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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광진 조직위원장 인터뷰

    “아르코가 끝나면 스페인의 조직위원회에 주빈국의 조직위원장으로서 느낀 아쉬운 부분을 지적하는 편지를 보낼 생각입니다.” 2001년부터 아르코에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여하기 위해 애써온 박광진(72) 위원장. 박 위원장이 아르코란 행사를 알게 된 것은 2001년 스페인에서 개인전을 열면서부터다. 세계 최고 규모의 시설에서 열리는 아트페어에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여하면, 작가들에게 좋은 기회가 되겠다 싶어 직접 운영위원장을 만났다. 공식제안서를 보내고 2002년 9월 주빈국으로 선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스페인 주재 일본대사가 한국이 먼저 주빈국이 됐다고 샘을 내기도 했다.10억원의 예산신청서를 제출하고 문화관광부의 전폭적 동의를 받았으나, 세월이 흐르고 담당자가 바뀌면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으며 지금은 예산이 30억원대로 늘었다. 그의 희망은 오로지 호주머니 사정으로 해외전시회를 열기 어려운 20∼30대 젊은 작가들에게 아르코가 유럽 진출의 발판이 되도록 전기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15일 아르코 개막… 한국이 주빈국

    ●아르코 스페인어로 ‘현대미술전’이란 뜻. 고야, 후안 미로 등 대가의 전통을 자랑하는 스페인이 미술적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1982년부터 매년 2월에 열고 있다. 아르코는 스위스의 바젤, 독일의 쾰른, 미국의 시카고, 프랑스의 파리 아트페어와 함께 세계 5대 아트페어로 꼽힌다. 피카소와 가우디의 나라 스페인에 미술의 한류(韓流)가 분다. 유럽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마드리드의 후안 카를로스1세 전시회장에서 오는 15∼19일 열리는 아르코 아트페어에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여한다. 아르코는 매년 주빈국을 선정하여 전시공간을 무료로 제공하고 스페인 전역에서 전시, 공연, 영화, 문학 등의 문화행사를 펼치게 한다. 동양에서는 한국이 처음으로 선정됐으며, 내년에는 브라질이 주빈국이다. 매년 약 20만명의 관람객이 찾으며 세계 259개의 화랑이 참여해 각국의 미술품을 전시, 판매한다. 미술품 거래 규모는 수백억원대 수준이다. 한국아르코조직위원회는 문화관광부의 지원하에 35억원의 예산을 들여 한국을 알리는 문화행사를 준비했다. 우선 아트페어에는 14개 한국화랑이 한국작가 90여명의 작품을 소개한다. 참여화랑은 갤러리 현대, 갤러리 인, 국제 갤러리, 원앤제이, 아라리오, 가나아트, 시몬, 학고재, 박영덕 화랑, 박여숙 화랑, 선화랑, 카이스, 노화랑, 아트파크 등이다. 참여작가들은 30대가 37명으로 가장 많으며 40대가 25명,20대와 50대가 각각 10명이다. 오는 13일에는 ‘환상적이고 하이퍼 리얼한 백남준의 한국 비전’이란 이름으로 백남준 특별전이 개막돼 5월20일까지 열린다. 백남준의 작품 가운데 한국적 정서나 동양사상을 표현하는 ‘백팔번뇌’ ‘고인돌’ ‘TV를 위한 선’ 등 86점이 전시된다. 또한 마이클 주·김종구 등 지난해 광주비엔날레에 참가한 한국작가 11명의 작품을 모은 ‘뿌리를 찾아서:한국이야기 펼치다’와 함께 박준범·플라잉씨티 등 대안공간 작가들이 만드는 ‘도시성을 둘러싼 문제들’이 마드리드 곳곳에서 전시된다. 전시회 외에도 무속인 김금화의 전통굿, 안은미 댄스컴퍼니의 현대무용, 인디밴드 어어부 프로젝트의 콘서트와 김기덕·홍상수 감독의 한국영화 특별전도 열린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역사를 바꾼 17가지 화학이야기/페니 르 쿠터·제이 버레슨 지음

    역사를 바꾼 17가지 화학이야기/페니 르 쿠터·제이 버레슨 지음

    나폴레옹이 러시아 전투에서 패해 세계사가 바뀐 이유는 화학에 대한 무지 때문이었다?. ‘역사를 바꾼 17가지 화학이야기 1,2(페니 르 쿠터·제이 버레슨 지음, 곽주영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를 읽다 보면 이 이야기가 결코 과장이 아님을 알게 된다. 러시아를 정복하기 위해 출정한 나폴레옹 군대의 군복 단추는 주석이었다. 주석은 기온이 떨어지면 푸석푸석한 비금속성 흰색 가루로 변하기 시작한다. 보리소프에서 퇴각하는 나폴레옹 군대를 목격한 사람은 “여성 망토와 오래된 카펫 조각, 구멍이 숭숭 나있고 불에 탄 외투를 덮어쓰고 있어 꼭 유령같았다.”란 증언을 남겼다. ‘주석병’이라 불리는 주석의 화학성질에 대해 제대로 몰랐기에 나폴레옹의 병사들은 무기를 잡는 대신 옷자락을 추슬러야 했다. 나폴레옹이 화학에 대한 무지 때문에 세계 정복에 실패한 사례는 또 있다. 말라리아 치료제 퀴닌을 몰라서 병사들은 모기로 인해 말라리아에 시달렸다. 곰팡이가 핀 밀가루로 만든 빵을 먹은 병사들은 맥각 알칼로이드에 중독됐다. 이처럼 ‘역사를 바꾼 17가지 화학이야기’는 눈으로 보기도 힘든 작은 화학분자들로 인해 역사가 바뀐 예들을 소개하고 있다. 나폴레옹을 파멸시킨 주석뿐 아니라 신대륙 발견을 가져온 정향과 후추, 괴혈병의 치료제 비타민C, 남북전쟁의 도화선이 된 면화의 셀룰로오스, 현대 다국적 섬유기업과 제약회사들의 원천이 된 페놀과 모베인 등. 역사의 이면에서 움직인 화학분자의 흥미진진한 활약상이 펼쳐진다. 분자 하나가 바뀜에 따라 성질이 180도 달라지는 화학분자처럼 나비의 날갯짓과 같은 조그만 요인으로 수천만명의 생사가 바뀌는 역사와 화학구조식의 연관을 좇는다. 자연스레 ‘따분한 암기과목’이란 화학에 대한 선입견이 어느새 사라진다. 한국어판에는 ‘여왕님! 여왕님!(1991)’ 등의 만화를 그렸던 강모림씨가 그린 그림이 책 곳곳에 실려 재미를 더하고 있다. 저자 페니 르 쿠터는 캐나다 카필라노대학의 화학 교수이며, 제이 버레슨은 미국 하이테크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각권 1만 5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앗 뜨거워/ 빌 버포드 지음

