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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 가을엔 부드러운 낙타 색깔 패션을”

    “올 가을엔 부드러운 낙타 색깔 패션을”

    “H&M은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합니다. 1호점 근처인 서울 명동 중앙길에 2호점을 낸 것은 H&M이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매장을 운영하는지 보여주고 싶어서입니다.” 서울 명동의 외국 스파(SPA) 브랜드 전쟁이 16일 문을 여는 H&M 2호점으로 더욱 격화됐다. 빠른 제조와 유통을 특징으로 하는 스파 브랜드는 스웨덴의 H&M을 비롯해 일본의 유니클로, 스페인의 자라 등이 명동에 모두 매장을 내고 경쟁 중이다. 15일 2호점 매장에서 만난 한스 안데르손 H&M코리아 지사장은 “내년 봄부터 여러 개의 매장을 더 열 예정”이라며 “서울 여의도 IFC몰에도 내년 가을쯤 매장이 들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2호점을 1호점 인근에 낸 것은 탈의실 앞에 늘어서는 장사진을 없애 고객 편의를 확보하려는 이유도 있다. 2호점 매장의 지하 1층은 탈의실과 휴식공간으로 꾸며졌다. 안데르손 지사장은 “한국 패션은 신선하고 독창적이며 (명동) 눈스퀘어 5층에 있는 젊은 한국 디자이너들의 패션을 좋아한다.”며 “이미 2명의 한국 디자이너가 H&M에서 일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1호점이 아이들 옷도 파는 가족 중심형 매장이라면 2호점은 젊은 층을 겨냥했다. 올 가을 H&M이 제안하는 패션 코드는 1980년대 디스코 열풍에서 영감을 얻은 스타일과 부드러운 낙타 색깔 등이 한데 어우러진 패션이다. 격전장에 매장을 잇따라 낸 것과 관련, 안데르손 지사장은 “스포츠 경기도 경쟁자가 많아야 관중이 많듯 명동에는 좋은 경쟁자가 많아서 좋다.”며 “조건만 맞으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안에 매장을 내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정구호 제일모직 전무 ‘주목해야할 9명의 디자이너’에 뽑혀

    정구호 제일모직 전무 ‘주목해야할 9명의 디자이너’에 뽑혀

    제일모직의 정구호(48) 전무가 14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11년 봄·여름 뉴욕 컬렉션에서 두 번째 패션쇼 무대를 선보이며 차세대 디자이너로 주목받았다. 지난봄 ‘헥사바이구호’란 브랜드로 뉴욕 컬렉션에서 종교적인 옷을 선보이며 성공적인 데뷔를 했던 정 전무는 이번 쇼를 통해 뉴욕의 패션 명사들로부터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 뉴욕매거진(www.nymag.com)은 이번 컬렉션에 참여한 100여명의 디자이너 가운데 주목해야 할 9명의 디자이너 중 한 사람으로 정 전무를 추천했다. 뉴욕매거진은 “금욕적인 색깔과 해체에 초점을 맞춘 구호의 디자인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여성스러운 패션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고 소개했다. 내년 봄·여름을 겨냥한 ‘헥사바이구호’의 디자인은 해부학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인체의 신경과 근육 조직을 섬세한 원단 주름으로 표현했다. 인대의 유기적인 연결을 떠올리게끔 하는 새로운 실루엣과 독특한 레이어링(겹쳐 입기) 패션이 특징이다.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본질인 ‘몸’을 새로운 패션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제일모직의 디자이너들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해부학 책을 공수해 수개월 동안 근육과 신경 조직을 공부했다고 한다. 뉴욕 최고의 남성복 디자이너 톰 브라운을 비롯해 200여명의 뉴욕 패션인사들이 ‘헥사바이구호’의 패션쇼를 참관했다. ‘헥사바이구호’의 옷은 서울 청담동의 제일모직이 운영하는 복합 문화공간 ‘10 꼬르소 꼬모’에서 만나볼 수 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아이들이 평생 음악 사랑하며 살도록 해주세요”

    “아이들이 평생 음악 사랑하며 살도록 해주세요”

    목소리마저 첼로를 닮은 첼리스트 정명화(66)씨가 처음 책을 냈다. ‘노래하지 않는 피아노’(비룡소 펴냄)는 그림책이다. 두 딸을 둔 어머니이자 여덟 살, 네 살, 한 살배기 손자를 둔 할머니로서 정명화의 일생이 오롯이 담겼다. ●“내게 가장 소중한 음악과 아이 담아”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13일 열린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정씨는 “책에는 제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두 가지인 음악과 아이가 담겨 있다.”고 소개했다. 그림책에 실린 원화는 같은 장소에서 다음 달 3일까지 전시된다. 책의 주인공은 꽃별과 꽃샘. 고(故) 문익환 목사가 지은 정씨의 두 딸 이름이다. 피아노 학원만 가면 가슴이 답답해지는 꽃별은 음악 같은 건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소원을 빈다. 과연 꽃별이의 소원대로 음악이 사라진 세상은 어떻게 변했을까. 정씨는 “어렸을 때는 연습이 지루하기 마련이다. 음악을 전공하지 않더라도 평생 음악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엄마가 아이들의 성격을 잘 파악해서 음악을 포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곱 형제 모두 피아노를 배웠고, 두 딸에게 피아노를 가르쳤으며, 수많은 제자를 자녀처럼 돌보는 세계적인 첼리스트의 수십 년 경험담이 그림책 한 권에 녹아 있다. 그림책의 제목이 첼로 대신 피아노인 까닭은 악기의 근본이 피아노이기 때문이다. 그가 첼로를 가장 오랫동안 놓았던 경험은 고작 일주일. 하루도 첼로 연습을 하지 않으면 손가락 감각이 달라져 어디를 가든 가지고 다닌단다. 30대에 접어들어 음악적 내면을 성숙시키는 것이 힘들어 첼로 연습을 중단했을 때에도 “엄마, 첼로 왜 안 해.”라고 말하는 딸 덕에 다시 악기를 잡을 수 있었다. ●책의 인세는 유니세프에 기증 책의 그림은 ‘책거리 그림’과 ‘미채산수도’로 알려진 김지혜씨가 2년여에 걸쳐 완성했다. 신비로우면서도 오밀조밀한 소품들이 가득 찬 그림은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겁다. 전시장에 나온 원화는 이미 모두 팔렸다. 책의 인세는 한국 유니세프에 기증할 예정이다. 정씨는 “일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죠. 아이들에게 어떻게 해서든 음악에 대한 흥미가 끊기지 않도록 하는 것은 부모의 책임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여성판 21세기 ‘킨제이 보고서’

