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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詩 최전선 지킨 김혜순… 그의 목소리, 세계 보편이 되다

    여성詩 최전선 지킨 김혜순… 그의 목소리, 세계 보편이 되다

    투병생활·세월호·메르스 다룬 시 49편 시집 영역 최돈미 번역가와 함께 수상 “영혼이 우리 곁 떠나는 고통 담아” 평가 1979년 등단… 매번 ‘시의 정치성’ 발현 “국가 도움 못 받은 영혼들에 영광” 소감‘아직 죽지 않아서 부끄럽지 않냐고 매년 매달 저 무덤들에서 저 저잣거리에서 질문이 솟아오르는 나라에서, 이토록 억울한 죽음이 수많은 나라에서 시를 쓴다는 것/중략/ 이 시를 쓰는 동안 무지무지 아팠다.’ 김혜순(64) 시인은 지난 2016년 출간한 시집 ‘죽음의 자서전’(문학실험실)에 이렇게 썼다. 2015년, 지하철역에서 갑자기 쓰러지는 경험을 한 시인은 온몸이 감전되는 듯한 ‘삼차신경통’이라는 사적인 고통과, 세월호·메르스의 참상 속에서 49편의 시를 써내려 갔다. 그렇게 씌어진 시는 지난 6일(현지시간) 캐나다의 권위 있는 문학상 ‘그리핀 시 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을 영역한 최돈미(번역가) 시인과 함께다.그리핀 시 문학상은 캐나다의 기업가이자 독립문학 출판사인 아난시 프레스의 대표 스콧 그리핀이 시 문학에 대한 세계적인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2000년에 설립했다. 자국인 캐나다 부문과 국제 부문으로 나눠 수여되며 영어권에서는 최종 후보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캐나다 주요 언론의 주목을 받는 등 큰 영예로 여겨진다. 한국에서는 고은 시인이 2008년 공로상을, 한국계 미국 시인 수지 곽 김이 2014년에 최종 후보에 오른 적이 있지만 본상 수상은 김 시인이 처음이다. ‘죽음의 자서전’은 ‘2019 펜 아메리카 문학상’ 해외 번역시 부문에서도 결선에 오른 바 있다. 그리핀상 심사위원 중 한 명인 덴마크 시인 울리카 게르네스는 “영혼이 우리의 곁을 떠나는 고통스러운 49일 간의 여정을 49편의 시에 담아낸 역작”이라고 평했다. 김 시인은 ‘시인이 간 자리가 한국 시의 최전선’이라는 평가를 듣는 인물이다. 1979년 계간 ‘문학과지성’으로 등단한 이래 시인은 매번 ‘시의 정치성’에 바투 다가섰다. 1980년대 군부 독재 시대에는 ‘장검 대신 깡통 차고 늠름하게 펄럭’이는 허수아비를 비웃었고(‘아버지가 세운 허수아비’ 중), 한국문학에서 남성에 비해 늘 차별과 혐오, 폭력과 소외 상태에 노출 되어온 여성의 몸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치열하게 시를 썼다. 그는 자신의 시 창작을 ‘시쓴다’고 하지 않고, ‘시한다’고 한다. ‘내 몸으로 시를 쓴다는 것은, ‘시한다’는 것은, 내가 내 안에서 내 몸인 여자를 찾아 헤매고, 꺼내놓으려는 지난한 출산 행위와 다름이 없다.’(시론집 ‘여성, 시하다’ 중) 시인은 한국 사회에서 페미니즘 담론이 나오기도 전에 여성적 글쓰기, 저항적 글쓰기를 이어나간 페미니스트였다. 그리핀상 수상작 ‘죽음의 자서전’에서 시인은 세월호, 메르스 등에 대한 직접적 거명 없이도 그들 참사를 환기시킨다. ‘너는 언니다. 동생을 기른다/(중략)/동생의 시신을 바다에서 찾았습니다만/너는 네 시신을 찾았대 동생에게 말해준다/그러고도 같이 산다 꿈도 대신 꿔주고 친구도 만들어준다/동생의 시신을 확인하고 와서도/동생이 바다에 가라앉는 꿈을 꾼다’(시 ‘동명이인’ 중) 김 시인은 계간 ‘문학동네’ 2016년 여름호에서 “2014년 4월 16일 이후 나에게서 ‘아이’나 ‘바다’ 같은 단어는 아직도 은유가 되지 않는다”며 “단어들의 영토성이 줄어버렸다”고 했다. 시집 해설을 썼던 조재룡 고려대 불어불문학과 교수는 “세월호 같은 비극을 재현하면서 그 비극 자체가 소모될 수도 있는데 김 시인의 작품에는 감정의 조장이나 드라마적 요인이 완벽하게 제거되어 있다”며 “이러한 일들을 외부의 사건으로 기록하지 않고 ‘너’라는 인칭을 통해 함께 겪는 일임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시인이 12권의 시집을 낸 문학과지성사 대표 이광호 문학평론가는 “김혜순의 시는 사회·문화적으로 다양한 층위의 죽음이 시인의 몸으로 들어와 아픈 여성의 몸을 통해 발화한 것”이라며 “이번 수상은 한국 문학 속 여성의 목소리가 세계적 보편성을 갖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시인의 그리핀상 수상 소감은 이것이었다. “오늘은 한국의 현충일입니다. 국가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죽어간 많은 불쌍한 영혼들에게 이 수상의 영광을 드릴게요.” 등단 40년을 맞는 현재도, 시의 정치성 한복판을 가장 치열하게 통과하고 있는 시인다운 소감이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김혜순 시인, 캐나다 그리핀 시 문학상 수상

    김혜순 시인, 캐나다 그리핀 시 문학상 수상

    캐나다의 권위 있는 문학상 ‘그리핀 시 문학상’(The Griffin Poetry Prize 2019) 국제 부문에 김혜순(64) 시인의 ‘죽음의 자서전’(문학실험실)이 선정됐다. 그리핀 재단은 6일(현지시간) 김 시인과 이를 영어로 번역한 최돈미 작가가 ‘더 그리핀 포이트리 프라이즈 2019’ 국제부문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캐나다 부문에는 이브 조셉의 ‘말다툼’(Quarrels)이 선정됐다. 수상자에게는 각각 6만 5000 캐나다 달러(570만원)가 지급된다. 시집 ‘죽음의 자서전’은 2015년 ‘삼차신경통’이라는 온몸이 전기에 감전되는 것 같은 고통을 겪었던 시인이 메르스 사태로 병원을 옳겨 다니는 이중의 고통 속에서 써내려 간 49편의 시다. 김 시인은 1979년 계간 ‘문학과지성’으로 등단한 이래 시집으로 ‘또 다른 별에서’, ‘아버지가 세운 허수아비’, ‘어느 별의 지옥‘, ‘나의 우파니샤드, 서울’, ‘달력 공장 공장장님 보세요’, ‘한 잔의 붉은 거울’ 등을 냈다. 그의 시는 언어적 실험을 통해 여성의 존재 방식과 경험을 사유한다. 김수영문학상, 현대시작품상, 소월시문학상, 미당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마음은 바래지 않았다… 서른줄에도