    “셀러리의 가장 좋은 부분을 내버리고 있잖아. 이봐요, 기자 양반. 당신 해고야! 우리의 원칙은 재료를 사서, 음식을 만들고, 그 비용을 다른 사람들에게 넘겨서 돈을 버는 거라고!” 하루에도 수십번씩 이같은 무시와 폭언을 들으며 잡지 ‘뉴요커’의 기자가 노예처럼 주방에서 버틴 이유는? 바로 세계적인 명성의 요리사 마리오 바탈리의 뉴욕 최고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밥보’의 주방이었기 때문이다. 요리에 자신있다고 큰소리치던 괴짜 기자 빌 버포드는 요리 잘하고, 술 잘 마시고, 여자 좋아하며, 크게 웃는 요리사 마리오를 친구 생일잔치에서 우연히 만난다. ‘앗 뜨거워(빌 버포드 지음, 강수정 옮김, 해냄 펴냄)’는 파스타를 삶기 위해 기자직을 내던진 버포드의 주방에서의 생존기이자 쓸 만한 요리사로서의 성장기이다. 일류식당의 주방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사회학을 세밀히 그려냈다.‘뉴욕타임스’가 뽑은 ‘올해의 책’에 선정됐다.423쪽, 1만 5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부고] 원로 서예가 여초 김응현씨 별세

    한국 서예계의 원로인 여초(如初) 김응현(金應顯)씨가 지난 1일 하오 7시 별세했다.80세. 고인은 지난해 11월 타계한 형 일중(一中) 김충현(金忠顯), 동생 백아(白牙) 김창현(金彰顯)과 함께 서예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서예가 집안이다. 특히 여초 선생은 추사 김정희의 맥을 이은 소전 손재형(1903∼1981), 검여 유희강(1911∼1976) 이래 형 일중 선생과 함께 우리 서예계의 양대 산맥으로 불려왔다. 그러나 당뇨와 파킨슨병 등의 합병증으로 10여년 전부터 투병해 왔으며,1996년부터 설악산 백담사 인근에 ‘구룡동천(九龍洞天)’이라는 통나무집을 짓고 자연과 벗삼아 지내왔다. 한달 전부터 당뇨 합병증이 악화해 서울대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왔다. 1927년생인 고인은 휘문고와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1950∼1960년 국회보 주간을 맡았고, 국회도서관 1호 직원이 되기도 했으나 붓을 놓지 않았다.1956년에는 동방연서회 설립회원으로 참여했고 1969년부터 이사장을 맡아 수천명의 제자들을 길러왔다. 저서로 `동방서예강좌´ `동방서범´ `서연기인´을 내는 등 서법 연구에도 매진했다. 그는 1999년 교통사고로 오른 손목 골절상을 입고 왼손으로 글씨를 써 2000년과 2001년에는 왼손글씨 전시를 한국과 중국에서 열었으며, 회복 후에는 다시 오른손으로 글씨를 써 쌍수 서예가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2003년에 광개토대왕 비문 1802자를 쓴 세로 5.3m, 가로 6m의 대작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전·예·해·행·초서 모든 서체에 능했으며 글씨는 문자향과 서권기가 넘치는 원숙미와 독창성이 돋보이며 고졸하면서도 활달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서예계 일각에서는 ‘추사 이후 여초’라는 찬사도 있었다.유족으로는 장남 형년(동방연서회 상임이사), 차남 항년(개인사업), 남희(부산외대 교수), 주희(주부), 삼희(니베아 서울 차장) 등 2남3녀가 있다. 발인은 3일 오전 9시. 빈소 서울대병원. 장지는 경기도 용인의 선영.(02)2072-2016.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민주화 됐지만 민중미술은 계속될 것”

    30여년간 중소기업을 운영하며 얻은 이익을 모두 미술품 수집에 쏟아부은 한 기업인의 발품과 식견이 전시회를 통해 빛을 보게 됐다. 1985년부터 특히 민중미술 작품을 200여점 수집한 조재진(60)씨가 그간 모은 작품 100여점을 가나아트센터에서 2∼19일 ‘민중의 힘과 꿈:청관재 민중미술컬렉션展’이란 이름으로 전시한다. 청관재는 미술애호가 조씨가 추사 김정희의 낙관 청관산인을 따서 과천에 있는 자택에 붙인 이름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신학철, 오윤, 홍성담, 임옥상, 강요배, 박불똥 등 80년대를 대표하는 민중미술 작가 23명의 작품이 모였다. 조씨는 미술품 수집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1일 “아이들 교육과 부부가 평생 같이할 수 있는 취미생활을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단순한 취미로만 그치지 않아 지난 30년간 매주 수요일이면 부부가 인사동 화랑가를 함께 순회했다. 살면서 닮기 마련이라는 부부는 나중에는 고르는 그림도 일치했다. 조씨의 민중미술 수집에 필연적으로 깊이 관여할 수밖에 없었던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민족미술협의회에서 개관한 화랑인 그림마당 민의 첫번째 고객이 청관재였다.”고 회고했다. 군사정권으로부터 정치적 탄압을 받은 민중미술은 그림이 압수되고, 화가가 구속되고, 벽화가 지워지고, 전시장 대여가 통제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피가 뚝뚝 흐르고, 머리가 잘려나가고, 똥이 등장하는 등 남들은 지저분하다고 외면하는 작품도 조씨는 선뜻 구매했다. 조씨는 “민중미술은 힘과 생명력을 느낄 수 있고 감동을 준다.”고 설명했다. 또 민중미술은 이미 관에 묻혀 못질을 당했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올해가 민주화 20주년이지만 민중미술은 끝나지 않았다. 신학철, 임옥상, 김정헌 등의 작가는 여전히 꾸준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중미술 작가들은 유명해지거나 돈을 벌려 하기보다는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했을 뿐이란 것이 조씨의 생각이다. 빛나는 시대정신으로 미래에 대한 희망의 씨를 뿌린 민중미술 작가들의 활동은 최근 ‘회화의 복권’이란 유행어를 만들며 주목받는 표현주의 회화로 열매맺었다는 것이 미술계의 평가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부동산 기사 구체적 자료로 승부를”

