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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명절이 코앞인데 “일없어 기다리다 집으로 갑니다”

    설명절이 코앞인데 “일없어 기다리다 집으로 갑니다”

    20일 새벽 6시 광주시 북구 우산동 근로자 대기소. 영하 3도의 찬바람에 옷깃을 여민 10여명의 남자들이 장작불 주변에 모여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기만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호명된 사람들은 1∼2명씩 승합차를 타고 일터로 떠났다. 인력시장을 찾은 사람들은 3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했다. 임금 체불로 직장을 그만둔 회사원, 가게 문을 닫은 자영업자,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다 그만두고 거리로 나선 젊은이까지…. 지속된 경기 침체 속에 하루 하루 품팔아 생계를 잇는 일용직 근로자들은 설이 다가올수록 속이 바싹바싹 타 들어간다. 명절을 코앞에 둔 이들의 소원은 한결같다. 남은 며칠 동안 서너 번만이라도 일을 해 그리운 가족과 고향에서 설을 함께 보내는 것이다. 소원은 같지만 모두가 고향에서 설을 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설을 앞두고 찾은 인력시장도 여전히 보릿고개다. 특히 인력시장의 한파는 올해 초부터 서서히 시작됐다. 고물가·고금리·고유가 ‘3고시대’와 함께 화물연대 파업 등이 겹치면서 건설현장 올스톱으로 인한 광주지역 인력시장의 찬바람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장기간 일용잡부를 한 사람들은 나름대로 인맥(?)이 있어 일주일에 서너 차례라도 일을 하면 하루에 버는 돈은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15만원 손에 쥘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하루 일감을 얻기도 힘들다. 오전 5시부터 사무소에 나와 있었다는 김 모씨(58대)는 “원래 겨울이 되면 일거리가 줄어드는데 올해는 더 심한 것 같다”며 “지난해 비하면 반절 이상 일이 없어졌다. 중소기업도 구조조정 들어가고 하청 업체도 문 닫는곳이 많아지면서 일거리 구하기가 더 힘들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연말 직장을 그만둔 박모(53·북구 신안동)씨는 “일을 해야 설을 쇠든지, 부모님을 뵙든지 할 텐데, 가족들에게 미안할 뿐”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그 중 인력사무소에는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등 외국인 학생들이 초조해하며 사무실 주변을 배회하는 모습이 눈에 뜨였다. 사무소를 찾은 한 외국인 학생은 “학교를 다니면서 학비랑 생활비 벌려고 방학 동안에 일하러 광산구에서 차타고 왔다”고 걱정했다.
  • [씨줄날줄] 라이더 보험/진경호 논설위원

    [씨줄날줄] 라이더 보험/진경호 논설위원

    코로나19 시대 2년이 만든 사회 변화상 중 하나가 배달 종사자, 라이더의 급증이겠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전업 라이더(퀵서비스 포함) 수는 지난달 들어 처음으로 50만명을 넘어섰다. 42만명이던 올 상반기에 견줘 불과 5개월 새 8만명이 늘었다. 정규직보다 임시고용 형태의 프리랜서(긱워커·Gig Worker)를 선호하거나 혹은 마다하지 않는 청년층 세태와도 맞물려 있으니 새해엔 더 많은 배달 오토바이가 거리를 누빌 것이다. 사회의 언택트(비대면) 수요가 늘고, 라이더를 원하는 업체와 근로자의 공급 또한 늘고 있으니 적어도 인력시장 수급 면에선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진다고 하겠다. 문제는 이런 라이더 시장의 수요공급 일치와 별개로 두 바퀴에 자신의 목숨을 올려놓은 이들 50만 라이더의 생명은 수요와 공급이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50만 라이더 가운데 대인·대물 종합보험 가입자는 단 5%뿐이다. 나머지 95%는 가정용 보험이나 보장 범위가 최소한인 책임보험만 가입한 채 거리를 누빈다. 사고로 다치거나 목숨을 잃어도 온전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라이더들이 이처럼 종합보험을 외면하는 이유는 당연히 비싼 보험료 때문이다. 200만원 안팎의 중고 스쿠터를 구입해 월 200여만원 수입을 올리는 라이더에게 스포츠카 포르셰 정도나 돼야 내는 연 400만~1000만원짜리 종합보험료는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다. 그렇다고 보험사들을 욕할 일도 아니다. 배달 오토바이 교통사고율은 지난해 212.9%를 찍었다. 오토바이 1대당 1년에 2차례 이상 사고가 나는 셈이다. 잦은 사고로 인해 배달회사 오토바이 손해율이 127.4%에 이르니 자선단체가 아닌 이상 어떤 보험사가 손해를 무릅쓰고 보험료를 낮추겠나. 라이더 안전 보상과 관련한 이런 시장의 미스매치는 결국 사회보장이라는 복지 안전망의 틀 속에서 풀 일이다. 하지만 정책 당국과 관련 업체, 라이더 노조의 논의는 마냥 더디기만 하다. 새해부턴 그나마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종사자) 고용보험이 의무화돼 고용 안정은 그만큼 강화될 듯하지만 산업재해 안전망은 여전히 사각지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가 13일부터 배달 라이더 안심상해보험을 운용하며 최대 2000만원 보상에 나선다는데 가뭄의 단비이기도 하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이기도 하다. 예산이 25억원에 불과하다 보니 혜택의 범위와 수위가 낮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청년을 입에 달고 사는 여야 대통령 후보들이건만 라이더 산업재해에 어떻게 대응하겠다는 것인지 별반 들리는 소리가 없다. 설마 배달된 음식에만 눈이 꽂혀 있는 건 아닐 텐데 말이다.
  • [씨줄날줄] 무운과 몰이해/문소영 논설위원

    [씨줄날줄] 무운과 몰이해/문소영 논설위원

    ‘무운’(武運)의 사전적 의미는 ‘전쟁 따위에서 이기고 지는 운수’나 또는 ‘무인으로서의 운수’로 돼 있다. 그러니까 ‘무운을 빈다’는 말의 의미는 전쟁과 투쟁 등에서 승리하라는 덕담이 되겠다. ‘무운을 빈다’는 주로 1970~80년대 만화대본소를 휩쓸던 무협지 등에서는 장수들이 서로 격려하는 데 흔히 사용되는 클리셰(상투어) 같은 것이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내년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하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안 대표에게 “무운을 빕니다”라고 했다. 클리셰에 가까운 진부한 이 발언은 곧 논란이 됐다. 행운을 빈다의 반대말로 ‘무운(無運)을 빈다’는 발언을 했다고 해석된 탓이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지난 4월 서울시장 보선에서 후보 단일화를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인 적도 있으니, ‘운 없기를 바란다’는 식의 야박한 발언이 가능하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한다면 제1야당의 대표가 아무리 젊고 패기 만만하더라도 그런 발언을 공개적으로 할 정치적 환경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겠나. ‘무운’ 논란은 곧바로 젊은 세대의 문해력으로 옮겨 간다. 한글 세대들이 한자를 배우지 않다 보니 우리말에서 한자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70%인 현실에서 문어든 구어든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견마지로니, 토사구팽이니, 조삼모사니 하는 사자성어들의 뜻을 모르는 세대가 오고 있다는 한탄까지 나온다. 요즘 세대들에게는 차라리 영어로 표현해 주는 게 더 좋다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라떼 이즈 호스’(나 때는 말이야) 개념을 빌려 보면 직장을 가지기 위해 ‘취업’(就業)이라는 단어 정도는 한자로 써서 목에 걸고 인력시장에 나왔어야 했던 1960년대와 비교할 때 격세지감을 느낀다. 한자어 논란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월 영화 ‘기생충’에 대해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쓴 “상승과 하강으로 명징하게 직조해 낸 신랄하면서 처연한 계급 우화”라는 평이 문제가 됐다. 영화평에 명징이나 직조 같은 낯선 한자어를 써서 이해가 어렵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었다. ‘라떼 세대’에게는 명징이 낯설다는 말이 더 낯설긴 했다. 전혀 이해하지 못하다는 몰이해(沒理解) 같은 한자어를 ‘뭘 이해’와 같은 말장난으로 받아들이는 세대가 유쾌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그것이 말장난이 아니라 진짜 몰이해라면 세대 간 언어의 단절을 어떻게 해결할지 걱정스럽다. 30년쯤 전에 아버지를 남에게 이를 때 썼던 ‘엄친’(嚴親)이나 ‘가친’(家親) 등과 같은 단어는 이제 사어가 됐다. 한자는 배울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한글전용으로 우리말을 풍부하게 가꾸고 지킬 수 있는지는 숙고할 필요가 있겠다.
  • 코로나로 ‘귀한 별’ 외국인 노동자… 웃돈 얹어줘도 농번기엔 ‘별따기’

