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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중미술 대부’ 윤범모 교수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임명

    ‘민중미술 대부’ 윤범모 교수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임명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에 미술평론가인 윤범모(68) 동국대 미술사학과 석좌교수가 임명됐다. 31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윤 교수가 신임 관장으로 최종 확정됐으며, 1일 도종환 장관이 임명장을 줄 예정이다. 이로써 첫 외국인 수장이었던 바르토메우 마리(53) 전 관장의 퇴임 이후 공백이었던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직이 한 달 만에 채워지게 됐다. 윤 교수는 다수의 전시를 기획한 민중미술계의 대부다. 1979년 동국대 대학원을 졸업한 뒤 중앙일보 출판국이 창간한 ‘계간미술’(월간미술 전신) 기자로 활동했다. 호암갤러리(삼성미술관 리움 전신), 서울 예술의전당 미술관, 이응노미술관, 경주솔거미술관 등 여러 미술관의 개관·운영에 참여했다. 20여년간 가천대(옛 경원대) 교수로 재직했고 한국큐레이터협회장,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장 등을 지냈다. 그는 전시 기획에 대한 정부 측 간섭에 적극 반발한 전력이 있다. 예술의전당 초대 미술관장으로 재직하던 1990년 12월 ‘젊은 시각’ 전시를 열었다가 정부의 간섭에 반발해 4개월 만에 사퇴했다. 2014년 광주비엔날레 20주년 특별전 책임 큐레이터로 참여했으나, 박근혜 전 대통령을 풍자한 걸개그림 ‘세월오월’ 전시를 놓고 광주시와 갈등을 빚어 사퇴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서민 명절 밥상의 친구 ‘돼지’… 인간의 욕망 ‘곰·곰’ 떠올리지

    서민 명절 밥상의 친구 ‘돼지’… 인간의 욕망 ‘곰·곰’ 떠올리지

    이번 설 연휴 TV를 달구는 다큐멘터리들은 주로 동물과 대자연에 관한 것들이다. 사자, 호랑이 같은 맹수부터 ‘올해의 동물’ 돼지까지. 알면 알수록 힐링되는 그들의 대서사를 꼼꼼이 톺아볼 수 있는 기회다. KBS 1TV에서 2~6일 방송하는 ‘다이너스티, 야생의 지배자들’은 영국 BBC에서 지난해 11월 방영한 5부작 다큐멘터리다. ‘침팬지’(2일 밤 10시 20분), ‘황제펭귄’(3일 밤 11시 15분), ‘사자’(4일 밤 11시), ‘아프리카 들개’(5일 밤 9시 45분), ‘호랑이’(6일 밤 10시 40분)의 치열한 왕좌 다툼을 그렸다. EBS 1TV에서는 기해년 돼지해를 맞아 돼지고기 한 접시에 담긴 인류 문명사를 다룬 ‘다큐프라임-돼지전’(왼쪽)을 4~6일 밤 9시 50분 방송한다. 배고픈 서민들의 주린 배를 달래 주고 신성한 제물로 제사상에 오르는 등 수천 년 동안 인류와 함께해 온 돼지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MBC에서는 4일 창사특집 초고화질(UHD) 다큐멘터리 ‘곰’ 2부 ‘왕의 몰락’(가운데) 편을 방송한다. 기후 변화와 인간의 욕심 탓에 사라져 가는 곰을 조명한 ‘곰’은 ‘아마존의 눈물’(2009) 등을 연출한 김진만 PD 사단이 제작했다. 지난달 28일 1부 ‘곰의 땅’이 방송된 데 이어 2부에서는 곰 숭배의 역사와 웅담 추출을 위해 좁은 철창 안에 갇혀 있는 곰 등을 다룬다. 총 5부작으로 18일까지 매주 월요일 밤 11시 10분에 방송한다.JTBC에서 선보이는 남북 기행도 눈길을 끈다. 4일과 5일 저녁 7시 방송되는 ‘두 도시 이야기-속초 원산’(오른쪽) 편은 지난 추석 전파를 탄 ‘서울 평양’ 편의 두 번째 시즌이다. 각각 명태와 광어를 고명으로 쓰는 속초의 함흥냉면과 원산회국수 등 비슷한 듯 다르게 진화한 두 도시의 음식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젊은 시인들아, 가난한 사람이 따뜻해지는 詩를 쓰자”

    “젊은 시인들아, 가난한 사람이 따뜻해지는 詩를 쓰자”

