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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벼랑 끝, 자신의 내면을 볼 때

    벼랑 끝, 자신의 내면을 볼 때

    임신 초기 자연유산을 진단받고(‘마켓’), 결혼을 약속한 남자에게 별안간 파혼당한다(‘완전한 하루’).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생면부지의 괴한에게 습격을 당하기도 한다(‘사치와 고요’). 기준영 작가의 소설집 ‘사치와 고요’ 속 주인공들은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삶 일부를 영영 잃어버린다. 특기할 점은 누군가는 삶의 전부를 잃어버렸다고 자책할 수도 있는 시간에 그들은 자신의 내면 풍경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진다는 데에 있다. 수록작 ‘완전한 하루’에서 파혼을 겪은 주현은 예전과 똑같은 사람일 수 없다. 지인들과 다닥다닥 붙어 앉아 먹는 점심시간을 견딜 수 없어 한동안 식사를 거르고 창밖을 내다보며 사과를 먹는다. 이런 주현의 앞에 나타난 민규는 한때 자신의 형수였던 이와 해외로 도피했던 인물이다. 다사다난했던 과거를 얘기하면서 그들은 문득 깨닫는다. 지난 사랑의 실패로 지금 서로의 앞에 와 있다는 사실을. ‘여기 없는 모든 것’에 등장하는 남녀도 10여년간 기묘한 관계를 유지한 독특한 사이다. 인주와 이석은 지인이 만든 술자리에서 우연히 만나 인주의 가족들 앞에서 ‘애인 대행’을 하는 사이로까지 나아간다. 그들 사이에 연인이라고 할 만한 진전까지는 생기지 않지만, ‘분명한 사실 하나는 인주에게 감정적으로 가장 의존적이던 두 존재가 그녀를 떠나갈 때 이석이 모두 함께했다’(63쪽)는 것이다. 반려견과 어머니가 떠나갈 때 인주의 곁에는 항상 이석이 있었다. 다른 누구로도 대체할 수 없는 ‘최초의 자리’를 서로 공유한 그들은 한낮의 숲속에서 벌거벗고 지내도 서로 거리낌이 없는 사이가 됐다. ‘사치와 고요’ 속 인물들의 미덕은 극한 상황에서도 나와 타인을 돌아보는 긍정에서 온다. ‘때로 낮에 넘어졌던 자리가 어떤 문장을 쓰게 되리라는 예감 같은 것이었음을 밤이 되기 전에 알아차립니다.’(292쪽) ‘작가의 말’ 속 문장처럼 ‘넘어져도 괜찮아’를 몸소 보여 주는 짧은 소설 9편의 등장이 반갑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詩, 이야기를 통해서 이야기를 벗어나는 지점을 탐색하는 작업이다

    詩, 이야기를 통해서 이야기를 벗어나는 지점을 탐색하는 작업이다

    4부로 구성된 68편 모두 산문시이야기에 확실한 방점 찍기 위해“한국시서 사라진 마침표 찍겠다”남진우 시인이 신작 시집 ‘나는 어둡고 적막한 집에 홀로 있었다’(문학동네)를 들고 독자들을 찾았다. 2009년 다섯 번째 시집 ‘사랑의 어두운 저편’(창비)을 낸 이래 11년 만이다. 그 사이 문학평론가로 비평집을 세 권 낸 것과 대조적인 행보다. “오래 이 일을 해 오다 보니 비평하고 시 쓸 때 자연스럽게 자아가 분리되는 게 있어요. 컴퓨터 운영체제(OS)가 다시 깔리는 것처럼.” 최근 서울 종로구 평창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시인이 담담히 소회를 밝혔다. 68편의 시를 4부로 나눠 담은 시집은 처음부터 끝까지 산문시다. 설인(雪人)과 악어, 시베리아의 호랑이 등이 등장하며 시인이 관심을 보였던 환상동화나 신화, 옛 구전이나 전설 같은 게 이어진다. “문학이 현실을 재현한다고 보지는 않아요. 현실을 끊임없이 재구성하면서, 뭔가를 발견한다기보다는 발명해 내는 것이 문학의 영역이죠. 그러다 보니 저 자신도 현실과 거리가 먼 것들에 자꾸 관심이 쏠리는 것 같고요.”시인의 시작(詩作)은 1980년대 후반 한국에 밀란 쿤데라가 소개된 이래 계속된 자문에 답하는 과정이다. 국내에서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등 소설로 널리 알려졌지만, 쿤데라는 소설가이기 전에 시인이었다. “본인이 소설 이전에 시를 썼음에도 시에 대한 소설적 허구의 우위를 주장하면서 서정시에 굉장히 비판적이에요. 그 이후에 나에게 주어진 의문 중 하나는 이야기와 시가 어떻게 만나거나 길항하는가의 문제였어요.” 평론가로서의 이론적 탐구가 아닌, 오직 시를 추구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그가 시를 비판했음에도 불구하고, 쿤데라는 시인이었다고 생각해요. 쿤데라 소설의 가장 빛나는 대목이 시이고요. 시를 보여 주고자 긴 이야기가 필요했던 거죠.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이야기를 통해, 이야기를 벗어날 수 있는 지점을 탐색하는 게 시 아닌가 싶어요.” ‘이야기’에 확실히 방점을 찍기 위해, 그는 이번 시집에서 “한국 시에서 사라진 마침표를 찍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새 시집은 2015년 시인의 아내 신경숙 작가의 표절 파문이 불거진 이래 처음 내는 단행본이다. 지난 6월 신 작가도 창작과비평 웹매거진에 장편소설을 연재하며 활동을 재개했다. 활동 시점이 겹치는 것에 대해서는 “시집 원고 넘긴 지 1년 반이 지났다”며 직접적 연관을 부인했다. 표절 논란 이후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문학동네 편집위원에서 물러났던 그는 “표절에 대해 추후 책을 한 권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영화수입배급사협회, 왓챠·웨이브 등 국내 OTT에 서비스 중단

