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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의 빌리 홀리데이’… 재즈계 대모 박성연 별세

    ‘한국의 빌리 홀리데이’… 재즈계 대모 박성연 별세

    ‘한국 재즈의 대모’ 박성연이 23일 오전 별세했다. 77세. 재즈 1세대인 박성연은 ‘한국의 빌리 홀리데이’로 불린 인물이다. 1960년대 중반 이화여고 졸업 후 주한미군부대 무대에 서며 재즈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후 숙명여대 작곡과에 입학해 음악 이론을 공부했고 1978년 국내 첫 본격 재즈클럽인 ‘야누스’를 열었다. 재즈 1세대 연주자들은 매일 밤 이곳에 모여 밤새 즉흥연주를 벌였으며, 해외 재즈 뮤지션들에게도 단골 명소가 됐다. 1985년에는 직접 작사·작곡한 ‘물안개’ 등의 노래가 담긴 1집 앨범을 발표했다. 야누스는 신촌, 대학로, 청담동을 거쳐 현재 서초동으로 자리를 옮겨 ‘디바 야누스’라는 이름으로 영업 중이다. 2012년 운영난으로 고인이 평생 소장해온 LP 전부를 경매로 처분한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고인은 2015년 신부전증 악화로 야누스 운영을 후배 보컬리스트 말로에게 넘기고 서울 은평구의 한 요양병원에 장기 입원했다. 생전 “재즈는 제 운명이고 생명”이라고 말한 고인은 와병 중에도 음악에 대한 열정을 보여 2018년에는 야누스 개장 40주년 기념 무대에 휠체어를 타고 올라 후배들과 호흡을 맞췄다. 지난해 3월 가수 박효신과 ‘바람이 부네요’를 발표하면서 녹음 당시 지병이 급속히 악화했지만 다시 휠체어에 몸을 의지해 노래를 완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해 9월에는 서울숲재즈페스티벌 무대에 서며 활동을 이어갔다. 고인과 일해온 JNH뮤직 측은 “40여년 전 재즈 불모지였던 한국은 이제 여러 재즈 스타와 대규모 국제 페스티벌들을 보유할 만큼 울창한 숲이 됐다”며 “‘야누스’는 오늘의 숲이 있게 한 그 처음의 나무”라고 떠올렸다. 말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선생님의 목소리와 정신이 오래 오래 남아 있을 것”이라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2호실이다. 발인은 25일 오전 7시. 경기 파주시 장곡리 가족묘에 안장될 예정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놀런표 시간여행’… 난도 최상·N차 관람은 필수

    ‘놀런표 시간여행’… 난도 최상·N차 관람은 필수

    변칙 개봉 논란 속 26일 세계 최초 개봉아이디어 개발 20년·시나리오 작업 6년과거·현재·미래 오가며 시간 합쳐지기도작은 단서 속 철학적 질문까지 담아 심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신작 ‘테넷’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수차례 개봉 연기 끝에 한국을 비롯한 24개국에서 북미보다 빠른 오는 26일 전 세계 최초 개봉한다. 한국에서는 ‘변칙 개봉’ 논란이 있었지만 결국 22~23일 프리미어 상영을 통해 첫선을 보였다. 첫날인 22일에만 전국 593개 스크린을 확보, 관객 4만 3522명을 동원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 이어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영화팬들 사이에서 신뢰의 이름인 ‘놀런 효과’다.●놀런 감독 “가장 야심 찬 영화” 놀런 감독이 “가장 야심 찬 영화”라고 자부한 ‘테넷’은 20년간의 아이디어 개발과 6년에 걸친 시나리오 작업으로 완성됐다. 작전에 투입된 요원(존 데이비드 워싱턴 분)이 시간의 흐름을 뒤집는 ‘인버전’(Inversion·도치)을 통해 현재와 미래를 오가며 세상을 파괴하려는 러시아 재벌 사토르(케네스 브래나 분)에 대항한다는 내용이다. 인버전은 사물의 엔트로피를 반전시켜 시간을 거스르는 미래 기술로, 벽을 뚫었던 총알을 거꾸로 탄창 안에 들어가게 하는 식이다. 그는 인버전에 대한 정보를 가진 닐(로버트 패틴슨 분)과 미술품 감정사이자 남편 사토르에 대한 복수심으로 가득한 캣(엘리자베스 데비키 분)과 협력해 미래의 공격에 맞서 제3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영화는 전작 ‘메멘토’(2000), ‘인셉션’(2010), ‘인터스텔라’(2014), ‘덩케르크’(2017) 등에서 보여 준 시간여행에 관한 ‘놀런 유니버스’의 집대성이다. 이전의 타임리프물과 가장 큰 차이는 단순히 시점을 넘나드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모두 보여 준다는 데 있다. ‘테넷’에서 시간은 순행 또는 역행하며 이들은 모여 하나의 시간대로 합쳐지기도 한다. 앞으로, 거꾸로 읽어도 똑같은 제목 ‘테넷’(TENET)은 이를 시사하는 듯하다. 현대 물리학에서 시간을 거꾸로 되돌리는 것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다는 점이 영화의 모티브가 됐고, ‘인터스텔라’로 함께했던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킵 손이 대본을 검토했다. 러닝타임 150분 동안 영화는 우리에게 시간은 무엇이며 미래에는 과연 어떻게 작동할 것인지를 묻는다. 또한 ‘미래 세대의 공격은 무엇을 의미하며, 그들의 공격은 온당한가’라는 질문까지 가닿는다. ‘블랙 팬서’의 루드윅 고랜손이 작업한 웅장한 배경음악 속에서 화면 속 작은 단서에도 집중하며 영화의 철학적 질문에까지 응답하는 일은 다소간 피로감을 유발한다. 놀런의 작법에 익숙한 이들에게도 1회 관람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난도 최상이다. ●CG 최소화… 보잉 747 비행기 폭발 직접 촬영 ‘테넷’은 볼거리도 풍성하다. 컴퓨터그래픽(CG)을 최소화하는 놀런의 작품 중에서도 특수효과 장면이 200개 미만으로 가장 적다. 실제 보잉747 비행기와 격납고 폭발 장면을 직접 촬영했고, 대부분의 장면을 아이맥스(IMAX) 카메라로 직접 찍었다. 미국과 영국을 비롯해 노르웨이, 인도 등을 포괄하는 7개국 해외 로케이션과 서로 다른 시간을 한 공간에 재현하는 전투신 등은 눈을 즐겁게 한다. 이름도 전해지지 않는 주인공을 연기한 존 데이비드 워싱턴은 덴절 워싱턴의 장남이다. 미식축구 선수로도 활약했던 워싱턴은 인상적인 액션 연기와 더불어 동료들을 위한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 강직한 요원을 잘 표현했다. 조력자이지만 정체가 의심스러운 닐 역의 로버트 패틴슨은 화면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덩케르크’에서 해군 중령 역을 맡았던 케네스 브래나는 이유 있는 악역을 섬뜩하게 소화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한국의 빌리 홀리데이’ 박성연, 77세로 별세

