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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칩 이식 착수… 뇌를 컴퓨터와 연결한다면

    올해 칩 이식 착수… 뇌를 컴퓨터와 연결한다면

    BCI 기술 국내 최초 연구자기본 원리와 현황·미래 소개 영화 ‘매트릭스’ (1999)에는 주인공 네오(키아누 리브스)가 컴퓨터로 각종 무술을 배우는 장면이 나온다. 뇌와 컴퓨터를 연결한 뒤 태권도나 복싱 등의 격투 기술 정보를 뇌 속에 주입하자 네오는 현실에서도 격투의 달인이 된다. 영화에서 벗어나 현실을 살펴보자. 2017년 테슬라 창립자 일론 머스크는 “인간이 인공지능과 싸울 유일한 방법은 뇌 위에 인공지능층을 만들어 인공두뇌와 연결하는 것뿐”이라 주장하고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개발 회사 ‘뉴럴링크’를 설립했다. 2021년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임상시험을 승인받은 뉴럴링크는 올해부터 링크 이식 수술에 착수한다. 성공한다면 전신 마비 환자가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구동해 의사소통하고, 몸에 장착한 외골격 로봇으로 마비된 몸을 움직이는 일도 꿈만은 아니게 된다. BCI 기술이 이처럼 우리에게 성큼 다가왔지만 이 기술을 둘러싼 오해와 과장, 비난과 폄하가 한데 뒤섞인 상황이다. ‘매트릭스’ 같은 영화 속 기술이 당장에라도 구현될 것으로 호도하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BCI를 국내 최초로 연구한 저자가 BCI 기술을 소개하고 이미 상용화된 뇌파 기기, BCI 스타트업 싱크론이 개발한 ‘스텐트로드’처럼 상용화를 앞둔 기술 등을 소개한다. 의료용 목적 외에 교육, 게임, 스포츠, 문화 산업에 BCI가 어떤 형태로 응용될지도 알려 준다. 가깝게는 치매를 비롯한 각종 뇌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수단으로, 멀게는 인류의 진화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BCI가 지닌 엄청난 잠재력을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루게릭병에 걸린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이야기를 한 번이라도 나눠 보고 싶다는 연락을 받은 사연부터 저자가 연구 현장에서 만났던 과학자들 등 생생한 이야기가 포함돼 지루하지 않게 읽힌다.
  • 그 모든 슬픔에도 절대로 울지 말라

    그 모든 슬픔에도 절대로 울지 말라

    대만 ‘젊은 거장’ 천쓰홍 장편소설성소수자 작가의 분신 ‘톈홍’ 통해천씨 부부·칠 남매 비극적 삶 그려17세기부터 장제스 국민당까지권력에 유린된 역사와도 맞물려“귀신은 바로 억울한 현실의 증인” 온갖 불온한 사랑이 ‘귀신들의 땅’으로 모인다. 더이상 아름다움과 더러움을 분간할 수 없어진 이곳 ‘용징’에 모인 천씨 집안 사람들. 이들에게 멀리서 건너온 짧은 당부가 전해진다. “그 모든 슬픔에도 불구하고 절대 울지 말라.” 대만 작가 천쓰홍(48)의 장편 ‘귀신들의 땅’은 세상으로부터 거부당한 사람과 사랑의 면면을 흡인력 있는 필치로 그린다. 국내 처음 소개되는 천쓰홍은 2020년 대만의 양대 문학상 ‘금장상 문학도서부문상’과 ‘금전상 연도백만대상’을 받은 문단의 떠오르는 작가다. “천씨네 다섯 자매는 낳기로 했던 아이들이 아니었는데, 평생 ‘잘 지낼’ 기회라는 게 있었을까?”(259쪽) 대만 외딴 시골 마을 용징에 사는 천씨 가족. 아들이 필요했는데, 첫째부터 다섯째까지는 죄다 딸이다. 여섯째, 일곱째에 이르러 비로소 갖게 된 아들을 애지중지하지만 부모 마음처럼 자라 주지 않는다. 막내아들 톈홍은 ‘소설을 쓰는 성소수자’로 작가의 분신이자 이야기의 핵심이다. 독일로 떠난 톈홍은 사랑하는 연인 T를 살해하고 감옥에 갇힌다. 출소한 톈홍은 용징으로 돌아오고, 그 과정에서 천씨 부부와 일곱 남매의 비극적인 삶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펼쳐진다.“그날 저녁 그녀(첫째 수메이)는 국에 비누를 넣었다. 냄비에 가득한 국 색깔이 조금 이상했지만, 남편은 요란하게 후루룩 소리를 내면서 다 마시고 나서도 표정에 변화가 없었다. … 이것이 그녀가 살아야 하는 큰 동기였다. 살아 있어야만 남편이 죽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다.”(31쪽) 가족의 사연은 하나같이 처절하다. 방직공장에서 지게차를 몰던 남자와 사랑에 빠진 첫째 수메이의 남편은 훗날 노름에 빠지고 바람을 피운다. 공무원인 둘째 수리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삶을 이어 가고, 똑똑했던 셋째 수칭은 명문 타이베이대학에 들어가지만, 뉴스 진행자인 남편에게 매를 맞고 산다. 가장 큰 비극은 넷째 쑤제와 다섯째 차오메이 이야기다. 아버지 아산의 동업자였던 왕씨 집안 큰아들 샤오왕의 아내 자리를 두고 벌어진 엇갈림. 넷째에게 밀린 다섯째는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고, 가족에게는 들리지 않는 귀신의 목소리로만 소설에 등장한다. 현실에 짓밟힌 이들의 삶은 권력에 유린당해 왔던 대만의 역사와도 맞물린다. 17세기 스페인과 네덜란드, 청나라에 패배한 뒤 대만에서 명나라의 부흥을 노린 정성공과 유민들, 일본 제국주의 그리고 국공내전에서 패하고 섬으로 왔던 장제스의 국민당까지. 여기서 끝이 아니다. 13일 총통 선거를 앞두고 중국과의 완전한 분리를 주장하는 민진당의 득세 속 중국의 무력 압박이 거세지며 전쟁의 공포를 느낀다는 대만인이 늘어나고 있다. 김태성 번역가는 “귀신은 압제와 폭력과 악습, 그로 인한 상흔과 고통의 기억을 상징한다”면서도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잘못된 삶의 대변자이자 억울한 현실의 증인이 된다”고 해설했다. 마지막 대목에서 톈홍은 성소수자인 자신을 모질게 몰아세웠던 엄마 아찬과 재회한다. 오랜만에 만난 엄마는 아들에게 무슨 말을 해 줄 것인가. “아들의 눈물이 눈두덩을 넘고 있었다. / 또 바람이 불어와 그녀의 귀를 파고들었다. / 그녀는 들었다. 아주 분명하게 들었다. / 바람이 그녀에게 요구한 것은 아들에게 ‘울지 마!’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 아찬의 복강이 움직였다. / 아찬의 목구멍이 흔들렸다. / 아찬이 크게 입을 벌렸다.”
  • [마감 후] 태영건설이 진짜 잃은 것/윤수경 산업부 기자

