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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두걸
    2025-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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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라지는 주민서비스] (5)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대학생 형들이 만들어 준 총명탕을 먹고는 빈혈이 싹 사라졌어요.” 서울 중랑구 중화동에 사는 서모(18)군은 고3이 된 올 초부터 심한 빈혈에 시달렸다. 할아버지·할머니와 어렵게 살아가면서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원대 한의대 의료봉사단체인 ‘언제호야’ 학생들이 무료로 지어준 한약을 먹고 빈혈이 없어졌다. 주민생활 민원서비스 개편에 따른 중랑구의 민관 연합 ‘맞춤형 복지’가 지난 7월부터 시작된 덕분이다. 중랑구 주민 서비스 개편의 초점은 공공 영역이 민간 영역과 힘을 합쳐 개개인에 맞는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수혜자 중심으로 복지 정책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목적이다. 지금까지는 행정기관이 민간단체를 지휘하는 수직적 관계에 그쳤다. 하지만 이제는 민관이 수평적 관계에서 복지 서비스를 진행한다. 구청은 욕구를 충족시키는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거나 외부의 민간 봉사단체를 섭외한다. 경원대 한의대의 의료봉사는 중랑구의 대표적인 민관 협력 사업. 그동안 여러 지역을 찾아 다니던 이들은 이제 중랑구에 자리를 잡았다. 지역 복지관을 통해 절실히 도움을 필요로 하는 주민들을 만나면서 다른 지역보다 훨씬 큰 보람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민관 파트너십’은 주민들에게 가장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는 방식이다. 중랑구청 주민생활지원과 김영희 서비스연계팀장은 “복지 분야에서 관이 할 수 있는 일은 6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민간의 영역”이라면서 “민간과 수평적 관계를 구축하여 100%의 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관 협력의 성과는 최근 만들어진 ‘지역사회복지 4개년계획’에도 반영됐다. 대부분의 자치단체는 외부 용역으로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중랑구는 학자들과 관내 사회복지관 복지사들을 공동연구자로 참여시켰다. 그 결과 ‘책상머리 연구’가 아닌 이론과 현실이 결합된 계획이 나올 수 있었다. 중랑구는 한걸음 더 나아가 관내 5000여명의 기초생활보장수급자 가운데 복합적인 어려움에 빠진 2000여명에게 필요한 복지 정보를 전산화한 ‘희망중랑 S프로젝트’를 내년부터 추진한다. 이를 기반으로 한 체계적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구내 관공서와 사회복지기관, 시민사회단체 등 27개 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만큼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중랑구 관계자는 “민관 협동 맞춤형 서비스를 더욱 발전시켜서 빈곤층에 대한 단순한 복지 혜택에 그치지 않고 빈곤의 대물림을 막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각오”라고 말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함평나비축제 기획 대통령상

    함평나비축제를 기획한 정헌천 전남 함평군 곤충연구소장 등 8명이 ‘지역혁신리더’로 선정되어 대통령상을 수상한다. 행정자치부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7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제3회 지역혁신박람회에서 시상식을 갖는다고 5일 밝혔다. 정 소장은 1998년 곤충연구소장에 부임한 뒤 1999년 곤충생태 학습프로그램인 함평나비축제를 출범시켰다. 올해로 8회를 맞은 이 행사는 1000만여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직접 관광수입만 82억원을 올리는 대표적인 지방자치단체 축제로 자리잡았다. 다음은 지역혁신리더 명단. ▲정헌천 ▲장석범 화천 산천어축제 운영위원장 ▲김병만 고령 개실마을발전위원회 부위원장 ▲이준행 전남대 의대교수 ▲강병익(건양대 교수) 충남고령화지역혁신체계사업단장 ▲이건철 광주·전남지역혁신협의회 사무국장 ▲권영미 한국벤처농업포럼 이사 ▲이상천 창원클러스터추진단장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7급 필기합격자 25% 면접서 거른다

    7급 필기합격자 25% 면접서 거른다

    최근 채용 시험의 키워드는 면접이다. 면접 시험의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필기시험 성적이나 조직 적응력보다 창의력이 중시되는 상황에서는 면접관의 눈과 귀로 인재를 걸러내는 면접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공무원 채용 시험도 예외가 아니다.7급 공채의 면접에서는 필기 합격자의 25% 정도를 걸러낸다. 사법시험 면접도 윤리적 자질을 측정하는 심층면접이 추가된다. 필기 못지않은 새로운 난관이 등장한 셈이다. ●15일부터 17일까지 공채 면접 오는 15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컨벤션센터에서 치러지는 7급 공채 면접은 시험 시간이 지난해보다 대폭 늘어났다.2004년 이전에는 7분에 불과했던 면접 시간은 지난해 20분으로 확대된 데 이어 올해는 다시 30분으로 늘었다. 면접에서 걸러내는 숫자도 많아졌다. 올해 최종 선발인원은 1092명이다. 하지만 면접에 응시하는 필기시험 합격자는 128%에 육박하는 1394명이다. 무려 302명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예년에는 110% 이하였던 만큼 면접의 비중이 엄청나게 커졌다. 내용도 까다로워졌다.▲공무원으로서의 정신 자세 ▲전문성 ▲의사소통 역량 ▲성실성 ▲발전 가능성 등 다섯 가지 요소를 묻는 심층 문항이 제시된다. 여기에 면접 직전에 제시받은 주제에 대해 10분 정도 발표해야 한다. 면접 절차와 질문 및 평가 기준을 직무 관련 역량 위주로 표준화하고, 민간 전문가의 면접 참여도 확대됐다. 새달 4일부터 8일까지 치러지는 5급 행정고시의 면접 시간은 40분이다.10분에서 40분으로 지난해 크게 늘어난 이후 외형적인 변화는 없지만 자질 평가가 강화된다. 중앙인사위원회 관계자는 “PSAT(공직적격성검사)의 도입 취지처럼 암기력이 아닌 문제 해결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 종합적 사고력을 주로 측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인 인성·자질 갖췄는지 평가 사법시험 3차는 심층면접이 추가되는 등 크게 강화된다. 그동안 사시 면접은 통과의례에 가까웠다. 최근 10년 동안 탈락자가 1명에 그쳤다. 그러나 법조비리 사태 등으로 법조인의 도덕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면서 면접이 중요해졌다. 법무부는 일단 3명의 면접위원으로 이루어진 1차 면접조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응시자를 대상으로 5명의 위원이 심층면접을 실시해 법조인에 적합한 인성과 자질을 갖췄는지 다시 평가하기로 했다. 하지만 면접에서 탈락자가 대거 속출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법조계 안팎에서는 보고 있다. 예년의 최종 합격자는 1000명 수준. 하지만 올해 2차 합격자는 1002명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심층면접은 수험생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장치”라면서 “수험생들에게 ‘어떤 법조인이 될 것인가.’라는 등의 고민을 유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다음달 5일부터 사흘동안 진행되는 서울시 지방직 7·9급 면접은 지난해 시범 실시됐던 영어 면접이 본격적으로 적용된다. 공무원으로서의 자세, 자기 관리 계획 등을 영어로 발표하면 면접관이 질문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지자체 의원 외유 자제할까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는 관광성 외유로 지탄받고 있는 지방의회 의원 해외연수의 개선방안을 26일 부패유발요인 개선 권고 기능을 갖고 있는 국가청렴위원회에 제출키로 했다. 앞서 두 단체는 지난 17일 전국 246개 지방의회 의장 앞으로 목적에 부합하는 해외연수를 촉구하면서 같은 내용의 개선방안을 전달했다. 개선방안에 담긴 표준조례안은 ▲심의위원회에 민간인 위원 비율 확대 ▲결산서를 포함한 결과보고서의 인터넷 홈페이지 공개 ▲출장비 신용카드 사용 의무화 ▲여행계획서에 구체적 여행일정표 첨부 ▲임기말 상임위원회의 해외연수 금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두 단체 관계자는 25일 “앞으로 무분별한 해외연수가 발생하면 주민감사청구제도와 주민소환제를 활용하여 감시·퇴출운동을 전개할 것”이라면서 “부당하게 사용된 예산은 반드시 환수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두 단체가 지난 5월 펴낸 ‘제4기 지방의회 의원 공무국외여행 백서’에 따르면 임기 동안 16개 광역 및 234개 기초의회 의원 4182명이 1인당 487만원, 모두 203억원의 예산으로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하지만 절대 다수의 의회가 관광성 외유 일정으로 채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실무자가 밝힌 ‘면접관 10계명’

