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이대론 안된다] (하)해외사례 분석
■ 일본 “우선 자금지원”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은 지난 주말에도 아이를 적게 낳는 소자화(少子化·저출산)에 대한 대책을 내놓는 등 출산율 높이기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일본에서 출산율·인구쇼크는 계속되고 있다.1989년 출산율이 1.59를 기록하자 ‘1.59쇼크’라는 용어가 등장한 뒤 2004년에는 예상 보다 빨리 출산율이 1.29로 떨어졌다. 이것이 ‘1.29쇼크’다.
이어 지난해에는 인구통계 개시 이래 처음으로 전체 인구가 2만명 정도 줄어든 인구감소쇼크가 이어졌다. 내년에는 대입정원이 지원자 수와 같아진다. 소자화의 그림자가 점차적으로 현실화되어 가는 분위기다.
최근 일본 총무성 통계에서는 조사 시작 이래 15세 미만 어린이들의 인구가 25년 연속 줄어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어린이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지난달 현재 13.7%로 32년 연속 최저치였다. 반면 65세 이상의 고령인구는 20%를 넘었다.
인구재앙, 소자화의 재앙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일본 국립 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의 추산에 따르면 앞으로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일본인구는 2050년에는 1억 59만명으로 줄어든 뒤 2100년에는 6000만명선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따라 6세까지 의료비 무료지원, 임신중 검진비용 부담 경감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들도 출산장려대책을 내놓았지만 소자화에 제동은 걸리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다급해질 수밖에 없다.1994년부터 본격적으로 육아지원 정책들을 실시해 왔지만 아이낳기 기피 현상을 막아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엔 소자화담당 각료까지 임명, 출산율저하 방지 대책을 마련중이다.
최근 열린 일본 정부의 ‘사회보장의 존재방식에 관한 간담회’에서는 소자화가 사회보장에 미칠 영향을 지적하며 “사회보장 급부비용에서 70% 정도를 차지하는 고령자 관련 급부 중 일부를 소자화대책에 돌릴 필요가 있다.”는 요구도 있었다. 이는 소자화 재원마련의 어려움을 말해준다.
대대적인 출산장려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에는 일반회계 외에 고용보험적립급 1000억엔(약 8400억원)과 도로특정재원 등 특별회계예산을 저출산 대책에 긴급히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하지만 졸속대책이라면서 반발도 적지 않다.
현행 부양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는 등 소득세 감세대책을 내년 세제개편 방안에서 반영하기로 했다. 출산장려를 위해 아동수당과 별도로 0∼3세 유아에게도 수당을 지급할 방침이다.
출산을 위해 병원에 입원할 때는 당장 돈이 없더라도 입·퇴원할 수 있도록 출산·육아 지원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일본에서는 일단 출산한 뒤 의료보험조합에 비용을 청구하면 신생아 1명당 30만엔을 받지만 먼저 본인이 돈을 내야 하므로 저소득층에게는 큰 부담이라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임산부가 현금이 없어도 부담없이 입원과 퇴원을 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는 얘기다.
이와는 별도로 인구 및 노동력 감소 대책의 하나로 일본계 페루인, 브라질인 등 외국인을 ‘가족동반’ 등 조건을 붙여 수용, 노동력난을 해결하고 있다. 또 필리핀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서는 거동불편자를 돕는 개호사와 간호사 인력을 받아들이기로 하는 등 제한적 외국인력 도입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고민은 끝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800조엔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진 국가채무로 인한 심각한 재정난이 걸림돌이다.
실제 지난해부터 차세대육성지원대책 추진법에 근거, 각 지자체가 육아지원을 위한 ‘지방행동계획’을 마련, 이달로 시행 1년을 맞았지만 재원마련 문제로 실효성이 의심받고 있다. 중앙 정부가 지방 정부에 대한 예산지원을 전체적으로 억제하기 때문이다.
taein@seoul.co.kr
■ 유럽 “육아·직장 병행”|파리 함혜리특파원|평균 출산율이 1.5명인 유럽은 다양한 출산 장려책으로 인구 감소를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유럽의 출산 장려책은 여성들이 육아와 직장생활을 조화롭게 병행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게 특징이다.