    “후배들 언어 유희로 난해한 망상만 가득 필 오면 끄적이지 말고 24시간 몰두해야”“좋은 시인가 아닌가 아는 방법이 있어요. 시 쓰면서 우는 거예요. 대상하고 교감이 완벽하게 이뤄지면 그 동질감 속에서 눈물이 나오는 거죠.” 시 ‘사평역에서’를 쓴 ‘아기 참새 찌꾸’ 아빠, 곽재구 시인이 여덟 번째 시집을 냈다. ‘푸른 용과 강과 착한 물고기들의 노래’(문학동네)다. 지난 28일 전화로 만난 시인은 “내 시가 좋다는 말은 아니지만 동화 ‘아기 참새 찌꾸’의 마침표를 찍을 때, 이번 시집을 쓸 때 눈물이 나왔다”고 말했다. 73편의 미발표시들로 빼곡히 채운 시집은 시인이 자신의 터전인 전남 순천의 샛강 동천을 걸으며 나왔다. ‘평생 강물의 노래를 들었으나/자신의 노래를 부른 적 없는 이가 눈보라를 맞는다/피아노의 검은 건반이 하얀 눈보라 속에 묻힌다’(‘징검다리’), ‘물고기 두 마리/입맞춤하네/가을에 사랑하다 헤어지면 봄 온다네’(‘나와 물고기와 저녁노을’) 등이 다 그렇게 나왔다. 일곱 번째 시집 ‘와온 바다’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생명력, 삶에의 거룩함은 신작에서도 그대로다. ‘니 좋으면 나 좋으니/나한테 더 좋은 일인지도 모르겄다/이번 달 시급 만 원 계산했다/새 정부에서 2020년부터 시행할 모양인데/힘들어도 함께 힘든 게 낫지 않겄냐?’는 삼겹살집 주인의 마음 씀씀이가 ‘난 가난한 사람이 따뜻해지는 시를 쓸 거예요’라는 점원의 다짐으로 돌아오는 식이다.(‘라면 먹는 밤-성래에게’) “강은 쉽게 말하면 한반도, 착한 물고기들은 반도 안에 사는 우리나라 사람들, 푸른 용은 반도와 사람들이 꿈꾸는 아름다운 세상으로 가는 에너지예요. 촛불집회하는 사람들 모습도 다 착한 물고기 속에 들어 있는 거죠.”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올해로 39년차인 시인. 그는 이번 시집에서 처음 시 쓰던 때, 도서관에서 윤동주 시집을 훔치던 때로 돌아갔다. ‘도서관에서/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초판본을 훔쳤지/(중략)/당신만큼 쓸쓸하고 순정한 시를 쓰리라 혼자 다짐했네.’(‘고교 1학년’) 초심을 되새긴 것이냐는 질문에 뜻밖의 날 선 대답이 돌아왔다. “방금 초심 이야기를 했는데, 저도 인제 우리 나이로 6학년 6반이에요. 근데 우리나라 시가 너무 자잘해요. 젊은 친구들 쓰는 시가 비전도 없고, 언어 유희에다가 난해한 망상들을 집어넣고…, 진정성이 없어요.” 순천대 문예창작학과에서 19년째 시를 가르치고 있는 시인은 ‘신인상 당선작에서 쓰레기 냄새가 난다’(‘물고기와 나’)고까지 썼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진정성이란 무엇일까. 시인이라면 모름지기 하루 24시간을 시에 몰두해야 한다는 거다. 잠자다 꾸는 꿈에서까지. “정말로 좋아하고 사랑하면 꿈에 나와요. 무의식 세계하고 현실 세계의 경계에 있는 게 꿈이에요. 꿈이라는 일주문을 들어가야지 미지의 세계로 나갈 수 있는 거죠. 일주일에 하루, 뭔가 ‘필’이 오면 끄적끄적 쓰고 시라고 발표하는 거, 그건 시가 아니에요.” 하루 열 편씩 쓰겠다는 초심을 지금도 이어 나가는 시인이다. “방탄소년단도 분명히 꿈에서 춤추고 노래할 것”이라고 덧붙인 시인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제 말은 다 틀린 것”이라며 ‘허허’ 웃었다. 시어에 김소월과 윤동주가, 해설 대신 직접 쓴 산문에는 정지용, 백석 등 먼저 간 선배 시인들이 나오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는 백석의 시를 일컬어 ‘번역이 불가한 도저한 조선의 시’, 김소월은 ‘눈보라 날리는 날 배고픈 내 손에 쥐여 준 따뜻한 고구마’, 윤동주는 ‘극한 상황에서도 모국어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인’이라고 적었다. “이 시집을 낸 의미 중 하나가 ‘젊은 시인들아, 좋은 시 좀 쓰고 살자’ 하는 겁니다. 한반도 미래를 위해서도 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그거밖에 없어요.” 시인이 말하는 좋은 시란 ‘쉽고 깊고 따뜻한 것’이다. 아주 쉬운 언어로 깊은 의미를 담고 있으면서도 따뜻함이 느껴지는 것. 커튼에 햇살 비치는 무늬만 봐도 시를 떠올린다는, 39년차 순정한 시심(詩心)이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초등생판 SKY캐슬 같아… “부모의 사랑이 뭔지 돌아봤죠”

    초등생판 SKY캐슬 같아… “부모의 사랑이 뭔지 돌아봤죠”

    “드라마(‘스카이 캐슬’)와 소설이 가진 문제 의식 일부는 겹치는 거 같아요. 부모의 교육열이 진정 아이를 위한 길인가, 자식에 대한 사랑이 용납될 수 있는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같은 것들이요. ‘자식을 위한 길이라고 말하고 있을 뿐 실제론 부모 자신의 욕망을 자식을 통해 이루고자 한다’는 결론의 일부분도 비슷해요.” 맘이 부대껴서 드라마 ‘SKY(스카이) 캐슬’을 4부까지 밖에 못 봤다고 작가는 털어놨다. 14만 독자를 울렸던 ‘나의 아름다운 정원’ 이후 17년 만에 두 번째 성장소설 ‘설이’로 돌아온 심윤경(47) 작가다. 28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난 심 작가는 “‘설이’는 결국 ‘진짜 사랑은 무엇인가’에 관한 이야기”라고 했다. “‘부모 코칭’이 과연 부모 역할의 본질일까요? 사랑은 정말 단순한 거고 공기 같은 건데 부모들이 사랑의 뿌리는 다 잊어버리고 ‘나무에서 화려한 꽃이 피어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을 해야 한다’는 주문으로 아이들을 힘들게 하고 부모 자신도 몹시 불행하게 만들어요.”‘설이’는 눈 오는 새해 첫날, 보육원 앞 음식물 쓰레기통에서 발견된 여자 아이가 여러 번의 파양 끝에 유명 사립 초등학교로 전학 가고, 거기서 만난 사악한 짝꿍 ‘시현’의 집에 들어가게 되는 얘기다. 공교롭게도 시현의 아버지는 설이가 다니던 병원의 의사 ‘곽은태 선생님’이다. 그러나 설이가 간 집에 그 상냥한 선생님은 없다. 아들에게 공부만 강요하고 ‘지금 상황을 감사한 줄 알라’며 오만상을 찌푸리는 ‘아빠’만 있을 뿐. 공부를 잘하지 않으면 이쁨 받지 못하리라는 것을 깨달은 설이는 묻는다. “근데요, 제가 시현이 교육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아도 저를 계속 키우실 거예요?” ‘설이’라는 영악하고 되바라진 아이의 손톱과 이빨로 기성세대의 위선과 가면을 벗겨내는 소설이다. 작가가 생각하는 진짜 사랑이란 무엇일까. “제가 주고 싶은 엄마의 사랑은 할머니 같은 사랑이었어요. ‘어이구, 내 새끼’하면서 엉덩이를 토닥토닥하는. 그런 사랑의 일면이 저평가된 거 같아요.”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한국문인협회 신임 이사장에 이광복

    한국문인협회 신임 이사장에 이광복

    한국문인협회 새 이사장에 소설가 이광복(68)씨가 당선됐다. 협회는 27일 전날 제27대 임원선거를 통해 이씨를 새 이사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1977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저작으로 장편소설 ‘풍랑의 도시’, ‘목신의 마을’, ‘폭설’, ‘삼국지’(전 8권), ‘불멸의 혼-계백’, ‘황금의 후예’가 있다. 제7회 동포문학상, 제20회 한국소설문학상, 제14회 조연현문학상, 제28회 PEN문학상, 제14회 들소리문학상 대상, 익재문학상, 대통령 표창 등을 수상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민심과 함께 걷던 진심… 노회찬이 꿈꾸던 세상

