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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들끓는 여론에 밀려 땜질·급조… 겉도는 아동학대 대책

    들끓는 여론에 밀려 땜질·급조… 겉도는 아동학대 대책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오면 아동보호기관과 경찰이 현장에 즉시 출동하도록 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지난해 9월 시행된 이후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들이 과중한 업무량을 견디다 못해 이직을 신청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이곳에서 근무하는 상담원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데도 인프라 확충 없이 제도부터 시행하다 보니 현실이 제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동학대특례법도 이번 인천 송도 어린이집 학대 사건처럼 전 국민을 공분케 한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이후 만들어졌다. 들끓는 여론에 밀려 대책을 급조하면 ‘법 따로, 현실 따로’ 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을 수탁운영하고 있는 ‘굿네이버스’의 김정미 아동권리사업본부장은 20일 “전국에 아동보호전문기관은 51개소고, 각 기관마다 상담원은 5~12명밖에 없어 아동학대 신고를 접수하고 경찰과 즉시 동행 출동을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력이나 기관의 확충 없이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역할만 늘어나 우리 법인의 경우 다른 사업장으로 전보 발령을 요청하거나 그만두는 등 법 시행 이전보다 상담원의 이직률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의 상담원은 업무량이 많아 2014년을 기준으로 상담원 1인당 평균 72명의 아동을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선진국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은 1인당 평균 15명, 최대 20명의 아동을 맡고 있다. 경찰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9월 29일 아동학대범죄특례법이 시행된 이후 12월 말까지 3개월간 접수된 아동학대 의심 사례는 4249건에 달한다. 특례법 시행 1년 전(3127건)과 비교하면 35.9%가 증가했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의심 사례 신고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력과 기관 확충이 절실한 상황이다. 업무량 과부하로 아동학대 예방 수탁법인들이 위·수탁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은 51개소로, 350여명의 상담원이 일하고 있다. 아동인구 20만명당(인구 100만명당) 평균 1개의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설치돼 있는 셈이다. 상담원 한 사람이 담당하는 면적은 303㎦, 여의도 면적의 100배에 가깝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는 아동인구 10만명당 1곳씩 아동보호전문기관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도 관련 법은 잘 마련돼 있다. 지난해 9월 개정된 아동복지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는 시·도 및 시·군·구에 아동보호전문기관을 1곳 이상 설치해야 한다. 이를 충족하려면 전국에 229개 기관이 들어서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을 56개소까지 증설하고 2017년까지 44곳을 더 확충해 100곳을 만든다는 ‘소극적’ 계획을 세워 놓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각 지자체의 사정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은 그럴싸해도 집행 능력이 없다 보니 ‘빛 좋은 개살구 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상담원 확충계획도 미미한 수준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아동복지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하며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에 상담원 10명을 두기로 했지만, 공포된 개정 시행령에는 이 규정이 삭제돼 상담원 6명으로 후퇴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상담원이 태부족이라는 것은 아동의 안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동학대 신고 접수 시 즉각적인 위기 개입은 물론 어린이집 학대부터 가정에서의 폭력까지 사례별 관리와 예방 등을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도맡고 있다. 김 본부장은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아동학대 문제를 끌고 가야 하는데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인력 자체가 없다”며 “지금은 신고 접수 후 출동하는 일마저도 버거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3년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 6796건 가운데 86.9%(5904건)가 부모와 친·인척에 의해 발생했다. 시설 종사자에 의한 학대는 389건(5.7%), 보육교사에 의한 학대는 298건(4.4%)으로 나타났다. 매년 늘어나는 아동학대를 예방하려면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내놓는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보다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과 인프라 구축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어린이집 폭행 파문] “아동 학대 어린이집은 평가 때 불인증… 비용 지원도 제외”

    아동학대가 발생한 어린이집은 4월부터 평가 인증에서 0점을 줘 ‘불인증’ 처리하고 평가인증 지표에 아동학대 예방 교육 및 처벌 금지, 어린이집 교사의 책임과 역할 항목을 강화하는 대책이 추진된다. 어린이집 평가 인증을 위탁 담당하고 있는 한국보육진흥원은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진흥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이런 내용의 아동학대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평가인증에서 ‘불인증’ 처리가 되면 교재·교구비를 지원받을 수 없고 공공형 어린이집 선정 대상에서 배제되며 지방자치단체별로 지급하는 어린이집 교사 처우 수당 등을 받을 수 없다. 평가인증지표에는 어린이집에서의 체벌 금지, 영유아 학대 예방지침 수립, 보육교직원의 영유아 학대 예방을 위한 책임과 역할 숙지, 모든 보육교직원 대상 영유아 학대 예방교육 의무 실시 등을 포함할 계획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학부모와 전문가들은 부모 참여형 어린이집 대책을 요구했다. 부모모니터링단으로 활동하는 최현주(40)씨는 “어린이집 모니터링이 너무 형식적이어서 하루만 봐서는 파악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며 “모니터링 항목에 아동학대 부분도 세분화해 실효성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모니터링단으로 활동한 결과 어린이집 마당에 위험한 물건이 방치돼 있거나 아이들 손이 닿는 곳에 약이 놓여 있고, 빨리 먹이기 위해 밥을 국에 말아 반찬을 얹어 주는 등 위험 요소가 많았다고 최씨는 설명했다. 두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긴 서보경(38)씨는 간담회에서 “폐쇄회로(CC)TV 등으로 어린이집 학대를 예방할 수는 없다”면서 “부모가 어린이집에 가서 급식을 지원하고 청소도 해 주며 어린이집 운영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이완정 인하대 아동학과 교수는 “부모가 원하면 언제든지 복도에서 수업 현장을 볼 수 있도록 상시 개방형으로 어린이집을 운영하면 아동학대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 밖에 영상만 보여 주는 CCTV가 아니라 사각지대에서의 아동학대 행위까지 잡아낼 수 있도록 차량의 블랙박스처럼 음성이 지원되는 감시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교사들의 임금을 현실화하고 업무를 경감해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제경숙 경남대 유아교육학과 교수는 “유치원 교사의 초임은 3년제가 7호봉, 4년제가 8호봉인 데 비해 어린이집은 4년제 대학을 졸업했든,사이버 대학에서 학점을 이수했든 모두가 1호봉”이라며 “유치원과 동일한 수준으로 급여를 높이고 전문성을 우대하면 수준 높은 교사가 양성되고 아동학대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립 백송어린이집 신래은 교사도 “2~4년 교육받은 교사는 아이의 발달 과정을 생각해 교육하는데 1년 공부해 자격증을 취득한 교사들은 자기 상식을 먼저 내세워 아이가 싫어해도 무작정 김치 등을 먹으라고 강요한다”면서 “보육교사 양성과정을 전면 개편해야 학대 교사가 없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서울 원유빈 인턴기자 jwyb12@seoul.co.kr
  • [식품첨가물 알고 먹자] ‘카페인 덩어리’ 에너지음료

