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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리....두..............기의 시대, 마음..............빈틈........채우는 축복 같은.........그대.......................친구에게

    거.....리....두..............기의 시대, 마음..............빈틈........채우는 축복 같은.........그대.......................친구에게

    우정 관련 글 다듬고 일부 새로 써 학창시절·수녀원 입회 뒤·독자 등 여러 친구들에게 위로의 말 전해 “지금 바로 마음을 표현해라” 당부 코로나19 시대에 가장 잃기 쉬운 인간관계는 ‘친구’다. 가족이라는 혈연으로 묶이지도, 연인이라는 애련으로 엮이지도 않은 사이. 철저히 서로의 관심으로만 엮이는 관계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시대에 가장 소홀하기 쉽다.이해인(75) 수녀의 신작 에세이 ‘친구에게’(샘터)는 지난 반세기 동안 쓴 산문들 가운데 친구와의 우정에 관한 것만 골라 가다듬었다. 일부 새롭게 쓴 글도 있다. ‘머리글’에 그는 어느 한 사람이 아닌 인생의 친구 여럿을 염두에 두고 쓴 글이라고 밝혔다. 어린 시절 동무들, 학창 시절에 만난 친구들, 수녀원에 입회해 만난 동료들, 오래된 독자들, 영적 도움을 준 친지와 사제들, 편지로 꾸준히 만남을 이어 온 해외 독자 등이다. ‘이 모든 친구들이 저에게 다정한 애인이며 은인, 도반이며 수련장, 그리고 때로는 엄중한 스승의 역할도 해 주었습니다’(5쪽)라고 그는 썼다. 총 32편의 글은 어려운 시기 우정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친구는 내가 ‘누구를 흉보려고 하면 어느새 다른 이야기로 돌려서 나쁜 말을 못 하게’(42쪽) 하고, ‘나도 잊어버린 말을 잘도 기억’(44쪽)한다. “관심 있으면 잘 듣게 돼. 그러니까 친구잖아”라는 말에는 대꾸할 말이 없다. 수도자로, 시인으로서의 삶을 산 수녀가 쌓아 올린 우정에는 인간적인 면과 함께 범부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도저한 면이 있다. ‘나도 없는 여행길에서 네가 다른 사람들과/웃고 이야기하는 것을 질투하다가/많은 이들이 너를 좋아하는 것이 나에게도 선물이 된다 생각하니/마음이 편안해졌어.’(46쪽) 수녀는 ‘머리글’에서 코로나19 사태 속 인간관계의 의미를 되새겼다. 그는 소중한 이들을 위해 물리적 거리두기를 잘 지키면서도 마음을 멀리하거나 미루는 일은 없어야겠다고 말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존재임을 그 어느 때보다도 깊이 절감하는 날들입니다. 내가 누군가의 친구가 되고, 또 누군가 나의 친구가 되는 기쁨이야말로 살아서 누리는 가장 아름다운 축복일 것입니다.’(6~7쪽) 그가 말하는 축복의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지금 바로 상대에게 마음을 표현하면 된다. 짧은 글에 어울리는 수채화 같은 그림은 일러스트와 만화,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이규태씨가 그렸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음유시인’ 조창규, 데뷔 싱글 발표… ‘우리 둘만의 푸른밤’

    ‘음유시인’ 조창규, 데뷔 싱글 발표… ‘우리 둘만의 푸른밤’

    201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조창규 시인이 가수로 데뷔했다. 조 시인은 최근 데뷔 싱글 ‘우리 둘만의 푸른밤’을 발표했다. 지금껏 시만 써 왔던 시인이 곡 작업으로까지 활동 범위를 넓히려는 시도이다. 데뷔곡 ‘우리 둘만의 푸른밤’은 시적인 가사에 풍성한 현악기 선율이 돋보인다. “짝사랑하는 상대에게 처음 고백할 ?의 떨리는 심정으로 불렀다”는 조 시인의 노래에서는 여린 음색 속 순수한 사랑의 감정들이 느껴진다.전남 여수 출신의 조 시인은 201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쌈’이 당선되며 등단했다. 이후 작곡, 작사가로도 활발히 활동해왔다. 조 시인은 “앞으로도 꾸준히 좋은 노래를 만들어 대중들에게 다가갈 예정”이라며 “올 9월에 발표할 다음 곡을 구상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송인서적 기습 회생 신청 인터파크가 출판계 배신”

    출판계가 업계 2위 서적 도매상 인터파크송인서적의 기업회생절차 과정에서 모기업인 인터파크가 의지를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고 규탄했다. 인터파크송인서적 채권단은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인터파크 본사 앞에서 피해 업체 관계자 15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인터파크 규탄 출판인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채권단은 윤철호 사회평론 대표, 도진호 지노출판 대표 등 공동대표를 비롯한 피해 출판사들이다. 집회에는 이들과 함께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출판인회의, 한국전자출판협회, 1인출판협동조합 등 18개 출판 단체가 참여했다. 출판인들은 “출판계가 인터파크를 믿고 2017년 송인서적 인수 때 채무의 대부분을 탕감해 주는 대승적인 결단을 내렸지만, 인터파크는 코로나19 사태로 출판계가 힘든 시기를 감내하고 있는 지금 기습적으로 인터파크송인서적의 기업회생을 신청해 출판계를 배신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26일 인터파크송인서적의 기업회생 개시를 결정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숨죽인 극장가… 누가 깨울 것인가

