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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심 법리 오해·양형 부당” 1년 선고 조현아 다음날 즉각 항소

    ‘땅콩 회항’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조현아(41)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판결에 불복해 선고 다음날 즉각적으로 항소했다. 조 전 부사장의 변호인은 13일 오후 서울서부지법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변호인은 항소장에서 “재판부의 사실 오인, 항공기항로변경죄 등에 대한 법리 오해, 양형 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한다”고 밝혔다. 변호인 측은 사건이 2심 재판부에 배당되는 대로 구체적인 항소 이유서를 추가로 제출할 계획이다. 전날 1심 재판부인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부장 오성우)는 조 전 부사장에 대해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 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과 형법상 강요, 업무방해 등 4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다며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벌가 딸이 구속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다만 법원은 조 전 부사장이 국토교통부 조사를 방해해 부실 조사를 초래했다는 내용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라고 판시했다. 함께 기소됐던 여모(58) 대한항공 객실승무본부 상무에게는 징역 8개월이, 김모(55) 국토교통부 조사관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각각 선고됐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조현아 실형 선고] 법원 “이륙 전 지상 이동도 항로”… 국내 첫 항로변경죄 인정

    [조현아 실형 선고] 법원 “이륙 전 지상 이동도 항로”… 국내 첫 항로변경죄 인정

    12일 ‘땅콩 회항’ 사건과 관련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실형이 선고된 것은 핵심 쟁점이었던 항공보안법상 항공기 항로변경죄가 인정된 게 결정적이었다. 국내에서 항로변경죄가 인정된 것은 처음이다. 법원은 또 검찰이 적용한 다섯 가지 혐의 중 항로변경죄를 포함한 네 가지를 유죄로 인정했다. 무죄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가 유일했다. 검찰과 조 전 부사장 측은 징역 1년 이상 10년 이하로 처벌받는 항로변경죄를 놓고 재판 내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지상에서 항공기가 움직인 것 자체를 ‘항로에서의 운항’으로 봐야 한다고 했고, 조 전 부사장 측은 “항로에 대한 명백한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고도 200m 이상이 아닌 지상로까지 항로에 포함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운항중’의 범위를 좁게 해석하지 않고 폭넓게 봤다. “항공보안법 제2조는 ‘운항중’을 승객이 탑승한 뒤 항공기의 모든 문이 닫힌 때부터 내리기 위해 문을 열 때까지로 정의하고 있다”며 “이는 이륙 전, 착륙 후의 지상이동 상태를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전제한 것이다. 이러한 전제를 바탕으로 재판부는 “조 전 부사장이 램프 지역에서 지상이동 중인 항공기를 게이트로 되돌아가게 한 행위는 항로변경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관련 혐의의 최소 형량을 적용했다. 특히 재판부는 “피고인 때문에 24분가량 출발이 지연됐고, 다른 항공기 운항을 방해했으며 충돌 가능성이 있었다”며 “비행 서비스와 승객 안전을 책임지는 사무장을 땅콩과 관련한 서비스를 문제 삼아 비행기에서 내리도록 한 것은 승객 안전을 볼모로 한 지극히 위험한 행위”라고 강조했다. ‘운항 중인지 몰랐다’는 조 전 부사장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미 안내방송과 좌석 벨트등이 켜진 점 등으로 미뤄 출발 준비를 마친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보이는데도 항공기를 되돌리게 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항공기 안전운항 저해 폭행과 강요, 업무방해 혐의도 모두 유죄로 봤지만 국토교통부 조사 전 과정에 개입해 ‘부실 조사’ 사태를 빚었다는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부실 조사를 자처한 것은 국토부라는 판단에서다. 재판부는 “조 전 부사장이 대한항공 직원들이 허위진술을 하게 한 것은 국토부의 불충분한 조사가 원인”이라며 “대한항공 임원을 참석시켜 승무원들이 진실을 말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조사했고 직접 자료를 얻으려 하지 않고 여모 상무 등에게 의존했기 때문에 폭행 부분 등을 명확히 밝혀내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속 수감 45일째인 이날 연두색 수의를 입고 선고 공판에 출석한 조 전 부사장은 앞선 공판에서 줄곧 고개를 푹 숙였던 것과는 달리 몸을 꼿꼿이 세웠다. 처음에는 방청석 쪽으로 얼굴을 돌리는가 하면, 변호인과 눈인사를 하며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이 시작되자 두 손을 모은 채 초조함을 드러내며 고개도 점차 내려갔다. 초범이고,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고, 여론 악화로 상당한 고통을 받았으며, 20개월 된 쌍둥이를 둔 어머니인 점 등을 고려했다며 재판장이 최근까지 제출된 반성문을 읽어 내려가자 조 전 부사장은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훔쳤다. 그는 반성문에서 “이 모든 것은 내가 화가 났기 때문이지만, 왜 화가 났는지는 변명거리가 될 수 없다. 사건 당시 제대로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화를 다스렸더라면 하는 부질없는 생각이 든다”고 뒤늦게 후회했다. 또 “박(창진) 사무장이 알리지 않았더라도 1개월, 1년 뒤, 운이 좋다면 10년 뒤에라도 나는 다시 이곳에 왔을 것”이라고 썼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구청 현장점검 나온 날… 사당체육관 천장 ‘폭삭’

    구청 현장점검 나온 날… 사당체육관 천장 ‘폭삭’

