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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목소리 연금술사… 성우 양지운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목소리 연금술사… 성우 양지운

    그의 평소 목소리는 ‘인디아나 존스’의 해리슨 포드와 비슷할까, ‘보디가드’의 케빈 코스트너와 닮았을까. 아니면 ‘체험 삶의 현장’ 같은 TV 프로그램에서의 코믹 내레이션에 더 가까울까.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 카페에서 만난 성우 양지운의 목소리는 그가 연기했던 무수한 인물 중 누구와도 닮아 있지 않았다. 50년 가까운 성우 인생의 대부분을 주인공으로만 살아온 그가 실제 인생의 주연으로서 달려온 68년을 들어봤다. -“이봐, 손님한테 그렇게 따지듯이 말하는 웨이터가 어딨나? 그 짧은 대사 하나 제대로 못해서 어떻게 성우를 해.” 1970년 서울 서소문 TBC 사옥의 라디오 녹음실에 성난 PD의 호통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차갑게 나를 보는 선배들의 시선. 성우가 되고 나서 처음으로 대사 한마디를 얻었던 그날, 나는 얼굴이 벌게져 당장이라도 녹음실을 뛰쳐나가고 싶은 심정이 돼 있었다. 라디오 드라마 속 내 역할은 레스토랑 웨이터. 대사는 딱 한 줄 “뭘 드시겠습니까?”였다. 주인공에게 정중히 물어야 하는데, 긴장한 탓에 “당신 뭐 먹을 거야. 빨리 말해!”라는 식으로 따지는 것처럼 딱딱한 연기가 되고 말았다. 무수한 NG 끝에 넋이 완전히 나간 상태로 녹음을 마쳤다. ‘기회만 주어지면 신성일이나 찰턴 헤스턴(영화 ‘벤허’의 주연배우) 역할이라고 못 하겠나.’ 평소 가졌던 그 생각은 얼마나 만용이었나. 어쨌든 나의 단독 대사 데뷔전은 그렇게 엉망으로 끝이 났다. 이후로도 녹음실의 ‘고문관’ 노릇은 상당 기간 이어졌는데, 그 와중에 위안거리는 하나 있었다. “신참이 목소리 하나는 괜찮구먼”이라는 선배들의 평가였다. -나는 고등어와 고구마를 아주 싫어한다. 절대로 안 먹는다. 고등어 머리만 모아 끓인 국과 고구마를 먹으며 비린내와 복통에 잠 못 들었던 어릴 적 기억 때문이다. 1948년 내가 태어난 곳은 경남 통영의 두메산골이었다. 바닷가 쪽 어촌이라면 차라리 좀 나았을까. 논도 밭도 제대로 없는 곳에서 할 거라곤 고구마 농사뿐이었다. 어머니는 며칠에 한 번씩 부두에 나가 손질하고 버려지는 고등어 머리들을 받아와 가마솥에 넣고 끓여 주셨다. 방안을 가득 채운 고등어 비린내는 이불에 스며 들고 옷에 배어 나를 어디든 따라다녔다. -고향이 싫었다. 분명히는 가난이 싫었던 것이지만, 나에게 고향은 곧 가난이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형님 세 분은 일찌감치 생계를 위해 고향을 떴기 때문에 어릴 적 우리 집은 부모님과 나, 이렇게 세 식구였다. 부모님은 무학(無學)이시기도 했지만, 끼니도 제대로 못 잇는 상황에서 막내아들의 미래를 생각할 여유가 없으셨다. 때가 됐는데도 학교에 보내지 않으셨다. 친구들이 국민학교(초등학교)에 가고 나면 혼자 남은 나는 산으로 바닷가로 마냥 쏘다녔다. 그러기를 2년. 울며불며 아버지를 졸라 열 살에 처음 학교에 들어갔다. -내 학력은 국졸로 끝날 뻔했다. 친구들이 중학교에 등교할 때 나는 농사를 지으러 갔다. 국민학교 때 나보다 공부를 못했던 아이들이 통영중 교복을 입고 다니는 걸 보면 어린 마음에 속이 뒤집어졌다. “사범학교 학생들이 가르치는 고등공민학교라는 곳이 있다던데 거기라도 가 볼래?” 마흔둘에 나은 늦둥이가 실의에 빠져 있는 걸 어머니 스스로 견디질 못하셨다. 그때 어머니의 배려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머니, 막내 데리고 같이 올라갈게요.” 어떻게 하면 이 지긋지긋한 집을 탈출할 수 있을까 궁리하던 차에 서울에 살던 둘째 형님이 같이 올라가자고 했다. 오랜만에 찾아온 고향에서 내 표정을 보곤 ‘저 놈을 여기에 계속 두면 안 되겠다’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다. 그게 또래들은 고1이던 만 16세, 1964년이었다. -손잡고 올라온 건 작은형이었는데, 어쩌다가 자리를 잡게 된 건 경기도 의정부 큰형님 댁이었다. 형과 함께 의정부중학교에 갔다. “저 통영에서 고등공민학교 1학년 다녔으니까, 여기서는 2학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고등공민학교는 정규과정이 아니니 1학년으로 입학하라고 했다. ‘안 그래도 친구들보다 3년이나 늦었는데….’ 내 한숨이 너무도 깊었던지 교무주임 선생님이 그 전해에 봤던 1학년 기말고사 시험문제지를 갖고 오셨다. “여기 문제들 풀어봐. 잘 보면 2학년으로 해주마.” 