기적인 성과를 빨리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동권을 확보해야 앞으로 남북경협의 지속 가능성도 담보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2002년 이후 우리 정부가 꾸준히 추진해 온 국제철도협력기구(OSJD)에 2018년 6월 29번째로 가입한 것도 작지 않은 의미가 있다고 했다. 당초 북한은 서울~평양을 연결해야 한국의 가입을 찬성하겠다는 입장이었다가 나중에 바꿨다. 만장일치여야 통과되는 OSJD 가입에 반대하지 않은 것은 서울~평양 정기 운행과 그를 통한 남북 경제협력 사업에 대한 갈망이 컸다는 방증이었다고 나 원장은 돌아봤다. 그는 현 시국에 방향과 속도, 성과가 모두 중요하다는 얘기를 여러 차례 되풀이했다. 조그만 성과이면서 가장 가시적이고 파급력도 큰 철도가 하루빨리 운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성과를 눈앞에 펼쳐 보이면 상호 신뢰도 체감할 수 있고, 협력의 틀 자체가 한 단계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남북 철도 연결은 대륙과 해양을 잇는 가교국가로 남북한이 거듭나게 된다는 점을 강조한 그는 물류는 시속 40㎞로만 달려도 1만㎞까지 경쟁력을 갖추게 되고, 중국 동북 3성 중 접근성이 떨어졌던 지린성, 헤이룽장성 등과 중앙아시아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네트워크 국가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된다고 강조했다. 한양대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프랑스에서 물리학 박사후 과정을 밟은 뒤 연구원에 입사해 프랑스 고속철 테제베 기술을 도입하는 데 앞장섰다. 나 원장은 “‘한강의 기적’이 ‘대동강의 기적’을 만나 21세기 한반도의 미래를 새롭게 그려 가는 것을 보고 싶다. 이건 내 소명이다. 은퇴한 뒤라도 언제든 달려와 ‘다 함께 잘 사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드는 데 밀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말 타고 택시, 버스, 비행기 몸 실어 파타고니아~영국

    말 타고 택시, 버스, 비행기 몸 실어 파타고니아~영국

    우리는 매일 지하철이나 버스, 택시를 타거나 걸어서 귀가한다. 하지만 멀리 아르헨티나에서 귀국 비행기를 잡아 타려고 말을 타는 등 1600㎞를 달린 10대 영국 여성도 있고, 자전거 페달을 밟아 스코틀랜드부터 그리스까지 3200㎞를 달려간 대학생 클레온 파파디미트리우(20)도 있다. 지난해 초부터 요트로 카리브해를 여행하다 오는 9월 북아일랜드에서 열리는 막내딸 결혼식에 참석하려던 게리 크로더스(64)는 지금 대서양 6500㎞를 홀로 건너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원양어선 선원인 후안 마뉴엘 바예스테로(47)는 아버지의 구순 잔치에 참석하려고 포르투갈에서 고향까지 1만 1000㎞를 85일 동안 혼자 헤쳐나가 지난달 마르 델 플라타에 닻을 내렸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비행기가 발이 묶이고 국경이 폐쇄됐을 때 불가피하게 벌어진 일들이다. 지금은 조금씩 봉쇄가 풀리고 있지만 2차 파고가 현실화되는 추세라 이런 얘기는 우리의 것이 될 수 있다는 개연성은 남아 있다. 다음은 영국 BBC가 20일(현지시간) 전한 네 가지 귀향 얘기 가운데 우리 언론에 한 번도 소개되지 않은 젊은 영국 여성 애너벨 심스(19) 얘기다. 그녀는 코로나19 봉쇄령이 덮쳤을 때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의 외딴 마소 목장에서 워킹 할리데이를 하고 있었다. 겨울까지 남아 있으려면 영하의 추위를 견뎌내야 했다. 옷가지는 한없이 가볍기만 했다.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한 심스는 여름 막바지에 집으로 돌아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걱정이 된 그녀가 영국 외무부에 전화를 걸었더니 부에노스아이레스 공항까지 1600㎞만 달려오면 항공편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해서 나귀 등에 짐을 싣고 그녀는 파트너와 함께 반 나절 말을 타고 가장 가까운 도로로 나왔다. 그 다음 9시간 택시를 타고 가장 가까운 마을까지 왔다. 검문소에 이르자 차량에 소독제가 잔뜩 뿌려졌다. 그 뒤 17시간 버스를 타고 공항까지 갔다. 공항에 가는 데만 거의 이틀이 걸린 셈이었다. 귀국한 뒤 그녀는 일간 아거스(The Argus) 인터뷰를 통해 “말을 탄 것은 (상대적으로) 걱정할 힐이 아니었다”고 돌아본 뒤 “더 걱정된 대목은 문명으로 돌아와 코로나바이러스로 가득 찬 세계로 돌아온 것이었다. 그곳에서는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검색대에서 체온을 재고 있었다. 정말 스트레스를 받는 여건이었다”고 씁쓸해 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EU 정상들, 90시간 협상 끝에 코로나 극복 1030조원 지원 합의