    “부동산 기사 구체적 자료로 승부를”

    서울신문 4차 독자권익위원회가 ‘부동산 기사’를 주제로 31일 본사 6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문형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사회를 맡았으며, 중앙대 신방과 4년 임효진(전 중대신문 편집장)씨, 김경원 서정조세연구원 상임고문, 장영란 한중문예진흥원 이사장, 독자 오병학·정인순씨가 독자권익위원으로, 박재범 서울신문 미디어지원센터장이 간사로 참여했다. ●임효진 부동산 기사는 한두사람의 사례를 일반화시켜 불안심리를 조장하기보다 구체적 자료로 승부를 걸어줬으면 좋겠다. 부동산 정보 기사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어렵다. 어려운 용어는 해설을 첨부해줬으면 한다. 부동산 정책을 분석할 때는 서민과 실수요자 목소리가 강하게 실렸으면 좋겠다. ●김경원 부동산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을 때 특정 몇몇 전문가만 언급되는데 같은 사람을 계속 취재하는 것은 문제다.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 논조를 신중하게 가져갔으면 한다. 정책은 발표할 때마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더라도 신문사 입장은 어디로 갈지 확실히 정해야 한다. 부동산 정책에 대해 신문사 나름의 철학을 설립할 시점이 됐다. ●오병학 대부분의 독자들은 언론 보도로 부동산 정책을 이해하고 평가한다. 부동산 정책은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는 물의 깊이와 같다. 독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언론 보도가 되어야 한다. 집값 잡는다고 정책 발표가 나왔는데 며칠 뒤 어느 지역이 몇 % 올랐다는 보도가 나온다. 극소수의 투기꾼을 위해 언론이 뛰어다니는 것은 문제가 있다. 서민의 입장을 고려하고 희망을 주는 기사를 써줬으면 한다. ●장영란 강남의 집값을 잡겠다고 특정 지역만을 논하는 것은 서민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여러 부동산 전문가의 분석을 담아 다양한 목소리를 내줬으면 좋겠다. ●정인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불신이 많이 생겼다. 신문, 방송, 정치인을 모두 못 믿겠다. 신문에 부동산 기사를 낼 때는 무엇보다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 ●이문형 1월의 서울신문 부동산 기사를 보면 열심히 분석은 했지만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부동산 문제는 교육, 금리, 국가균형발전, 인구분산, 주거철학 등에서 국민은 변하는데 정부 정책은 못 따라가서 발생한다. 부동산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진단이 언론의 역할이다. ●임효진 지역 행정기사가 홍보성이 많고 탐사보도가 없다고 지적했는데 최근 기획 및 탐사보도 기사가 늘어나서 뿌듯하고 읽는 재미가 있었다.‘병자호란 다시읽기’‘한양의 중인’과 같은 기획은 재미있으나 내용이나 전개방식은 분량이 길어서 지루했다. 문체가 신선해지고 필진이 시사적 감각을 보태 현재 한국 사회를 꼬집어주는 시도가 있으면 훨씬 재미있을 것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우울한 낭만주의 시선으로 본 과거

    우울한 낭만주의 시선으로 본 과거

    ‘늙은 대륙’ 유럽의 현대 미술은 다분히 연극적이다. 오는 3월11일까지 충남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열리는 유럽 현대미술전 ‘우리의 마법같은 시간’은 나른하고 건조한 낭만주의 연극의 세트장에 온 기분을 안겨준다. 미술관에 들어서면 500년이 된 올리브 나무 너머로 종이눈이 쏟아져 내린다.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스위스관을 대표할 우고 론디노네(43)의 작품이다.4개의 작품이 모여 환상적이면서도 어딘지 쓸쓸하고 황량한 겨울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작가 한스 옵드 벡(38)의 작품 ‘테이블’은 성인 남성 키만한 높이의 8m 길이 식탁이다. 디저트와 담배가 수북이 쌓인 식탁을 구경하는 순간, 우리는 대인국에 온 걸리버처럼 2∼3살짜리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돌아가게 된다. 데이비드 렝글리(33·스위스)는 재활용품인 모든 사물을 까맣게 칠해 검은 방을 만들었다. 이 방 한가운데 뿌려진 노란 톱밥은 마치 강한 조명이 방을 비추는 듯한 착각을 유발한다. 이탈리아 출신 모니카 본비니치(42)의 ‘눈먼 샷’은 신랄한 은유다. 공중에 매달린 드릴이 정기적으로 작동하면서 발작처럼 움직일 때면 경기가 날 듯하다. 드릴 밑에 있는 것은 가죽벨트로 만든 침대. 성의 문제를 다루는 작가의 은유 방식이 너무나 직접적이라 오히려 허무하기까지 하다. 본비니치는 2005년 베니스 비에날레에서 메인 로비를 장식한 작품을 제작한 바 있다. 6명의 유럽 작가가 9점의 작품을 내놓은 이번 전시회를 주관한 독립 큐레이터 밀로반 화로나토(38)는 “현재에 있으면서도 과거를 돌아보고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유럽인의 특징”이라며 “흘러간 팝송 제목과도 같은 ‘우리의 마법같은 시간’이란 전시회 제목은 우울한 낭만주의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과거”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세계 미술계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는 중국, 인도 등의 아시아 현대 미술은 한꺼번에 너무 많은 아이디어를 표현해 복잡하다고 말했다. 반면 유럽의 현대 미술은 이에 비해 어딘지 비어 있는 듯한 것이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천안 버스터미널과 야우리 백화점 등의 소유자인 김창일(56) 회장이 운영하는 아라리오 갤러리는 천안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갤러리 외부와 영화관에도 어딘지 파리의 퐁피두센터를 연상시키는 재미있는 대형 설치미술이 가득하다. 천안에 들르면 고소한 호두과자를 맛 보면서 시각적 대비가 뚜렷한 유럽 현대미술의 정체성을 한번 살펴보는 것도 좋겠다. 천안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연극 ‘경숙이, 경숙아버지’ 연장공연

