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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80년, 부산 민주화 투쟁 소설로 재조명

    1980년, 부산 민주화 투쟁 소설로 재조명

    요즘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찌질’한 가장(家長) 연기를 탁월하게 해내는 배우 안내상씨는 토크쇼에서 충격적인 과거를 밝혔다. 1988년 광주 미국문화원에 사제 폭탄을 설치했던 골수 운동권이었다는 것. 정치인을 제외한다면 운동권 출신으로 가장 유명세를 떨치는 안씨가 그 시절을 완전히 떠났다면, 소설 ‘1980’(산지니 펴냄)을 펴낸 노재열(53)씨는 “나는 아직 현역이자 현재진행형”이라고 강조했다. ‘1980’은 부산 녹산공단의 노동상담소장으로 일하는 노씨의 첫 소설이다. 1980년 5월 17일 전국 비상계엄령 확대가 선포되자 부산 남포동에서 ‘성전 포고에 즈음하여’란 유인물을 뿌린 주인공이 고문을 당하는 장면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5·18 30주년을 맞으면서 관련자들이 모여 회의를 한 적이 있었다. 관련 자료가 너무 없고 글이 부정확하며, 특히 당사자의 글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내가 써놓은 게 있다’고 말했다. 글을 써놓은 지는 15년이 넘었지만 남에게 보이기 겁나 그렇게 세월이 지났다.” 노 소장의 소설은 1979년 10월 부마항쟁부터 1981년 3월까지만 집중해서 다루고 있다. 그는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게 된 계기인 부림사건(대학생, 교사, 직장인 등을 반국가단체 찬양 혐의로 구속하여 고문한 사건) 당시 1차로 구속돼 꼬박 2년을 교도소에서 보냈다. 전두환 군사정권 8년 동안 세 차례나 구속돼 20대의 대부분을 교도소에서 보내거나 수배 상태로 있었다. 노 소장은 “소설에서 부림사건은 다루지 않았다. 5·18 이후의 사건을 담게 되면 또 다른 이야기가 필요했기 때문”이라며 “맞아 죽은 사람, 깡패 두목 등의 이야기를 보고서 형식으로 하려면 한계가 있었다. 나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름도 없이 고통당하고 사라진 사람들의 이야기는 소설로밖에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일은 모두 실제로 있었던 일이며 가상의 인물도 없다. “물고문을 하려면 사람을 꽁꽁 묶어야 해. 통닭처럼 매달려 있는 모습은 머리가 거꾸로 서면서 하늘을 향해 입과 코가 벌어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얼굴에 젖은 수건을 덮어씌우고 물을 부으면 항우장사라 해도 버티기가 힘들어. 숨을 쉬지 못한다는 것만 해도 죽을 고통인데 거기다가 공기 대신 물을 들이마시게 되면 급기야 폐가 난도질 당하는 느낌이 들면서 토하게 되지.” 저자의 체험에 기반을 둔 감방 구조, 내부의 자체 규율, 고문에 대한 자세한 묘사는 끔찍함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하지만 노 소장은 당시 자신을 고문했던 사람들에 대해서 “개인에 대해서는 별 감정이 없다. 그 사람도 군부세력의 지시를 받아 끔찍한 일을 자행했던 하나의 희생자다. 뺨 한 대 때리는 게 중요한 건 아니다.”라며 그들의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1990년대에는 ‘80년대식 글 나부랭이들’ ‘우려먹기식의 운동권 후일담 소설’이란 평들이 있었다. 노 소장은 “내가 볼 때는 아직 더 해야 하고 지금까지 나온 문학은 주변부 이야기일 뿐이다. 평론가들이 벌써 문을 잠그는 게 아닌가 하는 공포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문학적 재미는 그다지 고려하지 않은 이 우직한 소설의 저자는 “20대 젊은 대학생이 이 책을 봐줬으면 한다.”고 바랐다. 그는 특히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광주 지역에만 국한된 투쟁이 아니었음을 강조했다. 광주뿐 아니라 부산, 대구 등 전국에서 이뤄진 투쟁이었지만 의미가 축소됐고, 민주화 투쟁을 했던 사람들에 대한 실질적 보상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국가유공자는 장례 비용이 나라에서 나오지만 5·18 민주화 유공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민주화를 위해 젊음을 바친 노씨지만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회계층 간의 내용으로 보면 변한 게 없다.“며 “우리 사회가 빨리 변해 소외된 사람이 늘었다.”고 한탄했다. 30년 전 빛났던 청춘의 아픈 기록을 소설로 풀어낸 저자의 목소리는 뜻밖에 담담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숭례문 기와 가마 11일 첫 불 붙인다

    숭례문 기와 가마 11일 첫 불 붙인다

    숭례문 복원에 쓰일 기와를 굽는 가마에 11일 첫 불이 붙는다. 복원에 필요한 기와는 모두 2만 2463장. 복원 공사 도중 깨질 수 있는 양까지 합쳐 약 3만장의 기와를 내년 3월까지 충남 부여 한국전통문화학교에서 생산하게 된다. ●전통 기법으로 조선 기와 만드는 유일한 장인 기와 작업을 진두지휘하는 이는 한형준(82) 제와장(製瓦匠). 한 제와장은 중요무형문화재 제91호로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전통적인 제와 시설과 기법으로 조선 기와를 만드는 장인이다. 기와 만드는 흙을 차지게 밟는 일을 열다섯 살부터 시작한 그는 직업병으로 말미암은 관절염 때문에 왼쪽 다리가 불편하다. 하지만 지팡이를 짚고 다지면서도 전통 방식으로 숭례문을 복원하는 일에 혼신의 정열을 불태우고 있다. 한 제와장이 운영하던 전남 장흥군의 작업실에서 하루에 최대 생산 가능한 기와의 수는 40여장이었다. 이에 부여 문화학교에 신한은행 후원으로 전통 기와 가마 3기를 새로 만들었다. 가마 한곳에 들어가는 기와의 수는 모두 850장. 한꺼번에 2550장을 구울 수 있는 셈이다. 기와는 가마에서만 일주일가량 보낸다. 마르는 것까지 끝나 완성되려면 총 3주가 걸린다. ●유약 쓰지 않고 장작불에 논흙 구워 숭례문 기와는 가스불이 아니라 장작을 때는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장작은 부여 산판에서 공급받고, 기와를 만드는 데 쓰는 흙도 부여의 논흙을 쓴다. 부여 지역에서는 백제와 고려시대의 기와 가마터가 현재까지 10기 이상 발굴될 정도로 흙의 품질이 좋다. 기와는 옹기나 도자기와 달리 어떤 유약도 쓰지 않는다. 3분의1 정도 모래가 섞인 진흙, 즉 논에서 나는 흙을 굽기만 할 뿐이다. 특히 조선 기와 특유의 은은하면서도 고운 회색은 장작불의 연기로 만들어낸다. “숭례문에 기와 올리는 날이 내 인생 최고의 날”이라고 항상 강조했던 한 제와장은 전수 조교들과 함께 만족스러운 색깔과 강도, 소리를 갖춘 기와를 만들기 위해 직접 장작불을 땔 예정이다. 한때 전통 기와는 공장에서 생산되는 것보다 강도가 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숭례문 복구에 쓰일 기와 선정을 위한 한국전통문화학교의 실험 결과 전통 기와가 동파에 강하고 흡수율도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굿바이, 잡스] 공식 전기 ‘스티브 잡스’ 한달 앞당겨 25일 출간