    EU 정상들, 90시간 협상 끝에 코로나 극복 1030조원 지원 합의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이 코로나19로 충격을 받은 대륙 경제를 되살리는 데 7500억 유로(약 1030조원)를 쏟아 붓기로 합의했다. 27개 회원국이 나흘의 마라톤 협상 끝에 21일(이하 현지시간) 정상회의에서 3900억 유로(약 534조원)의 보조금에 3600억 유로(약 493조원)의 저금리 대출금을 묶은 획기적인 경기 부양 패키지에 합의했다. 보조금은 갚을 의무가 없는 자금이다. 정상들은 지난 17일 아침부터 벨기에 브뤼셀에서 90시간 이상 협상을 벌여 지난 2000년 프랑스 니스에서 닷새 동안 정상들의 협상을 벌인 이후 두 번째로 긴 협상을 벌였다. 다만 곧바로 실행되지 않고 회원국 간 기술적 조율을 거쳐 유럽의회 심의를 통과해야 실행된다. 지난 5월 경제회복기금 초안을 처음 제시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승리로 평가된다. 메르켈 총리는 “매우 안도했다”며 “EU가 마주한 최대 위기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의 역사적인 날”이라고 묘사했으며, 소피 윌메스 벨기에 총리도 “EU가 미래에 이렇게 투자한 적은 없었다”고 감회를 밝혔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트위터에 “해냈다! 유럽이 하나로 뭉쳤다”고 반겼다. 그는 그 뒤 기자회견에서도 “유럽이 ‘행동하는 힘’이라는 명확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며 “향후 (코로나19 사태를 둘러싼) 유럽의 여정에 전환점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합의의 가장 큰 수혜국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직격탄을 맞은 이탈리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탈리아는 향후 EU로부터 820억 유로(약 112조원)의 보조금과 170억 유로(약 173조원) 규모의 저리 대출금을 지원 받을 예정이다. 경제회복기금 및 2021~2027년 EU 장기 예산안에 대한 협상의 최대 쟁점은 네덜란드를 ㅣ비롯해 스웨덴, 덴마크, 오스트리아 등 이른바 ‘검소한 4개국’에 핀란드까지 코로나19로 가장 많은 타격을 입은 나라들에 5000억 유로를 보조금으로 제공한다는 제안에 반대하는 바람에 교착됐다. 마르크 뤼트 네덜란드 총리가 이끈 이들 나라는 처음부터 3750억 유로를 상한으로 정한 데다 더 이상 추가 요구를 봉쇄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4000억 유로 이하를 제시했다. 한때 마크롱 대통령은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치며 ‘검소한 4개국’이 유럽의 계획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일갈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 등이 북유럽 국가들의 입장을 반영, 보조금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낮은 3900억 유로로 제시해 합의를 도출했다. 검소한 나라들은 EU 회계 기여분에 대한 리베이트를 챙김으로써 실리를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 과정의 다른 쟁점은 법치를 존중하는 정부에 연계해 어떻게 지출금을 분배하느냐였다. 헝가리와 폴란드는 민주주의 원칙을 따르지 않는 나라들의 분담금을 보류하는 정책을 취하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압박했다. 유럽 이사회(EC)는 국제금융시장으로부터 7500억 유로를 차입해 국제 지원금을 배분할 것이다. 이런 지출 계획을 회원국 정부가 거부할 여지가 있다. 한편 EU는 앞으로 7년 동안 1조 1000억 유로의 예산을 책정하기로 합의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미 검찰, 사유지 침범했다며 시위대에 총 겨눈 변호사 부부 기소