다음날 나는 2학년 교실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아니 세 살 어린 동생들을 만났다. -큰형님은 아이가 셋이었다. 가뜩이나 작은 단칸방에 다섯 식구가 사는데 내가 끼니까 여섯이었다. 신문배달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밥만 형님 댁에서 먹고 잠은 보급소에서 잤다. 공부는 쉬웠다. 경상도 말씨 심한 시골 형이 순식간에 공부에서 자기들을 따라잡자 아이들은 놀라는 눈치였다. 공부 좀 한다는 게 알려져 우연히 큰형님이 셋방 사는 주인집 국민학생 아이를 가르치게 됐다. 나한테 배우고 그 아이가 성적이 확 올랐는데, 그 덕에 과외 학생을 많이 소개받았다. 국민학교 5~6학년 15명을 가르친 적도 있었다. 한 달에 최고 5000원도 벌었는데 대졸 직장인 월급 수준이었다. 절반 정도를 떼어 형님 생활에 보탰다. -당시 내 유일한 취미는 라디오를 듣는 것이었다. 집안에 TV가 거의 없던 당시에 라디오 드라마는 최고의 인기였다. 저녁이면 동네 아낙들이 밥상 치우고 삼삼오오 라디오 있는 집으로 몰려들었다. 구민, 고은정, 이창환 같은 성우들은 톱스타였다. 우리 집에는 라디오가 없었지만, 과외 선생의 지위를 이용해 제자의 집에 가서 듣곤 했다. -중3 때에는 유도를 했다. 전국대회에서 우승도 했다. 그때 함께 운동했던 친구가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던 장은경(1996년 별세)이었다. 그런데 운동만 하기엔 학업 성적이 너무 좋았다. 은경이는 유도를 위해 인천 선인고에 갔고 나는 일반고인 의정부고에 진학했다. 의정부고는 학력이 꽤 좋은 편이었는데, 나는 전교 10등 밖으로 나가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서울대에 대한 꿈 같은 건 없었다. 연기자가 되기로 마음을 굳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업이 끝나면 의정부에서 서울까지 차를 타고 와서 명동국립극장과 영화관에 살다시피 했다. 배우들의 대사를 따라했고, 라디오 드라마 대사도 받아 적은 뒤 연습을 했다. 영화배우나 TV 탤런트도 생각해 봤지만 내 외모에 목소리만큼의 강점은 없다는 걸 알곤 빠르게 포기했다. -한양대 토목학과에 들어갔는데 얼마 다니지는 못했다. 대학 1학년 때인 1969년 10월 TBC에 입사(성우 공채 5기)했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성우로서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경상도 사투리였다. 나는 ‘경제’라고 말하는데 사람들은 ‘갱제’로 알아들었다. ‘쌀’이라고 하는데 사람들 귀에는 ‘살’로 들렸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한 희화화 유머에도 등장하는 이런 상황은 당시 나에게는 심각한 핸디캡이었다. 그때 방송사에서는 표준어만 써야 한다는 인식이 유난히 강했다. ‘서울말’, 그러니까 표준어를 외국어 배우듯이 익혔다. 퇴근을 하면 매일 서울 사람들만 만났다. 경상도 사람은 의도적으로 피했다. 서울말을 듣고 통으로 외웠다. 그야말로 사투리와의 사투였다. -그러는 중에도 나의 사투리 억양에 대한 지적은 계속됐다. 당시 TBC의 인사 평가 시스템은 매우 가혹했는데, 어느 날 불쑥 해고 통지를 하는 식이었다. “고생 고생해서 성우가 됐는데 결국 사투리 때문에 잘리는 건가.” 불안한 날들이 이어지는데 뜻밖의 기회를 얻게됐다. 당시 ‘광복 20년’이라는 정치 드라마의 ‘이승만 시해미수 사건’ 편에 김시현이라는 분이 나왔다. PD가 경상도 말을 써야 하는 그 역할을 나에게 주었다. 방송이 나간 뒤 반응이 아주 좋았다. “저렇게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성우가 누구냐”는 격려 전화가 빗발쳤다. ‘퇴출’ 후보에서 갑자기 ‘TBC의 보물’이 됐다. -그러다 1976년 인생의 전기가 찾아왔다. ‘600만불의 사나이’의 주인공 스티브 오스틴(리 메이저스) 역을 맡게 됐다. 입사한 지 6년을 갓 넘겼을 때였다. 원래 ‘600만불의 사나이’는 길게 방영할 게 아니었다. 단발 편성이었다. 그래서인지 PD가 주인공을 나에게 맡겼다. 공군 조종사 출신 대령이 사고로 양쪽 다리와 한쪽 팔, 한쪽 눈을 잃었지만 최첨단 기술로 다시 태어나 차도 한 손으로 번쩍 들고 시속 100㎞로 달린다는 설정은 당시로선 충격이었다. 방송이 나가자 전국에서 난리가 났다. 드라마 자체도 그렇지만 주인공 목소리 성우가 너무 잘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결국 ‘600만불의 사나이’는 장기 편성으로 바뀌었고 나의 역할도 계속됐다. 선후배 기수 개념이 강한 방송국에서 고참들을 제치고 고작 입사 6년에 주인공이라니. -드라마가 인기를 얻자 광고가 어마어마하게 들어왔다. 점심 먹을 시간도 없어서 별명이 ‘김밥맨’일 정도였다. 