    [마감 후] 태영건설이 진짜 잃은 것/윤수경 산업부 기자

    “51년 전 아무것도 가진 것 없던 제가….” 지난 3일 서울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채권단 설명회에서 호소문을 담담하게 읽어 내려가던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 회장은 이 대목에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과거 맨손으로 태영을 일궈 냈을 때부터 수백 명의 채권단 앞에 설 때까지 장면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났으리라 짐작했다. 이윽고 감정을 추스른 윤 회장은 태영이 얼마나 가능성 있는 기업인지, 회사가 무너지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에 빠지게 될지 구구절절 설명하며 협조를 구했다. 하지만 A4 용지 다섯 장에 달하는 글 어디에도 사재 출연 규모와 SBS 지분 담보 혹은 매각과 관련된 이야기는 없었다. 알맹이가 쏙 빠진 호소문에 현장의 분위기는 급랭했다. 이후 채권단에서 SBS 지분 매각이나 지분 담보 제공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지만, “방송사 주식은 제약이 있어 말하기 어렵다”는 태영 측의 원론적인 대답이 이어지자 허탈한 웃음마저 터져 나왔다. 한 관계자는 “남에게 엄청난 손해를 끼치게 된 상황에서 홍익인간과 산업보국을 이야기해 깜짝 놀랐다”며 “정작 듣고 싶은 이야기는 하나도 듣지 못했다”고 성토했다. 지난해 12월 28일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할 때만 해도 시장은 워크아웃 개시를 의심하지 않았다. 부활한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의 1호는 당연히 태영건설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설명회에서 보여 준 태영 측의 안일한 대응은 상황을 최악으로 내몰았다. 여기에 당초 약속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의 태영건설 직접 지원 대신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를 통한 우회 지원을 두고 “지주사 지원이 곧 태영건설 지원”이라는 억지로 위기를 자초했다. ‘꼬리 자르기’ 전략에 들어간 것이라는 말도 흘러나왔다. 태영건설을 버리더라도 티와이홀딩스와 SBS를 지키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금융당국은 물론 대통령실까지 압박에 나선 뒤에야 태영 측은 부랴부랴 당초 채권단에 제시한 네 가지 자구안을 모두 이행하고 부족하면 티와이홀딩스와 SBS 지분도 담보로 해서 태영건설을 꼭 살려 내겠다는 입장을 냈다. 11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채권자를 대상으로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에 돌입했다. 업계에서는 주요 채권단과 금융당국이 태영 측의 자구안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워크아웃 개시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태영 측은 큰 고비를 넘겼다며 자위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지난해 11월 경기 의왕 오전 나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지인 ‘의왕 센트라인 데시앙’ 분양 당시 태영건설은 분양자에게 “자부심을 가지고 거주할 수 있는 지역의 대표 아파트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단 두 달 만에 수분양자들은 자부심이 아닌 불신과 불안감을 떠안게 됐다. 전국 112개 현장에서 시공능력평가 16위 기업을 믿고 사력을 다해 온 1075개 협력사와 연간 약 420만명의 근로자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번 워크아웃 신청 과정에서 그들을 벼랑 끝까지 내몰며 태영이 진짜 잃은 게 무엇인지 뼈저리게 느껴야 할 때다.
  • [기고] 우리는 산재예방의 답을 알고 있다/안종주 안전보건공단 이사장

    [기고] 우리는 산재예방의 답을 알고 있다/안종주 안전보건공단 이사장

    새해가 되면 모든 사람이 자신과 가족의 안전과 건강을 빈다. 일터에서 하루를 보내는 근로자와 사업주도 일하다 죽거나 다치는 일이 없도록 소망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매일 일터에서 산업재해(질병, 사고)로 숨지는 근로자가 하루 6명꼴이고 이 중 2.4명꼴은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선진국에 걸맞지 않은 부끄러운 현실이다. 또한 우리나라 산재 사고사망 중 절반에 가까운 46%가 건설업에서 발생하고, 그 사고의 대부분은 예방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정말 어처구니없이 반복되는 후진국형 재해다. 지난해 말 동북권·서남권 서울특별시 노동자종합지원센터가 일용직 근로자, 안전보건관리자, 전문가들의 목소리와 제언을 담은 ‘2023 건설업 종사자 산업안전보건 현장시선 모니터링 보고서’를 펴냈다. 이 책을 읽고 내린 결론은 우리 사회는 산재예방의 답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일터에서 왜, 무엇 때문에 사고가 일어나는지 근로자, 건설현장 안전보건관리자, 외국인 근로자 모두 정확하게 꿰뚫고 있고 그 해결책도 알고 있다. 평소 산재 원인과 현장 실태에 관해 내가 생각하고 봤던 것과 일치했다. 답은 아는데 실천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에 우리나라가 여전히 산업안전보건 선진국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작업장 위험성평가를 바탕으로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TBM)만 잘해도 사고의 절반을 줄일 수 있다. 급박한 위험이 보일 때 근로자가 행사할 수 있는 작업중지권만 현장에서 제때 발동돼도 사고를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하다. 건설현장은 불법 재하도급이 일상화돼 있고 심지어는 5단계까지 내려간다. 안전에 큰 걸림돌이 되는 최저가 입찰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외국인 근로자 스스로가 털어놓고 있는 것처럼 작업 지시를 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을 세워 외국인 전담 교육을 해야 한다. 당연히 안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일부 관리감독자가 실은 안전에 무관심한 현실은 하루빨리 타파해야 한다. 안전보건교육의 중요성은 약방의 감초처럼 이야기되지만 서류상으로만 처리된 교육이 많다. 설계 변경은 잦지만 그 안전성은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잦은 욕설과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는 “빨리빨리” 문화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건설기초안전보건교육도 일회성에 그치지 말고 보수교육을 해야 한다. 모두 맞는 말이고 정확한 분석과 지적이다. 사업주만 탓하거나 부주의한 근로자 탓만 할 일이 결코 아니다. 산재예방의 마지막 답은 실천, 즉 현장 작동이라는 고양이의 목에 소리가 잘 나는 방울을 다는 것이다. 올해는 부디 방울을 단 고양이가 일터 곳곳을 뛰어다니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빈다. 그리하여 활기찬 모습으로 일터로 나간 근로자 모두가 웃으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소망한다.
  • 책이 맺어준 연… 책과 잠시만 쉼 [박상준의 書行(서행)]

    책이 맺어준 연… 책과 잠시만 쉼 [박상준의 書行(서행)]