    마음은 바래지 않았다… 서른줄에도

    30대에 접어든 아이돌 덕후 여자 셋 자금·행동력 갖춰 ‘빠순질’ 하기 더 좋아 보고싶어 하는 덕질, 남 눈치볼 거 있나 작가도 수년째 ‘빠순이’로 살고 있다고여자 중학교에 다닐 무렵, 해마다 특정한 날이면 흰 우비를 입고 다니는 언니들이 있었다. 매년 3월 14일이면, 그들이 좋아하는 아이돌 멤버들 중 하나와 생일이 같다는 이유로 두 손 가득 하얀 박하사탕을 받았다. 친구들이 “언니, 얘도 오늘 생일이에요!” 하면 언니들은 하나같이 놀란 눈을 하고 “정말?” 하며 살갑게 반가워했다. ‘누군가의 팬이 된다는 것은 이런 사소한 우연에 꺄르륵 웃을 수 있는 힘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 시절 언니들은 나이 들어 무엇이 되었을까. 더러 이탈자도 생겨나겠지만 대부분은 ‘나이 든 빠순이(극렬 여성 팬)’가 된다. ‘본격 아이돌 소설’을 표방하는 ‘우주를 담아줘’는 아이돌 덕후인 삼십대 여자 셋, 디디와 과 제나의 사랑과 우정 얘기다. 고3 겨울, 같은 반이었으면 친해졌을지 알 수 없을 그들은 팬사이트에서 오로지 좋아하는 오빠들을 매개로 친해졌다. 디디는 좋아하던 멤버의 이니셜에서, ‘크리스티나’였던 은 미드 ‘그레이 아나토미’에 나오는 닥터 크리스티나 에서, 제나는 ‘언제나mvp’라는 닉네임에서 각각 따왔다.마음만 바래지 않는다면 서른줄의 ‘빠순질’은 더 용이하다. 돈과 시간이 담보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티켓팅에 실패하면 웃돈을 주고서라도 티켓을 살 수 있는 자금력을 갖췄고 국내 공연에 실패하면 해외 공연에 갈 수 있는 행동력까지 갖춘 삼십대 빠순이니까. 누가 인생은 삼십대부터라고 말하던데, 나는 빠순질 역시 삼십대부터라고 말하고 싶다. 이제야 좀 할 만해졌다고나 할까.”(14~15쪽) 소녀들은 어른이 되어 번역가가 되고, 학교 선생님이 되고, 회사원이 되었지만 좋아하는 ‘오빠들’ 아래서 흥성거리는 마음은 그 시절 그대로다. 콘서트 티켓을 거래하러 만난 여자가 같은 브랜드의 초콜릿을 들고 나온 것은 누군가에게는 별일 아니겠지만 이들에게는 ‘찌릿’ 하는 동류의식이다. 그러던 어느 날, 디디는 인터넷 연예 기사를 훑다가 ‘일본 유명 아이돌, 이마무라 유야 중태’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게 된다. 유야는 디디가 사랑했던 옛날 오빠, 구 아이돌이다. 그리고 며칠 있다가 세상을 떠난 유야에게는 자살 의혹이 인다. 급히 휴가계를 내고 일본행 비행기를 타는 디디. 이런 그를 별말 없이 다독여주는 과 제나다. 사랑하는 아이돌을 잃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디디의 결정이 새삼스럽지 않다.소설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사랑한다’와 ‘좋아한다’보다 늘 우위에 있는 감정은 ‘보고 싶다’였다. 항상 보고 싶었다. 보러 가는 길에도, 보고 있을 때에도, 더이상 보지 못하는 순간에도.”(44~45쪽) 30대가 되어서도 계속되는 덕질의 실체는 저 몇 줄에 요약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덕질은 보아서 즐거운 것, 즐겁기 위해 보고, 보고서 즐거운 오만 가지 일들 중 하나인 것이다. 남이 무용하다, 지적할 일은 하등 아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은어들, 가령 뜻밖에 일어난 교통사고처럼 어떤 일을 계기로 갑자기 덕후가 됨을 비유하는 말인 ‘덕통사고’, 특정 연예인의 팬임에도 일반인처럼 행동하는 것을 지칭하는 ‘일코’(일반인 코스프레), 덕후는 좋아하는 연예인을 만나기 힘들다는 뜻의 ‘덕계못’(덕후는 계를 못 탄다) 등은 오늘도 평화로운 그들의 나라를 은유한다. 2012년 문예중앙 신인상으로 등단한 작가의 첫 장편이다. 그는 작가의 말에 “오직 즐겁기 위해 썼다”고 했는데, 종이 위를 신나게 내달리는 문장에서 그 말을 오롯이 실감할 수 있다. 작가는 소개말에 이렇게도 썼다. “7년간 소설가로, 2n년간 빠순이로 살아가는 중.”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공초·구상 그리고 저의 문학 3대 인연… 성장의 계기 되길”

    “공초·구상 그리고 저의 문학 3대 인연… 성장의 계기 되길”

    “공초 선생을 평생 사숙했던 구상 선생은 ‘공초 선생의 훈도와 영향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고 쓰셨습니다. 대하, 장강과도 같은 두 어른의 관계는 저로서는 오로지 짐작만 할 뿐입니다. 그런데 저는 지금 사단법인 구상선생기념사업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공초 선생에서 구상 선생, 저로 이어지는 문학 3대의 인연에서 숙명 같은 것을 느낍니다. 그래서 이 수상이 제 문학을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저 자신은 애타게 갈구하고 있습니다.” 서울신문사가 주최하는 공초문학상의 스물일곱 번째 주인공인 유자효(72) 시인은 처음 시를 쓰던 그때로 돌아간 듯 설레는 목소리로 수상 소감을 읊었다. 5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27회 공초문학상 시상식에서 유 시인은 “제 시의 출발은 우리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며 “가급적 신세를 안 지고 살겠다는 말을 좌우명처럼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 진 신세를 살아가면서 갚아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대한민국예술원 원로회원인 김남조 시인, 이근배 공초숭모회장, 홍사성 불교평론 주간, 민윤기 서울시인협회장, 손우현 한불협회장, 김초혜·박건상·안혜초 시인 등 100여명의 내빈이 참석했다. 심사위원장인 이근배 시인은 “구상 선생은 살아생전에 공초 선생을 ‘위대한 시인’이라 하지 않고 ‘위대한 삶의 완수자’ 혹은 ‘무위의 구도자’라 칭하셨다”며 “유 시인의 시 ‘거리’에서 인간의 거리를 우주의 거리에 비견하는 것은 공초적인 원대함으로, 우주까지 파악하는 힘을 지녔다는 뜻”이라고 평했다. 고광헌 서울신문사 사장은 “공초 선생은 안빈낙도와 평화, 무위 사상을 문학 속에 담아낸 고귀한 선배 시인”이라며 “유 시인은 좌뇌로는 저널리즘의 언어를, 우뇌로는 시적 언어를 사유해 하나는 빼어난 방송의 언어로, 다른 하나는 높은 문학적 성취로 풀어냈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새로운 나라 개척하듯 사후세계 풀어냈죠”

    “새로운 나라 개척하듯 사후세계 풀어냈죠”

