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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신항 배후단지 입주권 비리 교수·공기업 임원 등 35명 적발

    16조 7000억원이 투입된 부산항 신항 항만배후단지 개발사업 과정에서 각종 비리를 저지른 공기업 임직원과 국립대 교수 등 35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1일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부산항만공사 전 부사장 황모(58)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입주 선정위원 지위를 이용, 금품을 요구하고 사업계획서까지 대신 작성해 준 국립대 교수 안모(59)씨 등 3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황씨 등은 배후단지 입주를 희망하는 업체들로부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주는 조건으로 200만~84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강 前교수, 부모와 안 사는 신입생 노려”

    “십년 전에 (강 교수의 성추행을) 미리 밝혔더라면 친구와 후배가 당하지 않았을 텐데…. 지금도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20일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 박재경 판사 심리로 열린 전 서울대 수리과학부 강모(53) 교수의 상습 성추행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피해자들은 눈물로 호소했다. 10년 넘게 강 교수에게 피해를 입었다고 증언한 A씨와 아직도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고 진술한 B씨는 “신원 노출 우려에도 누군가는 밝혀야 된다고 생각해 용기를 냈다”고 입을 모았다. 피해자들은 강 전 교수가 신입생 가운데 부모님과 떨어져 사는 학생들을 ‘목표물’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부모가 법조계에 있거나 언론계에 있는 학생들은 제외시키고 부모와 떨어져 사는 학생들을 타깃으로 삼았다”며 “영순위, 소수정예라는 말을 자주 썼다”고 밝혔다. A씨는 또 “교수님이 여학생들에게 접근하는 행태는 하나의 ‘알고리즘’(문제 해결을 위해 입력된 자료를 토대로 원하는 출력을 유도하는 규칙 집합) 같았다”고 설명했다. 강 전 교수의 연락에 학생이 응하느냐 응하지 않느냐에 따라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만남에 응하느냐 응하지 않느냐에 따라 방법을 달리했다는 것. 이날 법정에서 검찰은 강 교수에 대해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선고는 다음달 14일이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주동자 처벌” vs “무차별 진압”… 상처뿐인 추모 집회

    “주동자 처벌” vs “무차별 진압”… 상처뿐인 추모 집회

    세월호 참사 1주년 후 열린 범국민대회 참가자 100명을 연행하며 강경 대응에 나선 경찰이 주동자 사법 처리와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의사를 분명히 했다. 경찰은 시위대가 과격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시위대 측은 경찰의 과잉진압을 문제 삼았다. 19일 경찰청은 브리핑을 통해 18일 열린 세월호 참사 범국민대회를 ‘불법 폭력 집회’로 규정, 주동자를 사법처리하고 집회를 주관한 세월호 국민대책회의 측에 경찰의 물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지방경찰청에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나머지 15개 지방경찰청에도 수사전담반을 편성, 시위 주동자와 극렬 행위자를 끝까지 추적해 사법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유가족 21명을 포함한 100명을 연행했고, 19일 오전까지 유가족과 고등학생·환자 등 29명을 우선 석방한 뒤 71명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지난 18일 경찰은 경력 1만 3700여명과 트럭 18대를 비롯한 차량 470여대, 안전펜스 등을 동원해 경복궁 앞, 광화문 북측 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 세종로 사거리, 파이낸셜빌딩 등에 6겹으로 ‘차벽’을 설치해 범국민대회 참가자들의 이동을 차단했다. 서울광장에서 유가족들이 있는 광화문 누각으로 향하던 범국민대회 참가자 1만여명(경찰 추산)은 길을 가로막은 경찰과 격렬하게 충돌했고, 경찰은 캡사이신 최루액과 물대포를 분사하며 막았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시민 양측 모두 부상자가 속출했다. 경찰은 경찰관·의경 74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차량 71대, 캠코더 등 경찰장비 368점이 집회 참가자에게 빼앗기거나 파손됐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뿌린 물대포에 넘어진 40대 남성은 무릎 뼈가 완전히 부서지는 부상을 입고 서울대 병원에서 수술을 받는 등 범국민대회 참석자 100여명도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의 변혜진 기획실장은 “경찰이 무차별적으로 캡사이신을 뿌리는 과정에서 눈과 피부가 약한 어린 아이들과 노인들이 부상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고 “4월 16일 이후 대한민국엔 진압과 검거밖에 모르는 경찰의 폭력만 있다”며 “유가족을 시민과 떼어 놓고 고립시켜 세월호 1주년으로 인한 정권의 부담을 덜고 진실마저 수장시키기 위한 의도로 판단된다”고 비난했다. 경찰은 “차벽을 허무는 등 참가자들이 예전 집회보다 격렬하고 과격한 모습을 보였다”면서 “차벽이 무너지면 바로 청와대에 접근하고 경찰과 몸싸움이 일어날 상황이었다”고 물대포 등을 사용한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경찰의 차벽이 일반 시민들의 교통불편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서울 중구에 직장을 둔 김모(30·여)씨는 “종로구 청운동에서 을지로로 이동하는 데만 2시간이 걸렸다”면서 “길목마다 경찰이 길을 막고 있었고 우회하라고 지시한 도로마다 주차장처럼 차량들이 멈춰 있었다”고 말했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경찰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 것인지 정당한 진압을 위한 조치였는지에 관한 논란이 계속됐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일본아, 보아라… 독일서 촛불 드는 저 사람들을

    일본아, 보아라… 독일서 촛불 드는 저 사람들을

    한국과 일본, 독일 시민단체가 함께 일제 강제징용과 일본 각료들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규탄하는 촛불 집회를 독일에서 연다. 민족문제연구소는 19일 “다음달 7일 베를린, 10일 하이델베르크에서 한국, 일본, 독일 3개국 국민이 참가한 가운데 일본의 만행을 규탄하는 촛불 집회를 열기로 했다”며 “매년 8월 일본 도쿄 야스쿠니신사 인근에서 열던 집회를 올해는 처음으로 독일에서 열게 됐다”고 밝혔다. 민족문제연구소와 ‘야스쿠니반대공동행동’ 한국위원회 등 국내 단체들은 2000년대 중반부터 일본 시민단체들과 함께 촛불 집회를 하고 있다. 연구소는 한반도 이슈를 다루는 독일 시민단체인 ‘코리아협의회’의 제안을 받아 독일 촛불 집회를 준비해 왔다. 민족문제연구소 김민철 박사는 “같은 전범국가이지만 독일은 일본과 달리 모범적으로 과거를 청산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유럽에서 야스쿠니,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이번 집회를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이번 집회에서 여자근로정신대, 일본군 위안부, 시베리아 억류자, 포로감시원, 탄광 근로자, 군대 징용자 등 7명의 증언을 영상과 책자로 만들어 배포할 예정이다. 김 박사는 “집회의 취지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는 것”이라며 “그동안 설명 자료를 많이 만들었지만 일제의 만행을 모르는 이들이 여전히 많아 피해자의 이야기를 직접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영상은 독일인인 마리아 뵈머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의장에게도 전달된다. 민족문제연구소 측은 유네스코를 상대로 일본의 징용시설 세계유산 등재 추진이 부당하다는 점을 집중 부각할 방침이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기억될 4·16 세월호 기록될 4160개 촛불