    본격적인 취업시즌을 앞두고 면접을 할 때 면접관이 반드시 지켜야 할 수칙이 제시되어 관심을 끌고 있다. 중앙인사위원회 조소연 인재조사담당관은 25일 국정브리핑에 있는 자신의 블로그 ‘인사로 보는 세상´ (http:////blog.korea.kr/chosy33)에 실무경험을 토대로 정리한 ‘면접관 10계명’을 올렸다. 조 담당관은 중앙인사위에서 채용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실무책임자이다. 조 담당관은 “면접의 중요성이 날로 중요해지고 있지만 면접관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부족해 면접이 잘못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누구나 쉽게 저지를 수 있는 실수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면접관 10계명. (1) 우선 학력이나 성별, 연령 등을 기준으로 차별적인 질문을 하지 말아야 한다. 여성 지원자에게 이 분야는 여성에게는 맞지 않는 일인데 어떻게 지원을 했느냐고 묻는다면 면접시험의 공정성 논란을 야기하고 극단적으로는 소송의 빌미까지 제공할 수 있다. (2) 면접관이 면접 도중 응시자에게 좋고 나쁘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은 금물이다. 면접이 끝난 뒤 공정성 논란을 크게 불러일으킬 수 있다. (3) 장황한 강의식이나 훈시조로 질문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면접은 무엇보다 응시자의 태도나 생각, 경험을 자세하게 듣고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질문 20%, 답변 80%의 방식으로 시간을 배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4) 질문에 응시자가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고 해서 면접관이 섣불리 정답을 말해서는 안 된다. 이런 면접관의 태도는 응시자를 위축시켜 자연스런 답변을 이끌어내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 (5) 유도성 질문을 해서는 안 된다. 유도성 질문으로 얻어내는 응시자의 답변은 응시자가 본래 갖고 있는 생각이 아닐 수 있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 (6) 가상의 상황을 제시하고 응시자의 생각을 묻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면접관의 마음에 드는 판에 박힌 답이 나올 가능성이 많아 변별력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7) 응시자의 답변과정에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 면접관이 질문한 의도와 어긋나는 답변을 한다고 성급하게 자주 말을 중간에 자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8) 응시자와 논쟁을 하지 말아야 한다. 면접은 응시자의 전문성, 행동특성, 태도, 가치관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것이지 논쟁의 장이 아니다. (9) 응시자들에게 일관성 없는 질문을 해서는 안된다. 어떤 면접관은 응시자별로 연관성이 없는 각기 다른 질문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비교평가를 할 수 없게 만든다. 10 응시자의 직무나 직책수준과 동떨어진 질문을 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면 하위직 응시자에게 조직의 비전을 이야기해보라는 등의 질문은 적절치 않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고시 ‘국사 부활’ 뜨거운 감자

    고시 ‘국사 부활’ 뜨거운 감자

    요즘 각종 고시 담당 공무원들은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겼다. 국사를 시험 과목으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형을 간소화하는 추세에서 과목을 늘리는 것은 법무부와 중앙인사위원회 등 고시를 주관하는 기관에는 부담스러운 일. 시험으로 역사 인식을 높일 수 있는지에도 쉽사리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수험생들은 ‘고시 국사’의 부활을 못마땅해한다. 당분간 국사 과목의 고시 편입 문제는 고시계의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성인 남녀 78% 도입 찬성 국사의 고시 편입 문제는 지난 18일 ‘공무원 시험에 국사과목 포함을 확대하겠다.’고 교육인적자원부가 발표함에 따라 촉발됐다. 중·고교 사회과목에서 역사를 분리하는 등 중국과 일본의 교과서 왜곡에 따른 대응책 가운데 하나다. 여론은 국사의 공무원 시험 확대를 지지하는 추세다. 교육부가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 응답자의 78.7%가 ‘고시를 포함한 모든 공무원 시험에 국사 포함을 확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현재 지방과 국가직을 막론하고 거의 모든 공무원 7·9급 시험은 국사가 필수과목이다. 사법시험과 행정·외무고시 등에서는 1997년 이후 국사가 시험 과목에서 빠졌다. 사법시험을 관장하는 법무부는 일단 중·고교에서 역사 과목이 분리되는 등 고시의 국사 확대의 필요성이 확산되면 국사 편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요즘의 시험 추세는 과목을 점차 줄여나가는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사시는 일종의 자격 시험인 만큼, 필기 시험에 의한 선발은 지양하는 분위기”라면서 “국사의 시험 과목 편입이 다양한 선발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흐름에 부합하는지는 더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행·외시를 담당하는 중앙인사위도 쉽사리 결론을 못 내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내부에서도 공무원의 역사의식 고취의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고시로 그 목표가 달성될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사학계가 참여한 가운데 합격자에 대한 충실한 역사 교육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수험생들은 부정적 수험생들은 시험 과목이 늘어나는 만큼 국사 편입에 부정적이다. 서울 신림동에서 사시를 준비하고 있는 임모(31)씨는 “어렵기로 악명 높았던 사시 국사가 부활되면 시험준비 기간이 1년은 족히 늘어날 것”이라면서 “그렇다고 과거 본고사 국사 과목과 같이 지엽적인 시험 문제에 그치면 역사의식 진작이 아닌 무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행시를 준비하고 있는 김모(24)씨는 “교육부가 피폐한 중·고교 역사 교육 현실은 놔둔 채 고시 쪽으로 화살을 돌리는 것은 일종의 책임 방기”라고 꼬집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양지서 일하는’ 국정원, 대학서 기술보안 특강

    ‘양지서 일하는’ 국정원, 대학서 기술보안 특강

    “기술 보안에 연루된 연구진은 대부분 무엇이 죄가 되는지도 몰라요. 대학에서 영업비밀보호법 등을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일 겁니다.” 24일 오후 서울 행당동 한양대 한양종합기술연구원. 대규모 취업박람회로 캠퍼스 안팎은 어수선했지만 200여명의 이공계 학부생과 대학원생이 모인 대회의실은 긴장감마저 감돈다. 학생들은 파워포인트 화면을 주시하며 꼼꼼히 메모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날의 주제는 연구 기밀 보호.‘검은 선글라스’를 벗고 민간에 다가서고자 노력하는 국가정보원의 ‘대학연구기밀 보호 세미나’다. 이공계 학생들에게 기술 보안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고 산업 보안의 중요성과 폐해를 알리기 위한 자리. 국정원 산업기밀보호센터에서 강연회를 마련했다. 국정원의 산업 보안 특강은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삼성전자 등 기업체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올해부터 전남대 등 16개 대학에서 진행됐지만 공대 교수 등 한정된 연구진만 대상으로 했다. 대학원과 학부 학생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국정원이 2003년부터 지난 8월까지 적발한 해외 기술유출 사건은 79건. 업계 추산으로 90조 6000억원어치의 국부 유출을 막았다. 국정원은 이날 세미나에서 ▲공개·비공개 정보 분류·관리 ▲핵심연구원 대상으로 보안서약서 작성 ▲연구노트 및 기밀 관리 등으로 어느 정도의 기술 보안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연구개발(R&D) 예산의 상당 부분을 대학이 쓰고 있고, 실용화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의 비중도 높아지고 있는 상태”라면서 “그럼에도 연구 윤리나 기술 보안 의식에 대한 교육이 대학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강연회를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물론 또 하나의 목적은 과거의 이미지를 벗고 ‘부드럽고 친숙한 국정원’의 이미지를 학생들에게 심어주겠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자동차공학과 박사과정의 이태훈(29)씨는 “그동안 기술 보안 교육 자체가 없다 보니 무엇이 중요하고 중요치 않은지에 의식조차 부족했다.”면서 “국정원이 한 학기에 한 시간씩이라도 학생들에게 보안 강의를 제공하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양대 이해원 학술연구처장은 “외국에서는 교환 교수로 가더라도 정보 접근이 상당히 제한되지만 우리는 그런 시스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학계나 기업으로 진출하게 될 학생들이 보안의식을 갖춰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역량을 키우는 데 국정원의 세미나가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세이프 코리아] 단풍놀이 사고 주의보

