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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화·서양화 두 거장의 유혹

    한국화·서양화 두 거장의 유혹

    거꾸로 된 그림과 소나무 그림으로 독보적 입지를 이룬 서양화와 한국화의 두 대가 전시회가 동시에 열린다. ●바젤리츠 ‘러시안 페인팅전´ 11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독일의 게오르그 바젤리츠(69)는 ‘잊을 수 없는 기억:게오르그 바젤리츠의 러시안 페인팅’전을 오는 11일부터 7월15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연다. 바젤리츠는 힘있는 붓터치와 거대한 화면, 강렬한 원색으로 대변되는 독일 신표현주의의 대표작가이다. 지난해 독일 경제전문지 캐피털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미술가’ 6위에 선정될 정도로 그림값이 비싼 생존 작가다.1위는 역시 독일 신표현주의 작가인 게르하르트 리히터였다. 특히 바젤리츠는 1969년부터 그림을 거꾸로 걸기 시작해 관람객을 당황하게 만들고 있다. 거꾸로 된 그림은 회화의 주제를 해석하려는 의도를 좌절시켜, 전통으로부터 자유를 추구하는 작가의 의도를 담았다. 이번 ‘러시안 페인팅’전은 동독 출신인 바젤리츠가 보고 자란 과거 러시아의 미술과 사진을 원작으로 한 작품 41점을 선보인다. 1998∼2002년 제작된 것들로 두껍게 물감을 쓴 전작들과 달리, 유화이지만 화면은 투명하게 표현돼 마치 수채화처럼 느껴질 정도다. 바젤리츠는 베를린 미술아카데미에서 교수 생활을 했는데 한국 작가 세오(서수경)와 최근 서울에서 전시회를 연 노베르트 비스키도 그의 제자다. 그동안 궁금했던 바젤리츠의 작품세계에 대해 직접 질문할 수 있는 큐레이터와의 대화시간도 11일 오후 2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마련된다.(02)2188-6302. ●허건 ‘20주기전´ 6월10일까지 덕수궁 미술관 한국 산촌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소나무의 강인한 생명력을 표현해 인기를 끌었던 남농 허건(1908∼1987)의 작고 20주기전이 지난 4일 덕수궁미술관에서 개막했다. 허건은 전남 진도에서 소치 허련의 손자로 태어났다. 허련은 추사 김정희의 제자로 손자까지 이어진 호남지방 화맥을 형성하게 된다. 흔히 예향(藝鄕)으로 일컬어지는 호남지방이 우리나라 회화사에서 구축한 위상에는 허련·허형·허건으로 3대째 이어진 화맥이 있었던 것이다. 경제개발과 맞물려 주거문화의 주류로 아파트가 자리잡으면서 한국 미술계는 서양화가 주름잡게 됐다. 아파트에 거는 그림은 서양화란 단견이 한국화의 가격 폭락과 입지를 어렵게 만들어버렸다. 허건은 목포 등 남도의 실재하는 아름다움을 그려낸 ‘신남화’ 이론을 정립하면서 한국화의 새로운 가치를 찾고자 했다. 흔히 한국화의 미학으로 불리는 여백없이, 두껍지 않은 색점을 지속적으로 그려넣어 남도의 습윤한 기후와 향토색을 담아냈다. 38살에 아버지 허형을 여읜 뒤 화가로서 그의 생활은 더욱 어려워졌다. 난방이 안되는 전셋집에서 그림만 그리다 왼쪽 다리가 썩어 무릎 아래를 절단했다. 전쟁 뒤 물자부족으로 작가는 의족도 직접 만들어야만 했다. 하지만 1956년 부산 개인전이 큰 성황을 이루면서 이후 작가는 풍족한 삶을 살게 된다. 특히 말년에 그렸던 소나무 그림은 세월의 풍상을 견뎌 낸 노화가와 노송의 단단한 이미지가 맞물려 대표작이 됐다. 거칠고 속도감 있는 붓으로 그려낸 소나무는 중국 산수를 본뜨지 않고, 우리 주변을 사실적으로 담아내려 한 그의 노력을 대변한다. 전시는 6월10일까지.(02)2022-0623.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천경자 작품 ‘초원Ⅱ’ 15일 경매…추정가 11억~15억원

    천경자 작품 ‘초원Ⅱ’ 15일 경매…추정가 11억~15억원

    원로화가 천경자(83)의 그림 1점이 15일 열리는 K옥션의 5월 경매에 추정가 11억∼15억원에 나온다. 4일 K옥션에 따르면 천경자의 이번 작품은 아프리카의 초원에서 코끼리와 사자, 얼룩말이 보이고 나체 여인이 코끼리 등에 엎드려 있는 ‘초원Ⅱ’(1978년작)로 105.5×130㎝ 크기다. 이 작품이 낙찰되면 지난해 12월 K옥션 경매에서 ‘모자를 쓴 여인’이 기록한 6억 3000만원의 천경자 작품 경매 최고가가 경신된다. 박수근의 ‘여인과 소녀들’은 11억∼16억원,‘나무가 있는 마을’은 7억 5000만∼8억 5000만원에 경매되고 김환기의 ‘산’(5억∼6억 5000만원),‘Forever’(2억 9000만∼3억 6000만원)도 높은 가격에 출품된다. 고미술품으로는 김홍도의 완숙기 작품 ‘유앵도’(2억∼3억원),‘청자상감국화문표형주자’(2억 5000만∼3억 5000만원) 등이 소개된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최민식은 없다…‘필로우맨’ 완벽 연기 압권

