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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안부 없는 곳 없었다… 싱가포르·인니 섬 어딜 가도”

    “위안부 없는 곳 없었다… 싱가포르·인니 섬 어딜 가도”

    “어딜 가도 (조선인) 위안부가 없는 데가 없었습니다. 싱가포르에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에도 다 있었어요. 수마트라 팔렘방 지역에는 제1명월관, 제2명월관 두 곳에 나뉘어 있었는데 그곳을 한국인 형제가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일본 정부가 1993년 8월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 동원을 공식 인정한 ‘고노 담화’ 발표 22주년을 하루 앞둔 3일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 군무원으로 전범 재판을 받았던 한국인의 육성 증언 영상이 처음 공개됐다.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는 싱가포르에서 B·C급 전범으로 재판을 받았던 일본군 군무원 출신 송복섭(작고)씨가 1990년대 초 증언한 인터뷰 영상 일부를 공개했다. 송씨는 생전에 자신이 근무했던 부대의 조선인 위안부 61명의 명단을 공개한 바 있다. 송씨는 영상에서 “수마트라섬 팔렘방 지역에는 한국인 위안부들이 ‘제1명월관’, ‘제2명월관’이라는 두 곳에 나뉘어 있었다. 군인들이 치른 요금은 50전이었고, 문 앞에도 ‘한 발(一發)에 50전’이라는 안내문이 있었다”고 전했다. 당시 명월관 운영자는 송씨 성을 가진 한국인 형제로, 이들이 일본군의 ‘끄나풀’이었다고 그는 증언했다. 이 형제는 일본 패망 후 조선인회에 들어가지 못하고 오히려 끌려가서 매를 맞았다고 말했다. 위안부들이 종전 후 어떻게 됐는지는 알 수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전범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을 위기에 처했다가 자신이 돌봐 줬던 영국군 포로의 도움으로 풀려났다. 송씨는 “담배와 커피를 몰래 가져다 주면서 친분을 쌓았던 영국군 포로인 리즈 중령이 아프리카에서 날아와 나를 위해 증언해 줬다”며 “이후 무죄로 풀려났는데 싱가포르에서 재판받은 한국인 중 무죄로 풀려난 사람은 두 명뿐이라는 얘길 들었다”고 말했다. 무죄 판결 이후에도 네덜란드와 인도네시아 법정에 다시 섰던 송씨는 계속해서 감금 생활을 이어가야 했다. 그는 1947년 5월 일본 사세보로 갔다가 부산을 거쳐 고향인 전남으로 귀환했다고 진술했다. 유족회에 따르면 송씨는 1940년대 초 강제 징용을 피하기 위해 일본군 군무원으로 입대, 인도네시아에서 포로 감시원과 보급병 등으로 일했다. 1945년 일본 패망 후 팔렘방 지역의 자치조직인 ‘조선인회’에서 감찰 역할을 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설악산 낙석으로 3명 사상… 흘림골 탐방로 전 구간 통제

    설악산에서 60t가량의 바위가 굴러 떨어져 등산객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2일 오후 3시쯤 강원 양양군 설악산 오색지구 등산로에 바위가 굴러 떨어졌다. 이 사고로 부러진 나무에 깔린 60대 남성 1명이 숨지고 교각이 붕괴하면서 추락한 70대 남성 1명과 50대 여성 1명이 다쳤다. 부상자들은 강릉 아산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낙석이 발생한 지점은 양양군 서면 오색지구 용소폭포 탐방지원센터에서 흘림골 방향 약 600m 지점이다. 공단 측은 추가 낙석 위험을 감안해 흘림골 탐방로 6.4㎞ 전 구간을 통제했다. 공단은 낙석 원인을 조사하는 한편 설악산국립공원 내 다른 낙석 위험 지역 58곳을 대상으로 전면적인 안전 상태를 점검할 계획이다. 설악산에는 지난 1주일간 40㎜의 비가 내렸고 이날 강수량은 2㎜로 관측됐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현장 블로그] 임차료 아끼려… ‘상징적 자리’ 내준 인권위

    서울광장에서는 축제나 행사 외에도 크고 작은 집회들이 열립니다. 도심에서 보기 드문 탁 트인 공간이다 보니 자기 목소리를 들어 달라는 ‘소수자’들이 많이 모이는 건데, 그 빈도를 더욱 높이는 것은 광장 북동쪽에 자리한 국가인권위원회입니다. ‘인권의 보루’라는 생각에 그 앞에서 외치면 더 효과가 높을 거라는 생각을 집회 참가자들이 갖는 것이죠. 2001년 출범 이후 줄곧 서울광장 곁에 있던 인권위가 오는 10월 이사를 합니다. 명동성당 건너편에 위치한 중구 저동의 나라키움저동빌딩입니다. 이전을 결정하게 된 것은 현 청사의 높은 임대료 때문이라고 합니다. 인권위 관계자는 “현 청사는 민간 건물이라 매년 임차료가 인상돼 그 부담이 컸다”며 “청사 유지와 예산 운용의 안정성 등을 고려해 국유 건물인 나라키움저동빌딩으로의 이전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전체 예산(246억원)의 17%인 43억원을 청사 임차료로 지출했던 인권위로서는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는 겁니다. 2038년까지 나라키움저동빌딩의 총 5개 층을 사용할 예정인 인권위는 매년 8억원 정도의 임대료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권위의 지리적 위치 변경에 상당한 반발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권위제자리찾기공동행동 활동가 명숙씨는 “인권위 건물은 인지도가 높고 접근성이 좋다는 점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약자들이 인권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의제화할 때 거점으로 삼았던 장소라는 상징성이 있는 곳”이라며 “8억원을 아끼려 10년 넘게 쌓아 온 상징성까지 포기해 결과적으로 인권위의 위상이 더 추락하는 게 아니냐”고 걱정합니다. 이런 시각의 바탕에는 2009년 7월 현병철 인권위원장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추락해 온 인권위의 위상과 신뢰도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습니다. 현재의 인권위에 대한 불신이 청사 이전으로 나타날 상황에 대한 우려를 한층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지요. 오는 12일이면 현 위원장이 물러나고 서울중앙지방법원장 출신의 이성호 위원장이 취임합니다. 현 위원장 체제하에서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의 ‘등급 보류’ 판정을 3번이나 받는 등 오욕의 세월을 보냈던 인권위가 수장의 교체와 청사 이전을 계기로 발족 당시의 초심을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10대 여학생 또래 관계 중시… 쉽게 자살 충동”

