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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역 공공기관들의 도넘은 특혜 채용] 토호·공직자 가족 ‘끼리끼리 챙기기’… 일자리 약탈·독식 만연

    [지역 공공기관들의 도넘은 특혜 채용] 토호·공직자 가족 ‘끼리끼리 챙기기’… 일자리 약탈·독식 만연

    특혜성 채용은 축협뿐만 아니다. 일부 자치단체장, 지방공무원, 관변단체 유력인사 등 지역에서 행세깨나 하는 이른바 토호(土豪)라 할 수 있는 이들에 의한 특혜성 채용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자치단체, 산하기관 가릴 것 없이 자신의 영향력이 미치는 곳이면 각종 편법을 동원해 가족이나 친인척 등을 취업시키고 있다. 지자체 등을 감시해야 할 국회·지방의원과 언론계 인사들까지 가담하고 있다. 일종의 일자리 빼앗기, 일자리 독식으로 표현될 수 있다. 이는 중앙 정치권이나 정부 고위공직자들의 낙하산 인사보다 더 심각한 불공정 사회를 조장한다는 게 지역사회의 시각이다. 정부 핵심 정책인 경제민주화의 토대 ‘가정경제’를 떠받치는 취업의 첫 단계부터 토호들에 의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25일 대전시에 따르면 한 산하기관이 최근 공채로 신입사원을 뽑은 지 두 달여 만에 추가 공채에 나섰다. 같은 직종을 두 차례, 그것도 곧바로 공채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추가 공채에서 한 언론계 인사의 자녀를 합격시켰다. 서류심사에서 응시자들 대부분을 통과시킨 뒤 주관적 평가가 가능한 면접 등으로 합격시키는 절차를 이용했다. 이 인사와 기관장은 학연으로 얽혀 있다. 기관 관계자는 “그 자녀가 1차 공채에서 떨어진 뒤 특별한 이유없이 추가 공채에 나섰다. 그 자녀 한 사람을 위한 추가 공채라는 게 뻔하지 않으냐”고 말했다. 이 기관은 이후 해당 직종의 신입사원을 한 번도 뽑지 않아, 다른 구직자의 입사 길이 막혔다. 기관 관계자는 “요즘은 면접 등 형식이라도 갖췄지만 7~8년 전만 해도 전부 인맥으로 들어왔다”고 귀띔했다. 이곳은 직원 정년이 공무원과 같고, 연봉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의정부시설관리공단에서는 전 시의회 의장 아들이 근무하다 직원 간 폭력사건으로 들통이 났다. 최근에는 공원관리원, 청소원 등을 무기계약직으로 채용하는 지자체가 잇따르자 지방의원 책상에 5~6건씩 청탁형 이력서가 쌓인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필기시험 없이 서류전형과 면접만으로 채용하는 허점을 노리는 것이다. 단체장과 공무원의 일자리 빼앗기는 더 비일비재하다. 2010년 유명환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 딸 특채 파동으로 특채로 들어온 고위층 자제를 뜻하는 은어 ‘똥돼지’가 한동안 유행했었다. 강원 철원군은 결격사유가 있는 군수의 딸 채용으로, 경북 경산시는 시장 조카를 기능직으로 임용해 시끄러웠다. 경산시의회 관계자는 “기능직이 되려고 10여년씩 묵묵히 일만 해온 일용직 공무원의 꿈을 송두리째 앗아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충북 모 단체장은 “지역 유지들로부터 한 달에 한건 넘게 취업 청탁을 받는다”고 밝혀 악습이 여전함을 반영했다. 대전시 공무원들은 지난해 가족과 친인척을 지하철 역무원과 대전아쿠아월드 직원으로 취업시킨 사실이 적발됐다. 대전에서 건설업을 하는 오모(50)씨는 “수의계약 여부를 알아보려고 충남 모 자치단체에 갔더니 관련 공무원이 자녀 채용을 대가로 요구하더라”고 털어놨다. 경남 양산시의회는 최근 시설관리공단 무기계약직 30명 중 23%인 7명이 시 간부 공무원의 친인척이라고 밝혔다. 경기 고양시 도시관리공사에도 전·현직 국장급 공무원 자녀들이 근무하고, 고양문화재단은 시 고위 관계자 부인의 회사 직원이 채용돼 입방아에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런 ‘빽’도 없는 대부분의 구직자들은 박탈감에 빠질 수밖에 없다. 지난달 20일 부산시 부산진구 한 모텔에서 대학 휴학 중인 박모(24·여)씨가 “엄마 아빠, 잘하지 못해 죄송해요”라는 유서를 남기고 연탄불을 피워 자살했다. 지난해 성탄절에는 경남 창원시 한 아파트 옥상에서 문모(29)씨가 뛰어내려 목숨을 끊었다. 아르바이트 등을 전전하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 문씨의 상의 호주머니 속에서 꼬깃꼬깃 찔러 넣은 이력서 한 장이 발견됐다. 같은 해 대전의 모 대학 인문학과 교수는 제자들이 취업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다 자살하기까지 했다. 취업 준비생의 심정도 씁쓸하다. 구유나(26)씨는 학점 평균 4.2에 토익 920점이란 스펙을 갖췄건만 지난해 2월 졸업 뒤 1년 4개월째 줄줄이 낙방했다. 구씨는 “아무리 스펙을 쌓아도 서류통과조차 쉽지 않은데 그런 부정채용 소식을 들으면 한없이 슬프다”고 말했다. 한남대에서 이력서를 쓰고 있던 올해 경영학과 졸업생 임이랑(23)씨는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힘이 쪽 빠진다”면서 “정치도 그렇고, 기대할 데가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미대 졸업생 이소영(22)씨도 “우리 자리가 그만큼 주는 것 아니냐.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이들을 내보낼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한용택 전 충북 옥천군수도 2010년 4월 인사청탁과 함께 4000만원을 받아 구속됐지만 돈을 건넨 이는 지금도 청원경찰로 일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몇몇 단체장은 직권으로 특혜 취업자를 해임했지만 당사자들의 맞대응으로 결국 법원 판결로 임용 취소가 확정됐다”면서 “채용 문제는 뽑는 측의 잘못이어서 이미 합격한 사람에 대해 불이익을 주는 명백한 규정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금홍섭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단체장 측근 낙하산 인사가 줄게 한 것처럼 지역 유력인사들의 일자리 빼앗기도 시민 감시가 절대적이다. 이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도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양산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서울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불꺼진 대전시청 지하주차장 아베크족 데이트 열기에 난감