    [식품첨가물 알고 먹자] ‘카페인 덩어리’ 에너지음료

    매일 에너지음료를 마셔 온 미국인 앨릭스 모리스(19)는 2012년 가슴 통증을 호소하다 심장마비로 숨졌다. 이 소년은 3년간 매일 2캔씩 ‘몬스터’라는 에너지음료를 마셨으며 사망 당일에도 이 음료를 2캔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소년의 부모는 몬스터에 포함된 다량의 카페인이 아들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며 제조업체를 고소했다. 같은 해 아네이스 푸르니에(14)라는 미국 소녀도 몬스터사의 에너지음료를 연이어 마시다 ‘카페인 중독에 의한 부정맥’으로 사망했다. 미국 공익과학센터(CSPI)는 미국에서 지난 10여년간 에너지음료를 섭취했던 34명이 사망했고 50명 이상이 고혈압, 경련, 심근경색 등으로 병원에 입원했다고 주장했다. 인과관계가 명확히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이쯤 되면 힘이 나게 하는 ‘에너지’ 음료가 아니라 죽음을 부르는 음료라 할 만하다. 에너지음료 속 고카페인의 위험성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도 학교 매점과 우수판매업소에서의 고카페인 음료 판매를 금지하는 등 청소년의 에너지음료 섭취를 제한하고 있다. 덕분에 2013년 시장 규모가 1000억원에 달했던 에너지음료의 인기가 다소 수그러들기는 했지만 에너지음료와 술을 섞어 먹는 이른바 ‘에너지 폭탄주’가 인기를 끌면서 에너지음료 섭취가 10대 청소년부터 30~60대의 다양한 연령층으로 다시 확산되는 추세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에 따르면 에너지 폭탄주를 마셔 본 사람은 2012년 1.7%에서 2013년 11.4%로 급격히 증가했고, 2013년에는 30대 14.2%, 40대 6.9%, 50대 4.4%, 60대 6.9%가 에너지 폭탄주를 마셔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에너지음료는 카페인, 타우린, 비타민, 허브보충제, 당 또는 감미료로 만든 음료를 말한다. 국내에는 7종이 유통되고 있는데 제품 용량 250㎖당 카페인 함량이 30~138㎎에 이른다. 하루 두 캔만 마셔도 어린이, 청소년의 1일 카페인 섭취 권장량 250㎎을 뛰어넘는다. 식품첨가물인 카페인은 국제적으로 안전성이 확인된 향미증진제이며 각성 효과, 피로 감소, 빠른 두뇌 회전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과잉 섭취 시 메스꺼움, 구토, 심혈관계 질환 등을 불러올 수 있다. 어린이, 청소년, 성인을 대상으로 에너지음료의 건강 효과를 연구한 미국 소아과학회저널의 보고서에 따르면 발작, 당뇨병, 심장 이상, 기분·행동 장애까지 일으킬 수 있다. 또 카페인이 철 섭취 및 칼슘을 비롯한 골 대사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성장기 소아와 청소년이 에너지음료를 과잉 섭취하면 키가 자라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호주에서는 에너지음료를 의약품으로 분류해 판매하고 있으며 노르웨이는 약국에서 판매하는 것만 허용한다. 미국 일부 주에서는 18세 이하에게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동유럽의 리투아니아는 아예 국가 차원에서 지난해 미성년자에 대한 에너지음료 판매를 법으로 금지했다. 우리나라도 어린이와 청소년에 한해 에너지음료 판매를 금지하는 등 보다 강한 규제와 카페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이 도내 고등학생 886명을 대상으로 카페인 함유 음료 섭취 실태를 조사한 결과 70.5%는 각 음료 품목의 카페인 함유 여부를 정확히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습 스트레스가 많은 청소년은 집중력을 단시간에 높인다는 광고에 현혹돼 과도하게 섭취할 가능성이 있다. 카페인이 1㎖당 0.15㎎ 이상 함유된 고카페인 음료에 대해서는 ‘어린이와 임산부 등 카페인에 민감하신 분은 음용에 주의해 주세요’라는 경고 문구 표기를 의무화하긴 했지만 제품에 따라 꼼꼼히 포장을 살펴야 찾을 수 있을 정도로 표기를 작게 해 놓은 것도 있어 실효성이 크지는 않다. 게다가 에너지음료의 ‘에너지’라는 용어가 활력을 높인다는 인상을 줘 소비자에게 건강 제품처럼 비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에너지음료의 ‘과라나 천연 고카페인 함유’라는 표기 역시 보는 사람에 따라 마치 고급 천연 카페인이 함유돼 건강에 덜 나쁜 제품인 것 같은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 카페인은 커피, 녹차, 카카오, 과라나 등 식물의 열매와 잎, 종자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성분이기 때문에 굳이 합성할 필요가 없다. 말하자면 모든 에너지음료에 든 카페인은 천연 카페인이라는 말이다. 술과 에너지음료를 섞어 마셨을 때는 알코올과 카페인의 효과가 상승작용을 일으켜 부작용이 더 크다. 알코올 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내과 전용준 원장은 “에너지음료의 고카페인은 교감신경을 자극해 심장을 빨리 뛰게 하고 혈관을 수축시키는데, 알코올도 처음에는 혈관을 확장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수축시킨다”며 “이렇게 혈관이 수축하면 심장에 큰 무리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호주 태즈메이니아대 연구진이 18~35세 연구 참여자에게 알코올과 에너지음료를 섞어 마시게 한 뒤 증상을 살펴본 결과 흥분 상태 후 갑자기 기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증상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들에게서 심혈관계 항진과 수면 장애 발생 가능성이 각각 6배, 4배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 심리적으로 흥분 상태에 있거나 화를 낼 가능성이 훨씬 커졌다고 밝혔다. 에너지 폭탄주를 마시면 카페인의 각성 효과 때문에 술에 취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지만 몸에 미치는 영향은 똑같다. 에너지음료가 알코올의 진정 효과를 상쇄시켜 제대로 걷거나 보지 못하고 메스꺼워하는 행동을 억제시킬 뿐이다. 술과 카페인으로 인해 몸은 시름시름 앓고 있는데 오히려 각성 효과로 술을 더 마시게 돼 피해가 커질 수 있다. 또 카페인과 알코올 모두 탈수작용을 해서 체액이 많이 손실되고 그만큼 혈중 알코올 농도가 짙어져 간에 무리가 갈 수 있다. 아르헨티나는 에너지음료를 술과 섞어 마실 경우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나이트클럽에서의 판매를 규제하고 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단독] “문 닫으면 애들은…”

    [단독] “문 닫으면 애들은…”

    “보육교사도 사람인데 스트레스가 쌓이면 누구한테 풀겠어요. 바로 우리 아이들이에요. 일시적인 개선책 말고 근본 대책을 마련해 주세요.”(학부모 최여주씨) “어떻게 민간시설에서 1년 교육받아 보육교사 자격증을 딸 수 있죠? 자격 검증부터 해야죠.”(학부모 최미연씨) ●학부모 “당장 아이들 보낼 데 없는데” 16일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 국공립 드림어린이집에서 열린 당정 현장 점검 및 정책간담회 현장을 방문한 학부모들은 인천 어린이집 아동 학대 사건으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정부 측에 아동 학대 근절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침통한 표정으로 성난 학부모들의 항의를 묵묵히 경청했다. 정부가 이날 어린이집 아동 학대 근절 대책으로 아동 학대 발생 시 어린이집 즉시 폐쇄,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 학대 교사 및 원장 영구 퇴출 등 7가지 대책을 내놓았지만 학부모들은 우려를 떨치지 못했다. 양천구 부모모니터링단의 권태연씨는 “자칫 선한 교사에 대한 감시 도구가 될 수 있는 CCTV 의무화가 우선이 아니라 교사들의 스트레스부터 줄여야 한다”며 “주변에 아이 맡길 곳도 마땅치 않은데 대안 없이 어린이집부터 폐쇄해 버리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부모와 아이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신문이 만난 다른 학부모들은 CCTV도 완벽한 감시 도구가 될 수 없다고 했다. 두살배기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려다 이번 일로 포기했다는 손모(38·여)씨는 “카메라를 등지거나 사각지대에서 아이를 때리면 CCTV도 소용없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교사 “화장실도 못 가… 근무 환경 바꿔야” 3년째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김모(24·여)씨는 “국공립시설처럼 제대로 교육받은 보육교사가 아이들을 돌보고, 보육교사도 정신상담을 받았으면 한다”며 “국가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다 해 달라”고 요구했다. 어떤 대책도 너무 지나쳐 아이와 교사, 학부모 간 신뢰를 깨뜨려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두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긴 최모(37·여)씨는 “일하는 엄마는 불안해도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길 수밖에 없다”며 “신뢰가 깨지면 그 피해는 아이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학부모-교사 신뢰 회복부터” 지적도 한편 당정 현장 점검에 참여한 보육교사 대표 임혜선씨는 “화장실도 못 갈 정도로 일이 많아 아이들을 활기차게 맞이하지 못할 때가 많다”면서 “사건이 터질 때마다 부끄럽고 마음 아프지만 열악한 근무 환경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서울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서울 원유빈 인턴기자 jwyb12@seoul.co.kr
  • “문 닫으면 애들은…” 걱정만 키운 어린이집 대책