    영화에서는 ‘나쁜 남자’였던 조재현이 서울 대학로에 바람둥이에다 떠돌이인 나쁜 아버지로 돌아왔다. 지난 25일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재연장 막을 올린 ‘경숙이, 경숙아버지’는 2006년 올해의 예술상 등 4개의 연극상에서 수상하며 최고의 연극으로 손꼽혔다. 지난해 여름 게릴라극장에서 초연됐던 이 연극을 두 번이나 보고 푹 빠져버렸다는 조재현은 “너무 재미있었고,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정말 좋은 연극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생각에 박근형 연출가와 재공연을 하기로 약속했다. 오랜 술친구인 배우 이한위도 직접 출연을 섭외했다. ‘경숙이, 경숙아버지’는 1950년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이기적이고 치사한 아버지를 그리고 있다. 첩을 거느렸으며, 전쟁이 나자 피란도 혼자 떠나고 가족을 돌보기보다는 자기밖에 몰랐던 무책임한 아버지였다. 한국적인 정서가 물씬 풍기는 사실적인 연출로 ‘한국 연극의 미래’로 평가받고 있는 연출자 박근형씨는 “가정불화, 어머니의 고생 등 한국인이라면 주변에서 모두 경험했던 이야기라 연극이 좋은 반응을 얻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늦둥이로 태어나 아버지와 별로 대화가 없었던 연출자 자신의 이야기도 연극 속에 녹아들어 있다. 박근형씨가 이끄는 극단 골목길은 ‘청춘예찬’ ‘선데이 서울’ ‘경숙이, 경숙아버지’ 등의 사실적이고 즉흥적인 위트가 돋보이는 소극장 연극으로 대학로를 지켜왔다. 그는 조재현의 연기에 대해 “강하고 굵다.”고 평가했다. 체계적인 질서가 없는 골목길의 연기연습 방식에 조재현이 잘 동화됐다고 덧붙였다. 곁에서 잠깐이나마 지켜본 박씨의 연출은 큰 소리로 명령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방식이기보다 자분자분한 음성으로 배우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쪽이었다. 그는 오는 5월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필로우맨’을 통해 런던과 브로드웨이에서 극찬받은 인기 해외극본으로 대극장 무대에 데뷔한다.“원작이 가진 가치에 걸맞은 내용으로 채워야 하는 중압감이 있다.”고 말했다. 뮤지컬의 홍수 속에서 연극만이 보여줄 수 있는 진정성과 재미를 갖춘 ‘경숙이, 경숙아버지’에 많은 관객들이 기대를 걸고 있다. 조재현은 “정극이 뮤지컬에 비해 관객이 감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좋은 관객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소극장에서 맨발의 투혼을 보여주는 배우들의 열정은 3월25일까지 만날 수 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관객과 소통 시도하는 미디어 아트

    폭포를 향해 손을 뻗으면 물방울이 손바닥에 맞고 산산이 흩어진다. 폭포는 미술관 벽에 설치된 스크린 속에 있다. 금호미술관은 오는 3월4일까지 미디어 아트전 ‘보다, 보여지다’를 연다. 컴퓨터,LCD(평판 디스플레이) 등을 사용한 미디어 아트가 금호미술관에서 전시되는 것은 처음이다. 수천개의 빛 입자들이 관객과 닿으면 폭포 물방울처럼 흩어지는 변지훈의 ‘득음’을 포함해 7명의 미디어 아트 작가들이 관객과의 소통을 시도한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관객과 만나는 순간, 형태가 결정되는 디지털 아트의 특성을 활용한 작품이 대다수다. 이배경의 ‘셀프타임’ 앞에 서서 걸으면 스스로가 좀비나 유령인 듯 부유하는 선과 점의 결합체로 보인다. 작품 앞에서 머무르는 시간 만큼 사람의 이미지가 형성되는데, 자신을 거울처럼 똑똑히 보려면 적어도 1분 이상 머물러야 한다. 작가는 “사람에 따라 ‘잠깐만!’이라고 외치는 시간의 길이가 어떻게 다른지 표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유비호의 작품 ‘관계’가 설치된 스크린 앞에 서면 와인잔을 들고 신나게 수다를 떨던 선남선녀가 갑자기 말을 뚝 끊는다. 관객이 작품에서 물러나면 스크린속 사람들은 다시 대화를 시작하고 파티를 즐긴다. 작가는 “인간관계가 갑자기 끊기는 순간을 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은 단순히 작품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작품에 의해 보여지며 미디어 아트를 완성시킨다.(02)720-5114.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나는 남준의 영혼을 지키고 싶은 사람”