    불꺼진 대전시청 지하주차장 아베크족 데이트 열기에 난감

    ‘대전시청 주차장은 아베크족의 데이트 명소(?)’ 정부의 에너지 절감운동에 동참, 조명을 많이 끈 대전시청 주차장에 아베크족들이 몰리고 있다. 25일 시에 따르면 정부의 정책에 따라 모두 535면 규모의 시청 지하 1, 2층 주차장에 설치된 1830개의 조명시설 중 80%를 24시간 끄고, 승강기를 제한 운행하는 등 에너지 절감운동을 벌였다. 이 때문에 지하주차장이 사람을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어두워지자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안에서 데이트하는 아베크족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고 있다. 주로 젊은 시민이 찾아와 선팅을 짙게 한 차 안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것이다. 민망한 모습을 목격한 시 공무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 같은 얘기를 입에 올렸다. 한 공무원은 차 안에서 남녀가 알몸으로 있는 걸 봤다고 털어놨다. 그뿐만 아니라 정원처럼 잘 가꿔진 시청의 야외 주차장에서도 아베크족들이 데이트를 자주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렇자 시에서 예방에 나섰다. 청사 안에 초·중·고생을 위한 공부방이 있어 청소년 교육에도 좋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시는 이날부터 조명시설을 30%로 높여 가동하고, 하루 두 차례 돌던 순찰을 네 차례로 늘렸다. 시 관계자는 “(시청이 데이트 명소라는) 소문이 나면 안 되는데, 시 이미지에도 좋지 않고…”라면서 “전력 사용량을 전년 동월 대비 15~20%로 제한하는 정부 정책에 역행하는 것이지만 어쩔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지역 공공기관들의 도넘은 특혜 채용] “면접위원 내부인사 최소화해야”

    [지역 공공기관들의 도넘은 특혜 채용] “면접위원 내부인사 최소화해야”

    원구환 한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채라 해도 내부에 면접 등 주관적 요인이 많아 토호에 의한 부정채용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원 교수는 25일 “우리나라는 학연, 지연, 혈연 등으로 얽혀 인사 비리가 근절되지 않는다”면서 “그렇게 되면 ‘열심히 해봐야 소용이 없다’는 불신이 깔려 사회공동체가 무너진다”고 우려했다. 그는 2007년 세계은행(WB)에서 한국의 사회적 자본이 OECD 국가 평균의 3분의1이 안 된다고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사회적 자본은 현재 또는 미래에 국가의 부를 창출하는 가장 중요한 것으로 신뢰, 법치, 투명, 공개 등을 핵심 가치로 한다. 이것이 높아야 정치, 경제를 믿고 맡기게 돼 국가 공동체가 견고해지는데 우리는 불신하는 조직이 1위 정치계, 2위 공무원, 3위 공기업이란다. 원 교수는 “해당 기관이 면접위원을 선정하고 직원들도 참여해 외부 압력에 약할 수밖에 없다. 면접에서 점수가 완전히 뒤바뀌는 기현상이 나온다”면서 면접위원의 객관적 선정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면접위원으로 참여하는 내부 임직원 비율을 최소화하고, 채용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류심사, 필기시험, 면접 등 배점 비율을 사전에 널리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면접 점수 중 최고와 최저 점수를 빼고 집계하는 방법도 제시했다. 원 교수는 “공공기관만이라도 면접 점수를 준 이유를 명확히 달아야 한다. 안 그러면 면접에서 장난을 많이 친다”며 “시험 서류 폐기처분 기간도 늘려 감사 때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내부고발자의 신변을 철저히 보호하는 장치도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사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작은 지자체 산하기관이나 지역 사기업까지 손을 뻗치는 토호를 막으려면 내부자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했다. 원 교수는 “입법 공고를 앞둔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의 설립과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 부정취업 문제도 좀 나아질 것”이라며 “그래도 비정부기구(NGO) 감시와 내부자의 고발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충남 아산신도시 천안 편입 논란

    KTX 천안아산역이 있는 충남 아산신도시 주민들이 천안시 편입 문제를 놓고 찬반 논쟁을 벌이고 있다. 20일 아산시에 따르면 인터넷 카페 ‘천안아산신도시 내집마련’의 일부 회원이 “아산시가 행정력을 온양온천 등 원도심에만 집중하고 신도시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천안시로 편입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주민들이 수백건의 글과 댓글을 올리면서 찬반 논쟁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 찬성하는 주민은 “주민자치센터와 공공도서관 등을 두지 않는 아산시 행정에서 신도시는 찬밥 신세”라고 강조했다. 반면 반대 주민들은 “케케묵은 문제를 다시 꺼내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곳은 장재리 등 아산시 배방읍 일대로 아산신도시 조성 이전인 1980년대부터 “천안이 생활권”이란 이유로 천안시 편입 요구가 계속 나온 지역이다. 특히 이 신도시는 천안시와 아산시, 두 지방자치단체의 극심한 갈등을 유발하는 화약고다. KTX 역명을 놓고서는 천안시와 아산시가 줄다리기 끝에 두 지명을 모두 끼워 넣게 됐고, KTX 천안아산역 택시영업권 통합 문제의 경우 지난해 말 당시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의 중재안을 천안시가 거부해 여태껏 해결되지 않고 있다. 김신일 아산시 주무관은 “천안시 편입 문제는 두 자치단체의 시민 찬반 투표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문제가 된 아산신도시 1단계 땅과 인구는 물론 세수까지 천안시로 넘어가는데 아산 시민이 찬성할 리가 있느냐”면서 “이 신도시 관리권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시로 전환 중이어서 주민들 요구를 100% 들어주기 어려웠지만 다음 달 주민자치센터가 문을 여는 등 시로서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아산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전국 ‘타짜’ 수소문… 조폭들 수십억대 도박판

    전국 ‘타짜’ 수소문… 조폭들 수십억대 도박판

    조직폭력배들이 이른바 ‘타짜’를 끌어모아 수십억원대 도박판을 벌이다 붙잡혔다. 충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7일 산속 음식점 등에서 도박장을 개설한 조직폭력배 2개파 조직원 등 73명을 적발, 조폭 홍모(42)씨 등 9명을 도박개장 혐의로 구속하고 주부 이모(50)씨 등 64명을 입건했다. 홍씨 등 ‘전주 W파’ 조폭 조직원 3명은 지난 5일 오후 10시쯤 대전 유성구 송정동 모 가든을 빌려 회당 수백만원씩 판돈을 걸고 이른바 ‘아도사키’ 도박판을 벌이다 경찰에 검거됐다. 홍씨 등은 전국에서 모집책, 망을 보는 ‘문방’, 돈을 대주는 ‘꽁지’ 등 전문 도박꾼 10여명을 모집한 뒤 주부와 농민 등을 상대로 도박판을 벌였다. 이들은 모집책을 통해 일정 장소에 이른바 ‘찍새(도박참가자)’들을 모이게 한 뒤 봉고차로 도박장에 실어날랐다. 모집책은 상습 도박자인 찍새리스트를 갖고 있다 도박판이 열리면 연락해 끌어들였다. 도박장은 한적한 펜션이나 대형 음식점 등 단속을 피하기 쉬운 곳을 골랐다. 도박판이 벌어지면 도박장 출입구와 전방 1~2㎞에 문방 3~4명을 배치해 경찰 출동을 감시했다. 도박장 안에는 찍새가 돈이 떨어지면 판돈을 빌려주는 꽁지 3~4명을 배치했다. 꽁지는 2000만원쯤 갖고 있다 고율의 이자를 떼고 돈을 빌려줬다. 지난달 15일 오전 3시에는 충남 아산시 신창면 한 펜션에서 최모(44)씨 등 ‘군산 B파’ 조폭 조직원 3명이 똑같은 수법으로 아도사키 도박판을 벌이다 경찰에 붙잡혔다. 장소를 옮기며 도박판을 벌였지만 꼬리가 잡혔다. 찍새는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현금을 갖고 도박판에 끼어들었으며 한 주부는 5000만원을 잃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도박 전과자 등 정보원으로부터 도박개장 정보를 알아낸 뒤 문방이 배치되기 전에 미리 사복경찰을 도박장 주변에 잠복시켰다가 덮친다”고 말했다. 2개 조폭은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 수십 차례 모두 20억원대의 도박장을 개장한 뒤 판돈의 10%를 고리로 떼 2억여원의 부당이익을 취했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문턱 높은 세종청사… 지방직 “나도 공무원”