    민심과 함께 걷던 진심… 노회찬이 꿈꾸던 세상

    민심을 울리는 새로운 언어로 진보를 이야기했던 정치인.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위해 한평생 분투했던 노회찬 의원의 별세 6개월을 맞아 그의 말과 글을 담은 책 두 권이 나란히 나왔다. ‘노회찬, 함께 꾸는 꿈’(왼쪽·후마니타스)과 ‘노회찬의 진심’(오른쪽·사회평론)이다.‘노회찬, 함께 꾸는 꿈’은 지난 24일 출범한 노회찬재단이 기획했다. 2004년부터 2018년까지, 그리고 1994년 한 해에 고인이 남긴 말과 글을 이상엽·김흥구 작가 등이 찍은 사진과 함께 실었다. ‘진보 정당 운동’, 삼성 엑스파일 사건에서 시작된 ‘권력의 카르텔과의 싸움’, ‘선거제도 개혁’, ‘국회의원으로서의 일’, ‘약자들과의 연대’ 등 총 5부로 구성돼 있다. 각 주제의 서두에는 그와 함께했던 동료 5명의 글을 실어 안내자 역할을 하도록 했다. ‘여는 글’에서 조현연 노회찬재단 특임이사는 “여성, 노동자, 철거민 등 사회적 약자들의 ‘동반자’이자 ‘호민관’이었던 그는 이들과 함께 비를 맞고, 또 함께 눈물을 흘리며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꿈꾼 정치가였다”고 고인을 회고했다. ‘노회찬의 진심’에서는 보다 날것 그대로의 인간 노회찬을 만날 수 있다. 전체 5부 중 1~4부는 노 의원이 제17대 국회의원으로 의정활동을 시작한 이후 2004년 7월 14일부터 지난해 7월 23일까지 민주노동당, 정의당 등 홈페이지 당원게시판에 올렸던 ‘난중일기’, 블로그, 페이스북 글 등을 엮었다. 5부에는 그의 어록들을 모았다. “50년 된 삼겹살 판을 갈 때가 왔습니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고 하는데 만 명만 평등한 것 아닌가요?” 등의 노 의원 특유의 ‘사이다 발언’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 책 말미에 실린 추도의 글에서 조승수 전 의원은 “굳은 신념이 있었기에 항상 유연했지만, 자신에게는 늘 엄격했던 무한의 책임의식이 그를 멈추게 했을 것”이라며 고인이 없는 첫 새해를 맞는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어린이 책] 평화를 상상한 뮤지션…청소년용 존 레넌 평전

    [어린이 책] 평화를 상상한 뮤지션…청소년용 존 레넌 평전

    평화를 갈망한 슈퍼스타 존 레넌/강백수 지음/김용우 그림/자음과모음/212쪽/1만 2000원어려서 본 위인전 속 위인들은 완전무결했다. 어릴 때 약간의 치기나 객기를 부렸을지언정, 그것도 다 위인이 되는 길의 예정된 수순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위인, 유명한 사람 등과 당대를 같이 살다 보면 어느 사람이건 모든 측면에서 다 위인일 수는 없음을 알게 된다. ‘평화를 갈망한 슈퍼스타 존 레넌’은 비틀스의 리더로 세계 록 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존 레넌의 삶을 싱어송라이터인 강백수 시인이 풀어 쓴 ‘청소년 평전’이다. 비틀스의 결성과 해체,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소비되기를 거부하며 진중한 아티스트로 남고자 하는 모습, 사회적 불합리에 음악으로 맞서 싸우는 사회 운동가로서의 존 레넌 등을 상세하게 그렸다. 저자 역시도 ‘형편없는 인격에 비해 과분한 재능을 가진 운 좋은 사내’라고 얘기했다던 존 레넌. 책에는 불우한 가정사에 반항심 가득한 청소년, 가족을 돌보지 않은 가장, 거침없는 행동으로 추문을 몰고 다닌 음악가 등 결핍이 많았던 인간 존 레넌의 면모가 진솔하게 그려져 있다. ‘평생의 뮤즈’인 줄 알았던 오노 요코와도 사랑의 시절이 지나간 후 반목의 한때가 있었단다. 출판사는 책 설명에 ‘왜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가 존 레넌을 가장 위대하며 유일무이한 뮤지션이라고 말했는지 이유를 이해하게 된다’고 했지만, 그것 역시 읽는 사람 나름일 것이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결핍이 있고 아픔이 있다. 그것을 어떤 식으로 채워 나가고 치유할 것인지는 우리 자신만이 결정할 수 있다’(209쪽)는 작가의 말처럼 자신의 아픔을 할 수 있는 한 가장 위대한 방식으로 승화시킨 인간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Hey, Jude’ 너머의 존 레넌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4·16… 처리할 수 없는 ‘슬픔’

    4·16… 처리할 수 없는 ‘슬픔’