    기억될 4·16 세월호 기록될 4160개 촛불

    세월호 참사 희생자 1주기 다음날인 17일 오후 7시 서울시청 앞 광장. 푸른 잔디가 더 짙어진 광장을 둘러싸고 시민들이 만든 인간띠가 구불구불 이어졌다. 아이의 손을 잡고 나온 부부부터 머리가 희끗한 노인까지 모두 ‘세상에서 가장 슬픈 도전’을 위해 광장에 모였다. 초등학생 두 딸을 데리고 서울광장을 찾은 백헌기(44·회사원)씨는 “딸들에게도 슬픔을 함께 나누는 방법을 가르쳐 주기 위해 함께 왔다”며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참사 원인조차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 대한민국의 실상을 기네스 기록을 통해서라도 전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휠체어에 탄 채 현장을 찾은 홍윤기(58·대학교수)씨는 “몸이 불편한 것보다 마음이 불편한 것이 더 커서 나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주의국민행동과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가 세월호 희생자 1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는 시민 4160명이 촛불로 세월호 형상을 만들어 기네스북에 ‘사람이 만든 가장 큰 불꽃 이미지’ 부문의 도전을 앞두고 있었다. 기네스북 도전의 성사는 예견돼 있었다. 오후 7시부터 입장을 시작한 광장에는 한 시간여 만에 애초 계획한 4160명이 훌쩍 넘는 4475명이 입장했다. 미처 입장하지 못한 500여명도 광장을 둘러싼 채 도전을 지켜봤다. 참가비를 낸 사람은 6000명이 넘었다. 오후 8시 56분. 도전을 알리는 징 소리가 울리고 시민들은 준비하고 있던 노란 불꽃을 환히 밝혀 배 형상을 만들어 냈다. 전광판엔 박재동 화백이 그린 희생자의 얼굴이 띄워졌다. 마침내 오후 9시 6분. 사회자가 세상에서 가장 슬픈 도전의 성공을 알리자 누군가는 고개를 떨궜고 또 다른 누군가는 눈물을 훔쳤다.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위원장은 “모인 시민들 덕분에 큰 위로를 받았고 진상규명을 위한 앞으로의 행보에도 함께해 달라”고 말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선체 인양” vs 경찰 차벽… 또 부딪친 세월호 광장

    “선체 인양” vs 경찰 차벽… 또 부딪친 세월호 광장

    세월호 참사 1주년인 16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추모제에 참석한 5만여명(경찰 추산 1만명)의 시민들이 행사가 끝난 오후 9시부터 세종대로를 가득 메운 채 행진을 벌이며 밤늦게까지 서울시내 곳곳에서 경찰과 격렬하게 충돌했다. 경찰이 광화문 4거리에 경찰버스로 차벽을 세우고 50여m 앞인 청계광장 앞 16차선 도로에 높은 장벽을 세워 행진을 막자 일부 유가족들과 주최 측인 4·16국민연대, 시민들은 청계천으로 우회해 삼일교 등을 거쳐 광화문광장 쪽으로 접근했다. 일부 유가족과 시민들은 경찰버스 위로 올라가 ‘세월호 즉각 인양’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폐기’ 등을 외쳤다. 경찰은 두 차례 이상 “불법집회를 즉각 해산하라”는 경고방송을 내보낸 뒤 캡사이신 최루액을 뿌리며 시민들을 제지했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과 가수 김장훈 등은 “무엇이 두렵기에 추모의 발걸음을 막느냐”며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앞서 오후 7시부터 서울광장에서 열린 추모제 ‘4·16 약속의 밤’에 참석한 시민·학생들은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고, 정부 측에 세월호 선체 인양과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폐기를 촉구했다. 행사에는 안산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출발한 세월호 유가족들과 낮부터 각지에서 집회와 문화제를 열었던 시민단체 회원과 대학생 등이 참석했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한 손에 엄마를 붙들고, 다른 손에 국화꽃을 든 어린이들도 눈에 띄였다. 추모제에 참석한 취업준비생 김지원(여·24)씨는 “다시는 세월호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아버지와 동생 등 가족과 함께 참석했다”면서 “하루빨리 세월호를 인양하고 참사의 원인이 밝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남 장성에서 딸과 함께 참석한 윤두병(70·농업)씨는 “어른으로서 사람답게 사는 나라를 만들지 못한 것이 죄스럽다”면서 “있는 그대로 진실을 밝히면 되는 것뿐인데 그게 안 되고 있다”며 고개를 저었다.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위원장은 “진상규명을 제대로 해서 안전한 사회를 만들자는 것과 온전하게 세월호를 인양해 실종자를 끝까지 찾아주겠다는 대답을 기다렸지만 끝내 답변을 듣지 못했다”면서 “대통령은 우리 가족들을 피해 팽목항에 잠시 머물렀다 대국민 담화문 발표만 하고 해외로 떠났다”고 비판했다. 분향소가 설치된 광화문 광장에는 오후부터 분향 행렬이 이어졌다. 김영인(32)씨는 “오늘 1주년 추모제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일부러 과천에서 광화문까지 분향하러 왔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 도심 곳곳에서는 대학생들과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행진과 퍼포먼스, 집회가 잇따랐다. 15개 대학 총학생회·단과대학생회 등으로 구성된 ‘세월호 대학생 대표자 연석회의’ 소속 1000여명은 각각 경희대·이화여대·남영3로터리·마로니에공원 등에서 오후 4시 16분 출발해 청계광장까지 행진한 뒤 추모집회를 열었다. 이화여대에서 출발한 서울 서부지역 대학생들은 단원고 2학년 1∼10반을 나눠 맡아 세월호 희생자·실종자 304명의 기억을 담은 피켓을 들고 행진했다. 서울역 광장에서는 오후 4시 16분 민주노총의 율동 퍼포먼스가 진행됐고,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는 오후 5시 추모 연극제가 열렸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세월호 참사 1년-리멤버 0416] 현장 기자들이 본 관심 폭증 일곱 장면