    “10대 여학생 또래 관계 중시… 쉽게 자살 충동”

    지난해 11월 17일 울산 북구 신천동의 한 아파트에서 대입 수험생 A(19)양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자기 방에서 목을 맸다. 가족들은 A양이 며칠 전 치른 수능시험을 망쳤다며 괴로워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유서도 없고 휴대전화에도 특별히 자살을 암시하는 내용은 없었지만 가족들 진술을 종합한 결과 성적을 비관해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 여성 청소년(만 10~19세)의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와 한림대 자살과학생정신건강연구소 주최로 3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2015 학생 자살 예방 정책 세미나’에 따르면 한국 여성 청소년들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4.36명으로 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높았다. 여성 청소년 자살률 1위 국가는 뉴질랜드로 5.65명이었다. 한국에 이어 아일랜드(3.88명), 핀란드(3.50명), 노르웨이(3.42명) 등도 여성 청소년의 자살 빈도가 높았다. 미국과 일본은 각각 1.77명과 2.82명이었으며 이탈리아가 0.60명으로 가장 낮았다. 특히 이는 우리나라 남성 청소년의 자살률이 5.15명으로 OECD 내 18위인 것과도 크게 대조된다. 김동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여학생들은 상대적으로 관계 지향적이기 때문에 주변 환경에 따라 정서적으로 취약해지기 쉽다”며 “내적 우울감이 있어도 잘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주위에서 이를 포착하고 대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청소년 자살률은 학기 중일수록, 성적이 나쁠수록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올 7월까지 총 150명의 월별 학생 자살 실태에 따르면 학기 중반인 3~4월과 9~10월 전후에는 자살률이 증가했다가 방학 기간에는 다소 하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자살 학생의 75.4%는 성적이 중하위권이었다. 이미정 한림대 연구원은 “자살 학생들이 평소 고민했던 내용도 성적과 관련된 것이 26.0%로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특정 시기와 특정 지역에 자살률이 일시적으로 급격히 증가하는 ‘아웃라이어’(outlier) 현상도 나타났다. 2014년 학생 자살률의 지역별·월별 패턴을 조사한 결과 울산에서는 5월, 충북에서는 6월 등 특정 지역과 시기에 자살률이 눈에 띄게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또래의 자살이나 기타 주변 상황의 영향을 많이 받는 청소년의 강한 전파력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노법래 한림대 연구원은 “외국에서는 자살자가 1명 발생했을 때 70명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연구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인구밀도가 높아 더 많은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자살자가 누구와 가까웠는지 사회 연결망을 파악해 적극적으로 확산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대 김 교수는 “청소년이 자살까지 가려면 몇 가지 위기 전조 증상이 있다”며 “학습 부진이나 또래 관계처럼 청소년들이 가장 취약한 단계별 위기 요소를 학교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진표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은 “주위에서 자살을 예측해 도움을 주는 모델보다는 위험 학생이 스스로 어려움 호소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탈선 청춘들 … 날선 조국비하

    탈선 청춘들 … 날선 조국비하

    청춘들의 조난신호(SOS)일까, 극단적 사고의 방종일까, 아니면 ‘뭘 해도 안 된다’는 자기 비하일까. ‘헬조선’, ‘망한민국’, ‘지옥불반도’ 등 한국과 한민족을 혐오·비하하는 신조어가 2030세대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글마다 꼬리표처럼 붙기 시작한 ‘헬조선’은 ‘지옥(Hell) 같은 한국’이라는 의미다. 비슷한 의미로 ‘망한민국’(이미 망한 대한민국), ‘개한민국’(부정적 의미의 ‘개’와 ‘대한민국’의 합성어), ‘지옥불반도·불지옥반도’(지옥불 같은 한반도) 등의 표현도 쓰이고 있다.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한국인을 비하해 부르던 ‘조센징’도 부활했다. 서울신문이 29일 트위터 분석 사이트인 ‘톱시’(http://topsy.com)로 조사한 결과 지난 한 달 동안 ‘헬조선’이 등장한 트윗은 4700여건에 달했다. ‘망한민국’은 2533건, ‘지옥불반도’는 1681건, ‘개한민국’은 1288건이 노출됐다. ‘헬조선’이라는 사이트도 최근 개설됐다. 이 사이트에는 청년 세대가 처한 각박한 현실이 주로 언급돼 있다. 과중한 근로시간, 수능 일변도의 주입교육, 열악한 삶의 질 등 게시판마다 우울한 자기 처지와 국가와 사회를 향한 분노, 적개심을 드러낸 글이 적지 않다. 페이스북에 개설된 ‘망해 가는 대한민국’이라는 페이지는 팔로어가 2만 4000명이 넘는다. 이곳 역시 공공연히 한국을 부정하는 글들로 넘친다. 이렇게 극단적인 비하 표현들은 온라인뿐 아니라 일상 용어에도 자주 등장한다. 대기업 3년차 직장인 윤모(30)씨는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이런 표현들이 자주 오르내린다고 말한다. 윤씨는 “경직되고 옴짝달싹할 수 없는 직장 문화 등을 성토하다 보면 속이 터질 것 같다”며 “우리 또래끼리는 이 나라가 참 싫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고 전했다. 그의 목표는 자유로운 사내 문화를 가진 미국 현지 기업 취직이다. 윤씨는 여름휴가를 핑계로 간 실리콘밸리에서 현지 기업 취업 면접을 보기도 했다. ‘헬조선’과 ‘망한민국’으로 대변되는 우리 사회구조에 대한 적대감은 “한국인은 뭘 해도 안 된다”는 식의 국민성 비하로 이어지는 경우가 잦다. 특히 지난해 세월호 참사 등 각종 재난과 취업난 등 사회적 병폐와 불안, 피로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회사원 김모(29)씨는 “취업준비생 시절부터 30회 이상 낙방하며 깊은 좌절감을 맛봤다. 세월호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서 절감한 정부의 무능을 보면 차라리 외국이 더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탈조선’도 떠오르는 신조어다. ‘지옥 같은 한국을 떠나 새로운 이상향으로 가고 싶다’는 정서다. 전통적인 이민 선택지인 미국·캐나다뿐 아니라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 복지국가 이민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나오고 있다. 2013년 미국에 어학연수를 간 조모(27·여)씨와 2011년 영국에 유학 간 정모(32)씨 모두 현지에 눌러앉았다. 두 사람 모두 “한국에서는 ‘지잡대’(지방대를 낮춰 부르는 말) 출신 서러움에 인턴 자리도 구하기 힘들었다”며 “한국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런 현상에 대해 ‘옳다’ ‘그르다’는 식의 규범적 접근을 하기보다는 갈수록 계층·세대별 불평등이 심해지는 현실에서 젊은 세대들이 보내는 일종의 조난신호라고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젊은이들의 국가 비하적 표현 확산이 기득권을 쥔 기성세대에 대한 비난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헬조선이 가리키는 대상은 국가 전반이 아니라 지금의 각박한 현실을 만든 기성세대”라고 밝혔다. ‘헬조선’ 현상이 사회를 변혁하려는 적극적인 움직임 대신 혐오·비하에 머무는 현 2030세대의 한계를 보여 준다는 지적도 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수동적인 환경에서 자란 현재의 2030세대들은 이전의 386세대만큼 사회변혁의 움직임을 보여 주고 있지 못하다”며 “젊은 세대들이 좀 더 희망을 갖고 우리 사회에서 미래 비전을 발굴하는 노력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상의 언어 표현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사회구조 속의 좌절감과 울분이 사적 폭력 양상으로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난 잘나가는 변호사님” 아내까지 속인 전과 5범