    “한국에 온 것은 그가 꼭 여기 살아있는 것만 같아서입니다.” ‘비디오 아트의 아버지’ 고(故) 백남준 타계 1주년을 맞아 서울을 찾은 미망인 구보타 시게코(70) 여사를 27일 만났다.●“탈없는 아티스트 커플로 행복했다” 30년 결혼생활 동안 인생의 반려자이자 예술적 동반자였던 남편이 떠나고 난 뒤 그녀의 생활은 어떠했을까. 백남준의 모든 자취가 배어 있는 뉴욕 소호의 아파트에서 여전히 살고 있다는 구보타는 “슬프고 지루했다.”고 말했다. 남편은 독일 어디론가 여행을 떠났고 언젠가 꼭 돌아올 것만 같단다. 최근에는 수영으로 체중 관리를 하면서 자신의 건강을 돌보고 있다. 고인의 생전 전위적 미술집단 플럭서스에서 함께 활동했던 구보타는 “우리는 탈없는 아티스트 커플로서 행복했다. 백남준은 나의 예술을 이해해 준 유일한 사람이었다.”고 덧붙였다. 1963년 일본에서 처음 만난 뒤 백남준에게 결혼을 강요해 결국 같이 살게 됐지만, 질투가 날 때도 많았다고 한다. 특히 첼리스트 샬럿 무어맨과 섹스를 음악으로 표현한 퍼포먼스를 벌였을 때는 “당신은 바보!”라고 외치기도 했다.●`섹슈얼 힐링´ 영상 추모식서 공개 1996년 백남준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에는 건장한 남성 대신 젊고 예쁜 여성으로부터 물리치료를 받는 ‘섹슈얼 힐링’을 시도했다.구보타는 병원의 제안으로 이 과정을 비디오에 담았고,29일 그 영상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추모식을 통해 소개된다. “남준은 샤워 훈련을 받을 때 여성 간호사들에게 내 앞은 보지 말고 뒤만 보라고 하긴 했지만 섹슈얼 힐링을 좋아했지요.” 백남준은 도쿄대에 다닐 때 프랑스어 교수로부터 “랭보 같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마르고 시니컬했다고 구보타는 회상했다. 그의 잘생긴 외모에 반해 좇아다녔고,‘아무도 제어할 수 없는 자유로운 천재’였지만 완벽한 남편이었다고 했다. 가정 주부가 아니라 예술가가 되기 위해 뉴욕으로 갔던 구보타는 “내 가족도 싫어서 일본을 떠났다. 나는 남준과 결혼했지 그의 가족과 결혼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일본에 살았던 백남준의 두 형제는 그가 1984년 도쿄 메트로폴리탄에서 대형 퍼포먼스를 벌일 때도 만나기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백남준이 돈을 요구할 것을 그의 가족들은 가장 두려워했다고 설명했다. 백남준의 조카 켄 백에 대해서는 “켄은 삼촌을 좋아했다.”면서도 “그는 비즈니스맨으로 남준의 예술로 돈을 벌려고 했다. 켄과 만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구보타는 특히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에는 항상 한국과 엄마 이야기만 했다는 남편의 모국에 와서 밝고 편안해 보였다. 그는 “나는 남준의 영혼을 지키고 싶은 사람”이라고 말했다.글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백남준 1주기 추모행사 다양

    세계적인 미술거장 백남준이 타계한 지 29일로 1년이 됐다. 존 케이지 탄생 100주년 추모굿을 벌이기 위해 2012년까지는 살아있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그였다. 백남준은 그의 예술생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미국의 현대음악 작곡가 존 케이지를 1958년 처음 만났다. 이듬해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그의 첫 퍼포먼스 ‘존 케이지에게 바치는 경의’를 펼치면서 피아노를 전복시켰다. 그의 1주기 추모를 위해 여러 행사가 열린다. 백남준의 대표작 ‘다다익선’이 설치돼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오전 11시 추모식이 거행된다. 1977년 백남준과 결혼한 평생의 예술동반자 구보타 시게코 여사가 1시간10분짜리로 직접 편집한 ‘마이 라이프 위드 남준 백’이 상영된다. 이 영상에는 그의 대표적 해프닝과 34년만에 찾은 86년의 한국 여행,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병원에서 부인 및 간호사와 함께 성적 자극을 통한 마사지 치료과정 등이 담겨 있다. 오는 3월23일∼5월6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백남준 1주기 추모전’을 통해 그의 비디오 아트 발전과정을 돌아볼 수 있다. 29일 오후 2시 서울 인사동 쌈지길에서는 인간문화재 무속인 김금화씨가 백남준 추모굿을 벌인다. 백남준은 요셉 보이스 추모굿을 갤러리 현대 뒷마당에서, 샤롯 무어맨 추모굿은 뉴욕 센트럴 파크에서 열었다. 또 갤러리 쌈지에서는 3월18일까지 ‘백남준과 플럭서스 친구들’이란 전시회를 통해 백남준이 초기멤버로 활동했던 1960년대 전위예술 운동 플럭서스(Fluxus)를 조명한다.(02)736-0088. 그의 대표작 가운데 3대 위성중계 작품인 ‘굿모닝 미스터 오웰’ ‘바이바이 키플링’ ‘랩 어라운드 더 월드’ 등 주요 비디오 작품이 상영된다. 어린이 50여명이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를 주제로 그린 그림과, 한복예술인 이지영 작가의 설치작품 ‘백남준 꽃상여 타고 다시 떠나다’도 전시된다. 서초구 잠원동 필립강갤러리에서는 2월28일까지 사진작가 이은주(60)씨가 찍은 백남준 사진을 전시하는 ‘아, 백남준’전이 열린다. 이씨는 예술가의 삶을 렌즈에 담아 온 작가로, 뉴욕 소호작업실에서의 백남준 모습도 처음 선보인다.(02)517-9092.윤창수기자 geo@seoul.co.kr▶관련기사 25면
  • 멸종한 공룡의 이데아는 존재할까

    ‘죽은 철학자들의 카페(김선희 옮김, 웅진 지식하우스 펴냄)’는 세계적인 철학자 비토리오 회슬레 교수와 11살 소녀 노라K가 나눈 편지를 엮은 책이다. ‘2500년간 서양 철학사에 드물게 나오는 천재’라고 유럽 최고의 지성 가다머로부터 극찬받으며, 현재 독일 노터데임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중인 비토리오 회슬레는 어느날 한통의 편지를 받는다. 회슬레 교수는 1977년 한국 여성 김지은씨와 결혼해 쌍둥이 아들을 두고 있다. “플라톤은 이데아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것이라고 했는데 공룡은 지상에서 멸종했잖아요. 그럼, 공룡의 이데아는 어떻게 되는 거죠?” 편지의 주인공은 ‘소피의 세계’를 읽고 세상에 대한 궁금증이 가득했던 소녀 노라. 어머니의 소개로 회슬레 교수에게 편지를 보낸 노라의 엉뚱 발랄한 질문에 교수는 흔쾌히 답장을 쓰면서,2년 동안 54통의 편지를 실제로 주고받게 된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죽은 철학자들의 카페’는 회슬레 교수가 노라를 철학의 세계로 이끌기 위해 창조한 흥미로운 장치다. 회슬레 교수는 가상의 카페에서 매일 수다를 떠는 철학자들의 예를 들며 노라의 궁금증을 하나씩 풀어준다. “꿈과 현실은 어떻게 다른가요?” “동물에게도 영혼이 있나요?” “악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등등. 노라의 궁금증은 세대를 떠나 인간이라면 한번쯤 고민했을 법한 것이고, 천재 교수는 때론 우스꽝스럽고 때론 진지하게 죽은 철학자들을 등장시키며 노라의 철학적 궁금증을 풀어준다. 1982년생인 노라가 실제 소녀인지 의견이 분분했다. 그녀는 이제 어엿한 숙녀로 성장해 옥스퍼드대에서 철학, 정치학, 경제학을 전공하고 런던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현재 박사논문을 준비중이다. 공룡의 이데아가 공룡의 멸종과 왜 무관한지 설명하면서 똑똑한 소녀에게 ‘공룡 노라’란 별명과 공룡모양 과자를 선물한 친절한 철학 교수의 재미있는 철학 서적이다.1만 2000원.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생각의 보고’ 과학과 놀아볼까