    [세이프 코리아] 단풍놀이 사고 주의보

    동해바다보다 깊고 푸른 가을 하늘 아래 형형색색으로 펼쳐지는 단풍의 절경(絶景)은 가을철 놓칠 수 없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다. 설악산, 오대산 등 강원 지역의 산들은 이미 붉은 빛 단풍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북한산과 내장산 등 중·남부 산들도 차츰 화사한 자태를 뽐내며 산행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그러나 단풍놀이에 취해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늦추다 보면 부상이나 심지어 사망에 이르는 비극을 맞을 수 있다. 더구나 주5일 근무와 ‘웰빙’ 열풍에 따라 산행 인구가 늘어나면서 안전사고도 증가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연간 사고 3분의1 가을에 몰려 지난해 가을 산행철인 9월부터 11월까지 일어난 산악 사고 건수는 모두 1743건이다. 지난해 전체 산악 사고인 5605건의 3분의1이 가을철 3달에 집중돼 있다. 더구나 지난 2003년에는 1283건이던 것이 2004년 1702건 등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 이상 가을 가뭄과 고온 탓으로 단풍의 ‘질’이 떨어지면서 가을 산행 인파는 조금 줄었다지만 산악 사고는 여전하다. 지난 12일 경기도 고양시 북한산 곰바위 부근에서 암벽을 오르던 등산객이 40m 계곡 아래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엄모(39)씨는 그 자리에서 숨지고 이모(46)씨는 머리와 허리 등에 중상을 입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7일에도 북한산 칼바위 부근에서 이모(60)씨가 30m 절벽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지난 15일 오전 7시에는 경남 거제시 수월리에서 등산객 김모(64)씨가 산행 중 뇌출혈로 쓰러졌다. 김씨는 응급처치를 받은 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을 거뒀다. 사고는 산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15일 오전 4시10분쯤 강원도 속초시의 한 콘도에서는 단풍관광을 온 김모(50·여)씨가 4층 베란다에서 추락해 숨지는 어이 없는 사고가 일어났다. 결국 지난 1일부터 15일까지 모두 344건의 사고가 일어나 10명이 사망하고 347명이 다쳤다. ●일요일 늦은 오후 하산길 조심 가을철 산악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실족이다. 최근 3년 동안 10월에 발생한 산악 사고 2060건 가운데 30.0%인 618건이 발을 헛디뎌 일어났다. 이어 등산로 이탈 및 실종이 27.1%인 559건으로 뒤를 이었다. 탈진이나 호흡곤란, 마비 등 개인의 신체 이상에 따른 사고도 23.2%인 478건이나 일어났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등반 중 사망 사고는 등반자의 신체 이상이 가장 큰 원인”이라면서 “단풍철에는 평소에 등산을 잘 하지 않던 사람들도 무리해서 산에 오르는 사례가 많은 만큼 자신의 건강 상태를 반드시 체크하고 무리한 산행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요일은 등산객의 절대 숫자가 많은 일요일이다. 전체 사고의 40% 이상이 일요일에 몰려 있다. 등산로가 붐비면서 사고의 위험도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또한 산에서 내려올 시간인 오후 3∼5시 사이에 가장 많은 사고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산할 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대형 교통사고, 축제 사고도 주의 연간 교통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시기는 귀성·귀경 차량이 몰리는 설과 추석 등 명절이지만 사망을 수반하는 대형 교통사고는 가을철에 가장 많이 일어난다. 대형 교통사고가 이 시기에 집중되는 것은 행락철 단체 관광을 떠나는 초행길·장거리 운전자가 증가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단풍 관광지로 통하는 대부분의 길이 급경사·급커브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관광버스 탑승자들이 음주 가무를 즐기면서 운전자의 안전 운행을 방해하기도 한다. 해마다 1200여개에 이르는 지역 축제도 가을철에 많이 열린다. 올해는 9∼11월 사이에 350여개의 각종 지역 축제와 행사가 개최된다. 대표적인 지역 축제 안전사고는 지난해 10월에 발생한 경북 상주시민운동장 참사. 한 방송사의 공연에 한꺼번에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사망 11명, 부상 148명 등 모두 159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또한 가을철은 겨울이 오기 전에 작업을 끝내기 위해 각종 건설현장에서 막바지 공사가 활발히 이뤄지는 시기. 이에 따라 공사장 슬래브·옹벽 등이 붕괴하거나 타워크레인이 넘어지는 사고 등도 잦다. 지난해 10월 공사 근로자 9명이 사망하고 5명이 부상을 입은 경기도 이천의 한 대형 홈쇼핑 물류센터 신축 공사장 사고도 슬래브가 붕괴하면서 빚은 참극이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서해페리호 침몰사고, 성수대교 붕괴사고 등 대형 참사들도 공교롭게 10월에 몰려 있다.”면서 “행락철을 즐기기에 앞서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먼저 챙기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가을산행 주의점 산악 사고는 바닷가 사고와 마찬가지로 준비 없는 ‘과시형 사고’가 많다. 등산화와 피켈 등 충분한 장비를 갖추지 않고 산행에 나서거나 나이와 건강, 경험 등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산행이 사고를 불러일으킨다.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실족 사고는 맑은 날보다는 바위가 미끄러워지는 비가 온 뒤에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오르막길보다 내리막길이 훨씬 위험하다. 산행의 기본 수칙은 아침 일찍 산에 오르기 시작해서 해지기 한두 시간 전에는 마치는 것. 올라갈 때는 급경사, 내려갈 때는 완경사 길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익숙한 산이 아니면 혼자 등산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또한 일행 가운데 가장 체력이 약하고 등산에 미숙한 사람을 기준으로 산을 오른다. 적정한 배낭의 무게는 30㎏ 이하. 나무 등을 잡고 오를 수 있도록 손에는 되도록 아무 것도 들지 않는 것이 좋다. 등산화는 발에 잘 맞는 것을 신는다. 크면 발목 부상을 당할 수 있고, 작으면 얼마 못 올라가 통증이 온다. 조금 비싸더라도 통기성과 방수 능력이 좋은 것을 착용한다. 서울 북한산 등 암벽이 많은 산은 반드시 바위 전용인 리지화를 챙겨야 한다. 산행 중에는 과식이나 과음은 금물이다. 물이나 오이 등을 꾸준히 먹는 것이 좋다. 길을 잘못 들었을 때 무턱대고 전진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희미하게 인적이 남아 있는 길이라도 산사태 등으로 중간에 끊겼을 가능성이 높다. 길을 알고 있는 곳까지 되돌아간 뒤 다시 산행을 시작하자. 아예 길을 잃었을 때는 계곡을 피하고 능선으로 올라가는 것이 현명하다. 계곡은 예기치 않은 집중호우의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다. 사고가 났을 때는 곧바로 119에 신고하는 것이 좋다. 몸이 으슬으슬 떨리는 저체온 증상이 나타나면 움직임을 최소화하면서 열 손실을 막아야 한다. 더구나 이번주부터는 기온이 떨어지고 낮이 더 짧아지는 만큼, 여벌 옷은 가을철 등산 필수품이다. 심혈관 질환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바로 편안한 자세로 휴식을 취한 뒤 하산한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엉터리 예산집행 ‘혼쭐낸다’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엉터리 예산집행을 막기 위해 ‘백전노장’을 투입한 기획예산처의 혈세 누수 방지 사업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 기획예산처가 예산낭비신고센터를 설치한 것은 지난 1월. 옛 경제기획원 출신으로 10년 이상 예산 업무를 맡은 11명의 전문가가 투입돼 예산 낭비 신고에 현장 조사를 벌인다.이곳에서 일하는 전문위원들에게는 급여가 지급되지 않는다. 식비와 출장비 등이 고작이다. 이들이 ‘귀향’하게 된 것은 순전히 봉사정신 덕분이다. 강문석(64) 전문위원은 “경제기획원 퇴직자 모임인 예우회(豫友會)를 통해 제안이 들어왔을 때 현장에서 국민을 직접 접하면서 봉사할 수 있을 것 같아 지원했다.”고 말했다. 강 위원은 경제기획원과 체육부를 거쳐 1999년 체육진흥공단 상무이사를 끝으로 공직에서 은퇴한 뒤 민간 기업에서 일했다. 예산낭비신고센터에 지금까지 들어온 신고는 모두 473건. 성과는 이미 상당하다. 지난 2월 중부내륙고속도로 인근인 여주∼양평간 도로의 확장공사가 중단된 것도 예산낭비신고센터 전문위원들의 조사 덕분이다. 연말에 돈 남으면 2∼3년 만에도 바꾸던 보도블록 교체 공사가 최근에는 크게 줄었다. 하지만 몇몇 신고는 설득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이해 관계에 얽혀 신고하는 사람도 없지 않은 탓이다. 정용만(57) 전문위원은 “최근 동탄신도시 쓰레기 처리장 건에 며칠 동안 매달렸지만 결국 신고의 신뢰성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허탈했다.”고 떠올렸다. 정 위원은 경제기획원 서기관을 거쳐 철도시설공단 사업관리실장을 역임한 ‘베테랑’이다. 기획처가 직접 예산을 내려보내는 중앙부처의 사업은 전문위원들에 의해 예산낭비로 판단되면 다음 해 예산 편성 때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통제될 수 있다. 그러나 전문위원들에게는 감사원과 같이 조사권이나 감사권이 주어져 있지 않다. 때문에 지자체는 제어하기가 어렵다. 간혹 ‘왜 간섭하느냐.’고 반발하기도 한다. 강·정 전문위원은 “세금 낭비를 더욱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 부처와 지자체 등을 묶는 예산낭비 감시 협의 기구를 만들고, 나아가 지방재정법 등에 예산낭비 감시 활동의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는 등 후속 작업이 필요하다.”면서 “예산낭비센터는 앞으로도 처벌이 아니라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올해 7급 공무원 합격자 ‘노령화’

    올해 7급 공무원 합격자 ‘노령화’

    올해 7급 공무원 공채 필기시험에서 가장 많은 합격자를 배출한 연령대가 지난해 24∼27세에서 32∼35세로 크게 높아졌다. 취업난에 따른 공직 선호 현상이 공무원의 노령화를 부추긴 셈이다. ●필기시험 합격자 인터넷 발표 중앙인사위원회는 지난 8월11일 치러진 올해 7급 공채 필기시험에 합격한 1394명의 명단을 19일 오후 사이버국가고시센터(gosi.csc.go.kr)로 발표한다.32세에서 35세 사이 합격자는 417명으로 전체의 29.9%에 이른다.235명으로 27.4%를 차지했던 지난해보다 2.5%포인트 높아졌다. 28∼31세 합격자도 지난해 28.8% 247명에서 29.1% 405명으로,36∼39세 합격자도 8.9% 76명에서 10.8% 151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가장 높은 합격자 비율을 차지했던 24∼27세는 30.5% 262명에서 28.6% 398명으로 줄었다.20∼23세 합격자는 1.6%인 23명에 불과하다. 공무원 시험 고령화는 2000년대 들어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올해 들어 30대 강세 현상이 두드러진 것은 직장인이나 직장인 출신 수험생이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7급 시험을 준비하는 차모(29·서울 신수동)씨는 “불투명한 사기업 대신 평생 마음 편히 다닐 수 있는 공직을 목표로 공부를 시작했다.”면서 “주변에서도 ‘주경야독’을 하는 직장인들이 꽤 많다.”고 귀띔했다. 대학 졸업생들이 공직 시험 준비에 매진하는 것도 고령화를 부추기고 있다. 노량진 학원가의 한 관계자는 “수강생의 평균 연령대가 과거 20대 초·중반에서 요즘은 20대 후반 이상으로 넘어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검찰직 87.28로 최고 올해 7급 행정직(전국)의 합격선은 85.14점이다. 지난해 80.57점보다 4.57점이나 뛰었다. 경쟁률은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72.8대1이었지만 수험생들의 수준이 향상되고 응시율이 높아져 커트라인은 오히려 올라갔다. 합격선이 가장 높은 직렬은 검찰직으로 87.28점이다. 합격자 가운데 가산점 대상자 비율은 89.4%를 기록했다. 지난해 91.1%보다 조금 떨어졌다. 자격증 가산점만 받은 합격자는 67.0%인 934명, 취업보호와 자격증 가산점을 중복 인정받은 사람은 17.4%인 243명, 취업보호 가산점만 받은 사람은 5.0%인 70명이었다. 불과 10.6% 147명만 가산점이 없었다. 한편 여성 합격자 비율은 23.0%로 지난해 24.2%보다 1.2%포인트 떨어졌다. 7급 필기시험 합격자는 오는 25일까지 면접 관련 증빙서류를 우편으로 제출해야 한다. 면접시험은 새달 15∼17일 서울 올림픽공원 컨벤션센터에서 치러진다. 최종 합격자는 새달 30일 발표한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사시1차 ‘유류·무고법 문제’ 行審 23일 판결

