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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연구 결과] 세 살짜리는 고집쟁이라고?

    아기들은 고집이 세고, 자기 중심적이어서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그런데 3살짜리 유아들도 ‘정의가 무엇인지’를 인식하고 실천하는 동시에 불공정 행위자를 처벌하는 행동을 취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7살 이전에도 정의감 실행 기존 연구에서도 3살 유아가 공정함에 대한 개념은 알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지만 실제 상황에서 행동으로 옮기는 수준은 7살이 돼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회 소속 라이프치히 진화인류학연구소와 영국 맨체스터대, 세인트앤드루스대 공동연구진은 7살 이하 어린아이들도 정의를 인식해 실행한다는 연구 결과를 ‘커런트 바이올로지’ 18일자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3세 유아 48명과 5세 유아 72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꼭두각시 인형끼리 서로 물건을 훔치거나 차별하고 모습, 그리고 물건을 잃어버리는 상황 등을 관람하도록 했다. 그 후 아이들이 인형을 어떻게 대하는 지 관찰하는 방식으로 연구했다. 아이들은 물건을 잃어버렸거나 도둑맞은 꼭두각시 인형을 위로했고, 물건을 찾아주거나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눠줬다. 이어 물건을 훔치거나 불공정한 행위를 한 인형은 보이지 않는 곳에 넣어버리는 등 처벌하는 모습을 보였다. ●도둑맞은 인형 찾아주거나 위로 키이스 젠슨 맨체스터대 심리과학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피해자의 아픔을 공감하고, 가해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회복적 정의’에 대한 감각이 태어나면서부터 저절로 갖게 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연구”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사이언스 톡톡] ‘뇌 과학’

    안녕? 나는 비행기 조종사였고, 의사였고, 변호사였던 프랭크 애버그네일 주니어야. 아 참, 깜박했네, 난 대학교수도 잠깐 했었지. 어떻게 그런 직업들을 가질 수 있었냐고? 내겐 아주 간단한 일이었어. 다 사기였기 때문이지. 16세 때 처음으로 위조수표를 만들어 봤는데 다들 속아 넘어가더라구. 그래서 17세부터 본격적으로 사람들을 속이는 일에 뛰어들었지. 재수가 없어 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에게 잡히기 직전 5년 동안은 26개국을 돌아다녔어. FBI에 체포된 뒤에는 그들을 도와 사기꾼과 위조범들을 잡아 내는 일을 했어. 지금은 ‘애버그네일 & 어소시에이션’이란 보안 관련 회사를 운영하고 있지. 이건 거짓말 아니니까 믿어도 돼. 이런 내 이야기에 미국 할리우드에서도 관심을 갖더군. 그래서 나온 영화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주연의 ‘캐치 미 이프 유 캔’(2002)이야. 어쨌든 내가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는 ‘행운’과 ‘의사결정’에 관한 거야. 동양 속담에 ‘전화위복’, ‘새옹지마’란 게 있다더군. 안 좋은 일 뒤에는 좋은 일이 오고, 좋은 일 뒤에는 나쁜 일이 따라온다는 말이라던데. 최근 영국 과학자들이 그 속담을 증명하는 연구결과를 냈지. 지난 10일 ‘영국 왕립학회보’에서 읽은 건데 영국 케임브리지대 신경과학과 마틴 베스터가드 교수와 볼프램 슐츠 교수가 ‘해피 엔딩’ 다음에 나쁜 의사결정을 내리기 쉽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더군. 연구자들은 19~36세의 건강한 성인 남자 61명을 무작위로 뽑아 41회에 걸쳐 카드게임을 하게 한 뒤 그들이 어떤 식으로 판돈을 거는지 관찰했다지. 그 결과, 앞선 게임의 결과가 다음 의사 결정을 좌우한다는 것을 발견한 거야. 바로 직전에 크든 작든 돈을 딴 사람, 특히 몇 번 연속으로 돈을 딴 사람은 다음 판돈을 엄청나게 크게 건다는 거야. 바로 직전의 행운이 다음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지. 그러나 실제로 그런 행운이 이어지는 것은 무척 드물다는 결론도 얻었다는군. 도박에서 행운은 확률인데, 돈을 딸 수 있는 확률은 그리 크지 않거든. 그런 작은 확률이 자신에게 계속 나타날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는 말이지. 로또에 당첨된 사람들 중 상당수가 얼마 안 돼서 당첨 전과 비슷하거나 외려 더 비참한 생활을 하게 됐다는 얘기 들어본 적 있을 거야. 이 사람들은 엄청나게 낮은 확률을 뚫고 로또에 당첨이 됐으니 자기는 엄청난 ‘행운아’이고, 그런 행운이 계속될 것이라고 오판하고 돈을 써대거나 무모하게 투자를 했기 때문이지.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뇌과학연구소장인 안토니오 다마지오 교수도 “인간의 판단과 의사 결정은 정서적 기억과 상태 같은 감성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했지. 서양 속담에 ‘항상 좋은 패가 나올 수 없다’는 말이 있어. 만약 지금 어떤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에 처해 있다면 케임브리지대의 연구성과를 한번 떠올려 봐. 정말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내린 결정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란 말이야.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더 세진 엘니뇨 ‘변이’ 가능성… 전염병 비상