    계절노동자 입국 어려워져 농번기 ‘비상’국내 체류 외국인 근로자만으로 일손 감당6만 5000원~7만 5000원 수준이던 인건비지금은 9만~12만원은 줘야 구할 수 있어 코로나19로 외국인 근로자들의 입국이 어려워지면서 농번기철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 근로자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28일 강원도에 따르면 올해 정부로부터 강원지역에 배정된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모두 1756명이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귀국보증 절차가 까다로워 단 한 명의 외국인 계절근로자도 입국하지 못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 근로자 입국이 막히자 법무부는 지난해 7월부터 입국을 희망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상대국과 협의해 귀국보증제를 운영해 오고 있다. 하지만 효과가 없자 지난 19일부터는 상대국 정부뿐 아니라 상대국 지자체의 귀국보증까지 인정하며 외국인 근로자들의 입국을 완화해 놓고 있지만 역시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외국인 근로자들의 입국이 막히자 기존 국내 체류 외국인 근로자들의 인건비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종전까지 외국인 여성근로자 하루 일당은 6만 5000원, 남성근로자는 7만 5000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인력부족 현상이 발생하면서 현재는 여성은 9만원, 남성은 12만원은 줘야 사람을 구할 수 있다. 현장에서 근로자를 총괄하는 반장의 경우 몸값이 15만원까지 뛰었다. 바쁜 농사철인 요즘에는 이마저도 인력을 원하는 곳이 많아 웃돈을 주고 데려가는 경우도 많다. 춘천에서 비닐하우스 농사를 지으며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이모(54)씨는 “코로나 이전에는 월급으로 나가는 돈이 1인당 175만원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50만~60만원씩 올라 많게는 230만원까지 줘야 한다”면서 “더구나 인력 중개업체가 끼면 더 많은 수수료를 가져 가려고 농가들끼리 경쟁을 붙인다”고 말했다. 젊은 농민들을 중심으로 인터넷 카페와 동아리 등을 통해 부족한 농촌일손 돕기를 호소하고 있지만 젊은이들의 호응이 낮아 이마저도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재룡 한국농업경영인강원도연합회 수석부회장은 “인건비와 관련해 정부나 지자체가 재난지원금의 형태로라도 금전 지원을 해줘야 한다”면서 “지난해에 일손 부족으로 수확을 못해 5000평 규모로 지은 콩 농사를 버릴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고 호소했다. 김순남 강원도 농업인력팀장은 “지난해 10월부터 공모를 받아 농협과 지자체에 위탁해 올 초부터 강원지역 12곳에서 농촌고용인력중개센터를 개소, 여비와 숙박비를 지원하며 인력시장 운영을 시작했다”며 “다양한 구인 활동을 펼쳐 농번기 농민들의 부족한 일손 돕기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인터뷰] 영혼 갈아넣은 트라이비 데뷔… 신사동호랭이 “완성도 대만족”

    [인터뷰] 영혼 갈아넣은 트라이비 데뷔… 신사동호랭이 “완성도 대만족”

    “믹스가 이제껏 발표한 노래 중에 제일 마음에 들 정도로 완성도에 만족해요.” 7인조 신인 걸그룹 트라이비(TRI.BE)의 데뷔 이튿날인 지난 18일, 전화로 만난 신사동호랭이는 자신이 프로듀싱한 이들의 데뷔곡 ‘둠둠타’(DOOM DOOM TA)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한 해를 대표하는 메가 히트곡만 따져도 티아라의 ‘롤리폴리’(2011년), EXID의 ‘위아래’(2015년), 모모랜드의 ‘뿜뿜’(2018년) 등 다수. 히트곡은 수없이 많은 유명 작곡가 겸 프로듀서 신사동호랭이지만 ‘둠둠타’를 자신의 최고 작품 중 하나로 올려놓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EXID를 잇는 신사동호랭이의 ‘2호 걸그룹’으로 불리는 만큼 준비 과정에 쏟은 노력도 남달랐을 터. 트라이비의 음악에 쏟은 열정, 그리고 멤버들에 대한 애정이 인터뷰 내내 휴대전화 너머로 전해졌다. “만 14세, 15세 친구들도 있어요. 어린 친구들에게 ‘뽕끼’ 있는 멜로디의 꼬리표를 붙이기 싫었고, 다른 팀한테 안 했던 스타일을 하고 싶었어요.” 한층 트렌디해진 느낌의 곡에 대해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그는 “냉정하게 말해 저 되게 오래된 사람이다. 요즘 케이팝 팬들은 올드한 것에 가차 없이 반응할 수 있다”며 “오래 준비한 프로젝트에 누를 끼치지 싫었다”고 솔직한 대답을 꺼냈다.과거엔 가수별 색깔에 맞는 곡을 일관되게 써내려고 했다면, 이번엔 작업 방식을 바꿔보고 새로운 장르도 공부하며 트라이비가 대중에게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게 준비했다고 한다. 과거에 비해 최근 1~2년간 다른 가수들에게 써주는 곡이 적어진 것 같다고 묻자 “아무래도 뽕끼 넘치는 노래 의뢰가 많이 들어오고, 그런 작업을 하다 보면 영향을 받게 된다. 그래서 자중한 측면도 있다”고 한 답변에서도 트라이비 데뷔를 위한 세심함이 묻어났다. ‘둠둠타’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으로는 쉽게 들릴 수 있는 ‘탑라인’(주 멜로디), 곡 전체를 한 번에 요약하는 제목, 신선한 느낌의 편곡을 꼽았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주제를 정하고 거기에 딱 맞는 멜로디를 찾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 여러 작곡가들과 송라이팅 작업도 많이 했지만 원하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자, 엘리(LE)와 함께 ‘차라리 우리가 되게 긴 시간 동안 만들어 보자’하고 디테일한 부분까지 마음에 들도록 고민하며 작업을 반복했다. 곡의 완성도를 조금이라도 더 높이려 창법에도 특별한 ‘연구 결과’를 녹였다. “음악하는 사람들의 인력시장 같은 외국 플랫폼에 ‘둠둠타’의 발음기호를 적어 올리고, (한국어를 모르는) 외국인 부른 가이드 데모를 받아보기도 했어요. 뽕끼를 모르는 외국인이 제가 만든 노래를 부르면 어떻게 표현될까. (트라이비 멤버들에게) 이렇게 불러 봐도 된다는 가이드가 될 수도 있잖아요.”그 결과 또박또박 발음한 ‘딕션 좋은’ 노래 대신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트라이비의 콘셉트를 표현한 곡이 완성됐다. 뮤직비디오에서 지아가 호랑이를 앞에 두고 장난을 치는 것처럼, 멤버들은 창법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건방지게 흘려 부르는 연기를 해냈다. 당당함을 앞세운 가사는 웹툰 원작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서 영감을 얻기도 했다. “여자 주인공(조이서)의 역할이 중요했어요. 제가 느끼기에 ‘아싸’(아웃사이더)였거든요. ‘인싸’가 강요받던 시절 아싸의 등장이 되게 매력적이었어요. 사회에 부적응해서 생긴 아싸가 아니라 자기만의 가치와 신념이 있는 아싸이기에, 주변 시선을 너무 의식하고 살고 있는 사람들한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아’라는 메시지가 전해지는 거죠. 이 노래의 메시지 ‘나도 당당할 테니 너도 당당하게 해라’처럼요.” ‘둠둠타’ 뮤직비디오는 최초 공개 일주일 만에 330만뷰를 돌파했다. 수천만 구독자를 이미 확보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이 아니라 ‘둠둠타’ 뮤직비디오 딱 하나만 올라온 새 채널에서 일군 성과다. 전 세계 케이팝 팬들이 트라이비와 ‘둠둠타’를 먼저 알아보고 자발적으로 찾아와 들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신사동호랭이는 트라이비의 행보를 기대해달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직 어리고 앞으로 보여줄 게 무궁무진하다는 게 트라이비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막내 미레의 예를 들었다. “맨 처음 왔을 때 꼬맹이가 와킹댄스를 너무 잘 춰서 뽑았는데, 일본인의 언어 특성상 비성이 섞여 있어 노래가 좀 아쉬웠어요. 그런데 한두 달 만에 그런 게 금방 없어지고 노래를 너무 잘하게 돼서 후렴구까지 부르게 됐죠. 생각하지도 못할 만큼 성장 속도가 빨라서 다음 앨범에선 얼마나 더 성장할지 저도 기대될 정도예요.”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봄엔 더 나은 내일 올까… 노동자 붐비는 인력시장

