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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영미 “고은 성추행 더 있다”…고은, 손해배상소송 불출석

    최영미 “고은 성추행 더 있다”…고은, 손해배상소송 불출석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최영미 시인이 다른 성폭력 피해자가 더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한편, 최 시인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던 고 시인은 11일 열린 재판에 참석하지 않았다. 최 시인은 10일 KBS 1TV 인터뷰를 통해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제보가 들어왔다”며 “나에게 직접 전화한 사람도 있고 혹은 내가 사람을 찾아내 연락한 것도 있다”고 밝혔다. 최 시인에 따르면, 한 여성은 2005년 말 특강 뒷풀이 자리에서 고 시인에게 성적 발언을 듣고 성추행을 당했다. 또한 2002년 러시아에서 열린 문학 심포지엄 참석 당시, 현지 통역원에게 강제로 입을 맞췄다는 목격자 증언도 나왔다. 뒤풀이 장소나 식당 등에서 여성의 신체를 만지거나 껴안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3명의 문단 관계자 증언도 법원에 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최 시인 등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고 시인이 재판에 출석하지 않자 최 시인 측은 그의 출석을 재차 요구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이상윤 부장판사)는 11일 네번째 변론 기일에서 고은 시인에 대한 증인신문 절차를 진행하려 했으나 고 시인 불출석으로 진행하지 못했다. 최 시인 측은 원고인 고 시인이 직접 재판에 나와 대질 신문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고 시인은 건강상 이유로 출석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배우 이영애·김선아·양세종이 고른 책은?

    배우 이영애·김선아·양세종이 고른 책은?

    배우 이영애, 김선아, 양세종이 고른 책에 이들 스타들의 이미지를 담은 표지의 책이 나온다. 김영사는 11일 이들이 속한 굳피플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독서기부 캠페인을 벌인다고 밝혔다. 김영사는 오는 18일부터 전국 주요 서점과 온라인 서점에 ‘굿리드에디션’ 3종을 출간한다. 김영사의 책 1권과 굳피플의 스타 1명이 매칭돼 스타의 이미지를 담은 북커버를 제작, 독서를 권하는 캠페인이다. 이를 통해 발생하는 수익금은 네이버 해피빈 ‘굿액션’을 통해 탄광촌 마을 어린이와 청소년의 학습비로 쓰인다. 이번 캠페인을 위해 굳피플 스타들이 직접 책을 골랐다. 이영애는 정호승 시인의 시선집 ‘수선화에게’를 선택했다. 이영애는 “정호승 시인의 쉬우면서도 따뜻하고 섬세한 언어들이 마음을 포근하게 어루만진다”고 설명했다. 김선아는 고(故) 장영희 교수의 영미시선집 ‘생일 그리고 축복’을 골랐다. 그는 “시를 읽는 시간이 이렇게 한 다발의 꽃처럼 향기롭고 여유로울 줄은 몰랐다. 희망의 시, 사랑의 시, 지혜를 전하는 시들이 어우러져 따뜻한 봄이 됐다”고 말했다.양세종은 이탈리아 작가 알레산드로 바리코의 ‘이런 이야기’를 선택했다. 그는 “사람의 삶과 길은 서로 참 닮았다. (주인공) 울티모가 걷는 그 길 속에서 나의 시간을 느낄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이승희 김영사 편집장은 “책을 사랑하는 스타들 덕택에 독자에게 한 걸음 다가가고, 이를 통해 소외된 곳을 지원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어 반갑고 기쁘다”며 “좋은 책들이 잊히지 않고 꾸준히 독서의 맛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무거운 얘기를 무겁지 않게… 나, 또는 우리 조상에 관한 이야기

    무거운 얘기를 무겁지 않게… 나, 또는 우리 조상에 관한 이야기

    왕은 안녕하시다1·2/성석제 지음/문학동네/404·424쪽/각 1만4500원한양에서 제일가는 기생방 주인인 할머니 덕에 놀고 먹는, 장안에 호가 난 알건달에 파락호 성형. 스승의 심부름으로 우암 송시열의 동태를 살피러 갔다 들켜 개똥을 맛보는 수모를 겪는 찰나 한 비범한 꼬마로부터 은혜를 입는다. 도원결의처럼 다짜고짜 의형제를 맺자는 꼬마는 알고 보니 장차 대위를 이을 세자, 훗날 숙종이었다. 실제 그 풋내기가 열네 살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르자 저잣거리에서 개똥을 먹던 파락호도 졸지에 왕의 최측근이 된다. ‘왕은 안녕하시다 1·2’는 이 시대 최고의 이야기꾼 성석제 작가가 5년 만에 펴낸 장편소설이다. 문학동네의 네이버 카페에서 전반부를 연재한 뒤 오랜 시간을 들여 후반부를 새로 쓰고 전체를 대폭 개고해 완성했다. 작가는 책 속에 자신을 대신할 입담꾼으로 ‘성형’을 등장시켰다. 왕과 의형제를 맺은 파락호라는 역할은 아래서부터 위까지 두루 살필 수 있는 ‘치트키’를 부여한 것이나 다름없다. 실제 이 인물은 안 가는 곳이 없다. 당시 남인의 거두 허목의 제자였던 성형은 대전별감으로 왕의 옆을 지키며 온갖 심부름을 맡아 대신들의 동정을 살피러 나다니고, 그 와중에 달같이 어여쁜 항아를 보고 흑심을 품기도 한다. 그 항아가 훗날 사극에 두고두고 나오는 장옥정 장희빈이다.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는 주인공 덕에 당시 시대상을 두루 알 수 있는 게 소설의 미덕이다. TV 사극 ‘장희빈’에서는 아무래도 궁중 암투에만 포커스를 맞췄으니까. 반면 책에서는 기생방의 속사정, 남인과 서인들 대가댁에서 오고 가는 이야기, 저자의 소리까지 다 만날 수 있다. ‘무슨 옷 입는 걸 가지고 왈가왈부 저렇게 말이 많나’ 싶었던 예송 논쟁도 ‘왕위를 이어받았으되 적장자가 아닌 너를 끝끝내 인정할 수 없다’는 신권과 왕권의 대립임을 성형의 입을 통해 자연스레 접하게 된다. 어수룩한 듯 보여도 형세 판단이 빠르고, 아닌 건 아니라고 입 바른 소리를 하는 성형 덕에 일련의 카타르시스도 느낄 수 있다. “한 사람이 천 사람, 만 사람의 뜻을 이길 수는 없어요. 한 사람의 뜻이 아무리 지당하고 그가 아는 게 많다고 하여도 언제나 옳을 수는 없고. 한 사람을 이기려 하기보다는 만인을 얻어야죠. 그러면 저절로 그 한 사람을 이기게 돼요.”(1권 171쪽) 스승에게 들은 말을 읊어 왕에게 훈계도 하는 파락호다. 소설 끝에 작가는 덧붙인다. “악습을 무너뜨리고 불합리한 체제에 균열을 낸 그들은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아 스스로의 유전자를 후손에게 물려주었는데, 그 후손이 바로 현재의 우리 자신이다. 결국 이 소설은 나, 또는 우리 조상에 관한 이야기다.”(2권 417쪽) 3·1운동 100주년,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등을 기념하는 이유가 다 이런 데서 온다 싶다. 무거운 얘기를 무겁지 않게 옮겼지만 그 깊이는 가히 헤아리기 어려운 것이 성석제 이야기의 마력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첫눈처럼 다가와 가족이 된 반려견

