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무중 정치권/ 탄핵정국 ‘대혼미’…野공조 ‘균열’
한나라당이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 추진을강행하면서 연말정국을 혼미 속으로 몰아가고 있다.특히 대선을 1년여 앞두고 ‘한나라당 대 민주당’ 양당 체제로 정착될 것 같던 대선구도가 갖가지 신당설로 인해 변화조짐이 감지되는 가운데 탄핵안 파동이 터지면서 정국이 더 복잡하게 꼬여가고 있다. 신 총장 탄핵추진은 당장의 정국변화를 야기하고 있다.삐걱거리던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한·자동맹’이 위기국면으로 치닫고,다수 야당의 위력을 앞세운 한나라당의 독주에도 제동이 걸리는 기류다.반면 재·보선 패배와 내분 후유증에 시달린 민주당은 재충전을 위한시간벌기에 성공,정국주도권 반전을 꾀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탄핵안 처리가 무산될 경우 한나라당 비주류가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대선가도 질주태세에 급제동을 걸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실제 상황전개도 이 총재에게 유리하지 않아 보인다.민주당은 물론 자민련·민국당이 6일 탄핵안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혀,의결정족수인 과반(137석)에 1석 모자라는 한나라당으로선 무소속의 협력이 없는 한 단독처리가 불가능해졌다.
현재 정당별 의석분포는 재적 273석 중 한나라당 136,민주당 118,자민련 15,민국당 2,무소속 2석이다.이런 가운데 민주당·자민련·민국당은 탄핵안 반대입장이 확고하고,무소속인 이한동(李漢東) 총리는 반대가 분명하다.게다가 정몽준(鄭夢準) 의원도 검찰총장 탄핵안 찬성 전망이 불투명한상태다.한나라당으로선 매우 불리한 상황인 것이다.
따라서 탄핵안 대결이 예상되는 8일까지 결정적인 상황반전이 일어나지 않을 경우,탄핵안 통과전망은 극히 불투명하다.이 경우 당내에서 교원정년연장안 및 방송법 개정안 후퇴 방침 때에도 잠잠했던 비주류 등이 책임론을 제기,철옹성 같던 이 총재 체제에 도전할 빌미로 작용할 소지도 없지 않다.특히 반발강도가 커지면 길게는 한나라당 분열의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관측도 있다.
반면 이 총재와 한나라당측이 자민련이 민주당쪽으로 다시기우는 것과 관련, ‘야당 정체성’에 문제점을 제기하면서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여권에 대한 공세수위를 더욱 높여 ‘선명 야당’ 기치를 앞세워 집안단속에 나설 경우 정국이 꽁꽁 얼어붙을 수도 있다.
다만 탄핵안 대치 이후 정국지형의 변화 가능성은 여론의흐름이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이춘규기자 tae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