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고시개정·항소’ 기로
|도쿄 이춘규특파원|25일 일본 도쿄지방법원이 소록도 한센인의 보상청구를 기각하고, 타이완측 한센인들의 청구는 받아들이자 한국과 일본측 변호인단은 ‘즉각 항소’ 계획을 밝혔다.
변호인단은 동시에 타이완 한센인들이 보상권을 획득한 점을 들어 소록도 한센인도 후생노동성의 ‘고시’를 고쳐 동시에 보상받을 수 있도록 고시 개정을 촉구하기로 했다.
●한국정부 ‘강건너 불구경´
이 과정에서 그동안 ‘외교력 부재’라는 지적을 받아온 한국 정부가 외교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변수다. 이를 위해 원고와 변호인단, 일본·한국·타이완 인권 및 시민단체 회원 수백명이 도쿄시내 후생노동성 청사 앞에서 28일까지 ‘항소 포기’와 ‘고시 개정’ 촉구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아울러 정치권의 협조를 얻기 위해 이날부터 연립여당인 공명당은 물론 공산·사민당 등 야당측과 간담회를 갖고 소록도 한센인들도 법개정 없이 보상받을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고시가 개정되지 않을 경우에는 피해자들이 70∼90대의 고령인 점을 감안,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항소심을 진행시켜 승소하겠다는 입장이다. 변호인단은 항소심이 1년정도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원고측 한국 변호인인 박영립 변호사는 “법원의 양식을 믿고 항소해 반드시 승소하겠다.”면서도 “후생성 고시에 소록도 한센인들의 강제격리시설도 보상대상에 포함시키면 즉각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고시 개정 촉구 운동을 병행할 뜻을 밝혔다.
●변호인단 “항소땐 승소 확률 높다”
타이완 한센인들이 승소했기 때문에 같은 외국인인 소록도 한센인들도 항소하면 승리 확률이 높아 후생성이 타이완 한센인 판결에 항소를 포기하면서 고시를 개정, 소록도 한센인도 동시에 보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고측 일본인 변호인단도 “앞으로 후생성이 ‘고시’만 바꾸면 소록도 한센인 문제는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다.”며 “이제 바통은 후생성 쪽으로 넘어갔다.”고 밝혔다.
하지만 항소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타이완 낙생원 재판장의 경우, 법무성 인권옹호국장 출신으로 과거 한센병 관련 소송에 밝았던 인사여서 타이완측 한센인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왔을 수 있다고 원고측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日정부 낙생원 판결 항소할까
따라서 일본 정부가 고시 개정 요구를 묵살하고, 낙생원 재판에 항소해 법논리를 중시하는 2심 재판부를 만날 경우 사태는 원점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측은 그동안 “한센병보상법은 2차대전후 국내에서의 격리정책의 구제를 염두에 둔 것으로 전후에 주권이 미치지 않게 된 외국시설 수용자는 보상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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