    첫눈처럼 다가와 가족이 된 반려견

    강이/이수지 글·그림/비룡소/80쪽/1만 3000원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TV 드라마 ‘도깨비’에서 공유는 김고은과 헤어지며 “첫눈으로 올게” 했다. 첫눈으로, 첫눈처럼 왔다는 의미는 겪어 본 사람들은 누구나 안다. 별안간, 그러나 오기로 돼 있던 선물처럼 오겠다는 말이라는 것을. 그림책 ‘강이’는 작가에게 첫눈처럼 왔던 개 ‘강이’에 대한 이야기다. 늘 배고프고 목말랐던 유기견이 어느 날 작가의 가족에게 온다. “나는 ‘산’이야.” “나는 ‘바다’야.” “그러니까 너는 ‘강’이야.” 두 아이들 ‘산’이와 ‘바다’에 이어 ‘강이’는 너무도 당연하게 ‘강이’가 된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강이는 더이상 배고프지도 목마르지도, 심심하지도 외롭지도 않다. 그러다 가족들은 ‘잠시’라는 말을 남기고 멀리 떠난다. 여전히 배고프지도 목마르지도 않지만 강이는 가족들이 보고 싶다. 보이지 않는 기다림의 끝에 아이들과 함께 맞았던 눈이 내린다. 강이는 아이들이 온 것처럼 힘껏 눈 속을 내달리기 시작한다. ‘강이’에서는 주인의 사정과 필요에 따라 함께할 수 없는 일방적인 상황 속에서 반려동물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을 읽을 수 있다. 기다리고, 기다리며 홀로 견뎌야 하는 외로움과 쓸쓸함, 그리고 슬픔들이 검은 오일파스텔로만 그린 그림에서 입체적으로 느껴지는 게 신기하다. 작가는 실제 일상을 기록하려 그린 수많은 드로잉으로 틀을 잡고 필요 부분을 보충하고 추려 내어 완성했다고 한다. 한 손에 딱 잡히는 앨범 같은 크기라 어느 가족의 사진첩을 넘겨다 보는 느낌도 난다.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거나 보낸 이들에게 더욱 아릿하게 다가올 책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갈등·번민 너머의 문학… 나 자신을 신뢰하게 됐어요”

    “갈등·번민 너머의 문학… 나 자신을 신뢰하게 됐어요”

    20대서 60대까지 6개 부문 당선자 참석 “사랑과 상실 사이 어루만지는 글 쓸 것” “구석진 곳에 토씨 하나 남기는 마음”“70년대 산업화, 80년대 민주화, 90년대 동구권 몰락, 2000년대 포스트모더니즘으로 모든 게 시장에 던져지는 상황을 겪었습니다. 그때마다 상처가 깊고 아픈데 어떻게 그 맑은 동화를 쓸 수 있겠는가, 이런 갈등에 빠지면서 정말 힘들었어요. 이러한 번민을 심사위원들이 사랑으로 읽어주셨더라고요. 거기에서 저는 저 자신을 신뢰하게 됐습니다.”(김수은 동화 부문 당선자) 문청(文靑)들의 고뇌와 번민이 환희가 돼 흘러내렸다.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70회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상식에서 류휘석(시), 채기성(소설), 조은희(희곡), 김성배(시조), 신수진(평론), 김수은(본명 김정순·동화) 당선자는 “주어진 길을 열심히 걸어가겠다”고 입을 모았다. 채기성 소설 부문 당선자는 “중학교 1학년 때 국어 선생님이 이듬해에 돌아가셨다는 얘길 들었는데, 그 일을 떠올리며 사랑과 상실 사이를 어루만지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작은 우연들을 가벼이 넘기지 않고, 소명처럼 여기며 소중하게 써나가겠다”고 말했다. 류휘석 시 부문 당선자는 “별 볼 일 없는 나를 쪼개 무수히 많은 화자를 전시하는 일이 시 쓰기라고 생각한다”며 “나는 특별하지 않은 사람이지만, 이렇게 나를 전시하다 보면 그것들이 세대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성배 시조 부문 당선자는 “구상 선생님이 살아생전에 시(詩)는 ‘말씀 언’(言)과 ‘절 사’(寺)를 붙여 언어의 사원에 있는 수행자라 하셨다”며 “늘 자신을 갈고닦는 수행자 입장으로 글을 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희곡이 세상의 진심을 가르쳐 준 것 같아 고맙다”(조은희 희곡 부문 당선자), “가장 구석진 곳에 토씨 하나 남기는 마음으로 쓰겠다”(신수진 평론 부문 당선자)는 이야기도 있었다. 고광헌 서울신문사 사장은 “인간의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는 문학과 같은 예술 분야는 인공지능(AI)의 도전을 쉽게 뿌리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새롭게 문학적 삶에 도전하는 여러분은 4차 산업시대에도 경쟁력이 높은 사람들”이라고 격려했다. 심사위원을 대표해 축사한 우찬제 문학평론가는 “문학은 오래 할 수 있고 괴테처럼 오래 하면 할수록 더욱 원숙한 문학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심사위원 이근배·김언·이송희 시인, 우찬제·정홍수 문학평론가, 권여선 소설가, 유영진·박숙경 아동문학평론가, 장윤우 서울문우회 회장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불 불은 월화극 싸움… tvN ‘왕이 된 남자’ 2회만에 1위

    불 불은 월화극 싸움… tvN ‘왕이 된 남자’ 2회만에 1위

    월화극 싸움에 불이 붙었다. 9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 30분에 2회가 방영된 tvN ‘왕이 된 남자’는 시청률 6.6%를 기록, 월화극 1위 자리에 올랐다. 30분 늦게 시작한 KBS 2TV ‘동네변호사 조들호2’는 5.9%-6.8%로 전날보다 다소 내려앉으며 월화극 1위를 빼앗겼다. MBC TV ‘나쁜 형사’는 5.7%-5.9%, SBS TV ‘복수가 돌아왔다’는 4.9%-5.4%를 기록했다. 오랜만에 지상파 평일 미니시리즈가 나란히 5%를 넘었음에도 압도적이지는 못해 tvN에 선두를 내줬다. ‘왕이 된 남자’는 잦은 변란과 왕위를 둘러싼 권력 다툼에 혼란이 극에 달한 조선 중기, 임금이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쌍둥이보다 더 닮은 광대를 궁에 들여놓으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여진구가 왕과 광대를 오가며 원맨쇼를 하다시피 극을 이끈다. 이제 2회 방송인데 원작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절반가량을 소화하며 앞으로 남은 이야기들에 대한 궁금증을 낳았다. ‘왕이 된 남자’가 지난해 시청률 14%를 돌파한 ‘백일의 낭군님’을 넘어설 tvN 월화극이 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동네변호사 조들호2’는 잘나가는 검사 조들호가 검찰의 비리를 고발해 나락으로 떨어진 후 인생 2막을 여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박신양이 전편과 동일하게 주연을 맡았고, 악역을 맡은 ‘악역 장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쁜 형사’는 신하균의 원맨쇼에도 불구하고 살인마가 어떤 위험에도 불구하고 계속 살아서 다시 나타나 ‘고구마 전개’가 이어지고 있다. ‘복수가 돌아왔다’는 유승호·조보아 등 남녀 주인공의 호연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수묵화에 고요한 자연 담았네