    누가 고양이를 죽였나/윤대녕 지음/문학과지성사/284쪽/1만 3000원디디의 우산/황정은 지음/창비/348쪽/1만 4000원작가들이 글을 쓰는 주된 동기는 슬픔을 처리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쉬이 처리될 수 없는 슬픔이라면? 2014년 4월 16일은 모두에게 죽음 외에는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없었던 시절이었다. 등단 29년 차의 대선배도 “2014년 4월 15일 이후 나는 ‘작가인 나의 죽음’을 경험”했고, 그 세월을 똑 분질러 놓은 만큼의 경력을 가진 후배에게도 “어떻게든 소설로 쓰지 않으면 소설 쓰는 일이 여태와는 다른 방식으로 아주 어려워질 거라는 직감”이 있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약 5년이 지난 지금, 두 작가는 비슷한 듯 각기 다른 답신을 보내왔다.윤대녕 작가의 소설집 ‘누가 고양이를 죽였나’는 죽음에 관한 보다 직접적인 서술이다. ‘서울-북미 간’의 신경정신과 전문의 ‘K’는 2015년 1월, 뿌리치듯 한국을 떠나 북미로 갔다는 작가의 분신 같다. 래프팅 사고로 딸을 잃은 K는 딸 생일 다음날 진도에서 침몰한 여객선으로 말미암아 도망치듯 캐나다 밴쿠버로 갔다. 그곳에서 역시나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로 남편을 잃고 도망치듯 한국을 떠난 H와 만난다. 이후에도 6년 넘게 식물인간으로 지내다 세상을 뜬, 혈육은 아니지만 유년을 함께 보낸 삼촌(‘나이아가라’)과 한곳에 머물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다 갑작스러운 죽음을 당한 연인(‘경옥의 노래’) 등을 떠나보내는 일련의 ‘애도 여행’이 이어진다.연작 성격의 중편 2편을 묶은 황정은 작가의 소설집 ‘디디의 우산’은 1990년대 중반부터 일어난 굵직한 궤적들을 가만가만 따라간다. 중편 ‘d’와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는 인물과 서사는 다르지만 시대상과 주제의식을 공유하며 서로 공명한다. ‘dd’의 죽음 이후 세상을 향한 귀를 닫고 사는 ‘d’. 여지없이 쇠락한 세운상가에서 고된 물류 일을 하며 자신의 힘을 소진하고 있다. 그런 d에게 “나 알지?” 하며 다가온 남자. 세운상가가 활성화되든 재생되든 같은 자리에 몇 십 년을 앉아 기계 등속을 수리하는 ‘여소녀’다. 여소녀를 통해 d는 빈티지 전축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 세상의 소리에 귀를 연다.‘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에서는 1996년의 연세대, 2008년의 ‘명박산성’, 2009년의 용산과 2014년의 세월호, 2017년 3월 헌법재판소 판결까지의 순간과 맞닿은 ‘나’의 경험이 주를 이룬다. ‘나’는 ‘명박산성’ 앞에서 느꼈던 무력감, ‘폭력적인 시위대’에 대한 대중의 혐오를 1996년 연세대 사태에서 끄집어낸다. 캠퍼스를 둘러싼 포위를 뚫고 탈출하려다가 전투경찰들에게 쫓겨 들어간 종합관에서 스스로 바리케이드를 쌓은 채 고립된 학생들. 찌는 여름 최루액에 범벅이 된 그들은 세수와 양치에 대한 끔찍한 갈망을 느끼고 생리혈로 얼룩진 바지를 내내 입어야 했다. 그 가운데 바리케이드를, 차벽을 뚫으려는 ‘시위대의 움직임은 가로막힌 길을 뚫는 돌파 행위가 아니고 재산 손괴 행위가 된다.’(189쪽) 그 끔찍한 고립 속에서 ‘나’는 성실한 수신자이면서 답신자인 서수경을 만난다. 윤대녕과 황정은의 소설은, 세월호 국면에서 우리가 느꼈으되 알지 못했던 감정들을 다시 한번 끄집어낸다. 81학번으로 대학에 입학했으나 시대에 동참하지 못했던 의대생 K는 오랜 세월 침잠해 있던 부채 의식과 자괴감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끼고 95학번 서수경은 20년 전, 대학생 노수석의 사망으로 이끌리듯 연세대로 갔던 것처럼 다시 거리에 나선다. 그 자신도 누군가의 아버지였던 K는 섣부른 체념과 방관, 손쉬운 타협과 무관심이 업이 돼 돌아옴을 느끼고 ‘나’는 1996년 시위 참여 여학생들이 여성의 성기를 뜻하는 비속어로 불렸듯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칭해서도 ‘惡女(악녀) OUT’이라는 구호가 등장하는 것을 본다. ‘dd’가 남긴 책의 주인 박조배라는 인물은 어떠한가. 세월호 1주기, 청계천 일대를 겹겹이 에워싼 차벽을 보고 그는 ‘d’에게 말한다. “이 상황을 봐라. 얼마나 투명하고… 얼마나 X같냐. 그리고 그 X같음이 눈에 보이잖아? 그냥 조용히 아닌 척하고 망해 가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혹시 자신을 해치기 위해 오신 건 아니겠죠? (중략) 지금 옆에 있는 누군가는 계속 살아가야만 하니까요.” ‘누가 고양이를 죽였나’의 첫 작품 ‘서울-북미 간’에서 H는 K에게 이렇게 말하며 손을 그러쥔다. 남은 사람들끼리는, 너의 존재 자체가 내 삶의 기원이 된다는 얘기이리라. 황 작가는 ‘디디의 우산’의 두 중편 사이, ‘모두가 돌아갈 무렵엔 우산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그런 손과 우산 같은 게 남겨진 사람들을 살아가게 하는가 보았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그 책속 이미지] 그림으로 보면 잘 보여요… 콜로세움의 계급별 좌석

    [그 책속 이미지] 그림으로 보면 잘 보여요… 콜로세움의 계급별 좌석

    아키텍처 인사이드 아웃/존 주코프스키·로비 폴리 지음/고세범 옮김/영진닷컴/304쪽/3만 6000원콜로세움, 파르테논 신전, 퐁피두 센터와 타지마할…. 랜드마크 격의 건축물들은 우리에게 어떤 상징으로 남아 있으되 구체적인 용도나 역할 등은 모르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전경 사진으로 보면 그냥 스쳐 지나갔던 것들이 그림으로 보니 눈에 확 들어온다. 책 ‘아키텍처 인사이드 아웃’은 자칭 ‘세계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축물 50곳’을 선별, 400여개의 상세한 일러스트로 설명했다. 저자들은 평면도와 횡단면도, 내부 조감도를 통해 축조 과정 중의 기술적 특성과 본래 의도를 밝히고자 했다. 서기 64년 로마의 대화재 이후에 만들어진 콜로세움. 검투사 경기 및 야생동물 대결, 고전 드라마 상연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도시 엔터테인먼트의 중심지였다. 콜로세움은 무려 8만 7000여명의 관중들이 76개가 넘는 입구를 통해 입장할 수 있다. 등급별로 좌석을 구분해 맨 꼭대기 층은 노예와 여성을 위한 입석자리로 설계됐다. ‘임페리얼 박스’라는 이름의, 로마 황제와 귀족들을 위한 VIP석도 따로 있었다. 검투사들이 이들의 수신호를 잘 볼 수 있게 설계된 것이라 한다. 책은 이처럼 건물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들을 조목조목 짚어 준다. 콜로세움도, 파르테논 신전도 알고서 다시 보면 감동이 배가 된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손석희 대표가 때렸다” vs “청탁 거절하자 협박”

    “손석희 대표가 때렸다” vs “청탁 거절하자 협박”

    프리랜서 기자 “손대표가 먼저 취업 제의” 손 “툭 건드린 게 전부” 공갈혐의 맞고소프리랜서 기자 A씨가 손석희 JTBC 대표이사로부터 폭행당했다고 주장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손 대표는 24일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공갈 등 혐의로 A씨를 맞고소했다고 밝혔다. 서울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10일 오후 11시 50분쯤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 주점에서 손 대표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주점에서 손 대표와 단둘이 식사를 하던 중 얼굴을 수차례 폭행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폭행에 대한 입증 자료로 전치 3주의 상해 진단서와 폭행 직후 녹음파일을 경찰에 제출했다. A씨는 “사건 당일 손 대표가 나에게 JTBC 탐사기획국 기자직 채용을 제안했으며, 이를 거절했더니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녹음 파일에는 폭행 이후 상황이 담겨져 있다.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될지는 검토해봐야 한다”며 “A씨는 출석을 원하지 않아 이메일을 통해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이날 저녁 JTBC 뉴스룸을 통해 “주장과 사실은 다르다”면서 “사법 당국에서 진실을 밝혀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손 대표는 앞서 입장문을 내고 “방송사를 그만둔 A씨가 오랫동안 정규직 또는 그에 준하는 조건으로 취업하게 해달라는 청탁을 집요하게 해왔다”며 “뜻대로 되지 않자 오히려 협박한 것이 이번 사안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손 대표는 A씨와의 관계에 대해 “타 방송사 기자 출신으로 제보가 인연이 돼 약 4년 전부터 알던 사이”라고 전했다. 지난 10일에도 같은 요구가 있었고 이를 거절하자 갑자기 화를 내며 지나치게 흥분해 ‘정신 좀 차리라’고 손으로 툭툭 건드린 것이 사안의 전부라는 게 손 대표의 설명이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손석희 대표가 때렸다” vs “청탁 거절하자 협박”

