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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프간 악몽은 끝났다] “탈레반,미안함 없어”

    아프간 현지 신문인 ‘아바디 위클리’의 무하메드 올린(29) 기자는 30일 열 네번째 편지를 보내 “현지 언론들은 일제히 숨진 두명의 한국인 피랍자까지 안전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전했다.”면서 “그러나 탈레반은 희생자에 대해 전혀 미안한 감정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앞으로 외국인 피랍 사태가 다시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아프간 정부는 경찰력을 늘리기는 하겠지만 피랍 사건을 줄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미온적인 반응만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현지 신문들의 톱 기사는 ‘두명의 희생자까지 살아 왔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탈레반 대변인인 아마디에게 19명은 풀렸지만 2명은 죽였으므로 희생자에게 미안하지 않냐고 물어 보았는데요. 그는 “한국과 아프간 정부가 협상 시한을 넘겼기 때문에 죽인 것이므로 오히려 아프간 정부와 한국에 책임이 있다.”면서 “그들을 희생자로 고른 것은 남자이자 기독교 선교단의 우두머리였기 때문이므로 미안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현지서는 이번 한국인 인질 사건이 일단락됨에 따라 탈레반의 ‘납치 비즈니스’에 대한 향후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프간 정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통해 탈레반이 인질 교환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외국인을 납치하는 것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 대변인은 “국가적으로 외국인 납치를 막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겠지만 탈레반에서 보내는 전사는 누구인지 모르는 상황이므로 막기 힘들다.”면서 “레스토랑이나 외국인 거주지역까지 납치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외국인 납치를 막기 위해 경찰력을 늘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아프간 정부는 피랍자들이 먼저 정부에 알렸다면 피해가 없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아프간 봉사자들에 대한 많은 비판이 있다는데요. 많은 기독교 봉사자들이 아프간에서 일하고 있지만 솔직히 현지인들은 그들이 기독교인인지조차 모르고 있습니다. 단지 일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만 드러내고 반대하고 있는 거죠. 현지인들은 기독교 봉사자들이 자신들에게 개종을 요구하거나 기독교 가르침을 전파하도록 강요하지 않으므로 관심이 없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아프간은 한국의 민간인과 군인이 모두 철수한다는 협상 조건에 매우 슬퍼하고 있답니다. 한국인들이 철수하면 많은 실업자들이 생길 겁니다. 카불 대학 교수인 세이드 마소드 교수는 “실업률이 올라가고 경제 발전의 동력이 줄어들어 정부와 민간인 모두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대학가 법학강의 줄줄이 펑크

    대학가 법학강의 줄줄이 펑크

    ‘교수님이 사라졌어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범을 앞두고 각 대학들이 본격적인 교원 확보전을 벌이면서 ‘교수 엑소더스’ 현상이 나타나 학생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2학기 개강을 앞두고 법대 교수들이 속속 다른 학교로 옮기면서 정상적인 수업에 차질을 빚을 정도다. 30일 국민대에 따르면 최근 이현·제경문·김용재 교수 등 법대 교수 3명이 다른 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무려 18개 과목이 시작도 못한 채 개강이 최소 열흘 이상 늦춰졌다. ●국민대 18개과목 개강 열흘 이상 늦춰져 국민대 측은 “18개 과목이 정상 개강일인 24일 시작하지 못했다.”면서 “새로 임용한 교수들을 곧 수업에 배정해 9월3일 이후에 강의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건국대도 ‘경제법 강의’를 유일하게 개설한 법학과 고동원 교수가 수강 신청이 끝난 상태에서 성균관대로 옮기는 바람에 학교측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건국대 관계자는 “한 과목밖에 개설되지 않은 강의를 수강 변경할 수도 없어 학생들이 곤란한 상황”이라면서 “학교 측도 대책을 세우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생긴 일이라 2학기 법학과 수업에 지장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로스쿨로 인가받으려면 ‘교수당 학생수 15인 이하’의 조건을 맞춰야 하지만 로스쿨 유치가 유력시되고 있는 학교에서도 ‘교수 유출 사태’가 벌어져 비상이 걸렸다. 서강대에서 3명의 교수가 각각 서울대와 고려대 등으로 옮겼거나 옮길 예정이고, 연세대와 이화여대에서도 학교를 그만두는 교수가 나오고 있다. 서울대는 경희대, 서강대, 연세대, 이화여대, 한양대, 홍익대 등의 법학 교수 8명을 포함해 법대 교수 15명을 특별 채용할 방침이다. 고려대 법대도 11명을 다음달 1일자로 신규 임용했다. 하루 아침에 스승을 잃은 법대 학생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국민대 법학과 최모(21)씨는 “수업에 열의가 있어서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교수가 다른 학교로 가 학생들의 박탈감이 매우 크다.”면서 “순수한 법학 학문을 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은 계속 소외당하는 것 같아 섭섭하다.”고 토로했다. ●“남은 교수들도 로스쿨 준비 강의 소홀” 남은 교수들마저 로스쿨 준비로 인해 강의가 소홀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연세대 법학과 장모(20)씨는 “2학기에 로스쿨 준비로 교수님들이 바빠지면서 휴강도 많아질텐데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모든 투자가 로스쿨에 집중돼 난데없이 피해를 보지 않을까 걱정”이라면서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각 대학의 교수 영입 작업이 계속되고 있어 당분간 이같은 부작용은 계속될 전망이다.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순수 법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법대 대학원생 김모(29)씨는 “법대는 사시를 위해 존재해왔는데 이제는 로스쿨을 위해서 존재한다.”면서 “대학들이 학교의 명예만 생각하다 보니 법대가 법조인 배출을 위한 학원처럼 변질돼 정작 법학을 공부하려는 학생들은 계속 소외당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경주 서재희기자 kdlrudwn@seoul.co.kr
  • “돈 요구했을것”

    아프간 현지 신문인 ‘아바디 위클리’의 무하메드 올린(29)기자는 29일 열 세번째 편지를 보내 “현지에서는 한국인 피랍자 석방에 대해 아프간 정부와 모든 언론이 환영의 뜻을 표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단순히 한국의 민관이 아프간을 떠나는 것을 조건으로 탈레반이 인질을 놓아 주었다는 협상 내용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탈레반이 자의에 의해 석방했다기보다는 돈이나 외부 국가의 압력이 결정적 요인이 되었으리라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견해”라고 덧붙였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29일 현지의 언론들도 일제히 한국인 피랍자 19명의 석방 소식을 보도했습니다. 탈레반 대변인에게 전화를 했더니 “한국 정부가 아프간 정부에 탈레반 죄수들을 풀어 주라고 설득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더 이상 한국인 인질들을 잡아둘 필요가 없다.”고 말하더군요. 그리고 한국 정부에 따르면 탈레반에 올해 내에 군부대를 철수시키겠다는 조건을 제시하자 탈레반이 결국 수용하고 19명의 인질을 풀어 주겠다고 했답니다. 하지만 현지 전문가들은 탈레반의 이런 이야기를 믿지 않습니다. 돈이 오고 간 이면 협상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으며 주위 나라의 압력에 의해 탈레반이 억지로 협상에 동의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습니다. 물론 오늘 연락해 본 한국 대사관과 탈레반은 양측 모두 부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지의 전문가들은 탈레반이 지금껏 해왔던 인질 협상의 전례들을 살펴볼 때 분명 돈을 요구했을 것이랍니다. 탈레반의 입장에서는 재정 상황이나 월급을 줄 돈이 넉넉지 않은 상황이니까요. 이에 대해 아프간 정부의 관계자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답하더군요. 그러나 그는 “인질 석방의 대가로 돈을 주었다면 탈레반의 무기를 더 강하게 만들어준 것이므로 아프간 정부에는 큰 짐이 된다.”면서 “한국은 아프간 정부에 있어 우호국이므로 그런 일은 없었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정치분석가들은 돈보다는 외부 국가의 압력을 이번 협상의 이유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역할이 컸다고 합니다. 아프간 언론들도 비슷한 분석을 하고 있기는 한데 특정 국가의 압력 행사를 전하지는 않습니다.
  • 檢 ‘申데렐라’ 규명 포기?

