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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병만 “SBS가 내 아이디어 도둑질…토사구팽당해” 주장

    김병만 “SBS가 내 아이디어 도둑질…토사구팽당해” 주장

    방송이 김병만이 SBS 새 예능 프로그램 ‘정글밥’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도용한 것이라고 주장한 가운데, SBS 측은 이러한 사실을 부인했다. 김병만은 19일 YTN과의 인터뷰에서 “(정글밥에) 나를 출연시켜 달라는 게 아니다. ‘정글의 법칙’ 팬들에게 사실을 알리고 싶었을 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정글밥은 해외 오지의 식문화를 조명하는 프로그램으로, 정글의 법칙 시리즈를 이끈 김진호 PD가 연출한다. 2011년 첫 방송한 정글의 법칙은 김병만을 주축으로 정글 오지에서 살아남는 과정을 담았다. 김병만에 따르면 그는 올해 2월쯤 SBS 예능 스튜디오의 고위 간부와 만났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정글 생존이 아닌 체험과 힐링을 테마로 한 정글의 법칙 스핀오프(파생 작품)를 해보고 싶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당시 ‘한번 같이해보자’는 분위기로 이야기가 진행됐다고 한다. 김병만은 “이후 김 PD를 사무실로 초대해 ‘이런 것도 해보자’ ‘방송에서 할 거면 이런 걸 더 발전시켜 보자’는 식으로 추가 논의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두달 뒤 김병만은 자신 없이 프로그램을 하게 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는 “결국 사람은 쏙 빼고 아이디어만 도둑질해 간 것이 아닌가”라며 “그러니 토사구팽당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저 팬들과 소박하게 소통하고, 우리 스태프들과 평생 가자는 마음이다”라며 “근데 마무리가 이렇게 되니까 씁쓸하다. 출연할 생각은 전혀 없다. 구걸하고 싶지 않지만, 거짓말도 하기 싫다”라고 덧붙였다. SBS 측은 김병만의 주장을 부인했다. SBS는 “‘정글밥’은 2023년 8월 ‘녹색 아버지회’ 스리랑카 촬영 당시 현지 시장에서 산 식재료를 이용해 즉석에서 한국의 맛을 재현해 내는 류수영씨를 보고 영감을 얻은 ‘녹색 아버지회’ 제작진이 기획한 프로그램”이라며 “이미 올해 1월 말 편성을 확정 짓고 제작을 준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정글의 법칙은 지난 2021년 5월을 끝으로 종영했다. 이후 김병만은 유튜브 채널 ‘정글 크래프트’를 개설해 야생 생존기를 보여주고 있다.
  • 76세 늦둥이 아빠 김용건 “돈 없으면 애 못 낳아”

    76세 늦둥이 아빠 김용건 “돈 없으면 애 못 낳아”

    배우 김용건이 70대 늦둥이 아빠가 된 소감을 전했다. 지난 18일 방송된 채널A 예능 ‘아빠는 꽃중년’에는 김용건, 김구라, 신성우, 안재욱, 김원준이 출연해 늦둥이 아빠들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구라는 76세에 늦둥이 아빠가 된 김용건에게 “대단하시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이에 김용건은 “대단하다는 의미가 뭐냐”고 물었고, 김구라는 “왕성하게 활동하시지 않나”라고 답했다. 김용건은 “적은 나이도 아닌데 현역으로 뛴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라고 말하자 김구라는 “알 파치노도 그렇고 로버트 드 니로도 그렇고 나이 80세 가까이 되신 분들이 다 아이들 낳았다”고 이야기를 꺼냈다. 이에 김용건은 “그것도 다 부의 상징들이다. 그래야 거느리고 육아하고 그럴 것 아니냐. 돈 없으면 그렇게 못 낳는다”라며 “책임져야 할 것 아니냐”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한국의 알파치노다. 저희들의 롤모델”이란 김원준의 말에 김용건은 “나는 가진 게 없다. 세상에 태어났으니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잘 크는 게 바람이다. 드라마 찍고 출연료 받은 거 다 뿌리고 다녔다”고 말했다. 1946년생 김용건은 지난 2021년 39세 연하 연인과의 사이에서 늦둥이 아들을 얻었다.
  • 생후 15개월 교통사고로 뇌 장애... 보험사 “시효 지났다” [보따리]

    생후 15개월 교통사고로 뇌 장애... 보험사 “시효 지났다” [보따리]

    A군은 태어난 지 15개월 만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뇌를 다쳤다. 병원은 “강직성 편마비, 두 개내 개방성 상처가 없는 미만성 뇌손상, 외상성 경막하 출혈, 외상성 거미막하 출혈, 뇌실내 뇌내출혈”이라고 했다. “향후 지속적인 신경발달 치료와 합병증, 간질 등의 집중 관찰을 요한다”고도 했다. A군은 발달지체 증상을 보였다. A군의 부모는 치료에 매달렸다. 증상이 호전되는 것 같았다. 아니었다. 이듬해 경련이 발생했다. 다시 1년 뒤엔 전신 경련이 발생했다. A군의 발달 단계는 눈에 띄게 퇴행했다. 만 6세가 되는 해 A군은 장애진단을 받았다. 병원은 “강직성 편마비, 강직성(외반성) 편평족, 언어장애 및 실어증, 난치성 간질을 동반하지 않은 각성시 대발작을 동반한 간질”이라고 했다. A군의 아버지는 보험사에 책임보험금을 포함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보험사는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며 거부했다. 1심은 “보험사는 피보험자인 아버지 차에 탄 A군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1억 1700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그러나 2심은 “A군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가 완성돼 소멸했다”며 보험사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어떻게 판단했을까. 대법원은 사고 직후 A군이 약간의 발달지체 증상만 보였을 뿐, 언어장애, 치매 등과 관련한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A군의 증상이 악화한 것은 그 이후였다. 대법원은 “사고 직후에는 ‘언어장애나 실어증’, ‘치매, 주요 인지장애’로 인한 손해가 현실화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나아가 원고나 그 법정대리인으로서도 그 무렵에는 혹시라도 장차 상태가 악화되면 원고에게 어떠한 장애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짐작할 수 있었을지언정 뇌 손상으로 인하여 발생할 장애의 종류나 정도는 물론 장애가 발생할지 여부에 대해서조차 확실하게 알 수 없었을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이러한 특수한 사정에 관하여 충분하게 심리하지 않은 채 바로 원고가 이 사건 사고 직후 손해가 발생한 사실을 알았다고 단정하고 말았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며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든든과 만만, 그리고 막막의 사이를 오가는 ‘보험에 따라오는 이야기들’을 보따리가 하나씩 풀어드리겠습니다.
  • 이화영 전 변호인, 김광민 변호사 명예훼손 혐의 고소

    이화영 전 변호인, 김광민 변호사 명예훼손 혐의 고소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전 변호인인 설주완 변호사가 19일 김광민 변호사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설 변호사는 이날 입장문에서 “이화영 측 변호인인 김광민 변호사는 제가 이화영에게 검찰 측 의도대로 진술하라고 했다는 허위의 주장을 하고 있다”며 “저는 지난해 3월경부터 같은 해 6월 12일까지 의뢰인을 위해 변호업무 한 것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민주당 소속 변호사였던 제가 이화영의 진술을 바꾼다고 해서 어떤 이득이 있다고 진술을 변경하라고 종용했다는 것인지 도무지 상식에 맞지 않는 주장만 늘어놓고 있다”며 “이에 대해 철저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이화영이 저의 의도대로 진술하지 않아 사임했다고도 주장하는데, 제 사임 직후 이화영은 다른 변호인의 조사 입회를 거부하면서까지 저에게 입회를 계속 요구했다”며 “자신을 회유했다는 변호인에게 입회 참석을 계속 요청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이던 설 변호사는 총선을 앞두고 탈당한 뒤 미래대연합을 거쳐 새로운미래로 입당했다. 한편, 김광민 변호사는 지난 17일 한 유튜브 채널에서 “이화영 전 부지사님이 ‘설주완 변호사가 와서 검찰에 협조하라고 지속적으로 이야기했다’고 한다. 정리된 페이퍼를 주면서 ‘이렇게 진술해라’라고 했다더라. 설주완이 원하는 방향으로 화끈하게 진술하지 않으니 화를 내고 다그치며 ‘이렇게 안 하면 당신만 죽는다’고 했다”고 발언했다.
  • 대통령실, 비선 인사 개입 논란에 “대변인실 입장이 대통령실 입장”

