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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노벨상 당장은 안 탔으면 좋겠다 기초 과학엔 이승엽의 기적 없다”

    [단독] “노벨상 당장은 안 탔으면 좋겠다 기초 과학엔 이승엽의 기적 없다”

    “노벨 과학상을 탈 만한 연구자들이 우리나라에도 아주 없는 건 아니지요. 하지만, 당장은 안 받았으면 좋겠다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 지금 타면 기초과학 현실 외면한 착시현상 우려 김도연(63) 포스텍 총장은 “매년 이맘때마다 남의 집 잔치 구경만 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는데, 올해에는 일본·중국에서 연달아 수상자가 나오니 더 답답하다”면서도 국내에서 가까운 장래에 수상자가 나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과학자의 노벨상 수상이 아직 갈 길이 먼 우리나라의 기초과학 현실을 오해하게 만드는 착시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초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2007년)과 초대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2011년)을 지낸 그는 지난달부터 포스텍의 수장을 맡고 있다. 무기재료공학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20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서울대 공대 학장, 울산대 총장을 지냈다. 연구는 물론이고 정부와 대학 등에서 다양한 행정 경험을 갖추고 있다. ● 日처럼 평생 붙잡고 갈 ‘오타쿠’가 없다 김 총장은 2013년 국가과학기술위원장을 마친 뒤 지난해까지 일본 도쿄대에 특임연구원으로 있으면서 현지 연구환경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일본은 학문 분야에서도 연구자 본인이 흥미를 느끼는 분야는 앞뒤 재지 않고 평생 붙잡고 가는 이른바 ‘오타쿠’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난 30여년간의 압축성장 과정에서 그런 사람들이 남아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는 “기초과학 발전이나 노벨상 수상이나 모두 과학에 대한 저변이 넓어야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구를 예로 들어보죠. 일본 프로야구가 강하다는 얘기들을 많이 하는데 일본은 고등학교 야구팀이 4000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50개가 채 안 된다고 하지요. 워낙 팀이 많으니 거기서 우수한 선수들이 나오는 겁니다. 야구의 경우엔 (기반이 약해도)어쩌다가 이승엽 같은 특출한 선수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기초과학에서는 그런 기적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김 총장은 “거대한 피라미드도 밑바닥이 충분히 넓기 때문에 높이 쌓을 수 있었던 것처럼 과학도 저변이 넓어야 세계적인 연구자가 나오고 선도적인 성과도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에 대한 인식 변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과학을 여전히 경제발전의 도구로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발전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기초과학에 대해서는 아무리 중요하다고 얘기를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지요. 흔히 쓰는 ‘과학기술’이라는 단어가 그런 인식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웃 일본은 물론 외국에서 과학과 기술은 엄연히 다른 영역으로 보고 있습니다.” 기초과학은 기술처럼 경제성이나 단기적 성과와는 상관없이 즐겁게 연구할 때만 발전할 수 있다는 평소의 지론도 폈다. “노벨상은 열심히 일해서 받을 수 있는 상이 아니라 즐겁게 일해서 받을 수 있는 상이죠. 우리나라는 뭐든지 ‘열심히’만 하려고 하는데 열심히 하는 것 못지않게 연구를 ‘즐겁게’ 할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요.” 김 총장은 “어릴 때부터 창의성 중심의 교육이 필요한데 진학을 위한 교육에 치우쳐 창의성을 갖고 있는 어린아이들에게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창의성을 살려주는 교육 외에 연구자들이 오랫동안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50세만 넘어도 연구비 받기가 힘들어질 정도로 나이 든 현장 연구자들은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올해 노벨 과학상 받은 사람들을 보세요. 6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하잖아요. 그 나이까지 현역에서 연구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 김 총장은 “연구자는 누구라도 평생 연구현장에 있고 싶어한다”며 “평생 자신이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면 젊어서부터 한눈팔지 않고 연구에만 매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벨상은 기초가 쌓이고 집단의 힘이 발휘됐을 때 자연스럽게 받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그런 기초를 쌓기 위해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기초연구의 역사가 짧은 것도 아직은 감내해야 할 부분이고요. 조바심을 내지 말고 우리 내실을 다지며 외부의 평가를 차분히 기다려 볼 필요가 있습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노벨화학상은 DNA 복구 메커니즘 밝힌 3人

    노벨화학상은 DNA 복구 메커니즘 밝힌 3人

    2015년 노벨 화학상은 DNA 손상을 복구하는 메커니즘을 연구한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7일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토마스 린달(왼쪽·77) 영국 암연구소 명예수석연구원, 폴 모드리치(가운데·69) 미국 듀크대 교수, 아지즈 산자르(오른쪽·69)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의대교수 등 3명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이들 3명의 과학자는 세포가 손상된 DNA를 복구하면서 유전자 정보를 보호하는 메커니즘을 발견함으로써 새로운 암 치료 방법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줬다”며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 린달 교수는 1938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태어나 1967년 카롤린스카연구소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1978~1982년 예테보리대 의대 교수로 재직했다. 이후 영국 암연구소와 프랜시스 크릭연구소 명예수석연구원으로 근무했다. 모드리치 교수는 1946년 미국에서 태어나 1973년 스탠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듀크대 의대에서 생화학 석좌교수와 하워드휴즈 의학연구소에서 근무했다. 미국·터키 이중국적자인 산자르 교수는 1946년 터키 사우르에서 태어나 1977년 미국 텍사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노스캐롤라이나 의대에서 생화학 및 생물리학을 석좌교수로 재직하면서 DNA 복구와 생체리듬 조절에 관해 연구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유전정보를 포함한 기본단위인 DNA로 이뤄져 있다. DNA는 자외선이나 방사선, 활성산소, 알코올이나 담배연기 같은 외부 자극은 물론 노화로 인해 끊임없이 손상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세포 DNA가 손상될 경우 스스로 복구하지만 복구 기능에 장애가 생길 경우 세포 이상이나 돌연변이가 발생해 암, 노화, 유전적 결핍증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수상자들은 체내에서 발생하는 DNA 손상이나 DNA 복제할 때 발생하는 오류 등을 인식해 정상으로 회복시키는 생체 메커니즘을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산자르 교수와 함께 연구를 했던 강태홍 동아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DNA의 손상은 암은 물론 다양한 질병, 노화와 관련이 있다”며 “이들은 DNA 손상에 대해 밝혀내고 메커니즘을 찾아냄으로써 질병 치료는 물론 노화 연구에 큰 기여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화학상 수상자들에게는 상금 800만 크로네(약 11억 1900만원)가 주어지는데 공헌도에 따라 똑같이 약 266만 크로네씩 주어질 예정이다. 노벨위원회는 8일 문학상, 9일 평화상, 12일 경제학상 수상자를 차례로 발표한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더워지는 한반도] 25년 뒤 한반도 기온 3.4도 올라… 폭염 사망자 2배 ‘껑충’

    [더워지는 한반도] 25년 뒤 한반도 기온 3.4도 올라… 폭염 사망자 2배 ‘껑충’