    요즘 신림동 고시생들의 눈길은 국무총리 산하 행정심판위원회로 쏠려 있다. 지난 2월 치러진 제48회 사법시험 1차 시험에서 출제된 문제 가운데 두 개가 오류인지를 가리는 결정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수험생들 사이에서도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또 “사회과학에서 논란 자체는 불가피하다.“는 등의 여러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당분간 이 문제를 둘러싼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행정심판위 23일 결정할 듯 출제 오류 논란이 되는 문제는 민법 1책형 31번·3책형 15번의 일명 ‘유류분’ 문제.‘갑이 사망 때 다른 이들과 사회복지단체에 상당 금액을 증여하거나 기증한다면 갑의 자녀인 병이 일정한 상속인을 위해 법률상 유보된 상속재산의 일정 부분인 유류분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는가.’라는 내용이다. 법무부는 정답을 2500만원으로 발표했다. 오류 논란에 휩싸인 또 다른 문제는 형법 1책형 31번·3책형 18번. 무고죄와 관련된 문제로 법무부는 ‘무고죄의 자수는 신고 상대에 대한 재판 또는 징계처분이 확정된 이후 무고죄를 자수하더라도 자수 감경을 할 수 없다.’는 지문이 틀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수험생들은 유류분 문제는 정답이 없고, 무고죄 문제는 복수 정답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지난 6월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행정심판위는 오는 23일 위원회를 열어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행정심판을 청구한 김영성(가명)씨는 “많은 대학 교수들과 고시촌 강사들이 출제가 오류라고 지적하고 있다.”면서 “판례와 교재들이 이 문제가 오류라는 것을 법리적으로 증명하고 있는 만큼, 행정심판위에서 출제 오류가 인정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출제 오류가 인정된다면 1차 시험에서 추가 합격할 인원은 200여명으로 추산된다. 대법원은 제40,41,42회 시험에서 출제 오류를 인정, 국가 시험의 신뢰성에 금이 가기도 했다. ●문제는 논란이 없어야 한다? 이 논란은 ‘시험 문제에 논쟁이 없을 수 있는가.’라는 범위까지 확대되고 있다. 시험 문제에 잘못을 없애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이론을 달 수 없는 ‘투명한’ 문제가 나올 수 있느냐는 뜻이다. 신림동 고시촌의 한 강사는 “축구에 오심을 없애야 하는 것처럼 시험에 있어서도 논란의 여지를 없애는 것이 객관성 확보의 핵심 조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강사는 “시험 문제가 공개된 지난 40회 시험 이후 오류는 상당히 줄어들었다.”면서 “자연과학이 아닌 사회과학의 영역인 법학에서는 어느 정도의 논란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올해 사시 문제의 오류 논란은 정치권으로도 번지고 있다. 열린우리당 이은영 의원은 최근 “사법시험 출제 오류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사법시험 제도를 폐지하고 로스쿨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답이 나오는 학설과 나오지 않는 학설이 대립되는 문제에서는 답이 나오는 쪽을 선택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출제 오류의 여지는 없다고 강조한다. 유류법과 무고법 관련 문제들이 논란의 소지가 있다 할지라도 결론을 뒤집을 사항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사시 문제는 출제 위원과 검토 위원이 문제 은행에서 선별하고, 시험을 치른 뒤 이의 신청까지 받는 등 철저한 검증 작업을 거친다.”면서 “심지어 일부 학자들은 법무부가 너무 방어적으로 출제하다 보니 깊이 있는 문제를 다루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할 정도”라고 주장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공무원 ‘국감자료 버티기’ 논란

    공무원 ‘국감자료 버티기’ 논란

    해마다 국회의 국정감사 기간이 다가오면 의원회관 주변에선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진다. 국회의원과 보좌진들은 정부의 정책 실패, 예산 낭비 사례를 캐내 ‘한건’ 터트리려는 반면, 해당 부처 공무원들은 머리를 짜내 자료를 빼돌리고 숨기는 숨바꼭질이 비일비재해서다.17대 국회의 3번째 국정감사를 앞두고선 그 강도가 더욱 높아졌다고 국회의원 보좌진들은 아우성이다. 국무조정실이 올 3월에 작성해 전 부처에 배포한 ‘국정감사 수감 매뉴얼’의 ‘위력’ 덕에 공무원의 ‘버티기’가 한계수위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정부가 식물국회 만드냐” 추석 연휴 마지막날인 8일 휴일도 반납하고 11일부터 시작될 국감 준비에 여념이 없는 10년차의 한 보좌관은 “정부가 식물국회를 만들려고 작정했다.”고 고개를 저었다. 무엇보다 올해는 ‘부처 먼저 발표’가 새로운 국감 유형으로 자리잡았다고 전했다.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소속인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 보좌관은 “지하철 노선별 범죄 건수 등의 자료를 요청했더니 해당 부처가 먼저 보도자료로 내버리더라.”고 허탈해했다. 재정경제위원회의 한 보좌관도 “선수를 쳐서 윗선의 질책을 면해 보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약점 잡힐 것 같은 쟁점에 대한 질의서를 보내주는 기현상도 있다고 한다. 복지위 소속의 한 보좌관은 “그만 괴롭히라는 과잉 친절 아니겠느냐.”며 힘없이 반문했다. ●고의 누락, 무성의, 피해가기 행정자치부나 교육부처럼 지역별로 산하 피감기관이 있는 상임위의 공무원은 버티기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다. 교육위원회 소속인 한 여당 의원의 보좌관은 “전국적인 자료를 요구하면 일부러 특정 시·도의 자료는 빼고 답변서를 보내더라.”면서 “전체적인 통계를 못내 신뢰도가 떨어지도록 하는 것이 자명한 일 아니냐.”고 푸념했다. 독립적인 산하기관이 많은 문화관광위 의원들은 더욱 골머리를 앓는다. 한 보좌관은 “방송위원회나 영상물등급심의위원회 같은 독립기관 실무자들은 ‘우리는 공무원이 아니다.’며 되레 고압적”이라고 이중고를 털어놨다. 행자위원인 한나라당의 한 의원 보좌관은 “행자부에 ‘50㏄ 이하 오토바이 사고통계’를 요구했더니 기존에 작성된 자료 형태가 아니라며 제출을 거부했다.”면서 “국감 자료도 공무원들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야 할 판”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걸핏하면 ‘검찰 수사 중’을 들먹이는 태도도 문제다. 정무위원회 소속의 한나라당 의원은 국무조정실에 ‘사행성게임장 간담회 회의록 사본’을 요구했다가 거부당했는데 그의 보좌관은 “사무관이 전한 바에 따르면 윗선 결재과정에서 누락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공포의 ‘이해찬 매뉴얼’ 공무원의 버티기가 강화된 이유는 ‘국감수감 매뉴얼’ 때문이라고 의원들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 매뉴얼은 ‘고압적인’ 답변 태도로 물의를 빚었던 이해찬 전 국무총리 시절에 작성된 정부 내부 지침을 토대로 한다.50쪽 분량으로 ▲국감 개요 ▲사전 준비 ▲수감 ▲후속관리 등 네 단계로 치밀하게 분류돼 있다. 매뉴얼에는 국감기관이 차관 주재로 수시로 실·국장 회의를 개최해 자료 제출 여부와 수위를 점검토록 하고, 국회 요구 자료는 ▲단순제출 ▲협의필요 ▲설명필요 등 3가지로 구분했다. 한 보좌관은 “국회가 행정부를 상대로 하는 유일한 무기는 자료 요구권인데 이 매뉴얼은 조직적인 국감 무력화 행위”라면서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12조 2항의 검증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국회에 설명이 필요한 자료의 경우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이후 바로 언론 브리핑을 실시한다.”는 규정에 대해서는 “민감한 자료는 언론에 미리 발표해 김을 빼겠다는 의도”라고 꼬집었다. 전광삼 구혜영 박지연기자 koohy@seoul.co.kr ■ “의원님들 참 너무하십니다” 행정자치부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5년치의 ‘감사원 및 국정감사, 자체감사 지적사항 및 처리사항’자료는 언제든 요구만 있으면 내밀 수 있도록 갖추어 둔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의원에 따라 기간의 차이만 있을 뿐 대부분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자료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경기도교육청에는 ‘2004년부터 2006년까지 건강 문제로 휴학하거나 자퇴한 학생을 병명까지 명기해 제출하라.’는 요구가 있었다. 자료를 요청하는 공문은 한 줄에 불과했지만, 도내 모든 중·고교가 이 자료를 만드느라 벌집을 쑤신 듯했다. 중앙인사위원회에는 ‘3급 이상 소속 공무원의 이메일 주소’,‘중앙인사위 실국별 업무분장’ 등의 자료 요구도 있었다. 인사위 홈페이지만 열어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는 내용들이다. 중앙인사위에는 번지수를 잘못 찾은 국회의원들의 자료 제출 요구도 적지 않았다. 노동부 업무인 비정규직 현황자료나 기획예산처가 담당하는 정부산하기관장 현황자료 등이 그것이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산하기관을 가리지 않고 지나친 국감자료 요구에 “의원님들, 정말 너무 합니다!”라는 하소연이 어김없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국회가 행자부에 요청한 국감자료는 추석 연휴 이전인 지난 4일까지 모두 1550여건에 이른다. 국감이 시작되는 11일까지는 1600건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1300여건보다 20% 가량 증가했다. 행자부 관계자는 “시민단체 등이 의원들 개개인에 대한 국정감사 활동을 평가하기 시작하면서 의원별로 정보공유나 업무협력이 더 안되는 것 같다.”면서 “각 의원실이 같은 사안을 중복요청하는 문제점만 보완해도 국감자료 요청건수를 400∼500건 정도는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상임위 차원에서 의원들의 주요 질의사안이나 관심분야를 나누면 중복요인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무총리실에 대한 자료 요구도 지난해 1500건에서 2200건으로 크게 늘었다. 용산공원을 놓고 서울시와의 시각차가 적지 않고, 방송통신융합문제 등 고유 현안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사행성 게임 ‘바다이야기’에 대한 자료요구가 많아 총리실이 거꾸로 소관부처인 문화관광부에 자료를 요청하기도 한다. 한 관계자는 “비슷한 자료를 중복 요청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특정 의원실 내에서도 업무담당자가 바뀌면 이미 요구했던 자료를 재차 요구하거나, 요구자료의 내용이 바뀌기도 한다.”면서 “자료를 요청받거나 제출할 때마다 결재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행정력 낭비”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오히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국감자료가 충실하지 못하다고 불만이 많다. 한나라당 등 야4당은 지난달 말 공동성명을 내고 “정부가 국정감사를 앞두고 특별한 이유없이 자료제출을 거부하거나 지연시키고 있다.”며 자료제출을 거부한 부처 장관을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국감자료 거부는 솜방망이 처벌탓? 국정감사를 앞둔 국회의원 보좌관들은 정부의 ‘국감 견제’움직임을 경계하면서도 “자료 요구를 거부해도 현행법상 처벌이 어렵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현행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은 주무 장관이 국가 기밀 등을 이유로 소명하면 해당 공무원은 국회 증언이나 자료 제출 요구를 따르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명서가 제출되지 않으면 ‘3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지만,‘국회 본회의나 위원회가 고발해야’ 처벌이 가능해 실효성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같은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 관련 법 개정을 추진 중인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 등은 “국회가 국감을 기피한 관련자를 검찰에 고발해도, 관대한 처분을 받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03년 국감 직후 국회는 24명의 증인을 검찰에 고발했으나,12명이 ‘무혐의’로 결론났다. 이듬해 17대 국회 첫 국감에서도 출석 거부나 대리 출석 사례는 60건이었으나, 검찰 고발은 10건에 그쳤다. 이 가운데 벌금형은 3건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무혐의나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한 야당 의원의 보좌관은 “현재로선 공무원이 자료 제출을 지연·거부하면 상임위 차원에서 해당 장관의 해임을 요구하거나, 보좌관들이 해당 부처에 몰려가 시위하는 것 말고는 대안이 없다.”고 털어놨다. 국회 통일외무통상위 소속 한나라당 보좌관들은 ‘국감 공동 대책’ 마련에 나서는 등 집단 대응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재정경제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 보좌관은 “정부가 각종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해서 상시적으로 국회와 공유하는 게 최선”이라면서 “대외비 자료는 등급을 정해 목록만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서울시 9급 공무원 시험 “국어·국사가 당락 좌우”