    문턱 높은 세종청사… 지방직 “나도 공무원”

    “정부종합청사들이 지방공무원들의 출입을 통제하며 홀대해도 됩니까.” 최근 업무차 급하게 정부세종청사를 다녀온 강원도 모 군수는 “청사 입구에서부터 출입을 통제당하는 수모를 겪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주민 업무를 위해 시골에서 세종시까지 3~4시간을 달려갔지만 청사 입구에서부터 까다로운 출입 절차에 시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지방공무원증을 맡기고 임시 출입증을 발급받은 뒤 방문 부서 안내원의 안내를 받아야 업무를 볼 수 있었다. 이 군수는 고향으로 돌아오는 내내 고압적인 정부청사 출입으로 인한 불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자치단체장을 포함한 지방공무원들의 정부종합청사 출입 절차가 까다로워져 지방공무원들이 뿔 났다. 서울청사는 지난 1월부터, 세종·대전·과천청사는 지난 3월부터 임시 출입증을 발급받아야 청사에 들어갈 수 있다. 지방공무원의 불만이 커지자 방문 부서 안내원의 안내까지 받아야 했던 절차는 최근 없어졌다. 이는 지난해 10월 유사공무원증으로 서울청사를 찾은 일반인의 분신자살 사건 뒤 청와대와 같은 수준으로 청사 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방공무원들은 “길게는 5~6시간씩 걸려 업무를 보러 갔는데 다 같은 공무원이면서도 지방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것은 심하다”면서 “예산 등 아쉬운 소리를 하러 정부 부처를 찾다 보니 대부분 쓴소리 못 하고 참고 넘어간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경북 경산시 관계자는 “출입자가 많을 때는 임시 출입증 발급에 20분 정도 걸린다”면서 “이렇다 보니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사전에 공무원을 파견해 소속 단체장 등을 안내하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시 관계자도 “국회는 공무원증만 있으면 들어가는데 세종청사는 공무원증에 방문증까지 두 개를 목에 걸고 다녀야 한다”며 혀를 찼다. 세종시 관계자는 “방문증을 받고도 내가 찾는 정부 공무원이 자리에 없으면 한참을 기다리기도 한다”면서 “‘처음 방문하면 기록이 남은 만큼 다음에 쉽게 출입하게 해 달라’는 항의도 해 봤지만 고쳐지지 않는다”며 불쾌해했다. 최승준 강원 정선군수는 “지난해 런던올림픽은 어느 대회보다 테러 위험이 커 보안검색이 대폭 강화됐지만 수십 만명의 관람객이 ID카드를 제시하면 아무런 불편 없이 출입할 수 있었다”면서 “검색대 모니터에 출입자의 모든 정보가 나타나 육안으로 대조하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 군수는 “중앙이든 지방이든 국가공무원법에 결격 사유가 없는 사람으로 이미 신원이 확인된 공무원에게 구시대적인 보안검색을 요구하는 건 시정돼야 한다”고 절차 개선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조인묵 정부청사관리소 관리총괄과장은 “상시 출입 지방공무원들에게 출입증을 주는 등 점차 개선해 나가겠다”면서 “장기적으론 시스템을 연동하도록 해 지방공무원들도 수시로 출입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대구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한산모시·나전칠기 스타들마저… 웬만해선 그들을 살릴 수 없다?

    [주말 인사이드] 한산모시·나전칠기 스타들마저… 웬만해선 그들을 살릴 수 없다?

