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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효석문학상 대상에 장은진 작가

    이효석문학상 대상에 장은진 작가

    이효석문학상 대상에 소설가 장은진(사진·43) 작가가 선정됐다. 이효석문학상을 공동 주최·주관하는 이효석문학재단·매일경제신문사는 5일 장 작가의 ‘외진 곳’이 제20회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고 5일 밝혔다.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발표된 중·단편소설을 대상으로 하는 이효석문학상은 올해 오정희·구효서·윤대녕 소설가, 방민호·정여울 문학평론가 등 5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수상작을 뽑았다. 1차 심사에서 김종광·김채원·손보미·장은진·정소현·최은영 소설가 등 총 6명의 작품을 후보작으로 선정했으며, 2차 심사를 통해 장 작가를 최종 선정했다. 심사위원단은 장 작가의 ‘외진 곳·을 2019년에 새로 쓴 ‘난쏘공’으로 비유하며 “우리 사회의 소수자들을 향한 따스한 연대와 공감의 에너지를 지니고 있고, 시대적 응전력과 서정적 감수성 모두를 지니고 있는 뛰어난 작품”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장 작가는 2002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에 당선되며 등단, 2004년 중앙일보 중앙신인문학상 단편소설 부문 수상, 2009년 제14회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키친 실험실’, ‘빈집을 두드리다’, 장편소설 ‘앨리스의 생활방식’,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 ‘날짜 없음’이 있다. 대상 상금은 3000만원이며, 후보작들에게는 우수작품상과 상금 200만원이 주어진다. 시상식은 새달 7일 낮 12시 강원 평창군 진부문화센터에서 열린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장정일이 돌아왔다 장정일식 詩語 들고

    장정일이 돌아왔다 장정일식 詩語 들고

    ‘냉무’(내용 없음)로 돌아왔다. 출판사는 ‘장정일이 돌아왔다’고 했고 누군가는 ‘시마(詩魔)가 돌아왔다’고 했다. 그러나 인터뷰 요청 메일을 보낸 기자에게 불과 몇 분 만에 돌아온 것은 ‘냉무’였다. 해설도, 추천사도 없는 시집을 덜렁 낸 시인. 32년 전, ‘무명’ 장정일의 시집에도 없던 그것들은 지금도 없고, 유명해지거나 말거나 장정일은 여전했다. 장정일(57)이 새 시집 ‘눈 속의 구조대’를 냈다. 그간 소설, 에세이, 희곡 등은 꾸준히 써 왔지만 시집은 꼬박 28년 만이다. 문학 교과서에도 나왔던 시 ‘햄버거에 대한 명상’을 쓴, ‘희대의 문제작’ 소설 ‘내게 거짓말을 해봐’를 쓴 그 장정일이다. ●28년 만에 내놓은 시집… 바뀐 것은 현실 인식 32년 전, 현대 자본주의 문명을 비판한 ‘햄버거에 대한 명상’을 쓴 시인은 여전히 문화적 기호에 민감하다. 예순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에는 방탄소년단이 등장하고, ‘쇼미더머니’와 ‘고등래퍼’가 나온다. 성역이 없기도 마찬가지다. ‘국위선양의 총체’ 방탄소년단 보고 ‘꺼지라’ 한다. 신에게도 마찬가지다. 하느님은 돌연, 성소수자 담론의 한복판으로 뛰어든다. ‘하느님 아버지, 하느님 아버지 하는데/논리적으로/하느님 어머니는 어디에 계신가?//하느님 아버지에게 부인이 없다면/논리적으로/우주는 하느님 똥구멍으로 나왔을 테지?//만약 하느님 혼자서 부인과 남편을 겸했다면/논리적으로/하느님은 쉬메일(Shemale) 아니신가?’(‘성소수자인 하느님’) 이 문제적 시에 대해 박혜진 문학평론가는 “성소수자를 배제하는 언어들에 대해 바로 반격하는, 정언에는 정언으로 대치해 누구나 보편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장정일식 퀴어 언어”라고 말했다. 바뀐 것은 오로지 현실 인식 하나다. 이는 ‘햄버거에 대한 명상’의 바통을 이어 받은 시 ‘시일야방성대곡’을 보면 알 수 있다. ‘2018년 3월 30일/맥도날드 경희대학교점이 폐점했다’로 시작하는 시는 ‘온통 맥도날드인 세상에서/우리는 장소를 잃어버렸다’로 끝맺는다. 그 시절 신(新)문물 햄버거에 열광했던 우리는, 이제 사라진 맥도날드 앞에서 나라 잃은 백성처럼 목놓아 운다. 시 ‘눈 속의 구조대’에서 ‘현대빌라’를 찾는 구조대는 마을 사람들도 모르는 ‘신현대빌라’ 앞에서 난감해한다. 눈으로 덮여 길이 없으며,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도 알 수 없는 기묘한 현대상이다. ‘눈 속의 구조대’는 ‘K2’, ‘불타는 집을 교대로 지킨다’ 같은 B안들 중에서 시인이 직접 고른 시집 제목이다. 그만큼 시인의 문제의식이 집약된 시라 할 것이다.●특유의 직설화법·노골적 표현… 장정일 “사회 비판 시집” ‘57년산 아웃사이더’ 시인에게서는 뜻밖에 얼핏 낙담이 보인다. 일련의 레시피를 읊던 ‘햄버거에 대한 명상’, 김춘수 ‘꽃’에 대한 패러디 ‘라디오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 같은 발랄함이 더는 보이지 않는다. 허희 문학평론가는 “웃음으로 치환되지 않는 강고한 현실이나 이 세계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근본적으로 회의를 품고 있는 게 아닐까 한다”며 “예전에는 ‘아버지’라든가, ‘미국’ 같은 기표 등 뚜렷한 적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현대 그 자체가 시인의 적이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시인은 ‘내가 없는 완벽한 세상/내가 없으면 더욱 아름다운 세계!’(‘내가 없는 세상’)라고 느낌표를 찍었다. 시인은 이번 시집을 80년대 스타일, 사회 비판 시집이라고 했다고 한다. ‘28년 만에 돌아온 한국 시단의 가장 날카로운 자리’라는 헤드카피를 붙인 편집자 서효인 시인은 “자기비판도 치열하고, 여전히 가장 날카로워서”라고 했다. 시 곳곳에 드러나는 시인 특유의 직설어법, 노골적 표현(가장 자주 등장하는 시어는 ‘항문’이다)은 누군가의 심기를 건드릴 수도 있다. 그러나 문학이 꼭 아름다워야 할 필요는 없고, 그래야 한다면 문학은 문학일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리얼 힙합’일지도.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29일부터 개최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오는 29일부터 내달 5일까지 개최된다.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이번 영화제는 서울 마포구 메가박스 상암과 문화비축기지서 열린다. 31개국 119편의 영화가 상영될 예정이다. 1일 서울 상암동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광수 집행위원장은 영화제 슬로건 ‘20+1, 벽을 깨는 얼굴들’에 대해 “올해는 영화제가 사람 나이로 성년이 된 첫해로, 앞으로 스무 해를 다부지게 하겠다는 의미”라면서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나아가는 길목에서 많은 여성이 벽을 깨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올해 개막작은 마케도니아 감독 테오나 스트루가르 미테브스카의 ‘신은 존재한다, 그녀의 이름은 페트루냐’로, 구세주 공현 축일 이벤트 속에서 심각한 곤경에 빠진 한 여성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구텐베르크 금속활자본, 우리 ‘직지’를 본떴다?