    영화 수입배급사들이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의 영화 서비스 중단을 선언했다. 사단법인 영화수입배급사협회는 지난달 17일 공청회를 열고 왓챠와 웨이브, 티빙 등에서의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5일 밝혔다. 이들 업체들이 제공하는 영화는 1000여편이다. 협회는 국내 OTT 플랫폼의 저작권료 배분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OTT는 건별 결제 서비스(T VOD)와 월 일정 금액을 내고 영상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관람할 수 있는 예약 주문형 방식(S VOD)을 같이 운영하고 있다. 협회 측이 문제 삼는 것은 S VOD 서비스다. 이 경우, OTT 업체들은 영화, TV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등 전체 영상 콘텐츠 시청 수에서 비율을 따져 저작권료를 정산하고 있다. 드라마와 예능이 1시간 이하 러닝타임으로 전편 관람을 위해 여러 회차를 봐야 하는 반면, 영화는 2시간 안팎의 한 번 관람으로 끝나기 때문에 전체 매출에서 관람 회차 수 비율을 따지는 기존의 정산방식이 불리하다는 것이다. 넷플릭스의 경우는 시청 시간이나 횟수를 따지지 않고 판권 계약을 할 때 정산을 마친다. 협회는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거나, 영화만을 위한 개별 과금 시스템 마련 및 투명한 정산 시스템을 공개할 때까지 콘텐츠 공급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회는 이달 중으로 영화 관련사들이 모두 참여하는 공청회를 제안하기도 했다. 협회는 엣나인필름, 누리픽쳐스, 영화사진진 등 14개 영화 수입배급사들로 구성돼 있다. 이에 건 별 결제 없이 S VOD만 제공하고 있는 왓챠는 크게 반발했다. 왓챠는 이날 입장을 내고 “협회의 주장은 왓챠에게 구독형 OTT 모델 자체를 버리고 IPTV가 되라고 하는 것”이라며 “영화를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할 수 있는 구작 소비 시장을 없애라고 하는 것과 다름 없다”라고 주장했다. 왓챠에서는 협회에 소속된 14개사의 콘텐츠 약 400여편의 서비스가 종료됐거나 이달 중 종료될 예정이다. 왓챠는 “공청회 뿐 아니라 각 수입배급사, 영화산업 관계자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라면 적극적으로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책 속 한줄] 그런 관계는 없다/이슬기 기자

    [책 속 한줄] 그런 관계는 없다/이슬기 기자

    “어머니는 늘 우리를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매 순간 상대방을 사랑하는 인간관계는 존재하지 않아요.”(139쪽) 미국의 시인이자 비평가, 페미니즘 사상가이자 운동가였던 에이드리언 리치(1929~2012)의 산문집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바다출판사)의 한 대목이다. 주목받는 젊은 작가였던 리치는 세 명의 아들을 낳아 키우며 한동안 여성으로서의 자아를 잃었다. 아이들에게 무조건적으로 사랑을 줘야 한다는 전통적인 모성의 이미지에 시달리던 어머니에게, 성년이 된 아들은 이렇게 말했다. 리치는 1960년대 여성운동을 통해 가부장제의 실체를 깨닫고 레즈비언 정체성 탐구에 몰두했다. 드라마틱한 그 삶을 보고 누군가는 놀랍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매 순간 사회적 속박을 벗고 자기 자신으로 살고자 분투했던 한 여성이 있었을 따름이다. 어머니와, 그를 늘 마주 대하는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 구절이다. seulgi@seoul.co.kr
  • “日 전범기업에 폭탄… ‘가해자의 자리’ 생각하게 됐죠”

    “日 전범기업에 폭탄… ‘가해자의 자리’ 생각하게 됐죠”

    1974년 日기업 상대 연쇄 폭파사건 다뤄일본의 반성 없는 모습 경고한 무장투쟁폭력으로 인한 무고한 희생… 평가 갈려 식민지 문제 연구자이자 조직원의 가족 “민중과 민중이 나서 한일관계 개선 가능”“제가 한국에서 자랐기 때문에 항상 피해자의 자리에서만 세계사의 흐름을 인식해 왔다면, 이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는 가해자의 자리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1974년 8월 30일부터 벌어진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한 연쇄 폭파 사건을 영상에 담은 김미례 감독이 밝힌 소감이다. 그의 영화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20일 개봉)은 ‘반일’을 기치로 내걸고 일본 제국주의 침략으로 성장한 기업들을 폭파하며 반성 없는 태도를 엄중 경고한 무장투쟁 그룹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을 그린다. 김 감독은 4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기자간담회에서 제작 동기를 밝혔다. 건설 현장에서 일한 아버지로부터 시작해 일용직 노동자들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노가다’·2005)를 제작하면서 일본 관련 운동을 하는 이들을 알게 됐다. “그분들 운동의 전신이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이라고 해서 마음에 담아 두고 있다가 역사학자와 함께 공부하고 자료를 모으며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영화는 각각 다른 조직인 ‘늑대’와 ‘대지의 엄니’, ‘전갈’ 부대가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이라는 이름으로 벌이는 아홉 건의 연속 폭파 사건을 조망한다. 이들은 도쿄 미쓰비시중공업 빌딩부터 공격하면서 해외 활동을 멈추고 개발도상국에 있는 모든 자산을 포기하라고 경고했다. 4·19혁명 날에 폭파를 감행하는 등 한국의 반독재 민주화 투쟁을 기념하기도 했다. 부대원 일부는 실형을 받았거나 국제수배 중이다. 감옥에서도 외부와 소통했고, 이들을 후원하는 이들도 생겼다.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은 질문을 던진다. 가해자로서 자각과 반성은 필요하지만 폭력으로 인한 무고한 희생을 감내해야 하는가. 그들의 행동은 일본인에게도, 한국인에게도 쉽게 이해받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한다. 일본 식민지 문제 연구자이자 ‘늑대’ 일원의 사촌형이기도 한 오타 마사쿠니는 “결사, 집회 등의 정치적 자유가 있었던 일본에서 그런 방법(폭력)을 선택한 것은 큰 문제”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반세기 전을 반면교사 삼아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일 관계에 대해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현 상황은 일본의 책임이 상당히 크지만 좀더 좋은 방향으로 가져가고 싶습니다. 무장전선이 활동하던 시절과 달리 지금은 국가와 국가뿐 아니라 민중과 민중이 직접적으로 토론하며 좋은 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시대니까요.” 글 사진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노작문학상에 박소란 시인 ‘한 사람의…’