    이모(46)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변호사님’으로 통했다. 이씨는 변호사 신분증을 보여주며 자기를 ‘법무법인 마중물 대표 변호사’라고 소개하고 다녔다. 소송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주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이씨에게 법률 자문을 구했고, 그는 재판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해 주며 호감을 샀다. 2012년 이씨를 교회에서 소개받고 결혼한 아내와 처가 식구들도 그를 철석같이 휘하 직원만 20명을 거느린 법무법인 대표로 믿었다. 그러나 마중물이란 법무법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씨가 알고 있는 법률 지식은 과거 석달간 변호사 사무소에서 사무보조로 일하며 귀동냥으로 들은 게 전부였다. 그럼에도 이씨의 ‘변호사 비즈니스’는 번창했다. 긴 송사에 지친 사람들은 이씨를 구세주로 보고 돈을 건네기 시작했다. 이씨는 채권 관련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던 김모(63)씨를 만난 2013년 12월부터 올 4월까지 총 45회에 걸쳐 4억 3915만원을 받았다. 지난해 남편이 구속된 후 옥바라지를 해온 최모(51)씨도 515만원을, 올 들어 신모(46)씨도 이씨에게 865만원을 건넸다. 이씨가 “재판에 이기기 위해서는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재판부에 돈을 줘야 한다”며 노골적으로 금품을 요구하며 구슬렸기 때문이었다. 그는 “판사에게 골프 접대를 해야 한다”, “이번 설에 재판부에 선물을 줘야 한다” 등 다양한 이유를 댔다. 이씨의 직업은 과거에도, 현재도 ‘무직’이었다. 사기 전과만 5범에, 음주운전으로 집행유예 상태인 전과자였다. 항상 목에 걸고 다니던 변호사 신분증은 인터넷에서 내려받아 자기 사진만 갈아 끼운 가짜였다. 이씨는 변호사 행세로 번 돈을 유흥과 사치로 탕진했다. 고급 외제차를 몰고 다니던 그는 지난해 9월 120년 묵은 산삼 아홉 뿌리를 5000만원에 구입하는 통 큰 모습도 보였다. 딸의 돌잔치 때는 유명 개그맨을 불러 재력을 과시했다.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부장 조재빈)는 이씨를 사기 및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의 실제 수입은 군 복무 중의 부상으로 매월 받는 90만원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서울대에 돌 던진 비정규직… “남은 차별도 인정받을 것”

    서울대에 돌 던진 비정규직… “남은 차별도 인정받을 것”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제가 받았던 여러 가지 차별 중에 일부만 인정을 받은 거여서 아직은 갈 길이 멀지요. 나머지 부분도 인정을 받기 위해 더 열심히 뛸 겁니다.” 그토록 기다렸던 결과가 나왔지만 그의 목소리는 사뭇 담담했다. 서울대에서 처음으로 정부에 비정규직 차별 시정을 요구해 ‘일부 차별 인정’을 받아낸 서울대 미술관 계약직 비서 박수정(25)씨. 지난 7일 중앙노동위원회는 “서울대는 명절휴가비, 정액급식비, 맞춤형 복지포인트 등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한 전문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한 박씨는 2013년 10월 서울대 미술관의 1년 계약직 비서로 채용됐다. 첫 직장이 서울대라니, 주위의 부러운 시선이 쏟아졌다. 그러나 뿌듯함도 잠시, 한 달이 되지 않아 그 자부심은 점점 사라져갔다. 통상적인 비서 업무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미술관 대관, 회계 업무 등 법인 직원들이 하던 일까지 던져진 것. 그런데도 받는 돈은 최저임금을 간신히 웃도는 월 120만원이었다. 박봉은 물론이고 법인 직원들이 받는 복리후생 혜택도 전혀 없었다. “점점 직장 이름 말하기가 싫어져서 누가 ‘무슨 일 하느냐’고 물으면 ‘그냥 사무직이요’라고 얼버무리게 됐어요.” 재계약 과정에서도 수당·상여금 요청을 번번이 거부당한 박씨는 결국 올 2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 신청을 냈다. ‘골리앗’을 상대로 한 ‘다윗’의 싸움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저는 검찰이나 경찰처럼 노동위가 다 조사를 해주는 줄 알았는데, 신청인이 모든 걸 증명해내야 한다는 거예요. 묵묵부답인 학교를 상대로 자료를 청구하고 받아내는 일이 너무 어렵더라고요.” 학교에서는 박씨를 요주의 인물로 지목해 법인 직원들과 나눠 하던 일에서 제외했다. 그러던 차에 지난 4월 차별시정 신청이 기각되고 말았다. 하지만, 박씨는 포기하지 않고 중노위에 재심을 청구했고 이번에 ‘일부 차별 인정’이란 성과를 얻어냈다. “사람들에게 ‘대학 비정규직이라는 게 원래 그런 자리’라는 얘기를 듣고 싶지 않았어요. 제 후임자가 와서 제가 겪었던 것과 똑같은 일을 겪을 거라 생각하니 속도 상하고….” 박씨는 이번 일을 계기로 학교 내 다른 비정규직 직원들을 만나 볼 생각이다. “학교에 1000여명의 비정규직 직원들이 있지만 다들 서로의 사정을 모르고 살아요. 같이 만나서 속 시원히 얘기를 해보고 싶어요. 기본급 인상, 성과상여금·정근수당 지급 등 이번에 기각된 내용들도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죠.” 골리앗에 가장 먼저 돌멩이를 던졌던 다윗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하는듯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계부모 학교운영위원 제한은 차별” 인권위, 교육부 업무편람 개정 권고