    각오나 결심은 새해의 손짓이다. 못다 읽은 책보다 새로운 책을 살피고, 반성보다 기대의 문장에 밑줄 친다. 유안진 시인은 ‘춘천은 가을도 봄이지’라는 시를 썼다. ‘까닭도 연고도 없이 가고 싶지’라고 했다. 1월의 각오나 결심은 그런 심경의 반영일지 모르겠다. 막연하게 꿈틀대는 긍정들, 다다르고 싶은 이상들. 새해에 다녀온 춘천은 ‘봄의 내’라는 이름과 무관하게 함박눈이 내렸다. 그럼에도 책방 바라타리아에서 ‘미미책선물’(미래로 보내는 미리 계산한 책)에 짧은 메모를 남길 때, 북스테이 ‘썸원스 페이지 숲’에서 멀거니 창밖의 설경을 내다볼 때, 1월은 왠지 봄의 기운을 닮아 춘천은 까닭 없이 당도하고픈 내일의 다짐이기도 했다.●당연해서 ‘어리석은 선택’ 강은영·장남운씨 부부는 책방을 꿈꾸며 10년을 준비했다. 노트북 바탕 화면에 ‘책방’ 파일을 만들고,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업그레이드했다. 주말에는 전국 서점을 순례했다. 무려 200여곳. 춘천에 터를 잡기로 한 후에는 제일 먼저 책방을 지었다. 꾸미거나 꾸렸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책방만을 위한 3층 건물을 세웠으니까. 두 사람의 책방은 춘천시 근화동에 있다. 옛 미군기지 캠프 페이지가 있던 동네다. 그 골목 한켠에 책방을 여는 일은 셈이 빠른 이들이 보기에 ‘어리석은 선택’이었을지 모른다. 그에 대한 그들의 대답이 바로 책방의 이름 ‘바라타리아’다.●‘돈키호테’에 나오는 섬 이름 ‘바라타리아’ 바라타리아는 미겔 데 세르반테스가 쓴 ‘돈키호테’에 나오는 지명이다. 돈키호테의 시종 산초가 다스린 섬의 이름이다. 소설 속 공작이 산초에게 통치 직을 맡길 때는 기대보다 다분한 조롱의 제안이었다. 하지만 산초는 바라타리아를 무척 훌륭하게 다스리고 퇴임할 즈음에는 섬사람의 존경과 지지를 한 몸에 받으며 소유 없이 물러난다. 묵직한 감동을 안기는 장면이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책방이 산초의 바라타리아와 같은 책의 섬이 되기를 바랐다. 그 지향은 책방의 주황색 나무 문 입구부터 굳건하다. 바라타리아 건축은 춘천 출신 건축가가 맡았다. 출입문에서 바로 연결되는 계단, 그 끝에 봉의산을 향해 열린 너른 창, 복층의 벽을 채운 높은 책장 등 두 사람의 의사를 적극 반영했다. 입구 역시 의도가 있다. 상업 공간은 투명한 유리문이 일반적이다. 안이 잘 보여야 손님의 주의를 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원한 바는 달랐다. 산초가 다스리던 영지 바라타리아, 그곳은 책장을 넘기기 전에는 알 수 없는 미지의 유토피아이고, 책장을 넘기듯 손끝에서 체감되는 시작이었으면 했다.●미래로 보내는, 미리 계산한 책 ‘미미책선물’ ‘미미책선물’은 이 같은 철학과 소망을 담은, 바라타리아의 깃발 같은 서가다. 풀어 쓰면 ‘미래로 보내는 미리 계산한 책’이다. 책방을 방문한 어른들이 2층 서가에서 책을 골라 미래의 청소년(14~19세)에게 선물하는 방식이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년 시절 일화에서 착안했다. 하루키는 동네 책방에서 원하는 책을 마음대로 가져다 읽곤 했는데, 훗날 부모님이 책값을 따로 지불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미미책선물 서가 앞에 서면, 짧은 메모들이 책의 왕래를 짐작게 한다. 어른들의 메모는 추천사나 짧은 엽서 같다. 또는 자신의 옛 시절에 건네는 늦게 온 고백을 닮았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혹은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는 당신에게 이 책을 보냅니다’라는 글귀는 ‘지구에서 한아뿐’(정세랑/난다)을 선물한 이의 메모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클레어 키건/다산책방)을 택한 이는 ‘마지막 문장의 여운과 함께 좀더 나은 내가 되고 싶고, 될 수 있다는 용기를 가지게 되길 응원합니다’라고 적었다. 답장도 있다. 청소년들은 책을 가져가면서 ‘간단한 메모 작성과 조금 쑥스러운 퍼포먼스(인증사진을 남기는 것. 얼굴로 책을 가려도, 뒷모습을 보여도 상관없다)’를 남기는데 사진은 미미책을 선물한 어른에게만 전달한다. 다행히 남긴 메모는 서가 한쪽 벽에 붙어 있다. ‘나를 더 사랑해 주기 위해서’라거나, 책 뒤에 적혀 있는 ‘슬픔의 자리에서 비로소 열리는 가능성에 대하여’라는 문구 때문에 선택했다거나 또는 ‘시인을 꿈꾸고 있어’ 시집을 골랐다거나. 무심한 답도 없진 않지만 십 대의 데면데면한 쑥스러움이란 걸 왜 모를까. 청소년들의 책 선택은 기대처럼 떳떳하고 뜻밖에도 꿋꿋하다. 하지만 때로는 아리기도 하다. 김애란 작가의 소설 ‘바깥은 여름’을 집은 아이는 자신의 별명을 ‘고장 난 시계’라고 적었다. 책 속 작가의 말은 ‘누군가의 손을 여전히 붙잡고 있거나 놓은 내 친구들처럼’으로 시작한다. ‘바깥은 여름’이 아이의 시계추를 다시 흔들어 깨우는 태엽 감기가 되어 주었기를.●다시, 또다시 뭐든 해 보는 새해 책방이 문을 연 지 1년 5개월. 세상과 다른 셈법을 가진 돈키호테와 산초들이 계산한 책은 어느덧 299권(1월 6일 현재)에 이른다. 그 가운데 177권의 책이 임자를 찾았다. 10대를 지나지 않고 어른이 된 이는 없다. 서로 다른 세대들이 책을 빌려 건네는 응원과 위로, 그 맺음의 마음이 모인 이 서가야말로 바라타리아이지 않을까? 그래서 두 사람은 미미책선물이 적정하게, 그침 없이 순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책이 너무 많으면 아이들이 고르기에 부담스러울 테고, 그렇다고 아이들이 고를 책이 없을 정도로 모자라지는 않았으면 한다. 손난로 대신 책 한 권을 들고 서성이는 동안 창밖으로 눈이 내린다. 소복소복 쌓이는 미래들. 오늘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고될 것을 먼저 걱정하지 않기로 한다. 대신 미미책선물을 고르는 어른이 된다. 매수와 매도의 타이밍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새해를 여는 첫 번째 투자로 이보다 좋은 선택은 없겠다. 옆지기와 고민 끝에 고른 책은 ‘다시, 올리브’(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문학동네). 이 책을 보게 될 내일의 그들에게 짧은 메모를 더한다. 실은 우리가 서로에게 해주고픈 말이기도 하다. ‘다시, 또다시 뭐든 해 보는 새해 맞이하기를요.’ ●책연 맺어 주는 책선물·북토크·책모임 바라타리아는 북토크나 책모임도 활발하다. 안도현, 이병률, 장일호, 정은혜 작가 등이 다녀갔다. 무작정 섭외 메일을 보내기도 하고 미미책선물이 연을 맺어 주기도 했다. 근래에는 60대 할머니들이 책모임을 갖는다. 직업도 다르고, 살아온 여정도 다른 이들은 초등학교 동창이라는 공통점만으로 책 앞에 나란히 앉아 소녀 시절로 돌아간다. 두 주인장은 그 모습이 따뜻하고 뭉클하다. 할머니들뿐일까. 남녀노소, 그가 누구든 ‘인생독주’(책과 관련한 와인을 마시며 혼자 하는 독서 프로그램)처럼, 어느 날 우연히 방문한 바라타리아에서 자신만의 문장을 찾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고. ‘책연’이라는 말이 있다. 국어사전에는 없는 말이다. 사전에 없다고 이해할 수 없는 말은 아니라서 ‘책의 인연’을 떠올리는 건 어렵지 않다. 미래로 보내는, 미리 계산한 오늘의 책연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까? 새해 결심처럼 비장한 각오조차 필요 없는, 언젠가 이 마음에 화답하는 소녀와 소년이 책을 품에 안고 돌아갔으면. 발걸음도 가볍게 총총총, 룰루랄라 콧노래라도 부르면서, 어제보다 오늘 더 활기차게. 그 가락이 1월의 결심을 잊은 채 살아가던 10월이나 11월의 우리에게 ‘단풍도 꽃이 되지… 春川(춘천)이니까’ 하는 시인의 노래처럼, 오늘의 고운 함박눈처럼 다다랐으면. 참, 유안진 시인의 ‘춘천은 가을도 봄이지’는 강씨 부부가 후보로 올렸던 책방 이름 가운데 하나다.신동면 증리는 춘천시 남쪽 외곽 동네다. 김유정역과 실레마을을 지나 굽이굽이 오르다가, ‘어, 잠깐만’ 하며 멈춰 서게 만드는 곳. 썸원스 페이지(someone’s page) 숲은 손영일씨가 우연히 찾아낸 그 땅에 지었다. 그는 정보기술(IT) 회사 디자이너로 일하다 자연 속에서 살고자 귀촌했다. 지금의 보금자리, 팔미천이 ‘S’자로 굽이치는 언덕에 살림집을 짓고는 “결이 비슷한 사람과 만나는 걸 좋아해 게스트가 머물 공간”을 같이 조성했다. ●쉼의 페이지가 되는 누군가의 집 게스트로 방문하는 ‘썸원’(someone)은 주로 이런 이들이다. 나를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거나 자발적 고립을 원하는 사람, 나무와 별을 보며 가만히 쉬고 싶은 사람. 고요한 선망의 시간이 온전히 나의 것이 되어 가는 기분, 그 좋은 기억을 잊지 못해 누군가는 친구나 연인, 가족과 함께 다시 찾고, 또 여럿이 왔던 이들은 홀연히 혼자 다시 찾기도 한다. 이때 떠오르는 좋은 동무는 단연 책이다. 북스테이가 아니었어도 책 한 권 들고 찾기 좋은 숲속의 집이다. 종종 미래에서 온 책들이 먼저 당도하기도 한다. 게스트가 읽고 싶은 책을 주문해 보내는 경우다. 그 책은 게스트보다 미리 와 게스트를 기다리고, 게스트가 떠난 후에는 썸원스 페이지 숲에 남아 새로운 페이지를 여는 누군가의 책벗이 되기도 한다.썸원스 페이지 숲은 크게 세 가지 ‘페이지’(page)로 나뉜다. 혼자만의 방(1인실), 숲속의 내방(1~2인실), 에반스의 서재(최대 4인실). 적당히 떨어진 건물과 각기 다른 입구는 사람마다 다른 쉼의 간격이겠다. 그 못지않게 신경 쓴 부분은 각 방의 분위기다. 조금씩 다른 주제의 책과 LP 턴테이블 그리고 너른 창이나 테라스를 갖는다.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잠을 자거나 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그러다 슬그머니 문을 열고 나와서는 정원을 거닐거나, 공용공간 ‘숲속의 서재’에서 팔미천을 내려다보며 또 책을 읽거나 밤이 깃든 하늘의 별을 살피는 일. 그러니 이곳에서는 바스락바스락 발끝으로 시간을 읽어내는 것 또한 독서라 할 수 있겠다. ●말동무 필요하면 ‘썸장과의 차 한잔’ 썸원스 페이지 숲의 또 다른 독서는 사람 읽기다. 가벼운 말동무가 필요할 때는 ‘썸장과의 차 한잔’을 신청한다. 썸장은 손님들이 손씨를 부르는 말이다. 창밖으로 강이 흐르는 숲속의 집에서 소소한 삶을 나누고, 때로는 조금 깊어진 소통의 시간을 누릴 수 있는 대화다. ‘마음이 닿는 대로 표현하고, 혼자 사색하는 시간을 가지는 일이 언제부터 모두에게 힘든 일이 되었을까요?’ 썸원스 페이지 숲을 떠나기 전, 앞서 묵은 누군가가 남겨둔 글을 읽는다. ‘보이는 풍경을 감상하고, 시간을 따로 두지 않고 책도 마음껏’ 보았다는 그이의 하루가 어렴풋하게 그려진다. 그러고 보니 ‘계획 없이 왔으니 틀어질 일도 없다’라는 문구가, 썸원스 페이지 숲의 슬로건처럼 곳곳에 적혀 있는 걸 본 듯하다. 게스트가 왔다며 마중 나가는 썸장의 뒷모습에서 다시 춘천은 가을도 봄이고, 지금 겨울은 1월의 시작하는 마음이어서 또 봄이지 싶어진다. ●춘천은 지금 ‘소년시대’ 지난해 12월 종영한 쿠팡플레이 드라마 ‘소년시대’를 재밌게 본 이들에게 춘천은 반가운 도시다. ‘소년시대’는 찌질이 병태가 학교 ‘짱’으로 오해받아 벌어지는 이야기다. 레트로 풍의 1980~90년대 배경과 배우들의 충청도 사투리 연기가 화제를 모으며 큰 인기를 끌었다. 촬영은 ‘소년시대’ 이명우 감독의 고향인 춘천에서 상당 부분 이뤄졌다. 주로 병태(임시완 분)와 친구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정경으로 서부대성로 44번길, 소양고개길, 명동길 등이다. 특히 서부대성로 44번길(요선동) 일대는 1970~1980년대 춘천의 번화가였다. 지금도 춘천 노포들이 많다. 극 중 배경은 충남 부여지만 드라마에는 1980년대 춘천 ‘육림고개 도로포장 준공’을 경축하는 현수막도 버젓이 등장한다.육림고개는 옛 육림극장 자리에서 중앙로77번길을 따라 중앙시장까지 이어지는 고갯길이다. 노포와 청년 매장이 어우러져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다. ‘소년시대’ 1회에서 병태가 엄마의 심부름으로 쌀을 사던 거리이기도 하다. 북쪽으로 연결되는 춘천로 15번길은 오락실 추격 신을 촬영한 골목이다. 부여농고 아지트로 나오는 산다라 음악다방도 빼놓을 수 없다. 세트가 아닌 실제 영업 중인 카페 ‘화양연화’다. DJ 뮤직박스에서 흘러나오는 1980년대 LP 음악과 소품이 레트로 감성을 자극한다. 그리고 경태(이시우 분)와 선화(강혜원 분)가 데이트를 하던 전망 좋은 언덕은 해피초원목장이다. 극 중 계절은 여름이지만 겨울에 찾으면 설경이 아름답다. ■여행수첩 ▲바라타리아 운영 시간: 오전 11시~오후 8시(주말 7시), 화요일 휴무, www.instagram.com/barataria.bookstore. 0507-1325-3180 ▲썸원스 페이지 숲 운영 시간: 입실 오후 4~7시, 퇴실 오전 11시 someonespage.modoo.at. 010-4254-5401
  • ‘평생의 친구’ 여행, 조바심 내려놓으면 즐거워요 [그 책속 이미지]