    노작문학상에 박소란 시인 ‘한 사람의…’

    노작홍사용문학관은 제20회 노작문학상에 박소란(39) 시인의 시집 ‘한 사람의 닫힌 문’(창비)을 선정했다고 4일 발표했다. 심사는 문정희·안도현 시인, 박수연 문학평론가가 맡았다. 노작문학상은 일제강점기에 동인지 ‘백조’를 창간하며 낭만주의 시운동을 주도했던 홍사용 선생의 정신을 기리고자 2001년 제정됐다. 상금은 3000만원이다. 시상식은 오는 9월 26일 경기 화성시 노작홍사용문학관에서 열린다. 박 시인은 동국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2009년 ‘문학수첩’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심장에 가까운 말’(2015) 등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내일의한국작가상을 수상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노작문학상에 박소란 시인 ‘한 사람의…’

    노작문학상에 박소란 시인 ‘한 사람의…’

    노작홍사용문학관은 제20회 노작문학상에 박소란(39) 시인의 시집 ‘한 사람의 닫힌 문’(창비)을 선정했다고 4일 발표했다. 심사는 문정희·안도현 시인, 박수연 문학평론가가 맡았다. 노작문학상은 일제강점기에 동인지 ‘백조’를 창간하며 낭만주의 시운동을 주도했던 홍사용 선생의 정신을 기리고자 2001년 제정됐다. 상금은 3000만원이다. 시상식은 오는 9월 26일 경기 화성시 노작홍사용문학관에서 열린다. 박 시인은 동국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2009년 ‘문학수첩’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심장에 가까운 말’(2015) 등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내일의한국작가상을 수상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日 전범기업에 폭탄… ‘가해자의 자리’ 생각하게 됐죠”

    “日 전범기업에 폭탄… ‘가해자의 자리’ 생각하게 됐죠”

    1974년 日기업 상대 연쇄 폭파사건 다뤄일본의 반성 없는 모습 경고한 무장투쟁폭력으로 인한 무고한 희생… 평가 갈려식민지 문제 연구자이자 조직원의 가족 “민중과 민중이 나서 한일관계 개선 가능”“제가 한국에서 자랐기 때문에 항상 피해자의 자리에서만 세계사의 흐름을 인식해 왔다면, 이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는 가해자의 자리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1974년 8월 30일부터 벌어진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한 연쇄 폭파 사건을 영상에 담은 김미례 감독이 밝힌 소감이다. 그의 영화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20일 개봉)은 ‘반일’을 기치로 내걸고 일본 제국주의 침략으로 성장한 기업들을 폭파하며 반성 없는 태도를 엄중 경고한 무장투쟁 그룹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을 그린다. 김 감독은 4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기자간담회에서 제작 동기를 밝혔다. 건설 현장에서 일한 아버지로부터 시작해 일용직 노동자들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노가다’·2005)를 제작하면서 일본 관련 운동을 하는 이들을 알게 됐다. “그분들 운동의 전신이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이라고 해서 마음에 담아 두고 있다가 역사학자와 함께 공부하고 자료를 모으며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영화는 각각 다른 조직인 ‘늑대’와 ‘대지의 엄니’, ‘전갈’ 부대가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이라는 이름으로 벌이는 아홉 건의 연속 폭파 사건을 조망한다. 이들은 도쿄 미쓰비시중공업 빌딩부터 공격하면서 해외 활동을 멈추고 개발도상국에 있는 모든 자산을 포기하라고 경고했다. 4·19혁명 날에 폭파를 감행하는 등 한국의 반독재 민주화 투쟁을 기념하기도 했다. 부대원 일부는 실형을 받았거나 국제수배 중이다. 감옥에서도 외부와 소통했고, 이들을 후원하는 이들도 생겼다.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은 질문을 던진다. 가해자로서 자각과 반성은 필요하지만 폭력으로 인한 무고한 희생을 감내해야 하는가. 그들의 행동은 일본인에게도, 한국인에게도 쉽게 이해받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한다. 일본 식민지 문제 연구자이자 ‘늑대’ 일원의 사촌형이기도 한 오타 마사쿠니는 “결사, 집회 등의 정치적 자유가 있었던 일본에서 그런 방법(폭력)을 선택한 것은 큰 문제”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반세기 전을 반면교사 삼아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일 관계에 대해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현 상황은 일본의 책임이 상당히 크지만 좀더 좋은 방향으로 가져가고 싶습니다. 무장전선이 활동하던 시절과 달리 지금은 국가와 국가뿐 아니라 민중과 민중이 직접적으로 토론하며 좋은 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시대니까요.” 글 사진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제20회 노작문학상에 박소란 시인