    ‘한국의 빌리 홀리데이’ 박성연, 77세로 별세

    ‘한국 재즈의 대모’ 박성연이 23일 오전 별세했다. 77세. 재즈 1세대인 박성연은 ‘한국의 빌리 홀리데이’로 불린 인물이다. 1960년대 중반 고등학교 졸업 후 주한미군부대 무대에 서며 재즈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후 숙명여대 작곡과에 입학, 재즈 이론을 공부했으며 1978년 국내 첫 본격 재즈클럽인 ‘야누스’를 열었다. 재즈 1세대 연주자들은 매일 밤 이곳에 모여 밤새 즉흥연주를 벌였다. 1985년에는 직접 작사, 작곡한 ‘물안개’ 등의 노래가 담긴 1집 앨범을 발표했다. 야누스는 신촌, 대학로, 청담동을 거쳐 현재 서초동으로 자리를 옮겨 성업 중이다. 2012년 운영난으로 고인이 평생 소장해온 LP 전부를 경매로 처분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고인은 2015년 신부전증 악화로 야누스 운영을 후배 보컬리스트 말로에게 맡기고 요양병원에 장기 입원했다. 2018년에는 야누스 개장 40주년 공연이 열려 후배들과 호흡을 맞췄다. 고인은 지난해 3월에도 박효신과 함께 음원 ‘바람이 부네요’를 발표하고, 9월에는 서울숲재즈페스티벌 무대에 서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2호실이다. 발인은 25일 오전 7시. 경기 파주시 장곡리 가족묘에 안장될 예정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김호중·박진영·혜림… 연예인 에세이 읽어보니

    김호중·박진영·혜림… 연예인 에세이 읽어보니

    최근 연예인들의 에세이 출간이 이어지고 있다. 가수 김호중의 에세이 ‘트바로티 김호중’(스튜디오오드리)은 교보문고가 발표한 8월 셋째주 베스트셀러 종합 1위를 기록하며 뜨거운 인기를 체감 중이다. 가수 박진영의 책 ‘무엇을 위해 살죠?’(은행나무), 원더걸스 출신의 방송인이자 통번역가인 혜림의 에세이 ‘여전히 헤엄지는 중이지만’(한겨레출판)도 연이어 출간, 관심을 모으고 있다.‘트바로티 김호중’은 ‘미스터 트롯’으로 스타덤에 오른 트로트 가수 김호중의 에세이다.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방황하던 시절, 평생의 은사와의 만남, 압도적인 성량으로 ‘네순 도르마’가 SBS 예능 ‘스타킹’을 통해 공개되며 ‘고딩 파바로티’로 이름을 날리던 시기, 독일 유학과 모색의 시간을 거쳐 ‘미스터 트롯’에 참가하기까지의 순간들이 적혔다.박진영의 에세이 또한 자신의 인생에 관한 전방위적 진술에 가깝다. 책 ‘무엇을 위해 살죠?’에는 초등학교 유년시절부터 가수가 된 대학생 시절, JYP엔터테인먼트를 세우며 사업가로 나선 이후 미국 진출과 이혼, 신앙 생활에 이르기까지 그의 다양한 고민들이 실렸다. 그는 ‘예술이란 인간의 볼 수 없는 부분을 보이게 만들어주는 것’(271쪽)이라는 예술관 아래 ‘가슴으로 시작해 머리로 완성하는’ 작업 중이다. 가슴으로 느낀 확실한 모티프를 가지고 대중과 자기 자신에 대한 트렌드를 분석해 접근해야 한다는 뜻이다.혜림의 에세이 ‘여전히 헤엄치는 중이지만’은 사랑과 관계, 인연에 대한 단상들을 모았다. 노래 가사 같기도, 시 같기도 한 서정성이 문장의 특징이다. 그는 사랑의 정의를 이렇게 말한다. ‘상대의 습관에서 나를 발견하는 것. 상대의 보폭에 맞춰 내 바람을 실현하는 것. 오직 서로의 앞에서 평등하고 홀로 선 존재가 되어 고유하고 건강하게 존재하도록 도와주는 것. 지배하거나 종속시키려 하지 않는 것.’(55쪽)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변칙 개봉 논란 ‘테넷’ 예매율 62.1%… 압도적 1위