    ‘생각의 보고’ 과학과 놀아볼까

    대학 입시에서 특히 폭넓은 사고를 요구하는 통합논술이 강조되면서 참고서적이 될 만한 책이 쏟아지고 있다. ‘과학으로 생각한다(이상욱·홍성욱·장대익·이중원 지음, 동아시아 펴냄)’는 서울대 물리학과,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등을 졸업하고 현재 대학 교수 등으로 일하는 과학자들이 30여명의 세계적 과학자와 그 사상을 묶었다. 저자인 이상욱 한양대 철학과 교수는 서문에서 “과학은 문화”임을 강조한다. 학구적인 사람이라면 영국 빅토리아 시기의 풍습에 대해 이야기하다 자연스럽게 다윈의 비글호 여행에서 수전 바이어트의 소설 ‘소유’의 감동적 로맨스로 옮겨갈 정도는 돼야 한다고 말한다. 과학도 종교나 문학처럼 생활이라고 설명한다. 아이작 뉴턴, 찰스 다윈,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등 세계를 바꾼 과학혁명을 일으킨 세계적 과학자들은 예술가이자 철학자였고 누구보다 사회경제적 문제에 민감했던 학자들이었다. 이 책은 문과형 인간과 이과형 인간을 나누는 우리 사회의 불행한 현실을 한탄한다. 유럽 대학의 학생들처럼 분자생물학의 중심원리와 시장경제에서 정보의 비대칭성 사이의 유사점과 차이점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일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괴델의 정리와 불완전성의 정리를 발표하여 논리학 및 수학기초론에 큰 영향을 끼친 쿠르트 괴델. 그가 1978년 영양실조와 기아로 인해 27㎏의 몸무게로 사망한 것과 같은 과학자들의 극적인 생애도 소개된다. 각 장의 말미에 더 읽어볼 만한 자료와 참고 인터넷 웹사이트도 추가돼 있다. 인공지능의 시조로 통하는 앨런 튜링은 동성애자로 고통받다 독극물로 자살한 비극적인 생애 자체로 흥미를 유발한다. 뉴턴에서부터 인공지능까지 현대 과학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과학자들의 사상을 다양한 학문분야로 확장, 통괄하고 있다. 이들이 펼치는 유쾌한 지적 파노라마가 바로 ‘과학으로 생각한다’이다.336쪽, 1만 4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직장인에 미술감상법 가르쳐 드릴게요”

    “동북아의 허브 미술관으로서 서울시민이 언제든지 찾아와서 그림을 감상할 수 있고, 외국인 관광객은 반드시 들르는 서울의 얼굴로 바꿔 나가겠습니다.” 지난 12일 서울시립미술관 수장으로 취임한 유희영(사진ㆍ67) 관장은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시민 속으로 파고드는 미술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 해에 서울시민의 10%에 가까운 95만명이 찾지만 전시공간만을 제공하는 데 그쳤다는 반성에서 ‘찾아가는 미술교실’도 연다.40명 이상의 직원이 있는 기업이나 단체가 신청하면, 학예직원이 장비를 갖추고 찾아가 국내외 유명 미술품을 소개하면서 감상법을 알려줄 예정이다. 직장인과 저소득층, 맞벌이 부부 자녀 등 미술교육 대상도 다양하게 잡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개관 19년째이지만 소장품은 고작 2002점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기증받은 작품이 36%에 달한다. 자체 기획전시는 별로 없고, 외부에서 기획한 대형 블록버스터 전시를 위해 미술관 공간만 빌려준다는 비난도 있다. 이에 대해 유 관장은 “해외 유명 미술관이 한라산이라면 우리는 동네 뒷동산 정도 수준”이라고 아쉬워했다. 이어 “중국·일본·러시아 등의 주요 미술관과 협력하여 아시아 미술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아시아 국·공립 미술관끼리 소장품 교류전 등을 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올해도 이미 6∼9월 클로드 모네전,12월부터 반 고흐에서 렘브란트를 보여주는 전시 등 블록버스터 대관전이 잡혀 있다.또한 ‘한국화에 대한 오마주’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 전시회’ 등 한국작가 소개전과 ‘시티네트 아시아 2007:서울, 뉴델리, 두바이, 싱가포르’ 등 아시아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회도 예정돼 있다. 내년부터는 유 관장이 직접 전시계획 수립을 지휘하게 된다. 유 관장은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색면 추상화를 고집한 추상화가로서 이화여대 등에서 42년간 교직생활을 했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당신의 그림을 쓰레기통에 버렸습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타계 1주기가 오는 29일로 다가왔다. 그를 기리는 다양한 전시회가 이날 준비된 가운데 추모문집 ‘TV부처 白南準(삶과꿈 펴냄)’이 23일 발간됐다. ‘백남준을 기리는 모임’이 펴낸 문집에는 여러 미술계 인사들의 글과 첨단 예술의 길을 걸었던 고인을 이해하지 못해 벌어졌던 해프닝 등이 담겨 있다. 삼성전자 홍보담당 이사를 지낸 손석주(68)씨는 1986년 백남준으로부터 홍라희 삼성미술관 관장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받은 그림을 쓰레기통에 버린 일화를 털어 놓았다. 일본 소니사에서 TV를 제공받던 백남준에게 삼성전자 TV를 대주면서 작품홍보를 맡았던 손씨는 보자기 속의 그림을 풀어 보고 아연실색한다. 크레파스로 마구 그어대고 색종이로 접어 만든 꽃을 붙인 그림을 홍 관장에게 전달하면 장난으로 오해받고 백남준에 대한 지원도 끊길 것으로 걱정해 고민 끝에 ‘배달사고’를 저지른다. 1987년 퇴사하면서 그 그림도 팽개쳤던 손씨는 이후 “백남준이 세계 10대 예술가로 각광받는 것을 보고 죄책감에 사로잡혔다.”며 “미술 지식이나 감각면에서 범인(凡人)인 저로서는 혁명적으로 앞서가는 선생님의 첨단 예술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고 고인을 향해 용서를 빈다. 문집에 실린 50여편의 글 가운데는 갤러리 현대 창업주 박명자씨의 ‘무당보다 한수 위인 백남준 선생’이란 글도 있다.1990년 갤러리 현대 뒷마당에서 백남준이 요제프 보이스의 진혼굿을 할 때, 사간동 일대에 소나기가 내리고 큰 느티나무가 천둥 벼락을 맞던 모습 등을 담고 있다. 홍라희 관장은 “백남준 선생은 20세기의 과학기술을 치열한 시대정신과 따뜻한 동양인의 마음으로 포용한 미디어 아트의 음유시인이셨다.”고 회고했다. 출판기념회는 29일 오후 6시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리며 백남준 추모영상 관람,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추모사, 황병기의 가야금 연주 등이 이어진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신의 아그네스’ 히로인 전예서