    고(故) 스티브 잡스의 공식 전기가 예정보다 이른 오는 25일 세계 각국에서 동시 출간된다. 잡스를 소재로 한 책 판매량이 늘고 ‘스티브 잡스 특별코너’가 서점가에 등장하는 등 국내 추모 열기도 뜨겁다. 한국어판 전기 출간을 맡은 민음사는 6일 “잡스의 사망에 따라 ‘스티브 잡스’(예약 판매중)의 출간일을 당초 11월 21일에서 이달 25일로 앞당긴다는 연락을 미국 측으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시사잡지 타임의 전직 편집장인 월터 아이잭슨이 집필 중인 ‘스티브 잡스’(사이먼앤드슈스터 펴냄)는 아이잭슨이 2년간 40여 차례에 걸쳐 잡스를 인터뷰하고 그의 가족과 친구, 경쟁자, 동료 등 100여명을 만나 취재한 내용을 토대로 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보낸 잡스의 어린 시절부터 애플 창업 과정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를 아우른다고 민음사 측은 전했다. 인터넷서점 아마존에 따르면 원서의 분량은 656쪽이다. 한국어판은 번역가 안진환씨가 미국 측에서 완성된 원고를 순차적으로 넘겨받아 번역을 진행 중이다. 국가별 판권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국내 한 출판사가 100만 달러를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는 소문도 있다. 교보문고와 예스24 등 주요 서점들은 매장에 특별 코너를 마련했다. 교보문고 독서홍보팀의 진영균씨는 “잡스 도서에 대한 문의가 잇따라 관련 책을 따로 모았다.”고 전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노벨문학상 트란스트뢰메르

    올해 노벨 문학상은 스웨덴 시인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80)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한림원은 6일 그가 “다소 흐리면서도 압축된 심상을 통해 현실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시인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은 1996년 폴란드 비스와바 심보르스카 이후 15년 만이다. 스톡홀름에서 태어난 트란스트뢰메르는 1950년대부터 스웨덴 문학계에서 영향력을 발휘해 온 ‘국민 시인’으로 해마다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됐다. 심리학을 전공했으며 청소년 범죄자를 위한 심리상담가로도 활동했다. 그는 20대 초반부터 70대에 이르기까지 모두 11권의 시집을 냈다. 50여년에 걸친 시작(詩作) 활동을 통해 200여편의 시만을 발표한 ‘과묵한’ 시인이다. ‘말똥가리 시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국내에는 ‘기억이 나를 본다’란 시선집이 2004년 유일하게 번역, 출간됐다. 시상식은 오는 12월 10일 열리며 상금은 1000만 크로네(약 17억원)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고려선박서 목간 발굴… 삼별초, 태안 앞바다서 깨어나다

    고려선박서 목간 발굴… 삼별초, 태안 앞바다서 깨어나다

    ‘난행량’(難行梁)이라고 불렸던 충남 태안군 근흥면 마도(馬島) 해역에서는 무수히 많은 배가 침몰했다. 마도 뱃길은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조세뿐 아니라 곡물을 나르는 배가 다니던 길이었기에 한국 고고학의 보물 터가 됐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6일 마도 해역에서 수중 발굴 조사 중인 마도 3호선에서 인양된 287점의 유물을 소개했다. 그동안 마도 해역에서는 태안선, 마도 1호선, 마도 2호선의 발굴이 이루어져 완벽한 형태의 고려청자 매병이 발견되는 등 국내 고고학계를 흥분시켰다. 마도 3호선에서 나온 여러 유물 가운데 삼별초의 실체를 밝힐 수 있는 목간(木簡·종이가 발명되기 이전에 문자 기록을 위해 사용하던 물품 꼬리표)이 가장 눈길을 끈다. 몽골의 침략에 끝까지 저항했던 삼별초는 그동안 별초의 지휘관이 7~8품의 하급 무반(武班)이라고 알려졌다. 하지만 마도3호선의 목간에서 ‘우삼번별초도령시랑’(右三番別抄都領侍郞)이란 글이 발굴됐다. 이를 통해 삼별초가 좌·우 각 3번으로 나뉘었다는 구체적인 증거와 별초의 지휘관이 4품의 시랑(장군과 같은 품계)도 맡았다는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고려 무신정권의 사병’이란 평이 없지 않았던 삼별초가 장군을 맡았다는 사실을 통해 그들의 항쟁 의식이 더 빛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 성낙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장은 “삼별초의 실체를 정확하게 밝힐 수 있는 획기적인 사료”라고 평가했다. 최충헌에서 시작한 최씨 무신정권을 타도한 김준(金俊)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유물도 포함돼 이채를 띤다. 목간 가운데 앞면에 ‘事審令公主宅上’, 뒷면에 ‘○○生四十合伍一缸玄禮’(○는 표기 불능 글자)라는 글자가 확인된다. ‘사심관인 김 영공 댁 앞으로 보내는 홍합 젓갈과 날 것 40항아리 합 51항아리. 현례’라는 뜻이다. 다른 수취인에 비해 수령할 화물이 압도적으로 많아 김 영공이 월등한 권력자임을 알 수 있다. ‘사심관 김 영공’은 바로 최씨 무신정권 60년에 종지부를 찍은 당시 무신정권 최고실력자 김준이다. 영공(令公)은 고려시대 왕실 제왕(諸王)에게만 붙이던 극존칭이며, 다른 목간에 보이는 ‘택상’(宅上), 즉 누구누구 댁 앞이라는 표기로 만족하지 못하고 ‘주택상’(主宅上)이라고 했다. ‘김 영공님 댁 앞으로 보내는 물건’이라는 뜻이다. 당시 김준의 권력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마도 3호선은 길이 12m에 너비 8m, 깊이 2.5m가량이며 현재까지 수중 발굴된 고려 선박 중에서는 보존상태가 가장 좋다. 그동안 발굴된 적이 없는 배의 이물과 고물, 돛대와 이를 고정하는 구조 등이 완전하게 남아 있어 고려시대 선박 구조의 전모도 밝힐 수 있게 됐다. 주요 화물은 젓갈, 말린 생선, 육포, 볍씨 등 먹을거리가 주를 이룬다. 말린 홍합, 생전복, 전복젓갈 등도 항아리에 담겨 있었다. 사어(沙魚)라고 적힌 목간이 있어 상어도 보냈음을 알 수 있다. 홍합 털과 거대한 사슴뿔도 다량 나왔는데 지혈제 등 약재로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또 눈길을 끄는 것은 47점의 장기돌. 현재 쓰는 초(楚)나 한(漢) 대신 장군(將軍)이라고 새겨진 장기돌과 차(車), 포(包), 졸(卒) 등이 뚜렷이 새겨진 검은색 조약돌은 고려 선원의 생활에 대한 무한한 상상을 자극한다. 마도 3호선의 발굴 조사는 이달 말까지 이루어질 예정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2011 노벨문학상 발표] 스웨덴의 ‘말똥가리 시인’… 세상을 관조하다