    [세월호 참사 1년-리멤버 0416] 현장 기자들이 본 관심 폭증 일곱 장면

    ’리멤버 0416’ 빅데이터로 돌아보는 세월호 1년 ☞ <바로가기> 304명의 생명을 삼킨 괴물이 물밑으로 조금씩 모습을 감추는 동안 온몸으로 무기력함을 느꼈다. 죄 없는 생명이 깃들어 있던 어린 육신을 끌어안고 울부짖는 유가족 뒤에서 고통을 애써 삼켰다. 지난 1년, 점점 사그라드는 국민의 관심을 다시 솟구치게 했던 몇 차례의 ‘변곡점’이 있었다. 현장에서 함께 안타까워하고 분노하며 때론 눈물 흘렸던 기자들이 각자 기억을 털어놓았다. 7건의 사건은 인터넷에서 세월호에 대한 관심(버즈양)이 극적으로 튀어 오른 날짜를 골랐다. 1. 304명 생명 삼킨 괴물… 말을 잃었다 2014년 4월 18일 세월호 완전침몰(9만 8022건) 16일 오후 단원고에서 진도로 향하는 버스에 교사, 학부모들과 함께 올랐다. 속보로 전해졌던 ‘전원 구조’는 이미 오보로 밝혀진 터였다. 한 교사가 “어머니, 아버지들이 힘을 내야 우리 아이들을 구할 수 있다. 모두 힘을 내자”고 말했다. 누군가 통곡을 했지만 금세 잦아들었다. 생사를 모르는 상황에서 울음은 죽음을 인정하게 된다는 공감대 때문이었다. 오후 늦게 도착한 팽목항에서 불안은 현실이 됐다. 유언비어가 난무했고 혼란 속에 분노가 폭발했으며 당국자들은 멱살잡이를 당했다. 아비규환이었다. 17일 새벽 사고 지점을 찾았을 때 304명의 생명을 집어삼킨 욕망과 비리의 집합체는 머리만 수면 밖으로 나와 있었다. 해경은 주변을 뱅뱅 돌며 떠오른 시신을 수습할 뿐 여전히 무기력했다. 18일 낮 12시 30분 마침내 육안에서 세월호가 사라지자 현장에 있던 모두가 말을 잃었다. 희망도 그 바다에 함께 잠겼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2. 지푸라기 잡는 심정이었지만 소득 없었다 5월 1일 다이빙벨 철수(8만 4063건) “써 봤으니까. 그 정도 조류에도 할 수 있다는 건 증명이 된 거 아니오?” 기자들은 아연실색했다.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의 ‘다이빙벨’(장시간 수중 작업을 돕는 구조물)은 ‘골든타임’과 ‘에어포켓’(선체 내 공기주머니)에 이어 마지막 희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진 철수 의사를 밝힌 뒤 ‘다이빙벨을 들고 온 이유가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황당한 답을 내놓았다. ‘희망고문’을 했던 장본인의 말로는 한없이 가벼웠다. 애초 전문가들은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던 가족들의 호소로 4월 24일 다이빙벨 투입이 결정됐다. 빠른 유속 탓에 바지선 고정에만 6일이 걸렸고 투입한 지 하루 만에 산소 공급 공기줄(에어호스)에 문제가 생겨 중단됐다. 팽목항에는 실망과 절망만이 남았다. 이 대표는 이후로도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다이빙벨 홍보 목적은 없었다며 해경과 해군의 조직적 방해 의혹을 제기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3. 무능한 40일 검거 작전… 분노한 유가족 7월 21일 유병언 시신 확인(1만 8622건) 참사 99일째였던 지난해 7월 23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안산에서 서울까지 도보행진에 나선 유가족들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전남 순천 매실밭에서 발견된 사체가 21일 세월호 실소유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곳곳에서 “어이가 없다”, “기가 차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사망자는 유씨가 확실하지만 원인은 규명 불가”라고 발표하면서 의구심은 더욱 커졌다. ‘음모론’은 당연한 결과였다. 검·경을 총동원하고 군까지 투입해 법석을 피웠지만 40일 동안 죽은 유씨의 뒤꽁무니만 쫓은 셈이었다. 인터넷상에선 ‘의문’, ‘비리’, ‘무능’, ‘불신’ 등 부정적 키워드들이 도드라졌다. 참사 직후 생존자 수를 둘러싸고 오락가락하며 불신을 자초한 정부는 유씨 검거 작전에서 무능의 끝을 보여 줬다. 유가족은 정부가 그들의 눈물을 닦아 주길 기대하며 거리로 나왔지만 반복되는 무능에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4. 영문도 모른 채 자식 보낸 아비의 절규 8월 28일 유민 아빠 단식 중단(1만 8411건) “유민 아빠가 왜 지금 단식을 중단했는지 궁금하시겠지만 더 궁금해하셔야 할 부분은 ‘진작 중단했어야 하는 단식을 왜 지금까지 할 수밖에 없었는가’란 점입니다.” 8월 28일 ‘유민 아빠’ 김영오(47)씨가 46일 만에 단식을 중단한 그날 인터넷은 ‘세월호’, ‘단식’, ‘특별법’, ‘김영오’ 등으로 도배됐다. 입원한 그를 대신해 기자회견에 나선 유경근 당시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이렇게 말했다. 김씨가 목숨을 건 단식을 이어 갈 수밖에 없었던 건 당연했다. 영문도 모른 채 자식을 떠나보낸 아비였다. 세월호특별법이 난항을 겪자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다. 보수 언론은 공격용 소재로 활용하곤 했지만 진도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고성을 지르던 모습도 “그날 이성 있는 부모가 있었겠느냐”는 유씨의 말처럼 자식의 죽음을 받아들여야 했던 아버지이기에 어쩔 수 없었다. 유민 아빠의 단식 중단 이후 한 달이 지나서야 특별법은 타결됐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5. 공인 아닌 공인이 된 유족의 뼈아픈 실수 9월 17일 대리기사 폭행 사건(3만 3776건) 세월호를 잊어 갈 무렵이었다. 유가족은 여전히 서울 광화문광장과 여의도 국회에서 농성을 이어 갔지만, 국민은 일상으로 돌아간 지 오래였다. 9월 들어 세월호 관련 버즈양이 1만건을 넘긴 날이 거의 없었다. 그러다 버즈양이 갑자기 3만건을 돌파했다. 9월 17일 밤 세월호 유가족은 ‘힘없는 대리기사를 폭행하며 갑질하는’ 사람이 돼 있었다. 뼈아팠다. 한창이던 여야 특별법 협상에 ‘악재’가 됐다. 가족대책위원회 임원 전원이 사퇴하고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했다. 폭행 사건에 연루된 유가족 5명에 대해 누구보다 분노했던 건 나머지 유가족들이었다. 그들은 사건 직후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크게 실수했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손 놓지 말고 잡아 주세요”라고 호소했다. 비난 여론이 고조되면서 “세월호 참사의 본질을 흐려선 안 된다”는 목소리는 희미해졌다. 그들은 세월호 유가족이라는 이유로 ‘공인 아닌 공인’이 돼 있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6. 희망 불씨 꺼져… 체육관 메운 흐느낌 11월 11일 수중 수색 중단(2만 2561건) 6개월이 넘도록 실종자 수색 작업은 제자리걸음이었다. 10월 29일 단원고 황지현양이 극적으로 가족 품에 돌아왔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실종자 수색 중단 주장이 제기되던 터라 황양의 발견은 가족들에게 희망의 불씨를 지폈다. 하지만 11월 11일 정부는 수색 여건 악화와 잠수사 안전 위협 등의 이유로 수색 종료를 발표했다. 같은 날 실종자 가족들은 진도체육관에 모여 정부 결정을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가족 얼굴에는 슬픔과 분노가 뒤엉켰다. 체육관을 메운 가족들의 흐느낌에 기자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이날 인터넷에서도 ‘안타깝다’, ‘슬프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날 이후로도 가족들은 진도에 남았다. 돌아오지 못한 9명을 기다린 것이다. 그러나 기다렸다는 듯 정부의 철수는 민첩했다. 잠수 인력뿐 아니라 의료·구호 지원 인력까지 짐을 쌌다. 정부의 태도에 가족의 눈물은 마를 줄 몰랐고, 가슴에 맺힌 멍은 더욱 시퍼레졌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7. 진상규명 이전 유족 격분하게 한 돈 얘기 2015년 4월 1일 배·보상안 발표(3만 5578건) 결국 타이밍의 문제다. 같은 내용을 발표하더라도 시기에 따라 의혹이 일기도 하고 사그라지기도 한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1일 세월호 참사 피해자에 대한 배·보상 지급기준을 발표했다. 국민 성금 등 위로지원금 3억원을 포함해 숨진 단원고 학생 250명에게 1인당 평균 8억 2000만원이 지급된다는 게 핵심이다. 정부는 유족들이 그토록 요구하던 진상 규명과 선체 인양계획 확정 이전에 돈 얘기를 서둘러 꺼냈고, 배상금은 교통사고와 같은 ‘일반 사건’ 기준으로 책정했다. 유족들은 자신들이 돈만 밝히는 것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며 격분했다. 배상금을 받으면 더이상 이의 제기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도 분노를 키웠다. 정부는 민사소송법을 들먹여 가며 배상금을 받았다는 건 재판상 화해가 성립되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는 ‘인재’(人災)였건만, 정부는 교통사고 합의를 재촉하는 보험사처럼 행동한 셈이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세요] 배불뚝 중년男 치매 위험 경고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세요] 배불뚝 중년男 치매 위험 경고