    “저는 어떤 것의 존재 유무는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죽은 사람들이 유령의 형태로 존재한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도, 사후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고 말할 근거는 없어요. 죽음이라는 주제에 대해 가보지 않은 새로운 나라를 개척해 나간다는 생각으로 담담하게 풀어 봤습니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58)가 신작 ‘죽음’(전 2권·열린책들)을 들고 방한했다. 1994년 첫 방한 이후 여덟 번째다. ‘누가 날 죽였지?’로 시작하는 ‘죽음’은 자신의 죽음을 추적하는 떠돌이 영혼의 이야기다. 주인공인 추리소설 작가 가브리엘 웰즈는 죽음에 관한 소설 출간을 앞두고 느닷없이 죽는다. 과학 기자로 활동했던 그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사후세계를 논하다니, 의아한 측면이 있다. 베르베르는 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질문에 대해 라디오와 음악을 예로 들어 답했다. “라디오에서 클래식 음악을 듣는다고 라디오 뒤에 오케스트라가 숨어 있는 게 아니죠. 라디오를 분해해도 음악이 사라지는 건 아니에요. 죽음 이후에 무엇이 있는지는 죽은 다음에야 알 수 있어요. 우리의 뇌에는 좌뇌·우뇌가 있고 그 기능이 각각 달라요. 제가 과학기자로 일했을 때는 논리적인 것을 담당하는 좌뇌를 많이 사용했고, 소설 속에서 영성을 다룰 때는 우뇌를 사용했죠. 그렇게 쓰인 글을 독자들도 양쪽 뇌를 골고루 사용해서 읽으시길 바랍니다.” 소설에는 전작 ‘뇌’의 화두였던 인공지능(AI) 시대의 인간과 함께, 프랑스 문단에서 순문학과 장르문학을 대하는 방식 등도 다뤘다. 그의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 2300만부가량 판매된 가운데 국내 판매량만 그의 절반이 넘는 1200만부에 이른다. 한국에서 더욱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베르베르는 “한국 독자들이 세계에서 가장 지적인 독자들이기 때문”이라고 운을 띄웠다. “한국은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 탓에 미래를 내다봅니다. 그래서 굉장히 열성적인 교육열 덕분에 지적 수준이 다른 국가보다 뛰어날 수 있었고, 한국이 이뤄낸 기적의 원동력이 됐어요.” ‘친한파’ 작가의 진단이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현실 관찰하다가 金·트럼프 만남 상상” “선 너머 北 아닌 선 그은 이들에 화내야”

    “현실 관찰하다가 金·트럼프 만남 상상” “선 너머 北 아닌 선 그은 이들에 화내야”

    ‘오늘 김정은과 한잔한다. (중략) 참이슬 두 잔을 원샷으로 들이켠 후 난 그에게 묻는다. “형, 오늘 몇 명이나 죽였어?”’ 지난달 21일 한국문학번역원 주최로 열린 ‘소통과 평화의 플랫폼’ 행사에서 한국계 독일인 박본(32) 극작가가 선보인 짧은 소설 ‘동한국’의 한 구절이다. ‘김정은’은 짐작대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다. 반면 ‘DMZ의 나라에서’라는 주제로 토론에 나선 김연수(49) 작가의 문제의식은 훨씬 묵직했다. 그는 ‘정전 체제 이후의 문학에 대해’라는 글에서 “1948년 이래 한국문학은 ‘이렇게 우리는 죽을 수 없다’는 콤플렉스와 ‘그건 모두 우리의 잘못이다’는 죄의식에 볼모로 사로잡힌 셈”이라고 적었다. 김 작가는 “우리가 화를 내야 할 대상은 선 너머의 북한이 아니라 선을 그은 사람”이라며 “까뮈의 소설 ‘이방인’처럼 불합리하게 우리에게 받아들여진 상황에 대해 하다 못해 신에게라도 화를 내야 마땅한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 이후, ‘김 위원장을 형이라고 부르는 1987년생’ 박본과 ‘누군가에게는 김 위원장이 형이라는 사실에 놀란 1970년생’ 김연수가 마주 앉았다. 둘은 김정은부터 최근 화두인 백석 시인에 이르기까지, ‘60년 정전 체제 이후의 문학’에 대해 유쾌하게 논했다. -행사장에서 박 작가의 소설 ‘동한국’이 화제가 됐다. 김연수 작가(이하 김) ‘역시 젊음이 아름답구나’ 라는 생각을 했고, 단순히 ‘젊음만의 문제는 아니겠구나’라는 생각도 했다. ‘한국에서 이 또래의 젊은 작가가, 그런 작품을 발표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국외자의 자유로움이 있구나’ 생각하면서도 ‘그런 자유로움을 왜 우리는 가질 수 없을까’ 고민했다. 박본 작가(이하 박) 국외자이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독일에서도 다 그런 건 아니니까. 희곡 ‘으르렁대는 은하수’에서 김 위원장을 등장시켰을 때, ‘이렇게 쓰면 안 되는 거 아니냐’는 반응이 있었다. 그러나 누구를 조롱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모두가 싫어하는 인물에 대해서도 호감을 갖도록 입체적으로 그리고 싶었다. 픽션이라서, 거짓말이라서 가능했다. -박 작가는 2016년에 쓴 희곡 ‘으르렁대는 은하수’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대화를 나누는 전복적 상상력을 선보였는데 몇 년 뒤, 그런 일이 실제 일어났다. 박 뉴스 봤을 때 진짜 이상했다. 말로 설명이 안 되는 기분이었다. 그 작품을 쓸 때까지만 해도 트럼프는 대선 후보도 아니었으니까. 당시는 ‘아무도 트럼프를 좋아하지 않으니까, 나라도 한 번 써봐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김 10여년 전 애니메이션 ‘심슨네 가족들’에도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런 건 관찰력이나 정보를 종합하는 능력의 소산이라 볼 수 있다. 문학이 가진 힘 중에 ‘핍진성’을 믿는데, 현실을 오래 관찰하다 보니 허구지만 현실처럼 보이는 작품을 만들게 되고, 가끔씩은 현실과 일치하는 일이 일어난다. 신 내린 것처럼. -정전 상태의 한국에서 김 위원장을 사랑스럽게 그리는 것이 가능한가. 김 사람마다 개인적인 면도 있고, 공적인 부분들도 있다. 김 위원장도 결혼을 했고, 아이도 있으니 누군가의 아버지일 테지만 그래도 박 작가처럼 발랄하게 그리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웃음). 베를린 장벽에 ‘형제의 키스’(1979년 소련 공산당 서기장 레오니트 브레즈네프와 동독 서기장 에리히 호네커의 입맞춤을 묘사한 벽화)라는 작품이 있지 않나. 예술은 현실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현실과 관계없는 뭔가를 보여주기도 한다. 상상은 그 자체로 실제화될 수 없는데도, 우리는 상상만으로 감옥까지 갔던 전력이 있다. 이번 행사 제목이 ‘In a Nation Shadowed by DMZ’였는데 그 말이 딱 맞다. 그 시대는 끝났을지 모르지만, 그림자는 남아 (우리) 마음에 계속 그늘이 있는 거다. ‘세상이 바뀌는 걸 좀 더 앞당기겠다’의 문제가 아니라 계속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 한국은 자주적으로 민주주의를 이룬 나라다. 옛 소련 같은 나라는 (분열되기 전) 자신들이 얼마나 막강한 권력을 가졌었는지, 과거를 생각하며 갖는 고통이 있다. 반대로 한국은 억압만 받아서 ‘큰 한국’을 상상하지 못한다. 통일이 되면 더 큰 힘을 가질 수도 있다는 비전과 상상이 없는 것이다. 다른 나라들은 옛 환상에 시달리지만 한국은 ‘앞으로’가 있다. 김 2005년, 독일 뉘른베르크를 여행할 때였다. 호텔 문이 잘 안 열려 불만을 표하니까 호텔 직원이 그러더라. “너희 나라는 잘살아서 그런 것도 잘되지만, 우리는 아니다”라고. 세계가 바뀌는 대충격이었다. 이전의 한국과 지금의 한국은 엄청나게 다른 나라라는 생각이 들더라. 통일이 되면 또 어찌 될지 모른다. -60여년 정전 체제를 뛰어넘는 문학은 어떠해야 하나. 김 다시 쓰고 싶다. 예를 들면 지금 백석 시인에 대해 쓰고 있는데, 시인의 경우 북한에서 숙청이 되고 난 후로는 시를 못 쓰고 살았다. 최대한의 능력을 동원해서 시인의 삶을 복원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념 말고 사람들 개개인의 삶을 쓰다 보면 그 당시 북한 체제가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었는지, 남한은 어땠는지를 알 수 있을 거다. 박 책의 시대는 지났기 때문에 문학보다 다른 걸로 극복해야 한다(웃음). 이야기에 개인적인 내러티브를 담으면 좋을 것 같다. 일본으로 건너간 북한인이 다시 북한을 찾아 가족들과 만나는 다큐멘터리를 굉장히 재밌게 봤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색채의 시인’ 금동원, 치유의 공간에 자연을 들여오다

