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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아이의 잠재력 믿고 응원하세요”

    “핀란드 유치원의 시간표에는 ‘놀이’ ‘식사’ 그리고 ‘수면’ 시간만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아이가 세 살만 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한글을 가르치기 시작하지만, 핀란드의 세 살짜리 아이는 스스로 셋까지만 깨우치면 정상이라고 본다.” ‘핀란드 부모혁명’(박재원·구해진 지음, 비아북 펴냄)은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더라도 취직은 학벌순”이라고 외치며 자녀들에게 조기교육을 강요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부모에게 부모인지, 학부모인지 묻는 책이다. ‘부모는 꿈을 꾸라 하고, 학부모는 꿈꿀 시간을 주지 않는다.’는 내용의 공익 광고는 “인정한다.” 또는 “불편하다.”는 열띤 논쟁을 부모들로부터 끌어냈다. 저자인 박재원 공부연구소장은 “국제학업성취도 1위를 놓치지 않는 핀란드를 비롯한 교육선진국들은 아이들에게 미래의 불안을 해결할 수 있는 문제해결 능력을 길러주고자 고민한다.”고 설명했다. 부모들은 자질을 무시하고 아이가 명문대에 진학하여 의사, 변호사 같은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가 되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10년 뒤의 미래를 어떤 부모가 제대로 예측할 수 있을까. 사회의 흐름을 정확히 반영하는 대학 입시 합격선에서 수위를 달리는 학과는 항상 바뀌었다. 아이의 성장을 돕는 핀란드의 교육은 ‘완벽한 자율학습 기술(완자 스킬)’로 요약된다. 완자 스킬의 첫 단계는 모든 사람은 잠재력을 타고 났음을 믿는 것이다. 두 번째는 아이는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배워야 할 기술이 있을 뿐임을 부모들이 자각하는 것이다. 이어 부모는 아이가 가진 잠재력을 실천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주고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 책의 내용이 새롭거나 혁신적이지는 않다. 다만 많은 학부모들이 알면서도 남들이 다 하는데 우리 애만 뒤처질까 봐 혹은 튈까봐 무서워서 선뜻 용기 내지 못했던 일들을 해보자고 응원한다. 공교육의 위기와 사교육의 비대화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아이들 개개인의 잠재력을 살리면서 경쟁 없이 학력 수준까지 높인 핀란드 교육은 현실적 대안을 제시한다. 1만 3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앙드레 김’ 브랜드는 영원히…

    ‘앙드레 김’ 브랜드는 영원히…

    디자이너는 스러져도 그가 남긴 브랜드는 영원하다. 샤넬, 디오르, 지방시, 베르사체 등 디자이너는 고인이 됐지만 그들의 이름은 언제나 새로운 패션으로 각광받고 있다. ●각종 브랜드 연간매출 1000억원대 2001년 화장품을 시작으로 속옷, 선글라스, 아동복, 골프복, 보석, 도자기, 아파트 실내장식, 가전제품 등 폭넓은 영역에서 이름을 남긴 고(故) 앙드레 김의 디자인도 브랜드로 살아남을 것으로 보인다. 그의 이름으로 된 각종 브랜드의 연간 매출은 1000억원대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고인의 뒤를 이을 디자이너가 누가 될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 2월 사망한 영국 디자이너 알렉산더 매퀸의 경우, 고인의 ‘오른팔’이었던 사라 버튼이 후계자(수석 디자이너)로 임명됐다. 앙드레 김은 디자인 후계자를 공식적으로 임명하지는 않았다. 생전에 작성해 둔 유언장을 통해 아들 김중도(30)씨에게 브랜드 경영을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만 3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고인의 재산도 김씨에게 상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측근은 디자인 부문도 고인의 계획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한 인터뷰에서 앙드레 김은 “나보다 한 살 더 많은 조르지오 아르마니도 아직 후계자 없이 왕성하게 활동한다. 앞으로 10년은 더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뒤에 후계자를 생각해 보려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앙드레 김은 패션 후계자에 대해서 외국인도 상관없다는 열린 견해를 갖고 있었다. 프랑스 디자이너 샤넬은 독일인 칼 라거펠트, 이탈리아의 구치는 미국인 톰 포드, 프랑스의 디오르는 영국인 존 갈리아노가 수석 디자이너를 맡은 예를 들면서 “실력 있고 나의 예술세계를 계승할 수 있다면 누구라도 상관없다.”고 평소 강조했다. ●300억 부동산 등 재산은 아들에게 평생 현역을 고집했던 앙드레 김이지만 지난해부터 경영권은 가족에게, 디자인은 외부의 역량 있는 디자이너를 영입하는 것으로 대략의 후계 구도를 결정했다. 앙드레 김 아틀리에의 디자이너로 근무하다 2004년 결혼한 며느리 유은숙(35)씨도 앙드레 김의 패션 정신을 이어가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75세 패션청년’ 하늘무대 하얗게 수놓다

    ‘75세 패션청년’ 하늘무대 하얗게 수놓다

    앙드레 김은 전 세계가 인정한 대한민국의 패션 거장이었다. 1935년 서울 구파발에서 태어난 그는 1961년 고(故) 최경자씨가 서울 명동에 설립한 국제복장학원 1기생으로 입학했다. 1962년 서울 반도호텔에서 첫 패션쇼를 열었으며 1964년 당시 최고의 스타였던 신성일·엄앵란 부부의 웨딩드레스를 디자인하면서 명성을 쌓았다. 이어 프랑스 파리,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 이집트 피라미드 앞 등 세계적인 명소에서 수많은 패션쇼를 열어 그의 독창적인 패션을 널리 알렸다. ☞[포토] 국내 남성 패션디자이너 1호 ‘앙드레 김’ 별세 ☞[포토] 하얀 국화에 둘러싸인 ‘앙드레 김’ 장례식 앙드레 김이 패션뿐 아니라 특유의 화법과 흰옷만을 고집한 개인적인 스타일로 유명세를 치른 것은 1992년 이른바 ‘옷로비 사건’ 때문이었다. 국회 청문회 증인으로 나선 자리에서 본명이 알려지면서 곤욕을 겪기도 했으나 그의 말투를 따라하는 연예인들이 생기면서 국민적인 인기를 얻게 됐다. 앙드레 김은 ‘민간 외교사절’로도 활약했다. 앙드레란 이름도 프랑스 외교관이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되려면 부르기 쉬운 외국 이름이 있어야 한다며 붙여준 것. 주한 외교사절을 초청한 패션쇼를 정기적으로 열었을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명소에서 패션쇼를 열어 한국 패션의 아름다움을 선보였다. 그의 쇼는 유행 패션을 선보이는 자리이기보다는 앙드레 김이 가진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미적 감각을 옷으로 표현하는 한 편의 예술적인 영화와도 같았다. 새로운 디자인을 소개하는 패션쇼는 보통 20분이면 끝나지만 앙드레 김은 한 시간 가까이 100벌 이상의 옷을 무대에서 선보였다. 일곱 겹의 색깔이 각각 다른 일명 ‘칠겹 드레스’는 꿈과 환상을 추구한 앙드레 김 예술세계의 결정판이었다. 또 앙드레 김의 패션쇼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배우, 운동 선수, 정치인 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이 무대를 장식했다. 외국 스타로는 마이클 잭슨과 배우 나스타샤 킨스키, 브룩 실즈도 그의 옷을 입었다. 앙드레 김의 패션쇼는 최고의 스타 커플이 웨딩드레스를 입고 이마를 맞대는 장면이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패션쇼의 영화적인 연출은 고인의 영화에 대한 깊은 애정 때문이다. 젊은 시절 그는 ‘비오는 날의 오후 3시’라는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한때 배우를 꿈꾸기도 했다. 2002년 펴낸 회고록 ‘마이 판타지’에 따르면 패션 디자이너의 길을 걷겠다고 결심한 것은 오드리 헵번이 주연한 영화 ‘퍼니 페이스’를 본 뒤였다고 한다. 외국어를 많이 섞어서 쓰는 독특한 말투도 일찍부터 우리나라뿐 아니라 파리, 뉴욕 등 외국에서 패션쇼를 여는 등 한국 패션의 세계화를 위해서였다. 흰색을 가장 좋아하고 ‘완벽한 색’이라고 생각했던 앙드레 김은 평소 흰색 옷만을 고집했다. 패션쇼에서도 노출이 많거나 파격적인 디자인을 피하고 우아하면서도 화려한 한국적인 미를 추구했으며, 외국에서 쇼를 열 때는 현지의 고전적인 디자인과 색깔을 응용했다. 말년의 앙드레 김은 패션뿐만 아니라 보석과 도자기, 속옷, 안경, 가전제품 등 다양한 분야로 ‘앙드레 김’ 브랜드를 잇따라 선보였으며 성공적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그의 마지막 패션쇼가 된 무대는 지난 3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프리뷰 인 차이나 2010-앙드레김 패션 아트 컬렉션’이었다. 당시에도 몸이 불편했지만 직접 무대에 올라 메인 모델로 선 정겨운과 이수경의 연기를 꼼꼼히 지도했다. 앙드레 김은 또 “중국 자금성에서 패션쇼를 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지만 끝내 이루지 못한 꿈이 되고 말았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국민 디자이너’ 앙드레김 별세

