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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 지도 3.0시대] 마트서 구입할 품목 누르면 자동 길 안내… 세일 행사까지 ‘척척’

    [디지털 지도 3.0시대] 마트서 구입할 품목 누르면 자동 길 안내… 세일 행사까지 ‘척척’

    스마트폰과 위치정보를 활용한 지도 서비스가 만났다. 단순 내비게이션이 아닌 일상 정보를 실시간으로 기록하는 캔버스로 진화하고 있다. 디지털 지도로 전환된 다양한 정보가 전용프로그램(앱)으로 개발돼 교육·오락·상거래·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의 생활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지도 3.0’시대를 맞아 인터넷 검색 서비스 업체나 소프트웨어 제조업체도 디지털 지도 서비스사업을 핵심 사업으로 삼고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이나 지하주차장을 이용해 본 운전자라면 한두 번쯤은 약속 장소를 찾아가거나 일을 마치고 주차장으로 내려와 자동차를 찾느라 애를 먹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지금의 길찾기 서비스는 길가 큰 건물을 찾는 데는 유용하지만 복잡한 건물 안의 특정 장소를 찾는 데는 무용지물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공항이나 대형 쇼핑몰 등 복잡한 실내공간에서 길을 헤매지 않아도 된다. 휴대전화로 코엑스몰이나 인천공항, 강남역 지하상가 등의 앱을 내려받아 구동하면 원하는 지점까지 정확히 찾아갈 수 있는 3차원(3D) 내비게이션이 나온다. 예를 들어 대형 할인마트에서는 입점 브랜드, 또는 사고자 하는 품목을 누르면 자동으로 길을 안내해 주고 사진으로 상품을 보여주는 동시에 마트에서 진행 중인 세일 행사까지 알려준다. 인천공항에서 탑승편이나 지하철역, 주차구역만 누르면 최단 거리로 안내해 주는 서비스다. 정부도 2017년까지 주요 철도역·전철역, 공항 등과 같은 다중이용시설의 실내 디지털 지도를 만들어 위치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좌표 중심의 위치정보에 실내 건축도면, 입점 도면 등을 얹어 길눈이 어두운 사람도 쉽게 목적지를 찾을 수 있게 만든 지도다. 뿐만 아니라 비상사태 시 긴급 대피 경로를 찾거나 시각을 다투는 인명구조 등에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디지털 지도 3.0이 생활 혁명을 가져오기 시작한 것이다. 디지털 지도 3.0은 정보통신 기술을 바탕으로 한 공간정보와 각종 데이터가 융합돼 새로운 서비스,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지도를 말한다. 단순한 길 안내가 아닌 게임·광고·문화·스포츠 등의 다양한 콘텐츠와 융합하여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는 지도다. 디지털 3.0 시대에는 각각의 정보 디지털 지도만 만들면 무궁무진한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빈터에 집을 한 채 짓는다고 하자. 그동안은 소유권 확인, 지적 측량, 용도지역 확인, 지하 매설물 확인 등을 위해 각각의 증명서를 떼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18종의 부동산정보를 담은 부동산종합공부시스템을 이용하면 이런 정보를 한꺼번에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건물 시뮬레이션으로 어떤 모양으로 지어야 채광을 최대화할 수 있는지, 주변 건물과 마찰은 없는지 등도 미리 알아볼 수 있다. 행정 편익도 증진된다. 주민등록 전입신고 시 임야·나대지 등 거주할 수 없는 곳에 전입신고를 하는 위장전입신고도 부동산종합공부시스템과 주민등록정보시스템을 연계하면 즉시 가려낼 수 있다. 부동산 공간정보와 과세정보를 연계해 탈루 세금을 막을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된다. 이 밖에 다양한 디지털 지도 생산이 가능해진다. 정부가 제공하는 각종 지도를 바탕으로 기업이나 개인의 맞춤형 디지털 지도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국순당은 국토교통부가 무료로 제공하는 3D 디지털 지리정보를 바탕으로 회사가 보유한 공장·지사·지점에 대한 위치정보와 시설물 정보를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앱을 만들었다. 오픈메이트는 브이월드 정보를 입지·상권분석에 활용하고 있다. 한남건축은 건축물 기본 정보 및 상세 정보를 관리할 수 있도록 3D 시뮬레이션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서해도시가스는 해당 관리구역의 도시가스 배관망, 검지기, 계량기를 지도에 표시해 관리하고 있다. 유비텍은 브이월드와 연계해 관광 명소와 정보를 키오스크를 통해 제공하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조원영 삼성경제연구소(SERI) 수석연구원은 SERI 경영노트에서 “디지털 지도가 실내에서 실외로, 길찾기 기능에서 SNS·상거래 등이 결합된 융복합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며 “지도 정보 수집에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공유형 모기지, 주거비 최고 6000만원 절감

    공유형 모기지, 주거비 최고 6000만원 절감

    정부의 8·28 전·월세 안정대책 중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던 ‘공유형 모기지(수익·손익공유형)’ 상품이 다음 달 1일 출시된다. 공유형 모기지를 활용하면 아파트를 전·월세로 거주할 때보다 최고 6000만원 이상 주거비용을 아낄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공유형 모기지는 향후 집값 상승에 따른 수익 또는 손익을 주택기금과 나누는 상품으로 수익형은 연 1.5% 금리로 20년까지 대출이 가능하며, 손익형은 최초 5년간 연 1%, 이후 15년간 연 2%로 주택구입자금이 지원된다. 생애 처음으로 집을 사는 부부 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 가구가 신청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11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공유형 모기지 시범사업 추진일정을 확정했다. 시범사업 대상은 모두 3000가구로 다음 달 1일부터 우리은행 인터넷 뱅킹을 통해 접수를 시작한다. 국토부는 우선 선착순으로 총 5000가구에 대해 대출 신청을 받은 뒤 10월 4일부터 대출심사와 현지 실사 등을 통해 최종 3000가구를 선정할 방침이다. 국토부의 ‘공유형 모기지 세부 시행계획’에 따르면 시세 2억 5000만원짜리 아파트를 자기 자본금 8000만원에 수익공유형 모기지로 주택을 구입, 7년 보유 후(주택가격 연 평균 3% 상승 시) 3억 600만원에 매각할 경우 총 주거비용은 1354만 3000원으로 추산됐다. 반면 같은 아파트를 보증금 3000만원에 월 70만원짜리 월세로 거주할 때 총 주거비는 7508만 6000원으로, 수익공유형 주거비보다 6154만 3000원이 더 드는 것으로 집계됐다. 집값이 1% 올랐을 경우(4681만 7000원 절감), 집값이 제자리일 경우(4002만 3000원 절감), 집값이 1% 떨어졌을 경우(2317만원 절감) 모두 수익공유형 주거비가 월세보다 적게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아파트를 전세 1억 7000만원에 사는 경우를 가정했을 때도 집값 3% 상승 시(4026만 3000원 절감) 및 1% 상승 시(2553만 7000원 절감), 제자리일 경우(1874만 3000원 절감), 1% 떨어졌을 경우(189만원 절감) 모두 수익공유형 주거비용이 전세보다 적게 나왔다. 국토부 관계자는 “집값이 3% 이상 떨어졌을 경우에는 전세가 가장 유리했지만, 공유형 모기지가 매우 유용하다는 점이 입증된 셈”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다음 달 1일 접수에 앞서 오는 23일부터 30일까지 우리은행을 통해 사전 상담을 진행할 방침이다. 공유형 모기지가 일반 대출과 다른 점이 많아 충분한 상담과 정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상품의 특징, 일반 생애최초 대출과의 차이점 등에 대한 설명을 거친 뒤 신청을 받기 위해서다. 대출 신청 방법은 밤샘 줄서기 등의 과열 분위기 조성을 우려해 인터넷 접수로 한정했다. 따라서 우리은행 고객이 아니거나 인터넷 뱅킹을 하지 않는 경우 사전상담 등의 절차를 활용해 반드시 인터넷 뱅킹에 가입해야 한다. 우리은행은 인터넷 신청이 어려운 고령·장애인 가구 등에 대해서는 사전상담 지점에서 인터넷 뱅킹 가입과 접수를 도와줄 방침이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정부·시도지사 ‘무상보육 간담회’ 입장차만 확인…최대 쟁점은

    영유아 무상보육 재원을 둘러싸고 서울시와 갈등을 빚고 있는 정부가 무상보육 국고보조율을 현재보다 10% 포인트 올리는 방안을 지방자치단체에 제시하며 한발 물러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국고보조율은 서울의 경우 30%로, 지방은 50%~60%로 커진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0일 용산구 서계동의 한 중식당에서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김관용 경북도지사, 김문수 경기도지사, 송영길 인천시장과 함께 ‘중앙정부-전국시·도지사협의회 임원단 간담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그러나 박 시장은 “국고보조율을 40%로 높이지 않으면 매년 서울시가 3700여억원을 부담해야 한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박 시장은 “정부안에 대해 의견 접근이 이뤄지지 않았고 입장차만 확인했다”고 말했다. 시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0~5세 무상보육 재원 분담을 놓고 정부, 새누리당과 갈등을 빚어 왔다. 표면적인 최대 쟁점은 예산의 국가 기준 보조율이다. 시는 국고보조율을 현행 20%에서 40%로 올리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속히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시는 무상보육 시행으로 소요 예산이 5182억원이나 늘었지만, 경기 침체 등의 이유로 세수가 줄어들면서 무상보육 중단 사태가 예기됐다. 이달 초만 해도 25개 자치구 가운데 17곳의 양육수당 예산이 바닥났다. 특히 성북구는 카드로 결제하는 보육료의 연체가 불가피한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결국 ‘무상보육 추경은 없다’던 박 시장이 지난 5일 2000억원 규모의 지방채를 발행해 예산 부족분을 충당하겠다고 돌아섰다. 시는 지난해 11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뒤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과 정부는 이미 정부가 예비비와 특별교부금을 통해 올해 서울시 무상보육 예산 중 42%를 지원하고 있는데, 20%만 지원한 것처럼 호도한다고 맞선다. 지방채 발행에 대해선 시가 예산을 축소 편성해 빚어진 일이라며 지난 3년간 서울시 불용예산액이 3조 3780억원이라는 점을 들어 비판했다. 서울시는 새누리당이 예산의 기본 개념조차 간과해 세입예산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당초 계획된 세출예산안을 기준으로 불용예산을 산출했다고 일축했다. 시 관계자는 “불용예산은 사업별 용도가 정해진 것이어서 그해에 다른 예산으로 쓰기 어려운 데다 지방재정법 및 감채기금조례 규정에 따라 순세계잉여금은 채무상환 및 법정 의무경비 상환에 사용해야 한다”며 “세입과부족액에서 세출불용액을 더해 나오는 순세계잉여금은 2010년 3129억원 적자, 2011년 1028억원의 잉여금, 2012년 645억원의 잉여금이 발생했지만 모두 채무 상환 등에 사용돼 현재 유용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는 10일 무상보육 재원 분담을 놓고 여야 정책위의장,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참석하는 4자 공개토론을 내건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에게 ‘1대1 끝장토론’을 역제안했다. 김정은 기자 kimje@seoul.co.kr
  • 복용 약 정보 전송해주는 마법의 ‘디지털 알약’ 등장

    약을 올바르게 먹었는지, 몇개를 먹었는지 등을 자주 까먹은 노인들을 위한 ‘디지털 알약’이 등장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의 1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이 약에는 환자의 상태를 알리는 신호를 전송하는 센서가 포함되어 있다. 환자가 이 알약을 삼키면 위산에 닿으면서 센서가 작동하고, 위 속에서 얻은 정보를 문자메시지나 이메일로 환자나 보호자 등에게 전송한다. 이 센서는 아주 작은 크기로 알약 안에 박혀있으며, 전기회로를 구성하는 구리와 마그네슘이 함께 들어있다. 이 알약이 위산에 접촉했을 때 전기 회로가 센서를 작동시켜 함께 복용한 약의 정보를 전달한다. 이 알약을 개발한 영국 약품 회사인 프로테우스 디지털 헬스(Proteus Digital Health)의 수석 연구원 앤드류 톰슨은 “이 디지털 알약을 먹으면 ‘어디서 만든 어떤 약입니다’라고 문자 정보가 전송된다”고 발표했다. 이 디지털 알약은 복용한 약을 확인할 수 있어 약물 남용을 막을 수 있으며, 가족들이 환자의 약 복용을 관리하는 데 유용하게 사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발자인 앤드류는 “내년까지 이 약을 상용화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텔레그래프 캡처 정선미 인턴기자 j2629@seoul.co.kr
  • “인구·지구온난화 등으로 지속가능한 수산업 위기”

    “인구·지구온난화 등으로 지속가능한 수산업 위기”