    구텐베르크 금속활자본, 우리 ‘직지’를 본떴다?

    1333년 교황 요한 22세의 편지고려왕에 보낸것으로 추정 주목 활자주조법도 비슷… 상상력 가미‘밀리언셀러’ 김진명(62) 작가가 새 장편 소설 ‘직지’(전 2권·쌤앤파커스)를 냈다. 소설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으로 공인받은 직지심체요절이 서양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인 구텐베르크 금속활자본의 뿌리가 됐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1333년 교황 요한 22세가 고려의 왕에게 보낸 걸로 보이는 편지를 주목했다. 당시 교황청과 고려 사이에 왕래가 있었다는 주장에서부터 직지와 구텐베르크 성경의 활자주조법 특징이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하고, 여기에 역사적 상상력을 가미했다. 소설은 대학에서 라틴어를 가르쳤던 전병우 교수가 무참히 살해된 채 발견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일간지 사회부 기자 김기연은 살해된 교수의 차량 내비게이션에서 최근 목적지가 청주 서원대임을 알아내고, 그의 휴대전화에서 ‘서원대 김정진 교수’라는 사람을 찾아낸다. 김 교수는 직지 알리기 운동을 펼치는 인물로, 구텐베르크 금속활자의 뿌리가 직지라 확신하고 있다. 그러던 중 바티칸 비밀 수장고에서 교황 요한 22세가 고려 충숙왕에게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오래된 양피지 편지가 발견된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나는 종종 최고(最古)의 목판본 다라니경, 최고(最古)의 금속활자 직지, 세계의 언어학자들이 꼽는 최고(最高)의 언어 한글, 최고(最高)의 메모리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지식 전달의 수단에 우리가 늘 앞서간다는 사실을 떠올려 본다”고 썼다. 작가는 직지에 얽힌 최신 학설에 프랑스 등 현지 취재, 현대 과학의 성과에 소설적 상상력을 더했다. ‘우리가 늘 앞서간다’는 작가의 확신에는 이론의 여지가 있더라도, 역사의 행간을 메우는 상상 그 자체는 죄가 없을 듯하다. 작가의 전작들처럼 속도감 넘치는 전개가 인상적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문학과지성사 새 산문 시리즈 ‘문지 에크리’ 출간

    문학과지성사 새 산문 시리즈 ‘문지 에크리’ 출간

    문학과지성사의 새 산문 시리즈 ‘문지 에크리’가 출간됐다. 첫 출간분은 고 김현(1942~1990) 문학평론가의 ‘사라짐, 맺힘’, 김혜순(65) 시인의 ‘여자짐승아시아하기’, 김소연(52) 시인의 ‘사랑에는 사랑이 없다’, 이광호(56) 문학평론가의 ‘너는 우연한 고양이’ 네 권이다. ‘에크리’란 프랑스어로 ‘씌어진 것’ 혹은 ‘쓰다’라는 뜻이다. 작가 한 명 한 명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최대한 자유로운 방식으로 구현한다는 취지다. 문학과지성사의 창립자이기도 한 고 김현 평론가는 문학 비평을 넘어 일상의 언어로 영화·음악·여행 등을 기술했다. 아시아 여성 최초로 캐나다의 그리핀 시 문학상을 수상한 김혜순 시인은 ‘페미니즘이 시와 만났을 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김소연 시인은 사랑을 명사가 아닌 동사형으로 이해하며 사랑의 유동성과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시도를 이어 가며, 두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는 이광호 평론가는 고양이의 매혹적인 세계를 펼쳐 보인다. ‘문지 에크리’는 이제니·나희덕·진은영·이장욱 시인과 소설가 정영문·한유주·정지돈 등의 산문집으로 이어진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석연치 않은 검열의 냄새? ‘기생충’ 상영 취소한 중국

    석연치 않은 검열의 냄새? ‘기생충’ 상영 취소한 중국

    “빈부격차 주제 사전 검열서 문제 됐나” CJ “기술적 이유라는 통보만 받아”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중국의 한 영화제에서 상영되려다 석연치 않은 이유로 상영이 취소됐다. 29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기생충’은 전날 중국 칭하이성 성도 시닝시에서 열린 시닝퍼스트청년영화제의 폐막식에서 상영될 예정이었다가 취소됐다. ‘기술적 이유’로 상영되지 못했다는 게 주최 측 설명이지만, 빈부 격차를 주제로 한 영화 내용이 사전 검열에서 문제가 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일 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 ‘팔백’(八伯)도 지난달 제22회 상하이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가 ‘기술적 이유’로 선보이지 못했다. 이 작품은 국민당 군인들의 활약상을 그린 것이 검열에서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생충’의 상영 취소 소식에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는 영화 상영이 연이어 불발되는 것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홍콩에서는 지난달 20일 영화가 개봉되는 등 이미 ‘기생충’을 접한 중국 영화 팬들 사이에서는 작품에 대한 호평이 대부분인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영화 리뷰 사이트 ‘더우반’이 매긴 ‘기생충’의 평점은 9.2점이었다. 이번 상영 취소와 관련해 ‘기생충’ 투자·배급사인 CJ ENM 측은 “중국 측으로부터 단지 ‘기술적 이유’라는 통보만 받았다. 그 외의 취지에 대해서는 전달받은 게 없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1004만 관객이 찾은 ‘기생충’은 프랑스를 비롯해 독일, 스페인, 대만, 홍콩 등 200여개 나라에 판권이 팔렸다. 중국과는 판권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좀 뛸 줄 아는 그녀…소시 말고, 배우 윤아도 괜찮네