    미 검찰, 사유지 침범했다며 시위대에 총 겨눈 변호사 부부 기소

    지난달 28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자택 앞을 지나가던 시위대를 향해 총구를 겨눈 변호사 부부가 불법 총기 소지와 4등급 폭행 혐의로 기소됐다. 상해 사건 전문 변호사들인 마크(63)와 패트리샤 맥클로스키(61) 부부는 115만 달러(약 13억 7800만원) 나가는 맨션 앞마당을 행진하는 시위 참가자들 때문에 위협을 느꼈다며 총구를 겨눈 채 입씨름을 벌여 물의를 일으켰다. 당시 시위대는 페이스북 인터뷰 도중 경찰 예산을 대폭 삭감하라고 요구한 이들의 신원을 공개해 물의를 빚은 라이다 크루선 세인트루이스 시장의 사임을 요구하려고 시장 집에 몰려가던 중이었다. 세인트루이스 최초의 흑인 순회 검사장인 킴 가드너는 20일 부부의 행동이 평화로운 시위를 폭력으로 번지게 할 뻔했다며 “비폭력 시위에 참여한 이들을 향해 총기를 들어 보인 것은 위협적인 행동이었다. 다행히 이런 상황이 인명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이런 행동은 용납될 수 없다”고 기소 이유를 밝혔다. 그녀는 이어 “우리는 평화롭게 시위할 권리를 보호해야 하며 위협을 통해 이를 위축시키는 어떤 시도도 용납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부부의 변호인 조엘 슈워츠는 취재진에게 “어떤 범죄도 없었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의기소침해진다”고 털어놓았다. 부부는 진작에 개인 사유지에서 벌어진 일이라 재산을 지키기 위해 권리를 행사했을 뿐이라고 주장해왔다. 변호인단은 두세 명의 백인 시위대원이 부부와 그들의 재산을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의 초동 수사 보고서에는 철제 대문에 붙은 ‘침입 금지’ ‘사유지 도로’란 표지판을 무시한 채 많은 사람들이 밀려 들어왔다고 주장했고, 시위대 지도자 중 한 명은 이미 문이 열려 있었다고 반박했다. 공화당 출신 마이크 파슨 미주리주 지사도 검찰이 기소하면 사면권을 행사할 준비가 돼 있다고 공언했다. 지난주 그는 현지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부부가 한 순간이라도 감옥에서 보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원 시절 파슨 지사는 미주리주의 “캐슬 독트린” 법안을 공동 발의했는데 침입자로부터 자신의 집을 지키기 위해 치명적인 위력을 동원해도 괜찮다는 내용이었다. 가드너 검사장은 부부가 불필요하게 법원과 다투는 일을 피하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고 권했다. 이렇게 하면 자원봉사 명령이나 교정 프로그램 이행을 명할 수 있다는 취지다. 하지만 불법 총기 소지 같은 E 등급 범죄는 최고 4년형 언도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이스라엘 법원, 세금 회피 슈퍼모델 라파엘리에 선고한 형량은

    이스라엘 법원, 세금 회피 슈퍼모델 라파엘리에 선고한 형량은

    이스라엘의 슈퍼모델 바 라파엘리(35)는 2015년 자신의 결혼식장 상공에 비행기들이 날지 못하도록 항공당국에 요청해 입길에 올랐다. 할리우드 배우 레오나르도 디캐프리오와도 데이트를 즐겼고, 지난해 유로비전송 콘테스트 사회를 봤다. 남녀 모두 군 복무를 해야 하는 이 나라에서 복무 기간을 다 채우지 않아 엄청난 비난을 들었다. 2018년에는 무슬림들이 쓰는 니캅(두 눈만 드러내는 머리 두건)을 두른 채 광고에 출연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런 라파엘리가 20일(이하 현지시간) 텔아비브 법원에 유죄 취지로 인정하고 9개월의 사회봉사 명령과 함께 250만 셰켈(약 8억 7600만원)의 벌금과 함께 연체된 세금을 납부하라는 판결을 받았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사실상 에이전트 역할을 한 어머니 치피 라파엘리에게는 징역 16개월형과 함께 같은 벌금과 연체된 세금을 완납하라고 선고했다. 앞서 이스라엘 검찰은 부정확한 세금 정보를 기재한 혐의로 라파엘리를 기소했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720만 달러(약 86억원)의 수입을 올리고도 소득세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해외에 거주했다고 봤다. 라파엘리는 이스라엘 세법에 따라 해외에 거주하면 소득세를 적게 내도 된다고 반박했지만, 법원은 당시 라파엘리가 함께 지낸 디캐프리오와 가족이 아니었기 때문에 미국에 거주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어머니 치피가 딸의 임대차 계약에 친척들 이름을 서명하게 해 자금 출처를 모호하게 만들려고 한 것도 유죄로 인정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달 검찰과 변호인단의 유죄협상 결과물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라파엘리의 변호인단은 “의도적으로 탈세를 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한다”고 강조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뉴저지주 연방판사 총격 용의자 反페미니스트라 범행?