아침에 방송국으로 출근하면 밤 10시는 넘어야 퇴근할 수 있었다. 어린이들이 600만불의 사나이 흉내를 내면서 사고도 많이 났다.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다 사망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아주머니는 방송국으로 찾아와 ‘주인공 흉내를 내다가 크게 다쳤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600만불의 사나이’가 인기를 모으면서 ‘두 얼굴의 사나이’, ‘소머즈’, ‘원더우먼’ 등 비슷한 장르의 미국 드라마가 속속 국내에 들어왔다. -과거 ‘주말의 명화’, ‘명화극장’ 등 주말 외화들이 방송사를 먹여살리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는 더빙이 시원찮으면 “성우 때문에 영화를 망쳤다”고, 반대로 괜찮으면 “성우가 영화를 살렸다”는 편지와 전화가 방송국에 쇄도했다. 로버트 드니로, 멜 깁슨, 해리슨 포드 등의 목소리가 내 단골이었다. TBC 전속에서 풀린 뒤 방송국마다 나를 붙잡기 위해 경쟁이 벌어졌고 내 인기는 그야말로 상한가였다. “극장에서 볼 때보다 더 낫다”는 것만큼 기분 좋은 말은 내게 없었다. -‘맥가이버’, ‘형사 가제트’를 맡았던 배한성 선배는 외부에서 필생의 라이벌로 꼽지만, 우리 둘 사이는 별로 그렇지는 않다. 배 선배는 나이는 두 살 위, 방송국 기수로는 3기 위(TBC 2기)다. 사실 서로 경쟁할 부분도 없었다. 배 선배는 부드러운 콧소리 음성이지만 난 쇳소리에 가깝다. 서로가 서로를 빛나게 해준다. 형사물인 ‘스타스키와 허치’도 함께 했다. 난 냉정한 독일계 형사인 허치를, 배 선배는 다혈질의 유태계 형사 스타스키를 맡았다. -나에게 목소리 관리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목을 잘 관리하려면 잘 자고 잘 먹고 잘 쉬어야 한다. 피곤하면 목소리부터 변한다. 감기도 조심해야 한다. 목소리는 지문처럼 타고나는 것이지만, 과음을 하거나 흡연을 하면 망가지기 마련이다. 목소리 관리를 위해 물병을 갖고 다니며 하루에 2ℓ 이상을 마신다. -언제부턴가 ‘성우’보다는 ‘양심적 병역거부 운동가’로 더 많이 활동한 것 같다. 큰아들이 스무 살이 되던 2000년 입대영장이 나오자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했다. 군사법원에서는 징역 3년형을 선고했다. 그 전까지는 내 종교를 드러내지 않았지만 아들이 그렇게 되니 양심적 병역 거부 문제에 앞장설 수밖에 없었다. 내가 ‘여호와의 증인’ 신자가 된 건 1987년부터다. 주변에서 “왜 하필…”이라는 반응도 나왔지만 “난 그저 내 길을 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에게 종교를 강요한 적은 없었지만 자연스레 부모를 따라왔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가족협의회’ 공동대표를 맡아 청와대나 법무부 등을 쫓아다녔다. 세상이 날 싸움꾼으로 만든 셈이었다. 그 이후 광고 출연 요청 등도 완전히 끊겼지만 개의치 않는다. 사정은 다른 아이들도 비슷한데 둘째도 2011년부터 감옥살이를 했고 지금 스물네 살인 셋째는 재판을 받고 있다. 요즘 많이들 물어보는 게 ‘걸그룹 며느리’(‘카라’ 출신 김성희) 얘기다. 그 아이는 나에게 막내딸과 같다. 결혼한 지 5년이 다 돼가는데 아직도 그렇게 예쁠 수 없다. 김태균 사회부장 windsea@seoul.co.kr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성우 양지운 1970년대 이후 중후하고 담백한 목소리로 늘 최고의 자리를 유지해 온 우리나라의 대표 성우다. ‘600만불의 사나이’의 리 메이저스(왼쪽·스티브 오스틴)를 비롯해 해리슨 포드(인디아나 존스, 도망자, 스타워즈), 로버트 드니로(오른쪽·히트, 대부2, 미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알 파치노(애니 기븐 선데이), 리엄 니슨(테이큰, 쉰들러 리스트), 멜 깁슨(가운데·리썰 웨폰, 브레이브 하트), 케빈 코스트너(보디가드, 워터월드), 러셀 크로(글래디에이터), 숀 코너리·로저 무어(007 시리즈), 크리스토퍼 리브(슈퍼맨) 등이 그의 목소리를 통해 한국 시청자들을 만났다. 2000년대 이후에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 가족협의회 공동대표로 활동해 왔다. ▲1948년 경남 통영 출생 ▲경기 의정부중·고 ▲한양대 토목공학과 중퇴 ▲TBC 성우 5기 입사(1969년) ▲MBC 라디오 연기대상(1984년), KBS 최우수 외화 연기상(1999년), 한국방송대상 성우상(2010년) ▲한국성우협회 부이사장(2004년), 서울종합예술전문학교 겸임교수(2005년)
  • 대법 “교과 강의 없이 공부법만 가르쳐도 학원 등록해야”