    기후와 기상의 변화는 동식물 분포와 생존 방식은 물론이고 인류의 삶의 형태도 바꾼다. 특히 전 세계 평균보다 이상기후의 발생 강도가 더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우리나라는 변화의 폭과 강도가 다른 나라보다 한층 심하게 나타날 수도 있다. 기상청이 올 초 발간한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14’에 따르면 지구온난화가 현재와 같은 추세로 지속될 경우 현재 11.0도인 한반도의 연평균 기온은 2041~2070년 3.4도 올라간 14.4도가 되고, 이번 세기 후반인 2071~2100년에는 5.7도가 올라 16.7도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수준의 기온은 현재 제주도 남단의 연평균 기온에 해당한다. 결국 금세기 말이 되면 전국 평균 기온이 따뜻한 제주도 수준으로 변한다는 것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뚜렷한 온대기후에서 아열대기후로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열대기후가 되면 한랭성 식물과 병충해가 줄어드는 대신 난대성 식물의 서식지와 아열대성 병충해가 늘어난다.이는 농작물 재배가 지금보다 힘들어져 식량 문제로 연결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인의 주식인 벼의 생산량은 앞으로 25년 정도 후에는 현재보다 5%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대신 월동 작물인 보리는 재배 수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복숭아의 경우 최근 충북과 경북 지역의 재배 면적은 줄어들고 있으며 경기와 강원의 재배 면적은 늘어나는 등 재배의 북방 한계선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아열대 과수인 감귤과 참다래, 무화과 등의 재배 지역도 제주도를 벗어나 북상하고 있다. 감귤의 경우 연평균 기온이 2도 상승하면 재배 적합지가 현재보다 36배 확대돼 남해안, 전남·경남 지역에까지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구온난화로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 구아버, 아보카도, 망고, 용과, 파파야 등의 열대과일은 남부 해안 지역까지 북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반도가 뜨거워지면서 우리나라의 소나무, 잣나무, 가문비나무, 구상나무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침엽수종이 줄어들고 활엽수종이 늘어나는 추세다. 수종의 변화뿐만 아니라 꽃과 잎이 피고 지는 시기도 빨라지고 있다. 수종이 바뀌고 개화 시기가 변하면서 곤충의 생태와 분포도 바뀌고 있다. 북방계 곤충 중 하나인 천연기념물 장수하늘소는 현재 강원 춘천, 오대산, 경기 광릉 등지에 서식하고 있는데 기온이 올라가면 장수하늘소는 남한 지역에서는 보기 어렵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반도의 바다 역시 뜨거워지면서 동해안까지 아열대화되고 있다. 동해 연안 어장에서는 명태나 대구, 도루묵 등 한류성 어종은 줄고 오징어 같은 난류성 어종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울릉도와 독도 앞바다에서는 제주도 일대에 서식하는 능성어, 자바리, 파랑돔, 강담돔 등의 아열대성 어종이 북상해 토종 어종으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올해 어민들을 크게 괴롭힌 잦은 적조 현상도 수온이 높아지면서 발생한 것이다. 적조 현상을 일으키는 원인 생물들은 남해안 지역뿐만 아니라 강원도 삼척까지 폭넓게 나타나고 있는 추세다. 기후변화는 동식물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생활 방식 변화도 요구하고 있다. 폭염으로 인한 서울 지역 사망자는 현재 연평균 인구 10만명당 0.7명에서 2040년이 되면 1.5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으로부터 25년 후에 불과하다. 김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기후변화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미래에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재앙 수준에 이를 수 있다”며 “기후변화 적응의 핵심은 사람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살 수 있도록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수 한국외대 차세대도시농림융합기상사업단 본부장은 “사람과 건물의 집적도가 높아지고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도시 지역은 비도시 지역보다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 특히 저소득층 밀집 지역의 위험도가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1년 3시간의 집중호우로 서울 강남역이 침수되고 우면산 산사태가 나는 등 심각한 피해가 나타난 것이 이를 방증한다고 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아무도 가지 않는 길 묵묵히 걸어가라

    올해 노벨 과학상은 일본의 강세와 중국의 부상으로 요약할 수 있다. 주변 국가들은 잔칫상을 받는데 우리나라는 여기서 쏙 빠지다 보니 ‘우리가 과연 노벨 과학상을 받을 수는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오히려 강해진 형국이 됐다. 중국과 일본의 강세 사이에서 ‘넛크래커’ 신세가 된 한국의 기초과학은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과학정책 전문가들은 노벨상 수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라도 기초과학 지원은 획기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우리나라도 기초과학 분야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로 2011년 말 ‘기초과학연구원’(IBS)을 설립했다. 실제로 유룡 카이스트 교수나 김빛내리 서울대 교수 등을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자들이 IBS연구단을 이끌고 있다. 그렇지만 외국 학계에서는 이들이 훌륭한 연구자이기는 하지만 노벨상에 근접한 선도적 연구를 한 것은 아니라는 다소 냉정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기초과학 분야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현재 기술 중심의 단기적 과학정책을 중장기적인 안목의 과학정책으로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우선적인 지적이다. 산업기술로 연결될 수 있는 연구들은 기업들에 맡겨두고 정부는 기초연구에 집중해야 하는데 한국 정부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녹색성장, 창조경제 등 기초연구에 대한 정책기조가 바뀌며 투자를 소홀히 해왔다는 말이다. 연구를 끈기 있게 하는 외골수 과학자들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현장 과학자들은 정부는 모험적·창의적 연구개발(R&D)에도 지원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유행을 타는 연구에만 주목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창영 서울대 물리학부 교수는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 성과인 청색 발광다이오드(LED)는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실현하기 어려운 기술이라고 연구를 꺼렸지만, 노벨상 수상자들의 끈질긴 연구를 거듭해 결국 LED 조명 시대를 열었다”며 “기초과학에서는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이라도 가는 사람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하는 데 우리나라는 그런 것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해외여행 | 슬로바키아 중심에서 만난 몰랐던 유럽③금과 은으로 만든 영광의 도시들