    더 세진 엘니뇨 ‘변이’ 가능성… 전염병 비상

    #1. 1912년 1월 18일 영국의 탐험가 로버트 스콧이 이끄는 남극 탐험대는 간발의 차로 ‘남극점 최초 도달’이라는 기록을 노르웨이의 로얄드 아문센에게 빼앗겼다. 설상가상으로 스콧 탐험대는 귀국길에 악천후와 혹한을 만나 전원이 사망했다. #2. 1912년 4월 10일 영국 사우샘프턴을 떠나 미국 뉴욕으로 첫 항해에 나선 타이태닉호는 출항 나흘 째 빙산과 충돌해 차가운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타이태닉 침몰로 사망한 사람은 1514명이었다. 아무 상관없어 보이는 두 사건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엘니뇨’다. 1911년 시작된 엘니뇨 때문에 남극은 평년보다 20도가량 기온이 낮았고, 북극해에서 떨어져 나온 빙산들도 녹지 않고 배들이 오가는 항로까지 떠내려왔던 것이다. 전 세계 기상 관련 기관들은 지난해 여름 발생한 엘니뇨가 역대 가장 강했던 1997~98년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더 강한 ‘슈퍼 엘니뇨’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관리청(NOAA)은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된 엘니뇨는 올여름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기상청도 최근 “적도 부근 태평양의 수온이 평년보다 1.3도 높은 상태로 중간 강도의 엘니뇨를 보이고 있다”며 “현재 해수면 온도 상태나 전 세계 엘니뇨 예측 결과에 따르면 엘니뇨 감시구역의 해수면 온도는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엘니뇨는 열대 태평양 적도 부근에서 시작해 동태평양과 중태평양까지 넓은 범위에 걸쳐 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현상이다. 매년 12월쯤 남미 페루와 에콰도르 국경에 있는 과야킬만에는 북쪽에서 난류가 유입돼 연안 해수면 온도가 상승한다. 바닷물이 따뜻해지면서 평소 볼 수 없었던 물고기들이 많아지자 페루 어민들은 난류 유입 시기가 크리스마스와 가깝다는 데 착안, 하늘의 은혜에 감사한다는 뜻으로 이 현상을 스페인어로 ‘아기 예수’, ‘남자아이’를 뜻하는 ‘엘니뇨’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페루 어민들의 생각과 달리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2~5도 높아지는 엘니뇨는 1년 이상 지속되기 때문에 영양염 감소로 물고기 먹이가 되는 플랑크톤이 줄어 연안어업에 큰 타격을 준다. 태평양에서는 서태평양 지역의 기압이 낮고 동태평양 지역의 기압이 높기 때문에 동쪽에서 서쪽으로 무역풍이 분다. 무역풍은 뜨거워진 적도 태평양 지역의 바닷물을 서쪽으로 몰고 가는데, 어느 순간 무역풍이 약해져 뜨거운 바닷물이 서쪽으로 이동하지 못하게 된다. 대류와 해류 순환 시스템이 오작동하는 것이다. 적도 태평양 해수면의 온도 상승은 열대 지상기압 패턴에도 영향을 미쳐 지구 전체의 날씨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바닷물이 차가워 비구름이 생성되지 않기 때문에 필리핀, 인도네시아, 호주 북부 지역에서는 강수량이 평년보다 줄고 열대성 대류 활동이 국지적으로 활발해지는 적도 중앙태평양, 멕시코 북부, 미국 남부, 남아메리카 중부 지역에서는 홍수가 잦아지는 등 평년보다 많은 강수량을 보인다. 또 알래스카와 미국·캐나다 서부 지역은 고온 현상을 보이고 미국 남동부는 저온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5월 말 인도에서는 50도를 넘는 살인적인 폭염 때문에 1100명 가까운 사람이 열사병과 탈수 현상으로 사망했다. 태국·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에서는 강우량이 평년에 비해 40%가량 감소했다. 미국 텍사스주와 오클라호마주에서는 집중 호우가 발생했고 캘리포니아주는 120년래 최악의 가뭄이 4년째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엘니뇨 현상이 나타나는 열대 태평양과 떨어져 있는 중위도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열대나 아열대 지방처럼 엘니뇨 영향이 뚜렷하게 나타나지는 않는 편이다. 그렇지만 올해는 중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댐 수위가 낮아지고 바닥이 갈라지는 등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북한도 100년 만의 극심한 가뭄으로 모내기한 논의 30%가량이 피해를 보고 있다. 기상학자들은 지구의 온도가 높아질수록 엘니뇨 현상이 빈번해지고 강도도 세지면서 홍수와 가뭄이 극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1977년을 기준으로 이전에는 바닷물의 온도가 평년보다 낮아지는 ‘라니냐 현상’과 엘니뇨 현상이 주기적으로 나타났다. 이후에는 라니냐 발생이 줄어들고 엘니뇨 발생이 잦아지면서 강도도 더 세지고 있어 지구 온난화 때문에 엘니뇨 유전자가 변했을 것으로 보는 학자들이 늘고 있다. 연세대 대기과학과 안순일 교수는 “최근 잇따라 발생하는 전 지구적 기상이변은 엘니뇨와 지구 온난화가 맞물리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올해 발생한 엘니뇨를 ‘슈퍼 엘니뇨’라고 말하기는 다소 이르지만 슈퍼 엘니뇨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 향후 추이에 따라 이상기후는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엘니뇨는 이상 기후의 한 요인으로 전염병 발생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20세기 최악의 엘니뇨 발생 시기인 1997~98년에는 가뭄과 홍수 등 이상 기상 현상이 빈발했고 이에 따른 환경 오염으로 전염병이 기승을 부렸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국에 볼거리가 유행했고 세균성 이질과 A형 간염이 유행했다. 말라리아 환자도 늘었다. 수확기인 10월에 태풍 ‘예니’가 발생해 재산 피해는 물론 홍수의 영향으로 인한 렙토스피라증이 유행하기도 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엘니뇨가 발생하면 전 세계적 이상 기상 현상뿐만 아니라 국지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기상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차일드 웨폰…IS, 테러리스트 ‘조기교육’ 현장 공개

    차일드 웨폰…IS, 테러리스트 ‘조기교육’ 현장 공개

    어렸을 적 괴한에게 납치된 뒤 혹독한 환경에서 ‘킬러’로 키워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영화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실제 ‘테러리스트 훈련’ 장면이 공개됐다. 최근 이슬람국가(IS)가 공개한 선전용 영상은 10대 초반으로 보이는 어린 아이들이 얼굴에 복면을 쓴 채 복싱 경기장과 비슷한 커다란 링 안에서 훈련을 받는 모습을 담고 있다.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링 안에는 키가 작은 아이들이 지휘관(사령관)으로부터 혹독한 훈련을 받고 있고, 일부 지휘관은 훈육용으로 쓰이는 듯한 긴 막대기를 들고 아이들을 교육시킨다. 도 다른 아이들은 유격훈련이 실시되는 외부로 이동되고, 지휘관은 바닥에 누운 아이들의 배 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다닌다. 또 다른 장면에서는 역시 복면을 쓴 아이들이 머리로 벽돌이나 타일을 부수는 등 보기만 해도 아찔한 훈련이 이어진다. 이번 영상은 이라크 내부의 IS 기지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인다. 영국 버킹엄대학 안보 및 기밀연구센터의 앤토니 글리스 교수는 해당 영상 제작과 공개의 주된 목적이 외국인 전사 및 아이를 둔 부모의 시선을 끌기 위함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그는 “자신의 자녀가 IS에 가담해 ‘워리어’가 되길 원하는 부모뿐만 아니라 아이들까지도 겨냥한 영상으로 해석된다. IS를 위해 아이들을 야수로 만드는 역겨운 영상”이라고 비난했다. 테러리즘 연구소 IPT의 소장인 스티브 에머슨은 “어린 지하디스트를 훈련시키는 것은 IS가 테러 지역을 강화하기 위한 공격을 실시할 때 매우 유용하다. 특히 아이들을 데려다 세뇌시키는 것은 어린나이일수록 세뇌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는 장점과 IS의 새로운 세대를 구축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장점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곳에서 훈련받는 아이들 중 상당수가 지금보다 훨씬 어렸을 때 납치당했을 가능성이 높으며, 어린 지하디스트들의 훈련은 결국 그들이 꿈꾸는 이슬람 사회의 재건을 위한 일로 해석하고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쓰기 속도 1000배·크기 절반… 반도체 소자의 혁신

    쓰기 속도 1000배·크기 절반… 반도체 소자의 혁신

    USB 메모리와 같은 초소형 저장장치에 쓰이는 낸드플래시보다 우수한 성능의 반도체 소자를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특허 출원까지 완료된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현재 27조원 규모인 낸드플래시 시장을 그대로 이어받아 전 세계 플래시 메모리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우리나라 반도체의 경쟁력과 기술 우위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대 재료공학부 황철성 교수팀은 낸드플래시보다 용량은 1.5배 크고 쓰기 속도는 1000배 빠르지만 크기는 절반에 불과한 차세대 ‘저항 변화 메모리’(R램) 반도체 소자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재료 분야 권위지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스’ 온라인판 최신호에 실렸다. 플래시메모리 중 하나인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꺼지면 정보가 사라지는 D램과 달리 전원이 없는 상태에서도 데이터를 계속 저장할 수 있고 자유롭게 정보를 저장, 삭제할 수 있다. 디지털카메라, 휴대전화, 컴퓨터 등에 사용된다. 그렇지만 제작 공정이 복잡하고 주어진 칩의 면적에 메모리 소자를 넣어 용량을 늘리는 집적화가 기술적으로 한계에 도달한 상태다. 이 때문에 전기가 통하지 않는 물질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전압을 가하면 미약한 전류가 흐르는 현상을 이용해 재료의 저항 변화에 따라 정보를 저장하는 R램이 주목받아 왔다. 삼성전자 등의 국내 기업은 물론이고 일본 도시바, 미국 IBM 등도 관심을 갖고 개발해 왔다. 그러나 R램은 용량을 늘리면 안정적인 저항 상태를 유지하기 어려워 정보 저장이 쉽지 않고 제작 과정이 까다롭다는 문제가 있다. 연구팀은 ‘전극-다이오드-메모리-전극’의 형태로 차곡차곡 쌓는 간단한 방식으로 R램을 제작해 저항 변화를 안정적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구조가 간단해 기존 낸드플래시와 비교했을 때도 성능은 우수하고 제작 비용은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황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는 차세대 메모리로 주목받는 R램 분야에서 새로운 소자 구조를 제안함으로써 상용화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케이지에 갇혀 ‘킬러 교육’받는 10대...IS, 현장 사진 공개