    “문 닫으면 애들은…” 걱정만 키운 어린이집 대책

    “보육교사도 사람인데 스트레스가 쌓이면 누구한테 풀겠어요. 바로 우리 아이들이에요. 일시적인 개선책 말고 근본 대책을 마련해 주세요.”(학부모 최여주씨) “어떻게 민간시설에서 1년 교육받아 보육교사 자격증을 딸 수 있죠? 자격 검증부터 해야죠.”(학부모 최미연씨) ●학부모 “당장 아이들 보낼 데 없는데” 16일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 국공립 드림어린이집에서 열린 당정 현장 점검 및 정책간담회 현장을 방문한 학부모들은 인천 어린이집 아동 학대 사건으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정부 측에 아동 학대 근절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침통한 표정으로 성난 학부모들의 항의를 묵묵히 경청했다. 정부가 이날 어린이집 아동 학대 근절 대책으로 아동 학대 발생 시 어린이집 즉시 폐쇄,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 학대 교사 및 원장 영구 퇴출 등 7가지 대책을 내놓았지만 학부모들은 우려를 떨치지 못했다. 양천구 부모모니터링단의 권태연씨는 “자칫 선한 교사에 대한 감시 도구가 될 수 있는 CCTV 의무화가 우선이 아니라 교사들의 스트레스부터 줄여야 한다”며 “주변에 아이 맡길 곳도 마땅치 않은데 대안 없이 어린이집부터 폐쇄해 버리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부모와 아이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신문이 만난 다른 학부모들은 CCTV도 완벽한 감시 도구가 될 수 없다고 했다. 두살배기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려다 이번 일로 포기했다는 손모(38·여)씨는 “카메라를 등지거나 사각지대에서 아이를 때리면 CCTV도 소용없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교사 “화장실 못 가… 근무환경 바꿔야” 3년째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김모(24·여)씨는 “국공립시설처럼 제대로 교육받은 보육교사가 아이들을 돌보고, 보육교사도 정신상담을 받았으면 한다”며 “국가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다 해 달라”고 요구했다. 어떤 대책도 너무 지나쳐 아이와 교사, 학부모 간 신뢰를 깨뜨려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두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긴 최모(37·여)씨는 “일하는 엄마는 불안해도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길 수밖에 없다”며 “신뢰가 깨지면 그 피해는 아이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학부모-교사 신뢰 회복부터” 지적도 한편 당정 현장 점검에 참여한 보육교사 대표 임혜선씨는 “화장실도 못 갈 정도로 일이 많아 아이들을 활기차게 맞이하지 못할 때가 많다”면서 “사건이 터질 때마다 부끄럽고 마음 아프지만 열악한 근무 환경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서울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서울 원유빈 인턴기자 jwyb12@seoul.co.kr 이러면 ‘아동학대 교사’ 사라집니까 고강도 아동학대징벌대책 내놓은 정부 한달에 한번꼴로 어린이집에서 아동 학대 사건이 발생해도 대책 마련에 미적거리던 정부가 인천 송도 K어린이집 아동 학대 사건을 계기로 16일 유례없이 강한 징벌적 대책을 내놓았다. 아동 학대 발생 시 해당 어린이집을 즉시 폐쇄하고 어린이집 내 폐쇄회로(CC)TV 설치를 의무화한다는 게 핵심이다. 어린이집 아동 학대에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신중론을 내세우며 조심스러운 행보를 이어 오다가 사회적 공분이 확산되자 사건 보도(13일) 사흘 만에 전격적으로 결정한 것이다. 속전속결이 가능했던 대책을 수년간 끌어 온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에 대한 비판과 함께 한편으로는 성급한 결정으로 또 다른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는 교사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던 사안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4만 3000곳에 이르는 어린이집을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단속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교사 인권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아동의 권리가 중요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부모가 요구하면 CCTV 영상을 공개하고 원장이 영상을 임의로 삭제하지 못하게 영상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새로 짓는 어린이집 시설에 대해서는 CCTV를 무조건 달게 하되 기존 시설은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발효 후 1개월 내 설치 의무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CCTV가 설치된 어린이집은 전체 어린이집의 21%(9081곳)에 불과하다. 아동 학대에 대한 처벌도 강화해 단 한 번이라도 학대 행위가 발생하면 해당 어린이집을 폐쇄하고 가해 교사나 원장은 영구 퇴출하기로 했다. 다만 해당 지역에 어린이집이 1곳밖에 없으면 그 피해가 아동의 부모에게 고스란히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는 또 부모가 직접 어린이집 운영에 참여해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하고 어린이집 평가 인증 현장 관찰도 참관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대책에는 처벌 강화 방안만 비중 있게 담겼을 뿐 교사 양성 및 업무 피로 경감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에 대한 상세 내용은 빠졌다. 1월 중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포함한 ‘어린이집 아동 학대 근절 세부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민간어린이집연합회 서상범 정책국장은 “하루 12시간씩 근무하는데도 급여는 월 120만~140만원 정도이고 스트레스가 쌓이다 보니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면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처우 개선을 통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이런다고 ‘벌벌 떠는 아이’ 없어집니까 현장 원장·교사가 말하는 근본 대책 “폐쇄회로(CC)TV 카메라를 단다고 해서 아이들이 폭력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질까요? 학부모들이 선생님들을 믿지 못한다면 어떻게 감시를 하든 소용없는 것 아닐까요?” ‘인천 어린이집 여아 폭행’ 사건과 관련해 16일 보건복지부는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를 포함한 아동 폭력 근절 대책을 발표했지만 보육 현장에서는 교육의 질을 제고하고 학부모와 교사 사이의 신뢰를 쌓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들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복지부가 밝힌 보육교사 자격 요건 강화에 대해서는 대부분 공감했다. 보육교사 김모(37·여)씨는 “아동 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는 이면에는 1년 반만 공부해도 자격증을 받을 수 있도록 한 탓도 크다”며 공감했다. 평생교육원에서 온라인 강좌를 이수해 보육교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한 한모(34·여)씨는 “솔직히 현장 실습(160시간)을 친구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3일에 한번꼴로 나가 하기도 했다”며 “인천 어린이집 폭행 교사처럼 인성에 결정적인 문제가 있더라도 걸러낼 수단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원장과 교사들은 CCTV 설치 의무화가 학부모들을 안심시킬 수는 있겠지만 근본 해결책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서울 동대문구의 경력 15년 보육교사 김모(37·여)씨는 “보육시설의 CCTV는 본래 교사 감시용이 아니라 행동 발달이 늦은 아이 등 특별 관리가 필요한 아이들을 관찰하기 위한 교육용”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관악구의 한 어린이집 원장 김모(42·여)씨는 “CCTV는 학부모, 원장, 교사로 이뤄진 운영위원회에서 합의해야 설치할 수 있는데 우리는 학부모들이 CCTV로 외려 신뢰가 깨질 수 있다고 반대해 설치하지 않았다”며 “보육교사들이 잠재적 범죄 집단으로 비친다면 결국 아이들에게도 악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평가인증에 부모 참여를 강화하는 정부안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 대표인 김영명(53) 서강어린이집 원장은 “현재 평가인증 시스템은 보육교사들이 일지를 작성해 제출하도록 돼 있어 시험공부하듯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아이들이 방치되는 문제를 낳기도 한다”며 “평가인증을 강화한다면 서류 작업의 부담을 더는 등 단점들이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양천구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임모 원장은 “평가인증을 위해 준비해야 하는 서류가 96가지”라며 “준비하느라 한 달을 집에 못 가기도 한다”고 호소했다. 아동 학대 발생 시 어린이집 운영을 정지, 폐쇄시키고 보육교사 자격을 영구 정지하는 안에 대해서는 ‘학대’에 대한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 원장은 “인근 어린이집에서 교사가 몸이 좋지 않아 화장실에 간 사이 아이들끼리 다투다 한 아이 얼굴에 상처가 난 일이 있었는데 민원이 들어가 ‘방임 학대’로 판명 났다”며 “이런 경우 시설을 폐쇄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정부의 보조교사 확대안도 환영을 받았다. 경남 김해의 한 어린이집 원장 고모(56·여)씨는 “아이들 사진을 찍거나 일지를 작성하는 등 부수적인 업무를 해주면 담임 보육교사가 아이들을 돌보는데만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루 12시간 근무하면서도 박봉에 시달리는 어린이집 교사들의 처우 개선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현재 국공립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초임은 월 147만원이며 10년차가 199만원을 받는다. 이에 비해 민간 어린이집은 통상 30만원 정도 적게 받는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단독] 이러면 ‘아동학대 교사’ 사라집니까