    숨죽인 극장가… 누가 깨울 것인가

    7월 말~8월 초로 일컬어지는 여름 텐트폴 극장가. 연 관객 4분의1이 몰리는 최대 성수기는 한국 영화 3파전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가장 먼저 영화 ‘반도’가 오는 7월 15일 개봉을 확정 지은 가운데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와 ‘강철비2: 정상회담’은 8월 초 개봉을 앞두고 있다. 당초 7월 말 개봉을 예정했던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테넷’과 디즈니 액션 대작 ‘뮬란’이 개봉일을 각각 8월 12일, 8월 21일로 연기해 여름 대전에서는 다소 물러서게 됐다.●‘부산행’ 4년 후 살아남은 자들의 세상은 배급사 NEW가 선보이는 영화 ‘반도’는 천만 영화 ‘부산행’(2016)의 속편이다. 영화가 공개되기도 전에 2020 칸 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되는 한편, 북미·프랑스·중남미·대만에 선판매를 완료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반도’는 전작 ‘부산행’에서 4년이 흐른 뒤의 이야기다. 전대미문의 재난에서 살아남은 정석(강동원 분)은 피할 수 없는 제안에 다시 반도로 들어가고, 인간성을 상실한 631부대와 더욱 거세진 좀비떼의 습격을 받는다. 이들에게서 벗어나기 위한 정석과 민정(이정현 분) 가족의 탈출기를 그렸다. ‘서울역’(2016)부터 시작된 연상호 감독의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확장해 달리는 기차에서 광활한 도심으로 배경을 확장, 액션 스케일이 더욱 커졌다는 게 배급사 측 설명이다.●정상회담 중 납치된 남·북·미 세 정상 롯데컬처웍스가 8월 초 개봉을 예정한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은 또 다른 ‘천만 감독’ 양우석 감독의 작품이다. 양 감독은 2013년 부림사건을 다룬 영화 ‘변호인’으로 천만 관객을 달성한 바 있다. ‘강철비2: 정상회담’은 남북미 정상회담 중 북한의 쿠데타로 세 정상이 북한의 핵잠수함에 납치된 후 벌어지는 전쟁 직전의 위기 상황을 그리는 영화다. 남과 북의 이야기라는 데는 2017년 개봉한 전작 ‘강철비’와 크게 다를 바 없지만 배역에는 큰 변화가 생겼다. 전작에서 북한요원이었던 정우성은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로 분했고, 남한 외교안보수석으로 활약했던 곽도원은 북한 쿠데타의 장본인이 됐다.●암살자와 추격자의 사투 그린 액션물 CJ엔터테인먼트의 야심작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신세계’ 이후 7년 만에 재회한 황정민·이정재 콤비의 열연이 기대되는 작품이다. 마지막 청부살인 임무로 인해 다른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인남(황정민 분)과 추격자 레이(이정재 분)의 사투를 그린 액션물이다. 한국과 태국, 일본 3국을 넘나드는 글로벌 로케이션을 통한 다채로운 미장센이 돋보인다는 평이다. 전작 ‘오피스’(2014)로 칸 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됐던 홍원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살아있다’ 100만 돌파… 텐트폴 청신호 이들 텐트폴 시장의 흥행 전망은 밝다. 코로나19 사태로 대형 신작의 개봉 연기가 줄을 잇고, 극장 관객 수 최저를 연일 경신한 가운데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개봉한 유아인·박신혜 주연의 좀비 영화 ‘#살아있다’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100만을 돌파하며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6000원 할인권 배포 이벤트가 진행된 마지막 주 주말인 지난 26~28일 극장 관객 수도 99만 9250명으로 전주에서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를 기록했다. 전작의 흥행에 힘입거나 더 커진 스케일(‘반도’, ‘강철비2’), 화려한 라인업(‘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으로 이들 텐트폴 영화들이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밀리의서재, ‘나의 독서 패턴’ 알려주는 통계 서비스 오픈

    밀리의서재, ‘나의 독서 패턴’ 알려주는 통계 서비스 오픈

    독서 플랫폼 업체 밀리의서재가 개인의 독서 패턴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 ‘독서통계’를 오픈했다고 26일 밝혔다. 서비스 론칭 1000일 기념으로 제공되는 독서통계 서비스는 실제 회원의 독서 데이터를 바탕으로 독서량과 시간, 횟수, 자주 읽는 분야 등을 다양한 기준에 따라 직관적으로 제시함으로써 개인의 독서 습관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기획되었다. 하반기 중으로 예정된 밀리의서재 앱 4.0 업데이트에 앞서 첫 번째로 공개된 기능이다. 독서통계는 어떤 분야의 책을, 언제 주로 읽는지 시간대별로 제시해 개인의 독서 패턴과 활동을 다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월간과 연간 기준으로 자신의 읽은 도서 분야와 실제 권수를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전 달과 비교해 월 평균 독서 시간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밀리의서재는 새달부터 순차적으로 이뤄질 앱 ‘밀리의서재 4.0’ 업데이트를 앞두고 독서통계와 관련된 다양한 이벤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단독]백희나, ‘구름빵’ 저작권 소송서 최종 패소

    [단독]백희나, ‘구름빵’ 저작권 소송서 최종 패소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그림책 ‘구름빵’을 쓴 백희나(49) 작가가 출판사 등을 상대로 낸 저작권 소송이 최종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지난 25일 백 작가가 한솔교육과 한솔수북, 강원정보문화진흥원과 디피에스를 상대로 낸 소송 상고심에서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렸다. 한솔교육은 2004년 백 작가가 쓴 동화 구름빵을 출간한 곳이고, 한솔수북은 2013년 한솔교육의 출판사업 부문이 분할된 회사다. 강원정보문화진흥원과 디피에스는 한솔교육과 계약을 맺고 구름빵을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과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 심리불속행이랑 법 위반 등 특별한 사유가 없다고 판단될 때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기각하는 제도다. 백 작가는 26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심리조차 안 할 거란 생각은 안했기 때문에 처참한 상황”이라며 “더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아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 작가의 권리가 이거 밖에 안 되는 구나 라는 것을 안팎으로 확인한 결과로 본다”고 말했다. 조은희 한솔수북 대표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아직 공식적으로 입장을 정리하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재판부에서 업계 전체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본다”며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자세한 내용을 내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한솔수북 측은 2심 승소 이후 “백 작가에게 인세를 지급하고 소송이 끝나면 ‘구름빵’의 수익을 공익적 목적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2003년 백 작가는 출판사 한솔교육과 저작권양도계약을 통해 ‘구름빵’을 출간했고, 출판사로부터 추가 지급분까지 1850만원을 받았다. 이후 ‘구름빵’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백 작가는 해당 출판사인 한솔교육, 한솔수북을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걸었지만 1·2심 모두 패소, 최종적으로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이 내려졌다. 그 사이 백 작가는 지난 3월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고 일컬어지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수상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베스트셀러] 10주 1위 ‘더 해빙’, 상반기 최고 인기 도서