    케이지에 갇혀 ‘킬러 교육’받는 10대...IS, 현장 사진 공개

    어렸을 적 괴한에게 납치된 뒤 혹독한 환경에서 ‘킬러’로 키워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영화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실제 ‘테러리스트 훈련’ 장면이 공개됐다. 최근 이슬람국가(IS)가 공개한 선전용 영상은 10대 초반으로 보이는 어린 아이들이 얼굴에 복면을 쓴 채 복싱 경기장과 비슷한 커다란 링 안에서 훈련을 받는 모습을 담고 있다.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링 안에는 키가 작은 아이들이 지휘관(사령관)으로부터 혹독한 훈련을 받고 있고, 일부 지휘관은 훈육용으로 쓰이는 듯한 긴 막대기를 들고 아이들을 교육시킨다. 도 다른 아이들은 유격훈련이 실시되는 외부로 이동되고, 지휘관은 바닥에 누운 아이들의 배 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다닌다. 또 다른 장면에서는 역시 복면을 쓴 아이들이 머리로 벽돌이나 타일을 부수는 등 보기만 해도 아찔한 훈련이 이어진다. 이번 영상은 이라크 내부의 IS 기지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인다. 영국 버킹엄대학 안보 및 기밀연구센터의 앤토니 글리스 교수는 해당 영상 제작과 공개의 주된 목적이 외국인 전사 및 아이를 둔 부모의 시선을 끌기 위함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그는 “자신의 자녀가 IS에 가담해 ‘워리어’가 되길 원하는 부모뿐만 아니라 아이들까지도 겨냥한 영상으로 해석된다. IS를 위해 아이들을 야수로 만드는 역겨운 영상”이라고 비난했다. 테러리즘 연구소 IPT의 소장인 스티브 에머슨은 “어린 지하디스트를 훈련시키는 것은 IS가 테러 지역을 강화하기 위한 공격을 실시할 때 매우 유용하다. 특히 아이들을 데려다 세뇌시키는 것은 어린나이일수록 세뇌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는 장점과 IS의 새로운 세대를 구축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장점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곳에서 훈련받는 아이들 중 상당수가 지금보다 훨씬 어렸을 때 납치당했을 가능성이 높으며, 어린 지하디스트들의 훈련은 결국 그들이 꿈꾸는 이슬람 사회의 재건을 위한 일로 해석하고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365일 다이어트? 매달 5일 동안만!

    한 달에 5일만 날을 정해 연속으로 다이어트를 해도 체지방을 줄이고 각종 성인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이탈리아 토리노대·제노바대 등 국제 연구진은 한 달에 5일 정도의 다이어트만으로도 체중 감량은 물론 당뇨·심혈관 질환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의학 분야 권위지인 ‘셀 메타볼리즘’ 18일자에 실렸다. 연구진은 12개월 된 젊은 생쥐와 24개월 된 나이 든 생쥐를 골랐다. 이 중 24개월짜리 생쥐 집단을 다시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은 한 달에 연속으로 4일씩 3개월 동안 저단백·저칼로리 다이어트를 시키고, 다른 한쪽은 전혀 다이어트를 시키지 않았다. 다이어트를 한 쥐들은 나흘을 제외한 나머지 날에는 원하는 대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다이어트를 한 24개월 생쥐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체지방이 감소하고 암 발생 위험률도 45%나 낮아졌으며 혈당도 40%나 떨어졌다. 면역 체계가 강화돼 각종 염증성 질환 발생 비율도 낮아졌다. 뇌 기능도 활성화돼 두 종류의 미로에서 이뤄진 길 찾기 실험에서 다이어트를 하지 않은 생쥐보다 빨리 길을 찾았다. 다이어트를 한 생쥐는 간세포와 일반 세포의 재생이 더 빠르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주기적인 다이어트가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연구진이 직접 에너지바, 수프, 차, 크래커 등 하루 725~1090kcal 수준의 음식만 섭취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생쥐 실험 때와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 2013년 기준 한국인 하루 영양 섭취량은 3036kcal에 이른다. 서던캘리포니아대 발터 롱고 교수는 “이번 연구는 오랜 시간 칼로리 섭취를 제한하지 않고 간헐적인 다이어트만으로도 건강과 활기를 되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간질 원인 유전자 발견… 치료의 문 열렸다

    간질 원인 유전자 발견… 치료의 문 열렸다

    뇌전증(간질)과 지적장애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국내 연구진이 해외 연구팀과 공동으로 발견했다. 간질 등의 발병 메커니즘을 최초로 규명함에 따라 치료제 개발에 청신호가 켜졌다. 충남대 생물과학과 김철희 교수와 미국 그린우드 유전학 연구소·미주리대 의대·플로리다대 의대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은 뇌 중추신경계에서 신경 흥분을 조정하는 ‘감마아미노뷰티르산’(GABA)과 관련된 유전자 ‘ZC4H2’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 발작이나 경직, 떨림 등 운동장애 증상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18일 밝혔다. 연구팀은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 ZC4H2 유전자를 조작, 제브러피시와 생쥐에게 뇌전증을 유발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유전학 분야 권위지 ‘인간 분자 유전학’ 온라인판 최신호에 실렸다. 우리나라의 뇌전증 환자는 13만명에 이르지만 근본적인 치료가 불가능해 항경련제, 근육이완제 등으로 증상을 완화시키는 정도의 치료만 하고 있다. 연구진은 X염색체 이상으로 뇌전증 및 지적장애 증상을 보이는 희귀 유전질환 ‘마일스 카펜터 증후군’ 환자들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GABA 연합신경 조절에 관여하는 ZC4H2 유전자가 변형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유전자에 이상이 있으면 GABA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중추신경계가 지나친 신경 흥분 상태가 돼 운동장애 증상이 나타난다. 운동신경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GABA의 이상은 근력 약화로 이어져 관절·척추가 휘어지는 증상, 눈동자가 비정상적으로 흔들리는 안구운동실행증, 입과 턱관절이 비정상적으로 움직여 침을 흘리는 증상 등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신경 조절과 중추신경계 이상은 최종적으로 지적장애를 가져온다”며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간질 치료제 후보물질을 찾는 작업이 조만간 시작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간질의 근본 원인이 GABA 신경 전달에 있다는 사실을 유전자 수준으로 규명함으로써 뇌전증 치료제 개발뿐만 아니라 유사한 운동장애인 근위축증, 파킨슨병 치료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우주 로봇킹’으로 진화 꿈꾸며… 또 월화수목금금금