    수묵화에 고요한 자연 담았네

    한국화가 임태규(56) 작가가 서울 종로구 관훈동 갤러리 ‘인사아트’에서 오는 21일까지 개인전을 연다. 작가 특유의 힘을 덜어 낸 수묵화 기법이 돋보이는 ‘흐린 풍경 시리즈’ 등 모두 25점의 작품을 선보인다.화폭 속 자연에서 느낄 수 있는 고요함이 전시 포인트다. 산수풍경을 수묵이라는 재료로 줄곧 다뤄 온 작가는 흐릿한 기억을 주제로 했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이번 전시에서는 숲과 대지로 시야를 확장했다. 임 작가는 “차분함과 고요함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어서 화폭에 고요함을 담고자 애쓰는 모습마저 함께 그려 넣었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며 다양한 해석을 낳는 것도 흐린 풍경 시리즈의 특징이다. 처음에는 작가의 내면 속 우울한 기억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과거 자신의 안식처이자 가장 평온했던 곳인 고향의 모습을 나타내기도 한다. 임 작가의 작품들은 어느 한 시점으로 시선이 고정되지 않는다. 흐릿함과 진함을 대비해 관람객들의 시선 변화를 자연스레 유도한다. 임 작가는 1992년 동아미술제 회화1부 동아미술상, 1993년 제12회 대한민국미술대전 한국화부문 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모두 18회의 기획전을 열었으며, 현재 성균관대 예술학부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이상문학상 대상에 윤이형 ‘…고양이’

    이상문학상 대상에 윤이형 ‘…고양이’

    “가부장제가 남성과 여성 모두를 억압하고 있는데 서로 자기 고통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이는 성 역할을 바꾼다고 해서, 가사 분담을 바꿔 본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항상 더 누리는 사람과 덜 누리는 사람이 있을 수밖에 없는 고질적인 권력의 문제죠. 여기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방식을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윤이형 작가의 중편 소설 ‘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가 제43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뽑혔다. 7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윤 작가는 “기르던 고양이가 작년에 죽은 뒤로 그것에 대해서 말하지 못한 채 지나가는 게 너무 힘이 들어 글을 써 보고 싶었다”며 “이 소설은 죽음에 관한 얘기이기도 하고 결혼 제도의 폐해, 양육자가 된다는 것, 사랑하는 감정의 변화와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는 이혼한 젊은 부부가 함께 기르던 고양이 ‘치커리’와 ‘순무’의 죽음을 통해 반추하는 그네들의 삶을 그렸다. 2005년 중앙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윤 작가는 본명이 ‘이슬’로 이제하 작가의 외동딸이다. 아버지 이 작가도 1985년 단편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날 윤 작가의 수상으로 이들 부녀는 한승원(1988년 수상)·한강(2005년) 작가에 이어 두 번째 부녀 작가 수상 기록을 세웠다. 이상문학상 심사위원회는 “부조리한 현실적 삶과 그 고통을 견뎌내는 방식을 중편 소설이라는 서사적 틀에 어울리게 무게와 균형을 갖춘 이야기로 형상화한 작품”이라고 밝혔다. 우수작으로는 김희선 ‘해변의 묘지’, 장강명 ‘현수동 빵집 삼국지’, 장은진 ‘울어본다’, 정용준 ‘사라지는 것들’, 최은영 ‘일 년’이 선정됐다. 시상식은 오는 11월 열리며 대상 상금은 3500만원, 우수상 상금은 300만원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정동영이 전화 와도 글만 써”… 정치인 신기남, 소설가 신영 되다

    “정동영이 전화 와도 글만 써”… 정치인 신기남, 소설가 신영 되다

    “40여년을 ‘다 집어치우고 글 쓸거야’라고 말해왔는데 다행히 정치를 그만둘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 때 다부지게 결심했어요. ‘드디어 남을 위해서 사는 세계가 아니라 자기 길로 접어들어야 할 때가 온 것 아닌가′ 하고요. 절치부심하고 들어 앉아 정동영·천정배가 전화 와도 안 받고 글만 썼습니다.” 국문과 진학을 꿈꿨으나 ‘법대 가라’는 어머니의 말에 꿈을 접었던 문청(文靑)이 예순을 훌쩍 넘겨 돌아왔다. 푸른 바다 표지의 책을 한 권 들고서. 4선 의원 출신의 정치인 신기남, 아니 소설가 신영(67)으로. 신기남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책정보위원회 위원장이 생애 첫 장편소설 ‘두브로브니크에서 만난 사람’(솔출판사)을 펴냈다. 7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난 작가는 지난 2년 간 두 편의 장편소설을 썼다고 했다. 하나는 해군 장교로 근무했던 자신의 경험에 기반한 소설이고, 다른 하나가 ‘두브로브니크…’이다. 임우기 솔출판사 대표의 눈에 먼저 든 것이 ‘두브로브니크…’ 였다. 본인 스스로 역사, 지리, 철학, 정치를 두루 혼합한 일종의 퓨전 소설이라고 얘기한 ‘두브로브니크에서 만난 사람’. 크로아티아 아드리아해의 진주, 두브로브니크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여행지에서 만난 두 남녀를 중심으로 아름다운 아드리아 해안의 풍광을 담아내는 동시에 발칸반도의 잔혹한 현대사를 녹여냈다. 하필 발칸반도인 이유는 국회의원 시절 한국-세르비아 의원 친선협의회 회장으로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 보스니아와 몬테네그로를 여행하고 유고 내전 전범 재판 과정을 연구했던 기억에서 시작됐다. 자리에 참석한 문학평론가 방민호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대개 다른 일을 하다 소설을 쓰게 되면 소설적 문체가 아니라거나, 문장이 리듬을 타고 흘러가지 못하는 등의 아마추어 티가 나기 쉬운데 간결하면서도 부드러운 문체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힘이 있었다”고 말했다. 애당초 신 작가는 실명과 이력을 모두 비공개로 하고 싶었지만 임 대표의 만류로 거둬들였다고 했다. ‘신영’이라는 필명은 신선하고 젊어보이고 싶은 마음(‘young’)에서 지었다. 정계 복귀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는 “혹시 그러한 질문이 나오게 되면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대답하겠다고 생각하고 나왔다”며 “정치로 다시 돌아오라는 권유도 있지만, 20년 정치했으면 됐다며 거절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학적 롤모델은 6년 전 작고한 최인호 작가다. 그는 고 최 작가에 대해 “최초로 소설을 써서 집을 사고 자동차를 산 분”이라며 “(그 분처럼) 깊은 감동을 주면서 동시에 재미도 있는, 팔리는 문학작품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정치와 문학 중에 어느 것이 더 어려운가” 라는 “정치도 어렵고 문학도 어렵다”며 고개를 저었다. “정치는 자기가 원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면 문학은 실력을 쌓고 습작을 거쳐야 하는데 이것 또한 (남들에게) 발탁이 돼야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저는 정말 천행으로 기회를 얻었죠.”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그 ‘변기’는 어떻게 작품이 됐을까