    변칙 개봉 논란 ‘테넷’ 예매율 62.1%… 압도적 1위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신작 ‘테넷’이 예매율 1위에 등극했다. 2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테넷’은 이 시각 현재 예매율 62.1%로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예매 관객 수는 7만여명이다. ‘테넷’의 정식 개봉일은 26일이지만 주말인 22~23일 프리미어 상영이라는 형식으로 선공개해 변칙 개봉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세계 최대 스크린을 보유한 CGV 용산아이맥스관에서 예매가 열리자마자 순식간에 매진되는 등 인기 몰이는 여전하다. 지난 5일 개봉 이후 줄곧 1위를 지켜왔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예매율 13.3%로 내려앉으며 2위를 기록했다. 20일까지 392만 4556명을 동원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1일 관객 5만명에도 못 미치며 흥행에 제동이 걸렸다. 1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오케이 마담’은 5.4%로 3위에 올랐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는 극장가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 강화에 따라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은 좌석 가용률 50% 축소에 들어갔다. 이번주 개봉 예정이었던 곽도원 주연의 ‘국제수사’는 개봉을 연기했고, 지난 20일 개봉한 ‘남매의 여름밤’과 ‘69세’ 등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호평받은 수작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베스트셀러]‘트바로티 김호중’ 1위… 방송인 에세이 상위권 점령

    [베스트셀러]‘트바로티 김호중’ 1위… 방송인 에세이 상위권 점령

    방송인들의 에세이 출간이 이어지며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점령했다. 21일 교보문고가 발표한 8월 셋째주 온·오프라인 종합 베스트셀러현황에 따르면 트로트 가수 김호중의 에세이 ‘트바로티 김호중’이 1위를 차지했다. 방송인 허지웅이 암 투병을 이겨내고 출간한 에세이 ‘살고 싶다는 농담’도 출간과 함께 종합 4위에 올랐다. 최근 가수 선미와 함께 ‘웬 위 디스코’로 활약 중인 박진영의 에세이 ‘무엇을 위해 살죠?’도 종합 25위로 첫 진입했다. 신규 음원 출시와 동시에 활발한 방송 활동으로 책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는 평이다. 부동산·주식 등의 이슈로 경제경영서의 강세는 여전했다. 글로벌 외식 그룹 스노우폭스의 김승호 회장이 쓴 ‘돈의 속성’이 지난주와 같은 2위를 차지했으며, ‘부의 대이동’이 3위, ‘존리의 부자되기 습관’이 6위에 랭크됐다. 정치사회 이슈에 대한 주목으로 ‘조국 사태’를 다룬 책 ‘검찰개혁과 촛불 시민’이 11계단 상승한 종합 9위로 상위권에 진입했다. 연령별로 50대 독자들의 구매가 32.8%로 가장 높았다. 또한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2학기 등교가 불투명해지며 공부법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이 이어졌다. 박성혁의 ‘이토록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순간’은 31계단 상승한 종합 20위에 올랐고, ‘한동일의 공부법’, ‘공부하는 뇌’등 인문, 자기계발 분야에서도 공부를 키워드로 한 도서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 교보문고 8월 셋째 주 베스트셀러 > 1. 트바로티 김호중(김호중·스튜디오오드리) 2. 돈의 속성(김승호·스노우폭스북스) 3. 부의 대이동 (오건영·페이지2북스) 4. 살고 싶다는 농담(허지웅·웅진지식하우스) 5. 김미경의 리부트(김미경·웅진지식하우스) 6. 존리의 부자되기 습관(10만부 기념 리커버 한정판)(존 리·지식노마드) 7. 더 해빙(이서윤·수오서재) 8. 흔한남매. 5(흔한남매·아이세움) 9. 검찰개혁과 촛불시민(조국백서추진위원회·오마이북) 10. 주식투자 무작정 따라하기(2020)(재수·길벗)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말 못하는 말의 마음 헤아린 ‘로봇 기수’

    말 못하는 말의 마음 헤아린 ‘로봇 기수’

    천 개의 파랑/천선란 지음/허블/376쪽/1만 4000원 2035년, 경마 경기의 기수는 인간에서 휴머노이드로 대체된다. 인간보다 가볍고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운 휴머노이드를 태우고 뛰는 경주마들은 전보다 훨씬 빠르게 질주해야 한다. 속도만을 강요당하다 연골이 다 닳아 버려 더는 달릴 수 없게 된 경주마 투데이. 투데이의 파트너로 호흡을 맞춰 온 휴머노이드 기수는 어느 늦여름 스스로 낙마한다. 투데이가 다리를 완전히 잃는 일을 겪지 않도록. 2019년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수상작인 ‘천 개의 파랑’은 15년 후 근미래를 그린다. 휴머노이드가 경마장 기수 역할을 하고, 감정노동에 시달리지 않는 로봇 베티가 인간의 아르바이트 자리를 대신한다. 기술의 발달 속에 사람들 간 불평등은 더욱 가속화되고, 인간의 생존과 쾌락을 위해 동물은 더욱 도구화된다. ‘천 개의 파랑’은 현존하는 문제의식이 더욱 심화하는 근미래를 두고 오늘날 ‘정상성’의 의미를 묻는다. 말을 위해 말 안장에서 뛰어내리는 휴머노이드 기수 콜리와 폐기 직전의 콜리를 가져다가 고치는 천재 소녀 연재가 있다. 소아마비로 휠체어를 타는 연재의 언니 은혜는 부지런히 경마장을 오가며 투데이의 안부를 살핀다. 이들은 기술의 진화 속 동물과 로봇, 장애와 비장애를 포괄하는 윤리를 먼저 묻는 인물이다. 투데이를 돌보던 수의사 복희가 의료기술 발달을 위한 동물실험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전 남자친구를 향해 내뱉는 일갈은 인간중심주의를 근원부터 파고든다. ‘너도 언젠가 우리보다 뛰어난 외계인이 나타났을 때 그 외계인을 위한 숭고한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이라고 저주했다.’(153쪽) 동물의 마음까지 헤아리는 기수 콜리의 탄생은 학습 휴머노이드를 위한 칩이 잘못 삽입된 결과다. 콜리는 천 개의 단어를 떠올릴 수 있게 됐고, 투데이와 함께 달릴 때 그 하늘은 ‘천 개의 파랑’을 띠었다. 책을 읽는 내내 어린 시절 ‘플랜더스의 개’를 읽었을 때처럼 간지러운 마음이 되는데, 곧 마음에 파랑(wave)이 일려는 징조로 보였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어린이 책] 섬세한 시인이 딱딱한 세상에 띄운 편지