    좀 뛸 줄 아는 그녀…소시 말고, 배우 윤아도 괜찮네

    조정석과 ‘재난 탈출 액션’ 연기 호평 “가수 활동 때 와이어 공연 경험 도움 전력 질주 많아 ‘컷’ 동시에 주저앉아”“소녀시대(소시) 활동을 하면서 공연장에서 짧게라도 와이어를 타 봤던 것들이 도움이 되더라고요. 온전히 제 힘으로 전력을 다해 달리는 신들이 너무 힘들어서 나중에는 ‘컷’ 하는 소리가 나자마자 주저앉아 버렸죠.” 지난 17일 영화 ‘엑시트’의 언론시사회에서는 주연 임윤아(29)에 대한 상찬이 쏟아졌다. ‘엑시트’는 청년 백수 용남(조정석)과 연회장 직원으로 취업한 대학 산악동아리 후배 의주(임윤아)가 용남의 어머니(고두심)의 칠순 잔치에서 만나 도심 전체에 퍼진 유독가스를 피해 모든 체력과 스킬을 동원해 고군분투하는 스토리다. 시종일관 달리고, 오르는 좌충우돌 ‘재난 탈출 액션’에서 조정석의 열연은 누구나 예측 가능했지만, 윤아에 대해서는 ‘판단 보류’였다. 그런데 그 긴 팔다리로 휙휙 날아다니며 시시각각 적확한 상황 판단을 내리는 한편 입꼬리가 휘어지도록 짠내 나게 우는 모습에, ‘배우 윤아’도 괜찮다는 평가를 끌어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윤아에게 ‘효리네민박’ 속 막힌 변기도 척척 뚫던 직원 윤아가 생각난다고 서두를 띄우자 “어느 정도 비슷한 부분이 있으니 배역에 끌려 선택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호응했다. “그래도 의주가 훨씬 저보다 더 용감하고 체력도 강하고…. 저는 생각만 하는 걸 의주는 직접 실행하죠. 닮고 싶은 부분이 많은 의주예요.” 영화 속 윤아는 잘도 달린다. 함께 달리던 조정석이 “너 100m 몇 초냐”고 묻는 게 대사이기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학창 시절, 계주 대표까지는 못해도 대표 후보 정도는 할 실력이었단다. “촬영 두세 달 전쯤부터 정석 오빠랑 연습장에 가서 김자비 선수한테 클라이밍 훈련을 받았어요. 그때부터 액션 스쿨에도 가서 건물 오르는 신 등은 미리미리 연습을 했어요.” 용남이 코를 납작하게 하는 과거 클라이밍 회상 신에도 직접 참여했다. 대역을 쓰기도 했지만 윤아 뒤태가 더 많이 나오는 이유다. 윤아는 ‘엑시트’를 포함해 여름 극장가에서 주목받는 한국영화 4편(‘나랏말싸미’·‘사자’·‘봉오동전투’)의 주연 중 홍일점이다. 심지어 영화로서는 첫 주연작. 부담이 클 법하다. “고생했던 스태프들 생각하면 더 잘됐으면 좋겠다”는 그는 “차트나 순위에 연연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라며 ‘13년차 스타’의 평정심을 내보였다. “작품을 고를 때나 곡 작업을 할 때 오로지 그 일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부분이 뭐가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본다”는 그는 이젠 배우로서 차근차근 성장하는 모습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아비를 잃은 최인훈의 딸이 말한다… “인생의 기본값은 신파”

    아비를 잃은 최인훈의 딸이 말한다… “인생의 기본값은 신파”

    ‘글 쓰는 일과 최대한 멀리 떨어진 일만 하고 싶었다. 그러나 사람의 일은 마음먹은 대로만은 되지 않는다. 나는 아버지에 대한 글을 쓰게 되었다.’ ‘광장’과 ‘밀실’을 두고 번민하다 결국 ‘영원한 중립국’으로 떠나는 이명준의 ‘광장’을 쓴 최인훈을 모르는 이는 없다. 지난 23일은 그의 1주기였고, 그의 딸 윤경씨가 쓴 책이 나왔다. ‘회색인의 자장가‘(삼인)다. 책은 짐작 가능하듯 대문호의 소탈한 일상을 담았다. 어린 딸에게 ‘걸스, 비 앰비셔스’라며 야망을 가지라고 당부하는 모습, 타령조로 모차르트의 자장가를 짚어가던 엉터리 이야기꾼의 모습, 아픈 아내 대신 딸의 머리를 서툴게 빗기던 모습 등이다. ‘뽀뽀뽀’ 시청을 금지당한 채 어린 나이에도 뉴스만 시청하는 건, 식탁에서도 늘 문학과 예술과 유토피아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건 전적으로 책 때문이라도 어린 딸은 생각했다. ‘책 때문에 손발이 모두 묶여버린 것 같았던’ 딸은 절대 문학과는 거리가 있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지만, 책을 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소설을 방법으로 인생을 생각하고, 인생을 방법으로 소설을 생각하려고 노력했다”는 아비의 딸 답게, ‘최인훈’을 떼놓고 보아도, 짐작 이상으로 좋은 산문집이다. 지난해 이맘 때, 우리는 한국문학의 거장을 잃었지만 윤경씨는 아버지를 잃었다. 그 마음을, 그는 이렇게 썼다. “아버지를 보내고 깨달은 것은 ‘인생의 기본값은 신파’라는 것이다. “우리는 살다가 어떤 큰일들을 만난다. 그 어떤 큰일들을 만나면 사람들은 별수없이 신파가 된다. 그 어떤 큰일들이 나의 일이 될 때 사람들은 별수없다. 울고 짠다. (중략) 정말 큰 사람들은 자기의 큰일도 남의 일보듯 의연하지만 그만큼이나 의연해지는 일은 신파보다 더 눈물나게 외롭고 슬픈 일이다.” 윤경씨는 “어렵고 복잡한 얘기는 아빠가 많이 했으니까 윤경이는 나중에 즐겁고 재미있는 글만 쓰는 사람이 되어도 좋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는데, 인생에 이런 말을 해주는 이가 단 한 명만 있어도 인생은 더 없이 살아볼 만한 것이 될 것 같다. 그것이 내 아버지라면, 더 말할 나위 없다. 미술을 전공하는 손녀 은규씨가 할아버지가 단박에 끊었던 담배, 할아버지가 마셨던 술병 등을 그렸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베스트셀러] 설민석의 삼국지, 출간하자마자 3위