    그 ‘변기’는 어떻게 작품이 됐을까

    기성예술에 대한 ‘전복적 상상’ 즐긴 뒤샹 희소성·손재주 배제… 아이디어 자체를 작품화 제작·보관·유통 모두 파격… 여성 자아 만들기도작품을 미니어처로 제작한 ‘여행가방 속 상자’ 20년 공들인 ‘에탕 도네’ 디지털 영상 등 전시“미술이 일반인들에게 골치 아파지기 시작한 지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지난달 22일부터 열리고 있는 마르셀 뒤샹전 리뷰 기사에 대한 ‘베스트 댓글’이다. 골치 아프게 인식할지언정, 미술을 모르는 사람도 뒤샹의 변기는 안다. 남자용 소변기를 갖다 놓고 ‘작품’이라 했던 파격은 미술사의 거대한 변곡점이 됐다. 그 유명한 변기가 서울에 왔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전 세계에서 뒤샹 작품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필라델피아미술관과 공동으로 회화, 드로잉, 레디메이드 등 작품 150여점과 아카이브를 선보인다. 박위진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직무대리가 “사후 50년(2018)을 맞아 열리는 전시로 아태지역 역대 최대 규모”라고 밝혔던 것처럼 뒤샹의 인생 전체를 톺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불세출의 천재, 그 생애를 엿보다 총 4부로 구성된 전시는 뒤샹의 생애 주기를 따라간다. 여섯 형제 중 뒤샹을 포함한 총 4명이 직업 예술가의 길을 걸었다는 예술혼이 흐르는 가계. 그 속에서 청소년 뒤샹은 인상주의, 상징주의, 야수파 등 당시 프랑스를 휩쓴 화풍을 공부하며 자랐다. 실제 이 시기 그의 그림에서는 ‘인상주의의 대가’ 폴 세잔의 느낌도 난다. 사람 주위로 비자연적인 핑크빛 후광이 넘실대는 ‘의사 뒤무셸의 초상’(1910), 흡사 로봇의 움직임을 초고속 카메라로 찍은 듯한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 No.2’(1912)에서는 그만의 특색을 느낄 수 있다. 평론가로부터 ‘대상의 성별이 무엇이냐’는 지적을 들었다는 작품. 뒤샹은 1912년 파리에서 열린 ‘살롱 데 쟁데팡당’에 이 작품을 출품했지만, 수정 요청에 결국은 스스로 거둬들였다. 이어지는 전시회 퇴짜의 서막이었다. ●철강회사의 쇼룸서 구입한 소변기 ‘샘’ “예술적이지 않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2부 섹션을 보기 위해 계단을 걸어 내려가면 갑자기 천장이 높아지며 시야가 확 트인다. 그리고 전시장 한가운데 그 고고한 변기가 모습을 드러낸다. 오늘날의 뒤샹을 있게 한 작품 ‘샘’(1950)이다. ‘샘’은 뒤샹이 1917년 미국 뉴욕의 독립예술가협회가 연 첫 전시에 출품한 작품이다. 뒤샹은 철강 회사의 맨해튼 쇼룸에서 구입한 소변기를 ‘R. Mutt’라는 필명으로 출품했다. 협회 이사회의 일원으로서 자기가 속한 단체의 민주주의, 포용력을 시험해 보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갑론을박 끝에 벌인 투표에서 근소한 차이로 ‘샘’은 전시 대상에서 제외됐다. 훗날 그의 의견이 개입된 것으로 알려진 글에서 그는 말한다. “‘샘’이 비도덕적인 것이라면 우리가 배관공의 쇼윈도에서 매일 보는 소변기 역시 비도덕적인 것이다. (중략) 그가 그것을 ‘선택’했다. 그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을 가져와 새로운 제목과 관점 아래 그 쓰임새가 사라지도록 배치했다.” 이에 대해 이지회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예술가의 감정이나 손재주는 철저히 배제하고, 아이디어 자체를 전면에 내세워 예술의 지적인 가치를 높였다”고 말했다. 기성 예술에 대한 전복적 상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번에 전시되는 ‘샘’은 1950년산. 뒤샹이 전시에 출품했다 퇴짜 맞은 그 작품이라면 1917년산이어야 하는데 어찌된 일일까. 이 연구사는 “원래 ‘샘’은 1919년에 이르러 버려지거나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며 “전시장의 ‘샘’은 실물 크기 재제작품 중 가장 초기 작품이며, 뒤샹이 파리의 벼룩시장에서 구매해 직접 서명했다”고 말했다. 작품의 희소성에 전혀 가치를 두지 않으며, 그것을 재제작하는 것이야말로 ‘레디메이드’라는 자신의 개념을 더 향상시킨다는 게 뒤샹의 생각이었다. 거꾸로 말하면 ‘사인’만 하면 작품이 되는 셈이었다.●예술적 상상력의 원천인 에로틱한 오브제들 1920년대 들어 뒤샹은 ‘에로즈 셀라비’ 등의 여성 자아를 만들어 활동했다. 짙은 아이라인에 진주 목걸이를 한 뒤샹, 아니 ‘에로즈 셀라비’는 이 시기 착시와 언어 게임에 대한 탐구를 지속했다. 전쟁 중 훼손을 걱정해 주요 작품을 미니어처로 만들어 가지고 다녔다는 ‘여행가방 속 상자’ 연작에서는 작가의 못말리는 작품에 대한 애착이 느껴진다. 무려 300여개의 상자가 제작됐는데 전시장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약 6억여원에 사들인 1941년작과 필라델피아미술관이 소장한 1966년작을 볼 수 있다. 그의 예술적 상상력의 원천인 에로틱한 오브제들, 사후에 공개할 것을 신신당부했다는 20여년 공들인 역작 ‘에탕 도네’(1968)의 디지털 영상이 전시 말미를 장식한다. “예술가라면 진정한 대중이 나타날 때까지 50년이고 100년이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바로 그 대중만이 제 관심사입니다.” 바로 지금, 여기서 인정받지 못해도 자신을 알아볼 진정한 대중이 나타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불세출의 천재. 작품 제작과 보관, 유통 그리고 예술에 대한 정의에 이르기까지 모든 걸 제 손끝에서 탄생시켰던 의지의 인간을, 마르셀 뒤샹전에서 만날 수 있다. 오는 4월 7일까지. 관람료 4000원.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금주의 베스트셀러] 혜민 스님 에세이 5주 연속 1위 독주

    [금주의 베스트셀러] 혜민 스님 에세이 5주 연속 1위 독주

    혜민 스님의 에세이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이 5주 연속 베스트셀러 종합 1위에 오르며 서점가를 휩쓸고 있다. 교보문고가 4일 발표한 2018년 12월 5주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은 ‘트렌드 코리아 2019’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연말연초 선물도서로 사랑받 방탄소년단, 워너원 등 아이돌의 영향력도 눈에 띈다. 어린이 만화 ‘Who? K-pop BTS’가 44계단 상승한 종합 29위에, 워너원의 포토에세이 ‘고마워, 우리가 함께했던 모든 순간들’도 종합 50위에 진입했다. 연초를 맞은 영어 공부에 대한 관심도 두드러진다. 토익시험 준비를 위해 해커스 토익 보카, 리딩 등 수험서의 판매가 상승했고, 새롭게 시작된 동명의 tvN 예능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나의 영어 사춘기 100시간’도 53위로 진입했다. 새해 자기계발과 성공을 다짐하며 ‘다산의 마지막 공부’, ‘심리학이 이렇게 쓸모 있을 줄이야’, ‘150년 하버드 글쓰기 비법’ 등 자기계발 분야의 상승세도 두드러진다. < 교보문고 주간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 > 1.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혜민 스님·수오서재) 2. 트렌드 코리아 2019(김난도·미래의창) 3. 아가씨와 밤(기욤 뮈소·밝은세상) 4. 추리 천재 엉덩이 탐정 7: 기이한 전망 여관 사건(트롤·아이세움) 5. 꽃을 보듯 너를 본다(양장본·나태주·지혜) 6. 12가지 인생의 법칙(조던 B. 피터슨·메이븐 펴냄) 7.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곰돌이 푸(원작)·알에이치코리아) 8.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100쇄 기념 스페셜 에디션·김수현·마음의숲) 9. 돌이킬 수 없는 약속(야쿠마루 가쿠·북플라자) 10. 언어의 온도(100쇄 기념 에디션·이기주·말글터)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마흔 줄 언니 셀프 안식년