    서울 동작구 사당동 사당종합체육관 신축 공사장에서 천장 일부가 무너져 작업자들이 파묻혔지만, 다행히 매몰된 11명 모두 구조됐다. 권모(44)씨 등 3명은 다리가 부러지는 등 중상을 입었다. 특히 1~2명은 근골격계가 심각하게 손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자칫 대형참사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사고였다. 소방 당국과 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11일 오후 4시 53분쯤 사당종합체육관 신축 공사장에서 천장 슬래브 거푸집에 콘크리트를 붓던 중 길이 46m, 높이 15m의 거푸집 철골구조물 상단부가 무너지면서 작업하던 인부 몇 명이 떨어지고 아래 있던 인부들이 잔해에 깔렸다. 현장에는 콘크리트 타설공 6명, 보양공 4명, 기사 1명, 반장 1명 등 12명이 지붕 타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11명이 묻혔다가 구조돼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조남형 동작구청 건축과장은 “가설재 보강 공사를 위한 콘크리트 타설 중 사고가 발생했다”며 “사고 당시에도 감리 담당자가 현장을 관리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붕괴 순간을 체육관 건너편 건물 옥상에서 목격한 신고자 박기배(54)씨는 “지붕이 폭격을 맞은 듯 브이(V)자로 꺾이면서 순식간에 주저앉았다”며 “‘쾅’ 하는 굉음과 함께 무너지는 것을 보고 119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2013년 착공된 체육관은 재정 부족으로 한 차례 공사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가 재개돼 6월 말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그동안 수차례 안전에 관한 지적이 나와 사고 원인규명 과정에서 설계 및 감독 부실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동작구는 지난달 현장점검에서 공사완료 후 해체·철거되는 가설재 문제를 지적해 시공사가 한 차례 설계를 변경했고, 이날 오전 10시에도 구청 관계자가 점검을 나왔지만 사고를 막지는 못했다. 경찰은 시공·감리 관계자들을 상대로 안전조치 준수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중국동포 3명을 포함한 11명의 부상자는 중앙대병원, 강남성심병원, 동작경희병원, 보라매병원 등으로 나눠 이송됐다. 이들 중 권씨 등 3명은 중상을 입었으며 나모(50)씨 등 8명은 경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상자들은 시멘트 가루 흡입에 따른 호흡기 손상과 외상에서 비롯된 골절 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당국은 즉각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현장에 소방차 30여대와 소방관 98명, 경찰 192명, 구 직원 20명 등을 투입해 구조작업에 총력을 기울였다. 구조 작업은 사고발생 3시간 30여 분만인 오후 8시 20분쯤 최종 마무리됐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대기업에선 부속품에 불과” 고연봉 뿌리친 창업 청년들

    “대기업에선 부속품에 불과” 고연봉 뿌리친 창업 청년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에 ‘대기업이 아이디어를 베끼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어보면 ‘어쩔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하지만 저희는 대기업이 베낀다고 해도 그보다 더 잘할 자신이 있습니다.” 11일 서울대 연구공원 사무실에서 만난 ‘수아랩’ 대표 송기영(34)씨는 거침이 없었다. 송씨는 지난해 6월 윤관우(31)씨와 함께 수아랩을 공동 창업했다. 2011년부터 각각 인텔코리아와 국내 모 대기업에 입사해 3년간 엔지니어로 일한 이들은 높은 연봉과 안정적인 근무환경을 과감하게 뿌리치고 창업의 길에 들어섰다. “어마어마하게 복잡한 제품을 내놓으면서 그중 제가 기여하는 부분은 매우 적다는 게 무기력하게 느껴졌습니다. 회사라는 커다란 기계의 부속품이 된 기분이었어요.” 송씨가 운을 띄우자 윤씨가 맞장구쳤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아내가 대기업을 다니며 겪는 괴로움과 한계를 보고서는 흔쾌히 동의해 줬어요.” 초기 자본금 2000만원도 송씨의 아내가 후원해 줬다. 딸 이름을 붙여 수아랩이라고 회사 이름을 지었다. 수아랩은 시각과 판단능력을 갖춰 불량품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자동 결함검사기를 만들고 있는데 현재까지 한국조폐공사 등 5개 업체와 계약을 체결, 6개월 사이에 1억 5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송씨와 윤씨는 실험실 벤처 1호로 일컬어지는 LCD 장비업체 ‘SNU프리시전’에서 함께 일했던 사이다. 이들의 1차 목표는 ‘5년 내 매출 1000억원 달성’이다. 장기적으로는 ‘재미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앞으로 재능이 있는 친구들을 대거 충원해 함께 재밌게 일하고 싶습니다.” 마주 보는 두 사람의 눈이 동시에 빛났다. 글 사진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한국 소득 불평등 증폭…중산층 재건 시급”

    “한국 소득 불평등 증폭…중산층 재건 시급”

    “한국도 소득 불평등이 점점 커지며 중산층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재분배 정책을 통한 중산층 재건이 시급합니다.” 데이비드 립턴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부총재는 4일 서울대 금융경제연구원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소득 불평등과 재정 정책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하면서 “국가 간의 불평등은 줄어들고 있지만, (한국처럼) 한 나라 안에서의 소득 불평등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수십 년간 많은 나라의 사례를 살펴보면 흥미롭게도 불평등이 심해지는 나라는 성장이 느려지고 반대로 덜 불평등한 나라는 빨리 성장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며 “소득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소득재분배 정책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립턴 부총재는 한국의 소득 불평등이 악화된 근거로 지니계수와 상대적 빈곤율을 거론했다. 지니계수란 수치가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심화됐음을 뜻하는데 한국은 1990년 0.26에서 2010년 0.31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상대적 빈곤율도 9%에서 15%로 치솟았고, 인구 대비 중산층도 꾸준히 감소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1990년 전체 인구의 75.4%였던 중산층이 2000년에 71.5%, 2010년에 67.5% 등으로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소득 불평등을 줄이는 방법으로는 공공사회적 지출 증가를 통한 재분배 정책을 강조했다. 그는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 복지 프로그램이나 보조금 등에 돈(정부 예산)을 써야 한다”며 “건강이나 교육에 비용을 지출하면 저소득층에 도움이 돼 이들이 (사회에) 공헌할 기회를 얻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도 재분배를 위해 공공사회적 지출을 늘려야 한다”며 “단순히 재분배를 넘어 (소득·직업·교육에서 계층 간) 사회이동성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산층 재건을 위해서는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복원돼야 한다는 얘기다. 립턴 부총재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미국 재무부 차관으로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만나 구제금융 계획을 이끌었을 만큼 한국과 인연이 깊은 인물이다. 서울대에는 이번에 처음 방문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또 서울대 교수… 이번엔 성희롱 의혹

    최근 대학교수들의 성범죄 사건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 현직 서울대 교수가 학생들을 성희롱했다는 의혹이 또다시 제기됐다. 서울대 인권센터는 경영대학 A 교수가 수년간 여러 학생을 상대로 상습적인 성희롱을 했다는 신고서가 접수돼 조사하고 있다고 4일 밝혔다. 인권센터에 따르면 A 교수는 수업 뒤풀이 술자리 등에서 여학생들에게 ‘남자친구와 어디까지 갔느냐’는 등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말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 피해자는 A 교수가 저녁 식사 자리에서 속옷 사이즈를 물어본다거나 자신을 오빠라고 부르라며 뽀뽀와 같은 신체 접촉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 교수는 맥줏집 등에서 수업 뒤풀이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학생들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한 적은 없다고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권센터는 신고 내용이 구체적인 데다 피해를 호소하는 학생이 여러 명이라는 점에서 곧바로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A 교수가 학생들을 상대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보고 총장 직권으로 강의를 배정하지 않는 조치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서울대에서는 수리과학부 강모(53) 교수가 제자 상습추행 혐의로 구속 기소되고, 치의학대학원 B(44) 교수가 제자 성추행 혐의로 피소돼 수사를 받는 등 현직 교수들의 성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먼저 마음 열고 북한에서 온 것 감사하세요”