    [2011 노벨문학상 발표] 스웨덴의 ‘말똥가리 시인’… 세상을 관조하다

    “유월의 어느 아침, 일어나기엔 너무 이르고 /다시 잠들기엔 너무 늦은 때. //밖에 나가야겠다. 녹음이 /기억으로 무성하다, 눈 뜨고 나를 따라오는 기억. //보이지 않고, 완전히 배경 속으로 /녹아드는, 완벽한 카멜레온. //새 소리가 귀먹게 할 지경이지만, /너무나 가까이 있는 기억의 숨소리가 들린다.” 국내에 유일하게 번역 출간된 2011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스웨덴 시인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80)의 시집 ‘기억이 나를 본다’(들녘 펴냄)의 표제작이다. 김성곤 서울대 영문과 교수는 “스웨덴의 국민시인 트란스트뢰메르는 스칸디나비아 특유의 자연환경에 대한 깊은 성찰과 명상을 통해 삶의 본질을 통찰함으로써 서구 현대시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트란스트뢰메르의 시는 ‘말똥가리 시인’이란 별명처럼 정치적 다툼보다는 북극의 얼음이 해빙하는 곳,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화해와 포용의 지역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북구의 투명한 얼음과 끝없는 심연, 영원한 침묵처럼 시인은 세상을 관조하며 일 년에 평균 네댓 편의 시를 써냈다. ●김성곤 교수 “삶의 통찰로 현대시 새 길” ‘말똥가리 시인’이란 별명은 높은 시점에서 지상 자연세계의 자세한 일에 초점을 맞추는 시 세계 때문에 붙여졌다. 꼼꼼한 거시주의 혹은 거시적 미시주의는 그의 특징적인 시작법이다. 트란스트뢰메르는 언론인 아버지와 교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나 부모의 이혼 뒤에 아버지와는 거의 만나지 않았다. 어린 시절 여름이면 주로 섬에서 지냈던 트란스트뢰메르는 고고학과 자연에 매혹되어 탐험가가 되기를 꿈꾸기도 했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그는 1960년대 중반부터 시인과 심리학자로 동시에 활동한다. 2004년 ‘기억이 나를 본다’가 한국에서 출간될 때 트란스트뢰메르는 1990년에 닥친 뇌졸중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상태였다. 뇌졸중으로 한동안 반신마비에 빠져 대화가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한국어판 시선집을 낸다는 편지에 흔쾌히 승낙 의사를 표시한 뒤, 영역본 시집을 주로 참조해 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건물에서 멀지 않은 공터에 /신문지 한 장이 몇 달째 누워 있다. 사건을 가득 담고 /빗속 햇빛 속에 밤이나 낮이나 신문은 그곳에서 늙어간다 /식물이 되어 가는 중이고, 배추머리가 되어 가는 중이고, /땅과 하나가 되어 가는 중이다. / 옛 기억이 서서히 당신 자신이 되듯.” ‘역사에 대하여’란 그의 시에서 알 수 있듯 트란스트뢰메르의 시적 공간은 무척이나 광대하다. 잠과 깨어남, 꿈과 현실, 혹은 무의식과 의식 간의 경계지역 탐구가 그의 시의 주요 영역이기도 하다. ●“종교적 경사 심하다” 비판도 중기 작품은 자연세계에 대한 면밀한 관찰과 깊은 사색이 투영돼 있다. 특히 천상과 지상과 지하를 넘나드는 자유분방한 상상력이 두드러진다. 시공을 초월하는 자유분방함은 기독교 신비주의와 긴밀히 연관된다. 이런 점 때문에 “종교적 경사가 심하여 반대로 정치사회적 맥락이 거세되었다. 특히 눈앞의 정치현실을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트란스트뢰메르는 이런 비판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의 시 세상을 구축했으며 ‘침묵과 심연의 시’ 흐름을 주도했다. 그렇다고 트란스트뢰메르가 시에서 정치사회적 발언을 전혀 내비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정오의 해빙’이란 시에는 “하지만 소음의 스커트 자락으로 예(禮)를 갖춰 인사하는 제트기가 /땅 위의 정적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는 시구가 등장하기도 한다. 정치적으로 제3의 길을 걸었다고 평가받는 시인은 중용의 인생관을 구현하고자 했다. ‘100%’란 표현을 극단적으로 혐오한다는 시인의 말에서 이 같은 인생관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신비스러운 진리의 길을 올곧게 따라가는 것이 똑바로 선 인생의 길”이라고 강조한다. 영어권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스칸디나비아 시인인 트란스트뢰메르의 작품은 독일어, 핀란드어, 헝가리어, 영어 등 5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됐다. 스웨덴 작가로는 1974년 수상한 시인 H 마르틴손에 이어 37년 만에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독일의 페트라르카 문학상, 보니어 시상, 노이슈타트 국제 문학상 등 세계적인 문학상도 다수 받았다. ●‘기억이 나를 본다’ 국내 유일 출간 트란스트뢰메르의 작품은 사과나무, 벚나무, 호수, 잔디밭, 햇볕, 얼음, 눈, 붉은 벽돌집 등 시에 등장하는 소재만으로도 북유럽을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스웨덴의 차갑고 투명하며 깨끗한 자연 속에서 시인은 우리가 모두 공감하는 보편적 우주를 창조해 냈다. 시인의 딸 파울라 트란스트뢰메르는 한 외신과의 전화통화에서 “아버지가 수상 사실을 차분히 전해 듣고 기뻐했다.”고 전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1회 박경리문학상 최인훈씨

    1억 5000만원의 상금이 걸린 제1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자로 소설가 최인훈(75)이 선정됐다. 심사위원회(심사위원장 김치수)는 5일 “최인훈은 문학적 완성도와 지적 성찰의 깊이라는 측면에서 한국 문학이 세계 문학의 보편성 속에 자리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토지문화재단과 박경리문학상위원회가 주관하는 박경리문학상은 소설 ‘토지’를 쓴 박경리(1926~2008) 선생을 기리고자 제정한 상이다. ‘문학 본연의 가치를 지키며 세속과 타협하지 않는 이 시대의 가장 작가다운 작가’를 선정한다는 구호를 내걸었다. 내년부터는 국내외 작가 모두를 대상으로 선정할 계획이다. 1936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최 작가는 ‘광장’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등을 통해 분단 문제를 주로 고민해 왔다. 시상식은 박경리문학제가 열리는 오는 29일 오후 4시 30분 강원 원주 토지문화관에서 열린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아리랑의 반격’ 中 문화유산 지정에 맞불 ‘한민족 문화’ 사업

    지난 5월 중국은 아리랑 등 조선족 무형문화 13건을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중국 지린성에서는 쓰레기차 알림음으로도 아리랑이 사용되고 있지만 우리는 국가적 관심과 국민의 인식이 부족해 이에 대한 반성으로 ‘한민족의 문화영토, 아리랑’ 사업이 추진된다.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은 5일 “한민족의 대표적인 소리 아리랑이 중국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데 따른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아리랑의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기틀을 다지고자 아리랑 사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우리 민족의 대표 음악인 아리랑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의 이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재청, 국립민속박물관, 국립국악원, 공연전통예술진흥재단 등이 협업한다. 아리랑 사업은 이달부터 공연 및 어린이 대상 교육, 학술세미나, 아리랑 특별전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단계별로 추진된다. 국립민속박물관 야외 정자나무 아래에서는 오는 19일까지 매주 수요일 민속음악회를 열어 우리나라 3대 아리랑인 진도, 정선, 밀양아리랑을 공연한다. 12월에는 최근 ‘아리랑’ 프로젝트 음반을 출시하여 큰 호응을 얻은 젊은 소리꾼 김용우의 아리랑 공연이 펼쳐진다. 내년 4월에는 전용선 아리랑연구소장, 힐러리 핀첨 성 서울대 국악과 교수 등이 참여하는 세미나를 통해 아리랑이 갖는 구전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찾아본다. 내년 4월 4일~5월 28일 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한국인의 몸짓, 아리랑’전은 아리랑 관련 생활용구, 영상, 음반자료 등이 전시되어 아리랑의 참모습을 가까이에서 느낄 기회를 제공한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한국 고대인의 ‘통치·생활·사상’ 문자로 만나다