    마흔 줄 언니 셀프 안식년

    새해에는 새해에 걸맞은 정신무장, 다짐이 필요하다. 그런 게 없으면 굳이 나이만 한 살 더 먹는 새해가 무슨 필요랴. 서점가에는 새해 맞이 결심을 돕는 각종 책들이 넘쳐나지만 결국엔 듣도 보도 못한 깨달음을 주는 책보다는 내가 알고 있지만 실행하지 못했던 것들을 일깨워 주는 책들이 최고다. 거기다 플러스 알파로 실용적인 스킬까지.‘지속가능한 반백수 생활을 위하여’는 매번 일에 종속되지 않는 삶을 살겠노라 다짐하는 직장인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책이다. 대학 졸업 후 20년간 프리랜서로 만화를 그리고 글을 쓰며 방송과 강연을 했던 마흔 줄 언니가 들려주는 친숙하면서도 능숙한 고언이다. 책은 카테고리별로 지속가능한 태도·휴식·재능·돈·자립·나에 대해 다룬다. 저자는 남들 들으면 ‘오~’ 소리가 나오는 프리랜서지만, 잠시 숨 돌릴까 하는 순간 수입이 뚝 끊기고 회사라는 울타리에서 인큐베이팅될 기회도 없는 이다. 그런 저자도 ‘셀프 안식년’을 선언하고 태국 치앙마이부터 포르투, 마드리드, 이스탄불까지 한 도시에서 한두 달씩 살아 보는 여행을 시작했다. 막상 치앙마이에 도착해서도 ‘내일은 뭐하지 그다음 날은 뭐 하지’ 하며 전전긍긍하던 저자. 친구의 한마디에 깨달음이 왔다. “네 인생에서 그 6주쯤 마음대로 쓴다고 큰일 나지 않아.” 청소·살림·재테크·여행·관계·다이어트 등 1인 가구를, 반백수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지침들은 모두 나온다. ‘지속가능한 휴식’에는 이런 것이 있다.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 저자는 양파를 썬다. 몇 킬로그램씩 양파를 썰다 보면 흐르는 눈물 덕분인지 기분만큼은 묘하게 개운해진다. 그러다 어정쩡하던 칼질에 슬슬 일정한 리듬이 달라붙을 때쯤 그럴싸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한단다. 이렇게 썬 양파는 냉동실에 넣어 두고 두고두고 먹는다.(106쪽) 더이상 생각의 가지가 뻗어 나가지 않을 때 단순 노동에 종사하는 게 얼마나 생산적인지는 해 본 사람들이면 다 알 것이다. 결혼을 종용하는 사람들에게 외치는 사자후도 인상적이다. “하지만 그렇게 다그치는 사람들은 정작 비혼을 경험해 보지 못했다.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해 훈수를 둔다니, 참 이상하죠.”(246쪽) 함께 새해를 열기 딱 좋은 책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아베씨, 대체 왜?

    아베씨, 대체 왜?

    왜 일본 아베 정권은 침략주의 과거사를 미화하려 할까. 그리고 ‘역사 객관성’을 추구하는 자국 역사학자들을 ‘국적’(國賊)으로 몰고 있는 걸까. ‘알수록 이상한 나라 일본’(범우사)은 서울신문 기자 출신의 재야사학자인 정일성씨가 지난 30여년간 천착해 온 근현대 한·일관계사 연구를 바탕으로 내놓은 여덟 번째 일본 보고서다. 저자가 처음 일본에 발을 디뎠을 때의 체험담, 일본의 성씨 유래, 아베 신조 총리의 가계 등 비교적 가벼운 내용을 시작으로 731부대의 생체 실험과 일본군 성 노예처럼 현재와도 맞닿아 있는 과거사를 파헤친다. 책의 핵심은 일본은 왜 과거사에 대한 사죄·사과에 인색한지를 다룬 제3장이다. 여기서 저자는 일본은 식민지 국민의 독립운동으로 처참한 싸움 끝에 식민지를 잃은 것이 아니라 패전에 따른 비군사화 과정에서 ‘자동적으로’ 식민지를 상실했으며,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서도 일본 측 전쟁 책임을 묻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언술한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혹시나 해서 봤는데… 역시나 ‘나눠먹기’ 연기대상

    혹시나 해서 봤는데… 역시나 ‘나눠먹기’ 연기대상

    세밑을 수놓은 지상파의 연기 대상 시상식은 케이블·종합편성채널 드라마 등쌀에 밀려 좁아진 선택지 탓에 보는 재미가 덜했다. 매년 지적되는 ‘나눠 먹기식’ 시상도 여전해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다.2018년 마지막 날부터 새해 첫날에 이어 연기 대상을 연 KBS와 SBS의 연기 대상 결과는 ‘예상 가능’이었다. 특히 KBS 연기 대상은 예년에 비해 ‘차린 밥상’ 자체가 빈약했다. 지난해에는 시청률 45%라는 기염을 토한 ‘황금빛 내 인생’과 ‘쌈, 마이웨이’, ‘김과장’, ‘마녀의 법정’ 등 잔칫상에 다름 아니었지만 올해는 화제성·시청률을 모두 겸비한 작품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결국 시청률 37%를 기록한 ‘같이 살래요’의 유동근, ‘우리가 만난 기적’의 김명민에 공동 대상이 돌아갔다. 지난달 30일 연기 대상 시상식 포문을 연 MBC의 선택은 소지섭이었다. 소지섭이 주연한 ‘내 뒤에 테리우스’는 시청률로만 보면 ‘숨바꼭질’ 등 주말극에 밀렸으나 화제성은 최고였다. ‘오 마이 비너스’ 이후 약 3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소지섭은 극 중에서 첩보부터 코믹 육아까지 종횡무진 활약했다. 예년에 ‘역적’, ‘돈꽃’, ‘군주’, ‘죽어야 사는 남자’, ‘투깝스’ 등 선택지가 다양했던 것과는 대비됐다.SBS는 ‘키스 먼저 할까요?’의 두 주연 감우성-김선아를 선택했다. 감우성과 안순진은 ‘19금’ 대사가 넘실대는 능청스러운 로맨스와 시한부 삶에 관한 절절한 멜로로 많은 화제를 낳았다. ‘리턴’, ‘황후의 품격’ 등도 화제성과 시청률을 두루 겸비했지만 ‘리턴’은 주연 교체라는 불상사, ‘황후의 품격’은 현재 방영 중이라는 점 때문에 ‘키스 먼저 할까요?’의 수상이 일찌감치 점쳐졌다. 지난해도 연말 시상식은 ‘나눠 먹기’라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거의 모든 부문에서 공동 시상한 KBS는 4년 째 공동 대상을 줬다. 주말극, 연속극, 월화극, 수목극으로 나눠서 시상한 MBC에서는 무려 10명이 최우수상을 받아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배우 이영애, 폐원 위기 제일병원 인수 참여

    배우 이영애, 폐원 위기 제일병원 인수 참여

    의료 기업과 컨소시엄 구성후 본격 추진배우 이영애씨가 이기원 서울대 교수 등과 함께 폐원 위기에 처한 제일병원을 인수하고자 나섰다. 이씨 측 관계자는 1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이씨가) 제일병원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그는 “(이씨) 쌍둥이가 태어난 병원이기도 했고 병원 사정이 안 좋아지기 전까지 계속해서 진료를 보던 곳”이라며 “병원에 기부를 하는 등 다문화 가정이나 저소득층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계속해서 찾고 있었는데 (병원이) 안 좋은 상황에 처했다는 얘기를 듣고 그런 결심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자녀를 모두 제일병원에서 출산했고 현재도 이 병원을 종종 이용해 도울 방법을 모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 등은 의료 관련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제일병원을 인수할 계획이다. 병원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본격적인 인수절차를 밟을 것으로 전해졌다. 1963년 서울 중구에서 문을 연 제일병원은 1996년 설립자의 유언에 따라 삼성의료원에 무상으로 경영권을 넘기면서 삼성제일병원으로 이름을 바꿨고 전성기를 맞았다. 그러나 2005년 삼성그룹 계열에서 분리되면서 다시 제일병원으로 돌아왔고 이후 무리한 투자와 건물 증축 등으로 경영난에 시달렸다. 저출산에 노조 갈등이 겹쳐자 병원을 떠나는 의료진이 늘었고 환자들도 병원에 등을 돌렸다. 경영진은 지난해 병원 매각을 추진했지만 협상이 지연돼 결국 해를 넘겼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신년 인터뷰] “소통·지혜로 향기로운 버섯 캐는 돼지처럼… 배부른 꿈 이루시게”

