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현장 읽기] 저소득층 ‘물가苦 2배’
서민들에게는 점심값이 500원 오르고 한 번 주유하는 데 5000원을 더 줘야 하는 게 정권교체보다 더 관심이 있는 사안일 수 있다. 물가 폭등에 서민들은 상대적으로 더 큰 고통을 느낀다. 소득이 적은 데다 서민들의 소비 비중이 높은 식료품 비용 등이 집중적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서민 중심적인 물가 정책이 절실하다.
●고소득층 소비비중 큰 육류·과실 상대적 안정
16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6%. 다섯달째 3%를 넘고 있다.2004년 10월(3.8%) 이후 3년여만에 고물가 시대를 맞고 있다. 물가상승의 부담은 서민들이 더욱 크게 느낀다.LG경제연구원 이광우 선임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저소득층 물가부담 커진다’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소득수준 하위 20%의 저소득층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4%(전달 대비)를 기록, 상위 20%인 고소득층의 상승률(0.3%)을 앞질렀다. 전체 지출 중 식료품 비중은 저소득층(20.5%)이 고소득층(12.8%)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특히 식료품 중에서도 고소득층은 육류와 과실, 저소득층은 곡물과 채소류 등의 소비 비중이 높다.2005년을 기준연도로 곡물과 채소류의 지난 2월 물가지수는 각각 103.1과 122.4이다. 반면 육류와 과실은 100.1,87.9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110 이상의 높은 지수를 나타냈던 육류와 과실은 수급 안정으로 수치가 내려갔지만 곡물과 채소류는 전세계적인 애그플레이션(농산물 상승)에 따라 물가 급등세를 계속하고 있다.
●서민 중심 물가정책 절실
소득 계층별로 물가 상승의 부담이 ‘불평등’하게 나타나는 것은 장기적으로 봐도 그렇다. 건국대 경제학과 김진욱 교수가 지난해 한국사회보장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지난 10년간 사회계층별 물가상승률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1997년부터 2006년 사이 소비자물가 연평균 상승률은 3.27%. 품목별로는 교통(4.97%)을 비롯해 주류·담배, 식료품, 교육, 보건·의료, 주거 및 광열·수도 상승률이 평균치를 웃돌았고 기타 잡비(2.91%)와 외식·숙박, 피복·신발, 가구집기·가사용품 등은 평균치보다 낮았다.
전체 가구를 ▲부유층(중위 소득의 150% 이상) ▲중산층(중위 소득의 50∼150%) ▲빈곤층(중위 소득의 50% 이하)으로 나눴을 때 빈곤층은 소득에 비해 식료품과 주류·담배, 주거·광열·수도 등의 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부유층은 교통과 피복·신발, 가구집기·가사용품 등에 돈을 더 많이 썼다. 빈곤층이 주로 소비하는 품목 중에서는 통신비를 제외하고 모두 지난 10년간 물가상승률 평균치보다 많이 올랐지만 부유층이 주로 소비하는 품목들은 교통비를 제외하고 가격 상승 폭이 낮았다. 결국 저소득층이 고소득층에 비해 물가 상승에 따른 부담을 더 크게 짊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김진욱 교수는 “지난 10년 간의 정부의 물가 정책은 반빈곤층 정책이었다.”면서 “정부는 식료품이나 주거, 보건의료비 등 빈곤층의 지출이 높은 재화의 물가상승을 억제하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광우 연구원은 “최근 물가 상승은 해외에 요인이 있는 만큼, 임시 방편적인 물가 통제는 불가능할 뿐 아니라 부작용만 일으킬 수 있다.”면서 “다만 가변적인 수입관세 도입과 원재료 비용 감소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통업체가 생산과정에 직접 참여하거나 해외 아웃소싱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는 등 유통구조 개선과 더불어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를 위한 일자리 창출이 장기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