    뉴저지주 연방판사 총격 용의자 反페미니스트라 범행?

    지난 19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의 연방판사 자택에 난입해 총격을 가해 판사의 아들을 살해하고 남편에게 총상을 입힌 용의자가 사망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로이 덴 홀랜더란 이름의 용의자가 숨졌다고만 밝히고 구체적인 사실은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고 영국 BBC가 20일 전했다. 그의 주검은 범행 현장으로부터 210㎞ 떨어진 뉴욕주 설리번 카운티의 리버티 근처 캣스킬스 자택에서 발견됐다고 CBS 뉴스는 전했다. 미국 언론들은 용의자가 자해를 시도하다 입은 총상 때문에 숨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물론 정확한 범행 동기는 알 수가 없게 됐다. 용의자는 전날 오후 5시쯤 노스 브런즈윅에 있는 에스더 살라스 연방판사의 자택에 페덱스 배달원 복장을 한 채 찾아가 문을 열어준 판사의 아들 대니얼 안덜(20)에게 총격을 가해 숨지게 하고 남편이자 형사 전문 변호사인 마크 안덜(63)에게도 여러 발을 맞혀 중상을 입혔다. 마크는 위중하지만 안정적인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살라스 판사는 당시 지하실에 있어 화를 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덴 홀랜더의 차 안에서는 배달지가 판사의 집으로 표기된 물품이 하나 발견됐다. 일간 뉴욕 타임스(NYT)는 덴 홀랜더가 “반(反) 페미니스트”를 자처했으며 나이트클럽들이 여성의 입장 요금을 할인해주는 정책을 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으며 연방정부가 폭력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하거나 대학이 여성의 학습에 편의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남발한 전력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는 또 2015년 남성들만 징집하도록 한 규정에 반발해 소송을 냈는데 당시 주심이 살라스 판사였다고 신문은 전했다. 판사의 오빠인 카를로스 살라스는 “여동생이 목표였는지, 매제가 목표였는지 알지 못한다”고 NYT에 털어놓았다. 판사 가족과 막역한 프랜시스 워맥 노스 브런즈윅 시장은 ABC 뉴스 인터뷰를 통해 살라스 판사가 “이따금 협박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어떤 협박도 없었다고 모두가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살라스 판사는 라틴계 미국인으로는 뉴저지주에서 제1호 연방 판사로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임명됐다. 외아들인 대니얼은 가을에 워싱턴에 있는 가톨릭 유니버시티 오브 아메리카에 편입학할 예정이었다. 잡지 뉴저지 먼슬리에 실린 2018년 프로필 글에 따르면 살라스 판사는 아들이 부모를 좇아 법률 분야에서 일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녀는 “아들에게 다른 길을 선택하라고 설득하고 싶지 않지만 난 의사가 됐으면 좋겠다. 그 아이는 말이 트인 뒤부터 우리와 언쟁을 하곤 하는데 나름 변호술을 연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연방 판사를 노린 살해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5년 시카고에선 민사소송이 기각된 데 앙심을 품은 원고가 일리노이주 북부지방법원 판사인 조앤 레프코우의 자택에 난입, 판사의 남편과 어머니를 사살했다. 당시 집을 비웠던 레프코우 판사는 무사했다. 1989년엔 연방 순회법원 판사였던 로버트 스미스 밴스가 법원의 결정에 앙심을 품은 범인이 발송한 소포 폭탄 폭발로 목숨을 잃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병원에서만 86일, 내가 코로나19에서 살아돌아오기까지