    한국 고대인의 ‘통치·생활·사상’ 문자로 만나다

    광개토대왕비 원석 탁본 등 고대인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문자, 그 이후:한국고대문자전’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5일부터 11월 27일까지 열린다. 전시는 한국의 고대 문자자료 500여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국보 126호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국보 126호), 연가7연명 금동불상(국보 119호), 진솔선예백장 인장(보물 560호) 등 널리 알려진 국보급 문자자료는 물론이고 광개토대왕비 원석 탁본과 일본 왕실의 보물창고인 정창원(正倉院) 문서 등이 처음으로 공개된다. 문자 자료의 수용과 발전 과정을 통해 고대인의 통치, 생활, 사상을 조명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자료인 광개토대왕비 원석 탁본은 일본 역사민속박물관 소장품으로 석회를 바르기 전에 뜬 탁본(돌비에 종이를 대고 먹을 두드리는 것)이다. 이 탁본은 5세기 동아시아 국제관계를 밝히는 데 중요한 1차 자료인 광개토대왕비의 원모습을 전해주는 일급자료다. 지금까지 10여종의 원석 탁본이 알려졌는데, 이번에 전시되는 것은 그중에서도 가장 훌륭한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 지린성에 있는 광개토대왕비는 일본이 임나일본부설(일본이 백제·신라·가야를 지배했다는 설)의 근거로 삼고, 석회로 훼손까지 한 것으로 알려져 고대사 연구의 뜨거운 감자였다. 일본 정창원의 문서는 신라 호적의 영향을 받아 제작되었다고 일컬어지는 미노국(御野國) 호적 등이다. 문자로 파악 가능한 고대인의 생활은 다양하다. 신라 궁중에서는 가오리, 돼지, 사슴, 노루, 간장, 젓갈 등을 먹었다. 백제인은 거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튼튼한 품종의 벼인 적미를 개발하기도 했다. “돈이 없어 벼슬길에 오르지 못한다.”는 한탄, 죽은 가족이 극락 왕생하기를 비는 가족들의 바람, 가뭄에 비를 애타게 기다리며 용왕에게 기도하던 절박한 심정 등 전시 자료에는 옛 사람들의 내면까지 생생하게 담겨 있다. 7세기 백제 목간(木簡·글씨를 써넣은 나무조각)에는 이자가 5할이나 되는 고리대가 존재한 사실이 나와 있다. 신라 촌락 문서에서는 뽕나무를 심고 삼밭을 일구던 농촌 백성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문자 수용과정에서 일정한 역할을 했던 문방구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낙랑지역의 봉니(封泥·문서를 봉함할 때 쓴 점토)와 인장, 경주 석가탑에서 출토된 먹, 안압지에서 출토된 종이자료 등 희귀 자료와 여러 종류의 벼루 등도 전시된다. 이용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화려하지 않은 소박한 문자 자료 속에서 옛 사람들의 속마음까지 헤아려 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6일 노벨문학상 ‘시인·미국인 홀대’ 사라지나

    6일 노벨문학상 ‘시인·미국인 홀대’ 사라지나

    고은(78) 시인이 올해는 노벨문학상을 거머쥘 수 있을 것인가. 6일 발표를 앞두고 국내외 문단은 수상자를 예측하기에 분주하다. 오랫동안 소설가가 노벨상을 독식했다는 점에서 시인의 수상 가능성이 올해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고은 시인에게는 유리한 형국이다. 하지만 시인 못지않게 미국인도 홀대받았다는 점에서 미국 작가의 수상 가능성을 점치는 의견도 적지 않다. 고은 시인에게는 불리한 형국이다. 발표 며칠 전부터 외신들이 유력 후보로 고은 시인을 꼽았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올해는 상대적으로 분위기가 덜 달아오르는 양상이다. 4일 현재 거론되는 수상 시인 후보군은 고은, 아도니스(시리아), 토마스 트란스트로메르(스웨덴), 아시아 제바르(알제리), 레스 머레이(호주) 등이다. 미국 작가로는 외설 논란을 일으켰던 ‘중력의 무지개’의 토머스 핀천을 비롯해 필립 로스, 코맥 매카시, 조이스 캐럴 오츠, 포크록 가수 밥 딜런 등이 거론된다. 체코의 카프카협회가 주는 카프카상을 받은 작가가 그해 노벨문학상을 두 번이나 받았다는 점에서 올해 수상자인 존 밴빌(아일랜드)도 이름이 오르내린다. 2006년 오르한 파무크(터키)의 수상을 맞혔던 영국의 온라인 베팅사이트 래드브록스는 올해 수상 1위 후보로 아도니스를 꼽았다. 시인이고 비유럽권이며 정치적 배경(중동 민주화바람)까지 삼박자를 갖췄다는 점이 그 근거다. 시리아 산악지방에서 태어난 아도니스는 ‘이교도 시인’을 자처한다. 이슬람 경전에 대한 엄격한 해석을 반대하는 등 중동 민주화와 세속주의를 주창해 왔다. 지난 5월에는 독일 정부가 3년에 한 번씩 주는 괴테상을 받기도 했다. 시 세계가 너무 난해하다는 평가도 있다. 래드브록스에 따르면 고은 시인의 수상 가능성은 6위(배당률 14대1)다. 지난해에는 아도니스와 함께 8대1의 배당률로 공동 3위였다. ‘1Q84’의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8대1로 올해 3위에 오른 점이 눈에 띈다. 페테르 나다스(헝가리), 아모스 오즈(이스라엘), 은구기 와 티옹고(케냐), 누루딘 파라(소말리아) 등도 올라 있다. 또 다른 베팅사이트인 나이스로즈는 재미교포 소설가 이창래를 3위(배당률 8대1)에 올려놓았다. 후보 명단에는 오르지 않았지만 소설가 황석영도 ‘깜짝 수상’ 가능성이 있는 작가로 거론된다. 노벨문학상은 1996년 폴란드 비슬라바 쉼보르스카 이후 시인 수상자를 내지 못했다. 미국 출신도 1993년 토니 모리슨(소설가)이 마지막이었다. 1994년 오에 겐자부로(일본), 2003년 J M 쿠시(남아공), 2010년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페루) 등을 제외하면 유럽이 독식하다시피 해 편중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직장인-엄마·아내 사이에서 균형 잡기