    공부의 내용이 아니라 공부의 방법을 가르치는 곳도 학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 교습에 관한 법률(학원법) 위반으로 기소된 교육업체 S사 대표이사 조모(37)씨에게 벌금 50만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조씨는 2011년 10월부터 2013년 1월까지 서울 서초동의 무등록 교습학원에서 강사 10여명을 두고 ‘자기주도적 학습 방법론’ 강의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학원법상 교육청에 등록하지 않고 학원을 운영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학원법 시행령은 입시나 보습 등 학원의 교습과정을 ‘초·중·고교 과정에 속하는 교과 및 논술과 진학 상담·지도’로 규정했다. 조씨는 교육청 단속에 걸려 약식기소되자 “학원법에서 정하고 있는 교습과정을 가르치지 않아 등록 의무가 없다”며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교습 방식이 다소 다를 뿐 실질적으로는 학교 교과를 가르친 것과 같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1심과 2심은 “통상적인 학원과 달리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지만 이는 교습 방식의 차이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며 “학습 방법을 가르치는 데 학과 내용의 교습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대법 “회사車 제공받은 노조 자주성 침해 부당노동행위”

    회사가 노동조합에 업무용 차량과 매점시설 등 편의를 제공한 행위는 ‘부당노동행위’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노조가 단체협약을 통해 따낸 ‘과실’일지라도 노조의 자주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은 2010년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인 두원정공과 ‘회사는 조합에 업무용 차량 1대와 소비조합(매점) 등 운영을 위한 장소 등을 제공한다’는 내용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 평택지청은 이 조항에 대해 “사용자가 노조 운영비를 원조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한 노동조합법 제81조에 위배된다”며 금속노조에 시정을 명령했다. 이에 금속노조는 “협상으로 원조를 얻어냈다면 자주성을 침해할 위험이 없으므로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다”며 ‘단체협약 시정명령 취소소송’을 냈다. 1심은 “업무용 차량과 매점시설 등은 회사 규모 등을 감안하면 노조 활동에 필요한 최소한의 경비 지원이거나 노조의 자주성을 저해할 위험성이 없는 성격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노동조합법은 노조의 운영비 원조행위를 금지하는 범위를 노조의 자주성이 침해될 우려가 있는 경우로 한정하지 않고 있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도 21일 “‘편의제공’ 조항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므로 이에 대한 고용노동청의 시정명령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檢, 부영그룹 탈세 혐의 수사 착수… 파장 어디까지

    檢, 부영그룹 탈세 혐의 수사 착수… 파장 어디까지

    대형 건설기업인 부영그룹과 이중근(75) 회장에 대해 검찰 수사가 본격화될 예정인 가운데 사태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주목된다. 일부에서는 4·13총선이 끝나면서 검찰이 그동안 자제해 왔던 기업 수사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9일 검찰과 국세청 등에 따르면 부영은 지난해 12월부터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특별세무조사를 받아 왔다. 조사에는 ‘국세청의 대검 중수부’로 불리는 조사4국이 동원됐다. 조사4국은 비리나 횡령, 탈세 등의 혐의점을 포착하고 예고 없이 세무조사를 벌인다. 이번 국세청의 세무조사는 퇴직한 임직원들의 비리 제보에 의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부영주택에 대한 세무조사는 심각한 수준까지는 염두에 두고 이뤄지지 않았으나 조사가 진행되면서 당초 예상보다 중한 탈세 혐의가 나타나면서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세범칙조사란 세무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부정한 방법으로 세금을 회피한 행위가 발견되는 경우 등에 취해지는 사법적 성격의 조사를 말한다. 향후 검찰 수사는 그룹 주력사인 부영주택의 수십억원대 법인세 포탈 여부의 규명과 이 과정에 이 회장이 얼마나 개입했는지 등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수사의 외연이 그 이상으로 넓어질 수도 있다. 사정당국 고위 관계자는 “이번 검찰 수사가 소소한 수준에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국세청에서 밝혀낸 혐의 외에 향후 수사 과정에서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주택사업을 하면서 건설 부지를 많이 사들였던 부영그룹이 실제 토지 매입가보다 비싼 가격에 산 것처럼 계약서를 꾸미고, 거래 금액과의 차액을 비자금으로 조성하는 방법으로 세금을 탈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해외법인에서 매출을 올리면서 일부 환차익을 숨겼다는 주장도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해서도 검찰의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성인잡지 모델 같네” 성희롱 사무장 파면 정당

    여성 승무원에게 성희롱을 일삼고 승진을 빌미로 금품을 강요했다가 파면된 항공사 승무원이 회사 측 징계에 불복해 소송을 냈지만 결국 패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대한항공 전 객실 사무장 A(55)씨가 “파면 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해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1988년 입사한 A씨는 부하 직원들에게 상습적으로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말을 한 사실이 밝혀져 2014년 7월 파면 처분을 받았다. A씨는 “성인잡지 모델 같다”, “나 오늘 한가해요 느낌이다”처럼 외모 등과 관련해 수시로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표현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또 자기 팀원들에게 “물질과 마음은 하나다”, “몇십만원 투자해 진급하면 연봉이 몇백만원 오른다”며 노골적으로 금품을 요구하기도 했다. 자기가 해야 할 보고서 작성이나 내부평가 시험 등도 부하 직원들에게 떠넘겼다. A씨는 절차적인 부분을 문제 삼으며 해고가 부당하다는 소송을 냈지만 1심과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토막 살인범 박춘풍 무기징역 확정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동거녀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수원 팔달산 토막 살인 사건’의 피고인 박춘풍(57·중국 국적)의 상고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15일 확정했다. 박춘풍은 2014년 11월 경기 수원시 팔달구 매교동 집에서 동거녀를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팔달산 등지에 버린 혐의(살인 및 시체손괴 등)로 기소됐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공사장 거리·전입 시기 등 고려 1인 최대 60만원·가구 300만원