    대통령실, 비선 인사 개입 논란에 “대변인실 입장이 대통령실 입장”

    인선 늦어지는 배경에는 “신속보다는 신중” 대통령실은 국무총리 및 대통령실 비서실장 등 인선 과정에서 ‘비선 개입 논란’이 불거진 데 대해 “어떤 이야기든 대변인실 입장이 대통령실의 입장”이라고 밝혔다.대통령실 관계자는 19일 기자들과 만나 “나머지 개인들이 뭐라고 하는 것은 개인의 의견”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어떤 이유에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대변인실 입장이 대통령실 입장”이라고 한 번 더 강조했다. 앞서 야권 인사로 분류되는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각각 후임 국무총리와 비서실장 물망에 올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비선’ 논란은 시작됐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곧바로 공지를 통해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박 전 장관, 양 전 원장 등 인선은 검토된 바 없다”라고 일축했지만 일부 대통령실 관계자는 검토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공식 인사 라인이 아닌 비선 라인이 작동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커졌다. 인선이 늦어지는 배경에 대해서는 이 관계자는 “지켜보시는 국민 여러분께서 피로감을 가지실 수도 있겠지만 신중한 선택을 하기 위해 (인선 작업이) 길어진다”면서 “지금은 신속보다도 신중한게 더 중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해 23%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이날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에 관해서는 “국민의 뜻을 잘 헤아려서 앞으로 국정 운영에 민심을 잘 담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 “엄마 잃어버렸어요”…진짜 경찰로 착각한 아이, 선뜻 도운 美배우

    “엄마 잃어버렸어요”…진짜 경찰로 착각한 아이, 선뜻 도운 美배우

    드라마 촬영 도중 길을 잃은 아이가 다가오자 촬영까지 중단하며 선뜻 도와준 미국 배우의 모습이 포착돼 현지에서 화제다.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국 배우 마리스카 하지테이는 지난 10일 뉴욕 포트 트라이언 공원에서 드라마 ‘로 앤 오더: 성범죄전담반’ 시즌 25의 마지막 회차를 촬영하고 있었다. 하지테이는 1999년부터 방송된 ‘로 앤 오더’의 스핀오프 시리즈 ‘로 앤 오더: 성범죄전담반’에서 형사반장 ‘올리비아 벤슨’ 역을 맡아 연기했다. 촬영 당시 하지테이는 ‘올 블랙’ 차림의 형사 복장을 하고 벨트에 경찰 배지를 달고 있었다. 이때 한 여자아이가 다가오더니 하지테이에게 도움을 청했다. 하지테이가 경찰인 줄 착각한 것이었다. 아이가 어머니를 잃어버렸다고 하자 하지테이는 일단 촬영을 중단했다. 이후 땅에 무릎을 꿇고 아이를 토닥이며 이야기를 들어줬다. 엑스(X)에 올라온 당시 영상을 보면, 하지테이는 아이의 어머니를 찾기 위해 아이를 안고 공원 곳곳을 돌아다녔다. 아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무사히 어머니와 재회할 수 있었고, 하지테이가 아이를 다독이는 모습도 포착됐다. 촬영은 20분간 중단됐다고 한다. 드라마 관계자는 “어린 소녀는 하지테이가 드라마 출연진인 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전했다. 뉴욕포스트는 하지테이에 대해 “화면 안팎에서 영웅이 됐다”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하지테이의 모습을 현지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하며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빠르게 공유되고 있다. 누리꾼들은 “아이가 엄마와 빨리 만나서 다행이다”, “일을 너무 잘한다. 대박이다”, “너무 감동적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 용준형♥현아, 첫 데이트 때 먹은 ‘의외의 음식’

    용준형♥현아, 첫 데이트 때 먹은 ‘의외의 음식’

    가수 현아가 공개 열애 중인 용준형을 언급했다. 18일 공개된 유튜브 채널 ‘조현아의 목요일 밤’에는 ‘드디어 만난 하늘 아래 두 현아 연애썰부터 춤까지 다 털고 간 퀸 현아 보러오세요’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재됐다. 이날 현아는 커플 사진으로 설정한 휴대전화 배경 화면을 보여주며 “난 이걸 보면 힘 난다”, “연애하니까 좋다”라고 말했다. 또 조현아가 “신경 쓰일까 봐 걱정했다”고 하자 현아는 “난 내가 일하는 거에 있어서 용기를 주는 사람을 만나서 진짜 감사하다”며 “남을 신경 쓰는 것보다 현재에 집중하고 있다”고 답했다. 조현아가 “남자친구가 생각한 너의 이미지와 실제 네가 다르다고 하지 않냐”라고 묻자, 현아는 “맞다. 날 되게 깍쟁이로 봤다더라”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첫 데이트에서 선지해장국을 먹으니까 바뀌었다. 첫 데이트 때 선지해장국을 먹으면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보고 울었다. 그런 아기자기한 것들이 재미있다”라고 용준형에게 애정을 드러냈다. 현아는 “나는 왜 매번 (연애하는 것을) 걸리냐. 우리 회사에서 나보고 좀 힘들다고 한다. 미안하고 고맙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한편 현아와 용준형은 지난 1월부터 공개 열애 중이다.
  • [하지현의 사피엔스와 마음] 사악한 판도라의 상자