    “그 남자가 풍기는 냄새와 눈빛에 끌렸습니다.” “하고 나면 편두통이 싹 사라져요.” “신과 합일하는 느낌을 얻을 수 있어요.” “남자가 춤을 잘 추면 침대에서도 끝내준다는 속설이 사실인지 확인하고 싶었어요.” “다른 애들의 부러움을 사려고 우리 대학 최고의 인기남과 잤어요.” 이상은 ‘여자가 섹스를 하는 237가지 이유’(정병선 옮김, 사이언스 북스 펴냄)의 일부분이다. 저자인 신디 메스턴과 데이비드 버스는 미국 오스틴 소재 텍사스대학교의 심리학과 교수다. 메스턴은 여성의 성애와 관련된 심리 생리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진화 심리학자인 버스는 인간의 짝짓기 전략을 연구하는 1급 과학자로 두 사람은 여성의 성애에 관한 연구를 하는 데 있어 완벽한 한 쌍이다. 메스턴과 버스는 ‘여자는 왜 섹스를 하는가.’와 같은 중요한 주제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모두가 즐거움을 누리고자, 사랑을 표출하기 위해, 그리고 번식을 목적으로 섹스한다고, 즉 이미 답을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가 5년간 3000명이 넘는 여성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섹스를 하는 이유는 적어도 237가지가 넘었다. 이 동기들은 세속적인 것(“지루해서요.”)에서 영적인 것(“신과 더 가까워지고 싶었습니다.”)에 이르렀으며 이타적인 것(“내 남자가 스스로 만족감을 느끼게 해 주고 싶었다.”)에서 복수심에 불타는 것(“나 몰래 바람을 피운 남편을 응징하고 싶었다.”)까지 다양했다. 책은 이러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여성들이 실제 생활에서 겪는 성적 만남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성에 관한 연구인 성 과학(sexology)이 내놓은 가장 유명한 보고서는 1940~50년대에 나온 ‘킨제이 보고서’다. 인류의 성 활동을 채집한 사상 최대 규모의 조사 연구서다. ‘여자가 섹스를’은 여성판 ‘킨제이 보고서’인 셈이다. 두 과학자는 2006년 6월부터 2009년 4월까지 킨제이 연구진처럼 면접 조사를 한 것이 아니라 온라인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저자들은 “성 활동과 관련된 의사 결정을 하는 데 있어서 이 책이 눈 밝은 안내자가 되어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물론 두 과학자는 여성 잡지에 나오는 많은 성 관련 기사처럼 ‘성 지침서’로 책을 쓴 것은 아니다. 흔히 ‘떡 친구’로 묘사되는, 데이트 따위는 필요없이 섹스만 하는 관계에서 여성들이 어떤 결말에 이르는지 통계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여성의 미묘한 성 심리에 대한 새로운 렌즈를 제공한다. 1만 8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옷 사기 전에 먼저 ‘입어’보세요

    패션 그룹 신원이 증강 현실(AR·Augmented Reality) 기술을 활용해 ‘가상 탈의실’ 서비스를 제공하는 패션 전문 온라인 쇼핑몰 ‘스타일아이디’(www.styleid.co.kr)를 지난 6일 열었다. 스타일아이디는 베스띠벨리, 씨, 비키, 지이크 등 신원의 모든 브랜드와 국내 패션 제품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패션 종합몰. 온라인 쇼핑몰로는 국내 최초로 AR 기술을 활용한 ‘가상 탈의실’ 서비스를 도입한 점이 눈에 띈다. 기존에 선보였던 온라인 상의 옷 입기 서비스는 이미 찍어 놓은 사진이나 아바타에 옷의 이미지를 입히는 합성 사진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신원에서 선보이는 가상 탈의실 서비스는 거울에 비치는 모습과 거의 흡사한 자신의 영상에 옷을 입히고 제품의 다양한 정보를 추가로 확인할 수 있다. 박성철 신원 회장은 “옷을 착용해 보지 못한다는 온라인 쇼핑의 최대 약점이 스타일아이디를 통해 많이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며 “가상 탈의실은 소비자의 시간과 공간 등의 거리감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옷을 산 뒤 교환이나 환불을 요청하는 소비자 불만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스타일아이디는 현직 패션 디자이너의 옷 입기 제안이나 패션 정보 등을 제공하는 ‘스토리텔링 쇼핑몰’로 쇼핑의 즐거움도 더해준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좌절하고… 열망하고… 방황하고…

    “난 드라마에 나오는 재벌가의 딸도 아니고, 대단한 얼짱도 아니다. 명문대가 보장된 수재도 아니고, 단번에 스타가 될 재능도 없다. 하지만 난 이렇게 나를 잘 알고 있고, 나를 아는 만큼 노력한다. 지금의 나를 위해, 먼 미래의 나를 위해…” ‘열네 살이 어때서?’(홍익출판사 펴냄)는 ‘인터넷 교보’에 연재되는 동안 청소년 독자들과 학부모, 교사들로부터 아낌없는 찬사를 받은 작품이다. 신춘문예로 등단한 저자 노경실은 ‘상계동 아이들’ ‘복실이네 가족사진’ ‘철수는 철수다’ 등의 청소년소설을 통해 이 시대 우리 어린이들과 청소년의 마음을 가장 훌륭하게 표현하는 작가로 활동 중이다. 노경실 작가가 처음 낸 성장소설 ‘열네 살이 어때서?’의 주인공 김연주는 아이돌 가수가 되겠다며 연예인에 열광하는 평범한 열네 살 소녀다. 공부에 지치고, 친구들과의 경쟁에 치이고, 어른들이 강요하는 숱한 의무에 시달리는 등 좌절의 연속이면서도 가슴속 열망에 매달리는 연주의 방황은 오늘을 사는 모든 10대 아이들의 살아가는 모습 그대로다. 하지만 연주의 방황은 모두의 가슴을 안정시키며 미래를 위한 노력으로 끝난다. 브래지어 사이즈도 75A에서 80B로 한 뼘 더 자란다. 노경실의 성장소설이 가진 미덕은 요즘 아이들의 생각과 행동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집요하게 확대하여 추적하면서도 한순간도 아이들에 대한 도타운 애정을 잃지 않는다는 점. 중간중간 삽입된 연주의 메모는 실제 청소년들의 비밀 일기장을 들춰보는 것처럼 생생하다. 열네 살 연주의 일상과 고민이 삶에 찌든 어른들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은 놀랍다. 지나버린 열네 살이 기억이 안 날 만큼 까마득한 사람도, 이제 열네 살의 징검다리를 껑충거리며 건너고 있을 진짜 열네 살도 오늘을 사는 이유와 꿈이라는 것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르고 헤매는 것은 똑같다. 인간은 죽을 때까지 늙는 것이 아니라 성장을 하는지도 모른다. 청소년 성장소설이라 이름 붙었지만 누구에게든 인생에서 생각할 쉼표를 던져주는 책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디자이너·브랜드가 만나면 뭔가 달라!

    디자이너·브랜드가 만나면 뭔가 달라!