    “손석희 대표가 때렸다” vs “청탁 거절하자 협박”

    프리랜서 기자 A씨가 손석희 JTBC 대표이사로부터 폭행당했다고 주장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손 대표는 24일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공갈 등 혐의로 A씨를 맞고소했다고 밝혔다.  서울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10일 오후 11시 50분쯤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 주점에서 손 대표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주점에서 손 대표와 단둘이 식사를 하던 중 얼굴을 수차례 폭행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폭행에 대한 입증 자료로 전치 3주의 상해 진단서와 폭행 직후 녹음파일을 경찰에 제출했다. A씨는 “사건 당일 손 대표가 나에게 JTBC 탐사기획국 기자직 채용을 제안했으며, 이를 거절했더니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녹음 파일에는 폭행 이후 상황이 담겨져 있다.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될지는 검토해봐야 한다”며 “A씨는 출석을 원하지 않아 이메일을 통해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이날 저녁 JTBC 뉴스룸을 통해 “주장과 사실은 다르다”면서 “사법 당국에서 진실을 밝혀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손 대표는 앞서 입장문을 내고 “방송사를 그만둔 A씨가 오랫동안 정규직 또는 그에 준하는 조건으로 취업하게 해달라는 청탁을 집요하게 해왔다”며 “뜻대로 되지 않자 오히려 협박한 것이 이번 사안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손 대표는 A씨와의 관계에 대해 “타 방송사 기자 출신으로 제보가 인연이 돼 약 4년 전부터 알던 사이”라고 전했다. 지난 10일에도 같은 요구가 있었고 이를 거절하자 갑자기 화를 내며 지나치게 흥분해 ‘정신 좀 차리라’고 손으로 툭툭 건드린 것이 사안의 전부라는 게 손 대표의 설명이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오형엽 26대 문학평론가협회장 선출

    오형엽 26대 문학평론가협회장 선출

    한국문학평론가협회는 제26대 신임 회장으로 오형엽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선출했다고 21일 밝혔다. 1971년 창립된 한국문학평론가협회는 현재 450여명의 대학 교수와 평론가들로 구성돼 있다. 오형엽 신임 회장은 1994년 월간 ‘현대시’와 199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으로 등단했다. 이후 젊은 평론가상, 애지문학상, 편운문학상, 김달진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어느새 8주기… ‘소설의 어머니’ 지상으로 내려오다

    어느새 8주기… ‘소설의 어머니’ 지상으로 내려오다

    “소설의 어머니이자 소설의 집이다.”(함정임 작가) “박완서 소설가는 한국어로 소설을 읽는 사람이 남아 있는 한, 언제까지고 읽힐 것이다.”(정세랑 작가) 박완서 작가 8주기를 맞아 그의 문학 정신을 기리는 짧은 소설집 2종이 출간됐다. 박 작가 최초의 짧은 소설집 ‘나의 아름다운 이웃’(개정판·이하 작가정신)과 한국 대표 작가 29명의 짧은 소설을 엮은 ‘멜랑콜리 해피엔딩’이다. 짧은 소설, 콩트에 대해 ‘방 안에 들어앉아 창호지에 바늘구멍을 내고 바깥세상을 엿보는 재미’로 비유했던 박 작가. 짧은 소설은 개념이 명확지 않고 분량이 짧다는 이유로 독자들의 관심 밖이었지만 그는 달랐다. ‘나의 아름다운 이웃’에서 작가는 10페이지 안팎의 소설 46편에 산업화가 한창 진행 중이던 1970년대 사회의 단면을 예리하게 포착했다. ‘멜랑콜리 해피엔딩’은 박완서 문학의 세례를 받은 작가들이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에 끊임없이 천착한 그의 문학 정신을 기린다는 의미로 기획됐다. 강화길, 김사과, 김숨, 박민정, 임현, 손보미, 정세랑, 조남주, 정지돈 등 문단의 최전선에서 활약 중인 젊은 작가들과 권지예, 김종광, 백민석, 이기호, 이장욱, 전성태, 조경란, 최수철, 한창훈, 함정임 등 문단의 중추를 담당해 온 중견 작가들까지 참여했다. 고인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소설들이 대부분이지만 후배 작가들은 고인 특유의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은 그대로 가져간다. 생활고에 치인 가장이 술김에 아들 장난감으로 고가의 레고 블록을 샀다가 아내의 지청구를 듣고 환불하러 가는 길을 그린 이기호 작가의 ‘다시 봄’ 등이 그렇다. 반면 함정임 작가는 과거 편집자로 일할 당시 계간지에 고인의 장편소설 연재를 받거나 작품 세계를 망라하는 특집호 기사를 냈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를 향한 각별한 애정을 직접적으로 고백한다. 작가와 편집자라기보다는, 시집간 딸과 딸을 갸륵하게 바라보는 친정 엄마 같았다는 회고다. ‘한국 문단의 대모’ 고인의 온기가 곳곳에서 느껴지는 책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김영하 작가가 권했던, 1927년생 엄마의 삶