    ‘색채의 시인’ 금동원, 치유의 공간에 자연을 들여오다

    ‘색채의 시인’ 금동원 작가의 초대 개인전이 오는 30일까지 서울 대학로 서울대학교치과병원 내 갤러리 치유에서 열린다. 작가는 자연에서 길어 올린 밝고 강렬한 색채의 회화로 널리 알려져 있다. 작가의 38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는 ‘사유의 숲’이라는 주제로 100호 크기의 유화 ‘아득한 은유-그 길, 시작의 시원’(2013)을 비롯해 유화·판화 20여점으로 꾸며졌다. 아울러 금 작가의 작품 속 색채와 이미지를 토대로 미디어 작가 현정훈이 작업한 프로젝션 증강현실 시연 작품 ‘생각을 넘어서’(BEYOND THOUGHT)도 소개된다. 전시 제목에서도 보여 주듯이 작가는 특유의 밝고 화사한 색상과 순수한 이미지들, 우주적인 도상들이 가득한 작품들로 병원 갤러리를 사유의 공간으로 바꿔 놓는다. 순수하고 강렬한 색채로 빛나는 꽃과 나무, 잎사귀, 나비, 바람, 구름, 하늘 호수 등을 바라보다 보면 마음에 평화가 깃든다. 이들 작품을 두고 서성록 미술평론가는 “금동원은 자연의 이미지들을 기계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자신만의 새로운 개념을 불어넣는다”며 “고치의 몸에서 누에를 뽑듯 자연에서 재미있는 기호와 형상을 찾아내 독특한 조형미를 구축한다”고 평했다. 작가는 “병원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열리는 전시여서 밝고 화사한 이미지의 판화 작품 위주로 공간을 꾸몄다”며 “환우들에게 희망과 위안이 되는 좋은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詩 한 줄에도 우주를 담을 수 있습니다”

    “詩 한 줄에도 우주를 담을 수 있습니다”

    거리 그를 향해 도는 별을태양은 버리지 않고 그 별을 향해 도는작은 별도 버리지 않는 그만한 거리 있어야끝이 없는 그리움“삶 자체가, 인생 자체가 시이고 문학이에요. 문인으로서 글을 쓰는 것하고 방송인으로서 방송을 한다거나 언론인으로 기사를 쓰는 게 다른 일이 아니에요. 세상 도처에 시가 널려 있는데, 단지 발견을 못할 뿐이죠. 사람들의 대화에도 시가 있고요. 이제 막 말 배운 어린아이들 하는 말에서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아요.” 유자효(72) 시인에게 시와 기사는 매한가지다. 1968년 신아일보 신춘문예에 시로 입선하고 1974년 KBS 기자로 입사한 이래 평생을 언론인과 시인을 오가며 살았다. 기자 시절 페루 쿠스코에서 스페인의 남아메리카 정복사를 목도하고 깜짝 놀란 시인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쿠스코 기행’이라는 긴 시를 썼다. 1980년대 말, KBS 파리 특파원으로 일하다 독일 통일 직전 귀국한 시인은 동구권의 몰락을 직접 목도했다. 인생과 생명에 관한 오롯한 성찰을 토대로 한 그의 시는 이렇게 쓰여졌다. 지난해 2월 펴낸 시집 ‘황금시대’(책만드는집)에 수록된 ‘거리’로 제27회 공초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은 평생을 ‘쓰며’ 살아왔다. 시든 기사든. 처음 글을 쓰던 학창시절에는 시와 소설을 가리지 않았다. 부산고 시절 문예반에 들어가 활동하면서 진해 군항제 백일장 등에서 장원을 수상했다. “고등학교 때 만든 교지를 보면 제 이름으로는 단편 소설이, 친구인 소설가 박영한(1947~2006·‘머나먼 쏭바강’, ‘왕룽일가’ 등을 썼다)의 이름으로는 시가 실려 있어요. 서울로 대학을 오면서는 가정교사를 하느라 워낙 바빴고, 직업 기자가 되면서 현실적으로 소설을 쓰기 어려워졌어요. 시는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요. 모든 게 운명적입니다. 하하.” 기자로 일하면서도 시집만 20여권을 펴내며 창작혼을 불태울 수 있었던 까닭은 고작 몇 줄에 응축된, 시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동문 선배 문인이신 김남조 선생님을 위한 행사에 후배인 이문열 소설가가 나와서 ‘제가 소설 몇 권으로 한 얘기를 선생님께서는 시 한 편으로 하셨네요’라고 하더라고요. 생각해 보면 유명한 장편 소설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결국 자식이 아버지를 죽이는 얘기잖아요? 조병화 시인이 쓴 시 ‘천적’에 나오는 ‘결국, 나의 천적은 나였던 거다’와 동급이에요. 그게 시의 힘이고, 시의 신비라서 인류가 오랜 기간 매달려 온 것 아닐까 싶어요.” ‘시 한 줄에 우주를 담을 수 있다’고 믿는 그가 펼쳐보인 우주가 수상작 ‘거리’다. 그의 시에는 우주의 질서가 사람 사이의 관계에도 그대로 투영된다는 평소 지론이 담겼다. “바람직한 인간관계는 태양과 지구, 달처럼 거리의 황금 비율을 유지하고 있을 때가 가장 아름답습니다. 조금만 가까워져도 불타고, 멀어지면 남이 되는 거죠.” 70년 인생을 살아오면서 깨달은 과유불급의 미학이다. 수상작이 실린 ‘황금시대’는 기실 시조집이다. 연시조도 아니고 단시조만 고집해 한 권의 시집을 만든 까닭에 대해 그는 말했다. “시조는 우리 민족의 문학적 자존심이에요. 몇 백 년 된 문학 장르를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경우는 한국의 시조나 일본의 하이쿠 정도 아니면 없죠. 일부 시조 시인들이 자유시 비슷한 시조를 쓰기도 하는데, 이렇게 되면 시조의 존립 의미 자체가 없어질 수 있어요. 시조는 그 정형성이 지켜졌을 때 전통시로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거리’는 시조라는 간결한 그릇 안에서 더욱 빛나는 듯하다. 올해로 등단 51년. 그간 달라진 게 있는지 물었다. 평생 시인으로 살았고, 시와 함께 자라고 늙어왔기에 큰 변화는 없단다. “젊은 시절 제가 추구했던 정신의 견고함 등은 중년으로 접어들면서 단단한 성스러움으로 발전됐어요. 장년이 되면서는 결국 우리가 이 세상에 온 까닭이 갖고 있는 사랑을 다 주기 위함이 아닌가, 이 사랑을 소진시키기 위해 세상을 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요.” 노년기로 접어들면서 중요한 건 거리와 시간이 아니라 마음이라는 생각을 한다는 시인. 최근 그의 관심은 다른 시간, 어쩌면 같은 마음일 1500년 전 신라 사람들에게로 뻗었다. “제가 전후의 비참함을 잘 아는 세대인데요. 오늘날 우리나라를 둘러싼 정세를 보면서 도대체 ‘신라는 어떻게 한반도 최초 통일 국가를 이룩했을까’ 그 시대의 사람들을 생각하게 돼요.” 그는 곧 경주에 내려가 그 시절 신라 사람들을 만나 연작시 ‘신라혼’을 끝맺을 계획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유자효 시인은 ▲1947년 부산 출생 ▲1975년 서울대 사범대 불어과 졸업 ▲1974~1991년 KBS 기자·파리 특파원 ▲1991~2009년 SBS 정치부·국제부장, 보도제작국장, 기획실·논설위원실 실장, 이사 ▲2007~2008년 한국방송기자클럽 회장 ▲2015년 서울시인협회 회장 ▲2002년 후광문학상·편운문학상 수상 ▲2005년 정지용문학상 수상 ▲2008년 유심작품상 수상 ▲2009년 한국문학상 수상 ▲현 지용회장 ▲현 구상선생기념사업회장 ▲현 계간 ‘시와시학’ 주간 ▲현 BBS불교방송 초대석 향기로운 만남 진행
  • 한국·헝가리 “침몰 유람선 실종자 수색, 선체 인양에 총력”