    한국을 대표하는 패션 디자이너 앙드레 김(본명 김봉남)씨가 12일 오후 7시25분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 75세. 지난달 말 대장암에 이은 폐렴 증세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온 그는 병세가 악화돼 이날 세상을 떠났다. ☞[포토] 국내 남성 패션디자이너 1호 ‘앙드레 김’ 별세 ☞[포토] 하얀 국화에 둘러싸인 ‘앙드레 김’ 장례식 ‘한국 최초의 남성 디자이너’인 그는 1966년 프랑스 파리에서 국내 디자이너로는 처음으로 패션쇼를 연 것을 시작으로 국내외에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패션 세계를 선보였다. 1977년 대한민국 문화훈장을 받았으며, 2000년에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예술문학훈장을 받았다. 고인의 영결식 및 발인은 16일 오전 6시에 이뤄지며, 상주는 82년 입양한 외아들 중도(30)씨가 맡는다.장지는 충남 천안의 천안공원묘원으로 결정됐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보정속옷으로 밉살 군살 감춰볼까

    보정속옷으로 밉살 군살 감춰볼까

    몸매를 살려주는 보정속옷이 가장 많이 팔리는 계절은 다름 아닌 여름이다. 시원하게 몸매를 드러내는 옷차림이 많다 보니 속옷도 신경 써서 입게 된다. 속옷 브랜드 비비안 측은 6~8월에 보정속옷은 연간 판매량의 42%, 스포츠 브래지어는 45%가 팔린다고 밝혔다. 비비안의 우연실 디자인실장은 “여름에는 얇은 옷 위로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고 군살이 튀어나올 수 있기 때문에 몸매에 더 신경을 쓰게 된다.”며 “더위에는 움직일 때 가슴을 편안하게 감싸주는 스포츠 브래지어와 군살을 감춰주는 얇은 보정 속옷이 인기”라고 설명했다. 스포츠 브래지어의 특징은 가슴을 답답하게 죄는 와이어가 없다는 것이다. 와이어는 브래지어의 가슴 모양 틀을 잡아주는 탄력 있는 쇠심이다. 와이어 덕분에 봉곳하고 예쁜 가슴모양을 만들 수 있지만 잘못된 치수를 입으면 가슴팍에 불그스름한 속옷 자국이 남는다. 한때 실리콘으로 만들어 가슴에 붙이는 누드 브라가 유행이었지만 땀이 배출되지 않고 잘 떨어진다는 치명적 약점 때문에 사용하는 여성이 많이 줄었다. 스포츠 브라는 와이어를 없애고 구멍이 송송 나서 통기성이 좋은 메쉬 소재를 덧대어 시원한 것이 장점이다. 운동할 때 가슴이 흔들리는 것을 막고자 어깨끈이 일반 브래지어보다 넓거나 X자 형태다. 속옷이 가슴을 죄거나 파고드는 느낌이 없어 삼복더위에도 편안하다는 게 관련 제품 출시 업체들의 설명이다. 젤을 넣은 패드를 브래지어 캡에 넣어 가슴이 빈약한 여성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미국 브랜드 원더브라도 신제품(플레이텍스)을 내놓았다. 원단에 스폰지를 겹친 이중소재로 와이어를 쓰지않고도 가슴 모양을 보정해준다. 보정속옷은 처진 엉덩이를 바짝 올려붙이는 거들, 배와 옆구리 살을 정리해주는 올인원· 바디쉐이퍼 등이 있다. 여름용 보정속옷은 얇고 시원한 데다 통풍이 잘 되는 소재인 모노사로 만들어져 갑갑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특히 팬티의 위생기능과 ‘똥배’를 눌러주는 기능을 합한 거들 팬티가 인기다. 살짝 노출되어도 민망하지 않은 빨강, 검정, 호피무늬, 파란 줄무늬 등 화려한 원색 속옷도 여름에 어울린다. 특히 지난 6월 월드컵 기간에는 ‘빨간 속옷’ 판매가 전달보다 60% 증가했다고 리바이스 원더웨어 측은 밝혔다. 붉은 민소매 티셔츠 밑으로 브래지어 끈이 흘러내려도 어색하지 않게 붉은 속옷을 갖춰 입은 여성들이 많았다는 이야기다. 열대야로 고생스러운 여름 밤에는 오히려 잠옷을 잘 갖춰 입고 자는 것이 시원하다. 밤 사이 몸에서 배출되는 땀도 빨아들이고 까슬까슬한 소재에 열을 흡수하는 잠옷을 입으면 죽부인을 안고 자는 것처럼 시원하다. 좋은사람들 마케팅팀의 정현 대리는 “여름에는 얇은 겉옷 속에 입어도 봉제선이 없어 깔끔한 몰드 브라와 가슴선을 예쁘게 드러낼 수 있는 볼륨업 브라를 적절하게 섞어 입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일하는 엄마기자의 요리학원 간보기] ④ 자장면과 탕수육

    [일하는 엄마기자의 요리학원 간보기] ④ 자장면과 탕수육

    한국인의 대표적인 외식 메뉴인 자장면과 탕수육을 집에서 만들어 아이에게 먹이면 좋은 이유는 ‘차이니즈 레스토랑 신드롬’ 때문이다. 화학조미료인 MSG를 많이 쓰는 중국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난 뒤에 구토, 어지럼증, 메스꺼움, 발열 등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 이런 증상을 지칭하는 용어가 생겼다. 요리 선생님은 “백화점에 한때 중국요리 강좌가 많았는데 차이니즈 레스토랑 신드롬 때문에 갑자기 모두 사라졌다.”며 “자장면 한 그릇에 MSG 한 숟가락이 들어간다고 하지만 자장의 원재료인 춘장은 된장처럼 콩으로 만들어 몸에 좋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이나 서울 북창동에서 2㎏짜리 사자표 춘장 한 깡통을 사면 200그릇의 자장면을 만들 수 있다. 춘장을 같은 양의 기름으로 충분히 볶아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쓰면 그때 그때 몸에 좋은 자장면과 자장밥을 먹을 수 있다. 먼저 프라이팬에 기름과 생강을 같이 볶아 향을 낸 다음 돼지고기, 간장, 청주를 넣고 볶다가 수북하게 썬 양파를 같이 볶는다. 양파가 볶아지면 춘장을 넣고 육수(뜨거운 물)를 마음껏 부은 다음 설탕과 치킨베이스(닭고기 맛 분말 양념)로 맛을 낸다. 자장을 걸쭉하고 윤기나게 만들려면 녹말가루를 저어가며 넣어준다. 이렇게 자장을 만들어 삶은 면에 부으면 중국집에서 흔히 먹는 유니 자장면이 된다. 유니 자장면은 수분이 많은 자장면이고 간자장은 수분이 적은 건자장으로 육수를 넣지 않고 볶은 춘장을 얹는다. 유니라는 말은 고기를 잘게 갈아 자박하게 한다는 뜻의 육니(肉泥)에서 유래된 것으로 전해진다. 양파 외에 해삼, 전복, 새우 등 해산물을 넣고 같이 볶으면 삼선자장이 된다. 중국집에서 배달시켜 먹는 탕수육은 한국화된 탕수육이다. 원래 중국식은 흔히 찹쌀 탕수육이라고도 불리는 ‘궈바오러우’(鍋包肉)다. 목에서 음식을 꿀꺽 삼킬 때 나는 의성어인 궈바오러우는 훌훌 삼킬 수 있도록 돼지고기를 튀긴 다음 수분이 많은 양념에 다시 한번 볶는다. 튀김옷으로 전분 대신에 찹쌀가루를 써서 쫄깃한 궈바오러우를 내놓는 중국 음식점이 많아졌다. 집에서 탕수육을 만들 때는 중국집에서처럼 돼지고기를 손가락 길이로 썰지 말고 한입에 넣기 좋은 정사각형으로 썰라고 요리 선생님은 조언했다. 돼지고기를 길게 써는 것은 녹말가루를 많이 묻혀서 음식량이 푸짐해 보이기 위함이란다. 직접 만든 자장면과 탕수육은 중국집에서 먹는 것에 비해 확실히 싱겁고 담백했다. 일부러 선생님의 요리법보다 소금을 2배나 많이 집어넣어도 면에 비비니 맛이 심심해졌다. 수강생들은 “맛이 좀 심심해도 건강에는 좋을 것”이라고 수다를 떨며 맛있게 자장면을 비벼 먹었다. 글 사진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에르메스 “가구디자인 내년 선보일 것”