    ‘평생의 친구’ 여행, 조바심 내려놓으면 즐거워요 [그 책속 이미지]

    미술관에서 다정하게 그림을 감상하고 있는 남녀. 그들 너머의 그림 속 인물이 샐쭉한 표정을 짓고 있다. 왜 자꾸 쳐다보느냐고 말하는 듯하다. 미술관에서 그림을 보는 이들을 촬영했을 뿐인데, 사진은 이렇게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10여년 동안 유럽과 북미 등을 오가며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기록했다. 멋진 여행지를 소개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화려한 인증샷을 자랑하는 여행기가 아니다. ‘반려동물’, ‘미술관’, ‘테라스’, ‘업사이클링’, ‘모국어’와 같은 스물여덟 개의 낱말로 그간 경험을 솔직한 글과 감각적이고 따뜻한 사진으로 엮었다.영화, 다큐멘터리, 미디어아트, 국제평화운동과 환경운동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저자는 그간 다녔던 경험을 소개하며 “여행은 평생 끌어안고 살아야 하는 동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여행을 즐기려면 우선 내려놓으라고 조언한다. 여행지에서 무언가를 잠시 하지 않은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그제야 여행은 누구나 쓸 수 있는 낱말이 된다며.
  • ‘전역’ 박보검, 김소현과 ‘반가운 소식’ 전했다

    ‘전역’ 박보검, 김소현과 ‘반가운 소식’ 전했다

    배우 박보검과 김소현이 ‘굿보이’로 뭉친다. 올해 하반기 방송되는 JTBC 새 드라마 ‘굿보이’는 올림픽 특채로 경찰이 된 메달리스트들이 메달 대신 경찰 신분증을 목에 걸고 비양심과 반칙이 판치는 세상에 맞서 싸우는 코믹 액션 청춘 수사극이다. 드라마 ‘나쁜 엄마’, ‘괴물’, ‘열여덟의 순간’을 연출한 심나연 감독과 ‘보좌관’, ‘라이프 온 마스’, ‘싸우자 귀신아’를 집필한 이대일 작가가 의기투합한 가운데 배우 박보검과 김소현이 출연을 확정하며 2024년 JTBC 최대 기대작으로 주목받고 있다. 박보검은 올림픽 복싱 금메달리스트에서 올림픽 특채로 경찰이 된 강력특수팀 순경 윤동주 역을 맡는다. 타고난 맷집과 주먹으로 올림픽 영웅의 자리까지 오르지만 좌절을 겪은 뒤 경찰이라는 두번째 인생을 시작한다. 참을 수 없는 불의를 마주하며 파이터 본능을 되찾는 풋내기 경찰 윤동주의 뜨거운 과정이 기대를 모은다. 김소현은 올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이자 빼어난 미모로 ‘사격 여신’에 등극, 대중적인 인기까지 얻은 지한나 역을 맡는다. 하지만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사건으로 인해 사격을 그만 두고 경찰의 길을 걷게 된다. 평소에는 침착하고 조용해 보이지만, 막상 사랑과 일을 할 때는 거침없이 솔직하게 직진하는 반전 매력의 캐릭터를 연기한다. ‘굿보이’ 제작진은 “굿보이는 올림픽 영웅이었던 이들이 규칙과 룰이 있던 그라운드를 떠나 비양심과 반칙이 난무하는 흉악 강력범죄에 맞서 싸우는 유쾌하고 통쾌한 이야기”라고 전하며, “각자의 사연을 안고 불의에 맞서 싸우는 영웅들의 이야기를 더욱 진정성 있게 보여줄 배우 박보검과 김소현의 시너지를 기대해달라”고 밝혔다.
  • MBC 아나운서 ‘출연료’ 공개됐다…“4~5만원”

    MBC 아나운서 ‘출연료’ 공개됐다…“4~5만원”