    ‘신의 아그네스’ 히로인 전예서

    고전은 진부하지 않다. 재미있는 데다 논란거리까지 안겨준다. 연극 ‘신의 아그네스’는 1983년 국내 초연 이후 25년이 지났지만, 기적에 대한 작가의 문제의식이 여전히 유효하고 관객들이 열띤 성원을 보낸다는 점에서 이제 고전의 반열에 올라 있다고 할 수 있다.15년전의 명콤비 박정자, 손숙이 다시 뭉쳐 화제를 모은 ‘신의 아그네스’에서 아그네스역의 신인 전예서(26)는 관록의 두 중견 배우에 밀리지 않는 열연을 펼치고 있다. “아그네스는 막연히 순수하고 맑을거라고만 생각했는데, 대본을 보고 아픔이 많은 인물이라 당황하기도 했어요. 불우함을 이겨내고 성인이 되고 싶어하는 아그네스 자체가 기적이 아닐까요.” 전예서는 2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아그네스역에 발탁되기 직전, 우연히 친구의 권유로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완벽한 수녀 역할을 해내기 위해 수녀원에서 생활할 생각도 했지만, 일반인이 들어가기는 어려워 대신 성당을 자주 찾았다. 연극 무대는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아오리역을 장기공연하면서 경험을 쌓았다. 남성 관객들은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서 기생 청향역을 했던 것을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 지고지순한 조선 여인상이 아니라 고관대작에게도 할 말 다하는 똑부러진 기녀였다. 무대에서 전예서는 어린아이같으면서도 상처로 괴로워하는 아그네스의 다면적인 성격을 여러 빛깔의 목소리로 표현해낸다. 박정자의 울림있는 발성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객석 관람객들의 눈동자도 부담스러워하기보다는 오히려 에너지로 빨아들인다. 관록의 두 선배 배우를 보면서 가장 본받고 싶은 것이 체력. 장기공연을 위해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다. ‘신의 아그네스’는 정한용, 정준호 등 배우들이 앞다퉈 찾을 정도로 연기의 교본이 되고 있다. 주부들을 위한 수요일 낮공연, 수녀원의 단체관람도 성황이다. 윤석화, 신애라, 김혜수에 이어 다섯번째로 아그네스역을 맡은 전예서는 그녀만의 ‘오묘한’ 아그네스를 만들어가고 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TV · 스크린 별들, 연극이라는 ‘고향’에 다시 돌아오다

    #고두심 7년만에 ‘친정엄마’로 무대에 TV나 스크린에서만 볼 수 있던 스타들이 속속 무대에 오르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로 한국의 전형적인 어머니상을 보여준 고두심은 오는 4월 연극 ‘친정엄마’로 7년만에 무대에 선다. ‘친정엄마’는 작가 고혜정씨의 수필이 원작이다. 지방에서 자라 서울로 유학와서 친정엄마와 떨어져 지내게 된 딸이 아웅다웅하면서도 엄마와 친구처럼 지내는 관계를 담은 베스트셀러 실화를 감동적으로 읽은 고두심이 적극적으로 출연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고두심의 연극 ‘친정엄마’는 4월12일∼5월6일 대학로 예술마당1관에서 막을 올린다. 딸 역할은 최근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에 출연한 장영남이, 연출은 구태환씨가 맡았다. 어머니와 딸 역의 더블캐스팅과 조연이 확정되는 대로 곧 연습에 들어가게 된다. #조재현 ‘경숙이, 경숙아버지’로 3년만에 복귀 25일 동숭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연극 ‘경숙이, 경숙 아버지’는 2004년 ‘에쿠우스’ 이후 조재현의 3년만의 연극 복귀작이다. 석달 출연료가 500만원이라고 스스로 밝혀 화제가 됐다. ‘경숙이, 경숙 아버지’는 지난해 7월 게릴라극장에서의 초연 이후 올해의 예술상 등 각종 연극상을 휩쓴 작품이다. 한국전쟁 이후 고달팠던 우리네 일상을 사실적으로 담고 있다. 조재현뿐 아니라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서 성형외과 의사역으로 인상깊은 연기를 펼친 이한위도 같은 연극에 조연으로 출연한다. 조재현은 연극 출연 이유에 대해 “연극을 보며 배우의 꿈을 키웠고, 연극으로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연극에는 TV드라마나 영화와는 다른 펄펄 살아 있는 생동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 유준상도 3년만에 뮤지컬 ‘천사의 발톱’서 1인 2역 유준상은 ‘투맨’이후 3년만에 뮤지컬 무대에 오른다.23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개막하는 창작뮤지컬 ‘천사의 발톱’의 쌍둥이 형제역을 맡아 1인2역을 해낸다.‘천사의 발톱’은 악마가 되지 않기 위해 고통을 참으며 발톱을 뽑는 천사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유준상은 그동안 보여준 부드러운 남성상과 달리 숨겨진 악마성을 표출하는 거칠고 강한 이미지를 그려낼 예정이다.SES이후 연기자로 활동중인 유진은 영화 원작 ‘댄서의 순정’으로 첫 뮤지컬 무대에 도전한다. 다음주 연습에 들어가 3월29일부터 백암아트홀에서 석달여간 공연할 계획이다. 스타들의 경우 이들의 출연료는 그 자체가 곧 마케팅 비용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작품의 질이 아닌 스타의 화제성으로 흥행을 담보한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일단 배우들의 의지가 없다면 특히 연극의 경우 출연은 성사되기 어렵다. 대부분의 배우들은 연극을 ‘고향’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드라마 출연료의 수십분의 일을 받으면서도 무대에 선다는 게 연극 제작자들의 말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아트펀드 2호 출시