    [단독] 이러면 ‘아동학대 교사’ 사라집니까

    한달에 한번꼴로 어린이집에서 아동 학대 사건이 발생해도 대책 마련에 미적거리던 정부가 인천 송도 K어린이집 아동 학대 사건을 계기로 16일 유례없이 강한 징벌적 대책을 내놓았다. 아동 학대 발생 시 해당 어린이집을 즉시 폐쇄하고 어린이집 내 폐쇄회로(CC)TV 설치를 의무화한다는 게 핵심이다. 어린이집 아동 학대에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신중론을 내세우며 조심스러운 행보를 이어 오다가 사회적 공분이 확산되자 사건 보도(13일) 사흘 만에 전격적으로 결정한 것이다. 속전속결이 가능했던 대책을 수년간 끌어 온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에 대한 비판과 함께 한편으로는 성급한 결정으로 또 다른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는 교사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던 사안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4만 3000곳에 이르는 어린이집을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단속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교사 인권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아동의 권리가 중요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부모가 요구하면 CCTV 영상을 공개하고 원장이 영상을 임의로 삭제하지 못하게 영상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새로 짓는 어린이집 시설에 대해서는 CCTV를 무조건 달게 하되 기존 시설은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발효 후 1개월 내 설치 의무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CCTV가 설치된 어린이집은 전체 어린이집의 21%(9081곳)에 불과하다. 아동 학대에 대한 처벌도 강화해 단 한 번이라도 학대 행위가 발생하면 해당 어린이집을 폐쇄하고 가해 교사나 원장은 영구 퇴출하기로 했다. 다만 해당 지역에 어린이집이 1곳밖에 없으면 그 피해가 아동의 부모에게 고스란히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는 또 부모가 직접 어린이집 운영에 참여해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하고 어린이집 평가 인증 현장 관찰도 참관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대책에는 처벌 강화 방안만 비중 있게 담겼을 뿐 교사 양성 및 업무 피로 경감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에 대한 상세 내용은 빠졌다. 1월 중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포함한 ‘어린이집 아동 학대 근절 세부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민간어린이집연합회 서상범 정책국장은 “하루 12시간씩 근무하는데도 급여는 월 120만~140만원 정도이고 스트레스가 쌓이다 보니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면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처우 개선을 통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콘도·리조트서도 상비약 판매… 안전성 논란

    콘도·리조트서도 상비약 판매… 안전성 논란

    보건 당국이 콘도·리조트 등에서도 약사의 복약지도 없이 감기약 같은 안전상비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또다시 안전성 논란이 일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4시간 운영점포가 없는 콘도·리조트에서 안전상비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약사법 시행규칙·고시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며 “이르면 오는 3월부터 시행된다”고 15일 밝혔다. 도심 외곽에 위치한 휴양콘도미니엄 투숙객은 열이 나거나 체해도 약을 구하기가 어려운 점을 고려해 콘도·리조트를 의약품 취급이 가능한 특수장소로 이번에 추가 지정한 것이다. 현재는 편의점, 고속도로 휴게소, 도서·벽지 등 의약품 공급이 어려운 장소에서만 약국 외 상비약 판매가 허용되고 있다. 보건 당국은 이번 조치로 국민 불편이 해소되면서 편의성이 증대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안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부가 ‘안전하다’고 인정한 상비약이라도 사람에 따라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데다, 약국과 달리 관리·감독이 쉽지 않아 약국 외 상비약 판매 허용 지역을 계속 확대하면 국민 건강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편의점의 경우 점주들이 약 판매 교육을 받지만 실질적으로 판매를 하는 사람은 아르바이트 근로자이며, 한 사람에게 제한된 양을 팔아야 하는데 바코드를 여러 번 찍는 방식으로 서너 개 이상 판매하는 사례도 있다”며 “약물 오·남용에 의한 부작용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콘도·리조트에서는 내부 점포 외에 카운터에서 약을 판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비전문가가 약을 판매한다는 면에서는 편의점과 다를 게 없다. 비의료인이 약을 판매해도 될 만큼 안전상비약이 ‘안전한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편의점에서도 팔리고 있는 ‘어린이용 타이레놀 현탁액’은 2013년 간독성을 일으키는 아세트아미노펜이 과다 함유됐을 가능성이 제기돼 판매가 중단된 바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편의점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특정 감기약의 경우 부작용 신고 건수가 2011년 45건, 2012년 55건, 2013년 80건, 2014년 9월 기준 63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백용욱 사무국장은 “콘도나 리조트에서는 술을 많이 마시는데, 이때 타이레놀을 복용하면 간 손상 가능성이 있다”며 “복약지도를 잘못하면 약사가 책임지지만 콘도 등에서 판매하는 약에 대해선 책임질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보건 당국도 안전성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약물 부작용 건수가 늘긴 했지만 딱히 원인을 분석하긴 어렵고, 안전성과 편의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입장이어서 신중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아동학대 인천 어린이집 운영정지… 국·공립 전환

    아동학대 인천 어린이집 운영정지… 국·공립 전환

    어린이를 폭행한 보육교사에게 자격정지 결정과 함께 사법처리 수순이 진행된다. 해당 어린이집에는 운영정지 결정이 내려졌다. 보건복지부는 15일 인천 연수구에서 발생한 K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과 관련해 이 같은 행정처분을 내리고 수사 결과 추가 법령 위반 사항이 드러나면 아동복지법 및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시설을 폐쇄하고 원장 등에 대해서도 고발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행법상 아동학대 행위 시에는 1년 이내 어린이집 운영정지 또는 폐쇄가 가능하며 원장 또는 보육교사의 자격을 취소할 수 있다. 또 아동학대 등으로 벌금형 이상을 받으면 10년간 어린이집 설치가 제한된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이날 가해 보육교사인 양모(33·여)씨를 재소환한 뒤 긴급 체포했다. 경찰은 16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경찰은 또 K어린이집 내부에 설치된 7개의 폐쇄회로(CC) TV에 대한 분석을 마쳤다. 경찰은 해당 어린이집 부모들이 제출한 16건의 피해 진술서 중 신빙성이 높은 것으로 보이는 4건에 대해서도 집중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추가 피해 진술서 등을 조사한 결과 양씨의 원아 폭행이 상습적으로 이뤄진 정황이 드러나 학부모와 아동들에 대한 직접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양씨는 그러나 경찰에 출두하며 “상습폭행은 절대 아니다”고 주장했다. 양씨는 지난 8일 낮 12시 50분쯤 K어린이집에서 원아 A(4)양이 점심 반찬으로 나온 김치를 남겼다는 이유로 강제로 먹게 했으나 토해 내자 손으로 A양의 얼굴을 강하게 때린 것으로 조사됐다. 서 있던 A양이 바닥에 쓰러지자 같은 반 유아 10여명은 한쪽에서 무릎을 꿇고 겁에 질린 채 이 상황을 지켜봤다. 어린이집을 관할하는 이재호 연수구청장은 이날 “앞으로 학부모 등과의 협의를 거쳐 사설인 K어린이집을 국공립으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K어린이집 주변 학부모들은 1인 릴레이 시위에 들어갔다. 이들은 인터넷 카페 ‘송도국제도시 주민연합회’ 회원들로 20여명이 돌아가며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어린이집 인근 아파트단지 앞에서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어린이집 폭행 재발을 막을 정책 개선이 있을 때까지 시위를 이어 갈 계획이다. 첫 시위자로 나선 최모(39·여)씨는 “7살, 8살 된 아이가 있는데 폭행 동영상을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았다.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해 참여하게 됐다”면서 “어린이 학대 사건이 발생하면 이슈가 됐다가 금방 잊히는데 이번엔 완전히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인천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어린이집 CCTV의무화 추진