    학력 위조로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신정아(35·전 동국대 교수)씨 관련 의혹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해 수사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신씨가 미국으로 도피해 잠적 중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핵심 참고인인 장윤(전 동국대 이사·현 전등사 주지) 스님과 신씨를 임용했던 홍기삼 전 동국대 총장 등에 대한 참고인 조사마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울 서부지검은 29일 동국대 실무자를 불러 신씨의 교수 임용 과정에 대해 조사하고, 장윤 스님에 대한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그러나 이는 동국대가 지난달 23일 신씨를 사문서위조와 업무방해 혐의로 서부지검에 고소한 뒤 한달이 흐른 시점이어서 늑장 수사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장윤 스님이 안 나올 경우 홍기삼 전 총장부터 조사하겠다.”면서 “신씨가 비밀리에 귀국할 경우에 대비, 출입국관리사무소 등에 통보를 요청해 놓는 등 만반의 사태에 준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그러나 지난달 장윤 스님과 만난 것으로 확인된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에 대해서는 전혀 조사할 계획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범죄의 실체도 없고 혐의점도 없는 사람을 조사할 수는 없다.”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장윤 스님과 홍 전 총장의 경우 참고인 신분이어서 현행법상 출석을 강제할 수단은 없다. 하지만 신씨 사건이 현 정권 실세가 개입된 권력형 비리라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어서 검찰의 지지부진한 수사는 ‘오비이락’식으로 해석될 여지마저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광주지검과 서울 서부지검에서 각기 진행되고 있는 수사를 병합해 서울 중앙지검이나 대검에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총장 재직 당시 신씨 임용을 결재한 홍기삼 전 동국대 총장의 한 측근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동국대 100주년을 앞두고 당시 동국대에 예일대 출신이 없었는데 홍 총장이 ‘신씨가 좋을 것 같다.’며 조심하지 않고 채용한 잘못은 있다.”고 밝혔다. 임일영 오이석 이경주기자 argus@seoul.co.kr
  • 정시 내신반영률 20%대로 확정

    서울시내 주요 사립대학들이 2008학년도 정시모집 학생부 실질반영률을 20%선에서 확정했다. 연세대는 인문계 22.2%, 자연계 22.76%로 확정했다고 29일 밝혔다. 교과성적 등급간 점수차는 1∼5등급은 0.5점씩,5∼6등급 1점,6∼7등급 2점,7∼8등급 3점,8∼9등급 4점이다. 수능 각 영역별 점수차도 과목별로 등급간 2∼6점씩 차등 적용된다. 성균관대는 학생부 실질반영비율을 ‘가’군 23.64%,‘나’군 23.08%로 각각 확정했다. 성균관대도 학생부 등급간 점수차를 등급에 따라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입학처 관계자는 “아무래도 다른 대학들과 비슷한 패턴으로 내신 상위 등급간 격차는 좁히고 하위 등급간 격차는 좀더 늘리는 식으로 운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양대는 서울캠퍼스 내신 실질반영률을 인문계 23.5%, 자연계 23.01%로 확정했다. 서강대는 21.28%로, 중앙대는 23.1%로 각각 확정했다.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서울대 로스쿨 시행령 ‘반기’ 연대 동조…서강대는 이견

    서울대 로스쿨 시행령 ‘반기’ 연대 동조…서강대는 이견

    서울대가 로스쿨 시행령에 대해 반대의견을 제출한 것에 대해 다른 대학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연세대는 서울대와 비슷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이화여대와 서강대 등은 이와 다른 의견을 표시했다. ●연세대 홍복기 법대 학장 입학정원은 준비상황과 그 규모에 따라 큰 대학의 경우 로스쿨 인원을 일본이나 미국 수준으로 해야 한다. 일본 와세다 300명, 게이오 260명이며 미국 주요로스쿨도 하버드 560명, 컬럼비아 500명 이상 등이다. 연세대 입장은 설립요건을 충족하면 정원을 다 주어야 한다는 것이며 정원이 3000∼4000명 되면 웬만큼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재 재학생을 보호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사법시험의 경우에는 입학부터 10년이 걸리는 것이 일반적인 통계 수치다. 대학의 입장에서는 법과대학생으로 들어온 학생들을 보호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학생에 대한 신뢰를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기존의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10년 정도는 사법시험이 계속돼야 한다. 과도기이므로 로스쿨, 사법시험 양쪽에서 졸업자가 나와 좀 법조인 숫자가 많아도 괜찮을 듯싶다. ●이화여대 김문현 법대 학장 학교당 150명은 외국에 비하면 적은 인원이지만 총정원 제한이 있는 상태에서는 상황이 좀 다르다.40개 대학이 나누어야 하는 상황에서 일부 대학에서 정원 이상을 요구하는 것은 다른 대학의 정원을 줄이겠다는 말밖에 안 된다. 결국 총정원 통제를 재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한다. 이화여대는 150명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현재 있는 법대생 보호를 위해 사시 제도를 상당기간 존치해야 하지만, 비법학사 쿼터제는 필요하다. 왜냐하면 로스쿨 자체의 목적이 여러 기초학문을 배운 학생들이 전문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이므로 그렇다. 법학전공만 받으면 로스쿨의 원래취지에 어긋나게 된다. 그러나 타대생 쿼터제는 각 대학의 자율에 맡겨야 할 것 같다. ●서강대 오병선 법대 학장 현재 150명 단위로 인가할 예정인데 시작은 150명으로 하고 추후 실적을 갖춘 다음 나중에 증원을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독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피랍 19명 전원석방 합의] “동생도 하늘에서 기뻐할 것”

    “동생도 하늘에서 석방 소식을 듣고 기뻐할 겁니다.” 탈레반 피랍자 중 첫번째 희생자였던 고 배형규(42) 목사의 형 신규(45)씨는 28일 “동생도 함께 살아 돌아왔으면 했는데 그러지는 못했지만 동생도 분명 기뻐할 것”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배 목사의 가족들은 그동안 장례식까지 미루고 나머지 인질들의 석방을 애타게 기원해왔다. 신규씨는 이날 낮에도 경기 성남시 분당타운 피랍가족모임 사무실에 들러 격려했고, 석방 소식이 들리자 “19명이 무사히 풀려나게 돼 너무나 기쁘다.”고 말했다. 배 목사 유족들은 샘물교회 측과 협의,19명의 피랍자들이 국내에 돌아오는 대로 장례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성남시 분당 자택에서 석방 소식을 들은 배 목사의 부인 김희연(36)씨는 남편이 떠오르는 듯 문을 걸어잠근 채 말을 잇지 못했다. 김씨는 이날 저녁 초인종 소리에 희미한 목소리로 “누구세요.”라고 답했지만 기자라고 밝히자 이내 “제발 돌아가달라.”며 인터뷰를 정중히 거절했다. “석방 소식을 들었냐.”는 질문에 힘겹게 입을 연 김씨는 “아이와 함께 있어 말을 하기 어렵다.”며 착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김씨의 언니이자 배 목사의 처형인 김진미씨는 어렵게 소감을 밝혔다. 제주도 자택에서 석방 뉴스를 보다가 기자의 전화를 받은 김씨는 “배 목사에 대해서는 두말할 것 없이 마음이 아프지만 남은 사람들이 무사히 왔으니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배 목사의 부인인) 동생에게는 차마 전화를 해보지 못했다.”면서 “배 목사의 아버지와 가족들도 나처럼 ‘그나마 감사하다.’는 심정으로 집에서 석방 뉴스를 보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씨는 석방되어 돌아오는 19명에게 “그 동안 고생이 많았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면서도 “아쉬움이 많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경주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피랍 19명 전원석방 합의] 가족들 “못볼 자식 되찾은 기분”