    “먼저 마음 열고 북한에서 온 것 감사하세요”

    “한국에서 나고 자란 친구들도 들어가기 어려운 서울대에 입학하고 싶어 재수 시절부터 이를 악물고 공부했습니다. 들어와서 보니 학생들도 치열하게 공부하고, 교수님도 잘 가르쳐 주셔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3일 서울대 기초사범교육협력센터에서 열린 ‘제1회 탈북청소년 예비대학’. 탈북자 출신 서울대 재학생 A씨의 말에 강의실에 앉은 ‘후배’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서울대와 남북하나재단이 공동 주최한 ‘예비대학’은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탈북자 및 탈북 청소년 30명이 지난 2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서울대 기숙사에 숙식하면서 대학생 멘토들에게 진로·진학 상담 등을 받는 행사다. 행사 둘째날인 이날 ‘탈북 대학생 선배들과의 만남’에서 탈북자 선배 7명이 강단에 올라 후배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답했다. “보통 탈북 대학생들은 동기들보다 나이가 많은데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질문에 엄모(32·여·한국외대 중국어학과)씨는 “대학 친구들과 친해지는 것은 마음가짐의 문제”라며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가는 한편 북한에서 이곳으로 왔다는 사실에 감사하는 후배들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친구를 어떻게 사귀느냐”는 후배들의 질문에는 “MT에서 만난 친구들이 대학 졸업 때까지 가게 되는 것”이라며 “친구들한테 먼저 인사하고 말을 거는 적극적인 태도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유치원 선생님을 꿈꾸는 탈북자 강모(22·여)씨는 “진로를 상의할 만한 선배가 한 명도 없어 걱정했는데 멘토 언니랑 금방 친해졌다”며 “유아교육과에 진학하고 싶은데 앞으로도 대학 생활에 관해 궁금한 점을 마음껏 물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행사를 기획한 박성춘 서울대 통일교육연구센터장은 “탈북 청소년의 학습 능력을 키우고 사회관계망을 확장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 대학생 멘토뿐 아니라 사회 저명 인사와의 멘토제도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일베, 단원고 학생 조롱 “친구 먹었다”

    일베, 단원고 학생 조롱 “친구 먹었다”

    극우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 또다시 세월호 희생자를 우롱하는 사진이 게재돼 논란이 일고 있다. 2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일베 게시판에 안산 단원고 교복을 입은 남성이 어묵을 들고 일베 회원임을 인증하는 손가락 모양을 취한 사진이 올라왔다. ‘친구 먹었다’는 제목이 붙은 해당 게시물은 삭제된 상태지만, 페이스북·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게시물을 퍼다 나른 페이스북 글에는 ‘바다에서 수장된 친구 살을 먹은 물고기가 오뎅(어묵)이 됐고, 그 오뎅을 자기가 먹었다는 뜻’이라는 설명이 달렸다. ‘오뎅’은 일베 회원들이 세월호 희생자들을 희화화하는 말로 쓰인다. 안산 단원경찰서 관계자는 “단원고 교장이 ‘사진을 올린 이가 누군지 알아봐 달라’고 수사를 의뢰했다”며 “모욕죄나 명예훼손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분노하는 한편, 글쓴이의 정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아이디 ‘세월*******’는 “단원고 학생은 당연히 아닐 것”이라며 “유족을 음해하는 세력의 연출작 같다”고 적었다. 일베는 지난해에도 수차례 세월호 희생자와 단원고 학생들을 비하하는 글을 올려 지탄을 받았다. 지난해 9월에는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농성장에서 피자·치킨 등을 나눠 먹는 ‘폭식 투쟁’을 벌였고, 앞서 7월에는 일베 회원이 단원고 전경을 찍은 사진을 올리며 ‘흉가’라고 표현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오랑우탄 쇼 그만… 고향에 보내자”

    “‘오랑이’에게 오랑우탄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줘야 합니다.” 불법 반입돼 10여년 동안 사설동물원의 동물쇼에 출연하고 있는 오랑우탄 ‘오랑이’를 바다로 돌아간 돌고래 ‘제돌이’처럼 고향 보르네오섬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동물보호단체 ‘카라’는 27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 고양의 ‘테마동물원 쥬쥬’(쥬쥬동물원)에 있는 오랑우탄 ‘오랑이’의 합법적인 몰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라에 따르면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라 오랑우탄은 연구 및 보전 목적 외의 국가 간 거래가 금지돼 있다. 우리나라는 1993년에 CITES에 가입했다. 오랑이는 2000년쯤 국내에 밀반입된 것으로 추정되며 2003년 쥬쥬동물원으로 옮겨졌다. 앞서 카라는 2013년 10월 동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쥬쥬동물원을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에 고발했으나 “오랑우탄을 옮길 경우 오히려 낯선 환경에서 병이 들 수 있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됐다. 현재 국내에는 13마리의 오랑우탄이 있지만, 쇼를 하는 오랑우탄은 오랑이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랑이는 ‘영장류 톡’이라는 쇼에서, 직립 보행을 하고 자전거 등을 타고 있다. 카라는 이날 영장류 동물쇼 근절을 위한 ‘프리 오랑’(Free Orang)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카라 관계자는 “프리 오랑 프로젝트를 통해 동물쇼가 금지되고 불법 거래된 오랑우탄을 몰수하는 한편, 종(種)보호와 교육 중심의 생태 동물원으로 변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학점 낮추려는 대학 vs 학점 높이려는 학생