    “수산업이 지속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자손들이 재앙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28일 수협중앙회와 국제협동조합연맹(ICA) 수산위원회 주관으로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3회 국제수산심포지엄’에 참석한 인류학자 브라이언 페이건 미국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는 수산업의 중요성을 이 한마디로 요약했다. ‘수산 부흥을 위한 수산의 미래 산업화’를 주제로 열린 이번 심포지엄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선 페이건 교수는 “역사를 살펴보면 인류는 항상 육류, 채소, 어류를 활용해 식량 부족에 대응해 왔는데 오늘날 26억 인구는 단백질 섭취를 바다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어종은 점점 줄어들고 어획이 어려워지면서 가격도 더욱 상승하고 있다. 지금껏 해양에서 수요를 충족시켜 왔으나 이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어 “인류는 과거에도 난관을 잘 극복해 왔지만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인구와 지구온난화는 우리 선조들이 맞서 왔던 어려움과 차원이 다른 문제를 양산했고, 지속 가능한 수산업을 유지한다는 것은 매운 어려운 일이 됐다”고 덧붙였다. 라슨 아바보흐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수산양식본부장은 ‘세계 식량 안보에 대한 수산양식의 기여’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어업과 양식업은 세계 인구의 12%인 8억 2000만명의 생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다”면서 “수산자원은 지속 가능성을 유지해야 하는 자연자원이며 갱생자원의 대표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은 연구, 기술, 수산업, 어업 관리 및 협동조합 부문에서 상당한 경험을 보유한 국가로, 한국의 이러한 경험은 다른 국가에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며 “한국의 경험을 북한을 포함한 개발도상국들과 공유하기를 바란다. 특히 이런 공조는 세계 수산업의 발전뿐만 아니라 남북 간 영구적인 평화를 위한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특별연설자로 나선 손재학 해양수산부 차관은 창조경제를 통한 수산업 발전 의지를 나타냈다. 손 차관은 “미래 수산업은 기존의 수산업에서 신개념 양식산업, 수산종자사업, 수산백신사업으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시키고 관상어사업과 관광레저산업, 글로벌 수산식품산업, 해외 자원 개발 등의 사업 영역도 수산업 범주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수산 분야 정책 과제 구현 방안으로는 ▲법제 및 조직 정비 등 미래형 수산 거버넌스 구축 ▲이해관계자들의 요구 융합 ▲일자리 창출 및 복지, 벤처창업 등을 위한 타 분야와의 융합 및 공조 체제 마련 등을 밝혔다.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이번 심포지엄에 대해 “70만 수산인의 염원으로 해수부가 다시 출범하고 수산인의 사기가 어느 때보다도 높아진 올해 시의적절하게 개최된 이번 심포지엄은 수산업의 비전과 새로운 패러다임을 공유하고 한국 수산의 미래를 밝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홍심 속 골잡이는 누구

    지독한 골 가뭄에 촉촉한 단비를 내려 줄 해결사는 누굴까.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페루와의 A매치(1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 나설 태극 전사 23명의 명단을 6일 발표한다. 지난달 2013동아시안컵처럼 국내파 위주로 꾸릴 예정이다. 합격점을 받았던 수비·미드필더진과 달리 3경기 1골로 꽉 막혔던 공격진이 주목된다. 최근 K리그 클래식에서는 A대표팀 합류를 노리는 선수들의 골 포효가 우렁찼다. 나란히 해트트릭으로 무력시위를 한 조찬호(포항)와 임상협(부산)이 단연 돋보였다. 2011년 3월 온두라스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던 조찬호는 약 2년 5개월 만에 재승선을 노리고 ‘꽃미남 스타’ 임상협은 대표팀 최초 발탁을 꿈꾼다. 둘 다 미드필더 자원이지만 동아시안컵 한·일전 후반처럼 ‘제로톱’을 가동할 경우엔 쓰임새가 유용하다. ‘홍명보의 아이들’ 출신인 홍철(수원), 겁 없는 신인 이석현(인천)도 태극마크에 도전한다. 전임 최강희 감독 체제에서 중용됐던 이동국(전북), 이근호(상주)의 발탁도 관심사다. K리그 클래식 득점 2위(12골)를 달리는 이동국은 풍부한 경험과 검증된 한 방이 있는 스트라이커. 하지만 전방부터 부지런한 압박을 원하는 홍 감독과 플레이 스타일이 맞지 않는 데다 나이도 만 34세로 많은 편이라 고민이 깊다. K리그 챌린지 득점 선두(11골)를 달리는 이근호도 탐나는 카드. 그러나 2부리그에서 뛰느라 리듬이 많이 떨어진 터라 뽑힐 가능성은 반반이다. 하지만 서동현(제주), 김동섭(성남), 염기훈(경찰) 등 잊혔던 골잡이까지 검증하는 마당에 기회도 안 주고 버리기엔 아까운 자원인 건 확실하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중기청과 함께하는 우수기업 열전] 아이디어로 승부 거는 1인 창조 기업 ‘그립인’

    [중기청과 함께하는 우수기업 열전] 아이디어로 승부 거는 1인 창조 기업 ‘그립인’

    새내기 대학생 김태희(20·경기 수원시 영통구 영통동)씨는 요즘 태블릿 PC 재미에 푹 빠졌다. 차 안이든 길거리든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어서다.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김씨는 혹시 한 손으로 태블릿 PC를 사용하다 떨어뜨려 기기가 파손되지나 않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최근 구입한 태블릿 PC 벨트 케이스 덕분에 이 같은 걱정을 덜 수 있었다. 친구들과 캠핑하거나 등산할 때도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김씨는 “얼마 전 친구가 태블릿 PC를 바닥에 떨어뜨려 낭패를 봤는데 벨트 케이스 덕분에 이제는 마음 놓고 기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자랑했다. 김씨가 가진 태블릿 PC 벨트는 경기 용인시 기흥구 상갈동 소재 ‘그립인’이란 디자인 액세서리 업체에서 만든 제품이다. 윤정진(43) 대표가 개발해 특허를 받은 벨트 케이스는 태블릿 PC에 장착한 후 케이스 벨트에 손을 끼우면 언제든지 자유자재로 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손 크기에 따라 조절해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여섯 방향으로 각도를 달리하는 기능이 있어 언제든 원하는 각도에 맞출 수 있다. USB, 이어폰, 터치펜 등을 넣을 수 있는 주머니도 있다. 스탠드 기능도 있어 벨트 중간을 접으면 책상에 올려놓고 편하게 볼 수 있다. 자동차 안, 벽걸이, 유모차, 가방 등에도 부착할 수 있다. 그야말로 전천후 정보기술(IT) 액세서리인 셈이다. 그립인에서는 태블릿 PC용 벨트 외에도 갤럭시S 및 노트, 아이폰 등의 스마트폰에 장착할 수 있는 다양한 벨트 케이스도 생산한다. 소형 제품들은 손목이나 팔뚝에 착용이 가능해 가벼운 운동이나 등산 등 레포츠를 하면서도 사용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IT 액세서리 시장 규모를 1조원, 해외는 10조원 이상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립인은 윤씨가 국내외 시장을 겨냥해 만든 1인 창조 기업이다. 지난해 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자신이 기획부터 디자인 설계, 홍보 등을 도맡아 처리하고 생산은 하청을 주고 있다. 판매는 유통업체에 맡긴다,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하기 때문에 인건비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회사를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월 임대료 40만원을 포함해 월 12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윗사람의 지시나 간섭도 없기 때문에 스트레스받을 이유도 없다. 1인 기업의 장점이다. 하지만 윤씨는 자신을 그냥 놔두지 않는다. 매일 아침 6시에 출근해 16.5㎡(5평) 남짓한 사무실 공간에서 자신의 꿈을 키운다. 투자를 받으면 당장은 편하겠지만 회사를 더 키운 뒤 시장에 내놓겠다며 이를 뿌리치고 있다. 업계에선 윤씨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인정한다. 다른 회사에 근무할 당시 한국디자인진흥원 주최 ‘굿 디자인 상품 선정’에서 산업부 장관상을 받는 등 수상 경력이 화려하다. 독일과 일본 등 해외에서도 디자인상을 받았다. 지금도 다른 기업체에서 제품을 디자인해 달라는 요청이 심심치 않게 들어온다.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2011년 그립인을 설립했으며 지난 6월 벤처기업으로 등록했다. 하지만 윤씨에게도 첫걸음을 내디뎠을 때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디자이너 경험만 있다 보니 제품을 홍보하고 판로를 개척하는 일이 힘에 부쳤다. 기업에 절대적인 자금 조달은 물론 기업을 설립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중소기업청 산하 창업진흥원과 용인시디지털산업진흥원이 윤씨에게 큰 힘이 됐다. 지원 프로그램 및 컨설팅 등을 통해 기업을 어떻게 꾸려 가야 하는지 배웠다. 기술보증신용기금에서 자금을 융통할 수 있었다. 창업진흥원으로부터 지난해 지역 비즈니스센터로 지정된 용인시디지털산업진흥원은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 기업인 또는 창업한 지 1년 미만의 잠재력 있는 젊은 청년을 주 대상으로 창조적 기업인을 선발해 육성하고 있다. 지난해 30명의 창조 기업인을 육성, 배출했으며 올해는 45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1인 창조기업에 사무실과 사무기기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1년 동안 창업 교육 및 컨설팅 등을 무료로 제공하고 채용한 코디네이터가 예비 창업자와 기업인을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용인시디지털산업진흥원 유종수 원장은 “그립인과 같은 유망한 창조기업을 발굴하기 위해 진흥원의 보조금 지원 사업 분야를 강화하고 디자인을 비롯한 소프트웨어, 콘텐츠 개발 사업자를 육성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글 사진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커버스토리] 中企 대표들이 대학문 닳도록 드나드는 까닭은

    “인맥이 밥 먹여주는 사회 아닙니까.” 경기 안산에서 전자부품 업체를 운영하는 중소기업 사장 A씨는 이렇게 말했다. 지방의 공고를 나온 그는 대기업의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다 1997년 사업을 시작했다. 15년간 회사를 키우고 돈도 남 부럽지 않게 벌었지만 학력 콤플렉스는 지울 수 없었다. A씨는 같은 공단 내 업체 사장의 추천을 받아 2005년과 2008년 서울 소재 사립대의 최고위 과정을 수료했다. 각각 700만원과 1000만원을 등록금으로 냈다. A씨는 “돈이 결코 아깝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부처 고위 공무원과 군 장성, 대기업 임원처럼 사회적 지위가 높은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확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는 두 달에 한 번 있는 동문 모임에 빠짐없이 나가고 일년에 한번 동문들과 부부 동반 해외여행도 간다. 대학의 최고위 과정은 ‘학력 업그레이드’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업에 도움이 된다는 게 A씨의 생각이다. 지난해 거래처를 넓히는 과정에서 대기업 상무로 있는 동문 덕을 톡톡히 봤다는 것이다. 그는 “동문이 다른 대기업 임원으로 있는 친구를 소개해줘 쉽게 거래가 성사됐다”면서 “인맥이 없었다면 갑과 을의 관계에서 불평등한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에 개원한 안과의사인 B씨는 연 매출 10억원 이상을 올리고 있다. 시력교정수술을 잘하는 병원으로 소문이 나서 늘 환자들로 병원 대기실이 붐빈다. B씨는 3년 전 서울 모 대학의 최고위 과정에서 언론인들을 사귄 것이 성공의 밑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신문사와 방송사 기자 3명과 함께 수업을 듣고 모임을 가지면서 친해졌다”면서 “이를 인연으로 인터뷰에 자주 소개되면서 손님들이 2배 이상 늘었다”고 설명했다. B씨는 개원한 지 얼마 안 되는 후배 의사들에게 최고위 과정을 적극 권유하고 있다. 인천에서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사장 C씨 역시 최고위 과정에서 쌓은 인맥을 유용하게 활용했다. 공장 임대료를 밀렸다며 건물주에게 고소를 당했던 그는 최고위 과정에서 만난 경찰 총경급 간부에게 ‘민원’을 넣었다. C씨는 “서장 전화를 받은 담당 경찰관이 합의할 수 있도록 중간에서 역할을 해주어 문제를 원만히 해결할 수 있었다”면서 “최고위 과정을 듣지 않았다면 경찰 간부를 만날 길이 있었겠냐”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타당성 없는 공약 출구전략 필요하다/류찬희 산업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타당성 없는 공약 출구전략 필요하다/류찬희 산업부 선임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강원도 지방순시에서 꺼낸 ‘국가 전략적 차원’이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화두다. 타당성이 떨어지는 지역 공약사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시기에 나온 발언이라서 해석도 분분하다. 과거 국가전략 차원에서 시작한 대표적인 개발사업이 경부고속도로다. 당시 고속도로 건설 반대론자들은 경제성을 들이대며 무리한 추진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은 눈앞에 보이는 경제성만 보아서는 안 된다며 사업을 밀어붙였다. 그가 사업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었던 명분은 바로 국가 전략성이었다. 미래 인구이동을 내다보고 국토의 산업화·도시화에 대비해서라도 고속도로 건설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급증하는 물류를 신속하게 운반하고 수송비용을 줄이려면 고속도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확신도 가졌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고속도로 준공 자체만으로 가난했던 시절 국민에게 자신감을 심어줬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긍지를 갖게 했다. 경부고속도로는 경제 전반에 걸친 혁명을 불러왔고, 한반도의 기간 교통망으로 자리잡았다. 그래서 포항제철소 건립과 함께 국가경제 발전의 초석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부고속도로 건설사업은 당시 상황만 고려해 경제성 검토가 이뤄졌다면 분명 사장됐을 것이다. 국가 전략 차원에서 경제성을 검토했기 때문에 사업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었고, 판단도 옳았다. 이번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 전략적 차원이라는 말을 꺼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제시한 각종 지역공약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이미 밝힌 터라 이날 발언은 공약사업을 반드시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선거공약은 지켜져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타당성 없는 사업으로 판정되면 과감히 포기하거나 전면적인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제성을 바탕으로 한 공약 수정은 국민도 동의할 수 있다. 대선 과정에서 나온 지역 신규 공약사업은 대부분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확충에 맞춰졌다. 새 정부가 약속한 신규 SOC 공약 3개 중 1개가 예비타당성 조사 과정에서 사업성 부족 판정을 받았다. SOC 사업은 한번 손을 대면 되돌릴 수 없다. 국가 전략적 판단은 정치적 판단과는 다르다. 경제성이 형편없이 떨어지는 사업을 마냥 국가전략 차원이라는 이유로 몰아붙이는 것은 경부고속도로 사업의 경우와는 너무 다르다. 고속도로 사업 추진의 기초가 됐던 경제성은 그야말로 주먹구구식이었다. 통계도 부족했고, 미래 예측성도 떨어지던 시절이었다. 모든 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으니 건설만 하면 언젠가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과학적인 통계와 미래 예측이 가능하다. 지방 정부와 정치인들도 공약이행을 담보로 몽니를 부려서는 안 된다. 공무원과 연구기관은 눈치 보지 말고 정확한 경제성 검토를 해야 한다. 이게 국민을 위하는 길이고, 경제를 수렁에 빠지지 않게 하는 길이다. ‘제2의 4대강사업’ 재앙을 막는 길이기도 하다. chani@seoul.co.kr
  • 스마트폰 제조사들 ‘케이스 전쟁’

    스마트폰 제조사들 ‘케이스 전쟁’

    스마트폰의 ‘정품 껍데기(케이스)’ 경쟁이 제법 치열하다. 스마트폰 케이스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액세서리처럼 따로 구입하는 품목이었지만 최근 제조사들이 앞다퉈 프리미엄급 전용 케이스를 내놓으면서 물러설 수 없는 판촉전을 펼치고 있다. 다음 달 8일 ‘전략폰’ G2를 공개할 예정인 LG전자는 30일 G2의 전용 케이스 퀵윈도TM를 공개했다. 휴대전화 제조사가 스마트폰 공개에 앞서 액세서리인 케이스를 먼저 공개한 것은 유례 없는 일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더 쉽고 편리하게 G2를 사용할 수 있도록 액세서리 디자이너가 아닌 스마트폰 디자이너가 직접 케이스를 디자인하게 했다”고 밝혔다. 관련 업계에선 LG전자가 이례적으로 신제품 케이스를 먼저 공개한 것에 숨은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먼저 이번 케이스 공개는 제품 출시 전 대중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일종의 ‘예고편 전략’이라는 해석. 제품 디자인을 보여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실루엣만으로 제품 출시가 임박했다는 것을 알리는 데는 커버만큼 좋은 소품이 없기 때문이다. 한편에선 몇 년 사이 무려 1조원 규모로 성장한 스마트 액세서리 시장에 제조사가 눈독을 들이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얼마 전만 해도 액세서리 시장은 남의 떡이라 여겨 왔지만 시장 규모가 커지자 회사마다 별도 케이스를 만드는 추세”라면서 “판매를 하든 마케팅용으로 제공하든 케이스는 어떤 식으로든 유용하게 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와 LG전자의 옵티머스 시리즈, 팬택의 베가 아이언 등 제조사들은 최근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경쟁하듯 정품 케이스를 꺼내들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웰빙 사우나? 잘못 하면 골병 사우나!