    [어린이 책] 섬세한 시인이 딱딱한 세상에 띄운 편지

    시의 날개를 달고/제니퍼 번 글/베카 스태트랜더 그림/박혜란 옮김/산하/48쪽/1만 3000원 에밀리 디킨슨(1830~1886)이 미국 문학사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독특하다. 섬세한 눈으로 관찰한 자연, 여성으로서 세상과 마주하는 낯선 느낌, 사랑과 죽음과 영원에 대한 사유 등을 자신만의 표현과 형식에 담았다. 1800여편의 시를 남겼으나 생전에 발표한 작품은 불과 7편. 살아서는 주목받지 못했던 시인이기도 하다. 그림책 ‘시의 날개를 달고’는 에밀리 디킨슨의 짧지만 강렬했던 생애를 조망한다. 언어의 바다 위를 항해하는 여행으로서 책에 몰두하는 모습, ‘행복할 땐 더 기뻐했고, 슬플 땐 더 슬퍼했던’ 어린 시절 등이 그의 시편을 빗댄 우화적인 삽화와 함께 펼쳐진다.그러나 평생 그를 감싼 슬픔과 외로움은 삶에 어두운 그림자를 남겼다. 이해할 수 없는 세상살이에 부지런히 이유를 물었지만 어디를 가든 “따지지 말고 믿으라”는 말만 들었다. 스스로에게로 침잠한 에밀리는 자기가 보고 이해한 것만 믿기로 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적 상상력을 펼쳐 나간다. 그에게 시는 ‘내게 편지한 적 없는 세상에 띄우는 편지’이며 스스로를 내맡긴 모든 것이다. ‘나는 가능성 안에서 살아요/ 산문보다 아름다운 집이지요/ 창도 훨씬 많아요.’ 어른들도 이해하기 힘들었던 에밀리의 생애는 오히려 어린이들에게 먼저 가 닿을 것 같다. ‘희망이란 깃털이 있어/ 영혼에 둥지를 틀고/ 가사 없는 곡조를 노래하지/ 그리고 멈추는 법이 없지, 절대로.’ 영혼에 둥지를 튼 이는 어디든 갈 수 있는 법이니까. 친절한 번역과 적당한 여백이 이해를 돕는 책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김금희 ‘우리는 페퍼로니…’ 김승옥문학상 대상 수상

    김금희 ‘우리는 페퍼로니…’ 김승옥문학상 대상 수상

    문학동네는 19일 2020 김승옥문학상 대상 수상작에 김금희 작가의 단편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를 선정했다고 19일 밝혔다. 대상 상금은 5000만원, 우수상은 각 500만원이다. 새달 수상작품집이 출간되며, 자세한 심사 경위와 심사평은 계간 ‘문학동네’ 가을호에 실린다. 시상식은 순천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 함께 발표된 문학동네신인상은 시 부문 임유영, 소설 부문 김본, 평론 부문 박서양씨가 수상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믿고 읽는 작가들이 그린 ‘사랑, 그 맨얼굴’

    믿고 읽는 작가들이 그린 ‘사랑, 그 맨얼굴’

    진지한 사랑 얘기는 잘 안 팔리거나 신파로 오해받는 요즘이다. 이런 때일수록 사랑의 참의미에 관한 귀띔이 귀하다. 믿고 읽는 국내외 작가들로부터 사랑의 맨얼굴을 알려 주는 소설 2종이 출간돼 관심을 끈다.‘오후의 이자벨’(밝은세상)은 ‘빅 픽처’로 알려진 미국 출생의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프랑스에서 번역 일을 하는 이자벨과 로스쿨 입학을 앞두고 파리에 여행 온 미국 대학생 샘은 어느 서점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우연히 만난다. 난생처음으로 완벽한 소통을 이룰 수 있는 사랑을 만났다는 기쁨에 마음이 들뜨지만 샘보다 열다섯 살 많은 이자벨은 이미 결혼을 했다. 이자벨이 정한 오후 5시, 베르나르 팔리시에 있는 작업실에서만 이뤄지는 은밀한 만남. 둘의 관계는 샘이 다른 여성을 만나 결혼한 이후로도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오랫동안 이어진다. 이자벨은 샘과 결혼으로 맺어지기보다 그와의 관계를 지루한 결혼 생활을 효과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생각했다. 그는 프랑스의 대문호 알렉상드르 뒤마의 말을 빌려 이렇게 말한다. ‘결혼이라는 사슬은 대단히 무거워서 들어 올리려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도 있다.’(159쪽) 외도 혹은 불륜으로 치부되는 관계지만 이들에게 서로는 결혼 못지않게 평생을 놓을 수 없는, 사슬 못지않은 무거움이다.‘가슴 뛰는 소설’은 한국 작가 9인의 사랑에 관한 소설 9편을 엮어 만들었다. 최진영, 박상영, 최민석, 이지민, 정세랑, 백수린, 권여선, 홍희정, 황정은 작가가 사춘기에 들어선 10대의 첫사랑부터 실패와 좌절을 겪은 20대의 연애, 70대 노년과 죽음 후에도 이어지는 사랑에 대해 썼다. 창비교육의 테마 소설 시리즈 두 번째 책으로 현직 중·고교 교사 4명이 엮었다.영화 ‘남산의 부장들’의 각본을 맡았던 이지민 작가가 쓴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 달라고 한다’는 연애의 부등식을 정확하게 알려 주는 소설이다. 그 남자는 ‘썸’이라고 느꼈던 기간 끝에 ‘나’에게 결혼할 여자가 있다고 통보했던 인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매번 그를 뚜벅뚜벅 집까지 바래다준다. ‘어쩌면 자신이 사랑하는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 사랑의 전부인지도 모르겠다. 이미 상대는 정해졌고 마지막은 어차피 알 수 없다. 그 불안한 과정을 견디거나 즐기거나, 선택은 각자의 몫인 것이다.’(143쪽) 연애의 부등식마저 감내하는 것이 사랑이고, 자신의 몫이라는 쿨한 언설이 사랑의 본질을 꿰뚫는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김승옥문학상 대상에 김금희 작가