    친부모가 아닌 새아빠·새엄마(계부모)라는 이유로 학교 운영위원 출마 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차별 행위에 해당한다고 국가인권위원회가 16일 판단했다. 김모(59)씨는 지난 3월 자녀가 다니는 중학교 운영위원회의 학부모위원에 출마하려다 친부가 아니라는 이유로 피선거권을 제한받자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현행법상 재혼으로 새 가정을 꾸리면 가족관계등록부에 계부모와 아이가 함께 가족란에 기재되지만, 관계는 ‘자’가 아닌 ‘동거인’으로 표기된다. 교육부는 “학부모는 학생의 법적 보호자인데 입양 등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서는 아내의 전 혼인관계에서 태어난 자녀와 재혼 남편과는 법적인 부모·자녀 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며 “자녀의 친부와 계부가 동시에 학생의 보호자임을 주장할 경우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자녀의 실질적인 의식주와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계부모에 대해 학교 운영위원 피선거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차별 행위라고 결정했다. 이어 “학부모위원의 자격이 자녀의 친권이나 법적 대리인 등과 같은 엄격한 권리행사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며, 아동의 실질적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교육부에 학교운영위원회의 업무편람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여성 혐오 판치는 사회] “여자들이 내 밥그릇 깬다”… 찌질男의 비겁한 넋두리

    [여성 혐오 판치는 사회] “여자들이 내 밥그릇 깬다”… 찌질男의 비겁한 넋두리

    온라인 내 최초의 ‘젠더 갈등’으로 정의된 1999년 ‘군 가산점 폐지 논란’ 이후 여성 혐오 현상은 사실 모호해진 상태다. 여성 혐오 표현으로 꼽히는 ‘김치녀’와 ‘보슬아치’ ‘아몰랑’ 등은 혐오를 넘어 조롱과 멸시, 차별을 내포하며 여성 혐오 현상으로 뭉뚱그려져 수렴되고 있는 모습이다. 가수 유희열씨가 지난 4월 콘서트장에서 여성 관객들에게 “공연 때 힘을 받을 수 있게 다리를 벌려라”고 한 발언도 성적 희롱보다는 혐오 현상으로 분류된다. 책 ‘여성 혐오가 어쨌다구?’의 공동 저자 윤보라씨는 “여성 혐오 현상에 주목하며 그 해결법을 찾고 있지만 속 시원한 대답은 찾기 어렵다”고 고백했다. 그는 “유일하게 확실한 것은 무언가 잘못됐다는 긴급한 정서”라고 설명한다. 사회학자와 법여성학자 등 전문가들은 16일 우리 사회 내에 확대재생산되는 혐오 현상과 관련해 사회·구조적 문제를 짚어 봐야 한다고 공통적으로 말했다. 특히 여성 혐오의 경우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 변화의 과도기적 국면에서 빚어지는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측면도 지적됐다. 전문가들은 우선 여성 혐오를 주도하는 남성들이 대체적으로 사회적 지위가 낮고 그에 대한 분노감이 크다고 분석했다. 피지배 계급이라는 정체성과 사회적 차별에 대한 반발을 해소할 특정 대상을 찾게 되는데 결과적으로 여성이 분노 표출의 대상이 된다는 설명이다. 오정진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사회가 경직되면서 여성 혐오가 공공연히 드러나고 있다”고 봤다. 오 교수는 “여성 혐오는 마치 여성이 사회적, 경제적 차별의 근본 원인인 것처럼 인식시키면서 오히려 그런 차별을 낳는 사회에 대해서는 정작 대항하지 못하도록 작동하는 일종의 헤게모니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신현경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기획연구위원도 “여성 혐오에는 남성의 깊은 좌절과 분노가 반영돼 있고 일종의 콤플렉스의 발현으로 볼 수 있다”며 “여성 혐오를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사람일수록 권력과 위계질서에 대한 날카로운 감각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성 혐오를 이른바 일부 ‘루저’에게만 해당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사회 변화 속에서 ‘유리 천장’을 깨고 나오는 여성들로부터 자신들의 자리를 위협당하는 남성들 역시 여성 혐오에 동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현재 74.6%로 2009년 이후 남성(67.6%)을 앞질렀고 지난해 여성 고용률과 경제활동 참가율은 각각 49.5%, 51.3%였다. 지난해 5급 공무원 여성 합격자 비율은 전체의 42.1%, 9급 여성 합격자는 49%에 달했고 사법시험 등 각종 고시에서도 여성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혜숙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가 보수화되면서 기존 권위를 무너뜨리는 대상에 대한 적대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고 그 대상 중 하나가 여성”이라고 봤다. 신(新)모계 사회가 부각되면서 기존 가부장 중심 사회의 붕괴 혹은 약화 국면에서 나오는 불안감의 표현이라는 분석도 있다. 남성의 권위가 무너진다는 ‘불안’이 ‘혐오’로 대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 혐오는 현대사회뿐만 아니라 유사 이래 꾸준히 있었다”며 “지금은 여성이 ‘열등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여성 혐오감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의 여성 혐오 밑바닥에는 남자는 군대 가서 바보 되고 여자는 그 시간에 ‘스펙’을 쌓고 있다는 역차별 정서가 내재돼 있다”며 “이런 것들이 반감 형태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윤석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연인 간에 발생하는 ‘데이트 폭력’ 역시 여성 혐오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국내 데이트 폭력 양상 중 폭력 사건은 2010년 이후 매년 평균 2742건을 기록하고 있고, 연인 간 강간 및 강제 추행은 2010년 371건에서 지난해 678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와 관련해 이 교수는 “데이트 폭력은 여성 혐오와 분명한 관련이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여성 혐오에 맞선 현상으로 나타나는 ‘남성 혐오’ 역시 기존의 여성 혐오와 동일한 구조로 이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기본적으로 약자가 혐오를 주도한다는 점, 특정 대상에 대해 많은 정보와 비난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여성 혐오와 작동 방식이 똑같다”고 분석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인터넷 마약사범 1년 새 2.5배 급증