    미술품 매매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아트펀드 2호가 탄생했다. 국내 최초의 아트펀드는 지난해 9월 표화랑이 굿모닝신한증권과 함께 출시한 75억원 규모의 ‘서울명품아트 사모1호펀드’. 목표수익률은 10% 이상으로 아직까지는 무난히 목표를 달성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트펀드 2호는 지난해 말 결성된 ‘골든브릿지스타아트 사모특별자산투자신탁 1호(스타아트펀드)’. 박여숙화랑·박영덕화랑·인사갤러리 등 국내 5개 화랑이 미술품 매매 등의 운영을, 골든브릿지가 펀드 운용을 담당하고 있다. 목표수익률은 17%이다. 두 펀드 모두 사모펀드로 일반인은 참여할 수 없다. 세계적으로도 아트펀드의 역사는 3년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아직은 아트펀드의 설정규모가 100억원대 미만으로 적어 일반인도 참여가능한 공모펀드가 등장하려면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골든브릿지를 포함한 금융기관과 화랑들의 사모펀드 출시계획은 줄줄이 잡혀 있다. 그럼 아트펀드는 어떤 작가의 작품에 투자했을까. 아트펀드의 포트폴리오는 초보자들에겐 미술품 투자의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다. 표화랑의 국내 아트펀드 1호는 백남준, 김흥수, 김창렬, 이용덕, 박성태 등 한국 작가와 위에민쥔, 지다춘, 쩡판즈 등 중국 작가 작품 100여점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스타아트펀드는 백남준, 김종학, 김창렬, 김환기, 박서보, 이우환, 이응노 등 국내 작가와 게르하르트 리히터, 부부 조각가 라란, 리처드 세라 등 해외 작가의 작품에 투자했다. 총 80여점의 작품은 28일까지 서울 신세계백화점에서 열리는 아트페어전을 통해 전시, 판매된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화제의 작가를 찾아서] 설치미술가 최우람씨

    [화제의 작가를 찾아서] 설치미술가 최우람씨

    프라모델에 ‘집 한 채’는 족히 되는 돈을 쏟아부은 소년은 움직이는 기계생명체를 만드는 조각가가 됐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지하에 있는 최우람(37)씨의 작업실에 들어서자 번쩍이는 금속 광택과 날카로운 용접 소음이 귓가를 때렸다. 그는 금속과 모터로 로봇, 꽃, 벌레 등 움직이는 생명체를 만든다. 중앙대 조소과 3학년 수업시간 때 움직이는 조각을 하면서 로봇을 제작하는 데 재미를 느꼈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마이크로로봇이란 로봇 제작회사에서 3년간 일하기도 했다. 이 회사에서 만난 프로그래머 박태윤씨는 점점 더 어렵고 정밀한 작품을 만드는 데 없어선 안될 동업자다. 미술학도가 어떻게 피어나는 금속꽃과 날갯짓하는 벌레를 만들 수 있었을까. “국산차 1호인 시발자동차를 만드셨던 할아버지의 손재주와 미술을 하신 부모의 감각을 물려받았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청계천을 10년 넘게 들락거리며 공구상 주인들에게 부품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묻고 또 물었다. 포스코에서 주최한 스틸아트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을 때도 청계천 부품상들과 금속부품을 잘라주는 레이저커팅 공장 사장이 제일 먼저 떠올랐단다. 고마워서 상금으로 홍삼을 돌렸지만, 실은 재료비가 상금보다 많이 들었다. 최우람씨는 지난해 말 작가들의 꿈이라 할 수 있는 미국 뉴욕의 비트폼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지난 20일까지 뉴욕 첼시에서 계속됐던 전시회에 출품했던 작품들은 벌써 다 팔렸다. 그가 ‘어바누스’라고 이름 붙인 작품이 7만 5000달러(약 7000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3∼5월 일본 모리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오는 2월14∼19일 스페인에서 열리는 세계 5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아르코에 출품하며, 오는 6월 미국 댈러스 크로 컬렉션에서 또 개인전을 갖는다. 세계로 뻗어가는 젊은 작가의 행보가 숨가쁘다. 하지만 최우람씨의 꿈은 소박하다. 역시 조소를 전공한 아내와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다음달 아르코에는 꽃 시리즈를 출품할 예정이다. 마드리드는 예전에 소장자의 작품을 수리해 주기 위해 단 하룻밤 머물렀던 추억이 있는 곳이다. 금속으로 만든 그의 작품에 대한 관람평은 다분히 서정적이다. “부드러운 순풍에 빛을 내고 날개를 흔들며 호흡하던 금속 생명체들…금속이 보여주는 섬세함과 부드러움을 잊을 수 없다.” 도쿄 롯폰기 모리미술관을 찾은 한국 관객의 평이었다. 작가는 “쇠도 하다 보면 말랑말랑해진다.”고 말한다. 작품에 대한 영감은 영국 BBC의 ‘식물의 사생활’과 같은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많이 얻는다. 작가의 이름을 딴 ‘URAM(기계생명체 연합연구소·영어 이름의 약자)’에서 앞으로 어떤 감동적인 기계생명의 움직임이 나올지 기대된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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