    [신년 인터뷰] “소통·지혜로 향기로운 버섯 캐는 돼지처럼… 배부른 꿈 이루시게”

    “꿈 중에서 용꿈이 최고라 그러는데 용꿈 꿔서 뭐할거야. 돼지꿈 꿔야 먹을 게 나와.” 지난달 20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영인문학관에서 만난 이어령(84) 전 문화부 장관은 한국인의 돼지꿈 이야기에 할 말이 많아 보였다. ‘탐욕스럽다’, ‘더럽다’ 같은 돼지에 관한 편견을 버리고 동물생태학자 라이얼 왓슨이 쓴 ‘The whole hog’ 같은 책을 보라고 했다. “정치·경제 등 현세적인 이야기는 일주일 동안 7회 (연재)하는 것 아니면 안 한다”던 이 전 장관. 대신에 돼지학개론은 ‘시대의 지성’답게 장장 2시간에 걸쳐 중국의 5호 16국부터 ‘21세기 비틀스’ 방탄소년단에 이르기까지 종횡무진이었다. 다음은 2019년 황금돼지해에 돼지꿈을 꿔야 하는 이유에 관한 일문일답.→역학자들은 올해가 천간의 기가 오행으로 보면 토에 해당되고, 색으로는 황금색이어서 2019년이 황금돼지해라고 이야기한다. 황금돼지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서양의 꿈 해석은 프로이트식 정신 분석이다. 그런데 우리 꿈은 개인의 정신 분석이 아니고 몇 천년 내려온 인류 문화의 집단 기억, 집합 기억이다. 우리가 지극히 ‘현실’이라고 부르는 것이 진짜 현실을 지배하느냐 하면 그게 아니다. 꿈이 압도적으로 현실을 지배한다. 실제로는 ‘비비큐’(BBQ)를 먹지만 ‘봉황기 쟁탈전’ 하면서 봉황 같은 상상의 동물을 끌어오는 것처럼. 닭이 상상의 세계로 가면 봉황, 뱀이 상상의 세계로 가면 용이다. 금년은 땅에 속하는 해다.(2019년은 기해년(己亥年). ‘기’(己)는 황(黃)을 뜻하는 땅을 의미한다.) 땅은 노랗잖아. 가뜩이나 돼지가 ‘돈’인데 황금이니까. 십간십이지로 보면은 운세가 개인이든 나라든 모든 세상이 부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가 황금돼지의 의미를 갖는 건 프로이트식 정신분석이 아니라 문화 유전자의 유전적 분석을 해야 알 수 있다. →돼지꿈이 좋은 이유가 무엇인가. -소는 내내 길러 봐야 송아지 한 마리 낳을까 말까 하는데 돼지는 다산이다. 돼지 젖꼭지가 열두 개인데, 이건 열두 마리는 낳을 수 있다는 걸 뜻한다. ‘돼지저금통’들을 쓰는데 돼지 자체가 저금통이다. 8개월이면 어른돼지가 돼 새끼를 낳을 수 있다. 잡식이라 사람 먹는 거 먹고, 짐승 중에서도 인간하고 제일 가까운 게 돼지다. 돼지 자궁에서 사람 인공 장기 만드는 연구 하잖아. 제일 거부 반응이 적어서 그런 거다. 요즘 시대에 우물을 파도 한 우물만 파는 사람은 죽는데, 돼지처럼 잡식하며 적응력 강한 사람이 살아남는다. 개미핥기, 판다처럼 음식 가려 먹는 것들, 한 우물만 파는 것들은 망한다. 프랑스 남부에 가면 아주 향기로운 송로버섯이 있다. 지하에 깊이 있어서 (사람은) 못 판다. 이걸 캐는 게 돼지들이다. 코가 발달해서 코로 냄새 맡고 땅을 파는 것. 황금 돼지가 새끼만 낳아서 벌어 주는 것 아니다. 지하에 숨어 있는 가장 향기로운 보물도 찾아 주는 거다. 이게 꼭 눈에 안 보이는 지하자원을 찾아 준다는 뜻이 아니라 마음 속에, 친구 속에, 자식들 속에 있는 보물을 냄새 맡을 줄 알고 파 보니 보물이 나오더라는 거다. 경제가 어려워진다 하는데 그 황폐함 속에서 돼지꿈 꾼 사람은 어딘가 갇혀 있는 보물을 찾게 마련이다. 보물섬은 아이들 판타지 속에서만 있는 게 아니다. 기술·문화 등 사회 전 분야에서 향기로운 버섯을 딸 수가 있는 거다.→일반적으로 돼지는 먹이가 있으면 위장이 터질 때까지 계속 먹는다고 생각해서 ‘탐욕’을 상징한다. -잘못 알려진 거다. 집돼지는 인간이 필요한 만큼 살을 찌우려니까 그렇게 된 거다. 즉 돼지가 탐욕한 게 아니라 인간이 탐욕한 것이다. 사람들이 돼지 더럽다 그러는데 반드시 잠자리와 쌀 곳을 가린다. 인간이 한곳에 가둬 둬서 그렇지 들판에다 풀어 두면 반드시 구별한다. 들판에서 살던 놈들을 데려다가 키우는데 동물들 중에 돼지만이 유일하게 영역 표시를 안 한다. 무리를 지어서 평화롭게 산다. 또 소통을 잘하는 게 돼지다. 짐승들 중에서 가장 많은 언어를 가지고 ‘꿀꿀꿀’ 복잡하게 소통한다. 인간을 참 많이 닮은 것이, 자식 낳고 자장가를 불러 주는 게 또 돼지다. 우리는 돼지가 밤낮 처먹고 ‘꿀꿀댄다’ 하는데 그게 바로 소통하는 것이다. →돼지의 미덕이 발현된 사례가 있다면. -방탄소년단(BTS)이 하는 걸 보면 돼지가 갖고 있는 속성 그대로다. 얘들이 또 잡식이다. 영어도 쓰고 한국어도 쓰고 힙합에다가 한국 막춤도 넣고. 방탄소년단은 한자고 BTS는 영어니까 잡식이잖아. 노래만 하는 게 아니라 춤추고 악기도 다루고 잡식이야. 한국인이 갖고 있는 허드렛춤, 막춤부터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육체리듬이 있어. 상식으로 알고 있지만 어디서 퉁닥퉁닥하면 어깨 으쓱으쓱하는 사람들은 한국인들밖에 없어. 올림픽 할 때 내가 제일 감동받은 게 실업학교 학생들 데려다가 춤을 가르치는데 춤을 배워 본 적도 없는 애들이 선생이 조금만 가르치면 잘 따라 해. (1988년 당시 이어령 선생은 서울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을 맡았다.) 일본 안무가가 그걸 보고서 “귀하의 나라 참 부럽다” 하더라고. →1960년 스물여섯의 나이에 서울신문 논설위원에 발탁됐다. 그때와 지금은 어떻게 다른가. -4·19 때 서울신문사 건물이 불에 다 탔다. 당시 한국 최고의 언론인이자 원로였던 오석천씨가 개혁한다고 들어가서 운영을 맡으면서 파격적으로 언론 역사상 없는 스물여섯 살짜리를 논설위원으로 스카우트했다. (이 전 장관은 1956년 기성세대를 신랄하게 비판한 글 ‘우상의 파괴’를 통해 평단에 화려하게 등장한 바 있다.) 우리는 일제강점하에서 초등학교를 나와 해방, 6·25를 다 겪고 생존 자체가 희망이던 시절을 살았다. 하지만 우리 때는 남들과 조금만 다르게 생각하면, 스물 대여섯 나이에 대학원 나온 사람이 대학 교수를 하고 논설위원을 했다. 그 사람이 천재적이라서가 아니라, 아무것도 없는 시대 즉 ‘노 마크 찬스’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그러니까 어느 시대든지 어둠과 빛은 있다. 단지 시대는 똑같은데 시대를 탓하는 사람이 있고, 시대를 활용하는 사람이 있다. 두 종류의 인간이 있는 거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웃, 청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황금 돼지’를 최대한으로 이용하라는 것. 엄청난 창조력과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에너지가 될 수 있다. 우리의 앞날에 드리운 어두운 구름 같은 것들, 무역전쟁·안보문제 등이 있지만 돼지꿈을 잘 꾸면 꿈처럼 현실도 잘 이뤄 나갈 수 있다. 꿀꿀거리며 끝없이 커뮤니케이션하는 돼지처럼 내 직장의 소리, 이웃의 소리를 소통의 소리로 잘 소화해 나가면 올해 복과 부를 누릴 수 있을 거다. 약한 놈이 센 놈을 업어 주는 게 지옥이고, 센 놈이 약한 놈을 업어 주는 게 천국이다. 업고 업히는 관계가 아니라 다 제 발로 걸어다니는 사회를 만들어 보자, 하면 평등 사회를 의미하는 건데 아직 우리가 그 단계로 가려면 멀었다. 갑을 관계가 현실적으로 존재했을 때는 갑이 을을 업으면 을은 갑에 업혔으니까 갑에게 감사하고 갑도 을을 업어 줬으니까 기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게 바로 인터디펜던스(interdependence), 상호의존성이다. ‘사’가 양보하고 ‘노’가 양보해서 서로 이익이 나올 수 있는 단계에 가야 그게 성숙한 사회이고 상생하는 사회라는 거지. 단순한 십이간지, 오랫동안 내려오는 속신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 속에서 한 해를 사는 지혜를 발현해 보자. 대담 손원천 문화부장 angler@seoul.co.kr 정리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신년 인터뷰] 석학의 서재 긴 책상엔 쓰임새 다른 PC만 6대… 불온詩 논쟁 김수영 묻자 “우리집서 자던 사람”