    이야기를 좋아하면 가난하게 산다거나 팔자가 세다는 우리 옛말이 있다. 연극 ‘필로우맨’의 주인공 카투리안은 이야기를 위해 목숨까지 잃는다. 대배우 최민식과 ‘한국 연극의 미래’로 불리는 박근형 연출가가 만난 ‘필로우맨’은 연극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재미를 안겨준다. ‘필로우맨’은 작가 카투리안이 취조실에 영문도 모른 채 끌려오면서 시작된다. 카투리안은 자신이 쓴 음울하고 괴이한 이야기들처럼 어린이들이 살해됐다는 사실을 알고 경악한다. 옆방에서는 지능이 떨어지는 그의 형이 형사들로부터 고문을 받는 소리가 들려온다. 전기고문과 살인이 자행되는 상황에서도 배우들이 주고받는 비틀린 대사들은 큰 웃음을 낳는다. 연극 도중에 카투리안이 쓴 7편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하나같이 그림형제가 채집한 무서운 옛이야기나 고딕소설을 연상시키는 기묘한 이야기들이지만 베갯머리 잔상으로 남는 매력이 있다. 카투리안이 쓴 무시무시한 이야기들은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의 조승희씨가 과제로 제출했다는 악몽과 같은 희곡을 떠올리게 한다. 카투리안에게는 특별한 이유도 없이 예술적 실험이란 명분하에 부모로부터 고문당한 형이 있었다. 조승희씨가 어린 시절부터 쌓아온 분노가 총기 난사로 이어졌다고 많은 이들이 유추하듯,‘필로우맨’도 아동학대가 결국 범죄를 낳는다는 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원작자 마틴 맥도너도 부모와 떨어져살며 16살부터 실업수당을 받는 등 평범하지 않은 어린 시절을 보냈다.‘필로우맨’을 마지막으로 절필을 선언하고 현재는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하지만 카투리안의 극중 대사처럼 “결론은 읽는 사람 각자의 몫”이며 “작가의 유일한 의무는 오직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일 뿐이다. 발에 온통 반창고를 붙이고 열연하는 최민식의 소름끼치는 연기가 입장권의 사전판매 5500장, 개막 이후 3일간 매진이란 기록을 세웠다. 첫 공연은 인간 기억력의 한계를 고문(?)하는 독백이 자주 등장하는데 배우들이 아직 체화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 무대였다. 원작자 맥도너의 끝간 데 없는 상상력이 펼쳐놓은 이야기들은 마치 연극이라는 청룡열차에 올라탄 듯한 흥분을 낳는다.20일까지 LG아트센터 (02)2005-0114.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선 고운 이 남자, 이번엔 호동왕자 변신

    선 고운 이 남자, 이번엔 호동왕자 변신

    “백여시같이… 요사스러운 표정 짓지마!” 여배우에게 던져진 주문이 아니다. ‘뮤지컬계의 이준기’라 할 만한 김호영(24)이 뮤지컬 ‘바람의 나라’의 이지나 연출가로부터 듣는 말이다. 연극 ‘이’와 뮤지컬 ‘렌트’ ‘아이다’ 등을 통해 여성스러운 연기를 보여준 김호영이 5∼25일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되는 ‘바람의 나라’에서 호동왕자를 연기한다. 이 작품은 연극과 뮤지컬을 오가며 감각적인 무대를 보여준 이지나씨의 연출로도 주목받고 있다. 이씨는 배우들에게 약이 되는 직설적 발언을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김진의 만화가 원작인 ‘바람의 나라’는 주몽의 손자 무휼이 주인공. 고영빈이 연기하는 무휼은 전쟁과 권력을 추구하지만, 반대로 평화의 길을 바라는 아들 호동과 충돌한다. 선 고운 외모와 미성으로 여성적 역할을 완벽하게 해 온 김호영. 혹 그가 정말로 여성스럽지 않을까 오해한다면? 김호영은 “신경쓰이지 않는다.”며 “어떤 역할이든 소화하는 배우임을 보여주는 것은 결국 연기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게다가 여성적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 내는 배우로 캐스팅 0순위에 꼽힌다면 큰 강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자신만만한 배우다. 청소년 연극활동으로 유명한 동북고 시절부터 ‘여자보다 더 여자 역할을 잘하는 남학생’으로 통했던 김호영. 그를 진짜 여자로 알고 좋아해서 쫓아다닌 남자 선배도 있었다고 한다. 반면 방송이 6월25일 확정된 그의 첫 드라마 ‘태왕사신기’에서의 역할은 남성적이다. 광개토대왕을 맡은 주인공 배용준의 라이벌 연오개를 연기하는 윤태영의 아역이다. 실은 김호영도 한류스타이다. 뮤지컬 ‘겜블러’의 일본 순회공연 때 열성팬들이 생겨났다. 대개의 한류팬이 그러하듯 중년여성인 이들은 김호영이 한국에서 공연을 하면 단체관람을 하러 온다. 공연이 끝나거나 설날이 되면 특이하게 봉투에 돈을 담아 좋아하는 배우에게 감사 표시를 한단다. 사극에 나오는 화려한 옷에 반해 연기자의 꿈을 키워 온 그는 디자이너 홍미화씨가 만든 ‘바람의 나라’ 의상을 너무 마음에 들어했다. 친구들이 “너, 옷이 예뻐서 뮤지컬하는 거지?”라고 놀릴 정도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명장·스타배우 연극판 총출동

    내년이면 100주년을 맞는 한국 연극계는 명장과 스타 배우들의 합세로 어느 해보다 풍성한 때를 보내고 있다. 한국 연극은 1908년 11월15일 최초의 극장 원각사에서 이인직의 ‘은세계’가 공연된 것을 출발점으로 삼는다.4일 개막해 27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술마당 3관에서 공연되는 ‘폭풍의 언덕’은 연출가와 예술감독의 이름만으로도 눈길을 끈다.세종대 연극영화예술학과 출신이 만든 극단 혼에서 주최하는 이번 연극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아내인 송현옥(46) 세종대 교수가 연출을 맡았다. 또한 ‘야동 순재’ 이순재(72) 세종대 석좌교수가 예술감독을 맡았다. 예술감독은 연출과 연기에 대해 종합적 조언을 하는 후원자이다. 이순재는 “조금만 젊었으면 히스클리프 역할을 했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고 야심을 드러냈으나 송현옥 연출자가 “히스클리프 역을 제안했는데 너무 바쁘셨다.”고 제동을 걸었다. 영혼을 믿는다는 송현옥 교수는 “영혼의 사랑을 몸의 언어로 아름답게 표현하고 싶다.”고 연출의 변을 밝혔다. 죽은 캐서린의 영혼마저 사랑하는 히스클리프의 격정적 사랑을 그린 ‘폭풍의 언덕’은 현대무용가 이영찬씨와 발레리나 허인정씨가 안무를 맡았다. 연인들의 첫 만남부터 데이트 장면까지를 춤으로 연기해 연극 속에 한 편의 현대무용을 담았다. ‘불 좀 꺼주세요’ ‘돌아서서 떠나라(영화 ‘약속’의 원작)’ 등을 쓰고 한국을 대표하는 극작가 이만희(62)씨. 그는 2년 만의 신작 ‘언덕을 넘어서 가자’를 배우 이호재(66)에게 헌정했다. 오는 25일∼6월10일 학전블루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언덕을 넘어서 가자’는 중·장년층이 향유할 수 있는 연극을 모토로 삼아 온 극단 컬티즌의 작품이다. 출연진도 이호재, 전양자(65), 오영수(63)로 실버세대의 저력을 보여줄 배우들이다. 이 작품은 50년이 넘어서도 여전히 진행중인 중년의 첫사랑을 그린 작품. 작가 이만희씨는 “연극 경험이 없는 노인들도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노인 콩트극을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어머니와 함께 한 900일간의 소풍/왕일민·유현민 지음