    [하지현의 사피엔스와 마음] 사악한 판도라의 상자

    희망 하면 떠오르는 것은 ‘판도라의 상자’다. 제우스는 판도라를 시켜 항아리 하나를 에피메테우스에게 보내면서 절대 열어 보지 말라 했다. 호기심을 참지 못한 판도라가 상자를 열자 안에 있던 불행, 질병, 고통이 온 세상으로 퍼져나가 버렸다. 깊숙한 곳에 오직 희망만 남아 있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호기심은 참으라는 초자아적 교훈, 힘든 세상을 살아갈 이유는 희망이 남은 덕분이라는 메시지를 준다. 이번 주에는 정신건강의학과의 큰 학술대회가 있다. 보통 전공의들과 학회에 참가하고 다같이 식사를 한다. 그러나 올해는 사직을 하고 병원을 비운 터라 썰렁할 것 같다. 처음 2주면 끝날 것이라 기대했고, 나중에는 ‘총선이 끝나고 나면 어떻게든 결론이 나겠지’라는 희망을 품고 버텼다. 총선이 끝나도 평행선이니 낙담이 된다. 이런 식으로 지내는 게 익숙해지는 것 같다는 체념 같은 수용을 하고 있다. 악마화된 의사에 대한 뉴스들로 상황이 끝나도 오랫동안 유지돼 온 의료진과 환자 사이의 신뢰라는 약속이 무너진 것은 되돌리기 어려울 듯하다. 집단휴학과 전공의 부재는 앞으로 몇 년간 연쇄적 혼란을 가져올 것이 불 보듯 뻔하지만, 공허한 공갈로 볼 뿐이다. 누구도 몇 년 후는 책임지지 않을 테고 그 뒤처리가 솔직히 암담하다. “이럴 때일수록 희망을 잃지 맙시다”란 말이 얼마나 값싼 당의정이자 선의의 거짓말인지 몸으로 느낀다. 베트남 전쟁 당시 추수감사절이 끝나면 전쟁이 끝날 것이란 희망으로 수용소 생활을 버티던 포로들은 추수감사절이 지나도 전쟁이 끝나지 않자 시름시름 앓다가 사망했다. 희망에 매몰되지 않고 현실을 직시한 스톡데일은 살아남아 귀국할 수 있었다. ‘스톡데일의 역설’로 알려진 이 일화는 마냥 희망과 낙관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근본적 의구심을 준다. 희망은 바라는 마음과 그럴 것이라는 믿음, 두 가지로 구성돼 있고 정해진 시간까지 유효기간이 한정된 감정이자 사고다.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바람이 현실이 되거나, 사그라들어 버리는 묘한 성립요건을 갖는다. 한편 바라기만 하고 이뤄질 것이라는 믿음이 없다면 성립하기 어렵다. 그래서 그런지 희망 속에 사는 사람은 믿음이 충만하고 그 힘으로 살아간다. 어찌 보면 희망을 갖는 것은 미래의 가능성을 끌어들여 오늘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기에 희망을 놓지 못하고 있다. 니체가 “희망은 가장 사악한 것이다. 인간의 고통을 연장시키기 때문”이라고 했듯이 희망을 손에 들고 있는 한 현실을 차마 보지 못하는 것은 마치 산소호흡기를 떼지 못하는 중환자실의 환자를 바라보는 의사와 보호자 같다. 그렇다면 제우스가 그 상자 안에 온갖 나쁜 것 중에 희망만 좋은 것으로 넣은 것은 실수를 한 것이 아닐지 모른다. 희망도 실은 나쁜 것이었다. 우물쭈물하다가 못 빠져나갔을 뿐이다. 굼뜨고 느린 데다 악몽인데도 길몽으로 포장이 돼 지금까지 밝은 편에 서서 우리를 유혹하고 있는 악질 중의 악질이다. 그렇다고 희망을 갖지 말라고 하면 잔인하고 무릎이 꺾여 버리는 기분이다. 희망, 이놈을 어떻게 해야 할까. 하지현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 ASML 실적 부진에 美 증시 흔들… ‘K반도체 랠리’ 동력 꺼지나

    ASML 실적 부진에 美 증시 흔들… ‘K반도체 랠리’ 동력 꺼지나

    국내외 증시를 이끌었던 반도체 업계에 대한 기대감이 조금씩 우려로 바뀌고 있다. 반도체 업계의 ‘슈퍼 을(乙)’로 불리는 ASML의 실적 부진이 반도체 대장주’인 엔비디아를 비롯한 업계 전반을 뒤흔들면서다. 경기와 수요에 민감하고 경쟁이 치열한 반도체 업계 특성상 작은 변수에도 업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된 모습이다. 일각에선 랠리를 이어 오며 호황을 맞은 지금이 오히려 국내 증시의 과도한 ‘반도체 쏠림’을 해소해야 하는 시점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각각 0.89%와 2.01% 상승한 채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95% 상승한 2634.70으로 장을 마감했다. ‘저점 매수’에 나선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의 매수세 영향이 컸다. 이달 초 8만 5000대를 기록했던 삼성전자는 이후 기관의 매도세가 본격화하면서 지난 16일 7만 8000원대까지 내려앉았다. SK하이닉스 역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로 17만원대까지 주가가 내려갔지만 이날 반등했다.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시장 호조세를 바탕으로 주가를 지켜 냈지만 뉴욕 증시의 상황은 달랐다. 뉴욕 증시 반도체 업종은 17일(현지시간) 엔비디아의 주가가 4% 가까이 하락하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3.25% 급락하는 등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ASML의 1분기 실적 부진 영향이 컸다.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극자외선 노광장비(EUV)를 독점 공급하는 ASML은 반도체 업계의 ‘슈퍼 을’로 통한다. ASML의 1분기 순이익은 12억 2400만 유로로 지난해 4분기 대비 41% 줄었다. ‘을’로 분류되는 ASML의 실적 부진이 뉴욕 증시 반도체 업계 전반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면서 국내 투자자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외 반도체 업계의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한 만큼 크지 않은 악재에도 주가가 추락할 수 있어서다. 반도체 쏠림 현상이 유독 큰 국내 증시 상황도 불안 요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30%에 육박한다. 혹시 모를 악재로 인해 반도체 주가 단기 급락이 발생할 경우 국내 증시 전체가 휘청여도 이상하지 않은 구조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우리 증시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 위기가 닥치면 전체가 흔들릴 수 있을 정도로 쏠림이 심하다”며 “반도체 업계가 잘나가고 있는 지금이 우리 경제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서야 하는 시점”이라고 했다. 다만 이날 발표된 TSMC의 실적이 예상을 상회하는 등 여전히 생성형 AI 중심의 반도체 업계 호재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 요소다. NH투자증권 백찬규 연구원은 “5월 미국이 본격적인 실적 시즌에 진입하면서 엔비디아와 마이크론 등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 발표를 통해 시장에 우호적인 이벤트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미국 맛 가미한 보물 찾기…한국 맛과 다른 백수 아빠[OTT 언박싱]

    미국 맛 가미한 보물 찾기…한국 맛과 다른 백수 아빠[OTT 언박싱]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가 거둔 세계적인 성공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대 미디어믹스가 나아가야 할 모범사례로 언급할 수 있다. 구독자 유지를 위해 다수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필요한 OTT에 하나의 콘텐츠로 매체와 국경을 넘나드는 미디어믹스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듯하다. 이런 변화의 흐름 속 콘텐츠 공급의 중심이 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는 시장이 일본 만화계다. 그간 일본 만화는 자국에서 다수의 실사화가 이뤄졌지만, 일본 시장을 제외하고는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지 못했다. 넷플릭스는 이 일본 만화를 타국에서 실사화 또는 스핀오프 제작을 하며 콘텐츠의 가능성을 폭발시켰다. ‘기생수: 더 그레이’가 한국에서의 성공 사례라면 미국에서는 ‘원피스’①를 꼽을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100만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한 베스트셀러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의 성공 비결은 자연스러운 세계관 표현이다. 만화가 지닌 상상력은 시대와 국경을 초월한 세계관이 바탕이다. ‘원피스’는 해적왕이 처형을 당하기 전, 자신이 숨겨 둔 보물 원피스가 어딘가에 있다는 유언을 남기며 펼쳐진 대해적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다양한 국적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만큼 일본에서 실사화가 이뤄졌다면 분장에서 오는 이질감이 코스프레 느낌을 강하게 주었을 것이다. 다국적 출연진을 바탕으로 세계관을 안정적으로 표현하며 몰입감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일본 소년만화의 클래식한 배틀물 전개를 어드벤처에 중점을 두어 각색한 점 역시 포인트다. ‘쥬만지’, ‘구니스’ 등 1980~90년대 큰 인기를 끌었던 미국 어드벤처 영화를 연상시키는 구성으로 변화를 줘 해적왕을 꿈꾸는 루피가 동료들을 모아 함께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완성해 나간다. 마니아층이 열광할 원작 캐릭터의 성공적인 구축과 대중성을 높이는 구성 변화로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데 성공한 작품이다.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국내 OTT 작품 중 이런 성공 사례를 뽑자면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②을 들 수 있다. 주인공 남금필은 기존 한국 드라마 장르가 다뤄 왔던 삶의 무게에 찌든 중년 남성과 완전히 다른 캐릭터성을 보여 준다. 인생에서 봄의 시기에 와야 할 사춘기가 40대에 찾아온 그는 무작정 직장을 그만둔다. 진정한 자아 찾기를 핑계 삼아 자유롭게 살아가면서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거 같다는 이유로 만화가에 도전한다. “성장은 나이와 관련이 없다”는 영화 ‘어바웃 어 보이’의 명대사처럼 철없는 아빠가 일탈을 통해 성숙한 어른이 돼 가는 과정을 다룰 것이라 예상했던 이 작품은 더 깊은 의미를 담아내고자 한다. 어른이 돼 간다는 건, 얼굴은 웃고 있지만 마음은 울게 된다는 성장의 멜랑콜리를 표현한다. 넉살 좋은 영업사원처럼 보였던 금필은 딸과 아버지를 호강시켜 주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내면의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여느 어른처럼 항상 미소를 보이며 사회생활을 하던 그이지만, 사실 마음은 눈물범벅이었던 것이다. 자발적 백수 라이프를 시작한 금필의 코믹한 모습이 주는 웃음 이면에 더 나아질 수 없는 삶에 대한 현실도피가 담겨 있다는 걸 알게 된 순간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이라는 제목의 의미는 다르게 읽힌다. 실패한 인생을 외면하는 변명이 아닌, 실패하고 싶지 않다는 간절한 외침으로 말이다. 만화에는 노력과 열정만 있으면 꿈과 희망을 이룰 수 있다는 정신일도(精神一到)의 자세가 담겨 있다. 금필이 만화가에 도전하는 이유는 유년 시절 청운의 꿈을 다시 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최선만 다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만화에는 존재하기 때문이다. 과연 금필은 자신이 꿈꾸는 어른이 될지, 아니면 세상이 원하는 어른의 모습으로 남게 될지, 드라마를 통해 직접 확인해 보길 바란다. 김준모 키노라이츠매거진 편집장
  • 스파이, 간첩, CIA…“나는 저주를 받았죠”

