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규선임기자 글로벌 뷰] 투기자금 새 정착지는
거대한 규모의 ‘국제투기자금’이 새로운 먹잇감을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다.현재 최대 60조~70조달러로 추정되는 국제투기자금은 2000년대 들어 증권시장,채권시장,외환시장 등 금융시장과 원유,곡물,광물 등 상품시장서 맹위를 떨쳤다.
일반투자자금과 투기자금은 구분이 애매하다.일반자금도 고수익이 보이면 핫머니(투기성단기자금)로 돌변하기 때문이다.광의의 투기자금원은 다양하다.2006년 기준으로 연기금이 23조달러,투자신탁 22조달러,보험회사 18조달러,공적연금 4조달러,정부계펀드 3조달러,헤지펀드 2조달러,비상장주식 1조달러 등으로 추산됐다.
투자무대인 세계주식시장은 올해 슈퍼버블 붕괴로 규모가 반감됐지만 시가총액이 30조달러로 여전히 크다.상품시장은 규모가 작아 투기자금에 민감하다.상품현물시장은 원유시장이 2007년 기준 3조달러,밀은 1500억달러(이하 2006년 기준),옥수수 1300억달러,금 900억달러로 집계됐다.선물시장은 원유가 1400억달러,밀 100억달러,옥수수 300억달러,금 500억달러로 투기자금이 조금만 움직여도 폭등,폭락하는 구조다.
올해 투기자금 이동은 극적이었다.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 주식시장이 동시에 폭락하자 투기성자금이 이탈했다.현금화가 쉬운 미국 등의 국채로 몰리며 국채금리가 떨어졌다.그러나 금융위기가 심화되고,미국의 막대한 경상적자,재정적자가 부각되자 투기자금이 다시 요동쳤다.이어 실물경제 침체로 상품시장서도 마찬가지다.
상황이 악화되자 2조달러로 추산되는 헤지펀드에서는 11월 한달 715억달러나 자금유출(유레카헤지 집계)을 겪는 등 자금이탈현상이 나타났다.반면 부실채권 투자형 헤지펀드는 3억달러의 자금이 순유입됐다.인수·합병(M&A)이나 폭락한 부동산을 노리는 투기자금은 대기상태다.
개발도상국 농지도 새로운 표적이다.스페인 비정부기구 그레인(곡물)이 10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상사,정부계펀드들이 중심이 돼 아시아,아프리카,남미 등지의 농지를 사들인 사례가 올해 폭발적으로 늘었다.변형된 제국주의 논란도 유발했다.
결국 올해 슈퍼버블이 붕괴돼 국제투기자금 규모는 크게 줄어들었다.투기자금은 이제 변신을 강요당하고 있다.투자은행의 비즈니스모델은 붕괴됐고 미국 상품시장의 규제가 확대되고 있다.각국의 투자규제도 강화되고 있다.당분간은 초단기-고수익을 포기,중·장기-안정적 수익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어쩔 수 없이 투기자금 대부분은 현금이나 현금화가 쉬운 자산에 일시 피난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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