    어머니와 함께 한 900일간의 소풍/왕일민·유현민 지음

    중국 최북단인 헤이룽장성 타허부터 티베트 라싸고원까지 무려 3만㎞. 이 길을 자전거 수레를 끌고 걸었다. 그 수레에는 100세의 노모가 있었고, 수레를 끈 이는 74세의 아들이었다.900일간의 소풍이 끝나자 103세 생일을 며칠 앞둔 노모는 하얼빈에서 세상을 뜬다. 아들은 이제 ‘티베트(시짱·西藏)에 유골을 뿌려달라.’는 어머니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두 번째 여행에 나선다. ‘어머니와 함께 한 900일간의 소풍(왕일민·유현민 지음, 랜덤하우스 펴냄)’은 인구 13억의 중국 대륙을 울린 이 시대 마지막 효자의 이야기이다. 과장을 좋아하는 중국인답게 ‘효자왕’으로 불린 왕일민씨는 고향 타허에서 평생을 산 노모가 ‘죽기 전에 세상 구경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소원을 풀어드리기 위해 길을 떠난다. 세계의 지붕으로 불리는 티베트는 하늘과 가장 가까운 땅이다. 산골에 붙박혀 살아온 노모가 대체 어떻게 티베트란 곳을 알았는지 연유를 알 수 없었지만, 아들은 어쨌든 떠나기로 한다. 자신도 없었지만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자란 생각에 자전거 수레를 직접 만들었다. 수레는 어머니가 겨우 누울 수 있는 크기였다. 언덕이라 자전거가 오를 수 없는 곳은 밧줄을 어깨에 메고 수레를 끌었다. 피가 흐르는 것은 예사였다. 중국 가장 북쪽인 타허에서 최남단인 하이난다오까지 자전거 수레는 내려왔다. 여행 중간에 방송에 출연하고, 신문에도 보도되면서 이들의 여행은 중국 전역의 화젯거리가 됐다. 고급호텔에서 서로 모셔가 편안한 잠자리와 식사를 대접했다. 여비로 쓰라며 돈을 던져넣고 가는 사람도 부지기수였다. 그러나 왕일민씨는 하이난다오에서 길을 멈춘다. 티베트의 라싸까지 가기에는 어머니의 건강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여행 중간에 “내가 100년된 인삼”이라며 사람들을 웃기기도 했지만, 바지를 버려놓고 소변을 보지 않았다고 우기기도 했다. 나이가 들수록 어린아이의 성정으로 돌아가는 바람에 아들을 힘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마지막이 될 어머니의 여행이 최대한 편안하도록 노력했다. 글을 쓴 작가 유현민씨는 신문보도를 통해 왕씨의 소식을 접한 뒤 여행 중인 그를 찾아다니려 2년 동안 노력한 끝에, 어느 추운 겨울날 하얼빈에서 결국 그를 만났다. 책을 펴내고 싶지 않다는 왕씨의 진지한 뜻을 설득해 일주일간 동고동락하며 마침내 글을 완성했다.98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박수근의 ‘빨래터’… 과연 얼마?

    박수근의 ‘빨래터’… 과연 얼마?

    한국을 대표하는 국민화가 박수근의 미공개작 ‘빨래터’가 미술품 경매시장에 나와 또다시 최고가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옥션은 오는 22일 제106회 경매에서 박수근의 1950년대 후반작으로 변형 20호 크기인 빨래터(37×72㎝)를 추정가 35억∼45억원에 판매한다고 밝혔다. 이 작품은 80대의 한 미국인이 생전의 박수근에게 직접 받은 뒤 50여년간 소장하던 것으로 국내에는 이번에 처음 소개된다. 지금까지 경매에 출품된 박수근 작품 가운데 가장 크기가 크고 파스텔톤의 분홍과 노랑, 파랑 등 화사한 색상이 담겨 있다. 군 관련 사업을 하느라 한국에 체류했던 소장자는 박수근에게 물감과 캔버스를 지원했고, 가난했던 화가는 액자에 직접 흰색을 칠한 그림으로 고마움을 표시했다고 한다. 박수근은 소장자에게 매년 자신의 판화작품 등을 이용한 성탄절 카드를 보냈는데 이 카드 6장도 이번 경매에서 소개된다. 일하는 여성을 즐겨 그려 전쟁에도 굴하지 않는 강한 모성애를 표현해 온 박수근은 모두 4점의 빨래터를 그린 작품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 작품이 낙찰되면 지난 3월7일 K옥션에서 25억원에 팔린 ‘시장의 사람들’의 최고가 경매기록을 깨게 된다. ‘빨래터’는 오는 8∼10일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 지하 1층에서,15∼22일 서울 평창동 서울옥션에서 전시된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팔순, 실험은 아직 안 끝났다

    ‘學養望八何思量(학양망팔하사량·깊은 학문 80객 어찌 헤아리리) 無學七十猶鬼神(무학칠십유귀신·무학이라도 70이면 귀신이라 했거늘)’ 선주선 원광대 교수가 서예계의 대가 동강 조수호(84) 선생의 개인전을 기념하며 지은 한시의 일부다. 1일부터 27일까지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리는 ‘동강 조수호전’에는 서예작품 200여점이 전시된다.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 차례로 일중 김충현, 여초 김응현 선생이 별세하면서 서예계는 더욱 힘이 빠진 듯하다. 국내 서예교과서를 도맡아 집필해온 동강은 말을 그대로 옮겨 책을 써도 될 정도로 말솜씨가 빼어나다. 그는 “서예는 ‘접의 예술’로 사랑하는 남녀가 입맞춤하듯 붓과 종이의 마찰지점에서 느낌을 최우선 가치로 둔다.”고 말했다. 정통서예와 함께 실험적인 묵조(墨調)작품도 선보인다. 현대 서예가 나아가야 할 분야의 하나인 묵조는 먹의 수천수만가지 빛깔로 조형을 만들어내는 교향곡이다. 묵조 작품인 ‘萬象回春’은 고대 상형문자인 글자의 점과 획을 풀어냈다. 한 마리의 코끼리가 걸어가는 듯한 그림이자 글씨는 물과 먹, 작가가 만나 구축한 또 하나의 세상이다. 흔히 말년이라고 부르는 시기, 서예인생 60년이 넘어서 묵조 작업으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 그의 양 어깨에 현대서예의 미래가 걸려 있다. 선생은 “귀신이 탐낼 만큼 내 대나무 그림이 빼어나다.”면서 “한국 가정의 거실에 각국에서 수집한 양주 대신 서예가 한 작품씩 걸려야 한다.”고 말했다.(02)580-1284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팔선녀가 게임 속으로 들어가면?