    스파이, 간첩, CIA…“나는 저주를 받았죠”

    “나는 스파이, 고정간첩, CIA 비밀요원, 두 얼굴의 남자입니다. … 나는 그저 모든 문제를 양면의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을 따름입니다.”(소설 ‘동조자’ 첫 단락) “나는 스파이, 고정간첩, 밀정, 두 얼굴의 남자입니다. 모든 일의 양면을 보는 저주를 받았죠.”(드라마 ‘동조자’ 1화 중) ‘경계인’으로서 느끼는 딜레마를 함축한 강렬한 첫 문장을 빼놓고는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53)의 소설 ‘동조자’를 이야기할 수 없다. 이 작품의 모든 연구와 비평은 현실에서 베트남과 미국 그 어느 곳에도 제대로 속하지 못한 작가의 정체성에서부터 시작한다. 소설에서 프랑스인 사제 출신 아버지와 베트남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설정된 주인공은 작가의 대변자로 이해할 수 있다.이 책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드라마가 지난 15일 쿠팡플레이를 통해 공개됐다. 그것도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거장 박찬욱(61) 감독의 손에서 재탄생하며 원작 역시 다시 조명받고 있다. 미국 HBO 오리지널 시리즈로, 2018년 BBC ‘리틀 드러머 걸’ 이후 박 감독의 두 번째 시리즈물 도전이다. 7부작 가운데 1~3회를 연출한 박 감독은 캐나다의 영화감독 돈 매켈러와 함께 공동 쇼 러너로서 제작, 각본 등 전 과정을 진두지휘했다. 4~7회는 영국의 마크 먼든과 브라질의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이 나눠 맡았다. 도입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소설과 드라마의 차이점은 바로 주인공의 첫 대사다. 원작을 일부 옮기면서도 박 감독 나름의 변주를 꾀하고 있어서다. 드라마에는 영어 원문에는 없는 ‘저주받았다’(cursed)라는 표현이 들어갔다. 자신의 양가적인 정체성에 대해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느껴지는 소설의 문장보다는 다소 직설적이다. 경계인의 딜레마를 좀더 강렬하게 표현함으로써 시리즈의 분위기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소설은 베트남전쟁을 배경으로 북베트남과 남베트남 사이에서 이중간첩으로 활약했던 이름 없는 화자의 독백으로 이뤄져 있다. 분량은 좀 있지만 속도감 있는 전개와 깔끔한 번역으로 국내 독자들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작가의 데뷔작인 동시에 2016년 퓰리처상 수상작으로 미국 문단에서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한국어로 처음 옮겨진 것은 2018년이고 지난해 3월 개정판이 나왔다. 일부 세계문학에 관심이 많은 독자나 영문학자들 사이에서 좋은 평판을 얻다가 지난해 6월 박 감독이 이 작품을 드라마화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교보문고의 판매 부수 신장세가 무려 186%나 뛰기도 했다.드라마에서는 기하학적인 미장센, 감각적인 색감 등 박 감독 특유의 영화미학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전화기 다이얼 돌아가는 장면이 자동차 바퀴가 굴러가는 장면으로 바뀌는 것 등이다. 이른바 ‘폭력 미학’으로 명명되곤 하는 박 감독의 영화적 연출도 돋보인다. 드라마는 초장부터 극장 무대 위에서 한 여성 밀정을 고문하는 장면을 보여 준다. 그녀가 삼킨 문서를 찾아내기 위해 대변을 뒤진다는 설정이 있는데 같은 장면에서 언급되는 열대 과일 ‘두리안’의 후각적 감각과도 연결되며 영상의 그로테스크함을 더한다. 박 감독은 18일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보통 두 관점을 모두 볼 수 있다는 것은 축복처럼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어느 쪽에도 설 수 없음을 의미한다. 그 양편이 극단적으로 투쟁하고 있을 때 이런 능력은 오히려 저주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조리한 상황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코미디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 원작에서 나아간 지점”이라며 “한국인으로서 이 작품과는 어느 정도의 거리가 있고 덕분에 객관성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했다.
  • [훔치고 싶은 문장]

    [훔치고 싶은 문장]

    페이스(이희영 지음, 현대문학) “우리는 어쩌면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백지보다 귀퉁이의 작은 얼룩에만 집중하는지도 모른다. 비록 나는 내 얼굴을 볼 수 없지만, 세상은 볼 수 있다.”자기의 모습을 볼 수 없는 주인공 인시울의 이야기다. 자아를 찾아야 한다는 강박이 만연한 세상에서 과연 우리는 스스로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가. 인시울이 생전 처음으로 ‘진짜 얼굴’을 일부분 마주하게 되는데 그 계기가 ‘흉터’였다는 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우리가 덮고 숨기려 했던 게 어쩌면 우리를 그대로 보여 주는 것 아니었을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페인트’로 화제를 모았던 이희영 작가의 신작이다. 192쪽. 1만 5000원. 대주자(김준호 글, 용달 그림, 책고래) “나는 야구를 할 때 가장 행복한 야구 선수다.”대주자는 대신 달리는 사람이다. 본디 ‘치고 달리는’ 운동인 야구에서 대주자는 ‘반쪽짜리’ 선수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러면 어떤가. 야구를 하는 이 순간이 행복하면 그만인 것 아닐까. 9회말 2아웃, 날카롭게 홈으로 파고들어 팀을 승리로 이끌 때의 그 짜릿함은 오롯이 나만의 행복이다. 모두가 투수일 수 없고 모두가 4번 타자일 수 없다. 비록 주전은 아니지만 누구보다 빠른 발로 승리를 이끄는 대주자 역시 승리의 주역이요 당당한 야구 선수다. 김준호 작가가 글을 쓰고 용달 작가가 그림을 그린 ‘대주자’는 그라운드 바깥에 있는 존재인 대주자를 새롭고도 멋지게 조명하는 따뜻한 그림책이다. 40쪽. 1만 4000원.
  • [책꽂이]

    [책꽂이]