    웰빙 사우나? 잘못 하면 골병 사우나!

    최근 국내 한 제약사 창업자가 목욕 중에 사망하면서 새삼 건강한 목욕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제로 건식 사우나실은 섭씨 70~100도, 한증막은 70~130도로 고온이어서 노약자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사우나를 할 때 인체에 나타나는 대표적인 변화는 혈관 확장이다. 혈관 확장은 말초혈관의 저항을 감소시켜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심장에서 혈액을 뿜어낼 때 소비하는 에너지도 줄여준다. 혈액순환을 돕고 심장 부담도 덜어주는 것. 심부전증 치료를 위해 매일 규칙적으로 자신의 몸 상태에 알맞게 사우나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건강한 사우나 방법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급격한 온도 변화를 피하는 것이다. 먼저, 온탕에서 5분 이상 몸을 덥히고 가볍게 팔다리를 움직인 뒤 사우나실에 들어가는 것이 좋다. 사우나 시간은 건식과 습식에 따라 다르다. 건식은 체내 수분 배출량이 많으므로 습식보다 짧게 하는 것이 좋다. 건강한 성인의 경우 처음에는 습식 5분, 건식 3분 정도로 시작해 점차 시간을 늘려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계절이나 성별은 문제가 되지는 않으나 사우나를 한 후에 혈관이 확장된 상태에서 갑자기 찬 공기에 노출되면 체온 소모가 많다는 점은 알아둬야 한다. 심근경색 등 심혈관질환이 아침시간에 많이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 사우나는 아침보다 오후 시간대에 하는 게 좋다. 사우나를 한 후 바로 찬물에 들어가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확장된 혈관이 갑자기 수축하면서 순간적으로 혈압이 상승, 심장에 부담을 주어 심근경색증이나 뇌출혈이 잘 발생하기 때문이다. 사우나 후 찬물에 들어가야 시원하다는 사람도 있으나 이는 혈압 상승으로 기운이 나는 것처럼 느껴질 뿐 매우 위험한 행위이다. 과음 후 빨리 술이 깨기 위해 찜질방을 찾는 것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 술을 마시면 맥박수와 혈압이 오르는데, 찜질방의 뜨거운 온도 때문에 혈압과 맥박 조절능력이 떨어지면서 심장 부담을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술이 체내 수분을 빼앗아 가는데 많은 땀까지 흘리는 것도 좋지 않다. 사우나는 혈액순환을 도와 피로회복에 좋고, 열량을 소모해 비만 관리에도 유용하지만 심혈관 질환자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수축기 혈압이 180을 넘는 고혈압 환자나 협심증·심근경색증·뇌경색·뇌출혈·심부전증 등의 질환자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한 후에 하는 것이 현명하다. 또 몸에 열이 있거나 심한 빈혈환자, 초기나 말기 임신부, 갑상선기능항진증 등 에너지 소모가 많은 만성질환자도 사우나를 피해야 한다. 찜질방 등에서 땀을 빼면 체중이 준다는 것은 검증되지 않은 속설일 뿐이다. 운동으로 땀을 흘리면 체지방이 빠져 체중 감소효과가 있지만 찜질방에서 흘리는 땀에는 수분과 중요한 미량 성분인 칼슘·인·마그네슘 등이 포함돼 오히려 건강에 해롭다. 한 조사 결과, 사우나에서 체중을 4% 줄였더니 인체에 필요한 혈액 성분이 무려 18%나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설령 사우나에서 얼마간 체중을 줄인다 해도 수분을 섭취하면 바로 원상태로 되돌아간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도움말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장양수·가정의학과 강희철 교수
  • 프랑스 순례마을 보행기-순례는 안단테