    서울시 9급 공무원 시험 “국어·국사가 당락 좌우”

    “이게 행시야,9급 시험이야….” ‘사상 최고의 경쟁률’과 ‘KTX 임시열차를 이끌어 낸 전국구 시험’으로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킨 지난 1일의 서울시 지방직 9급 공무원 필기시험이 크게 높아진 난이도로 또 다시 응시생들을 우울하게 하고 있다. 수험생들은 국어와 국사, 행정법, 행정학, 영어 등 5대 과목 가운데 하나도 만만한 게 없었다고 머리를 흔들었다. 특히 국어와 국사는 예년에 보기 힘든 지문과 근현대사가 다수 출제되면서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행정고시만큼 어려웠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럼에도 높아진 경쟁률 탓에 합격선은 예년 수준이거나 오히려 소폭 상승할 것으로 학원 관계자들은 조심스레 내다보고 있다. ●영어 어휘 토플만큼 어려워져 합격의 관건은 국어. 서울시 9급 시험에서 전통적으로 어려운 과목이지만 올해는 더욱 난이도가 높았다. 특징은 종합적인 사고를 요구하는 박스 형태의 문제가 대거 출제됐다는 것. 특히 논어의 ‘이학편’, 고려시대 문인 이규보의 ‘경설(鏡說)’ 등 분석에만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고문(古文)들이 출제됐다. 그 결과 ‘시간이 너무 부족해 나중에는 그냥 찍을 수밖에 없었다.’는 수험생이 많았다. 국사도 당락을 좌우할 과목. 사료를 이용한 질문과 각종 문화재의 제작시기, 삼국시대에 벌어진 사건들의 시대적 배열 등 한국사 전체를 꿰뚫고 있어야만 풀 수 있는 문제가 다수였다. 또한 모스크바 삼상회의나 한·일 협정 등 최근에 보기 힘들었던 근현대사 문제도 선보이면서 ‘국사는 만만한 과목’이라는 고정관념이 깨졌다. 영어도 만만치 않았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독해의 비중이 커졌고, 어휘도 토플 수준으로 난이도가 높아졌다. 행정법과 행정학이 그나마 평이했다는 평이다. 그러나 평택 미군기지 이전과 관련된 행정대집행과 비용편입 분석 등 시사적이면서도 실제 업무와 관련된 깊이 있는 문제가 출제됐다. 한교고시학원 관계자는 “예상치 않게 어려워진 국어와 한국사가 당락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응시율·하향지원 늘어 전반적으로 난이도가 높아졌음에도 불구, 합격선은 지난해 80.5점보다 낮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경쟁률이 지난해 2차 99.9대1보다 훨씬 높은 162.2대 1에 육박했고, 응시율도 예년보다 10%포인트 정도 높은 64.7%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국가보훈처의 국가유공자 가산점 하향 결정도 합격선을 높이는 데 한몫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그잼고시학원 노종태 수험전략실장은 “이번 시험은 국가유공자 가족들이 10%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거의 마지막 기회라는 점에서 7급을 지원하던 사람들이 대거 하향 지원했고, 높은 경쟁률에 따라 변별력을 갖추기 위해 난이도가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지방직 7·9급 공채는 11월7∼13일 필기시험 합격자를 발표하고,12월5∼7일 면접시험을 치르며,12월19∼22일 최종합격자를 발표하는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세이프 코리아] 추석연휴 화재·산악사고 ‘방심’이 최대의 적