    김영하 작가가 권했던, 1927년생 엄마의 삶

    세상에 사라져서는 안 되는 책들이 뭐가 있을까. 어느 시인의 말처럼 책이라고 무조건 숭고한 것은 아니고 실상 나무에게 미안한 책도 많다. 저명한 글쟁이의 ‘세상에서 사라져선 안 될 책’이라는 공언에 눈길이 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영하 작가가 말한 ‘진짜 이야기’가 다시 세상에 나왔다. tvN ‘알쓸신잡3’에서 사람들에게 권했던 그 책이다. 김은성 작가의 만화책 ‘내 어머니 이야기’는 2008년 첫 출간됐으나 2014년 4권이 완결된 이후 절판된 바 있다. 방송 이후 화제에 오른 책을 애니북스에서 편집과 디자인을 새로 해 다시 펴냈다. 마흔에 처음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딸은 타고난 이야기꾼이자 대단한 기억력의 소유자인 엄마의 이야기를 기록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1927년 함경남도 북청에서 태어나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원치 않은 혼인을 하고 6·25전쟁으로 고향을 잃은 엄마의 삶은 한국 근현대사 그 자체다. 하지만 평범한 엄마의 일생은 ‘전형적’이지 않다. 영화나 다른 극적인 소설에서 볼 수 있는 ‘클리셰’가 배제된, 날것 그대로의 삶이다. 엄마는 일제강점기에도 일가친척 중에 독립운동을 한 이가 한 명도 없었고, 일본인이 세운 학교를 즐겁게 다녔으며, 결혼한 지 닷새 만에 해방이 돼 남편이 군대에 끌려나가지 않게 되자 해방이 너무도 싫었다. 영화 ‘국제시장’에서 주인공이 한국 근현대사의 온갖 풍파를 정통으로 다 맞는 것에 반해, 작가의 엄마 이복동녀씨의 삶은 어지간한 장삼이사들과 그리 다르지 않다. 그래서 더 살아 있는 역사, 체감되는 역사다. 엄마가 입때껏 잊지 않고 있는 북청 사투리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북녘에서는 엄마, 아버지 각각을 기준으로 손위 형제는 큰어머니, 큰아버지이고, 손아래는 아지미, 아재비다. 호칭에서 엄마 쪽과 아버지 쪽의 차별이 적은 셈이다. 엄마가 전하는 명태 식해, 순대 등의 북한 음식 레시피도 글의 찰기를 더한다. 딸에게 두런두런 살아온 이야기를 하는 엄마와 그걸 또 살뜰하게 기록하는 딸의 온기가 느껴지는 책이다. 별거 아닌 내 인생도 옮기면 기록이 되겠거니 싶어 기운도 난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현대미술관 4관 4색

    현대미술관 4관 4색

    개관 50주년을 맞은 국립현대미술관이 다채로운 전시 라인업을 공개했다. 4관 체제 원년을 맞아 각 관의 특성을 적극 살리는 한편 이를 유기적으로 운영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16일 공개된 ‘2019 전시 라인업’에 따르면 국립현대미술관은 각 관마다 키워드를 둬 차별화를 꾀했다. 과천관은 ‘전통-근대-현대 미술을 관통하는 내러티브의 전개와 확장’, 서울관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 미래를 그리는 상상’, 덕수궁관은 ‘한국 근대미술의 발굴과 심화’, 지난달 개관한 청주관은 ‘미술품 생애주기에 대한 개방과 공유’다. 가장 주목할 만한 전시는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과천·서울·덕수궁 3관 공동 기획전 ‘광장’이다.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해방·자유·열망’을 모티브로 시대별 미술의 역할과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광장’을 통해 살펴보는 전시다. 10월부터 시작되는 덕수궁관 전시(‘광장, 해방’)에서는 19세기 말 개화기에서부터 해방까지 격동의 시기에 의병 활동, 독립 운동 등 해방의 대서사를 지켰던 의로운 인물들과 그 유산에 대해 살펴본다. 같은 시기 과천에서는 해방 이후 한국 현대 미술사를 사회와 예술, 삶과 연계하고 9월 서울관 전시에서는 ‘광장’ 이후에 개인들이 직면한 문제에 대해 되짚는다. 한국 미술사를 정리하려는 노력도 여전하다. 김구림의 ‘1/24초의 의미’(1969)로부터 태동한 한국 비디오 아트의 역사를 조망하는 전시 ‘한국 비디오 아트 6999’가 11월부터 과천관에서 열린다. 덕수궁관에서는 향후 3년 단위로 개최할 ‘근대미술가의 재발견’ 시리즈를 통해 요절하거나 월북 등의 이유로 조명받지 못했던 작가들을 발굴, 소개한다. 과천관에서는 일본에서 주로 활동한 추상화가 곽인식 탄생 100주년 회고전이, 서울관에서는 박서보, 김순기의 개인전이 열린다. 해외 작가로는 4월부터 서울관에서 20세기 초·중반 북유럽 아방가르드와 사회참여적 예술운동을 주도한 덴마크 작가 ‘아스거 욘’전 등이 열릴 예정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미술과 함께한 60년… 이구열 미술평론가 문집 청여산고 출간

    미술과 함께한 60년… 이구열 미술평론가 문집 청여산고 출간

    한국 최초의 미술 전문기자로 꼽히는 이구열 미술평론가가 미수(米壽)를 맞아 그간 발표했던 원고를 한자리에 모은 문집 ‘청여산고 1·2’(에이엠아트)를 펴냈다. 한국 근·현대미술을 이루는 대가들 50여명의 생애와 특유의 냉철한 시각을 바탕으로 한 작품 비평, 해외·북한 미술 탐방기 등이 실렸다.1959년부터 1973년까지 민국일보, 경향신문, 서울신문, 대한일보에서 미술 전문기자로 일한 이 평론가는 1975년에는 한국근대미술연구소를 세워 미술비평가 겸 연구자로 나섰다. 잡지 ‘미술’ 1호에 실을 인터뷰를 위해 1963년 11월 최순우 미술사학자, 이경성 미술평론가와 함께 우리나라 최초 서양화가 고희동을 만난 이도 이구열이었다. 책에는 1965년 천경자 화백을 만나러 인왕산 밑 하얀 콘크리트 집으로 찾아간 일, 1971년 서울신문 창간 26년 특별기획으로 허백련, 김은호, 박승무, 이상범, 노수현, 변관식 등 동양화가 여섯 사람 화실 순례기 등 20세기 미술을 가로지르는 원로의 호흡을 느낄 수 있다. 자신의 별명 ‘거북씨’ 마냥 60년 동안 부지런히 미술 현장을 누빈 저자. 자료 4만여점을 기증해 2001년 설립된 삼성미술관 리움 한국기록보존연구소의 근간으로 삼게한 것도 그였다. “한국미술의 시대의 얼굴”(김복기 아트인컬처 대표)이라는 평이 무색치 않은 책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현대 미술과 만난 전통 민화…병원 복도에 행운·행복 만발