    [베스트셀러] 설민석의 삼국지, 출간하자마자 3위

    역사 강사 설민석의 신간이 출간과 함께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랐다. 교보문고가 26일 온·오프라인 도서 판매량을 집계해 발표한 7월 셋째 주 종합 베스트 셀러 순위에서 ‘설민석의 삼국지’는 3위를 기록했다. 김영하 소설가의 에세이 ‘여행의 이유’는 14주째 1위, 이어 2위는 유시민의 ‘유럽 도시 기행1’, 4위는 유튜브 콘텐츠만화 ‘흔한 남매’다. ‘설민석의 삼국지’는 특히 40대 여성 독자의 구매가 35.4%로 가장 높아 눈에 띈다. 40대 독자가 51.5%로 전체 연령대의 반 이상을 차지해 개인 독서 뿐 아니라 방학을 맞아 자녀 교육용으로 함꼐 구매한 것으로 보인다. 유튜버 추천 책들은 여전히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승승 장구다. 인기 유튜버 ‘라이프해커 자청’을 통해서 화제가 된 책 ‘정리하는 뇌’는 종합 14위로 상승했고, 그가 추천사를 쓴 ‘클루지’도 9계단 상승한 34위를 기록했다. 다음은 교보문고 주간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 1. 여행의 이유(바캉스 에디션·김영하·문학동네) 2. 유럽 도시 기행. 1(유시민·생각의길) 3. 설민석의 삼국지. 1(설민석·세계사) 4. 흔한남매. 1(흔한남매·아이세움) 5. 죽음. 1(베르나르 베르베르·열린책들) 6. 천년의 질문. 1(조정래·해냄) 7.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샐리 티스데일·비잉) 8.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북캉스에디션·김수현·마음의숲) 9. 해커스 토익 기출 보카(데이비드 조·해커스어학연구소) 10. 아주 작은 습관의 힘(제임스 클리어 비즈니스북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1930년대 역사 속 전쟁·부패·정경 유착… 현재 진행형이다

    1930년대 역사 속 전쟁·부패·정경 유착… 현재 진행형이다

    그날의 비밀/에리크 뷔야르 지음/이재룡 옮김/열린책들/176쪽/1만 2800원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 공쿠르상 수상작. 제2차 세계 대전의 전운이 감도는 1930년대 유럽을 배경으로 역사서에나 등장할 법한 권력자들의 짤막한 이야기 16편을 담았다. 그들의 행동거지 하나하나를 보여주는 한편, 작가는 불쑥불쑥 난입해 그들의 작태를 논평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소설인 듯 소설이 아닌 것 같은 이야기, 에리크 뷔야르의 ‘그날의 비밀’이다. 소설은 1933년 2월 20일, 독일 대기업의 총수 24명이 모인 비밀 회동 이야기로 시작한다. 아돌프 히틀러와 헤르만 괴링을 만나는 자리인 이곳에는 오펠, 지멘스, 바이엘, 알리안츠 등 익숙한 이름들이 등장한다. 이어 희대의 독재자 히틀러를 시종장으로 착각한 영국 추밀원 의장 로드 핼리팩스, 히틀러 앞에서 비굴하기 짝이 없는 오스트리아의 작은 독재자 쿠르트 폰 슈슈니크 등 역사의 한 장면을 장식했지만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인물들의 면면이 이어진다.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히틀러나 괴링 같은 정치인들의 뻔뻔스러움에 더해 구스타프 크루프 같은 기업가들의 무덤덤함이다. 정치인, 군인들이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해도 기업가들은 놀라지 않는다. ‘그들은 뇌물과 뒷거래에 이골이 난 사람들’이며 ‘부패는 대기업의 회계 장부에서 긴축 불가 항목’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사람과 달라 죽지도 않으며, 결코 늙지 않는 신비한 육체’(15쪽)이다. 전쟁이 끝나고 히틀러가 죽고 다른 전범들이 처형당한 후에도 그들은 살아남았다. 나치당원의 금배지가 있던 자리에 독일 연방 공로 훈장을 달고서 말이다. 일상화된 부패, 정경 유착, 거대한 경제 권력의 위험성을 생각하게 되는 지점이다. 책의 마지막장은 크루프가 별장에서 자신의 아내, 아들과 식사하는 것으로 끝난다. 2차 대전 당시 강제 수용소에서 노동력을 빌려썼던 독일 철강 군수업체 프리드리히 크루프사를 이끌었던 크루프는 치매에 걸렸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재판을 받지 않았다. 냉전 속에서 아들 알프레트는 경영을 재개했다. 뷔야르는 말했다. ‘한순간이라도 이 모든 것이 먼 과거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마라’고. 포인트는 달라도, 일본 기업 제품 불매 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나는 현시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많은 책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어린이 책] 말랑말랑 풋풋한 감정…열세 살 소년소녀처럼 누군가를 좋아하나요?

    [어린이 책] 말랑말랑 풋풋한 감정…열세 살 소년소녀처럼 누군가를 좋아하나요?

    열세 살의 여름/이윤희 글·그림/창비/488쪽/2만원 녹화해서 돌려 보던 ‘미스테리 극장’, 친구와 비밀스럽게 주고받던 교환 일기, 주전자에 물 부어서 그리던 피구 경기장 라인을 기억한다면? ‘열세 살의 여름’을 추억으로 읽는가, 새롭게 읽는가가 결정될 것이다. 그러나 추억으로 읽든, 새롭게 읽든 거기 나오는 열세 살 소년 소녀의 마음일랑 이해 못할 게 없다.이윤희 작가의 장편 만화 ‘열세 살의 여름’은 어린이 잡지 ‘고래가 그랬어’에 동명으로 연재되었던 작품을 수정, 보완해 한 권의 단행본으로 나왔다. 1998년, 초등학교 6학년생 해원은 아빠의 근무지 부산의 바다에서 우연히 만난 같은 반 산호가 부쩍 마음에 쓰인다. 옆 반 진아와 함께 쓰는 교환 일기에도 섣불리 고백하지 못할 만큼. 한편, 새로 만난 짝지 우진은 시종일관 해원을 괴롭힌다. 공으로 해원을 맞히고도 “공 괜찮냐?”고 물을 만큼 짓궂다. 그러나 알고 보니 그 공, 사연이 있었다. 그날 산호는 해원에게 ‘밴드’를 건네며 말했다. “아까 사실 체육 시간에 그 공. 내가 널 맞힌 거거든. 우진이가 먼저 너한테 말 거는 바람에 미안하다고 말 못했어.” 해원의 답변은? “아, 아냐! 아까 하나도 안 아팠는데…. 나 머리 진짜 딱딱한가 봐!” (116쪽) 작가의 말처럼 연애 이전에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은 어떤 것인지 짚어보게 되는 책이다. 어른이 된 우리는 좋아하는 감정보다 조건, 결혼을 우선하지는 않는가. 누군가는 어린 친구들 감정의 결을 되짚으며 풋풋했던 시절로 돌아가고, 누군가는 지금 현재 진행형의 사랑을 떠올릴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좋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美서 한글 종합문예지 ‘한솔문학’ 창간