    [베스트셀러] 10주 1위 ‘더 해빙’, 상반기 최고 인기 도서

    부와 행운의 비밀을 파헤친 ‘더 해빙’이 10주간 연속 1위를 차지하며 올 상반기 가장 오랜 기간 1위를 지킨 책으로 등극했다. 26일 교보문고가 발표한 6월 셋째 주 온·오프라인 종합 베스트셀러 현황에 따르면 ‘더 해빙’이 1위에 올랐다.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와 ‘돈의 속성’이 나란히 전주보다 한 계단씩 상승해 2, 3위를 차지했다. 김훈의 신작 소설 ‘달 너머로 달리는 말’은 종합 10위로 전주 대비 14계단 뛰어올랐다. 전자책 플랫폼 ‘밀리의 서재’에서 연재한 후 책으로 출간, 애독자층의 기대감을 높였다. 경제경영 분야 도서의 강세도 이어지고 있다. 투자에 대한 관심으로 부동산, 주식 등의 재테크서와 ‘코로나 이후의 세계’, ‘코로나 투자 전쟁’ 등 코로나 시대의 경영전략 등을 다룬 도서가 상위권을 점령하고 있다. 아웃도어 업체 파타고니아의 성공 신화와 창업자 이본 쉬나드의 경영 철학을 풀이한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이 출간되자마자 14위에 진입했다. ‘파워 셀러’ 유홍준의 신작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중국편 3’은 발매 첫 주 44위를 기록했다. ◇ 교보문고 6월 둘째 주 베스트셀러 1. 더 해빙 (이서윤, 홍주연·수오서재) 2.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김수현·놀) 3. 돈의 속성 (김승호·스노우폭스북스) 4. 기억 (베르나르 베르베르·열린책들) 5. 보통의 언어들 (김이나·위즈덤하우스) 6. 코로나 이후의 세계 (제이슨 솅커·미디어숲) 7. 코로나 투자 전쟁 (정채진·페이지2북스) 8. 룬샷 (사피 바칼·흐름출판) 9.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2020) (강화길 등 7명·문학동네) 10. 달 너머로 달리는 말 (김훈·파람북)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오탁번 시인 “공초 선생처럼 올곧은 시인의 길 걷겠다”

    오탁번 시인 “공초 선생처럼 올곧은 시인의 길 걷겠다”

    “공초 선생의 시는 시적 수사나 기교의 차원을 단숨에 돌파해 절대적인 차원에 자리잡고 있는 매우 특별한 문학적 구조이자 장치입니다. 그의 시의식은 태초의 새벽 텅 빈 시공처럼 빅뱅 전야의 적막이며 무한대로 팽창해 가는 우주의 신비로운 전율과 맞닿아 있습니다.” 서울신문사가 주최하는 공초문학상의 스물여덟 번째 주인공인 오탁번(77) 시인은 특유의 넉살과 재치로 수상 소감을 읊었다. 25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28회 공초문학상 시상식에서 오 시인은 “오상순 선생은 우리 시단의 큰 어른으로 존경받았고 서거 57주년을 맞는 오늘날까지도 변함없는 숭모를 받고 계신다”며 “올곧은 시인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라는 선생의 말씀이 귀에 쟁쟁하게 들리는 것 같다”고 했다. “선생을 기리는 문학상을 받게 돼 크나큰 영광”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오 시인은 지난해 출간한 시집 ‘알요강’(현대시학)에 수록된 시 ‘하루해’로 올해 공초문학상을 수상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대한민국예술원 원로회원인 김남조 시인, 공초숭모회장인 이근배 대한민국예술원 회장, 유자효·김지헌·이두의 시인, 유성호 문학평론가 등 60여명의 내빈이 참석했다. 심사위원장인 이근배 회장은 “올해는 공초 선생이 참여했던 동인지 ‘폐허’ 창간 10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라며 “공초문학상을 제정할 때 구상 선생이 운영 회칙을 만들며 ‘인품도 보라’고 하셨는데 수상자 면면이 한국 시단을 이끌어 온 대표적인 시인들”이라고 평했다. 고광헌 서울신문사 사장은 “오 시인은 순수 우리말을 빼어난 시로 조탁하고 당대의 삶에 해학과 풍자, 유머를 가미해 우리 문단을 풍성하게 한 분”이라며 “뛰어난 시적 성취와 함께 후학을 가르치며 빼어난 문인들을 배출했다”고 말했다. 휠체어를 타고 시상식에 참석한 김남조 시인은 축사에서 “구도자이자 도인, 초인이었던 공초 선생의 이름을 딴 상을 제정해 28년간 기려 온 서울신문사에 존경을 표한다”고 말했다. 등단한 지 20년이 넘는 시인이 최근 1년 이내에 발간한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공초문학상은 한국 신시의 선구자인 공초 오상순 시인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92년 제정됐다. 1993년 이후 매년 신경림, 정현종, 천양희, 신달자, 정호승, 도종환, 유안진, 나태주 등 당대를 대표하는 시인들을 수상자로 배출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어린이 책] 인공지능 세상 ‘인간다움’이란

    [어린이 책] 인공지능 세상 ‘인간다움’이란

    인간의 능력을 훌쩍 뛰어넘더니 아예 문명의 주인 자리를 꿰찬 기계인간. 인간은 하루아침에 모든 걸 빼앗기고 황무지로 추방당한다. 자동차도, 항생제도, 전기도 없는 땅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다시 처음부터 기술을 발전시켜 나간다 해도 기계인간을 따라잡기 어려워 보인다. ‘써드’는 과학 교양화에 힘써 온 도서출판 동아시아의 어린이 브랜드 ‘동아시아사이언스’의 첫 책으로 출간됐다. 창비청소년문학상, 한낙원과학소설상 등을 수상한 최영희 작가의 어린이 SF 소설 ‘써드’는 디스토피아적 인공지능 세상을 배경으로 한다. 로봇에게 허락받은 곳에서 마을을 이루며 사는 인간들. 어느 날 숲에서 마을 주민 압둘라가 죽은 채 발견된다. 도시에서 온 로봇 조사관 리처드와 인간 소녀 요릿이 한 팀이 돼 숲을 조사하기 시작한다.‘써드’는 끊임없이 ‘인간다움이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아이들 눈높이에서 던진다. 기계인간에게 마음이 없다고 말하는 인간도 자신의 마음의 자리를 알지 못한다. 과학적으로 마음은 두뇌에서 발생하는 전기신호의 일종일 뿐. 그렇다면 전기신호로 움직이는 기계인간의 마음을 마음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써드’가 포착한 인간과 로봇 사이의 중요한 차이점 중 하나는 바로 ‘이야기’이다. 필요한 데이터만 접근하고 수집하는 로봇과 달리, 인간들은 오랜 시간 간접적으로 수많은 책의 이야기를 접하고 전승해 왔다. 마을의 할아버지가 온전치 않은 기억으로 전한 이야기의 빈틈을 메꾸는 건 아이들의 몫이며, 그것이 아이들 상상력의 원천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결핍의 역사에도 꺾이지 않은 예술열