    [피랍 19명 전원석방 합의] 가족들 “못볼 자식 되찾은 기분”

    “드디어 다 풀려난대요. 정말 꿈만 같습니다.” 28일 경기 성남시 분당타운 피랍가족모임 사무실에서 피랍자들이 전원 석방된다는 소식을 접한 가족들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감격의 눈물을 쏟아냈다. 지난 41일간 뜬눈으로 밤을 새운 가족들은 이날 밤 8시10분쯤 청와대의 공식 발표가 나오자 두손을 번쩍 들어 만세를 부르며 기뻐했다. 일부 가족들은 청와대의 공식 발표를 보면서 긴장이 모두 풀린 듯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서경석·명화씨 아버지 서정배(57)씨는 “다시 못 볼 자식을 다시 찾은 것 같은 기분”이라면서 “석방을 위해 유치원 아이들이 그림과 편지를 써주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기도해 주셔서 그 염원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박혜원씨의 이모부 강중식(75)씨는 정부 발표가 나오자 “이제야 믿어진다.”면서 가슴을 쓸어내리다가 “피랍자 고생에 비하면 우리 고생은 아무것도 아니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선영씨의 어머니 김경하씨는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기쁘다. 무엇보다 건강하게 돌아왔으면 좋겠고 내 품에 안길 때까지 기다리겠다.”면서 “잘 견뎌준 것이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이지영씨의 오빠 이종환(38)씨는 “정말 꿈만 같다. 너무 감사하다. 수고해주신 정부 관계자와 걱정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너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연신 흐르는 눈물을 훔치던 한 가족은 “꿈꾸는 것 같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차성민(30) 피랍자 가족모임 대표는 오후 9시40분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먼저 이번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는 “협조해 주신 정부 관계자 및 기자 여러분들이 힘이 되는 소중한 분”이라면서 “안타까운 심정으로 염려해 주신 국민 여러분과 그 외에도 무사 귀환을 위해 수고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차 대표는 “가족들과 함께 떠났던 고 배형규 목사님과 고 심성민씨 두 분은 너무 가슴이 아프고, 좋은 소식을 함께 나누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19명 전원이 안전하게 인천공항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끝까지 성원해 달라.”고 호소했다. 성남 윤상돈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신정아 파문’ 어디까지] “신씨 BMW외 벤츠도 탔다”

    학력 위조를 넘어 권력형 비호 의혹을 받고 있는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미국행에 대해 각종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사건의 핵심 인물인 신씨가 뉴욕으로 돌연 출국해 잠적한 지 40여일이 흘렀지만 그의 행방조차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씨가 미국으로 출국한 지난달 16일은 신씨의 학위가 이미 가짜라는 사실이 드러나 있던 시점이어서 누군가가 그의 ‘도피성 미국행’을 도왔다는 의혹도 크다. ●출국 전 이미 가짜학위 드러나 프랑스 파리에 머물던 신씨는 지난달 12일 한국으로 돌아와 16일 뉴욕으로 몰래 출국했다. 당시는 이미 신씨의 학위가 가짜라는 사실이 밝혀졌던 시점이다. 동국대는 지난달 11일 신씨의 예일대 박사 학위가 가짜라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신씨가 미국으로 떠난 뒤인 같은 달 23일에야 서울 서부지검에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광주비엔날레 측도 같은 달 18일에야 광주지검에 고소했다. 신씨가 프랑스에서 들어와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까지 닷새간의 행적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신씨는 그가 근무했던 성곡미술관 관계자를 만나 ‘내 학위는 진짜다. 미국에 가서 증빙자료를 가져오겠다.’고 말한 뒤 출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당시 동국대와 불교계에서는 신씨가 그를 비호했던 정계와 학계, 미술계, 불교계 등의 고위 인사를 보호하기 위해 미국으로 달아났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편 신씨와 함께 미술관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던 A씨는 27일 “신씨는 예일대 출신의 모 대학 미술사학과 교수와 만나는 등 친분이 있었고, 본인이 고위 공무원과 교제 중이라고 자랑한 적도 있다.”면서 “신씨는 BMW 외에 벤츠도 마련, 두 대의 차량을 하루씩 번갈아가며 몰고 다녔다.”고 말했다. ●신씨 현재 뉴욕 머물고 있는 듯 신씨는 뉴욕의 존 F 케네디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던 각 언론사 뉴욕 특파원들과의 인터뷰를 뿌리치고 택시를 탄 채 맨해튼으로 향한 것이 마지막 모습이다. 신씨는 뉴욕에 연고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최근까지 신씨를 뉴욕에서 봤다는 목격자가 나오기도 해 현재 뉴욕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아직 신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있다. 서울 서부지검 관계자는 “신씨와는 현재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면서 “중대 사건의 경우 체포영장이 발부되면 인터폴을 통해 수배하는데, 그 정도 사안이 아니라서 미국이 협조해 줄지는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검찰이 적극적으로 신씨를 불러 조사를 하지 않는 이상 그의 동국대 교수 임용과 비호 세력 등에 대한 의혹은 미궁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윤창수 이경주기자 geo@seoul.co.kr
  • [여성&남성] 한국인-외국인 커플에 대한 단상