    학점 낮추려는 대학 vs 학점 높이려는 학생

    주요 대학들이 ‘학점 인플레’를 잡고자 잇따라 재수강 요건 강화 등 학사제도를 손보고 있다. 투자 없이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려는 속셈이다. 하지만 취업과 로스쿨 진학을 위해 평점 0.1점이 아쉬운 학생들은 “일방통행식 통보”라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22일 중앙대에 따르면 학교 측은 내년 신입생부터 D학점 이하만 재수강이 가능하도록 추진 중이다. 현재는 C+ 이하부터 가능하다. 이 외에도 ▲재수강 횟수 3회 제한 ▲재수강 최고 학점을 현행 A에서 B+로 하향 ▲재수강 취득 학점에 ‘R’ 표기도 검토하고 있다. 중앙대 관계자는 “‘학점 인플레’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상황에서 적어도 중앙대 출신의 학점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신뢰가 생기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홍익대도 2학기부터 모든 과목에 대해 A학점 30%, B학점 40% 등의 비율로 상대평가를 하겠다고 발표했다가 학생 반발로 올 1학기까지 유예했다. 그러나 2학기 기말고사가 끝난 지난달 교무처장이 교수 전원에게 메일을 보내 상대평가를 권고한 사실이 알려져 학내 반발을 불러왔다. 서강대도 올해부터 학기당 재수강이 가능한 과목을 현행 두 과목에서 한 과목으로 제한했다. 단, 재수강이 가능한 학점에는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각 대학 총학생회는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앙대 커뮤니티 ‘중앙인’에는 “지금도 중앙대 졸업생 평균 평점은 타 대학보다 낮은 수준”이라며 “유학, 공기업 취업, 로스쿨 등 학점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분야의 진출은 아예 포기하게 하려는 건가”라는 글이 올라왔다. 서강대 총학생회도 최근 재수강 가능 과목을 지금처럼 2과목으로 유지하라고 요구하는 공문을 학교 측에 제출했다. 기말고사가 끝난 뒤 학교 측에서 성적평가 방식을 상대평가로 바꾸고, 지난해 2학기로 소급적용한다고 밝혀 파문이 일었던 한국외대는 학생들이 서울북부지법에 성적평가제도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대학들의 이런 움직임은 교육부 ‘대학구조개혁 평가’와 무관하지 않다. 1·2단계로 이뤄지는 평가에서 1단계 60점 만점 중 학사관리는 12점, 그중 학생 평가는 4점이다. 이수연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간발의 차로 등급이 나뉘는 상황에서 재정을 투입하지 않고도 점수를 올릴 수 있는 ‘학사 관리’에 대학들이 신경을 쓰는 것”이라며 “학내 구성원과 논의 없이 학교 입장만 내세우는 방식은 갈등만 부추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실종 김군, 터키 인물과 ‘비밀 SNS’ 대화했다

    터키 남부의 시리아 접경도시 킬리스에서 실종된 김모(18)군이 터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자와 보안성이 탁월한 메신저 프로그램 ‘슈어스폿’을 이용해 대화한 사실이 확인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19일 “김군의 컴퓨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김군이 터키에 있는 인물의 계정과 지난해 12월까지 트위터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들은 PC 버전의 트위터로 대화하던 중 때때로 ‘슈어스폿으로 얘기하자’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 인물은 김군이 여행을 떠나기 전 가족에게 “터키에 가서 만나겠다”고 말한 ‘하산’이라는 ‘이팔’(이메일+펜팔) 친구로 추정되지만 아직 단정할 수는 없다고 경찰은 밝혔다. 국내에선 다소 생소한 슈어스폿은 서버를 거치지 않고 스마트폰을 직접 연결해 대화하고 대화 내용이 자동으로 암호화되는 등 보안성에 강점이 있어 비밀 대화 등에 유용하다. 경찰은 또 김군의 이메일 계정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사용 내역을 분석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김군이 하산이나 다른 수상한 인물과 이메일을 주고받은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고,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연관성이 있는 이메일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김군과 동행했다 지난 17일 귀국한 홍모(45)씨를 상대로 전날 김군의 현지 행적 등을 조사했다. 한편 김군의 어머니 이모씨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 아이는 IS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일단 아이를 찾는 일에만 관심을 가져 달라”고 호소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아들과 함께 있다는 하산, 좋은 사람이길…”

    “아들과 함께 있다는 하산, 좋은 사람이길…”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다들 자식 키우는 부모님이시잖아요.” 지난 10일 터키 킬리스에서 실종된 김모(18)군의 어머니 이모씨는 19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아이의 행방을 찾기에도 버거운 상황에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보도돼 너무 힘들다”며 흐느꼈다. 현지 언론의 ‘이슬람국가(IS) 가담설’에 대해서는 “전혀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라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김군이 이슬람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인 IS에 가담하기 위해 터키에 갔다는 보도와 관련, 그는 그냥 여행차 간 것”이라고 강조했다. “펜팔 친구가 거기 있는데, 터키라는 곳이 공기도 좋고 풍경도 좋다니 가고 싶어 했어요. 사람들이 거기가 위험한 곳이라는데 저희 아이는 거기가 관광지인지 아닌지도 몰라요.” 지인을 통해 아들과 동행할 사람으로 홍모씨를 소개받은 이씨는 “안전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아이만 보낼 수가 없었다”며 “아이가 개인 가이드를 원했는데 1대1 가이드는 구하기가 어려워 고생하다가 저희 아이를 위해 없는 시간 쪼개 주신다는 분을 만나 참 고마웠다”고 말했다. 김군 신상에 대한 질문에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이씨는 “차분한 아이”라며 “어렸을 때 (교회에) 다녔다”고 했다. 이씨와 같은 교회에 다니는 신자는 “김군이 초·중학교 때 ‘왕따’를 당하는 등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홈스쿨링을 하게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터키에서 남동생과 10여 차례 통화했다’는 보도에 대해 “둘째에게 십여 차례 전화는 걸려 왔지만 통화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대신 김군이 터키에서 남동생에게 ‘문자 보여? 여긴 밤이야’ 식의 문자메시지만 몇 차례 보내왔다고 밝혔다. 이씨는 “새벽 5시부터 온종일 여기저기 전화를 하고 물 한 모금도 못 마셨다”고 말했다. 전화를 끊기 전 그는 힘없는 목소리로 한마디했다. “먹는 것도 부족할 텐데 우리 아이와 함께 있다는 하산이라는 친구가 좋은 사람이기만 바라고 있어요.” 한편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실종자 소재 파악을 위해 터키 인접국 등에 관련 정보를 요청해 놓은 상태”라면서 “현재 킬리스 현지 주터키대사관에도 직원 3명이 파견돼 수색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외교부 장관과 터키 외교장관 간 통화, 주터키대사와 터키 외교부 영사국장 간 면담 등 가능한 모든 채널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IS ‘외국인 전사’ 포섭] 김군 대체 어디에… 컴퓨터 바탕화면엔 IS 깃발 든 무장대원