    한국·헝가리 “침몰 유람선 실종자 수색, 선체 인양에 총력”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 사고와 관련해 한국과 헝가리 정부는 31일(현지시간) 실종자 수색과 구조, 선체 인양 작업을 공조하며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페테르 시야트로 헝가리 외교부 장관은 이날 부다페스트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강 장관은 “헝가리 측에 실종자 수색 작업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이뤄지도록) 계속 협조해주실 것을 요청했다”며 시신 유실 방지, 다뉴브강 하류 지역 인접국과의 협조 등도 요청했다고 말했다. 유가족에 애도를 표한 시야트로 장관은 “배 인양에 모든 에너지와 힘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종된 한국인을 다 찾아내기 위해 모든 힘을 다하겠다”며 “사고 경위 조사, 수색 등 다방면으로 대책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선체 인양 작업과 관련해서는 필요한 장비와 기술 도입, 장비 배치 등에 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시야트로 장관은 다뉴브강 유속이 빠르고 수중 시야가 어둡기 때문에 침몰한 허블레아니호에 잠수 요원들이 진입하는 게 기술적으로 어렵다면서도 한국에서 도착할 특수 잠수요원들과 헝가리 잠수요원들이 함께 수색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원인과 관련해 강 장관은 헝가리 정부가 철저하고 엄중한 경찰 수사를 약속했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피해자 가족의 입국과 구조대 활동도 최대한 협력하고 편의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했고 시야트로 장관은 “유가족과 생존자가 부탁하는 대로 모든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강 장관과 시야트로 장관은 이번 사고에 대해 헝가리와 한국은 물론 오스트리아, 세르비아 등 국제사회가 협력하는 구조작업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부다페스트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서울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헝가리 경찰 “유람선 추돌사고, 크루즈선 선장 과실”

    헝가리 경찰 “유람선 추돌사고, 크루즈선 선장 과실”

    헝가리 유람선 추돌사고는 대형 크루즈선 선장의 과실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됐다. 갈 크리스토프 헝가리 경찰 대변인은 31일(현지시간) 연합뉴스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한국 관광객이 탄 유람선을 추돌한 ‘바이킹 시긴호’의 우크라이나인 선장의 과실이 법원 구속심사에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크리스토프 대변인은 크루즈선 선장의 과실이 무엇인지는 자세히 밝히지 않았다. 전날 현지 언론은 경찰 수사에서 우크라이나인 선장의 ‘태만과 부주의’ 혐의가 드러났다고 보도한 바 있다. 구조당국은 현재 실종자 수색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날 아침까지는 잠수부가 선체 내로 진입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토프 대변인은 “구조당국과 민간 잠수부들이 선체를 수색하려 하고 있으나 작업 여건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사고 지점은 탁한 수질로 시야가 흐리고 물살이 센데다 수온까지 낮아 잠수부가 작업하기에 매우 위험한 상태라는 것이다. 크리스토프 대변인은 또 빠른 물살로 실종자들이 다뉴브강을 따라 헝가리를 벗어났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다뉴브강 유역 각국에 공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부다페스트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서울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방시혁·이수만 ‘인터내셔널 뮤직 리더’ 2년 연속 선정

    방시혁·이수만 ‘인터내셔널 뮤직 리더’ 2년 연속 선정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가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가 선정한 ‘인터내셔널 뮤직 리더’로 2년 연속 선정됐다. 지난 30일(이하 현지시간) 대중문화 잡지 버라이어티는 6월 4~7일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음악박람회 미뎀에 맞춰 글로벌 음악 비즈니스를 이끄는 리더 35명을 발표했다. 이 잡지는 ‘인터내셔널 뮤직 임팩트 리포트’란 제목의 기사에서 음악산업 성장을 견인하는 ‘스트리밍’에 주목해 이 분야를 책임지는 글로벌 리더들을 소개했다. 방시혁 대표,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와 함께 워너뮤직그룹 스투 벌겐 대표, 라이브네이션 영국·아일랜드의 데니스 데스먼드 회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잡지는 방 대표에 대해 “그가 이끄는 빅히트는 방탄소년단이라는 세계 최고의 그룹을 보유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방탄소년단은 새 앨범 ‘맵 오브 더 솔 : 페르소나’까지 1년 내 3개 앨범이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하며 비틀스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고 말했다. 앞서 방 대표는 지난 28일 미국 빌보드가 선정한 ‘인터내셔널 파워 플레이어스’(International Power Players)에도 2년째 올랐다.이 총괄 프로듀서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가장 크고 영향력 있는 SM엔터테인먼트 설립자”라며 “최근 엑소, NCT 127, 레드벨벳, 레이 등 SM 소속 아티스트들은 미국 앨범 판매량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할아버지에게 찾아온 70년 전 소년병 기억