    뱃살이 많은 남성은 치매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서상원·김희진(신경과) 교수팀과 연세대 김창수(예방의학과) 교수팀이 정상적인 인지 기능을 가진 45세 이상 177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같은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15일 밝혔다. 연구진은 이들을 상대로 뇌를 3차원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촬영한 뒤 허리 둘레를 엉덩이 둘레로 나눴을 때 값과 뇌 속 ‘대뇌피질’의 변화를 측정해 비교했다. 그 결과 남성(887명)의 경우 허리-엉덩이 둘레 비율이 높을수록, 즉 복부 비만인 사람에게서 대뇌피질 두께가 얇아지는 현상이 관측됐다. 실제로 남성의 허리-엉덩이 둘레 평균치 그룹(0.94~0.96)에 비해 허리-엉덩이 둘레 0.99 이상 그룹은 대뇌피질 두께가 얇아져 치매의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여성(890명)은 복부비만과 대뇌피질의 두께 변화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연구 결과는 알츠하이머병 관련 국제 학술지(Alzheimer Dis Assoc Disord) 최근호에 발표됐다. 연구에 참여한 김희진 교수는 “치매 환자 대부분이 대뇌 피질이 정상인에 비해 얇은데다 줄어든 부위가 뇌의 중추 역할을 하는 전두엽 부분이라는 점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 교수는 “그동안 뱃살과 치매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 결과가 많았지만, 이렇게 다수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최초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촛불로 환생시키는 세월호… 세상에서 가장 슬픈 도전”

    “촛불로 환생시키는 세월호… 세상에서 가장 슬픈 도전”

    “세상에서 가장 슬픈 도전이자 제의(祭儀)가 될 겁니다.” 희끗한 머리에 개량 한복을 차려입은 우리 시대의 소리꾼 임진택(65)씨는 1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안전과 생명 존중을 갈망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국제사회에 호소하기 위해 행사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임씨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1주기를 맞아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와 민주주의국민행동 공동 주최로 17일 서울광장에서 시민 4160명이 모여 촛불로 세월호 형상을 만들고, 침몰과 인양 과정까지 표현하는 행사의 총감독을 맡았다. 행사에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도전’이란 제목이 붙었다. 세계기네스협회에 ‘사람이 만든 가장 큰 불꽃 이미지’ 부문은 2011년 12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수립된 3777명이다. 임씨는 “자칫 기네스북 도전에만 관심이 쏠릴까 우려되지만 기록은 매개일 뿐,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민적 제의 퍼포먼스를 하고 기록을 남기는 점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경기고와 서울대 외교학과 출신으로 서울대 문리대 연극반에서 활동했던 그는 김지하 시인의 영향을 받아 창작판소리꾼으로 나서게 됐다. 1974년에는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수감되기도 했다. 임씨는 판소리뿐 아니라 연극연출가와 축제기획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다양한 예술계 인사들의 재능기부로 가능했다.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한 김운성, 김서경 작가 부부가 촛불을 든 시민이 위치할 바닥에 세월호의 밑그림을 그린다. 임옥상 화백은 참가자들의 초에 글을 쓰고,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예능보유자인 이애주 서울대 명예교수는 희생자 원혼을 달래고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진도씻김굿을 진행한다. 임씨는 “진도씻김굿을 하면서 이 교수가 흰 베를 가르는 행위를 하게 되는데 이는 배가 물살을 헤치고 순항하는 모습을 의미하기도 하고 새 생명을 얻는 탯줄을 가르는 모습이 되기도 한다”며 “씻김굿은 분노를 뛰어넘는 몸부림”이라고 설명했다. 참가자 4160명은 건전지로 전구를 밝히는 촛불을 드는 것은 물론, 서울광장 잔디밭 안 ‘진실을 밝혀라!’라는 문구와 배 주위를 둘러싸는 거대한 노란 리본도 구현할 계획이다. 또 참가자들이 불을 켜고 끄는 모습으로 배가 가라앉고 인양돼 다시 떠오르는 모습까지도 표현할 예정이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생각을 묻자 임씨는 한숨을 깊게 내쉰 뒤 말을 이었다. 임씨는 “사고는 나지 않으려 해도 피할 수 없을 때 사고라고 하지만, 세월호 참사는 단순한 사고가 아닌 비리, 몰지각, 비상식, 야합이 만들어 낸 일”이라며 “여기서 반성하지 않으면 앞으로 더 큰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점에서 각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도전’에 참여하려면 16일까지 ‘세월호 기네스북’ 누리집(416.solidarity.kr)이나 전화(02-313-0416)로 신청하면 된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경찰, 청와대 향하던 유족 등 20명 입건