    [IS ‘외국인 전사’ 포섭] 김군 대체 어디에… 컴퓨터 바탕화면엔 IS 깃발 든 무장대원

    터키의 시리아 접경 지역에서 실종된 김모(18)군의 컴퓨터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관련된 사진 여러 점이 발견돼 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8일 국가정보원과 경찰 등에 따르면 당국이 터키 킬리스 지역에서 실종된 김군의 컴퓨터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IS 대원으로 추정되는 4명이 각자 소총을 들고 IS 깃발을 든 모습 등의 IS 관련 사진파일들이 발견됐다. 국정원과 경찰은 특히 일부 사진이 컴퓨터 바탕화면에 깔려 있는 점을 중시, 김군과 IS의 관련성 여부를 집중 조사 중이다. 이날 서울 금천경찰서에서 김군 실종 사건을 이첩받아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한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관계자는 “김군이 납치됐거나 시리아로 밀입국했을 가능성을 모두 열어 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군과 터키에 동행했다가 전날 오후 귀국한 홍모(45)씨가 현지의 김군 행적 등을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경찰은 또 ‘하산’으로 불리는 터키인과 김군이 이메일을 통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확인하기 위해 김군의 컴퓨터를 정밀 분석하고 있다. 미성년자인 데다 해외여행 경험이 없었던 김군이 터키행을 강행한 점, 이스탄불 등 주요 관광지가 아니라 시리아와의 접경지인 터키 남부 킬리스를 목적지로 정한 점, 터키인 친구라는 하산의 존재 등 김군 실종과 관련된 의혹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컴퓨터에서 발견된 사진으로 김군이 IS에 어느 정도 관심을 가졌다고 볼 수 있게 된 이상 그가 실제로 IS와 접촉했는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무엇보다 김군이 작정하고 킬리스를 방문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김군과 홍씨는 ‘인천-이스탄불, 이스탄불-가지안테프’ 왕복 항공편을 예약해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탄불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남부 가지안테프로 날아갔고, 다시 차량으로 1시간 거리인 접경 도시 킬리스로 옮겨 9일 오후 메르투르호텔에 체크인했다. 그리고 이튿날 김군이 모든 짐을 챙겨 사라진 것이다. 한 번도 방문한 적 없는 이국땅 오지에서 동행자에게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의 짐을 모두 챙겨 떠났다는 점은 석연치 않다. 킬리스는 시리아의 고대 유적이 즐비한 알레포 방문자들이 경로로 활용하는 곳이다. 시리아 북부 지역과 5㎞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최근에는 IS에 합류하려는 외국인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들이 국경을 넘는 대표적인 루트로 꼽힌다. 알레포가 위치한 시리아 북부 지역은 현재 시리아 반군과 IS가 장악하고 있다. 따라서 김군이 IS와의 접촉을 위해 이곳을 방문한 것이 아니라면 실제 여행 목적처럼 하산을 만나거나 알레포 방문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군의 터키 여행과 관련, 김군의 모친은 경찰 조사에서 “아들이 하산을 만나러 터키에 가고 싶다고 했다”며 “혼자 보내는 게 미덥지 않아 교회 지인을 통해 홍씨에게 동행을 부탁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하산의 존재 및 정체가 김군 실종 미스터리의 핵심을 풀 수 있는 열쇠로 보인다. 김군은 실종 당일인 지난 10일 국내에 있는 남동생과 10차례 정도 현지 날씨 등을 주제로 일상적인 내용의 통화와 문자메시지를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군은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자퇴하고 집에서 ‘홈스쿨링’을 통해 학업을 계속해 왔다. 아버지는 공무원, 어머니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문 닫으면 애들은…” 걱정만 키운 어린이집 대책