    미국 중남부 지역에서 한글 종합문예지 ‘한솔문학’이 창간됐다. ‘타향과 본향(本鄕)을 잇는 징검다리’를 표방한 한솔문학은 국내외 문인들이 함께하는 정통 문예지를 지향하고 있다. 발행인인 소설가 손용상씨는 25일 “미주 지역에 문예지들이 다양하게 있지만 협회나 동인들의 ‘동인지’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 많아 아쉬웠다”면서 “(한솔문학으로) 미주 문학인들을 더욱 튼튼하게 정립시킬 수 있는 새로운 문학적 기틀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소개했다. 창간을 위해 국내외 문인들에게 자문했고, 연 2회 출간할 예정이다. 현재 댈러스에 거주하는 손 작가는 경남 밀양 출신으로 1973년 ‘방생’이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영구와 땡칠이’ 남기남 감독 별세

    ‘영구와 땡칠이’ 남기남 감독 별세

    영화 ‘영구와 땡칠이’ 시리즈로 알려진 남기남 감독이 지난 24일 별세했다. 77세. 당뇨 합병증을 앓던 고인은 3개월 전 암 진단을 받고 입원, 투병 생활 중 이날 오후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1972년 영화 ‘내 딸아 울지 마라’로 데뷔한 고인은 충무로에서 ‘빨리 찍기의 전설’로 불렸다. “사흘이면 영화 한 편을 만든다”고 할 정도로 약 40년간 100편이 넘는 작품을 내놨다. ‘불타는 정무문’(1977), ‘불타는 소림사’(1978) 등 B급 액션 영화를 주로 연출하다 ‘영구와 땡칠이’(1989)부터는 아동 영화 연출에 집중했다. 유족으로는 부인과 아들, 며느리, 손자가 있다. 빈소는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장례식장 3층 7호실, 발인은 26일 낮 12시다. (02)792-1634.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국립한국문학관은 평가기관 아닌 수집·연구 공간”

    “국립한국문학관은 평가기관 아닌 수집·연구 공간”

    “복합 문화 공간으로 만들어 다양한 방식으로 시민들에게 문학을 전달하는 한편 흩어져 있는 자료, 망실 직전의 자료를 최대한 모아 후손들에게 전하고 연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기본입니다.” 염무웅 국립한국문학관 초대 관장은 24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법인 설립 이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포부를 밝혔다. 서울 은평구에 마련된 부지에 2022년 12월 건립을 목표로 하는 국립한국문학관은 지난 4월 법인을 설립하고 자료를 모으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까지 수집한 자료는 단행본, 연속간행물(신문 및 잡지), 작가 유품 등 유물을 포함해 7만 3000여건이다. 이 중 지난해 8월 서지학 권위자이자 국내 대표 문학 자료 소장가로 알려진 고 하동호 교수 유족이 기증한 자료가 5만 5000점에 달한다. 여기에 최근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의 유족이 소장 자료와 재산 30억원을 문학관에 기부했다. 문학관 측은 ‘상록수’를 쓴 일제강점기 저항문인 심훈(1901~1936)의 유족이 자료 기탁 의사를 표명해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자료들은 서지학자·국문학자들로 구성된 자료 수집 전문위원회가 소장 가치 등을 심의해 국립세종도서관 수장고에 보관한다. 자료 구축 관련 예산은 25억원이다. 문학관이 초판본 희귀 도서 구입에 나선 이후 경매가가 2~3배 이상 뛰었다면서 자료 확보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염 관장은 “원로 문인과 학자, 유족, 시민들의 적극적인 기증이 필요하다”고 했다. ‘친일 작가들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국립한국문학관은 한국 문학작품을 평가하는 기관이 아니라 수집·연구하는 것이 1차적 기능”이라며 “김문집·장혁주처럼 노골적으로 친일 행각을 벌였어도 그런 반민족적인 행태가 나타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사진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황병승 시인 자택서 숨진 채 발견

    황병승 시인 자택서 숨진 채 발견

    시인 황병승(49)씨가 지난 23일 오후 2시 20분쯤 경기 고양시 덕양구에 있는 한 연립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이곳에서 혼자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황씨의 모친이 “아들이 한 달가량 연락이 끊겼다”며 집 주소를 알려줘 119구조대가 출동해 창문을 통해 집 안에 들어가 보니, 작은 방에 엎드려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황씨 시신은 피부가 검게 변색됐을 만큼 부패가 진행된 상태였다. 집 안은 옷가지 등이 제대로 정리·정돈되지 않은 상태였으며 음식물쓰레기는 비닐봉투에 담긴 채 거실에 있었다. 황씨는 평소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 ‘파라21’을 통해 등단한 황 시인은 2000년대 중반 실험적인 시를 쓰는 ‘미래파’로 분류돼 조명받았다. ‘트랙과 들판의 별’, ‘여장남자 시코쿠’, ‘육체쇼와 전집’ 등 시집을 남겼으며 미당문학상, 박인환문학상을 받았다. 2016년 문단 내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 과정에서 고인이 강의를 나갔던 서울예대 캠퍼스에 성추문을 폭로하는 대자보가 붙으며 타격을 받았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애국 프레임에 갇힌 아이돌 나라