    경찰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에 대한 추모 집회를 열던 유가족과 시민 등에게 캡사이신(최루액)을 살포한 데 이어 강제 연행했던 20명을 입건하기로 했다. 야당과 시민사회단체 등은 “야만적인 과잉 대응”이라며 사과를 촉구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전날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가족협의회와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등으로 구성된 ‘4월 16일의 약속 국민연대’가 주최한 집회 이후 청와대로 행진하려다 연행된 유족 등 20명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라고 12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대부분 인적 사항 외에 입을 열지 않고 있지만 현행범으로 체포된 이들이므로 입건 대상”이라며 “구속영장 신청 대상이 있는지는 채증 자료를 분석해 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사랑하는 내 아이가, 내 가족이 왜 그렇게 죽을 수밖에 없었는지 그 진실을 밝혀 달라고 눈물로 호소하는 유족들에게 캡사이신을 뿌려대다니 부끄러운 악행이 또 어디에 있는가”라며 “경찰 과잉 대응에 대한 사과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동대문경찰서를 항의 방문한 시민사회단체 ‘자주통일과 민주주의를 위한 코리아연대’ 회원과 세월호 유가족들은 “유신시대도 아니고 경찰이 유가족을 포함한 시민에게 최루액을 뿌리는 등 야만스러운 행동을 보였다”며 “연행자들을 석방하고 사과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11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는 7000명(경찰 추산 2500명)이 참가한 가운데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폐지와 선체 인양을 촉구하는 문화제가 열렸다. 행사 이후 참가자 일부는 세종문화회관과 정부서울청사 앞 도로를 점령하고 “진상 규명 반대하는 박근혜 정부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청와대 방향으로 향했다. 경찰은 ‘불법 집회’로 간주해 해산 명령을 내렸고 캡사이신을 살포했다. 이 과정에서 단원고 2학년 고 임경빈군의 아버지 등 유족 3명을 비롯해 20명이 연행됐다. 유족 3명 등 연행자 4명은 밤사이 석방됐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형·누나가 떠난 이유… 세월호 진실 원해요”

    “형·누나가 떠난 이유… 세월호 진실 원해요”

    “동생과 부모님이 안 계신 집을 홀로 지키며 힘들었는데 시민들께 위로를 받고 갑니다.” 12일 오후 3시 10분쯤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 흰 마스크를 쓴 청소년 10명이 섰다. 이들은 “현우 오빠에게. 오빠 안녕! 며칠 전에 생일이 지났는데 생일 많이 축하해. 잘 지내고 있지? 너무 보고 싶어. 2학년 8반 전현우 동생”, “저희가 원하는 건 특혜도, 동정도 아닙니다. 단지 잘못 없는 형, 누나들이 왜 세상을 떠났는지 진실을 밝히는 것입니다. 2학년 4반 정휘범 동생”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형제자매들로, 지난 1년 동안 미처 하지 못했던 말들을 피켓에 담았다. 주말을 맞아 광화문을 찾은 시민들은 편지를 읽어 내려가거나 이들을 안아 줬다. 또 일부는 직접 피켓을 들고 그들 곁에 섰다. 10개로 시작한 피켓은 30여분이 지나자 50여개로 늘었고 1시간쯤 흐르자 70여개로 늘어 갔다. 피켓을 든 이들 중에는 정장을 차려입은 청년부터 어린 딸을 데리고 나온 40대 남성, 나이가 지긋한 아주머니도 있었다. 이날 ‘너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주제로 진행된 행사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형제자매를 위한 것으로 플래시몹 형식으로 진행됐다. 단원고 2학년 고 최윤민양의 언니 최윤아씨가 기획한 이 행사는 세월호 문화예술인 대책모임 ‘연장전’ 등의 도움으로 성사됐다. 피켓을 든 사람들 사이로 페인트, 스프레이를 든 사람들과 사물놀이패가 등장해 투명 비닐에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와 그림이 그려지기도 했다. 피켓 행사를 총괄한 김민호(22)씨는 “‘세월호 유가족=부모’라는 인식이 강해 관심도 부모에게 쏠리는 경향이 있지만 희생자의 형제자매들이 겪는 고통도 상당하다”며 퍼포먼스의 의도를 밝혔다. 세월호 희생자 남지현양의 언니 남서현(24)씨는 “세월호 참사 뒤 형제자매들은 집안에서 암묵적인 가장 역할을 하면서도 슬픔을 표출하지도, 제대로 된 위로를 받지도 못했다”면서 “이번 행사에 많은 시민이 관심을 가져 줘 큰 힘이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성완종 前회장 숨진 채 발견] ‘자원비리’ 핵심고리 끊겨… 공기업 향하던 칼날 길 잃나

    [성완종 前회장 숨진 채 발견] ‘자원비리’ 핵심고리 끊겨… 공기업 향하던 칼날 길 잃나

    자원외교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핵심 피의자의 사망으로 암초를 만났다. 9일 성완종(64) 전 경남기업 회장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 향후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지난 2월 정기인사 직후 한국광물자원공사·석유공사·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에 대한 고발 사건을 특수부에 재배당하며 본격 수사에 돌입했다. 지난달 18일에는 석유공사와 경남기업을 가장 먼저 압수수색했다. 정부융자금 유용 혐의를 징검다리 삼아 자원외교 관련 의혹 전반을 샅샅이 들여다본다는 게 검찰 복안이었다. 특히 검찰은 지난 6일 800억원대 사기 대출과 회사 돈 250억원 횡령, 9500억원대 분식회계 혐의로 성 전 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며 민간기업 수사에서 공기업 수사로 무게중심을 이동할 채비를 마쳤다. 수사팀 관계자가 “성 전 회장 구속 여부와 상관없이 광물자원공사 등에 대한 여러 의혹을 파헤칠 것”이라고 언급할 정도였다. 하지만 성 전 회장의 자살로 기업 비리 혐의는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될 전망이다. 핵심 연결고리가 끊어졌기 때문에 향후 공기업과 금융권 등에 대한 수사도 난관에 봉착하게 됐다. 당장 비자금 사용처 규명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의 암바토비 니켈광산 지분 매각 과정 의혹과 경남기업 3차 워크아웃 당시 특혜 의혹, 이와 관련한 외압 및 로비 의혹 수사도 불투명해졌다. 전 정권 주변에서 이는 표적수사 논란도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고인과 관련된 부분은 수사를 더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차근차근 정리할 것”이라면서 “다른 부정부패 수사는 흔들림 없이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규모 수색 작업에도 성 전 회장은 끝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성 전 회장이 오전 5시 11분 검은색 패딩 점퍼와 검은색 바지를 입고 흰 모자를 쓴 채 자택을 나서는 모습과 인근 호텔 앞에서 택시를 타는 모습을 확인했다. 경찰은 성 전 회장의 휴대전화 두 대의 위치를 추적한 끝에 오전 8시 40분쯤 종로구 평창동 인근에서 신호를 포착했다. 또 평창파출소에서 서울예고 방향으로, 북악터널에서 형제봉 능선으로 이어지는 성 전 회장의 동선을 파악해 뒤를 쫓았다. 이날 오전까지 성 전 회장을 발견하지 못한 경찰은 낮 12시 30분쯤 인근 군부대의 도움을 받아 수색인원을 1400여명으로 늘렸다. 특히 평소 성 전 회장이 북한산 형제봉과 비봉 등반을 즐겼다는 첩보를 입수, 헬기를 이용해 일대를 이 잡듯이 뒤졌다. 경찰특공대 수색견 4마리와 공항수색대 탐지견 1마리도 투입했다. 하지만 4개조로 나뉜 수색대가 비봉·향로봉·비로봉·형제봉에 각각 다다른 오후 2시까지 성 전 회장의 행방은 묘연했다. 결국 성 전 회장은 오후 3시 32분쯤 경찰 수색견에 의해 형제봉 매표소에서 200m가량 떨어진 지점 인근의 나무에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됐다. 성 전 회장이 자택 침실 책상에 남긴 A4용지 한 장 분량의 자필 유서에는 자신의 결백과 검찰 수사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는 내용과 함께 가족에 대한 미안함, 장학사업과 검소한 장례 절차, 어머니 곁에 묻어 달라는 당부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은 경찰에도 유서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김영란법 입법 과정 정치권 한계 적절히 지적”