    [세이프 코리아] 추석연휴 화재·산악사고 ‘방심’이 최대의 적

    올해 추석은 주말 및 개천절과 겹치면서 길게는 9일 동안 연휴를 즐기고 있다. 하지만 들뜬 분위기는 쉽사리 사고로 연결되는 법. 명절의 단골 불청객인 화재는 최근 급증하고 있다. 더구나 유난히 길어진 연휴에 산악사고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여 등산객들은 긴장감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지난해 9월17일부터 19일까지 추석 연휴 사흘동안 일어난 화재는 모두 231건이다.1명이 목숨을 잃고 11억 4000여만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2004년 9월27일부터 29일까지 추석 연휴에는 179건의 화재가 일어났다.30%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재산피해도 2억원이나 증가했다. ●화풀이 방화도 ‘약방의 감초´ 특히 전기로 말미암은 화재는 2004년 54건에서 지난해 104건으로 급증했다. 주택 화재도 전년보다 22건이 많은 70건이나 발생했다. 이에 따라 구조 건수와 대상 인원도 2004년 738건 439명에서 지난해 978건 643명으로 크게 늘었다. 추석 연휴 화재는 명절 분위기에 안전 점검을 소홀히 하는 가정과 업소가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18일 오전 1시50분쯤 대전 중리동 Z게임방에서 가스가 폭발하면서 불이 났다. 이 사고로 업주 황모(34)씨가 숨지고, 게임방 앞을 지나던 최모(42)씨 등 2명이 다쳤다. 가스 폭발의 여파로 게임방 근처에 주차돼 있던 차량 8대의 유리창 등도 파손됐다. 손님이 뜸한 시간이라 대형참사는 피했지만 평소처럼 가스 안전을 신경 썼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다. 소외감이 더욱 커지는 명절에는 방화사건도 유난히 많다. 지난해 9월19일 오전 5시14분쯤 경기도 안양시 박달2동의 2층집 마당에 쌓여진 목재 더미에서 불이 났다. 누군가 폐지로 불을 붙인 뒤 달아난 것이다. 이어 150m 떨어진 상가 건물 뒷마당 쓰레기더미에서도 불길이 솟았다. 다행히 119소방대와 주민들이 재빨리 진화해 큰 불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35분동안 박달2동에서만 방화로 추정되는 6건의 화재가 잇따랐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서민 경제가 특히 어려워진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환란 이후 명절 방화가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휴 긴 올해는 더욱 주의해야 산악 사고도 명절 사고의 새로운 유형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차례를 지내고 단풍놀이나 등산을 위해 산을 찾는 이들이 늘면서 덩달아 사고 숫자도 늘었다. 2004년에 추석 연휴 기간동안 119에 신고된 산악사고는 29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34건으로 늘었다. 신고되지 않은 사고를 합치면 실제 사고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구나 올해는 휴일이 길어진 만큼 산악 사고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교통사고는 지난해 추석 연휴에 1844건이 발생해 56명이 사망했다.1996건이 일어나 71명이 목숨을 잃은 2004년보다는 조금 줄었다. 하지만 명절 음주문화에 따른 ‘비극’은 줄어들지 않는다. 지난해 9월19일 오전 6시쯤 제주시 아라1동 주공아파트 입구 6차선 도로에서 주민 고모(50)씨가 티뷰론 승용차에 치여 숨졌다. 운전자는 혈중 알코올 농도 0.209%의 만취 상태였다. 하루 전인 18일 오후 3시50분쯤에는 경남 밀양시 가곡리 25호 국도에서 화물트럭과 일가족 4명이 타고 있던 마티즈 승용차가 정면 충돌했다. 다섯살짜리 장남만 살아남고, 부모와 남동생은 숨지는 참극이 빚어졌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연휴 기간 동안 소방공무원 등 11만 7000여명이 특별경계 근무를 실시하고 구급대원과 구급차량을 기차역과 터미널 등에 전진 배치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무엇보다 시민들이 명절에도 안전에 관한 한 긴장의 끈은 늦추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귀성길 안전운행 10계명 온 가족이 함께 하는 명절 귀성길의 교통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자동차 10년타기 시민운동연합이 권하는 ‘추석길 안전운행 10계명’을 소개한다. 추석 명절의 장거리 여행에서 자동차 고장의 90%는 배터리와 타이어의 문제나 엔진 과열로 일어난다. 특히 배터리는 여름철 내내 잦은 에어컨 사용으로 힘이 떨어진 상태이다. 귀성길에 오르기 전 배터리 상단부의 표시경(인디케이터)을 반드시 확인해야 난감한 상황을 피할 수 있다. 푸른색이면 정상, 적색이면 점검, 투명하면 교환 대상이다. 또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도 제조일자가 오래된 배터리나 타이어는 피로도가 높아 수명이 짧다. 교환할 때 반드시 제조일자를 확인해야 한다. 냉각수와 엔진오일 상태 점검도 잊지 말자. 과속 차량은 위험할 뿐 아니라 ‘기름, 곧 돈 먹는 하마’다. 배기향 2000㏄ 미만은 시속 60㎞,2000㏄ 이상은 70㎞,3000㏄ 이상 대형차는 80㎞ 정도에서 연비가 가장 좋다. 안전띠를 매지 않은 상태에서 사고가 나면 피해자라도 5∼15%의 책임을 져야 한다. 운전자 자기신체사고 보험금도 5%나 깎인다. 혈중 알코올 농도 0.05% 이상은 면허정지,0.1% 이상은 면허취소다. 그러나 장거리 운전으로 피로한 상태에서는 평소보다 수치가 더 나온다. 막걸리 2잔, 소주·양주 3잔, 청주 4잔 이상이면 0.05%를 넘어간다. 음주 운전보다 더 위험한 것이 졸음 운전이다. 전날 밤의 과로와 과음에 시달리다 10시간 가깝게 운전하는 것은 중노동이다. 졸음 운전을 피하기 위해 2시간마다 휴게소에 들르자. 자동차도 좋지 않은 기름을 먹으면 식중독에 걸린다. 도로의 ‘떴다방’에서 파는 유사연료는 차를 망친다. 같은 이유로 터무니없이 기름값이 싼 주유소도 경계해야 한다. 유사연료는 정상적으로 연소되지 않아 자동차 출력과 엔진 내구성을 떨어뜨린다. 유사연료에 사용되는 톨루엔이 기체 상태로 환풍구 등으로 실내로 유입되면 각종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명절 때 휴게소에서는 ‘선물 도둑’도 활개친다. 국산차는 1∼2분이면 ‘작업 끝’이다. 귀중품은 트렁크에 넣고 화장실은 가급적 가족들이 교대로 다녀오는 것이 현명하다. ‘정보 운전’은 ‘기술 운전’보다 빠르고 안전하다. 운전 실력만 믿고 무작정 출발했다가 주차장이 된 고속도로나 국도에서 낭패를 당하기보다는 출발 전과 주행 도중에 교통 정보 방송에 귀기울이면 큰 도움이 된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U-안심폰 서비스 아시나요 ‘고객맞춤,U-안심폰을 아십니까.’ 소방방재청이 추석을 맞아 귀성객에게 ‘U-안심폰 서비스’를 홍보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고향에 살고 계신 부모님이 위급상황을 맞았을 때 필요한 ‘효도상품’이기 때문이다. ‘U-안심서비스’는 전화번호와 질병 내용 등 신상 정보를 미리 데이터베이스화한 뒤 119구조대에 긴급후송 요청이 접수되면 응급 처치를 하거나 전문병원으로 후송해 응급환자의 소생률을 높이는 서비스이다. 소방방재청은 현재 서울지역에서 이 서비스를 시범 실시하고 있다. 시스템이 갖춰지는 내년 하반기에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119구급대는 기존에도 응급환자 후송 요청이 접수되면 곧바로 출동해 후송했다. 하지만 ‘U-안심폰 서비스’에 가입하면 119구급대원과 병원이 환자의 신상정보를 미리 알고 있어 신속하게 대응한다는 점이 다르다. 뇌혈관 질환자는 4분 이내에 응급처치를 하면 소생률이 높다. 하지만 이 4분이 경과하면 뇌손상을 초래하는 초응급상황으로 치닫는다. 최근 10년 사이에 뇌질환에 따른 사망자(돌연사)는 2배 이상 늘어나고 있다.2004년 통계청 조사 결과 연간 응급을 요하는 순환계 질환자는 5만8000명에 이른다. 미국은 환자 소생률이 20%에 이르지만, 한국은 2%도 안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U-안심폰서비스는 현행 119 긴급구조 서비스에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안전복지 서비스”라고 밝혔다. 신청은 소방방재청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nema.go.kr)와 서울소방방재본부(http:///re.seoul.go.kr)로 하면 된다. 현재 15만 1442명이 등록했다. 질병을 가진 사람이 6만 534명이다. 독거노인이 1만 9364명, 장애인도 1만 277명이 신청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전국적인 시행에 앞서 이런 서비스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적극 홍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기획예산처 한산해진 까닭은?

    기획예산처 한산해진 까닭은?

    “청사를 찾는 공무원이 한창 많을 때의 절반도 안 되는 것 같네요. 덕분에 예산철에도 업무에 집중할 수는 있었지만, 쓸쓸한 기분도 듭니다.”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멀지않은 기획예산처 청사. 그동안 다소 과장하면 기획처 직원보다 다른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더 많을 지경이었다. 특히 각 부처가 예산을 확정하는 6월부터 9월 초까지는 전국에서 모인 공무원들로 북적거렸다. 하지만 올여름은 ‘손님’들의 모습이 눈에 띄게 줄었다. 기획처는 예산을 총액으로 배분하고, 각 부처가 사업별 예산을 자체 편성하는 ‘톱다운’ 제도가 정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실·국은 물론 과 단위에서도 기획처를 직접 찾아가 예산이 필요한 사업의 성격을 설명해야 했다. ●대낮에도 주차장 여유 있어 톱다운 제도는 지난 2004년 도입되어 올해 예산안 편성부터 적용됐다. 이 제도의 목적은 예산을 집행하는 부처의 자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사업비를 스스로 편성하면서 부처의 재량권이 크게 커졌다. 대신 재정사업 성과 평가제가 도입되면서 ‘자율에 대한 책임’도 높아졌다. 자연히 예산을 따내기 위한 ‘기획처 순례’가 크게 줄었다. 주로 각 부처의 재정담당관실 직원들만 찾는다. 눈에 띄는 변화는 넉넉해진 주차 공간이다. 기획처 청사의 주차 능력은 307대.3년 전 3층 높이의 주차 빌딩을 세워 주차공간을 크게 늘렸다. 그럼에도 예산철에는 전국에서 구름처럼 몰려든 공무원들의 승용차를 감당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자리가 없어 이웃한 국립중앙도서관 주차장까지 이용했다. 그러나 요즘은 출근시간이 지나도 주차 공간이 남아있다. 주차 빌딩은 대낮에도 3분의 1 정도는 비어 있다. 청사 2층에 있는 작업대기실과 접견실은 주말에도 예산을 협의하러 찾아온 공무원들로 넘쳐 나던 곳이다. 하지만 이제 접견실은 기획처 직원들의 ‘휴게실’로 바뀌었다. 기획처를 방문하는 공무원의 절대 숫자가 줄어들면서 생긴 현상이다. ●업무 부담 줄었지만 일할 맛도 줄어 ‘공무원 순례’가 사라진 것에 기획처 직원들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한 관계자는 “전에는 예산철만 되면 다른 부처와 협의 때문에 일과 시간에는 일을 못하고, 몇달동안 새벽까지 작업하는 강행군이 이어졌다.”면서 “사람 만나는 일이 줄어든 만큼 업무 부하도 감소됐다.”고 설명했다.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다. 죽어라고 일만 하지만 빛은 못 보고 다른 부처 재정담당관실에만 좋은 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다른 관계자는 “자율과 책임의 병행이라는 시대적 추세에 부합하지만, 사업 예산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한까지 넘겨지면서 ‘일할 맛’은 예전같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올 9급 합격 89% 가산점 받았다