    김승옥문학상 대상에 김금희 작가

    2020 김승옥문학상 대상에 김금희 작가가 선정됐다. 김승옥문학상을 주관하는 문학동네는 19일 대상 수상작에 김 작가의 단편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가 선정됐다고 밝혔다. 우수상에는 권여선·기준영·은희경·정한아·최은미·황정은 작가가 뽑혔다. 김승옥문학상은 등단 10년 이상 작가들이 한 해 발표한 단편소설을 대상으로 심사한다. ‘무진기행’으로 널리 알려진 김승옥 작가의 등단 50주년을 기념해 2013년 KBS순천에서 제정한 문학상으로, 지난해부터는 순천시의 지원으로 문학동네가 주관하고 있다. 대상 상금은 5000만원, 우수상은 각 500만원이다. 새달 수상작품집이 출간되며, 자세한 심사경위와 심사평은 계간 ‘문학동네’ 가을호에 실린다. 시상식은 전남 순천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 함께 발표된 문학동네신인상은 시 부문 임유영(‘아침’ 외 8편), 소설 부문 김본(‘내일의 집’), 평론 부문 박서양(‘여름을 향해 한 걸음, 더-박솔뫼론’)씨가 수상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CGV, 예매 중단 및 좌석 재조정… ‘테넷’ IMAX도 환불 후 재오픈

    CGV, 예매 중단 및 좌석 재조정… ‘테넷’ IMAX도 환불 후 재오픈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체인 CGV가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에 따라 상영관 내 좌석 재조정에 나섰다. 22일부터 프리미어 상영을 시작하는 ‘테넷’을 비롯한 영화 예매가 일시 중단됐다. CGV는 19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이같이 공지했다. 이날부터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따른 조처다. 애초 ‘테넷’을 상영하는 서울 용산아이파크몰의 IMAX관은 18일 오후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띄어앉기 좌석을 제외한 가용 좌석이 거의 매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CGV는 19일부터 예매를 중단하고 환불 및 재조정에 나서 현 70%인 가용 좌석을 50% 수준으로 줄일 예정이다. CGV는 용산아이파크몰 외에도 각 극장 별로 좌석 재조정 후 상영 일정을 오픈한다는 방침이다. 거리두기 2단계 조처는 영화관을 ‘중위험’ 다중이용시설로 분류하고, 방역수칙을 의무화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와 극장들은 일반적인 형태의 영화 상영은 관객들의 개별적인 행위로 보아 ‘집합금지’(실내 50인 이상·실외 100인 이상)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상영을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마이크를 사용하는 관객과의 대화(GV)나 간담회, 50인 이상이 참석하는 언론배급시사회 등은 개최를 금하고 있다. ‘반도’.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등 여름 텐트폴(주력 영화) 시장의 개막으로 붐볐던 극장가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된서리를 맞고 있다. 광복절 당일 65만명을 넘어섰던 일일 극장 관객수는 16일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 이후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18일에는 14만명대로 떨어져 이달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예스24 이용자가 뽑은 미래 이끌 젊은 작가 ‘아몬드’ 손원평

    예스24 이용자가 뽑은 미래 이끌 젊은 작가 ‘아몬드’ 손원평

    온라인 서점 예스24 이용자들이 뽑은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에 손원평(41) 작가가 선정됐다. 예스24는 지난달 13일부터 한 달간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총 28만 5820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손 작가가 6만 8126표(7.1%)로 1위를 기록했다고 18일 밝혔다. 2위는 6만 4325표(6.7%)를 받은 장류진(34) 작가, 3위는 5만 9494표(6.2%)를 받은 김초엽(27) 작가다. 손 작가는 2016년 장편소설 ‘아몬드’로 제10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받으며 데뷔했다. ‘아몬드’는 올해 일본 서점대상(번역소설 부문)을 수상했고, 베트남·인도네시아 등에서 번역 출간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손 작가는 “많은 독자가 미래를 이끌어 갈 젊은 작가로 저를 호명해 주셨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고, 이어 설렘과 기쁨이 몰려왔다”며 “독자의 일상에 작은 조각으로 파고들 수 있는 작품을 쓰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다만 악’이 구한 극장가… 다시 ‘악’ 소리 날 판