    올해 패션계 최고의 유행어 가운데 하나는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협업)이다. 브랜드와 디자이너, 작가 또는 스타가 만난 공동작업은 몇 년 전부터 패션계의 중요한 마케팅 기법이었지만 최근 들어 의외의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컬래버레이션으로 가장 덕을 많이 본 브랜드 가운데 하나는 스웨덴의 글로벌 브랜드 H&M이다. H&M은 지난 2월 서울 명동에 한국 1호 매장을 열면서 ‘니트의 여왕’이라 불리는 프랑스 디자이너 소니아 리키엘과의 협업으로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매장이 문을 열자마자 소니아 리키엘이 디자인한 니트 상의와 원피스 등이 30분 만에 눈 깜짝할 사이 팔려나간 것. 백화점에서는 100만원 안팎인 소니아 리키엘의 니트가 10분의1 값인 10만원대에 나왔으니 앞다퉈 집어가기 바빴다. ●가격 착해지고 감각은 오르고 오는 11월23일 세계적으로 동시 판매가 시작되는 H&M의 또 다른 협업은 프랑스 브랜드 ‘랑방’과 이루어진다. 디자이너 잔 랑방은 코코 샤넬과 함께 프랑스 패션의 양대 산맥을 형성했던 인물. 지난해 방송된 패션잡지의 세계를 다룬 드라마 ‘스타일’에서 여주인공 김혜수가 자주 선보인 브랜드이기도 하다. 랑방의 디자이너 알버 엘바즈와 루카스 오센드라이브는 “H&M은 컬래버레이션을 요청하며 그저 더 싼 옷이 아니라 랑방이 창조한 패션에 대한 꿈을 더 넓은 소비자층이 접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밝혔다. H&M코리아의 정해진 실장은 10일 “H&M과 랑방이 협업한 제품의 가격도 기존 디자이너 브랜드의 10분의1 정도로 저렴할 것”이라며 “여성뿐 아니라 남성 제품도 출시되며 수량을 훨씬 더 많이 확보해 소니아 리키엘 때보다는 구입 경쟁이 덜할 듯하다.”고 설명했다. H&M 2호점은 오는 16일 서울 명동 중앙길에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문을 연다. 스포츠 브랜드 역시 활발한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하고 있다. 대표 주자는 푸마다. 동대문에서 시작해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까지 진출한 최범석(33)과의 협업 제품을 지난 3일 선보였다. 최씨는 ‘제너럴 아이디어’라는 브랜드를 이끌고 있는 디자이너. 그가 디자인한 푸마 운동화는 끈이 아니라 등산화처럼 단추를 돌려 신고 벗는 제품이다. 1992년 푸마가 처음 선보였던 디스크 블레이즈는 신발끈을 풀고 묶는 불편함을 없앤 혁신적 제품이었다. 여기에 최범석은 그만의 타이포그래피(서체 디자인)를 덧붙였다. 최범석은 “내가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였던 록 그룹 들국화의 첫 앨범, 클럽 파티 등을 묘사하는 단어로 타이포그래피를 고안했다.”고 밝혔다. 그가 만든 타이포그래피는 신발 디스크 블레이즈와 모자가 달린 셔츠에 담겼다. 나이키, 아디다스, 리복 등 경쟁 브랜드에 밀렸던 푸마는 질 샌더, 알렉산더 매퀸 등 디자이너와의 협업으로 예술적인 운동화를 선보이면서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푸마·리복 등 스포츠브랜드·디자이너와 만남 리복도 지난달 27일부터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손잡고 스포츠 의류와 신발 등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아르마니는 올 초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속옷만을 입은 남성 모델이 운동화를 착용하고 무대를 걷는 것으로 패션쇼를 마무리해 리복과의 컬래버레이션에 대한 기대감을 자아냈다. 한국에서는 리복 이태원 매장에서만 판매되는 아르마니와 리복의 협업 제품은 운동화 ‘펌프 빈티지 미드’가 37만 7000원으로 비교적 고가라 소비자 반응이 폭발적이진 않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왜 아프리카 음식점은 없을까

    왜 아프리카 음식점은 없을까

    “그 빌어먹을 인류학 프로젝트를 하려는 것이라면 내 앞에서 당장 꺼지시오.” 아메리카 원주민인 한 은세공 기술자가 인터뷰를 요청하는 백인 인류학자에게 한 말이다. 인류학에 대한 인상은 다양하다. 제국주의 시대에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고자 ‘미개한’ 민족들을 재단하고 규정했던 편견의 학문, 또는 낯선 문화를 흥미로운 방식으로 탐색하고서 그럴싸한 논리로 설명하는 지식인의 취미나 여가생활 같은 학문. 어찌 되었든 인류학이란 타자를 관찰하고 나름의 논리로 정의하는 ‘일방적인’ 학문이란 느낌이었다. 제국주의 시대를 지나 세계화의 부작용이 곳곳에서 발견되는 시점에 인류학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타자의 세계를 적극적으로 관찰하는 특성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인류학은 학문이나 사회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도식을 부수는 힘을 갖추었고, 이 힘을 응용해 진화하고 있다. 제국주의 이론을 정당화하고자 태어났으나 오히려 타자를 이해하고 온갖 가짜 이데올로기를 깨뜨리는 힘을 역설적으로 갖게 됐다. ‘잭 구디의 역사인류학 강의’(잭 구디 지음, 김지혜 옮김, 산책자 펴냄)도 이러한 시각으로 역사인류학을 선보인다. 잭 구디가 역사인류학자가 되기로 한 것은 아주 우연한 경험 때문이다. 원래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던 구디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포로가 된다. 포로수용소에서 제임스 프레이저의 ‘황금가지’와 당시 최고의 인류학자이던 고든 차일드의 ‘역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를 읽고 전공을 인류학으로 바꾸게 된다. 하지만 그는 단순한 인류학이 아니라 인간 삶의 시간적 측면, 즉 역사적 감각을 더한 역사인류학 연구를 하게 된다. 특정 문화를 관찰한 결과로 인간의 본성을 환원하거나 인류 문화의 다양성만을 되풀이하는 구식 인류학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이 구조적으로 변화하는 계기와 원인에 관심을 둔 것이다. 한마디로 “왜 어떤 일이 한 곳에서는 일어나는데 다른 곳에서는 일어나지 않는가?”가 구디의 인류학 연구가 던지는 질문이다. 구디가 주로 다루는 음식, 사랑, 문자라는 세 가지 키워드는 분절된 것이 아니라 문명 속에서 하나로 얽혀 나타나는 현상이다. 음식 만들기와 먹기는 그저 생존만을 위한 행위가 아니다. 계급과 사회구성이라는 거시적 범주에서부터 조리법과 입맛에 이르는 미시적 범주까지 ‘먹기’의 위력은 문화를 이해하는 하나의 척도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어떻게 중국 음식점은 서구 사회에 깊이 파고들 수 있었을까. 서구로 이주한 아시아 노동자들의 식생활은 백인들의 입맛까지 바꾸어 놓았다. 중국인은 일찍부터 발달한 도시 문화를 갖고 있어 음식점 경영에 익숙했으며, 값싼 재료와 쉬운 조리법으로 음식 사업의 우위를 점했다. 또 고급 요리는 계급의 분화가 일어난 사회 특유의 현상이라고 구디는 설명한다. 상층 계급과 하층 계급이 구체화하지 않은 사회에서 지배층은 피지배층보다 단지 더 많이 먹었을 뿐이다. 그러나 계급 차이가 발달하면 상층 계급은 희귀한 재료와 정교한 조리법으로 자신들만의 ‘먹는 문화’를 만들고, 사치 금지법을 통해 이 ‘다르게’ 먹는 문화를 독점하려고 든다. 아프리카 요리가 없는 까닭도 계급이 정교하게 분화되지 않았고 지속적인 문자 전통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요리는 고급화되고 기록되어 세계에 선보이지 못했으며 호텔 요리나 레스토랑처럼 자본화되지도 못했다. 저자는 ‘로맨틱한 사랑’을 통해 동양과 서양이란 이분법적 사고의 틀도 깬다. 로맨틱한 사랑이란 개인이 자아를 강하게 인식하고 자신의 삶을 한 편의 드라마로 받아들일 때 일어나는 고도로 문명화된 개념이라는 게 구디의 설명이다. 글이 확산되고 여성들의 교육이 일반화되면서 여성들은 성취와 오락의 수단으로 로맨스와 소설로 향했다. 로맨틱한 사랑은 추상적인 근대화가 아니라 글을 아는 여성들에 의해 확산되었으며 저자는 그 예로 중국 시에 등장하는 뜨거운 사랑의 심상, 원시 부족들의 사랑 노래 등을 제시한다. 2만 3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남자의 로망 ‘포르셰’ 옷·신발로 즐긴다