    ‘우주 로봇킹’으로 진화 꿈꾸며… 또 월화수목금금금

    “천재들을 모아 놓는다고 해서 천재적인 작품이 만들어지는 게 아닙니다. 전체 목표를 위해 개개인이 조화를 이뤄야 명작이 나옵니다. 우리 ‘휴보’의 우승은 멋진 숲을 만들기 위해 아름드리 나무들을 조화롭게 가꿔 이뤄낸 성과입니다.” 지난 5~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퍼모나시에서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주최로 열린 ‘로봇 공학 챌린지’(DRC)에서 한국팀을 우승으로 이끈 오준호(61) 카이스트(KAIST) 기계공학과 교수가 놀라운 성과의 비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오 교수는 2004년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이자 우리나라 최초인 두 발로 걷는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 ‘휴보’를 개발했다. 16일 대전 카이스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오 교수는 “천재들은 고집스럽기 마련인데 이 고집스러운 천재들을 데리고 하나의 미션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술회했다. 오 교수는 연구실 운영뿐만 아니라 로봇 개발에서도 ‘조화’와 ‘안정성’에 무게중심을 뒀다. “로봇은 어느 하나만 잘해서는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렵습니다. 로봇 기술은 여러 기능이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종합 예술이죠.” 걷는 능력은 좋지만 사물 인식 능력이 떨어지는 휴보에게 밝은 눈을 달아 주기 위해 이미지 전문가인 권인소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를 팀으로 끌어들인 것도 이런 차원이었다. 권 교수의 합류로 휴보는 걸음걸이뿐 아니라 임무 수행 능력이 대폭 개선됐다. 2013년 열린 예선에서 9위를 차지한 휴보팀은 지난 2년간 그야말로 와신상담했다. 오 교수 이후 모든 연구자가 ‘월화수목금금금’ 생활을 하며 점심시간도 제대로 내지 못할 만큼 로봇에만 매달렸다. “이번에 우승을 하고 나니 많은 사람들이 이제 우리나라 로봇 수준이 세계 최고가 된 것 아니냐고 말씀들을 하십니다. 하지만 김연아 선수가 피겨스케이팅에서 1등을 했다고 우리가 빙상 강국이 된 건 아니지 않나요. 로봇 선진국들인 미국이나 일본, 유럽이 우리를 경쟁 대상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카이스트 휴보팀의 다음 목표는 ‘우주’다. 권 교수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구상하고 있는 ‘스페이스 로봇 챌린지’(SRC) 대회에 참가할 계획”이라며 “화성과 비슷한 환경에서 로봇들의 실력을 겨루기 때문에 인공지능, 자세 제어 기술 등의 로봇 기술이 지금보다 업그레이드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정부의 로봇 기술 육성 정책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정부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로봇공학을 산업화와 직접 연계돼 있는 기술로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로봇은 인공지능, 제어 기술, 시스템화 기술, 센서 기술 등 다양한 원천 기술이 들어가는 기초분야에 더 가깝지요. 그렇기 때문에 반짝 투자로는 꾸준한 성과를 내기가 어렵습니다. 지속적인 투자가 절실한 이유입니다.” 대전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집에서 하는 손쉬운 개인 위생관리, ‘소금’ 활용법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가 확산되면서 국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개인의 위생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아직까지 확실한 백신이 나오지 않은 상태여서 메르스 바이러스 감염을 피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적극적인 예방 뿐이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는 입 또는 코를 통해 유입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호흡기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인구가 밀집된 장소에서 되도록 마스크 착용을 하고, 외출 후 집 안에 들어오면 반드시 손을 씻는 것은 물론, 구강 역시 청결히 관리하는 등 철저한 개인 위생 관리가 필요하다. 집안에 별도의 세정제가 없을 경우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소금을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소금은 화학성분이 없을 뿐만 아니라 항균 작용의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 소금은 입자가 가늘고 오염물질이 제거된 안전한 정제소금을 사용하는 게 좋다. 천일염은 미세먼지, 황사 등으로 인해 오염물질 등이 혼입될 가능성이 있고, 중국산 정제염은 몸에 해로운 고결방지제 페로시안나이드가 함유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에 국산 정제소금은 오염물질이 없는 99.9%의 고순도 소금으로 향균 효과도 있어 가글, 세척, 청소 등에도 활용하면 좋다. 국산 정제소금을 활용한 개인 위생관리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외출 후에 정제소금 반 티스푼을 미지근한 물에 완전히 녹여 2~3번 목을 가글해 헹궈준다. 이렇게 하면 목 속 세균 제거 및 구강 청결에 도움을 준다. 둘째, 가글하고 남은 정제소금물은 칫솔을 세척하는 데 사용하면 유용하다. 정제소금물 안에 칫솔을 넣고 흔들어 준 후 햇빛에 완전히 건조시켜 두면 된다. 셋째, 바이러스 유입 통로인 콧속 청결도 중요한데, 외출 후 콧속이 간지럽고 답답할 경우 정제소금물로 헹궈주면 콧속 세균 제거 및 염증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준다. 넷째, 분무기에 정제소금을 녹인 물을 담아 신발장 및 창틀 등 오염물질이 있는 곳에 뿌려주면 외부에서 유입된 유해성분 등을 소독하는 데 좋다. 이처럼 소금을 활용한 개인위생 관리뿐만 아니라, 평소에 균형 잡힌 식사와 충분한 잠, 운동 등으로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 바이러스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강의 불청객 ‘녹조 현상’ 기후변화·4대강 사업의 역습

    강의 불청객 ‘녹조 현상’ 기후변화·4대강 사업의 역습

    남부 지방의 강들이 이른바 ‘녹차라테’ 현상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정부의 ‘4대강 사업’ 이후 해마다 나타나는 불청객 ‘녹조’는 올해의 경우 5월 말 시작된 때 이른 더위로 한층 빨리 등장했다. 특히 낙동강 유역은 4대강 보(洑·저수시설) 설치 이후 강물의 흐름이 이전보다 5.4배 느려져 녹조가 더 심각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녹조는 단순히 물 색깔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수(水)생태계와 사람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환경문제라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면서 인식도 바뀌고 있다. 부영양화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에는 녹조뿐 아니라 ‘적조’도 있다. 녹조의 독성물질 실체가 알려지기 전까지 사람들은 적조가 더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물빛이 붉게 변하는 적조 현상은 혈액을 연상케 하는 색깔 때문에 역사서에도 자주 등장했다. 구약성서의 출애굽기 7장 20절 ‘강물이 모두 붉게 변해 고기가 죽고 물에서 썩는 냄새가 나서 이집트인들이 나일강 물을 마실 수 없었다’는 대목을 과학자들은 적조 현상을 묘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녹조의 발생 원인은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1차적으로 질산염이나 인산염 같은 무기영양염류가 물속에 과다 유입될 때 녹조가 발생한다. 미국 생태학자 데이비스 신들러 박사는 1974년 ‘사이언스’에 인(燐·원소기호 P)이 다른 영양소들보다 녹조 발생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또 일조량이 많고 기온이 높아 수온이 높을수록 광합성이 활발해져 녹조류나 규조류, 남조류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녹조를 유발시킨다. 물의 흐름도 녹조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물의 흐름이 느려지면 유입된 영양염류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축적될 뿐 아니라 수면 온도도 빠르게 올라가 조류의 증식을 가속화시킨다. 녹조가 발생한 지역의 물에서는 독특한 냄새와 맛이 나는데, ‘지오스민’이나 ‘2-메틸이소보르네올’ 같은 물질 때문이다. 이 물질들은 낮은 농도에서도 냄새가 강하게 나고, 정수 과정에서도 잔류해 수돗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상수도에 대한 불신을 갖게 만든다. 실제로 2012년 수도권 주민의 상수원인 팔당 지역에 녹조가 발생해 지오스민의 농도가 590ppt(1ppt=1조분의1)까지 상승한 적이 있다. 녹조의 원인인 남조류에서 내뿜는 독성물질은 인체에 과다하게 유입될 경우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대표적인 독성물질은 ‘마이크로시스틴’과 ‘삭시토신’이다. 마이크로시스틴은 간(肝) 독성물질로 발진이나 구토, 설사, 두통, 고열, 간 종양을 발생시키고 삭시토신은 신경계에 작용하는 독으로 인체에 유입되면 감각을 둔화시키고 언어능력을 잃게 만든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녹조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황토(黃土) 살포다. 황토 입자 내에 존재하는 틈인 공극(孔隙)에 녹조를 유발시키는 영양물질과 미세조류 등을 흡착시켜 제거하는 원리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황토 입자가 작고, 물속에 녹조 유발 조류의 밀도가 높을수록 제거 효율도 높아진다. 환경부에서도 상수원 보호를 위해 친환경 황토를 개발, 4대강 주요 녹조 발생 지역에 살포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수중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이용한 친환경 처리 기술이다. 녹조의 원인 생물을 먹어 치우는 녹조 포식성 생물의 숫자를 인위적으로 늘려 녹조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녹조 발생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장 우수한 녹조 제거 및 예방 기술로 꼽히고 있다. 그렇지만 천적생물을 인위적으로 늘리는 것이기 때문에 녹조 포식 생물이 늘어났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등을 사전에 파악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술 적용 이전에 장기간 주변 생태조사를 수행해야 하는 등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또 전기분해로 물 분자(H2O)를 초미립자(플라스마) 상태로 분해해 녹조를 없애는 방법도 있다. 물을 전기분해하면 ‘수소’(H)와 ‘하이드록시기’(OH)로 분해되는데, 이때 발생한 하이드록시기는 조류의 세포막에 있는 수소와 반응해 녹조류나 남조류를 제거한다. 플라스마 융합 수중방전 설비를 이용하면 조류뿐만 아니라 난분해성 오염물질까지도 전기적으로 분해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렇지만 설비 비용은 물론 많은 에너지를 투입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하수처리장에서 사용하는 화학적 응집제를 이용해 녹조를 없애는 방법도 있다. 알루미늄 계열의 응집제를 뿌리면 물속 인산염과 결합해 인산알루미늄을 만들어 녹조물질을 바닥에 가라앉힐 뿐만 아니라 인 농도를 낮춰 녹조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생태계에 미치는 독성 문제와 내성 발생에 대한 연구가 추가로 진행돼야 한다. 이 밖에 1974년 일본 수산청에서 개발한 ‘초음파를 이용한 조류 제거’ 기술도 꾸준히 발전해 나가고 있다. 초음파 기술은 강력한 초음파를 쏴 조류의 세포를 파괴함으로써 녹조를 제거하는 방법이다. 친환경적이라는 장점은 있지만 물속에서는 음파가 잘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녹조가 넓은 지역에 대규모로 발생했을 경우엔 활용도가 다소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물자원순환연구단 최재우 박사는 “녹조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다양한 요인이 결합돼 발생하는 자연현상이기 때문에 완벽하게 예방하는 것은 어렵다”며 “다양한 기술을 확보해 그때그때 맞춰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사이언스 톡톡] 바이러스는 생존 위해 진화… 사람도 유전적 다양성 지녀

