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표에 듣는다] (1) 정대철 민주당 대표
민주당 정대철(鄭大哲) 대표는 30일 대한매일과 대표 취임 후 첫 인터뷰를 가졌다.휴일 이른 아침 서울 신당동 자택에서 기자와 만난 정 대표는 이라크전 파병 동의안 처리 문제로 전날 밤 늦게까지 소속 의원들을 만나고 다닌 탓에 다소 피곤한 모습이었다.이라크전 파병을 반대하는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직접 골프장까지도 찾아갔다는 그는 “요즘은 하루가 여삼추(如三秋)”라고 말했다.대한매일은 정 대표에 이어 박희태(朴熺太) 한나라당 대표권한대행도 인터뷰할 예정이다.
●이라크전 파병 비준 동의안 처리에 대해 여당 대표로서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처리 전망은 어떻게 보십니까
파병에 반대하는 의원 수가 줄어들고 있습니다.제 계획은 반대 의원 가운데 5명만이라도 찬성쪽으로 뽑아내는 것입니다.노무현 대통령의 첫 작품인데 안좋은 결과가 나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설득하고 있습니다.실제로 의원들은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에 꽤 부담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그래서 어제(29일)는 밤 늦게까지 반대 의원들을 만나고 다녔습니다.며칠전에는 직접 골프장까지 쫓아간 적도 있습니다.
●대표 취임 후 한 달동안 굵직한 국정현안 처리를 놓고 혼선이 많은 것처럼 비치기도 했는데요
당 개혁안,대북송금 특검법,이라크 파병 문제 등 굵직한 현안들을 놓고 당과 정치권이 의견이 나뉘면서 매우 바쁜 나날을 보냈습니다.임시로 있는 자리지만,노무현 대통령 초기에 당과 국가가 어떤 길로 갈 것인가를 항상 고민했습니다.그리고 저는 대표로 있는 한달 반 동안 주요 국정현안을 모두 해결하고 물러날 계획입니다.
●정 대표의 당 운영방식에 대해 평가가 엇갈립니다.대통령이 당에 너무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저는 지금 상황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있는 의견을 민주적이고 치열한 토론을 통해서 내부적으로 조정,순화되는 과정이라고 봅니다.대통령과 민주당은 서로 존중하되 과거처럼 상명하복이 아닌,자율적인 토론을 해야 합니다.(민주당엔) 집권여당으로서 정책적 공유 등 (정부와) 같은 정책을 함께 밀고 나가는 책임과 소명이 있는 것입니다.
●그래도 주요현안에 대한 처리 결과를 보면,민주당이 너무 미약해 보입니다.특검법과 관련해서 당이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해 달라고 했는데 안되고,문제가 있는 장관을 경질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정권 초반기여서 그런지,지금까지 (당정간 정책적 공유에) 좀 서툴렀습니다.(당정협의에 대해선) 청와대도 잘 모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그러나 당이 너무 강하게 주장하면 대통령과 각을 세워서 여권의 내분으로 보일까봐 조심조심 뒤로만 얘기했습니다.최근들어 (청와대가) 당의 의견을 존중하겠다고 의사를 표시하는 등 괜찮아지고 있습니다.지난번 청와대 회동에서는 당정간 정책조율을 위해 5개의 채널을 만들지 않았습니까.
●주요 현안들을 구체적으로 언제까지 처리할 계획이십니까.
내달 10일 전까지는 이라크전 파병 비준 동의안 처리,당 개혁안 통과,특검법 개정안을 모두 마무리지을 작정입니다.이라크전 파병 문제도 2일쯤 통과시키려고 합니다.야당도 대통령의 말씀을 듣고 처리하자고 하니,(2일) 아침에 대통령 국정연설을 듣고 오후쯤 처리하면 될 것 같습니다.특검법 개정 문제에 대해선 결과는 못보고 (대표직에서) 떠나지만 개정안이 마련되면 내 소임을 다하고 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새 지도부 구성시 당 의장 또는 원내대표에 도전할 의향이 있으신지요
(당 개혁안을) 좀 다 해놓고 봅시다.
●최근에 정 대표와 김원기(金元基) 고문간에 갈등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손사래를 치며)전혀 없습니다.(언론에서 만든) 인위적인 갈등이지요….김 고문이나 저나 서로 자리에 있어선 100% 양보할 생각이 있습니다.앞으로도 갈등이 있을 수 없습니다.99%도 아니고 100% 양보입니다.
●당내 신주류 가운데 일부 의원들은 당 개혁안이 좌초되면 신당을 만들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신당 시나리오도 나오는데요.
저는 젊은 친구들이 개혁안을 잘 추진시키기 위해 말한 촉진형 발언이라고 봅니다.그런 말이 나온 뒤에 만나보면 “죄송하다.”면서 “개혁안 쪽으로 많이 끌고가려고 그렇게 했습니다.”고 말합니다.그러나 그런 발언은 자제해야 합니다.또 실제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 모르지만,당 중심부에서 그런생각은 자제시키려고 합니다.
●구주류측에선 정 대표가 신주류의 정례모임에 참석하는 등 당 운영이 공정치 못하다고 지적하는데요.