    세 개의 전쟁(김정섭 지음, 프시케의숲) 20세기 태평양전쟁, 21세기 우크라이나전쟁, 그리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대만전쟁은 공통점이 있다. 외교안보 전문가인 저자에 따르면 이들 전쟁은 모두 강대국의 세력·이익에 대한 사고방식을 보여 준다. 평시에는 모호하거나 은밀히 감춰져 있던 강대국 정치의 민낯은 전쟁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투명하게 드러난다. 이와 함께 현대 전쟁의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인 민간인 폭격 및 원폭에 관해서도 설명한다. 어떤 논리로 시작됐고 어떻게 정당화됐는지 추적했다. 376쪽. 2만원.온라인 여론과 SNS(설진아 지음, 컬처룩) 우리가 너무도 쉽게 말하는 ‘여론’은 무엇이며 어떻게 형성되는 것일까. 영화 ‘댓글부대’처럼 조작도 가능할까. 미디어와 여론은 어떤 연관성이 있고, 여론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소셜미디어(SNS)는 여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했다. 여론 지도자로서 대통령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여론을 형성하는 세력은 무엇인지, SNS가 여론 형성 과정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소개한다. SNS를 활용한 여론조사 방법 등을 부록으로 붙였다. 268쪽. 2만원.이규보 선생님, 고려시대는 살 만했습니까(강민경 지음, 푸른역사)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을 중심으로 고려 사람들의 삶과 생각을 모두 89꼭지에 담았다. ‘붉은 생선을 회 뜨고 술잔을 기울였다’는 시에서 13세기 초 이미 회를 먹고 있었고, 이규보가 즐겨 마신 ‘백주’ 막걸리를 비롯해 13세기 말 원나라에서 들어온 소주 등 고려시대 술에 대해서도 알려 준다. 권세가의 집에서 키우는 앵무새 등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가족과 백성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잃지 않고 치열하게 분투한 이규보를 통해 고려를 읽는다. 388쪽. 2만원.미술이 나를 붙잡을 때(조아라 지음, 마로니에북스) 큐레이터로 일하던 저자가 감정을 관통했던 미술 작품에 대해 이야기한다. 전시 개막 시기 온갖 신경이 곤두선 찰나, 윤석남 작가의 나무 조각 작품에서 닿고 싶지만 회피하고 싶은 마음을 발견하고, 육아에 지쳤을 때 예술가 바이런 킴의 하늘 그림에서 사소한 오늘의 숭고함을 깨닫는다. 에드워드 호퍼, 고흐 등 명작을 천편일률적으로 분석하기보다 사심을 담아 개인적으로 바라봤다. 이를 통해 미술과 친밀히 관계 맺고 동행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 터다. 160쪽. 1만 5000원.
  • 절대 권력에 맞서며 ‘한강의 기적’ 이끈 설계자들

    절대 권력에 맞서며 ‘한강의 기적’ 이끈 설계자들

    195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 고도성장기의 한국은 격동의 시절이자 뜨거운 관치 경제의 시대였다. 전쟁의 폐허 속 지긋지긋한 가난을 딛고 한국은 거대 제조업 국가로 변모했다. 세계인들은 한국의 경이로운 변화를 ‘한강의 기적’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반세기 전 움튼 한국 경제의 혁명적 체질 변화 뒤에는 탁월한 설계자들이 있었다. 절대 권력자였던 박정희 전 대통령과 마찰을 빚으면서도 불도저처럼 정책을 실행한 경제 관료들이다. 이들은 한국 경제의 재건→도약→질주→전환 시대를 풍미한 선도자였다.한국경제사 연구에 저명한 홍제환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이 쓴 ‘경제 관료의 시대’는 우리가 성취한 경제 발전에 강렬한 자취를 남긴 13인의 활약상을 복기한 전기적 초상이다. 그간 설문조사에서 최고의 경제 관료로 꼽혔던 남덕우(1924~2019) 전 총리는 학계에 있을 때 박정희 정부의 경제 정책에 쓴소리를 잘했다. 박 대통령은 1969년 10월 그를 재무부 장관으로 임명하면서 “그동안 정부가 하는 일에 비판을 많이 하던데 이제 맛 좀 봐”라고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국내 서강학파 태두로 재무부 장관, 경제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 국무총리를 역임한 그의 전성기는 경제부총리 시절이다. 그가 맞닥트린 한국 경제는 저성장, 고물가, 국제수지 악화의 삼중고에 처해 있었다. 성장론자인 그는 중화학공업 계획의 실행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국민투자기금을 고안했고, 중동 진출을 돌파구 삼아 1973년 제1차 오일쇼크 이후 한 자릿수에 머문 경제성장률을 다시 10%대로 끌어 올렸다. 저자는 남 전 총리를 ‘1970년대 한국 경제의 뛰어난 관리자’로 평가한다.지금까지도 최연소 기록인 39세 장관 신현확(1920~2007) 전 총리는 서슬 퍼런 박정희 시대의 성장우선주의에 제동을 건 인물이다. 그는 시대의 변화를 감지했다. 보건사회부 장관으로 국내 의료보험제도를 처음 도입했고 경제부총리가 된 후 성장이 아닌 안정, 규제보다는 자율과 경쟁 촉진, 개방으로 경제 기조를 바꾸는 데 총대를 멨다. 박 전 대통령이 “요즘 공무원 중 우리나라가 수출을 줄여야 한다는 정신 나간 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다”며 신현확과 경제기획원을 향해 날 선 비판을 대놓고 할 때도 정책 기조를 굽히지 않았다. 저자는 신현확이 남긴 인상적 장면으로 농가주택 개량사업 규모를 확대하라는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면전에서 거부한 그의 소신과 두둑한 배짱을 꼽는다.책은 1960년대 경제기획원(옛 기획재정부) 전성시대를 연 장기영(1916~1977) 전 부총리,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고 포항제철을 설립한 김학렬(1923~1972) 전 부총리, 1983년 북한이 자행한 아웅산 폭탄테러로 순직한 김재익(1938~1983) 전 경제수석 등 걸출한 관료들의 이야기를 펼친다. 전두환이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라고 했던 김 전 수석은 경제자유화, 공정거래제, 금융실명제 등 시대를 앞서 나간 정책의 선구자로 환기된다. 책은 13명의 역사적 경제 관료 중 9명이 장관을 역임했고, 평균 연령이 44.7세였다고 짚는다. 청년의 패기를 가진 경제 수장들은 각자의 스타일로 한국 경제를 설계하고 변화를 주도했다. 대통령은 그들에게 재량권을 줬고, 미숙하고 취약한 관치 경제 시스템은 스타 관료들의 출현을 목말라했다. 저자는 걸출했던 그들이 살아 돌아온다고 한들 시장이 주도하고 경제 규모가 과거에 비할 수 없이 커진 오늘날 한국 경제의 복합적인 문제를 풀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저자는 “한강의 기적은 박 전 대통령의 최대 치적으로 평가받지만 결코 대통령 혼자 만들어 낼 수 있는 성과가 아니었다”며 “하지만 경제 관료들의 역할은 역사적으로 간과되거나 과소평가되어 왔다”고 아쉬워한다.
  • 고구마 전개 따위는 없다…망설임 없는 복수의 주먹[웹툰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고구마 전개 따위는 없다…망설임 없는 복수의 주먹[웹툰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누아르란 범죄나 폭력, 살인 같은 무거운 소재를 사용해 사회의 어두운 분위기를 부각하는 작품군을 칭하는 용어다. 어둡고 진지한 분위기의 작품들을 통상 누아르 장르라 한다. 남성 중심의 작품들이 주로 이런 칭호를 종종 얻곤 하는데,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아 온 전통적인 인기 장르이기도 하다. 누아르 장르의 작품들은 세대를 거듭하며 각종 매체를 통해 확대재생산돼 왔고 이건 웹툰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오늘 소개할 작품은 연재 시작부터 끝까지 독자들로부터 최고의 액션 누아르라는 열렬한 찬사를 받은 네이버 웹툰 ‘광장’(글 오세형·그림 김균태)이다. 15년 전 정부 고위층이 서울에 난립하던 폭력조직들을 정리하고 관리하기 위해 제공한 여의도 국회의사당 광장에서 각 조직의 선수들이 서열을 가리고 질서를 확립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작품의 기본 배경이다. 서울의 패권을 다투는 싸움에서 ‘주운’과 ‘봉산’이라는 두 조직이 살아남게 된다. 주인공 남기준은 봉산의 선수로 광장을 제패한 한국 최고의 주먹이다. 하지만 기준은 경쟁조직인 주운의 행동대장이 돼 버린 동생 기석을 위해 스스로 아킬레스건을 자르고 조직을 떠난다. 그리고 15년 후 기석이 갑작스럽게 죽게 되자 기준은 다시 어둠의 세계로 돌아와 혈혈단신으로 동생의 죽음과 관련된 비밀을 파헤치며 복수를 시작한다. ‘광장’은 액션 누아르 작품으로서 형제와 친구, 의리와 배신, 거대 조직에 맞서는 최강 고수, 사악하고 야비한 적들이 등장하며 사내들의 낭만과 멋이 묵직한 여운으로 매회 나온다. 작품의 마지막, 15년 만에 다시 열리는 광장결투는 기준의 과거와 현재의 액션이 어우러져 몰입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사실 서사의 힘이 돋보이는 액션 연출은 흔치가 않음에도 ‘광장’은 기준을 중심으로 서사에 담긴 액션의 진수를 보여 준다. 무엇보다 ‘광장’에는 이야기의 전개에도, 액션에도 망설임이 없다. 요즘 독자들이 흔히 말하는 고구마 전개 따윈 아예 없다. 한쪽 다리를 저는 장애인임에도 막강한 전투력으로 적들을 뭉개버리는 주인공 기준의 싸움은 그야말로 사이다 그 자체다. 매회 박진감 넘치는 액션은 기본이고, 매력적인 개성을 지닌 악역들이 적절하게 등장해 기준과 맛깔나는 대결을 벌인다. 요즘 웹툰에서 유행하는 화려한 컬러링이 아닌, 단색의 톤에 강렬한 색감을 대비시키는 작화 또한 아주 인상적이며 작품의 비장미를 극대화한다. 스토리를 담당한 오세형 작가는 인터뷰를 통해 ‘웹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야기의 힘’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작가의 의도대로 ‘광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우직하게 ‘남기준의 주먹’ 하나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독자들은 기준의 주먹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기준의 승리에 열광한다. ‘광장’은 올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도 방영이 확정됐다. 연재 당시 독자들이 댓글을 통해 그토록 원했던 배우 소지섭이 주인공 기준 역을 맡는 등 캐스팅만으로도 기대감은 한껏 높아진 상태다. 복수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뚝심 있게 휘몰아치는 액션과 이야기의 힘을 느끼고 싶다면, 웹툰 ‘광장’을 추천한다. 백수진 한국만화영상진흥원 팀장
  • 늦게 찾아온 봄… 오래 비추는 봄