    애국 프레임에 갇힌 아이돌 나라

    오늘도 평화로운 아이돌 나라에 뜻밖에 퇴출 바람이 불었다.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 조치 이후 국내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나면서 트와이스, 아이즈원 등 걸그룹 내 일본 국적 멤버들의 퇴출운동으로까지 번졌다. 나라 간 정치·경제 갈등의 순간마다 아이돌 내 외국인 멤버로 불똥이 튄다. 이번 ‘평.시.기의 아이돌EYE’에서는 이들이 케이팝신으로 들어오게 된 유구한 역사와 그들을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 등을 한 번 톺아 보기로 했다.●유니클로 불매하듯… 아이돌 외국인 멤버는 나가라? 이정수 기자(이하 이) 한일 경제 갈등에 대한 국내 여론이 일본인 멤버를 둔 걸그룹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김윤하 대중문화평론가(이하 김) 한국에서 활동하는 일본인 연예인을 상품으로 치부하는 셈이죠. 물건 불매운동을 하듯이. 서효인 시인(이하 서) 정치·경제 분야에 문제가 생기면 문화 분야가 먼저 철퇴를 맞게 되죠. 중국의 ‘한한령’ 같은 것도 같은 맥락이잖아요. 어느 쪽으로든 문화 콘텐츠 외의 문제에서부터 시작된 불매 운동인데요. 김 그래도 예전보다는 다소 차분한 대응이 많아진 느낌이에요. 서 날마다 나오는 한일 경제 갈등 관련 뉴스는, 특히 정치권 반응은 자극적인데, 그에 비해서는 아이돌 팬덤이 상당히 점잖은 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김 생각해보면 예전에 대만 출신의 트와이스 쯔위가 대만 국기를 들었다가 논란이 되어 사과를 한 사건도 있었잖아요. 그렇게 국내외적으로 다양한 사건들을 겪으면서 대중들도 좀 더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게 된 게 아닐까 싶어요. 예전에 비해 면역력이 생겼다고 할까요. 이 몇 달 전에는 트와이스 사나가 인스타그램에 일본 연호가 바뀌는 것을 두고 ‘쓸쓸하다’고 글을 올려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쯔위 때는 대만 국기에 대해 사과를 했는데, 사나는 왜 사과하지 않느냐, 한국 팬들을 우습게 본다는 얘기가 있었어요. 쯔위 논란에 대해 ‘한한령 전이었으니까 중국시장을 염두에 두었던 것이었다, 한한령 이후였다면 굳이 사과를 했을까’라는 식으로 의문 제기하는 사람도 많아요. 서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해당 이슈에 멤버가 울면서 사과를 하는 동영상을 올리는 것은 상당히 비인권적인 모습이었죠.●외국인 멤버를 대하는 양가적 태도 이 1세대 아이돌부터, 아이돌 내 외국인 멤버를 영입했던 역사를 살펴보면 H.O.T.나 S.E.S 같은 그룹들에는 외국인 멤버는 아니지만 새로운 느낌을 주는 재외 교포 멤버들이 있었고요. 그 뒤에는 Y2K나 써클처럼 한중일 멤버가 고루 있는 아이돌들도 나타났습니다. 이후 특정 국가를 겨냥한 아이돌을 만들면서 그 나라 사람을 멤버에 넣거나 했죠. 김 사람들이 외국인 멤버를 대하는 태도가 너무 양가적입니다. 외국인 멤버들이 케이팝신에 들어오게 된 건 어떻게 보면 그 분야에서 필요로 했기 때문이잖아요. 물론 지금은 양상이 달라져서 케이팝을 동경하는 외국인들이 연습생이 돼 데뷔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외국어 이슈를 쉽게 해결하거나 주요 타깃으로 잡은 해당 국가와 정서적으로 가까워지기 위한 일종의 전략적 영입이었죠. 안팎에서도 그런 의미에서 외국인 멤버를 긍정적으로 쉽게 받아들였고요. 그렇게 좋다고 데려와 놓고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식으로 순식간에 태도가 바뀌는 걸 볼 때마다 제가 다 허탈해져요. 서 ‘글로벌’이라는 게 자유무역이 전제가 되는 거잖아요. 그 안에서 물자나 서비스가 이동하는 거죠. 근데 이런 격변기에 동아시아에서 외국인 멤버를 끼워서 글로벌하게 아이돌 활동을 하기가 참 어렵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불과 4~5년 전만 하더라도 획기적인 발상이었는데 말이죠. 역사적으로 민감한 사안은 시간이 흐른다거나 사과를 하면 해결이 가능하겠지만, 정부가 정책적으로 빗장을 걸어버리는 건 어떻게 안 되는 거니까…. 이런 추세라면 당분간은 자국민 중심으로 아이돌을 만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앞으로의 아이돌 속 외국인 멤버 경향은? 김 리스크 여부와 상관없이 외국인 멤버가 늘어날 가능성은 여전히 클 거라고 봅니다. 해외 진출 파이가 점점 커지고 있거든요. 요즘 국내시장은 음원에서 광고까지 아이돌에 별 관심이 없어요. 기획사들도 이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고요. 이 사실 국내 시장에 신경 안 쓰고 해외 투어만 노리고 데뷔하는 그룹도 많습니다. 김 아이돌 성공의 관건이 높은 국내 인지도나 다양한 연령대의 팬층이 아니라, 얼마나 공고한 팬덤을 꾸릴 수 있느냐가 되었어요. 그렇다면 여기저기 투어를 돌면서 다양한 해외 팬들을 공략해 보는 게 사실상 훨씬 유효한 방식이죠. 이 1세대 때부터 일본 진출에 대한 시도는 늘 있어서 그룹 내 일본인 멤버가 많았잖아요. 요즘엔 미국 시장을 많이 노리니까 향후에는 흑인이나 백인 멤버를 일부로라도 영입하려고 하지 않을까요. 애초에 데뷔를 국내에서 하지 않고, SM에서 NCT를 지역마다 만드려는 것처럼, 다른 기획사에서도 그런 노력을 기울일 수 있죠. 김 일리 있어요. 그러나 그런 그룹들이 케이팝의 주류가 될 수 있을까? 이 부분은 여전히 ‘물음표’로 남습니다. 한국에서 만든 케이팝 자체를 좋아해서 영어나 자국어가 아닌 한국어로 노래를 하면 더 좋아하는 해외팬들도 적지 않거든요. 서 엑소(EXO)의 ‘으르렁’을 볼 때 노래가 좋다는 생각만 했지, 중국인 멤버가 누구인지가 중요했나요? 김 그게 본령이 아닐까 합니다. 어쩌면 케이팝신은 지금껏 외국인 멤버들을 필요에 의해 언제든 바꿀 수 있는 대체재나 ‘한국을 좋아하는 외국인’ 프레임에만 가둬 생각해온 게 아닐까요. 이해도 배려도 일관성도 없이. 서 대중문화에 ‘외국인 리스크’라는 것도, 역사나 정치 같은 정무적인 문제가 이유가 되는 건 이상하잖아요. 그걸 분리해서 즐길 줄 아는 게 대중문화 소비자들의 진보라면 진보겠죠. 정리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대담자 소개합니다 김윤하(오른쪽) 대중음악평론가. 무대에 반해 시작한 케이팝 ‘덕질’도 어언 1n년차. 서효인(가운데) 시인, 작가, 문학편집자. 그러나 무엇보다 가요 애호가일 때가 가장 평화로운 사람. 이정수(왼쪽) ‘덕업일치’를 실현 중인 문화부 대중음악 담당기자. 그룹 소방차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던 꼬마가 몸만 자랐다.
  • 미당의 첫 시집 ‘화사집’ 초판본 한정판 1억에 팔려

    미당의 첫 시집 ‘화사집’ 초판본 한정판 1억에 팔려

    미당 서정주(1915∼2000)의 첫 시집 ‘화사집’(花蛇集·1941) 초판본 한정판이 경매에서 1억원에 팔렸다. 21일 화봉문고에 따르면 전날 서울 종로구 인사고전문화중심 갤러리에서 열린 제56회 화봉현장경매에 ‘화사집’ 한정판 100부 중 13번째 책이 나왔다. ‘자화상’ 등 시 24편이 수록된 이 책은 겉표지를 삼베로 꾸미고 책등 서명을 붉은 자수로 처리했다. 속표지에는 김영준이 그린 그림이 있다. 책은 경매 시작가 1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화봉문고 측은 “유사한 책이 국립중앙도서관에 있고, 동일 판본을 소장한 개인이 한두 명 있다는데 정확하지는 않다”며 “문학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서적”이라고 말했다. 이날 경매에선 김소월(1902∼1934) 시집 ‘진달래꽃’ 초판본이 시작가 7000만원으로 나왔지만 유찰됐다. 1925년 12월 매문사가 출간한 ‘진달래꽃’ 초판본은 총판매소가 중앙서림과 한성도서주식회사 두 곳이다. 경매에 나온 책은 중앙서림 총판본으로, 표지를 현대에 수리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사라진 공룡시대 복원 ‘뼈의 전쟁’

