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후보 정치·외교·통일분야 첫 TV합동토론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민주당 노무현(盧武鉉),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후보는 3일 저녁 제16대 대통령 선출을 위한 첫 TV 합동토론을 갖고 도청의혹과 후보단일화 밀약 여부,지역주의 청산 방안,북한 핵문제 해법 등에 대한 공방을 벌였다.
오후 8시부터 2시간 동안 정치·외교·통일분야를 대상으로 실시된 이번 제1차 TV토론은 사실상 이·노 양강구도로 전개중인 이번 대선전에서 부동층의 표심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쳐 향후 대선판세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하지만 이날 토론에서는 후보간 발언시간이 엄격히 제한됐고,특정 사안에대한 집중토론이 이뤄지지 않아 국민들이 기대했던 후보들의 정책과 자질검증이나 미래지향적인 대안제시에는 미흡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후보는 후보간 직접토론에서 노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표 간의 후보단일화에 대해 “노 후보와 정몽준씨는 이념이 다른데 정씨가 요구중인 정책 단일화를 어떻게 이룰 수 있는가.”라고 비판하며 밀약 의혹을제기했다.또 노 후보를 ‘현정권 후계자론’으로 밀어붙였다.
이에 노 후보는 “정 대표와는 아무런 갈라먹기 밀약도 없고,지금은 정책공조 방안에 대해 논의를 진행중일 뿐”이라고 해명하고,이 후보를 ‘낡은 정치인’이라고 규정하며 낡은 정치 청산론으로 맞섰다.
특히 이 후보와 노 후보는 최근 논란이 되고 국정원의 도청 의혹과 관련,‘공작정치’‘한나라당 정치공작’이라고 상대를 비난하면서 설전을 벌였다.이 후보는 “문제의 본질은 국가정보기관이 불법 감청을 해 왔다는 것이며검찰이 수사하면 제보자도 밝힐 것”이라고 주장했으나,노 후보는 “이번 자료는 (사설)공작기관의 전문가들이 만든 것”이라면서 검찰의 전면수사를 촉구했다.
세 후보는 또 미군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과 관련해 한목소리로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개정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직접 사과를 요구했다.그러나 권영길 후보가 제안한 부시 대통령의 직접 사과와 SOFA 개정을 위한 세후보들의 공동서명은 불발됐다.
북핵문제와 관련,이 후보는 “북한측이 핵을 보유한 것은 중요한 문제”라면서경제지원과 상호 연계방침을 밝혔으나 노 후보는 한국이 주도,대화를통한 문제해결을 촉구했다.권 후보는 “북한도 핵개발 계획을 철회해야 하지만 미국도 북한을 위협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토론은 KBS의 주관으로 고려대 염재호(廉載鎬) 교수가 사회를 본 가운데 KBS,MBC,SBS,YTN을 비롯해 TV와 라디오 방송을 통해 생중계됐다.2차 경제·과학 분야 합동토론은 오는 10일 MBC 주관으로,3차 사회·문화·여성·언론분야 토론은 16일 SBS 주관으로 각각 실시된다.
이춘규기자 tae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