    늦게 찾아온 봄… 오래 비추는 봄

    무진장(無盡藏)이란 불교 용어가 있다. 덕이 광대해 다함이 없다는 뜻이다. 현실 세계에도 ‘무진장’이 있다. 전북 무주와 장수, 그리고 진안의 앞 글자에서 따온 단어다. 우리나라 오지의 대명사로 통하는 곳. 그중 ‘전북의 지붕’이라 불리는 고원 도시, 진안을 다녀왔다. 고속도로가 전국을 단일 생활권으로 묶어 놓은 요즘이지만, 진안은 여전히 외지인들에게 생소한 땅이다. 봄소식도 늘 늦게 당도하는 편. 다소 늦었지만, 오지 마을 진안의 화양연화는 이제 막 시작됐다.●말의 귀 같다며 이름 지은 마이산 진안의 랜드마크는 뭐니 뭐니 해도 마이산(馬耳山)이다. 조선의 3대 왕 태종이 이 일대를 지나다 말(馬)의 귀(耳)와 같다며 마이산이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마이산은 두 봉우리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모습으로 솟아 있다. 서쪽의 암마이봉이 687.4m로 높고 동쪽의 수마이봉이 681.1m로 다소 낮다. 산은 전체가 거대한 암석 덩어리다. 특히 암마이봉의 타포니 지형이 인상적이다. 타포니는 풍화혈(風化穴)을 뜻하는 지질용어다. 풍화와 차별 침식 등으로 암석의 측면에 형성된 구멍을 일컫는다. ●남부 탑영제따라 만개한 벚꽃 절정 마이산 관광은 남부와 북부로 나뉜다. 봄철엔 관광객들이 남부 쪽으로 쏠린다. 벚꽃이 장관을 이루기 때문이다. 북부 쪽에도 벚꽃길이 있지만 남부에 견줘 명성이 덜한 편이다. 진안의 벚꽃은 개화가 늦다. 진안 일대가 고원지대라 그렇다. 평균 기온 자체가 낮은 데다 낮과 밤의 기온 차도 크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예전 마이산 벚꽃 축제가 열리던 시기도 해마다 4월 하순이었다. 마이산 벚꽃길은 이산 묘에서 탑사까지 약 2.5㎞ 구간에 조성돼 있다. 수령 수십년을 헤아리는 벚나무 노거수들이 길을 따라 도열해 있다. 나라 안에서 가장 늦게 벚꽃이 피는 곳이라더니 과연 명불허전이다. 탑영제에 이르러 벚꽃이 절정을 이룬다. 저수지 주변을 따라 벚꽃들이 만개했다. 저수지 제방 위로 올라 전경부터 품는다. 잔잔한 물 위로 벚꽃들이 투영되고 있다. 딱 한 폭의 수채화다. 나무 아래 꽃그늘에는 작은 정자도 있고 앉아 쉴 만한 의자도 여럿이다.●북부 사양제는 마이산 반영이 압권 마이산엔 저수지가 두 곳 있다. 남부 쪽은 탑영제, 북부는 사양제다. 명소에 깃든 저수지답게 수면 위로 담기는 풍경도 여간 빼어난 게 아니다. 탑영제는 벚꽃의 반영이 멋지다. 사양제는 마이산의 반영이 압권이다. 말 그대로 자연이 그린 데칼코마니다. 탑영제 위 부부공원 일대의 벚꽃도 아름답다. 먼저 진 꽃잎들이 공원 내 돌탑 주변에 눈처럼 내려앉았다. 꼭 가지에 붙어 있어야 꽃이던가. 흩날린다고, 떨어졌다고 꽃이 아닌 건 아닐 터다. 남부에 부부공원이 있다면 북부엔 연인의 길이 있다. 연인의 길을 따라 걸으면 마이산처럼 두 사람의 사이가 도타워진다며 조성한 길인데, 스토리텔링으로 한껏 의미를 부여한 것에 견줘 볼거리는 빈약한 편이다. 사실 사랑 이야기의 정점을 꼽자면 단연 명려각이다. 남부 주차장 한편에 없는 듯 서 있는 사당이다. 규모는 작아도 담긴 서사는 무척 풍성한데, 그 이야기는 잠시 뒤로 미뤄 두자. 부부공원에서 발걸음을 재촉하면 탑사다. 80여개의 돌탑으로 유명한 절집이다. 이갑용(1860~1957) 처사가 1885년 유·불·선 삼교에 바탕을 둔 용화세계의 실현을 꿈꾸며 조성했다고 한다. 입구 쪽의 월광탑, 일광탑처럼 규모가 큰 돌탑은 대부분 이름이 있다. 탑마다 나름의 의미와 역할도 있다고 한다. 가장 큰 건 대웅전 뒤 천지탑이다. 양탑, 음탑 등 두 개의 탑으로 갈라진 모양새가 마이산을 빼닮았다. ●성산정 등 전망대서 전경 한눈에 사실 진안 여행의 절반은 마이산을 어디서 보느냐다. 마이산 남, 북부 구역에선 오히려 마이산의 전체적인 모습을 보기 어렵다. ‘마이산에 오르니 마이산이 안 보이더라’는 격이다. 좀 멀찌감치 떨어져서 봐야 한다. 읍내에선 군청 옆 성산정이 좋은 포인트다. 진안고원(鎭安高原)이란 표현에 걸맞게 경사진 언덕 400m 높이에 터를 잡은 정자다. 성산정에서 굽어보면 마이산 봉우리와 인근 전경이 한눈에 담긴다. 길손들에게는 익산포항고속도로 진안휴게소 전망대가 최고의 포인트다. 마이산이 바로 눈앞에서 펼쳐진다. 휴게소는 상·하행선 양쪽에 다 있다. 부귀산 전망대도 있다. 원래 사진작가들만 알음알음 찾던 곳인데, 유명해지다 보니 군에서 아예 전망대를 조성해 뒀다. 진안 읍내에서 월평교 방향으로 가다 외후사마을로 좌회전한 다음 산길을 따라 곧장 간다. 길은 잘 닦여 있는 편이다. 다만 주차장에서 산길로 10여분 걸어 올라가야 한다. 긴 거리는 아니어도 제법 된비알이어서 힘들게 느낄 수 있다. 