    “김영란법 입법 과정 정치권 한계 적절히 지적”

    서울신문 독자권익위원회(위원장 김영호 한국교통대학교 총장)는 25일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신문사 회의실에서 제72차 회의를 열고 ‘김영란법과 공직부패 방지’와 관련한 서울신문의 보도 방향을 논의하고 개선 방안 등을 제시했다. 이청수(연세대 행정대학원 겸임교수) 위원은 “서울신문이 ‘자치·정책·고시’ 등 공직자와 관련 있는 콘텐츠에 축적된 전문성을 갖고 있는 만큼 (김영란법과 관련해) 타 신문에 비해 관심을 가지고 매우 비중 있게 다뤘다”며 “앞으로 법 시행까지 1년 6개월 정도 남은 만큼 어떤 변화가 예상되는지 심층적인 보도와 대안 제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범수(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위원은 “부패와 관련된 문제는 가치적 문제, 윤리적 문제이기 때문에 법을 만들자고 했을 때 반대하는 사람이 존재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면서 “따라서 입법 과정뿐 아니라 정치권에서 충분히 소화하지 못한 한계가 있는데, 서울신문이 이를 적절하게 지적했다”고 평가했다. 김광태(온전한커뮤니케이션 회장) 위원도 “서울신문의 3월 4일자 보도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김영란법이 어떤 법이며 어떤 내용을 담았는지 쟁점별로 조목조목 짚어준 구성이 좋았다”며 “김영란법의 부족한 부분에 대해 강경한 논조로 쓴 사설은 ‘언론의 지적이 이 정도는 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게 했다”고 말했다. 고진광(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대표) 위원은 “올해는 삼풍백화점 붕괴 20년이자 세월호 참사 1년으로 두 사건은 부실 공사와 불법 개조 등 부정부패로 인한 참사라는 공통점이 있다”면서 “다시는 이런 참사가 없도록 서울신문이 부정부패에 경종을 울리는 기획시리즈를 검토해 주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김영란법의 처벌 대상으로 언론인이 포함된 부분에 대해서는 편향된 목소리를 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 위원은 “김영란법이 언론의 자유 측면에서는 충분한 갈등 여지가 있지만, 언론사들이 자기 시각에서만 다룬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의 기획 보도에 대한 격려도 잇따랐다. 전 위원은 “신(新)평판사회 기획은 부패방지라는 측면에서 시의적절했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은 “최근 분노조절 능력이 없는 사람들의 범죄가 성행하는 등 모든 것이 극단적으로 가고 있다”며 “서울신문이 ‘욱하는 대한민국’ 시리즈를 통해 이 문제를 파헤치고 언론의 범죄예방적 역할에 충실했던 점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밝혔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위험사회 한국, 세월호 비극 다시 없게 집단성찰을”

    “위험사회 한국, 세월호 비극 다시 없게 집단성찰을”

    “위험 사회일수록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집단 성찰이 필요합니다.” 미국 학계에서 동아시아 전문가로 손꼽히는 존 리(56) UC버클리대 교수는 지난 2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세월호 참사는 한국인의 위험 관련 인식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리 교수는 “1980년대 한국의 산업재해 사망률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았지만 사람들은 그리 위험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며 “세월호 참사가 1970년대나 1980년대에 발생했다면 지금처럼 큰 파장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이 민주화를 달성한 선진 사회이기 때문에 ‘규제가 더 꼼꼼했다면’ ‘선장이 더 잘 훈련됐었다면’ ‘해경이 더 잘 구조했다면’ 같은 진지한 문제 제기와 토론이 이뤄지는 것”이라며 “한국 사회의 인식 변화는 이미 일어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두 살 때 모국을 떠나 일본과 하와이에서 성장한 리 교수는 1995년, 1998년, 2001년 발간한 ‘한국인 디아스포라(특정 민족이 살던 땅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현상)’ 3부작 등 한국과 동아시아 연구에 천착해 왔다. 리 교수는 성균관대에서 열린 성대 사회과학연구원 50주년 기념 학술대회의 기조 강연자로 한국을 찾았다. 그는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 사회에서 집단 성찰의 필요성이 더욱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리 교수는 “참사 1년이 다 돼 가는데 여전히 유가족이 광화문광장을 떠나지 못하는 것은 대통령과 정부가 했던 사과의 진정성이 전달되지 않았고 보상 등 후속 대책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한국은 미국보다 정부 영향력이 큰 나라임에도 적극 개입하지 않으려는 것 같다.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또한 세월호 참사로 대표되는 인재(人災)와 세대 갈등, 노인 빈곤, 암기식 교육, 학력 인플레 등을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국민 인식과 현실의 괴리가 한국 사회의 심각한 위험 요소라고 설명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대학 학사개편 겉으론 ‘경쟁’ 속으론 ‘정부 눈치’