    [여성&남성] 한국인-외국인 커플에 대한 단상

    국경을 초월한 로맨스. 요즘은 외국인과의 연애는 현실이다. 남성들은 주로 돈을 조금만 써도 되니까, 남성을 돈 버는 기계로 보지 않아서, 혼수 등을 할 필요가 없어서 등의 이유로 외국 여성과의 연애를 꿈꿨다. 여성은 외국어를 배울 수 있어서, 외국 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어서 등의 이유로 외국 남성과의 로맨스를 원했다. 그러나 문화적 차이나 백인을 선호하는 사회적 편견 등의 걸림돌도 있다. 외국인 100만명 시대, 늘어난 외국인 커플에 대한 남성과 여성의 속마음을 들여다 보았다. ■ 남성 ●알뜰 연애를 원하면 외국인을 만나라 내년 봄 일본여성과 결혼을 할 예정인 회사원 손모(30)씨는 알뜰 연애를 하려거든 외국인과 연애하라고 조언한다. 지난해 캐나다 어학연수에서 만난 두 사람은 두 달 동안 연애를 하고 그 뒤로도 한국과 일본에서 두 달에 한번 정도 만남을 가져왔다. 이들은 전화는 인터넷 할인카드를 사용하고 긴 통화는 메신저로 대신한다. 손씨에 따르면 한국인을 만날 때보다 오히려 한 달 전화비가 1만원 이상 줄었다. 또 데이트 비용은 한 번에 각자 40만원 정도가 들지만 한국 여성과 두 달 동안 거의 매일 만나며 쓰는 돈에 비하면 오히려 적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손씨는 “서로 꾸준히 외국어를 배우는 효과까지 고려하면 경제적 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윤모(29)씨도 외국 여성과의 결혼을 꿈꾼다. 한국 사람과 결혼하면 집 장만에 예물까지 준비해야 하지만 외국 여성은 그런 것을 안 바랄 것 같기 때문. 게다가 외국 여성은 집안의 재정적 책임을 남자에게 떠넘기지 않는다. 선배 중 한 명은 일본 여성과 결혼하고 1년 후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는데, 일본 여성은 선배를 나무라기는커녕 같이 일본으로 건너가 다시 시작하자고 권유한 것. 윤씨는 “선배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외국 여성은 남자를 돈 버는 사람이 아닌, 꿈을 가진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아 너무 부러웠다.”고 말했다. 또 “한국에서는 40대면 직장에서 잘릴까 걱정하는데 외국 여성과 결혼하면 외국에서 새로운 고용기회를 한 번 더 가질 수 있으니 든든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선진국 여성 사귀어야 폼이 난다? 베트남 음식점을 하고 있는 최모(30)씨는 최근 트렌드(추세)를 알기 위해 베트남에 자주 가서 경험을 쌓았다. 최씨는 한국 사람들이 문화적으로 외국 여성과 만나는 남자에 대해 편견이 심하다고 말한다. 그가 베트남에서 알던 40대 중반의 한국인은 26살의 베트남 여자 친구를 사귀었다.14살 차이가 났지만 서로 사랑한 나머지 나이까지 초월했다고 믿었다. 그러나 한국은 달랐다.2주일간 한국을 다녀온 커플은 마음 상하는 경험을 너무 많이 한 것. 최씨는 “신촌의 한 식당에 들어갔는데 베트남 아이와 원조교제를 한다고 수군거리는 통에 밥도 제대로 못먹었다고 하더라.”면서 “한국에서 말하는 외국인 커플은 비슷한 연령의 선진국 여성을 지칭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문화적 차이는 여자를 가깝고도 멀게 한다 두 달째 일본 여성을 사귀고 있는 대학생 박모(24)씨는 비슷하고도 다른 문화를 배우는 것 자체가 늘 그녀와 새로운 여행을 하고 있는 기분이라고 말한다. 한번은 그녀가 생선을 먹고 있는데 젓가락으로 생선을 잡아주자 여자친구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일본에서는 시신을 화장했을 때만 젓가락과 젓가락으로 뼈를 주고받는다는 것. 박씨는 “잠깐의 자잘한 오해가 오히려 연인의 사이를 더욱 가깝게 한다.”면서 “물론 서로 의견이 맞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건 문화적 차이겠거니 하고 이해하게 돼 한국여자보다 더 쉽게 화해하게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대학시절 6개월간 호주여성을 사귀었던 직장인 이모(33)씨는 그 시절을 생각하면 아직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이씨는 170㎝의 키에 날씬한 몸매, 조그마한 얼굴을 보고는 첫눈에 반해 1998년 봄 그녀에게 프러포즈했다. 서툰 영어로 냇킹 콜의 ‘L.O.V.E.’를 외워 불렀을 때만 해도 한 편의 로맨틱 영화였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 곳에서나 엉덩이를 치거나 껴안기 일쑤였다. 여름이 되자 가슴을 거의 드러낸 과감한 여자친구의 노출에 싸움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결국 헤어졌다. 이씨는 “남들이 힐끗힐끗 그녀의 가슴을 볼 때는 정말 창피했다.”면서 “남들은 싸우다 못 알아들으면 서로 이해하고 만다던데 우리는 서로 더 큰 소리를 내야 안 지는 줄 알고 더 크게 싸웠다.”고 회상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여성 ●외국어·다양한 문화 접할 수 있어 ‘일석이조’ 대학원생 김모(28)씨는 한국인-외국인 커플을 볼 때마다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김씨는 “무엇보다 영어 등 다른 나라 언어를 배울 수 있어서 좋을 것 같아요.”라면서 “다른 문화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도 같고, 혹시 결혼에까지 이른다면 외국 여행을 다닐 일도 많고,2세가 두 가지 언어를 능수능란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물론 외국인과 사귀는 친구들을 보면 힘겨워할 때도 많다.“교제할 때 어느 한 쪽의 눈높이에 맞춰가야 할 것 같아요. 문화적인 차이 탓에 이해 못하는 부분이 많고, 그런 부분이 쌓이면 헤어질 수도 있겠죠.” 김씨는 “외국 남성-한국 여성 커플은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그 반대인 경우는 좀 이해가 가지 않아요. 외국 여성이 한국 남성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선입견이 제 생각 속에 있어요. 이런 커플을 보면 혹시 남자가 돈이 많아서 외국 여성을 사귀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라고 말했다. ●“미묘한 문화적 차이 극복하기 힘들 것” 최모(28·공무원)씨는 “외국인과 사귀는 것이 과거에는 어색해 보였는데 지금은 자연스러워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혹시 영어 배우려고 이용하는 거 아냐.’라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외국 여성과 사귀는 한국 남성들의 경우에는 크게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외국 남성과 사귀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니다.“호기심은 있지만 공감대 형성이 어려울 것 같아 만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이질적인 문화를 극복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지 회의가 든다.”고 털어놨다. 최씨가 생각하는 한국인-외국인 커플의 장점은 영어를 배울 수 있다는 것과 타문화 및 상이한 가치관 등을 체험할 수 있다는 것. 국내 한 대학의 어학당을 다니던 미국인이 어느날 최씨의 친구에게 길을 물어와 친절하게 안내해줬더니 미국인이 대뜸 “우리 친구하자.”라고 말했다. 서로 호감이 있었기 때문에 1년 정도 교제했지만 최씨 친구의 속셈은 교제를 통해 영어를 배우려는 것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로부터 무뚝뚝한(?) 한국 남자 대신 외국인과 국제결혼하라는 농담반 진담반의 얘기를 어머니로부터 들으며 자랐다는 회사원 박모(29)씨는 “아무리 한국 남자들이 문제(?)가 많다지만 그래도 외국인보다는 나은 것 같아요. 그냥 친구사이라면 몰라도 연인 관계라면 외국인에게는 문화적 차이에서 나오는 미묘한 감정들을 일일이 설명하기 너무 힘들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다만 박씨는 최근 길거리에서 흔히 마주치는 다국적 커플에 대한 거부감은 없단다. 박씨는 “전적으로 당사자들의 자유라고 생각해요. 부럽지도 않지만 거부감도 전혀 없어요.”라고 설명했다. 이모(28·취업준비생)씨도 “한국인 커플과 크게 다를 건 없다고 본다.”면서도 “외국 남성과 사귈 생각은 별로 없다. 아무래도 문화적인 차이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것 같다. 스킨십도 자연스럽게 하게 될텐데, 그건 좀 꺼려진다.”고 말했다. ●“한국 남자, 외국인 사귀는 한국 여성에 대해 너무 민감” 직장인 김모(25)씨는 “예전에는 외국인과 사귀는 한국 여성들이 백인 남성들만을 선호해 ‘트로피 와이프’처럼 팔짱을 끼고 다니는 경우가 많았다면, 요즘은 인종에 관계없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커플들이 늘어난 것 같아 보기 좋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한국 남자들은 외국인과 사귀는 한국여성들에 대해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것 같다.”면서 “자신에게 올지도 모르는 기회(?)가 사라진다고 생각하거나 비뚤어진 민족주의에서 나온 것 같다. 그들의 생각이 전혀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좀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고 꼬집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학벌을 깬 사람들] (6) ‘고졸 명장’ 김호 대전시티즌 감독