부귀산 전망대에서 맞는 풍경이 장쾌하다. 마이산이 작게 보일 정도로 거리는 멀지만, 주변 산군들과 어우러진 마이산의 진경과 마주할 수 있다. 특히 요즘처럼 안개가 자주 끼는 시기엔 꼭 바다 위에 떠 있는 절해고도처럼 보인다. ●‘명려각’엔 김삼의당·하립 사랑이야기 이제 미뤄 뒀던 명려각에 대한 이야기를 할 차례다. 명려각은 여류시인 김삼의당(1769~1823)과 남편 담락당 하립(1769~1830)의 영정을 모신 사당이다. 둘의 고향은 사실 남원이다. 한데 어떤 사연으로 진안 깊숙한 곳에 흘러와 여생을 마치게 됐을까. 김삼의당과 하립은 남원 향교동의 유천마을이란 곳에서 태어났다. 태어난 해, 태어난 날이 같다. 둘은 18세 되던 해에 백년가약을 맺었다. 하립은 과거 시험을 보러 한양으로 떠나 오랜 시간 공부에만 매진했고, 김삼의당은 남편을 위해 남원에 머물며 내조를 아끼지 않았다. 남편의 한양살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여인의 생명과도 같은 머리카락을 자르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그를 조선의 전형적인 여성이라 말하는 이도 있다. 한데 김삼의당은 그 정도 수준에 머물 여성은 아닌 듯하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260여편의 시를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유실된 것을 제하고 그렇다. 작품에 대한 평가도 뛰어나다. 찢어지게 가난한 탓에 33세 되던 해엔 남원을 떠나 진안 마령면의 산골 마을로 쫓기듯 옮겨 가야 했다. 그의 시는 이런 상황에서 나왔다. 그는 가난하다는 이유로 꿈을 포기하지 않았고, 집안일을 핑계로 자아실현을 멈추지 않았다.●‘기축옥사’ 정여립이 머물렀던 죽도 진안에서 기억해야 할 인물이 또 한 명 있다. 조선시대 풍운의 정치사상가 정여립(1546~1589)이다. 선비 1000여명이 화를 입었던 ‘기축옥사’의 주인공이 바로 그다. 정여립은 “천하는 공물인데 어찌 일정한 주인이 있으랴. 임금 한 사람이 주인이 될 수는 없으며, 누구든 섬기면 임금이 아니겠는가”라며 혁신적인 사상을 설파했다. 당시 임금이었던 선조로선 이런 불충하고 위험한 사상을 가진 인물을 그냥 둘 수는 없었을 터다. 결국 중앙 정치무대에서 밀려난 그가 내려와 생을 다할 때까지 머문 곳이 천반산 아래 죽도다. 죽도 일대는 국가지질공원이다. 그 덕에 번듯한 전망대도 생겼다. 장전마을에서 49번 지방도로를 타고 가다 보면 고갯길 옆에 지질공원 표지판이 나온다. 그 옆으로 난 숲길을 따라 조금만 걸으면 죽도 일대를 굽어볼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암굴 안 2층 누정 수선루도 볼만 진안 일대엔 수려한 정자들이 꽤 있다. 이를 찾아가는 것만으로도 한 편의 훌륭한 테마 여행이 된다. 대표적인 건 마령면 강정리의 수선루(보물)다. 자연 상태의 암굴 안에 들여 지은 2층 누정이다. 조선 숙종 때 연안 송씨 4형제가 지은 것으로 전해진다. 정자의 이름은 ‘잠잘 수’(睡)에 ‘신선 선’(仙) 자를 쓴다. 신선이 잠을 잘 만한 곳이란 뜻일 터다. 국가문화재이긴 하지만 출입에 제한은 없다. 인근 평지리의 쌍계정도 암굴에 지은 정자다. 경남 하동의 쌍계사 입구 바위벽에 고운 최치원이 쓴 ‘쌍계석문’(雙磎石門) 글씨를 모방해 정자 왼쪽에 ‘쌍계’(雙磎), 오른쪽엔 ‘석문’(石門)이란 글씨를 새겼다. 백운면 미천리의 영모정, 바로 위 미룡정(美龍亭) 등도 다리쉼 할 겸 찾아볼 만하다.●한옥성당 ‘어은공소’도 숨은 명소 앞서 언급했듯 진안은 오지다. 곳곳에 볼만한 명소가 숨어 있다. 발품 팔아 찾아다녀야 한다는 뜻이다. 그중 하나가 진안읍 어은동의 천주교 어은공소(등록문화재)다. 1909년 건립된 한옥 성당이다.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성당답게 실내는 남녀 신도석이 구분돼 있다. 성당이 깃든 어은동(魚隱洞)의 한문 이름을 풀면 ‘물고기가 안전하게 숨는 땅’이란 뜻이다. 해발 1000m가 넘는 성주산 자락 골짜기에 숨은 듯 터를 잡고 있다. 지명이 말해 주듯 어은동은 환란을 피해 사람들이 숨기 좋은 곳이다. 1866년 병인박해 때도 그랬다. 충청도와 경기도 등에서 어은동으로 피신해 온 천주교 신자들이 모여 살았다. 물고기는 초기 기독교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런 곳에 천주교 신자들이 물고기처럼 숨어 산 셈이다. 우연치고는 참 공교로운 듯하다.
  • 황정아 “외환위기 때도 R&D 예산 안 깎아… 국가 예산 5% 투자해야”[초선 열전]

    황정아 “외환위기 때도 R&D 예산 안 깎아… 국가 예산 5% 투자해야”[초선 열전]