    해외여행 | 슬로바키아 중심에서 만난 몰랐던 유럽③금과 은으로 만든 영광의 도시들

    ●금과 은으로 만든 영광의 도시들 Mining Cities of Slovakia 유서 깊은 채광 도시들 슬로바키아에는 금의 도시, 은의 도시, 동의 도시가 있다. 중부의 험한 화산 암반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크렘니차Kremnica에서는 금이, 반스카 스티아브니차Banská Štiavnica에서는 은이, 반스카 비스트리차Banska Bystrica에서는 동이 채광되었던 것. 물론 수백년 전의 일이니 자원은 고갈되었지만 부의 흔적은 도시 곳곳에 형형하게 살아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금이 아깝지 않았던 신앙심 반스카 스티아브니차Banská Štiavnica 전성기에는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광산도시였다. 채광기술을 꾸준히 발전시켜 1627년에는 세계 최초로 채광작업에 화약을 사용했으며 1763년에는 반스카 아카데미라는 유럽 최초의 광산대학이 설립된 곳. 당시 채광기술이나 규모가 상상 이상이었음을 광물학 박물관Berggericht에서 확인할 수 있다. 광산주들의 집에는 안뜰을 통해 직접 광산으로 연결되는 터널이 있었을 정도. 비탈진 광산지대 위에 호화스러운 도시가 세워진 셈이었다. 광산주들은 그야말로 돈방석을 깔고 자는 기분이 아니었을까? 도시의 부유함을 극단적으로 증명하는 것은 캘버리Calvary, 즉 골고타 언덕의 장관이다. 1744년부터 1751년 사이에 예수회 사제의 제안으로 도시 뒤쪽의 가파른 언덕Scharffenberg 위에 19개의 채플, 2개의 교회와 성모상 등을 세우는 대규모의 프로젝트가 진행됐는데 광산주와 귀족들의 후원으로 자금난을 겪지 않았다. 이 밖에도 바로크양식의 삼위일체상이 서 있는 광장과 화려한 장식이 빠지지 않는 교회, 크고 작은 성 등을 돌아보고 있으면 이 도시가 왜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민족 봉기의 발원지 반스카 비스트리차Banska Bystrica 반스카 스티아브니차에서 불과 30km 거리에 위치한 반스카 비스트리차는 구리로 번성한 도시다. 그래서인지 이 도시에 도착했을 때 여행 내내 따라붙었던 먹구름이 비로소 물러나고 구리빛 햇볕이 충만했었다. 단 하나의 광장을 중심으로 모든 중요한 건물들이 둘러서 있는 도시의 구성은 시민들의 마음에도 영향을 미쳤던 것일까. 1944년 8월 슬로바키아 민족봉기SNP, Slovenske Narodne Povstanie가 가장 먼저 일어난 곳이 반스카 비스트리차였다. 처음에 성공적이었던 반란은 독일군에 의해 곧 진압되어 반란군은 산으로 피신해야 했다. 다음해인 1945년 소련군에 의해 해방되었지만 이는 공산정권으로 편입되는 새로운 시작이었다. 광산의 흔적보다는 혁명의 흔적이 더 생생하다. 16세기에 세워진 시계탑에 올라서 봐도 광장을 가득 채운 시민들을 상상하는 것이 어렵다면 SNP 박물관을 방문하면 된다. 시계탑 뒤편의 바비칸Barbican은 너무 클래식하고 견고해서 다가가기 어렵게 느껴지지만 알고 보면 그저 레스토랑일 뿐이니 성큼 들어가 구경을 해도 좋다. 이 도시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인 성모마리아 승천교회에는 거장 파볼Pavol의 성모자상이 보존되어 있다. ●내가 숨을 쉴 때, 눈을 감을 때 Tatransky Narodny Park 타트란스키 국립공원 뭐 그리 민감한 몸뚱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슬로바키아에서는 ‘공기가 맛있다’는 감탄이 절로 터져 나왔다. 들이마신 숨을 다시 내쉬어야 하는 것이 안타까울 만큼 꼭꼭 눌러 담아 오고 싶었던 공기, 그 깨끗한 자연이 눈을 감으면 다시 떠오르곤 한다. 동유럽의 알프스에서 슬로바키아의 자연에는 두 가지가 없다. 바다와 빙하다. 바꾸어 말하면 이 두 가지를 빼고 모든 것이 다 있다는 것이다. 평지가 적고 산악지형이 대부분인 나라의 풍광은 쉴 새 없이 변화하는 파노라마 영상이다. 총 9개의 국립공원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타트란스키 국립공원이다. 동유럽의 알프스라고 불리는 카르파티아 산맥Carpathian Mountains은 알프스의 동쪽 줄기로 슬로바키아 국토의 3분2를 차지한다. 2,000m 고지로 이어지는 하이 타트라High Tatras(비소케타트리 Vysoke Tatry)와 그보다 낮지만 더 다채로운 자연을 품고 있는 로우 타트라Low Tartas(미츠케 타트리 Nizke Tatry)로 구성되어 있으며 다양한 액티비티의 무대가 되고 있는 낮은 산군들이 다이내믹하다. 하이 타트라의 총면적은 342km2인데 그중 260km2가 슬로바키아에 속하고 나머지는 폴란드와 체코에 속한다. 가장 높은 봉우리인 게르라호브스키Gerlachovsky가 2,655m이니 높은 산은 아니지만 2,500m가 넘는 봉우리 25개가 이어진 풍경은 슬로바키아인들의 자랑이다. 스키, 트레킹 등 다양한 레포츠의 무대로 이용되고 있으며 타트라 주변으로는 스트릅스케 호수Štrbské Pleso, 스카르나떼 호수Skalnate Pleso 등 맑은 호수들도 있어서 휴양지로도 이름이 높다. 1993년부터는 유네스코 생물권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알고 보면 알프스의 둘레길 말라 파트라 국립공원The Mala Fatra National Park 기대치 않았던 무릉도원이었다. 슬로바키아 서부 테르초바Terchova에 위치한 말라 파트라는 희귀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국립공원이다. 깎아지른 협곡 사이를 흐르는 계곡과 바위들, 그 사이를 힘차게 뛰어내려오는 폭포들, 숲과 능선 그리고 무엇보다 맑은 공기까지, 이 멀리까지 와서 산행인가 싶지만 원시림의 깊이가 다르고, 숲의 기운이 다르다. 다양한 트레킹 코스 중에서 우리가 올랐던 것은 야노시코브 디에리Jánošíkove Diery 코스 중에서도 일부분Dolne Diery이었다. 호텔 디에리Hotel Diery를 출발해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초반길은 철 난간과 사다리가 이어지는 모험 코스. 계곡을 벗어나서 길이 편안해지는가 싶었지만 750여 미터 고지에서 그만 발길을 돌려야 했다. 왕복 3시간 정도의 산행이었지만 아직 정상인 벨키Veľký Rozsutec, 1,610 m까지절반도 오르지 못한 셈이었다. 고백하자면 트레킹이 고되고 길어질까 두려웠던 마음으로 시간에 제한을 둔 것이었는데 후회가 몰려왔다. 내려오는 길에 ‘더 걷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했으니 말이다. Hrnčiarska 197 Varín 013 03 Slovakia +41 507 14 11 www.npmalafatra.sk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백색 연봉들의 숨바꼭질 하이 타트라 국립공원High Tatras National Park 할 수만 있다면 행운을 함께 태우고 싶었다. 며칠째 하늘은 흐렸고, 새하얀 연봉이 장관을 이룬다는 하이 타트라의 모습은 그 턱 밑에 도착한 그날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높이 올라가면 나아지려나, 타르란스카 롬니카Tatranska Lomnica, 850m에서 4인용 첫 번째 케이블카를 탔다. 1,169m에서 다시 15인용 대형 케이블카로 환승하여 한참을 올라가서야 스카르나떼 호수Skalnate Pleso에서 멈춰 섰다. 잔잔한 호수 하나가 거기에 있었다. 날이 맑았다면 우리가 올라갈 롬니츠키 정상Lomnický štit을투영했을 호수의 반영은 그리다 만 그림 같았다. 그러나 이미 너무 멀리 왔다. 가능성이라는 줄을 타고 다시 2,634m 정상까지,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는 지점까지 올라갔다. 정상은 백지 같았다.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안개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 같다. 물기 가득한 차가운 공기는 눈썹 끝에 성에를 끼게 할 정도로 존재감이 컸다. 백색 허공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정상의 데도카페Dedo Cafe에 앉아 와인을 한잔 마셨다. 타트라 전역이 한눈에 들어오고 날이 좋으면 알프스까지 보인다는 이 정상의 파노라마 풍경을 위해 건배. 