    독일 ‘쌍둥이칼’은 280년 전 군인용 단검을 만들던 대장장이 마을에서 가내수공업으로 출발했다. 산업혁명 때 민수용으로 전환했다. 오롯한 장인 정신에 생산환경 변화에 맞춰 디자인과 기술 개발이 덧칠됐다. 러시아 목각인형 ‘마트료시카’는 120여년의 역사를 뽐낸다. 일본 목각인형에 착안했다. 예술가들이 수작업으로 만들면서 러시아 상징 민예품이 됐다. 지금 세계를 호령하는 명품이나 한 나라의 상징물로 날개 돋친 듯 팔리는 제품들은 가내수공업에서 출발했다. 보잘것없는 규모로 출발했을 가내수공업이 전통의 두께를 더하고, 현대 감각에 맞게 발전하면서 세상 사람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최고 명품이 된 것이다. 하지만 국내 전통 가내수공업은 딴판이다. 웬만한 사람은 다 아는 유명 수공업 제품조차 ‘몰락’했다고 할 만하다. ‘화문석’을 전문적으로 다루던 인천 강화군 강화읍 남산리 강화토산품판매장이 몇해 전 슬며시 자취를 감추었다. 재래 돗자리 중 최고급이라는 명성을 얻었지만 찾는 사람이 드물어서다. 화문석체험장을 운영하는 고미경(강화군 송해면 당산리)씨는 “예전에는 강화 5일장에 화문석시장이 따로 마련됐는데 줄어든 거래량 탓에 아예 사라졌다”고 안타까워했다. 1880년대 강화 일대에는 화문석 재료인 왕골 재배 농가가 1000여 가구나 됐으나 지금은 고작 100가구 남짓이다. 그나마 가구당 재배 면적은 330~660㎡뿐이다. 대개 부업에 그치고 송해·양사면 일부 가구에서 주문을 받아 연간 2000~3000장 짜는 정도다. 1970년대 강화에서만 연간 5만여장이 생산됐는데 말이다. 39년간 수도 역할을 한 고려 중엽 왕실에까지 공급했던 화문석이 명맥만 겨우 유지하는 것이다. 화문석의 몰락은 1980년대 이후 주거 형태가 단독주택에서 아파트로 바뀌면서 카펫이 대세를 이룬 탓이다. 전북 전주 부채도 에어컨과 선풍기에 자리를 내줬다. 부채는 일부 무형문화재들이 소량 생산하고 있다. 양반들은 합죽선, 서민들은 태극선을 무더위를 날리는 필수품으로 삼았지만 이젠 장식품, 소장품, 선물용으로 나가는 정도다. 반면 제작 과정은 복잡해 배우려는 사람도 없다. 최공호 한국전통문화대 교수는 “우리나라 전통 가내수공업은 원형만 고집하고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산업화가 자신의 역사인 외국에선 가내수공업도 자연스럽게 진화했지만 우리는 새것을 급히 받아들이면서 전통 수공업을 버리다시피 한 게 큰 이유다. 외국인들이 선뜻 구입할 수 있는, 우리의 정체성을 담은 전통 제품이 없는 게 아쉽다. 관련 통계조차 없다”고 말했다. 한때 1만 4000가구에 이르던 전남 보성삼베 제작 농가는 10가구 남짓밖에 남지 않았다. 원료인 대마 생산량은 2004년 40t(30㏊)에서 2011년 7.1t(4.3㏊)으로 줄더니 올해 5농가에서 겨우 2㏊를 재배한다. 보성삼베 영농조합 이찬식(70) 대표는 “36년째 종사하는데 너무 힘들고 일손도 부족해 버티기 힘들다”면서 “삼베를 찾는 사람은 많지만 값싼 중국산이 들어오고, 일당이 5만원도 안돼 일하려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하소연했다. 전남 담양 죽세품의 명성도 옛날얘기다. 대나무공예 명인 9명, 준명인 4명, 무형문화재 6명과 일부 농가에서 만들지만 31개 판매 업소에서도 중국산을 팔 정도로 위상은 초라하다. 경기 안성 유기는 현재 3곳만 가족 공방을 운영 중이고, 경북 안동포는 100여명이 삼베를 짜고 있으나 예전에 비하면 형편이 없다. 권구찬 안동시 주무관은 “삼에서 실을 만드는 삼삼기가 삼베 짜기의 95%를 차지하는데 기계화가 안 돼 있다”면서 “그렇다 보니 값이 비싸 일부 부유층의 옷과 침구 등으로만 만들어지고 청바지 등 현대 의류 제작은 엄두도 못 낸다. 정부가 기계 개발에 나서지 않으면 안동포 부활은 꿈도 못 꾼다”고 내다봤다. 명성이 덜한 가내수공업은 더 쪼그라들었다. 충남 서천군 서천읍 삼산리 고살메마을의 ‘갈꽃비’가 그 예다. 한때 농한기 최고 농가소득원이었던 이 빗자루가 청소기와 플라스틱 빗자루에 밀린 것이다. 농촌 고령화도 한몫했다. 갈꽃의 부드러움으로 자잘한 먼지까지 쓸어 내는 장점이 있지만 지금은 10명 남짓한 주민이 해마다 3000자루를 만든다. 본래의 용도를 벗어나 장식용으로 많이 팔린다. 이장 한병우(51)씨는 “겨울이면 마을회관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얘기꽃을 피우면서 빗자루를 만들던 옛날 모습이 생생하다”면서 “요즘은 강원 철원 등에서 조금씩 갈대를 사와 빗자루를 만들지만 이마저 머잖아 사라질 판”이라고 전했다. 최 교수는 “스위스는 한 마을 전체가 가위만 만들어 유명해졌고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유리공예, 일본은 도자기 마을을 상품화해 외국 관광객을 끌어모은다”면서 “우리 가내수공업은 외국인 특성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고 생산품에 의미를 부여하는 데 미숙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독특하고 개성 있는 최고 명품은 수공업에서 태어난다. 우리도 잠재력이 충분하다”며 나전칠기가 명함 케이스 등으로 상품을 다각화하는 것에 주목했다. 충남 서천 한산모시도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150년간 양반들 바지저고리를 만들던 데서 벗어나 청바지, 와이셔츠, 팬티, 양말 등 현대 제품까지 제작한다. 해외 패션쇼를 개최하고 브랜드화해 모시떡과 모시막걸리 등 먹거리까지 제품을 확대했다. 모시풀 재배 농가도 지난해 150곳에서 올해 190곳으로 늘었다. 2005년 서천군이 한산모시세계화사업단을 만들어 지원한 뒤 모시 제품이 다양하게 개발돼 팔리기 시작하자 주민들이 ‘돈이 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연간 소득은 20억원으로 늘었고, 고용 33명 등 부수 효과도 생겼다. 김맹선 군 한산모시계장은 “아직 해외 지명도가 낮지만 현대 감각에 맞게 상품을 개발하고 고급화해 부유층이 찾다 보면 외국에서도 알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농업과학원 정명철 박사는 “(전통 가내수공업은) 지금 없어지면 영원히 없어지는 것이다. 이미 많이 사라졌다. 정부와 자치단체에서 관심을 가져야 부활을 꿈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천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강화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보성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15일 임진각서 국내 최대 줄다리기

    비록 남북당국회담은 무산됐지만 500년 전통의 국내 최대 기지시줄다리기가 15일 임진각에서 남북화합과 통일을 기원하며 펼쳐진다. 충남 당진시는 이날 오후 2시 경기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줄다리기 행사를 연다고 13일 밝혔다. 남북관계가 경색됐던 지난해 개선을 바라며 시에서 추진한 것으로 이번에 당국회담이 무산돼 의미를 더하게 됐다. 이 행사는 당진시와 줄다리기보존회가 주관하고 통일부, 파주시, 조국평화통일불교협회가 후원한다. 이날 사용될 줄은 길이 200m, 지름 1m, 무게 40t으로 매년 4월 당진시 송악읍 기지시리에서 열릴 때 쓰는 것과 규모가 같다. 숙달된 장인 수십명이 한 달간 짚단 1만 6000∼2만개를 들여 제작했다. 당진시민 1000여명과 파주 시민, 관광객 등 1만여명이 한데 어울려 초대형 줄을 당긴다. 행사 전날 대형 트레일러 2대에 100m짜리 암줄과 수줄을 하나씩 싣고 임진각으로 떠난다. 암줄과 수줄의 결합이 화합을 상징해 통일 이미지에 걸맞다. 행사는 평화통일기원 고사, 남북공동번영 줄나가기, 남북이 하나되는 줄 결합, 줄다리기로 꾸며지고 민속무용, 북한가요, 국악한마당 공연이 부대행사로 열린다. 1000여명이 달라붙어 줄을 행사장으로 끌어내는 줄나가기가 장관이다. 당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충남 시골 연극에 빠지다

    시골에서 열린 전국연극제가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31회째를 맞은 이 행사가 군 지역에서 열린 것은 처음이다. 12일 충남도에 따르면 지난 1일 개막해 20일까지 홍성군 홍주문화회관과 예산군 문예회관에서 열리는 전국연극제 유료 객석 점유율이 78.2%에 이르고 있다. 반환점을 돈 지난 10일까지 지역 예선을 통과한 8개 극단과 카자흐스탄 국립고려극장 초청공연까지 18차례 공연에 전체 객석 9970석 중 7795명의 관객이 관람했다. 서울 극단 유목민의 ‘끝나지 않는 연극’과 제주 극단 가람의 ‘해가 지면 달이 뜨고’를 각각 800명, 전남 극단 미암의 ‘나보고 우짜라고~’ 900명, 대구 극단 마루의 ‘김봉순 할머니를 사수하라’와 인천 극단 한무대의 ‘무화과 꽃피었네’를 각각 950명이 보았고 충북 청년극단의 ‘엄마야 강변 살자’는 1015명이 입장해 매진을 기록했다. 김돈곤 도 문화예술과장은 “문화예술 혜택에 목말라 하던 농촌에서 전국 시·도를 대표하는 극단들의 수준 높은 연극이 잇따라 펼쳐지면서 시골 주민들이 모처럼 열광하고 있다”면서 “홍성·예산 주민은 물론 보령, 서산, 당진 등 인근 지역 주민들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공연장을 찾아와 연극을 맘껏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홍성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이슈&이슈] “2호선 개통 땐 승용차 이용 10% 감소 건설방식 결정 차기로 넘기지 않을 것”