    인터넷을 통한 마약 거래가 급증하고 있다. 10~20대 마약 사범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경찰청은 올 상반기 마약류 사범 단속을 통해 모두 3370명을 검거, 이 중 833명을 구속했다고 16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2.5% 증가했다. 경찰은 마약 사범 증가의 주된 이유로 인터넷을 통한 판매 급증을 꼽았다. 인터넷에서 마약을 사고팔다 적발된 사람은 올 상반기 59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26명)의 2.5배에 달했다. 인터넷을 이용하다 붙잡힌 마약 사범은 2012년 86명, 2013년 459명, 2014년 800명으로 급격히 늘고 있다. 현 추세대로라면 올해에는 1000명을 크게 웃돌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게 확실시된다. 경찰 관계자는 “판매자는 위험을 무릅쓰고 유통망을 개척할 필요가 없고, 구매자도 판매자를 직접 만날 필요가 없어 인터넷 마약류 구매가 급격히 늘고 있다”면서 “일단 인터넷에서 구매 계약이 체결되면 실제 전달은 퀵서비스나 택배, 소포 등을 이용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올 상반기 마약 사범 중 40대(30.9%)와 30대(25.2%)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50대(16.2%), 20대(13.7%), 10대(1.7%) 순이었다. 10~20대는 비중 자체는 낮지만 증가폭이 두드러졌다. 10대는 지난해 상반기 27명에서 올해 57명으로 111.1%, 20대는 365명에서 463명으로 26.8% 늘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단독] 김치녀·삼일한…‘일베’ 용어가 일상 속으로

    [단독] 김치녀·삼일한…‘일베’ 용어가 일상 속으로

    ‘개똥녀’에서 ‘아몰랑’까지 여성 혐오적 표현들의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있다. 초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등의 폐쇄적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소수가 쓰던 표현들이 이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뿐 아니라 일상 언어생활로까지 외연을 확장하는 모습이다. 국내 여성 혐오 표현의 시초는 ‘개똥녀’다. 2005년 지하철에 탄 반려견의 배설물을 치우지 않은 여성을 촬영한 동영상 유포가 계기가 됐다. 처음에는 해당 여성만을 가리키는 단어였지만 이후 몰지각하고 이기적인 젊은 여성들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확장됐다. 개똥녀 이후 ‘○○녀’ 시리즈가 줄을 이었다. 된장녀(값비싼 명품을 즐기면서 애인, 가족 등에게 금전적으로 의존하는 여성), 신상녀(새로 나온 명품을 재빠르게 구입하는 여성), 루저녀(2009년 KBS 예능 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에서 키 작은 남자를 비하하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여성) 등이 있다. 여성 혐오적 표현 자체가 특정 커뮤니티에서 기획되는 양상이다. 여성 혐오를 기치로 내건 일베를 통해 전파된 대표적인 표현이 ‘김치녀’다. 이는 허영심 많은 한국인 여성을 일컫는 말로, 순종적인 일본 여성을 뜻하는 ‘스시녀’의 반의어로 쓰인다. ‘여자는 3일에 한 번씩 패야 한다’는 의미의 ‘삼일한’처럼 극단적인 용어도 나왔다. 온라인 혐오 용어는 현실로 번져 지난해 9월 서울대 축제에서 개최된 온라인 게임 결승전에 진출한 팀의 명칭이 삼일한이었다. 여성들이 성(性)을 이용해 이득을 취한다는 뜻의 ‘보슬아치’, 성형 수술한 여성을 비하하는 의미의 ‘성괴’ 같은 모욕적인 단어도 자주 등장한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죽어서도 차별이라니… 딸의 순직을 인정해 주세요”

    “죽어서도 차별이라니… 딸의 순직을 인정해 주세요”