    프랑스 순례마을 보행기-순례는 안단테

    Pilgrimage 길 위를 걷는 자에게 서두름은 독이 될 뿐이다. 순례자임을 표시하는 가리비 하나 달고 마음을 의지할 지팡이 하나 짚고 걸음을 내딛는다. 느릿하게 울리는 프랑스 순례마을 보행기步行記. 순례가 범람하는 시대에 길을 나서다 분명한 건 ‘철학’도 유행을 탄다는 점이다. 많이 생산하고 빨리 소비하는 게 절대적 선으로 여겨졌던 세상에 반기를 드는 가치들이 출현하고 있다. 버리고 줄이고 좁히고 늦추겠노라고 선언한 사람들은 웰빙을 부르짖고 로하스, 다운시프트 같은 삶의 방식을 발 빠르게 차용했다. 그에 따라 여행 철학도 많이 변한 것 같다. 정복한 나라 개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성공한 해외여행이라고 자부했던 때도 있다. 밤낮없이 부지런히 돌아다녀야 하는 여행에서 이제는 되도록 천천히, 느리게 여행하자 한다. 때마침 ‘걷기 여행’은 강력한 트렌드가 되었고 ‘산티아고 순례길’은 맞춤형 소비재가 되어 빠르게 소모돼 갔다. ‘그럴듯한 새로움’을 갈구하는 콘텐츠 시장에서 순례는 구미 당기는 소재였으리. 서점에 넘쳐나는 순례 에세이들, 열흘짜리 순례길 맛보기 여행상품까지….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민첩한 유행 앞에 순례의 본래 의미나 목적은 사장된 듯했다. 그래서였나. 내 딴에 순례란 단지 시대의 산물에 불과할 뿐이고 유행이 식으면 그 다음 주자에게 자리를 넘겨주어야 할 위태로운 ‘전염’이라 취급했으니. 이제야 심성이 삐딱한 여행자였노라고 인정해야 할 듯하다. 한 해 몇천명의 순례자들이 거쳐 가는 프랑스 남부 미디피레네Midi-Pyrenees 순례길에서 길의 매력에 전염되다 못해 여행 후 강력한 후유증까지 앓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이번 여행기는 기도문이 될 것 같다. 나처럼 산티아고 순례길은 스페인에만 있는 줄 알았던 여행자가 있다면 그 오만으로부터 얼른 구원받길 바라는 마음으로 써 내려가리. 말뿐인 순례가 범람하는 이 시대에 나는 ‘순례’를 알지 못했다. 그 길 위를 걷기 전까지 말이다. ▶미디피레네 Midi-Pyrenees 프랑스, 안도라공국, 스페인에 걸쳐 있는 피레네산맥 일부 지역에 위치한 프랑스 남서부 주. 주도인 툴루즈Toulouse는 파리에서 남쪽으로 680km 떨어져 있다. 프랑스에서 만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사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수만 갈래다. ‘세상 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을 그대로 따른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인 야고보St.James. 그가 묻힌 스페인의 갈리시아 지방 수도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 대성당에 이르는 모든 길은 순례길이다. 야고보를 찾아가는 길에는 축복과 기쁨보다는 성자를 향한 연민과 참회가 가득하다. 성자를 지키지 못한 신도들의 원죄가 깊고도 깊기 때문이리라. 야고보는 예수 사후 이스라엘에서 참수를 당했는데 신도들은 성자의 억울한 죽음을 맞고도 그의 시체조차 찾지 못했다. 유해를 싣고 스페인으로 향하던 배가 난파된 것. 9세기 들어서야 발견된 그의 시체는 그간의 험난한 여정을 증명하듯 노오란색 가리비가 다닥다닥 붙은 채였다고 한다. 뒤늦게 야고보의 묘지 위에 성당을 짓고 증축을 거듭해 산티아고를 조성했다. 그들이 성지를 세우는 것만으로 미안한 감정을 달랬다면 오늘날의 순례길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거다. 성직자와 신자들은 단지 그의 묘를 참배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들은 가리비를 머리에 달고 지팡이 하나에 의지해 성 야고보처럼 길을 나섰다. 아무리 구불구불한들, 제 아무리 험준하다 한들 당신이 걸음을 내딛으면 나만의 참회와 구원이 담긴 길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알고 보면 ‘산티아고 순례길’이 일반인에게까지 유명세를 떨친 건 최근의 일. 파울로 코엘료가 <순례자>를 집필하면서 전세계적인 열풍을 낳은 산티아고 순례길은 제주 올레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올레가 ‘휴식’이라는 이미지와 맞물린다면 산티아고 순례길은 ‘고난’으로 수렴된다. 현재 유럽에는 12갈래의 대표적인 순례길이 있는데 순례자 10명 중 8명은 일부러 프랑스 남부서부터 일정을 시작해 피레네 산맥을 넘는 험준한 길을 택한다. 놀멍쉬멍 걷든 지팡이를 짚고 걷든 ‘걷는다’는 행위는 동양과 서양 어디서든 구도의 길과 이어지나 보다. 고단한 순례자의 안식처 콩크Conques 모든 순례길은 카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로 통칭되는데 프랑스 남부도시 생장 피드 포르에서 출발해 스페인 북부를 횡단하는 루트가 가장 유서 깊다. 이번 여행에서 내가 걸은 길은 프랑스 남부 도시 르 퓌Le Puy에서 출발해 미디피레네주의 유명 순례도시를 관통하는 구간의 일부였다. 나를 포함해 미국, 라트비아, 중국, 크로아티아, 캐나다 등 각국에서 온 순례자들을 이끌 가이드는 러시아계 프랑스인인 엘리나. 말 그대로 다국적 ‘순례단’인 우리는 미팅 포인트였던 툴루즈Toulouse에서 그녀를 보자마자 속사포같이 질문을 쏟아낸다. ‘예순이 넘은 내가 걸을 수 있는 길이냐, 하루에 몇 시간을 걷는 거냐, 너무 힘들면 도중에 포기해도 되냐’라는 질문에 엘리나는 빙긋 웃으면서 답했다. “마음을 먹은 성직자들은 이 길을 무릎으로 기어 올라간답니다.” 차분한 한마디였지만 ‘엄살떨지 마시오’라는 엄포가 분명했다. 동행인이 있어도 또 가이드가 붙는다 해도 긴장되는 초행길이었다. 사람들의 경직된 표정을 읽었는지 엘리나는 이 길을 가는 데 있어 꼭 경건한 마음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일러준다. 단지 마주치게 될 프랑스의 대자연, 봄과 여름 사이를 가르는 바람, 작은 마을들과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즐기라 했다. ‘순례’라는 말이 주는 무게감에 짓눌렸는데 어느덧 경직된 마음이 사르륵 녹아내린 건 헤픈 성격보다는 ‘끝내줬던’ 날씨에 책임이 있으리. 미디피레네를 횡단하는 갸론Garon강에서 첫 번째 목적지 콩크Conques까지 3시간 가량 차로 이동하는 동안 첩첩산중으로 다가가고 있음을 증명하는 건 바로 건축자재였다. 주변에 암석으로 된 산이 없는 탓에 갸론강에서 길어 올린 붉은 모래를 이용해 벽돌을 구워 건물을 올리고 길을 닦은 툴루즈와는 달리 암회색 집들이 눈에 띈다. 언덕 위 석회석을 이용해 튼튼히 쌓아올린 건물이 모여 있는 작은 마을 앞에 일행을 태운 차가 멈췄다. 콩크는 불어로 조개를 뜻하는데 마을 전체가 조개껍데기를 엎어놓은 모양으로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 겨우내 잠잠했던 콩크는 4월 부활절과 함께 모여드는 순례자들로 다시금 활기를 찾는다. 중세 순례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산티아고를 찾아가는 길목길목에는 순례자를 위한 마을이 조성됐고 콩크도 그 마을 중 하나다. 각 순례 도시는 종교적인 기능과 생활적인 기능 모두를 담당했다. 전망이 좋은 곳에는 어김없이 교회나 수도원이 들어서 있다. 매일 평균 8시간 동안 길을 걷는 순례자가 안락한 밤을 지새울 수 있도록 숙박업소가 등장했고 그들을 치료하기 위한 병원이 갖춰졌다. 90가구가 전부인 이 작은 마을에 한 해 3만명의 순례자들이 모여든다. 기사들도 말 위에서 내려와 걸어야 했을 만큼 좁은 골목길, 손으로 일일이 쪼개 얹은 기왓장은 천년 동안 고단한 순례자를 반겨 왔다. 느린 걸음으로 한 시간이면 돌아보는 마을이지만 세계 각국에서 출발한 순례자에게 콩크는 없는 것 빼고 다 갖춘 마을일 거다. 작디작은 마을에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켜켜이 앉은 시간이 스쳐갔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Santiago de Compostela 12사도 중 한 사람인 성 야고보의 순교지라는 게 정설. 산티아고는 야고보의 스페인식 발음이며 콤포스텔라는 ‘별의 들판’이라는 뜻의 라틴어campus stellae에서 유래했다. 예루살렘·로마에 이은 유럽 3대 순례지의 하나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을 비롯해 성당·교회·대학 등 중세의 건물이 남아있어 번영했던 때를 보여준다. 척박한 땅에서 드리는 기도 로카마도르 Rocamadour 순백의 도시가 언덕 끄트머리에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다. 한계령 뺨을 칠 정도로 구불구불한 산길을 거슬러 올라가고 나니 로카마도르Rocamadour가 드라마틱하게 등장했다. 촉박한 일정이었지만 잠깐 머뭄의 시간을 갖는 데 일행 모두가 동의했다. 마을 입구를 2km 앞두고 멀찌감치 떨어져 하염없이 마을을 바라본다. 오체투지로 순례길에 나선 성직자들은 물론이고 순례로서 죗값을 치르던 이들까지 바로 이 자리에 서서 마을을 굽어보고 한시름 놓았을 게 틀림없다.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 덕에 자꾸 발걸음이 늦춰진다. 이 마을은 석회질이 다량 포함된 토질 덕분인지 유난히 흰 빛을 뽐낸다. 석회바위산 꼭대기에 이 같은 마을을 만들려면 평지보다 몇 배 노동력이 투입됐을 텐데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 입지였다. 듣자하니 이 ‘석회’가 바로 순례마을의 비밀을 푸는 열쇠였다. 6만년 전 이 일대가 바다 밑에서 융기하며 바다생물이 퇴적된 땅이 드러났다. 토양의 주성분은 석회석과 같은 탄산칼슘. 하지만 물을 그대로 통과시키는 토질 탓에 나무를 심어도 과실이 나지 않고 곡식을 심어도 추수할 수 없는 척박한 땅이 돼 버렸다. 성직자들은 아무도 살지 않는 땅, 조용히 명상할 수 있는 이곳에 주목했다. 12세기부터 도시를 일궈 한때는 8,000명 가까이 머무는 ‘기도하는 마을’을 만든 것이다. 지금은 800명 규모로 축소됐지만 한 해 방문객만 100만명에 이르는 관광지다. 가장 유명한 순례마을 중 하나였던 로카마도르는 악명 높은 곳이기도 했다. 삶이 고단한 자들은 유복한 내세를 보장받기 위해, 범죄자들은 죄를 용서받기 위해, 어떤 이들은 기적을 간구하기 위해 마을의 맨 꼭대기 성당을 찾았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이 찾는 구원을 얻고자 필시 223개의 계단을 오르는 시험을 통과해야 했다. 어떤 성직자는 구불구불한 14개의 고갯길을 택해 무릎으로 오르기도 했다. 모든 고통을 감내할 수 있었던 건 성당 내 위치한 ‘검은 성모상’을 알현하기 위함이었다. 106년 기적을 행했다는 검은 성모상은 시간이 흐르며 자연적으로 검게 변했다고 하는데 프랑스 내 많은 검은 성모가 있지만 로카마도르 것을 제외하고는 일부러 페인트를 칠한 것도 많다 한다. 가끔 아무도 치지 않는 종이 울리는 건 이 성모의 힘이라고 로카마도르 사람들은 굳게 믿고 있다. 두런두런 얽힌 로카마도르 이야기를 들으며 223개의 계단을 올랐다. 로카마도르 터가 머언 옛날 바다 아래 잠겼던 땅임을 증명하듯 계단 여기저기에 크고 작은 화석이 박혀 있다. 아름다운 길이지만 시간이 흘렀어도 악명은 여전했다. 최영미 시인은 아침마다 내뱉는 마른 기침으로 살아있음을 느꼈다고 하는데 나 역시 고통으로 생이 자각되긴 마찬가지였으니. 건조한 모래바람이 호흡기를 훅 틀어막고 심장은 튀어나올 듯 펌프질을 해댔다. 온몸의 기관들이 벌떡 잠에서 깼을 무렵에야 검은 성모의 성당 앞에 겨우 발을 디뎠다. 언덕 꼭대기에는 대성당 외에도 자연 동굴을 활용해 만든 예배당이 있었는데 건조한 기후 탓인지 외벽에는 13세기에 그려진 벽화가 그대로 남아있다. 럭비를 너무너무 사랑하는 미디피레네 사람들을 위한 럭비의 신 예배당도 갖추고 있다. 엄숙하게만 보인 순례 마을의 귀여운 재치라고나 할까. 다시 떠나는 길 오슈Auch 마지막 행선지 오슈Auch에 도착하기 전 프랑스에서 가장 작은 마을이라 알려진 라르상글Larressingle에 들렀다. 목적은 라르상글에 있는 교회에서 순례자들에게 찍어 주는 도장을 받기 위해서였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순례자 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는데 각 순례 마을은 이들 여권에 방문자임을 증명해 주는 도장을 찍어 준다. 그러나 한때 주교가 거주할 정도로 큰 마을이었던 라르상글에는 을씨년스런 바람이 불었다. 교회 역시 군데군데 파손된 흔적이 역력했고 벽에는 커다란 엑스 표시가 낙인처럼 찍혀 있었다. 엑스 표시는 ‘팔렸음’을 뜻하는 표식이란다. 20세기 병적으로 ‘프랑스’적인 것에 탐닉한 미국인들은 오벨리스크를 유럽으로 옮긴 로마인처럼 프랑스의 와인이나 예술품뿐만 아니라 건물을 통째로 뜯어 부지런히 신대륙으로 날랐다. 혁명정부 이후 나폴레옹 제정이 들어서면서 교회는 더 이상 경배의 대상이 아니었다. 군자금을 충당하려는 약탈자들이 전국의 교회로 몰려들면서 온전히 제 모습을 보존하기는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그 당시 프랑스인에게 교회를 뜯어 파는 일은 아무런 죄책감도 남기지 않았을 것이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왠지 교회 내부에 바깥보다 더 추운 공기가 도는 것 같다. 별 기대 없이 여권을 대고 한 켠에 마련된 도장을 꾸욱 눌러 보는데 선명한 글씨가 찍혀 나온다. 한동안 이용하지 않았다면 잉크가 말랐을 게 분명하지만 도장은 아직 촉촉했다. 분명 바로 얼마 전 순례자가 이곳을 지나갔다는 뜻이기도 했다. 반가운 마음에 길을 재촉했다. 순례자의 행선지가 우리와 같다면 길 위에 마주칠 것이다. 한걸음에 달려 오솔길 위를 걷고 있는 두 명의 사내를 발견했다. 우리는 같은 길을 걷는 길 위의 동지였으므로 안면몰수하고 둘을 잡아 세웠다. 순례에 나선 지 한 달이 넘었다는 미국인 칼과 브라이언트는 40년지기 친구사이. 군에서 제대해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먼저 걸었던 칼이 브라이언트를 끈질기게 설득해 성사된 여행이라고 한다. “부인과 자녀 모두 미쳤다고 했지만 친구 녀석 믿고 한번 와보기로 했지.” 결국 브라이언트는 ‘해고의 위험’을 무릅쓰고 보스에게 장기 휴가를 얻는 데 성공해 길에 나섰다.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가장 오래된 도장을 찍었다는 그는 여정이 빼곡히 담긴 여권을 자랑한다. 남이 보지 않을 땐 꼭 붙어 걷던 두 사람에게 어깨동무를 요청하니 쑥스럽다며 발을 뺀다. 나머지 여정도 건강하게 마무리짓길 바라며 손을 흔들었다. 우리는 우리대로 오슈에 다달았다. 오슈라는 도시명은 아우구스투스에서 유래했는데 이곳은 중세 유명한 종교도시였다. 도시 어디에서나 고딕양식의 오슈대성당Auch Cathedral이 시선에 걸린다. 성당 내부는 26m 높이로 프랑스에서 가장 큰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돼 있다. 해마다 5월이면 오르간축제가 펼쳐지고 6월부터 8월까지 매주 일요일에는 무료 콘서트가 열린다. 가장 좋은 것, 귀한 것을 집약해 천국에서의 행복한 나날을 암시하고자 했던 의도대로 교회 내부는 화려했다. 믿음을 확인한 순례자는 교회를 빙 한 바퀴 돌아보고 다시 길을 나서야 하는 동력을 얻는다. 오늘날 프랑스의 순례 마을과 관련 건물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곳이 많은데 단지 시간이 오래 되어서라거나 보존이 잘 되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차도 인터넷도 없던 시절, 믿음의 힘만으로 수천명의 사람들이 같은 길을 걸었던 장면은 그 당시에도 장관이었을 테니. 반면 기독교가 쇠락하고 신보다 인간이 앞서던 시대가 도래하고 또 부르주아 혁명이 일어나면서 순례길이 쇠퇴해 갔다는 점도 유럽인의 역사가 이 길 위에 오롯이 반영되는 것 같다. 다시 성찰의 기회를 물색하던 현대인에게 조용히 길을 내준 사람들 덕분에 순례마을은 박제된 박물관이 아닌 삶과 역사의 교차점에 서 있다. 그리고 내 삶의 좌표는 그 어디쯤엔가 찍혀 있다. 글·사진 양보라 기자 취재협조 프랑스관광청 kr.rendezvousenfrance.com 02-776-9142 ▶travie info 어디서 출발하면 좋을까 출발점을 선택하는 건 순례자의 몫이다. 프랑스길Camino Frances을 걷는다면 파리, 르퓌Le Puy, 아를Arle, 생장St. Jean Pied de Port이 관문지다. 특히 생장에서 산티아고까지 800km에 이르는 코스에 70%의 순례자가 모인다고 한다. 미디피레네 코스를 걷고 싶다면 주도 툴루즈Toulous에서 출발하는 게 좋다. 무엇을 준비할까 가리비와 나무 지팡이를 든 순례자의 초라한 행색도 시간이 흐르며 변모됐다. 기본적인 아웃도어 트레킹 물품을 준비하자. 편한 신발, 스틱, 수통 등을 챙기자. 빗물로 인해 무릎 아래 부분이나 등산화가 젖는 것을 방지하는 스패츠도 유용하다. 유럽의 변덕스러운 날씨에 대비하려면 우비는 필수다. 어디서 먹고 씻고 잘까 일단 먹는 것은 알아서. 순례자 전용 숙소인 알베르게에서 조리도 가능하다. 알베르게는 도미토리 형식의 유스호스텔이라 보면 되는데 순례길 전역에 분포해 있다. 위생상태는 천차만별. 때로는 침대 진드기에 역습을 당할 수도 있다. 다음 순례자를 위해 한 곳에 오래 머물 수 없다. 다만 몸이 아픈 경우는 예외다.
  • 운동장 대신 숲을 품은 학교… 도심 속 아이들의 ‘힐링 놀이터’

    운동장 대신 숲을 품은 학교… 도심 속 아이들의 ‘힐링 놀이터’

    막연히 나무와 꽃이 주변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지위 높은 사람들이 학교에 순시 왔을 때 심은 ‘기념식수’가 출발점이었다. 지금은 자투리땅이 거의 남지 않고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시의 허파 기능을 할 ‘마지막 희망’ 역할로 주목받고 있다. 학교에 조성된 숲, 학교숲 이야기다. 최근 ‘탄소지킴이 도시숲’이란 제목의 책을 발간한 산림청은 학교숲의 온실가스 저감 효과에 대해 큰 기대를 내비쳤다. 서울시만 해도 전체 초·중·고교가 1341곳이고, 구마다 학교가 골고루 배치되어 있다. 이곳에 ‘녹색 환경’이 조성될 경우 전체적인 산소 배출 효과뿐 아니라 미세먼지 흡착, 소음감소 및 차단과 같은 지엽적인 효과도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산림청은 건물·운동장과 몇 그루 나무, 작은 화단이 있는 일반 학교의 평균 탄소 저장량은 9887㎏C(건조된 목재 1㎥당 탄소저장량은 250㎏C)인 데 비해, 나무와 연못 등 학교숲이 조성된 학교의 탄소 저장량은 1만 412㎏C로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산책로 등 대규모 식재를 통해 학교 공원화를 하면 저장량은 1만 651㎏C로, 학교숲과 학교공원화를 함께한다면 저장량은 1만 1176㎏C로 증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연구 결과에 힘입어 올해 15년째인 학교숲 조성 운동이 재도약의 기회를 맞고 있다. 그동안 진행되어 온 ‘운동장 vs 학교숲’ 논쟁에서 학교숲에 대한 지지가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산림비전센터에서 열린 ‘학교숲이 미래다 포럼’에서 참석자들은 학교숲 조성 초기와 달라진 학교 분위기를 설명했다. 오창길 인천구산초 교사는 “조선시대 향교와 서원에는 대개 오래된 큰 나무가 위용을 과시하며 상징물 역할을 했지만, 일제시대 이후 학교는 건물과 운동장으로 꾸며졌다”면서 “운동장이 들어선 데에는 1895년 교과과정에 병식체조를 도입한 학교령이 공포된 것과 관련이 깊다”고 설명했다. 김인호 신구대 환경조경과 교수도 “학교숲 운동의 가장 큰 장애물은 운동장에 대한 막연한 신화(神話) 때문으로, 학교숲 조성 대신 운동장에 인조잔디와 트랙을 설치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기도 했다”면서 “2000년대 중반 인조잔디를 깐 학교들은 최근 낡아서 새로 시공을 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한 반면 학교숲은 환경적 효과뿐 아니라 교육적인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운동장을 대체할 실내 체육관 건립, 자투리 숲 조성기술의 발전도 학교숲 조성에 동력을 보탰지만, 인성교육뿐 아니라 교과교육에서도 유용하다는 점이 학교숲 확산을 이끌었다. 학교숲 운동을 해 온 ‘생명의 숲’은 학교숲이 1999년 700여곳에서 최근 3000여곳으로 늘었다고 집계했다. 허윤선 서울대 조경학과 박사는 “학교 안에 숲이나 텃밭을 조성하거나 담장을 숲으로 대신하는 등 여러 가지 학교숲 조성 방식이 있다”면서 “일단 학교숲이 조성되면 수업시간이나 방과 후 활동 시간에 생태체험 교실을 운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방과 후에는 주민들의 운동공간과 휴식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에서도 지역 커뮤니티와 연계해 녹색학교를 만드는 움직임이 활발하다”면서 “영국의 지속가능한 학교 프로그램은 학교를 중심으로 개인에서부터 타인과의 관계, 지역과의 네트워크 형성에 이르는 범위를 다루며 지속가능한 삶에 대한 인식을 키워 준다”고 강조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스위스 알프스 그 너른 품에 안기다