    에르메스 “가구디자인 내년 선보일 것”

    가방, 옷, 찻잔 등으로 알려졌던 에르메스가 내년에는 가구까지 만들겠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서울 신사동 매장에서 열린 가을·겨울 신상품 발표회장에서다. 지금도 의자 등 작은 가구는 만들고 있지만 내년부터 본격적인 가구 디자인을 선보이겠다는 설명이다. 패션 브랜드에서 토털 리빙 브랜드로 진화하겠다는 야심이 읽혀진다. 이를 반영하듯 에르메스는 발표회장을 베개, 침구 세트, 휴대용 테이블, 아기 용품, 애완동물 가방 등 각종 생활용품으로 정성껏 꾸몄다. 에르메스의 상징 말을 우아하게 새긴 아기 장난감인 ‘은 딸랑이’에서는 패션을 넘어 생활 전체를 디자인하겠다는 프랑스 브랜드의 의욕이 그대로 느껴졌다. 에르메스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종류의 패션 소품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스카프. 올 가을·겨울을 겨냥한 스카프 신상품에는 아라비안나이트부터 그리스 신화, 중국 소수민족의 이야기와 현대 중국 도시의 이미지까지 동서양의 온갖 고전과 전설이 스카프 한 장에 녹아들었다. 특히 중국 작가 띵이가 만든 스카프에는 네온사인과 자동차 불빛이 번쩍이는 현대 중국 도시의 영혼이 담겼다. 에르메스 가문의 6세손인 피에르 알렉시 뒤마가 여행 중에 우연히 만나 디자인을 의뢰했다고 한다. 에르메스의 상징인 켈리 백은 집시에르 백(사진 왼쪽)과 켈리 미니 백으로 진화했다. 한걸음 나아가 집시에르 백은 켈리 백을 어깨에 사선으로 맬 수 있는 크로스 백으로 변화시켰다. 남녀 모두 간편하게 맬 수 있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켈리 미니 백은 금장이나 은장으로 만들었던 가방의 잠금쇠도 검은색으로 마감해 위엄을 강조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실제보다 더 똑똑한 세상 ‘증강현실’

    실제보다 더 똑똑한 세상 ‘증강현실’

    #사례1 올해 다섯 살인 김린양은 아이패드로 동화책을 읽는다. ‘토이 스토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도라도라의 영어나라’ 등이 아이패드로 뗀 책이다. 대부분 영어책이다. 아직은 아이패드용으로 나온 한글책이 별로 없어서다. 그렇다고 김린 어린이가 영어에 능숙한 것은 아니다. 그에게 동화책 보기는 따분한 책 읽기가 아니라 신기한 놀이다. ‘토이 스토리’는 책장이 넘어가는 중간중간 화면에 손가락을 대면 알록달록 색이 칠해지고, ‘이상한’은 아이패드를 흔들면 액정 속의 그림도 따라서 흔들린다. #사례2 갓 두 돌이 지난 민준군은 ‘공룡이 살아있다’ 책을 손에서 놓을 줄 모른다. 공룡 눈동자 부분(AR 마크)을 이리저리 움직여 컴퓨터에 비추면 공룡이 벽력 같은 소리를 지르며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손으로 이것저것 키를 누르면 공룡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펜타케라톱스 수컷끼리 싸움을 붙일 수도 있다. 날아다니는 공룡인 쿠에찰코아툴루스가 날갯짓을 하면 공룡을 잡으려고 자동으로 손을 내민다. 물론 손에 잡히지는 않는다. 마치 진짜 눈 앞에 있는 것처럼 입체적으로(3D) 보이지만 어디까지나 가상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보급이 기폭제 스마트폰 보급이 급속 확산되면서 증강 현실이 생활 속으로 속속 들어오고 있다. 패션계나 길 찾기 프로그램 등에서 일부 활용되던 데서 벗어나 출판계 등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얼마 전 국내 최초로 증강 현실 기법을 책에 접목시킨 삼성당의 ‘공룡이 살아있다’는 비싼 가격(CD 포함 2만 2000원)에도 출시 한 달만에 500부 넘게 팔려 나갔다. 컴퓨터에 웹캠을 설치하고 책에 첨부된 CD 프로그램을 깔아야 하는 부담과 번거로움이 있지만, 아주 어린 아이들도 쉽게 즐길 수 있어 반응이 폭발적이라는 게 출판사 측의 설명이다. ●패션잡지 이어 아동·문학서적까지 최근에는 문학서적으로도 옮겨가는 추세다. 도서출판 푸른숲은 이야기의 즐거움을 담은 외국소설 시리즈 ‘디 아더스’를 펴내면서 책 띠지에 QR(Quick response) 코드를 넣었다. 스마트폰에 이 코드를 비추면 책을 소개하는 동영상과 사진 등을 바로 볼 수 있다. 문주강 삼성당 팀장은 10일 “3D 증강 현실 기법은 인터넷 매체와의 주도권 경쟁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는 출판업계에 새로운 돌파구와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강 현실을 맨먼저 도입한 곳은 유행에 민감한 패션 잡지다. 잡지 표지에 QR 코드를 삽입해 모델이 춤추고 노래 부르는 모습 등의 동영상이 구현되게끔 했다. ‘원조’답게 응용범위도 폭넓다. 초기에는 구치, 샤넬 등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주축이 돼 패션쇼 동영상, 신상품 정보, 브랜드 뉴스 등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어플)으로 제공하는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자라, 바나나 리퍼블릭, MLB 등 중가 브랜드들도 다양한 정보에 재미까지 곁들여 어플을 공급 중이다. 모자로 유명한 스포츠 브랜드 MLB의 ‘트라이 MLB’는 매달 50개의 새로운 모자를 증강 현실을 이용해 써 볼 수 있는 인기서비스다. 바나나 리퍼블릭에서는 옷 잘 입는 법과 각종 쇼핑 정보는 물론 할인 쿠폰까지 앱을 통해 내려받을 수 있다. 보석 브랜드 제이에스티나는 마음에 드는 반지 등을 착용한 사진을 미리 볼 수 있는 증강 현실 메뉴를 내놓았다. ●아이패드용 애플도 눈독 아이패드와 같은 태블릿PC는 화면이 크고 3D 구현도 쉬워 스마트폰에 이어 패션업계가 탐을 내는 마케팅 도구. 역시 구치가 가장 발 빠르게 스마트폰에 이어 아이패드용 어플을 내놓았다. 3D 패션잡지인 엘르 엣진의 이정민 차장은 “초기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유행에 민감한 성향을 지니고 있어 패션계가 발 빠르게 어플을 내놓았고, 앞으로 태블릿PC 시장이 형성되면 한층더 다양한 어플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용어클릭 ●증강 현실(Augmented reality) 실제 현실에 가상의 사물을 합성시켜 3차원(3D)으로 보여주는 것. 응용사례가 늘면서 국내에서도 전문 애플리케이션 개발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 국회의원 원혜영의 아버지와 나