    4년 가까이 주택 재개발 구역 철거와 아파트 신축공사로 소음 등 피해를 입은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집단소송 끝에 1인당 최대 60만원, 가구당 최대 300만원 등 총 5억여원의 배상을 받게 됐다. 재개발 구역과 거주 동 사이의 거리 및 전입시기 등에 따라 배상금이 달리 책정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6부(부장 윤강열)는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A아파트 주민 1850명이 인접한 부지에 B아파트를 신축한 재개발조합 및 철거업체·시공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들은 총 5억 1457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B아파트 지역에서는 2011년부터 이듬해 12월까지 기존 건물이 철거되고, 2013년 1월부터 지난해 3월 말까지 아파트가 새로 지어졌다. 이곳과 A아파트는 너비 약 6m의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맞닿아 있다. A아파트 주민들은 소음과 분진 피해 등으로 여러 해 동안 고통을 받았다며 재개발조합과 공사업체들을 상대로 2013년 12월 소송을 냈다. 법원이 정한 배상액은 공사 현장과의 거리에 따라 A아파트 동별로 다르게 산정됐다. 현장과 가장 가까운 103동 주민들 중 2011년 6월 말부터 살기 시작한 주민들은 철거·공사 피해 위자료로 1인당 60만원, 5인 가구 기준으로 가구당 최대 300만원을 받게 됐다. B아파트와 멀리 떨어진 101·104동 주민들은 철거·공사 피해 위자료로 1인당 최대 12만원, 가구당 최대 60만원을 인정받았다. 앞서 해당 구청은 현장 소음도를 측정해 다섯 차례나 법령 기준을 넘은 것을 적발하고, 시공사 등에 시정명령과 과태료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재판부는 “휴일에도 오전 7시부터 저녁 6시까지 공사가 진행되고, 한 달 중 24일간 하루 134회의 발파 작업이 이뤄지는 등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는 침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특히 아파트 철거·신축공사의 경우 통상 7.5m 떨어진 거리까지 90㏈ 이상의 고소음이 발생해 해당 지역의 고통이 가중됐다”고 지적했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경찰 음주측정에 불복해 다른 병원서 재측정했다면?

    오모(49)씨는 2014년 3월 5일 0시 30분쯤 경찰의 음주단속에 걸렸다. 혈중알코올농도 0.142%로, 인사사고 발생과 관계없이 무조건 면허가 취소되는 기준(0.1%)을 넘어서는 수치였다. 경찰관은 “측정한 수치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채혈을 통해 다시 측정할 수 있다”고 알렸다. 이에 오씨는 그로부터 2시간이 지나 경찰서를 찾아가 채혈 측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여서 거부당했다. 그러자 오씨는 혼자 병원에 가서 혈중알코올농도를 다시 측정했다. 단속에 걸린 지 3시간 40분 뒤에 이뤄진 채혈 방식의 측정에서 혈중알코올농도는 0.011%가 나왔다. 오씨는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약식기소됐다. 하지만 오씨는 병원에서 측정한 혈중알코올농도를 근거로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1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오씨는 2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2심 재판부는 “오씨가 병원에서 측정한 수치를 근거로 단속 시점의 수치를 역추산해 보면 최저 0.04%에 불과해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항소심 판단과 달리 생각했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병원이 본인 여부를 확인하지는 않았다”며 “혈액 채취 또는 검사과정에서 조작이나 관계자의 잘못이 개입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靑 “진경준 문제, 진상규명 후 법·원칙대로 처리”

    비상장 주식을 통해 거액을 벌어들인 진경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검사장)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철저한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법무부는 진 검사장이 낸 사표 수리를 일단 보류하고, 필요하면 수사에도 나설 방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7일 진 검사장 논란과 관련해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결과에 따라 법과 원칙대로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외방문을 마치고 지난 6일 귀국한 박근혜 대통령은 진 검사장 논란을 보고받고 ‘선(先) 진상규명, 후(後) 법과 원칙에 따른 처리’라는 내부 건의를 그대로 시행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6일 진 검사장에게 20여개의 질문이 담긴 소명 요구서를 발송하는 등 조사에 착수했다. 법무부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공직자윤리위가 진 검사장의 넥슨 주식 매입 경위 등을 조사한 뒤 다시 재조사를 의뢰하면 감찰관실에서 조사에 들어갈 것”이라면서 “법무부에서 하는 조사는 인신구속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수사와 같은 절차와 형식으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다른 법무부 관계자는 “진상 규명이 이뤄지기 전까지 진 검사장이 제출한 사표는 수리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공직자 비리에 대해서는 엄단한다는 원칙을 세운 만큼, 조사 과정에서 위법 사실이 드러나면 진 검사장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예순 번째 ‘신문의 날’