    제20회 노작문학상에 박소란 시인

    제20회 노작문학상 수상자로 박소란(39) 시인이 선정됐다. 노작홍사용문학관은 수상작에 박 시인의 시집 ‘한 사람의 닫힌 문’(창비)이 선정됐다고 4일 발표했다. 심사는 문정희·안도현 시인, 박수연 문학평론가가 맡았다. 안 시인은 선정작에 대해 “사소한 일상을 긴장의 눈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긍정적이고, 소통의 공간으로 시를 이끌어 가고 있다”고 평했다. 노작문학상은 일제강점기에 동인지 ‘백조’를 창간하며 낭만주의 시운동을 주도했던 홍사용 선생의 정신을 기리고자 지난 2001년 제정됐다. 상금은 3000만원이다. 시상식은 오는 9월 26일 경기 화성시 노작홍사용문학관에서 열린다. 박 시인은 동국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 2009년 ‘문학수첩’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심장에 가까운 말’(2015) 등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내일의한국작가상을 수상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왼손의 피아니스트’ 플라이셔 별세

    ‘왼손의 피아니스트’ 플라이셔 별세

    ‘왼손의 피아니스트’로 불린 미국 피아니스트 리언 플라이셔가 2일(현지시간) 타계했다. 92세. 이날 뉴욕타임스 등은 플라이셔가 미국 볼티모어의 한 호스피스병원에서 숨졌다고 보도했다. 192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고인은 10대였던 1944년 뉴욕 필하모닉과의 협연으로 데뷔하며 주목받았다. 1952년에는 세계 3대 콩쿠르 중의 하나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우승했다. 이후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지낸 조지 셀과 녹음한 브람스, 베토벤 협주곡 등 여러 명반을 남기며 승승장구했다. 그의 시련은 한창 왕성하게 활동하던 37세 때 근육긴장이상증이 찾아오며 시작됐다. 이 병으로 오른손이 마비됐고, 피아니스트로서의 생명이 끊길 위기에 놓였지만 그는 이에 굴하지 않고 지휘에 도전했다. 이후 왼손을 위한 레퍼토리를 개발, 왼손 연주로 다시 무대에 섰으며 1990년대 중반에는 회복된 오른손으로 간간이 양손 연주를 펼치기도 했다. 특히 40년 만에 양손 연주로 녹음한 음반 ‘투 핸즈’(2004)는 클래식 음반으로는 드물게 미국에서만 10만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고인은 2005년 내한해 예술의전당에서 브람스와 슈베르트 등의 곡을 선보이기도 했다. 교육자로서도 이름을 날렸던 고인의 제자로는 국내에 신수정, 이대욱, 강충모 등이 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악의 끝, 그 경계에 서다…세상 끝, 그 묘함을 보다

    악의 끝, 그 경계에 서다…세상 끝, 그 묘함을 보다

    “경계선까지, 끝까지 해보고 싶었습니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이하 다만악)의 언론배급시사회가 끝난 뒤 무자비한 추격자 레이 역을 맡은 이정재의 일성이 그랬다. 본인 스스로 “과도한 연기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말 뒤에 나온 얘기였다. 피를 보면 눈을 번득이는 ‘인간 백정’ 레이는 그만큼 욕심 나는 배역이었다. 5일 개봉하는 영화 ‘다만악’은 마지막 미션을 끝으로 청부살인업에서 손을 떼려는 킬러 인남(황정민 분)과 그로 인해 형제를 잃은 레이의 추격전을 그린 ‘하드보일드 액션 영화’다. ‘관상’(2013), ‘암살’(2015) 등을 통해 ‘악역을 맡으면 영화가 잘된다’는 속설을 가진 이정재가 또 한 번 악역으로 분했다.●문신과 액세서리로 표현한 맹수의 본능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정재는 “제작자들이 저한테 자꾸 악역만 의뢰할 거 같아서 불안한 느낌”이라며 웃었다. “악역이라는 것이 좀 더 상상력을 발휘할 여지가 있는 거 같아요. 레이 역할 제안받고서도 ‘어떻게 하면 좀 더 새롭고 흥미롭게 그릴까’ 고민할 때가 제일 즐거웠어요.” 다른 작품에서는 ‘인간 이정재’가 나올까 봐 캐릭터 구현에 많은 의견을 내지 않는 그이지만, 이번에는 의욕적으로 참여했다는 설명이다. 이정재가 레이로서 집중한 것은 ‘맹목적인 사냥 본능’이다. “형을 죽인 것에 대한 복수는 핑계일 뿐”이라고 설정하고 “누군가를 사냥해야 하는 맹수에 가까운 인물이라 쫓아가는 데 희열을 느끼는 묘한 캐릭터로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그 ‘묘함’을 잘 살리면 왜 그렇게 인남을 쫓는가에 대한 설명이 따로 필요 없다”고 부연했다. 이를 살리는 방법 첫 번째는 비주얼적 구현이었다. 목 끝까지 차오른 문신, 주렁주렁한 스틸 액세서리에 화이트 룩으로 형의 장례식장에 나타난 레이가 관객들과 만나는 첫 신이다. ‘관상’의 수양대군 못지않은 강렬한 등장이다. “(관객들이) 레이를 처음 봤을 때 ‘쟤는 왠지 죽을 때까지 쫓아갈 것 같아’라는 믿음을 심는 게 중요했어요. 검은 정장 차림이 아닌 건 형의 죽음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표현이죠.” 극적인 비주얼 연출을 위해 핑크색 가발까지 집어 들었다 내려놨다는 그다.●고무줄처럼 튕겨오른 찰나의 액션 표정 ‘묘함’을 살리는 두 번째는 표정 연기다. 액션 신도 전체 동작보다는 찰나의 표정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인남과 레이가 처음 만나 싸우는 복도 신 같은 데서도 레이는 떨어져 나갔다가도 고무줄처럼 바로 치고 들어오는 느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쉴 틈을 주지 않고 바로바로 들어가는 거죠.” 치열한 추격전을 펼치다 그는 왼쪽 어깨 인대 파열이라는 부상을 입기도 했지만 이어지는 작품 ‘오징어 게임’의 촬영으로 여태껏 수술을 하지 못했다. 486만 관객을 동원한 ‘신세계’(2013)에 함께 출연했던 황정민과는 7년 만의 재회다. 소감을 묻자 그는 “정민이 형은 그때도 ‘체력이 진짜 좋구나’라고 느꼈는데 이번에도 ‘여전하네’ 했다”며 “현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거기서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의 재회를 기대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신세계’는 누아르(암흑가) 영화였고, ‘다만악’은 액션 영화죠. 충분히 액션을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실컷 ‘맹수 본능’을 얘기하던 이정재가 예의 그 착해 보이는 실눈 웃음을 만들며 답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인사] 새만금개발청, 헌법재판소, 예금보험공사, KBS