    병원에서만 86일, 내가 코로나19에서 살아돌아오기까지

    바박 코스로샤히(61)가 코로나19 증상으로 입원한 지난 3월 22일(이하 현지시간)은 영국의 어머니 날이었다. 그로부터 86일 뒤 퇴원했다. 그가 입원한 동안 영국에서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난 사람은 4만명이 넘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이들과 달리 오랜 투병 끝에 퇴원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 때문일까? BBC가 석달 가까이를 돌아본 그의 육필 체험담을 실어 눈길을 끌었다. 솔직히 난 어떻게 코로나19에 감염됐는지 단서조차 찾을 수 없었다. 매우 조심했다. 손을 열심히 씻었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도 않고 늘 내 차를 탔다. 그러나 어디에서 시작됐는지는 알고 있다. 그달의 13일은 정말 13일의 금요일이었다. 내 파트너가 날 보러 왔는데 난 조금 뭔가 잘못 됐다고 느끼게 됐다. 돌아보면 약간의 열이 났는데 체온이 낮아서겠거니 생각했다. 그냥 느낌 뿐인가 했다. 늘 코로나를 의식했기 때문에 파트너와의 거리를 유지하려 했다. 다음날 온도계로 체온을 쟀더니 섭씨 38.5도가 나왔다. “뭔가 심각해지는구나” 싶었다. 상담 전화를 걸었더니 앰뷸런스를 부르기 전에 일주일만 버텨보라고 했다. 그 시간에 열이 펄펄 끓고 몸은 더 나빠졌다. 이제 방에서 방으로 옮겨가는 일조차 힘겨워졌고 아침에 뭘 먹으러 주방에 가는 일조차 힘들어졌다. 죽을 맛이었고 결국 한 친구가 999에 전화를 해줬다. 웨스트 미들섹스 대학병원에 입원했는데 3월 22일이었다. 새벽 4시에 날 데리러 온 것이 놀라웠다. 입원하자마자 간호사가 닭 요리를 건넸는데 먹질 못했다. 그 방과 마지막 음식만 기억나곤 나머지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마취되기 전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어 문자를 보냈으며 의사와 얘기도 했다는데 난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3주 반이 지난 뒤 깨어났는데 중환자실이었다. 마취를 한 것은 기관을 절개해 호흡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것이었고, 산소 치료를 받았다. 왼쪽 폐가 망가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깨어난 뒤에도 내가 왜 그곳에 있는지 질문할 수조차 없었다. 그냥 거기 있구나 하고 받아들였다. 내 안경이 어디 있는지 궁금했지만 말할 수가 없었고 혼란스럽기만 했다. 간호사들이 내게 종이 뭉치를 건네며 뭐라도 써보라고 했다. 물을 달라고 적기 시작했는데 내 글씨는 삐뚤빼뚤해 알아볼 수가 없었다. 이번에는 글자판을 건네며 글자를 짚어보라고 했다. 그런데 W를 짚으면 그 옆 글자가 짚혔다. 하나도 내가 원하는 대로 짚을 수가 없었다. 며칠 뒤에야 글씨를 쓸 수 있었다. 물리치료사가 중환자실에서 내게 “걸어서 이 병원을 나갈 거야”라고 스스로 주문을 걸어 보라고 했다. 몸 움직임을 늘리는 것이 재활의 초점이었다. 처음에 의료진은 날 보고 침대 끝에 앉아보라고 했다. 그 뒤는 일어나 걸어서 의자에 앉아보라고 했다. 결국 난 보행기에 의지하고 산소를 제공받아 걷기 시작했다. 그러자 “잘하시네요. 당신은 마라톤을 하신 거나 진배 없어요”라고 격려해줬다. 난 “내 나이 예순하나야. 내가 왜 마라톤을 하고 싶어할 거라고 생각하느냐”고 농으로 대꾸해줬다. 그렇게 30일이 지나자 물리치료사가 일어서보라고 했는데 일어설 수가 없었다. 더 나아지긴 할 수 있을까 혼잣말을 했다. 호흡이 가빴다. 기계에 딱 달라 붙어 있었다. 그런데 다음날 설 수 있었다. 물리치료사는 그보라고 했다.그 때부터 목표가 생겼다. 걸어서 이 병원을 나간다는 것이었다. 치료사가 그렇게 말해준 것에 감사를 표했다. (입원한 지) 약 50일 뒤에 난 일반병동으로 옮겨 퇴원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며칠 뒤 다시 오한이 들고 열이 나기 시작했다. 오한이 인다며 간호사를 불렀다. 몇 초 만에 네 명의 의사가 보러 왔고, 30분 만에 내 병상을 밀고 정밀 진단을 받게 했는데 감염됐다는 판정을 받았다. 내가 그렇게 오래 입원한 이유 가운데 한 가지는 목 근육들이 너무 약하다는 것이었다. 의료진은 내개 근육을 강화하는 훈련법을 일러주고 내가 얼마나 해내는지 테스트를 했다. 물을 여러 번 마시게 해 그때마다 목 근육을 강화하게 했다. 결국 의료진은 내 기도 삽입관을 빼도 좋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 말은 어떤 줄도, 튜브도 붙이지 않은 자유인으로 집에 갈 수 있다는 뜻이었다. 내가 감동 받은 것은 딱 둘, 국민건강서비스(NHS)와 우리 가족이었다. NHS의 도움이 없었다면 난 여기 있지 못했다. 그들은 정말 대단했다. 우리는 늘 불평해왔는데 필요한 일을 했고, 어떤 지출도 낭비되지 않는 시스템을 갖고 있었다. 그들이 내 목숨을 구했다. 퇴원하는 기분을 여러분에게 설명할 수가 없다. 나무들이 황량했을 때 입원했는데 퇴원할 때는 신록이 무성하다. 정말 대단한 감정이다. 물론 지금 난 서서히 회복하는 단계에 있다. 난 직원들에게 금방 돌아올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반쯤 은퇴했다고 보고 있다. 바이러스가 내 몸에서 나간 것은 분명하지만 입원했던 후유증은 한동안 날 힘들게 할 것이다. 짧은 거리를 걸어도 호흡이 가팔라지고 퇴원할 때도 그렇고, 지금도 아주 부드러운 음식만 먹고 있다. 집에 온 뒤 2~3㎏ 체중이 불었다. 하지만 진짜 이란식 케밥을 맛있게 먹고 싶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화이자 두 번째 초기시험·아스트라제네카 1단계 임상시험 “성공”