    팔선녀가 게임 속으로 들어가면?

    50대가 된 작가의 작품은 10년 전 그의 영화만큼이나 여전히 논쟁적이었다. 장선우 감독의 영화 ‘거짓말’ 출연으로 이상현(52)은 몇년간 영화계에서나 미술계에서도 제대로 설 수 없었다. 지금 보면 왜 그렇게 뭇매를 맞았는지 의아할 수도 있지만 당시 영화는 등급보류로 3년간 개봉조차 할 수 없었다. 베니스영화제를 거쳐 2000년 공개된 영화는 ‘포르노’라는 혹평까지 받았다. 영화에서 여배우(김태연 분)에게 맞는 ‘Y’였던 이상현은 그 전에 프랑스 일간지 피가로에 의해 ‘차세대 중요작가’로 선정되는 등 전도유망한 작가였다. 배우 이혜영과의 친분으로 영화에 출연한 뒤 예술인생을 우회한 이상현은 몇년간 명상으로 세월을 보낸다. 오는 16일까지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02-720-5789)에서 열리는 12번째 개인전 ‘구운몽’에서 그는 사진 한쪽의 낚시꾼으로 등장한다. 이번 전시회는 중국 배경의 한국 인터넷게임 이미지에 팔선녀를 합성한 사진전이다. 이 팔선녀는 서포 김만중의 첫 한글소설 ‘구운몽’에 등장하는 이들이다. 이상현의 전작 ‘리틀 싯타르타’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여고생들이 다시 모델로 활약했다. 작가에게 코스프레(게임이나 만화 캐릭터처럼 옷을 입고 사진 찍는 놀이)를 하는 학생들이냐고 물었더니, 작가는 코스프레란 단어도 몰랐다. 무릉도원을 향한 욕망과 좌절을 담은 디지털 사진은 중국 베이징의 티먼 갤러리를 포함해 타이완, 오스트리아, 독일 화랑의 초대가 잇따를 정도로 관심을 받고 있다. 명함에 아톰을 새기고 다니는 이상현은 여전히 꿈을 좇는 낚시꾼처럼 보였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미술품 투자 ‘갈증’을 풀어라

    미술품 투자 ‘갈증’을 풀어라

    과연 아시아 최고의 미술시장 몫을 다할까. 화랑 숫자나 판매액 면에서 아시아 최고의 미술시장으로 떠오른 한국국제아트페어(KIAF)가 오는 9∼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다. 참여하는 화랑도 지난해 150곳에서 18개국 208곳으로 늘었다. 한국화랑 116개, 해외화랑 92개다. 국내 및 해외화랑 각각 30곳이 참가신청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탈락할 정도다. 주최측인 한국화랑협회는 출품 작품수준에 따라 참여 화랑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18개국 208개 화랑 참여 지난달 26일 서울옥션에서 생존작가의 작품만을 모아서 판매한 컨템퍼러리 경매가 낙찰률이 92%로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이제 서른살인 젊은 작가의 30호 크기 회화가 추정가의 다섯배인 2500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이 작가는 그림을 사려는 대기 고객만 60여명에 이른다고 알려질 정도로 현재 한국 미술시장에서는 일부작가에 한해서 품귀현상마저 일고 있다. 국내외 1300여명의 작가가 5000여점의 작품을 내놓는 이번 KIAF는 미술품 투자자의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시켜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화랑에서 1000만원에 산 그림을 두 달 뒤 3000만원에 경매에 내놓는 등 초단타 매매로 이익을 보겠다는 자세는 금물이다. 그림을 투자수단으로만 보는 것은 90년대 초 그림값 폭락사태와 비슷한 현상을 야기할 수 있다. 빈 캔버스를 입도선매하는 것도 젊은 작가를 망치는 지름길이다. ●獨 리히터 20억원짜리 작품 출품 올해 KIAF의 최고가 작가는 독일 신표현주의의 대가 게르하르트 리히터(75)가 될 전망이다. 독일 화랑과 한국 화랑 4곳에서 작품에 따라 20억원이 넘는 리히터의 작품을 출품한다. 미국 팝아트의 대표작가 탐 웨슬만(76)의 작품도 독일 화랑에서 판매한다. 중국 대표작가 장샤오강은 ‘대가족’이 판화로만 출품됐다. 한국 작가로는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3억 2000만원에 작품이 팔려 파문을 일으킨 김동유의 올해 신작과 육심원, 이동재 등 젊은 인기작가의 작품도 출품된다. 중국, 독일, 프랑스에 이어 스페인이 주빈국으로 초대돼 스페인의 화랑 14곳이 참여한다. 한국 신진작가 14명을 소개하는 ‘썸씽 미스터 씨 캔트 해브’전도 마련된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미술품 소장에 대해 강의하는 프로그램도 10∼11일 양일간 제공된다. 입장권은 1만원으로 15인 이상 사전예약하면 별도 전시 설명이 준비된다.(02)6000-2501.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댄스 안되는 유진? 뮤지컬 ‘댄서의 순정’ 출연