    ■ 새만금개발청 ◇ 과장급 전보 △ 혁신행정담당관 김준성 △ 신산업전략과장 김민수 ■ 헌법재판소 ◇ 신규 임명 △ 헌법연구관 장시원 현소진 △ 헌법연구관보 양소연 ◇ 서기관 승진 △ 정보화기획과 조영진 ■ 예금보험공사 ◇ 1급 승진 △ IT전략운영부장 이형표 △ 저축은행관리부장 박현숙 ◇ 2급 승진 △ 인사지원부 팀장 우정수 △ 혁신경영실 팀장 박용식 ◇ 3급 승진 △ 길인혜 △ 임삼섭 △ 김택동 △ 윤경수 ◇ 4급 승진 △ 오윤진 △ 윤승렬 △ 고효진 △ 배지혁 △ 신현순 △ 이슬기 △ 박윤민 ■ KBS △ 부산방송총국 방송문화사업국장 양희진
  • 비정규직 그녀들, 부조리에 맞서다

    비정규직 그녀들, 부조리에 맞서다

    외국인에 한국어 가르치는 어학당 네 명의 여성 시간강사들의 이야기성희롱·출산·고용불안·인종 갈등 등불합리한 삶 앞에 바로 설 수 있을까 잠깐 이주민 여성들의 한국어 수업에 보조 교사 일을 한 적이 있다. 한국어 문법을 설명할 때, 우리가 그냥 알고 있는 것들이 그네들에게는 법칙이라 “왜요?”라는 물음에 답하는 데 번번이 애를 먹었다.제25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인 장편소설 ‘코리안 티처’는 국내 대학의 한국어학당에서 일어나는 여성 시간강사 네 명의 이야기다. 한류에 반해 한국을 배우겠다고 온 외국 학생들이 넘쳐나는 곳, ‘K-자부심’의 원천인 그곳은 우리가 어렴풋이 느끼던 각종 불합리가 한국어 문법처럼 법칙이 돼 선명하게 드러나는 곳이다. 여성, 인종, 노동, 계급 등 한국 사회의 부조리가 용광로처럼 터져 나오는 그곳의 일을, 실제 어학당 강사 생활을 했던 서수진 작가가 언어라는 틀로 켜켜이 쌓아 올렸다. 평생을 ‘없는 사람’으로 조용히 지내 온 선이는 H대 어학당에 겨우 합격해 베트남 특별반을 맡은 초짜 강사다. 불의에 항거하는 당찬 태도로 어딜 가나 ‘있는 사람’으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미주는 공부 안 하는 학생들을 절대 봐주는 법이 없다. ‘강의 평가 1위’에 빛나는 가은은 어학당의 ‘인싸’지만 실은 단 두 명뿐인 지방대 출신 강사이며, 독하다 싶을 정도로 일을 사서 하는 책임강사 한희도 있다. 대학원을 나와 국가고시에 합격한 고학력 여성인 이들이 모두 비정규직이라는 데서, 불운의 씨앗이 움튼다. 선이는 자신이 맡은 반의 학생이 ‘#KoreanHotGirl’이라는 해시 태그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자신의 사진을 발견하고, 미주는 여러 번 유급된 벨라루스 출신 학생 니카와 갈등을 빚다 피소될 위기에 처한다. 어학당의 학생과 연인 관계이던 가은은 어느날 ‘I saw your video’(나는 너의 영상을 봤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받고, 무기계약직으로 가는 재계약을 앞둔 한희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된다.성희롱 피해자이면서도 고소를 망설이고, 출산에 임박해서도 그악스럽게 일을 부여잡는 것은 이들의 불안정한 지위 탓이다. 자신의 이해관계 앞에서, 이들 네 명의 강사가 보이는 처신은 전적으로 옳지도, 그르지도 않다. 여기에 무리하게 외국인 학생들을 끌어모으며 덩치만 키우는 어학당의 장삿속과 타국에서도 부(富)의 수준으로 계급화되는 외국인들의 처지는 ‘한류’라는 이름의 그림자를 느끼게 한다. 사랑 하나만 보고 한국으로 날아와 영어 유치원에서 일하며 임금 체불에 시달리는 영국인 남편과 함께 사는 한희. 그가 쓰는 소논문의 제목은 ‘한국어에는 미래시제가 없다’다. 한국어에는 ‘-(으)ㄹ 것이다’와 ‘-겠-’으로 나타나는 추측 양태와 의지 양태가 있지만, 예상은 비껴나가고 약속은 깨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덧 아이를 가진 한희에게는 비껴나거나 깨지지 않는 완전한 사실로서의 미래가 필요해졌다. 소설 ‘코리안 티처’는 한국어의 미래시제가, 한국 여성들의 미래가 온전한 사실로서 바로 설 수 있는가에 관한 물음이다. 한국인이라면 그냥 아는 한국어 문법이 외국인들에겐 한국어 습득의 시초인 것처럼, 그냥 느끼던 현실을 활자화한 이러한 시도 자체가 논의의 시작점이 된다. 특별한 등단 절차를 없이도 계속 글을 써왔던 작가는 책의 말미에 이렇게 썼다. “늘 내 글이 누군가에게 읽히기를 간절히 바라며 써왔다.”(275쪽)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소설가협회, 추미애 “소설 쓰시네” 발언 사과 요구