    결핍의 역사에도 꺾이지 않은 예술열

    1930년대 말 서울 종로구 삼청동 언덕배기의 한 셋집은 어쩔 수 없이 풍진 인생들이 모여드는 공간이었다. 한때 이름난 기생이었던 언니와 유명 배우였으나 정신병을 얻어 하루에도 여러 기분을 오르락내리락하는 동생, 그런 어머니 밑에서 자라는 소녀 희수는 주인집 사람들이다. 그 집에는 마술사와 차력사, 하루에도 여러 번 가래를 뱉는 할아버지, 인력거꾼 아버지를 둔 소년 준이 세들어 산다. 손홍규 작가의 장편소설 ‘파르티잔 극장’은 해방 공간의 혼돈과 이어지는 전쟁의 참화 속을 살아가는 희수와 준의 이야기다. 그 시절 예인들이 잔뜩 모인 그 집의 배경처럼, 준과 희수는 자연스럽게 예술열을 키우게 된다. 춤을 배우는 희수는, 연극과 무대에 대한 동경을 가진 준과 함께 극장을 다니며 무대에 익숙해진다. 이들을 더욱 끈끈하게 잇는 건 결핍의 역사다. 희수는 엄마를, 준은 누나와 아버지를 잃었다. 그들에게 피붙이란 단순히 ‘사랑하는 가족’ 이상의 의미를 띤다. 끝내 화해하지 못하고 먼저 간 이들이며, 죽어서도 끝끝내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이다. 이들 두 사람을 둘러싼 시대 배경과 당대 문화예술계의 흐름은 버라이어티하다. 일제강점기의 좌익 운동과 사상검열, 해방공간에서의 좌우 충돌과 정치공작 앞에서 이들은 풍전등화다. 신파극에서 만담·막간극 등의 대중극과 신극으로, 궁중무용에서 서양 춤으로 이행해 가는 흐름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결코 풍진 시대에 휘둘리지만은 않는 것이 소설의 미덕이다. 시대적 배경을 이야기의 밑바탕에 자연스럽게 배치하고 희수와 준 두 사람의 관계와 마음의 움직임에 초점을 맞춘다. 희수와 준은 각자의 시점에서 서로를 서술하며 상대를 보듬기도 하고, 스스로와의 화해를 시도한다. 이들 주변에 놓인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담는 데도 적극적이다. 전쟁의 와중에 인민군 포로와 남부군 대원으로 재회한 희수와 준이 유격대원들의 신상과 이력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 등이 그렇다. 서로서로 이야기가 되고자 하는 욕망이 예술의 원천이며, 그러한 삶은 결코 무용하지 않다는 것을 소설은 부지런히 말한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제28회 공초문학상] “광부가 금 캐듯… 모국어 빛 발굴하는 게 시인의 몫”

    [제28회 공초문학상] “광부가 금 캐듯… 모국어 빛 발굴하는 게 시인의 몫”

    “공초 선생은 시를 손끝으로 잘 써서, 시적 기교가 좋아서 시인이 된 게 아니에요. 무한대의 자유로운 시의식과 무소유의 세계관을 자신의 삶의 방식과 혼연일체 육화시켜나간 분이에요. 내 나이가 선생과 비슷해지다 보니, 한발 물러서고 여유가 생기면서 ‘선생의 문학 정신과 근접해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희수를 넘긴 시인은 먼저 간 선생의 나이를 넘겨서야 그 뜻을 안다. 제28회 공초문학상을 수상한 오탁번(77) 시인의 말이다. 최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난 시인은 등단 이래 54년 간 오롯이 문학을 살아낸 인물이다. 그는 196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된 이후 시·소설이 차례로 당선된 신춘문예 3관왕이며, 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로 한국 문학을 연구하며 후학들을 가르쳐왔다. 2008년부터 2년 간 한국시인협회장을 지냈고, 시 전문 계간지 ‘시안’(詩眼)을 창간해 15년을 이끌었다. 수상작 ‘하루해’는 그의 자평에 따르면 ‘싱거운 시’다. 그도 그럴 것이 풍자와 해학이 넘쳐나는 그의 열 번째 시집 ‘알요강’(현대시학)에 담긴 시편들 중 ‘하루해’는 가장 얌전하다. ‘싱거운 시’는 그가 정년 퇴임 후 내려 간 고향 충북 제천에서 매일 같이 마주하는 풍경에서 나왔다. “수채화 그리듯, 보이는 그대로 그린” 풍경이다. 또한 ‘하루해’는 시인이 생각하는 예술혼이 그대로 담긴 시편이기도 하다. “한국전쟁 때 이중섭은 제주도 내려 가서 애들이 발가벗고 멱 감는 걸 그렸어요. ‘무찌르자 공산당’ 같은 구호가 없어도, 사람들은 그걸 보고 전쟁의 참화 속에서 마주하는 인간의 절대 빈곤, 고독을 느끼죠. 그런게 ‘예술’이에요.” ‘벼 익는 논배미마다 지는 해가 더딘’ 가을 농촌 정경을 그린 ‘하루해’를 두고 이병초 시인은 이렇게 적었다. ‘문명과 거리를 둔 가을의 갈피를 순정하게 보여줌으로써 돈과 속도에 쫓기는 오늘을 고요히 성찰하도록 한다.’ 시집 ‘알요강’에 담긴 시인의 시를 보다 보면 유독 갸웃하게 되는 것들이 많다. 예를 들면 누군가는 오타인 줄 알았다던 ‘닁큼’ 같은 단어들. ‘닁큼’은 ‘머뭇거리지 않고 가볍게 빨리’라는 뜻을 지닌 부사 ‘냉큼’의 큰 말로 순 우리말이다. 손자의 ‘알요강’(어린아이의 오줌을 누이는 작은 요강)을 사러 간 늙은 할아버지의 동작이 ‘냉큼’ 마냥 빠를 수 없다는 게 시인의 설명이다.“모국어의 빛나는 점, 좋은 점을 발굴해서 독자들한테 알리는 게 시인의 임무예요. 땅에서 금 캐고, 석탄 캐는 게 광부의 일이듯이.” 백석, 정지용의 시처럼 가장 좋은 시는 번역될 수 없다는 게 시인의 오래된 생각이다. 시인이 처음 문학을 접하게 된 것은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 ‘학원’이라는 잡지를 만나서다. 1952년 전쟁통에 창간된 학생잡지 ‘학원’은 이청준, 김원일, 황동규 등 수많은 학원세대를 낳았다. 한겨울, 방 안에서 잉크가 얼 정도로 가난해서 추웠던 시절, 가진 건 문학밖에 없었다고 그는 추억했다. “글을 안 쓰고 있으면 배 속에서 기생충이 꼼지락 대는 것만 같아요. 내가 우주 속에 존재하는 것을 확인하는 것, 스스로를 증명해 나가는 것이 문학입니다.” 시와 소설 등 문학으로서의 도구를 여러 개 지녔던 그는 “시는 나를 힐링하는 것이라면, 소설은 노동에 가깝다”고 말했다. 시인은 2018년에 소설 전집을, 지난해 열 번째 시집을 출간했다. 내년까지 부지런히 쓰면 열 한 번째 시집과 함께 2003년에 냈던 시 전집의 두 번째 버전을 낼 수 있을 것 같단다. 오랜 소망은 시와 소설이 합쳐진 듯한, 환상문학에 기반한 자전적인 장편 소설을 쓰는 것이다. “달나라 여행, 해저 탐험처럼 문학으로 썼던 거짓말 같은 일들이 다 현실로 이뤄졌잖아요. 문학이 상상하면 현실로 빚어지지요.” 시인의 오랜 상상도, 현실로 빚어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아 보였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오탁번 시인은 ▲1943년 충북 제천 출생 ▲1964년 고려대 영문과 입학 ▲196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 ▲196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69년 대한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고려대 국문과 대학원 입학 ▲1976년 수도여자사범대학 조교수 ▲1983년 고려대 국문과 박사 졸업 ▲1983~2008년 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 ▲1987년 한국문학작가상 수상 ▲1994년 동서문학상 수상 ▲1997년 정지용문학상 수상 ▲2008년 고려대 교수 정년 퇴임 ▲2008~2010년 한국시인협회 회장 ▲2010년 김삿갓문학상 수상, 은관문화훈장 수훈 ▲현 고려대 명예교수·원서문학관 관장
  • 한국전쟁 70년… 4K로 복원된 상흔과 치유의 기록