    할아버지에게 찾아온 70년 전 소년병 기억

    우리 할아버지는 열다섯 살 소년병입니다/박혜선 글/장준영 그림/위즈덤하우스/32쪽/1만 2000원 올해 여든다섯인 할아버지가 느닷없이 열다섯 살 소년이 됐다. 70년 전으로 돌아간 할아버지의 기억이 전쟁이 일어났던 열다섯 살 어느 한때에 머무른 탓이다. 엄마를 잊고 아빠를 잊고 자기 자신마저 잊었지만, 그날의 기억은 점점 또렷해진다. 그림책 ‘우리 할아버지는 열다섯 살 소년병입니다’는 치매에 걸려 기억이 전쟁에 멈춰버린 할아버지의 얘기다. 70년 전 전쟁의 상흔은 할아버지에게도, 가족들에게도 현재 진행형이다. 열다섯 소년병은 전쟁의 포화 속에 벌벌 떨고, 사람을 죽였던 과거에 몸서리친다. 그런 할아버지를 바라보며 가족들도 아프기는 마찬가지다. “좋은 날도 많았는데 왜 그날일까요?” “행복한 때도 많았는데 왜 그때일까요?” 의사 선생님에게 반문하는 아빠, 엄마의 말에는 할아버지가 그날의 기억에서 치유되도록 곁에서 돕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담겼다. 이 가족의 대처법, 열다섯 소년의 눈높이에서 할아버지를 안아 주고 토닥이는 일이다. “걱정하지 마, 네 잘못 아니란다.” 엄마는 할아버지가 그린 그림을 보고 칭찬하고 아빠는 잠든 할아버지의 머리를 어루만진다. ‘나’는 할아버지 옆에 누워 할아버지를 꼭 껴안는다. 제1호 연필시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 소천아동문학상을 받은 박혜선 작가가 쓰고, ‘고수머리 리케’ 등을 그린 장준영 작가가 그렸다. 색연필로 쓱쓱 그린 듯한 그림이 아련하듯 따스하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무의미한 듯 아닌 듯한 인물들의 대화… 즐기는 건 독자의 몫

    무의미한 듯 아닌 듯한 인물들의 대화… 즐기는 건 독자의 몫

    부드러움과 해변의 신/여성민 지음/민음사/344쪽/1만 2000원시인가 소설인가, 소설인가 시인가. 인물들이 주거니 받거니 하는 모습이 사뮈엘 베케트의 부조리극 ‘고도를 기다리며’ 같기도 하다. ‘부드러움과 해변의 신’은 2010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에 단편소설이, 2012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돼 등단한 여성민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이다. 따옴표도 없는 인물들의 대화를 쭉 따라가다 보면 손에 잡히는 스토리가 없어 불안하다. 그들은 늘 혼자 중얼거리거나 상대와 의미 없는 대화를 주고받고 시시한 일들을 벌인다. ‘부드러움들’에 등장하는 두 명의 ‘밥’(Bob)은 해변을 산책하며 모래 위에 누워 있거나, 조개껍데기를 줍는다. 해변에서 총을 찾는, 이들만큼이나 할 일 없어 보이는 여자에게 ‘밥’은 말한다. “당신을 돕고 싶어요. 할 수만 있다면. (중략) 그러나 그럴 수는 없어요. 우리는 카레를 만드는 사람이에요. 이 집은 카레를 파는 집이고요. 총을 사려면 총을 파는 사람에게 가야죠.”(33쪽) 느닷없이 뼈를 때리는 ‘밥’이다. 책에는 동명이인이 많이 나온다. ‘존’이 두 명 나오기도 하고 ‘밥’(Bob)이라는 단편에서는 ‘밥’만 5명이다. 그러나 소설 속에서 ‘이 밥’과 ‘저 밥’을 구분하는 일은 의미 없어 보인다. 그가 누구인가보다는 무슨 일을 하는지가, 그것을 독자가 어떻게 유희하는가가 중요하니까. 끝없이 쏟아지는 ‘이미지들’의 향연 속에 ‘양희은’이나 ‘봄밤’처럼 서사가 뚜렷한 작품도 눈길을 끈다. ‘봄밤’은 엄마의 묵인 아래 새아빠에게 성폭행당하는 ‘나’의 이야기다. 끊임없이 몸 곳곳에 나 있는 구멍에 골몰하는 ‘나’. 의식의 흐름 따라 정신없이 쓰인 것 같아도, 그 모습은 더없이 구체적이고 사실적이다. ‘작가의 말’처럼 ‘시류에서 먼 글’일 수는 있다. 그렇다 해도 이런 글이 꼭 나랑 맞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햇살 아래서 맥주 한잔에 혼곤한 정신으로 보면 좋을 것 같다. 읽는 게 아니고 보는 거다. 활자의 바다에서 그들이 유영하는 모습을. 이 밥과 저 밥이.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곽효환·김문주 ‘김달진문학상’ 수상

    곽효환·김문주 ‘김달진문학상’ 수상

    제30회 김달진문학상 수상자에 곽효환(52) 시인과 김문주(50) 문학평론가가 선정됐다. 수상작은 곽 시인의 시집 ‘너는’, 김 평론가의 평론집 ‘낯섦과 환대’이다. 곽 시인은 1996년 세계일보로 등단, 시집 ‘인디오 여인’, ‘지도에 없는 집’ 등을 펴냈다. 김 평론가는 200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부문으로 등단했으며 2007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됐다. 시상식은 오는 9월 28일 경남 창원 진해문화센터에서 열린다. 기념 시 낭독회는 새달 7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백주년기념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수없이 칠했어도 비워진 화폭…그는 예술가인가, 구도자인가