    “우리 딸이 학생들과 수학여행을 갈 때는 다른 선생님들과 똑같은 선생님이었는데 죽어서는 이렇게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담임선생님이었고 죽음까지도 아이들과 함께했는데 말이죠. 이 아버지는 딸의 명예가 회복되는 그날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14일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 앞. 김초원(사망 당시 26세) 교사의 아버지 김성욱(55)씨는 줄곧 시선을 아래쪽에 고정한 채 솟아나는 눈물을 억누르고 있었다. 자신의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듯했다. 그러나 참고 참았던 아버지의 울음은 정부 측에 딸의 순직 인정을 촉구하는 9만여명의 서명지를 전달하는 자리에서 무너진 둑처럼 터져 나왔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당시 학생들을 구하다 희생된 경기 안산 단원고 김 교사와 이지혜(사망 당시 31세) 교사는 ‘기간제 교사’ 신분이라는 이유로 공무원연금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순직 심사 대상에 오르지 못했다.<서울신문 7월 6일자 9면> 이 교사의 아버지 이모(61)씨는 “사랑하는 딸을 잃은 것만으로도 힘든데 기간제라는 이유로 죽어서까지 차별을 받으니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우리 딸 같은 기간제 교사들이 자긍심과 긍지를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순직 인정을 꼭 받아내겠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 등 5개 단체로 구성된 ‘세월호 희생자 김초원·이지혜 선생님 순직 인정 대책위원회’는 이날 두 교사의 순직 심사를 거부한 인사혁신처에 재심의를 거듭 촉구했다. 두 교사의 유족들은 지난달 23일 순직 신청 서류를 인사혁신처에 제출했지만 이달 3일 반려됐다. 대책위는 ‘기간제 교원은 민간 근로자로 공무원이 아니다’라는 인사혁신처의 답변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법원도 기간제 교사는 교육공무원법에서 정한 교육 공무원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며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지난 1일 국회에서 ‘교육부의 공식 입장은 순직 인정이 반드시 관철됐으면 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지난달 29일부터 12일 동안 두 교사의 순직 인정을 요구하는 국민 9만 222명의 서명지를 이날 인사혁신처에 전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열심히 일한 2030, 휴가 땐 떠나라?… 50% “격렬히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열심히 일한 2030, 휴가 땐 떠나라?… 50% “격렬히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2030 직장인 사이에서 어느 카드사의 광고 문구처럼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는” 여름휴가 바람이 늘고 있다. 경기 침체에 따른 ‘심리적 불황’과 피로가 넘치는 ‘과로사회’의 풍조가 반영된 세태로 풀이된다. 직장 생활 3년차 회사원 김모(31)씨는 이달 말 예정된 여름휴가 행선지로 ‘집콕’(집에 콕 박혀 있는 것)을 선택했다. 해마다 가던 해외 여행을 올해는 접었다. 김씨는 “올 들어 회사 업무 스트레스가 너무 많아졌다”며 “여행을 준비하는 것조차도 귀찮아 집에서 맘 편히 쉬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는 휴가 기간 동안 밀린 ‘미드’(미국 드라마)나 시청하며 소일할 생각이다. 대기업 직장인 조모(27·서울)씨는 올여름 부산의 부모님 댁을 방문한 것으로 휴가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조씨는 “전세자금 대출의 원리금 상환 부담도 큰 데다 고향에서 지친 마음을 달래고 싶다”고 말했다. ●여행 갈 돈도 힘도 없어… 맘 편히 쉬는 게 휴식 젊은 직장인들의 ‘조용한 휴가’ 선호 경향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여론조사 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지난달 25~30일 전국의 19~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여름휴가 때 여행을 가지 않아도 좋다’는 의견이 20~30대에서 절반(20대 40.0%, 30대 50.8%)에 달했다. 집에서 조용히 휴가를 보내려는 2030의 이 같은 풍조를 가리켜 ‘스테이케이션’(‘머무르다’라는 뜻의 ‘스테이’(stay)와 휴가를 뜻하는 ‘베이케이션’(vacation)의 합성어)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경기 침체 따른 심리적 불황·과로사회 반영 전문가들은 격무에 시달리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휴식’이라는 인식이 커진 것으로 진단한다. ‘과로사회’의 저자 김영선씨는 13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20~30대는 사회 초년병이라 상대적으로 금전적 부담을 많이 느끼는 세대이지만 경제적 이유만으로 ‘스테이케이션’을 설명하기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근사한 곳으로 멀리 떠나야 한다는 과시적인 자기기만보다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행위 자체가 합리적인 선택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라며 “멍 때리는 것을 시간 낭비, 게으름으로 보던 사회적 인식이 달라지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모교에 또 10억 쾌척한 졸업생

    모교에 또 10억 쾌척한 졸업생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이라고 합니다.” 1964년 고려대 상학과(경영학과)를 졸업한 유휘성(77)씨가 지난 1일 모교를 찾아와 10억원이 든 봉투를 불쑥 내밀며 한 말이다. ‘선행을 쌓은 집안에는 반드시 경사가 있다’는 소학의 한 구절이다. 고려대는 기부식을 하지 않겠다는 유씨를 설득해 13일 학교 본관에서 ‘인성(仁星)기금’ 기부식을 가졌다. 기부식에는 염재호 고려대 총장과 유씨의 58학번 동기인 지청 명예교수가 참석했다. 유씨는 “기부를 해 보니 내게도 큰 기쁨이 되는 것을 알게 됐다”며 “이런 나눔의 기쁨을 통해 자식들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고 말했다. 인성기금은 유씨 어머니와 할머니 이름에서 ‘인’(仁) 자를, 유씨의 이름에서 ‘성’(星) 자를 각각 따서 지었다. 고려대는 인성기금 이자를 재학생 생활비와 지원금으로 활용하고 노벨상에 준하는 세계적 연구 성과를 낸 연구자가 나오면 인성기금에서 금 10㎏(약 4억 2000만원 상당)을 수여하기로 했다. 유씨는 2011년에도 고려대에 신경영관 건립기금 10억원을 쾌척한 바 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하루하루 현실이 벅찬 청춘들의 비명] “낳아도 못 키워” 부모학생 삶

    [하루하루 현실이 벅찬 청춘들의 비명] “낳아도 못 키워” 부모학생 삶

    수도권의 한 대학에서 이공계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인 김모(29·여)씨는 임신 8개월인 만삭의 몸으로도 매일 연구실에 나와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도교수는 김씨가 힘들어하는 기색을 보일 때마다 “옛날에는 밭 매다가 애 낳았는데 뭘 그러느냐”, “서양 여자들은 애 낳고 바로 일어나 샌드위치를 먹고 일한다”며 면박을 줬다. 김씨는 “일반 회사는 법적으로 육아 휴직이 보장되지만, 대학원생들은 그런 시스템이 없고 전적으로 지도교수의 재량에 달려 있다”며 “임신과 출산이 얼마나 힘든지 교수님이 좀 알았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교수가 ‘갑’인 대학에서 부모가 된 학생들은 육아의 기쁨보다는 서러움을 더 많이 겪고 있는 셈이다. ●서울대 육아휴직 도입 2년 만에 급증 ‘육아 휴학’ 제도를 이용하는 ‘부모 학생’(학업과 육아를 병행하는 대학·대학원생)들이 늘고 있지만 대학 내 육아에 대한 배려와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상당수 사립대에서는 육아 휴학 제도 자체를 운용하지 않고 있다. 학교 내 보육시설(어린이집)의 경우 교직원들과 달리 부모 학생들은 이용할 수 없도록 차별하고 있다. 9일 서울대에 따르면 육아 휴학을 이용한 학생은 이 제도가 처음 도입된 2013년 1학기 2명에서 같은 해 2학기 25명, 지난해 1학기 29명, 2학기 44명으로 늘었다. 올 1학기에는 54명이 육아 휴학에 들어갔다. 서울대의 육아 휴학생 급증은 2012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전국 국공립대를 대상으로 권고한 부모 학생들의 임신·출산·육아 휴학제도 도입안을 수용한 결과다. 하지만 권익위 권고 대상에서 제외된 사립대 상당수는 육아 휴학이란 제도 자체가 없다.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전국 4년제 대학 117개 실태를 분석한 결과, 육아를 휴학 사유로 인정하는 대학은 전체의 48.7%(57개교)에 불과했다. 국공립대의 경우 전체의 92.9%(26개교)가 이에 해당했지만 사립대는 34.8%(31개교)에 그쳤다. 학생이 교내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는 대학은 국공립대와 사립대를 합쳐 전체의 13.7%(16개교)로 낮았다. ●사립대는 30% 그쳐… 육아 꿈도 못 꿔 서울대 부모협동조합 ‘맘인스누’ 서정원 대표는 “사회적으로 출산과 육아를 장려하면서도 20~30대 대학·대학원생들의 육아 문제에 대해서는 지원과 배려가 미미하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내년부턴 모든 도로 전 좌석 안전벨트 의무화

