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직종으로 승부
‘직장보다는 직종’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면서 진로를 선택할 때 흔히 듣는 말이지만 적성에도 맞고 유망한 직업을 찾기란 말처럼 그리 쉽지 않다.하지만 사회와 사람들의 변화 흐름과 욕구를 잘 살펴보면 어떤 일을 하는 것이 좋을지 찾아낼 수 있다.건강과 문화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다이어트 프로그래머와 공연기획자를 직접 만나 이들이 몸담은 직종의 전망을 들어봤다.이들은 스스로 다이어트 프로그래머란 직업을 만들어 내고,밑바닥 스태프부터 시작해 기획자까지 오르는 적극성을 공통점으로 갖고 있었다.
■공연기획자 한윤호씨
공연기획자 한윤호(사진·27)씨는 대학교 3학년 때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일이 ‘업(業)’이 됐다.공연기획사 좋은콘서트에 학교 선배의 소개로 몸을 담은 것이 벌써 3년째를 맞았다.처음에는 가수 이문세의 2001년 독창회에서 야광봉을 파는 일부터 했다.대기실을 청소하고 짐도 나르다가 이제는 성시경,드렁큰 타이거,싸이 등 인기가수의 콘서트를 기획하고 있다.
한씨는 “만원짜리 음반은안 팔려도 오만원짜리 공연표는 팔린다.”며 공연기획자의 직업 전망이 밝다고 소개했다.심각한 불황에 허덕이는 음반 시장의 활로를 공연을 통해 찾으려는 가수들이 많고,공연장을 찾는 관객들의 숫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브로드웨이나 영국의 웨스트엔드처럼 국내 공연산업이 아직은 산업이라고 부를 만한 규모는 못 된다.공연기획자도 체계를 잡아가는 직업이다.현재 국내에서 대규모로 대중 가수의 공연을 기획하는 기획사는 6∼7개 정도다.
공연기획자는 한씨처럼 공연장 스태프부터 시작하거나 기획사에 공채로 입사한다.공연기획서를 들고 기획사에 무작정 찾아가 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공연기획자의 초임 연봉은 1800만∼2000만원 수준.대학의 연극영화과 등에 관련 강의가 개설돼 있으며 사설학원에서 교육 과정을 운영 중이다.
‘난타’를 기획한 송승환씨처럼 성공한 공연기획자가 되느냐는 오로지 본인의 역량에 달렸다고 한씨는 소개했다.이름을 얻으면 프리랜서 공연기획자로 활동할 수 있고,기획사를 직접 차리는 창업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공연기획자가 하나의 공연을 준비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대략 두달에서 여섯달 정도.우선 가수의 특징을 잡아 공연의 주제부터 정한다.예를 들어 싸이는 ‘원 나잇 스탠드’,드렁큰 타이거는 ‘무브먼트’ 식으로 공연의 이름부터 붙이는 것이다.사전에 가수의 팬층과 타깃이 되는 관객층 분석은 필수다.
한씨는 “몇날 밤을 샌 힘든 준비과정을 거쳐 막이 오르는 무대를 보면 그동안의 고생이 함성소리속에 묻힌다.관객의 함성이 마약과 같다.”고 말했다.그가 꼽는 공연기획자가 갖춰야 할 자질은 첫째, 음악을 좋아해야 한다는 것이다.본인은 다룰 줄 아는 악기도 없고,음정도 불안하다면서 그저 음악만 좋아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둘째는 의사소통 능력.공연기획자가 하나의 공연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만나야 할 사람은 조명 스태프부터 가수까지 무수히 많다.이들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면 때로는 고개를 숙이고 자존심도 없애야 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셋째는 일에 대한 열정이다.사무실에 박혀 있는 것보다 ‘현장’에서의 열기를 느끼며힘든 일을 즐기는 ‘헝그리 정신’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한씨의 앞으로 목표는 ‘관객·가수·스태프 모두가 행복한 좋은 공연’을 만드는 것이다.우리나라 공연시장이 커져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콘서트처럼 몇만명의 관객이 운집하는 대형 공연이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윤창수기자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이경영씨
“다이어트 프로그래머는 스스로 살을 2∼3㎏쯤 힘들여 빼 본 사람이 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이경영(사진·30)씨는 90㎏까지 나갔던 몸무게를 스스로 만든 6개월짜리 프로그램으로 50㎏으로 감량한 경험이 있다.
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이씨는 컴퓨터통신으로 다이어트 상담을 하다가 올 3월 서울 압구정동에 본인의 이름을 걸고 다이어트 센터를 냈다.
다이어트 프로그래머란 식이요법,운동,정신상담 등 다이어트에 관한 각종 사항을 처방하고 관리해주는 직업이다.영양학,인체생리학,스포츠학,근육학 등의 지식이 필요하고 추가로 마사지나 피부관리를 배우면 좋다.
대학에서 피부관리학과,영양학과,체육학과 등을 졸업하고 다이어트 프로그래머로 나설 수 있다.사설 학원에서 6개월짜리 양성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남성의 경우 운동시설에서 코치 등으로 일하면서 다이어트 프로그래머를 병행할 수 있다.
이씨는 “미용에 관심이 많고 친구들의 말을 잘 들어주는 여성이라면 해볼 만한 일”이라고 다이어트 프로그래머를 소개했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므로 엄마처럼 푸근한 성격으로 고객들을 꾸준하고 성실하게 돌볼 수 있는 사람이 좋다는 것이다.다이어트 프로그래머로 살빼기센터 등에 취업하면 초봉은 80만원 정도 받는다.
이씨가 다이어트 프로그래머가 되겠다고 결심한 것은 96년 대학을 졸업한 뒤 여행 안내원으로 미국에 갔을 때였다.일단 뚱뚱한 사람이 너무 많은 것에 놀랐다.특히 한인 2세도 120∼150㎏까지 나가는 것을 보고 비만이 유전적 요인이 아니라 식습관에 달려있다고 판단했다.
한국 사람의 식습관도 점점 서구화됨에 따라 비만 인구가 늘어날 것이라 예측하고 다이어트 프로그래머로 일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컴퓨터통신 코코텔에서 상담을 하거나 칼럼을 쓰고 다이어트에 관한 강의도 했다.
다이어트 프로그래머에게 사람들이 많이 묻는 것은 ‘운동할 때 땀복을 입는 것이 좋은가.’‘수영을 하면 왜 살이 잘 안빠지나.’와 같은 사소하지만 궁금한 것들이다.이 때 물 속에서는 인체가 열을 방출하지 않으려고 하므로 유선형의 생선처럼 몸매가 다듬어지지만 살빼기는 힘들다고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게 이씨의 몫이다.마라톤 선수를 보면 알 수 있듯 달리기를 할 때는 땀복보다 노출이 심한 탱크톱을 입는 것이 운동 효율을 높인다는 것이다.다이어트 프로그래머는 발마사지,피부관리,다이어트 식품 상담원 등 스스로의 경력을 다양하게 확장할 수 있다.
이후에는 이씨처럼 직접 다이어트 관리센터를 창업할 수 있다.이씨의 다이어트 센터는 유료(월 회비 100만원) 회원이 6개월만에 150여명으로 불어날 정도로 성업 중이다.다이어트 프로그래머의 관리를 받으면 보통 두달에 7∼8㎏ 정도의 몸무게가 빠진다고 한다.
이씨는 진로 때문에 고민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직업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져라.”고 조언했다.
글 윤창수기자 geo@
사진 강성남기자 s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