손쉽게 케이블카를 탔으니 어쩌면 아쉬움도 그 만큼이었는지 모르겠다. 걸어서 올라가는 길은 감히 추천하지 못하겠고, 호수부터 아랫마을까지의 2.5km 내리막길은 멋진 풍경을 가슴에 안고 내려가는 천국의 산책을 보장한다. 케이블카 8:30~17:10, Tatranska Lomnica↔Skalnate Pleso, Skalnate Pleso↔Lomnický štit www.gopass.sk (패스 구입 가능) 종유석의 숲을 가다 데메노브스카 리버티 동굴Demanovska Cave of Liberty 후배 중에 대학에서 ‘동굴부’라는 동아리 활동을 한 이가 있다. ‘동굴부라니!’ 처음에 뭔가 뜨악했던 나의 반응은 여행을 통해 점점 더 크고, 더 넓은 지구상의 동굴들을 견학하면서 바뀌어 왔다. 내가 딛고 선 땅이 결코 견고하지고, 영원하지도 않으며 지상보다 더 다이내믹한 지형들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배우면서 말이다. 그리하여 이제 다시는 동굴을 보고 감탄할 일은 없으리라 믿었는데, 이 생각은 슬로바키아에서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데메노브스카 리버티 동굴Demänovská Cave of Liberty(Demänovská jaskyňa Slobody Cave)은 메데노브스카의 돌리네 계곡에 위치해 있다. 로우 타트라저산지대에 속하는 카르스트 지형이다. 어디서 들어 본 듯한(물론 교과서에서) ‘돌리네’라는 말은 석회암지대의 갈라진 틈으로 탄산칼슘이 녹은 빗물이 스며들어 땅이 움푹 꺼진 지형들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일종의 ‘싱크홀’이다. 그 싱크홀로 스며든 수량이 많을수록 다양한 형태의 종유석이 다량으로 형성되는 것인데, 데메노브스카 지역은 그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추울 것임! 그리고 젖을 수 있음!’이란 두 가지 경고를 품고 들어간 데메노브스카 리버티 동굴은 종유석의 숲을 이루고 있었다. 수천만 년 동안 형성된 웅장한 규모의 석순과 석주, 화려한 석화들과 기이한 곡석들은 마치 빽빽하게 자란 고대로부터의 원시림 같다. 냇물이 졸졸 흐르다가 푸른 물이 고인 호수를 이루기도 하고, 때로는 웅장한 폭포수가 나타나기도 했다. 한 명이 겨우 통과할 만한 좁은 길이있는가 하면 오페라 공연도 할 수 있는 만큼 큰 높이 41m, 폭 35m, 길이 75m의 돔Grat Dome도 있다. 빛도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하얗고, 노랗고, 붉고, 검고, 누런 침전물들이 황홀한 색의 조화를 만들어 내고 있으니 어쩌란 것인지, 동굴은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1921년 발견된 데메노브스카 리버티 동굴은 총6,450km 중 1,600m를 1924년부터 일반에게 공개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데메노브스카강에서 물이 유입되어 동굴이 계속 확장 중이라는 사실이다. 슬로바키아 전역에는 6,200여 개의 동굴이 존재하는데 그중에서 카르스트 동굴은 44개이고 그중 일부는 유네스코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현재 일반에게 공개되는 동굴은 12개다. 미지의 땅속 세계가 아직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해수면보다 낮은 곳에 위치해 있어서 얼음이 가득하다는 도브시나Dobšiná 동굴도 궁금하니, 이참에 슬로바키아에도 ‘동굴부’가 있는지 검색해 봐야겠다. Demanovska Dolina, 032 51 Demanovska Dolina, Slovakia 9:00~16:00 60분 투어 성인 8유로, 100분 투어 성인 15유로 +421 44 559 16 73 ▶travel info Slovakia airport 슬로바키아 공항이 있기는 하지만 국제공항으로의 기능은 미미하다.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서 비엔나까지의 거리가 70km, 1시간 정도라서 대부분 오스트리아 국경을 넘어 비엔나 국제공항을 이용한다. 대한항공이 비엔나 직항편을 운행 중이다. Transportation 국영철도가 운영 중이지만 고속철이 아니다.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서 제2의 도시 코시체까지 400km를 이동하는데 5시간 정도 걸리는 완행이다.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주유비는 리터당 1.5유로. 수도 브라티슬라바의 대중교통으로는 버스, 트램, 트롤리버스 등이 있다. Language 작은 도시로 가면 영어가 잘 통하지 않으므로 간단한 슬로바키아어를 알아두면 유용하다. ‘아호이’는 Hi, ‘도브레라노’는 Good Morning, ‘자퀴엠’은 Thank you!라는 뜻이다. spa 라이애츠케 테플리체Aphrodite Lajecke Teplice 온천욕을 즐긴 아프로디테 리조트는 호텔과 공공스파로 이뤄진 대형 온천장. 500m 거리에 있는 원천에서는 17세기부터 알칼리성 온천수가 나오고 있는데, 온도가 미지근하지만 류마티스 등에는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다. 아프로디테 리조트는 이름답게 욕탕들을 로마풍으로 꾸몄고, 밤이 되면 은은한 조명으로 더욱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터키탕 콘셉트의 열탕도 준비해 놓았다. 7:00~22:00 www.spa.sk 포푸라드 아쿠아시티Poprad Aqua City 하이타트라의 아랫마을인 포푸라드에 깜짝 놀랄만한 규모와 시설을 갖추고 오픈한 물놀이시설. 총 13개의 다양한 실내 풀장과 50m 규격 수영장, 야외 온천욕장, 사우나와 워터 슬라이드까지 갖추고 있어서 하루 종일 신나게 놀 수 있는 곳이다. 전체적으로는 컨퍼런스센터와 2개의 호텔까지 갖춘 복합리조트 단지다. Sportova 1397/1 058 01 Poprad, Slovakia 종일권 성인 22유로, 청소년 19유로, 3시간 이용권 성인 19유로, 청소년 16유로, 가족 종일권(15세 이하 자녀 포함) 3인 가족 47유로, 4인 가족 52유로. 10:00~21:00 +421 52 7851 111 www.aquacityresort.com wine 샤또 토폴치안키Château Topoľčianky 역사는 1723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현대적 설비를 갖춘 것은 1993년이다. 체코슬로바키아 초대 대통령이 토폴치안키 성을 여름 별장으로 삼고 방문하면서 지역의 인기가 치솟게 되었다고. 현재 시간당 400병의 와인을 담을 수 있는 시설을 갖춘 슬로바키아 최대 규모의 와인 공장이다. 600만 헥타르의 농장에서 30여 종의 포도 품종을 재배 중인데 아이스와인용 품종은 이동 중에 녹지 않도록 와이너리 건물과 가장 가까운 땅에 심어서 재배한다. 이곳 외에도 헝가리와의 국경 지대인 토카이Tokai가 가장 유명하다. Cintorínska 886/31, 951 93 Topoľčianky, Slovakia 7:30~15:30 +421 37 630 11 31 www.chateautopolcianky.sk Hotel 흐비에즈도슬라브 호텔Hotel Hviezdoslav 흐비에즈도슬라브는 슬로바키아 시인의 이름이다. 그리고 호텔은 그의 집을 포함해 이웃한 4채의 집을 연결해서 부티크 호텔로 개조한 것이다. 별채들을 연결하다 보니 미로 같은 구조가 되었지만 레스토랑부터 스파까지 4성급 ‘부티크’라는 이름값을 해낸다. 이 호텔의 압권은 지하의 볼링장. 밤 문화가 없는 슬로바키아 작은 도시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다.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것이 유일한 단점. Hlavné námestie 95/49 060 01 Kežmarok, Slovakia +421 52 788 7575 www.hotelhviezdoslav.sk 글·사진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슬로비카아관광청 www.sacr.sk 슬로바키아관광청 한국사무소 02 2265 2247 슬로바키아대사관 페이스북 www.facebook.com/Slovak.Embassy.Seoul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더워지는 한반도] 25년 뒤 한반도 기온 3.4도 올라…폭염 사망자 2배 ‘껑충’