    예순 번째 ‘신문의 날’

    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60회 신문의 날(4월 7일) 기념행사에서 정의화(왼쪽 다섯 번째) 국회의장과 이병규(여섯 번째) 한국신문협회장, 황교안(일곱 번째) 국무총리 등 참석자들이 축하 떡을 자르고 있다(위). 이날 기념식과 함께 진행된 한국신문상 시상식에서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를 보도한 서울신문 김상연 부장과 이두걸, 유대근, 송수연 기자가 기획·탐사보도 부문상을 수상했다(아래).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 진상 고객 트집 한번에… 빵집 주인은 3년 날렸다

    “보름 동안 장사를 못 하는 것보다도 ‘유통기한이 지난 불량식품을 판 가게’라는 낙인이 찍히는 게 정말 억울했어요. 3년의 법정 싸움이 쉽진 않았지만 대법원에서 누명을 벗었으니 천만다행이죠.” 경기 군포시에서 파리바게뜨 가맹점을 운영하는 김모(46·여)씨는 ‘화이트데이’였던 2013년 3월 14일을 잊지 못한다. ‘블랙컨슈머(악성 소비자)의 악몽’이 시작된 날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그날 저녁 이모씨에게 3통 한 묶음짜리 사탕을 팔았다. 하지만 며칠 뒤 본사에서 연락을 받았다. “유통기한이 2개월 넘게 지난 사탕을 샀다”고 이씨가 항의를 해 왔다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김씨는 “기한을 앞둔 사탕은 2012년 12월 말에 이미 본사에 전액 환불을 받고 반품한 상태였다”면서 “그해 1월 본사의 위생점검 때 유통기한 항목에서 ‘적합’ 판정을 받았던 터라 그 사탕이 매장 안에 아예 있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씨를 만나 보상 등 문제를 협의하려고 했지만 이씨는 “본사와 얘기하겠다”며 거부했다. 이후 이씨는 본사에 합의금 250만원을 요구했다. 사탕값의 100배였다. 김씨는 경찰 조사도 받았다. 경찰은 “유통기한이 지난 사탕을 판매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다른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는 없다”며 내사 종결했다. 경찰 통보를 받은 군포시는 15일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고, 김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김씨가 군포시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영업정지 처분을 취소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법원은 이씨를 전형적인 블랙컨슈머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탕을 사고 나흘 뒤에야 문제를 제기한 데다 원래 제품 가격의 100배를 보상하라고 요구한 이씨를 정상적인 소비자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사탕을 여자친구인 A씨에게 선물했다’고 하지만 A씨는 그를 ‘가게 단골손님’이라고 말하고, 이씨는 본사에 항의를 하기도 전에 ‘본사에서 제품 사진을 보내라고 했다’며 A씨로부터 사탕을 다시 가져갔다”면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씨의 주장에 근거한 원심 판단은 위법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 관계자는 “가맹점주들이 과거에는 문제가 발생하면 입단속 하기에 급급했지만 최근에는 사실에 근거해 대응하는 추세”라면서 “이런 판결이 많아지면 블랙컨슈머들이 활개 칠 여지가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대법 “민간인 불법사찰 피해 김종익에 5억 배상”

    이명박 정부 때 ‘민간인 불법사찰’ 피해를 당했던 김종익(62) 전 KB한마음 대표에게 국가와 담당 공무원들이 5억원대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최종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김 전 대표가 국가와 이인규 전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 등 7명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피고들은 김 전 대표와 그의 가족에게 5억 2092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대법원은 “김 전 대표에게 직위에서 물러나고 지분을 이전하도록 한 행위는 위법한 공권력 행사인 만큼, 그가 입은 손해를 국가가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본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수 백억대 재산분할 소송 수수료 공짜시대 ‘이젠 끝’

     이혼이나 상속으로 인한 재산분할 과정에서 청구액과 상관없이 무료나 다름없던 수수료(인지대)가 하반기부터 대폭 올라간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는 재산분할 사건의 수수료를 민사 사건 수수료의 2분의 1로 적용하도록 개정한 가사소송료규칙을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한다.  기존에는 청구금액과 상관없이 수수료는 1만원에 불과했지만 앞으로는 이혼이나 상속으로 인한 재산분할 사건에서 민사 사건 수수료 규칙에 따라 산정한 금액의 2분의 1을 적용하게 된다.  개정 규칙을 적용하면 이혼·상속에 의한 재산분할을 청구할 경우 청구금액에 비례해 수수료가 늘어난다. 예를 들어 10억원을 청구하면 202만7500원을, 100억원을 청구하면 1777만7500원을 수수료로 내야 한다.  실제로 그동안 법조계에선 민사와 가사 재판의 수수료 규정이 달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많았다. 법원 행정력 소모나 사건의 성격은 비슷한데도 수수료 차이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더군다나 재벌가에서 재산 다툼을 벌일 때도 서민들 간 사건과 똑같은 수수료를 내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1990년대 가사소송에 처음 재산분할 제도를 도입할 때 수수료 기준까지 깊게 고려하지 않고 시행한 데 따른 문제로 그동안의 지적을 반영해 기준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재산분할 사건 수수료를 높이는 것과 달리 이혼이나 혼인무효 등 일반적인 가사소송의 수수료는 2분의 1로 낮아진다. 이런 사건들은 민사소송과 같은 기준을 적용해 수수료를 산정했는데, 가족 사이 분쟁인 점 등을 고려해 낮추기로 한 것이다.  이 밖에 법원은 사건을 단독 또는 합의재판부에 배당하는 기준도 개정했다.  현행 민사 및 가사소송의 사물관할에 관한 규칙은 재산분할 등 비송(소송절차에 의하지 않고 법원이 간이한 절차로 처리하는 것) 사건을 무조건 단독재판부에 배당하도록 했다. 이혼 등 소송은 소송가액 5000만원 이상인 경우만 합의부에 맡겼다.  오는 7월부터는 소송과 비송을 가리지 않고 다투는 금액이 총 2억원을 넘으면 합의재판부가 사건을 심리한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민사소송의 경우 이미 지난해 2억원 이상 사건만 합의부가 맡도록 규칙이 개정됐다”며 “경제 규모가 커져 수억원대 재산분할 사건도 많아지면서 합의부 업무가 과중해진 데 따라 개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709억 체납’ 한솔 前부회장 출국 금지