    소설가협회, 추미애 “소설 쓰시네” 발언 사과 요구

    소설가들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소설 쓰시네” 발언을 비판하며 공개 해명과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소설가협회(이사장 김호운)는 30일 발표한 성명에서 “한 나라의 법무부 장관이 소설을 ‘거짓말 나부랭이’ 정도로 취급하는 현실”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는 지난 27일 국회 법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 장관이 아들의 군 복무 시절 휴가 미복귀 의혹을 묻는 미래통합당 윤한홍 의원의 질의에 “소설 쓰시네”라고 말한데 따른 것이다. 이에 윤 의원은 “국회의원이 소설가냐”라고 응수한 바 있다. 협회는 “이번 기회에 걸핏하면 소설가들의 자긍심에 상처를 준 정치인들에게도 엄중한 각성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협회는 소설의 개념까지 설명하며 추 장관을 강하게 비판했다. 협회는 “소설은 ‘지어낸 이야기’라는 걸 상대방(독자)이 이미 알고 있으며, 이런 독자에게 ‘이 세상 어딘가에서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이야기’로 믿게끔 창작해 낸 예술 작품”이라며 “이런 소설의 기능과 역할을 안다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어려운 창작 여건에서도 묵묵히 작품 활동을 하는 소설가들의 인격을 짓밟는 행위와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정우성 “분단 현실은 우리의 얘기… 무겁지만 외면할 수 없어”

    정우성 “분단 현실은 우리의 얘기… 무겁지만 외면할 수 없어”

    “역사 속 불행했던 우리” 시사회 중 울먹‘우리는 왜 恨 많나’ 생각하며 역할에 몰입北 쿠데타 세력에 납치된 南·北·美 정상 잠수함 속 각국 파워 게임 긴박하게 그려 ‘우리 의지만으로는 달라지지 않았을 것’풀기 힘든 한반도 문제 현실적 시각 제시지난 23일 열린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의 언론배급시사회. 영화에서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를 연기한 배우 정우성은 답변 도중 울먹했다.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우리, 지난 역사 속에서 늘 불행했던 우리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어요. ‘한반도에 살았던 우리한테는 왜 ‘한’이 많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한경재 대통령의 감정에 몰입됐던 거 같아요.” 2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다시 만난 정우성은 그때의 ‘울먹’을 이렇게 설명했다. ‘강철비2’에서 한경재는 어렵게 성사된 남북미 정상회담 중 북한 군부의 쿠데타로 북한 위원장(유연석 분), 미국 대통령(앵거스 맥페이든 분)과 함께 북한 핵잠수함의 좁디좁은 함장실에 감금된다.“남북이 서로 입장을 바꿔본다 하더라도, 한반도 문제는 우리 의지만으로는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고자 인물들의 진영을 바꿨다”는 양우석 감독의 설명처럼, 전편 ‘강철비1’(2017)에서는 북한 최정예요원으로 등장한 정우성이 이번에는 남한 대통령을 맡았다. 반대로 남한 측 외교안보수석이었던 곽도원은 북한 쿠데타의 주역이 됐다. 개성 강한 북미 정상들 틈에서 한경재는 액션과 말보다 침묵이 긴 인물이다. “‘강철비1’을 하면서 양 감독님이 제 표정을 좋게 보셨나봐요. 한경재 대통령의 침묵 속에 여러 가지 표현을 해야 하니까요.” 긴 침묵 속에서 그가 드러내려고 했던 것은 국민과 역사에 관한 ‘연민’이다. “남북 문제에 있어 대한민국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죠. 심지어 휴전협정 당사자도 아니라는 게 역사적 아이러니예요. 그러나 정치적 선택이 어떻게 이뤄졌든지 간에 그 안에서 가장 고통받는 건 국민입니다. 분단이라는 체제 속 우리 과거에 대한 연민이 한경재가 가지는 주요한 감정이라고 생각했어요.”출연을 결심하기까지, 대통령을 연기한다는 것은 그에게도 부담이었다. 특히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다룬 영화 ‘변호인’(2013)을 연출했던 양 감독의 영화에 정치적 소신 발언을 주저하지 않았던 정우성의 가세는 낙인이 될 가능성이 있었다. “‘정치적 편향을 강조하는 영화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요. 영화이기 때문에 시도해 볼 필요도 있는 것이고요. 우리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는, 미래 세대에 필요한 화두를 던지는 시도는 충분히 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난민 문제 등과 관련한 소신 표명에 대한 세간의 시선에도 그는 거리낌이 없다. “우리 모두 삶에 있어서의 불편함을 얘기할 수 있는 자격이 있고 책임이 있다”고 확신을 담아 말했다. “‘정치적 발언은 정치인이 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건 정치인들이 국민을 정치에서 거리 두게 하고 싶어서 그런 거”라고도 했다. 영화는 남북미에 일본·중국을 더한 동아시아 정세 속 각국의 내치. 잠수함 속 파워 게임까지 더해 ‘스리 트랙’으로 그려진다. “얼개가 복잡해 대중들이 쉽게 다가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에 대한 주연배우의 생각은 어떨까. “아주 볼만한 잠수함 액션”이라고 명쾌하게 정의한 그는 이어 말했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집중적으로 다루기보다 한반도 분단의 현실과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의 얘기입니다. 무거울 수밖에 없지만 외면할 순 없어요.”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홍상수 은곰상 수상작 ‘도망친 여자’ 9월 17일 개봉