    저는 북아프리카 알제리의 해안도시 오랑에 사는 베르나르 리외라고 합니다. 제 이름이 익숙하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이곳에서 있었던 일을 알베르 카뮈 선생께서 잘 써 주신 덕분이지요. 그렇습니다. 저는 그의 소설 ‘페스트’에서 주인공으로 나온 의사입니다. 여기서 비행기로 열서너 시간 걸리는 한국이 메르스 때문에 어수선하다고 들었습니다. 중동이나 북아프리카처럼 낙타와 가깝게 지내는 나라도 아닌 곳에서 메르스가 발생해 빠르게 전염되고 있다는 소식에 좀 놀랐습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19세기 말부터 20세기 후반까지 인류에게는 큰 전염병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1969년 미국 공중위생국장 윌리엄 스튜어트가 “전염병의 시대는 이제 막을 내렸다”는 선언까지 했던 것이죠. 그런데 20세기 말부터 신종플루, 조류독감,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에볼라 등 새로운 전염병이 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인구 및 생태계의 급속한 변화 ▲병원체 전파를 가속화하는 국가 간 여행 및 교역의 증가 ▲기존 전염병 감소에 따른 공중보건 체계의 기능 상실 ▲항생제 남용 등을 신종 전염병이 증가한 원인으로 보더군요. 이 이야기를 들은 신문기자 랑베르는 “과학이 발달하면 바이러스 따위는 다 없애 버릴 수 있지 않느냐”고 하더군요. 하지만 바이러스도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진화(돌연변이)하기 때문에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도 그건 어려울 겁니다. 또 우리가 모르는 바이러스들이 아직 수도 없이 많기 때문에 기존에 알려진 바이러스를 다 죽인다고 해도 다른 바이러스가 빈 공간을 채우고 들어올 겁니다. 그러면 더 심각한 전염병이 발생하는 거죠. 인류와 전염병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와 비슷합니다. 새로운 바이러스가 날카로운 창을 갖고 나타나면 인류는 무적 방패를 찾아내거나 만들어 냅니다. 광우병이 대표적입니다. 바이러스가 아닌 변형 단백질로 인한 전염성 질환이기 때문에 치료나 예방법이 없다고 알려져 왔습니다. 그런데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 존 콜린지 박사가 지난 10일 ‘네이처’에 광우병을 예방하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발견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더군요. 광우병은 프라이온 단백질 때문에 생깁니다. 콜린지 박사는 프라이온 단백질의 코돈129와 코돈127이라는 부분의 염기서열이 바뀌면 광우병에 대한 저항성이 강해진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 연구가 좀 더 진행되면 광우병도 정복할 수 있을 겁니다. 새로운 전염병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겁을 먹습니다. 오랑 주민들도 그랬습니다. 그렇지만 사람은 생물학적으로 바이러스의 위협에 대처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유전적 다양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알지 못하는 질병이 나타났다고 해서 마냥 공포에 빠져 있을 필요는 없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군요.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암 원인 ‘쓰레기 단백질’ 생성 원리 세계 첫 규명

    암 원인 ‘쓰레기 단백질’ 생성 원리 세계 첫 규명

    국내 연구진이 퇴행성 뇌 질환과 암 등을 유발하는 ‘쓰레기 단백질’(단백질 응고체)의 생성 원리와 변이 과정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이에 따라 관련 치료제 개발에 청신호가 켜졌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난치질환치료제연구센터 김보연(왼쪽) 박사와 서울대 권용태(오른쪽) 교수 공동 연구팀은 인체 내 세포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만들어지는 유해 단백질의 생성 및 분해 원리와 변화 과정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생물학 분야의 국제적 권위지인 ‘네이처 셀 바이올로지’ 15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세포 내 단백질이 수명을 다하거나 손상되면 인체는 이를 분해해 폐기하는 ‘유비퀴틴-프로테아좀 시스템’과 불필요한 부분만 제거해 재활용하는 ‘자가 포식 시스템’을 자동으로 작동시킨다. 이런 세포 처리 시스템은 면역계를 활성화하고 체내에 침입하는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같은 이물질을 막아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노화나 유전적 변이, 바이러스 침입 같은 세포 스트레스로 두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폐기 처리돼 밖으로 배출돼야 할 단백질이 체내에 쓰레기처럼 쌓이게 된다. 이렇게 누적된 쓰레기 단백질은 세포 손상을 일으켜 광우병, 헌팅턴병, 파킨슨병, 루게릭병 등의 신경계 질환은 물론 알코올성 간염 및 간암, 심근경색까지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치 청소차가 고장 나 쓰레기가 넘쳐나면서 주변 환경이 오염되고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김 박사 등 연구팀은 단백질이 ‘p62’라는 물질과 결합하면 리소좀으로 이동한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리소좀은 단백질 분해 효소를 갖고 있는 세포 내 작은 주머니로, 못 쓰게 된 세포 소기관을 파괴하거나 외부에서 들어온 이물질을 파괴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세포에 스트레스를 줘 단백질을 응고시킨 뒤 p62를 인위적으로 결합시킨 결과 단백질 응고체가 제거되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헌팅턴병의 원인 물질인 헌팅턴 단백질 응고체를 제거할 수 있는 p62 저분자 화합물을 최근 개발했으며 이를 이용해 쓰레기 단백질을 제거하는 실험에도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추가로 이 물질이 다른 퇴행성 신경 질환, 암, 염증 질환, 심혈관 질환을 치료하는 데도 적용될 수 있는지 실험을 진행 중이다. 김 박사는 “이번 연구는 퇴행성 신경 질환이나 암, 면역계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축적된 쓰레기 단백질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라며 “변성 단백질의 비정상적 축적으로 인해 생기는 각종 질환의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원전 해체 핵심 ‘제염 기술’ 선진국의 70% 수준