    한국전쟁 70년… 4K로 복원된 상흔과 치유의 기록

    한국전쟁 70년의 상흔과 치유의 역사를 영화로 만나는 장이 열린다. 한국영상자료원이 25일부터 문을 여는 온라인 기획전 ‘경계 위로 부는 바람’에는 희귀 극영화와 4K 디지털 복원 영화 12편이 유튜브 채널과 한국영화 포털 사이트 KMDb를 통해 무료로 상영된다. 한국 고전영화 중 ‘삼천만의 꽃다발’(1951)은 대중에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이다. 당시 대부분의 영화가 서울·경기 지역에서 제작됐지만 이 영화는 전쟁으로 인해 경남 마산에서 제작됐다. 지금까지 필름이 유실돼 실체를 확인할 수 없다가 올 초 영상자료원이 개인 소장자로부터 수집한 필름 프린트를 디지털로 복원했다. 수집 당시부터 음향이 없는 16㎜필름 프린트 일부만이 남아 있어 현재로는 러닝타임 44분의 무성으로만 감상이 가능하다. 그 외에도 ‘남부군’(1990), ‘장마’(1979), ‘짝코’(1973), ‘돌아오지 않는 해병’(1963) 등 6·25를 소재로 한 고전 영화들이 함께 상영된다. KMDb 사이트에서는 오는 30일부터 새달 13일까지 분단이 우리에게 미친 영향을 다각적으로 포착한 독립단편영화 7편을 상영한다. 박찬경 감독의 ‘반신반의’(2019)는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남한과 북한에서 간첩이 돼 버린 두 남녀가 새로운 사회에서 적응하면서 겪는 혼돈을 포착했다. 부지영 감독과 ‘대세 배우’ 이정은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던 ‘여보세요’(2018)는 치매 어머니를 보살피던 한 여인이 어느 날 아들을 찾아달라는 북한에서 온 전화를 받으면서 겪는 사건을 다룬다. 그 외에도 ‘전학생’(2015), ‘판문점 에어컨’(2018), ‘독개구리’(2011) 등이 함께 소개된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신경숙, 표절 파문 후 첫 장편 연재… ‘아버지에게 갔었어’

    신경숙, 표절 파문 후 첫 장편 연재… ‘아버지에게 갔었어’

    2015년 표절 파문 이후 지난해 중편소설을 발표하며 활동을 재개한 신경숙(57) 작가가 장편 연재를 시작했다. 도서출판 창비는 신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아버지에게 갔었어’를 창작과비평 웹매거진에 화·목요일 주 2회 연재한다고 23일 밝혔다. ‘아버지에게 갔었어’는 엄마의 입원으로 J시의 집에 홀로 남게 된 아버지를 보러 가기 위해 ‘나’가 기차에 오르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J시와 그 안에서 평생을 살아온 아버지의 지나온 삶이 작중 화자인 ‘나’의 글쓰기 문제와 결합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창비는 소설 속 아버지가 한국사회에서 흔히 그려지는 산업화세대의 아버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가부장적 인습이 없는 인물로 그려질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2008년 출간한 장편 ‘엄마를 부탁해’로 밀리언셀러에 올랐던 신 작가가 이번에는 ‘아버지’를 소재로 선택했다. 신 작가는 이날 웹진에 올린 글 ‘연재를 시작하며’에 “당신 뜻대로 되지 않은 힘겨움 앞에 서 계시는 나의 아버지께 이 작품을 드리고 싶은 마음으로 쓴다고 말하고 싶으나 사실은 오그라든 제 마음을 회복하기 위해 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적었다. 이어 “저는 슬픔과 모순을 심연에 품고 나아가야 하는 허망하고 불완전한 인간”이라며 “바람에 날려갈 한톨 먼지”라고도 했다.앞서 신 작가는 지난 2015년 6월 단편 ‘전설’이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과 유사하다는 표절 의혹이 제기되자 활동을 중단했다. 지난해 5월 계간 ‘창작과비평’에 중편 ‘배에 실린 것을 강은 알지 못한다’를 발표하며 활동을 재개한 그는 ‘작품을 발표하며’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표절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당시 “젊은 날 한순간의 방심으로 제 글쓰기에 중대한 실수가 발생했다”며 “모두 저의 잘못이고 불찰”이라고 밝혔다. ‘아버지에게 갔었어’는 오는 가을 연재가 끝나면 퇴고를 거쳐 올해 안에 단행본으로 출간된 예정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배우 소모하지 않은 첫 장르물, 그래서 내 자존감이 #살아있다”