    스위스 알프스 그 너른 품에 안기다

    그곳에 산이 있었기에 오르다가 놀고 먹고 쉬었다. 닮은 듯 다른 산들의 풍경을 만끽하면서 치즈도 만들어 보고, 3,100m 산꼭대기에 자리한 호텔에서 하룻밤 묵어 보기도 했다. 알프스가 줄 수 있는 모든 선물을 받아 누린 시간이었다. 도전자유여행 38탄 유기웅(29세·건설사 근무) 오직 여행을 위해 2주 연속 휴가를 쓸 수 있는 직장을 구했으며, 남미의 파타고니아부터 북극권의 아이슬란드까지 여행하며 사진을 찍을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는 여행 중증 환자(?)다. 그의 여권에는 이미 스위스 도장이 찍혀 있었다. 하지만 대학 시절, 스치듯 배낭여행으로 들른 스위스 여행에는 여전한 갈증이 남아 있었고, 세계 5대 미봉 중 하나인 마테호른을 가까이서 보고픈 욕망은 가시질 않았다. 열차시간표를 일일이 출력해 올 정도로 이번 여행에 열정을 보인 그는 올 여름 2주 휴가를 싹둑 잘라 스위스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여행지 스위스 여행기간 2013년 5월23~27일(4박6일) 항공편 터키항공(이스탄불 경유) 여행조건 당첨자는 내일투어 ‘스위스 금까기’ 상품으로 여행을 떠났으며, <트래비> 기자가 직접 동행 취재했다. 금까기 상품 내역에 해당하는 왕복항공권 및 호텔 숙박비 등을 제외한 개인 지출 비용은 독자가 개별 부담했으며, 일부는 스위스관광청의 협조를 받아 진행됐다. 스위스 금까기 상품가 129만원부터 포함내역 유럽 왕복항공권, 투어리스트급 호텔 및 조식, 스위스 플렉시 패스 3일 2등석 세이버, <스위스로 가출하기>, 1억원 여행자 보험, 기내용 슬리퍼, 네임태그·여권커버, 각종 면세점 할인쿠폰, ‘융프라요흐/티틀리스’ 할인 쿠폰 불포함내역 현지생활비, 유류할증료 및 세금 예약 및 문의 02-6262-5353 www.naeiltour.co.kr 가장 쉬운 알프스 공략법 Luzern루체른 취리히공항에 착륙하자마자 기차를 타고 루체른으로 서둘러 이동했다. ‘알프스 산악 체험’. 이번 여행의 주제는 ‘산’이었기에 필라투스, 리기, 티틀리스 등 유명한 산들이 기다리고 있는 스위스 중부 지역으로 가기 위한 거점으로 루체른이 제격인 까닭이었다. Rigi리기 메인코스만큼 배부른 애피타이저 “루체른은 한국인 여행객들에겐 필수 코스 같은 데죠. 대학 시절, 배낭여행을 왔을 때도 카펠교, 무제크 성벽, 빈사의 사자상 등을 둘러봤던 기억이 납니다.” 루체른은 크게 변한 게 없었다. 특히 구시가지는 중세시대의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고, 1,300년에 세워졌다는 카펠교도 튼튼하게 루체른 호수 위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가벼운 도시 산책을 하던 기웅은 몸이 근질근질했다. 3,000m가 넘는 산들이 기다리고 있었기에 모든 신경이 ‘산’으로 향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추웠던 날씨에 옷을 너무 얇게 가져온 것은 아닌지 걱정하며 루체른 구시가지의 상점들을 둘러보았다. 그러더니 기웅은 “사실 전 도시형 여행자는 아니에요”라고 커밍아웃을 했고, “시간이 충분할 것 같은데 리기Rigi 산을 다녀오면 어떨까요?”라며 태블릿PC에 담아 온 시간표를 내밀었다. 리기는 루체른에서 유람선과 산악열차를 타고 1,800m 산 정상까지 왕복 3시간 정도면 다녀올 수 있는 산으로 필라투스와의 경쟁에서 우리의 간택(?)을 받은 것이다. 기차역 바로 선착장에서 배에 올라탔다. 루체른이 스위스의 모든 매력을 응축하고 있는 도시라는 사실은 유람선에 올라 호수 위를 가르면서 더 명징하게 확인됐다. 갈색 지붕의 중세 건물들이 시선에서 점점 멀어져 가면서 만년설에 뒤덮인 산들과 짙푸른 루체른 호수 위를 유유히 가르는 배는 사람들을 낙원으로 인도했다. 산과 호수를 타고 온 시원한 바람으로 장시간 비행의 피로가 한순간 사라졌음은 물론이다. 기웅은 일일이 지도를 확인해가며 “저기 도시 뒤편에 보이는 바위산이 ‘악마의 산’이라 불리는 필라투스고, 남쪽에 좌우로 길게 뻗은 설산이 티틀리스에요. 리기는 작은 언덕을 돌아가야 보일 것 같아요”라고 루체른을 둘러싼 산들에 대해 브리핑을 해줬다. 그리곤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으니 맑을 때 최대한 사진을 찍어둬야 한다며, 셔터를 누르기에 바빴다. 루체른 호수를 유유히 흐르던 배가 40분만에 비츠나우Vitznau에 정박하자 대부분의 여행객은 하선했다. 해발 1,800m, 리기산 꼭대기로 가는 스위스에서 가장 오래된 산악열차를 타기 위함이었다. 140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열차는 가파른 산길을 천천히 그러나 능숙하게 타고 올라갔다. 종착역인 리기 쿨름Rigi Kulm에 이를 때 즈음, 모든 계절을 품고 있는 산의 위용이 드러났다. 아직도 남아 있는 눈의 흔적과 노란 야생화, 그리고 산 아래 너른 호수와 마을들의 풍경은 비현실적으로, 그러나 완벽하게 조화를 이뤘다. 연신 탄성을 내지르던 기웅은 “리기가 산들의 여왕으로 불리는 이유를 알겠어요. 빨리 꼭대기로 올라가시죠”라며 서둘렀다. 눈이 얕게 쌓인 리기산 정상에서는 북쪽으로 평야지대와 남쪽의 3,000m급 고봉들을 파노라마로 볼 수 있었다. 오히려 높은 산, 안쪽으로 들어간 풍경보다 스위스다운 풍경을 감상하기에는 더 훌륭하게 느껴지는 경관이었다.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는 칼트바트Kaltbad역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웨지스Weggis에 내렸다. 기차, 케이블카, 유람선까지 1분 1초도 어긋남이 없는 스위스의 다양한 교통수단에 감탄하며 루체른행 배편에서 스치듯 지나간 감동을 돌이켰다. 1,800m라는 높이 때문에 앞으로 볼 산들의 애피타이저 정도로 생각했는데, 메인코스를 소화시킬 수 있을까 의심이 들 정도로 충분히 배부른 풍경이었다. 리기산 가는 법 리기산의 가장 큰 매력은 스위스패스만 있으면 무료로 유람선, 산악열차, 케이블카 등 모든 교통수단을 이용해 여행할 수 있다는 점. 산악열차와 케이블카 티켓을 별도로 구매하면 왕복 30CHF이다. www.rigi.ch ▶travie info 스위스패스 스위스 내의 열차, 버스, 유람선 등을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만능열쇠로 2인 이상, 5인 이하에게 할인해 주는 세이버 패스, 1달 이내에 날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플렉시패스 등이 있다. 470개 박물관을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며 주요 관광열차와 케이블카를 무료 혹은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이등석 4일권은 272CHF(스위스프랑), 일등석 4일권은 435CHF이다. 한국에서는 가까운 여행사에서 구매할 수 있다. www.swisstravelsystem.com Titlis티틀리스 뜻밖의 눈 천지를 마주하다 낌새가 좋지 않았다. 루체른에서부터 가는 빗발이 날리더니 티틀리스Titlis산의 베이스캠프인 엥겔베르그Engelberg에 도착할 저녁 무렵에는 진눈깨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엥겔베르그에서도 가장 전망이 좋다는 테라스 호텔에 여장을 풀고, 다음날 맑게 갠 하늘을 간절히 바라며 스위스에서의 첫날밤을 마무리했다. 이른 아침, 티틀리스 산이 손에 잡힐 듯한 풍경을 기대하며 창을 열었다. 그런데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새하얀 눈 천지였다. 기웅은 티틀리스 꼭대기에서는 아무것도 못 보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했다. 이제야 고백하지만 스위스가 다섯 번째인 기자는 처음으로 내리는 눈, 그러니까 산꼭대기 만년설이 아닌 동화 같은 주택 지붕 위에 차곡차곡 쌓이는 눈을 ‘실시간’으로 보고 싶었고 엥겔베르그에서야 그 풍경을 맞딱드리게 된 것이다. 늦봄, ‘천사의 마을’이란 뜻의 엥겔베르그에 비로소 날개 단 천사가 강림할 것만 같았다. 호텔에서 약 15분을 걸어 케이블카 탑승역으로 향했다. 6명까지 탈 수 있는 소형 케이블카를 타고, 트뤼브제Trubsee에서 회전식 곤돌라로 갈아타자 어느새 산 정상에 다다랐다. 갈수록 굵어지는 눈발 때문에 장엄한 풍경은 포기해야 했지만 여름을 코앞에 둔 계절에 눈천지를 볼 수 있는 우연이야말로 여행의 묘미가 아니겠냐며 이 순간을 만끽했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5월 말 이 정도의 폭설은 스위스에서도 25년 만이었다고 한다. 산 정상에는 즐길거리가 많았다. 스위스 중부 최대의 스키 목적지답게 매년 10월부터 5월까지 스키를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빙하공원에서는 눈썰매 등 다양한 놀이를 즐길 수 있고 얼음동굴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올해는 티틀리스 케이블카 100주년을 맞아 흔들다리 클리프워크Cliff Walk가 선을 보여 다리 위에서 아찔한 절벽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곧잘 티틀리스와 융프라우를 비교하곤 하는데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회전식 곤돌라를 타고 순식간에 3,000m급 산 정상에 올라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티틀리스의 매력도 결코 뒤지지 않았다. 애초 목표로 했던 산 중턱에서의 야생화길 산책이나 트뤼브제 호수에서의 조각배 노 젓기 체험 등을 못한 아쉬움은 다시 티틀리스를 찾아와야 할 명분으로 남겨두었다. 티틀리스 로테어 엥겔베르그에서 티틀리스까지 운행하는 케이블카로 트뤼브제에서 회전식 곤돌라로 갈아탄다. 왕복 케이블카 요금은 86CHF, 스위스패스 소지시 50% 할인된다. 엥겔베르그에 위치한 테라스 호텔은 티틀리스 케이블카 회사에서 운영하고 있다. www.titlis.ch ▶travie info 패스트 배기지Fast Baggage 여행 중 이동이 많은 여행객은 짐 걱정을 내려놓아도 된다. 패스트 배기지Fast Baggage 서비스를 이용하면 46개 역에서 짐을 따로 부치고 24시간 내에, 이르면 오전 9시 전에 부쳐 오후 6시 전에 받을 수도 있다. 요금은 짐 한 개당 22CHF. 철도청 사이트에서 배송 가능한 역을 확인할 수 있다. www.sbb.ch 스위스의 진짜 시골 Emmental에멘탈 우리는 에멘탈Emmental이라는 시골 마을에서 치즈를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킨 스위스인들과 가장 보통의 스위스를 체험할 수 있었다. 그 여운은 스펙터클한 알프스의 풍경보다 깊고 진했다. Cheese치즈 스위스 명품 치즈를 만들어 보다 엥겔베르그에서 열차를 타고 부르크도르프Burgdorf 역에 도착해 471번 버스를 타고 에멘탈 치즈공장으로 향했다. 엠메Emme 계곡 일대를 일컫는 에멘탈 지역에는 약 150개의 소규모 치즈공방에서 치즈를 생산한다고 하는데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융단 같은 구릉지대에 치즈의 공급원(?)인 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풍경이 펼쳐졌다. 그뤼에르 치즈와 함께 스위스를 대표하는 에멘탈 치즈는 엄격하게 품질이 관리되고 있는데 무엇보다 신선한 풀과 건초만을 먹은 건강한 소들이 명품 치즈의 근간이 된다고 한다. 물론 치즈 제조과정에서 어떠한 인공적인 요소도 가미하지 않는 전통방식을 고집하고 있다는 것도 중요하다. 치즈 공방은 크게 두 개의 관람장소로 나뉘어 있는데 전통방식의 제조소는 1750년부터 이어져 온 제작방식을 재현한다. 커다란 냄비에 우유를 담고 장작불을 지펴 32도로 가열해 박테리아를 제거하고, 다시 45도의 열로 40분간 가열하면 우유는 뿌연 물 같은 유장과 반고체 형태로 응고된 치즈로 분리된다. 커드Curd라 불리는 이 반고체의 치즈를 틀에 넣어 36시간 동안 소금물에 담갔다가 다시 물에 담근 후, 최소한 4달 이상 숙성시키면 고소한 치즈로 완성되는 것이다. 에멘탈 치즈는 최소 4달 숙성을 기본으로, 1년에서 최대 3년까지 숙성시키며 맛을 다양화하고 있다. 물론 3년 동안 치즈 덩어리를 방치하는 건 아니다. 아이를 어르고 달래며 키우듯 이틀에 한 번씩 뒤집어 주며 골고루 건조되고 그 안에서 영양분이 자라나도록 관리를 해줘야만 한다. 현대식 제조공장에서는 다양한 치즈를 맛보며 숙성과정도 볼 수 있었다. 현대식은 보다 많은 양의 치즈를 효율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방편일 뿐 제조방식은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에멘탈 치즈는 온도를 계속 바꿔주며 숙성시키는 과정에서 기포가 발생해 구멍이 뽕뽕 뚫려 있다. 치즈 덩어리를 위에서 아래로 잘랐을 때 5개 정도의 구멍이 있어야 이상적이라고 한다. 바로 이 숙성 방식이 일정한 저온으로 숙성시키는 그뤼에르 치즈와의 결정적인 차이점으로, 에멘탈은 그뤼에르 치즈에 비해 덜 짜고 고소한 맛으로 대중적인 명품 치즈로 꼽힌다. 치즈 제조공장 스위스의 대표적인 명품 치즈인 에멘탈 치즈의 제작과정을 볼 수 있다. 다양한 종류의 치즈를 판매도 하며, 레스토랑에서는 치즈요리를 즐길 수도 있다. 베이커리 벡Beck에서는 다채로운 빵, 제과류를 구입할 수 있다.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며, 가이드 투어는 최대 30명까지 130CHF에 이용할 수 있다. www.showdairy.ch 에멘탈 치즈공방에서는 18세기식 전통 치즈 제조법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에멘탈 치즈는 구멍이 송송 뚫려 있다. 온도를 바꿔주는 건조법으로 기포가 발생하는 까닭이다 Farm House팜하우스소 젖짜고 말 밥 주고 ‘리얼’ 농촌체험 에멘탈에서 치즈공장만 구경하고 떠나기는 뭔가 허전해 가장 평범한 스위스 시골에서 하룻밤 묵을 수 있는 팜하우스Farm House를 찾아갔다. 부르크도르프Burgdorf 기차역에서 468번 버스를 타고 치에켈레이Zielgelei 정거장에 내려 야트막한 언덕길을 따라 15분쯤 걸어갔더니 가축 냄새가 물씬 풍기는 농장, 발음도 어려운 배트빌Battwil이 나타났다. 기웅은 조금은 불안한 기색을 내비쳤다. “정말 여기가 맞아요? 여기서 뭘 하라는 거죠?” 농장 안 쪽, 몇 채의 농가가 있는 곳으로 들어갔더니 수줍은 미소를 띈 주인 아주머니가 손을 흔들며 반겨 주었다. 영낙 없는 시골 큰엄마의 행색 그대로였다. “찾아오느라 고생했지? 자, 농장에 왔으니 무얼 하고 싶은지 말해 봐. 아, 먼저 잠자리를 봐야겠구나.” (그녀는 아들뻘 되는 동양 청년들을 ‘아들처럼’ 편하고 정겹게 대했다) 외양간과 바로 연결된 침실은 한국의 시골 헛간과 다르지 않았고, 서울서 나고 자란 기웅은 적잖이 당황했다. 그런데 날씨가 우릴 구해(?) 주었다. “지금은 너무 추워서 여기서 자는 건 곤란할 것 같은데 조금 더 편안한 숙소가 있으니 거기서 자는 게 어때?” 그렇게 기웅과 기자는 다행히도 웬만한 게스트하우스보다 깔끔한 숙소에 묵게 됐다. 아줌마가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농장 주변을 산책했다. 푸른 밀밭과 소 떼들을 위한 목초지, 그리고 멀리 부르크도르프 성과 교회가 어우러진 풍경이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저녁 식사를 위해 집으로 돌아와 부엌을 ‘기습’했다. 