    원전 해체 핵심 ‘제염 기술’ 선진국의 70% 수준

    지난 12일 국가에너지위원회의 ‘영구 가동 정지’ 권고로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사실상 해체 수순에 들어가게 됐다. 국내 첫 원전 폐로(廢爐)인 만큼 앞으로의 과정과 해체 기술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원전 해체 방식은 크게 3가지다. 원전의 가동 정지와 동시에 해체하는 ‘즉시 해체’, 방사성물질의 반감기를 고려해 30~60년 시설을 폐쇄한 뒤 해체하는 ‘지연 해체’, 원전시설에 콘크리트를 부어 사용이 불가능하도록 하는 ‘영구 밀봉’이다. 영구 밀봉은 구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 때 적용했던 것으로, 고리 1호기에 쓰일 가능성은 없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제염해체연구본부 문제권 부장은 “경제성뿐만 아니라 얼마나 안전하게 해체할 수 있느냐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각국의 추세를 감안할 때 고리 1호기의 해체는 즉시 해체와 지연 해체의 2가지 방식이 절충된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해체 기획→원전 특성 분석 및 운전 정지→해체 설계→제염→절단 및 철거→폐기물 처리→부지 복원→부지 규제 해제 순서로 진행된다. 운전 정지부터 해체 준비 과정에 5년, 제염·절단 및 철거·폐기물 처리에 10년, 환경 복원에 5년 등 통상 20년 정도가 걸린다. 원전 해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제염(除染) 과정이다. 제염은 김치를 담글 때 배추에 소금을 뿌려 숨을 죽여 부피를 줄이고 다루기 쉽게 만드는 것과 같은 원리다. 기계적·화학적·전기화학적·열적 방법으로 원전에 남아 있는 방사성물질을 제거하거나 최소화시켜 절단 및 철거 작업을 쉽게 만드는 기술이다. 미국과 일본, 독일 등 해체 기술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는 해체 준비 기술과 폐기물 처리 기술은 80% 가까이 확보돼 있지만, 핵심인 제염 기술은 70%, 절단 해체 기술은 60%에 불과하다. 원전 해체 관련 인력도 프랑스 원자력청에는 1000명 이상 있지만, 우리나라는 원자력연구원의 19명뿐이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원전 해체는 화학공학, 로봇공학, 환경공학, 토목,건축, 전자,기계공학 등 전 분야의 과학기술이 집약되는 종합 엔지니어링 기술”이라며 “우리나라는 해체 기술 확보뿐만 아니라 관련 인력 양성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사설] 주식시장 가격제한폭 확대, 개인투자자 신중해야

    주식시장의 가격제한폭이 오늘부터 상한가와 하한가 모두 30%로 확대돼 개인투자자들의 신중한 투자가 필요해졌다. 상·하한가 제한폭은 정액제에서 1996년 정률제를 도입한 이래 1998년까지 2~4% 포인트씩 4차례나 확대돼 왔지만 이번처럼 상·하한가 제한폭을 현행 15%에서 30%로 두 배로 늘린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 주식 변동폭을 소폭 확대했을 때 축적해 놓은 과거의 자료가 큰 의미가 없다는 뜻이 된다. 과거 자료가 별로 유용하지 않은 만큼 개인 투자자들 스스로 위험을 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주식시장 활성화를 명분으로 내걸고 주식시장의 가격제한폭을 30%로 확대했다. 주식 투자자들이 자신의 책임 아래서 투자할 만큼 투자의식이 성숙해졌다는 판단도 있었을 것이다. 주식시장 관계자들은 거래대금이 확대되고, 거래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대체로 믿고 있다. 그러나 30% 변동률은 가볍게 넘길 수준이 아니다. 가령 1주당 1만원인 주식을 매수했는데 하한가를 연속 2번 맞으면 그 주식의 가격은 반토막인 4900원이 된다. 하한가 연속 3번이면 3분의1 가격으로 추락한 3430원, 연속 4번이면 4분의1 토막도 안 되는 2401원만이 잔고에 남게 된다. 지난 4월 ‘가짜 백수오 사건’으로 파동을 일으킨 내츄럴엔도텍이 4월 21일 종가 8만 6000원에서 5월 13일 종가 1만 1050원으로 8분의1 토막이 될 때까지 거래일 기준으로 14일이 걸렸는데, 앞으로 이런 시간적인 충격완화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당시 내츄럴엔도텍은 4월 28일 전후로 4회 연속, 9회 연속 하한가를 맞았다. 모두 13회 하한가를 기록했다. 선진국의 주식시장은 기관투자가들이 대세지만 한국은 개인투자자들의 비중이 올해 거래대금 기준으로 코스피는 52.9%, 코스닥은 88.1%로 아주 높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투자자의 제1, 제2원칙이 “원금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얼마나 많은 수익을 올리느냐보다 투자원금을 잃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개인 투자자는 기관이나 외국인에 비해 자금 여력도 딸리고 정보도 늦고 부족하다. 시장 변동성에 익숙해질 때까지 신용거래를 자제하고 여유자금으로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 주식실패의 책임을 누구에게 돌릴 수도 없다. 주식시장의 변동폭이 커지는 만큼 잘하면 물론 수익도 높아지겠지만 그만큼 위험도 따른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서울대 지망생의 책장-읽어라, 청춘] 장하석 ‘과학, 철학을 만나다’

    [서울대 지망생의 책장-읽어라, 청춘] 장하석 ‘과학, 철학을 만나다’