    남자의 로망 ‘포르셰’ 옷·신발로 즐긴다

    성공한 남성들의 꿈의 자동차라는 포르셰 디자인을 옷과 신발로 즐길 수 있게 됐다. 일본에서는 전 재산을 털어 포르셰를 산 다음 끼니를 라면으로 때우는 ‘포르셰 거지’가 있을 정도로 애호가가 많은 스포츠카 포르셰가 아디다스와 만나 ‘아디다스 포르셰 디자인 스포츠’가 탄생했다. 한국에도 진출했다. 스스로 ‘포르셰필(Porschephile·포르셰 애호가)’이라고 밝힌 정용진 부회장이 경영하는 신세계백화점 본점 명품관 5층에 지난달 27일 세계 최초로 단독 매장을 열었다. 포르셰의 미래 지향적 디자인은 아디다스의 첨단기술과 만나 운전, 골프, 달리기, 피트니스 등에 적합한 신발과 운동복을 선보인다. 우선 달리기를 위한 운동화에는 스프링이 달려 충격 흡수를 극대화했다. 구멍이 숭숭 뚫려 땀 배출에 좋은 메시 소재의 운동화는 바닥에 배수 구멍이 3개나 달려 방수가 안 되는 메시 운동화의 단점을 극복했다. 육상화 ‘바운스 에스’는 바닥에 스프링이 달렸다. 운전하기에 편한 운전 전용 신발에는 아디다스를 상징하는 세 개의 선인 ‘삼선’이 검은색으로 세련되게 새겨져 있다. 흔히 바람막이로 통칭하는 기능성 소재 재킷인 ‘고어 컴포트 매핑 재킷’은 이름 그대로 인체 지도를 작성해 부위별로 다른 소재를 사용했다. 한기를 가장 많이 느끼는 등에는 두툼하게 고어텍스의 특수 소재를 덧댔다. 활동이 많은 팔은 등보다는 얇은 고어텍스 소재를 사용해 야외활동에 적합하다. 팔에는 조난 시에 유용한 위성 위치확인 시스템(GPS)이 장착되어 있지만 한국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 ‘아디다스 포르셰 디자인 스포츠’에는 전설적인 요트선수 요헨 슈만, 레알 마드리드의 축구감독 조제 무리뉴, 여섯 번의 그랜드 슬램 챔피언을 달성한 테니스 선수 스테판 에드버그가 디자인 조언 및 홍보대사로 참여했다. 제품은 신세계 본점을 포함해 아디다스 압구정점, 대치점 등에서 만날 수 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故이윤기 ‘그리스로마신화’ 유고 발견

    지난달 27일 63세로 타계한 소설가이자 번역가 이윤기씨의 유고가 발견됐다고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 측이 9일 밝혔다. ‘이윤기의 그리스로마신화’ 1~4권을 펴낸 웅진지식하우스 측은 “고인은 평소 집필 중인 내용이나 진도를 가족이나 출판사에 전혀 알리지 않았다.”며 “지난 1일 장례를 마친 유족들이 원고지 800매 분량의 완전한 상태의 워드 파일과 이미지 파일을 발견해 이를 10월 ‘이윤기의 그리스로마신화 5권’으로 출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2000년에 출간된 ‘이윤기의 그리스로마신화 1권’은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면서 2007년 4권까지 출간돼 문화계에 ‘신화 열풍’을 일으켰다. 고인은 헤라클레스의 12가지 과업을 다룬 ‘그리스로마신화 4권’을 개정하여 ‘이윤기의 그리스 영웅전’ 시리즈를 쓰려고 했으며, 이번에 발견된 유고는 금양모피(황금양의 털가죽)를 찾아 모험을 떠난 그리스 영웅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고인은 이번에 발견된 유고에 남긴 서문에서 “나는 내 연하의 독자들을 향하여, 특히 좌절을 자주 경험하는 독자들을 위하여 활을 겨누듯이 겨냥하고 쓴다. 먼 길을 가자면 높은 산도 넘고 깊은 물도 건너야 한다/…/이것이 두려워 길을 떠나지 못한다면, 난바다로 배를 띄우지 못한다면 우리 개개인에게 금양모피는 없다/…/신화적인 영웅들의 어깨에 무동을 타면 우리는 더 멀리 볼 수 있다. 내가 영웅 신화를 쓰는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국가 이미지 올라가야 세계적 인물 탄생”

    “국가 이미지 올라가야 세계적 인물 탄생”

    “한국이 어디 있느냐고, 남태평양의 어떤 섬이냐고 할 때는 기가 찹니다. 국가 이미지가 올라가지 않으면 세계적인 인물이 탄생하기 어렵습니다.” 위대한 어머니이자 세계적 석학인 전혜성(81) 박사가 신간 ‘가치있게 나이 드는 법’(중앙북스 펴냄) 출간에 맞춰 7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팔순 넘은 나이에도 현역 활동 팔순이 넘은 나이에도 현역으로 활동하며 공부와 연구, 봉사를 멈추지 않는 전 박사는 6명의 자녀가 모두 미국의 명문대를 졸업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큰아들 고경주씨는 미국 보건부 차관보로, 셋째아들 고홍주씨는 오바마 행정부의 국무부 법률 고문으로 인사 청문회를 통과해서 인준됐다. 전 박사는 “미국에서 한국의 문화적 특성이 인정받기를 고대하면서 수십 년 동안 한길을 걸어온 비교문화학자로서 아이들이 미국 사회에서 든든한 뿌리를 내린 것은 학수고대하던 바람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1948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30여명의 대가족을 꾸렸지만, 전 박사는 여든 살이 되던 지난해 코네티컷주 뉴헤이븐에 있는 비영리 노인 복지시설인 휘트니 센터로 이주했다. 어머니를 모시겠다며 집수리까지 한 딸의 만류를 뿌리치고 휘트니 센터로 옮긴 까닭은 “나이가 들수록 가장 중요한 것은 자립심이고 삶을 간소화하는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휘트니 센터에서도 전 박사는 여유롭게 휴식만 취하지는 못했다. 휘트니 센터 내 살고 있는 아파트를 한국 가구와 한지, 비단, 병풍, 반닫이로 꾸며 한국문화관으로 만들었다. 한국 문화를 알리는 강좌를 개설했으며 성신여대와 협력해 한복을 소개하는 패션쇼도 열었다. 노인 복지 시설에서도 한국 문화를 알리려고 바쁘게 사는 전 박사처럼 휘트니 센터에 사는 노인들도 새로운 것을 배우며 사회에 도움을 주려고 애쓴다. 전직 정치학 교수는 환경을 위해 깡통을 줍고, 전 박사의 친구 캐서린은 인형을 만들어 전시회를 열었다. 뜨개질 모임에서는 담요나 모자를 떠서 3000여개를 기증했다. ●美 노인복지시설서 한국문화 전도사로 전 박사는 “가치 있는 삶은 장례식에서 관을 닫았을 때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라며 “노인들의 지혜를 재활용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 계속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지금 당장 죽음을 맞는다 해도 크게 아쉽지 않다는 전 박사는 그 순간까지 변함없이 하던 일을 하며 지내기를 희망했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새로운 일을 만들어내는 그는 1989년 세상을 떠난 남편 고광림 교수의 비문도 미국 사람들의 비문 경향을 조사하고 연구한 다음 태극 문양을 새겨서 완성했다. 전 박사는 건강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가치 있는 삶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라고 강조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살아있는 한 좋은 일을 할 시간은 있지요”

    “살아있는 한 좋은 일을 할 시간은 있지요”