    700억원대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출국금지 처분을 받은 조동만(63) 한솔그룹 전 부회장이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조 전 부회장이 “출국금지 기간을 연장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법무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조 전 부회장은 2000년 6월 한솔엠닷컴 주식 588만여주를 KT에 양도하고 현금 666억 9000여만원과 SK텔레콤 주식 42만여주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양도소득세 72억여원과 증권거래세 3억여원을 냈다. 국세청은 조 전 부회장이 SK텔레콤 주식 가격을 낮춰 신고했다고 판단하고 추가로 431억여원을 과세했다. 조 전 부회장은 과세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조 전 부회장은 이후에도 세금과 가산세를 내지 않아 체납 세금이 709억여원으로 불어났다. 법무부는 “조 전 부회장이 해외로 도피할 우려가 있다”는 국세청의 의견에 따라 2011년 4월부터 조 전 부회장의 출국을 금지했고, 조 전 부회장은 소송으로 대응했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변리사회, 사상 첫 회장 해임안 논의… 변호사와의 ‘영역 다툼’이 단초

    모든 변리사가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대한변리사회가 사상 처음으로 현직 회장의 해임 여부를 회원에게 묻기로 했다. 최근 변리사들과 변호사들의 영역 다툼이 변리사 업계의 내홍으로 번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한변리사회는 다음달 4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임시총회를 열어 강일우 회장과 임원 등 집행부에 대한 해임안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총회 소집은 지난달 치러진 회장 선거의 후유증 때문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4일 변리사 653명은 “강 회장이 변리사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할 것이라고 신뢰할 수 없다”며 임시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변리사회 관계자는 “변호사 업계에 온건한 입장을 취하는 강 회장에 대해 불신이 젊은 변리사들 사이에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지난 선거에서는 변리사와 직역 갈등을 빚고 있는 변호사들이 대거 투표에 참여했다. 변리사회 회원 3101명 중 변호사 자격을 가진 변리사는 12.8%인 397명이다. 강 회장은 상대 후보에 50표 차이로 신승을 거뒀는데, 당시 “변호사 출신 변리사들이 강 회장을 지지해서 당선이 가능했다”는 말이 돌았다. 이번 사태는 변리사와 변호사 간 직역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많다. 특히 ‘변호사가 변리사 자격을 취득하려면 일정 기간 변리사 수습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으로 지난해 12월 변리사법이 개정되자 변리사 자격을 가진 변호사들이 대한특허변호사회를 설립했고, 이후 변협은 회원에게 변리사회장 선거 참여를 독려했다. 한 변리사는 “총회에서 해임안이 통과돼도 문제고, 부결돼도 문제”면서 “상당기간 내부에 갈등과 진통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음주·난폭운전 사망사고 땐 최고 징역 4년 6개월 가중처벌

    술을 마시고 운전하거나 보복·난폭운전을 하다 사망사고를 내면 최고 징역 4년 6개월의 처벌을 받게 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28일 제71차 전체회의를 열어 교통범죄 양형 기준을 강화하는 수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새 양형 기준은 오는 5월 15일 이후 기소된 사건부터 적용된다. 이번 수정안에 따르면 교통범죄 사건에서 음주, 난폭운전을 특별양형인자에 추가해 가중 요소로 참작하도록 했다. 양형 기준상 교통사고 치사죄의 권고 형량은 징역 3년까지인데, 특별가중인자가 2개 이상이면 상한의 2분의1까지 가중할 수 있게 돼 최고 징역 4년 6개월까지 선고할 수 있게 된다. 도로교통법상 난폭운전은 신호 위반, 중앙선 침범, 과속, 횡단·유턴·후진 금지 위반, 진로변경 방법 위반, 급제동, 앞지르기 방법 위반, 안전거리 미확보, 소음 발생 등 9가지 위반 행위 중 둘 이상을 연달아 하거나 한 가지를 지속·반복하는 경우를 말한다. 기존 양형 기준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3조 2항의 단서 중 위법성이 중한 경우’를 가중 요소로 규정하고 있어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에 대해 가중 처벌하려면 위법한 정도를 다시 따져야 했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본지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한국신문상