    [신년 인터뷰] 석학의 서재 긴 책상엔 쓰임새 다른 PC만 6대… 불온詩 논쟁 김수영 묻자 “우리집서 자던 사람”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의 책 ‘남자의 물건’에도 등장하는 이어령 전 장관의 책상은 듣던 대로 길었다. 식당에서 주방 공개를 안 하듯 남들에게 보여 주길 꺼린다는 석학의 책상에는 모니터만 6대다. 서랍 안에 넣어 둔 노트북까지 포함하면 7대. 컴퓨터마다 다른 OS(운영체제)를 쓰고 각기 구동되는 자료들이 달라 버전도 달리해서 쓴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에는 태블릿PC에 펜으로 글자를 쓰고 바로 문서화하는 것을 선호한다. 책상 뒤편으로는 아버지·어머니의 사진이, 서재 바깥으로는 이 전 장관을 ‘지성에서 영성의 세계’로 인도한 딸 고 이민아 목사의 사진이 성경과 함께 놓여 있었다.●50년 만에 김수영 영전에 글 올린 까닭 1968년 고 김수영 시인과 ‘불온시 논쟁’을 벌였던 이 전 장관은 최근 발간된 김 시인 50주기 헌정 산문집에 ‘맨발의 시학’이라는 글을 실었다. 1960년대 당시 이 전 장관은 문인 내면의 치열성을 주장하며, 김 시인은 정치를 포함한 창작의 외부 문제를 제기하며 ‘사상계’와 ‘조선일보’를 중심으로 치열하게 논쟁했다. 김 시인은 “서랍 속 불온한 작품이 아무 거리낌 없이 발표될 수 있는 사회가 현대 사회이며, 그런 영광된 사회가 머지않아 올 거라고 나는 믿고 있다”고 했고 이 전 장관은 “불온한 작품이 서랍 속에 있는 한 아무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50년 세월이 흘러 김 시인의 영전에 글을 올린 까닭을 물었다. 이 전 장관은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러는데 그 사람이 우리 집에 와서 자고 가고 그랬던 사람”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김 시인이) ‘우선 그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 했잖아. 4·19 전에 했어야지. (김 시인은 이승만이 하야를 선언했던 1960년 4월 26일 이른 아침에 이 시를 썼다.) 나는 경기고등학교 선생할 때 잡지 ‘새벽’에 들어가서 임화수 고려대생 습격 사건(4·18) 당시 ‘지성에 방화하라’는 글을 썼던 사람이야. 데모를 해 가지고 학생들 다 죽고 (권력을) 쓰러뜨리고 난 후에 동물원의 사자를 사냥하는 것도 사냥이냐는 거야.” ●“불온? 경찰이 쓸 말을… 詩도 아름다워야 읽혀” ‘불온’이라는 단어 자체에 대해서도 이 전 장관은 할 말이 많았다. “‘불온’이라는 가치는 정보부에서, 경찰에서 쓰는 말이야. 왜 그걸 (그대로) 쓰냐는 거야. 뒤집으면 경찰이 제일 불온하다고 생각하는 게 제일 명작이 되는 거야. 지금 불온이 있어? 윤동주가 무슨 저항시야. 아름다운 시를 썼기 때문에 지금도 읽지. 문학의 저항이라는 거, 대놓고 비판하는 거 그게 오래 못 가. 김수영 시도 우리가 ‘풀잎’을 많이 읽지, ‘…밑씻개’를 많이 읽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단순히 남북군의 문제면 그걸 누가 읽어. 우리가 남군도 아니고 북군도 아닌데. 독재자에게 저항하는 건 모티베이션은 되지만 독재자를 쓰러뜨리는 게 문학의 목적은 아니라는 거지. 독재자는 말이야, 마르고 닳도록 있어.” 돌고 돌아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얘기가 거기 있나 보았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창고형 마트처럼…수장고 속 ‘생얼’ 작품을 만나다