    ‘다만 악’이 구한 극장가… 다시 ‘악’ 소리 날 판

    지난 주말부터 사흘간 200만여명 찾아‘다만악’ 11일 만에 300만명 흥행 가속‘국제수사’ 시사회 취소하고 개봉 미뤄 ‘승리호’ 제작보고회 온라인으로 전환광복절 연휴 160만명이 넘는 인파가 극장을 찾아 모처럼 활황을 누렸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서울·경기지역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에 따라 극장가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광복절 연휴 관객 절반은 ‘다만악’ 선택 18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광복절 연휴 15~17일 총 165만 8746명이 극장을 찾았다. 연휴 하루 전날인 14일까지 포함하면 200만명이 넘는 인파다. 이들 중 절반에 육박하는 49.7%인 82만 1486명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관람했다. 개봉 11일째 3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688만명을 동원한 ‘범죄도시’(2017), 520만명의 ‘독전’(2018)보다 빠른 흥행 속도를 보이고 있다. 손익분기점인 350만명도 넘었다. 지난달 15일 개봉해 여름 텐트폴(주력 영화)의 서막을 열었던 ‘반도’(378만 8829명)를 곧 따라잡을 기세다.‘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마지막 청부 살인 미션 때문에 새로운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인남(황정민 분)과 그를 쫓는 무자비한 추격자 레이(이정재 분)의 사투를 그린 하드보일드 액션이다. 황정민의 안정적인 연기에 이정재·박정민의 파격 변신이 호평을 받고 있다.2위는 엄정화 주연의 코믹 기내 액션물 ‘오케이 마담’이 차지했다. 연휴 기간 57만 4017명을 동원하며 누적 관객 수 91만 8767명을 기록했다. 정우성이 대통령 역을 맡으며 기대를 모았던 ‘강철비2: 정상회담’은 3위에 그쳤다. 동기간 8만 9120명을 불러모아 누적 관객 수는 174만 4028명이다. 텐트폴 중 유일하게 손익분기점(395만명)을 넘지 못하고 일찍이 IPTV와 디지털케이블 서비스를 시작했다. ●거리두기 격상 후 관객 급격히 줄어 그러나 지난 16일 서울·경기지역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에 따라 극장가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정부 발표가 나온 직후인 17일 극장 방문객 수는 40만 4969명으로 16일 59만 5757명, 15일 65만 8020명에 비해 크게 줄었다.코로나19 확산 소식에 가장 먼저 움직인 곳은 곽도원이 형사로 분한 코믹물 ‘국제수사’다. 하반기 최대 기대작인 ‘테넷’의 개봉을 염두에 두고 19일로 개봉일을 잡았던 ‘국제수사’는 18일로 예정되었던 언론배급시사회를 취소하고 개봉도 미뤘다. 오는 27일 개봉 예정인 정형민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카일라스 가는 길’도 19일 개최 예정이던 언론배급시사회를 취소했다. 송중기·김태리 등 화려한 출연진을 자랑하는 SF물 ‘승리호’의 18일 제작보고회도 온라인으로 전환됐다. 한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테넷’도 18일 언론배급시사회, 19일 감독과 주연 배우들이 참석하는 라이브 콘퍼런스를 모두 취소했다. 22~23일로 예정된 유료 시사회와 26일 개봉 일정은 그대로 이어 간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최윤 ‘소유의 문법’ 이효석문학상 대상

    최윤 ‘소유의 문법’ 이효석문학상 대상

    제21회 이효석문학상 대상에 최윤 소설 ‘소유의 문법’이 선정됐다. ‘소유의 문법’은 시대적 문제와 침묵하는 인간 존재를 통해 우리가 속한 세계를 바라본다. 1953년 서울에서 태어난 최윤 작가는 1978년 ‘문학사상’에서 평론으로, 1988년 ‘문학과사회’에서 소설로 등단했다. 대산문학상,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을 받았다. 그는 17일 수상 소감에서 “맘속으로 나는 늘 가출 중이다. 내게 제공된 경계를 떠나고 있다. 내가 넘어온 곳의 풍경을 바라본다”면서 “감히 문학을 위해서 그랬다”고 밝혔다. 이효석문학상은 가산 이효석(1907~1942)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고자 2000년 평창군 효석문화제에서 제정했다. 이효석문학재단과 매일경제가 주최한다. 시상식은 다음달 12일 강원 평창군 봉평면 이효석문학관에서 열린다. 대상 상금은 3000만원이고, 본선 최종 후보에 오른 김금희·박민정·박상영·신주희·최진영에게는 우수상과 상금 200만원을 준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2층 양옥집, 순수하고 시끌벅적… 그때 그 여름방학

    2층 양옥집, 순수하고 시끌벅적… 그때 그 여름방학

    아빠와 함께 할아버지 집으로 온 남매 마침 내려온 고모… 느닷없는 가족상봉 평화로운 방학? 고난과 갈등의 연속!방학 동안 남매인 옥주(최정운 분)와 동주(박승준 분)는 아빠(양흥주 분)와 함께 할아버지 집에 머물기로 했다. 마침 고모(박현영 분)도 아픈 할아버지(김상동 분)를 돌보기 위해 내려왔다. 일견 평화로운 방학 풍경으로 보이지만 이들의 느닷없는 조우에는 다 사연이 있다. 오는 20일 개봉을 앞둔 영화 ‘남매의 여름밤’은 수상한 가족 얘기다. 옥주·동주의 아빠는 미니 봉고차 한 대로 떠돌이 장사를 하고 있지만, 형편은 나아지지 않고 급기야 아내는 떠나갔다. 설상가상으로 어린 남매와 함께 살던 서울 변두리의 반지하 집은 허물어질 위기에 놓였다. 아버지를 보기 위해 왔다던 고모는 실은 남편과의 이혼을 마음먹고 친구 집에 얹혀 지내던 상황이었다. 남매들이 독립한 이래 홀로 남아 낡은 2층 양옥집을 즐기던 아버지의 품으로 나이 든 자식들이 다시 들어온 셈이다. 평화로운 상봉이라고 보기에는 결혼과 이혼, 생활고, 아픈 할아버지를 둘러싼 돌봄 노동, 유산을 둘러싼 갈등까지 첩첩산중 고난의 연속이다.영화의 미덕은 이들 삭막한 현실을 가로지르는 아이들의 순수함이다. 세상에 불필요하게 때묻지 않은 이들의 순수함은 어른들에게 바른 길을 알려주는 길잡이 노릇을 한다. 가령 사춘기 소녀 옥주는 또래들처럼 크고 작은 고민들에 시달리면서도 할아버지의 생일에 유일하게 생일 선물을 준비하고, 할아버지가 요양원에 간 사이 집을 팔려는 아빠를 강하게 비난한다. 최정운은 가족의 관찰자이면서도 화자이며 내적으로 가장 많은 감정의 곡선과 성장을 겪는 옥주를 섬세하게 연기한다. 동생 동주 역의 아역 박승준의 무구한 연기는 극의 활력소다.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은 이들의 오래된 둥지인 2층 양옥집이다. 윤단비 감독이 두 달 이상을 할애해 인천에서 찾은 구옥이다. 실제 노부부가 아이들을 기르고 출가를 시킨 집으로 세월감과 생활감이 그대로 묻어난다. 실제 등장인물들이 이 집 텃밭에 있던 방울토마토와 고추, 포도를 따는 장면들은 영화와 계절의 풍성함을 살린다. 윤 감독은 첫 장편인 ‘남매의 여름밤’으로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4관왕에 오르고, 지난 1월 로테르담국제영화제에서 밝은미래상을 받았다. 국내 영화 중 유일하게 올해 뉴욕아시안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기도 했다. 애초에는 ‘기생충’ 같은 블랙코미디에 가까웠다가 은유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자전적인 감정에 기반해 솔직하게 이야기를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고 했다. 담백하고도 따뜻한 시선이 돋보이는 영화다. 전체 관람가.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아버지의 유산 이름 뒤집은 ‘브이 선언’… ‘성폭력 가해자’ 그의 입 빌려 위로받다