    “한국전에 참전했던 아버지가 그에 대한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아서 저는 (한국전쟁에 대해) 잘 모릅니다. 다만 북한 어린이 사진을 볼 때마다 고통을 받는 어린이가 겪는 슬픔보다 더 큰 슬픔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적으로 1600만부, 우리나라에서는 300만부가 팔린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저자 미치 앨봄(52)이 6일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스포츠 기자로 일했던 앨봄이 한국을 찾은 것은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두 번째다. ●모리 교수 만나며 송두리째 바뀐 삶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루게릭병으로 죽음을 앞둔 모리 슈워츠 교수와 나눈 삶과 죽음, 성공의 의미 등에 대한 대화를 담은 책이다. 모리 교수는 앨봄이 졸업한 미국 매사추세츠 주 브랜다이스 대학에서 사회심리학을 20여년간 가르쳤다. 앨봄은 “집 지하실에서 책을 쓸 때만 해도 이렇게 많은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 사람들이 읽을 줄 생각도 못했다.”며 “출판사로부터 번번이 거절당하고 간신히 책을 출간하고 나서도 책이 팔리지 않아 죽을 때까지 책을 자동차 트렁크에 싣고 다닐 줄 알았다.”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1997년 미국에서 처음 출간된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비결에 대해서는 “사인회 등에 가보면 지갑 속 사진을 꺼내 ‘이분이 저의 모리였다.’고 말하는 독자들을 만난다.”며 “할아버지, 어머니, 친구 등 이미 세상을 떠난 누군가로부터 삶의 교훈을 얻었던 독자들이 책을 읽으며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피아노 연주가가 되려다 실패하고 스포츠 기자와 칼럼니스트, 방송인으로 바쁘게 살다가 모리 교수가 출연한 방송을 보았다. 일에 찌들고 오로지 성공을 향해 달려가던 삶이 송두리째 바뀌었다.”며 “우리는 중요한 일을 자꾸 미루는데 내일이 절대 오지 않는다는 것을 모리 교수로부터 배웠다.”고 덧붙였다. 사회봉사 활동에 관심을 두게 된 것도 모리 교수 덕분이었다. 그는 5개의 봉사 단체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지진 참사를 겪은 아이티의 보육원 복구 사업을 돕고 있다. ●다일공동체 ‘밥퍼 봉사’ 참여 이번 방한 기간 중에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청소년직업체험센터인 하자센터와 숭의여고에서 강연회를 갖는 한편, ‘밥퍼 봉사’로 유명한 다일공동체와 함께 노숙자 봉사활동에 참여한다. 그는 특히 임종을 앞둔 사람들에게 “아직도 늦지 않았다.”면서 “살아 있는 한 좋은 일을 할 시간이 있다.”고 강조했다. “당신이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얼마나 사랑하는지, 또 사는 동안 한 번도 말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하세요. 그리고 모든 사람을 용서하세요. 강에 돌을 던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당신이 살면서 좋은 영향을 끼친 사람이 단 한 명밖에 없더라도 그것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는 모릅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돈 없이 사는 세상은 어떨까

    소비로 존재를 증명하는 현대인들은 수중에 돈이 한 푼도 없다면 당장 얼굴이 노래지고 손이 바들바들 떨린다. 2008년 11월28일 영국에 사는 마크 보일은 1년 동안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사는 이색 실험에 들어갔다. 그가 내건 원칙은 간단하다. ‘1년 동안 어떠한 돈도 받지 않고 지출하지도 않는다. 수표는 물론 신용카드도 사용하지 않는다.’ 돈의 사용을 될 수 있으면 줄이자는 ‘프리코노미(Freeconomy)’ 운동을 벌이는 그가 이런 ‘무모한’ 실험을 하게 된 것은 간디의 책을 읽은 것이 계기가 됐다. 어려서는 프로 축구선수를 꿈꿨고 나이 들어서는 기업인이 되어 큰돈을 벌겠다던 그는 “이 세상이 변하기를 원하거든 당신 자신이 그 변화가 되도록 하여라.”라는 간디의 말에 감명을 받아 돈 없는 세상 만들기라는 자신의 이상을 실천에 옮기기로 한다. 마크 보일은 1년간의 경험을 ‘돈 한푼 안 쓰고 1년 살기’(정명진 옮김, 부글북스 펴냄)로 생생히 소개한다. 1년간 돈 없이 산 그의 일상은 어땠을까. 매일 아침 5시쯤 일어나 헬스클럽에 가지 않는 대신 팔굽혀펴기로 몸을 푼 다음 ‘야생 식량’을 찾아 나선다. 목이버섯을 비롯해 카우 파슬리, 솔잎, 민들레 풀, 쐐기풀 등 야생 식물과 식료품 가게를 돌며 구한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들, 유기농 농장에서 일하고 받은 유기농 채소가 그의 식량이다. ‘퇴비용 간이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며, 야생 회향 열매와 오징어 뼈를 갈아서 만든 것을 치약 대용으로 사용한다. 촛불 아래에서 책을 읽고, 교통수단으로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1년간 실험을 성공적으로 끝낸 보일은 책을 통해 그 시간이 삶에 대한 믿음을 배운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이 실험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돈을 쓰지 않고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이 채소 재배, 옷 만들기, 목공 등 기술일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런 것은 부차적일 뿐이었으며 실제로 가장 중요한 것은 체력과 자기 수양, 나눌 줄 아는 능력이었다고 말한다. “만약 하루하루를 베풂의 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우리는 모두 필요한 것이 생길 때마다 반드시 그것을 얻게 되어 있다.” 책을 통해 버는 인세는 회원 수 1만 7000명의 ‘프리코노미 커뮤니티’에 기부된다. 1만 3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우리아기 뽀송한 피부 한방용품이 지켜줘요

    우리아기 뽀송한 피부 한방용품이 지켜줘요

    한방 성분이 담긴 화장품 열풍이 육아용품으로까지 확대됐다. 매일유업의 자회사 제로투세븐이 만든 유아 브랜드 궁중비책은 조선왕실에서 원자를 키운 목욕물 성분을 사용한 한방 로션, 샴푸 등으로 인기다. 조선왕실에서는 복숭아나무, 매화나무, 뽕나무, 회화나무, 버드나무 등 5가지 나뭇가지를 넣어 달여낸 목욕물인 오지탕으로 원자를 목욕시켰다. 궁중비책은 이 오지탕과 청호, 녹두, 황백 등의 한방성분을 함유한 기저귀 크림 등으로 특히 아토피를 앓는 아이를 둔 엄마들 사이에서 사랑받고 있다. 궁중비책의 스타치 콤팩트 파우더는 석면이 함유됐다고 해서 논란이 된 탤크(활석) 성분이 전혀 없으며 마치현, 감초, 병풀, 어성초 등 100% 국산 한방 성분으로 땀띠와 발진 예방을 돕는다. 육아 블로거 ‘하루하루’는 “전에 사용하던 일반 파우더는 가루가 많이 날려서 아이가 콜록거리기도 했다.”면서 “스타치 콤팩트 파우더는 바를 때 가루가 떨어지지 않을뿐더러 피부에 쏙쏙 잘 발렸다.”고 말했다. 비누, 샴푸, 로션, 기저귀 발진에 바르는 기저귀 크림 외에도 인기가 높은 것은 물티슈다. 네트워크 한의원인 함소아와 공동 개발했으며 진정, 보습, 항균 작용을 하는 오지탕을 함유했다. 또 원단이 큼직하고 도톰한 데다 보풀 걱정도 없어 아기들의 엉덩이를 닦는 데 안성맞춤이다. 블로거 ‘비타민’은 “어른 손이 다 가려질 정도로 물티슈 크기가 넉넉한 데다 올록볼록 돋을새김이 있어 2~3장이면 아기 뒤처리를 끝낼 수 있다.”고 밝혔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6년만에 장편 ‘이별하는 골짜기’ 낸 작가 임철우