    [이슈&이슈] “2호선 개통 땐 승용차 이용 10% 감소 건설방식 결정 차기로 넘기지 않을 것”

    윤기호 대전시 도시철도기획단장은 2일 “어떤 방식이든 시민들이 반대하면 안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윤 단장은 반대 단체를 설득하는 일에 힘을 쏟을 각오다. 그는 “6~7월 사이에 시민단체 관계자와 5개 구청 실무자들을 충북 오송 트램 시험선과 인천 고가 자기부상열차 시험운행장으로 데려가 견학시키겠다”고 말했다. 또 양쪽(노면과 고가) 주장을 대변하는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토론회를 연다는 계획도 내놨다. 도시미관 저해와 관련한 우려에 대해 윤 단장은 “디자인협회에 용역을 의뢰해 경관 저해 요소를 최소화하겠다”면서 “고가로 운행하거나 추진 중인 국내외 도시 사례를 참조하겠다”고도 했다. 윤 단장은 “노면 트램은 유럽처럼 땅이 넓고 인구는 적은 곳에 좋다”면서 “하지만 인구 밀도가 높은 데는 고가 방식이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일본과 호주 등도 고가 방식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 세계에서 노면 트램을 운행하는 도시는 400여곳, 고가를 선택한 곳은 180곳에 이르지만 고가 열차 운행에서 나타나는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전주와 울산이 2005년과 2008년 각각 노면으로 예비타당성 조사에 통과하고도 보류한 일을 되새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단장은 “2호선이 개통되면 승용차 이용률이 10% 떨어지면서 연간 1조 2000억원에 이르는 대전의 사회적 비용이 크게 줄어든다”면서 “(건설 방식 갈등으로) 사업 착수가 6개월쯤 늦어졌다”고 아쉬워했다. 물가가 오르면서 사업비가 늘어나는 부작용이 있다는 것이다. 윤 단장은 “행정을 멈출 수는 없다”면서 2호선 건설 방식을 일부러 차기 민선 시장 때로 넘기는 일은 없을 것임을 강조했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이슈&이슈] 대전도시철도 2호선 건설방식 갈등

    [이슈&이슈] 대전도시철도 2호선 건설방식 갈등

    ‘노면(面)’과 ‘고가(高架)’. 요즘 대전도시철도 2호선 건설방식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갈등의 핵심이다. 대전시는 도로 위에 고가 철로를 설치해 자기부상열차를, 시민단체는 기존 시내 도로에 레일을 깔아 트램(전차)을 운행하자고 맞서고 있다. 정부가 재정부담을 들어 지하철을 허용하지 않는 상태에서 양쪽은 한 치의 양보도 없다. 대전시는 고가의 장점으로 건설 시에만 도로를 점유하고 완공 후에는 도로 점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버스 등 다른 교통수단의 방해를 받지 않아 정시성이 좋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평균 열차 속도가 44㎞를 유지할 수 있어 18~20㎞로 들쭉날쭉한 노면 트램보다 빠르다고 덧붙였다. 자기부상열차는 무인으로 운전해 인건비가 크게 절약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시 용역을 수행한 동일기술공사 강유정 상무는 “고가 철로를 달리는 자기부상열차는 소음과 진동이 적고, 악천후에도 안정적인 운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이에 대해 반론을 펴고 있다. 고가가 도시미관을 크게 해친다는 것이다. 지상에서 10~11m 높이로 교각을 세워 철로를 깔기 때문이다. 정거장이 높게 설치돼 승하차가 불편하고, 열차 사고 시 대피가 어려워 많은 인명 피해를 낳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금홍섭 대전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은 “고가는 접근성이 떨어져 수요자인 시민들이 외면하면서 적자가 쌓이고, 결국 시민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전 5개 자치구 중 4개 구청장도 같은 논리로 대전시의 고가 건설 방식에 반대하고 있는 상태다. 이들은 노면 트램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도시미관을 해치지 않으면서 승하차가 편리한 점을 노면의 장점으로 꼽았다. ㎞ 건설비가 420억원이 드는 고가보다 200억원밖에 들지 않는 부분도 큰 이점이라고 했다. 곡선이나 급경사 주행이 가능하고 주변 주택 사생활 침해가 없다. 금 정책위원장은 “부산은 고가 이용률이 지하철보다 45%, 대구는 75%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철도의 최대 목표가 대중교통 수단으로 제 몫을 해야 한다는 점인데 수요가 부족하다는 것은 치명적”이라며 “노면은 버스 등 대중교통과도 연계성이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반면 대전시는 노면에 대해 왕복 철로와 정류장을 설치하면 최소 2개 차도를 점유해 버스 등 다른 교통수단 운행에 지장을 준다고 반박했다. 극심한 체증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소음과 진동도 있다고 설명했다. 폭설이나 폭우 등 악천후 때는 운행이 중단되거나 교통 혼란에 빠진다고 덧붙였다. 이 문제는 2호선이 2006년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했다가 지난해 11월 ‘대전의 인구 증가로 수요량이 늘고 있다’는 이유로 통과되면서 불거졌다. 시가 이를 신청할 때 제시한 건설 방식은 고가에 자기부상열차다. 이후 시민단체에서 반대하자 시는 동일기술공사에 용역을 의뢰했다. 이 과정에서 지하 5m 깊이로 지나는 저심도 방식도 검토됐으나 ‘대전은 통신시설 등 지하 장애물이 많고 건설비가 정부지원 한도를 넘는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동일은 지난 3월 용역결과를 발표하고 고가에 자기부상열차가 최선이라고 밝혔다. 노선은 정부대전청사 등 현재 운행 중인 1호선의 4개 역을 만나면서 엑스포과학공원과 충남대 등을 거치는 36㎞의 순환형이다. 이 중 유성네거리~진잠 간 2단계 7.4㎞는 도시여건 변화를 보면서 추진된다. 앞서 1단계 진잠~유성네거리 간 28.6㎞ 사업비는 모두 1조 3617억원으로 60%가 국비로 지원된다. 3호선은 충남 논산~계룡~서대전네거리~신탄진~세종시~조치원~청주공항으로 이어지는 106.9㎞의 국가 전철인 충청권 철도 중 대전 구간에 몇개 역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3호선 착수시기는 2016~2019년 사이. 대전시는 이에 맞춰 내년 말까지 설계를 끝낸 뒤 착공해 2019년부터 2호선을 운행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양쪽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사업 추진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일부에선 차기 민선에서 결정하도록 하자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금홍섭 정책위원장은 “결정이 차기 민선으로 넘어갈 수도 있지만 일단 (대전시의 태도 변화를) 지켜보고 있다”면서 “이번 2호선 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 전례 없이 큰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자체로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조폭 조직원 활동,고교생 ‘짱’ 37명 붙잡아