    김대호 MBC 아나운서가 출연료를 공개했다. 김대호 MBC 아나운서가 10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출연료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이날 ‘퇴사 하신 줄 알았다’는 말에 김대호는 “아니다. 지금도 MBC 아나운서 차장으로 근무 중이다”고 말했다. 이에 조세호는 “프리 선언 하신 거 아니냐”고 물었고, 김대호는 “절대 아니다. 열심히 하고 있다. MBC 외 외부 활동을 많이 하고 있어서 프리 선언 한 것처럼 생각하시는 것 같다”며 “현재 고정 프로그램이 7개다. 파일럿 프로그램도 있고 그 외에 외부 활동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빠지고 나서는 예능을 많이 하고 있다. 그 전에는 아나운서들이 하는 업무가 있다. 라디오 뉴스, 사내 행사 진행, 제작 발표회 사회 등을 기본적으로 소화한다”고 말했다. 출연료에 대해 “1시간 이상 분량의 방송 출연료가 4~5만원 사이다”라고 말했다. 유재석이 “저 신인 때도 단역 출연하면 6만원 정도 받았다”고 말하자, 김대호는 “저희는 월급을 받는다”고 답했다.
  • 조응천 “윤영찬, 현근택 보도 전부터 당 잔류 고민”

    조응천 “윤영찬, 현근택 보도 전부터 당 잔류 고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조응천 의원은 ‘원칙과 상식’에서 이탈한 윤영찬 의원이 ‘현근택 변호사 성희롱 의혹’이 보도되기 전부터 민주당 잔류를 고심했다고 했다. 조 의원은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한 2~3일 전부터 윤 의원이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다”며 “그렇게 문자가 왔다. 자기는 우리처럼 혁명가는 못 되는 모양이다, 뭐가 그렇게 밟히는 게 많은지 모르겠다, 고민 좀 해보고 말씀드리겠다, 이렇게 왔다”고 했다. 그는 “(윤 의원이) 한다는 이야기가 뭐냐 하면, 전 세입자가 난리 치면서 퇴거 불응한다고 집주인이 나가야 하냐?”라며 “지금 그런 얘기를 할 때냐며 갑론을박을 2~3일 했다”고 했다. 또 “(윤 의원이) 총선 지나고 나면 비명들도 충분히 자유로워질 것이고 전당대회에서 비명들의 승산이 충분히 있다, 우리가 집주인인데 왜 나가냐?”고 했다. 조 의원은 윤 의원이 당 잔류를 결심한 배경에 대해선 “윤 의원과 문재인 청와대에서 같이 근무했던 분들, 그쪽 그룹의 결속력이 생각보다 굉장히 강하다”며 “그분들의 작업이 아주 많았던 것 같다”고 했다. 탈당 후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조 의원은 제삼지대 연대 목표와 관련해선 “1차 목표는 7석 이상, 그리고 지지율은 15% 이상, 선거 비용을 보전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낙연 전 대표와 연대 계획에 대해선 “이제 말씀 좀 들어보고 맞춰가면서 최대한 압축적으로 빨리해야겠다”라고 했다. 조 의원을 비롯한 ‘원칙과상식’ 소속 의원 3명은 전날 “이재명 대표 체제로는 윤석열 정권을 심판할 수 없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탈당한 원칙과상식 의원들은 곧 구체적 신당 창당 계획을 밝히겠단 계획이다.
  • 연극으로 공연으로 지역문제 나눠요… 은평구 이색 동 업무보고 눈길

    연극으로 공연으로 지역문제 나눠요… 은평구 이색 동 업무보고 눈길

    서울 은평구가 연극과 콘서트로 지역 문제를 설명하고 고민을 공유하는 동(洞) 업무보고회를 준비해 눈길이 끌고 있다. 은평구는 새해를 맞아 이달 16일부터 31일까지 지역의 16개 동을 순회하는 ‘2024년 동 업무보고회’를 개최한다고 11일 밝혔다. ‘동 업무보고회’는 다양한 구정 이야기에 대해 주민들과 격의 없이 대화하고 공감하는 자리로 마련된다. 동별 현안에 대해 구청장과 자유롭게 토론하고 공연도 즐기면서 주민들의 개성을 담아 자유롭고 특색있게 진행될 예정이다. 환경과 탄소중립, 복지·문화, 마을활동참여, 지역경제활성화 등 마을과 밀접한 주제를 선정해 연극과 콘서트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풀어나갈 계획이다. 오는 16일 응암1동을 시작으로 구청장을 비롯한 부서 관계자들이 직접 16개 동을 순회하며, 지역 현안과 건의 사항 등 주민 목소리를 현장에서 듣고, 올해 구정 운영에 적극 반영할 예정이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이번 동 업무보고회를 민선8기 슬로건인 ‘내일의 중심, 변화의 은평’을 실현하기 위한 원동력으로 삼겠다”며 “주민과의 소통의 자리를 통해 은평구 발전을 위한 더욱 값진 한 해가 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 여성 8명이 들려준 우리 동네의 역사… 관악구 ‘관악에서 50년을 살다’ 발간

    여성 8명이 들려준 우리 동네의 역사… 관악구 ‘관악에서 50년을 살다’ 발간

    ‘여성 친화 도시’ 서울 관악구가 지역 여성의 삶을 기록한 ‘허 스토리 북’(Her Story Book) 두 번째 이야기 ‘관악에서 50년을 살다’를 발간했다고 11일 밝혔다. ‘허 스토리 북’은 ‘관악 허 스토리 구술 채록 사업’의 하나로 여성의 지역 사회 활동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 여성의 삶을 생애 구술사로 기록해 후세대에 전승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관악에서 50년을 살다’에는 관악에서 50년 이상 거주한 여성 8명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담겨있다. 여성 구술 채록자 8명이 이들 여성이 겪은 다양한 삶의 경험과 지역의 변화를 생생하게 기록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관악구 홈페이지 ‘허 스토리 구술사 아카이브’에서 확인할 수 있다. 관악구 도서관을 비롯한 국립중앙도서관에도 비치될 예정이다. 한편 구는 구술 채록 사업을 통해 지역 발전 과정에서의 여성의 역할에 대해 재조명하고 정당한 평가를 통해 여성의 자긍심을 고취하는 데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 사업은 지난해 11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서 추진한 ‘2023년 여성 친화 도시 정책 사례 영상 콘텐츠 개발 사업’에서 여성 친화 정책 우수 사례로 선정됐다. 구는 올해도 관악에 거주하는 여성을 비롯해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 평소 글쓰기에 관심이 있으나 구술 채록을 경험하지 못한 여성을 대상으로 ‘관악 허 스토리’ 전문 구술 채록단 양성 과정을 운영할 예정이다.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앞으로도 많은 여성의 참여와 도전을 지지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 마련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 백악관 ‘북-하마스 군사연계 가능성’에 “조짐 인지 못해”…韓 국정원과 온도차

    백악관 ‘북-하마스 군사연계 가능성’에 “조짐 인지 못해”…韓 국정원과 온도차

    미국 백악관이 10일(현지시간) 북한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군사적 협력에 대해 ‘아는 바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한미 정보 당국의 판단에 온도차가 감지됐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하마스와 북한 사이 어떤 군사 협력이 있었다는 어떤 징후도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앞서 미국의소리(VOA)는 ‘하마스가 사용한 북한산 무기인 대인살상용 유탄발사기 F7 신관에서 한글 표기가 포착됐다’고 보도했고, 국정원은 8일 “보도와 동일하게 판단하고 있다”는 입장을 냈다. 그러나 커비 조정관은 “그와 관련해 확인할 내용이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하마스가 이스라엘 공격에 북한 무기를 사용했다는 정황은 중동 전쟁 발생 초기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구체적인 과정은 드러나지 않았으나, 하마스가 이란 지원을 받는 만큼 이란으로 넘어간 북한 무기가 다시 하마스로 전해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 정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한 질의에 “우리는 역사적으로, 그리고 최근 공개된 영역에서 북한 무기가 하마스에 의해 사용된 증거물을 알고 있다”면서도 “커비 조정관의 브리핑처럼 우리는 북한과 하마스의 군사협력 징후는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런 미국의 입장은 ‘하마스의 북한산 무기 사용’ 물증은 확보하고 있으나, 이런 사실이 직접적인 양측 간 군사협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산 무기가 제3국 혹은 중개상 등 제3자를 거쳐 하마스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한편 백악관은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을 주시하고 있다고도 거듭 강조했다. 커비 조정관은 “러시아가 제재를 피해 북한과 거래하는 방식에 대해 오랫동안 이야기해왔다”며 “매우 주의깊게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지난 6일 북한산 탄도미사일 여러 발을 우크라이나에 발사했다고 전날 밝혔다. 지난 4일 브리핑에서도 북한이 러시아에 여러 발의 탄도미사일과 발사대를 제공했고, 러시아는 지난달 30일과 지난 2일 이를 우크라이나에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 “차라리 이혼이면 남남인데”…백일섭, 딸 연락 두절 이유는 ‘졸혼’