    직장인-엄마·아내 사이에서 균형 잡기

    한국인 최초로 미국 백악관 직속 장애위원회 정책차관보를 지낸 시각장애인 강영우(67) 박사의 부인 석은옥(69) 여사가 한국을 찾았다. 4일 출간되는 자신의 새 책 ‘해피라이프’(문학동네 펴냄) 홍보 등을 위해서다. 석 여사의 차남 크리스토퍼 강(34·한국명 강진영)은 최근 백악관 선임 법률고문으로 발탁돼 또 한번 화제가 됐다. 장남은 안과의사다. “내 인생 70년과 남편과 함께 보낸 50년을 정리해 보자는 생각에서 책을 썼습니다. 특히 직업을 가진 젊은 여성들이 여성으로서, 그리고 아내와 엄마 역할에서 어떻게 균형을 유지하며 자아실현을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췄습니다.” 석 여사는 숙명여대 1학년 재학 중 서울맹학교에서 뒤늦게 학업을 이어가던 강 박사를 처음 만났다. 1972년 결혼해 미국으로 건너가 두 아들을 낳았으며 교육학 석사학위를 딴 뒤 인디애나에서 시각장애인 순회교사로 28년간 일했다. 석 여사는 요즘 젊은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저도 시각장애인인 남편과 살면서 남들보다 더 바쁘게 지냈지만 그 와중에도 ‘모성애 엔도르핀’ 같은 것이 나오더라고요.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오늘을 있게 한 원동력은 ‘행복한 가정을 만들겠다는 사명감’이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함께 방한한 강 박사는 “여대생과 고아 맹인소년으로 처음 만났을 때,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 아내에게 가장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싸우다가 불리해지면 아내는 내게 ‘까까중 시절을 생각해 보라’고 한다.”며 “결혼 후 장학금은 끊기고 취직이 안 돼 어려울 때 아내가 ‘생계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더 공부하면서 시간을 두고 직장을 찾으라’고 격려해 주며 식품점을 열었던 일도 두고두고 고마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주말 박스 오피스] ‘도가니’ 영화·서점가 2주째 석권

    [주말 박스 오피스] ‘도가니’ 영화·서점가 2주째 석권

    ‘도가니’ 열풍이 꺾이지 않고 있다. 2주째 영화가와 서점가를 동시 석권했다. 원작자 공지영이 인터넷 논객 김어준과 벌인 ‘트위터 농담 공방’도 화제다. 3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도가니’는 지난달 30일부터 2일까지 전국 798개 상영관에서 91만 1179명을 모아 2주 연속 1위에 올랐다. 지난달 22일 개봉 이래 누적관객 수는 250만 1300명이다. 영화 흥행에 힘입어 소설 ‘도가니’도 2주째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출판인회의가 교보문고와 예스24 등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 9곳의 판매량을 종합한 결과에 따르면, 9월 마지막 주(23~29일) 1위는 ‘도가니’였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연거푸 밀어냈다. 인터넷서점 예스24는 영화 개봉 이후 소설 ‘도가니’ 하루 판매량이 출간 첫 해인 2009년 7월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출판사 창비 측은 “영화 개봉 이후 10만부가량 책 주문이 늘어 누적 판매량이 50만부를 넘어섰다.”고 전했다. 그러자 요즘 장안의 화제인 ‘나는 꼼수다’(TV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를 풍자한 인터넷 프로그램)를 진행하는 김어준이 한마디하고 나섰다. 자신의 신작인 ‘닥치고 정치’(예약 발매 중)가 ‘도가니’를 누르고 1위를 해야 한다고 한 것. 이 얘기를 들은 공지영은 자신의 트위터에 “부양가족이 많아서 (1위 양보는) 안 되겠다.”고 응수했다. 공지영은 아이가 셋이다. 네티즌들은 “모처럼 웃었다.”며 두 사람의 농담 공방을 트위터 등으로 퍼 나르며 즐거워했다. 한편 영화 ‘도가니’ 제작진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영화 속 인물 및 명칭과 관련해 불필요한 오해를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제작진은 “영화에 등장하는 ‘무진’이라는 지명이나 극 중 인물, 교회, 상호 등은 모두 실제 사건과 다른 가상의 명칭”이라면서 “이로 인해 불필요한 오해를 받거나 선의의 피해가 우려되는 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각장애인 학교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 실화를 소재로 한 ‘도가니’는 영화 개봉 뒤 국민의 공분을 자아내면서 사건 재조사, 사회복지사업법 개정 착수 등 큰 사회적 파장을 불러 왔다. 윤창수·임일영기자 geo@seoul.co.kr
  • “종교, 신앙인만 갖기엔 너무 귀중해”

    “종교, 신앙인만 갖기엔 너무 귀중해”

    누군가 말했다. 종교를 가지려면 교회나 절보다 성당을 가는 것이 싸게 먹히니 가톨릭을 고르라고. 알랭 드 보통(42)의 신작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청미래 펴냄)는 이처럼 냉소적인 무신론자에게 종교의 미덕을 넌지시 이야기하는 책이다. 그는 연애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비롯해 ‘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 ‘여행의 기술’ ‘공항에서 일주일을’ 등 10권의 책을 쓴 전문 저술가다. 연애 소설 ‘왜 나는’은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보통의 책으로 판매 부수가 35만부를 넘었다. 보통의 문장이 20개국 언어로 번역될 정도로 사랑받는 것은 현대적 일상에서 새로운 가치를 탐구하기 때문이다. ‘무신론자’도 마찬가지다. 보통은 유대인 출신이지만 그의 집안에서 종교는 ‘우스꽝스러운 조롱의 대상’이었다. “종교는 어린애나 지성이 떨어지는 사람이 믿는 것으로 알았어요. 지성인이라면 과학을 신봉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이번 책에서는 이슬람, 기독교, 유대교를 주로 다뤘는데, 유대교에 대해서는 집에서 전혀 배우지 못했어요. 기독교는 유대교의 적이다 보니 비밀스럽게 매료되었습니다.” 영어권보다 5개월 앞서 세계 최초로 출간된 ‘무신론자’의 홍보를 위해 처음 한국을 찾은 보통은 “영어권 출판사보다 한국의 편집인이 먼저 런던으로 날아와 연락했다.”며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여전히 무신론자인 그는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했고, 런던에 살고 있다. ‘무신론자’는 말랑한 연애 소설이 아니다 보니 쉽게 읽히지 않는다. 독자의 이해를 위해 곳곳에 사진과 도판을 실었다. 현대 사회 소외의 원인을 ‘19세기 유럽과 미국에서 발생한 종교적 믿음의 개인화로 말미암은 공동체 정신의 훼손’에서 찾는 보통은 지금까지 생의 대부분을 책을 쓰는 데 바쳤다. 하지만 점점 책 바깥의 세상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스쿨 오브 라이프’와 ‘리빙 아키텍처’란 두 개의 단체를 운영 중이다. 말 그대로 인생의 학교인 ‘스쿨 오브 라이프’는 저녁에 사람들이 모여 사랑, 죽음, 돈, 종교 등에 대해 서로 이야기한다. 강사가 있고 강의, 세미나 등이 주로 이뤄지는데 벌써 다녀간 한국 독자들도 있단다. ‘리빙 아키텍처’는 세계 유명 건축가에게 부탁해 영국에 아름답고 우아하며 편안한 건축물을 짓는 단체다. 하룻밤 20파운드(약 3만 6000원)에 세계적인 건축가가 디자인한 현대적인 건축물에서 주말을 보내자는 생각에서 만들어진 이 단체는 벌써 5개의 건물을 지었다. ‘행복의 건축’이란 책을 쓰기도 한 보통은 “건축가가 되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고 털어놓았다. 사실 이 고백은 ‘무신론자’에 나오는 ‘아가페 식당’에서 서로에게 던지기로 유도되는 첫 번째 질문에 대한 그의 답이다. 현대적 커뮤니티 센터로 보통이 가정한 ‘아가페 식당’에서는 ‘오만’의 표현인 “무슨 일을 하십니까?” “아이들은 어느 학교에 다닙니까?”란 질문 대신 “후회하는 일은 무엇입니까?”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로 서로에게 다가서라고 권유한다. 그는 종교의 이론적 결과뿐 아니라 실제적 결과에 관심을 둔 사람이 자신이 처음은 아니라고 말한다. 기존 종교의 부족함 때문에 ‘보편 종교에 관한 요약 설명’ 등을 쓰고 새로운 종교를 만든 오귀스트 콩트(1798~1857)의 예를 든다. 보통은 훨씬 현대화된 콩트라 할 만하다. 콩트처럼 사제 10만명 양성 등의 과격한 주장은 하지 않는다. 다만 “종교는 매우 유용하고, 효과적이고, 지적이기 때문에 신앙인들만의 전유물로 남겨 두기에는 너무 귀중한 것”이라고 나직이 말한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이상 다음의 근대인’ 평론가 김현 문학전시관 가보니…