    극심한 취업난과 기업의 이공계 선호로 문과보다 이과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수학이나 과학에 그다지 흥미가 없는 학생들조차 취업이 더 잘된다는 이유만으로 이과를 선호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기업들이 신입 사원을 뽑을 때 전형적인 스펙보다는 인문학적인 소양을 더 중시한다니 사회 전체가 인문학 인재 열풍에 들썩이고 있다. 기업이 선호하는 인재상은 인문학도와 공학도를 융합한 것이다. 학생들은 이제 국문과에 지원하려 해도 수학과 과학을 잘해야 하고 컴퓨터학과에 가서도 인문 고전을 읽어야 한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인문학 관련 책과 강의가 인기를 끌고 있다. 대부분 고전을 요약, 발췌했거나 인문학이 왜 중요한지 원론적 이야기를 하는 것들이다. 조금이라도 지적으로 보이고 싶으면 이런 책이라도 읽어 무식함을 티 내지 않아야 한다. 기업 대표들조차 인문학 강좌 프로그램을 이수했음을 자랑으로 여긴다. 정부에서도 인문학을 살리기 위해 엄청난 돈을 쏟아부을 계획이라고 한다. 얼핏 보면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반겨야 할 것 같지만 사실은 성급한 성과주의의 연장에서 멀리 벗어난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이러한 사회 흐름이 대세인 가운데 경제적 가치에 기반을 둔 기술적 응용만 생각하면 순수과학이 지니는 문화적 가치를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과학철학자 장하석의 주장은 시사하는 바가 커 보인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칼텍)에서 물리학과 철학 공부, 스탠퍼드에서 철학 박사 학위 취득, 28세의 나이로 영국 런던대 교수 임용, 케임브리지 과학철학부 석좌교수 등의 화려한 이력이 주는 후광 효과만으로도 그의 말은 다 설득적일 텐데 과학을 인간적이라 말하며 어려운 과학 공부는 가라고 하니 들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의 시작은 교육방송(EBS)의 특별기획 프로그램에서부터였다. 방송을 보며 고교 시절이 떠올랐다. 화학 시험을 볼 때 주기율표를 외워 시험지를 받자마자 시험지 여백에 그려 놓고 문제를 풀었다. 그것만 외우고 있으면 많은 문제를 풀 수 있었기 때문이다. 화학에 관한 탐구는 전혀 없는 암기력 테스트였다는 생각이 든다. 방영된 12강 모두가 책으로 출판됐다. 다시보기로 강의를 보며 책을 읽었다. 책의 내용이 훨씬 충실하지만 실험 부분은 방송을 직접 보는 것이 이해가 더 잘 됐다. 이 책은 과학 지식과 과학 탐구가 갖는 문화적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으로 서문과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1~6장)에서는 철학의 인식론적 관점에서 과학이 어떻게 지식을 얻어 내는가에 대한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진다. 일반적으로 과학 지식이 어떤 한계를 지니고 있고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과학철학계의 거장들이 주장했던 여러 아이디어를 소개한다. 과학이란 무엇인가, 과학 지식의 기반이 되는 관측을 믿을 수 있는가, 이 관측을 가지고 이론을 증명할 수 있는가, 과학 지식은 축적되는가, 혁명적으로 개편되는가, 과학적 진리란 무엇이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인가, 과학은 어떤 의미에서 진보하는 것인가 등을 다룬다. 현대 과학은 개념의 수량화에 의존하므로 측정이 중요하다. 측정을 위해서는 기준이 필요한데 최초의 기준을 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온도, 길이, 질량, 시간 등 기본 물리량 외에도 측정의 기준을 잡는 일은 난해한 작업이다. 그래도 측정 기준은 필요하므로 단순하고 간편한 체계를 기반으로 탐구를 시작하고 탐구 결과를 기반으로 다시 기준 자체를 수정하고 개선해 나간다. 장하석은 처음에 믿고 시작한 전제들을 유지·반복하지 않고 매 단계별로 재검토하고 지식을 쌓고 개선하는 과정을 되풀이하는 것을 ‘인식적 반복’이라 정의했다. 과학은 이런 과정을 통해 발달한다. 2부(7~10장)에서는 과학사의 일화를 자세히 소개해 과학 연구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과학 연구의 구체적 모습을 이론적·실험적·역사적·철학적 관점에서 소개함으로써 과학의 실천에 대한 감각을 키울 수 있도록 격려한다. 산소는 어떻게 발견했으며 왜 산소라 부르는가, 물은 늘 섭씨 100도에서 끓는가, 일상에서 많이 쓰고 있는 건전지는 어떻게 발명했으며 거기에서 전기는 어떻게 생기는가를 설명한다. 비교적 이해가 쉽고 직접 실험해 볼 수 있는 수준에서 과학사의 일화들을 고르다 보니 18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중반까지의 사건들로 모아졌다. 라부아지에에서 월라스턴에 이르기까지 이 시기 과학자들의 배경은 다양했다. 귀족 출신에서 노동자의 아들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 엘리트 교육을 받은 사람도 있었고 평생 학교 근처에도 못 간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에겐 그저 순수한 호기심으로 과학적 탐구에 몰두했다는 공통분모가 있었다. 과학 발전에 기여해서 유명해지겠다는 야심이나 돈을 많이 벌겠다는 욕망은 없이 그들이 법학자였든 사업가였든 독자적 연구에 몰두했다. 우리가 그동안 받았던 과학 교육은 ‘누가, 무엇을’에 집중됐을 뿐 ‘어떻게, 왜’는 없었다. 저자는 교과서가 가르치는 정답에만 골몰하지 말고 과학자들이 탐구했던 길을 따라가며 의문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우리 나름의 생각도 커질 것을 기대한다. 이런 기대는 자신이 그러한 길을 갔던 경험을 통해 과학에서 철학적 깨달음을 얻고 실천하는 과정이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충분히 느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다. 3부(11장과 12장)에서는 과학철학이 과학을 어떻게 하면 더 잘하게 하고 더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로 전체 강의를 종합하는 성격을 띤다. 과학 지식을 창조하는 과정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교육 이야기, 과학에서 다원주의가 필요한지, 유용한지에 대한 논의를 펼치며 자신의 철학 핵심을 설명한다. 저자는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에는 특별한 길이 없지만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내는 창의성은 ‘정상 과학의 퍼즐 풀기를 열심히 하다 위기에 처하면 필요에 의해 생긴다’는 쿤의 주장을 빌려 설명한다. 우리 교육 현실에서 학생들이 자신의 문제에 직접 부딪칠 기회를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일침을 놓기도 한다. 창의력이 있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다원주의를 실행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그는 과학에서의 다원주의를 과학의 한 분야에서 가능한 여러 실천 체계를 발달시키고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이라고 정의한다. 다원주의 과학의 지식 체계는 가능하면 한 분야 내에서도 여러 가지를 발달시키고 유지하는 것이 과학의 여러 목적(그 목적이 무엇이 됐든)을 달성하는 데 유리하다. 몇 가지 체계를 동시에 유지하면서 얻을 수 있는 관용과 상호작용의 이점을 추구함으로써 인간의 창의성을 최대로 발휘하고 자연의 가르침을 최대로 받을 수 있다. 다원주의는 과학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많은 이들이 생각하지 않았던 질문을 던지는 철학은 다원주의를 이루는 데 유용하다고 결론을 맺는다. 사상·문화 등을 중심으로 인간의 가치와 관련된 제반 문제를 연구 영역으로 삼는 것이 인문학이라면 첨단 과학기술 시대를 사는 현대인에게 과학의 실천적 차원을 인식하고 즐기도록 하려는 시도 또한 인문학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 지식과 정보를 나눌 수 있는 영역이 사물 간 통신(IoT)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이렇게 급변하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개인과 사회를 이롭게 하는 데 과학의 탐구 정신은 쓸모가 많다. 세상살이가 문과 이과로 나누어지지 않듯 어떻게 하면 더 인간답게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데 인문학과 과학의 구분은 쓸데없다. 하지만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는 오늘날 인문학의 영역 확장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는 점에서 소용이 닿는다. 최영주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책임연구원 ●‘읽어라 청춘’은 격주로 게재됩니다.
  • 타는 목마름, 새달 초까지