    봄엔 더 나은 내일 올까… 노동자 붐비는 인력시장

    설 연휴가 끝난 15일 오전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인근 인력시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들이 일거리를 구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4차 재난지원금 논의를 본격화하면서 ‘기존 지원의 사각지대를 보강하고 더 두텁게 지원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뉴스1
  • 봄엔 더 나은 내일 올까… 노동자 붐비는 인력시장

    봄엔 더 나은 내일 올까… 노동자 붐비는 인력시장

    설 연휴가 끝난 15일 오전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인근 인력시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들이 일거리를 구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4차 재난지원금 논의를 본격화하면서 ‘기존 지원의 사각지대를 보강하고 더 두텁게 지원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뉴스1
  • 글로벌프랜드 베트남 지부, 하장성 중학교 두 곳에 우물 파주기 봉사

    글로벌프랜드 베트남 지부, 하장성 중학교 두 곳에 우물 파주기 봉사

    사단법인 글로벌프랜드(www.globalfriends.or.kr, 최규택 대표)가 2006년부터 베트남전 희생자 등을 위한 의료봉사와 컴퓨터, 장학금, 새끼돼지(piglets) 후원 활동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도 계속됐다. 올해는 글로벌프랜드 베트남 지부(지부장 딘 홍)가 지난달 디엔비엔푸성과 하장성을 찾아 한민족의 상생지심(相生之心)을 발현했다. 지난달 1일부터 4일까지 디엔비엔푸성 남포 시의 후오이 쿵, 반젼다오 초등학교 두 곳을 찾아 홍수로 유실된 학교 건물을 재건축했다. 베트남봉사단체 심자회(心字會)와 함께 1500만여원이 들어갔다. 지부는 또 지난 20일 하장성 타번현의 소수민족 멍족과 다오족의 중학교 두 곳의 우물 파주기 봉사를 베트남 통신사와 함께 진행했다. 비용으로 각각 3000달러씩 6000달러가 들어갔다. 이곳은 중국 국경과 10여㎞ 떨어진 고지대였다. 글로벌프랜드는 베트남, 미얀마 등 해외봉사와 함께 매월 작지만 국내 봉사도 펼치고 있다. 지난달 8일에는 서울 중랑구청 광장에서 관내 사회복지협의회 산하 20여 어린이집 등에 영·유아용 기저귀 800상자(11만개) 3500만여원을 전달했다. 독거노인, 다문화센터, 쪽방촌 등에 라면, 책, 짜장면 등을 지원했다. 지난해 1월에는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2월 구로구 새벽 인력시장, 중랑구 사회복지협의회 등에 롱패딩 5000여벌 1억원 어치를 전달했다. 최규택 대표는 앞으로도 동남아시아 저개발국가 봉사를 계속하며 베트남, 미얀마 등 소수민족 학생의 국내 대학 유학을 주선하고, 국내 거주 다문화가족과 연계활동 및 자녀 지원 프로그램 등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방충망 찢고 뛰어내린 미국인…법무부, 자가격리 위반 외국인 16명 강제출국

    방충망 찢고 뛰어내린 미국인…법무부, 자가격리 위반 외국인 16명 강제출국

    국내 입국 후 방역당국의 시설·자가격리 조치를 위반했다가 적발된 외국인 16명이 출국조치됐다. 11일 법무부는 지난 8월 12일부터 이달 10일까지 격리 장소를 무단으로 이탈한 외국인 5명에 대해 강제퇴거, 11명에 대해 출국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들 중 12명은 활동범위제한명령 위반에 따른 범칙금도 부과받았다.법무부에 따르면 미국 국적 A씨는 지난 8월 20일 입국해 격리 시설인 호텔에 입소한 뒤 2층 방충망을 찢고 뛰어내려 도망치려다 착지 과정에서 다쳐 경찰에 적발됐다. 법무부는 A씨에게 범칙금 300만원을 부과하고 출국조치(강제퇴거)했다. 우즈베키스탄 국적 B씨는 지난 7월 11일 입국 후 여러 차례 자가격리지를 이탈해 편의점과 주점을 방문했고, 이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다수의 밀접 접촉자를 발생시켰다. B씨에게는 범칙금을 가중해 450만원을 부과하고 강제퇴거를 명령했다. 이 밖에 중국 국적 C씨는 지난 9월 4일 입국해 자가격리 도중 휴대폰 대리점을 방문하고, 인력시장을 통해 공사장에 취업하는 등 위반사항이 중해 강제퇴거 조치와 함께 범칙금을 부과받았다. 모든 입국자에 대한 의무 격리·활동범위제한명령 제도가 시행된 지난 4월 1일 이후 10일까지 출국조치된 외국인은 총 61명이다. 이 중 격리시설에서 무단이탈하거나 시설 입소를 거부한 경우가 22명, 자가격리 조치를 위반한 경우는 39명이다. 이 기간 중 입국 외국인 71명은 공항 특별입국절차 도중 격리에 동의하지 않아 송환됐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2200년 대한민국 서울, 인간과 ‘인공’의 구직난… ‘진짜 인간’ 의미를 묻다