    내년부턴 모든 도로 전 좌석 안전벨트 의무화

    경찰이 내년 1월부터 자동차 안전벨트를 ‘모든 도로·모든 좌석’에서 반드시 매도록 법을 바꾸기로 했다.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것이지만 단속의 실효성과 불편 가능성에 대한 지적과 우려가 만만치 않아 연말 정기국회에서 법 개정안이 통과될지는 불투명하다. 경찰청은 모든 도로에서 자동차 전 좌석 안전벨트 착용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8일 밝혔다. 현재는 ▲일반도로에서는 운전자와 옆좌석 동승자 ▲고속도로와 자동차전용도로(올림픽대로 등)에서는 전 좌석에서 안전벨트를 매야 한다. 동승자가 안전벨트를 안 맸다가 적발되면 운전자가 과태료 3만원을 내야 한다. 개정안은 일반도로에서도 뒷좌석을 포함한 모든 좌석에서 안전벨트를 의무적으로 착용하도록 했다. 경찰청은 “내년 1월 1일 시행을 목표로 연내 법이 개정될 수 있게 규제·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오는 10월까지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개정안이 시행되면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이나 부상이 상당 수준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천수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안전벨트 착용 여부에 따라 사망률이 자동차 앞좌석은 7.3배, 뒷좌석은 3.6배 차이가 났다”며 “2011년 고속도로·자동차전용도로 안전벨트 착용 의무화가 시행된 후 사람들의 의식이 많이 개선된 만큼 해당 법률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안전벨트 착용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안전벨트 의무 착용 확대의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정관목 교통안전공단 교수는 “앞좌석 안전벨트 착용은 어느 정도 생활화돼 있지만 뒷좌석의 경우 아직도 제대로 정착이 안 된 상태”라고 밝혔다. 차량 유리의 ‘선팅’도 단속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차량 앞 유리와 운전석 좌우 측면 유리는 가시광선투과율이 각각 70% 이상, 40% 이상이어야 한다는 선팅 농도기준이 있지만 뒷좌석에는 그런 것이 전혀 없다. 서울시내 한 경찰서의 교통경찰은 “앞좌석도 선팅 때문에 잘 안 보이는데 뒷좌석은 규제조차 없는데 오죽하겠느냐”며 “단속보다 정책 홍보가 우선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도로에서까지 안전벨트 착용을 의무화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다. 초등학생·중학생 아들을 둔 주부 정모(45·여·서울 강남구 도곡동)씨는 “아이들을 차로 학원에 데려다 주고 있는데 고만고만한 동네에서 학원 시간에 맞추려고 서두르다가 안전벨트를 안 맸다는 이유로 과태료를 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억울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단독] [기획] [보복운전은 범죄다] “날 모를 걸” 난폭한 익명성…“시간은 돈” 이기적 조급증

    [단독] [기획] [보복운전은 범죄다] “날 모를 걸” 난폭한 익명성…“시간은 돈” 이기적 조급증

    익명성… 보복운전 심리학 왜 운전대만 잡으면 멀쩡한 사람들도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이중적인 태도와 모습을 보이는 것일까. 보복운전 가해자들은 감정 조절에 미숙하거나 일종의 분노조절 장애를 갖고 있다는 인식이 일반적이지만 여건에 따라 누구나 보복운전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을 전문가들은 내놓고 있다. 홧김에 보복운전을 해도 개인적이고 독립적인 운전석이라는 공간 안에 자신을 감출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익명성’과 자신과 차량을 동일시하는 심리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배상훈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7일 “일상생활에서는 계층, 지위, 연령, 대인관계 등의 영향으로 행동의 제약을 받지만, 도로에서는 차와 차로만 마주하기 때문에 분노의 감정을 보복운전 등으로 표출하는 데 거부감이 덜 드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류준범 도로교통공단 연구원은 “평소에는 하지 않는 무례한 행위도 상대방이 자신의 존재를 알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거나 자신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확신이 들면 자신의 감정을 쉽게 표출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보복운전 행위가 각 개개인의 성향 측면에 기인하기보다는 누구나 충동적으로 일으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차를 자신과 동일시하거나 자신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인식하는 문화가 강한 점도 보복운전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요인으로 꼽힌다. 배 교수는 “차에 자기 자신을 투영하는 정도가 강할수록 상대가 깜빡이를 켜지 않고 갑자기 끼어드는 행위에서도 모멸감을 느끼고 상대도 당해보라는 반발 심리가 강하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차의 크기에 대한 과시나 고급 외제차를 몬다는 우월감도 보복운전의 심리적 요인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보복운전 행위가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심각한 범죄 행위라는 사회적 인식을 분명하게 세우는 일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빨리빨리… 보복운전 사회학 보복운전 속에 숨어 있는 ‘사회적 코드’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과다한 우리 사회의 경쟁의식과 ‘빨리빨리’ 문화, 이기주의가 결합한 병리 현상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도로를 달리기 위한 운전 기술만 강조될 뿐 그에 맞는 운전 매너와 타인을 배려하는 교육 등은 등한시하는 사회적 인식 부족도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7일 “시간이 곧 돈이 되는 ‘시간의 경제’, 경쟁 사회의 심화 등으로 ‘바르게 살면 나만 손해 본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적으로 크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임 교수는 “보복운전에서 드러나듯 누군가 내 영역을 침범하면 ‘당하지만은 않겠다’며 즉각적으로 맞대응하는 것도 경쟁과 이기주의가 낳은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국인들의 운전 습관에 뿌리박힌 이른바 ‘3급’도 보복운전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제시했다. 김 교수가 가리키는 ‘3급’은 급출발, 급가속, 급정지를 뜻한다. 그는 “급변하는 사회 발전을 교통 문화가 따라잡지 못하는 전형적인 ‘문화 지체’ 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운전자 간의 ‘불통’도 상대를 이해하기보다는 짜증이나 분노부터 느끼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는 보복운전 가해자들이 변명하는 “상대가 새치기 등 얌체 짓을 하고도 미안하다는 신호 한번 주지 않았다”고 항변하는 모습에서도 엿볼 수 잇다. 김상옥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운전자가 차 안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방법은 클랙슨과 깜빡이밖에 없는데 그마저도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않다 보니 보복운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시장 조사 전문업체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4월 보복운전 가해자 1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가해자 10명 중 8명은 ‘상대방 운전자가 미안함을 표현했다면 보복 및 위협 운전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건보료 고지서 겉면에 체납 표기는 인권 침해”