    사라진 공룡시대 복원 ‘뼈의 전쟁’

    작가 사후 발견된 1970년대 작품 영화 ‘쥬라기 공원’ 간접적 프리퀄 인간들의 욕망 끝의 허망함 경고1800년대 후반 미국 고생물학자 ‘마시’와 ‘코프’는 공룡 화석 발굴과 형태 복원을 둘러싸고 치열하게 경쟁했다. 비방, 인신공격은 물론이고 상대방이 발견한 화석을 도둑질하거나 서로 총질하는 일도 빈번했다 한다. 서부극 뺨치는 이들 경쟁을 일컬어 사람들은 ‘뼈의 전쟁’이라 불렀다. 소설 ‘드래곤 티스’는 영화 ‘쥬라기 공원’의 프리퀄이다. ‘쥬라기 공원’ 원작자인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TV·영화 프로듀서 마이클 크라이튼(1942~2008)이 이 소설로 공룡에 ‘입덕’했기 때문이다.작가 사후에 발견된 ‘드래곤 티스’는 1970년대 쓴 작가의 첫 작품이다. 미국자연사박물관 큐레이터인 E H 콜버트가 크라이튼에게 전설적인 두 고생물학자를 언급하며 소설로 써보라 제안하면서 ‘드래곤 티스’가 탄생했다. 내용상으로 쥬라기 공원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이 책이 아니었으면 크라이튼이 공룡 이야기에 천착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소설은 미국 동부의 부잣집 자제, 열여덟 살 예일대생 윌리엄 존슨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라이벌과 1000달러를 걸고 치기 어린 내기를 한 윌리엄. 여름내 서부로 여행을 떠나는 일이었다. 돈과 자존심이 걸려 있는 만큼 물러날 수 없었던 윌리엄은 괴짜로 소문난 예일대 고생물학과 마시 교수의 공룡 화석 탐사대에 지원한다.소설의 배경이 되는 1876년 미국 서부 지역은 황금을 향해 달려든 이들의 ‘골드러시’와 인디언과의 긴 전쟁으로 몸살을 앓는 중이었다. 또한, 아직 공룡의 존재를 확신할 수 없었고, 때문에 창조론과 다윈의 진화론이 첨예하게 대립하던 시절이기도 했다. 그러나 금을 찾겠다는 사람들의 욕망은 그칠 줄 몰랐고, 마시나 코프 같은 이에게 금 이상 가는 게 바로 공룡 화석이었다. 공룡 화석은 먼 고대 시대, 지구에 거대한 존재가 살았다는 것을 증명해내는 일이자, 자신들의 존재를 입증하는 토대였다. 이 와중에 별다른 신념도 없이 이들과 함께 하게 된 윌리엄의 심리 변화가 재밌다. 윌리엄에게 공룡 화석이란 ‘그 지긋지긋한 뼈’였다가 중반에는 “모두가 갈망하는 것을 차지하는 것보다 더 큰 기쁨이 있을까”라고 환희에 벅차 부르짖는 것이었다가, 나중에 가서는 ‘왜 쫓는지 본인도 잘 모르는’ 것이 된다. ‘쥬라기 공원’과 공통점이라면 사라진 시대를 발견하고 복원하는 일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큰 화를 부를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끝이 얼마나 허망한지를 보여준다는 데 있다. 크라이튼은 이와 관련, 작가의 말에 이렇게 남겼다. “이 소설에서 그려진 미 서부의 풍경은 그로부터 100여년 뒤, 아득한 옛날 공룡의 세상이 그러했듯, 머지않아 영원히 사라질 운명에 놓였다”(414쪽)고. 그러나 함께 남긴 소설 ‘그 후의 이야기’에는 실존 인물인 ‘코프’가 최초로 브론토사우루스 뼈대를 조립했으며, ‘마시’는 공룡 화석 80개를 발견해 손수 이름을 지었다고 적었다. 개인의 일생으로만 보면 허망한 일을 주야장천 썼던 크라이튼의 생애만 보아도, 새로운 진리를 좇는 일의 어려움을 경고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는 것이지 모험을 그치라는 뜻은 아닌 듯하다. 스포일러를 살짝 적자면, 철부지 도련님 윌리엄은 우여곡절 끝에 학교로 돌아오고, 아버지의 뜨거운 포옹을 받는다. 그러나 윌리엄은 전과는 분명히 다른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할머니 증언 없는 위안부 다큐 더 날카롭게 日 우익 찔렀다

    할머니 증언 없는 위안부 다큐 더 날카롭게 日 우익 찔렀다

    어려서 ‘일본군 위안부’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 부모님도, 선생님도 말해주지 않았다. 커서는 일본 내 인종 차별에 관한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가 일본 우익의 공격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처음 보도했던 우에무라 다카시 전 아사히신문 기자도 비슷한 처지에 놓였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오는 25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주전장’을 만든 일본계 미국인 2세 미키 데자키(36) 감독 얘기다. 2015년부터 3년간, 그는 한미일을 오가며 일본 우익 논객, 위안부 이슈 활동가, 사회학·법학자, 인권 변호사 등 30명을 만나 인터뷰했다. 16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한 카페에서 만난 감독은 “그때부터 머릿속에 ‘주전장’이 펼쳐졌다”고 했다. “원래 ‘주전장’은 일본 우익이 싸움터를 미국으로 확대하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다양한 인터뷰이를 만들면서 제 머릿속에서 일어났던 현상이 치고받고 싸우는 주(主) 전쟁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는 ‘20만’이라는 위안부 숫자, 매춘부인가 성노예인가 하는 문제, 강제 징집 여부 등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별 설명 없이 서로 상반되는 발언을 짧게짧게 교차 편집했다. ‘위안부 여성이 매춘의 대가로 1만엔을 받았다’는 사료를 근거로 내세우는 우익의 주장에 아베 고키 국제법 교수는 말한다. “노예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 의해 완전히 지배당하는 상태입니다. 이때 그녀들이 고액의 보수를 취하고 있었건 아니건 이는 노예제의 성립 여부와 상관이 없습니다.” ‘주전장’은 감정에 소구하지 않고, 논리로 날카롭게 파고들기 위해 잘 벼린 칼 같다. 위안부 할머니 보호시설인 ‘나눔의 집’까지 갔지만, 할머니들을 직접 인터뷰하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다. “현재 위안부 이슈가 처해 있는 입지는 ‘증언’보다는 ‘논쟁’의 영역이라 생각합니다. 일본 사람들은 피해자들 진술에서 일관성이 떨어지는 걸 트집 잡아 신뢰할 만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이미 선입견 가진 사람들에게 피해자 증언을 제시하는 것보다 이분들 증언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으며, 증언을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말하고 싶었습니다.” 영화에서 ‘위안부’라는 용어를 주로 쓰는 까닭도 본인 생각에 ‘매춘부’와 ‘성노예’라는 극단적인 입장들 사이 중립적인 용어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일본 개봉 후, 영화에 출연했던 우익 인사 3명은 상영 중지 요청 기자회견을 열어 그에게 ‘반일’ 딱지를 붙였다. 그러나 영화를 본 한 관객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반응은 “미키 데자키야말로 애국자”였다. 3년의 영화 제작 끝, 감독이 내린 결론은 이렇다. “성노예, 강제징집 등에 대한 정의를 합의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용어들의 법적 정의에 기초해서만 당시 사건에 대해 국제법정에서 다시 다룰 수 있을 거예요.”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밋밋한 ‘킹’ vs 송강호표 ‘왕’