    댄스 안되는 유진? 뮤지컬 ‘댄서의 순정’ 출연

    유진의 무대 장악력은 그가 댄스그룹 SES로 데뷔해 올해로 10년째 무대에 서왔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하는 것이었다. 뮤지컬 ‘댄서의 순정’의 재미를 담보하는 것은 유진의 매력과 죽기살기로 춤추는 앙상블(코러스)이다. 히트한 영화를 원작으로 삼았기에 일단 뮤지컬의 줄거리는 탄탄하다. 초반부에 옌볜에서 온 채린(유진)이 한국에 도착해 가짜 혼인신고를 하고, 결혼사진을 찍기까지의 과정이 한곡의 노래에 실려 박진감있게 전개된다. ‘판타스틱스’ ‘김종욱 찾기’ 등 장기공연을 하며 인기를 모은 뮤지컬을 연출해 온 김달중씨의 내공이 느껴지는 도입부다.1인20역의 멀티맨 활용으로 재미를 주는 것도 소극장 뮤지컬로 단련된 김씨의 장기다. 영새로부터 댄스 스포츠를 배우는 부분에서 막춤을 추거나 옌볜 사투리를 능청스럽게 하는 유진의 연기는 객석으로부터 큰 웃음을 얻어냈다. 춤선생 영새와 첫사랑을 하는 순진한 옌볜 처녀 역할에 유진은 맞춤한 듯했다. 안타까운 부분은 역시 댄스 스포츠 장면. 춤을 소재로 한 뮤지컬인 만큼 어떤 공연보다 화려한 무대를 기대한 관객이 많았을 것이다. 석달이 채 못되는 연습기간만으로 삼바, 룸바, 차차차, 파소도블레, 자이브 등 댄스 스포츠의 모든 장르를 완벽하게 소화하기란 어차피 불가능했다. 단골 한의원을 두고 침까지 맞아가며 춤을 춘다는 앙상블은 열과 성의를 다한 안무를 보여줬다. 하지만 고난이도의 댄스 스포츠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다. 배우들이 춤출 때 몸을 사리는 것이 느껴질 법 하다. 게다가 춤추는 장면에서의 무대장치도 댄스 스포츠의 화려함을 살려주지 못한다. 조명을 다채롭게 썼더라면 스와로브스키 수정을 붙였다는 여주인공의 붉은색 의상이 더욱 빛났을 것이다.7월1일까지 서울 삼성동 백암아트홀.(02)599-1333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3세대 서커스 트레이시스 내한

    3세대 서커스 트레이시스 내한

    두꺼운 화장의 광대가 나오는 서커스가 고루하게 느껴졌다면 3세대 뉴서커스 세븐핑거스를 만나보자. 현재 서울 잠실 천막극장에서 공연중인 태양의 서커스가 만든 ‘퀴담’을 통해 캐나다에서 시작된 새로운 서커스의 매력을 맛보았다면, 세븐핑거스가 아시아에서 처음 선보이는 ‘트레이시스’를 놓칠 수 없다. 서커스를 한편의 이야기가 있는 공연으로 재탄생시킨 태양의 서커스가 1세대 뉴서커스라고 하면, 극장식 무대에서 시적인 연극공연과 같은 서커스를 만든 것은 2세대 서크 엘루아즈였다. 태양의 서커스 출신 아티스트 7명이 2002년 만든 세븐핑거스는 3세대 서커스를 보여준다. 화려한 아크로바틱과 농구·스케이트보드와 같은 스포츠 및 춤을 라이브 음악, 비디오, 그래피티 등과 결합했다. 이들은 중국 난징곡예단에서 일했던 스승으로부터 8∼18살까지 엄격한 곡예과정을 훈련받았다. 널뛰기, 트램폴린(공중도약 묘기) 등 서구의 전통적 서커스 기술뿐 아니라 후프 다이빙, 막대 오르기 등 중국의 전통적 묘기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스케이트보드, 브레이크댄스, 그래피티, 클래식피아노 등이 특기다. 움직이기 편한 옷을 입은 미소년들이 보여주는 현대 무용인가 싶으면 ‘퀴담’에서처럼 거대한 바퀴가 무대를 구른다.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농구를 하다가 장대를 기어오르기도 하고 후프를 뛰어넘는다. 인간이 몸으로 할 수 있는 노래, 춤, 연기, 운동 등 모든 장기를 한 무대에서 쏟아내는 것이다. 여기에 도시적 감성의 비디오 프로젝트와 슬라이드쇼, 그래피티 등으로 주인공들의 심리를 표현한다. 공연 내내 흐르는 음악은 재즈, 팝, 힙합 등 감각적 선율로 채워졌다. 멀티미디어와 인간 육체의 미학이 결합된 3세대 서커스 ‘트레이시스’는 몸의 한계가 어디인지 되묻게 한다. 오는 5월25∼27일 국립중앙박물관 내 극장 용.(02)1544-5955.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뮤지컬 ‘달려라 하니’

    뮤지컬 ‘달려라 하니’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흥행 성공으로 (주인공처럼 광고를 찍는 등의) 물질적 축복은 못 받았지만, 연기자로 인정받았죠.” 개그 프로그램에서 ‘출산드라’ 역할로 유명해진 김현숙(29)이 뮤지컬 ‘달려라 하니’에서 고은애 역할을 맡았다. 만화가 원작인 이 뮤지컬에서 고은애는 주인공 하니의 육상선생님 홍두깨의 정혼녀. 홍두깨를 일방적으로 좋아하는 시골처녀로 뚱뚱하고 입술도 두껍지만 마음씨만은 비단결이다. 김현숙은 연극영화학과를 졸업한 데다 거창 국제연극제에 참여하는 등 학생 때부터 연극, 뮤지컬에 많이 출연해 왔다. 이번 고은애 역할도 유희성 서울시뮤지컬단 단장과의 개인적 인연으로 인해 맡게 됐단다. 학생 시절 뮤지컬 ‘넌센스’를 무대에 올리게 됐는데, 구하기 힘들어 애먹고 있던 반주음악 테이프를 유희성 단장이 빌려줬다는 것이다. 유 단장은 옛 비화를 굳이 꺼내 첫 드라마와 개그프로그램 출연으로 정신없는 김현숙의 출연을 성사시켰다. 김현숙은 “‘하니’의 출연 섭외전화를 받자마자 바로 ‘고은애죠?’라고 말했다.”며 고은애가 무척 귀여운 역할이라고 애착을 보였다. 고은애처럼 넉넉한 품성은 실제 김현숙에게서도 엿보였다. 2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오디션에서 선발된 하니 역할의 이찬미(24)를 여동생처럼 살뜰하게 대했다. 이찬미는 작은 체구에 커다란 눈망울이 만화책에서 쏙 뛰쳐나온 듯 하니를 닮았다. 전작인 창작뮤지컬 ‘천사의 발톱’에서 연기했던 당찬 소녀 희진 역할과 이번에 맡은 하니는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반항적인데다 자기세계에 갇힌 점을 든다. 하니는 육상선수 역할이라 항상 뛰어다녀서 힘들겠다고 했더니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 22m인데 느린 동작으로 뛰는 게 대부분이라 그게 더 힘들다.”고 말했다. 게다가 홍두깨 선생님의 출연 분량과 노래 장면이 많아 뮤지컬 ‘달려라 하니’는 특이하게도 사제지간이 남녀주인공이라며 김현숙, 이찬미 모두 웃는다. 홍두깨는 ‘맘마미아’에 출연했던 이정열과 박봉진이 더블로 연기한다. ‘막무가내 중창단’이란 개그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역할로 시민들을 놀래고 있는 김현숙은 “부의 양극화가 심각해서 그런지 거리에서 촬영하면 사람들의 반응이 살벌하거나 심각하다. 남자 분장을 하고 여성을 뒤에서 안았다가 그녀의 남자친구한테 맞을 뻔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가족뮤지컬 ‘달려라 하니’는 외롭고 모난 소녀가 홍두깨, 고은애 등 주변 어른과 친구의 도움으로 다시 달리기의 꿈에 도전한다는 따뜻한 이야기다. 김현숙이 거리에서 개그 프로그램을 찍으며 느꼈던 요즘 현대인들의 거친 성정을 부드럽게 다듬어줄 수 있는 뮤지컬인 셈이다.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를 작곡했던 차경찬씨가 만든 노래는 잘 다듬어진 가요풍이다. 만화로 하니를 보며 열광했던 20∼30대가 더 감동받을 수 있는 공연이다. 김현숙은 “어린이들이 보면 왜 이렇게 계속 슬프냐고 할 정도로 유치하지 않은 가족 공연”이라고 귀띔했다.28일∼5월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02)399-1111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캐리커처로 본 여성 풍속사/에두아르트 푹스 지음