    현대 미술과 만난 전통 민화…병원 복도에 행운·행복 만발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모란, 귀한 자손을 기원하는 연꽃…. 자칫 칙칙할 수 있는 병원 복도를 수놓는 꽃들이다. 전통 민화 속 길상화(부귀와 행복 등의 염원을 의탁한 그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이돈아 작가의 개인전 ‘행화만발’이 오는 31일까지 서울 대학로 서울대학교치과병원 내 갤러리 치유에서 열린다. ‘시간과 공간’을 화두로 회화뿐 아니라 미디어 작업까지 영역을 넓힌 작가의 스무 번째 개인전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회화 작품과 함께 라이트 캔버스에 그린 미디어 작품, 판화 등 20여점을 선보인다. 이돈아 작가는 “행운과 행복,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꽃 그림을 보면서 우울한 마음을 훌훌 털고 올 한 해 내내 무탈과 건강을 기원하고 행운을 가득 담아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년을 기념해 그린 가로 4.5m, 세로 1.8m의 대작 ‘영원’이 특히 눈에 띈다. 파란 하늘색 바탕에 흰구름과 무궁화꽃들이 배치돼 전시장 한쪽 벽면을 가득 채웠다. 작가는 전통 민화와 길상화의 이미지를 시간과 공간, 존재에 대한 관심으로 새롭게 재해석하고 있다. 부귀영화와 행운, 행복을 상징하는 꽃과 나비 등의 요소들을 기하학적 도형과 조합해 현대적이고 세련된 색상으로 화면에 배치했다. 회화뿐 아니라 영상, 미디어 파사드(건물 벽을 스크린으로 꾸미는 것) 등 다양한 미디어 작업으로 변환시키면서 현대미술과 전통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명절 스트레스 시달린 남자… 투고함 속 ‘82년생 김지영’ 찾아냈다

    명절 스트레스 시달린 남자… 투고함 속 ‘82년생 김지영’ 찾아냈다

    누군가에게는 오롯한 취미이거나 무관심의 대상일 책이 업인 이들의 삶은 어떠할까. 난다 출판사가 ‘읽어본다’ 시리즈의 여섯 번째 책, ‘읽을 것들은 이토록 쌓여가고’를 냈을 때 책으로 밥 벌어 먹고사는 이들의 무수한 ‘좋아요’가 이어졌다. 주로 출판사의 편집자, 작가, 시인, 서평을 쓰는 기자 등등. 책의 저자는 민음사 한국문학팀의 두 편집자 서효인·박혜진 차장이다. 각기 시인이자 문학평론가로도 활동하는 한편 밀리언셀러 ‘82년생 김지영’을 만든 ‘금손’들이다. 파티션 너머 매일 서로 책을 주거니 받거니 한 이들이 난다 대표 김민정 시인의 기획으로 6개월간의 독서 일기를 펴냈다.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이들을 만났다. 이 편집자들의 편집자 격인 김 시인도 함께했다. →읽을 것들이 이토록 쌓여 가는 걸 보는 건 어떤 기분인가. 박 양가적이다. ‘저걸 언제 다 읽나’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래도 볼 게 있고 새로 사서 읽을 게 있다는 생각에 설레는 것도 있다. 아직 읽지 못해서 촉박하고 답답한 느낌도 있고. 서 만듦새가 좋은 책을 보면 기분이 좋다. 쓰다듬어 보고 펼쳐서 냄새도 맡아본다. 어릴 때부터 새 책 느낌을 좋아했다. 내지 디자인이나 표지 디자인만 보고 안 읽고 쌓아두는 경우도 많다. 그러면 읽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책을 펼치면 왼쪽은 서 시인, 오른쪽은 박 평론가의 글인데 각기 개성이 뚜렷하다. 서 시인은 여행사의 관광 상품 리스트만으로도 한 페이지를 후딱 쓸 수 있는 사람이다. 반면 박 평론가의 글은 더욱 진지하다. 일본 소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를 언급하며 라이트 노벨을 대하는 자세를 추스르거나, 통속 소설의 위대함을 새삼 되새기는 식이다. ‘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서 시인은 ‘밥벌이’라 하고, 박 평론가는 ‘쇄빙선’이라고 답했다던가. 마감에 임박해서는 관록의 ‘밥벌이’가 책 쓰기는 처음인 ‘쇄빙선’을 영차영차 끌고 갔단다.→서로의 글을 보니 어땠나. 서 문학이나 책을 바라보는 태도가 그대로 드러나더라. 내가 생활 밀착형이라면 혜진씨는 나보다는 현학적이거나 이론적이다. 나는 주말에 아이한테 책 읽어주는 얘기가 많은데, 혜진씨는 전체 문학 판이나 출판 환경을 보고 글로 쓰더라. 다른 평론가들이랑 다르게 해외 작품을 한국 작품과 비교하는 것도 배울 점이 많았다. 자, 쇄빙선씨(웃음). 박 선배는 가족들, 친구들과의 일상에 책이 자연스럽게 들어가서 소품인 듯 소품이 아닌 듯 같이 있었다. 나는 책이 일상 전반을 다 장악하고 있다. 나는 선배보다 등단 연차도 낮아서 그런지 팟캐스트나 문예지 등 필요에 따라 읽어야 하는 글들을 허덕허덕하면서 쫓아가고 있다. 서 혜진씨한테는 순정이 있고 나한테는 요령이 있다. 김 평론가와 시인의 차이가 되게 컸다. 시인은 성냥개비 끄트머리 하나만 던져줘도 뭐라고 쓰거든. 평론가는 반면에 연원이 드러나는 논리로 접근한다. 물론 우리한테도 논리가 있지만(웃음). 이들의 책에서 ‘82년생 김지영’은 빼놓을 수 없는 모티브다. ‘82년생 김지영’을 걸고 쓴 글도 있는 한편 다른 책 얘길 하면서도 ‘김지영’이 꼭꼭 등장한다. 서 시인은 “이 책을 구입한 독자는 아직 백만명이 되지 않지만(지난해 1월 기준), 그 영향력은 천만 영화 그 이상”이라고 책에 썼다. 민음사 투고 메일함으로 날아든 조남주 작가의 원고를 서 시인이 알아보고 박 평론가가 만든 사연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김지영’과 함께 책 안 읽는 시대, 출판계의 위기를 화두에 올렸다. →‘82년생 김지영’을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려 본다면. 서 ‘82년생 김지영’ 첫 장면에서부터 지영씨가 장모님·친정 어머니로 빙의가 돼서 사위랑 사부인한테 준엄하게 꾸짖지 않나. 메일 열었을 때가 추석 직전인가 직후였는데, 내가 명절에 대한 스트레스가 좀 있다. 그 장면에 너무 꽂혀서 ‘좋은 게 있다’고, 팀원들한테 같이 보자고 했다. 박 30여년 여성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여성들이 차별받는 장면에 대한 지식이 꽤 있다고 생각했었다. 근데 소설을 읽어 보니 내가 장면으로만 기억하고 넘어갔던 부분이 디테일하게 그려져 있더라. 에피소드가 많아 소설을 다 읽고 났을 때 사적인 경험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여성으로 경험한 사회적인 경험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작가를 직접 만났을 때 생각보다도 더 취재가 잘된 소설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82년생 김지영’이 100만부나 팔렸다. 예상했나. 소회는 어떤가. 서 98만부쯤 팔렸을 때 예상했다(웃음). 얼마나 (회사) 계좌에 꽂히는지를 알 수 없어서. 좀더 넓게는 100만명 중에 1년에 소설을 한 번도 안 읽는 분들이 있었을 거다. 서점에서 책을 구입해서 읽는 체험이 우리 책을 통해서 됐다는 거 자체가 큰 경험이다. 박 유독 ‘82년생 김지영’에 대해서는 소설 형식에 대한 논의들이 많았다. 문학적으로 굉장히 의미 있는 지점이었고, 꼭 그런 측면이 아니더라도 독자가 많아졌다는 건 그만큼 다양한 문학이 나올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된 거다. 밀리언셀러를 읽은 독자들이 다음 세대의 작품을 견인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책을 안 읽는 시대, 문학의 위기라고들 말한다. 박 고대에 남겨진 기록들에도 ‘책을 안 읽는다’고 적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도 넓어졌다. ‘문예지가 친숙하지 않은 이들을 위한 입문서가 뭐가 있을까’ 하고 고민하다 나온 게 ‘릿터’였고, 문학을 좀더 깊이 있게 체험하고자 하는 독자들에 타깃을 맞춘 게 비평 전문지 ‘크릿터’였다. 서 그런 생각 자체를 안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만 우선적으로 생각하려고 하고. 당장 갖고 있는 원고, 만들고 싶은 책에 대해서 최선을 다하면 읽는 사람은 읽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책이 지고지순하고 숭고한 것이어서 꼭 읽어야만 한다는 생각도 없고. 마지막으로 새해를 여는 책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고민 끝 서 시인은 조지 손더스의 ‘바르도의 링컨’, 박 평론가는 셀레스트 잉의 ‘작은 불씨는 어디에나’, 김 시인은 마사 누스바움·솔 레브모어의 ‘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을 골랐다. 책 앞에서 가장 진지한 책‘쟁이’들이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통일교 2인자’ 박보희 前 세계일보 사장 별세