    [더워지는 한반도] 25년 뒤 한반도 기온 3.4도 올라…폭염 사망자 2배 ‘껑충’

    기후와 기상의 변화는 동식물 분포와 생존 방식은 물론이고 인류의 삶의 형태도 바꾼다. 특히 전 세계 평균보다 이상기후의 발생 강도가 더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우리나라는 변화의 폭과 강도가 다른 나라보다 한층 심하게 나타날 수도 있다. 기상청이 올 초 발간한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14’에 따르면 지구온난화가 현재와 같은 추세로 지속될 경우 현재 11.0도인 한반도의 연평균 기온은 2041~2070년 3.4도 올라간 14.4도가 되고, 이번 세기 후반인 2071~2100년에는 5.7도가 올라 16.7도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수준의 기온은 현재 제주도 남단의 연평균 기온에 해당한다. 결국 금세기 말이 되면 전국 평균 기온이 따뜻한 제주도 수준으로 변한다는 것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뚜렷한 온대기후에서 아열대기후로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열대기후가 되면 한랭성 식물과 병충해가 줄어드는 대신 난대성 식물의 서식지와 아열대성 병충해가 늘어난다.이는 농작물 재배가 지금보다 힘들어져 식량 문제로 연결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인의 주식인 벼의 생산량은 앞으로 25년 정도 후에는 현재보다 5%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대신 월동 작물인 보리는 재배 수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복숭아의 경우 최근 충북과 경북 지역의 재배 면적은 줄어들고 있으며 경기와 강원의 재배 면적은 늘어나는 등 재배의 북방 한계선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아열대 과수인 감귤과 참다래, 무화과 등의 재배 지역도 제주도를 벗어나 북상하고 있다. 감귤의 경우 연평균 기온이 2도 상승하면 재배 적합지가 현재보다 36배 확대돼 남해안, 전남·경남 지역에까지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구온난화로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 구아버, 아보카도, 망고, 용과, 파파야 등의 열대과일은 남부 해안 지역까지 북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반도가 뜨거워지면서 우리나라의 소나무, 잣나무, 가문비나무, 구상나무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침엽수종이 줄어들고 활엽수종이 늘어나는 추세다. 수종의 변화뿐만 아니라 꽃과 잎이 피고 지는 시기도 빨라지고 있다. 수종이 바뀌고 개화 시기가 변하면서 곤충의 생태와 분포도 바뀌고 있다. 북방계 곤충 중 하나인 천연기념물 장수하늘소는 현재 강원 춘천, 오대산, 경기 광릉 등지에 서식하고 있는데 기온이 올라가면 장수하늘소는 남한 지역에서는 보기 어렵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반도의 바다 역시 뜨거워지면서 동해안까지 아열대화되고 있다. 동해 연안 어장에서는 명태나 대구, 도루묵 등 한류성 어종은 줄고 오징어 같은 난류성 어종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울릉도와 독도 앞바다에서는 제주도 일대에 서식하는 능성어, 자바리, 파랑돔, 강담돔 등의 아열대성 어종이 북상해 토종 어종으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올해 어민들을 크게 괴롭힌 잦은 적조 현상도 수온이 높아지면서 발생한 것이다. 적조 현상을 일으키는 원인 생물들은 남해안 지역뿐만 아니라 강원도 삼척까지 폭넓게 나타나고 있는 추세다. 기후변화는 동식물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생활 방식 변화도 요구하고 있다. 폭염으로 인한 서울 지역 사망자는 현재 연평균 인구 10만명당 0.7명에서 2040년이 되면 1.5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으로부터 25년 후에 불과하다. 김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기후변화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미래에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재앙 수준에 이를 수 있다”며 “기후변화 적응의 핵심은 사람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살 수 있도록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수 한국외대 차세대도시농림융합기상사업단 본부장은 “사람과 건물의 집적도가 높아지고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도시 지역은 비도시 지역보다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 특히 저소득층 밀집 지역의 위험도가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1년 3시간의 집중호우로 서울 강남역이 침수되고 우면산 산사태가 나는 등 심각한 피해가 나타난 것이 이를 방증한다고 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최악의 가뭄 내년 봄까지

    최악의 가뭄 내년 봄까지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한 극심한 가을 가뭄이 내년 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 들어 9월까지의 강수량이 평년의 60%에 그친 가운데 앞으로도 큰비나 눈은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내년에 사상 최악의 봄 가뭄이 닥칠 수 있다는 경고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올봄에 나타났던 식수 부족과 농작물 고사 등의 피해가 내년 봄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커 당국의 물 관리에 초비상이 걸렸다. ●올 누적 강수량 평년의 60%… 물 관리 초비상 기상청 관계자는 6일 “올 11~12월 강수량이 평년보다 많기는 하겠지만 겨울철 강수는 그 자체로서 해갈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가뭄을 해소하기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재의 엘니뇨 진행 추이를 보면 내년 봄까지 충분한 비가 내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자칫 2016년 봄 사상 최악의 가뭄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중부지방의 가뭄에 영향을 미치는 ‘엘니뇨’(적도 부근의 해수 온도가 올라가는 현상)는 1997~98년의 ‘슈퍼 엘니뇨’와 비슷한 수준이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엘니뇨의 강도가 점점 강해지고 있어 내년 1월 최고조에 이를 전망이다. 기상청 김용진 통보관은 “올 장마 기간에 북태평양고기압과 상층 한기의 영향으로 장마전선이 북상하지 못했고, 한반도에 큰비를 뿌리는 태풍도 영향을 미치지 못해 봄부터 시작된 가뭄이 연중 지속됐다”며 “11~12월의 강수량은 평년 기준 각각 46.7㎜, 24.5㎜에 불과해 비나 눈이 어느 정도 온다고 해도 크게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가뭄·폭염 극심 ‘슈퍼 엘니뇨 공포’ 현재 중부지방을 강타한 가을 가뭄은 올봄(3~5월)부터 시작됐다. 올해 9월 전국 강수량은 55.1㎜에 불과해 지난해 9월 강수량인 119.6㎜의 46%, 평년 강수량인 162.8㎜의 34%에 불과했다. 올 1월부터 9월까지의 강수량은 평년치의 60%에 그쳤다. 특히 장마가 끝난 지난 8월부터는 평년치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김병수 한국외대 차세대도시농림융합기상사업단 본부장은 “이상기후라고 하면 잠깐 변했다가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의미지만 현재의 날씨 패턴을 보면 잠깐 나타나는 이상현상이 아니라 한반도 기후 자체가 변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며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될수록 이전 기준으로는 이상한 날씨들이 더 많이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온난화 엎친 데 ‘엘니뇨’ 덮쳐 가뭄에 ‘눈 없는 겨울’ 올 수도

    온난화 엎친 데 ‘엘니뇨’ 덮쳐 가뭄에 ‘눈 없는 겨울’ 올 수도

    최악의 봄 가뭄에 이은 기록적인 가을 가뭄, 5월 말에 찾아온 때 이른 폭염, 근대 기상관측 100여년 역사에서 가장 더웠다는 6~7월과 9월. 올해 한반도의 기상은 끊임없는 ‘기록’의 행진으로 채워졌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 및 기후 변화의 큰 흐름 속에 초강력 ‘엘니뇨’ 현상이 전 지구촌에 영향을 미친 결과다. 오재호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6일 “올해 마른장마와 가을 가뭄은 지구온난화에 강한 엘니뇨 현상이 겹쳐 발생한 것”이라며 “이런 이상기후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하게, 더욱 자주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구온난화가 심해지면 눈이 없는 겨울, 1년 내내 더운 날씨가 현실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 엘니뇨 관측 지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2도 이상 높으며 이는 1950년대 이후 나타난 엘니뇨 중 4위 안에 드는 강도라고 밝혔다. 특히 이달부터 내년 1월 사이에 엘니뇨의 강도는 더 심해질 전망이다. 스페인어로 ‘아기 예수’ ‘남자아이’라는 뜻을 가진 엘니뇨는 남미 해안부터 중태평양에 걸친 적도 부근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4도 이상 높은 상태로 6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이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전 지구의 대기 순환에 변화가 발생하면서 가뭄 또는 홍수, 한파 또는 이상고온과 같은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 우리나라의 경우 엘니뇨 현상이 나타나는 열대 태평양과는 거리가 있는 중위도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열대나 아열대 지방처럼 엘니뇨의 영향이 뚜렷하게 나타나지는 않는 편이다. 그렇지만 올해 나타난 마른장마와 무더운 9월 하순, 가을 가뭄 등은 엘니뇨의 직접적인 영향에 따른 것이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5차 보고서’를 통해 “21세기 후반 폭염 증가 가능성이 90% 이상이고, 집중호우 빈도의 증가 가능성도 66%에 이른다”고 경고한 바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 평균보다도 이상기후의 발생 강도가 더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상청에서 발간한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연평균 강수량 증가율은 한반도 중부 내륙지역과 북한 지역에서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건조지역인 개마고원 등 동북부 고원지역의 경우 강수량이 현재보다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21세기 중반기(2041~2070년)에는 충청 지역을 비롯한 중부 내륙지방이, 21세기 후반기(2071~2100년)에는 한반도 대부분 지역에서 강수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전국의 연평균 강수량이 현재 전남, 경남 등의 연평균과 맞먹는 1350㎜ 안팎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남서부 지역과 경북, 강원 영동 및 해안지역에서는 도리어 강수량 감소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연간 강수량이 여름철에 집중되면서 극심한 가뭄과 홍수가 교차하면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주헌 중부대 토목공학과 교수팀은 기상청 산하 54개 관측소의 자료를 토대로 미래 가뭄 발생 패턴을 분석한 결과 과거에 비해 금강, 섬진강 유역의 가뭄 발생은 줄어들겠지만 서울 등 수도권의 가뭄 발생 횟수는 늘어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강수량 부족만을 고려한 기상학적 가뭄을 고려한다면 우리나라는 지금도 매년 겨울 가뭄과 봄 가뭄을 겪고 있다”며 “과거에는 한반도 남부지방인 영산강과 낙동강 유역에서 가뭄이 주로 발생했지만 미래에는 남한 전 지역으로 가뭄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구온난화가 지금과 같은 추세로 계속 진행될 경우 21세기 후반이 되면 강원도 산간을 제외한 남한 대부분 지역이 아열대기후로 변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산화탄소 저감 대책이 성공한다 하더라도 전남·북, 충남 서해안, 경기 서해안, 경남 지역은 아열대기후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폭염 일수도 현재의 연간 10.1일에서 21세기 후반에는 40.4일까지 늘어나고 열대야 일수도 3.8일에서 최대 52.1일까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악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21세기 후반 광주광역시의 열대야 일수는 77.3일까지 늘어나게 된다. 여름철 내내 열대야에 시달릴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여름철 기온 상승 폭보다 가을과 겨울철 기온 상승 폭이 커 눈을 볼 수 없는 따뜻한 겨울이 계속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엘니뇨가 발생할 때 우리나라는 따뜻한 겨울 경향을 보여 올겨울에도 지난겨울처럼 포근한 겨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올 노벨 물리학상 日 가지타·캐나다 맥도널드 교수 수상