    “차라리 이혼이면 남남인데”…백일섭, 딸 연락 두절 이유는 ‘졸혼’

    백일섭이 졸혼으로 인해 딸과 연락이 끊겼음을 밝혔다. 지난 10일 방송한 TV조선 ‘아빠하고 나하고’에는 딸과 7년간 소통을 하지 못한 백일섭의 이야기 예고편이 공개됐다.백일섭은 “혼자 살고 있다. 졸혼 9년 차고 홀아비로 편하게 살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지금 생각하면 난 우리 딸에게 나쁜 아빠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딸과 7년간 연락을 안 하다가 올해 들어 사위가 자꾸 전화한다. 그래서 만나고 한다. 나도 솔직히 보고 싶다”고 밝혔다. 백일섭은 “둘이 이야기해본 적이 없다. 사위하고 같이 만났지. 난 열심히 했다. 한다고 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됐지”라고 했다. 사위는 백일섭에게 “전 졸혼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아버님 딸은 졸혼 선언 이후 하루도 잠을 못 잤다. 마음이 아프고 슬프니까 그렇다”고 딸의 상황을 전했다. 그는 “차라리 이혼이면 남남이다. 그런데 졸혼이 되어 버리니 부부로서 하나의 끈이 남아있는 거 아니냐?”라고 설명했다. 백일섭은 “엄마와 결부시키는 부분은 절대 못 한다. 40년 같이 산 거 보다 지금 8년이 제일 편한 마음이다”라고 흥분했다. 이에 사위는 “같이 사시는 걸 바라지 않는다. 이게 해결되지 않으면 딸과의 관계도 평행선을 달릴 거 같다”라며 졸혼의 정리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 탑건 꿈꾸는 美 공군 여성 조종사, 미스 아메리카 출전 [월드피플+]

    탑건 꿈꾸는 美 공군 여성 조종사, 미스 아메리카 출전 [월드피플+]

    탑건을 꿈꾸는 미국의 여성 공군 현역 중위가 올해의 최고 미인을 뽑는 미스 아메리카 대회에 출전해 관심을 끌고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 등 현지언론은 현역 미 공군 중위 최초로 전미 미인대회에 도전하는 아칸소 출신의 매디슨 마쉬(22)의 사연을 보도했다. 매디슨은 지난해 미스 콜로라도 대회 우승자로 이번 주말 전미에서 최고 미인을 가리는 미스 아메리카 타이틀을 놓고 경쟁한다. 특히 언론이 주목한 것은 그의 특별한 이력이다. 매디슨은 장차 탑건과 우주비행사가 되고싶다는 큰 꿈을 갖고 4년 전 공군사관학교에 입학했다.조종사 면허와 임관을 위해 4년 동안 도전한 그는 놀랍게도 재학 중 학교의 허락을 얻어 미인대회에 출전해 지난해 5월 미스 콜로라도에 선정됐다. 이에대해 매디슨은 “사관학교 생도들은 새롭고 도전적인 환경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위해 고군분투한다”면서 “미인대회는 지역 사회 봉사와 대중 연설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봤다”고 털어놨다. 그의 무한도전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에는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공군의 특별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통해 하버드 케네디 스쿨에서 공공 정책 대학원에 다니며 석사 공부까지 시작한 것. 그리고 이번에 그는 미군 현역 장교로서는 사상 최초로 미스 아메리카 왕관을 쓰기위해 도전한다. 매디슨은 “다른 어린 소녀들과 조종사로서 군에 복무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좋았다”면서 “미인대회는 여군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릴 수 있는 기회로 여겼다”고 밝혔다. 이어 “미스 아메리카는 사회적 영향력을 통해 지역 사회에 무엇을 제공할 수 있는지, 뛰어난 이력이 있는지, 연설을 잘하는지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춤과 노래를 잘할 수는 없지만 관객이 나와 함께 조종석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어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양세형 “父, 서울대 나와 도배일…뇌암으로 별세”

    양세형 “父, 서울대 나와 도배일…뇌암으로 별세”

    개그맨 양세형이 10년 전 뇌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를 그리워했다. 10일 KBS 2TV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 양세형은 “아버지는 내가 서른살 때 돌아가셨다. 어깨가 아프다고 했는데, 병원 진단을 받으니 뇌암이였다”고 밝혔다. 이어 “뇌암은 무조건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짧게는 6개월, 길면 1년2개월”이라고 설명했다. 양세형은 “아버지에게 그 이야기를 해야 해 TV 보다가 슬쩍 말했다. ‘아빠 걸린 병이 오래 살 수 있는 병은 아니라네’라고 하니 아빠가 고개를 끄덕끄덕 했다. 마음이 그랬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아빠가 아픈 동안 개그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다. 엄마 뒷담화 개그를 짰는데, 아버지가 많이 웃었다”고 말했다. 양세형의 부친은 뇌암 판정 약 6개월 후 돌아가셨다고 한다. 양세형은 “유언은 따로 없었는데 아버지 돌아가시고 며칠 뒤 꿈속에서 ‘보람있게 살아라’라고 생생하게 말씀하셨다. 늘 화이트보드에 그 말을 적어두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다”고 전했다. 양세형은 아버지가 서울대 출신이며 가수 김창완과 동기라고 밝혔다. 그는 “아버지 출신 학교를 스무살 넘어서 처음 들었다. 한번도 말씀을 안 하셨다. 집안의 기대를 많이 받고 살았는데,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삶에 늘 힘들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아버지가 항상 당구장을 차리고 싶어 했다. 상가를 사서 당구장을 할 수 있게 인테리어를 해줬다. 운영하면서 정말 행복해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예전에 어머니께 상가를 선물로 줬다. 월세 받고 생활해도 되는데 아직도 도배일을 계속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양세형은 시집 ‘별의 길’을 냈다. 인세는 기부할 계획이라고 한다. 양세형은 시집 발매일이 돌아가신 아버지 생신이었다며 “어머니가 눈물을 쏟았다”고 전했다. 그의 시집에는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도 담겼다. 양세형은 “(생전 아버지가) 선물을 잘 안 해줬다. 크리스마스 이브날 자려고 준비하는데 아빠가 전화왔다. ‘뭐 받고 싶냐’고 해 ‘장갑’을 말했다. 추운데 장갑을 안 사줬다. 아침에 일어나니 검은 봉다리에 빨강, 파랑 장갑이 있어서 끼고 밖에 나가니 화이트 크리스마스더라. 장갑 끼고 맨발로 동생과 신나게 눈싸움을 한 기억이 난다”고 귀띔했다. 동생인 개그맨 양세찬이 갑상선암에 걸렸을 때도 회상했다. 양세형은 “동생이 아프다고 해 심장이 뛰었다. 며칠을 그 병에 관해 공부했다”며 “지금도 약 먹으면서 관리 중”이라고 했다.
  • 유재석에 ‘나경은 일화’ 전한 김대호…“이 양반이” 멱살 잡힌 이유

    유재석에 ‘나경은 일화’ 전한 김대호…“이 양반이” 멱살 잡힌 이유

    MBC 아나운서 김대호가 유재석에게 멱살을 잡혔다. 10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는 김대호가 게스트로 출연했다. 이날 ‘내 몫을 다 할 수 있을까’라는 사회초년생의 고민을 들은 김대호는 “왜 1인분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1’이라는 숫자에 집중하는 것 같다. 나는 ‘0.2’ 인간일 수도 있다. (내가) 0.2인분만 하면 1.8인분을 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이를 들은 유재석이 “근데 이 양반이”라며 멱살을 잡아 웃음을 자아냈다. 김대호는 유재석의 아내인 나경은이 자신의 멘토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여의도에서 상암으로 사옥을 이전할 때 정신이 없었다. 나는 막내였는데, 막내들이 전체적으로 (물건을 다 챙겼는지) 확인했다”고 했다. 이어 “내가 봤을 땐 별로 쓸데없는 물건인 것 같아서 버린 적이 있다. 근데 나경은 선배가 ‘어디 있지?’라며 무언가를 찾더라. 순간 ‘그거구나’ 싶어 다시 찾아서 몰래 갖다 놨다”고 덧붙였다.이에 유재석은 “처음 듣는 이야기다”라며 “나경은씨 회사 이야기는 처음 들어본다”고 반가워했다.
  • 불온한 사랑과 귀신의 위로…“그 모든 슬픔에도 절대 울지 말라”