    “배우 소모하지 않은 첫 장르물, 그래서 내 자존감이 #살아있다”

    좀비들 속 연결 끊겨도 사투하는 인간 배우의 역할·에너지·감정 크게 작용해 대본 속 ‘알 수 없는 막춤’도 전날 연습 “장르물에서 배우가 도구로 쓰인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살아있다’는 배우를 쉽게 소모하지 않았어요. 스타일리시한 매력이 있으면서도 배우의 역할, 에너지, 감정이 크게 작용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해볼 만한 작품이었습니다. 배우의 역할이 어느 정도 커야… 그것도 내 자존감이니까요.”‘식인’ 습성을 가진 핏빛 좀비들 사이에서, 인간으로 꼿꼿이 선 청년. 24일 개봉하는 영화 ‘#살아있다’ 속 유아인(34)이 가진 존재감이다. 서사의 힘이 압도적인 장르물에서도 인격체로서의 인간의 존엄과 아우라가 결코 희석되지 않는다.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아인은 첫 장르물 도전에 대해 “도전의식을 자극했다”고 말했다. ‘#살아있다’는 정체불명의 감염자들 사이에서 데이터, 와이파이 등 모든 연결망이 끊긴 채 살아남기 위한 사투를 그린 영화다. 할리우드 시나리오 작가 맷 네일러의 각본을 조일형 감독이 한국 정서에 맞게 새롭게 각색했다. 극 중반까지 40분 이상을 유아인은 홀로 고립된 청년 오준우를 연기하며 ‘원맨쇼’로 풀어간다. 아버지가 아끼는 양주를 꺼내 흠뻑 취하기도 하고, 가족들과 재회하는 환상에도 시달린다. 상대도 없이 혼자 블루스크린을 보며 연기해야 하는 순간이 많았지만, 매주 현장 편집본을 받아 보면서 균형을 잡아 나갔다. 특히 술 마시고 고성방가하는 장면은 ‘자유로운 영혼’ 유아인의 모습 그대로다. “대본에는 ‘알 수 없는 막춤을 춘다’ 정도로 적혀 있었어요. 전날 집에서 연습 영상을 찍어 감독님께 보내드렸죠.” 영화를 찍는 과정에서는 창작자로서 유아인의 면모가 여실히 드러난다. 워낙 본인 스스로 즉흥적인 성향이 강하고, 현장에서도 결코 뒤처지지 않았던 그는 자신의 의견을 기탄 없이 개진했다. 좀비들의 기괴한 몸동작을 만들어 낸 예효승 안무가도 유아인이 추천한 인물이다. 또 다른 생존자 유빈 역을 맡은 박신혜(30)와의 호흡은 연기 스타일이 워낙 달라 걱정했지만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무리 없이 맞춰 나갔다. “겉보기에 평화롭고 문제없이 흘러가는데 속으로 썩어 있는 그런 현장이 아니라 치열하고 뜨겁지만 소통하면서 연결고리를 갖는 현장”이었다고 기억했다. ‘노란색 까까머리’ 준우는 시간을 거슬러 ‘완득이’(2011)적부터 보여 온 소년·청년 유아인을 떠올리게 한다. 그간 선보여온 ‘베테랑’(2015)의 조태오, ‘사도’(2015)의 사도세자처럼 선 굵은 연기와는 결이 다르다. 이에 유아인은 “사실 조태오 같은 캐릭터들이 ‘번외편’”이라고 말했다. “원래 애정을 갖는 성향이 오준우에 가까워요. 옆집 청년 같은, 비범할 것 없이 그냥 흘러가는 귀염성 있는 인물요.” 그러나 유아인은 여러 경험들 이후 ‘돌아온 옆집 청년’은 이전과는 다르리라고 말했다. “다양한 퍼즐링을 통해서 입체적이고 다채로운 롤을 만들어 가는 게 숙제인 거 같아요.”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살아있다’ 유아인 “배우 쉽게 소모하지 않는 장르물 첫 도전”

    ‘#살아있다’ 유아인 “배우 쉽게 소모하지 않는 장르물 첫 도전”

    “장르물에서 배우가 도구로 쓰인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살아있다’는 배우를 쉽게 소모하지 않았어요. 스타일리시한 매력이 있으면서도 배우의 역할, 에너지, 감정이 크게 작용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해볼 만한 작품이었습니다. 배우의 역할이 어느 정도 커야… 그것도 내 자존감이니까요.” ‘식인’ 습성을 가진 핏빛 좀비들 사이에서, 인간으로 꼿꼿이 선 청년. 24일 개봉하는 영화 ‘#살아있다’ 속 유아인(34)이 가진 존재감이다. 서사의 힘이 압도적인 장르물에서도 인격체로서의 인간의 존엄과 아우라가 결코 희석되지 않는다.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아인은 첫 장르물 도전에 대해 “도전의식을 자극했다”고 말했다. ‘#살아있다’는 정체불명의 감염자들 사이에서 데이터, 와이파이 등 모든 연결망이 끊긴 채 살아남기 위한 사투를 그린 영화다. 할리우드 시나리오 작가 맷 네일러의 각본을 조일형 감독이 한국 정서에 맞게 새롭게 각색했다. 극 중반까지 40분 이상을 유아인은 홀로 고립된 청년 오준우를 연기하며 ‘원맨쇼’로 풀어간다. 아버지가 아끼는 양주를 꺼내 흠뻑 취하기도 하고, 가족들과 재회하는 환상에도 시달린다. 상대도 없이 혼자 블루스크린을 보며 연기해야 하는 순간이 많았지만, 매주 현장 편집본을 받아 보면서 균형을 잡아 나갔다. 특히 술 마시고 고성방가하는 장면은 ‘자유로운 영혼’ 유아인의 모습 그대로다. “대본에는 ‘알 수 없는 막춤을 춘다’ 정도로 적혀 있었어요. 전날 집에서 연습 영상을 찍어 감독님께 보내드렸죠.”영화를 찍는 과정에서는 창작자로서 유아인의 면모가 여실히 드러난다. 워낙 본인 스스로 즉흥적인 성향이 강하고, 현장에서도 결코 뒤처지지 않았던 그는 자신의 의견을 기탄 없이 개진했다. 좀비들의 기괴한 몸동작을 만들어 낸 예효승 안무가도 유아인이 추천한 인물이다. 또 다른 생존자 유빈 역을 맡은 박신혜(30)와의 호흡은 연기 스타일이 워낙 달라 걱정했지만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무리 없이 맞춰 나갔다. “겉보기에 평화롭고 문제없이 흘러가는데 속으로 썩어 있는 그런 현장이 아니라 치열하고 뜨겁지만 소통하면서 연결고리를 갖는 현장”이었다고 기억했다. ‘노란색 까까머리’ 준우는 시간을 거슬러 ‘완득이’(2011)적부터 보여 온 소년·청년 유아인을 떠올리게 한다. 그간 선보여온 ‘베테랑’(2015)의 조태오, ‘사도’(2015)의 사도세자처럼 선 굵은 연기와는 결이 다르다. 이에 유아인은 “사실 조태오 같은 캐릭터들이 ‘번외편’”이라고 말했다. “원래 애정을 갖는 성향이 오준우에 가까워요. 옆집 청년 같은, 비범할 것 없이 그냥 흘러가는 귀염성 있는 인물요.” 그러나 유아인은 여러 경험들 이후 ‘돌아온 옆집 청년’은 이전과는 다르리라고 말했다. “다양한 퍼즐링을 통해서 입체적이고 다채로운 롤을 만들어 가는 게 숙제인 거 같아요.”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소설 ‘겨울여자’ 쓴 조해일 작가 별세