    정치인들이 내는 책은 ‘뻔한 자기자랑’이겠거니 하는 선입견이 먼저 들지만 ‘아버지, 참 좋았다’(비타베아타 펴냄)는 진정성이 느껴진다. 농부로 이 땅에서 최초의 유기농을 실천한 원경선(96)옹과 풀무원식품을 창업했으며 18대 민주당 국회의원으로 활동 중인 원혜영 부자에 대한 이야기다. 책 대부분은 네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며 결국 땅에서 새 생명을 찾은 파란만장한 원경선 옹의 삶을 다루고 있다. 원혜영씨는 1981년 서울 압구정동에 ‘풀무원 무공해 농산물 직판장’을 열었다. 아버지를 비롯한 공동체 식구들이 농사지은 풀무원 농장의 채소, 과일과 우리나라 최초의 유기농 단체인 ‘정농회’ 식구들의 농산물을 팔았다. 하지만 유기농산물 공급이 안정적이지 못해 수지 균형을 맞추고자 콩나물과 두부를 직접 길러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요즘도 주부들이 믿고 선택하는 풀무원 콩나물은 원씨의 아내이자 한국일보 해직기자였던 안정숙 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우물물을 길어 만든 것. 두부도 안 전 위원장이 이유식 두부를 직접 만들던 솜씨로 100% 우리 콩으로 만든 것이었다. 저자는 원씨 부자가 한결같이 지켜 온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니라 옳은 것이 좋은 것이다.”란 믿음을 딱딱하지 않게 전한다. 초등학교 때 학생들이 모두 원했던 ‘등교 때 퇴비로 쓸 풀 한 다발을 뜯어오는 일을 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어 어린이회장이 됐다는 이야기는 슬며시 웃음이 난다. 이때 처음 정치인의 자질을 발견했지만, 당시 그가 내건 공약은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고 한다. 학생운동을 하다 강제 징집당한 원씨는 선임자의 라면 끓이라는 지시에 곰국 끓이듯 정성으로 라면을 끓였다. 면발이 손가락 굵기로 불어터지는 바람에 ‘고문관’ 별명을 얻었고 이후 라면 당번은 줄곧 면했다. 군대에서 만난 사람들은 20년이 넘도록 원씨의 정치적 응원자이자 친구로 남았다. 책의 결론은 아버지가 뿌린 유기농의 씨앗만큼 아들은 아직 민주주의 열매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 유기농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겠다는 저자의 다짐이 믿음직스럽다. 1만 2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가을·겨울 가방&구두 트렌드

    가을·겨울 가방&구두 트렌드

    독일 브랜드 MCM을 한국의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이 인수한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얼마 전 ‘노닥거리는 상류층 여성’을 신랄하게 비판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은 그 김 회장이다. MCM이 올 가을·겨울을 겨냥해 가방 신상품을 내놓았다. 비슷한 시기, 구두로 유명한 스위스 브랜드 발리도 신상품을 발표했다. MCM의 공략 코드는 이중 스타일. 가장 대표적인 ‘코냑 비세토스’(왼쪽) 라인만 하더라도 로고가 새겨진 가죽에 코냑 비세토스를 이중으로 겹친 디자인이다. 마치 아끼는 MCM 가방을 또 다른 가죽 가방으로 보호하는 듯한 느낌이다. 사첼백(작은 손가방), 숄더백(어깨에 메는 가방), 호보백(반달모양 핸드백), 손에 가볍게 드는 지갑 느낌의 클러치 등도 이중 스타일로 나와 선택의 폭을 넓혔다. 맞춤형 전략도 눈에 띈다. 시장에 진출한 35개 국가의 소비자 기호를 나라별로 분석했다. 요즘 패션계의 최대 관심지(hot)인 히말라야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몽골리안 아무르’는 유럽에서만 출시된다. 오톨도톨한 질감의 가죽과 털가죽을 조합시켜 대비감을 극대화했다. 가방 여밈을 세련된 매듭으로 처리한 ‘뉴욕 컬렉션’도 일부 상품은 한국에서 판매되지 않는다. “그레타 가르보 같은 금발의 여배우가 기차를 기다릴 때 어울릴 만한 신발에서 영감을 떠올렸다.”(브라이언 앳우드 발리 수석디자이너)는 발리의 가을·겨울 여성용 부츠(오른쪽)는 다소 혁신적이다. 과장되면서도 여성스러운 느낌을 잃지 않도록 가죽을 잘라냈다. 탤런트 조인성이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 신고 나와 인기를 얻은 남성용 발리 신발은 하이킹 부츠가 강세다. 요즘 다시 유행인 밀리터리룩과도 잘 어울린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일하는 엄마기자의 요리학원 간보기] ③아귀찜과 조개실파전

    [일하는 엄마기자의 요리학원 간보기] ③아귀찜과 조개실파전

    2005년 개봉한 일본 영화 ‘카모메 식당’은 그다지 흥행하지는 않았지만 마니아들이 많다. 핀란드에서 두 명의 일본 여성이 주먹밥을 매개로 연결되어 같이 식당을 하면서 정을 나누는 내용이다. 영화에서 음식감독을 맡았던 이지마 나미는 집에서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요리법 등을 묶어 책(‘라이프’)을 펴내기도 했다. 세 번째 요리수업에서 실습한 메뉴는 아귀찜과 조개실파전. 아귀찜은 같은 양념장으로 꽃게, 낙지, 대구 등 어떤 해물찜을 해도 맛이 난다. 다방면으로 응용 가능한 한국의 대표적인 가정식이다. 선생님은 “아귀는 콜라겐이 많아 피부에 좋은데 생아귀로 찜을 하면 살이 다 녹아버려 먹을 게 없는 단점이 있다.”며 “그냥 집에서 해먹을 때는 3㎏ 이상 되는 큰 냉동아귀를 사서 두세 번에 걸쳐 나눠 먹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아귀찜과 같은 해물찜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콩나물과 미나리다.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콩나물 꼬리를 떼는 장면이다. 선생님은 “숙취를 없애는 콩나물의 아스파라긴산은 꼬리에 가장 많다.”며 “(콩나물) 꼬리를 떼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양념장은 아귀 700g에 고춧가루 4큰술, 다진 마늘 3큰술, 생강즙 1작은술, 설탕 1큰술, 청주 1큰술, 가쓰오부시 가루 1큰술, 그리고 소금과 후추를 약간씩 넣으면 된다. 해물찜의 끈적끈적하고 윤기 나는 양념장의 비결은 녹말가루다. 물과 1대1 배율로 섞은 녹말가루를 엉기지 않게 양념장에 잘 풀어주면 바로 진득해지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해물찜 하면 밖에서 사먹는 음식으로만 여겼는데 의외로 간단했다. 재료 준비를 제외한 요리시간이 10분 남짓이었다. 남은 양념장에 밥을 볶아 먹으면 푸짐한 한 끼 식사가 된다. 조개실파전을 만들 때는 충분히 달궈진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재료를 올린 다음 뒤집개로 꾹꾹 누르지 않는 참을성이 필요하다. 고기를 구울 때처럼 전도 딱 한 번만 뒤집어야 쫄깃한 맛이 살아난다고 선생님은 강조했다. 전을 뒤집으며 옆자리 학생과 ‘간편한 가정식 요리 정보의 절실함’을 얘기하는데 불현듯 ‘카모메 식당’의 한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바캉스룩 3色 아이템