    아버지의 유산 이름 뒤집은 ‘브이 선언’… ‘성폭력 가해자’ 그의 입 빌려 위로받다

    딸에게 심리적·육체적 폭력 가하던죽은 아버지가 가상 사과하는 형식 가족 억압 돌아보고 자신의 삶 위무 ‘버자이너 모놀로그’ 작가로 유명세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의한 성추행 피해를 주장한 고소인을 일각에서 ‘피해 호소인’이라고 불렀다. 일견 타당해 보이는 명칭에는 성폭력 피해자를 대하는 사회의 시선이 고스란히 담겼다. 저의와 배후를 의심하며, 끊임없이 ‘피해자다움’을 강조하는 2차 가해다. 신간 ‘아버지의 사과 편지’는 아버지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이 31년 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사과 편지를 상상하며 써내려 간 글이다. 저자는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의 작가 이브 엔슬러다. 다섯 살 때부터 아버지에게 성적으로 유린당했던 그는 여성 성기의 본질을 묻는 ‘버자이너 모놀로그’를 썼고, 이번엔 자신의 피해 사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글을 썼다. 아버지가 딸에게 가한 성적·심리적·육체적 폭력을 묘사한 부분을 읽다 보면, 책을 덮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타인조차 목도하기 힘든 폭력의 기억을 이브는 왜 불러왔을까. 이미 죽은 아버지로부터, 내가 쓴 가상의 사과를 받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나. 책을 읽는 내내 의문이 휘몰아친다. 그러나 책장을 넘길수록 ‘아버지의 사과 편지’를 쓰는 일은 다름 아닌 피해자인 ‘나’를 위무한다는 점을 어렴풋이 알게 된다. 편지는 아버지가 자신의 태생부터 거슬러 올라가 스스로 돌아보며 시작한다. 복종을 강요하는 억압적인 부모, 형의 성적 학대 등으로 얼룩진 유년 시절, 부와 매력을 지닌 ‘괜찮은 남자’로서 인정 투쟁을 해야 했던 결혼 전 아버지의 모습이다. 가부장제 속에서 자란 그는 아내와 아이를 엄격하게 다뤄야 할 소유물로 생각했다. 그들이 자신의 뜻을 따르지 않으면, 권위를 침해받은 것으로 인식하는 알량한 ‘남자다움’이 아버지 아서 엔슬러의 요체다.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세세한 폭력 묘사에서 직시할 수 있는 것은 방관하는 어머니와 쪼그라든 가부장의 실체다. 이브의 엄마는 딸에게 폭력을 휘두르며 “칼 가져오라”는 남편의 말에 그저 자리를 피해버리는 인물이다. 아서는 독립해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는 딸을 두고 ‘나 없이는, 나의 허가 없이는 네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이 너무나 기뻤어’(160쪽)라고 고백한다. 역설적으로 딸에게 행사하는 삐뚤어진 영향력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자신인 줄도 모르고. 반면 작가가 되겠다고 최초로 선언한 날, 자신을 겁박하는 아버지에게 이브가 주먹을 들어 보이며 했던 말은 수십 년 가스라이팅 속에서도 피어난 인간의 존엄을 느끼게 한다. “내 꿈을 위해 돈을 댈 필요 없어요. 하지만 다시 나에게 손찌검을 한다면 이 집을 영원히 떠날 테니 그렇게 아세요.”(150쪽) 이브는 지난해 TED우먼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과는 기억하는 것이다. 사과는 일어난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걸 얘기하는 것이다. 사과는 우리가 대면한 지금의 문제에서 앞으로 나아갈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은 ‘아버지의 입을 빌려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121쪽)이 ‘뒤늦은 사과 편지’의 가치다. 끔찍한 학대 속에서 자라난 이브는 여성들의 상처를 기록하는 이가 됐고 아담의 일부인 이브가 아닌, 홀로 우뚝 선 ‘브이’가 됐다(이브 엔슬러는 아버지의 유산인 이름을 ‘브이’로 개명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고산문학대상에 이송희·조용미 선정