    ‘통일교 2인자’ 박보희 前 세계일보 사장 별세

    딸 훈숙씨, 文 총재 아들과 영혼 결혼박보희 전 세계일보 사장이 지난 12일 오전 숙환으로 별세했다. 89세. 충남 아산 태생의 고인은 1950년 육군사관학교 2기 생도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이후 주미 한국대사관 무관 보좌관과 선화학원 이사장, 미국 뉴욕시티트리뷴 발행인, 워싱턴타임스 회장 등을 지냈다. 1991년 11월 세계일보 사장에 취임해 약 3년간 회사를 이끌었다. 고인은 1970년대 문선명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총재의 오른팔로 통했다. 영어 실력이 뛰어났던 고인은 문 총재의 연설을 영어로 통역하며 통일교가 미국에서 교세를 넓히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대북 관계에서 통일교 차원의 물꼬를 튼 주인공이기도 했다. 세계일보 사장이던 1991년 12월 평양에서 열린 문 총재와 김일성 북한 주석의 회담 때 문 총재를 수행했다. 이후 1994년 7월 김 주석 사망 당시에는 직접 방북 조문해 주목을 받았다. 고인의 이름을 알린 또 하나의 사건은 1976년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대서특필한 ‘코리아 게이트’(‘박동선 사건’)다. 코리아 게이트는 중앙정보부가 재미 사업가 박동선을 통해 미 정치인들에게 로비 활동을 펴다 거센 역풍을 맞아 1970년대 한·미 관계를 최악으로 몰아넣은 사건이다. 이 사건에 연루돼 1978년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산하 국제기구소위원회(프레이저 위원회)에 소환된 고인은 되레 눈물을 흘리며 도널드 프레이저 위원장에게 공격을 퍼붓고 애국심을 자극하는 공개 증언으로 화제를 모았다. 결국 스파이 혐의는 밝혀지지 않았고, 그의 증언은 이후 저서 ‘나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발간됐다. 고인은 2010년 유엔 참전국과 참전용사들에 보답하는 문화행사의 하나로 리틀엔젤스 예술단을 이끌고 참전 16개국 순회공연을 열기도 했다. 1984년에는 유니버설발레단을 창단해 초대 이사장을 지냈다. 문훈숙(본명 박훈숙) 현 유니버설발레단 단장이 박 전 사장의 딸이다. 문 총재 차남인 문흥진씨와 정혼 관계였던 문 단장은 문씨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영혼결혼식을 올리고 성씨를 바꿨다. 유족으로 문 단장 외에 2남이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이며, 발인은 15일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남편에게 가사노동은 이벤트?… 性 고정관념 뿌리 깊은 예능

    남편에게 가사노동은 이벤트?… 性 고정관념 뿌리 깊은 예능

    예능 61% 성차별 내용 담고 있어 남성 MC·고정 패널, 여성의 2배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여성은 집안일, 남성은 바깥일’이라는 식의 성역할 구분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출연자 독식 현상도 여전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해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를 통해 실시한 ‘방송 프로그램의 양성 평등 실태 조사’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고 13일 밝혔다. 조사는 지상파(KBS, MBC, SBS)와 종합편성채널(JTBC, TV조선, 채널A, MBN), 전문편성채널(tvN, MBC Every1)에서 지난해 5월 방송된 프로그램 중 시청률이 높은 39개 예능 프로그램 및 20개 생활정보 프로그램 각 2회 분량을 대상으로 했다. 조사에 따르면 예능 프로그램의 61.5%, 생활정보 프로그램의 50.0%가 성차별적 내용을 담고 있었다. 특히 기혼 중장년층 여성·남성들이 출연하는 종편채널의 집단 토크쇼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다. 여성 출연자들이 가사 노동 전담 등 가부장적 문화에 따른 부당한 대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 시어머니 혹은 남편 입장의 출연자들이 ‘여성의 희생은 당연하다’는 식의 대응으로 성역할 고정관념을 반복적으로 재생산했다. 이 밖에 특정 외모를 지닌 여성을 비하해 웃음 소재로 삼거나, 젊은 여성 출연자들에게 ‘애교’와 ‘섹시댄스’를 요구하는 외모지상주의적 태도 또한 계속됐다. 남성 출연자 중심의 콘텐츠가 지배적인 현실도 그대로였다.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 남성 출연자가 62.7%(608명)로 여성 37.3%(362명)의 1.7배에 달했다. MC와 고정 패널 비중은 남성이 493명으로 여성(252명)의 2배에 가까웠다. KBS2 ‘1박2일’,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채널A ‘도시어부’ 등 프로그램의 출연자 대다수가 40~50대의 남성 메인 MC와 고정 패널로 이루어진 남성 중심의 예능 포맷을 유지하고 있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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