    2200년 대한민국 서울, 인간과 ‘인공’의 구직난… ‘진짜 인간’ 의미를 묻다

    영화 ‘구직자들’은 200년 후 미래를 다루며 SF 영화를 표방하고 나섰지만, 배경은 전혀 SF스럽지 않다. 서울 청계천 일대의 마천루와 을지로의 철공소 골목, 인력시장을 헤매며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들 등은 우리네 일상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다 보면, 대랑 보급된 인공인간의 존재를 등장시켜 ‘진짜 인간’의 의미를 묻는 것이 영화의 ‘진짜 의미’이므로, 그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게 된다. ●인간 위해 만든 인공인간 일자리 위협 2200년 대한민국. 정부는 인공인간, 즉 복제인간으로 사람들의 삶을 유지시키고 있다. 인간들이 납부하는 의료보험료로 만들어진 ‘인공’은 원본 인간의 건강을 위해 이용되고, 그 전까지 국가기간산업이나 공공 근로에 투입된다. 편의점의 ‘1+1’ 삼각김밥을 나눠 먹으며 우연히 동행하게 된 두 구직자에게도 사연은 있다. 진짜 인간(정경호 분)은 아픈 아이의 비싼 병원비를 감당하기 위해 동분서주 중이고, 청년 인공(강유석 분)은 원본 인간의 보험 해지로 인해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처지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인공을 만들었지만, 인간도 인공도 편치 않은 것이 2200년의 대한민국 모습이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인공은 인간들의 일자리를 위협한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인간들은 돈을 구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인간이라는 자신의 정체성마저 매매하게끔 내몰린다. 인공은 인간의 지위를 사 ‘진짜 인간’이 되는 데 혈안이 된다. 황승재 감독은 영화 중간중간 인간 존재의 의미를 물으며 약 100명의 인터뷰 장면을 삽입했다. 여기서 영화는 SF가 아니라 다큐멘터리 같기도 하다. 인터뷰이들은 각자 삶, 죽음, 행복,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무겁게 생각들을 이어 나간다. 배우 봉태규도 인터뷰이 중 한 명으로 등장해 삶이 거듭되어도 더 나은 방책이라는 것은 없더라는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심지어 2200년이라는 영화의 배경이 21세기 현재의 모습과 흡사해 보이는 것도 사람들이 21세기를 유토피아로 상정한 탓이라는 데서는 맥이 탁, 풀린다. 지금도 힘든데, 200년 후에는 지금을 그리워한다. ●인터뷰이 100명에 듣는 인간 존재 의미 인간도 인공도, 200년 후에도 처절하게 일자리를 찾는 모습을 통해 영화는 우리가 영원히 쓸모를 고민하는 구직자임을 일깨운다. 황 감독은 “용도를 정해 두고 만든 게 복제인간인데, 인간 역시 쓸모 있게만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었다”고 했다. 영화가 비인간적인 사회에 대한 타개책까지는 내놓지 않지만, 인터뷰이 100명의 대답들 속에서 각자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도 있겠다. 오는 12일 개봉. 전체 관람가.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리뷰] 평생을 구직하는 인간들… 영화 ‘구직자들’

    [리뷰] 평생을 구직하는 인간들… 영화 ‘구직자들’

    영화 ‘구직자들’은 200년 후 미래를 다루며 SF 영화를 표방하고 나섰지만, 배경은 전혀 SF스럽지 않다. 서울 청계천 일대의 마천루와 을지로의 철공소 골목, 인력시장을 헤매며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들 등은 우리네 일상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다 보면, 대랑 보급된 인공인간의 존재를 등장시켜 ‘진짜 인간’의 의미를 묻는 것이 영화의 ‘진짜 의미’이므로, 그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게 된다. 2200년 대한민국. 정부는 인공인간, 즉 복제인간으로 사람들의 삶을 유지시키고 있다. 인간들이 납부하는 의료보험료로 만들어진 ‘인공’은 원본 인간의 건강을 위해 이용되고, 그 전까지 국가기간산업이나 공공 근로에 투입된다. 편의점의 ‘1+1’ 삼각김밥을 나눠 먹으며 우연히 동행하게 된 두 구직자에게도 사연은 있다. 진짜 인간(정경호 분)은 아픈 아이의 비싼 병원비를 감당하기 위해 동분서주 중이고, 청년 인공(강유석 분)은 원본 인간의 보험 해지로 인해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처지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인공을 만들었지만, 인간도 인공도 편치 않은 것이 2200년의 대한민국 모습이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인공은 인간들의 일자리를 위협한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인간들은 돈을 구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인간이라는 자신의 정체성마저 매매하게끔 내몰린다. 인공은 인간의 지위를 사 ‘진짜 인간’이 되는 데 혈안이 된다.황승재 감독은 영화 중간중간 인간 존재의 의미를 물으며 약 100명의 인터뷰 장면을 삽입했다. 여기서 영화는 SF가 아니라 다큐멘터리 같기도 하다. 인터뷰이들은 각자 삶, 죽음, 행복,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무겁게 생각들을 이어 나간다. 배우 봉태규도 인터뷰이 중 한 명으로 등장해 삶이 거듭되어도 더 나은 방책이라는 것은 없더라는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심지어 2200년이라는 영화의 배경이 21세기 현재의 모습과 흡사해 보이는 것도 사람들이 21세기를 유토피아로 상정한 탓이라는 데서는 맥이 탁, 풀린다. 지금도 힘든데, 200년 후에는 지금을 그리워한다. 인간도 인공도, 200년 후에도 처절하게 일자리를 찾는 모습을 통해 영화는 우리가 영원히 쓸모를 고민하는 구직자임을 일깨운다. 황 감독은 “용도를 정해 두고 만든 게 복제인간인데, 인간 역시 쓸모 있게만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었다”고 했다. 영화가 비인간적인 사회에 대한 타개책까지는 내놓지 않지만, 인터뷰이 100명의 대답들 속에서 각자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도 있겠다. 오는 12일 개봉. 전체 관람가.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데스크 시각] 배달노동자를 라이더라 부르지 말라/유영규 사회부장