    대전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폭력단체에 가입한 뒤 집단폭력을 행사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김모(19)군 등 10대 37명을 붙잡아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2일 밝혔다.  H파 조직원인 이들은 2011년 9월11일 오후 9시쯤 대전 중구 대흥동의 한 공원에서 자신들을 무시한다며 다른 폭력단체 조직원들을 각목 등으로 마구 때리는 등 비슷한 이유로 10대들에게 3차례 폭력을 휘두른 혐의다. 이들은 대전지역 12개 학교에서 소위 ‘짱’으로 불리는 학생들로 H파 조직원들의 권유로 폭력단체에 가입했다. 이들은 선배 조직원으로부터 ‘인사를 잘 할 것’, ‘조직 행사에는 무조건 참석할 것’ 등의 행동강령 준수도 지시받았다.  경찰은 이들 가운데 11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가담정도가 약한 26명을 훈방조치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과의 1대 1 멘토링을 통해 이들이 다시는 폭력조직에 가입하지 않도록 돕고, 자퇴한 학생들은 검정고시를 보도록 도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대전시 ‘충남도 관사촌’ 매입 갈팡질팡

    대전시 ‘충남도 관사촌’ 매입 갈팡질팡

    대전시가 옛 충남도 관사촌 매입 문제를 놓고 ‘줏대 없는’ 행정을 하고 있다. 당초 매입을 거부했다가 시민단체 등이 압박하자 입장을 번복, 내년 시장 선거를 의식한 여론 행정을 일삼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31일 대전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30일 옛 도 관사촌을 매입해 예술작품 생산·전시·판매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 관사촌은 일제강점기인 1932년 충남도청이 공주에서 대전으로 옮겨오면서 도지사와 도 간부의 주거를 위해 지은 것으로 9필지(1만 345㎡)에 주택 10채가 한곳에 모여 있는 국내 유일의 최대 관료 거주지다. 충남도는 지난해 말 홍성·예산에 조성한 내포신도시로 도청을 이전하기에 앞서 도지사 관사 등이 대전시 문화재자료 49호인 점을 들어 시가 매입해 활용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시는 지난해 12월 “활용 계획이 없다”며 매입을 거부했다. 시는 대전발전연구원에 관사촌 활용방안 연구용역을 의뢰해 한 달 전에 용역결과를 받아놓고도 이 같은 입장을 도에 전달했다. 연구원은 당시 용역결과에서 문화예술촌, 문화테마빌리지, 근대문화체험마을 등 3가지 관사촌 활용방안을 시에 제시했었다. 이에 따라 도는 빈 관사촌의 경비를 전문업체에 맡기고 공개매각에 나섰다. 감정가는 76억원으로 나왔다. 그리고 이번 주 입찰 공고를 낸 뒤 매각에 나설 참에 반년간 태도변화가 없던 시가 돌연 매입 의사를 밝힌 것이다. 시민단체에서 매입을 강력 촉구한 뒤다. 대전문화연대는 최근 성명을 내고 “문화재 가치가 높은 관사촌이 민간에 팔리면 훼손된다. 대전시는 조속히 입장을 밝히고 활용방안을 내놓으라”고 압박했다. 활용방안도 갑자기 나와서인지 졸속이다. 구상만 정해졌을 뿐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대전발전연구원에서 내놓은 3가지 활용방안과도 달라 헛용역을 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현미 예술진흥계장은 “활용계획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고, 용역에서 내놓은 세 가지 방안 중 딱 들어맞는 것은 없다”고 털어놨다.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과정에서도 ‘충남도 소유 구 도지사 공관을 포함한 관사촌을 전부 매입해 활용할 계획’이란 문구를 ‘관사촌을 예술작품 생산·전시·판매 공간으로 활용하겠다’고 긴급 수정, 한 발 빼는 듯한 ‘꼼수’도 부렸다. 또 “올해는 예산이 없어 내년이나 매입이 가능하다. 되도록 싼값에 매입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태도는 “감정가 이하로 팔 수 없다”는 도 입장과 크게 달라 실제 매입이 이뤄질지도 불투명하다. 강철식 시 문화체육국장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도청이전특별법이 통과되면 관사촌을 정부로부터 무상 양여받을 수 있고, 검토과정이 길어져 산다 안 산다 명확하게 답변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자살한 女소방관 유족 “상관들이 술자리 강요”

    지난 27일 대전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한 여자 소방관 A(26)씨가 평소 상관들의 술자리 강요 때문에 고민했다고 유족과 동료 소방관들이 진술해 파문이 일고 있다.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고, 이 부분을 집중 조사 중이다. 대전대덕경찰서는 30일 A씨와 평소 친하게 지내던 대전동부소방서 직장 동료들을 소환 조사했다. 경찰은 “A씨가 자살한 뒤 ‘A씨가 상관들 때문에 힘들어했다’는 소문이 나돌아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A씨의 장례식장에 온 동료 소방관들로부터 ‘상관들이 지난 2월부터 술자리 모임에 참석할 것을 A씨에게 요구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부담을 느껴 수차례 거부했지만 상관의 강요로 3개월간 수십 차례 술자리에 참석했다고 유족은 전했다. 상관들은 근무시간에도 A씨의 손을 잡아끌면서 “술자리 언제 할 거냐”고 옆자리에 앉히고 “너희들 월급이 많은 것은 선배 접대비로도 쓰라는 것”이라고 술자리를 빨리 만들 것을 독촉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A씨의 한 상관은 “A씨와 딱 한 번 술자리를 했을 뿐 그 이상은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상관은 “공식적인 회의 외에 여자 소방관과 술자리 가진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A씨는 자신의 생일날인 27일 오후 6시 42분쯤 대전 대덕구 법동 한 아파트 20층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평소 성격이 활발해 동료와도 잘 어울린 것으로 알려진 A씨가 유서 한 장 남기지 않고 스스로 목숨을 끊자 자살 동기에 의혹이 일어 왔다. 경찰은 상관들의 술자리 강요가 사실로 드러나도 A씨 자살과의 연관성을 입증하기 어려워 사법처리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자살 女소방관 유족 “상관 강요로 수십회…”

    자살 女소방관 유족 “상관 강요로 수십회…”