    6년만에 장편 ‘이별하는 골짜기’ 낸 작가 임철우

    “사흘 내내 순례의 아랫배에선 피가 흘렀다. 순례가 울면서 괴로워할수록 사내들은 더욱 난폭하게 달려들었다. 이번엔 진짜 숫처녀들로만 새로 데려다 놓았다더라. 인근 부대에 좍 퍼진 소문을 듣고 앞다투어 몰려온 자들이었다. 순례가 통증을 견디다 못해 몸을 밀쳐내기라도 하면, 사내들은 당장 욕설을 퍼붓고 주먹을 휘둘렀다….그녀들은 너나없이 참혹하게 시들어가고 있었다. 매일 수많은 사내들의 성 노리개가 되어야 하는 생활 속에서 육신은 형편없이 망가지고 정신 또한 극도로 병들어갔다. 독한 약과 만성적인 영양 결핍으로 온몸은 퉁퉁 붓고, 낯빛은 하나같이 누렇게 떠 있었다. 한껏 조심을 해도 성병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간이역 ‘별어곡’이 배경 작가 임철우가 ‘백년여관’ 이후 6년 만에 펴낸 장편소설 ‘이별하는 골짜기’(문학과지성사 펴냄)의 배경은 강원도 정선 산골짝에 버려진 간이역 별어곡(別於谷)이다. 얼핏 일본영화 ‘철도원’을 연상시키는 낭만적인 곳이지만 간이역을 무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우리 현대사의 참혹한 현실이 비켜갈 수는 없었다. ‘철도원’에는 평생 철길에 인생을 바친 늙은 철도원이 아름답게 묘사되지만 ‘이별하는 골짜기’에서는 자신의 실수로 열차에 치여 죽은 남자의 아내와 결혼해 상처로 얼룩진 삶을 살게 되는 늙은 역무원 신태묵이 나온다.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온갖 고통 겪어 막내 역무원 정동수는 티켓 다방 아가씨의 자살이 자신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죄책감을 쉽사리 떨치지 못하고, 날마다 커다란 가방을 들고 와 목적지도 찍히지 않은 기차표를 들고 멍하니 있는 치매 든 할머니의 사연도 별어곡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 스며든다. ‘가방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앞에 묘사된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은 순례다. 별어곡역 맞은편에 자리한 제과점 ‘음악이 있는 베이커리’의 여주인의 삶도 기구하다. 어린 시절 우연히 산에서 만난 탈영병의 자살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그의 삶을 옭아맨다. 작가는 여러 등장인물 가운데 특히 순례의 삶을 묘사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는데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서 발행한 여러 권의 증언록 및 논문들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소설에 묘사된 우리 할머니들의 인생이 너무도 끔찍해 글자를 찬찬히 눈으로 따라가기가 버겁다. ●곳곳에 등장하는 나비는 희망의 상징 2005년 3월 무인 간이역으로 격하된 별어곡역은 작가가 몇 해 동안 강원도 산간 지역을 혼자 돌아다니다 사방이 막힌 정선의 산골짝에서 우연히 마주친 실제 존재하는 공간이다. 역사 지붕에 걸린 낡은 간판을 보는 순간 작가의 가슴 속에서 뭔가 툭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고 한다. “나를 기억해줘.”라고 말을 걸어오는 버려진 역을 무대로 두 남자와 두 여자의 이야기를 만들어 냈지만 작가는 ‘이별하는 골짜기’의 진짜 주인공은 간이역이라고 밝힌다. 별어곡역은 2009년 8월 역사 개조를 통해 지금은 ‘민둥산 억새 전시관’으로 바뀌었다. 매일 1회 왕복 운행하는 아우라지~제천, 아우라지~청량리 간 무궁화호 열차가 1분간 정차한다. 작품 곳곳에 거짓말처럼 등장하는 나비는 희망의 상징으로 읽힌다. 별어곡역에 가면 작가 임철우가 그랬듯 숨겨진 이야기가 말을 걸어올지도 모르겠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판타지 소설의 혁신 일으킨 걸작

    ‘반지의 제왕’ 이래 판타지 소설의 혁신을 일으킨 걸작으로 많은 마니아를 거느린 ‘앰버 연대기’(사람과책 펴냄)가 1999년 국내에 처음 출간된 이래 번역자가 바뀌어 다시 나왔다. ‘앰버 연대기’의 저자 로저 젤라즈니(1937~95)는 우수 과학소설에 수여하는 휴고상을 여섯 번이나 받은 미국의 소설가다. 1960년대부터 30여년에 걸쳐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내 이름은 콘라드’ ‘신들의 사회’ 등 공상과학소설(SF)과 환상문학계에 기념비적 작품을 남겼다. 특히 SF소설의 발전을 도모한 ‘뉴웨이브 운동’의 선구자로 추앙받고 있다. 그의 소설에는 그리스 로마 신화뿐 아니라 미국 원주민 신화, 인도 신화, 이집트 신화 등이 녹아있고 ‘앰버 연대기’에는 북유럽 신화와 일본 신화 등이 상징적으로 표현된다. 젤라즈니 소설에 등장하는 다양한 문학적 특성은 그의 성장과정과 관련이 깊다.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태어난 작가는 유년기에 신화와 전설 등을 탐독하며 폭넓은 문학적 지식을 갖추었고 13살 때 단편소설 습작에 나선다. 고등학생 때 학교 신문 편집자로 활약하며 300편이 넘는 단편소설과 시를 썼다. 프로이트와 융에 흉미를 느껴 웨스턴 리저브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컬럼비아대학 비교영문학 석사 과정을 수료했으며 이후 볼티모어 사회보장국에 취직해 본격적인 창작 활동에 돌입한다. 미국에서 1970년 출간된 ‘앰버 연대기’는 판타지 문학의 전통적 소재인 질서와 혼돈의 대결을 다루고 있으며 10여개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영화감독 박찬욱은 “누군가 ‘챈들러(시트콤 ‘프렌즈’의 주인공)가 쓴 반지전쟁’이라고 했다는데, 거 참 뽀뽀해주고 싶을 만큼 귀여운 말”이라며 ‘앰버 연대기’를 몇 년 전에 올해의 책으로 꼽기도 했다. ‘앰버 연대기’의 번역가 최용준씨는 서울대학원 천문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고, 미시간대에서 이온추진 엔진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모두 5권인 ‘앰버 연대기’ 이후의 이야기인 ‘신 앰버 연대기’는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으나, 직접 번역해 인터넷에 소개하는 블로거가 있다. 각 권 98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픽시자전거 아세요?

    픽시자전거 아세요?

    자전거의 각 부분을 직접 선택해서 조립하고 꾸밀 수 있는 픽시가 인기다. 픽시드 기어 바이크(Fixed gear bike)의 줄임말인 픽시는 기어와 프리휠이 없고 뒷바퀴와 체인이 고정된 자전거다. 페달을 앞으로 밟으면 자전거가 앞으로 나가고 뒤로 밟으면 뒤로 나가며 페달을 멈추는 순간에는 바퀴도 멈춘다. 픽시는 미국 뉴욕의 ‘메신저’들이 처음 만들었다. 우리나라의 퀵서비스처럼 빨리 간단한 수하물을 전달하는 메신저들은 가볍고 저렴한 자전거가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최소한의 기어와 브레이크마저 사라진 픽시가 나타났다. 픽시는 단순한 구조 때문에 프레임과 휠, 타이어, 안장, 핸들까지 각 부분을 따로 구매한 뒤 조립해서 자전거를 만든다. 픽시 이용자들은 개성을 반영해 알록달록하고 화려한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픽시의 매력은 화사한 외관뿐 아니라 자전거와 몸이 하나가 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브레이크가 달려 있지 않고 페달을 밟을 때만 앞으로 나간다. 힘껏 페달을 밟으면 빠른 속도감을 느낄 수 있다. 멈출 때는 페달 밟기를 중단하고 정지된 뒷바퀴의 마찰로 자전거를 멈추는 ‘스키딩’이란 기술을 익혀야 안전하게 픽시를 즐길 수 있다. 초보자에게는 어렵고 고속으로 달릴 때는 속도 조절이 힘들어 최근에는 픽시에 브레이크를 다는 사람이 많다. 픽시의 가격대는 다양하지만 고가의 부품을 사용하면 자전거 한 대 가격이 수백만원에 이르기도 한다. 초보자는 온라인 동호회의 공동 구매를 통해 40만~60만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에 원하는 자전거를 만드는 편이 낫다. 이어 픽시가 몸에 익으면 원하는 부품으로 개선하는 것이 좋다. 픽시의 또 다른 장점은 뒷바퀴가 체인과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스키딩, 스탠딩 등 다양한 자전거 묘기를 부리기에 좋다는 것. 한강 둔치나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는 주말이면 픽시 묘기에 빠진 젊은이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오는 10월22~24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는 ‘세계자전거박람회-2010경기도’가 열린다. 픽시를 비롯해 다양한 자전거의 매력을 발견할 기회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한남동길, 어디까지 가봤니?