    올 노벨 물리학상 日 가지타·캐나다 맥도널드 교수 수상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물질을 구성하는 미세한 입자 중 하나인 ‘중성미자’의 질량을 발견한 일본과 캐나다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6일 가지타 다카아키(왼쪽·56) 일본 도쿄대 교수와 아서 맥도널드(오른쪽·72) 캐나다 퀸스대 명예교수 등 2명을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가지타 교수의 수상으로 일본은 지난 5일 발표한 생리의학상(오무라 사토시)에 이어 이틀 연속으로 노벨상 과학자를 배출하게 됐다. 노벨 과학상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람도 21명으로 늘었다. 특히 물리학상에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수상자를 배출해 기초과학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또 가지타 교수는 2002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중 한명인 고시바 마사토시 도쿄대 특별명예교수의 제자로 스승과 제자가 모두 노벨상을 받은 ‘사제 수상자’로 기록됐다. 노벨위원회는 “가지타, 맥도널드 교수가 중성미자가 진동해 다른 형태의 중성미자로 변하는 ‘중성미자 진동’ 현상을 발견함으로써 우주 탄생의 기원은 물론 입자물리학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고 평가했다. 가지타 교수는 1986년 일본 도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도쿄대 우주선연구센터 교수 및 우주중성미자 관측정보 융합센터장을 맡고 있다. 캐나다 시드니 출신인 맥도널드 교수는 1969년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퀸스대 교수와 서드베리 중성미자 관측소장을 지냈다. 핵분열이나 핵융합 반응으로도 생겨나는 중성미자는 우주가 탄생하면서 빛과 함께 생겨나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는 기본입자로, 질량이 작고 빛의 속도로 움직이며 다른 물질과 상호작용을 하지 않아 ‘유령입자’로 불려 왔다. 가지타 교수의 스승인 고시바 교수는 중성미자 관측을 위해 가미오칸데를 설계해 세계 최초로 자연 발생한 중성미자를 관측해 냈다. 이후 1998년 가지타 교수는 중성미자를 측정할 수 있는 가미오칸데를 업그레이드한 슈퍼 가미오칸데를 활용해 세 종류의 중성미자가 변화하는 것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맥도널드 교수는 2002년 태양에서 날아오는 중성미자도 진동현상을 거쳐 상태가 변화하는 것을 발견했다. 가지타 교수와 함께 연구했던 김수봉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는 “중성미자는 우주 탄생 때 만들어진 입자로, 빛 다음으로 많은 수가 존재하고 있다”며 “이번에 수상한 두 물리학자는 우주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이후 우주가 어떻게 변해 갔는지 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번 물리학상 수상자들에게는 상금 800만 크로네(약 11억 1900만원)가 주어지는데 두 수상자에게 400만 크로네씩 돌아가게 된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다운증후군 치료 길 열린다… 인공세포핵 세계 최초 개발

    다운증후군 치료 길 열린다… 인공세포핵 세계 최초 개발

    엄숭호 성균관대 화학고분자공학부 교수팀은 유전자 이상으로 발생하는 유전질환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인공세포핵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나노생명과학분야 국제학술지 ‘스몰’ 온라인판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결과가 실제 다운증후군 같은 유전질환 치료로 연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연구팀은 자연 상태의 세포핵처럼 생체 외부에서도 단백질을 원활하게 합성할 수 있는 인공세포핵을 만들었다. 인공세포핵은 물기를 많이 머금고 있는 젤리 형태의 하이드로겔로 다량의 유전자를 함유하고 있다. 연구팀은 인공세포핵을 이용해 단백질을 합성할 경우 단백질 생성효율이 기존 mRNA를 사용하는 방식보다 100배 이상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노벨 생리의학상 캠벨·오무라·투 공동수상

    노벨 생리의학상 캠벨·오무라·투 공동수상

    2015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기생충 감염 치료법을 발견한 미국·일본의 과학자와 말라리아 치료법을 개발한 중국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노벨위원회는 5일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윌리엄 캠벨(왼쪽·85) 미국 드류대 명예교수, 오무라 사토시(가운데·80) 일본 기타사토대 명예교수, 투유유(屠??·오른쪽·85) 중국 중의과학원 명예교수 등 3명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오무라 교수의 수상으로 노벨 과학상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일본인은 20명이 됐다. 투 박사의 수상으로 중국은 첫 번째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게 됐다. 노벨위원회는 이 3명의 과학자가 천연물에서 추출한 물질을 토대로 아프리카와 같은 저개발국가 사람들에게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는 말라리아와 기생충 등의 치료제를 개발한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 캠벨 교수는 아일랜드에서 태어나 더블린대를 졸업하고 1957년 미국 위스콘신 메디슨대에서 기생충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1990년까지 세계적인 제약회사인 머크 연구소에 재직하다가 1990년부터 2010년까지 드류대 교수로 있었다. 야마니시현 출신인 오무라 교수는 도쿄대에서 약학박사와 화학박사 학위를 받고 1975년부터 2007년까지 기타사토대에서 기생충학을 연구했다. 두 사람은 1979년 ‘아버멕틴’이라는 천연물을 발견하고 단 한 번의 화학적 처리를 통해 ‘이버멕틴’이라는 구충제를 만듦으로써 아프리카와 중남미 일부에서 유행하는 ‘회선사상충’을 박멸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투 교수는 1955년 중국 베이징의대 약학과를 졸업하고 1965년부터 우리나라의 한의학연구원과 같은 중의과학원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투 교수는 중의학 관련 문헌을 연구해 개똥쑥에서 말라리아 치료제인 ‘아테미시닌’을 발명했다. 그 공로로 ‘예비 노벨생리의학상’이라고 불리는 래스커상 임상연구 분야에서 2011년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투 교수가 발명한 아테미시닌을 기초로 하는 약물은 말라리아 표준 치료방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백경란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번 수상자들은 기생충 감염질환 치료에 새로운 전기를 만든 사람들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생리의학상 수상자들에게는 상금 800만 크로네(약 11억 1900만원)가 주어지는데 공헌도에 따라 투 교수에게 절반인 400만 크로네, 나머지 두 명에게 각각 200만 크로네가 돌아갈 예정이다. 노벨위원회는 6일 물리학상, 7일 화학상, 9일 평화상, 12일 경제학상 수상자를 차례로 발표한다. 문학상 수상자 발표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시상식은 노벨상을 만든 알프레드 노벨의 사망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사이언스 톡톡] 노벨상