    지난 27일 대전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한 여자 소방관 A(26)씨가 평소 상관들의 술자리 강요 때문에 고민했다고 유족과 동료 소방관들이 진술해 파문이 일고 있다.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고, 이 부분을 집중 조사 중이다. 대전대덕경찰서는 30일 A씨와 평소 친하게 지내던 대전동부소방서 직장 동료들을 소환 조사했다. 경찰은 “A씨가 자살한 뒤 ‘A씨가 상관들 때문에 힘들어했다’는 소문이 나돌아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A씨의 장례식장에 온 동료 소방관들로부터 ‘상관들이 지난 2월부터 술자리 모임에 참석할 것을 A씨에게 요구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부담을 느껴 수차례 거부했지만 상관의 강요로 3개월간 수십 차례 술자리에 참석했다고 유족은 전했다. 상관들은 근무시간에도 A씨의 손을 잡아끌면서 “술자리 언제 할 거냐”고 옆자리에 앉히고 “너희들 월급이 많은 것은 선배 접대비로도 쓰라는 것”이라고 술자리를 빨리 만들 것을 독촉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A씨의 한 상관은 “A씨와 딱 한 번 술자리를 했을 뿐 그 이상은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상관은 “공식적인 회의 외에 여자 소방관과 술자리 가진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A씨는 자신의 생일날인 27일 오후 6시 42분쯤 대전 대덕구 법동 한 아파트 20층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평소 성격이 활발해 동료와도 잘 어울린 것으로 알려진 A씨가 유서 한 장 남기지 않고 스스로 목숨을 끊자 자살 동기에 의혹이 일어 왔다. 경찰은 상관들의 술자리 강요가 사실로 드러나도 A씨 자살과의 연관성을 입증하기 어려워 사법처리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결국 사람잡은 태권도 판정시비

    ‘오죽했으면 죽음을 결심하기까지….’ 태권도 선수인 고교생 아들이 심판의 부당한 판정 탓에 억울하게 졌다며 태권도장 관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졌다. 태권도계의 뿌리깊은 판정 시비도 다시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지난 28일 낮 12시 20분쯤 충남 예산군 수철리의 한 사찰 입구 공터에서 전모(47)씨가 자신의 스타렉스 승합차 안에서 숨져 있는 것을 형(60)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전씨의 형은 “어머니의 유해가 모셔진 사찰 입구에 동생의 차가 있어 살펴봤더니 동생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고 말했다. 차량 안에는 야외용 화덕에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있었고, 별다른 외상은 발견되지 않아 경찰은 전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전씨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A4 용지 3장 분량의 유서도 발견됐다. 전씨는 유서에서 “(지난 13일 국기원에서 열린) 전국체전 서울 고교 대표 선발 3회전 핀급 결승전 3회전에서 종료 50초를 남기고 아들과 상대방의 점수 차이가 5대1로 벌어지자 (심판이) 경고를 날리기 시작했다”면서 “50초 동안 경고 7개를 받고 경고패한 우리 아들은 태권도를 그만두고 싶다고 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대한태권도협회 겨루기 경기규칙에는 경고를 두 차례 받으면 1점이 감점되는데 이때 깎인 점수는 상대에게 가산된다. 4차례 감점을 당하면 반칙패로 처리한다. 전씨가 지목한 심판은 현재 서울시와 인천시태권도협회에서 상임심판으로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그는 심판에 대해 “그놈하곤 인천에서부터 악연의 시작이었다”면서 “늘 작업조로 일컬어지던 그놈이 코트에만 들어오면 우리 제자들과 자식들은 늘 지고 나오기 일쑤였다”고 밝혀 지속적으로 판정에 대한 불만이 쌓여 왔음을 드러냈다. 한 태권도인은 “수십년 수련해 온 태권도인조차 극단적인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니 안타깝다”고 개탄했다. 대한태권도협회는 경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는 한편, 해당 대회를 주관한 서울시태권도협회와 함께 문제가 된 경기 영상을 확보하는 등 진상을 파악하고 있다. 문제가 드러나면 관련자들에게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예산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제2서해안 고속도로 건설 ‘청신호’

    제2서해안 고속도로 건설 ‘청신호’

    경기 평택~충남 부여를 잇는 제2서해안 고속도로 건설 사업이 닻을 올리게 됐다. 충남도는 최근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선정 등을 위한 재정사업평가 자문회의에서 신규 고속도로 건설사업 중 제2서해안 고속도로만 추진의 당위성을 인정했다고 29일 밝혔다. 홍순광 도 주무관은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되기 때문에 사실상 건설이 결정됐다고 보면 된다”면서 “그래도 기본 및 실시설계 등 절차를 거치다 보면 빨라도 5년 이후에 착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사기간은 7~8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노선은 서해안고속도로 평택 포승지구에서 갈라져 충남 아산 인주를 거쳐 당진~대전고속도로 삽교에서 만난 뒤 서천~공주고속도로 서부여 구간으로 이어지는 왕복 4차로다. 총 길이는 86.3㎞, 사업비는 2조 2457억원이다. 제2서해안 고속도로가 완공되면 충남의 대표 낙후지역인 청양·부여군이 수도권과 직접 연결돼 개발 효과가 커지고 현 서해안고속도로의 교통체증을 대폭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해안고속도로는 주말 하루 9만여대의 차량이 통행하면서 평택 구간과 서해대교 등에서 극심한 교통 체증이 빚어지고 있다. 홍 주무관은 “홍성·예산 내포신도시로 이전한 도청 옆을 지나 신도시 활성화 효과도 기대되는 만큼 정부에 조기 착공을 촉구하고 내년 예산에 기본·실시설계 비용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홍성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우울증으로 남편 잃은 아내 초등생 아이들과 동반자살

    남편이 우울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5개월 만에 부인이 같은 증세로 자녀 두 명과 함께 동반 자살했다. 26일 오후 8시 50분쯤 충남 아산시 권곡동 최모(37)씨 집 안방에서 최씨와 아들 김모(11)군, 딸 김모(8)양 등 일가족 세 명이 숨진 채 쓰러져 있는 것을 최씨의 오빠가 발견했다. 최씨의 오빠는 경찰에서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아 집에 찾아갔더니 동생과 조카들이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방 안에는 휴대용 가스레인지 위에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남아 있었다. 최씨의 오빠는 경찰에서 “여동생이 남편이 자살한 이후 우울증 증세를 보였다”고 진술했다. 최씨는 경기 안양에서 살다가 지난해 12월 공무원이던 남편(당시 37)이 우울증으로 자살하자 3개월 전 언니가 사는 아산시로 이사왔다. 경찰은 유족의 진술 등으로 미뤄 우울증 증세를 보이던 최씨가 신병을 비관해 두 자녀와 함께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건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아산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야생진드기 공포 확산] “김매야 하는디 겁나서요” 곳곳 농사 차질… 농촌체험 관광도 끊겨