    “문 닫으면 애들은…” 걱정만 키운 어린이집 대책

    “보육교사도 사람인데 스트레스가 쌓이면 누구한테 풀겠어요. 바로 우리 아이들이에요. 일시적인 개선책 말고 근본 대책을 마련해 주세요.”(학부모 최여주씨) “어떻게 민간시설에서 1년 교육받아 보육교사 자격증을 딸 수 있죠? 자격 검증부터 해야죠.”(학부모 최미연씨) ●학부모 “당장 아이들 보낼 데 없는데” 16일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 국공립 드림어린이집에서 열린 당정 현장 점검 및 정책간담회 현장을 방문한 학부모들은 인천 어린이집 아동 학대 사건으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정부 측에 아동 학대 근절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침통한 표정으로 성난 학부모들의 항의를 묵묵히 경청했다. 정부가 이날 어린이집 아동 학대 근절 대책으로 아동 학대 발생 시 어린이집 즉시 폐쇄,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 학대 교사 및 원장 영구 퇴출 등 7가지 대책을 내놓았지만 학부모들은 우려를 떨치지 못했다. 양천구 부모모니터링단의 권태연씨는 “자칫 선한 교사에 대한 감시 도구가 될 수 있는 CCTV 의무화가 우선이 아니라 교사들의 스트레스부터 줄여야 한다”며 “주변에 아이 맡길 곳도 마땅치 않은데 대안 없이 어린이집부터 폐쇄해 버리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부모와 아이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신문이 만난 다른 학부모들은 CCTV도 완벽한 감시 도구가 될 수 없다고 했다. 두살배기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려다 이번 일로 포기했다는 손모(38·여)씨는 “카메라를 등지거나 사각지대에서 아이를 때리면 CCTV도 소용없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교사 “화장실 못 가… 근무환경 바꿔야” 3년째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김모(24·여)씨는 “국공립시설처럼 제대로 교육받은 보육교사가 아이들을 돌보고, 보육교사도 정신상담을 받았으면 한다”며 “국가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다 해 달라”고 요구했다. 어떤 대책도 너무 지나쳐 아이와 교사, 학부모 간 신뢰를 깨뜨려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두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긴 최모(37·여)씨는 “일하는 엄마는 불안해도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길 수밖에 없다”며 “신뢰가 깨지면 그 피해는 아이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학부모-교사 신뢰 회복부터” 지적도 한편 당정 현장 점검에 참여한 보육교사 대표 임혜선씨는 “화장실도 못 갈 정도로 일이 많아 아이들을 활기차게 맞이하지 못할 때가 많다”면서 “사건이 터질 때마다 부끄럽고 마음 아프지만 열악한 근무 환경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서울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서울 원유빈 인턴기자 jwyb12@seoul.co.kr 이러면 ‘아동학대 교사’ 사라집니까 고강도 아동학대징벌대책 내놓은 정부 한달에 한번꼴로 어린이집에서 아동 학대 사건이 발생해도 대책 마련에 미적거리던 정부가 인천 송도 K어린이집 아동 학대 사건을 계기로 16일 유례없이 강한 징벌적 대책을 내놓았다. 아동 학대 발생 시 해당 어린이집을 즉시 폐쇄하고 어린이집 내 폐쇄회로(CC)TV 설치를 의무화한다는 게 핵심이다. 어린이집 아동 학대에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신중론을 내세우며 조심스러운 행보를 이어 오다가 사회적 공분이 확산되자 사건 보도(13일) 사흘 만에 전격적으로 결정한 것이다. 속전속결이 가능했던 대책을 수년간 끌어 온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에 대한 비판과 함께 한편으로는 성급한 결정으로 또 다른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는 교사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던 사안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4만 3000곳에 이르는 어린이집을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단속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교사 인권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아동의 권리가 중요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부모가 요구하면 CCTV 영상을 공개하고 원장이 영상을 임의로 삭제하지 못하게 영상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새로 짓는 어린이집 시설에 대해서는 CCTV를 무조건 달게 하되 기존 시설은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발효 후 1개월 내 설치 의무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CCTV가 설치된 어린이집은 전체 어린이집의 21%(9081곳)에 불과하다. 아동 학대에 대한 처벌도 강화해 단 한 번이라도 학대 행위가 발생하면 해당 어린이집을 폐쇄하고 가해 교사나 원장은 영구 퇴출하기로 했다. 다만 해당 지역에 어린이집이 1곳밖에 없으면 그 피해가 아동의 부모에게 고스란히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는 또 부모가 직접 어린이집 운영에 참여해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하고 어린이집 평가 인증 현장 관찰도 참관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대책에는 처벌 강화 방안만 비중 있게 담겼을 뿐 교사 양성 및 업무 피로 경감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에 대한 상세 내용은 빠졌다. 1월 중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포함한 ‘어린이집 아동 학대 근절 세부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민간어린이집연합회 서상범 정책국장은 “하루 12시간씩 근무하는데도 급여는 월 120만~140만원 정도이고 스트레스가 쌓이다 보니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면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처우 개선을 통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이런다고 ‘벌벌 떠는 아이’ 없어집니까 현장 원장·교사가 말하는 근본 대책 “폐쇄회로(CC)TV 카메라를 단다고 해서 아이들이 폭력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질까요? 학부모들이 선생님들을 믿지 못한다면 어떻게 감시를 하든 소용없는 것 아닐까요?” ‘인천 어린이집 여아 폭행’ 사건과 관련해 16일 보건복지부는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를 포함한 아동 폭력 근절 대책을 발표했지만 보육 현장에서는 교육의 질을 제고하고 학부모와 교사 사이의 신뢰를 쌓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들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복지부가 밝힌 보육교사 자격 요건 강화에 대해서는 대부분 공감했다. 보육교사 김모(37·여)씨는 “아동 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는 이면에는 1년 반만 공부해도 자격증을 받을 수 있도록 한 탓도 크다”며 공감했다. 평생교육원에서 온라인 강좌를 이수해 보육교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한 한모(34·여)씨는 “솔직히 현장 실습(160시간)을 친구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3일에 한번꼴로 나가 하기도 했다”며 “인천 어린이집 폭행 교사처럼 인성에 결정적인 문제가 있더라도 걸러낼 수단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원장과 교사들은 CCTV 설치 의무화가 학부모들을 안심시킬 수는 있겠지만 근본 해결책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서울 동대문구의 경력 15년 보육교사 김모(37·여)씨는 “보육시설의 CCTV는 본래 교사 감시용이 아니라 행동 발달이 늦은 아이 등 특별 관리가 필요한 아이들을 관찰하기 위한 교육용”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관악구의 한 어린이집 원장 김모(42·여)씨는 “CCTV는 학부모, 원장, 교사로 이뤄진 운영위원회에서 합의해야 설치할 수 있는데 우리는 학부모들이 CCTV로 외려 신뢰가 깨질 수 있다고 반대해 설치하지 않았다”며 “보육교사들이 잠재적 범죄 집단으로 비친다면 결국 아이들에게도 악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평가인증에 부모 참여를 강화하는 정부안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 대표인 김영명(53) 서강어린이집 원장은 “현재 평가인증 시스템은 보육교사들이 일지를 작성해 제출하도록 돼 있어 시험공부하듯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아이들이 방치되는 문제를 낳기도 한다”며 “평가인증을 강화한다면 서류 작업의 부담을 더는 등 단점들이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양천구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임모 원장은 “평가인증을 위해 준비해야 하는 서류가 96가지”라며 “준비하느라 한 달을 집에 못 가기도 한다”고 호소했다. 아동 학대 발생 시 어린이집 운영을 정지, 폐쇄시키고 보육교사 자격을 영구 정지하는 안에 대해서는 ‘학대’에 대한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 원장은 “인근 어린이집에서 교사가 몸이 좋지 않아 화장실에 간 사이 아이들끼리 다투다 한 아이 얼굴에 상처가 난 일이 있었는데 민원이 들어가 ‘방임 학대’로 판명 났다”며 “이런 경우 시설을 폐쇄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정부의 보조교사 확대안도 환영을 받았다. 경남 김해의 한 어린이집 원장 고모(56·여)씨는 “아이들 사진을 찍거나 일지를 작성하는 등 부수적인 업무를 해주면 담임 보육교사가 아이들을 돌보는데만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루 12시간 근무하면서도 박봉에 시달리는 어린이집 교사들의 처우 개선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현재 국공립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초임은 월 147만원이며 10년차가 199만원을 받는다. 이에 비해 민간 어린이집은 통상 30만원 정도 적게 받는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서울대 정시 재학생 합격률 50% 회복

    2015학년도 서울대 정시모집에서 재학생 합격자 비율이 52.9%를 기록했다. 지난해 재수생이 강세를 보이면서 역대 처음으로 재학생 합격자 비율이 50% 이하(46.1%)로 떨어졌다가 2년 만에 반등한 것이다. 반면 재학생을 뺀 ‘N수생’ 비율은 45.5%(재수생 33.6%, 삼수 이상 11.9%)로 전년보다 7.4% 포인트 줄었다. 서울대는 2015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일반전형 949명과 기회균형선발특별전형Ⅱ를 통한 9명 등 모두 958명을 선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정시모집 합격자의 출신학교(일반전형 기준)는 일반고가 48.7%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51.1%에 비해 2.4% 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자율형 사립고(29.4%)와 외국어고(13.6%), 자율형공립고(3.9%), 국제고(1.9%), 검정고시(1.6%) 순으로 뒤를 이었다. 매년 증가하던 여학생 합격자는 주춤했다. 수시와 정시를 포함한 전체 합격자 가운데 여학생은 39.9%를 기록했다. 여학생 합격자 비율은 지난해 41.0%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지만, 올해에는 1.1% 포인트 낮아졌다. 전체 신입생의 출신 지역은 서울 38.6%, 광역시 21.6%로 집계됐다. 기회균형선발특별전형Ⅱ에서는 북한 이탈 주민 1명과 특수교육대상자 8명이 합격했다. 기계항공공학부에 합격한 김모(21)씨는 2012년 3월 한국으로 들어온 북한 이탈 주민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꿈나무카드’에 상처 난 꿈나무