    [데스크 시각] 배달노동자를 라이더라 부르지 말라/유영규 사회부장

    “평양부 내 여러 냉면집에 있는 자전거 배달부 십여 명이 임금을 올려 달라고 동맹파업을 하였던 것은 지난 10일 양편의 양보로 무사히 해결되어 모두 복업(復業)하였다.(중략)” 1926년 1월 14일 한 일간지에 오른 ‘면옥 배달 복업’이라는 제목의 기사다. 요즘 식으로 고치면 ‘평양 냉면집 배달 노동자 파업 철회’ 정도다. 10여년 뒤인 1938년 12월 1일 기사엔 보다 조직화된 동반 파업 이야기도 나온다. “평양면업노동조합’의 피고용인 240명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90전이던 임금을 1원으로 올려 달라고 요구했지만, 주인들이 차일피일 미루기만 해 파업을 강행했다고 적혀 있다. 일제강점기 배달노동자들의 파업을 다룬 짧은 기사들로 몇 가지 유추가 가능하다. 암울한 시대였지만 당시 냉면 배달노동자는 연대파업이 가능할 정도로 단단한 지역 조직이 있었고, 근로자성도 인정받아 고정급을 받았다는 점이다. 당시로서는 지금의 자동차만큼이나 귀했을 자전거가 배달에 이용됐다는 점도 흥미롭다. 그럼 100년이 지난 지금 배달노동자의 삶은 나아졌을까. 100년 전 냉면 배달부는 요즘 ‘라이더’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불린다. 통상 취미로 고가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타는 동호인들이 스스로를 라이더라고 부르는데 그 이름이 배달노동자에게 차용됐다. 배달할 음식도 냉면 하나에서 수백 가지로 늘었다. 배달 품목이 늘었다는 건 돈벌이 기회도 늘었다는 이야기다. 주소를 적은 쪽지는 스마트폰으로, 자전거는 오토바이로 업그레이드됐다. 그럼 그들의 삶 역시 업그레이드됐을까. 답부터 이야기하면 ‘아니요’다. 2020년 대한민국의 아스팔트 위에는 배달용 소형 이륜차가 넘쳐난다. 대표적인 ‘플랫폼 노동자’로 꼽히는 라이더는 지난해 말 기준 약 13만명에 달한다. 정보기술(IT)을 통해 사람을 분초 단위로 고용하는 배달앱이 만들어 낸 디지털 인력시장에 일을 원하는 배달 인력들이 몰렸고, 코로나19는 그 수를 다시 배양 중이다. 라이더가 늘고 경쟁도 심해지면서 다치는 사람도 많다. 올 상반기에만 이륜차 사고로 253명이 사망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 사망자 226명보다 11.9% 증가했다. 현행법상 배달노동자는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계약서에는 사장님이지만 일할 때는 직원으로 변하는 특수고용직노동자다. 때론 본사 지휘에 따라, 때론 배달앱 속 AI 알고리즘의 명령에 따라 지시를 받으며 개인의 노동력을 제공하지만 노동법은 물론 사회보험 역시 적용받을 수 없다. 어느덧 플랫폼 노동은 극단적인 비정규직 노동의 한 형태로 고착화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플랫폼 노동자 수는 54만명에 달한다. 전체 취업자의 2%에 해당하는데 비중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다음달 13일 전태일 50주기에 맞춰 노동계가 ‘전태일 3법’의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적용 범위를 5인 이상에서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하고 플랫폼 노동자 등 특수고용직 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며 중대 재해 발생 시 원청에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하는 것이 골자다. 외침은 높지만 현실적인 장벽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옥스퍼드대 교수 제레미아스 아담스 프라슬은 그의 저서 ‘플랫폼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를 통해 ‘배달노동자를 라이더라 부르지 말라’고 말한다. 라이더란 이름은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려 만들어 낸 가짜 이름표라는 것이다. “배달노동자를 라이더라고 부르는 것은 노동자를 독립 계약자(특수고용직노동자)로 분류해 노동법을 따돌리기 위한 술책”이라고 말한다. 오늘도 13만 배달노동자는 노동자라는 이름표를 달지 못한 채 도로 위에 고단한 바퀴자국을 남긴다. whoami@seoul.co.kr
  • 대낮 소주병 대신 저녁 연필 든 노숙인… 시 한 송이 글 한 포기 거리 위에 피우다

    대낮 소주병 대신 저녁 연필 든 노숙인… 시 한 송이 글 한 포기 거리 위에 피우다

    “배고프다./ 한 사흘 굶었나. 기억도 안 난다./ 영등포역 한 귀퉁이 길게 늘어선 줄/ 무언가에 이끌리듯 가서 서본다./ 말로만 듣던 노숙인 급식소.” 줄을 섰지만 “밥값은 선불 200원”이라는 말에 저자는 낙담하고 만다. 주머니에 200원조차 없는 상황. 돌아서 가려는데 “외상 됩니다”라는 외침에 식판을 받아든다. “국 위로 물방울 하나가 떨어진다”는 마지막 구절이 찡하다. 노숙인이었던 고 홍진호씨의 시 ‘2백원짜리 밥’이다.문집 ‘거리에 핀 시 한 송이 글 한 포기’(삼인)는 성공회가 운영하는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과정을 수료한 노숙인들의 글을 모았다. 자활하려는 노숙인을 돕기 위해 2005년 시작한 인문학과정 1~15기 입교생들이 남긴 글 가운데 성프란시스대학 편집위원회가 선별한 시와 산문 165편과 공동 작품 2편을 담았다. 글마다 꾹꾹 눌러 담은 각자의 삶이 담겨 있다. 인기 DJ였지만 여자친구 집안 반대로 결혼하지 못했던 남자는 여자친구가 스스로 목숨을 끊자 세상을 등지고 바다를 떠돌며 술로 세월을 보낸다. 그러다 결국 건강을 잃고 돈을 떼인 뒤에 노숙인이 됐다.(고 이대진씨의 ‘내 인생은 항해 중’) 10대 중반에 아저씨의 손에 이끌려 공장에 취업했지만 손가락을 잃고 장애인이 된 남자는 사회적 냉대와 멸시 속에서 삶의 의지를 잃었다.(유모씨의 ‘손톱’) 아내가 자신이 믿었던 후배와 부정을 저지른 걸 확인한 뒤 지독한 자괴감에 빠져 폐지를 수집하는 노숙인이 된 박진홍씨 이야기는 그저 먹먹할 따름이다.(‘리어카를 끌고 여름바다로’) 거친 세상에서 살아가고자 노숙인들은 자활 근로를 하거나 인력시장에서 막일을 한 뒤 저녁에는 지친 몸을 이끌고 성프란시스대학으로 왔다. 문학, 역사, 철학, 예술사, 글쓰기 과목을 일주일에 3일씩 모두 1년 동안 수강하며 연필을 잡았다. 읽기조차 퍽퍽한 글 곳곳에서 꿈과 희망이 엿보이는 이유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전국 외국인 고용 사업장 3곳 중 1곳 방역관리 ‘미흡’

    코로나19 취약시설 중 하나인 외국인 고용 사업장 3곳 중 1곳의 방역 관리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고용노동부가 관계 부처와 함께 외국인 고용 사업장 493곳의 사업장·기숙사·공용시설 밀집도와 위생관리, 자가격리자 생활 수칙 준수 여부 등을 점검한 결과 33.9%인 167곳이 적발됐다. 점검대상은 제조업체 336개, 농·축산업체 131개, 어업 관련 업체 26개 등이다. 이중 167개 업체는 위생 불량과 발열검사 미흡 등 총 249건이 적발돼 방역 지침을 준수하도록 행정 지도했다. 위반 사안별로는 발열검사 지도 123건, 환기·소독용품 비치 및 공용시설·생활용품 청결 지도 79건, 방역소독 24건, 기숙사 과밀 분산지도 23건 등이다. 또 지난 한달간 농축산업·어업·건설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근로자 3328명에 대해 유선으로 방역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발열 검사를 하지 않은 업체 604개, 소독용품을 비치하지 않은 업체 324개, 증상 의심자를 집에 보내지 않거나 진단검사를 하지 않은 업체 160개, 기숙사 1실당 4인 이상의 근로자를 배정한 업체 48개로 각각 집계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외국인 밀집 산업단지 365곳, 7499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방역상황을 점검하고 외국인을 고용한 사업주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예방 간담회 및 교육을 시행했다. 다음달 24일까지 지자체와 함께 인력사무소에 대한 자율 점검을 진행하고,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새벽 인력시장의 방역지침 준수 여부도 불시 점검할 예정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방역 사각지대를 발굴, 선제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의 거주공간과 작업환경에 대한 현장점검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6월 19일 기준 11개국, 214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확진된 것으로 집계됐다. 노동부가 취급하는 비전문취업(E-9) 체류 자격 근로자 중에서는 4개국, 42명이 확진됐다. 국가별로 파키스탄 26명, 방글라데시 13명, 필리핀 2명, 인도네시아 1명 등이다. 윤 총괄반장은 “외국의 봉쇄 조치가 완화되면서 입국 외국인 근로자가 증가하고 있다”며 “최근 확인된 해외 유입 확진 사례는 검역·격리 단계에서 확인돼 지역사회 확산을 차단했다”고 말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쪽파 농사 인력시장 승합차 ‘쾅’…10년 전 판박이 참사