    어린이집 CCTV의무화 추진

    인천 연수구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 학대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를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14일 “어린이집에서 다시는 아동 폭력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법령 및 행정 조치를 담은 특단의 어린이집 아동 폭력 근절 대책을 올 상반기에 마련하고, CCTV 설치 의무화를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어린이집 CCTV 설치는 의무 사항이 아니라 권고 사항이며 전국 어린이집 가운데 CCTV가 설치된 곳은 20%밖에 되지 않는다. 복지부는 아동 폭력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인천 어린이집에 자격 취소 등의 행정 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공공장소 음주·주류 판매 금지 재추진

    공공장소 음주·주류 판매 금지 재추진

    정부가 주세(酒稅)를 올리는 대신 해수욕장과 공원, 대학 등 공공장소에서 술을 마시거나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방안을 재추진하기로 했다. 담뱃세에 이어 주세에까지 손을 뻗치면 조세 저항 부담이 크지만 음주 규제 등 비가격 정책은 상대적으로 수용성이 높아 큰 부담 없이 주세 인상에 버금가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보건복지부는 14일 “공공장소에서의 음주 및 주류 판매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건강증진법 개정안을 상반기에 다시 입법예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2012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건강증진법 개정안을 한 차례 입법예고했으나 개정안에 같이 포함됐던 담뱃갑 경고 문구, 그림 확대 등을 놓고 국회뿐만 아니라 부처 간에도 이견이 심해 논의가 중단됐다. 이번에는 담뱃갑 경고 그림 의무화 법안을 분리해 추진하는 만큼 통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복지부는 기대하고 있다. 2012년 당시 국회에 제출된 건강증진법 개정안은 초·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교와 청소년수련시설(유스호스텔 제외), 의료기관(장례식장, 일반음식점 제외)의 주류 판매와 음주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지방자치단체장은 해수욕장, 공원 등 대중이 이용하는 특정 장소를 조례를 통해 음주금지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DMB, IPTV, 인터넷도 주류 광고 규제 대상 매체에 포함하고 대중교통 수단(버스, 지하철, 철도)과 택시, 여객선, 항공기, 공항 등을 통한 주류 광고, 옥외광고판을 이용한 주류 광고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복지부 관계자는 “2012년에 냈던 개정안을 기본으로 국회에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유사 법안과 겹치지 않는 선에서 관련 규정을 손질해 제출할 예정”이라며 “법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이르면 내년 초부터 시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공장소에서의 음주 시 과태료는 10만원 수준으로 유지할 방침이다. 보건당국이 주세 인상 대신 차선책으로 꺼내 든 카드이기는 하지만 법 통과 이후에도 정착되기까지는 난관이 예상된다. 실제로 2012년 강릉시가 경포대해수욕장을 음주규제지역으로 지정했지만 시민 반발이 심해 다음해 음주를 허용했고, 부산시도 해운대해수욕장 음주 규제를 추진하다 주변 상인들의 반발로 흐지부지됐다. 당시 해운대구청이 피서객 55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피서객 1명이 지출하는 평균 휴가비 21만 3000원 가운데 식음료비와 유흥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43.6%(9만 3000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 관계자는 “지역 경제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하고, 단속 요원도 구마다 1~2명에 불과해 특히 휴가철 해수욕장 음주를 규제하려면 전 직원을 동원해야 할 상황”이라며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자체가 조례를 정해 적극적으로 추진하기에는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금전적 인센티브 주면 금연 성공률 높아진다”

    담배를 피우는 직장인에게 금전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1년 이상 금연에 성공할 가능성을 5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가톨릭대 성바오로병원 소화기내과 이상학 교수팀은 병원 직원 가운데 흡연자 28명과 이들이 소속된 6개 부서에 금연 시 금전적 인센티브를 제공한 결과 흡연자의 3개월 후 금연 성공률이 61%, 6개월 후에는 54%, 1년 뒤에도 50%를 유지했다고 14일 밝혔다. 약물치료와 행동보조요법을 함께 실시했을 때 1년 뒤 금연 성공률이 15~30%이고 흡연 폐해 등에 대한 정보만 제공했을 때 1년 뒤 금연 성공률이 5% 내외라는 외국의 연구 결과와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연구는 흡연자에게 금연 기간에 따라 5만~10만원의 금연 성공 인센티브를 차등 지급하고, 해당 부서에는 금연자 수에 따라 30만~150만원을 역시 차등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인센티브는 금연 시작 6개월까지만 지급했고 그 이후에는 일절 금전적 지원이 없었는데도 1년 후 성공률이 50%까지 유지됐다. 이 교수는 “직장 동료들의 관심과 ‘압력’이 작용해 금연 성공률이 높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09년 의학 학술지 ‘뉴잉글랜드의학저널’에도 비슷한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집단이 아닌 담배를 끊은 개인에게 경제적 보상(금연 프로그램 이수 100달러, 6개월 금연 250달러, 1년 금연 400달러 제공)을 한 결과 9∼12개월 후 금연 성공률이 14.0%로 나타났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경제부처 업무보고] 가사도우미 4대보험 추진

    근로자가 대중교통이나 자가용을 타고 출퇴근을 하다가 다쳤을 때 산재보험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방안이 추진된다. 정부는 또 가사도우미를 정식직업으로 인정해 4대 보험이 적용되도록 할 계획이다. 고용노동부는 13일 경제혁신 분야 정부합동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사회안전망 구축 방안을 보고했다. 고용부는 우선 외국사례를 검토하고 노사정 논의를 거쳐 올해 하반기 중 출퇴근 재해에 대한 산재보험 보상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는 사업주가 관리·감독하고 있는 회사 차량 등을 이용해 출퇴근하다 재해를 입은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산재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독일·프랑스 등 대다수 선진국은 출퇴근 사고를 산재로 인정하고 있으며, 국제노동기구(ILO)도 출퇴근 중 사고를 업무상 재해와 동일시하거나 적어도 동일하게 처리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고용부는 출퇴근 재해 보상에 따른 소요재원과 보험료 부담주체, 자동차 보험과의 관계 조정 등을 통해 적절한 대안을 검토하고서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가사도우미도 이르면 연내에 정식 직업으로 인정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맞벌이 가구가 늘면서 가사서비스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가사도우미는 정식 직업으로 인정받지 못해 노동관계법 및 사회보장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고용부는 올해 상반기 중 ‘가사서비스 이용 및 종사자 고용촉진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정부인증을 받은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이 가사도우미를 직접 고용하고, 이용자는 기관으로부터 서비스(용역)를 받는 방식으로 공급 구조를 개편할 계획이다. 감정노동 종사자가 직무 스트레스로 얻은 질병도 업무상 질병으로 좀 더 수월하게 인정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고용부는 콜센터 직원 등 감정노동을 하는 고객응대업무 종사자의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이전에는 인정기준이 워낙 모호해 산재 인정을 받기가 어려웠다. 감정노동 종사자의 범위는 상반기 중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에 명시할 예정이다. 이밖에 고용부는 자영업자의 고용보험 가입을 촉진하기 위해 가입 제한을 완화하고 예술인 특성을 고려한 고용보험 적용을 추진하는 등 사각지대를 해소해 나가기로 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겨울철에 더 무섭다 노로바이러스 비상