    고산문학대상에 이송희·조용미 선정

    고산문학축전운영위원회는 제20회 고산문학대상에 이송희(왼쪽·44) 시조시인의 시집 ‘수많은 당신들 앞에 또 다른 당신이 되어’(시인동네), 조용미(오른쪽·58) 시인의 시집 ‘당신의 아름다운’(문학과지성사)을 선정했다고 12일 밝혔다. 200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데뷔한 이 시인은 시집 ‘이태리 면사무소’ 등과 다수의 평론집을 출간했다. 조 시인은 1990년 ‘한길문학’으로 데뷔, 시집 ‘불안과 영혼을 잠식한다’ 등을 썼다. 전남 해남군이 후원하는 고산문학대상은 한문이 지배했던 조선 시대에 순우리말로 서정시를 썼던 고산 윤선도(1587~1671)의 정신을 기려 제정됐다. 상금은 각 1000만원이다. 시상식은 오는 10월 9일 윤선도 고택이 있는 해남군 해남읍 녹우당 백련재에서 열린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내 시선이 세상의 시선 그렇게 믿었었는데…결국 남성의 시선이었다”

    “내 시선이 세상의 시선 그렇게 믿었었는데…결국 남성의 시선이었다”

    연극으로도 만들어진 김이설의 초기작 ‘환영’(2011)을 읽은 사람이라면 백숙을 기억할 것이다. 주인공 윤영은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무능력한 남편 대신 교외 백숙집에서 일하다 남성들의 성적 노리개로 전락한다. 신작 장편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에서 무기력한 가장인 아버지가 좋아한 음식은 백숙 같은 고깃국이다. “하기 쉽고, 값싼 보양식이죠. ‘환영’ 속 백숙이 탐욕스러운 공간의 매개체 역할이었다면, 여기서는 좀더 일반적이고 모두에게 편한 느낌이에요.” 지난 10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난 작가가 말했다. 신작은 종이책 한정판 소장본과 무제한 전자책 이용을 함께 제공하는 밀리의서재 오리지널 에디션으로 출간됐다. 오는 10월에는 출판사 작가정신에서 단행본으로도 나온다. 출간 소감을 묻는 질문에 작가는 “글을 못 쓰던 시기를 통과해 나온 책이라 의미가 남다르다”고 했다. 2015년부터 2~3년, 작가에게 슬럼프가 찾아왔다. 200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지 10여년. ‘인풋’ 없이 ‘아웃풋’만 있었던 데서 온 결과였다. 문자에 대한 환멸이 와서, 청탁받은 원고들을 연이어 펑크 냈다. 그때도 손에서 놓지 않았던 게 시라고 작가는 회상했다. “글쓰기 전에 워밍업 하듯이, 저는 시를 읽는 걸로 언어적 감각을 깨우고 나서 소설을 써요.” 자신이 좋아하는 시와 습작 시절, 두 딸을 돌보며 가사노동을 하는 현재 모습까지, 신작에 다 들어가 있다고 그는 소개했다. 낡고 오래된 목련빌라에는 무기력한 경비원 아버지와 집안의 대소사를 도맡아 온 어머니, 폭력을 휘두르던 남편을 피해 어린 두 아이를 데리고 나온 동생이 있다. 집에 주저앉은 신세가 된 ‘나’는 두 조카를 건사하고 꼬박 가사에 시달리다 연인과도 이별을 고하게 된다. 시인을 꿈꾸며 오로지 스스로에게 집중하던 ‘필사의 밤’은 어느덧 무력해진다. 그는 “‘나’는 엄마와 같은 위치는 아닌데, 엄마와 같은 역할을 아무렇지 않게 수행”하는 ‘K장녀’(Korea+장녀)에 대한 서사라고 말한다. 가부장제 아래 희생양으로서 김이설 소설 특유의 여성이 처한 현실 인식은 비슷하지만, 징그럽다 싶을 만큼 작중 화자에게 가혹하던 김이설이 이젠 달라졌다. 후배들로부터 “나이 들더니 유해졌다”는 평도 더러 듣는단다. “전에는 화자를 끊임없이 밀어냈어요. 해결 방안이 없는 문제들만 작정하고 생기는 식이었죠. 작가인 내가 품으면 변명이 되고 투정이 되지만, 쓰는 사람까지 밀어내면 읽는 독자가 거둬 주리라고 생각했어요.” 최근 몇 년 새 겪은 슬럼프와 한국 사회에 불고 있는 ‘페미니즘 리부트’(2015년을 전후로 한 페미니즘 붐)가 계기가 됐다고 했다. “전엔 제 시선이 곧 세상 사람들의 시선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남성의 시선임을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이게 현실’이라고 보여 줬던 것들이 실은 여성을 성적 대상화시킨 것들이었고요. 누군가에겐 아픔이 되고 상처가 되는 발화라면 다시 한번 생각을 해 봐야 하는 부분 아닐까….” 그렇게 작가는 이제 밀어내기를 멈추고, 부지런히 품는 노력을 한다. “나는 늙어도 소설은 늙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부지런히 후배들과 세상의 목소리를 들으려 노력한단다. 소설 속 백숙의 의미가 달라진 것도 거기에서 오는 듯하다.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까지는 안 돼도, 온 가족을 한자리에 모으는 값싼 단백질원이라는 본령에는 충실하게. 좀더 다정해진 백숙의 의미처럼 책도 ‘해피엔딩’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오케이 마담’, 홍콩·베트남 등 해외 8개국 선판매

    ‘오케이 마담’, 홍콩·베트남 등 해외 8개국 선판매

    엄정화가 주연한 코믹 액션 ‘오케이 마담’이 해외 8개국에 선판매됐다. 배급사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은 ‘오케이 마담’이 대만과 홍콩, 베트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에 선판매됐다고 11일 밝혔다. 국내 최초 비행기 납치극을 소재로 한 영화는 엄정화의 스크린 복귀작이다. 생애 첫 해외여행에서 비행기 납치 사건에 휘말린 부부가 숨겨왔던 내공을 발휘해 구출 작전을 펼치는 액션 코미디를 다루고 있다. 국내에서는 12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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