    화이자 두 번째 초기시험·아스트라제네카 1단계 임상시험 “성공”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를 부풀리는 긍정적인 소식들이 20일(현지시간) 잇따라 전해졌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기업 바이오엔테크는 실험용 코로나19 백신의 두 번째 초기 시험에서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60명의 건강한 지원자를 대상으로 독일에서 진행한 이번 시험 결과 두 차례 백신을 복용한 접종군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무력화할 수 있는 중화항체가 형성됐다. 앞서 미국에서 진행한 첫 번째 초기 시험 결과와 일치하는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특히 이번 독일 시험에서는 백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항하는 고도의 T세포 반응을 만들어냈다. T세포란 일종의 백혈구로 바이러스와 같은 외부 침입자를 겨냥한 면역체계 공격에서 중요한 요소가 된다. 아울러 피실험자들은 일부가 독감과 비슷한 증상을 호소한 것 외에는 심각한 부작용을 경험하지 않았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백신의 효험을 증명하기 위해 이달 말 최대 3만명의 피실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나라 제약사들도 코로나19 백신에 관한 긍정적인 뉴스를 내놓았다.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는 이날 의학전문지 랜싯(Lancet)에 게재한 1단계 임상시험 결과에서 백신 접종자 전원의 체내에서 중화항체와 T세포가 모두 형성됐다고 발표했다. 중국 칸시노 생물 주식회사와 중국군 연구진이 공동 개발한 백신도 대부분의 피실험자에게서 안전하게 항체 면역반응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150개 이상의 코로나19 백신 후보가 개발되는 중이며, 이 중 23개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시험에 들어갔다.한편 영국 정부는 어떤 백신이 성공적으로 개발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가능한 한 여러 백신 물량을 미리 확보한다는 계획 아래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함께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3000만개를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고, 프랑스에 본부를 둔 백신 개발 바이오업체인 발네바(Valneva)로부터 백신 6000만개를 기본으로 공급받고 이 백신이 효과적이고 안전하다는 점이 입증되면 4000만개를 공급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스코틀랜드에 공장을 갖고 있는 발네바는 불활화(inactivated)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 중이다. 연내 임상 시험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되는데, 영국 정부가 비용의 일부를 부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영국이 확보한 백신 물량은 2억 3000만개에 이른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다만 당장 올해 백신을 이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영국 정부의 판단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켄트 지역의 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분명히 희망적이지만 올해, 또는 내년에 백신을 100% 갖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과장된 표현일 것”이라며 “우리는 아직 그만큼 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이 우리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고, 손을 씻고, 대중교통이나 상점 등 밀폐된 공간에서 마스크를 쓰는 등 현재의 접근법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또 러시아의 갑부 기업인들과 고위 정치인들이 이미 지난 4월 자국에서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주요 대기업 경영인들과 고위 정부 관리 수십명이 모스크바에 있는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가 개발한 백신을 지난 4월부터 맞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말레야 센터가 개발한 백신에 대한 공식 1차 임상시험은 지난 6월부터 시작돼 이달 중순 마무리됐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32시간 교도소 머물며 두 사형수 집행 지켜본 기자의 르포