    겨울철에 더 무섭다 노로바이러스 비상

    여성 직장인 신시원(31)씨는 얼마 전 직장 동료 4명과 소고기와 육회를 먹었다가 이틀을 끙끙 앓았다. 처음에는 그저 배탈이 난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증상이 갈수록 심해져 이틀 내내 설사를 하고 심한 감기몸살처럼 뼈마디가 욱신거려 출근도 하지 못했다. 고통의 1박 2일을 보내고 출근한 날 신씨는 함께 회식한 다른 동료 두 명도 같은 증세로 결근한 사실을 알았다. 병명은 식중독, 겨울에 기승을 부린다는 노로바이러스에 단체로 감염된 것이다. 노로바이러스는 식중독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로 여름보다는 겨울에 훨씬 자주 발생한다.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사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최근 5년간 7356명이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돼 병원을 찾았다. 발생 건수로 보면 연간 평균 38건이 발생했고, 이 가운데 45%(17건)가 겨울철에 집중됐다. 특히 겨울철 노로바이러스 식중독 환자는 연간 평균 451명으로 겨울철 전체 평균 식중독 환자(861명)의 절반을 넘고 있다. 2013년 통계를 보면 학교 급식소에서 17건의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이 발생해 834명의 학생이 감염됐고, 기업체 급식소에서도 4건이 발생해 381명이 감염됐으며, 음식점에서 10건이 발생해 107명이 식중독을 앓았다. 일반 가정집에서 발생한 것은 2건(6명)이었다. 겨울에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추운 날씨로 인해 손 씻기 등 개인위생 관리에 소홀해지기 쉽고, 실내 활동이 많아져 사람 간 감염이 잘되기 때문이다. 노로바이러스는 매우 전염력이 강해 사람에서 사람으로 쉽게 퍼진다. 주로 분변과 구토물을 통해 전염되며, 설사증세를 보이는 유아의 기저귀를 갈다 가족이 감염되는 경우도 많다. 게다가 일반 세균과 달리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오랫동안 생존해 멸균이 쉽지 않다. 또 적은 양으로도 쉽게 전파돼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된 식품을 섭취했을 때는 물론, 이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건을 만진 손으로 입을 만지거나 노로바이러스 식중독 환자와 함께 밥을 먹고 생활용품을 같이 사용해도 감염될 수 있다. 면역이 되지 않아 언제든 재발할 수 있고, 유전적 특성에 따라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는 사람도 있다. 보통 바이러스에 감염된 뒤 24~38시간 후 증상이 나타나지만 12시간이 경과한 뒤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노로바이러스는 다른 식중독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손을 자주 씻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특히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는 중심부까지 완전히 익은 식품만 섭취해야 한다. 덜 익은 소고기 등도 위험하다. 굴 등 어패류도 되도록 익혀 먹어야 하며 조리기구와 식기는 세척 후 열탕 소독을 해야 한다. 노로바이러스를 한 번 앓았던 사람은 증상이 회복된 뒤에도 최소 2주 이상 음식을 만들어선 안 된다.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은 항바이러스 치료제나 예방백신이 없다. 또 예전에 감염된 사람도 재감염될 수 있어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나 노약자가 이용하는 사회복지시설, 집단급식소는 음식물 위생관리에 보다 철저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식품첨가물 알고 먹자] 산분해 간장과 ‘3-MCPD’

    [식품첨가물 알고 먹자] 산분해 간장과 ‘3-MCPD’

    아이들에게 건강한 밥상을 차려 주기 위해 오늘도 나물을 무치는 주부 A씨. 미나리를 데쳐 고춧가루와 간장으로 양념하고, 고사리에 참기름과 간장을 넣어 짜지 않게 볶았다. 밥은 특별히 콩나물밥으로 준비했다. 콩나물밥에 간장, 잘게 썬 대파, 다진 마늘, 참기름 등을 넣어 만든 양념장을 얹어 쓱쓱 비비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햄이나 어묵조림과 같은 가공식품 없이 자연 재료로만 차린 ‘엄마표 밥상’, 이 밥상은 정말 건강할까. 가족의 건강을 지키고자 정성껏 밥상을 준비하는 주부들의 노력이 무색하게 유해물질은 양념류에서부터 온다. 싸다고 덜컥 집어 든 혼합간장으로 양념했다면 아이들의 미각 발달에 문제가 생기고 섭취하는 양에 따라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소금물에 메주를 띄워 만드는 전통간장(조선간장)은 숙성에만 최소 1년이 걸리지만, 대두·밀 등에 발효미생물을 배양해 속성 발효시켜 양조간장을 만드는 데는 6개월이면 충분하다. 더구나 탈지 대두를 강산인 염산으로 분해해 산분해 간장을 만드는 건 이틀밖에 걸리지 않는다. 인스턴트 화학 간장인 셈이다. 이 산분해 간장과 공장에서 대규모로 생산하는 양조간장을 섞은 것이 바로 혼합간장이다. 6개월 숙성 과정을 거친 양조간장은 ‘고급간장’에 속하며 가격도 비싸 혼합간장을 만들 때 많이 섞지 않는다. 보통 양조간장 30%, 산분해 간장 70% 비율로 혼합간장을 만드는데, 산분해 간장 99%에 양조간장 1%를 혼합해도 혼합간장으로 판매할 수 있다. 간장을 살 때 간장의 종류와 원재료명 표기를 잘 살피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는 새 산분해 간장을 많이 섭취하게 될 수도 있다. 산분해 간장은 양조간장에 비해 상당히 짧은 시간 내에 만들어 낼 수 있어 공장에서 대량생산되고 있다. 가정에서 전통간장이나 양조간장, 산분해 간장이 적게 든 혼합간장을 잘 골라 사 먹더라도 식당에서 무늬만 혼합간장인 산분해 간장을 의도치 않게 섭취하는 것까지는 피할 수 없다. 산분해 간장이 몸에 나쁜 것은 단지 염산으로 대두를 화학분해해서가 아니다. 화학분해 과정에서 생성되는 3-MCPD(3-모노클로로프로판디올)란 유해물질이 문제다. 3-MCPD에 대한 동물 독성실험 결과 신장과 생식기에 작용해 신장 기능을 저해하고 생식능력을 떨어뜨린다는 보고가 있었다. 국제식품첨가물전문위원회(JECFA)는 1993년 이미 3-MCPD를 ‘불임 및 발암 가능성이 있는 바람직하지 않은 물질’로 규정했다. 하지만 독성과 위해성에 대한 자료가 부족해 인체 유해성 시비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현재까지의 자료만으로 인체 유해성 여부를 명확하게 답하기가 어렵다”고 애매하게 정리했고, 일본 농림수산성은 “식품을 통해 장기간 대량으로 섭취하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보건복지부는 1996년 산분해 간장의 유해성 논란이 불거져 ‘간장 파동’이 일었을 당시 “산분해 간장은 인체에 무해하나 바람직하지 않은 물질이므로 생산업자들이 최소한으로 줄여 나가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3-MCPD의 유해성 인정을 미루다가 2013년에야 ‘발암가능물질’로 규정했다. 발암성과 관련해 논란의 여지가 존재하지만 3-MCPD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국제기구와 각국 보건 당국 모두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3-MCPD의 독성작용으로는 유전독성, 생식독성(불임, 고환 위축 및 퇴화 등), 신장독성, 신경독성 등이 보고되고 있다. 명승권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사람을 대상으로 관찰 연구가 이뤄지지 않는 한 동물실험에서 발암 가능성이 확인됐다고 발암물질로 확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과도하게 염려할 필요는 없지만 무작정 안심하고 많이 노출돼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산분해 간장을 만들 때 3-MCPD를 완전히 제거하는 방법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산분해 간장은 탈지 대두를 염산으로 가수분해하고 나서 알칼리로 중화해 얻은 아미노산액을 적절히 가공하는 방식으로 제조한다. 이때 탈지 대두에 남아 있는 미량의 지방성분에 염산이 반응해 3-MCPD가 만들어진다. 기름기가 쫙 빠진 대두를 사용하면 문제가 없지만 대량생산 과정에서 이를 일일이 확인하는 건 백사장에서 바늘 찾기나 다름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래도 20여년 전에 비하면 3-MCPD 저감화가 많이 이뤄진 편이다. 우리나라는 산분해 간장 속 3-MCPD 허용치를 0.3㎎/㎏으로 정해 놓았다. 산분해 간장에 3-MCPD가 들었더라도 이보다 적으면 안전하다는 말이다. 미국과 캐나다는 각각 1㎎/㎏으로 허용치가 우리보다 높지만, 안전을 우선시하는 유럽연합(EU)은 0.02㎎/㎏으로 우리보다 훨씬 낮다. 그렇다면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고 있을까.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2009년 이후 3-MCPD만을 위한 수거 검사는 한 적이 없고, 다만 많이 먹는 음식이다 보니 최근 3년간 350~400건 정도 전반적인 혼합간장 상태를 검사했다”며 “부적합이 나온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2007년 우리나라 사람들이 간장을 섭취해 하루 평균 3-MCPD에 노출되는 양이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될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양조간장이 주종을 이루는 다른 아시아 국가와 달리 아직 우리나라는 혼합간장의 시장점유율이 높고 다른 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아미노산액도 적지 않다. 게다가 3-MCPD 허용치는 성인 기준이어서 어린이는 특히 취약하다. 신한대학교 식품영양과 김영성 교수팀이 지난해 11월 경기 북부 및 서울 수도권 지역 어린이집과 유치원 212곳의 간장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산분해 간장이 혼합된 간장을 사용하는 곳은 전체의 46%나 됐다. 일부 경기 북부 지역에서는 80%가 넘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혼합간장을 사용하고 있었고, 서울에서도 일부 구는 60%가 넘는 곳이 혼합간장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의 건강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 교수는 “입맛이 발달하는 과정의 7세 미만 어린이들에게 이와 같은 식재료를 사용하면 향을 통해 기억되는 미각 발달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청년 저임금 ‘열정 페이’ 논란 확산에… 고용부, 패션업체 등 고강도 근로감독