    쪽파 농사 인력시장 승합차 ‘쾅’…10년 전 판박이 참사

    내·외국인 16명 태우고 새벽 1시 출발 밤샘 운전 중 내리막 커브 구간서 사고 사고 운전자 10년 전에도 추돌 16명 사상 당시에도 쪽파 작업 나섰던 노인들 참변충남 홍성에서 근로자들을 모아 경북 봉화 등으로 쪽파 파종 작업을 하러 가던 승합차가 전복돼 내외국인 4명이 숨졌다. 일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촌의 현실이 가져온 사고라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33분쯤 강원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 일명 ‘석개재’ 인근 지방도의 내리막길을 달리던 그레이스 승합차가 왼쪽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뒤집혔다. 이 사고로 운전자 A(61·여)씨 등 4명이 숨졌다. 사망자 가운데 2명은 태국 국적의 외국인이다. 3명은 크게 다쳤고 나머지 6명은 경상을 입었다. 사고 차량에는 내국인 7명, 외국인 9명 등 총 16명이 탑승하고 있었으나 사고 직후 태국 국적으로 추정되는 외국인 3명은 종적을 감췄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장소는 내리막 경사와 커브가 심한 곳인데 운전자가 커브를 틀지 못하고 반대편 옹벽을 30여m 긁고 내려가다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전복된 것 같다”며 “사고차량이 2002년식으로 확인돼 차량 결함과 운전자의 음주 여부 등도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들의 최종 목적지는 봉화군 석포면으로 확인됐다”며 “길을 잘못 들었다가 사고가 난 것 같다”고 덧붙였다. A씨는 이날 오전 1시쯤 홍성의 한 인력시장에서 일할 사람들을 승합차에 태운 뒤 작업현장으로 출발했다. 탑승자들은 당시 운전자가 졸지 않을까 해서 자지 않고 잡담을 하면서 목적지에 도착하기를 기다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홍성의 한 인력업체 관계자는 “농촌에 일할 사람이 없다 보니 충남에서 전라도, 경기도, 강원도까지 간다”며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여성들과 불법 체류 외국인들이 많이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하는 일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8만 5000원 정도의 일당을 받는다”며 “용돈을 벌기 위해 멀리 일을 갔다가 사고를 당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홍성군 관계자는 “숨진 A씨가 허가를 받아 인력업체를 운영하지는 않았고 영농철 바쁠 때만 인력을 모집해 온 것으로 안다”며 “일하러 가게 된 경위 등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A씨는 10년 전에도 승합차를 몰다 마을 주민 16명이 다치거나 숨지는 사고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2009년 1월 20일 오후 6시 10분쯤 홍성군 홍성읍 옥암리 축협 앞 편도 2차로 도로에서 승합차를 운전하다 앞서가던 굴착기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5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이때 사상자들도 쪽파 파종 작업을 위해 A씨가 모집해 간 마을 노인들이었다고 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삼척 사고 차량번호만 다를 뿐 10년 전 사고 차량과 차종이 같다”고 설명했다. 홍성·삼척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삼척서 고랭지 채소작업 근로자 탄 승합차 전복 4명 사망

    삼척서 고랭지 채소작업 근로자 탄 승합차 전복 4명 사망

    고랭지 채소 작업에 나선 내·외국인 근로자들을 태우고 현장으로 가던 승합차가 전복돼 4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이 사고로 운전자 A(61·여)씨 등 4명이 심정지 상태에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사망자 가운데 2명은 태국 국적의 외국인이다. 또한 3명은 크게 다쳤고 나머지 6명은 경상을 입고 치료 중이다. 사고 차량에는 총 16명이 탑승하고 있었으나, 사고 직후 태국 국적으로 추정되는 외국인 3명은 종적을 감췄다. 사고가 난 곳은 경북에서 삼척으로 가던 오른쪽 내리막 급경사 구간이다. 중앙분리대가 없는 편도 1차선 도로다. 탑승자들은 당시 운전자가 졸지 않을까 해서 다들 자지 않고 잡담을 하면서 목적지에 도착하기를 기다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운전하던 아주머니가 “이제 다 왔다”고 말하는 순간 차가 휘청거렸고 이어 “브레이크가 이상하다”는 목소리가 운전석 쪽에서 들렸다.탑승자 이모(70·여)씨는 “안전벨트를 매고 있었는데 차가 흔들거리더니 갑자기 ‘꽝’하는 충격과 함께 정신을 잃었다”며 “정신을 차린 뒤 기어서 차량 밖으로 나와보니 동료들이 피를 흘린 채 비명을 지르는 등 아비규환 현장이 따로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장거리 운행을 했는데도 목적지가 나오지 않아 이상했다”며 “다 왔다고 생각했는데 사고가 났고 이후에는 기억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1시 충남 홍성의 인력시장을 출발한 이들은 고랭지 채소 작업을 위해 경북 봉화 또는 삼척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내리막 경사와 커브가 심한 곳인데, 운전자가 커브를 틀지 못하고 반대편 옹벽을 30여m 긁고 내려가다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전복된 것 같다”며 “사고차량이 2002년식으로 확인돼 차량 결함과 운전자의 음주여부 등도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농촌이 일손이 부족하다보니 알선업체를 통해 멀리까지 온 것 같다”며 “사고 차량 정원은 15명인데 도로교통법에 따라 10%초과 인원은 허용된다”고 했다. 사고 현장은 참혹했다. 전복되면서 차량 외부는 일부가 종잇장처럼 찢겨 나갔고, 지붕과 바닥이 크게 눌렸다. 네바퀴가 하늘로 향한 채 전복된 차량 밑에는 일부 근로자들이 깔려 있었고, 차량 밖으로 나온 근로자들은 고통에 비명을 지르는 등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삼척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민선 7기 1주년 맞은 최대호호(號), 오는 17일까지 민생탐방 진행