    소설 ‘겨울여자’ 쓴 조해일 작가 별세

    소설 ‘아메리카’, ‘겨울여자’ 등을 썼던 조해일(본명 조해룡)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가 19일 별세했다. 79세. 고인은 1941년 만주 하얼빈에서 태어나 1945년 해방을 맞고 귀국했다. 경희대 국어국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197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매일 죽는 사람’이 당선돼 등단했다. 고인은 일상 속에 만연된 폭력의 여러 양상을 우의적으로 형상화했으며, 1970년대 송영, 조선작과 함꼐 활발한 작품활동을 했다. 대표작으로는 미군 부대 기지촌 여성들의 소외된 삶을 조명한 ‘아메리카’를 비롯, 소설집 ‘왕십리’, ‘무쇠탈’, ‘임꺽정에 관한 일곱 개의 이야기’ 등이 있다. 특히 장편 ‘겨울여자’는 1975년 중앙일보에 연재했다 단행본으로 출간해 베스트셀러가 됐다. 1970년대 대중소설의 전형인 ‘겨울여자’는 1977년 장미희·신성일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져 큰 사랑을 받았다. 고인은 경희대, 서울예전 전임강사를 거쳐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들에게 소설 창작을 지도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정굉미씨와 아들 대형씨가 있다. 빈소는 경희의료원 장례식장 303호. 발인은 21일 오전 9시.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교묘한 편견 옥죄어 와도, 여성은 이제 지지 않는다

    교묘한 편견 옥죄어 와도, 여성은 이제 지지 않는다

    대상화되지 않고 주체적인 여성들 가족·친척·시가 속 미묘한 갈등에도 스스로 삶 선물하려 가시밭길 선택 ‘달려라 아비’를 쓴 김애란 작가는 “소설이 주는 위로란 따뜻함이 아니라 정확함에서 오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그 말에서 힌트를 얻자면, 강화길의 소설은 막힌 혈을 뚫는 바늘 같은 존재다. 그의 여성 서사는 일방향적이지 않고 다층적이며, 그의 소설 속 여성은 대상화되지 않고 주체적이다. 그의 두 번째 소설집 ‘화이트 호스’는 바늘 같은 정확함이 주는 위로의 장이다.‘화이트 호스’ 속 여성 인물들은 더이상 모르고 당하지 않는다. 다 알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대처하는 사람들이다. 생존을 위해 자신이 처한 상황을 속속들이 파악해 한결 넓어진 이들의 시야에는 여성의 신체에 가해지는 위협뿐 아니라 소문과 험담, 부당한 인식과 관습 등이 포착된다. 그 교묘한 실상을 파악하는 과정에서부터 소설 전반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지만, 본 게임은 지금부터다. 알기 전엔 약자였으되 알고 나서는 더이상 약자가 아닌 여성이 벌이는 자기 주도적인 행동들. 여기서부터가 강화길 소설이 주는 숨막히는 서스펜스다. ‘화이트 호스’의 포문을 여는 ‘음복’은 올해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작이다. ‘나’는 새댁으로서 처음 참석한 시가 제사에서 무례한 언사를 쏘아붙이는 시고모와 맞닥뜨린다. “아기 말이야, 아기. 안 낳아?”(12쪽)라며 대뜸 쏘아붙이는 어느 집안에나 있는 악역 같은 사람. 그러나 자신의 친정에서 벌어지는 외삼촌과 엄마 사이, 미묘한 갈등 관계 등을 떠올리던 ‘나’는 거듭되는 고모의 공격에도 속 편한 자신의 남편 정우가 이 집의 진정한 악역임을 깨닫게 된다. ‘가원佳圓’도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느닷없이 사라진 할머니를 찾기 위해 살아생전 할아버지의 기억을 소환하는 ‘나’. 무능력하지만 사람 좋았던 할아버지와 생활력 좋지만 그악스러웠던 할머니의 이야기는 대를 건너뛸 것도 없이 흔한 우리네 엄마·아빠 서사다. 악역을 자처한 할머니 또는 엄마 때문에 우리의 오늘이 있음을 이제는 알지만 ‘왜 어째서. 그 무책임한 남자를 미워하는 것이, 이 미련한 여자를 사랑하는 것보다 힘든 것일까.’(73쪽) 이어지는 소설 ‘손’이 만드는 풍경은 그로테스크하지만 손에 닿을 듯 가깝다. 남편의 해외 파견으로 딸 하나 데리고 시어머니가 있는 시골 마을에 전근 온 초등학교 교사는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자신과 딸을 수성하려고 한다. 시어머니와 마을 이장과 ‘연자네’라 불리는 아주머니 사이의 미묘한 삼각관계, 이들의 손자들을 둘러싸고 재생산되는 권력관계를 감지한 ‘나’는 편집증적인 태도를 드러낸다. 그의 행동이 과한가 싶으면서도 이해되는 까닭은 비슷한 위험에 우리 모두가 노출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서우’와 ‘오물자의 출현’, ‘화이트 호스’에서 느끼는 감정도 매한가지다. 책의 끝을 장식하는 작품 ‘카밀라’에 나오는 언설처럼 “삶이란, 누군가에게 선물받을 수 있는 그런 게 아니”(244쪽)다. 그런 점에서 ‘화이트 호스’는 삶을 스스로에게 선물하기 위해 분투하는 여자들의 얘기다. 그렇다면 삶을 선물받은 ‘음복’ 속 남편 같은 이의 삶은 행복한가. 기꺼이 내가 만드는 가시밭길을 택하겠다는 여자들을 보면서 책 제목 ‘화이트 호스’를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된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법원, ‘중국동포 비하 논란’ 영화 ‘청년경찰’에 사과 권고