    우주항공 전문가 황정아(47·대전 유성을)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은 1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을 두고 “외환위기 때도 없었던 일”이라면서 국가 예산의 5%를 R&D 예산으로 채우겠다고 공약했다. 영입 인재인 황 당선인은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출신으로 누리호 개발 성공의 주역이다. 여성 의원 불모지였던 대전에서 ‘금녀의 벽’을 깨고 당선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박정현(대전 대덕) 당선인과 함께 대전의 첫 여성 의원이 됐다. “최초라는 타이틀에 연연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가 여성들이 아이 낳고 경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에 애초에 정치에 참여하는 여성들의 모수가 적었다. 박정현 최고위원도 비슷한 처지여서 동질감을 느낀다.” -R&D 예산 지키기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 정치에 뛰어든 계기는.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윤석열 정부가 R&D 예산을 14.7%나 깎았다. 1997년 외환위기 때도 없었던 일이다. 그 과정 자체가 과학자들에게는 모욕적이었다. 정부가 삭감 이유로 ‘과학계 카르텔’을 들었을 땐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많은 연구자가 자기 연구를 중단하거나 해외로 떠나고 있다. 대학원생들은 ‘랩(lab) 비’가 깎여 하루에 한두 끼만 먹고 있다. 누군가는 국회에서 과학기술계를 대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영입 제안을 받았다.” -추진하고 싶은 ‘1호 법안’은 무엇인가. “정부가 흔들 수 없는 굳건한 R&D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 예산 목표제’를 도입하고 싶다. 국가 예산의 5% 이상을 R&D에 투자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할 것이다. 그리고 올해 하반기에 깎인 R&D 예산을 복원할 수 있게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추진하겠다.” -우리나라 과학 발전에 필요한 건 무엇인가. “우주항공청이 과학기술 분야의 ‘핫이슈’다. 5월 개청하는 우주항공청이 국방, 농림, 해양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천문연구원의 연구 기능을 이어 가기 위해 우주항공 연구개발 지원 본부는 대전 유성에 둬야 한다.” -국민의힘으로 당적을 옮긴 ‘5선 골리앗’ 이상민 의원을 큰 표차로 꺾었는데. “선거 과정은 굉장히 치열했다. 나는 정치 초년생인데 상대는 대전 유성에서 5선을 지내 지역 기반이 탄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일 잘하는 유능한 사람을 뽑자’는 뜨거운 민심이 느껴졌다.” -해결하고 싶은 지역 숙원사업은. “청년들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타트업밸리’ 조성이 그중 하나다. 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면 우리 지역은 우수 자원을 많이 가진 곳이라고 한다. 또 우수한 과학 인재들이 창업을 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 ‘총리설’ 박영선 “미래 위해 협치 긴요”

    ‘총리설’ 박영선 “미래 위해 협치 긴요”

    차기 국무총리 후보로 거론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8일 “지금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너무도 중요한 시기”라며 “협치가 긴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영수회담’과 같은 협치를 전제로 총리직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일본 오사카에 방문 중인 박 전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서로 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처럼, 두 도시 이야기처럼 보여지고 있다고 생각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를 두고 박 전 장관 측 관계자는 “일단 윤석열 대통령하고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만나야 한다는 얘기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찰스 디킨스의 소설 ‘두 도시 이야기’를 인용해 “우리는 모두 천국을 향해 가고자 했지만 엉뚱한 방향으로 반대로 나아가고 있었다”며 “말하자면 그 시절은 지금과 너무 흡사하게, 일부 목청 높은 권위자들은 그 시대를 논할 때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양극단의 형태로만 그 시대를 평가하려 들었다”고도 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17일 박 전 장관의 총리 임명 보도가 나오자 “검토된 바 없다”고 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박 전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의 인연을 고려할 때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해석이 나왔다. 윤 대통령이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조작 사건의 수사팀장을 맡아 검찰 수뇌부와 갈등을 빚었을 때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었던 박 전 장관이 윤 대통령을 지지해 줬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강대강 대치 정국에서 정부의 총리직 제안을 현실적으로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입장을 완곡하게 표명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협치’가 필요한 상황임을 강조하면서 사실상 거절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당사자인 박영선 전 장관도 불쾌하다고 말씀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 황정아 “IMF 때도 R&D 안 깎아…국가예산 5% 확보할 것”

    황정아 “IMF 때도 R&D 안 깎아…국가예산 5% 확보할 것”

    우주항공 전문가 황정아(47·대전 유성을)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은 18일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을 두고 “외환위기 사태 때도 없었던 일”이라면서 국가예산의 5%를 R&D 예산으로 채우겠다고 공약했다. 영입 인재인 황 당선인은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출신으로 누리호 개발 성공의 주역이다. 여성 의원 불모지였던 대전에서 ‘금녀의 벽’을 깨고 당선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ㅡ박정현(대전 대덕) 당선인과 함께 대전의 첫 여성 의원이 됐다. “최초라는 타이틀에 연연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가 여성들이 아이 낳고 경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에 애초에 정치에 참여하는 여성들의 모수가 적었다. 박정현 최고위원도 비슷한 처지여서 동질감을 느낀다.” ㅡR&D 예산 지키기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 정치에 뛰어든 계기는.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윤석열 정부가 R&D 예산을 14.7%나 깎았다. 1997년 외환위기 때도 없었던 일이다. 그 과정 자체가 과학자들에게는 모욕적이었다. 정부가 삭감 이유로 ‘과학계 카르텔’을 들었을 땐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많은 연구자가 자기 연구를 중단하거나, 해외로 떠나고 있다. 대학원생들은 ‘랩(lab) 비’가 깎여서 하루에 한두 끼만 먹고 있다. 누군가는 국회에서 과학기술계를 대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영입 제안을 받았다.” ㅡ추진하고 싶은 ‘1호 법안’은 무엇인가. “정부가 흔들 수 없는 굳건한 R&D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 예산 목표제’를 도입하고 싶다. 국가 예산의 5% 이상을 R&D에 투자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할 것이다. 그리고 올해 하반기에 깎인 R&D 예산을 복원할 수 있게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추진하겠다.”ㅡ우리나라 과학 발전에 필요한 건 무엇인가. “우주항공청이 과학기술 분야의 ‘핫이슈’다. 5월 개청하는 우주항공청이 국방, 농림, 해양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천문연구원의 연구 기능을 이어가기 위해 우주항공 연구개발 지원 본부는 대전 유성에 둬야 한다.” ㅡ국민의힘으로 당적을 옮긴 ‘5선 골리앗’ 이상민 의원을 큰 표차로 꺾었는데. “선거 과정은 굉장히 치열했다. 나는 정치 초년생인데 상대는 대전 유성에서 5선을 지내 지역 기반이 탄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일 잘하는 유능한 사람을 뽑자’는 뜨거운 민심이 느껴졌다.” ㅡ해결하고 싶은 지역 숙원사업은. “청년들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타트업 밸리’ 조성은 그 중 하나다. 벤처기업 CEO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우리 지역은 우수 자원을 많이 가진 곳이라고 한다. 또 우수한 과학 인재들이 창업을 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 ‘집단 사직’ 전공의 만난 이준석 “의료계 갈등 다각도 논의”

    ‘집단 사직’ 전공의 만난 이준석 “의료계 갈등 다각도 논의”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의정 갈등을 놓고 머리를 맞댔다. 두 사람은 의대 정원 확대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보인다. 양측의 만남은 지난 2월 이후 두 번째다. 이날 박 위원장은 비공개 간담회를 마친 뒤 페이스북에 이 대표의 한 언론 인터뷰 내용을 인용했다. 그가 인용한 이 대표의 발언은 “전공의들과 의대 교수님들, 또 병원협회 이런 데는 입장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어쨌든 젊은 정당으로서 그중에서 가장 취약한 전공의들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할 것”, “윤석열 대통령이 큰 결단으로 원점 재검토부터 선언하는 게 협의체가 제대로 가동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 등 이었다. 개혁신당은 의정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금 의사 증원 논의가 길을 잃었다. 정부·여당도 적극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그렇기 때문에 대전협 분들을 뵙고 현 상황에 대한 공유와 앞으로 어떤 식으로 활동해나갈지 상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간담회에는 이 대표와 천하람 당선인, 소아과 출신인 이주영 당선인이 참석했다. 또 박 위원장을 비롯한 대전협 비대위원인 박재일(서울대병원), 김유영(삼성서울병원), 김태근(가톨릭중앙의료원) 전 전공의들이 자리했다. 한편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열고 “의료 개혁은 전공의 근무 시간 단축 등 수련환경 개선, 필수 의료 보상 강화 등을 통해 의료시스템을 혁신하는 것”이라며 “그간 의사단체에서 제안한 개선방안과 다르지 않으므로 대화의 자리에 나와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함께 논의해나가자”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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