    창고형 마트처럼…수장고 속 ‘생얼’ 작품을 만나다

    옛 연초제조창 577억원 들여 재건축 지상 5층 규모 1만 1000여점 수용 가능 김복진 ‘미륵불’·백남준 ‘데카르트’ 등 큐레이터 기획 없이 날것 그대로 관람 미술품 보존·수복도 직접 볼 수 있어 안내·진입로 미비… 내년 중반 ‘완전체’“기존의 기획 전시장이 백화점이라면 여기는 ‘코스트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미화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 길이 14m, 높이 3.8m의 철제 수장대 1·2층에 한국 근현대를 대표하는 조각품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흡사 코스트코, 이마트 트레이더스 같은 대형 창고형 할인마트의 매대 같다. 지난 26일 개관 하루 전 기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이다. 청주관은 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덕동의 옛 연초제조창(담배 창고)을 재건축해 약 2년간의 건축 과정을 거쳐 완성됐다. 과천, 덕수궁, 서울에 이은 네 번째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이다. 공사비 총 577억원을 투입해 연면적 1만 9855㎡, 지상 5층 규모로 건립됐다. 수장 공간(10개), 보존과학 공간(15개), 기획전시실(1개), 교육 공간(2개), 라키비움(조사 연구 공간) 및 관람객 편의시설 등을 갖췄다. 청주관의 가장 큰 특징은 ‘국내 최초 수장형 미술관’이라는 점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1300여점과 미술은행 소장품 1100여점을 옮겨 왔으며 총 1만 1000여점까지 수용 가능하다. 1층과 3층에는 관람객들이 직접 들어가 작품들을 둘러볼 수 있는 ‘개방 수장고’와 유리창 너머로 관람이 가능한 ‘보이는 수장고’를 운영한다. 이는 전시를 위해 바깥에 나오는 게 아니면 일생을 수장고에서 보내는 미술관 소장품들의 한계와 수장고 포화 문제를 대응하기 위한 조처다. 장엽 개관준비단 운영과장은 “미술품은 보통 대중들에게 큐레이터의 연구 기획, 즉 ‘셀렉션’이라는 과정을 통해 공개되는데 그 과정에서 큐레이터의 관점·시각에 맞는 작품만 보여지는 경향이 있었다”며 “작품과 관람객 간의 직접적 만남을 모색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라고 설명했다. 스위스의 샤울라거를 비롯해 영국의 V&A(Victoria&Albert) 박물관, 프랑스 루브르 랑스(Louvre-Lens) 박물관 등이 이에 속한다.미술관 측 설명처럼 1층 개방 수장고에서는 김복진의 ‘미륵불’, 김종영의 ‘작품 58-8’, 서도호의 ‘바닥’, 백남준의 설치미술 ‘데카르트’ 등의 작품들을 ‘한국의 근현대 작품’이라는 두루뭉술한 카테고리 외에는 별다른 설명 없이 맞닥뜨리게 된다. 미술학도나 연구자들에게는 엄청난 혜택이겠지만, 일반인에게는 좀 어렵기도 하다. 코스트코 같은 창고형 할인마트에서도 특정 히트 상품들을 아는 사람들이 수월하게 쇼핑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수장고 속에서 빛을 못 보는 것보다는 나은 것 같지만 특정한 분류 없이 놓여 있기 때문에 기획 전시보다 상세한 설명과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해 보인다. 수장형 전시실에서 느끼는 ‘불친절’은 5층 기획전시실에서 다소 해소된다. 5층에서는 현재 개관 특별전 ‘별 헤는 날: 나와 당신의 이야기’가 열리고 있다. ‘일상 속에 숨겨진 보석같이 반짝이는 소중한 순간’이라는 취지 아래 강익중, 김수자, 김을 등 한국 현대미술 작가 15인의 작품 23점을 전시했다. 옛날 연초제조창이 미술관으로 재생되기까지의 역사와 청주 시민들의 기억을 조망하는 설치 미술, 세계 8개 도시의 거리를 촬영한 영상 작품 등 큐레이션의 기획에 따라 묶인 작품들이 훨씬 쉽게 받아들여진다. 기획전시실은 개방 수장고의 구조상 회화 같은 평면 작품을 진열하는 데서 오는 어려움을 해소하는 역할도 한다. 청주관의 또 다른 특징은 국내 최초의 ‘미술품 종합병원’이라는 4층의 보존과학실이다. 관람객들은 유화 보존처리실, 유기·무기 분석실 등에서 미술 작품의 보존·수복 과정을 투명한 창을 통해 직접 볼 수 있다. 전에 없던 ‘실험’을 여럿 선보였지만 청주관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개관 하루 전날에도 청주관 안팎으로는 도시 재생사업의 일환으로 계속되는 공사에 분진이 날렸다. 진입로 공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주차장 완비도 늦어졌다. 기자간담회의 한 참석자는 “이곳을 찾느라 30분을 헤맸다”며 “들어오는 입구도 못 찾겠고 안내판도 없어 외부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에 대한 준비가 안 돼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개관 일정이 너무 촉박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에 박위진 국립현대미술관장 직무대리는 “미술관 예산은 2018년으로 기간이 정해져 있고 지역민과 국민들에게도 2018년에 개관하기로 약속했다”며 “보완할 사항이 있으면 계속 보완해 가면서 운영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했다. 내년 6~9월쯤에야 조각 공원 등의 공사를 마친 ‘완전체’ 청주관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글 사진 청주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장우혁 피소… SM 前 대표이사 “H.O.T. 상표 무단 사용”

    장우혁 피소… SM 前 대표이사 “H.O.T. 상표 무단 사용”

    아이돌 그룹 H.O.T.의 상표권을 소유한 김경욱 씽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가 H.O.T.의 멤버 장우혁과 공연기획사 솔트이노베이션이 상표를 무단으로 쓰고 있다며 소송에 나섰다. 28일 가요계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 26일 서울중앙지법에 H.O.T. 공연 수익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와 H.O.T. 상표·로고 사용금지 소송을 냈다. 아울러 상표와 로고 무단 사용을 처벌해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김씨는 1990년대 H.O.T.를 캐스팅하고 키워낸 연예기획자로, H.O.T.라는 이름의 상표권과 서비스권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2001∼2004년 SM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로 재직했으며 이후 씽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김씨는 지난 10월 17년 만에 개최된 H.O.T. 콘서트를 앞두고도 주최사 솔트이노베이션과 상표권 사용 합의가 이뤄진 적이 없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김씨는 8월 23일 솔트이노베이션에 ‘지적 재산권 침해에 대한 중지요청 및 사용승인의 건’이란 제목의 내용증명을 보내고 로열티를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H.O.T. 멤버들은 공연에서 팀명이 아닌 ‘High-Five of Teenagers’라는 문구를 내걸어야 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김창완, 봄여름가을겨울 전태관 추모 “문풍지 같은 웃음소리”

    김창완, 봄여름가을겨울 전태관 추모 “문풍지 같은 웃음소리”

    밴드 ‘봄여름가을겨울’의 멤버 전태관의 별세 소식에 음악계 선후배, 동료들이 슬픔을 드러냈다. 가수 김창완은 28일 자신이 진행하는 SBS파워FM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에서 “전태관이 세상을 떠났다죠”라며 운을 띄웠다. 그는 “전태관은 씁쓸한 눈빛도 눈빛이지만, 문풍지같은 웃음소리가 남아있다”며 고 전태관을 회고했다. 이어 봄여름가을겨울의 노래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를 선곡했다. 가수 김동률은 자신의 트위터에 “태관형님, 이제 편히 쉬세요. 늘 따뜻하게 웃으시던 모습 기억하겠습니다”고 했다. 싸이는 인스타그램에 고인의 활짝 웃는 사진과 함께 “삼가 명복을 빕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현진영은 “교회에서 뵐 때면 언제나 ‘진영아!’ 하고 반갑게 웃어주시던 형님이 떠오릅니다. 이제 하나님 곁에서 형수님과 행복하시길 기도할게요”라고 했다.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는 인스타그램에 “전태관 선배님께서 암 투병 끝에 돌아가셨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얼마 전 선배님의 따뜻한 곡들을 다시금 듣고 재해석해보는 경험을 했기에 더욱 안타까운 마음입니다”라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애도했다. 어반자카파의 조현아는 “어린 시절 가수의 길 앞에 선 제게 올바른 방향의 지침이 되어주셨던, 늘 귀감이 되어주셨던 최고의 드러머 전태관 오라버니. 삼가 조의를 표하오며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추모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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