    홍상수 은곰상 수상작 ‘도망친 여자’ 9월 17일 개봉

    홍상수 감독의 영화 ‘도망친 여자’가 오는 9월 17일 국내 개봉을 확정했다. ‘도망친 여자’는 지난 2월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 감독상을 수상하며 주목 받은 작품이다. ‘도망친 여자’는 결혼 후 한 번도 떨어져 지낸 적이 없던 남편이 출장을 간 사이, 과거 세 명의 친구를 만나게 되는 주인공 감희(김민희 분)에 관한 영화다. 홍 감독과 김민희가 7번째로 호흡을 맞춘 작품으로 서영화, 송선미, 김새벽, 권해효 등이 출연했다. 홍 감독은 ‘밤과 낮’(2008),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2013),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7)에 이어 올해 네 번째로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의 주연을 맡았던 김민희는 그해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도망친 여자’는 베를린 영화제 직후 올봄 국내에서 개봉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연기됐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극장서 보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CGV ‘월간 뮤지컬’

    극장서 보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CGV ‘월간 뮤지컬’

    CGV는 매달 두 편의 해외 뮤지컬 실황을 ‘월간 뮤지컬’로 상영키로 하고, 오는 8월부터 10월까지의 라인업을 공개했다. 8월에 선보이는 작품은 ‘쉬 러브즈 미’와 ‘톡식 어벤져’다. 새달 5일 공개하는 ‘쉬 러브즈 미’는 지난 2016년 6월 뉴욕 스튜디오54 극장에서 열린 공연 실황을 담은 것으로, 부다페스트의 한 향수가게에서 일하는 두 앙숙, 조지와 아말리아가 각각 미지의 상대와 편지를 주고 받으며 사랑을 키워나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뮤지컬의 오스카라 불리는 제70회 토니어워드에서 최우수 리바이벌 뮤지컬 등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고, 최우수 무대 디자인상을 수상한 화제작이다.같은 달 19일 개봉하는 ‘톡식 어벤져’는 1985년에 개봉한 동명 영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부패 권력과 지구온난화에 맞서 싸우는 돌연변이 녹색 슈퍼히어로의 유쾌한 러브스토리를 담은 호러 록 코미디 뮤지컬이다. 전설적인 록그룹 본 조비 밴드의 키보디스트 데이비드 브라이언이 뮤지컬의 음악을 맡았다. 9월 첫째 주에는 ‘홀리데이 인’, 셋째 주에는 ‘남극 탐험가는 나를 좋아해’가 상영된다. 10월에는 ‘루스리스’와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이 각각 상영될 예정이다. ‘월간 뮤지컬’은 매달 첫째주 및 셋째주 수요일에 한 편씩 순차 개봉되며 티켓가는 1만 8000원이다. 8월의 작품들은 CGV 강변을 비롯한 총 41개 극장에서 상영된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과학소설 속 흑인 여성들, 낡은 질서에 저항하다

    과학소설 속 흑인 여성들, 낡은 질서에 저항하다

    과학소설(SF)의 대가로 널리 알려진 흑인 여성 작가들의 단행본이 나란히 출간됐다. 이들 소설에는 그간 SF에서 소외됐던 흑인 여성들이 등장해 낡은 질서에 맹렬히 저항한다.‘쇼리’(프시케의숲)는 네뷸러상, 휴고상 등을 수상한 미국 작가 옥타비아 버틀러(1947~2006)가 생애 마지막으로 남긴 소설이다. 외견상 소녀로 보이는 53세의 흑인 뱀파이어 주인공이 치명적인 기억상실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의 정체를 찾아나간다는 이야기다. 버틀러 특유의 흥미진진한 플롯과 속도감 있는 필치 아래 젠더와 인종, 섹스, 중독 등의 문제가 아슬아슬한 지점까지 거침없이 다뤄진다. 버틀러는 뱀파이어의 흡혈 행위에서 ‘중독’과 ‘섹스’라는 키워드를 뽑아내 집요하게 파고들고, 모든 것이 파괴된 폐허 위의 공생의 공동체를 쌓아올린다. 그가 만드는 공동체는 사랑과 쾌락에 기반하며, 차별과 폭력이 없으며, 모계로 구성된다.‘검은 미래의 달까지 얼마나 걸릴까?’(황금가지)는 휴고상을 3년 연속 수상한 N K 제미신의 첫 소설집이다. ‘부서진 대지’ 시리즈로 널리 알려진 제미신 작품 세계의 근간을 알 수 있는 책으로, 비행선이 보편화된 19세기 미국 배경의 스팀펑크물, 23세기 외계 생명체와의 무역 협상 등 다양한 시공간과 소재를 다뤘다. 제목은 제미신이 흑인 여성으로서 SF와 판타지를 사랑하기가 얼마나 어려웠는지 털어놨던 동명의 에세이에서 따왔다. 머리말에서 제미신은 여성과 유색인이 소외당하던 현실을 고하며, 스스로를 제외시킬 수 없었기에 이야기에 꾸준히 자신의 소설에 흑인 캐릭터를 넣었다고 밝힌다. 특히 민권운동이 확산되던 1960년대 앨라배마주를 무대로 사악한 요정에게서 딸을 지키려는 여성의 분투를 다룬 ‘붉은 흙의 마녀’, 혁명으로 세운 최초의 흑인 공화국인 아이티의 첩자 여성과 미국 혼혈 여성 사이의 로맨스를 그린 ‘폐수 엔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닥친 뉴올리언스에서 ‘괴물’이라는 형태로 실체화한 혐오에 대항해 분투하는 인물들을 다룬 ‘잔잔한 물 아래 도시의 죄인들, 성자들, 용들 그리고 혼령들’은 현재도 공고하게 남아 있는 인종차별의 민낯에 전면 대항하는 작품이다. 제미신은 1972년 미국 아이오와에서 태어나 낮에는 상담 심리사로 일하고 밤에는 창작 활동을 이어갔다. 2016년 ‘부서진 대지’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다섯 번째 계절’로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는 처음 휴고상 최우수 장편상을 수상했다. 이어 ‘오벨리스크의 문’, ‘석조 하늘’까지 수상에 성공, 한 시리즈의 3년 연속 장편상 수상이라는 휴고상 역사에 전례 없는 기록을 낳았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올 여름 당신의 휴가를 위한 책 6권

