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헤드폰 4종 서울신문 기자들이 써보니
최근 10~20대 학생들과 음악 동호인들 사이에서 프리미엄 헤드폰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가격은 좀 비싸지만 스마트폰의 MP3 파일 등 음원을 최고의 성능을 가진 헤드폰으로 듣고 싶어하는 수요가 그만큼 많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고가의 헤드폰이 성능은 좋다는 걸 잘 알지만, 그래도 이름만 들어서는 그 제품이 어떤 특징이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게 사실. 그래서 서울신문 취재진이 나섰다. 업체들의 도움으로 프리미엄 헤드폰으로 유명한 소니(모델명 MDR-Z1000)와 페니왕(오버이어 3001), 비츠바이닥터드레(이하 닥터드레·스튜디오 핑크), 소울바이루다크리스(소울·SL300)의 대표 제품을 이용, 장르별로 음악을 들어보고 평가해 봤다.
■ 해당 제품들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류지영 기자의 블로그 (ryu.blog.seoul.co.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류지영(이하 류) 다들 스마트폰을 쓰고 있어서 그런지 헤드폰에 대한 관심이 많네요. 제품들을 다 한 번 써 봤으니, 프리미엄 헤드폰들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내려주세요.
홍혜정(이하 홍) 브랜드에 따라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다들 일정 수준의 퀄리티는 갖추고 있다고 보여요. 음향 전문가가 아니라면 어떤 제품을 구입해도 큰 불만은 없을 것 같네요.
이두걸(이하 이) 저 같은 경우는 여가 시간에 아마추어 록밴드 활동을 해서 그런지 음악에 대한 귀가 조금은 남다르다고 생각하는데요. 헤드폰들을 동시에 들어보니 제품들이 음악 장르별로 특화돼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그런 차이를 잘 알면 제품 구입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다.
이 소니 헤드폰의 경우 함께 써 본 제품 가운데 가장 사실적으로 음을 전달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덕분에 아무리 작은 소리도 뭉개지지 않고 선명하고 깨끗하게 들렸어요. 제 아이폰에 있던 마일스 데이비스의 ‘소왓’은 1959년에 만들어진 원곡을 디지털로 복각한 것인데, 이 제품으로 들어보니 LP판의 지지직거림까지 그대로 들렸습니다. 이런 느낌은 고가의 스피커 제품에서나 경험할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이 제품이 제일 마음에 드네요.
홍 저도 이 제품이 악기 하나하나의 소리가 중요한 클래식이나 재즈 같은 장르에 적합하지 않나 해요. 다만 다른 제품들과 달리 ‘노이즈 캔슬링’(주변 소음을 제거해주는 기능)이 없다는 게 아쉬워요. 애초 이 제품이 음악 스튜디오용으로 만들어진 것이어서 해당 기능이 필요 없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는 해요. 밖에서 헤드폰을 쓰기에는 조금 시끄럽다고 느낄 수도 있겠어요. 다른 제품들보다 비싼 가격도 부담이고요.
홍 제가 들어보니 ‘박태환 헤드폰’으로 유명한 닥더드레나 ‘빅뱅 헤드폰’으로 알려진 소울은 큰 차이가 없었어요. 브랜드를 가리고 들으면 저는 구분을 못할 것 같아요. 아무래도 두 제품이 미국의 유명 힙합 뮤지선들이 직접 참여해 만든 거라 그런지 중저음이 특히 강조돼 있다는 느낌이에요.
힙합곡인 리쌍의 ‘인생은 아름다워’를 여러 차례 들어봤는데, 이 두 제품은 다른 헤드폰들보다 비트감을 강하게 느끼게 해 줘 사람을 좀 더 흥분시켜요. 두 제품이 만들어진 의도처럼 평소 힙합이나 댄스 등을 즐겨 듣는 이들이라면 이 제품이 유용할 것 같네요. 저 역시도 이 둘이 제일 좋았어요.
이 다만 제 생각에는 이 제품들에 채택된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조금 아쉬웠어요. 스마트폰에 끼고 길거리에서 듣기 위해 만든 제품이다보니 어쩔 수 없이 채택한 것이지만, 아무래도 주변 소음을 줄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백색소음(다양한 음높이의 소리를 합쳐 내는 넓은 음폭의 소음)을 내야 해 미세하게나마 음을 왜곡시킨다는 느낌이 있어요.
예를 들어 클래식인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제2번 작품 제2악장 아다지오 소수테누토를 듣는데, 곡이 조용하다보니 이 제품들의 백색소음이 다소 거슬렸어요. 일반인에게는 상관이 없을 수도 있지만, 정밀한 음질을 추구하는 분들이라면 조금 불만일 수도 있어요.
류 그러고보니 각자 다 선호하는 제품이 다르군요. 저는 페니왕 제품이 제일 괜찮았어요. 앞서 언급한 제품들이 특정 장르에서는 강한 모습을 보이지만, 또 다른 장르에서는 약점을 보이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이 제품은 전 분야에서 고르게 무난한 성능을 보여줬어요. 학생에 비유하자면 특정 분야에서 전교 1등은 아니지만, 전 과목에서 고르게 성적을 받아 최고점을 받는 우등생이라고 할까요. 그만큼 제품 최적화가 잘돼 있다는 뜻이겠죠.
록인 ‘락앤롤’(레드 제플린)이나 발라드인 ‘시간을 거슬러’(린)를 들을 때 음 전체를 안정되고 차분하게 끌고 간다는 느낌이었어요. 제품 디자인도 세련됐고, 헤드폰이 귀 전체를 쏙 덮어줘 제일 편하게 착용했어요.
이 반대로 말하면 특정 분야의 마니아들에게는 그런 부분이 다소 아쉬울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부드러운 비트감이나 무난한 음색이라는 것은 강렬하고 자극적인 면을 추구하는 힙합 혹은 록 마니아들에게는 ‘2% 부족하다.’고 느끼게 할 수도 있거든요.
홍 여성들에게 약간 무겁다는 느낌도 있네요. 아무튼 프리미엄 헤드폰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었어요. 다만 다들 가격이 너무 비싸요. 조금씩만 내려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홍혜정·이두걸·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