    바캉스룩 3色 아이템

    요즘 명동에 가면 일본인 여성 관광객들이 교복처럼 입은 옷이 있다. 바로 ‘맥시’라고 불리는 긴 원피스다. 비치 드레스라고도 불리는 이 맥시 원피스는 미국 할리우드 스타 앤절리나 졸리가 쌍둥이를 임신했을 때 자주 입어 더 화제가 됐다. 한복처럼 몸매의 결점을 가려줄 뿐 아니라 ‘몸빼’처럼 편한 것이 장점이다. 휴가지에서는 뭐니뭐니해도 반바지에 하와이 분위기가 나는 알록달록 꽃무늬 셔츠가 최고라고 여긴다면 맥시 원피스와 점프 슈트에 눈길을 줘 보자. 국내 유명 디자이너들도 가세, 화려한 무늬(이도이)와 비대칭 어깨로 세련미(지춘희)를 더한 맥시 원피스를 선보였다. 올여름 맥시 원피스의 가장 큰 특징은 치맛단이 끌릴 정도로 길다는 것. 하지만 레드 카펫을 걷는 여배우처럼 치맛자락을 우아하게 잡고 다닐 게 아니라면 긴 치맛단은 거추장스럽다. 이때는 허리에 벨트를 착용하는 것으로 간단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상체와 하체를 분할해 키가 더 커 보이는 효과도 낼 수 있어 일석이조다. 맥시 원피스가 휴가지에서 더욱 주목받는 까닭은 수영복 위에 걸치기만 해도 여신 분위기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피부색이 어둡거나 과감한 기분을 내고 싶다면 선명한 색상에 큰 무늬의 맥시 원피스를 택한다. 체격이 큰 여성은 자잘한 무늬에 단색의 맥시 원피스를 입는 것이 좋다. 신발은 요즘 유행하는 글래디에이터 샌들이나 큐빅이 박힌 화려한 슬리퍼를 신는다. 맥시 원피스만큼 편안하면서도 관능적인 매력까지 뽐낼 수 있는 것이 점프 슈트다. 아래 위가 붙은 바지인 점프 슈트는 정비사들이 입는 옷에서 유래됐다. 1990년 개봉한 영화 ‘사랑과 영혼’에서 데미 무어가 청 점프 슈트의 발랄한 자태를 선보인 이래 진화를 거듭해 온 점프 슈트의 올해 특징은 다양한 길이. 엉덩이선 아래까지 오는 아슬아슬한 길이부터 자신 없는 다리를 감춰주는, 발목까지 오는 점프 슈트까지 있다. 남성들 사이의 ‘휴가지 패션’ 대세는 역시 시원한 줄무늬의 마린룩이다. 흰색에 검정 또는 남색 줄무늬가 선명하게 그려진 티셔츠는 마린룩의 대표주자다. 디자이너 코코 샤넬과 추상화가 피카소도 즐겨 입었던 줄무늬 티셔츠는 세련되면서도 편안하게 휴가를 보낼 수 있는 최고의 옷차림으로 꼽힌다. 김수정 빈폴맨즈 디자인실장은 4일 “영국과 일본 해군 제복에서 영감을 얻은 줄무늬 마린스타일 티셔츠에 남색 반바지를 입으면 깔끔한 느낌을 준다.”며 “여기에 가벼운 소재의 흰색 재킷과 갈색 구두를 함께 갖추면 파티나 공연장에서도 무난하고 품격 있는 옷차림이 된다.”고 조언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6·25는 아물지 않는 내안의 상처”

    “6·25가 난 해도 경인년이었으니 꽃다운 20세에 전쟁을 겪고 어렵게 살아남아 그해가 회갑을 맞는 것까지 봤으니 내 나이가 새삼 징그럽다. 더 지겨운 건 육십 년이 지나도 여전히 아물 줄 모르고 도지는 내 안의 상처이다.” 소설가 박완서씨가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현대문학 펴냄)를 출간했다. 책과 같은 제목의 산문에서 작가는 올해 등단 40주년과 함께 팔순이 된 나이를 ‘징그럽다.’고 밝혔다. 작가에게는 팔순이라는 나이보다 전쟁이 일어난 지 60년이 된 해라는 것이 더 와닿는 듯하다. 그는 전쟁에 대해 “6·25의 경험이 없었으면 내가 소설가가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나도 느끼고 남들도 그렇게 알아줄 정도로 나는 전쟁 경험을 줄기차게 우려먹었고, 앞으로도 할 말이 얼마든지 더 남아 있는 것처럼 느끼곤 한다.”고 고백했다. 또 ‘영원한 현역 소설가’로서 “내가 소설을 통해 구원받았다는 걸 인정하고 소설가인 것에 자부심도 느끼고 있지만 그렇게 말하고 나면 마치 허세를 부린 것처럼 뒷맛이 허전해지곤 한다.”고도 했다. 작가와 ‘국민화가’ 박수근이 미군 매점인 PX에서 함께 근무한 것은 그의 데뷔 소설 ‘나목’을 통해서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PX에서 화가들이 초상화를 그리는 일을 따오는 영업을 하다 전쟁이 끝나기 전에 결혼했던 작가는 남들이 다 알아주는 팔자 좋은 결혼생활이 문득문득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속에는 누더기를 걸치고 겉만 빌려 입은 비단옷으로 번드르르하게 꾸민 것처럼 자신이 한없이 뻔뻔스럽고 구질구질하게 느껴졌다. 실제로 가슴의 통증으로 비명을 삼킬 때도 있었고, 어디 남 안 듣는 곳에 가서 실컷 소리 지르고 싶은 충동이 뭉쳐 병이 될 것 같은 적도 있었다.” 전쟁의 상처, 중산층 여성의 허위의식, 노인의 사랑 등 다양한 주제를 솔직하면서도 정의로운 시각으로 입심 좋게 풀어놓았던 작가의 산문은 역시 명불허전(名不虛傳)이다. 이번 산문집은 2007년 펴낸 ‘호미’ 이후 쓴 글들을 묶은 것이다. 글쓰기를 열망하는 이들에게 박완서씨는 “팔자였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나이 마흔에 소설가로 데뷔해 성공한 작가는 여전히 많은 문청(문학 청년)들에게 희망임을 산문집을 통해 입증하고 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성공하고 싶다면 감정은 가면 뒤에 감추세요