    정부가 수습·인턴 직원이나 아르바이트 근로자에게 턱없이 낮은 임금을 주고 고강도 노동을 강요하는 패션 업체 등을 상대로 근로감독을 시행하기로 했다. ‘꿈을 위해 일하니 돈은 생각하지 말라’며 취업 준비생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이른바 ‘열정페이’ 논란이 확산되자 집중 단속에 나선 것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11일 “인턴제도를 비정상적으로 활용하는 전 업종을 상대로 근로감독에 나설 예정”이라며 “저임금 노동이 관행처럼 이뤄지는 패션 업체 등이 대상”이라고 밝혔다. 근로감독 형태는 수시 기획성 감독으로, 근로 조건을 개선하는 게 목적이며 사법 처리를 위한 특별감독과는 성격이 다르다. 근로감독은 다음주부터 시작되며 이번 주에는 감독 대상 업종과 사업장을 확정한다. 최근 저임금 청년 노동 착취 논란을 일으킨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씨의 디자인실이 감독 대상에 포함될지 주목된다. 의류 업체 인턴과 패션디자이너 지망생 등으로 꾸려진 패션노조와 청년유니온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이상봉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 회장을 ‘2014년 청년착취대상’으로 선정했다. 청년유니온은 이씨가 운영하는 디자인실이 야근수당을 포함해 수습 10만원, 인턴 30만원, 정직원 110만원의 급여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패션 업체 등을 지목해 근로감독에 나서기로 한 것도 이씨로 인해 비난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근로자에게 최저임금(2014년 시급 5210원)에 못 미치는 임금을 지급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다만 고용부 관계자는 “이상봉씨 디자인실에 확인해 보니 패션노조 측이 주장하는 내용에 구체성이 떨어져 어떻게 처리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입사 지원자에게 2주간 정직원 수준의 강도 높은 업무를 하게 한 뒤 전원을 해고해 ‘갑질 논란’을 불러일으킨 소셜커머스 업체 ‘위메프’에 대해서도 12일부터 근로감독을 벌인다. 위메프는 2주간의 현장 테스트 기간이 끝나고서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전원 해고했으나 논란이 일자 다시 해고자 전원을 합격 처리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소비자 우롱한 ‘비양심’ 식품업체 무더기 적발

    소비자 우롱한 ‘비양심’ 식품업체 무더기 적발

    유통기한을 속여 빵을 판매하고 곰팡이가 핀 조리기구로 음식을 만든 양심 불량 식품업체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적발된 업체 가운데는 경북 영주의 유명 과자점 ‘태극당’과 패스트푸드 전문 프랜차이즈 ‘롯데리아’가 포함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12월 8~26일 겨울철 시민이 자주 이용하는 스키장 매점, 케이크 업체 등 식품판매업소 375곳을 점검해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30곳을 적발했다고 8일 밝혔다. 주요 위반 내용은 위생적 취급 기준 위반(11곳), 유통기한 경과 제품 보관(9곳), 표시기준 위반(3곳), 건강진단 미실시(3곳) 등이다. 태극당은 먼지가 있는 조리실에서 빵을 만들고 냉장 창고에 음식물 찌꺼기를 방치하다 식약처에 적발됐다. 롯데리아 알펜시아점은 곰팡이가 핀 제빙기로 콜라 등에 들어가는 얼음을 만들다 걸렸다. 식약처 관계자는 “육안으로 봐도 제빙기 내부에 곰팡이가 많아 잡균이 번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상하기 쉬운 빵의 유통기한을 임의로 연장해 판매한 업체도 있었다. 대구 북구 소재 ‘샹떼제과’는 제조한 빵을 포장까지 해 놓고 유통기한은 표시하지 않은 채 보관하다 주문이 들어오면 그제야 배송일을 기점으로 유통기한을 표시했다. 충남 천안 상록호텔 커피숍은 유통기한이 두 달이나 지난 샌드위치용 식빵과 햄을 보관하다 적발됐다. 경남 양산의 에덴밸리스키장 내에서는 영업신고도 하지 않은 야외 매대 두 곳이 어묵류 등의 분식을 조리해 팔고 있었다. 유통기한 경과 제품을 판매한 업체는 영업정지 15일, 위생적 취급 기준을 위반한 업체는 20만~50만원의 벌금, 표시기준 위반 업체는 영업정지 1개월 등의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어린이 음주수술 의사 면허정지 고작 1개월

    보건복지부가 술에 취한 채 3세 어린아이를 수술해 물의를 빚은 인천의 한 대학 부속병원 의사에게 1개월 면허자격정지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현행법에 따라 내릴 수 있는 최대 행정처분이라고 복지부는 설명하지만 자칫 큰 사고를 부를 수 있었던 행위에 대한 처벌치고는 지나치게 가볍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 6일 해당 의사에게 1개월 면허자격정지 처분을 예고했고 3~4주간의 이의신청 기간이 지난 뒤 실제 행정처분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8일 밝혔다. 의료법 제66조에 따라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를 한 의료인에게는 1년 범위 내에서 면허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다. 품위 손상 행위의 범위는 의료법 시행령 제32조에 규정돼 있으며, 이 의사의 음주 수술 행위는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해당한다. 그러나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의 세부 항목을 보면 비도덕적 진료행위에는 최대 1개월 면허자격정지 처분만 내릴 수 있도록 돼 있다. 환자단체들은 음주 의료행위를 만취 운전에 비유하며 따끔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만약 아이가 위독한 상황이었다면 술 취한 의사에 의해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었다”며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라도 엄하게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어린이집 입소대기 신청 3곳까지만 가능