    [학벌을 깬 사람들] (6) ‘고졸 명장’ 김호 대전시티즌 감독

    “학력이 필요한 곳과 기술이 필요한 곳이 따로 있는데 우리 사회는 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실수를 범하고 있습니다. 기술이 필요한 곳에는 학력보다 기술의 숙련도를 우선시해야 합니다. 이를 어기고 사람을 잘못 뽑게 되면 그 한 사람이 조직의 흐름을 망쳐 결국 전체에 아주 나쁜 영향을 끼칩니다.”프로축구팀 대전 시티즌 김호(62) 감독은 학력 위조 파문에 대해 강하게 질타했다. 대전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만난 그는 “내가 축구밖에 몰라서 축구를 보면서 이야기를 하자.”며 경기장으로 안내했다. 경기장에서는 대전 시티즌과 경희대의 연습경기가 한창이었다. 고졸인 그는 연세대와 고려대 등 특정 학교 출신이 장악했던 축구판에 뛰어들어 1965년부터 9년간 국가대표 수비수로 활약했다. 이어 국가대표 감독으로 1994년 미국월드컵을 이끌었다. 프로팀에서는 울산 현대와 수원 삼성을 이끌면서 두 차례의 K리그 우승과 일곱 차례의 컵 대회 우승, 두 차례의 아시아컵 대회 우승을 만들어낸 이 시대 명장 가운데 한 명이다. ●학력·기술 필요한 곳 우리사회 분간 못해 그가 처음 학벌의 벽을 느낀 것은 1964년 청소년대표 선발전이었다. 선발전에서 당시 최고로 꼽히던 그는 탈락했고, 주위에서는 ‘연·고대 출신이 아니라서 그렇다.’고 위로했다. 그 시절은 아버지가 사업을 하다 실패해 부유하던 집안이 나락으로 떨어지면서 방황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결국 그는 축구를 포기하고 자살까지 생각했지만 같이 축구를 하던 친구들이 그에게 용기를 줬다. 밥을 먹여 주고 돌아가며 하숙집에서 잠도 재워 준 친구들은 ‘축구는 기술직이고 학벌보다 기술이 중요하므로 언젠가 네가 이긴다.’는 말을 해줬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연습 경기 탓인지 자연스럽게 이야기는 현재 축구판으로 흘렀다.“과거 축구계는 중요 안건을 투표할 때마다 학벌을 위주로 표심이 갈리죠.7년 후배인 이회택 감독이 국가대표 감독을 맡을 때까지 매번 감독 물망에 올랐지만 결국 1994년에야 월드컵 팀을 맡았어요. 당시 학벌을 이용해 월드컵 대표에 넣어 달라는 선수도 있었는데 일절 거부했습니다. 부탁한 사람은 한 명일지 모르지만 그 한 명이 전체의 흐름을 방해하니까요.” 김 감독이 말하는 사회는 축구팀과 같은 유기체다. 한 부분이 학벌에 의해 점령되면 다른 분야도 전염된다. 혼자만 부정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 전체 물을 흐릴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사회의 조직력을 깨 놓는다. 그래서 그는 ‘열한 마리의 사자로 이루어진 팀보다 한 마리의 사자와 열 마리의 이리로 이루어진 팀이 강하다.’고 말한다. ●학벌없어 대표팀 탈락 자살 생각도 그는 “그렇다고 학벌이 필요 없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면서 “학벌이 필요한 ‘공법가’와 기술이 우선인 ‘기술공’이 공존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축구도 학벌과 상관없이 축구를 전문으로 하는 기술공이 있으며 학벌이라고 부르는 지식이 꼭 필요한 스포츠 행정, 의학, 교육 분야의 공법가도 있는데 한국은 아직 이 두 분야가 공존하고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면서 “베켄바워나 펠레도 학벌은 없지만 뒤에서 학벌을 가진 사람들이 그들을 최고의 브랜드로 만들고 미래까지도 관리해 주었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자신이 성장한 원동력을 끊임없는 준비성이라고 꼽았다. 국가대표 감독 자리가 자신에게 올지 안 올지 모르지만 5년 이상을 대표팀에 대해 남모르게 분석하고 구상했다. 그리고 결국 제안이 왔을 때 기술에 있어서는 더 이상의 준비된 자가 없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그는 “준비를 조금이라도 게을리 하면 학벌이라는 변수에 쉽게 말려든다고 생각했다.”면서 “준비된 사람만이 학벌이라는 인맥을 넘어 원하는 것을 차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반전 팽팽하던 경기는 “후반에는 결국 기술이 좋은 프로팀이 좋은 경기를 보여줄 것”이라는 그의 말대로 압도적인 골차로 프로팀의 승리로 돌아갔다. ●끊임없는 노력 학벌 넘는 밑천 경기가 끝난 뒤 ‘상대가 대학팀이기는 하지만 이겨서 좋겠다.’고 인사를 건네자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축구의 관중이나 사회 구성원이나 이기는 것만 좋아해요. 중요한 것은 얼마나 즐기는가 하는 거죠. 유럽에는 100년을 넘긴 팀도 있잖아요. 한 명이라도 더 이겨 보겠다고 학벌을 이용하고 그러는 겁니다. 기술이 필요한 곳에는 기술이 능력이고 학력이 필요한 곳에는 학벌이 능력이죠. 그 둘이 조화를 이루고 함께 즐기다 보면 시너지 효과가 나올 겁니다. 그것이 앞으로 우리 사회가 학벌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방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글 사진 대전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김호 대전 시티즌 감독 ▲1944년 경남 통영 출생 ▲1962년 부산 동래고등학교 ▲1965∼1973 국가대표팀 수비수 ▲1971년 국민훈장 석류장 ▲1988∼1991년 울산현대프로축구단 감독 ▲1992년 국가대표팀 감독 ▲1992∼1994년 미국 월드컵대회 감독 ▲1995∼2003년 수원삼성블루윙즈 감독 ▲1999 프로축구 K리그 감독상 ▲2001∼2002 대한축구협회 이사 ▲2002년 아시아 클럽 선수권 대회 우승, 아시안 슈퍼컵대회 우승 ▲2007∼ 대전시티즌 감독
  • “사우디 나서면…”

    아프가니스탄 현지 신문인 ‘아바디 위클리’의 무하메드 올린(29) 기자가 26일 보낸 열두번째 편지에는 “현지 소식통들은 한국인 피랍자 전원 석방설에 대해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그는 “현지에선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탈레반은 죄수교환을 요구하고 아프간 정부는 거절하고 있다.”면서 “오히려 탈레반은 한국정부가 대면협상을 늦추는 것에 대해 불만이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아프간 전문가들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중재가 있다면 사태는 새로운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고 전해왔다. 정리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탈레반이 19명의 인질을 풀어준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라 곧바로 탈레반 대변인 카리 유수프 아마디와 통화를 해보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합의를 위한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석방을 이야기한 적은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그는 오히려 한국 정부를 비난했는데요. 한국 외교부가 대면 협상을 미루고 있으며 시간을 버리고 있다고 하더군요. 현재는 한국 정부와 단지 전화로만 연락하는 상황이랍니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나 한국 외교부가 바란다면 협상을 할 용의가 있다고도 밝혔습니다. 그러나 아마디는 “19명의 한국인과 탈레반 죄수들의 맞교환 조건은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 죄수들을 오늘 놓아준다 해도 그 즉시 인질들을 석방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방법은 이전과 똑같이 지역원로가 그들을 안전한 곳으로 데리고 가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아프간 정부 대변인은 여전히 그들의 제안을 거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탈레반을 ‘인류의 적’으로까지 표현하고 있습니다. 물론 탈레반도 석방 합의에 대한 보도를 부인하지만 현지의 전문가들은 ‘사우디아라비아가 두 나라를 중재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좀 더 깊은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아랍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나선다면 다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죠. 아프간의 분석가인 스타나자이는 와하비즘(코란으로 되돌아가자는 이슬람 복고주의)이 전파된 이래 사우디아라비아는 탈레반에 가장 강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나라라고 말합니다. 스타나자이는 “사우디아라비아는 분명히 이번 피랍사태를 중재할 수 있는 나라이며 한국은 평화적 사태 종결을 위해 파키스탄과 사우디아라비아와 접촉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결국 한국에 전해진 19명의 피랍자 석방설 보도는 현지에서 모두 부인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등장은 새로운 국면으로 가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 봅니다.
  • 대학 ‘내신반영률’ 눈치작전