    ●여성 행정직 `여초현상´ 계속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채시험에서 여성 합격자는 1253명으로 전체 합격자의 45.5%를 차지했다. 여성이 989명으로 전체의 43.9%를 차지했던 지난해보다 1.6%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여성이 48.6%를 차지했던 2002년 이후 하락세가 4년만에 증가세로 돌아섰음을 보여준다. 27일 중앙인사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9급 시험은 국가직 공채 역사상 가장 많은 18만 7562명이 응시했다.최종 합격자는 2756명으로 68대1 정도의 경쟁률을 보였다. 직군별로는 행정직이 1856명, 공안직이 542명, 기술직이 358명 합격했다. 행정직에서 여성은 합격자의 54.9%인 1019명을 차지해 ‘여초현상’을 이어갔다.또 공안직의 22.3%인 121명, 기술직의 31.6%인 113명이 여성이었다. 그러나 공안직과 기술직에서는 여성 합격자가 각각 4.9%,5.5%가 줄었다. 장애인은 지난해 79명보다 48명이 늘어난 127명이 합격했다.●가산점이 합격 조건?각종 가산점을 받은 합격자는 전체의 89.1%인 2455명이다. 이 가운데 자격증 가산점만 받은 합격자가 2069명으로 가장 많았다.258명은 자격증 가산점과 취업보호가산점을 동시에 받았고,128명은 취업보호가산점만 받았다.반면 가산점 없이 합격한 사람은 전체의 10.9%인 301명에 그쳤다.‘가산점이 곧 합격 필수조건’이라는 통설이 증명된 셈이다. 합격자 명단은 28일 오후 중앙인사위 인터넷 홈페이지(csc.go.kr)와 사이버 국가고시센터(gosi.csc.go.kr)에서 볼 수 있다. 인사위 관계자는 “최종합격자는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사이버 국가고시센터 사이트에서 채용 후보자등록을 마쳐야 한다.”고 당부했다.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인사위, 9급 공채 나이 제한 ‘딜레마’

    인사위, 9급 공채 나이 제한 ‘딜레마’

    ‘9급 공무원 시험의 나이 제한 어떻게 해야 하나.’요즘 중앙인사위원회 간부들은 추석 직후에 시작될 국정감사를 준비하면서도 한 가지 걱정거리가 떠나지 않는다. 지난 11일 국가인권위원회가 국가공무원 9급 공개채용시험의 나이제한을 철폐하라고 권고했기 때문이다. 속내는 나이제한 철폐에 아직은 부정적이다. 하위직의 고령화를 반길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인권위 결정을 외면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따라서 나이제한을 둘러싼 고심은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9급 공채의 응시 연령은 만 28세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다만 군복무를 마친 수험생은 31∼32세까지 연장된다. 1798명이 최종 합격한 2004년 공채에서 30세 이상의 합격자는 모두 197명. 전체의 10% 정도에 불과하다.24∼29세 사이에 70% 이상이 몰려 있다. 인사위 관계자들은 연령제한 철폐에 말을 아끼고 있다. 아직 인권위로부터 공문이 도착하지 않았고, 국감 준비에 바빠 본격적인 검토에 착수하지 못했다. 그러나 연령제한 철폐는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응시 연령이 높아지면 공직 사회의 고령화가 촉진되고, 응시생들이 시험을 준비하는 기간이 길어지는 등의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9급 고시낭인’이 대거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사위 관계자는 “연령 제한은 공직 사회를 바람직스럽게 운영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항”이라면서 “현실적으로 나이 때문에 9급 공무원이 되지 못하는 수험생도 소수”라고 주장했다. 인권위 권고가 법적인 구속력은 없다. 그러나 인권위 권고의 정부 부처 수용률은 90%에 육박한다. 인사위로서는 같은 대통령 직속 기관의 권고를 수용하지 않는 것도 부담스럽다. 인사위는 국감이 끝나는 즉시 구체적인 방향을 잡아 나간다는 방침이다. 수험생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인권위 결정에 따라 새롭게 시험을 준비하려는 늦깎이 예비 수험생들은 인사위의 결정을 목놓아 기다리고 있다. 양모(31)씨는 “올해 필기 시험에서 떨어진 뒤 시험 준비를 접으려 했지만 인권위 결정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면서 “인사위가 어떤 방향으로든 빨리 결정을 내리는 것이 혼란을 막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HAPPY KOREA] 이렇게 해야 성공한다-3인의 제언

    [HAPPY KOREA] 이렇게 해야 성공한다-3인의 제언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를 정부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서울신문은 25일 이용섭 행정자치부 장관과 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 이진 지방의제21전국협의회 상임회장을 만났다. 이들은 “미래의 일자리는 살기 좋은 생활 환경에서 나온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그동안에는 어느 지역이 더 많은 기업을 유치하느냐가 지역발전의 핵심요체였지만, 앞으로는 교육·문화·복지 등의 생활 환경을 제대로 구축한다면 기업은 제발로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는 단순한 생활환경개선운동이 아니라, 이 시대에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불가피한 사업이라고 입을 모아 역설했다. ■ 이용섭 행정자치부 장관 “도시민은 90%에 육박하는 도시화로 열악한 생활환경에서 살고 있는 반면 농촌은 인구 급감과 고령화로 존립기반 자체를 위협받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추진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이용섭 행정자치부 장관은 “지역의 생활 여건과 삶의 질을 업그레이드해 아름답고 쾌적하고 특색있는 곳으로 만드는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가 바로 그 해결책”이라고 단언했다. 살기 좋은 지역에는 숲과 공원이 있고, 교육·의료·복지수준이 높으며, 각종 문화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더불어 지역 주민의 공동체의식이 높고 특화된 브랜드를 보유해 개성이 넘치는 매력적인 공간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이번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는 중앙이 기획하고 지방은 단순히 집행하는 개발시대의 획일적인 지역개발정책과는 다르다고 강조한다. 자율과 책임에 따라 지역이 주도하면, 행자부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관계 부처가 범정부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해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이런 지원으로 단기적인 성공사례를 만들어 전국에 확산한다는 구상이다. 그는 다양한 지원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건설교통·농림·문화관광부 등이 준비하고 있는 시범사업이 중앙보다는 지역의 시각에서 추진되도록 총괄 조정을 강화할 계획이다. 지역의 창의적인 우수 계획 30개를 선정해 중앙정부의 정책을 패키지로 묶어주고, 인센티브를 추가로 제공해 성공사례를 만들어갈 방침이다.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는 예술적 감각과 경제성·소득기반 등이 조화된 종합적인 정주여건을 만들어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교육·의료 등 생활여건을 강화하는 것도 병행돼야지요.” 이 장관은 영국, 독일, 스위스, 캐나다, 뉴질랜드 등의 아름다운 도시와 농산어촌에서 늘 부러움을 느꼈다고 했다. 또한 ‘저들의 저력이 어디에서 나올까?’하고 궁금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영국의 초등학교에서는 많은 시간 그리기, 만들기 등을 교육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려서부터 몸으로 습득한 아름다움이 미국과 캐나다, 호주와 뉴질랜드를 만들지 않았나 하고 생각합니다.” 그는 선진국에선 민간부문의 아이디어를 존중하면서, 지역의 미관과 경관을 개선할 수 있는 밑그림을 주민과 정부·지방자치단체가 함께 마련하려는 노력이 지역을 질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우리나라도 전망은 매우 밝다고 했다. 함평의 나비축제, 보성의 녹차밭 등을 배경으로 한 지역의 인공적·자연적 가치의 재창조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중앙정부도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로 협력체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오늘 우리가 흘리는 땀방울이 훗날 후손들이 아름답고, 쾌적한 생활여건속에 살아갈 수 있는 밀알이 됐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 위원장 “참여정부 출범 이후 추진된 국가균형발전정책은 양적 발전에 초점을 두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앞으로는 질적 발전 정책을 병행해야 균형발전정책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은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가 필요한 이유는 “한마디로 삶의 질이 저하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급격한 도시화는 도시지역에는 인구 과밀화에 따른 무질서 문제를, 농촌에는 인구 과소화에 따른 저발전 문제를 각각 안겨주었다.”면서 “그러나 삶의 질이 저하된 것은 공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생활환경을 재창조하는 새로운 발전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황량한 국토 공간을 살기 좋은 국토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대안적 국가발전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성 위원장은 사회적 변화에 따른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도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우선 소득증가와 주5일 근무제로 삶의 질을 중시하는 가치관이 확산됐다. 개발주의적 관행 대신 생태주의적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경제성장방식도 요소투입형에서 혁신주도형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성 위원장은 “경제성장을 위해 환경을 훼손하고 문화를 도외시한 산업시대와 달리 지금은 깨끗한 환경과 활기찬 문화가 경제도약의 전제조건이 되는 창조형 경제시대”라면서 “국토 공간을 왜곡시켰던 파괴적·소극적 공간정책을 보존적·적극적 공간정책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예컨대, 특정 지역을 평가할 때 과거에는 취업 기회가 중요하게 고려됐지만 창조형 경제시대에는 공간의 질이 중요한 기준으로 부각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존 도시에서는 더많은 주택과 도로를 건설하는 데 투자를 집중했으나, 앞으로는 녹지, 공원, 실개천, 보행자 도로, 문화·체육시설 등에 대한 수요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성 위원장은 “창조형 경제를 이끌 핵심적 자산인 우수 인재들은 과거와 달리 생활환경이 좋은 지역을 선택한 뒤 일할 직장을 찾는다.”면서 “결국 쾌적하고 아름다운 공간·지역은 인재를 끌어모으고, 이들을 활용하려는 기업들의 투자가 뒤따라 오고, 좋은 일자리가 생겨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 선순환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는 쾌적성, 심미성, 매력성, 안락함 등 공간의 질을 높임으로써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공간의 질과 삶의 질을 동시에 추구하는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정책은 질적 발전과 도약을 위한 선행조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성 위원장은 “세계화로 모든 생산요소가 국경을 넘어 유동화하는 상황에서 쾌적하고 매력적이며 개방성을 갖춘 창조적 도시를 몇 개나 확보하고 있느냐가 앞으로 국가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라면서 “도시 및 지역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원천이 될 수 있는 만큼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이진 지방의제21 전국협 상임회장 “독일의 프라이부르크나 일본의 센다이처럼 창조적이면서도 문화적인 발전을 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합니다. 주민과 행정, 기업 등의 합의와 협력도 빼놓을 수 없는 원칙이지요.” 지방의제21 전국협의회 이진(64·웅진그룹 환경부문 부회장) 상임회장은 농어촌의 가장 큰 문제로 두 가지를 꼽았다. 젊은이는 없고 노인만 많다 보니 아이디어가 상대적으로 적고, 농업이 상업적 수단이 아닌 자급자족을 목적으로 하다 보니 자발적 발전을 이룰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부 차관을 지내고 NGO 활동을 하면서 나름대로 터득한 결론이다. 그는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가 성공을 하려면 몇 가지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지역만의 특성을 살리고 ▲민간과 지역 기업의 참여가 반드시 뒤따라야 하며 ▲지역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 경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곳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속 가능한 발전’도 빼놓을 수 없는 원칙이다. 환경 친화적이고, 에너지 절약이 뒤따르는지도 바람직한 발전의 척도라는 뜻이다. 이 회장은 “과거엔 습지를 깔아 뭉개고 바둑판 모양으로 개발했지만 이제는 그대로 보존하는 추세가 아니냐.”면서 “과거의 공학적 발상에서 벗어나 생태학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요즘은 ‘3T 시대’라고 했다. 기술(Technology)과 인물(Talent), 포용력 있는 행정(Tolerance)이 결합돼야 바람직한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문화적인 요소도 경제 개발 못지않게 중요하다. 농촌에 기반 시설을 아무리 늘려도 문화적인 소프트웨어를 채우는 작업이 뒤따르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농촌에서 자녀들에게 좋은 교육을 시킬 수 없고, 오페라 한 편도 제대로 볼 수 없으니까 농촌을 외면한다.”면서 “경기 부천 등과 같이 지방자치단체장이 조금만 신경을 쓰면 소프트웨어적인 요소를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이 지역발전 성공 사례로 꼽는 인구 14만명의 프라이부르크는 일정 구간 말고는 자동차가 다닐 수 없다. 대신 시 전역에서 자전거를 빌려준다. 태양광 발전도 활성화돼 있다. 남는 전력은 정부가 모두 사들인다. 하이델베르크는 5개 대학을 중심으로 하는 대학과 연구소, 생명공학의 메카이다. 막스 프랑크 연구소 등 유수의 연구 기관이 들어오면서 자연스럽게 지역 경제가 성장했다. 일본의 센다이도 도로와 주차장을 줄이는 대신 나무를 심으면서 일본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손꼽히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회장은 “살기 좋은 지역은 하루 아침에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사회 전체적인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균형 발전을 위한 노력은 시작됐지만, 현 정권 임기에서 이루려는 욕심을 버리고 추진한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전국이 살기 좋은 지역으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웰빙분만’ 조산원이 뜬다