    “지심(김) 매러 가야 하는디, 물리면 죽는다고 해 무서워서 얼른 못 나가고….” 살인진드기 감염 의심환자가 발생한 충남 홍성군 장곡면의 한 마을 주민 정광렬(74)씨는 24일 “겁난다”는 말을 연신 내뱉었다. 정씨는 “모도 내야 하고 완두콩과 깨도 심어야 하고. 시기 놓치면 한 해 농사 망치는 농번기인데 들에 안 나갈 수도 없고”라고 어쩔 줄 몰라했다. “마누라가 자꾸 들에 나간다고 해 장화 신고 고무장갑 끼고 나가라고 했유. 그 놈(살인진드기)이 몸뚱아리 어디로 들어갈 줄 알어유.” 정씨는 “3년 전에 나도 쓰쓰가무시병에 걸려봤는데,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두려워하면서도 “죽으나 사나 (논밭에) 나가야지 별 수 있느냐”고 하소연했다. 정씨도 들에 나갈 때는 장화와 고무장갑을 착용하고 겨울 트레이닝복을 입는다. 그는 “한여름 같은 더위에 이러고 일하니 금세 땀범벅이 돼 죽을 지경”이라며 “여기저기서 살인진드기 얘기로 시끄러운데 정부는 어떤 대책도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살인진드기가 생활 풍속도까지 바꿔 놓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살인진드기 감염 의심환자와 사망자가 속출하자 사람들이 바짝 움츠러들기 시작했다. 당장 농사에 지장을 주고, 농촌체험마을마저 된서리를 맞고 있다. 충남 공주시 의당면 두만리 ‘예하지마을’은 요즘 체험 관광객이 뜸하다. 고구마·감자 심기와 고사리 꺾기 등 체험하기가 한창 좋을 때여서 외지 체험객이 많이 찾을 때지만 찬바람만 분다. 마을 사무장 이영수(27)씨는 “예약할 때나 주말에 몇 명이 오면 대뜸 ‘살인진드기 괜찮겠느냐’ ‘(진드기 퇴치) 대책이 있느냐’는 말부터 꺼낸다”고 귀띔했다. 이 때문에 진드기 예방 스프레이액을 갖춰 놓고 체험객들의 바지 등에 뿌려 주고 있다. 숲속에는 되도록 데려가지 않는다. 나물을 채취하거나 옻순을 따는 사람들도 자취를 감췄다고 이씨는 전했다. 그는 “진드기를 옮기지 못하도록 내다 버려서인지 공주시내에 가면 떠돌이 개나 고양이가 부쩍 늘었다”고 했다. 지난해 8월 국내 첫 사망자가 나온 강원도 화천지역은 살인진드기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숨진 60대 여성이 살인진드기에 물린 장소가 화천군 간동면 텃밭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평소와 다름없이 조용한 농촌이지만 마을 주민들은 노심초사하며 사태가 어디까지 번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민들은 하나같이 “세월이 1년 가까이 지난 데다 이곳에서 살인진드기에 물렸는지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막연한 공포심만 유발해 외지인들의 발길이 끊기고 지역경기가 형편없어지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사건 발생 후 이 마을에 연일 방역차들이 뻔질나게 드나들며 소독액을 살포하고 있다. 방역직원 양모(65)씨는 “진드기가 소, 돼지 등 가축 피를 좋아한다고 해 축사와 풀숲 위주로 살충제를 뿌리고 있다”면서 “살인진드기 소식에 평소보다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천 주민 고은동(49)씨는 “우리 마을이 살인진드기 발생지와 가깝다는 것만으로도 걱정이 크다”며 “축사에 소독약을 흠뻑 뿌리지만 솔직히 안심이 안 된다”고 털어놨다. 숨진 여성이 가꾼 것으로 알려진 텃밭은 황량했다. 드문드문 지어놓은 조립식 주택 사이로 들깨 밭만 더러 보일 뿐 수년 전까지 개와 돼지를 기르던 축사들은 온데간데없었다. 주민들도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이런 상태에서 부산에서도 감염 의심환자가 숨지면서 살인진드기 공포가 도시로까지 번질 조짐이다. 인터넷에는 ‘살인진드기 때문에 등산도 접었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롯데마트 서청주점은 진드기 퇴출 관련 용품의 매출이 10%가량 증가했다. 서청주점 관계자는 “손소독제가 동이 난 신종플루 때와 달리 살인진드기는 아직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앞으로는 어찌될지 장담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농민들로서는 생계의 터전인 논밭을 떠날 수 없다. 충북 보은군 마로면 김영제(68) 이장협의회장은 “농민은 들에 나가서 살아야 하는데 진드기가 무서우면 일을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했다. 청원군 오창읍에서 농사를 짓는 전용민(49)씨는 “도시의 유치원생과 초·중·고 학생들의 야유회가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리지만 농민들이야 어디로 피하겠느냐. 농사일이 한창 바쁠 때라 진드기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홍성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화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홍성·부여서도 살인진드기 의심환자… 국내 사망자 2명으로 늘어

    충남 홍성·부여에서도 ‘살인진드기’ 바이러스 감염 의심 환자가 발생해 전국적으로 여덟 명이 됐다. 지난 16일 숨진 제주 서귀포시 강모(73)씨의 혈액에서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바이러스가 검출돼 살인진드기 감염 사망자는 2명으로 늘어났다. 충남도는 23일 SFTS 의심 증세를 보여 서울 고려대 구로병원에 입원 중인 최모(77·여·홍성군 장곡면)씨의 혈액과 몸에 붙어 있던 벌레를 국립보건연구원에 보내 정밀 검사를 의뢰하고 역학조사에 착수했다. 농사를 짓는 최씨는 지난 20일 귀 가려움증과 발열 및 구토 등의 증세를 보여 홍성군의 한 개인병원에 들러 왼쪽 귀 뒤에 붙은 벌레를 떼어 낸 뒤 이튿날 구로병원에 입원했다. 개인병원 측은 최씨의 귀 뒤에 붙은 3㎜쯤 되는 진드기 모양의 벌레를 병에 담아 환자에게 들려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현재 상태가 상당히 호전됐다. 충남 부여군 부여읍에서 농사를 짓는 조모(57·여)씨도 SFTS 의심 증상을 보여 지난 11일 서울 순천향대병원에 입원했다. 호흡곤란과 백혈구·혈소판 감소 증세를 보였다. 조씨는 이달 초 배가 벌레에 물렸다고 진술했다. 두 사람의 살인진드기 감염 확진 여부를 밝혀줄 국립보건연구원의 정밀 검사 결과는 7∼10일 후에 나온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숨진 강씨가 살인진드기 감염자로 최종 확진됐다고 발표했다. 서귀포시 표선면에서 과수원을 경작하는 강씨는 이달 초 체온이 39도까지 오르고, 구토와 설사 증세를 보여 제주대학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다 10여일 만에 숨졌다. 지난해 8월 텃밭을 가꾸던 강원도 여성(63)이 살인진드기에 감염돼 숨진 뒤 두 번째다. 한편 제주도가 관광객의 왕래가 잦은 올레길과 관광지 등 54개 지역을 대상으로 포집기를 이용해 작은소참진드기 분포 실태를 조사한 결과 6개 올레길 구간에서 서식을 확인했다. 이 가운데 목장지대와 문도지오름 일대는 ㎡당 서식 밀도가 8∼12개체로 다른 곳보다 월등히 많았다. 따라서 제주도는 앞으로 1주일 간격으로 올레길 등을 조사해 진드기가 발견되면 살충제를 살포할 계획이다. 또 진드기 기피제를 1000여개 확보해 목장이 많은 중산간 마을 주민과 각 보건소와 보건진료소 등에 보급하고 진드기 질병을 피하기 위한 수칙이 담긴 홍보물도 배포할 예정이다. 서울시 역시 살인진드기와 관련해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유관 기관과의 협조체제를 구축해 놓는 등 자치단체들마다 예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유치원이나 학교 등에는 풀밭에서 야외수업을 하지 말라는 당부도 했다”면서 “시청 홈페이지에 예방수칙을 올려놓았고 관련 홍보물을 제작해 자치구에 배포한 상태”라고 말했다. 홍성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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