    대학의 구조조정이 제각각이다. 중앙대는 신입생 선발에서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학과제를 폐지하는 반면 건국대는 같은 이유로 학과제를 부활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대학의 학사 구조조정안이 대학 교육을 산업 수요에 맞추려는 교육부 정책에 맞닿아 있다고 지적한다. 건국대는 2016학년도 신입생 모집에서 기존의 학부제를 폐지하고 전공별로 학생을 뽑는 학과제로 전환한다고 22일 밝혔다. 예술디자인대학·정보통신대학 소속 일부 학과는 통폐합된다. 기존 73개 학과가 63개 학과로 줄지만 전체 입학자 수는 그대로 유지된다. 앞서 지난달 중앙대는 학과 자체를 없애고, 교수와 학생이 단과대학에 소속되는 식의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을 발표했다. 또 이화여대는 2016학년도에 기존 6개 학과와 새로운 1개 학과로 이뤄진 신산업융합대학을 신설하는 내용의 학칙 개정안을 공고한 바 있다. 한국외대도 2012년부터 광역모집을 실시했던 서양어대학·동양어대학·사회과학대학을 2016학년도부터 학과제로 되돌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대학별로 학부제에서 학과제로 변경하거나 학과제를 학부제로 변경하는 등의 차이를 보이지만, 소위 ‘취업 잘되는’ 학과의 비중을 늘리고 인문·사회·자연과학·예체능 등 취업률이 낮은 학과의 비중을 낮춘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이들 대학은 지난 1월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산업수요 중심 정원조정 선도대학사업’ 신설 방침을 밝힌 이후 학사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이 사업은 산업 수요에 맞춰 인력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학사를 개편하는 대학에 인센티브를 준다는 것이 골자다. 건국대 관계자는 “전체 입학 정원은 그대로 두면서 소위 ‘잘 나가는’ 학과 중심의 구조조정이며 100% 교육부 지침과 관련해 변경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아마 모든 대학이 학사 구조조정 안을 가지고 있지만, 내부 조율 때문에 공개를 못하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의 이같은 ‘발빠른 대응’에 대해 대학 구성원은 물론 전문가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앙대의 일방적인 학사구조 변경에 성균관대와 인하대 교수들도 우려 성명을 낸 바 있다. 임재홍 전국대학구조조정 공동대책위정책위원장(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은 “동작이 빠른 대학들이 교육부의 의도를 예측하고 사전에 학사 구조조정에 들어간 것”이라며 “교육부의 산업수요 전망이 제대로 된 것인지도 의문인데다 인문·사회를 다 죽이면 학문의 단절이 발생해 미래에 새로운 수요가 발생해도 되살리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K팝보다 국악장단이 좋아… 집에 가는 거 잊었어요

    K팝보다 국악장단이 좋아… 집에 가는 거 잊었어요

    “점점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언제 집으로 돌아갈지 아직 생각도 안했어요” 18일 경기 고양 킨텍스전시장에서 열린 ‘월드문 2015’ 행사장. 1991년부터 하버드대가 매년 공동 주최 대학을 달리해 여는 월드문은 세계 대학생이 유엔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의 의사규칙과 절차에 따라 현안을 토론하는 모의 유엔대회다. 한국외대의 공동주최로 국내에서 처음 열린 월드문에 참가한 100여개국 대학생 가운데 유독 친근한 외모를 지닌 노르웨이 대표가 눈에 띄었다. 입양된 한국인 아버지와 노르웨이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알렉산드르 팔크 빌덴(21)이 주인공이다. 그가 한국에 대해 관심을 둔 것은 아버지의 영향도 컸지만, 중학교 때 우연히 중국에 대한 과제를 하면서부터. 중국에서 시작된 관심이 동아시아 전반으로 퍼졌다. 영국 서섹스 대학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하던 그는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급기야 교환학생을 지원, 지난 3월부터 한 학기 동안 고려대 국제학부에서 공부하고 있다. 그는 “처음에는 마지막 분단국가인 남북한은 물론, 독도를 둘러싼 한·일관계, 센카쿠 열도(댜오위다오)를 사이에 둔 중·일관계, 중국과 티베트 등 소수민족과의 갈등 등에 관심이 컸다”며 “한국에 대해서는 막연하게 케이팝을 떠올리는 정도였는데 막상 한국에 오니 케이팝보다는 국악 장단에 끌리고 경복궁이나 경주 등 옛 모습이 남은 곳에 가고 싶더라”고 전했다. 또한 “중국처럼 큰 나라는 국제 사회에 잘 알려진 반면 한국처럼 작은 나라는 여전히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다”며 “장래 외교관이나 동아시아 연구자가 되고 싶은데, 교환학생이나 월드문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웃었다. 빌덴은 16일부터 20일까지 이어지는 월드문에서는 부의장단으로 활동하며 세계 각국의 대학생들과 빈곤 문제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그는 “제3세계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려면 당장 국제사회의 지원도 중요하겠지만, 지속성 있는 지원을 유지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충분히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월드문에 참가한 대학생들은 각 나라에 돌아가 미래를 책임질 인재들이기 때문에 이번 논의가 앞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며 “청년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을 두려워 하지 말고 비정부기구(NGO)에 참여해 국제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 사진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이규태 회장 협박 혐의 클라라 부녀 검찰 송치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최근 방위사업 비리로 구속된 이규태(65) 일광공영 회장을 협박한 혐의와 관련, 방송인 클라라(29·본명 이성민)와 아버지 이모(62)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6일 밝혔다. 클라라는 일광공영의 엔터테인먼트 계열사인 일광폴라리스와의 계약 해지 문제로 분쟁을 겪던 지난해 9월 22일쯤 이 회장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한 SNS 대화 등을 공개하고,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클라라가 매니저 문제, 전 소속사와의 분쟁 등으로 일광폴라리스 측과 관계가 악화되자 이 회장에게 계약 해지를 요구했으나 계약기간이 남아 있다는 이유로 거절당하자 내용증명을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양측이 제출한 녹취록과 내용증명, 계약서 등을 분석한 결과 클라라와 그 아버지의 혐의가 인정됐다”고 말했다. 클라라는 지난해 6월 일광폴라리스와 2018년까지 소속 연예인으로 활동하기로 계약을 체결했지만 매니저 문제 등으로 관계가 악화됐다. 양측 간 갈등은 SNS 폭로 공방으로 이어졌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커버스토리] 청년, 마을로 뛰어들다

