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화장품이 롯데백화점에서 사라지는 의미
지난해 10월 롯데백화점이 가을 매장 진열 개편을 앞두고 샤넬 화장품 측에 ‘매장 조정’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면서 이어진 샤넬-롯데 간의 대립이 결국 샤넬 화장품이 롯데백화점 7곳에서 매장을 철수하는 것으로 결론지어질 전망이다.
20일 롯데백화점 본점의 에스컬레이터 맞은편, 입구의 오른쪽에 있는 샤넬 매장은 상대적으로 한산했다. 샤넬 화장품 매장의 위치는 백화점 1층 매장 가운데 가장 명당이라고 손꼽히는 곳이고 넓이도 메이크업 스튜디오까지 있는 등 다른 화장품 매장과 비교하면 1.5배.
흔히 샤넬은 립스틱, 아이섀도 등 색조 화장품의 품질이 뛰어나다고 평가받았으나 바로 옆에 위치한 맥이나 디올 매장에 훨씬 많은 고객이 몰려 이것저것 색조화장품을 발라보고 있었다.
샤넬 직원은 매장 철수에 대해 “아직 회의를 하고 있는 중이다. 확실히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롯데백화점 측은 “샤넬 측이 오는 29일자로 롯데백화점의 대형 점포 7곳에서 철수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모두 25개 롯데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샤넬 매장 가운데 본점과 잠실점, 영등포점, 노원점, 대구점, 부산점, 광주점을 제외한 나머지 샤넬 매장은 그대로 남아있게 된다.
샤넬 매장이 롯데백화점에서 철수하는 이유는 한국 여성의 화장 트렌드 변화로 인한 샤넬의 매출 부진과 국내 최대 유통업체와 글로벌 명품 브랜드간의 자존심 대결 때문이다.
부산의 롯데센텀백화점 바로 옆에 신세계백화점이 개장 준비 중인데 샤넬의 화장품이 아닌 의류, 가방 등의 명품매장이 롯데가 아닌 경쟁사인 신세계에 입점키로 하자 롯데측에서 엉뚱하게 샤넬 화장품에 ‘매장 조정’이란 보복 조치를 했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하지만 화장하지 않은 얼굴을 가리키는 ‘쌩얼’이 유행어가 되는 등 색조보다는 피부 자체의 아름다움을 중시하는 쪽으로 한국 여성의 화장 기조가 바뀌면서 샤넬의 매출이 이전만 못해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샤넬은 2002년까지 10년 동안 롯데백화점에서 화장품 매출 1위 브랜드였지만 지난 해에는 5위에 머물렀고 주름 개선 등에 뛰어나다는 입소문을 업고 국내 브랜드인 ‘설화수’가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샤넬의 국내 매출 구성을 보면 색조화장품 55%, 기초화장품 30%, 향수가 15%로 색조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색조는 유행에 민감한 데 비해 기초화장품은 고객 충성도가 높아 샤넬도 그동안 국내 소비자들에게서 인기있는 기초화장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네티즌들은 “백화점은 입점한 업체와 그 직원들에게는 거의 왕처럼 군림하고 입맛에 맞지 않으면 압력을 가한다.”며 거대 유통업체의 횡포를 비난했다.하지만 “요새 샤넬화장품 쓰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국산브랜드 제품들이 훨씬 순하고 효과도 좋다더만요.”라며 그동안 쌓은 명품 이미지에 기대 소비자 요구에 기민하게 반응하지 못한 샤넬의 부진을 탓하기도 했다.
인터넷서울신문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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