    법원, ‘중국동포 비하 논란’ 영화 ‘청년경찰’에 사과 권고

    법원이 중국동포 비하 논란에 휩싸였던 영화 ‘청년경찰’에 사과를 권고했다. 지난 3월 서울중앙지법은 ‘청년경찰’의 제작사 무비락에 “조선족 동포에 대한 부정적 묘사로 인하여 불편함과 소외감을 느꼈을 원고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할 것”을 권고했다. 법원은 제작사 측 본의가 아니었더라도 불편함과 소외감 등을 느낀 원고들에게 사과 의사를 전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또한 향후 영화를 제작 시에도 특정 집단에 편견이나 반감을 일으킬 소지가 없는 혐오표현이 없는지 검토할 것을 권고했다. 2017년 서울 대림동에 거주하는 중국 동포 60여명은 ‘청년경찰’이 중국 동포들을 집단 범죄인으로 매도했다며 무비락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전국적으로 560만명을 동원한 ‘청년경찰’은 영화 속에 대림동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중국동포 폭력조직이 가출 소녀들을 납치해 난자를 강제로 적출, 매매하는 내용이 등장해 중국동포와 대림동 지역민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에 부딪쳤다. 1심은 ‘표현의 자유’라며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지만, 2심 재판부는 화해권고결정을 내렸다. 이에 무비락은 지난 4월 원고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무비락 측은 사과문을 통해 “조선족 동포에 대한 부정적 묘사로 인해 불편함과 소외감 등을 느꼈을 원고들께 사과드린다”며 “앞으로 영화를 제작함에 있어 혐오표현은 없는지 여부를 충분히 검토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크리스토퍼 놀런 ‘테넷, 7월말 국내 개봉

    크리스토퍼 놀런 ‘테넷, 7월말 국내 개봉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신작 ‘테넷’이 새달 말 국내 개봉을 확정했다. 워너브라더스코리아는 17일 “3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해 현재 진행 중인 미래를 바꾸는 멀티 장르 액션 블록버스터”라며 ‘테넷’의 개봉 소식을 알렸다. 영화는 국내 개봉 외화 사상 세 번째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인터스텔라’와 ‘다크 나이트’ 3부작, ‘인셉션’, ‘덩케르크’를 연출한 놀런 감독이 “내가 만든 영화 중 가장 야심찬 영화”라고 자부하는 작품이다. 세계 7개국에서 촬영했으며, 놀런 감독의 장기인 아이맥스 카메라와 70mm 필름을 사용해 시공간을 넘나드는 국제적인 첩보전을 완성했다는 설명이다. 주연을 맡은 존 데이비드 워싱턴은 덴젤 워싱턴의 아들이다.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 후보로 지명되기도 했던 그는 ‘테넷’으로 놀런 감독과 처음 합을 맞췄다. ‘새로운 배트맨’ 로버트 패틴슨도 놀런 사단에 이름을 올렸으며 그 외 케네스 브래너, 엘리자베스 데비키, 애런 존슨과 놀런의 페르소나인 마이클 케인도 합류했다. 워너브라더스코리아는 ‘테넷’ 개봉에 앞서 이달 24일에는 ‘배트맨 비긴즈’, 7월 1일에는 ‘다크 나이트’, 7월 8일에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2D와 IMAX, 4DX 버전으로 재개봉한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칸이 그를 세번 선택한 이유?… “안 불렀던 원인도 찾는 중”

    칸이 그를 세번 선택한 이유?… “안 불렀던 원인도 찾는 중”

    케이 좀비, 이웃과 희생자 복합적 의미 대재앙 이후 시대 당위는 ‘희망’이 돼야 “여섯 작품 만들고 세 작품이 칸(국제 영화제)에서 선택 받았는데, 나머지 셋과 어떤 점이 다른가 늘 생각합니다.” ‘돼지의 왕’(2011), ‘부산행’(2016)에 이어 ‘반도’로 올해 칸 영화제에 초청된 연상호(42) 감독은 웃으면서 말했다. 티에피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은 그를 “박찬욱, 봉준호 감독을 잇는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이라고 극찬했다. 새달 ‘반도’의 개봉을 앞두고 16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제작보고회에서 연 감독은 “절대 (칸을) 사로잡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거듭 멋쩍어했다. ‘반도’는 전작 ‘부산행’에서 4년이 흐른 뒤의 이야기다. 전대미문의 재난에서 살아남은 정석(강동원 분)은 피할 수 없는 제안에 다시 반도로 들어가고, 인간성을 상실한 631부대와 더욱 거세진 좀비떼의 습격을 받는다. 이들에게서 벗어나기 위한 정석과 민정(이정현 분) 가족의 탈출기를 그렸다. 영화는 ‘부산행’ 촬영 장소를 물색하던 연 감독이 국내 곳곳에서 폐허 같은 현장을 발견하고는 “영화 한 번 찍어야겠다”고 마음 먹은 데서 시작됐다. 정교하고 광활한 ‘포스트 아포칼립스’(대재앙 이후)를 구현하기 위해 프리프로덕션에만 1년 정도 걸렸다. 폐허인 채로 4년을 버려졌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생각하며 여러 상황들을 놓고 미술·컴퓨터그래픽(CG)팀과 공간을 디자인했다. 가장 역점을 둔 장면은 극 중 민정의 딸들인 준이(이레 분), 유진(이예원 분)이 벌이는 차량 추격전이다. “‘부산행’은 기차 안에서의 액션이 주요 콘셉트였다면 ‘반도’에서는 그동안 못 봤던 더 빠른 카 체이싱을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을 쏟았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케이-좀비’에 대해 연 감독은 “단순한 괴물이 아니라 이웃이자 동료이며 희생자의 모습도 갖고 있는 복합적 의미”라고 봤다. 그러면서 “이렇게 큰 상업영화는 보편적인 메시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포스트 아포칼립스 시대의 당위는 ‘희망’으로 설정해야 하고, 이 영화는 ‘희망’을 당위로 설정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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