스위스의 가정집에서 밥 짓는 풍경이 궁금했던 까닭이다. 라클렛 치즈와 감자 요리, 화이트와인 소스를 곁들인 돼지고기까지. 성찬이 준비되고 있었다. 스위스 전통 빵인 초프Zopf와 통밀빵까지. 입이 쩍 벌어진 우리를 본 엘리자베스는 “아이고, 나는 요리를 잘 못하는 편이야”라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그날 밤 우리는 여정 중 최고의 만찬을 즐겼고, 진한 치즈향에 적응한 기웅은 라클렛을 쉼없이 흡입했다. 식사를 하면서 아줌마의 수다를 듣는 것도 남다른 재미였다. 한국에 짧게나마 유학을 했던 딸 이야기부터 왜 에멘탈 지역 유제품의 질이 훌륭한지까지. 자식 자랑, 동물 자랑이 멈추지 않았다. 5성급 호텔, 미슐랭스타 식당에서도 누릴 수 없는 흥미롭고 배부른 밤이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농장에서는 알람이 필요 없었다. 엘리자베스는 “아침에 소 젖을 짜보고 싶으면 7시에는 일어나야 해”라고 했는데 그보다 일찍 닭이 울어 주었다. 외양간에는 건장한 체격의 아들이 열심히 소 젖을 짜고 있었고, 아버지는 퇴비를 긁어모으고 있었다. 소 20마리로부터 매일 아침 채취한 500~700리터의 우유는 바로바로 낙농회사에 납품된다고 한다. 관광객을 위해 볼거리로 소를 키우고 젖 짜기 체험을 하는 프로그램은 없었으나 신선한 우유가 생산되는 과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웠다. “설마 이렇게 짠 젖을 바로 마시는 건 아니죠?” 기웅의 질문에 엘리자베스는 “물론 바로 마시지. 5도로 저온 보관을 하는 것 외에는 어떠한 가공과정도 필요가 없는 건 그만큼 우유가 신선하고 품질이 좋기 때문이지”라고 설명을 하더니 스위스의 우유회사 에미Emmi로부터 받은 품질 평가서, 우유 판매 내역서 등을 직접 보여줬다. 엘리자베스의 설명은 이어졌다. 스위스의 유제품이 훌륭한 건 소규모 농장들이 소를 약 20마리씩 정성 들여 키우고, 신선한 풀만 먹이기 때문이고, 수천마리 소를 한번에 키우는 미국이나 뉴질랜드에서는 절대 우유를 바로 마실 수 없다며 남다른 자부심을 드러냈다. 어쨌든 그렇게 한 마리, 한 마리 이름 붙여가며 정성 들여 돌본 소들이 공급해 준 그날 아침의 우유는 단연 최고였다. 소 젖 짜기를 구경한 뒤, 동물농장을 차례로 돌아봤다. 말들에게는 건초더미를 아침식사로 챙겨 주었고, 새끼 염소들에게는 사료를 직접 먹여 줬다. 간단한 아침 노동(?)을 마친 뒤 고대하던 아침식사를 시작했다. 메뉴는 간단했다. 삶은 달걀, 커피, 우유, 어젯밤에 구운 빵, 햄, 치즈. 어떤 호텔이나 가정집에서도 맛볼 수 있는 평범한 아침식사였지만 재료의 질과 신선도는 비교할 수 없었다. 사소한 잼과 사과주스까지 모두 농장에서 나온 재료로 엘리자베스가 손수 만든 음식들은 이른 아침부터 두 남정네의 혀끝을 황홀경으로 몰아넣었다. “자, 이제 아침을 먹었으니 소화를 좀 시켜야겠지?” 또 어떤 일감이 기다리나 했더니만 나귀를 태워 주겠단다. 마침 주말을 맞아 큰딸과 친구들이 나귀를 타기 위해 놀러왔는데 우리도 끼워주겠다는 것이었다. 나귀의 털을 골라 주며 정겹게 대화를 나누던 그녀들은 익숙하게 나귀를 몰았다. 말에 비해 온순한 나귀의 승차감은 페라리가 부럽지 않았고, 조금 더 높은 눈으로 굽어본 에멘탈의 아침 풍경은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미녀들이 나귀를 몰아 준 탓일까? 서울 총각 기웅의 입은 귀에 걸려 내려오지 않았고, 그는 여행을 마칠 때까지 에멘탈에서의 경험을 되새김질하며 행복해했다. 팜하우스Farmhouse 에멘탈, 부르크도르프 지역에는 잠자리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약 10개의 팜하우스가 있다. 이번에 독자가 머문 베트빌Battwil 농장은 특별히 당나귀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신선한 목장 우유와 식사도 일품이다. 헛간에서의 1박은 25CHF이다. www.bauernhof-baettwil.ch 에멘탈 지역의 한 농가에서 하룻밤 머물렀다. 젖소, 염소, 양, 당나귀, 말, 돼지, 닭, 오리 등등 농장 주인은 일일이 손을 꼽아가며 얼마나 많은 동물들이 있는지 자랑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말그대로 동물농장이었다. 농장에서 맛본 스위스 가정의 가장 평범한 두끼 식사는 이번 여정 중 단연 최고였다. 모든 재료는 농장에서 바로 공수했으니 그 신선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travie info 스위스 여행의 필수 어플┃SBB 스위스철도청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으로, 1분 1초도 어긋남이 없는 스위스의 모든 교통 정보를 담고 있다. 환승 시간, 도보 이동시간까지 정확하게 계산해 준다. 네트워크 되는 곳에서만 검색이 된다. 웹사이트 www.sbb.ch도 유용하다. Swiss Hike 스위스의 주요 하이킹 코스를 상세히 안내해 주는 앱으로, 한번 다운 받아놓으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번에 여행한 대부분의 하이킹 코스도 포함돼 있다. 거친 산 속 호젓한 휴식 Valais발레 다음 목적지는 스위스 남부에 위치한 산악지역 발레주Valis. 마테호른의 관문도시인 체르마트Zermatt로 가기 전, 온천마을 로이커바트Leukerbad에 서 몸을 녹였다. Leukerbad로이커바트 스트레스가 금지된 물의 나라 굽이굽이 거친 바위산을 버스를 타고 오르면서 마주한 풍광은 이전의 산들과는 또 달랐다. 스위스 최대의 와인 생산지인 발레에는 계단식 포도농장이 가파른 비탈을 덮고 있었다. 로이커바트에 도착하자 뾰족뾰족한 형상이 거칠어 보이는 바위산이 마을을 굽어보고 있었다. 기웅은 역시나 산에 대한 호기심을 드러내며 가이드에게 “케이블카를 타면 저 봉우리까지 갈 수 있는 거죠? 어서 구름이 걷혀야 기막힌 풍경을 볼 수 있을 텐데”라고 묻자 가이드는 “너무 서두르지 마. 로이커바트에서 스트레스는 금지돼 있거든”이라고 눙을 쳤다. 로마시대부터 온천 휴양지로 명성을 떨친 로이커바트에서 제대로 온천을 만끽하려면 몸을 조금 피곤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하여 우리는 가벼운 하이킹에 도전하기로 했다. 소담스러운 샬레식 주택들이 줄지어 있는 마을을 지나 온천물이 솟아나는 온천협곡Thermal Canyon을 걸었다. 이곳에서 하루에만 3,900만 리터의 온천물이 솟아난다고 하니 예로부터 괴테, 마크 트웨인, 레닌 등등 유명인들이 이곳에서 뜨끈한 온천수에 몸을 녹였다 갔다는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다음엔 겜미패스Gemmi Pass로 향했다. 그런데 옅은 구름과 눈발 때문에 스위스에서도 가장 험하다는 트레킹 코스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그러나 이곳은 스위스가 아니었던가. 하여 케이블카를 타고 해발 2,350m에 달하는 전망대로 순간이동을 감행했다. 1200년경에 개통된 겜미패스는 발레주와 베른Bern주를 연결하는 통상의 길로 모파상과 셜록 홈즈의 작품 속에도 등장할 정도로 악명이 높다. 수직에 가까운 암벽에 지그재그로 난 길을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리는 이 길은 하이킹 마니아라면 도전해 볼 만한 코스다. 40년 전 눈으로 온천욕을 즐기다 이제 온천을 즐길 시간. 부르거바트Burgerbad와 알펜테름Alpentherme이 양대 온천으로 꼽히는데 부르거바트는 워터파크 형태로 가족여행객들이 즐기기 좋고, 알펜테름은 사우나, 스파 등이 있는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성격이 달랐다. 알펜테름은 실내와 노천 풀장으로 크게 나뉘어 있었다. 기웅은 웅장한 산세를 감상하며 온천을 즐기기 좋은 노천 풀장으로 바로 향했다. 궂은 날씨는 온천에서는 색다른 재미로 다가왔다. 그러니까 머리 위에는 눈에 소복이 쌓이고 물에 담긴 몸은 뜨끈뜨끈 녹아내리는 기분이 오묘했다. 온천수는 40년 전에 내린 눈이 지하 500m까지 스며들어가 다시 끓어오른 물이라 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70년대에 로이커바트를 적신 눈으로 목욕을 한 것이었다. 온천에는 발레식 사우나도 있었다. 말로만 듣던 ‘전라’로 입장해야 하는 사우나였다. 기웅은 사우나 입구에서 “진짜 다 벗어야 하는 거에요?”라고 쭈뼛거리고 있는데 웬걸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이들이 아무렇지 않게 걸어다니는 것을 보고는 안도하며 어색하게 사우나와 냉탕을 오갔다. 분명 한국의 온천에 비하면 자극적이지는 않았으나 칼슘, 나트륨, 철분 등 130가지 성분이 담겨 있는 로이커바트의 온천수와 충격적인 사우나는 그날 밤 우리에게 가장 달고 깊은 잠을 허락했다. 로이커바트 추천 온천┃부르거바트Burgerbad 온도별로 10개의 풀장으로 이뤄진 가족형 온천시설이다. 미끄럼틀, 마사지풀 등이 다양하게 구비돼 있으며 사우나와 수영장도 있다. 3시간 이용권은 23CHF, 하루 이용권은 29CHF. www.burgerbad.ch 알펜테름Alpentherme 부르거바트에 비해 조용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랑한다. 사우나는 전라로 입장하며, 로만-아이리시 스파와 테라피 시설도 있다. 사우나까지 이용할 수 있는 5시간 이용권은 39CHF. 하루 이용권은 53CHF. www.alpentherme.ch 겜미 케이블카 로이커바트와 겜미패스를 연결하는 케이블카로,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왕복 32CHF, 스위스패스 소지시 50% 할인된다. www.gemmi.ch Zermatt체르마트 스위스 산악 체험의 클라이맥스 로이커바트에서 체르마트로 가는 아침, 날이 맑게 갰다. 온천으로 재충전을 한 탓일까, 기다리던 마테호른을 만날 순간이 다가와서일까. 기웅은 어느 때보다 들떠 있었고 열차가 체르마트에 접근할수록 바쁘게 차창을 좌우로 오가며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체르마트 역에서 내려 마을 안쪽으로 조금 걸어 들어갔을 때 북쪽으로 마테호른이 그 환한 얼굴을 드러냈다. 완벽하게 푸른 하늘, 초록색 옷을 갈아입고 있는 산과 오래된 샬레식 주택들이 조화를 이룬 풍경에 화룡점정으로 뾰족한 마테호른이 더해지니 완벽한 한 폭의 그림이 만들어졌고 기웅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먹먹한 표정을 띄고 있었다. “저 봉우리 하나를 보려고 이곳으로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유를 알겠어요.” 며칠 전 내린 눈 때문에 산 중턱의 트레킹 코스는 폐쇄돼 있었다. 하여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퓨리Furi역에서 다시 체르마트로 내려오는 길을 걷기로 했다. 체르마트 관광청 직원이 추천한 레스토랑 레마모트Les Marmottes에서 쏟아지는 햇살을 만끽하며 퐁뒤와 스위스 전통식으로 배를 든든히 채웠다. 다양한 스위스 치즈와 화이트와인을 팔팔 끓여 빵을 찍어 먹는 스위스 전통식을 이처럼 찬란한 풍경 아래서 즐길 수 있다는 건 행운이었다. 체르마트로 향하는 내리막길에는 오래된 목조 건물들과 양떼들, 야생화가 만발해 있었다. 마테호른을 더 가까이 보기 위해 고르너그라트Gonergrat 열차에 올라탔다. 스위스 최초의 톱니바퀴식 산악열차는 느긋하게 산을 밟아 올라갔다. 기차가 방향을 꺾을 때마다 다른 각도의 마테호른이 보였고, 수목한계선을 넘어선 뒤로는 순백의 눈천지가 펼쳐졌고, 눈 위에는 동물 발자국만이 희미했다. 마침내 고르너그라트 정상에 위치한 정거장에 도착했다. 막차여서인지 인적이 드물었다. 굳이 막차를 탄 까닭은 산 정상에 있는 고르너그라트 3100 쿨름 호텔Kulm Hotel에 묵기 위함이었다. 해발 3,100m. 스위스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호텔은 지어진 지 100년이 넘었다고 한다. 사위가 어둑해진 밤, 식당에 모인 여행객들은 마치 성지순례자처럼 창밖 풍경을 조용히 감상하며 경건하게 저녁식사를 즐겼다. 객실에 침을 풀고 창을 열었다. 마테호른 봉우리가 정면으로 한눈에 들어왔다. 저녁과 아침, 두 차례의 식사시간을 제외하고 기웅은 넋을 놓고 봉우리를 바라다봤다. 해가 지고 달이 뜨고 다시 해가 뜨면서 달라지는 그 기묘한 색을 보면서 오랫동안 간절히 바라온 풍경을 가슴 속에 깊이깊이 새겼다. 3100 쿨름호텔 고르너그라트 1907년에 개장한 호텔로 스위스에서 최고 높이에 위치한 숙소다. 호텔이 위치한 전망대에서는 29개의 4,000m급 봉우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데 이 봉우리들의 높이로 객실 번호를 매겼다. 풍광만큼 수준 높은 식사를 제공한다. 건물 위쪽의 돔은 천문 관측을 위한 용도로 쓰인다. www.gornergrat-kulm.ch 고르너그라트열차Gornergratbahn 해발 1,620m의 마을 체르마트에서 해발 3,089m의 고르너그라트까지 운행하는 톱니바퀴 산악열차다. 중간에 리펠알프Riffelalp, 리펠베르그Riffelberg 등의 역에서 하차하면 다양한 하이킹 코스를 소화할 수 있다. 체르마트 기차역 바로 앞에 탑승장이 있다. 왕복 요금은 82CHF, 스위스패스 소지시 50% 할인된다. www.gornergratbahn.ch 해발 3,100m에 위치한 고르너그라트 쿨름호텔의 창밖 풍경. 별빛 쏟아지는 밤하늘과 마테호른의 기막힌 장관을 넋 놓고 바라봤다 글·사진 최승표 기자 취재협조 내일투어 02-6262-5353 www.naeiltour.co.kr, 스위스관광청 www.Myswitzerland.com ●Swiss Review 풍경에 취하고 맛에 홀린 시간 5월의 스위스를, 그것도 ‘공짜로’ 다녀올 수 있다는 전화를 받고부터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특히 ‘알프스의 산 속 체험’을 테마로 했던 만큼 더욱 들뜨고 설레었다. 파라마운트 영화사와 토블론Toblerone 초콜릿의 상징인 마테호른을 마주하던 순간은 감탄의 연속이었다. 특히 고르너그라트의 정상에 자리한 ‘3100 호텔’에서의 밤은 영영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침대에 누워 고개만 돌리면 손에 잡힐 듯 마테호른이 보였고, 주변은 온통 만년설로 뒤덮여 있어 마치 우주의 어딘가에 와 있는 것만 같았다. 마테호른에 비하면 초라할지 몰라도 도착하는 순간 힐링을 느끼게 해준 리기산은 왜 ‘산의 여왕’이라 불리는지 알 만한 풍경을 선사해 주었다. 한국 여행자들에게 생소한 로이커바트에서 노천 온천을 즐기고, 예상치 못한 남녀 혼욕을 해본 것도 민망하면서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이탈리아의 토스카나를 연상시키는 에멘탈 지역은 압도적인 위용은 없었지만 잔상이 오래 남는 곳이었다. 특히 팜하우스는 지금껏 수많은 나라를 여행해본 경험 중 가장 이색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다. 라클렛을 비롯한 전통 스위스 식사와 신선한 치즈와 빵 등은 단연코 ‘생애 최고의 한 끼’였다고 할 것이다. 여행 기회를 선물해 준 내일투어와 <트래비>, 갑작스런 휴가를 허락해 주신 회사 분들께도 감사드린다. - 도전자유여행 38탄 참가자 유기웅
  • [Weekly Health Issue] 숨기다 키우는 병 발기부전