    성공하고 싶다면 감정은 가면 뒤에 감추세요

    사내정치와 직장에서 살아남는 처세술을 다룬 책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 시점은 한국 사회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뒤흔든 외환위기 이후였다. ‘나쁜 보스’(위즈덤하우스 펴냄)는 잔인한 책이지만 누구도 술자리에서조차 세세하게 알려주지 않았던 직장생활의 고수가 되는 법이 상세하게 담겨 있다. ●모든 직장인의 숙명은 토사구팽 지은이 최경춘씨는 17년간 LG 인화원에서 교육을 담당했으며 현재는 조직문화 진단 상담사로 활동 중이다. 풍부한 실례로 가득 찬 ‘나쁜 보스’가 강조하는 바는 모든 직장인의 숙명은 토사구팽이란 것이다. 비행기 승무원, 대형마트나 백화점의 판매 사원, 간호사 등은 현재 자신의 감정 상태가 어떤지 절대로 드러내서는 안 되며, 항상 웃음을 지어야 하는 ‘감정 노동자’로 불린다. 하지만 저자는 상사를 상대해야 하는 모든 직장인은 사실상 ‘감정 노동자’라고 규정한다. 직장인의 3분의2는 직속상사와의 불화로 사표를 생각한다고 한다. 그러나 저자는 모든 상사는 나쁘며, ‘보스는 기본적으로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좋은 보스를 만날 거라는 허황한 기대는 버리고 나쁜 보스를 고객으로 섬기는 편이 차라리 현명한 길이라고 책은 일러준다. 흔히 사내정치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지만, 가정에서도 정치는 이루어진다. 소파에서 가장 좋은 자리 차지하기, TV채널 선택권 등을 둘러싸고 사위와 장모, 며느리와 시어머니 사이에서 정치가 존재한다. 이처럼 모든 조직에서 정치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은 위로 올라갈수록 자리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일수록 정치는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사내정치에서 최고의 고수는 ‘결코 속마음을 내보이지 않고, 자기야말로 중립적이며, 오로지 회사를 위해 헌신한다는 이미지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저자는 설명했다. 또 정치가 없는 곳은 없으니 정치하는 사람을 나쁘다 욕하지만 말고 어떻게 정치와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지 궁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나쁜 보스와 맞서 이기는 법은 뭘까. 저자는 첫째, 감정에 치우쳐서 상대방이 파놓은 함정에 걸려들지 말라고 조언했다. 둘째, 내 감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서 상대방이 내 패를 다 읽어버리게끔 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셋째, 나를 낮추는 ‘불쌍 모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상대방의 마음도 얻고 내가 필요한 것도 얻을 수 있다. 넷째,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빠져 자신의 감정을 지나치게 감추거나 미화해서는 안 된다.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을 기억하라는 게 지은이의 충고다. 1만 2000원. ●직장인의 86가지 문제 해결책 제시 ‘이 회사에서 나만 제정신이야?’(전미옥·이영아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의 지은이는 미국의 갈등해결 전문가인 앨버트 번스타인 박사다. 직장인이 맞닥뜨릴 수 있는 86가지 문제에 대해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회식이 싫다면 ‘딱 세 시간만 가면을 쓰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직장인에게는 회식도 업무의 연장이므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빠진다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1차는 꼭 참석해서 웃고, 이야기하고, 노래하고, 춤추고, 먹으면서 ‘팀플레이어’라는 눈도장을 상사에게 찍어야 한다. 회식 자리에서 사람들에게 말을 걸지 않고 과묵하면 그들은 당신이 자기를 싫어한다고 생각한다. 취미, 가족, 애완동물, 스포츠 등에 대한 잡담으로 흥겨운 분위기를 만든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나쁜 상사만큼 나쁜 동료도 많다. 대표적인 경우가 부정적인 에너지를 퍼뜨리는 비난자와 투덜이들이다. 돈, 교육, 건강, 두려움, 낮은 존재감 등 온갖 문제를 들고 와서 우는소리를 하는 동료가 내 하루를 망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번스타인 박사는 돈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 돈은 절대로 빌려주지 말고 우울증 치료는 의사에게 맡기라고 명쾌하게 결론 내린다. 항상 비난만 하는 사람은 무시하는 것이 상책이다. 부정적인 얘기에도 긍정으로 답하고, 투덜이를 위해서 규칙을 바꿔서는 안 된다. 비난자와 투덜이에게 가장 효과적인 응대는 “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라고 묻는 것. 그들이 모르겠다고 고개를 흔들면 “나도 모르겠네요.”라고 말하면 된다. 1만 3000원. 두 책 모두 회사의 구조조정에서 살아남는 법을 일러주고 있지만 그것이 결국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똑똑한 하녀’가 되는 길이라는 게 서글프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女談餘談] 기자에게 ‘비트’란 /윤창수 문화부 기자

    [女談餘談] 기자에게 ‘비트’란 /윤창수 문화부 기자

    말 만들어 내기 좋아하는 기자들 사이의 요즘 신조어 가운데 ‘조매메’(조선일보·매일경제·메트로)란 것이 있다. 보수적인 성향의 언론을 싸잡아 조중동(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이란 말을 만든 것은 언론 자신이었다. ‘조매메’는 매체의 이념과 상관없이 언론의 영향력, 사원들에게 주는 연봉, 스트레스가 얼마나 적은가 등의 기준으로 기자들끼리 재미삼아 매긴 순위다. 이념은 ‘그따위’가 된 지 오래다. 요즘 직장인들의 최우선 가치는 연봉이다. 교사인 친구는 다른 직장인과 비교하면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린다고 하소연이다. 기자들은 상대적 박탈감에다 생존에 대한 불안감까지 겪고 있다. 언론사라도 적자가 누적되면 별 수 없이 문을 닫는 미국의 기자들은 어떨까. 지난해 한국 언론 최초로 샌프란시스코 트위터 본사와 미국의 파워블로거들을 인터뷰했을 때 그들이 공통으로 한 말은 “신문이란 매체는 사라질지 몰라도 저널리즘과 기자는 영원할 것”이란 거였다. 종이 신문을 아예 없애고 인터넷으로만 뉴스를 보도하는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의 국장은 기자에게 ‘비트’가 뭐냐고 물었다. 그게 뭐냐고 반문했더니 주로 취재하는 전공 분야란다. 11년차 기자지만 그런 건 없고 ‘제너럴리스트’나 ‘올 라운드 플레이어’에 가깝다고 콩글리시로 답했더니 자기네 언론사의 모든 기자들은 비트가 있다며 나도 얼른 찾으라고 말했다. 일본 사람들은 ‘간바레~!’란 말을, 한국 사람들은 ‘파이팅~!’이란 말을 자주 한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이불 속에 파묻혀 있다가 벌떡 일어나야 할 느낌이 든다. 인생은 항상 굴러가는 수레바퀴와 같고 언제나 그 바퀴를 땀 흘리며 굴려야 한다는 자각이 들 때면 새삼스레 ‘밥벌이의 지겨움’이 다가온다. 10년 넘게 조직원으로 살다 보면 신의 직장이니 꿈의 직장이니 하는 말은 허울뿐이란 걸 깨닫게 된다. 자본주의 속에서 개인이란 조직의 구성원일 뿐 회사가 개인의 꿈을 알아주진 않는다. 기자들도 비트 따위란 없다. 뭐든 쓰라면 쓰는 법. 밥벌이의 지겨움을 설파한 소설가 김훈은 대책이 없다고 했다. 대책이 없으니 오늘도 또 꾸역꾸역 노동을 한다. geo@seoul.co.kr
  • 쿨함 vs 유쾌 vs 치유의 3色 연애법