    ‘꿈나무카드’에 상처 난 꿈나무

    4년 전 남편을 잃은 이모(33·서울 구로구)씨는 지난해 3월 한 끼당 4000원이 지원되는 ‘꿈나무카드’를 발급받아 초등학교 1학년 딸(8)에게 건넸다. 그러나 이씨의 딸은 최근 “꿈나무카드를 이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친구들에게 소문날까 봐 걱정된다는 게 이유였다. ●초·중·고 결식 학생에게 한 끼당 4000원 지원 시행 6년째를 맞은 꿈나무카드(서울시 급식카드)가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빈곤층 자녀라는 낙인을 찍는 것은 물론 한도가 한 끼당 4000~5500원에 불과한 데다 편의점 등 외에선 사용할 수도 없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9년 9월부터 빈곤 및 가정 해체 등의 이유로 결식이 우려되는 초·중·고생에게 발급되는 꿈나무카드 이용자는 4만여명에 이른다. 꿈나무카드는 신용카드나 체크카드와는 결제 방식부터 다르다. 일명 ‘동글이’로 불리는 전용단말기로만 결제할 수 있다. 또 카드 앞면에 꿈나무카드란 문구가 선명하다. 한 고등학생은 “편의점 등에서 일하시는 분 중에 동글이 단말기를 사용할 줄 모르는 사람들도 있고, 그럴 때마다 ‘급식카드 어떻게 이용하느냐’고 다른 직원들에게 큰소리로 물어봐 난감할 때가 많다”고 털어놓았다. ●전용단말기서만 결제… 아이들 ‘상처’ 전문가들은 일반 카드와 비슷한 형태로 바꿔 가난에 짓눌린 아이들에게 또 한번 상처를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12일 “현행 방식은 전형적인 ‘공급자 편의주의’”라며 “아이들의 낙인감을 줄이는 방법을 이용자 입장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연 한국소비자연맹 팀장은 “일반 카드와 같은 결제 방식을 채택하거나 카드 디자인을 바꾸는 데 큰 예산이 들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치구마다 가맹점 숫자가 들쭉날쭉한 데다 서울시내 가맹점 7412곳 중 편의점이 5457곳(73.6%)에 이르는 것도 문제다. 편의점은 냉동·즉석식품 비중이 높기 때문에 영양 불균형이 우려된다. 손병덕 총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저소득층 아동 비만과 영향 불균형이 사회문제로 불거지는 상황에서 이용처가 편의점에 편중된 것은 특히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청춘아, 쫄지 말라”… 쓴소리 경제학자의 돌직구

    “청춘아, 쫄지 말라”… 쓴소리 경제학자의 돌직구

    “‘땅콩 회항 사태’는 아직도 우리나라가 총수 한 명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보부상 자본주의’를 넘지 못했음을 보여 줍니다. 사주가 주인 행세를 하면서 직원을 하인처럼 대하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입니다.” 미시경제학의 대가로 꼽히는 이준구(66)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12일 정들었던 강단을 떠나는 소회를 밝히면서도 이처럼 사회에 대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이 교수는 다음달 정년퇴임하지만 기념 논문집은커녕 고별강연 요청도 고사했다. 서울대에서 31년 등 35년간 학생들을 가르친 이 교수는 “시원섭섭하다”고 했다. 학생들과 영영 이별하는 것은 아니다. 명예교수로 5년 동안 한 학기에 한 과목씩 강의할 계획이다. 은퇴 이후 계획을 묻자 “더 바쁠 것 같다”며 웃었다. “지금까지 펴낸 경제학 교과서가 4권인데 매년 개정 작업을 해야 됩니다. 논문도 쓰고 꽃을 기르고 사진 찍는 취미도 본격적으로 해 보려 합니다.” 정부에 대한 날 선 비판도 잊지 않았다. 이 교수는 “이명박 정부와 현 정부는 단기 성과에 집착하고 있다”며 “장기 관점에서 공정한 경제 규칙을 확립하고 건전한 경제 활동을 가능케 하는 장(場)을 만드는 일이 훨씬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된 담뱃세 인상에 대해 “‘증세 없는 복지’ 공약을 끌고나가려는 의도가 깔렸다”며 “공약 이행의 어려움을 인정하고 증세하되 어느 부분을 올릴지 논의하는 대신 손쉬운 담뱃세부터 인상한 것은 서민을 볼모로 세수를 벌충하려 한다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교직에 몸담으며 가장 뿌듯했던 일이 무엇인지 묻자 “한 번도 결강과 휴강을 하지 않은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노 교수는 마지막까지 제자들을 걱정했다. “요즘 학생들은 공부를 엄청 열심히 하는데 그렇다고 학업성취도가 높지도 않습니다. 취업과 진학 때문에 학점에 목을 매는데 막상 지식을 소화하고 흡수하는 능력은 떨어지는 거죠. 학생들에게 ‘쫄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요. 산 입에 거미줄 치지는 않잖아요. 하하하.”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기획] ‘서초 세 모녀 살인사건’ 가장의 범행 이유는