    [Weekly Health Issue] 숨기다 키우는 병 발기부전

    자신의 성적인 문제를 드러내려 하지 않고, 혼자 은밀하게 처리하려 한다는 점에서 발기부전은 한국인에게 특별한 질환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의료계가 발기부전을 삶의 질을 현저하게 떨어뜨리는 질병으로 규정했음에도 한사코 병원에 가기를 꺼린다. 전문적인 치료 대신 엉뚱한 민간요법에 집착하고 속설에 귀를 세우는 경향이 뚜렷하다. 그러나 그런 민간요법이나 속설이 의학적으로 드러난 발기부전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은 자명하다. 그럼에도 이 문제를 고지방·고단백 식품으로 해결하려는 접근은 황당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한국인에게 더욱 특별한 발기부전에 대해 이성원(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교수) 대한남성과학회 회장으로부터 듣는다. ① 발기부전 치료의 필요성을 설명해 달라. 발기부전은 어느 날 갑자기 몸이 자신의 의지를 따르지 않는 문제로, 남성에게 고민과 위축감을 안겨 준다. 최근 국내 발기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환자의 98.7%가 발기부전을 ‘인생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그 이유로는 ‘배우자나 파트너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점’(77.4%)과 ‘자신감을 떨어뜨린다는 점’(76.7%)이 가장 많았다. 아울러 환자 대다수가 가정·직장 생활은 물론 대인관계, 취미활동 등 성생활을 넘어 일상생활에까지 영향을 받고 있었다. 이처럼 발기부전을 방치하면 ‘자신감 부전’으로 이어져 남성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수 있으므로 보다 적극적으로 치료할 필요가 있다. 또 심혈관질환·전립선비대증 등 다른 기저 질환의 전조증상일 수도 있으므로 관련 징후가 있다면 건강의 위험 신호로 간주해 주저하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② 발기부전은 어떻게 진단하는가. 문진을 통해 환자의 상세한 증상과 과거력, 심리적 문제 등을 청취한 뒤 원인과 중증도를 판단하게 된다. 일반적으로는 지속적인 발기 상태가 유지되지 않거나, 만족스러운 성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발기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발기부전으로 본다. ‘국제발기능지수(IIEF) 진단표’를 이용한 설문도 환자의 문제를 평가하는 데 유용하다.<표> ③ 한국인의 발기부전에 대한 인식도는 어느 정도인가. 이전보다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도 발기부전을 질환이 아니라 개인적인 성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 때문에 발기부전 증상이 나타나도 혼자 해결하려다 상태를 악화시키거나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대부분의 환자들은 증상을 느껴도 곧바로 병원을 찾지 않고, 삶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 뒤에야 찾는 경우가 더 많다. ④ 특별히 한국인에게 문제가 되는 원인이 따로 있는가.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40대 남성 사망률이 높은 나라에 속한다. 이는 40대의 생활 방식이나 건강 상태가 전반적으로 좋지 못하다는 증거로, 이런 문제가 총체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발기부전은 남성 건강을 가늠하는 척도이므로 발기력 저하를 느끼면 미루지 말고 관련 질환 유무와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⑤ 원인이 드러났는데도 효율적인 치료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성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민간요법에 의존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또 성과 관련된 의문을 전문가에게 묻지 않고 인터넷 등 불확실한 정보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강한 것도 치료 장애 요인이다. 일단 증상이 나타나면 전문의를 찾는 것이 가장 현명한 대처 방법이다. ⑥ 증상을 잘못 인식하는 것도 문제일 텐데…. 발기부전을 ‘나이 들면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변화’라거나 ‘부끄러운 증상’으로 치부하는 환자일수록 전문적인 치료를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로 방치하는 환자도 많다. 따라서 발기부전을 다른 만성질환처럼 ‘조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하는 질환’으로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중·노년층이 자신 있고 열정적인 삶을 사는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다. ⑦ 최근에 활용도가 높은 약물요법은 치료에 얼마나 유용한가. 발기부전은 약물과 주사 및 수술요법 등 다양한 치료방법이 있는데, 이 중 먹는 약의 경우 사용이 간편하며 70% 정도의 호전 효과가 있어 환자들이 가장 선호한다. 그러나 모든 약제가 모두에게 똑같은 만족도를 주지는 못하므로 자신의 성생활 패턴에 어울리는 약제나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특별한 날 성생활을 원한다면 ‘필요할 때 복용’하는 치료제로 충분하다. 그러나 발기부전이 없는 것처럼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성생활을 원한다면 하루 한 번 저용량 치료제를 복용하는 매일 복용법이 좋다. 이렇게 하면 발기부전을 다른 만성질환처럼 자연스럽고 꾸준하게 관리할 수 있다. ⑧ 치료 예후와 근치 가능성은. 발기부전은 전문의로부터 적절한 치료만 받는다면 95% 이상 치료가 가능하다. 따라서 근본적 치료보다 다른 만성질환처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잘만 관리한다면 발기부전으로 인한 걱정 없이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다. ⑨ 특별히 치료에 장애가 되는 요인이 따로 있는가. 일부 환자들은 무턱대고 치료제를 처방해 달라고 하지만 그보다는 전문의와의 충분한 상담이 우선이다. 자신의 문제에 대해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거북하다면 증상이나 궁금증을 메모로 전달해도 되므로 굳이 상담에 거부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생활습관과 환경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발기부전 치료에서 규칙적인 식사와 금주·금연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꾸준한 운동도 근력을 강화하고 혈액순환을 도와 증상 개선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또 치료의 결과 일시적으로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현재 국내 남성의 평균수명은 80세에 가까우나 40∼79세 남성 10명 중 8명은 경도 이상의 발기부전을 겪고 있다. 그만큼 흔한 질환이다. 따라서 발기부전을 조기에 치료해야 하는 질환으로 인식하고, 필요할 경우 언제든 비뇨기과를 찾아 정확하게만 치료한다면 인생의 후반을 얼마든지 건강하고 활력 있게 가꿀 수 있다고 믿는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늘어나는 하우스푸어… 지원대책 어떤 게 있나