    쿨함 vs 유쾌 vs 치유의 3色 연애법

    ‘다다미 샷’은 일본의 거장 오즈 야스지로(1903~63)가 다다미 방에 앉은 사람의 눈높이에 카메라의 시선을 맞춰서 촬영한 영화 화면으로, 흘러가는 인생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는 듯한 느낌이 든다. ‘사(私)소설’이라 불리며 폄하됐던 일본 소설은 1987년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이후 광범위한 팬층을 확보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요시모토 바나나·에쿠니 가오리·야마다 에이미 등은 일본의 3대 여류작가로 불리며 사소설 영역을 확고히 구축해가고 있다. 주로 연애소설을 쓰는 이들 세 명은 삶에 대한 일본적 자세를 담은 이야기와 작가적 경험을 토대로 한국에서도 독자층을 넓히고 있다. 최근 에쿠니와 야마다의 신작소설이 나란히 한국에서 출간됐다. ‘도쿄 타워’ ‘냉정과 열정 사이’ ‘반짝반짝 빛나는’ 등으로 유명한 에쿠니의 신작 ‘빨간 장화’는 전작에 비해 심심한 편이다. 유부녀와 대학생의 사랑(도쿄 타워)도 아니고 동성애자 남편과 알코올 중독인 아내의 갈등(반짝반짝 빛나는)도 없다. 서로 대화가 통화지 않는 데다 아이도 없는 40대 부부의 이야기다. ‘막장 드라마’에 익숙한 한국의 독자라면 소설을 읽으며 “언제 이혼하는 거야?”라고 궁금할 수도 있겠지만 ‘빨간 장화’는 그저 부부의 일상을 담담하게 좇아간다. 야마다는 ‘돈 없어도 난 우아한 게 좋아’와 ‘추잉껌’ 등 두 편을 한꺼번에 내놓았다. ‘돈 없어도’는 주말 드라마를 보는 듯한 재미가 있다. 마흔두 살 남녀의 철없고도 유쾌한 사랑을 그리고 있다. 남자 사카에는 멀미 때문에 여행을 못 가는 학원 강사이며, 여자 지우는 철학과를 졸업하고 꽃집을 운영한다. 소설 중간 지우는 “삼류소설이 뭐가 나빠서. 난 걸작의 미진한 부분을 메우는 게 삼류 소설이라고 생각하는데. 사람의 일생을 그리려면 양쪽 다 필요해.”라고 말한다. 야마다의 작품은 삼류소설이라기보다 남주인공 사카에가 말하는 ‘페이지 터너’에 더 가깝다. 페이지 터너는 페이지를 자꾸 넘기고 싶게 소설을 쓰는 작가다. ‘추잉껌’은 작가가 나를 그대로 반영한 것은 아니라고는 하지만 미국 뉴욕 출신의 흑인 군인과 결혼한 작가의 경험이 많이 들어갔다. 일본 여성 코코는 클럽에서 만난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바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다. ‘돈 없어도’는 김난주, ‘추잉껌’은 양억관이 번역했다. 두 사람은 부부 번역가다. 일본문학을 주로 번역하는 김난주씨는 26일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이 남녀가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 서로를 보듬어주는 내용이 많아 ‘치유의 소설’로 불리는 반면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에서는 여자가 연애를 해도 영혼은 남자에게 주지않는 ‘쿨한 태도’를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야마다 에이미는 훨씬 극적이고 유쾌하고 진지한 연애소설을 쓴다고 분석했다. 김씨는 “색깔은 저마다 다르지만 여성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다룬 연애소설로 일본 문학의 인기를 견인하는 것은 세 사람의 공통점”이라고 덧붙였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작업의 기술 똑같네 2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작업의 기술 똑같네 2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단지 원형경기장에서 검투사의 전투를 관람하는 것이 극장에서 3차원(3D) 영화를 보는 것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전쟁에서 승리한 카이사르와 군인들의 개선 행렬을 구경하면서 짝을 찾던 남녀가 이제는 시청 앞에서 빨간 티셔츠를 입고 월드컵 축구 경기를 구경하다 눈을 맞춘다.” ●21세기엔 자동차… 당시엔 배·마차 “사랑의 기술에 서투른 사람이 있는가? 그렇다면 이 책을 읽고 사랑의 달인이 되길 바란다. 배는 돛과 노만 있으면 움직이는 것 같지만 기술이 있어야 제대로 운전할 수 있다. 마차도 기술이 있어야 잘 몰 수 있다. 마찬가지로 사랑의 신 에로스도 기술이 있어야 잘 부릴 수 있다.” 2000년 전에 출판된 ‘사랑의 기술’(에버리치홀딩스 펴냄) 서문이지만 지금 읽어도 손색없는 ‘작업의 정석’이다. 배와 마차를 자동차로 바꾸면 지금 당장 ‘먹히는 기술’들을 줄줄이 소개한다. 저자인 오비디우스(BC 43~AD 17)는 이탈리아 기사 가문의 아들로 태어났다. 법관으로 관료 생활을 했으나 BC 8년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사랑의 기술’이 너무 선정적이라며 금서로 지정하고, 오비디우스를 로마에서 추방했다. 평역은 ‘그리스 로마 신화와 서양 신화’를 공동 저술한 김원익씨가 맡았다. ‘사랑의 기술’이란 제목으로 많은 책이 나왔지만 가장 유명한 것은 철학자 에리히 프롬의 저술이다. 프롬의 책이 올해 출간 60주년인데 2000년 전에도 같은 제목으로 책이 나온 걸 보면 사랑이란 예나 지금이나 힘든 것인가 싶다. 만화 ‘마스터 키튼’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마음이 통했다고 하는 건 환상에 불과해. 사람은 평생 자기라고 하는 우주에서 벗어날 수 없어.” ●“너무 선정적” 아우구스투스 금서로 지정 남자, 여자 단지 두 종류인 인간이지만 유전적으로 서로 이해하기 어려운 대상이기에 로마 시대 사람들조차 사랑의 기술을 필요로 했던 것일까. 오비디우스는 프롬처럼 철학적이기보다는 실질적인 사랑의 기술을 가르쳐 준다. 남녀의 사랑은 2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단지 원형경기장에서 검투사의 전투를 관람하는 것이 극장에서 3차원(3D) 영화를 보는 것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전쟁에서 승리한 카이사르와 군인들의 개선 행렬을 구경하면서 짝을 찾던 남녀가 이제는 시청 앞에서 빨간 티셔츠를 입고 월드컵 축구 경기를 구경하다 눈을 맞춘다. 오비디우스가 소개하는 여자의 마음을 사는 법은 다음과 같다. ‘작업’ 성공률이 높은 장소인 극장, 경마장, 검투장 등으로 가서 마음에 드는 여자를 찾으면 선물과 편지를 자주 보내고, 그 여자의 최측근을 활용하라. 사랑에 빠진 척하며 가슴에 깊은 상처를 안은 것처럼 이야기하라. 무슨 수를 쓰더라도 상대방이 네 말을 믿게 하라.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끊임없이 칭찬하라. 약속할 때면 신이든 부모님이든 아무나 증인으로 내세워라. 이렇게 힘들게 얻은 사랑을 잃지 않으려면 부드럽고 온화하게 행동하고 노예처럼 복종하며 ‘속도 조절’도 하라고 오비디우스는 조언했다. 남자의 마음을 얻기 위한 기술도 물론 있다. “몸 관리는 필수적이다. 화장은 혼자서 은밀하게 하라. 신체의 단점은 감추라. 노래와 시와 춤을 겸비하라. 남자의 애를 태워라. 쉽게 허락하지 마라. 남자의 맞수를 활용하라….” ‘친절한’ 오비디우스는 사랑이 깨지고 난 뒤의 치유법도 일러준다. “먼저 굳게 결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랑의 열병은 초기에 잡아라. 한가로움을 피해 바쁜 일을 찾아라. 여자에게 당한 일들을 상기하라. 여자의 신체적 단점을 찾아내라. 한꺼번에 두세 명 다른 여자를 만나 사랑의 열병을 식혀라. 떠나간 여자를 더 예쁜 여자와 비교하라. 여자와의 추억이 깃든 곳은 무조건 피하라….” ●작가 오비디우스 두번의 이혼 세번의 결혼 희대의 대문호가 목숨과 명예를 걸고 쓴 연애론인데 요즘 써먹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내용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오비디우스는 생전에 세 번 결혼하고, 두 번 이혼했다고 한다. 1만 6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오빠’의 미발표 단편 모음

    ‘오빠’의 미발표 단편 모음

    오빠가 돌아왔다. 오빠의 이름은 김영하(42). 소설가다. 소설가에게 오빠라는 호칭은 어쭙잖아 보이지만 김영하는 ‘새로운 세대, 가장 젊은 감각을 대변하는 작가’로 불린다. 한국 문단에서 오빠라는 호칭이 어울리는 거의 유일한 작가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문학동네 펴냄)는 그가 ‘오빠가 돌아왔다’(창작과비평 펴냄)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소설집이다. 그동안 ‘빛의 제국’ ‘퀴즈쇼’ 등의 장편을 꾸준히 출간했지만 이번에는 페이지가 넘어가는 것이 아까워서 야금야금 읽을 정도로 재미난 단편소설 13편을 담았다. 소설집의 특징은 문학계간지 등에 실린 적이 거의 없는 미발표작을 주로 묶었다는 것. 김영하는 “작가가 되고 나서 한동안 문예지 청탁을 받고 마감에 맞춰 단편을 썼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누가 ‘발주’해서 쓰는 소설보다는 시간 날 때마다 쓰고 싶은 것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13편 가운데 ‘오늘의 커피’는 서울 광화문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다가 그곳에서 일어날 만한 일을 상상해서 쓴 작품이라고 한다. 장편 ‘퀴즈쇼’에서 88만원 세대라 불리는 요즘 젊은이들의 감성을 담아냈던 작가의 감각은 단편소설 속에서 훨씬 예리하고 생생하다. 빚 때문에 사장의 부당한 요구를 들어주는 여행사 여직원(‘로봇’), 결혼을 앞두고 전 남자친구에게 납치당한 여자(‘여행’), 유학 온 일본 남성을 짝사랑하는 여자(‘마코토’) 등 젊은 여성들의 가치관과 연애관을 읽어내는 데도 탁월하다. 국문학과 대학원에서 모든 한국 여성의 사랑을 받는 사랑스러운 일본 남성 마코토를 묘사한 대목에서는 쿡쿡 웃음이 새어나온다. 마돈나는 항상 젊은 세대를 겨냥한 음악을 발표하고 그들의 감성을 선도하고자 했기에 지금까지 건재하다. 동시대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재미난 이야기를 던지는 작가이기에 그의 앞날이 더 기대된다. 1년7개월간 캐나다에서 머물다 지난 연말에 귀국했다는 김영하는 가을쯤 미국 뉴욕으로 가서 머물 예정이라고 한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가족과 함께 떠나는 캠핑 따라잡기