    대학들이 올해 대입 정시모집의 내신 실질반영비율 발표일을 코앞에 두고 교육인적자원부 눈치 살피기에 들어갔다. 내신 실질반영률 파문 이후 사실상 대학 자율에 맡겨졌지만 자칫 밉보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특히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설립을 추진 중인 일부 대학들은 교육부에 잘못 보였다가 탈락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대학별 내신 실질반영률 제출 시한인 24일 오후 6시까지 전형 계획을 낸 곳은 100여곳에 불과했다. 정시모집 전형을 실시하는 201개 4년제 대학의 절반 수준이다. 교육부는 당초 늦어도 수시 2학기 전형이 시작하기 전인 이달 말까지 대학별 정시모집 내신 실질반영률을 발표해줄 것을 당부했다. 현재 수도권 주요 대학 가운데 정시 내신 실질반영률을 확정, 발표한 곳은 서울대와 고려대, 숭실대, 인하대 등뿐이다. 서울대는 2008학년도 수시 2학기 선발인원을 1761명으로 확정하고, 정시모집 일반전형은 1단계에서 수능 점수만으로 2∼3배수 선발한 뒤 2단계에서 학생부 50%(교과 40%, 비교과 10%), 논술 30%, 면접 20%를 반영하기로 했다. 단 1·2등급은 만점을 주고 나머지 등급 간에는 1점차를 유지하는 기존 방안을 유지하기로 확정했다. 고려대는 지난달 30일 발표한 학생부 17.96%, 수능 79.04%, 논술 2.99%를 유지하기로 했다. 숭실대는 ‘가’군과 ‘다’군에서 각각 26%,27.4%로 확정했다. 인하대는 33%로 결정했다. 반면 일부 대학은 서너개 방안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건국대는 10%,20%,30%대 등 세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성균관대는 30% 이내 범위에서 2∼3개 안을 검토하고 있다. 연세대도 지난해보다 실질반영률을 높이되 2∼3개 안을 놓고 최종 결정만 남겨 놓고 있다. 서강대도 20% 이상 반영하는 2개의 안과 20% 이하로 반영하는 1개의 안 등 3개를 놓고 내부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아예 막판까지 눈치를 보는 대학도 적지 않다. 숙명여대는 지난달 30일 19.94%로 확정 발표했지만 최근 이를 철회,25∼30%의 3개 안만 마련하고 교육부와 다른 대학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다. 동국대도 지난 6일 확정한 20.6%를 철회하고 이달 말까지 버티다가 마지막에 낼 계획이다. 이화여대는 최종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제출을 늦추고 있다. 한양대와 중앙대도 일단 분위기를 관망하면서 제출 시한을 넘겨 최종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오는 11월 로스쿨 신청을 준비하고 있는 대학의 경우 혹시라도 내신 실질반영률과 연계해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하면서 반영률을 재조정하고 있다.”면서 “막판까지 교육부와 경쟁 대학의 눈치를 살피는 곳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교협 강희돈 학사지원부장은 “이달 말까지 내신 실질반영률을 발표하라고 한 것은 다음달 7일부터 시작하는 수시 2학기 모집 원서접수 이전에 수험생들에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면서 “아무리 늦어도 다음달 7일 이전에는 취합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김재천 서재희 이경주기자 patrick@seoul.co.kr
  • ‘범죄夜’ 주의보

    ‘범죄夜’ 주의보

    열대야로 인한 ‘불면의 밤’을 피해 한강시민공원 등지에 나온 시민들이 각종 사건·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폭염에 불쾌지수가 더해져 폭행과 안전 사고 등이 많이 발생하고 있지만 경찰 인력과 자체 순찰 인원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강시민공원 폭행·익사 사고 잇따라 기상청은 24일 폭염주의보를 전국으로 확대했으며, 폭염은 28일 전국적으로 한차례 비가 올 때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열대야 현상과 함께 불쾌지수도 80을 넘을 것으로 예보돼 당분간 공원 피서에 주의가 요구된다. 서울 한강시민공원 12곳을 관리하는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한강에서 발생하는 인라인·자전거 사고와 폭행사고 등을 포함한 안전사고는 1·4분기(1∼3월) 24건,2·4분기(4∼6월) 84건으로 크게 늘어났다. 7월과 8월에는 매일 밤 평균 2건 이상이 접수되고 있다.8월 들어 한강 익사 사고도 급증하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10여명이 숨졌다. 지난 16일 새벽 2시쯤에는 중학교 동창생들과 한강에 놀러나와 강변 계단에 앉아 술을 마시던 대학생 김모(25)씨가 발을 헛디뎌 물에 빠져 숨졌다. 지난 20일 밤에 열대야를 피해 마포구 성산동 월드컵공원을 찾은 이모(60)씨는 술에 취해 여성 2명에게 깨진 병을 들고 난동을 부리던 사람을 말리려다 폭행을 당했다. ●청원경찰 12년 동안 신규 채용 안해 한강사업본부가 청원 경찰을 고용해 경찰과 공조 순찰을 하고 있지만 인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한강시민공원 청원경찰은 1995년 이후 신규채용이 이뤄지지 않아 140명이 순찰을 돌고 있다. 직제상 정원보다 24명이 부족하다. 연말에는 4명이 정년 퇴임한다. 용산가족공원도 인력이 부족해 정기 순찰을 못하고 사건이 발생할 때만 이촌지구대에서 출동하고 있는 실정이다. 월드컵공원을 관할하는 월드컵 지구대나 은평구 대조공원을 관할하는 역촌지구대도 일반 순찰을 할 뿐 집중 순찰은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은평경찰서 관계자는 “열대야로 밤에 유동인구가 늘면서 사건이 많이 늘었지만 지구대 인원은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사건 접수가 밀려 출동이 늦어지는 때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무더위에 습도가 더해지면서 불쾌지수가 높아지기 때문에 사소한 싸움이나 우발적인 폭행 사건 등을 조심해야 하며 물가에서 과음을 삼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강경찰대 관계자는 “한강의 가장자리는 바닥이 얕아 보여도 물 깊이가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순식간에 물속으로 휩쓸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역촌지구대 관계자는 “열대야가 오면 시민들이 과음을 한 채 공원 등에서 잠을 자는 예가 많은데 범죄의 표적이 되기 십상”이라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학벌을 깬 사람들] (2) ‘대학중퇴’ 만화가 이두호 세종대 교수