    수없이 칠했어도 비워진 화폭…그는 예술가인가, 구도자인가

    “여러분들이 들은 여러 가지 풍문에는 내가 뿔이 난 도깨비 같은 사람으로 묘사가 돼 있을 겁니다. 근데 아침에 뿔은 다 밀어내고 왔습니다. 하하.” 노(老)작가는 민머리를 연신 만지며 말했다. 오는 9월 1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여는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박서보(88) 작가다. 지난 1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뇌경색 투병의 여파로 휠체어에 앉아서도 30여분 넘게 자신의 예술 철학을 강변했다. ‘도깨비’란 미술계에서 교육자이자 행정가, 평론가로 전방위적으로 활약하며 ‘홍익대 사단’을 공고히 한 패권주의자라는 평을 의식한 언급 같았다. ‘지칠 줄 모르는 수행자’라는 설명이 붙은 전시에서는 그의 70여년 화업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진다. 1950년대 초기작부터 올해 새로 내놓는 신작까지 160여점의 작품을 다섯 시기로 구분해 선보인다. 그의 작업은 시기별 특징이 두드러진다. 첫 번째는 ‘원형질’ 시기다. 1956년 김충선, 문우식 등과 함께 도전과 창조정신을 촉구하는 ‘반국전 선언’을 발표한 작가는 1957년 한국 최초의 앵포르멜 작품 ‘회화 No.1’을 선보인다. 앵포르멜이란 제2차 세계대전 후 프랑스를 중심으로 일어난 새로운 회화운동으로 서정적 측면을 강조해 색채에 중점을 둔 표현주의적 추상예술이다. 구체적인 형태를 찾아볼 수 없는 ‘회화 No.1’에서 그는 대량 학살과 집단 폭력으로 인한 희생, 부조리 등 당대의 불안과 고독을 분출했다. 작가는 1960년대 후반 옵아트(기하학적 형태나 색채의 장력을 이용해 시각적 착각을 다룬 추상미술), 팝아트를 수용한 ‘유전질’ 연작을, 1969년 인간의 달 착륙과 무중력 상태에 영감을 받은 ‘허상’ 연작을 그린다. 이후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묘법’ 시리즈가 이어진다. 어린 아들의 서툰 글쓰기에서 착안, 캔버스에 유백색 물감을 칠하고 연필로 수없이 선을 그었다. 중기로 가면 1982년 닥종이를 재료로 사용해 한지의 물성을 극대화하면서 한지를 마르기 전에 문지르거나, 긁고 밀어 붙인 ‘지그재그 묘법’이 나타난다. 다섯 번째는 ‘후기 묘법’ 시기다. 1990년대 중반, 작가는 손의 흔적 대신 막대기나 자 등을 활용해 일정한 간격으로 고랑을 만드는 일에 골몰했다. ‘색채 묘법’이라고도 불리는 이 작업에서는 깊고 풍성한 색감이 강조됐다. 전시장 입구에 내걸린 대형 작품 2점은 작가가 올해 완성한 신작이다. 대표작 ‘묘법’ 시리즈가 각각 핑크색, 하늘색 바탕에 얹혔다. “그림에 내 생각을 담아내는 게 아니라 나라는 걸 비워내야 한다. 그래야 다른 사람이 와서 쉬어갈 수도 있다. 그림은 수신을 향한, 수행을 위한 도구 아닌가.” 멍하니 바라보노라면 70여년 쉬지 않고 현재 진행형인 작가의 분투가 느껴진다. 그림을 그리는 일은 예술인가, 구도인가, 둘 다인가. 작가는 그 답을 알 것 같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또 다른 한류 ‘K광고’ 거센 물결

    제일기획, 칸 광고제 심사위원 7명 배출 이노션, 소니 브라비아 유럽캠페인 수주 광고계에서도 한류(韓流)가 거세다. 국제 광고제 심사위원을 대거 배출하거나 대형 수주를 따내는 등 ‘K광고’가 글로벌 무대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제일기획은 다음달 17~21일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국제광고제인 ‘66회 칸라이언스’에서 임직원 7명이 심사위원을 맡는다고 29일 밝혔다. 국내 기업으로서는 역대 최다 심사위원 배출 기록을 세운 제일기획은 2008년부터 12년 연속 칸라이언스 심사위원 위촉 기록도 세웠다. 올해엔 특히 국내 기업 최초 이노베이션 부문 심사위원장으로 제일기획 본사 소속으로 글로벌 광고 제작을 담당하는 빌 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가 선정됐다. 칸라이어스 수상, 스파이크스 아시아 등의 국제 광고제 심사위원 경력을 갖춘 빌 염 CD는 “칸라이언스의 27개 부문 중 가장 도전적인 카테고리라 할 수 있는 이노베이션 부문에서 대한민국 광고회사를 대표해 심사위원장을 맡아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2016년 칸라이언스 모바일 부문 심사위원장을 역임한 말콤 포인튼 글로벌 CCO는 티타늄 부문 심사위원에 위촉됐다. 중국 총괄 풀리 차우 CEO는 인터스트리 크래프트 부문 심사위원에 선정돼 2013년에 이어 칸라이언스 심사위원이 됐다. 이 밖에 재클린 정 CD가 디지털 크래프트 부문, 이슬기 CD가 다이렉트 부문, 중국법인 필립 소리 CD가 BE&액티베이션 부문, 자회사인 센트레이드의 이오나 잠피르 CD가 다이렉트 부문 심사위원으로 선정됐다. 이노션은 유럽에서 수주 낭보를 전해 왔다. 최근 미국 시장에서 하이네켄을 영입했던 이노션 월드와이드는 소니의 프리미엄 TV 브랜드인 브라비아 신제품 광고 제작을 통해 영국 소재 소니 유럽을 신규 광고주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물 한 방울이 강을 이루고 폭포로 이어지는 화면과 TV를 유기적으로 연결한 소니 브라비아 캠페인 영상물인 AG9 제품 광고는 온라인에 공개됐다. 이노션은 브라비아 OLED TV 영상 외에 인쇄 광고 등 시각물 위주 전통 매체 캠페인 제작을 전담할 계획이다. 또 소니와 이어폰·헤드폰 같은 사운드 제품 및 카메라 품목 등을 대상으로 업무 범위 확대 협의를 이어 갈 방침이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김경주 시인 세월호 추모 전시 비평, 후배 작가가 대필

    김경주 시인 세월호 추모 전시 비평, 후배 작가가 대필

    중견 시인 김경주(43)가 쓴 세월호 추모 전시 비평을 후배 작가가 대필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표절 논란과 미투(#Me Too) 등이 연이어 터져나온 가운데 문단 내 윤리의식이 땅에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7일 미디어아티스트 흑표범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2016년에 선보인 세월호 추모 전시 ‘베가’(VEGA)의 전시 도록에 실렸던 김 시인의 비평 ‘서쪽 건너에 비치는 환시’가 대필에 의해 작성되었다는 사실을 최근 인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비평의 저자명을 차현지(32) 작가로 정정했다. ‘베가’는 세월호 참사로 아이를 잃은 어머니의 목소리를 찻길을 사이에 둔 관객들이 듣는 광경을 영상으로 기록한 작품이다. 글의 원 저자인 차 작가는 29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2016년 3월 김 시인에게 대필 제안을 받아 하루 안에 200자 원고지 기준 43장 분량의 글을 썼다”고 말했다. 차 작가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 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대필 경험을 자성하는 내용의 글을 김 시인의 실명을 밝히지 않은 채 올렸다. 김 시인은 이날 서울신문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대필’이라는 말을 썼지만 사건에 전후 상황이 있다”고 밝혔다. 2011년 소설로 등단한 차 작가는 김 시인이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로 활동하던 2010년 사제지간으로 만났다. 2001년 등단한 김 시인은 2009년 김수영문학상, 2009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등을 수상했으며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고래와 수증기’ 등을 펴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표절’ 신경숙에 ‘대필’ 김경주 … “세월호 전시 비평 제자가 대필”

    ‘표절’ 신경숙에 ‘대필’ 김경주 … “세월호 전시 비평 제자가 대필”