    가족과 함께 떠나는 캠핑 따라잡기

    자연과 함께하는 캠핑이 인기다. ‘야생 버라이어티’를 외치는 오락 프로그램 ‘1박2일’도 캠핑 붐을 조성하는 데 한몫했다. 처음 캠핑을 시작할 때는 텐트, 조리기구, 침낭, 해먹 등 장비를 모두 마련해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 하지만 자연을 즐기는 마음과 함께하는 가족, 친구가 있다면 야생 생활의 불편함은 오히려 행복이 된다. 특히 평일에 바쁜 아버지는 주말에 자연에 묻혀 텐트를 치고 물고기를 잡아 찌개를 끓이면서 아이들과 유대감을 키울 수 있다. 인터넷 카페 ‘캠핑&바베큐’(cafe.naver.com/campingnbbq)에서 아이디 ‘희주아빠’로 활동 중인 류진기씨는 23일 “여덟 살 때부터 같이 캠핑하러 다니던 딸 희주가 벌써 열한 살이 됐다.”며 “함께 캠핑을 하면서 얻은 즐거움은 딸과의 대화”라고 말했다. 솔바람이 불어오는 숲과 시원한 강변,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을 마주하면 가슴 속에 묻어 두었던 이야기도 술술 풀린다. 아이는 캠핑 생활을 통해 독립정신을 키우고 사회성도 기를 수 있다. ‘캠핑&바베큐’ 운영자이자 ‘잇츠 캠핑’의 저자인 성연재씨는 “캠핑을 가기 전에 자연과 떨어져 있던 아이들에게 간단한 교육을 하는 것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해충, 독충, 뱀, 야생동물 등의 위험을 알려주고 일기장, 동화책, 숙제 등을 꼼꼼히 챙겨 야영장에서의 느낌을 기록할 수 있도록 돕는다. 캠핑이 조금 익숙해지면 아이들이 지루해할 수 있으므로 주변의 박물관, 체험학습장, 산, 재래시장 등을 미리 파악해 두면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인근에 체험 학습장, 수영시설 등을 갖춘 경기 평택 하나농장,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 서곡캠핑장 등이 아이들과 함께 가기에 좋은 곳으로 꼽힌다. 서울 인근에도 과천 서울대공원, 난지한강공원, 둔촌동 강동그린웨이, 난지도길 노을공원 등에 캠핑장이 있다. 지난 22일부터 망우동 야산도 ‘중랑캠핑숲’으로 변신했다. 영유아를 동반한 가족들에게 추천하는 깨끗한 야영장으로는 경기 포천 물소리캠핑장, 가평 푸름유원지, 평창 아트인아일랜드 캠핑장, 강원 원주 들꽃마을농원 캠핑장 등이 있다. 캠핑 고수들은 한목소리로 모든 장비를 한꺼번에 다 살 필요는 없다고 강조한다. LG패션 라푸마의 설주택 차장은 “캠핑 용품은 한 번 사면 오래 쓰므로 직접 매장을 찾아 눈으로 확인하고 구입하는 것이 좋으며 사후 수리가 제대로 되는지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캠핑의 필수품은 텐트와 타프(그늘막), 테이블 세트, 매트 등이다. 캠핑의 중심은 텐트. 텐트의 생명은 통기성과 방수성이다. K2의 신윤호 용품기획 팀장은 “움직임이 많은 아이와 함께라면 넉넉한 크기의 텐트가 좋다.”고 조언했다. 텐트가 잠자리라면 타프는 생활공간을 마련해 준다. 4인 이하 가족이라면 부피가 큰 스퀘어(사각) 타프보다는 바람에 강한 헥사(육각) 타프로도 충분하다. 파라솔을 설치할 수 있는 테이블 세트를 야외 생활의 필수품으로 꼽는 캠핑 마니아들이 많다. 아이용으로 도라에몽 같은 캐릭터가 새겨지고 팔걸이가 있는 귀여운 휴대의자도 있다. 타프를 설치했다면 파라솔 없이 의자만 그늘막 아래 놓고 앉아도 여유로운 기분을 즐길 수 있다. 여름 침낭은 집에서 쓰던 담요로도 충분하며 버너와 코펠도 꼭 살 필요는 없다. 하지만 랜턴과 구급약품은 반드시 챙겨야 한다. 캠핑장에서 전기를 연결할 릴선과 휴대용 라디오도 가져가는 것이 좋다. 여기에다 ‘국민 해먹’이라 불리는 면으로 된 레인보 해먹을 나무기둥 사이에 매달아 주면 ‘능력 있는 아빠’로 등극할 수 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일하는 엄마기자의 요리학원 간보기] ②참치 날치알 회덮밥·두부샐러드

    [일하는 엄마기자의 요리학원 간보기] ②참치 날치알 회덮밥·두부샐러드

    사람마다 요리하는 스타일도 천차만별이다. 자취생으로 처음 요리를 시작할 때는 TV 요리 프로그램이나 요리책에 나오는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해야 맛이 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어머니를 비롯한 대부분 사람은 그저 감으로 맛을 냈다. 한 친구는 도마를 사용하지 않았다. 요리를 할 때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게 바로 채 썰기, 깍둑 썰기 등 재료를 준비하고 써는 것이다. 그는 재료 대부분을 통째로 익혔다. 썰기가 필요할 때는 자그마한 만능 칼로 손바닥 위에 감자나 양파를 놓고 대충 잘랐다. 또 다른 친구는 칼 대신 가위를 썼다. 칼로 잘라야 할 음식 재료를 그는 죄다 가위로 해결했다. 도마를 쓰지 않으니 부엌이 넓고 요리하는 속도도 났다. 두 친구는 당시 싱글이었고 빨리 혼자 먹을 밥상을 차리는 데 도가 튼 사람들이었다. 두 번째 요리수업 시간에 배운 메뉴는 참치 날치알 회덮밥과 오리엔탈 두부 샐러드. 회덮밥 위에 고명으로 올리는 김을 구울 때를 빼면 전혀 불을 쓸 필요가 없어 여름 요리로 그만이다. 게다가 생야채를 그대로 먹으니 요리에 걸리는 시간도 볶거나 굽는 요리와 비교하면 절반밖에 들지 않는다. 선생님은 “집들이나 생일잔치 등을 집에서 할 때 한국 사람들은 탄수화물이 빠지면 아무리 예쁘고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허전해한다.”며 “포만감은 들지 않고 보기에 예쁜 회덮밥은 이럴 때 안성맞춤”이라고 귀띔했다. 비슷한 비빔밥은 채소와 고기, 계란 등 재료를 일일이 볶거나 구워야 하기 때문에 손이 회덮밥보다 두 배는 많이 간다. 회덮밥은 오이, 깻잎, 적채, 쑥갓, 무순 등의 채를 썬 생야채에다 냉동 참치회와 날치알, 초고추장을 곁들이면 된다. 이때 참치회에는 참기름을, 날치알에는 청주를 살짝 뿌리면 쉽게 상하는 것을 막고 비린내를 제거할 수 있단다. 두부샐러드 역시 ‘초간단’ 요리다. 생식용으로 나온 두부에다 회덮밥에 넣은 채소를 적당히 얹으면 된다. 맛의 비밀은 간장소스. 두부 한 모에 간장 2큰술, 설탕 2큰술, 물엿 2큰술, 사과식초 4큰술, 다진 양파 2큰술, 깨소금 2큰술, 참기름 1큰술을 섞으니 맛있는 간장 소스가 완성됐다. 첫 번째 수업에서 배운 불고기 월남쌈을 해 본 사람이 있느냐고 선생님이 묻자 수강생 9명 가운데 1명만 손을 들었다. 대학생은 아르바이트하느라, ‘워킹맘’은 주말에 외식하느라 시간이 없었단다. 집 밥 해먹기 어려운 세상이다. 글 사진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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