    벌써 10월이 됐나. 매년 돌아오는 10월이지만 나, 알프레드 노벨에게 10월은 좀더 특별하다네. 인류의 문명 발달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내 이름으로 상을 주는 때이니까 말야. 올해에도 5일부터 12일까지 생리의학상, 물리학상, 화학상, 평화상, 문학상, 경제학상 수상자가 줄줄이 발표된다네. 잘 알다시피 노벨상은 1895년 내 유언으로 만들어진 상이지. 처음에는 5개 분야만 있었는데, 1968년 스웨덴 중앙은행이 창립 3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경제학상을 만들면서 6개 분야로 늘었지. 경제학상의 정식 명칭은 ‘알프레드 노벨을 기념하는 스웨덴 중앙은행 경제학상’이야. 엄격히 따지면 노벨상이라고 하기는 어렵지. 그렇지만 다른 수상자들과 같이 12월 10일 스톡홀름에서 스웨덴 국왕에게서 증서와 메달을 받아. 상금도 똑같고. 노벨상이 지금처럼 유명해진 건 엄청난 상금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라네. 1901년 첫 수상자에게 돌아간 상금은 1만 5000크로나(약 2500만원)였는데, 당시 스웨덴 대학교수의 25년치 연봉이었고, 미국 대학교수로 치더라도 15년치 연봉이었지. 상금은 재단의 재정 사정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꾸준히 증가해 왔다네. 올해 수상자는 800만 크로네(약 11억원)의 상금을 받게 되지. 최근 과학 분야 수상자들은 한 분야에서 2~3명씩 나오고 있어서 ‘n분의1’로 나눠야 하지만 그래도 꽤 많은 돈 아닌가. 사실 난 노벨재단 기금 운용자들에게 노벨경제학상을 주고 싶다네. 115년 동안 경제 상황도 많이 달라졌고 물가도 꾸준히 올랐지만 기금을 잘 운용해 상금을 꾸준히 늘려 왔으니 말야. 한국 사람들은 한국인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나오기를 무척이나 바란다는 얘기를 들었네. 그런데 재미있는 얘기 하나 해주지. 한국인은 아니지만 한국에서 출생한 사람이 노벨상을 받은 적은 있다는 걸 알고 있나. 1987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찰스 피더슨(1904~1989) 박사가 바로 그 사람이지. 피더슨 박사는 부산에서 태어났다네. 아버지는 북한 지역의 운산광산에서 기계기사로 근무했던 노르웨이인이었고 어머니는 한국에서 농산물 무역을 하던 일본인의 딸이었지. 피더슨은 여덟 살이 될 때까지 한국에서 살았지만 한국어는 못했다고 하더군. 만약 피더슨이 한국어를 할 줄 알아서 노벨상 시상식 때 한국어로 인사를 했다면 어땠을까. 어쨌든 올해 어떤 사람들이 수상의 영광을 안을지 궁금하구먼. 그렇지 않나?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1기로 전력 9만㎾·4만t 담수 동시 생산 가능한 ‘안전 원전’

    1기로 전력 9만㎾·4만t 담수 동시 생산 가능한 ‘안전 원전’

    바야흐로 ‘스마트’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스마트 기기의 핵심은 여러 기기로 나뉘어 있던 기능들을 하나로 결합하거나 큰 기기가 하던 일을 작은 기계가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넓은 건설 공간이 필요하고 복잡한 부품이 들어가는 원자력 발전도 스마트해질 수 있을까. 답은 ‘그렇다’이다. 원전의 스마트화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제품은 미국, 프랑스 등 원자력 선진국들을 제치고 한국이 100% 토종 기술로 세계 최초 개발한 일체형 원자로 ‘스마트’(SMART·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 Reactor)다. 스마트는 현재 가동되고 있는 상용 대형 원전 발전 용량의 10분의1 수준인 100㎿의 중소형 원전이다. 증기 발생기, 가압기, 냉각재 펌프 등 원자로를 구성하는 핵심 기기들을 원자로 압력용기 안에 집어넣은 일체형 모델이다. 원자력 발전은 대개 핵분열 연쇄반응에서 발생한 에너지로 물을 끓여 증기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드는 것이 유일하다고 알고 있다. 그렇지만 스마트 원전은 핵분열 에너지를 전력생산뿐만 아니라 바닷물을 마실 수 있는 식수로 바꾸는 해수 담수화, 지역난방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스마트는 발생 에너지의 90%를 전력 생산에 사용하고 10%를 해수 담수화에 활용해 원자로 1기로 전력 9만㎾와 하루 4만t의 담수를 동시에 생산할 수 있다. 국내 전기와 물 소비량을 기준으로 할 때 인구 10만명 규모의 중소도시에 공급 가능한 규모다. 용량이 작고 대형 원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하기 때문에 도시 근교나 산업단지에 건설해 전력 생산과 해수 담수화뿐만 아니라 ‘전력 생산-지역난방’, ‘전력생산-산업설비 공정열 공급’ 등 다양하게 조합해 활용할 수 있다. 스마트 원전 개발을 주도한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추가 기술 개발을 통해 해상 전력이나 선박 추진용으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도 현재 가스터빈식 발전이나 디젤발전기를 대체해 도서 지역에 전력을 공급하거나 해상 공장, 해상 리조트, 해상 광산 등에 사용하거나 선박의 엔진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스마트 원전이 특히 주목받는 것은 원자로 모든 기기를 하나의 압력용기 안에 내장해 외부에 드러나는 배관을 없앰으로써 2011년 3월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처럼 대형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기존 대형 상용원전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심각한 사고 중 하나는 주요 기기를 잇는 배관이 깨져 방사성물질을 포함한 냉각재가 밖으로 새어 나와 오염시키는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는 쓰나미로 전력공급이 중단되면서 원전을 제대로 냉각시키지 못해 원자로가 녹아 내렸다. 스마트 원전은 비상시 사용하는 냉각수 탱크를 원전보다 높은 곳에 설치해 전기 없이 냉각수가 원전 내부로 쏟아져 들어갈 수 있는 ‘피동잔열제거 시스템’을 설치했다. 또 비상냉각수 탱크를 수동으로 보충할 수 있게 해 사고발생 20일 후까지도 원자로의 열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스마트 원전은 원전 사고 발생 시 일어날 수 있는 수소폭발이나 증기폭발, 노심용융 등 가능성까지 차단했고, 9·11 테러처럼 대형 항공기가 충돌하더라도 원전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설계하는 등 안전 부분을 강화한 안전 원전”이라고 말했다. ●소규모 전력망·물 부족 국가 등이 잠재 수요국 지난달 초 원자력연구원과 사우디아라비아 왕립 원자력신재생에너지원은 ‘스마트 원전 건설 전 상세설계’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은 원전 건설 이전에 사우디 현지 사정에 맞는 스마트 원전의 공동 설계와 사우디 내 스마트 원전 2기 건설 및 추가 건설에 관한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 상세 설계 협약 체결이 수출 체결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수출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아직 중소형 원전시장이 열리지는 않았지만 미국 에너지부(DOE)는 2050년까지 전 세계 중소형 원전 수요를 500~1000기로, 일본전력중앙연구소는 400~850기로 전망하는 등 긍정적인 예측을 내놓고 있다. ●美 등 선진국의 노후 화력발전소 대체도 가능 스마트 원전의 잠재 수요 국가는 전력 소비량이 적어 대형 원전을 건설하기에 부적절한 소규모 전력망 국가와 인구가 분산돼 대형 원전을 건설할 경우 송배전망 구축 비용이 과도하게 소비될 가능성이 있는 국가, 사막이나 동남아시아 같은 물 부족 국가 등이 꼽히고 있다. 미국 같은 선진국의 노후된 화력발전소를 대체하는 것도 가능할 전망이다. 모듈 형태로 설계된 스마트 원전은 공장에서 제작한 부품들을 현장에서 조립만 하면 된다. 건설 기간이 대형 원전의 52개월보다 훨씬 짧은 36개월에 불과한 이유다. 1기 건설 비용도 대형 원전의 3분의1 수준인 1조원 정도다. 건설이 반복되면 1기당 건설 비용을 7000억원까지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긍구 원자력연구원 스마트개발사업단장은 “애플의 아이폰이 나오면서 비로소 스마트폰 시장이 탄생한 것처럼 아직 형성돼 있지 않은 중소형 원전시장도 우리의 스마트 원전을 통해 새로운 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유전자 가위’로 자폐증 치료 가능성 열었다