    밋밋한 ‘킹’ vs 송강호표 ‘왕’

    뜻밖에 ‘심바 vs 송강호’다. 올 하반기 최대 기대작이라 불린 디즈니 실사 영화 ‘라이온 킹’(17일 개봉)과 ‘국민 배우’ 송강호가 세종 역을 맡은 영화 ‘나랏말싸미’(24일 개봉)가 일주일 간격으로 개봉한다. 지난 14일 ‘알라딘’이 역주행 신화로 1000만 관객을 동원하는 등 디즈니 열풍이 거센 상황에서 하반기 국내 영화 기대작(‘나랏말싸미’, ‘엑시트’, ‘사자’, ‘봉오동 전투’) 중 첫 타자로 ‘나랏말싸미’가 포문을 여는 셈이다. ‘라이온 킹’ 개봉에 맞춰 ‘나랏말싸미’와 함께 신랄하게 ‘털어’ 보았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25년 만에 다시 찾아온 감동, 그러나… 디즈니 고전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1994)이 25년 만에 최첨단 기술의 옷을 입고 새롭게 돌아왔다. ‘실사 영화’를 표방하지만 진짜 사자가 등장하는 건 아니고, 100% 컴퓨터 그래픽(CG)과 시각적 특수효과(VFX)로 직조한 실사 같은 CG다. ‘정글북’(2016)의 연출을 맡아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을 거머쥐었던 존 파브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바람에 휘날리는 사자 갈기, 꼬물거리는 어린 심바의 움직임 등을 보노라면, 고양이를 키워 본 사람이면 알 것이다. 아, 이거 ‘진짜’다. 감독이 “작품을 시작할 때부터 오리지널의 계승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다”고 강조한 것처럼, ‘라이온 킹’은 철저히 원작 스토리를 재현하는 것으로 이어 간다. 프라이드 랜드의 후계자인 어린 사자 ‘심바’가 삼촌 ‘스카’의 음모로 아버지 ‘무파사’를 잃고 왕국에서 쫓겨난 뒤, 죄책감에 시달리던 과거의 아픔을 딛고 ‘날라’와 친구들과 함께 진정한 자아와 왕좌를 되찾기 위한 모험을 시작한다. 그러나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한 스토리를 그대로 이어 간다면 결국 ‘실사의 힘’과 부가적인 콘텐츠로 변주를 줘야 하는데 뜻밖에 실사가 발목을 잡는다. 실사 동물들의 표정은 다양하기가 힘들고, 무파사와 스카를 구별하기도 힘들다. 애니메이션처럼 극적인 차이를 두기가 어려운 까닭이다. 날라가 된 비욘세가 ‘스피리트’(SPIRIT)을 부르는 데도 노래의 발원지가 누구인지를 알기 어렵다.‘N차 관람’의 핵심 변수가 될 4DX도 아쉬운 점이 많다. 모션 체어의 움직임은 내가 전지적 심바 시점인지, 하이에나 시점인지 알 수 없게 묘하게 싱크가 맞지 않는다. 야심 차게 선보인 ‘피톤치드’ 향기는 정글의 냄새라기엔 인위적이다. 4DX보다 두 눈 가득 대자연의 풍광을 담을 수 있는 IMAX 관람을 추천한다. 전체 관람가. 평점 ★★★(5개 만점).●우리가 몰랐던 한글 탄생 비화, 그러나… 제작과 기획, 각본 등 ‘영화밥’ 30년에 ‘나랏말싸미’로 첫 메가폰을 잡은 조철현 감독은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인간적인 빚이 많은 세종대왕의 이면을 그리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조 감독이 그린 ‘인간 세종’은 왕위에 오르기까지 피비린내 나는 권력 투쟁을 겪었으며 젊어서부터 과음·육식 등으로 인해 당뇨, 류머티즘관절염 등을 앓는 병자였다. 그런 점에서 송강호가 빚은 세종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보여진다. 역사책 속 ‘성군’의 아우라를 벗은 소탈한 세종이다. 한글 창제 과정에서 소리 글자인 산스크리트어를 할 줄 알았던 스님들이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점도 재밌다.그러나 이 세종, 어디서 봤던 임금 같다. ‘사도’(2015) 속 영조와 큰 차이가 보이지 않는 까닭이다. 영화마다 되풀이되는 송강호식 ‘유우머’도, 세종보다 송강호를 더 돋보이게 한다. ‘살인의 추억’ 이후 16년 만에 송강호와 스크린에서 재회한 신미 스님 역의 박해일은 시종일관 명언을 발사하지만 극에 잘 녹아들지 않는다. 한글 창제에 뛰어든 여러 플레이어들의 ‘사정’이 일리는 있지만 납득은 안 간다. 여러 ‘사정’을 보여 주려다 보니 몰입이 떨어진 탓인가. 영화의 중심을 잡는 건 세종에게 신미 스님을 소개하며 한글 창제를 독려하는 소헌왕후 역의 고 전미선이다. 외척으로 몰려 풍비박산 난 친정을 두고서도 끝끝내 아픔을 삼키는 소헌왕후는 글자를 몰라 친정에 기별조차 못하는 여인들의 한을 심지 굳은 연기로 풀어 나간다. 조 감독은 간담회 말미에 “두 명의 졸장부와 한 명의 대장부 이야기이며 대장부는 소헌왕후”라고 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전미선에게 진 빚이 많아 보였다. 전체 관람가.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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