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징검다리 파견직을 노려라
극심한 취업난에 정규직 입사가 어려워지면서 파견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파견근로자는 파견회사에 채용돼서 사용회사의 사업장에 근무하는 경우를 말한다.현재 노동부에 등록된 파견업체는 1200여개며 이 중 러시아 여성 등의 연예인 공급업체를 빼더라도 1000여개에 이르러 난립하고 있는 상황이다.파견근로자의 수는 6만여명이며 전체 임금 근로자의 0.6%를 차지한다.
●텔레마케터·판매 등 26종
대기업·금융기관의 텔레마케터나 유통업체의 판매·물류·운전직 등은 대부분 파견근로자이다.비서,보모,여행가이드,조리사 등 파견직을 쓸 수 있는 직종은 26개,기간은 통상 1년에서 한번 연장이 가능해 2년으로 한정돼 있다.임금은 파견회사와 사용회사의 계약조건에 따라 차이가 많지만 주로 월 80만∼150만원선이다.파견협회는 4대 보험,퇴직금 등이 보장되는 파견근로자가 ‘비정규직을 보듬어 안을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이라며 26개로 제한된 파견 대상 직종을 확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은행채권회수 뛰는 만큼 수입
씨티은행 채권회수팀에서 일하는박명렬(45)씨는 9개월째 파견업체 휴먼링크 소속으로 근무하고 있다.하는 일은 연체된 사고채권을 회수하는 것으로 전화통화와 연체자 방문이 업무의 대부분이다.
박씨는 삼성의 대졸 공채사원으로 과장까지 근무했으며 인테리어 업체,음식점,호프집 등의 자영업을 10년간 한 경험이 있다.그는 “대학 나와도 100% 취직 안되고,정규직으로 입사해도 모두 과장·부장·임원이 되는 것 아니다.”라며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허물어진 만큼 일한 대로 버는 데 만족한다.”고 말했다.
특히 나이가 들어 다시 직장생활을 시작한 경우 조직문화에 적응할 필요가 없는 것을 파견직의 장점으로 꼽았다.
박씨는 기본급에 채권 회수금액의 일정부분을 수수료로 받아 한 달에 400만∼500만원을 받는다고 밝혔다.파견직으로 2년을 근무하면 은행 소속 계약직으로 일할 수 있게 되고 연차휴가 등의 혜택이 부여된다.그는 “나는 수익면에서 자영업을 할 때와 비슷해 괜찮지만 대졸 신입사원들은 신분이 불안하고 급여가 그리 많지 않아 불만스러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적좋을때 계약직 전환 기회도
백정혜(33·여)씨는 제일은행 해피콜센터에서 케이텍맨파워 소속으로 1년째 일하고 있다.업무는 은행의 카드를 전화로 홍보하는 것이다.
실적이 좋으면 은행의 계약직으로 전환되며 백씨도 6월부터 계약직으로 근무하게 됐다.파견직으로 일하면 월 80만∼135만원 정도를 받지만,계약직으로 일하면 수당의 폭이 넓어져 16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은행 이전에는 백화점 판매사원으로 일한 적이 있는 백씨는 “인터넷 상으로 면접을 본 뒤 파견업체를 통해 취업하면 회사를 그만 둬도 바로 다시 직장을 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소개했다.다만 월급에서 10% 정도는 파견업체에서 가져간다는 점을 알아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오전 9시반에서 오후 6시반까지 출·퇴근 시간이 정확하고,일하다 어려운 점이 생기면 파견업체에서 들어 준다.”면서 “하지만 하루 종일 일하고 월 80만원을 받게 되면 직장생활에 회의가 든다.”고 토로했다.
또 최근 금융기관 콜센터에서 파견직으로 근무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소한 대출상품이 무엇인지는 알아야 이직률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파견직의 전망
채용정보업체 리크루트가 최근 구직자 1212명을 대상으로 계약직 취업을 한 경험이 있는지를 조사한 결과,48.3%가 그렇다고 답했다.계약직으로 취업한 이유는 이직이 쉽다고 판단했기 때문(50.2%),돈을 벌기 위해(26.2%),취업시기를 놓치지 않으려고(23.6%) 등 이었다.계약직으로 일하고 난 뒤 정규직으로 취업한 경험은 21.2%에 불과했다.
파견협회는 파견이라는 말이 주는 어감이 안 좋다고 해서 ‘스태핑(staffing)’이란 단어를 사용한다.기업들이 경기 불안과 비용 절감을 위해 임시직,파견직 등의 비정규직 채용을 늘리는 만큼 파견직으로 일할 기회는 널려 있다.하지만 파견직으로 일하다가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비율이 높지 않으므로 처음 직종을 택할 때 정보기술(IT) 관련직,비서,번역이나 통역 등 유망한 부문을 택하라고 파견협회측은 조언했다.
윤창수기자 geo@
■파견직 취업요령
파견 근로자로 일하는 것은 기업에 취업하는 것보다 쉬운 일로 인식된다.파견직으로 근무하려면 우선 등록 업체인지 노동부 홈페이지(www.molab.go.kr)에서 확인하고 파견업체에서 실시하는 면접을 봐야 한다.
파견업체의 자본금 규모,파견근로자 사용업체,파견 실적,파견 근로자 수,교육훈련 체제 등을 확인한다.
구직자들은 파견업체에 면접을 보러가면 긴장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취직이 되면 파견업체에도 이득이 된다는 생각에서다.하지만 이력서 등 아무런 준비없이 무작정 취직시켜 달라는 태도는 곤란하다.
파견직 채용은 크게 두가지 절차를 통해 이뤄진다.사용회사로부터 인력을 요청받은 파견업체들이 인터넷 취업사이트 등에 구인공고를 내거나 보유하고 있는 구직자 명단을 이용해서 직원을 파견한다.
따라서 파견직에 관심있는 구직자는 부지런히 취업정보를 검색하거나 검증된 인재파견 회사에 이력서를 등록하는 등의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근무를 시작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할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파견직은 일반적으로 이직률이 높다.따라서 자주 직장을 옮기는 것이 싫다면 본인이 할 일을 먼저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하는 일이 계속 바뀌기 쉬운 단순 노무직 보다는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전문 직종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인의 목표에 맞춰 직종을 선택한 뒤 일할 업체 및 급여 조건 등도 확인한다.
윤창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