    한남동길, 어디까지 가봤니?

    길에도 생성과 소멸의 법칙이 작용한다. 요즘 가장 뜨는 길은 서울 한남동의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부터 이태원역까지 2차선 도로다. 앞서 명성을 얻었던 신사동 가로수길은 주차공간 부족과 주말이면 발에 치이는 온라인 쇼핑몰 화보 촬영으로 뒷골목까지 ‘세로수길’로 불릴 만큼 비대해졌다. 2008년 5월 국내 최초로 컵케이크 전문점 ‘라이프 이즈 저스트 어 컵 오브 케이크’를 한남동에 연 이샘씨는 “이태원과 연결된 한남동은 외국인이 많아 새로운 문화가 편하게 자리잡을 수 있는 에너지가 있다.”며 “이태원역을 중심으로 발달했던 상점들이 좀 더 한가로운 한강진역 쪽으로 모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제일모직이 옛 월간미술 자리에 연 ‘꼼데가르송’은 변화된 한남동의 분위기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레이 가와쿠보(68)가 만든 브랜드 ‘꼼데가르송’은 프랑스어로 ‘소년처럼’이란 뜻인데 여성이 언제까지나 소년처럼 귀엽게 입을 수 있어야 한다는 가와쿠보의 패션 철학이 담겨 있다. ●패션매장, 예술이 숨쉬는 젊음의 거리 전체 5층의 매장은 계단 없이 터널로 꼼데가르송의 13개 브랜드를 연결한다. 지하 1층은 갤러리, 지상 1층에는 유기농 건강식 카페가 운영된다. 제일모직의 김하리 차장은 “젊은 길거리 패션을 표방하는 ‘플레이’는 10만원대, 패션쇼 무대에 소개된 꼼데가르송 재킷은 150만~250만원대로 20~30대 건축가, 디자이너 등의 관심이 높다.”고 소개했다. 이번 가을·겨울을 겨냥한 꼼데가르송 패션의 특징은 인체의 근육, 장기 등을 패딩(충전재)을 사용해 외부로 표현한 것. 울룩불룩한 패딩 장식이 부담스럽다면 찍찍이로 마감한 안감 주머니에서 떼어내면 된다. 한남동이 고급스러운 예술적 분위기를 형성하게 된 데는 2004년 개관한 삼성미술관 리움의 역할이 크다. 리움은 2년 만에 기획전 ‘미래의 기억들’을 열어 거리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주말이면 유모차를 끌고 오는 젊은 부부가 많고 기자가 찾았을 때는 기모노를 곱게 차려입은 일본인 관람객도 눈에 띄었다. 사실 리움이 생기기 전의 한남동은 국제학교가 있는 주택가였다. 이태원에 오는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한식당과 상점만 있었다. 하지만 리움이 생기면서 건너편에는 디자이너 최정화가 만든 대안 전시공간 ‘꿀’(전화 070-4127-6468)이 들어섰고, 올 초에는 복합문화공간 ‘테이크 아웃 드로잉 한남동’도 생겼다. ‘꿀’은 현재 연극 공연과 설치미술 조성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월요일을 제외하면 언제든 관람할 수 있다. ●카페·레스토랑, 그림같은 한접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공간도 심상찮다. 우선 두바이의 부르즈 알 아랍 호텔 수석주방장을 지낸 에드워드 권이 대중적인 레스토랑으로 만든 ‘더 스파이스’가 한강진역 3번 출구 앞에 있다. 점심이 2만~4만원대로 가격은 합리적이지만 육중해 보이는 검은 출입문은 살짝 부담스럽다. ‘더 스파이스’ 바로 옆의 화랑처럼 보이는 검은색 건물은 파리바게뜨로 유명한 제과·제빵그룹 SPC가 운영하는 디저트 갤러리 ‘패션 5’다. 1층은 빵가게, 2층은 식당으로 운영되는데 살바도르 달리의 입술 소파, 르네 마그리트 벽면장식 등으로 내부를 꾸몄다. 대형 벽돌가마를 놓고 푸딩, 나이테 모양의 독일 정통 케이크 바움쿠헨 등을 직접 구워 판매한다. 한남동 거리가 뿜어내는 신선한 예술 에너지로 지루한 일상에 활기를 넣어볼 일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주말 데이트] 천호선 컬쳐리더인스티튜트 원장