    민선 7기 1주년 맞은 최대호호(號), 오는 17일까지 민생탐방 진행

    경기도 안양시는 민선 7기 1주년을 맞아 최대호 시장이 민생탐방을 시작했다고 9일 밝혔다. 최 시장은 별다른 기념행사 없이 각 계층을 잇따라 만나 민심을 살폈다. 시 관계자에 따르면 첫 일정으로 최 시장은 이날 새벽 인덕원 인력시장을 방문 건설현장 근로자를 만났다. 대규모 주택재개발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며 건설근로자의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근로자를 위로했다. 이어 만난 가로환경미화원과 안양일번가 거리를 청소하고 아침식사를 함께 했다. 또 동안노인복지회관을 방문해 급식봉사를 하며 노인들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다둥이와 다문화, 장애인가정을 방문하는 것으로 최 시장은 오후를 시작했다. 최 시장은 안양의 대표 전통시장 중앙시장을 방문, 상인들과 소통하며 지역경제 어려움을 살폈다. 오는 12일에는 기업체를 방문 기업인의 어려움을 알아보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을 고심한다. 이어 안양고등학교를 찾아 ‘청소년이 바라는 지금’을 주제로 토론에 나설 계획이다. 17일에도 민생탐방은 계속된다. 최 시장은 연현·석수 배수펌프장을 방문해 여름철 수돗물 공급에 차질은 없는지를 살필 예정이다, 안정적인 수돗물 공급을 위해 힘쓰고 있는 직원들을 격려하고 재난, 재해 취약지역도 방문 시민 안전도 챙길 에정이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3000여개 봉제공장, 그 골목길엔 과거·현재가 살아 숨쉬다

    3000여개 봉제공장, 그 골목길엔 과거·현재가 살아 숨쉬다

    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9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3회 창신동의 재발견’ 편이 지난 11일 창신 1·2·3동에서 진행됐다. 지하철 동대문역 7번 출구 앞에 모인 참가자 40여명은 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 회원들이 생활공동체를 이뤄 살아가는 ‘한울타리의 삶’ 한울삶에서 투어를 시작했다.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창신동 봉제거리 박물관’ 골목길을 따라 올라간 뒤 이움피움 봉제역사관에서 ‘봉제의 모든 것’을 관람했다. 가수 김광석이 1975년부터 1990년까지 살았던 집에는 부친 김수영씨의 국가유공자 명패와 김광석의 창신동 시절을 기리는 바닥 동판이 붙어 있었다. 이토 히로부미의 수양딸 ‘요화’ 배정자의 이름이 새겨진 거대한 비석이 남아 있는 대한불교 원효종 총본산 안양암~세계적인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을 기억하는 집~1956년에 지어진 석조 고딕양식의 전형 동신교회~순댓국집으로 변한 화가 박수근의 화실 겸 집터~한때 ‘연예인아파트’로 주가를 올렸던 동대문아파트를 2시간 30분 동안 돌았다. 어린 시절을 창신동에서 보낸 고교 역사교사 출신 엄태호 해설사가 창신동 설화를 깊고 차분하게 들려줬다.동대문이 곧 창신동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동대문은 동대문 안쪽 마을이 아니라 동대문 밖 마을을 일컫는다. 길 이름도 동대문 안은 종로고, 문밖은 왕산로다. 조선시대 동대문 밖은 길 이름이 존재하지 않았다. 서울에는 광화문 앞 육조거리와 새문안(서대문)에서 동대문까지 이어지는 운종가(종로)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종로의 시전, 서소문 밖 칠패시장과 함께 서울의 3대 시장인 배오개(이현)시장과 이 전통을 이은 광장시장도 성 안에 있었다. 현재의 동대문시장은 동대문 바깥 창신동을 주 무대로 한 신흥 시장이다. 본래 동대문 밖 10리(성저십리)는 서울을 지키는 훈련도감 소속 하급 군인과 가족의 거주지였기에 이들이 재배하는 야채류가 상거래의 중심 물품이었다. 1905년 설립된 광장시장이 최고의 포목상가로 발돋움하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창신동 지역의 공간과 취급품목의 변화를 가져왔다.창신동은 도성의 동쪽에서 도성 안으로 진입하는 문밖 동네였다. 성저(城底)란 성 밖 10리에 이르는 지역이지만 경기도가 아니라 서울의 행정구역 안에 포함되는 특수한 행정구역을 이른다. 서울의 좌청룡(左靑龍) 낙산을 따라 형성된 유서 깊은 동네다. 도성~강원도~함경도를 오가는 길목이어서 고려시대 서울이 남경(南京)일 때부터 번성했다. 창신동은 조선시대 인창방의 ‘창’자와 숭신방의 ‘신’자를 따 1914년 일제강점기 때 급조된 지명이다. 이웃 숭인동 또한 숭신방의 ‘숭’자와 인창방의 ‘인’자를 따서 만들었다. 창신동은 인창방이고, 숭인동은 숭신방인데 교묘하게 순서만 바꿔치기했을 뿐이다. 민족정기를 훼손시키려고 장난질을 했지만 지명의 원상회복은 요원하다. 행정구역상 동대문구 창신동이었다가 1975년 종로구에 편입됐다. 낙산 아래에는 종로구 이화동과 동숭동, 성북구 보문동과 삼선동, 동대문구 신설동 등 3개 구청 관할지역이 맞물려 있다.창신동은 예로부터 ‘돌산’ 낙산의 기운과 아름다운 풍광을 즐기려 찾아든 권세가의 별서가 들어선 한가로운 지역이었다. 창신초등학교 남쪽 창신1동 82번지쯤에는 동지(東池)라고 불린 사대문 밖 4개 연못 중 하나가 있어서 정자동이라고 불렸다. 사색붕당이 각축하던 시절 동지의 연꽃이 많이 피면 동인이 득세하고, 천연동 서지 연꽃이 많이 피면 서인이 득세한다고 해 양당이 서로 연꽃을 뭉개거나 연못을 메우던 시절도 있었다. 창신1동 128 창신초등학교는 불교계가 도심포교를 위해 지은 원흥사의 옛 터다. 조계사로 옮겨가기 전까지 조선불교의 총본산이었다. 지하철 6호선 창신역 부근에 있던 청룡정은 한량들의 활터였다. 창신동 202번지에는 실학자 이수광이 ‘비를 피하면서 청렴하게 살고자’한 비우당이 있다. 창신3동 7번지에는 단종비 정순왕후의 일화가 깃든 자지동천 우물이 있어서 이웃 숭인동의 동망봉, 정업사지, 여인시장과 어울려 순애보를 이루고 있다. 창신2동 옛 궁골 어림은 봉숭아와 앵두 등 붉은 열매를 맺는 나무가 많아서 홍숫골 또는 홍수동(紅樹洞)이라고 불렸다.낙산 전체가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여서 무속신앙의 대상이 됐다. 창신3동 서일국제경영고등학교 근방 당고개(당현) 바로 위 큰 바위에는 마을의 수호신 낙산신령을 모시는 도당(都堂)이 있었다. 조선 말 점술가 200여호가 마을을 이루고 있었으나 총독부건물 신축용 돌을 떼어가는 바람에 미아리고개로 옮겨 갔다고 한다. 창신동은 2개 사립대학교와 최초의 민간 여학교 창립의 터이기도 했다. 창신초등학교가 있는 원흥사지에는 동국대의 전신 명진학교가 처음 자리잡았고, 1932년 중앙보육학교를 인수한 중앙대 설립자 임영신이 창신동에서 학교를 키웠다. 이후 1938년 흑석동에 교사를 신축해 중앙대로 발전시켰다. 창신1동 225번지 현재의 종로구민회관 일대는 1933년 설립된 최초의 민간 설립 여학교 동덕여중고가 방배동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교사였다. 1898년 개설된 서대문~종로~동대문~청량리 간 전차가 창신동을 지나가면서 노동자와 도시빈민들이 틈입했다. 한국전쟁 이후 피란민, 귀국동포, 사대문 안 철거민까지 몰리면서 도심 인접 달동네로 변모했다. 일제강점기 성벽 아래 토막촌이 해방 이후 판잣집과 도시형 한옥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1916년부터 8년 동안 낙산 돌산에서 조선총독부와 경성부청(서울시청) 신축용 석재 채취가 본격화되면서 창신동은 피폐해졌다. 채석장 낙석사고가 빈번했고, 강도와 살인 사건은 물론 화재가 자주 발생해 치안위험지대의 오명을 뒤집어썼다.어쩌다가 창신동에 ‘봉제 DNA’가 깃들게 됐을까. 1958년부터 청계천 상류가 복개되면서 1961년 평화시장이 설립된 게 결정타였다. 동대문의류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주거지대화한 것이다. 1970년대 이후에는 평화시장 일대 의류생산 공장들이 대거 창신동으로 이전하면서 동대문 의류산업의 배후지대가 형성됐다. 공장과 주거지, 소비시장이 삼위일체를 이루는 특이한 공간이 자리잡은 것이다. 무허가 판잣집이 도시형 한옥으로 바뀌고, 채석장 자리에 창신시영아파트 3동이 세워졌다. 1964년부터 1969년 사이에 동대문스케이트장과 동대문아파트, 동대문상가아파트, 낙산시민아파트가 차례로 건립되면서 면모를 일신했다. 1971년 동대문종합시장, 동화시장이 설립되고 시외버스터미널이 들어서면서 봉제노동력이 주거지로 쏟아지고, 주거지 내 봉제공장이 확산됐으며 창신동에 봉제인력시장이 생긴 것도 역할을 했다. 이처럼 창신동은 1960~70년대 서울의 도시산업화 과정에서 봉제공장 지대화했다. 동양 최대 규모의 패션산업이 동대문 일대에 불야성을 이루고 있지만 배후지대인 창신동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러나 동대문을 밝히는 보석은 골목골목에 숨어 있다. 동대문시장의 원단이 오토바이에 실려 창신동에 도착하면 옷의 본을 만드는 패턴작업장에서 재단·재봉을 거쳐 안감·주머니·단추를 다는 ‘마도메’, 다림질·포장 등 완성과정의 ‘시아게’를 마치면 옷이 완성된다. 3000여개의 작은 공장들이 마치 살아 있는 유기체인 양 움직인다. 의류의 기획과 생산, 유통과 판매가 원스톱으로 맞물려 돌아가면서 최신 유행의 옷 한 벌이 하루 안에 뚝딱 탄생하는 마법이 일어나는 것이다. 완제품은 오토바이를 타고 의류쇼핑의 메카 동대문시장으로 옮겨져 전 세계로 팔려나간다. 이 옷에는 ‘메이드 인 창신동’이라는 상표가 붙어 있지 않다. 우리는 이 옷의 고향이 창신동이라는 사실을 모른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장 사진 김학영 연구위원
  • [길섶에서] 인생 그림/박현갑 논설위원