    한국신문협회(회장 이병규)는 28일 ‘2016년 한국신문상’ 기획·탐사보도 부문 수상자로 서울신문 김상연·이두걸·유대근·송수연 기자의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시리즈를 선정했다. 협회는 “대한민국 상위 1%의 부유층과 절대 빈곤층의 삶을 대비시켜 밀도 있는 내용을 장기적으로 보도했으며 특히 상·하류층 양극단의 생활상을 기자가 직접 체험해 보도하는 체험 저널리즘을 본격 개척했다”고 심사평을 밝혔다. 이 밖에 뉴스·취재 부문에 동아일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사위의 마약투약 사건 수사 및 재판 봐주기 의혹 추적’, 광주일보 ‘호남선 KTX 차체 파손 구멍난 안전’이 선정됐다. 기획·탐사보도 부문에서는 서울신문과 함께 국제신문 ‘절망하는 이에 희망을’ 시리즈 보도가 뽑혔다. 시상식은 다음달 6일 오후 6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 법원 “헤어진 남친 現 애인 사칭 소개팅 앱 가입한 前 여친 명예훼손은 아니다”

    직장인 김모(28·여)씨는 2014년 1월 자신의 스마트폰에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앱)을 깔았다. 하루 16명의 이성을 소개시켜 준다고 광고해 100만명이 넘게 가입했다는 유명 앱이었다. 김씨는 본인이 아닌 A씨의 나이와 지역, 직업, 키와 프로필 사진 등을 입력했다. A씨는 김씨가 과거 3년 동안 사귀다 헤어진 남자친구의 현재 여자친구였다. 전 남자친구가 A씨를 의심하게 해 둘 사이를 갈라놓기 위한 속셈이었다. 김씨는 이틀 동안 연락을 해 온 남자들과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이들은 김씨가 자기 번호라고 알려 준 A씨의 휴대전화 번호로 전화도 걸었다. 결국 김씨는 정보통신망 이용 및 정보보호법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대법원은 김씨의 행위를 처벌할 근거가 마땅치 않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의 ‘타인 사칭’이 정통망법의 ‘거짓 사실을 드러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1심과 2심 법원 역시 김씨의 행위를 처벌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1심은 “김씨가 A씨의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를 자신의 것처럼 알려 준 사실은 인정되지만 인적사항을 도용한 것일 뿐 구체적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명예가 훼손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 관계자는 “현행법상 남을 사칭해 재산상 이익을 얻는 등 2차적 피해가 발생해야 형사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 상임위원회에는 온라인상에서 남을 사칭하는 행위만으로도 피해자에 대한 인격권 침해로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해 7월 발의된 상황이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사고] 서울신문 총선 특별취재팀 가동

    서울신문은 오는 4월 13일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선거보도 특별취재팀을 가동합니다. 특별취재팀은 전국 253개 선거구에서 펼쳐질 여야 후보들의 열띤 유세 활동과 유권자들의 표심을 독자 여러분에게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또 여야의 정책공약을 전문가들과 함께 면밀히 분석해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선거가 되도록 이끌겠습니다. ●20대 총선 특별취재팀 = 오승호 편집국장, 이도운 부국장 겸 정치부장, 김태균 사회부장, 문소영 사회2부장, 김상연 이지운 장세훈 임일영 이재연 황비웅 안석 이영준 김민석 장진복 이범수 강윤혁(이상 정치부) 이제훈 이두걸 이경주 이민영 강신 이성원 홍인기 오세진 김희리 서유미 조용철(이상 사회부) 한준규 최여경 남상인 김상화 최치봉 조한종 김병철 이명선 강원식 이천열 황경근 박정훈 최종필 한상봉 남인우 김학준 임송학 한찬규 김정한(이상 사회2부) 송한수 이현정(이상 정책뉴스부) 류찬희 전경하 김경두(이상 경제정책부) 임주형(금융부) 홍희경(산업부) 김승훈(문화부) 김명국 안주영 정연호 손형준 박지환 박윤슬(이상 사진부) 기자.
  • “술 마셨다” 자백한 크림빵 뺑소니범 음주운전 결국 무죄

    지난해 국민적 공분을 샀던 일명 ‘크림빵 뺑소니’ 사망 사고를 낸 30대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피의자에 대한 음주운전 혐의는 과학적 근거 부족으로 끝내 무죄로 결론 났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4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차량 등의 혐의로 기소된 허모(38)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허씨는 지난해 1월 10일 오전 1시 30분쯤 충북 청주시 흥덕구의 한 도로에서 술을 마신 채 승용차를 운전하다 길을 건너던 강모(당시 29세)씨를 치어 숨지게 하고 도주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강씨는 화물차 운전을 마치고 만삭의 아내를 위해 크림빵을 사들고 귀가하던 길이었다. 이후 허씨는 범행을 은폐하다가 수사망이 좁혀 오자 19일 만에 자수했다. 1심은 “주취 정도를 알 수는 없지만 상당한 양의 술을 마신 뒤 운전했다”며 징역 3년을 선고했다. 2심도 형량이 너무 많다는 허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검찰은 사고 전날 밤 허씨와 술을 마신 직장 동료의 진술을 토대로 사고 당시 허씨의 혈중알코올농도를 0.162%로 추산했다. 허씨 역시 “사고 전 소주 4병을 마셨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1심부터 상고심까지 법원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며 음주운전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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