    타는 목마름, 새달 초까지

    서울과 경기 북부 및 강원 등 중부지방의 극심한 가뭄이 장마가 시작되는 7월 초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쩍쩍 갈라진 대지를 적셔줄 단비를 앞으로 3주가량은 구경하기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게다가 장마가 오더라도 강수량이 적어 본격적인 해갈은 8월이나 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12일 기상청에 따르면 남해안과 제주도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북태평양 고기압의 북상이 지연되면서 장마가 다음달 초에나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장마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맑은 날씨와 고온현상이 이어지면서 서울·경기, 강원 등 중부지방의 극심한 가뭄에는 별다른 돌파구도 없을 전망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여름철 3개월 장기예보에 따르면 6~7월의 강수량은 평년보다 적지만, 8월 강수량은 평년보다 많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실질적인 가뭄 해갈은 8월이나 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 들어 6개월간 전국의 누적 강수량이 평년 대비 84% 수준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서울·경기 지역은 평년의 절반 수준인 55%, 강원 지역은 57%에 그쳤다. 특히 올 1~5월 서울·경기·강원의 누적 강수량은 153.3㎜로, 2001년(139.7㎜)과 1988년(142.3㎜)에 이어 역대 3번째로 적다. 기상청에서는 3개월 누적 강수량을 이용해 가뭄 정도를 판단하는 ‘매우 가뭄-가뭄-정상-습함’ 4단계의 표준강수지수를 사용하고 있다. ‘매우 가뭄’은 작물 손실과 광범위한 물부족 현상이 심각한 상태다. ‘가뭄’은 작물에 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하고 물부족 현상이 시작되는 상황이다. 현재 인천과 강원 영동 지역은 ‘매우 가뭄’, 서울과 경기 북부, 강원 영서, 충북·경북·전북 일부 지역은 ‘가뭄’ 상태다. 현재의 극심한 가뭄은 2년 전부터 평년보다 비가 적게 내리기 시작하면서 비롯됐다. 지난해 중부지방의 장마(7월 2~29일)는 평년보다 짧은 27일에 불과했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지난 겨울에도 고기압의 영향으로 중부지방에서는 눈이 적게 내렸고, 봄에도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강수량이 적었다”며 “가뭄으로 인해 한강 수역의 소양강댐, 충주댐, 횡성댐의 수위도 낮아져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골수이식 성공률 높이는 조혈줄기세포 채취기술

    골수이식 성공률 높이는 조혈줄기세포 채취기술

    백혈병이나 악성 림프종, 다발성 골수종 등 혈액암 환자나 재생 불량성 빈혈, 선천성 면역결핍증 환자 등에게는 건강한 다른 사람의 골수에서 조혈줄기세포를 채취해 이식하는 ‘골수이식’이 유일한 치료 방법이다. 골수는 다른 줄기세포처럼 실험실에서 배양되지 않기 때문에 필요할 때마다 채취해서 사용할 수밖에 없다. 현재 쓰이고 있는 채취방법으로는 골수가 몸 밖으로 나오면서 손상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 번에 많이 뽑아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국내 연구진이 조혈줄기세포의 손상을 최소화하는 채취 방법을 개발, 골수이식 성공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양대 의생명과학과 김계성 교수와 순천향대 이만렬 교수는 줄기세포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미국 인디애나의대 할 브록스마이어 석좌교수와 함께 낮은 산소압 상태에서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조혈줄기세포를 뽑는 방법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생명공학 분야 최고 권위지 ‘셀’ 11일자 온라인에 실렸다. 공기 중 산소농도는 21% 정도인데 반해 우리 몸속 각종 장기의 산소농도는 평균 1% 정도로 낮다. 그래서 기존의 방법으로 골수를 채취할 경우, 골수가 몸 밖으로 나오는 순간 갑자기 높은 산소농도에 노출되면서 활성산소가 발생해 파괴된다. 대기 중 산소농도에서 채취된 조혈줄기세포는 급속하게 손상을 받아 줄기세포로서 성질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조혈줄기세포 수가 줄고 기능도 떨어지기 때문에 골수 이식 후에 몸속에서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면서 치료효과가 떨어진다. 연구팀은 생쥐를 공기 중 산소농도보다 낮은 저압산소탱크(챔버)에 넣고 조혈줄기세포를 추출한 결과, 기존의 방식보다 줄기세포 회수율이 10배 이상 늘어난 것을 발견했다. 뿐만 아니라 활성 세포물질 발생을 억제하는 ‘사이클로스포린 에이’라는 물질을 이용해도 조혈줄기세포가 파괴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을 이용할 경우 줄기세포 회수율이 높아지는 만큼 이전에 한 명에게 사용하는 골수량을 줄이고도 똑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기존에 한 명에게 사용하던 골수량으로 여러 명에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식이 가능한 골수가 부족한 의료 환경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이식 가능한 골수가 부족한 상황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키는 것은 물론 환자들의 불편함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포샵’ 딱 걸렸어!

    ‘포샵’ 딱 걸렸어!

    지난달 말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실험 사진을 공개했지만 사진 조작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몇 년 전에는 너무 어려 보이도록 사진이 조작됐다는 이유로 미국 할리우드 톱스타 줄리아 로버츠의 화장품 광고가 퇴출되기도 했다. 국내 연구진이 육안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디지털 이미지의 위·변조를 쉽게 잡아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카이스트 전산학부 이흥규 교수팀은 디지털 이미지 조작탐지 기술을 개발하고, 웹 서비스(forensic.kaist.ac.kr)를 시작했다고 11일 밝혔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논문 사진이나 의료 영상, 법적 증거자료, 군사정보 등의 조작 여부를 쉽게 찾아낼 수 있게 된다. 연구팀은 디지털 이미지를 변형시키면 육안으로 식별하기는 쉽지 않지만 이미지 내부의 통계적 특성이 변화한다는 데 착안했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이미지를 구성하고 있는 픽셀의 변화를 통계적으로 탐지해 내는 픽셀 기반 방식 ▲변형 과정에서 나타나는 디지털 신호의 손실 여부를 찾아내는 포맷 기반 방식 ▲카메라의 촬영 과정에서 나타나는 특성을 바탕으로 변조를 찾아내는 카메라 기반 방식 ▲빛의 위치나 물체의 기하학적 위치 등을 기반해 변조를 찾는 물리 기반 방식 등 네 가지 탐지 기법을 동시에 가동시켜 위·변조 여부를 찾아낸다. 위·변조 가능성 외에 조작된 영역과 조작 방식까지 분석해 준다. 이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논문으로만 나와 있는 기술을 통합해 실제 서비스로 구현한 것”이라며 “다양한 위·변조 탐지 기법들이 상용화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자외선 화상 조심!” 경고 주는 ‘스마트 비키니’ 등장

    “자외선 화상 조심!” 경고 주는 ‘스마트 비키니’ 등장

    여름 휴가철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뜨거운 태양 아래서 물놀이를 계획중인 여성이라면 이 수영복에 관심을 가져 볼 필요가 있겠다. 최근 프랑스의 한 업체는 여름철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지킬 수 있는 ‘스마트 비키니’를 개발했다고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가 11일 보도했다. 이 비키니에는 센서가 내장돼 있으며, 태양 아래 지나치게 오랜 시간 머물면 센서가 작동해 착용자에게 알람으로 경고를 전달한다. 착용자는 비키니를 입기 전 센서와 연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스마트폰에 깔면 된다. 그럼 알람이 울리기 전에라도 착용자가 얼마나 오랫동안 태양에 노출돼 있었는지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비키니 상하의 안쪽에 작은 센서가 내장되며, 외부에서는 센서가 전혀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일반 비키니와 마찬가지로 착용할 수 있다. 센서는 방수기능을 탑재해 물놀이에도 작동이 가능하며, 스마트폰의 어플리케이션을 실행시키는 순간부터 센서가 작동한다. 어플리케이션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 모두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어플리케이션에는 당일 외부 온도를 측정할 수 있는 기능이 포함돼 있다. 어플리케이션의 특별 버전에는 착용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연인과 연동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돼 있어 더욱 유용하다. 이 비키니를 개발한 업체 측은 “이 발명품은 많은 사람들이 태양 아래에서 마치 로브스타처럼 타들어가는 모습을 본 뒤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실현시킨 것”이라면서 “우리가 만든 이 비키니는 착용자의 신체 사이즈에 맞게 제작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키니 뿐만 아니라 비치 타월에도 같은 센서를 부착해 동일하게 사용이 가능하도록 제작했다”면서 “이후 어린이용 수영복에도 이 기술을 적용해 상품화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비키니의 가격은 149유로(약 19만원), 비치타월은 99유로(약 12만 5000원)으로 책정됐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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