    ‘이상 다음의 근대인’ 평론가 김현 문학전시관 가보니…

    평론은 문학 작품을 쓰지 못한 자의 자존심의 발로로 여겨졌다. 하지만 문학평론가 김현(1942~1990)은 아름다운 문체와 감수성 넘치는 글로 비평을 문학의 한 장르로 끌어올렸을 뿐 아니라 그의 매혹적인 문장은 ‘김현체’로 명명되었다. 그의 고향 전남 목포에서 4·19 세대이자 한글 세대로 한국 문학 비평의 새 장을 연 김현을 기리는 문학 전시관이 30일 개관했다. 김현은 진도에서 태어났는데 부친이 목포에서 구세 약국을 열어 큰 성공을 거두면서 목포를 실질적인 고향으로 삼게 된다. ‘김현 문학 전시관’은 목포 출신 문학인 김우진, 박화성, 차범석 전시관이 있는 목포의 갓바위 문화타운에 터를 잡았다. 목포 앞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시관에 들어서니 어린 시절 김현이 가르며 뛰어다녔던 바닷바람 내음이 코끝을 간질인다. 김현이 꿈꾼 것은 ‘억압 없는 사회, 억압하지 않는 문학’이었으며 그는 평생 이를 실천했다. 김현 문학 전시관에는 그의 육필 원고, 동료 문인들과 주고받은 편지, 평소 아끼던 문구류, 생전에 사용하던 안경, 책상과 컴퓨터 등 그간 유족들이 보관해오던 유품 300여점이 곱게 전시되어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를 위해 김병익, 김주연과 함께 ‘문지4K’로 불리며 현재 김현문학기념사업회 회장을 맡은 김치수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지난해 김현 20주기에 맞춰 유품을 전달한 바 있다. 김 교수는 “세상을 떠난 김현의 문학 정신을 전시관에 살려 놓은 느낌”이라며 “거울 등으로 김현 비평의 핵심적인 이미지를 구현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7살에 진도국민학교에 입학한 김현은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목포 북교국민학교로 전학한다. 목포중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경복고로 전학하여 친형과 함께 서울에서 생활했다. 김광남이란 본명 대신 김현이란 필명을 사용한 것은 스무 살인 1962년 ‘자유문학’ 평론 부문에 ‘나르시스 시론’이 당선되면서다. 같은 해 김승옥, 최하림과 함께 소설 동인지 ‘산문시대’도 창간했는데, 동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곳이 수산시장 옆 목포 오거리의 한 허름한 다방이었다. 김현은 글 실력뿐 아니라 술 실력으로도 유명했는데, ‘산문시대’를 계속 발행하면서 술 실력이 늘고 사람을 ‘조직’하는 역량도 발휘되었다. 김현과 함께 ‘한국문학사’를 쓴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는 그를 “이상(李箱) 다음의 근대인”이라고 말했다. 30대의 김현은 1977년 서울 구반포 삼거리의 반포치킨이 문을 열었을 때부터 여기서 동료, 제자, 문인들과 어울려 자주 술을 마셨다. 아직도 영업 중인 반포치킨은 공지영 작가를 비롯한 많은 문인의 추억의 장소이기도 하다. 문학 전시관 개관식과 함께 열린 심포지엄에서 정과리 연세대 교수는 김현이 목포로 이사해 ‘독서 소년’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묘사하면서 “목포는 김현에게 사회이자 규범과 규칙으로 이루어진 제도였다.”고 설명했다. 목포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메가폰 놓고 펜을 잡다

    메가폰 놓고 펜을 잡다

    한국 영화계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걸출한 두 영화감독이 비슷한 시기에 소설책을 내놓아 눈길을 끈다.‘충무로의 대재앙’으로 불리는 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이후 제주도에 머무는 장선우 감독은 소설 ‘caf 물고기_여름 이야기’(물고기북스 펴냄)를 썼다. 자희 혹은 여름이라고 불리는 여자 아이가 제주도의 작은 카페로 찾아 와 자라서 유명한 영화배우가 되겠노라고, 그리하여 출가하겠노라고 발버둥친다. ●이무영, 천주교 탄압 담은 역사소설 내놔 ‘공동경비구역 JSA’ ‘복수는 나의 것’의 각본을 쓰고 ‘휴머니스트’ 등을 연출한 이무영 감독은 천주교 탄압의 역사를 다룬 소설 ‘새남터’(휴먼앤북스 펴냄)를 발표했다. 이 감독은 소설 출간과 관련한 기자 간담회에서 “47년간 목회활동을 한 목사 아버지는 고매한 인격을 가지셨고 신념을 위해서라면 100% 목숨을 내놓을 만한 분”이라며 “목사인 아버지를 모델 삼아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두 감독은 모두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까지 한 공통점이 있다. 특히 장 감독은 ‘우묵배미의 사랑’ ‘경마장 가는 길’ ‘너에게 나를 보낸다’ ‘거짓말’ ‘화엄경’ 등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많이 만들었다. 이 감독은 소설과 시나리오의 차이에 대해 “소설은 펼치는 자유가 있다.”고 말했다. ‘새남터’는 현실과 과거 회상 장면을 자유롭게 오가며 영화적 기법과 흥미진진한 극적 구도를 빌린 본격 소설이지만 ‘여름 이야기’는 영화감독의 후일담 소설에 가깝다. ●장선우 제주도 칩거 생활 소설에 묻어나 장 감독도 소설 첫 장에 “이 글은 일기체로 쓰이기는 했으나 어디까지나 소설”이라고 강조해 놓았다. 하지만 100억원이 넘는 제작비가 들어간 영화 ‘성냥팔이’의 흥행 실패 이후 제주도에서 카페를 하며 칩거하다시피 하는 장 감독의 근황과 소설은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장 감독은 소설 속에서 “몽골에서 추진하던 영화 ‘천개의 고원’이 좌절된 뒤였다. 나는 한때 훈(흉노)처럼 만리장성 넘어 오르도스 초원을 꿈꾸었고, 말 달렸고, 고비사막을 헤매었고, 노마드를 노래했었다. 노마디즘을 사유한 질 들뢰즈의 책 ‘천개의 고원’을 끼고 살았다. 그리고 초원의 악기, 마두금을 모티브로 시나리오를 만들었다.…스태프가 구성되고, 캐스팅도 끝냈다. 최적의 로케이션 촬영지도 정했고, 미술, 음악 모든 것이 준비되고 있었다.…하지만 만리장성이 문제였다. 제작자는 만리장성을 둘러싼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고 했다. 나는 만리장성을 넘어야 한다고 고집 부렸다.”며 촬영 시작 직전에 엎어진 영화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놓는다. 이 감독 역시 “지금까지 영화 10편의 각본을 썼는데 소설을 쓰는 2년 동안 영화가 TV에서 다시 방영되더라도 시나리오 작가에게 저작권료가 하다못해 5000원이라도 떨어지는 일이 없었다.”며 영화 제작진의 고충을 설명했다. 특히 시나리오 작가이자 감독이었던 고(故) 최고은씨의 죽음을 언급하며 창작자의 어려움을 강조했다. 그는 “소설 쓰기의 가장 어려운 점은 엉덩이를 깔고 앉아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새남터’ 영화화 작업 진행중 영화평론가 정성일씨는 장 감독의 소설에 대해 “어떤 사람은 미처 세상을 보지 못하고 떠난 여자 아이를, 미처 세상을 보지 못하고 중단된 영화로 읽을 것”이라고 평했다. 이 감독은 ‘새남터’의 영화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이미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APM(아시아프로젝트마켓) 지원작으로 선정됐다. 그는 “지원작으로 같이 선정된 감독이 친구이긴 하지만 마지막에 주는 상금은 꼭 내가 받고 싶다.”며 “사극이라 제작비가 35억원은 필요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소설은 돈 없는 영화감독의 사생아인지도 모른다. 이 감독은 “문학에서 영화가 많이 나오는데 소비나 배설의 작품이 아니라 진지한 삶의 고민이 있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소설이든 영화든 무엇인가를 창조하는 데서 삶의 의미를 찾는 이들에게 그 소통의 도구란 무의미한 것일 게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詩 만난 ‘디카’ 언어로 피다