    [기획] ‘서초 세 모녀 살인사건’ 가장의 범행 이유는

    서울 강남에 11억원짜리 아파트를 소유한 40대 가장이 아내와 두 딸을 살해한 ‘서초 세 모녀 살해 사건’은 절대적 빈곤 못지않게 ‘상대적 빈곤’ 또한 한국 사회에 균열을 일으킬 위험요소임을 드러냈다. 피의자 강모(48)씨가 살던 서울 서초동 R아파트는 검찰청·법원 등이 인접해 ‘주민의 3분의1 이상은 법조인’이란 말이 나올 만큼 손꼽히는 주거지다. 인근 W초등학교의 학업성취도가 서울의 공립초등학교 중 최상위권인 데다 S중, B고로 이어지는 학군은 강남 학부모 사이에서도 선망의 대상이다. 주식투자 실패에도 8억원 안팎의 자산이 남은 강씨가 살해 동기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언급한 데 대해 다수의 ‘보통사람’들은 공감하지 못했다. 하지만 9일 만난 R아파트 주민들은 강씨의 말에 일정 부분 동의했다. 카페를 운영한다는 A씨는 “이곳 사람들의 기본 생활비는 월 500만원”이라며 “월급쟁이들은 많아 봐야 한 달에 1000만원 남짓 벌 텐데 500만원을 생활비로 쓰고 그에 못지않게 가족 해외여행 등 품위유지비를 쓰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말했다. 주민 B씨는 “(강씨는 실직 이후) ‘바닥을 치는 기분’을 느끼기 싫었을 것”이라며 “예컨대 집을 팔아 강남을 벗어나 치킨집을 한다면 수치스럽다는 게 이곳의 정서”라고 전했다. 사는 곳과 타는 차, 직업 등으로 개인을 평가하는 왜곡된 문화 탓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중산층은 비단 강씨뿐이 아니다. ‘부촌’인 도곡동의 T 주상복합아파트에도 상대적 빈곤층은 존재한다. 한 공인중개사는 “‘T 주민’이란 이름에 혹해 무리해서 들어오는 사람들이 주로 17평(56㎡) 등 작은 평수를 찾는다”며 “사람들이 T아파트에 사는 게 중요하지 몇 평에 사는지까지는 물어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갈수록 ‘상대적 빈곤층’이 늘어나는 만큼 그에 따른 부작용도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위소득(전체 가구의 소득순위를 매긴 뒤 정확히 가운데를 차지하는 가구의 소득)의 50~150%’를 뜻하는 중산층 비중은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러나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을 뜻하는 ‘체감 중산층’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수치상 ‘중산층’에 속하는 사람도 상대적으로 경제적 형편이 나은 사람들이 부를 축적하는 걸 보며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김수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은 강씨에 대해 ‘그 정도면 잘산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스스로는 ‘실패했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특히 고도 성장 과정에서 풍족하게 성장한 40~50대는 후퇴에 익숙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자식교육이나 체면 때문에 무리해서 강남에 사는 사람들이 신분상승 등 강남의 허상에서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서초동 家長의 때늦은 눈물

    ‘서초 세 모녀 살해 사건’ 피의자인 강모(48)씨가 8일 구속 수감됐다. 이날 강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윤강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가 매우 중대하고 도주할 우려가 있어 구속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강씨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한편 아내와 두 딸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비정한 40대 가장도 막상 범죄 현장 사진 앞에서는 고개를 돌렸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이날 “강씨가 아내, 딸들과 관련된 진술을 할 때는 종종 눈물을 흘렸고 범행 현장을 찍은 사진 앞에서는 고개를 돌리고 쳐다보질 못했다”고 전했다. 지난 6일 경북 문경에서 검거된 이래 사흘째 음식도 입에 대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강씨가 가끔 커피를 타서 주면 그것만 조금씩 마시는 바람에 기력이 크게 떨어졌다”고 전했다. 강씨는 “아내와 딸의 시신이 영안실에 안치돼 있는데 어찌 음식이 입에 들어가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동기와 관련, 강씨는 “남은 돈으로 희망이 없을 것 같아 일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밝혔지만 여전히 의문이다. 강씨 소유의 서초동 R아파트(146㎡·44평)는 매매가가 11억원에 이른다. 급매해도 9억~10억원은 받을 수 있다. 강씨는 주택담보대출 5억원 외에 다른 빚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집을 담보로 빌린 돈 5억원 중 1억 3000만원이 남아 있고 숨진 아내 이모(43)씨의 통장에 3억원이 남아 있다고 진술한 점 등을 고려하면 대출금을 갚고도 8억원 안팎이 남기 때문이다. 가정불화에 따른 극단적 선택의 가능성도 적어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강씨는 부부 사이에 불화가 전혀 없었다고 진술했고 강씨의 장모도 부부 관계에 문제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외치다] ‘경비원 분신 아파트’ 김인준씨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외치다] ‘경비원 분신 아파트’ 김인준씨

    “아직은 끝난 게 아닙니다. 고용 승계를 한다고 했지만 새 업체가 꼬투리를 잡아 내치면 당할 수밖에 없어요.” 김인준(61)씨에게 2014년은 돌아보기도 싫은 한 해였다. 그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S아파트의 경비원이다. 지난해 11월 경비원 이모(당시 53)씨가 입주민의 비인격적인 대우를 견디지 못하고 분신해 숨진 곳이다. 2007년 1월부터 S아파트 경비 일을 시작한 김씨는 이씨를 잘 몰랐다고 했다. 7일 아파트 초소에서 만난 김씨는 “A, B조가 24시간씩 교대로 일하는데 나는 A조, 그분은 B조라서 엇갈렸다”면서 “오가며 얼굴만 한두번 봤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근로복지공단은 “업무 중 입주민과의 심한 갈등과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 상태가 악화돼 정상적인 인식 능력을 감소시켜 자해성 분신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씨의 업무상 사망을 인정했다. 김씨는 “늦게나마 산업재해가 인정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당시 S아파트 경비원노조(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소속) 임시 대표를 맡아 이씨의 장례를 치렀다. 생애 처음 집회에서 마이크를 들었고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그는 “경비원에 대해 그렇게 많은 관심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이씨의 죽음 이후 입주자대표회의는 용역업체 교체와 경비원 전원 해고를 통보했다. 파업이 예고되고 긴장이 고조됐다. 하지만 노조 측이 “일부 입주민 문제를 아파트 전체의 문제로 비추게 해 미안하다”는 사과문을 입주자대표회의에 보내고, 주민들도 마음을 누그러뜨리면서 사태는 진정됐다. 고용 승계와 함께 ‘60세 정년’(이후 1년간 촉탁 고용) 등의 합의안이 도출됐다.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비인간적 처우와 고용 불안 문제는 S아파트만의 문제가 아니다. 감시·단속직 노동자에 대해서도 올해부터 최저임금을 100% 적용하기로 하면서 지난해 말 대량 해고 사태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2012년 월급이 최저임금의 80%에서 90%로 오르면서 전체 아파트 경비원의 10% 이상이 해고됐다. 김씨는 “최저임금의 100%가 적용된다고 하지만 ‘무급 휴게시간’을 늘려 버리면 소용없다”며 “고용이 승계된 다른 아파트 경비원들도 여전히 ‘언제 내쳐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김씨는 입주민들이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8년 동안 드러내지 않고 마음 써 주는 주민도 적지 않다”며 “새해에는 해묵은 갈등을 털어내고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김씨는 ‘매의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아파트로 들어오는 외부 차량을 확인하고 행인을 안내하는 일까지 모두 그의 몫이기 때문이다. 초소 문이 열리며 중년의 주민 한 사람이 불쑥 들어왔다. “아저씨, 이것 좀 잠깐 맡겨 놓고 갈 수 있어요?” “그럼요. 잊지 말고 가져가세요.” 김씨는 속 좋아 보이는 너털웃음과 함께 비닐봉지를 받아 들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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