    불온한 사랑과 귀신의 위로…“그 모든 슬픔에도 절대 울지 말라”

    온갖 불온한 사랑이 ‘귀신들의 땅’으로 모인다. 더 이상 아름다움과 더러움을 분간할 수 없어진 이곳 ‘용징’에 모인 천씨 집안 사람들. 이들에게 멀리서 건너온 짧은 당부가 전해진다. “그 모든 슬픔에도 불구하고 절대 울지 말라.” 대만 작가 천쓰홍의 장편 ‘귀신들의 땅’은 세상으로부터 거부당한 사람과 사랑의 면면을 흡인력 있는 필치로 그린다. 국내엔 처음 소개되는 천쓰홍은 2020년 대만의 양대 문학상 ‘금장상 문학도서부문상’과 ‘금전상 연도백만대상’을 받은 문단의 떠오르는 작가다. “천씨네 다섯 자매는 낳기로 했던 아이들이 아니었는데, 평생 ‘잘 지낼’ 기회라는 게 있었을까?”(259쪽) 대만 외딴 시골 마을 용징에 사는 천씨 가족. 아들이 필요했는데, 첫째부터 다섯째까진 죄다 딸이다. 여섯째, 일곱째에 이르러 비로소 갖게 된 아들을 애지중지하지만, 부모의 마음처럼 자라주진 않는다. 막내아들 ‘톈홍’은 ‘소설을 쓰는 성소수자’로 작가의 분신이자 이야기의 핵심이다. 독일로 떠난 톈홍은 사랑하는 연인 ‘T’를 살해하고 감옥에 갇힌다. 출소한 톈홍은 용징으로 돌아오고, 그 과정에서 천씨 부부와 일곱 남매의 비극적인 삶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펼쳐진다.“그날 저녁 그녀(첫째 수메이)는 국에 비누를 넣었다. 냄비에 가득한 국 색깔이 조금 이상했지만, 남편은 요란하게 후루룩 소리를 내면서 다 마시고 나서도 표정에 변화가 없었다. (…) 이것이 그녀가 살아야 하는 큰 동기였다. 살아 있어야만 남편이 죽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다.”(31쪽) 가족의 사연은 하나같이 처절하다. 방직공장에서 지게차를 몰던 남자와 사랑에 빠진 첫째 ‘수메이’의 남편은 훗날 노름에 빠지고 바람을 피운다. 공무원인 둘째 ‘수리’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삶을 이어가고 똑똑했던 셋째 ‘수칭’은 명문 타이베이대학에 들어가지만, 뉴스 진행자인 남편에게 매를 맞고 산다. 가장 큰 비극은 넷째 ‘쑤제’와 다섯째 ‘차오메이’ 이야기다. 아버지 ‘아산’의 동업자였던 왕씨 집안의 큰아들 ‘샤오왕’의 아내 자리를 두고 벌어진 엇갈림. 넷째에게 밀린 다섯째는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고, 가족에겐 들리지 않는 귀신의 목소리로만 소설에 등장한다. 현실에 짓밟힌 이들의 삶은 권력에 유린당해왔던 대만의 역사와도 맞물린다. 17세기 스페인과 네덜란드, 청나라에 패배한 뒤 대만에서 명나라의 부흥을 노린 정성공과 유민들, 일본 제국주의 그리고 국공내전에서 패하고 섬으로 왔던 장제스의 국민당까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오는 13일 총통 선거를 앞두고 중국과의 완전한 분리를 주장하는 ‘민진당’의 득세 속 중국의 무력 압박이 거세지며 전쟁의 공포를 느낀다는 대만인이 늘어나고 있다. 김태성 번역가는 “귀신은 압제와 폭력과 악습, 그로 인한 상흔과 고통의 기억을 상징한다”면서도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잘못된 삶의 대변자이자 억울한 현실의 증인이 된다”고 해설했다. 마지막에서 톈홍은 성소수자인 자신을 모질게 몰아세웠던 엄마 ‘아찬’과 재회한다. 오랜만에 만난 엄마는 아들에게 무슨 말을 해줄 것인가. “아들의 눈물이 눈두덩을 넘고 있었다. / 또 바람이 불어와 그녀의 귀를 파고들었다. / 그녀는 들었다. 아주 분명하게 들었다. / 바람이 그녀에게 요구한 것은 아들에게 ‘울지 마!’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 아찬의 복강이 움직였다. / 아찬의 목구멍이 흔들렸다. / 아찬이 크게 입을 벌렸다.”
  • 드론이 왜 거기서 나와?…푸틴, ‘빵집에서 드론 구워라’ 명령 [포착]

    드론이 왜 거기서 나와?…푸틴, ‘빵집에서 드론 구워라’ 명령 [포착]

    러시아가 중동 분쟁이 심각해지는 틈을 타 우크라이나 공격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빵 공장을 동원해 드론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5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모스크바 남쪽으로 약 400㎞ 떨어진 탐보프 제과점은 자사가 보유한 빵 공장에서 드론을 함께 제작하고 있다. 탐보프 제과점은 지난해부터 러시아군의 긴급 요청을 받고 중국산 3D프린터를 이용해 소형 드론 제작을 시작했다. ‘베카스’(Bekas)로 불리는 해당 드론의 무게는 3.5㎏이며, 시속 65㎞로 비행하고 15분간 작동이 가능하다. 해당 빵 공장에서는 매달 약 250대의 드론이 생산되며, 드론은 각각 250~500달러(한화 약 33만~66만 원)에 판매된다.러시아 국영 텔레비전 채널인 로시야 1은 지난해 10월 직접 빵 공장을 방문해 컨베이어 벨트 위에 갓 구운 빵과 드론이 함께 올려져 있는 모습을 전국에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현장을 방문한 러시아 언론인 알렉산더 로가트킨은 컨베이어 벨트 위, 빵 옆에 가지런히 높인 드론을 하나 집어들고 “신선한 빵 냄새가 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해당 제과점은 군수용품 조달을 도운 혐의로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 제재 명단에 올랐다. 그러나 제과점 측은 빵과 드론을 함께 생산하면서 도리어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제과점 측은 미국의 제재 명단에 포함된 뒤 드론 생산에 영향이 없었으며, 오히려 홍보효과가 크다고 밝혔다. 탐보프 제과점의 총 책임자인 유리 치체린은 “제재 목록에 오른 것이 무척 자랑스럽고 기쁘다”면서 “언제 국제적인 수준에서 우리 빵 공장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겠냐”고 반문했다. 발레리 리아셴코 러시아 수석 드론 제작자는 한발 더 나아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해당 공장에서 만든 크래커를 보내며 “감사하다”는 역설적인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제과점에서 생산하는 드론은 비용이 저렴한데다, 공장의 규모도 크지 않아서 미국의 제재 조치가 별다른 효과를 가져오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많이 급한가…드론 생산에 민간업체까지 끌어들이는 러시아 제과점 소유의 빵 공장에서 드론을 ‘구워내는’ 사례는 러시아군이 최전선에서 쓰이는 물품 생산에 민간을 투입시켰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러시아는 지난주에도 우크라이나에 미사일과 드론 500대를 쏘는 등 물량 공세를 퍼붓고 있다. 지난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이 시작된 뒤, 드론은 양측에게 가성비가 가장 좋은 최고의 무기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전쟁을 ‘인류 최초의 드론전(戰)’ 이라고 부를 정도다. 이에 러시아는 공격용 드론을 자체 제작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와 현지 일간지 베도모스티의 6일 보도에 따르면 드론 생산량이 기존보다 16.8배 증가했으며, 러시아군에서 드론 운용 교육을 받는 사람은 3500명 이상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도 드론 부대를 창설하는 등 러시아의 물량 공세에 맞서려고 애를 쓰고는 있지만 한참 뒤처지는 수준이다. 유리 페도렌코 우크라이나군 사령관은 지난달 “최전선에는 우리 드론 1대당 러시아 드론 5~7대가 있다”면서 “우리는 목표물이 있을 때만 드론을 사용하지만, 러시아는 목표물을 찾기 위한 FPV드론과 공격용 드론 등을 함께 운용하며 우위에 있다”며 드론 물량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오는 2030년까지 매년 3만 2500대의 자체 드론 생산을 위해 6960억 루블(약 10조 266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 [데스크 시각] 다시, 기부를 생각한다/김미경 문화체육부장