    [커버스토리] 청년, 마을로 뛰어들다

    지난 7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외대앞역(1호선) 인근 독구말길의 한 카페. 20~40대 마을주민 8명이 모여 앉았다. 한가족처럼 담소하며 상 위에 올려진 냉이된장국과 버섯튀김, 토마토 채소볶음을 나눠 먹었다. 저녁자리를 만든 것은 이곳에 둥지를 튼 ‘도꼬마리’다. 국화과 한해살이풀을 가리키는 순우리말로, 카페 이름이자 2년 전 이 골목에 터를 잡은 청년들이 만든 생활공동체다. 2013년 11월 ‘재미있는 동네’를 꿈꾸는 청년 8명이 모여 만든 도꼬마리의 회원은 어느새 40여명으로 늘었다. 상근활동가 이선화씨는 “이문동을 떠나지 않고 오래, 재밌게 살 방법이 없을까 또래들과 고민했다”며 “처음에는 청년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카페를) 운영하려 하다가 주민에게 우리가 먼저 다가가고, 다양한 세대·계층과 어울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청년활동가로 일하는 박나리(28·여·가명)씨는 잘 다니던 공기업을 그만두고 3년여 전 마을활동가로 전업했다. 박씨가 마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마을의 활력이 돼야 할 청년들이 외부로만 빠져나가려는 데 대한 의문에서 시작됐다. 박씨는 “각박한 서울 생활에서 홀로 사는 청년들이 지역에 관심을 두는 것은 ‘집값’ 정도일 것”이라며 “마을 안에서 관계를 형성하고 필요한 사업을 함께 만들면서 우울했던 삶의 의미를 찾았다”고 밝혔다. 이어 “번듯한 직장에 다니지 못한다고 낙오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마을 안에서도 얼마든지 문화생활을 공유하고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었다”며 웃었다. 이들처럼 도심 속 마을로 들어가 주민들과 함께 사업을 만들고 사업 ‘주체’로 일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13일 서울시에 따르면 ‘우리마을 프로젝트’(주민이 계획하고 직접 만들어 가는 마을사업 발굴·지원 프로젝트)만 보더라도 청년(18~39세)이 주도한 사업은 2013년 156건 중 72건(46%)에 달했다. 서울시 예산을 지원받는 ‘마을로 청년활동가’의 수도 2013년 45명에서 지난해 79명으로 크게 늘었다. 문종석 푸른시민연대 대표는 “청년들이 마을 안에서 펼치는 활동들은 자기 주도적 삶을 살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된 일”이라며 “승자독식 체제를 공고히 하는 우리 사회의 경쟁시스템, 경쟁을 뚫고 어렵게 일자리를 얻어도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꿈을 펼칠 수 없다는 절망감이 청년들로 하여금 대안적 삶을 모색하게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일러스트 김예원 기자 yean811@seoul.co.kr
  • “대학로는 죽었다” 상여 멘 연극인들

    “대학로는 죽었다” 상여 멘 연극인들

    “오늘 대학로는 죽었습니다.” 11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동숭동 마로니에 공원. 꽃샘추위로 잔뜩 움츠러든 거리에 김의경 연출가를 비롯해 200여명의 연극인이 상주(喪主)를 자처하며 나섰다. 결연한 표정의 연극인들 뒤로는 곱게 단장한 상여가 부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상여 앞에 선 ‘대학로극장’의 정재진 대표는 “한국 연극 문화의 산실인 대학로의 소극장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지고 있다”며 “평생 연극만 바라보고 살아온 연극인들이 치솟는 임대료에 길거리로 내몰리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치솟는 임대료에 남은 소극장들도 폐관 압박 연극인이 거리로 나온 까닭은 1987년 개관해 28년간 대학로를 지켜온 ‘대학로극장’이 폐관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198㎥(60평), 130여석 규모의 대학로극장은 1990년대 창작극 ‘불 좀 꺼주세요’를 3년 6개월 동안 장기 공연하며 20만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대학로 소극장 가운데 샘터파랑새극장(1984년 개관), 연우소극장(1987년 개관)에 이어 세 번째로 오래됐다. 1994년 ‘서울 정도 600년 사업’의 하나였던 타임캡슐에 서울의 상징물 중 하나로 이 극장과 공연 자료가 담기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건물주가 월 340만원이던 임대료를 440만원으로 인상해 달라고 요구하면서부터 상황이 심각해졌다. 만성 적자에 시달리며 근근이 버티던 정 대표에게 월 100만원 인상은 ‘나가라’는 얘기나 다름없었다. 정 대표는 “이달 초 막을 내린 ‘관객모독’은 첫 달 수입이 400만원에 불과해 배우들 출연료 주기도 버거운 실정”이라며 “한 작품이 망하면 휘청하고, 두 작품 연거푸 망하면 사채까지 쓰는 게 대학로 연극판의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치솟는 임대료는 ‘대학로극장’만의 고통이 아니다. 한때 200여개에 달하던 대학로의 소극장은 현재 160여개로 줄어들었다. 연극 ‘품바’로 유명한 상상아트홀은 25년 역사를 뒤로하고 지난 1월 문을 닫았다. 상상아트홀 박정재(53·여) 대표는 “품바 전용 상설극장으로서 자부심은커녕 연극인들이 꾸던 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소극장 ‘꿈꾸는 공작소’ 역시 급격히 오른 임대료에 폐관 압박을 받고 있다. ●“문화지구 선정, 대형극장·건물주만 배불려” 연극인들은 서울시의 ‘문화지구’ 지정에도 강하게 반발했다. 2004년 대학로가 문화지구로 지정돼 대기업이 운영하는 중대형 극장들이 속속 들어오면서 임대료와 대관료 상승만 낳았다는 것이다. 정대경 한국소극장협회 이사장은 “문화지구 지정에 따른 세금 감면과 용적률 혜택, 융자 지원 등 건물주만 덕을 보고 있다”며 “서울시는 연극인들이 자생력을 키울 수 있도록 실질적 지원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 사진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일본 고서 속 천황제는 역사 아닌 상상의 산물”

    “일본 고서 속 천황제는 역사 아닌 상상의 산물”

    “일본 고서(古書) 속 천황제는 텍스트가 만든 상상입니다.” 일본 고대문학 권위자 고노시 다카미츠(69) 도쿄대 명예교수는 11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특강에서 “텍스트가 역사를 만들어 낸다”며 “‘고사기’와 ‘일본서기’는 8세기에 요구된 신화로, 원래 있었던 것처럼 만들어진 것이며 현실에 있었던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고노시 교수는 일본 고대 문학의 대표작인 ‘고사기’와 ‘일본서기’ 연구에 천착한 권위자로 일왕제를 종교적으로 뒷받침한 신화가 기록된 책들이 역사가 아닌 상상 속 이야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해 주목받았다. 고노시 교수는 백제 근초고왕 때 학자인 왕인이 일본에 논어와 천자문을 가져간 데 대해 두 책이 극단적으로 다른 서술을 한 점을 예로 들었다. ‘고사기’는 문자의 전래를 상징하는 논어와 천자문을 같은 시기 전해진 다른 물건과 비슷하게 취급했지만, ‘일본서기’는 이 사건을 보다 자세히 기록했다는 점에 집중한 것. 고노시 교수는 “같은 사건을 전혀 다르게 서술한 두 책은 각자 세계관에 따른 신화를 서술했을 뿐”이라며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쓴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고노시 교수는 ‘신대구결’ ‘염토전’ 등 자신이 소장해 온 고서적 5000여권을 동아시아 고전학의 미래를 위해 기증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왔다고 성균관대 측이 전했다. 이날 강연은 그에 대한 감사 표시로 마련됐다. 고노시 교수는 “책을 보관하는 데 건강과 비용의 문제가 있었는데, 성균관대가 흔쾌히 받아줘 기쁘다”고 밝혔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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