    중견 시인 김경주(사진·43)가 쓴 세월호 추모 전시 비평을 후배 작가가 대필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표절 논란과 미투(#Me Too) 등이 연이어 터져나온 가운데 문단 내 윤리의식이 땅에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7일 미디어아티스트 흑표범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2016년에 선보인 세월호 추모 전시 ‘베가 ‘(VEGA)의 전시 도록에 실렸던 김 시인의 비평 ‘서쪽 건너에 비치는 환시’가 대필에 의해 작성되었다는 사실을 최근 인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비평의 저자명을 차현지(32) 작가로 정정했다. ‘베가 ‘(VEGA) 세월호 참사로 아이를 잃은 어머니의 목소리를 찻길을 사이에 둔 관객들이 듣는 광경을 영상으로 기록한 작품이다. 글의 원 저자인 차 작가는 29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2016년 3월 김 시인에게 대필 제안을 받아 하루 안에 200자 원고지 기준 43장 분량의 글을 썼다”고 말했다. 차 작가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 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대필 경험을 자성하는 내용의 글을 김 시인의 실명을 밝히지 않은 채 올렸다. 이후 지난 5일 김 시인은 흑표범 작가에게 대필을 고백하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고, 이후 흑표범 작가가 사실 관계 확인에 나섰다. 김 시인은 이날 서울신문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대필’이라는 말을 썼지만 사건에 전후 상황이 있다”고 밝혔다. 2011년 소설로 등단한 차 작가는 김 시인이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로 활동하던 2010년 사제지간으로 만났다. 2001년 등단한 김 시인은 2009년 김수영문학상, 2009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등을 수상했으며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고래와 수증기’ 등을 펴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한국작가회의, 전국 고교생백일장 개최

    한국작가회의, 전국 고교생백일장 개최

    한국작가회의는 마포중앙도서관과 공동 주최로 새달 22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중앙도서관에서 제25회 전국 고교생백일장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해마다 1000여명의 학생 및 지도교사가 참가하는 백일장은 새달 20일까지 참가 접수를 받는다. 운문, 산문으로 2개 부문으로 나눠 한국작가회의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전체 1명을 뽑는 장원에게는 문화체육부장관 명의의 상장과 상금 30만원이 수여된다. 이어 차상(부문별 각 1명), 차하(각 3명), 입선(각 10명) 순이다. 이번 백일장에서는 김민정 시인의 특별 강연과, 젊은 작가들과의 개별 만남 행사가 펼쳐진다. 특별 강연 시간에는 시집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 등을 낸 김 시인의 창작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오답노트 같은 소설… 빈부·난민·페미니즘 모두 담아”

    “오답노트 같은 소설… 빈부·난민·페미니즘 모두 담아”

    “일부러 ‘다른 주제, 다른 방식으로 써야지’ 하며 변화를 시도했다기보다 말하자면 저한테는 이 소설이 오답노트 같아요. 소설을 쓰기 시작한 2012년 전후부터 살아오면서 내가 속한 공동체, 한국 사회가 문제를 잘못 풀어나가고 있는 것 같다는 의문이나 공포, 반성이 들 때마다 내가 내 글로 다시 한번 풀이를 해 보는 과정요.” 생각해 보면 조남주(41)의 소설은 늘 그랬다. ‘82년생 김지영’(이하 김지영)은 근 몇 년 새 한국문학이 내놓은 가장 강력한 오답노트였다. 그가 내놓은 신작 장편소설 ‘사하맨션’의 주제의식은 좀더 다층적이다. 빈부, 난민, 페미니즘 등 우리 사회의 뜨거운 논란거리들이 모두 담겼다. 기업의 인수로 탄생한 기묘한 도시국가 ‘타운’. 안전하고 부유하며 높은 삶의 질을 보장하는 타운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주민권을 지닌 사람과 체류권을 지닌 사람. 2년짜리 체류권도 갖지 못한, 거부당한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 ‘사하맨션’이다. 본국에서 살인을 저지른 도경과 그의 누나 진경, 낙태 시술을 하다 사고가 발생해 도망쳐 온 꽃님이 할머니, 날 때부터 눈이 없는 사라처럼 ‘없이 사는 사람들’이 모여 꾸려가는 돌봄의 공동체다.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작가는 “‘사하맨션’이라는 이름은 러시아 연방에 소속돼 있는 사하 공화국에서 따왔다”고 말했다. 인간이 거주하는 지역들 중 최저 기온인 영하 70도를 기록한 지역, 최고 기온은 30도가 넘어서 연교차가 100도에 육박하는 곳, 그러면서도 전 세계 다이아몬드의 50%가 매장돼 있다는 아이러니의 극치가 바로 사하다. 이름은 사하에서 왔지만, 실제 모티브는 홍콩의 구룡성채다. 홍콩, 중국 양쪽의 영향력이 모두 미치지 못했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난민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20세기의 마지막 무법지’라고 불리던 그곳이다. 등급 구분이 철저한 디스토피아적 공동체 구상은 일견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2013)를 떠올리게도 한다. 이들 디스토피아와의 차별을 위해 작가는 ‘시공간 미상’의 때와 장소를 상정하되, 현재에 천착한 이야기로 쓰려고 노력했단다. 그렇게 어디에나 있으되, 어디에도 없는 곳 ‘사하맨션’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변화의 주요 동력이 여성이라는 점만은 다른 작품들과 확연히 구분된다. 맨션으로 흘러들어 오는 어린 생명들을 계속해서 거두는 것은 꽃님이 할머니와 같은 노년 여성들이며, 맨션을 찾아온 경찰들에게 위협을 당한 사라를 위기에서 구출하는 건 여자이지만 완력이 센 ‘우미’다. 작가는 “페미니즘적인 주제를 염두에 두었던 건 맞지만 페미니즘만 염두에 둔 건 아니다”라면서도 “최근 우리 사회 이슈이고 개인적 관심사이기도 한 여성들 간의 연대, 육아나 교육의 문제가 소설 속에 자연스럽게 들어갔다”고 말했다. 소설 속에서 그려지는 노년 여성들의 모습은 작가가 특별히 애착을 가지고 쓴 부분이다. “한국의 보육 문제를 떠맡고 있는 노년 여성들의 보이지 않는 노동이 잊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적게 됐습니다.” 전반적으로 신종플루 또는 메르스 등으로 추정되는 신종 전염병 이야기, 5·18민주화운동을 연상케 하는 ‘나비 폭동’ 등 여러 이슈가 산재해 있어 ‘김지영’을 읽고 무릎을 친 저자라면 공감도는 다소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작가의 페미니즘은 여전히 진화 중이며, 그런 면에서 마지막 장은 ‘멋지다’. 출간 이래 한국에서만 105만부, 일본에서는 13만부 이상 팔린 ‘김지영’의 작가는 일본과 유럽 등에서 독자들의 여러 피드백을 받는다고 했다.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에서 일어난 본인들과 관계없는 이야기가 공감이 되고 보편적인 이야기로 읽힌다는 말들을 들어요.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들이 ‘한국 사회만의 이야기는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구나’라는 조남주 소설의 본질은, 이번에도 여전할 것 같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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