    [주말 데이트] 천호선 컬쳐리더인스티튜트 원장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천호선(67) 컬쳐리더인스티튜트 원장은 젊다. 인생의 재미를 춤과 미술품 감상에서 찾고, 음양오행과 풍수지리에 관심이 깊으며, 마라톤으로 건강을 유지한다. 1968년 청와대 행정관으로 공직에 입문해 35년간 공무원으로 일하다, 2004년 서울 인사동에 쌈지길을 열어 한국 미술계에 활력을 불어넣었던 천 원장은 문화 교육자로 ‘제3의 인생’을 시작했다. 청와대에서 근무하다 문화공보부(현 문화체육관광부)로 들어갔던 천 원장은 ‘외부인’이었기에 문화예술을 위해서만 일하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문화 예술보다는 공보(국가 정책 홍보)가 상위 개념이었고, 역대 장관도 모두 공보 출신이었다. 1985~86년 문화예술국장으로 일했지만 공보국장이 더 ‘셌기’에 문화와 공보가 나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공무원 출신으로 문화예술계에 헌신 그가 공무원으로 일했던 때에 비하면 문화예술인들이 장관으로 임명되는 지금은 매우 고무적이다. 천 원장은 “캐나다에 가 보니 문화부가 ‘디파트먼트 오브 커뮤니케이션(department of communication)’이었다. 문화도 결국 커뮤니케이션에 속한다. 문화가 통제에서 소통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총영사관 한국문화원 문정관을 시작으로 덴마크·캐나다 대사관 공보관까지 10여년을 외국에서 근무했던 천 원장은 김동호 부산영화제 위원장과 함께 ‘공무원 출신으로 문화예술계에 헌신해 가장 큰 성과를 남긴 인물’로 꼽힌다. 외국 근무에 앞서 그의 아내 김홍희 경기도미술관장은 국립국악원에서 가야금 산조를 익혔다. 천 원장은 한국화로 새로운 입지를 구축했던 세 명의 작가 서세옥, 송수남, 황창배를 찾아가 작품을 샀다. 이런 까닭에 미국 뉴욕에서 그의 집은 미술과 음악으로 한국 문화를 알리는 외교 사랑방 몫을 하기도 했다. 유럽에서는 백남준, 존 케이지 등 플럭서스(전위예술 운동) 작가들과 교류해 1993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이 개관할 때 플럭서스 작가들의 전시회를 유치했다. 김홍희 경기도미술관장은 백남준의 예술 이론을 국내는 물론 외국에도 널리 알렸다. ‘천호선’ 하면 인사동 쌈지길을 떼놓을 수 없다. “쌈지도, 톰보이도 외국 수입품의 공세에 버티지 못했다.”고 털어놓은 천 원장이 쌈지와 일하게 된 것은 동생 천호균 전 쌈지 회장을 돕기 위해서였다. 의류로 시작한 쌈지 매장을 어떻게 예술적으로 꾸밀지 자문했던 것. ●인사동 쌈지길로 미술계 활력 불어넣어 한국 공예품 상점을 주축으로 한 쌈지길이 처음 열렸을 때 명품가게가 즐비한 일본 도쿄의 오모테산도 힐과 건축 구조가 흡사해 관심이 쏠렸다. 계단 없이 오르막길을 빙빙 돌아 매장을 구경하고 가운데 큰 중정을 둔 구조가 비슷했다. 쌈지길이 소규모이긴 하나 사실 오모테산도 힐보다 먼저 생겼다. 천 원장은 “비슷한 시기에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을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가 특히 미술에 애착을 갖게 된 계기는 집안에 미술을 전공한 누이가 2명이나 있었던 데다 쓰레기더미에서 걸작을 발견한 경험 때문이다. 여동생의 이사를 돕던 그는 연탄재 속에서 심상찮은 한국화 한 점을 보게 됐다. 알고 보니 김기창과 부부 작가로 명성을 떨친 ‘한국 최초의 입체파’ 박래현(1920~1976) 화백의 작품이었다. 미술에 대한 재미를 느끼고 개안을 한 경험이었다. ●백남준·존 케이지 등과 교류 쌈지의 부도로 아쉽게 사라졌지만 홍익대 앞의 쌈지스페이스는 미술에 대한 그의 열정이 고스란히 담긴 곳. 국내 최초의 창작 거주공간을 작가들에게 제공한 쌈지스페이스는 ‘철저한 물관리’로 명성을 유지했다. 입주 작가들은 그와 김홍희 관장 그리고 다른 작가들이 직접 뽑았다. 현재 한국 현대미술을 이끌어가는 작가들은 대부분 쌈지 출신이다. 2기 회원을 모집 중인 컬쳐리더인스티튜트는 작가들의 후원 그룹과 한국 문화의 세계화를 위해 앞장설 수 있는 사람들을 키우고자 만들어졌다. 1기 회원들은 공무원, 교수, 변호사, 기자, 기업체 대표 등 다양했다. 이들은 매주 토요일 예술의전당에서 주로 만나 작가와 함께 강의를 듣고 공연을 관람하며 답사를 떠나기도 한다. 문화외교관을 길러 내겠다는 것이 천 원장의 야심이다. “문화를 숨 쉬게 하는 것은 사람이고, 그 사람을 만드는 것은 교육입니다. 문화교육으로 국민 개개인의 문화적 안목이 높아져야 국가 경쟁력도 향상될 수 있지요. 대한민국이 세계 문화예술 창조의 중심지가 되는 데 앞장서는 사람들을 배출하려고 합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글로벌 나눔 바이러스 2010] 경기창작센터 ‘우리시대 다문화’展

    경기도 안산시 선감도에 들어선 국내 최대 규모의 레지던시(주거 및 창작 공간)인 경기창작센터에 지난해 12월 반가운 손님이 왔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관인 팔레 드 도쿄가 운영하는 레지던시 르 파비용에서 온 다양한 국적의 작가들이었다. 올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태국 작가 아피찻뽕 위라세타쿤도 르 파비용에서 작품 활동을 한 미디어 아트 작가다. 국내외 작가 15명은 옛 경기도립 직업전문학교를 고친 스튜디오에 머물며 경기 원곡동의 이주민 공동체와 다문화적 도시화 과정에 주목했다. 프랑스, 콜롬비아, 스페인, 한국 등 다양한 국적의 작가들은 지난 6월27일까지 한 달여 동안 ‘우리 시대 다문화’란 제목으로 경기도 미술관과 원곡동 제3 어린이 공원 등에서 전시와 퍼포먼스를 펼쳤다. 원곡동 중앙로는 ‘다문화 음식거리’로 유명한데, 태국 음식·중국 음식 등 아시아 각국의 음식을 파는 식당 180여개가 몰려 있다. ‘우리 시대 다문화’전에서 음식 배달 퍼포먼스를 펼친 작가는 한쪽 다리가 부러져 다리가 세 개밖에 없는 상에 음식을 차렸다. 원곡동에서 벌어진 마을 잔치는 받칠 다리 하나가 부족해서 위태로웠지만 음식상 위에서 피어나는 웃음꽃은 다른 동네잔치와 다를 바 없었다. 국제교류 프로젝트를 기획한 큐레이터 박만우씨는 “안산에서는 이주 노동자에 대한 인권 착취, 인종차별, 폭력 등이 벌어지는 것이 현실이지만 프랑스처럼 우리만의 개방과 공존의 논리를 찾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며 “미술이 답을 줄 수는 없지만 새로운 감수성과 시각을 제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야외 프로젝트로 ‘아즈바이 춤 한번 추실라우?’란 제목의 퍼포먼스를 진행한 주희란 작가는 중국동포 노인회가 이미 원곡동 만남의 광장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교댄스 프로그램에 무대와 조명을 설치했다. 최현주 작가는 독일에서 유학할 때부터 지금까지 느끼는 언어의 혼란, 그 안에서의 소통 가능성에 대한 작업을 바벨을 거꾸로 표기한 ‘레밥’이란 작업으로 풀어냈다. 파리의 르 파비용 창작센터에서 온 베네수엘라 작가 호르헤 페드로 누네즈는 안산 지역의 상가에 버려진 네온사인과 형광등을 재활용하여 다문화적 공간을 ‘조명’했다. 콜롬비아의 안드레아 아코스타는 버려진 소파들과 잡초를 촬영해 안산과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한국에서 ‘머무를 수 있는 권리’란 과연 어떤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10년 역사의 르 파비용의 탄생 배경에 대해 앙쥐 레치아 관장은 “미술인들이 요구하는 철학자, 사회학자, 도시건축학자 등 다양한 전문가를 초청해 교육프로그램을 꾸린다.”며 “그동안의 국제 교류프로그램은 아르헨티나, 베트남의 메콩강, 일본의 규슈 지방 등에서 진행되었는데 이는 참여작가들로 하여금 생활공간의 울타리를 벗어나 정체성이라고 믿는 것을 이질적인 타자와 마주치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작가가 지역·주민들과 소통하며 만드는 예술 작업을 ‘커뮤니티 아트’라고 하는데, 이러한 지역 밀착형 예술은 미술의 정의뿐 아니라 일상까지도 바꾼다. 한국화를 그리는 박능생 작가는 서울 독산동 금천예술공장 작업실에 다문화 가정의 어머니와 자녀를 초대했다. 작가는 그들에게 붓을 잡고 색을 칠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내 고향 집’ ‘내가 꿈꾸는 집’이라는 주제로 타일에 그림을 그리게 했다. 다문화 가정의 꿈을 엿볼 수 있는 이 타일 그림들은 금천예술공장의 벽에 ‘금천-삶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전시됐다. 흔히 커뮤니티 아트는 벽화를 연상하기 쉬운데 역시 금천예술공장에서 작업하는 리금홍 작가는 조선족이 많이 사는 동네 풍물을 직접 체험하는 ‘가리봉 동네 한 바퀴’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커뮤니티 스페이스 리트머스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소통’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장르의 작업 결과물을 내놓듯 커뮤니티 아트는 벽화처럼 한방향이 아닌 쌍방향 소통의 과정이다. ‘구석진 곳에 관심을 두고 배려하는 예술’인 커뮤니티 아트를 통해 다문화 가정은 한국 사회에서 정체성을 발견하고, 참여하는 작가들은 새로운 깨달음과 즐거움을 얻게 된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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