    196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문단에 데뷔한 이상범(76) 시인이 사진과 시를 결합시킨 독특한 시집 ‘풀꽃시경’(동학사 펴냄)을 냈다. 그는 ‘디카시’(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과 시)란 새로운 장르를 고안했다. 이번 시집에도 그가 직접 찍은 사진과 그 사진에서 얻은 감흥을 옮긴 시가 나란히 실렸다. 디카시에 쓸 사진을 매일 100장 이상 찍는다는 노()시인의 시어는 나이 들거나 어렵지 않다. 일상에서 소박한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디카시에 쓰인 피사체는 꽃이 많은데 예를 들어 시 ‘젖동냥 생각’에 쓰인 사진에는 한눈에 봐도 젖꼭지 형상을 한 꼬리에리카를 찍었다. 박기섭 시인은 디카시에 대해 “디카사진이 시의 몸체로서 드러낼 세계는 어떤 의미로 규정할 수 없을 정도의 광폭성을 갖는다.”고 평가했다. 작가는 ‘시인의 말’에서 “시각과 함께하는 독자는 새로움을 계속 요구하고 있으니까 도태되지 않기 위해 그렇게 하는 것”이라며 “디카시의 사진에 자연경관이나 꽃에서 많은 부분을 얻어 오는 이유는 자연애와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눈부신 서정의 이미지를 자신만의 영상 언어로 바꿔 가는 그의 디카시 작업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2만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부고] 문단 ‘큰 어른’ 김규동 시인

    [부고] 문단 ‘큰 어른’ 김규동 시인

    한국 시단의 ‘큰 어른’인 김규동 시인이 28일 오후 2시 50분 폐렴과 노환으로 별세했다. 86세. 1925년 함경북도 종성에서 태어난 고인은 1948년 김일성종합대학을 중퇴하고 이남으로 내려왔다. ‘후반기’ 동인으로 활동하던 초기에는 모더니즘을 표방하며 야만적인 물질문명을 비판하는 작품들을 발표했다. 1970년대에는 민주화운동에 적극 참여하면서 현실비판적인 시를 주로 썼다. 고인은 ‘나비와 광장’ ‘죽음 속의 영웅’ ‘오늘밤 기러기떼는’ ‘길은 멀어도’ ‘느릅나무에게’ 등 시집 9권과 ‘새로운 시론’ 등 평론집, ‘지폐와 피아노’ 등 산문집을 펴냈다. 지난 2월에는 문학 활동을 집약한 ‘김규동 시선집’을 내기도 했다. 시선집에는 60여 년간 지은 시 432편을 담았다. 이어 3월에는 자전에세이 ‘나는 시인이다’를 출간했다. 당시 거동이 불편했던 시인은 구술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자서전을 완성했다. 고인은 민족문학작가회의 고문 등을 지냈으며 은관문화훈장과 만해문학상 등을 받았다. 지난 6월에는 대한민국예술원 수상자로 선정됐다. 유족으로는 부인 강춘영 여사와 3남이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발인은 10월 1일 오전 8시다. 문인장으로 치러진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국내외 인사 175명 ‘노태우의 추억’

    국내외 인사 175명 ‘노태우의 추억’

    노태우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던 국내외 인사 175명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각자의 ‘추억’을 묶어 책으로 펴냈다. ‘노태우 대통령을 말한다’(동화출판사 펴냄)이다. 노재봉 전 국무총리, 정해창 전 대통령 비서실장, 최석립 전 대통령 경호실장 등을 비롯해 제6공화국 각료, 국회의원, 청와대 출입기자, 고향 지인 등의 육성이 담겼다.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등 외국 정상들도 가세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지난 5월 보낸 편지에서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한국 땅에서 철수시키는 데 동의한 노 전 대통령의 현명한 결정에 마음속 깊이 감사하고 잊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는 “한국이 현 위치에 오르기까지 가장 큰 기여를 한 국가원수는 박정희, 김대중, 그리고 노태우 세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학을 연구하는 함성득 고려대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의 업적은 그의 소극적인 이미지에 가려져 제대로 조명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노태우 정권에서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낸 이어령 전 장관은 “힘없고 가난한 신설 문화부에 추임새를 보낸” 노 전 대통령을 회고하며 “생채기 난 문화를 어루만져 준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대통령의 따뜻한 손길을 생각하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고 말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동·서양인 눈으로 본 ‘조선인’ 명품 초상화 비교해 볼까