    “여자와 당나귀와 호두, 내가 뭔가 말해도 될까? 이 셋은 맞지 않고서는 아무런 변화도 없어.” ‘캐리커처로 본 여성 풍속사(전은경 옮김·미래M&B 펴냄)’에 소개된 중세의 속담이다. 이 책은 캐리커처에 포착된 16∼20세기 초까지의 여성의 삶을 소개하고 있는데, 실은 유행과 아름다움이란 미명하에 고통받은 여성 육체의 수난사에 가깝다. 위에 소개된 중세의 속담이 보여주듯 여성은 코르셋이나 전족, 복대로 고통받으면서 또 조롱거리가 돼야 했다. 책에 실린 여성문제를 다룬 다양한 캐리커처는 500여점에 이른다. 그림뿐아니라 시, 민요, 노래 등도 함께 소개돼 당시의 풍속과 사회상을 이해하기 쉽다. 최근 취직을 위한 성형 열풍의 예고편격인 ‘직업도 없는데 못 생기기까지’부터 ‘마땅찮음(목사님의 딸이 저렇게 가슴이 크다니, 정말 끔찍한 일이야!)’까지 촌철살인의 풍자가 담긴 캐리커처는 시대와 국가를 초월한다. 19세기에는 가슴과 엉덩이, 잘록한 허리를 강조하는 유행이 기괴하게 발달하면서 우스꽝스러운 유행도 생겨났다. 쿠션을 대서 엉덩이와 허리 아래를 부풀려 강조하는 허리받이 치마와 굴렁쇠 치마는 원치 않은 임신 사실을 숨기기에 적당하다는 조롱을 받았다. 프랑스인들은 이렇게 쿠션이 들어간 여자 옷을 ‘잡종 숨기기’ 또는 ‘창녀의 옷’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코르셋을 풍자한 캐리커처에서 “그렇게 하다가는 간이 다 으스러지겠군.”이라고 남자가 비웃자 “세상에, 그거야 거리에서 아무도 못 보는데 뭐 어때요!”라고 여성이 응수한다. 저자 에두아르트 푹스는 서양에서 16세기 이후 여성들의 결혼관, 성적 욕구, 의복과 머리, 매춘, 상류사회 여성들에게 요구되는 정절과 성 윤리 등을 캐리커처를 통해 살펴보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동서양이나 잘 살거나 못 살거나 공통적인 여성의 삶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바지(남성)를 차지하기 위해 여성들이 결혼을 하려는 노력은 시대를 초월하여 존속한다. 코르셋과 전족은 사라졌을지 몰라도 성형수술과 다이어트가 여전히 현대 여성들을 옭아매고 있다. 쌍거풀을 만들려고 수술대에 올랐다 영원히 깨어나지 못하는 여성들은 아직 허다하다. 저자는 남성이지만 “여성은 오늘날까지도 변함없이 노예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한다. 자본주의 발전은 여성들 가운데 적은 부분, 유산계급만 해방시켰고 그것도 가사노동에서 벗어날 기회를 제공하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끈질긴 여성 운동에도 불구하고 여성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는 이유는 사회경제적 구조가 불평등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독일 사회주의 예술사가인 푹스는 전체 사회가 근본적으로 바뀌기 전에는 남성들이 여성에게 가하는 원칙적 억압의 본질이 변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저자 푹스는 1870년 괴팅겐에서 태어나 16살에 사회주의노동당에 가입했다.‘뮌헨 포스트’ ‘남부 독일 포스틸론’ 등에서 일하여 정치풍자 전문가로 활약했고, 여러번 옥살이도 했다.1918년 로자 룩셈부르크 등과 함께 독일공산당을 창립했으며,1940년 사망해 파리 코뮌 전사들 옆에 묻혔다.3만 8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15년 한국살이 수다로 풀었어요”

    “15년 한국살이 수다로 풀었어요”

    이다도시(38)의 책 첫장에는 좌식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그의 부모가 무릎을 세우고 어색하게 앉아 폐백 절을 받고 있는 결혼식 사진이 실려 있다. 웃음이 나면서도 프랑스에서 자란 이다도시가 한국에서 두 아이를 낳고 살면서 겪었을 우여곡절을 한 장의 사진으로 보여주는 듯해 한편 딱하기도 하다. 방송에서는 “울랄라∼!” 하는 감탄사와 함께 코믹한 이미지가 부각됐지만, 이다도시는 며느리로 명절이면 길고 고단한 하루를 보내야 하는 한국의 여성이다. 이다도시가 15년간 한국에서의 삶을 책으로 엮은 ‘이다도시 한국, 수다로 풀다’의 출판기념회를 24일 주한 프랑스 대사관에서 가졌다. 국내 출간에 앞서 지난해 프랑스에서 한·불 수교 120주년을 맞아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 온 이다’란 제목으로 출판돼 화제를 모으기도 한 책이다. 이 책에서 이다도시는 명절이면 먹고 놀기만 하는 남편을 “대단한 고추”라고 부른다. 외아들이자 장남인 한국 남자와 결혼해 1년이면 다섯번의 제사를 지내야 하지만 “노르망디에서 갓 도착해 사랑에 눈이 멀었다.”고 적었다. 설날 집안 풍경에 대한 묘사를 시작으로 노르망디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프랑스인이 된 그의 삶이 진솔하게 펼쳐진다. 이다도시는 우연히 출연한 방송이 인기를 모으면서 목욕탕에서 벌거벗고 사인을 해 줄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빠르고 귀여운 그의 독특한 한국 말투는 휴대전화를 통해서 내려받을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하지만 너무 코믹한 이미지가 부각돼서 스트레스도 심하게 받았다고 한다. 방송과 신문 기고 등으로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가 한국에 대해서 풀어낸 수다는 솔직하면서도 귀 기울일 구석이 많다. 이다도시가 아침의 나라에서 겪은 모험담은 한국의 긍정적 변화에 대한 기대로 마무리된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3년만에 국내 전시회 여는 설치미술가 이불

