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여성들 왜 ‘겨울연가’에 빠져드나] ‘情의 문화’에 푹 빠졌다
|요코하마 이춘규특파원|재일동포 2세로 일본에서 태어나 자란 김양기(도코하가쿠엔대학·철학) 교수는 일본의 겨울연가·‘욘사마’ 바람의 원인을 문화적 충격 때문이라고 분석하면서도 한·일 관계사에서 중요한 계기가 될지 등에 대해서는 “섣불리 낙관해선 안된다.”고 경계론을 폈다.
김 교수는 요코하마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겨울연가와 주인공 배용준씨,이른바 ‘욘사마’에 일본인들이 빠져든 것은 정(情)의 문화로의 회귀 때문이라고 분석했다.패스트푸드나 템포 빠른 영화 등 이른바 속도의 문화에서 슬로푸드나 느린 영화 등 느림의 문화로의 회귀로 풀이했다.
또다른 매력은 무엇일까.일본이 희로애락의 감정 표현을 억제하는,억제를 강요당하는 문화인데 비해 한국인들은 희로애락을 명백하게 표현한다는 점이 겨울연가에서 잘 표현돼,감정 발산 욕구가 있는 중년 여성들을 중심으로 부러움을 갖고 빠져들게 했다는 것.젊은 시절의 순정심리도 자극했다.비극으로 끝나는 대부분의 일본의 인기드라마와도 대비되는 효과도 거론했다.
그러면서 초로의 김 교수는 10년 뒤의 조국을 상정했다.그때는 한국에서도 지금의 일본과 비슷한 현상이 일어날 것이란 얘기다. 왜 일본 여성들이 보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어까지 배울까.한국에 가,한국 사람을 만나 얘기하고 싶어서라는 것이다.다만 드라마와 다른 현실,순정이 사라지고 있는 한국 현실을 대화를 통해 알게 되면 실망할 가능성을 우려했다.욘사마의 개인적 매력과 주인공의 인성적 특징도 짚었다.몰개성적이고,스폰지가 물을 흡수하는 듯한,그러면서 자기 것은 요구하지 않는 듯한 연기를 사실적으로 해 몰입하게 했다는 것.
그래도 의문이 많다.왜 드라마 촬영지까지 직접 찾아갈까.일본의 독특한 문화를 들었다.유명배우 뒤따라가기 전통이다. 겨울연가 바람이 한·일 관계의 앙금을 풀고,관계개선의 촉매제까지 될까.“타이거 우즈가 골프계를 장악했다고 흑인 차별이 없어지나.”라고 김 교수는 반문했다.반감·차별을 완화시키는 역할은 하겠지만,낙관은 금물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올 10월부터를 우려했다.즉 내년 4월에 신교과서 채택 문제가 있고,그 문제를 올 10월부터 언론이 거론할 것이기 때문에 겨울연가 바람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봤다. 일본 사회에서 평생을 살면서 ‘철학 없는 우익들’로부터 협박도 많이 받았다는 김 교수의 전망은 전체적으로는 신중했다.
제자들,젊은이들은 대부분 인정을 몰라 겨울연가도 모른다고 한다. 그러면서 일본 우익들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필요는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일부 우익이 겨울연가의 돌풍을 질시하기도 하고,“한국은 남북 가리지 말고 일본에서 나가라.”고도 하지만 확신범이 아닌 현재의 우익은 일본 사회에서 영향력이 적다고 한다.
아울러 겨울연가 인기에 음습한 정치적 배경은 없는지 등의 불필요한 걱정은 버리라고 당부했다.
겨울연가의 바람에는 분명 집단으로 움직이는,“가자.”하면 가는,방향이 잡히면 따라가는 일본인의 특성이 조금 반영되기도 했단다.그러면서 그는 겨울연가를 매개체로 ‘피해자와 가해자’ 입장에서 서로 의심하고,헐뜯는 잔재들이 극복되기를 간절히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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