    32시간 교도소 머물며 두 사형수 집행 지켜본 기자의 르포

    “여러분은 지금 무고한 남자를 죽이는 겁니다.” 17년 만에 미국 연방정부 차원의 사형 집행으로 세상을 떠난 대니얼 루이스 리가 독극물 주사를 맞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라고 AP 통신의 마이클 발사모 기자가 19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발사모 기자는 지난 14일 인디애나주 테러호트 연방교도소에서 리가 자신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전했다. 리는 1996년 아칸소주의 총기상 부부와 여덟 살 딸을 납치해 고문하고 살해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다. 발사모 기자는 리와 같은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사형수 웨슬리 이라 퍼키의 집행 과정도 지켜봐 두 사형수의 마지막 모습을 모두 지켜보는 흔치 않은 경험을 했다. 다음은 그의 르포 요지다. 며칠 동안 리의 집행 여부는 법원들을 오가며 엎치락뒤치락했다. 전날 13일에도 기다림은 이어졌다. 대법원의 마지막 결정이 내려지는 동안 다른 기자들과 함께 난 예전에 볼링장으로 쓰이다가 지금은 교도소 직원들의 운동 시설로 쓰이는 건물에 들어가 있었다. 중무장 간수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우리 모두는 푸른색 의료 마스크를 쓴 채였다. 신원 확인이 끝난 뒤 우리는 두 대의 흰색 밴 승합차에 태워져 짧은 거리를 이동한 뒤 보안 검색대를 통과해 어느 건물에 들어갔다. N95 마스크에 얼굴가리개, 장갑, 종이가운 등으로 완벽하게 두른 교도소 직원이 공항 검색 때나 보던 비눗방울이 올라오는 스크린을 거치도록 했다. 내 안경까지 가져가 엑스레이 투시를 했다. 그러고도 한참 기다렸다. 간부들은 우리에게 점심이나 먹으라고 해 먹었다. 다시 기다렸다. 자정이 돼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아 호텔로 돌아갔다. 새벽 2시 10분쯤 대법원이 집행해도 좋다고 판결했다. 1분 가량 지난 뒤 교도 책임자는 전화를 걸어 새벽 4시 15분에 집행할 예정이라고 통보했다. 다시 교도소로 갔다. 밴 속의 시계가 4시 16분이 된 것을 보고 차에서 내려 처형장으로 향했다. 리는 먼저 도착해 바퀴가 달린 들것에 묶여 있었다. 우리는 작은 관찰 방에 들어갔다. 창문을 바라보고 플라스틱 의자들이 놓여 있었고, 노트패드, 펜, 작은 손소독제 병, 의자마다 소독용 헝겁이 놓여 있었다. 교도관이 커다란 철제 문을 닫자 굉음이 방에 울려퍼졌다. 그렇게 우리는 갇혔다. 커튼이 쳐졌지만 벽 건너 쪽에서 들리는 소음들을 들을 수 있었다. 아마 곧 처형당할 그이도 우리가 내는 소리를 듣고 있으리라 짐작할 수 있었다. 우리 모두 불편해 했다. 한 기자는 내게 몸을 기울이며 노트패드에 “법적 이슈가 있어?”라고 적었고, 난 “그런 것 같지”라고 답했다. 그 방에는 시계도 없어 우리가 얼마나 거기 있는지 잴 수도 없었다. 누군가 지금 몇 시인지 아는 사람 있느냐고 물었다. 교도관이 새벽 6시 10분이라고 일러줬다. 모두 깜짝 놀랐다는 듯 침을 삼켰다. 7시 46분이 되자 커튼이 서서히 열렸다. 그때까지 우리 기자들과 루이스는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4시간 가까이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어깨를 늘어뜨린 채 묶여 있었고 밝은 푸른 빛 시트로 몸의 대부분을 덮은 채였다. 한 기자가 더 잘 보겠다고 몸을 움직이는 바람에 난 화가 났다. 리와 함께 있던 연방 보안관이 녹색 벽에 기대어 검정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 “여기는 처형장 안에 들어와 있는 연방 보안관입니다. 더 이상 법적 걸림돌이 없는지요?”라고 물었고, 워싱턴 본부가 저쪽에서 뭐라고 답을 했다. 보안관은 듣고 난 뒤 “전 걸림돌이 없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뒤 리가 마지막 말을 똑바로 날 보면서 남겼다. 그리고 그는 머리를 뒤로 제쳤고, 약물이 빠르게 작용하는 것 같았다. 입술이 금세 푸르스름해졌다. 심장이 멈췄다. 오전 8시 7분쯤 사망이 선고됐다. 난 컴퓨터를 열어 기사를 마지막으로 다듬었다. 그때까지도 내가 방금 한 남자가 죽는 것을 봤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았다. 난 그가 마지막으로 본 사람 가운데 한 명이었다. 여러 해 사건 기자로 일했지만 이건 완전 달랐다. 무슨 치료를 받는 것 같았고, 그저 누군가 잠에 빠져드는 것을 지켜본 것 같았다. 그런데 이런 감상에 젖을 겨를이 없었다. 다음날 사형수 퍼키의 처형이 예정돼 있어서였다. 그는 캔자스주의 이웃 동네 16세 소녀를 납치, 강간하고 80세 노인을 살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 마찬가지로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훈련장에 도착한 것은 오후 4시였는데 저녁이 지나고 밤 10시가 됐다. 교도국은 우리에게 피너츠 칩을 제공했다. 이번에는 호텔로 돌아가지 말고 계속 교도소에 있는 게 낫게다고 했다. 자정이 되기 전 한번 더 음식이 나왔다. 16일 새벽 2시 45분에 전자제품을 모두 내놓고 밴에 타라고 했다. 이번에는 처형장 바로 앞에 차를 갖다댔다. 5시간을 기다렸다. 자리에서 난 깜박 잠이 들 정도로 힘들어 했다. 아침 7시 55분쯤 퍼키의 마지막 법적 다툼이 끝나 관찰 방의 커튼이 열렸다. 우리는 다시 유리 건너 처형장 안을 멀거니 바라봤다. 같은 간부들이 퍼키 옆에 서 있었다. 팔에 검정 가리개를 덮은 그는 자신이 살해한 10대 소녀의 유족과 자신의 딸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이런 소독식 살인(사형을 의미하는 듯함)으로는 어떤 목적도 진짜 이루는 게 없다”며 “고맙다”고 말했다. 난 퍼키의 영적 조언자로 참관한 불교 스님을 힐끗 쳐다봤다. 그는 코로나19를 확산시킬지 모른다며 교도국에 처형 중단 소송을 걸었던 인물이다. 얼굴 가리개 아래 마스크를 쓰고 염불을 외고 있었던 것 같다. 난 그가 바이러스에 걸릴까봐 두려워하는지 궁금했고, 나 역시 바이러스에 감염될까 궁금해졌다. 몇분 뒤 퍼키가 사망했다는 판정이 내려졌고 커튼이 다시 쳐졌다. 난 32시간 이상을 한 교도소에서 보냈다. 그리고 두 남자가 목숨을 거두는 것을 이렇게 지켜봤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뉴저지주 연방판사 자택에 괴한 총격, 스무살 아들 죽고 남편 부상