    ‘뜻대로 안 된다’.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흔히 내뱉는 말이다. 생계를 꾸리기 위해 이른 새벽 인력시장에 나온 50대도, 심야학습에 나선 수험생도 나름대로 자기 꿈을 이루기 위해 고단한 몸을 움직인다. 사는 대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대로 살려고 발버둥친다. 하지만 뜻대로 안 되는 게 부지기수다. 자기 뜻대로 사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운칠기삼’. 본인의 의지나 노력과 관계없이 어떤 일이 술술 풀릴 때 하는 말이다.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금수저, 흙수저의 인생 출발선은 다르지 않나. 인생은 백지에 그림 그리기다. 가운데에서부터 그릴지 위에서부터 그릴지, 흑백으로 칠할지 컬러로 할지, 또 앞면만 이용할지 뒷면에도 그릴지 등 마음 가는 대로, 손 가는 대로 그 양태는 제각각이다. 첫 모양은 낯설 수 있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그 어떤 그림도 작품이다. 낙서가 아닌 명화다. 피카소 그림은 괴상망측하지만 조화로운 매력이 있다. 모든 그림엔 그 나름대로의 뜻이 다 있다. 인생이라는 작품을 어떤 모양을 염두에 두고 설계하지 않더라도 삶의 궤적을 남긴다는 생각으로 그냥 열심히 그려보자.
  • 롱패딩 점퍼 5000벌, (사)글로벌프랜드가 전달받고 나눠준 사연

    롱패딩 점퍼 5000벌, (사)글로벌프랜드가 전달받고 나눠준 사연

    올 겨울이 아무리 따듯했다지만 롱패딩 점퍼 5000벌이 전하는 후끈함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2006년부터 멍(Mong), 타이(Thai)족 등 베트남 소수민족에게 의료봉사와 컴퓨터, 장학금, 새끼돼지를 전달하는 한편 국내 독거노인, 요양시설, 다문화센타 등을 찾아 매달 연탄, 과일과 떡, 라면 등을 나누는 사단법인 글로벌프랜드는 지난 연말 의류업체 KM 인터내셔널로부터 롱패딩 5000벌을 기증받았다. 이상난동이란 표현이 등장할 정도로 따듯한 날씨 때문에 재고 처리에 어려움을 겪었다지만 롱패딩 5000벌을 쾌척하고 이를 전달하는 일 자체만으로 간단치 않았다. 최규택(57) 글로벌프랜드 대표는 26일 “부산 창고에서 롱패딩을 가져오느라 12톤 트럭 한 대로 모자라 용달 트럭 하나도 수배해야 했다. 운송 비용만 130만원이 들었다. 제품 가격은 3억 5000만원이 넘더라”고 흔감해 했다. 글로벌프랜드는 지난달 19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100가구에 100㎏의 가래떡과 롱패딩 350벌, 지난 1일 오전 남구로역 주변 새벽 인력시장을 찾아 따듯한 커피를 대접하고 롱패딩 350벌을 전달했다. 또 서울 중랑구청에 3300벌을 전달해 관내 사회복지협의회를 통해 설 전후에 독거노인, 조손 가정, 다문화가정 등 기초수급자를 중심으로 패딩을 모두 나눠준 뒤 지난 25일 오후 류경기 중랑구청장에게 증서를 전달하는 행사를 가졌다. 2억 3100만원 어치다. 류 구청장은 소중한 옷들을 전달받고 “앞으로 글로벌프랜드와 우리 구청이 함께 하며 좋은 일을 펼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자”고 말했다.아울러 면목 4동 자율방범대(대장 강성길)는 청소년 연계활동을 펼치는 지역 방범연합회의 야간 순찰복으로 350벌을 사용하고 경로당, 노인정, 독거노인, 다문화 가정 등에 550벌을 나눴다. 강성길 대장은 중랑구청에 전달할 롱패딩 3300벌을 보관하는 창고를 제공하고 운송 비용 일부를 부담했다. 강 대장은 “중랑구민에게 온정을 나눌 수 있는 일에 동참하는 한편 어려운 주민들에게 롱패딩을 나눌 수 있게 돼 뜻 깊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봉사에는 자양고와 덕수고, 경일고, 미추홀외고에 재학 중인 글로벌프랜드 청소년부 학생 10여명이 함께 해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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