    ‘웰빙분만’ 조산원이 뜬다

    서울 공릉동의 한 조산원. 은은하게 밝혀진 촛불 사이로 허브향과 모차르트의 음악이 떠다니고 있다. 순간,12시간 째 이어가던 산모 이정은(33·서울 번동)씨의 가쁜 숨소리가 잦아들었다. 이윽고 첫 울음과 함께 세상에 얼굴을 내민 사랑이는 엄마 배 위에 올려졌다.“널 오랫 동안 기다렸단다. 너도 엄마 아빠 보고 싶었지?”아빠 정용훈(38)씨는 쌔근대는 사랑이의 이마에 볼을 대고 미리 준비한 편지를 읽어내려갔다. “진통이 길었는데도 참 잘 나왔네. 씩씩하게 크겠어!”조산사 유영희(52)씨가 덕담을 했다. 한때 ‘전근대적 유산’으로 폄하되던 조산원의 요즘 풍경이다. ●의사가 아닌 아기와 산모 중심 의사 중심이 아닌 산모와 아기 중심의 ‘인권 분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조산원으로 향하는 ‘신세대’ 산모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 조산원에서 출산한 산모는 2003년 824명에서 2004년에는 882명으로, 지난해에는 다시 1115명으로 늘었다. 조산원이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은 산부인과에 대한 불신감을 반영한다. 일반 병원에서 산모는 ‘환자’이고, 출산은 ‘치료’ 과정일 뿐이다. 분만대에서 산모는 의사에게 편안한 자세로 꼼짝못하고 진통을 견뎌야 한다. 아기도 대부분 산모와 헤어져 신생아실로 간다. 반면 조산원의 환경은 아기를 중심으로 맞춰져 있다. 조산사와 엄마는 아기가 태어나는 것을 도와주는 역할이다. 산모에 대한 태도도 달라 태교를 중시한다. 그러다 보니 상담 시간이 최소 10분 이상이다. 시설도 좋아졌다. 이정은씨는 “조산원에서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받으며 출산을 준비했다. 분만실에서도 소리 한 번 안 지를 만큼 편안하게 출산했다.”고 말했다. 공무원인 김유진(27·서울 상계동)씨도 “지난달 12일 조산원에서 태어난 아들 윤성이가 병원에서 태어난 다른 아이들보다 발육이 빠르면서 성격도 원만한 편”이라고 흐뭇해 했다. 아빠들의 반응도 좋다.2004년 9월 조산원에서 딸을 낳은 여성지 기자 이인철(33·서울 혜화동)씨는 “출산의 거의 모든 과정을 아내와 같이 하다 보니 ‘함께 낳았다.’는 뿌듯함이 남달랐다.”고 설명했다. ●조산원 출산=미개인 편견 여전 조산원이 출산장소로 각광받기까지는 걸림돌도 있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8월 현재 전국의 조산원은 모두 51곳이다.1840곳에 이르는 산부인과에는 ‘새발의 피’다. 서울에도 6곳에 불과하다. 강남지역에는 한 곳도 없다. 일부 조산원은 한달 이상 기다려야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기존 의료계와 일반인들의 조산원에 대한 인식도 여전히 부정적이다. 조산사 대부분이 간호사 출신이라 의료 능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조산원이 병원보다 상대적으로 시설 수준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지난 18일 출산한 어린이집 교사 이세라(30·서울 봉천동)씨는 “시부모님께는 조산원에서 낳았다는 말씀을 못 드렸다. 조산원 출산을 마치 ‘미개인의 행위’로 바라보는 인식이 여전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조산사 유영희씨는 “유럽에서는 자연 분만은 조산사가 맡고,4∼5%의 제왕절개 수술만 산부인과 의사가 담당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면서 “‘의사 만능주의’의 편견을 넘어 자연스러운 분만이 좋다는 생각이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공무원 원서 내년 인터넷 통합접수

    서울에 사는 9급 공무원 지망생 심모씨. 지금까지는 공부뿐 아니라 응시원서를 접수하는 것도 일이었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접수하는 장소도, 인터넷 사이트도 달라 일일이 발품을 팔거나 서핑하는 데 시간을 들여야 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공무원시험 수험생들의 불편이 어느 정도 사라지게 됐다. 지자체 공무원 시험을 관리하는 통합 사이트가 운영되기 때문이다. 이젠 ‘원스톱’으로 원서 접수를 끝낼 수 있게 된 셈이다.●지자체 업무 효율 제고·예산 절감 한몫 행정자치부는 내년부터 16개 시·도의 공무원 시험을 총괄하는 통합 원서접수 센터를 인터넷에 마련할 계획이라고 20일 밝혔다. 연간 50만여명에 이르는 출원자들의 응시 편의와 지자체 고시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뜻이다. 국가공무원 채용을 담당하는 중앙인사위원회 사이버 국가고시센터(gosi.csc.go.kr)와 비슷한 형태로 개설된다.통합 원서접수 센터는 행자부가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인사 관련 전산망을 통합하고자 개발하고 있는 지자체 인사행정정보시스템의 일부다. 지금까지는 지자체별로 원서 접수 창구를 따로 마련했다.청사 주변 체육관이나 학교 등을 빌려 직접 접수를 받거나 외부에 위탁해 인터넷 접수 사이트를 개설했다. 이에 따라 지자체들은 시험을 치를 때마다 적지않은 예산을 들여야 했다. 통합 원서접수 센터가 마련되면 응시원서를 접수하는 것은 물론 합격 여부도 조회할 수 있다.휴대전화 문자메시지(SMS)와 이메일을 이용한 합격통보 자동 시스템도 가동되어 수험생들의 편의가 대폭 확대된다. 행자부 관계자는 “원서접수 현황을 실시간으로 조회할 수 있고, 신규임용후보자 명부도 지자체 인사행정시스템에 자동으로 등록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된다.”면서 “지자체의 고시업무도 간소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사이트 안정·보안성 확보가 선결조건 통합 원서접수 센터는 지난 2월 각 시·도 고시담당자들이 모여 추진 방향을 결정했다. 행자부는 12월까지 장비도입과 기능개발 등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부터 시범 운영한 뒤 7월부터 본격 서비스한다. 수험생과 지자체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서울 아현동에 사는 수험생 김영식(26)씨는 “불필요한 노력을 들이지 않고 한 곳에서 원서를 접수하니까 훨씬 편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경기도 관계자도 “한 차례 수십만명이 접속해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서버를 확충하고, 사이트 보안성을 강화하는 게 선결 조건이 될 것”이라면서도 “시험 운영과 수험생 관리에 일손을 크게 덜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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