    뉴저지주 연방판사 자택에 괴한 총격, 스무살 아들 죽고 남편 부상

    미국 뉴저지주의 연방판사 자택에서 괴한의 총격으로 판사의 아들이 목숨을 잃었고 남편은 총상을 입었다. 현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범인은 19일(현지시간) 오후 5시쯤 뉴저지 연방지방법원 에스더 살라스 판사의 노스브런스윅 자택에 페덱스 배달원 차림으로 나타났다. 범인은 문을 열어준판사의 스무 살 아들에게 총을 쏴 아들은 즉사했고 남편은 몸에 여러 군데 총상을 입었다. 살라스 판사는 당시 지하실에 있어 화를 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는 라틴계 미국인으로는 처음 뉴저지지방법원에 임용된 여성 판사로 오바마 행정부 때 임명됐다. 용의자는 아직 붙잡히지 않았고, 당연히 사건을 일으킨 동기도 확인되지 않았다. 이날 총격 사건은 연방수사국(FBI)과 연방보안관실(USMS), 뉴저지주 검경이 수사 중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연방 판사를 노린 암살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5년 시카고에선 민사소송이 기각된 데 앙심을 품은 원고가 일리노이주 북부지방법원 판사인 조앤 레프코우의 자택에 난입, 판사의 남편과 어머니를 사살했다. 당시 집을 비웠던 레프코우 판사는 무사했다. 또 1989년엔 연방 순회법원 판사였던 로버트 스미스 밴스가 법원의 결정에 앙심을 품은 범인이 발송한 소포 폭탄 폭발로 목숨을 잃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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