    3년만에 국내 전시회 여는 설치미술가 이불

    지난해 타계한 백남준 이후 스타작가에 목말랐던 한국 미술계는 이제 ‘사이버 페미니즘의 여전사’ 이불(43)의 세계적 발걸음을 눈여겨 보아야 할 것 같다.1987년 홍익대 조소과를 졸업한 이불은 10년 뒤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썩어가는 실제 생선과 싸구려 인조장식물을 결합한 작품 ‘장엄한 광채’를 전시해 주목할 존재가 된다. 고약한 냄새를 이유로 일방적으로 작품을 철거한 미술관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이불은 작품의 재설치와 공식사과를 받아낸다.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상 수상 등으로 한국 작가로는 최고의 경력을 쌓은 그가 이제 유럽에서 초대형 개인전과 대규모 회고전을 앞두고 있다. 세계를 순회하는 전시회에 앞서 지난 20일부터 시작해 다음달 16일까지 PKM갤러리(02-734-9467)에서 3년 만에 열리는 개인전은 이른바 제작후원 전시회이다. 2000만∼4000만원이 나가는 알루미늄과 브론즈 조각작품이 5개씩, 벽면 작품이 크기별로 9개가 소장자를 위해 제작됐다.14점의 작품은 전시회 개막 이전에 모두 팔려 그의 마니아들이 3년간의 침묵을 목마르게 기다려 왔음을 입증했다. 오는 11월 프랑스 파리 카르티에 재단 미술관에서 열리는 개인전은 8m여의 거대한 설치작품들이 10여점 이상 전시된다. 유럽 개인전의 주제는 ‘나의 거대한 서사’로 좌절한 유토피아에 대한 꿈 등을 담고 있다.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난 이불은 좌파 정치범으로 낙인찍혔던 부모와 연좌제의 사슬에 묶인 가정에서 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가의 부모는 독재정권 하에서 투옥과 감시 등으로 평탄치 않은 삶을 살았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이불의 유럽 개인전 작품 가운데 ‘thaw 다카키 마사오’는 말 그대로 그의 개인적 서사로 읽힌다. 작가는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는 작품의 내용을 일부 공개했다. 녹고 있는 빙산에서 검은색 크리스털이 쏟아져 나오고 빙산 틈으로는 한 인물이 보인다. 인물은 다름 아닌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 다카키 마사오는 그의 일본식 이름이다. 낡은 욕조에 검은 잉크가 풀어져 있는 ‘천지’라는 작품은 취조실, 물고문 등을 상징한다. 거대한 설치작품의 작은 모형들이 PKM갤러리 2층에 전시중이다. 카르티에 미술관에서의 이불 개인전 작품은 유럽의 다른 미술관에서 순회전시를 마친 뒤 2010년쯤 한국에 상륙할 예정이다. 이와는 별도로 그는 9월에 터키 이스탄불 비엔날레 참가,10월 파리 타다우스 로팍 갤러리 개인전이 예정돼 있다.2009년부터는 유럽, 미국, 일본, 중국 등을 순회하는 대규모 회고전과 화집 발간을 준비중이다. 그동안의 침묵과 해외에서의 활동에 치중해 ‘국제미아’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에 대해 작가는 “대형 프로젝트 가운데는 함구령이 내려진 것도 많아 알릴 기회가 없었을 뿐”이라고 답했다. 최근 경매를 중심으로 일고 있는 한국 미술시장의 붐에 대해서는 “지금은 투기인지 투자인지 모호한 시점”이라며 “작가들은 작업에만 몰두할 때”라고 말했다. 리움미술관에서 작품이 상설전시중인 최연소 한국 작가이기도 한 이불. 이제 누구도 밟아본 적이 없는 전인미답의 길을 떠나려 하고 있다. 그 길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열심히 ‘응원’한 뒤에야 보일 것 같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딱딱한 추상화? 말풍선 넣어보세요”

    “딱딱한 추상화? 말풍선 넣어보세요”

    가정의 달인 5월 전국 29개 사립미술관이 거대한 놀이터로 탈바꿈한다. 사립미술관협회는 온가족이 즐길 수 있는 예술체험 프로그램인 ‘2007 예술체험 그리고 놀이’를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연다. ‘명화의 재구성’전이 열리고 있는 사비나미술관에서는 한국의 젊은 작가들이 새롭게 만들어낸 밀레의 ‘만종’이나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만날 수 있다. 관람객들은 그림 속의 숨은 명화를 찾아내거나, 몬드리안의 추상회화에 그려진 말풍선에 이야기를 만들어 넣는 예술체험을 할 수 있다. ‘제리 율스만 & 매기 테일러 사진전’이 전시중인 한미사진미술관은 1960년대 만들어진 합성사진에서 아이들의 상상력을 이끌어낸다. 구름 위에 의자가 놓여 있는 동화 속 장면을 연상시키는 초현실적인 사진에서 아이들은 새로운 느낌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금호미술관에서는 ‘매너스쿨’, 대림미술관에서는 ‘나도 아티스트’, 북촌미술관은 ‘아빠와 함께 화가되기’, 치우금속공예관은 ‘미술공예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준비했다.29개 미술관을 한달 동안 갈 수 있는 프리패스는 3만원.(02)735-4032.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아하! 이 그림] 루이스 부르주아 ‘출구 없음’

    [아하! 이 그림] 루이스 부르주아 ‘출구 없음’