며칠 전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의견을 듣고 아침이나 함께 먹자고 11명 정도가 모인 것뿐입니다.대표가 된 이후에 항상 공정하려고 조심하고 있습니다.신주류 모임이 있어도 김원기 고문께 참석하라고 하고 저는 안 나가고 있습니다.
●구주류측은 신주류측이 정례 모임을 갖는 등 당내 분란의 소지로 비쳐질 행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반면 신주류측에선 정 대표가 너무 구주류를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불평도 나오는데요.
솔직히 말해서 예전의 민주당은 상당히 권위주의적 정당,DJ정당이었습니다.지금은 거기서 개혁적 정당,민주적인 정당으로 만들어가는 자기 변화과정에 있습니다.김대중 정당에서 노무현 정당으로 가는 데 왜 저항이 없고 쉽게만 되겠습니까.그러나 금도(襟度)도 배우고,스스로 자제하는 것을 습관화하면서 민주화정당이 되는 것입니다.저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서 공통분모를 찾아내는 노력과 여러 의견들이 백출하는 것을 변화의 원동력으로 끌어가려고 합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념을 기반으로 한 정계개편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위적인 정계개편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반대합니다.정당 구조가 너무 이념적인 색채로만 가는 것보다,한 정당에서도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게 분포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너무 개혁,보수 한쪽에 치우치기보다 중도 개혁,중도보수가 되는 게 건강해 보이고 국민들이 안심해 합니다.
●분권형 대통령제 및 내각제를 중심으로 한 개헌론도 나오고 있는데요
내년 총선에서 개헌을 한다는 것은 그리 슬기로워 보이진 않습니다.권력구조라는 점 때문에 그런지,결국 나중에 수혜를 입는 사람들은 정치인으로 비쳐질 것인 만큼,집권 초기부터 너무 여기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국민들에게 욕먹기 딱 알맞아 보입니다.
●중·대선거구제 및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좋다고 생각합니다.중·대선거구제를 해야 지역성도 탈피할 수 있고 비용도 적게 들기 때문입니다.권역별 비례대표제도 망국적 지역감정을 탈피한다는 점에서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그러나 한나라당이 여기에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노 대통령이 최근 언론개혁에 대해 강한 의지를 밝혔는데요
진위는 잘 모르겠습니다.다만 국민에게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것 외에 필요 이상의 정보들이 많이 흘러나오는 데 대한 걱정이라고 이해합니다.
이춘규 홍원상기자 wshong@
◈민주당 정치일정 어떻게
지난달 24일 취임 뒤 공식적인 입장표명을 자제해 온 민주당 정대철 대표가 30일 대한매일과의 인터뷰를 통해 민주당 개혁안의 실행일정을 상세히 밝혔다.
당내 상충되는 다양한 의견을 조정·통합해 다음달 10일까지 지구당위원장제 폐지가 핵심인 개혁안을 확정짓고,임시지도부가 6월말까지 실행을 준비,총선에 대비할 새 지도부를 구성한다는 내용이다.정 대표는 특히 민주당 개혁안은 2월초 확정한 개혁안 원안의 중요 뼈대가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표직을 폐지,당의장과 원내대표란 양두 마차 체제로 하고,지구당위원장직을 폐지키로 하되 내년 총선만큼은 6개월이 아닌 3개월전 지구당위원장을 사퇴하는 안으로 절충점이 마련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지구당위원장을 이번에 한해 3개월 전에 사퇴하는 절충안에 개혁안 조정위원회 소속 위원이나 당무위원들 대다수가 동의하고 있다.”며 “따라서 여야 대표연설,대정부 질문 등 4월 임시국회의 주요 일정이 마무리된 뒤 개혁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개혁안이 확정될 경우 정 대표는 약속대로 대표직을 사퇴하고 당초 6개월이내로 돼 있던 임시지도부 활동 시한을 2∼3개월로 단축,임시지도부를 구성해 기간 당원 구성 등 새지도부 확정 작업에 들어간다.
임시지도부 구성 문제는 상당한 진척이 있으며,6월말 이전엔 새로운 총선용 지도부가 구성될 예정이다.
새 지도부 정식 구성을 늦출 경우 여당이 지리멸렬해 효과적으로 정국 상황에 대처해갈 수 없다는 분석 때문이다.
다만 개혁안을 확정하는 막바지 순간에 개혁안의 원안 통과를 주장한 신주류 강경파나,지구당위원장 폐지를 반대해온 구주류들이 반발할 수 있지만 “내가 입장표명을 자제하면서 설득 작업을 벌인 결과 큰 이변은 없을 것 같다.”는 게 정 대표의 전망이다.정 대표의 구상대로 절충형 개혁안에 신·구주류의 공감대가 확산된다면 개혁 무산을 전제로 신주류내 강경파와 청와대 젊은 참모진 사이에서 파상적으로 거론됐던 ‘개혁적 신당론’도 주춤해질 가능성이 있다.그러나 민주당의 리모델링식,혹은 외연확대식 신당창당은 별개 사안으로 계속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춘규기자 tae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