    [학벌을 깬 사람들] (2) ‘대학중퇴’ 만화가 이두호 세종대 교수

    “우리 사회가 학벌이 아닌 작품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만화계를 닮았으면 좋겠습니다. 곪은 것은 터져야 하기에 지금의 학위 위조 논쟁은 더욱 달구어 져야 합니다. 그 후에야 올바른 방향으로 사회적 합의가 나올 수 있으니까요.” ‘임꺽정’,‘머털도사’,‘객주’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이두호(64)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는 나직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홍익대 중퇴의 학력으로 세종대 교수에 임용된 만화계의 거장인 그는 뚝배기같이 구수한 작품들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는 만화가 인생에서 학벌 문제로 세 번의 화를 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결국 화를 이기는 것은 끊임없이 솔직하고 당당하게 나를 보여주는 것이었다.”면서 “그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사람들이 나를 경력이나 직위가 아닌 만화가로 보아 주었다.”고 말했다. ●작품으로 평가받는 만화계 닮아야 경북 고령군 다산면 상곡동에서 자란 그는 초등학교 때 각종 미술전에서 상을 휩쓸고 중학교 2학년 때 이미 ‘피리를 불어라’라는 128페이지 만화를 그려내는 뛰어난 재주를 보였다. 어린 이두호의 꿈은 화가였고,1964년 상경해 홍익대 서양학과에 입학했다. 그러나 가난은 심했고, 군 복무를 마친 뒤 1968년 결국 학교를 중퇴했다. 이 교수는 “솔직히 공부 안 해 내심 좋았다. 책까지 팔아 밥을 먹던 시절이었으니까. 지금 돌아보면 부모님이 나를 믿어 주신 것이 참으로 고맙다.”고 회상한다. 대학을 중퇴한 뒤 만화가의 길로 들어서자 순수 회화를 하는 동창들은 학교를 그만두고 일명 ‘딴따라’의 길로 들어섰다며 비난했다. 한번은 반가운 마음에 나갔던 입학생 동창회에서 맥주잔을 내던지며 첫 번째 화를 냈다. 이 교수는 “그냥 솔직히 나를 인정하고 보여주면 되는 건데 젊은 시절이라 화를 참지 못했죠. 지금은 입학생 동창회에서 같이 전시를 하자고 연락이 와요. 한번도 참여는 안 했지만….”하고 말하며 눈웃음을 짓는다. ●학력 속이는 건 절대 용납될 수 없어 두 번째로 화를 낸 것은 3년여전 한 박물관에서였다. 초청 인사를 소개하는 팸플릿에 자신을 서울대 미대 동양학과 졸업이라고 소개한 것을 보고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정중하게 고쳐줄 것을 요구했지만 고친다 해도 행사가 끝난 뒤 다시 뿌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정말 난감한 순간이었다. 결국 주위 사람들에게 화를 냈다.20여년전 그의 만화책 중에는 홍익대 졸업이라고 소개한 것들도 있다. 그때마다 화를 내기도 하고 싸우기도 했지만 ‘출판사가 사정을 봐달라.’고 하면 좋은 게 좋다고 눈감아 준 적도 있다. 그는 “학력을 속이는 것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면서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주위 환경에 말려들어가 본의 아니게 학력 위조를 하게 된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요즘에는 기자들에게 그냥 만화가라고 소개해 달라고 한다.”면서 “만화가가 교수보다 나를 더 잘 설명하는 직업 아니냐.”고 되묻는다. 세번째로 화를 낸 것은 교수로 임용될 때였다. 그림 작업으로 한참 바쁜 어느날 아침 세종대 관계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바빠서 정확히 못 들었지만 재학증명서 등의 서류를 제출한 뒤라 관련된 설명을 요구하는 듯했다. 하지만 작업 시간을 빼앗기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화를 내며 전화를 끊었다. 면접날 그는 총장과 이사장 앞에서 학교를 중퇴한 사실 등을 있는 그대로 가장 먼저 말했다. 그런 솔직함을 인정받았는지 99년 정교수로 발탁됐다. 그러나 임명식을 하는 자리에서 사회자는 그의 경력을 말하며 대학에 관한 부분은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실력 갖추면 학벌과 무관해져 학벌에 대한 세 가지 에피소드를 들려준 이 교수는 “젊었을 때 무조건 당당하게 내 학력을 이야기하곤 했다.”면서 “그런 과정을 거치니 이젠 학벌과 무관한 사람이 됐다.”고 말했다. 학벌을 가지고 힐난하던 사람들의 목소리도 없어졌다. 한번은 홍익대 학보사 학생들이 취재를 와서 “난 졸업생이 아니다.”고 말했는데 나중에 학생들에게 너무했나 싶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도 자식에게는 좋은 대학을 가라고 권하지 않았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 물어봤다. “막내 아들이 고1 때는 중간 정도는 하더니 고3 때는 한반 57명 중에 53등을 한 적이 있어요. 애 엄마가 화가 많이 나 얘기를 좀 하라고 하더군요. 아들과 함께 둘이 낚시를 갔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 학벌은 상관없다고 말해줬어요. 실력으로 학벌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실력을 갖출수록 학벌과 무관해지는 거라고. 그때부터 열심히 만화를 그리더니 지금은 대구의 한 예술대학에서 만화가의 꿈에 부풀어 있어요. 그 애들이 사회에 나올 때면 실력을 우선으로 하는 쪽으로 사회가 많이 바뀌어 있길 바랍니다.” 글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 “日 정부는 할머니들 돌아가시기 전에 사죄를”

    “日 정부는 할머니들 돌아가시기 전에 사죄를”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책임지고 공식 사죄해야 합니다.” 22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제755회 수요집회에서 일본인 극단 ‘극단 수요일’이 20분 남짓 공연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공연 제목은 ‘바다를 넘어 연결되는 우리’로 모두 4장으로 구성돼 일본인의 조선인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다뤘다. 원래 1시간 분량이지만 집회 시간을 고려해 20분만으로 짧게 끝냈다. 도쿠다 유키히로(65) 단장은 “미국 하원에서 위안부결의안이 통과됐지만 생존한 위안부 할머니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일본 정부의 빠른 사과와 배상이 있어야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2005년 창단한 이 극단은 “일본 정부는 위안부 제도를 전쟁범죄로 인정하고 그 책임자를 규명, 처벌해 피해 여성들에게 법적 배상을 하라.”며 그동안 일본에서 21차례 공연했다. 전문 극단이 아니어서 각자가 생계를 꾸려가며 시간이 날 때마다 공연을 하고 있다. 도쿠다 단장은 “일본 사람들이 위안부 문제를 접하지 못하고 일종의 차별 의식을 가지면서 무지해지는 것을 보고 이를 깨우쳐 주고 싶었다.”면서 “그래서 극단 이름도 수요집회를 의미하는 수요일이라고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 공연을 통해 일본인들의 관심을 얻을 수 있었고 재일교포들과 연대를 하게 된 성과도 있었다.”면서 “이 덕분에 일본내 조선학교에서 한국어 공연을 세 번 했고, 교과서에 없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 어린이들이 관심을 갖도록 하는 효과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수요집회에는 연극 관람을 위해 강북청소년 수련관 학생 40명과 위안부 피해 할머니 6명이 나왔다. 극단 수요일의 니시오카 사토루(75) 고문은 암으로 투병하면서도 참석해 할머니들을 위로했다. 위안부 피해 여성인 길원옥 할머니는 “일본 사람들이 와서 우리 문제를 알리는 연극을 공연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한다.”면서 “한 손에도 손가락 크기가 다 다르듯이 일본인도 이렇게 양심 바른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에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한국만의 정서 살린 노래 부르고 싶어요”

    “한국만의 정서 살린 노래 부르고 싶어요”

    몽골의 인기 가수 출신 유학생이 24일 연세대 2007년 8월 석사학위 수여식에서 국어학 석사 학위를 받는다. 연세대에서 몽골인이 국어학 석사를 받는 것은 처음이다. 연세대는 국어국문학과 델겔마 젠짜브(26·여)가 ‘한몽사전의 개선 방안 연구’라는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는다고 21일 밝혔다. 델겔마는 몽골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가수였다.1999년 ‘립스틱’이라는 4인조 여성그룹을 결성, 기타와 리드싱어를 맡으며 활동해 왔다. 립스틱의 인기는 현지에서는 한국의 ‘핑클’과 비교되곤 한다. 립스틱이 남긴 히트곡 ‘시티 우먼즈’는 몽골 사람들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국민 가요’로 통한다. 그는 한국으로 오기 전 엥흐바야르 남바르 몽골 대통령의 선거 운동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영국 유학 지원을 약속받았다. 하지만 당시 한류에 빠져 있던 그는 가수의 꿈을 위해 한국 유학의 결심을 굳혀 현지 언론의 조명을 받기도 했다. 그는 “평소 알고 지내던 한국 사람들의 솔직함과 정에 이끌렸던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국어학을 전공한 이유에 대해서는 “한국만의 감정이 실린 노래를 부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올 때 이미 한국어로 의사 소통이 가능했지만 자신의 말에는 한국 문화나 한국만의 정신이 없었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한국어로 노래를 해도 정서를 살릴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한국 문화에 익숙해진 요즘에는 팝송, 몽골가요, 한국가요를 두루 소화할 수 있어 유학생들의 작은 모임이나 학교의 큰 행사 등에 자주 불려 다닌다. 지난 6월 연세대 ‘대학원 외국인 유학생의 날’ 행사에서는 몽골의 어머니 노래를 애잔하게 불러 친구들의 눈물을 쏙 빼놓았다. 그는 내친김에 국어학 박사 학위도 받을 생각이다. 물론 가수의 꿈도 놓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논문을 냈을 때는 통과될까 조마조마했는데 이젠 한국어에 대해 더 공부할 수 있게 되어 정말 기쁘다.”면서 “한국문화에 대해서도 깊이 배워 한국에서 가수의 꿈을 이루겠다.”며 수줍어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원조로는 아프간 설득 힘들것”