    동·서양인 눈으로 본 ‘조선인’ 명품 초상화 비교해 볼까

    조선시대 초상화의 정수를 중국, 일본의 작품과 비교해 볼 수 있는 ‘초상화의 비밀’ 전이 27일 개막하여 11월 6일까지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한국을 중심으로 중국과 일본, 유럽의 초상화까지 함께 전시돼 국제적 시야에서 조선시대 초상화를 조망할 수 있는 최초의 전시로 총 200여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한·중·일, 유럽 등 200여점 국내 최대 규모 국내 초상화전 가운데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전시의 양도 압도적이지만 전시 구성도 이야기와 대결을 위주로 흥미진진하게 이루어졌다. 관람객은 이름만 들어도 관련 이야기가 떠오르는 충신 정몽주, 이순신 장군, 충절의 논개, 황희 정승, 어사 박문수, 오성과 한음 등의 초상화를 통해 역사 속 주인공의 얼굴을 직접 마주 보며 대화하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다. 태조 어진(임금의 초상화)은 화려하면서도 장엄한 왕실 초상화의 특징을 잘 드러낸다. 화면 중간까지 높이 그린 양탄자는 청색의 곤룡포, 적색의 어좌와 어울려 인물의 권위를 부각시킨다.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청나라 개국공신 오보이(1615~1669)의 초상화도 오른손 엄지에는 궁수를 상징하는 반지를 끼고 있어 무술로 이름난 무관임을 나타낸다. 일본 에도막부의 창시자 도쿠가와 이에야스(1543~1616)의 초상 역시 신사 앞에 배치하는 사자모양으로 된 한 쌍의 석상(고마이누·?犬)을 그려넣어 신격화된 인물을 드러낸다. 조선시대 최고 초상화가로 손꼽히는 이명기와 바로크의 거장 페터르 파울 루벤스의 초상화를 비교해 보는 재미도 크다. 소설 ‘베니스의 개성상인’의 소재가 됐던 루벤스의 그림은 임진왜란 중 왜병에 의해 강제로 끌러간 조선 평민 내지는 포로 병사 ‘안또니오 꼬레아’로 알려졌다. 또 다른 설은 에도시대 일본에 와 있던 네덜란드 스펙스 무역 관장(체류시기 1606~1621)에게 발탁된 조선의 전직 관리라고 주장한다. 화면 왼쪽 뒤에 그려진 조그만 배 한 척은 이 인물이 멀리서 배를 타고 온 방문객임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본다. 루벤스의 그림을 살펴보면 한복을 입은 인물은 탕건과 유사한 준모(駿帽)를 쓴 다음 그 위에 투명한 사방관을 착용하고, 조선시대 관리들이 입던 16세기 철릭에 가까운 옷을 입고 있다. 콧수염이 짧은 젊은이로 보이는 이 인물은 까만 분필로 몸체와 얼굴이 표현됐고, 양볼과 콧등, 입술 등에 붉은색을 칠해 생기가 넘친다. 루벤스 그림의 주인공이 포로나 상인이 아니라 조선의 전직관리였음을 증명하고자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초상화에서 입었던 철릭과 함께 이명기의 ‘서직수초상’이 같이 전시된다. ‘서직수초상’은 우리나라 초상화에서는 드문, 서 있는 모습 전체를 그렸다. 약간 고개를 숙이고 눈을 치켜뜨고 있어 다부진 선비의 품격을 담은 이 초상과 루벤스 그림 속 주인공의 옷매무새가 비슷함을 읽어 낼 수 있다. ●얼굴만 둥둥 떠있는 윤두서 자화상 압권 한국 초상화상 혁명과도 같은 획기적인 작품으로 꼽히는 ‘윤두서 자화상’은 외형 묘사와 내면세계의 표현이 조화를 이뤘을 뿐 아니라 얼굴만 둥둥 떠 있어 압도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2006년 국립중앙박물관의 적외선 조사에서 도포의 옷깃이나 주름이 촬영돼 일부러 얼굴만 그린 미완성작이 아님이 확인됐다. 문동수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대륙적 규모의 중국 초상화보다 겸손하고, 섬세한 분위기의 일본 초상화보다 절제된 조선의 초상화는 한국 미술의 위대한 성취”라고 강조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2011 아시아 편집자 펠로십’ 출판 한류 말하다

    ‘2011 아시아 편집자 펠로십’ 출판 한류 말하다

    “태국 사람들은 한 해에 고작 9줄을 읽는다는 통계가 있는데 해리포터와 한류가 태국을 바꿔놓았다. 6년 전부터 한국에서 수입된 학습만화 ‘살아남기’(아이세움 펴냄) 시리즈는 해리포터 이후 태국 출판계의 두 번째 혁명이라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난미북스의 킴 콘자팃와타나) “중국도 여성 독자의 비중이 큰데 남인숙의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랜덤하우스코리아 펴냄)는 100만부 넘게 팔렸다. 한국 책의 표지 디자인과 인쇄, 색깔 등이 예뻐 중국 독자들이 매력을 느낀다.”(차이나 사우스 부키 컬처 미디어의 얄란 왕) ●패션·라이프스타일 책 인기 19~23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서교호텔과 경기 파주출판도시 등에서 열린 ‘2011 아시아 편집자 펠로십’에 참가한 10개국의 출판인 14명은 “책을 통해 한국의 문화를 알 수 있게 됐고, 한국에는 뛰어나고 좋은 책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출판인회의가 연 이번 행사는 ‘한류 시대의 출판:도전과 기회’란 주제로 이루어졌다. 아시아 각국에서 인기있는 한국 출판물은 학습만화, 패션, 라이프스타일, 교육 관련 책이었다. 일본 다이아몬드 출판사의 에이지 미타치는 “한국 가수나 영화배우들이 낸 책과 영화 관련 책, 그리고 정다연씨의 ‘몸짱 다이어트’가 큰 인기를 끌었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 PT 엘렉스 미디어의 이다 바구스도 “화장법을 설명한 만화인 ‘판타스틱 코스메틱’(학산문화사 펴냄)이 무척 인기가 높아 2권이 언제 나오느냐는 요구가 빗발치는데, 2권은 남성 화장법에 대한 책이라 수입을 미루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예림당의 ‘WHY’ 시리즈와 아이세움의 ‘살아남기’ 시리즈는 출판 한류를 주도하고 있는 학습만화다. ‘살아남기’ 시리즈는 과학상식을 담은 만화로 2001년 ‘무인도에서 살아남기’가 최초 출간된 이래 29개국에 수출되어 국내에서 1000만부, 해외에서 1000만부가 팔렸다. 두 학습만화는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시장에서 막상막하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중국 광서문화미디어그룹의 클레어 멍은 “‘WHY’ 시리즈를 출간했는데 지식 설명과 만화가 그렇게 잘 어우러질 수가 없다.”며 “중국 작가들은 따라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또 어린 소녀들에게 화장하는 법을 가르쳐 주는 ‘마이 워너비 메이크업’(조선앤북 펴냄)이란 책도 인기가 높다며, 이런 책이 중국인들이 원하는 책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예쁘고 보기 좋은 데다 따라하기 쉬운 책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중국에서는 알지 못했다.”며 “문화적 시각에 공통점이 있어 한국의 라이프스타일 책이 중국에서 더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교육열 높은 타이완서 교재 불티 타이완의 유라시안 출판그룹의 필 첸은 “한국과 타이완은 유교란 공통점이 있는 데다 부모의 교육열이 높은 것도 비슷해서 한국의 교육 관련 도서가 인기를 끌고 있다.”며 “지금은 한류가 독특함과 차별성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앞으로는 문화적 공통점으로 한류를 지속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경영서 수출은 어려워 한계 만화나 실용서적과 비교하면 번역이 어려워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문학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계기로 새롭게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한국 출판사들은 해외 유명 작가들에게 고액의 선인세를 지불하지만, 외국에서는 국내 작가에게 선인세 지불을 꺼리는 경우가 많은 것도 판권 계약에 애로사항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아시아 편집자들은 김영하, 한강 등 젊은 소설가의 동시대 문학에 대한 시장 반응이 좋다며 낙관했다. 특히 아시아 독자들은 한국의 젊은이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삶을 사는지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필 첸은 “10년 전 김정현의 ‘아버지’를 출간하고 이어 신경숙 작품을 냈는데 공통으로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이 있으면 인기를 얻는다.”고 말했다. 출판 한류가 주로 실용서적 위주로 이뤄지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웅진리더스북의 박희연 편집장은 “지식의 흐름은 위에서 아래로 이뤄지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지는 않는다.”며 “특히 경제나 경영관련 서적은 수출이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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