    올 여름 당신의 휴가를 위한 책 6권

    코로나19 시대에도 어김없이 여름 휴가 시즌이 왔다. ‘집콕족’이 대거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올 여름, 방구석 또는 야외 휴가를 응원하며 책 6권을 소개한다. 영풍문고 MD들이 문학·인문·경제 분야별로 추천한 책들이다.●문학: ‘이미 어쩔 수 없는 힘듦이 내게 찾아왔다면’, ‘죽음의 무도회(성인들을 위한 잔혹동화)’ ‘이미 어쩔 수 없는 힘듦이 내게 찾아왔다면’(강한별)은 ‘지쳤거나 좋아하는 게 없거나’로 널리 알려진 글배우 작가의 에세이다. 어쩔 수 없이 마주치는 삶의 힘듦을 잘 지나갈 수 있게 돕는 방법과 응원의 메시지를 담았다. 박지해 문학 MD는 “책을 읽다 보면 천천히 내 감정을 마주할 수 있어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며 추천 이유를 밝혔다. 지건·강농 작가가 쓴 ‘죽음의 무도회’(씨큐브)는 누구나 익히 알고 있는 전래동화의 캐릭터를 바꾸고 이야기를 뒤집어 잔혹함을 더한 ‘성인을 위한 잔혹동화’다. “여름철 더위를 식혀 줄만한 역대급 반전과 스릴을 선사한다”는 게 박 MD의 설명이다. ●인문: ’나는 왜 네 말이 힘들까’,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한국사 365’ 박재연 작가의 신간 ‘나는 왜 네 말이 힘들까’(한빛라이프)는 말로 상처 받고, 말로 상처 주며 관계가 틀어진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조하림 인문 MD는 “올바른 대화법을 통해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 회복을 돕는다”고 밝혔다. 심용환 작가의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한국사 365’(비에이블)는 복잡하게 느껴졌던 한국사의 흐름을 짧고 쉽게 읽을 수 있는 ‘한입 콘텐츠’ 형태로 담아내어 역사의 흐름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한다. ●경제: ‘거대한 분기점’, ‘돈의 속성’ 폴 크루그먼 등이 지은 ‘거대한 분기점’(한즈미디어)은 더욱더 빨라지는 테크놀로지, 몰락하는 중산층, 코로나19 이후 기본 소득의 문제 등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각 분야 학자들의 의견을 통해 다양한 시선과 대응책을 전한다. 외식 그룹인 스노우폭스그룹의 회장 김승호씨가 쓴 ‘돈의 속성’은 ‘진짜 부자’가 된 저자의 돈에 관한 철학이 집대성된 책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문피아 웹소설 공모대전 대상에 오정 ‘신입사원 김철수’

    문피아 웹소설 공모대전 대상에 오정 ‘신입사원 김철수’

    웹소설 연재 플랫폼 ‘문피아’가 한국대중문학작가협회와 공동 주최한 제6회 ‘대한민국 웹소설 공모대전’이 수상작을 발표했다. 1억 2000만원의 상금과 함께 작품 출판, 수출, 웹툰 제작 등 2차 콘텐츠 제작 특전이 걸린 대상 수상작에 오정 작가의 ‘신입사원 김철수’가 선정됐다. 문피아는 24일 웹소설 공모대전 심사결과를 발표했다. 대상을 포함해 모두 25개 작품에 총상금 3억 4000만원을 준다. 우수상에는 필명 녹색여우 작가의 ‘우주천마 3077’, 사다듬의 ‘부패의 사제’, 소광생의 ‘내 매니저는 스타작가님’이 뽑혔다. 또한 장려상 6개 작품, 입선 10개 작품, 신인상 5개 작품이 각각 선정됐다. 우수상 3명은 각 5000만원, 장려상 6명 각 500만원, 입선 10명 각 200만원, 신인상 5명 각 200만원을 준다. ‘신입사원 김철수’는 정리 해고를 앞둔 17년 차 직장인 김철수가 송별회를 마치고 돌아오다 작은 사고를 당한 이후 신입 사원으로 돌아가 못 이룬 직장 생활의 꿈을 이루는 과정을 그린 판타지다. 오 작가는 문피아 아카데미를 수강했다. 이번 공모전은 지난 5월 11일부터 40일간 진행했으며, 지난해보다 약간 늘어난 5000편이 접수돼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2002년 커뮤니티 사이트로 출범한 문피아는 그후 한국 장르문학 시장의 발전을 선도하며 2013년 정식 사이트로 오픈했다. 작가 4만여명, 작품 13만종을 보유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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