    아프간 현지 신문인 ‘아바디 위클리’의 무하메드 올린(29) 기자는 21일 열한 번째 편지를 보내 “한국 정부가 아프간 공적원조를 통해 아프간 정부로 하여금 탈레반 죄수를 석방시키는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현지에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한국 인질은 가즈니 주에 분산수용돼 있지만 단식투쟁을 했다는 소식은 없고, 아프간 음식을 그런 대로 먹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정리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탈레반은 20일 한국 대표에게 대면협상을 재개할 것을 요청한 상태랍니다. 탈레반 대변인은 “탈레반 지도자들이 협상을 재개하는 쪽으로 결정했다.”면서 “8명의 탈레반 지도자가 속한 탈레반 죄수와 19명의 인질을 바꾸는 요구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아프간 전문가들은 탈레반이 대화가 진행될수록 그들의 요구를 바꿀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아프간 정부의 한 관계자 역시 탈레반이 인질과 맞바꿀 탈레반 죄수 숫자를 더 줄일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한국 대사관 역시 가즈니 주의 원로들에게 새로운 협상테이블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가 아프간 공적원조를 통해 아프간 정부로 하여근 탈레반 죄수를 석방시키는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현지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아프간 정부는 제 질문에 대답을 안 했지만 대통령의 대변인인 후마윤 하미드자다는 “죄수를 놓아 주면 탈레반의 납치 사업이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공적원조가 있어도 정부의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탈레반 대변인과 19명의 인질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는데요. 그는 인질이 모두 가즈니 주에 있으며 5개 그룹으로 분리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서로 같이 있기 위해 일부 인질이 단식 투쟁을 벌인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면서 “현재 한국인 인질은 아프간 음식을 자유롭게 먹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만일 단식투쟁을 한다면 협상을 위해 인질의 건강이 우선이므로 오히려 탈레반이 먹이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한국 외교부나 아프간 정부와의 협상에 결론이 있을 때까지 인질이 죽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21일 아프간 언론들은 한국의 구호사업이 아프간에서 철수하는 것에 대해 보도했습니다. 한국이 아프간 재건에서 워낙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라 구호활동이 멈추면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얘기죠. 전문가들은 한국 사람들이 떠나면 의료·교육 등의 많은 프로젝트가 중단될 것이며 봉사단체에서 일하던 많은 현지인들이 실업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실제 현지인들은 한국 봉사단의 철수 소식을 듣고 매우 슬퍼합니다. 행정이나 회계에 선진화 시스템을 만들어 주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어려운 사람들의 의료·교육 등을 도와주었으니까요.
  • 화장품 용기공장 불… 6명 사망

    화장품 용기공장 불… 6명 사망

    화장품케이스 공장에서 불이 나 야간작업중이던 여직원 6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9일 오후 8시35분쯤 경기도 의왕시 고천동 화장품케이스제조업체인 원진산업 3층 작업장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 박형순(50·여)씨와 엄경자(60·여)씨 등 여직원 6명이 유독가스에 질식해 숨졌다. 또한 임옥희(54·여)씨와 안봉순(64·여)씨 등 2명이 중상을 입어 인근 경기 안양시 한림대병원으로 옮겨졌다. 사망자 1명은 한림대병원으로,3명은 의왕시 선병원으로,2명은 안양시 메트로병원으로 옮겨졌다. 사상자들은 화장품케이스 코팅작업중이었으며, 코팅가열기가 폭발하며 불길과 함께 유독가스가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왕소방서 관계자는 “작업대가 출입로 쪽이 아닌 창문 쪽에 있고 숨진 박씨 등의 시신이 모두 창문 근처에서 발견된 점으로 미뤄 유독가스가 퍼지면서 박씨 등이 출입로 쪽으로 신속히 대피하지 못해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종업원들이 스스로 불을 끄려고 하다가 더 큰 인명피해가 난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한림대병원의 응급실 의사는 “사망자의 경우 온몸이 전부 탄 상태로 병원에 실려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메트로병원의 응급실 당직의사는 “사망자 2명 모두 전신이 그을린 상태로 심한 피부 화상은 없었으나 코와 입에 까만 그을음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화재 중에 발생한 유독가스를 흡입한 것이 사인인 것 같다.”고 밝혔다. 불이 나자 소방차 29대와 소방관 120여명이 동원돼 진화작업을 벌여 1시간20분만에 불길을 잡았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재원인과 피해규모를 조사중이다. 수원 김병철 이경주기자 kbchul@seoul.co.kr
  • [아프간 사태 23일째] 아마디 “UCC 못봤다”

    아프간 현지 신문인 ‘아바디 위클리’의 무하메드 올린(29)기자는 9일 보낸 세 번째 편지에서 “이날 시작된 아프간과 파키스탄 부족 회의인 ‘평화 지르가(peace jirga)’에서는 한국인 피랍자 문제보다는 국경선으로 양분돼 살아가는 파슈툰족의 내부 문제가 거론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아프간에서는 각 지역대표 350명이 모두 참석한 반면 파키스탄 대표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오늘 탈레반의 대변인인 카리 유수프 아마디와의 통화는 한국인 피랍자의 가족들이 만들었다는 동영상을 보았냐는 질문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는 “그런 동영상을 본 적이 없다.”고 간결하게 답했습니다. 한국인 피랍자들에게 이슬람교로의 개종을 강요했다는 한 외신 보도에 대해서는 “우리는 다른 사람의 신념에 절대 관여하지 않는다.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아프간-미국 정상회담 이후 줄곧 말하는 것처럼 “미국과 아프간이 자신들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인질을 살해하겠다.”고 경고하더군요. 이에 대해 미국대사관에 입장을 물어보았지만 답변을 거부당했습니다. 평화 지르가에 대해서는 현지 언론들이 앞다퉈 보도했지만 한국 피랍자에 대한 소식은 없었습니다. 평화 지르가는 카르자이 대통령의 개식사로 현지시간 오전 11시10분(한국시간 오후 3시40분)에 시작됐습니다. 회의에는 파키스탄의 무샤라프 대통령을 포함한 대표단이 참석하지 않았지만 샤우카트 아지즈 파키스탄 총리는 참석했습니다. 아프간 측에서는 각 지역대표 350명이 모두 참석한 데 반해 파키스탄 대표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더군요. 솔직히 현지에서 이번 지르가는 한국인 피랍자 문제 보다는 아프간-파키스탄 양국간의 첫 지르가라는 점이 더 중요합니다. 아프간과 파키스탄의 국경선인 ‘두런드 선(Durand Line)’을 기준으로 국경 근처에 나뉘어 살고 있는 파슈툰 족이 서로 만나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데에 목적이 있는 셈이죠. 하지만 탈레반이 미국이 주도한 지르가라면서 반대함에 따라 이번 지르가가 한국인 피랍자의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현지인들은 피랍당한 한국인들에 대해 이 곳에 봉사를 와 아프간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들인 만큼 순수하고 좋은 사람들일 거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인질 구출에 관심을 잃은 것은 아니냐고 말하더군요. 따라서 아프간 정부도 협상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이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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