    늘어나는 하우스푸어… 지원대책 어떤 게 있나

    # 30대 회사원 정모씨는 2009년 연 6.72%에 1억 4000만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 하지만 1년 뒤 갑작스러운 실직으로 대출금이 밀리면서 연체이율은 17%까지 육박했다. 매월 연체이자 200만원을 감당하기 어려웠던 정씨는 최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하우스푸어 지원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정씨는 부실주택담보대출채권 매입 제도를 통해 앞으로 2년간 월 50만원을 이자로 내고 이후 30년 동안 원리금 70만원을 상환하면 빚을 갚을 수 있다. 연 17%에 달하는 연체이율도 4% 수준으로 조정됐다. 4·1부동산종합대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 등으로 주택담보대출을 갚지 못하는 ‘하우스푸어’가 늘면서 수도권 아파트 경매 물건이 1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매정보업체 ‘부동산태인’은 올해 법원 부동산 경매시장으로 넘어온 수도권 소재 아파트 건수는 지난 18일까지 1만 9501개로 집계됐다고 21일 밝혔다. 이는 지금까지 가장 많았던 2000년 같은 기간의 1만 9482개를 넘어선 수치다. 빚을 갚을 여력이 안 돼 집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경매 물건 급증이 낮은 가격 낙찰로 이어지면 하우스푸어 대출자도 함께 무너질 수 있다. 정부가 시행 중인 하우스푸어 지원 대책을 유형별로 살펴봤다. 현재 하우스푸어 대책은 ▲사전채무조정(프리워크아웃) ▲주택연금 사전가입제도 ▲적격전환대출 ▲부실주택담보대출채권 매입 등이다. 우선 하우스푸어 정씨가 신청한 부실주택담보대출채권 매입 제도는 채무자가 주택소유권 전부 또는 일부를 캠코에 매각한 뒤 지분사용료를 내고 거주하다가 10년 안에 해당 주택을 재매입할 수 있다. 다만 이 제도는 개인이 직접 신청할 수 없고 은행이 장기연체한 하우스푸어를 부실채권 대상으로 선정, 캠코에 명단을 넘겨야 제안을 받을 수 있다. 은행에서 부실채권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이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것이 단점이다. 총자산 10억원 미만 다주택자 하우스푸어는 신용회복위원회가 주관하는 사전채무조정이 적합하다. 실직·재난 등으로 원리금 상환이 밀린 단기연체 채무자가 장기 금융채무 불이행자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 정상 경제활동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제도이다. 이자율을 약정이자의 50%로 조정하고 상환기간은 늘려준다. 하지만 조건이 다소 까다롭다. 채무불이행기간이 30~90일로 2개 이상 금융회사에 총 채무액이 15억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 또 부채상환비율은 30% 이상, 보유자산은 10억원 미만이며 신청 6개월 전 신규 발생 채무액이 총채무액의 30% 이하여야 한다. 현재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5% 이하일 경우에는 별 혜택이 없다. 만 50세 이상 은퇴를 앞둔 노령층의 경우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주택연금 사전가입제가 유용하다. 일반 주택연금과 달리 가입 연령을 낮췄고 대출금 5억원 한도에서 총연금액(60∼100세에 받을 수 있는 금액)을 한꺼번에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빚을 갚고 남는 돈이 있으면 평생 자기 집에 살면서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신청 대상은 6억원 이하 주택에 실제 거주하는 1가구 1주택 소유자로 근저당 등 권리침해가 없어야 한다. 2014년 5월까지 시행한다. 소득이 6000만원 이하 1주택자는 주택금융공사의 장기고정금리 적격전환대출로 갈아탈 수 있다. 원리금 상환이 어려운 채무자의 주택담보대출 기간을 연장해 원금상환 부담을 최대 10년 유예해 주고 대출 만기는 최소 10년에서 최대 30년 연장해 주는 제도다. 그러나 당초 연 3% 수준이었던 금리가 현재는 4∼5%대로 올라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채무자에게나 유용할 전망이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소득이나 채무상황·연령 등을 고려해 자신에게 맞는 지원 방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며 “금리를 올리는 등 조건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우리 아이 장난감·학용품 다 있네

    제3회 대한민국어린이박람회가 21일까지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홈덱스 주관으로 열린다. 어린이 교육과 용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국내 대표적 행사다. 19일 홈덱스에 따르면 연령대를 차별화해 초등학생과 취학을 앞둔 아동까지가 주요 타깃이다. 어린이 교육용품 관련 기업 100여곳에서 자사 제품을 선보이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펀 펀’ 체험학습타운도 함께 열린다. 5~12세 아이를 대상으로 20여 가지 체험학습을 할 수 있다. 특히 입학사정관제를 대비해 대입 포트폴리오를 준비 할 경우 유용하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정글링의 왕’ 롤 신스킨 주인공 우디르는?

    ‘정글링의 왕’ 롤 신스킨 주인공 우디르는?

    인기 온라인 AOS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롤)이 17일 새로운 ‘초월급’ 스킨 ‘정령 수호자 우디르(Spirit Guard Udyr)’를 출시하면서 이 스킨과 함께 챔피언 우디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정령 수호자 우디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챔피언인 우디르를 구입해야 한다. 우디르는 585RP(현금을 통해 구입할 수 있는 게임 머니) 혹은 1350IP(게임을 통해 획득할 수 있는 게임 머니)로 구입이 가능하다. 롤을 서비스하고 있는 라이엇게임즈코리아는 정령 수호자 우디르를 출시한 기념으로 우디르를 오는 21일까지 345RP로 할인 판매한다. IP로 할 경우 정가와 같다. 우디르는 주로 게임 내에서 정글러 역할을 맡는다. 정해진 공격로가 아닌 정글을 돌면서 중립 몬스터를 잡아 경험치를 올리는 정글러는 1대1, 혹은 2대2로 대치하고 있는 공격로를 급습해 순간적으로 2대1, 3대2 상황을 만들어 상대를 잡아내는 역할을 한다. 3대3, 5대5 등 대규모 전투가 벌어지면 주로 아군 주요 공격수를 지키는 역할을 맡게 된다. 우디르는 공격 속도가 올라가며 추가 물리 피해를 입히는 호랑이 태세, 공격을 하면 5초 동안 마법 피해를 입히는 불사조 태세를 이용해 중립 몬스터를 빠른 시간 안에 잡는데 유리한 챔피언이다. 따라서 아군 정글은 물론, 상대방 정글까지 침입해 중립 몬스터를 잡아냄으로서 상대방 정글러의 성장을 더디게 하는 전략도 가능하다. 또 기본 공격시 상대를 1초동안 기절시키는 곰 태세를 이용, 상대를 기습하는데도 용이하다. 곰 태세는 후반 대규모 전투에서 아군 공격수를 노리는 상대방을 견제할 때도 유용하게 쓰인다. 생명력 흡수 효과와 보호막을 생성하는 거북이 태세는 게임 내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우디르는 정글러 역할 외에도 상단 부분에 자리하는 탑 라이너를 맡을 수도 있다. 이때는 주로 거북이 태세를 이용한 버티기나 호랑이 태세를 통한 강력한 공격력을 이용하는 식의 운영을 하는 경우가 많다. 맹수열 기자 guns@seoul.co.kr
  • 마이너리티 리포트?…뇌 스캔으로 범죄 예측

    마이너리티 리포트?…뇌 스캔으로 범죄 예측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현실이 되는 것일까? 뇌를 스캔해 그 사람의 범죄 가능성을 미리 예상해 볼 수 있는 획기적인 내용의 연구가 진행 중이다. 최근 미국 LA타임스는 인간의 뇌를 스캔해 재범 가능성을 예측하는 연구를 진행 중인 ‘마인드 리서치 네트워크’(Mind Research Network) 연구팀을 인터뷰했다. 뉴멕시코주(州)에 위치한 ‘마인드 리서치 네트워크’ 는 지난 3월 이와 관련된 논문을 과학 학술지인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해 화제를 모았다. 연구팀의 이 결과는 교도소에 수감된 후 석방된 96명의 ‘전두대상피질’(ACC)을 자기공명영상장치(MRI)로 스캔한 후 분석해 얻었다. 전두대상피질은 뇌에서 의사결정과 행동을 담당하는 부분으로 활동이 둔할수록 재범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연구팀의 주장이다. 연구를 이끌고 있는 켄트 키엘 박사는 “현재 기술 수준으로 모든 죄수들의 재범 가능성을 확실히 맞출 수 없다” 면서도 “출소한 피실험자들의 뇌 스캔과 4년 간의 재범 가능성을 비교한 결과 맞추는 확률이 2배 이상 높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연구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이 연구의 완성도가 높아져 영화처럼 저지르지도 않은 범죄에 대해 처벌한 가능성도 생기기 때문이다. 키엘 박사 또한 이에 대해 수긍했다. 그러나 박사는 “과학의 진보는 항상 양면의 성격을 띄고 있다” 면서 “재범률이 높은 성범죄자들에 한정해 이같은 뇌 스캔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기술을 잘 활용하면 가석방 심사 등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많다”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Weekly Health Issue] 치아 고민 절박한데… 4060 직장인, 교정해볼까

    [Weekly Health Issue] 치아 고민 절박한데… 4060 직장인, 교정해볼까

    치아 교정은 어릴 때, 늦어도 청소년기에는 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옳은 얘기지만 다 맞는 말은 아니다. 최근 들어 적극적으로 치아 교정을 받으려는 40∼60대 중·장년층이 빠르게 늘고 있다. 치아에 관한 이들의 고민은 성장기 세대보다 훨씬 절박하다. 씹는 기능인 저작 능력을 향상시켜 먹는 재미를 다시 느끼고 잇몸 건강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평생 갖고 살았던 콤플렉스 해소와 자신감 향상 등의 부가적인 효과까지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장년층들이 치아 교정을 망설이는 것은 긴 교정 기간 등 불편함 때문인 경우가 많다. 성장기에 비해 치아 이동이 느려 치료 기간이 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도 대책은 많다. 이에 대해 “교정치료 기간의 문제는 부가적인 수술로 줄이거나 심미 교정장치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는 강윤구 강동경희대병원 치과병원 교정과 교수를 만났다. ① 먼저, 중·장년층 치아 교정의 필요성을 짚어달라. 이 세대는 점차 치아를 잃기 시작하는 연령대에 해당한다. 잃어버린 치아 때문에 보철 또는 임플란트 치료를 받으려다 보니 주변의 치아 배열이나 위치가 좋지 않아 교정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치아 배열이 좋지 않아 양치질이 잘 안되고, 이 때문에 그 부위에 계속해 잇몸 질환이 생겨서 교정치료를 받기도 한다. 앞니 배열이 고르지 않거나 돌출한 치아를 바로잡기 위해 치료를 받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가 하면 젊은 층이 그렇듯 외모를 개선하려거나 하는 심미적인 문제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라고 본다. 특히 기능적 관점에서 봤을 때, 돌발 사고나 관리를 소홀히 해 치아를 잃거나 선천적으로 치열이 심하게 흐트러진 경우, 또 노화로 치아가 제구실을 못하면 임플란트나 브리지 등 보철치료를 받아야 한다. 보철치료 전에 치열을 바로잡는 교정치료를 거쳐야 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② 이 연령층의 교정치료에서 따로 고려할 점이 있나. 40대 이상은 이전 연령대에 비해 충치나 사고 등으로 치아를 잃어버린 경우가 많으며, 잇몸 질환 등 다른 구강 질환이 있는 사례도 많아 임플란트 등 치아 보철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 구강 질환뿐 아니라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 전신질환이 있는 사람도 많기 때문에 이런 점들까지 고려해 주의 깊게 교정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③ 그렇다면 중·장년층과 청소년 교정치료는 어떻게 다른가. 치료 원리나 방법 자체가 크게 다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령대가 높을수록 치아의 이동 속도에 적잖은 차이가 난다는 점이 중요하다. 즉, 젊은 사람들과 달리 나이가 많은 환자들은 그만큼 치아 이동 속도가 느려진다. 물론 치아 이동이 느릴 뿐이지 아예 움직이지 않아서 치아 교정치료가 불가능한 경우는 거의 없으며, 다만 젊은 층에 비해 치료 기간이 좀 더 오래 걸린다. 특히 잇몸 질환으로 잇몸뼈가 약해진 경우라면 치아 이동 속도를 세밀하게 조절해 가능한 한 천천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치아 이동 중에 치아 뿌리 흡수 현상과 같은 부작용이 증가할 수 있다는 임상 사례도 보고되어 있다. 또 연령에 관계없이 치아 교정치료를 시작하면 일시적으로 치아에 통증이 생기는데, 나이가 많은 환자들은 젊은 층에 비해 치아 이동 초기에 이런 통증이 더 심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④ 왕성하게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중·장년층에게 교정장치가 부담스러울 텐데…. 주로 40∼60대인 중·장년층은 대부분 직장을 갖고 있고, 또 사회적 지위가 있어 활발하게 대인관계를 가져야 하는데, 겉으로 드러나는 치아 교정장치를 부착하고 생활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이런 점을 고려해 가능하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교정장치를 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투명한 틀로 치아를 덮어서 이동시키는 투명 교정장치나 치아 바깥쪽 대신 안쪽에 교정 장치를 부착하는 설측교정 치료법 등이 대표적인 방법이다. 그런가 하면 치아 전체에 교정장치를 부착하지 않고 부분적으로 교정장치를 부착하는 방법을 통해 원하는 부위만 단기간에 치료하는 방법도 있다. 물론 고령자들은 교정을 해도 치아가 느리게 움직이고, 이 때문에 치료 기간이 길어지는가 하면 치조골이 점차 약해지는 골흡수나 잇몸 질환 등의 부작용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치아 교정치료와 잇몸뼈 수술을 아예 같이 진행해 치료 기간을 줄이는 것이 최근의 흐름이다. 특히 최근에는 이 같은 방법으로 치료 기간을 단축하고, 치아와 잇몸 건강을 유지하는 교정치료법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⑤ 설측교정이 중·장년 측의 교정치료 부담을 얼마나 덜어줄 수 있다고 보나. 설측교정은 교정장치가 안 드러난다는 점이 장점이다. 다만 혀의 움직임이 약간 불편할 수 있는데, 최근에는 이런 점을 보완해 매우 얇고, 환자 개개인에게 맞춤한 장치가 개발되었다. 그런가 하면 앞니 등 부분적인 교정치료에 사용되는 특화된 설측장치도 사용되고 있다. 이런 설측교정 장치들은 이전에 비해 불편함이 덜하면서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치료 효과도 좋아 중·장년층 교정 치료에 매우 유용하다고 할 수 있다. ⑥ 골흡수로 잇몸뼈가 약해진 환자도 적지 않을 텐데…. 치아 이동이란 잇몸뼈와 잇몸 조직을 세포 차원에서 변화시키면서 치아가 뚫고 지나가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며, 자칫하면 치아가 뼈 밖으로 밀려나 엉뚱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이에 비해 교정치료를 위한 잇몸뼈 수술은 치아가 잇몸뼈를 뚫고 지나가는 방식이 아니라 치아와 잇몸뼈를 한번에 통째로 이동시키기 때문에 시간이 단축되고, 잇몸뼈 형성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또 전신마취 대신 국소마취로 수술이 가능해 입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수술을 거치는 데다 교정치료 외의 비용이 든다는 부담은 있다. 특히 중·장년층 중에는 골격 구조상 교정치료 전에 잇몸뼈 수술이 필요한 사례가 적지 않은데, 이때 잇몸뼈가 얇아서 치아 이동 범위가 좁거나, 치아는 물론 잇몸뼈까지 심하게 돌출했거나, 치아 이동 속도가 너무 느린 경우에는 전문의가 따로 치밀한 치료계획을 세워서 접근해야 한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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