    앞으로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려는 부모들은 입소대기 신청을 최대 3곳까지만 할 수 있게 된다. 일단 자녀가 어린이집에 입소하면 일주일 뒤 다른 어린이집 대기신청은 자동 삭제된다. 보건복지부는 어린이집 입소를 위해 장기간 대기하는 현상을 줄이고자 어린이집 입소대기관리시스템을 이렇게 개선했다고 7일 밝혔다. 바뀐 운영 방식은 자체적으로 입소 관리를 하는 서울시를 제외하고 전국에서 8일부터 시행된다. 그동안은 어린이집 입소대기 신청 한도를 정하지 않아 한 부모가 여러 개의 어린이집에 입소 대기 신청을 하는 바람에 서로 언제 입소할 수 있을지 예측하기가 어려웠다. 대기 순번이 낮은 아동은 이미 다른 어린이집에 들어간 위 순번 아동의 부모가 직접 대기 취소를 하지 않는 한 무작정 기다려야 했다. 어린이집 또한 실제 입소하기를 원하는 아동을 파악하고 입소시키는 데 어려움이 많다며 고충을 토로해 왔다. 현재 3곳 이상의 어린이집에 입소 대기를 신청한 아동은 7만여명으로, 전체 대기신청 아동의 18%를 차지한다. 복지부는 어린이집 대기신청을 제한하는 대신 어린이집 입소 후 7일 이내에 연장 신청을 한 경우 기존의 대기신청을 유지해 주기로 했다. 부득이하게 연장신청을 하지 못하면 대기 신청이 삭제돼도 추후 복구가 가능하도록 했다. 현재 3곳 이상 어린이집 입소 대기 신청을 한 부모들은 오는 3월 31일까지 신청을 연장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주기로 했다. 앞으로 3개월 내에 아이사랑보육포털(www.childcare.go.kr)을 통해 꼭 이용하고 싶은 어린이집을 선택해 등록하면 된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中企인턴 정규직 1년 뒤 300만원 지원

    中企인턴 정규직 1년 뒤 300만원 지원

    앞으로 중소기업에서 인턴을 마친 뒤 정규직으로 전환해 1년간 더 일한 청년은 월급 외에 최고 300만원의 취업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고용노동부는 7일 청년의 중소기업 취업과 장기근속을 유도하기 위해 취업지원금을 확대하는 등 중소기업 청년인턴제를 개편했다고 밝혔다. 대기업에는 구직자가 몰리는 반면 중소기업, 특히 제조업 생산직은 인력난이 심해 중소기업 정규직이 된 청년인턴에게 인센티브를 더 주기로 한 것이다. 기존에는 인턴으로 시작해 제조업 생산직(220만원)과 정보통신·전기·전자(180만원) 분야에 취업한 청년에게만 취업지원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전 업종 중소기업의 인턴 출신 정규직 전환자로 대상을 확대해 제조업 생산직 취업자는 300만원을, 그 외 업종은 18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지원 방식은 정규직 전환 1개월 뒤에 20%를 주고 6개월 뒤에 30%, 1년 뒤에 50%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중소기업 장기근속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반면 청년인턴 임금 지원금은 줄어든다. 고용부는 청년 인턴이 정규직으로 빨리 전환할 수 있도록 인턴 기한을 현행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하고, 3~6개월간 인턴 임금의 50%(월 80만원 한도)를 지원하던 것을 3개월간 월 60만원씩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부 관계자는 “인턴 기한이 짧든 길든 청년인턴을 값싼 ‘알바생’처럼 활용하려는 기업들은 어차피 인턴 과정만 수료시키고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으려 한다”며 “이런 기업은 인턴제 참여를 제한하고, 다른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청년인턴제 참여기업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 고용부는 청년인턴 임금 기준을 월 128만원 이상으로 설정했다. 개편안은 이르면 이달 말부터 실시된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전자담배 연기서 1급 발암물질 검출… 불법 판매 집중 단속

    전자담배 연기서 1급 발암물질 검출… 불법 판매 집중 단속

    담뱃값 인상 이후 금연을 위해, 혹은 담배 대체용으로 연초담배에서 전자담배로 갈아타는 흡연자가 늘자 정부가 전자담배 집중 관리에 나섰다. 전자담배를 금연보조제처럼 허위로 홍보하며 판매하거나 인터넷에서 불법 판매하는 업체 등에 대해 단속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적발 시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6일 “최근 확산 추세인 전자담배에도 일반담배와 동일한 발암성분이 들어 있다”며 “전자담배는 그냥 담배일 뿐 금연보조제가 아니므로, 금연 보조 효과가 있다고 과장 홍보하는 업체를 강력히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금연보조제로 지정받으려면 전자담배를 피울 때 어떠한 발암물질도 나와서는 안 된다. 하지만 복지부가 2012년 국내에서 판매 중인 전자담배 니코틴 용액 105종의 유해성분을 분석하고 이 가운데 비교적 짙은 농도의 유해성분이 든 액상 30종으로 전자담배를 피울 때 발생하는 기체 성분을 재분석한 결과 기체 성분 대부분이 ‘수증기’일 뿐이라는 제조사들의 주장과 달리 포름알데하이드 등 발암물질과 환경호르몬이 다량 검출됐다. 특히 전자담배의 주류연(흡연자가 들이켰다가 내뿜는 연기)에는 1급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하이드가 액체 상태일 때보다 최고 193배 많이 들었고, 아세트알데하이드는 최고 42배까지 검출됐다. 액상이 기화되는 과정에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발암물질의 양이 늘어난 것이다. 포름알데하이드는 인체 독성이 매우 강해 30 이상만 노출돼도 질병 증상이 나타나고 가스로 흡입하면 인두염이나 기관지염을 일으키며 다량 복용 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아세트알데하이드 역시 피부, 눈, 목을 자극하고 현기증, 구토, 두통 증세를 일으키는 발암물질이다. 복지부는 “이 물질이 전자담배를 통해 지속적으로 몸에 들어가면 폐, 만성호흡기질환, 신장, 목 등에 손상을 입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 전자담배 주류연에서는 발암물질 담배 특이 니트로사민과 액상에는 없었던 독성물질인 아크롤레인 등이 모두 검출됐다. 일반담배처럼 전자담배의 주류연도 비흡연자에게 간접흡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얘기다. 가장 큰 문제는 니코틴 남용 가능성이다. 전자담배 주류연 속 니코틴 함량은 0.41~2.2㎎(평균 1.0㎎)으로, 연초담배 1개비의 니코틴 함량(0.1~1.4㎎, 평균 0.66㎎)과 비교할 때 2배 정도 많았다. 성인 기준 니코틴 치사량(35~65㎎)을 고려할 때 니코틴 함량이 가장 많은 전자담배를 한 번에 약 150회 흡입하면 치사량이 된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니코틴이 없는 전자담배도 해롭기는 마찬가지다. 니코틴이 없는 전자담배는 약사법상 의약외품으로 분류돼 법적으로 ‘담배’는 아니지만 향을 내기 위해 첨가한 액상 속 물질이 독성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고 이 연구위원은 지적했다. 여성가족부가 니코틴 유무와 상관없이 전자담배 기기 자체를 청소년 유해물건으로 지정해 청소년은 니코틴이 없는 전자담배도 사용할 수 없다. 정부가 연초담배에 이어 전자담배에도 칼을 빼들었지만 제대로 관리·감독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우선 담배사업법에 따라 모든 담배를 기획재정부가 관리하고 있어 복지부는 유해성 홍보 외엔 할 수 있는 게 제한적이다. 신고만 하면 전자담배를 수입해 팔 수 있고 품질 검사조차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기재부는 감독 의지가 없어 보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전자담배 품질을 관리해야 할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전자담배의 유해성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아 고민”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자담배 세금도 연초담배처럼 올라 올해부터 니코틴 용액 1㎖당 1823원(부가세 제외)의 세금이 붙는다. 지난해까지는 1㎖당 828원(부가세 제외)의 세금이 붙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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