    [데스크 시각] 다시, 기부를 생각한다/김미경 문화체육부장

    ‘후원에 감사드리며 문화유산의 가치를 높이는 일로 보답하겠습니다.’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이런 내용의 반가운 문자가 도착했다. 지난해 11월 10여년 만에 문화체육부(당시 문화부)에 다시 몸담게 된 뒤 가장 먼저 수소문해 재회한 분들은 당시 문화재를 담당하며 만났던 전문가들이었다. 그중 한 분의 여전한 문화재 사랑(당시 취재할 때 문화재에 대한 관심을 키운 원동력이 됐던)에 감명받아 문화유산 민간 보존·관리 특수법인 ‘문화유산국민신탁’의 후원자가 됐다. 매월 적은 금액을 기부하지만 우리 문화유산을 위해 조금이라도 이바지한다는 생각에 기쁨은 크다. 이런 기쁨은 몇 년 전 아동권리 전문 비정부기구(NGO) ‘굿네이버스’의 여아 지원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누렸던 감정과 비슷하다. 턱없이 비싼 생리대를 살 수 없어 전전긍긍하는 결손가정 등 어려운 여아를 매월 소액으로도 지원할 수 있음을 알게 돼 첫 후원금을 낸 뒤 느낀 행복함이 새삼 떠오른다. 연말연시 어려운 이웃 등을 위한 기부와 후원에 대한 미담이 적지 않다. 연예계 대표 ‘기부천사’ 가수 아이유는 지난 1일 어김없이 노인과 아동, 미혼모, 장애인 단체에 모두 2억원을 쾌척했다. 연예인과 스포츠인, 대기업 등의 기부와 후원, 자원봉사는 ‘노블레스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더욱 눈길이 가는 감동적인 이야기는 이름도 알리지 않고 조용히 기부 선행을 실천하는 전국 곳곳의 소시민들이다. “주민센터 인근 교회 표지판 뒤에 놓았으니 불우한 이웃을 위해 써 주세요”라는 설명의 전화와 함께 성금 8000여만원이 든 종이상자를 놓고 간 ‘얼굴 없는 천사’는 24년째 총 9억 6000만원 이상을 기부했다.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년간 모은 적금이 영세한 무료 급식소에 보조비로 사용돼 지역사회 어르신들의 배고픔과 고독사가 없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편지와 함께 현금 5900여만원이 담긴 상자를 놓고 간 시민은 2017년부터 총 6억원 이상 기부해 ‘익명의 기부산타’로 통한다. 또 10㎏ 쌀 60포대를 복지센터에 놓고 가는 등 16년간 9600㎏에 달하는 쌀을 기부한 익명의 기부천사, 2년째 현금 9900만원이 들어 있는 가방을 복지센터에 놓고 간 여성 등의 이야기도 감동적이다. 이와 함께 폐지를 주워 조금씩 모은 돈 32만원을 ‘추운 겨울을 보내는 이웃을 위해 써 달라’며 복지법인에 전달한 80대 할머니, 12년째 시청에 365만원을 기탁한 60대 ‘붕어빵 아저씨’ 등도 자기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힘들게 모은 돈을 선뜻 내놓았다. 이들 덕분에 올겨울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것 같다. 지난해에는 ‘고향사랑기부제’가 처음 시행돼 지방자치단체마다 기부가 뜨겁게 이어졌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주소지 외 지자체에 1인당 연간 500만원 이하 일정 금액을 기부하면 세액공제와 함께 답례품을 받는 제도다. 이 같은 혜택 때문인지 특히 연말에 많이 몰렸다고 한다. 세액공제와 답례품도 좋지만 본인의 고향이나 연고지 발전을 위해 1년 내내 조금씩이라도 기부에 동참하면 좋겠다. 정부의 제도적 지원과 함께 기업도 다양한 사회공헌 캠페인을 전개해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더욱 힘써야 한다. 특히 올해는 3000만원 초과 고액 기부금에 대해 한시적으로 세액공제율이 10% 높아진다니 재벌이나 고액 연봉자 등의 자발적인 기부가 더욱 늘어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은 전 세계 부자 순위에서 2022년 5위에서 지난해 10위로 내려갔다는데, 이유 중 하나가 해마다 기부금을 늘려 지난해에도 약 55억 달러(약 7조 2000억원)를 기부했기 때문이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 출마하려는 사람들의 출판기념회가 봇물이다. 책 판매금은 좋은 일에 쓰일 수 있도록 모두 기부하면 어떨까. 정치인들도 새해에는 낯 뜨거운 정쟁이 아니라 ‘기부 경쟁’을 벌인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고 싶다.
  •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르면… 자신의 길 찾아갈 수 있길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르면… 자신의 길 찾아갈 수 있길

    괴테의 말마따나 인간은 한없이 방황하는 존재다. 그런 우리가 소설을 펼치는 건 거기에도 우리처럼 방황하는 존재가 있어서일 것이다. 결국엔 그들도 자신의 길을 찾길 응원하면서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긴다. 아직은 어둑한 새해, 혼란 속에서 고민하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신작 소설 세 편을 소개한다. “책상에 앉아 내가 갖고 싶은 세 개의 화분을 그렸다. 꽃이 피지 않는 종류가 좋겠다. 꽃은 아주 잠깐만 예쁘고 지저분하게 시드니까.” 안보윤(왼쪽)의 ‘수미’(현대문학 1월호)는 독자 내면에 켜켜이 쌓인 내밀한 죄의식을 건드린다. ‘폭력’을 상징하는 인물인 ‘전수미’·‘구원장’과 대립하며 양심을 지키는 주인공 ‘전수영’을 앞세워 두 유형의 인물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질문한다. 전수미와 구원장은 전수영이 저지른 실수(또는 죄)를 내세우며 “너도 우리와 같다”고 은밀한 연대의 손길(또는 압박)을 건넨다. 전수영은 그 손을 떨칠 수 있을 것인가. “음란하고 불온한 소녀들에게.” 안담(가운데)의 ‘소녀들은 따로 자란다’(위즈덤하우스)는 혼란스러운 사랑을 마주한 소녀의 이야기다. ‘나’는 교실 안에서 여자애도, 남자애도 아닌 중간자다. 누구도 그를 선뜻 ‘친구’로 명명하지 않는다. 다만 소녀들에게 ‘나’의 쓰임새가 하나 있다. 진짜 여자가 되기 전 ‘여자가 되는 연습’(!)을 할 때다. 이 에로틱한 연습, 그것은 사랑인가 아닌가. 안담은 작가 소개에서 “정상성의 틈새, 제도의 사각지대로 숨어드는 섹슈얼리티 이야기에 이끌린다”고 했다. “종(種)이 가진 신체 메커니즘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된 우리는 무엇이 되어 가는 중일까요?” 좀더 큰 질문을 던지는 건 현실을 뛰어넘는 상상력이 가능한 SF소설의 역할이다. 우다영(오른쪽)의 ‘그러나 누군가는 더 검은 밤을 원한다’(문학과지성사)는 인간이 빅데이터 시스템 ‘매기’에 의식과 신체를 모두 내맡긴 이후의 세상을 그린다. 매기에 종속되길 선택한 인간은 세계에 실존하길 포기하고 “오직 현상으로 남기를 택”한다. 그러나 매기 안의 존재인 ‘승용’은 주인공 ‘혜경’을 점차 사랑하게 되며 ‘요람’으로 표현되는 시스템 바깥의 삶을 제시한다. 이제 눈을 감아도 계속 떠오르는 ‘벽 너머’의 삶. 어떻게 할 것인가. 영화 ‘매트릭스’에서 제시했던 질문과도 비슷하다. ‘빨간 약’을 먹고 고통스러운 진실의 세계로 향할 것인가, 아니면 ‘파란 약’을 삼키고 평안한 거짓의 세계에 남을 것인가. ‘작가의 말’에 우다영은 이렇게 적었다. “우리는 암호화되어 도착한 세계의 함의입니다. 세계의 악의이자 선의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가진 영감에서는 세상 모든 것의 원본을 발견할 수도 있고, 때로는 본질보다 앞선 진실이 발생될 수 있습니다. (…) 그러므로 이 이야기가 끝난 후에 당신의 이야기가 시작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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