출산율과 관련한 많은 연구 결과 여성들이 수월하게 일할 수 있도록 유아원 확대, 보조금 등 제도를 갖출수록 출산율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성공국가는 프랑스다.
프랑스는 자녀보육 수당, 교육 수당, 세금감면 등 지속적인 출산장려책으로 1995년 1.71명까지 떨어졌던 출산율을 1.91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가톨릭 인구가 많은 아일랜드(1.99)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가톨릭에서는 피임을 반대하고 있다.
프랑스는 올 7월부터 셋째 아이를 낳는 여성이 육아 휴직을 할 경우 매달 750유로(약 9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획기적인 출산장려책을 실시한다. 출산율이 인구감소를 막을 수 있는 최저 출산율 2.07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는 판단에서다.
프랑스에서는 직장 근무 경력이 1년 이상인 모든 여성은 출산 전후에 6개월간 유급 육아휴직을 할 수 있다. 둘째 아이부터는 아이가 3살이 될 때까지 무급휴가(1년씩 3회까지 연장 가능)를 받으면서 월 512.64유로(약 61만원)의 보조금을 받고 있다. 새 제도는 두 아이를 가진 가정에서 셋째 아이를 갖고 싶어도 경제적 부담이 크고, 지원을 받으려면 아예 직장생활을 중단해야 하는 고충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다. 산모들은 짧은 기간 기존의 제도보다 50% 이상 많은 경제적 지원을 받고, 조속히 직장으로 돌아가 직장 경력 관리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을 수 있게 된다.
탁아소를 설치하는 직장도 늘고 있다. 자녀를 가진 여성들이 근무시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기업들도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여성들이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할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제도를 갖춘 나라는 프랑스 외에 스웨덴과 덴마크를 꼽을 수 있다. 스웨덴과 덴마크는 1960년대에 양성 평등의 이름으로 육아시설을 확대해 여성들이 풀타임으로 직장생활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빌렘 아데마 연구원은 “네덜란드, 스위스, 독일 등 일부 서유럽국가에서는 여전히 아주 어린 아기들에 대한 전일 육아제도가 확보되지 않아 어린 자녀를 가진 여성들은 육아와 직장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입장”이라며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이 이 부분에서 훨씬 앞서 있다.”고 말했다.
영국도 1.74명에 불과한 출산율을 높이려고 지난해 여성과 남성이 모두 장기 무급 육아휴직을 이용할 수 있도록 노동법과 가족법 개정안을 확정했다. 지금까지 영국 남성들은 15일의 유급 육아휴직을 할 수 있었다.
여성들의 육아휴직기간은 6개월에서 9개월로 늘었다. 급여수준에 관계없이 주당 155유로(약 18만원)의 육아 보조금을 받는다. 아기 엄마가 6개월의 육아휴직 후 복직을 원할 경우 나머지 3개월은 아빠가 이용할 수 있도록 탄력성을 두었다. 영국 정부는 오는 2010년에는 여성 육아휴직을 1년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프랑스 다음으로 출산율이 높은 나라는 핀란드(1.80), 덴마크(1.78), 스웨덴(1.75), 영국(1.74) 등 제도가 확립된 나라들이다. 반면 독일은 1.37, 스페인은 1.2에 그친다. 스위스에서는 72%의 여성이 경제활동을 하지만 절반이 시간제 근로를 선택한다.
OECD의 보고서에 따르면 스위스와 독일의 경우 고등교육을 받은 40세 여성의 40%가 자녀를 두지 않고 있다.
가족사회학자인 잔 파그나니 박사는 “여성들이 직장과 육아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입장에 놓이면 대부분 출산을 자제하고 직장생활을 계속하는 것을 선택한다.”며 “각국의 출산장려책은 유아원 및 탁아원 확대, 육아보조수당, 자녀 수당 등 제도를 확대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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