    요즘 한국의 안방극장은 김수현 작가의 독한 ‘불륜 드라마’에 점령당했습니다. 드라마 속 인물들이 불륜을 어떻게 풀어갈지는 두고볼 일이지만, 루이스 부르주아(96)는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독자적 조각작품으로 불륜의 상처를 극복하려 했습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양탄자 수선사업을 해온 집안에서 태어난 부르주아는 영어 가정교사와 불륜관계를 맺은 아버지를 보고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 경험한 배신의 상처와 아버지에 대한 증오, 어머니에 대한 연민은 부르주아가 아흔이 넘어서까지 작품활동을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부르주아는 서울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옥상 조각공원과 리움미술관 야외에 전시된 거대한 거미조각으로 우리에게도 친숙합니다. 거미는 작가가 스무살 때 사망한 어머니에 대한 추억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부르주아는 거미 조각에 ‘마망’이란 작품명을 붙이기도 했지요. 그럼 오는 6월29일까지 국제갤러리(02-733-8449)에서 전시되는 그의 회고전 ‘추상성’전에서 아버지는 어떻게 형상화되었는지 볼까요. 거미 외에 ‘밀실’과 같은 거대한 설치작품은 부르주아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입니다. 특히 ‘출구 없음(사진 위)’은 일단 그 모양 자체가 남성의 고환처럼 보입니다. 계단 뒤로는 부모의 이야기를 엿듣는 아이를 형상화한 추상적인 조각이 있습니다. 아무 곳으로도 향하지 않는 계단에서는 근본적인 불안감과 도피심리를 엿볼 수 있는데요.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실망한 부르주아의 마음이겠지요. 두달전 부르주아를 만난 이현숙 국제갤러리 대표는 작가가 여전히 건강하다고 전했습니다. 정신은 말짱해 창작의욕에 불타지만, 몸이 따르지 못해 괴로운 처지라고 하네요. 기존의 어떤 양식이나 범주로도 쉽게 설명되지 않는 작품을 만들어 온 부르주아. 추상에 가까운 기둥 형태의 인물상, 신체의 부분이나 성적인 이미지를 에로틱한 형상으로 표현한 조각, 손바느질한 천조각까지 작품의 소재나 기법도 매우 다양합니다. 젊어서는 불륜에 대한 분노를, 나이 들어서는 용서와 화해를 표현한 부르주아의 대규모 회고전이 올 가을부터 유럽과 미국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하네요.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5월’ 푸른축제 色다른 시선

    ‘5월’ 푸른축제 色다른 시선

    봄바람을 타고 올해 처음 스프링웨이브 페스티벌이 다음달 4∼30일 서울시내 7개 극장과 미술관에서 열린다. 연극, 무용, 전시 등 국내·외 15개 예술작품을 통해 유럽의 전위적인 연극과 꿈같은 현대무용의 세계를 맛볼 수 있다. 프랑스의 세계적 연극축제 아비뇽 페스티벌에 앞서 한국에서 초연되는 작품도 있어 새로운 문화예술 체험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연극축제이다. 1947년 시작됐으니 올해로 환갑을 맞은 셈이다. 오는 7월6일부터 27일까지 프랑스의 소도시 아비뇽에서 열린다. 하지만 페스티벌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다면 다음달 4∼30일 서울에서 열리는 스프링웨이브 페스티벌에 참여해 보자. 올해 처음 서울시내 7개 유명극장과 미술관에서 세계에서 온 예술가들이 15개의 예술작품을 선보인다. 이 가운데 5월11∼12일 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 세계에서 초연되는 ‘애비뉴 조르주 멘델 36번지’는 스프링웨이브 페스티벌과 아비뇽 페스티벌이 공동제작한 작품이다.5월 한국 초연 이후 7월에는 아비뇽에서 공연된다. 이 연극을 만든 라이문트 호게는 기형의 몸을 지닌 안무가로 독특한 춤을 통해 자신의 느낌을 솔직하게 표현한다.‘애비뉴 조르주 멘델 36번지’는 연극의 제목과 같은 곳에서 마지막 생을 마감한 전설적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의 생을 담고 있다. 5월24∼25일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공연되는 ‘헤이걸!’도 아비뇽 페스티벌에 앞서 한국에서 볼 수 있다. 유럽의 실험적 연극연출자 로메오 카스텔루치의 작품이다. 잔다르크의 은검, 샤넬 향수병, 거울, 흑인여자 등이 대사와 줄거리 없이 상징적인 사물과 이질적인 동작들로 연결된다. 5월4∼5일 로댕갤러리에서는 6000개의 풍선이 살아있는 교향곡을 만들어낸다. 세계적 안무가 윌리엄 포사이스의 작품 ‘흩어진 군중들’이다. 유럽의 실험적이고 미래적인 공연을 통해 공연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는 기회이다. 한국의 어어부 프로젝트도 신작 ‘홈 패션’을 선보이고, 한국의 아방가르디스트 안은미는 신작 ‘말할 수 없어요’로 새로운 춤을 보여준다. 무료공연 확인과 예매는 인터넷(www.springwave.org)을 통해 가능하다.(02)725-1164.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로스쿨의 영화들/김성돈 지음

    “국가는 도박이나 복권에 중독된 자들을 호구로 삼아 부를 축적하는 타짜이고, 국가와의 합의를 통해 각종 복권을 발행하는 기관은 바람잡이이며, 이러한 일들을 성사시키기 위해 법안을 통과시키는 여야 국회의원들이나 정치인들을 도박판의 설계자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지나친 비유일까.” 영화 ‘타짜’를 위와 같은 법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는 김성돈 성균관대 형법학 교수이다. 형법의 해석과 정책을 주로 연구해온 소장 법학자는 30편의 영화와 법 이야기를 한데 엮어 ‘로스쿨의 영화들(효형출판 펴냄)’을 썼다. 조인성이 주연한 영화 ‘비열한 거리’에서는 폭력의 공급곡선과 수요곡선이 인간의 욕망이란 지점에서 만난다고 설명한다. 범죄단체 조직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모두 폭력의 공급만 차단하는 법이다. 따라서 폭력의 수요를 없애는 자금세탁방지법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대마초 재배를 생계수단으로 삼은 미망인이 대마초로 온 마을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영화 ‘오! 그레이스’에서는 대마초 합법화의 단초를 읽어낸다. 현재 대마초 금지의 유일한 근거는 1951년 헨리 안스링거가 만든 ‘관문이론’밖에 없다. 이 이론은 “대마초 자체는 위험하지 않지만, 헤로인에 중독된 젊은이들 50% 이상이 대마초를 했기 때문에 대마초를 금지해야 한다.”는 허구적인 내용이다. 지난 2003년 마약관련 단속대상 통계자료를 보면 연예인은 전체의 0.1%밖에 안 되는 7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권력은 연예인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대마초는 치명적 마약’이란 대대적 여론몰이를 한다.70년대 제정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은 경우에 따라 살인죄보다 중한 10년 이상의 징역과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란 서구와 비교할 수 없는 중한 형벌로 대마초를 다스린다고 지적한다.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의 차이, 판결이 내려지기까지 적용되는 무죄 추정의 원칙,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 유용한 인권보호 원칙도 영화와 함께 소개된다. 법학자의 시선으로 읽어내는 영화는 그의 시선이 법전처럼 딱딱하지 않은데다 남보다 한발짝 앞선 것이기에 더욱 재미를 더한다.1만 1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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