    건강보험료 체납 사실을 독촉 고지서 봉투의 겉면에 기재하는 것은 수령인의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이 나왔다. 6일 인권위에 따르면 A(48)씨는 지난해 8월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체납보험료 자진 납부 기간에 대한 안내문과 함께 기타 징수금(체납으로 인한 급여제한 기간 중 발생하는 진료 금액) 독촉 고지서를 일반 우편으로 배송받았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8월 1일부터 11월 10일까지를 체납보험료 자진 납부 기간으로 설정하고 이 기간에 체납된 보험료를 완납하는 경우 기타 징수금을 면제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에 따라 건보공단은 지난해 7월 말부터 8월 말까지 자진 납부 기간에 대한 안내문과 함께 전국적으로 동일한 양식의 기타 징수금 독촉 고지서를 111만건 발송했다 문제는 고지서 봉투 겉면에 적힌 안내 문구였다. A씨가 받은 고지서 봉투의 상단에는 ‘체납보험료를 완납하신 경우에는 체납 후 진료비 고지서를 폐기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봉투에는 또 ‘체납보험료 자진 납부 기간 안내’, ‘기타 징수금: 독촉’ 등의 문구도 인쇄돼 있었다. A씨는 “다른 사람이 나의 체납 사실을 알 수 있게 함으로써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건보공단 이사장을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했다. 인권위는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이 엽서에 의한 채무변제 요구 등 채무자 외의 사람이 채무 사실을 알 수 있게 하는 행위를 불공정한 채권추심 행위로 금지하고 있는 취지에 비춰 보아 건보료를 체납한 사실 또한 타인이 알 수 없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공단 측은 인권위 권고를 수용, 독촉 고지서 봉투에서 문제의 문구를 삭제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또 꽃이 졌다… 위안부 피해자 최금선 할머니 별세

    또 꽃이 졌다… 위안부 피해자 최금선 할머니 별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최금선 할머니가 지난 5일 오후 11시 20분쯤 경기 용인의 한 노인요양병원에서 별세했다. 90세. 1925년생인 최 할머니는 16세 때인 1941년 친구 집에 가다 붙잡힌 뒤 중국 하얼빈으로 보내져 위안부 생활을 강요당했다. 여러 차례 탈출을 시도하다 붙잡혀 고초를 겪기도 했던 최 할머니는 1942년 마침내 도망치는 데 성공, 고향으로 돌아왔다. 2007년부터 노인전문병원에서 노환으로 치료를 받다 2012년 말 이후 중환자실에서 패혈증, 폐렴 등과 투병해 왔다. 빈소는 서울 영등포 신화병원 장례식장이며 발인은 7일 오전 11시다. 유족 측은 “화장 후 충남 천안 국립묘원인 ‘망향의 동산’에 안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 할머니는 슬하에 양녀를 뒀다. 최 할머니의 별세로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38명 가운데 생존자는 국내 43명, 해외 5명 등 48명으로 줄었다. 지난달 김외한·김달선·김연희 할머니가 잇따라 생을 마감하는 등 6월 이후에만 4명이 세상을 떠났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멜로영화 애드리브, 연기와 성추행 사이

    영화 촬영 중 대본과 콘티에 없는 ‘애드리브’로 상대 여배우의 상의 단추를 뜯은 남자 배우에게 성추행 혐의가 적용될 수 있을까. 서울 금천경찰서는 강제추행 혐의로 배우 A씨를 수사 중이라고 2일 밝혔다. A씨는 지난 4월 영화 촬영 도중 사전에 약속되지 않은 상태에서 즉흥적으로 상대 여배우인 B씨의 상의 단추를 뜯어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은 지난 4월 40대 가장의 애환을 그린 멜로 영화 촬영장에서 발생했다. 이날 찍을 신은 편집증 있는 남편이 새벽에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와 아내를 폭행하는 장면. 촬영 도중 갑자기 A씨가 대본에 없던 애드리브로 B씨의 상의 단추를 뜯었다. 감독의 ‘컷’ 소리가 들린 후 B씨는 “대본에는 이런 지시가 없는데 왜 상의 단추를 뜯느냐”며 항의했다. 이후 B씨는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며 금천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법조계는 강제추행을 가르는 기준은 ‘남자 배우의 고의성 여부에 달렸다’는 입장이다. 연기 행위가 성추행으로 비화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보니 영화판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해당 영화감독은 “배우들이 몰입하다 보면 좋은 장면을 뽑기 위해 (애드리브를) 내버려 두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최진녕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는 “강제추행은 본인의 성적 만족을 위해서나 상대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기 위한 것 등 피의자의 고의가 명백히 드러나야 적용 가능하다”며 “다만 이번 사건은 ‘연기’라는 일종의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므로 ‘고의’ 여부를 적용하기에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반면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본부장은 “대본에 나와 있는 합의를 벗어나 행동했다면 당연히 성희롱·성추행에 준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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