    ‘유전자 가위’로 자폐증 치료 가능성 열었다

    남성들에게 흔한 유전성 정신지체질환으로, 자폐증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취약 X증후군’ 유전자를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교정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성과가 실제 자폐증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연세대 의대 김동욱 교수팀은 취약 X증후군 환자에게서 세포를 채취해 만든 ‘유도만능줄기세포’(iPSc)에서 이 질환을 일으키는 요인을 제거, 유전자를 정상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고 4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생물학 및 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셀 리포츠’ 2일자에 실렸다. 취약 X증후군은 특정 유전자가 과도하게 발생할 때 나타나는 질환이다. 남성 3600명당 1명꼴로 발생하며 남성 정신지체 환자 가운데 6%가량, 자폐증의 5%가량을 차지한다. 환자의 30~50%는 자폐증 진단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근본적인 치료 방법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연구팀은 환자에게서 추출한 체세포를 떼어 내 iPSc를 만들었다. iPSc는 완전히 자란 체세포를 떼어 낸 뒤 세포 분화 관련 유전자를 주입해 배아줄기세포처럼 세포 생성 초기의 만능세포 단계로 되돌린 것이다. 연구진은 이렇게 만든 iPSc에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 비정상적인 유전자를 잘라 낸 다음 신경세포로 분화시킨 결과 정상세포와 같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유전자가 교정된 환자의 줄기세포를 세포 치료제로 활용해 환자 본인에게 이식할 수 있게 된다면 자폐증을 비롯한 정신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정신질환 치료는 일반적인 세포 치료제와 달리 주사 방식이 아닌 뇌에 교정된 세포를 직접 주입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이런 치료 기법을 실제 임상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유도만능줄기세포의 안전성 입증이 우선돼야 한다. 김 교수는 “취약 X증후군처럼 비정상적으로 반복되는 유전자를 교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기술”이라며 “이번 연구는 취약 X증후군처럼 유전자의 구조적 변이로 발생하는 질환의 치료 연구에 유전자 교정 기술이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 줬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 교수팀은 지난 7월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 혈우병 환자의 iPSc에서도 비정상 유전자를 교정해 정상으로 되돌리는 데 성공해 혈우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이기도 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건강레시피] 용도대로 쓴 페트병 한 번 쓰고 폐기해야

    ‘비스페놀A, 프탈레이트류, 안티몬, 포름알데히드, 아세트알데히드.’ 암까지 일으키는 유해물질이 검출된다는 ‘누명’을 써 억울한 포장재가 있습니다. 실생활 어디에서나 접할 수 있는 페트병입니다. 사실 페트병 자체는 죄가 없습니다. ‘원래 용도대로 한번 쓰고 나면 바로 폐기할 것, 손에 뜨거움이 느껴지는 55도 이상의 식품은 담지 말 것, 직사광선을 피하고 서늘한 곳에 보관할 것, 차 안에 장시간 방치하지 말 것’ 등의 주의사항만 잘 지키면 안전하고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기특한’ 포장재입니다. 지난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페트병 유해물질의 용출량을 조사한 결과 중금속 안티몬과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는 페트병을 실온(25도)에서 120일간 보관했을 때 각각 평균 0.001, 0.05이 검출됐고 아세트알데히드는 같은 조건에서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반면 온도를 60도로 맞춘 장소에 페트병을 120일간 보관하자 안티몬은 0.02이 검출됐고, 같은 환경 조건에서 60일간 보관한 페트병에서는 포름알데히드와 아세트알데히드가 각각 평균 0.8, 1.4이 검출됐죠. ●뜨거운 물 담아도 유해물질 안 나와 프탈레이트류와 같은 가소제 성분이나 비스페놀A는 페트 원료를 사용하지 않으므로 검출되지 않습니다. 프탈레이트류와 같은 가소제는 딱딱한 성질의 폴리염화비닐(PVC)을 유연하게 하기 위해 사용합니다. 비스페놀A는 폴리카보네이트(PC)의 원료 물질로 사용되기 때문에 페트에 따로 사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뜨거운 물을 담으면 찌그러지거나 하얗게 변하게(백화) 되는데 이는 유해물질 용출과는 무관합니다. 제조 시 열처리 과정을 거친 오렌지주스용 페트병은 90도 정도의 뜨거운 물을 담아도 병이 찌그러지지 않습니다. 간혹 페트병 글씨가 찌그러져 보여 제품 이상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실은 재활용이 쉽도록 페트병 라벨로 페트나 폴리스티렌(PS) 재질의 수축 라벨을 사용했기 때문이죠. 병의 디자인에 따라 오목하거나 요철이 있는 부분은 글씨가 수축돼 찌그러져 보이는 것으로 제품의 품질과는 무관합니다. ●세척·건조 어려워 미생물 오염 가능성 있어 사용한 페트병을 재사용해도 유해물질이 용출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입구가 좁아서 깨끗이 씻거나 건조하기가 어려워 미생물에 의한 오염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 번만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제품이니 되도록 재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도움말 식품의약품안전처
  • ‘유전자 가위’로 자폐증 치료 가능성 열었다

    ‘유전자 가위’로 자폐증 치료 가능성 열었다

    남성들에게 흔한 유전성 정신지체질환으로, 자폐증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취약 X증후군’ 유전자를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교정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성과가 실제 자폐증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연세대 의대 김동욱 교수팀은 취약 X증후군 환자에게서 세포를 채취해 만든 ‘유도만능줄기세포’(iPSc)에서 이 질환을 일으키는 요인을 제거, 유전자를 정상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고 4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생물학 및 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셀 리포츠’ 2일자에 실렸다. 취약 X증후군은 특정 유전자가 과도하게 발생할 때 나타나는 질환이다. 남성 3600명당 1명꼴로 발생하며 남성 정신지체 환자 가운데 6%가량, 자폐증의 5%가량을 차지한다. 환자의 30~50%는 자폐증 진단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근본적인 치료 방법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연구팀은 환자에게서 추출한 체세포를 떼어 내 iPSc를 만들었다. iPSc는 완전히 자란 체세포를 떼어 낸 뒤 세포 분화 관련 유전자를 주입해 배아줄기세포처럼 세포 생성 초기의 만능세포 단계로 되돌린 것이다. 연구진은 이렇게 만든 iPSc에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 비정상적인 유전자를 잘라 낸 다음 신경세포로 분화시킨 결과 정상세포와 같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유전자가 교정된 환자의 줄기세포를 세포 치료제로 활용해 환자 본인에게 이식할 수 있게 된다면 자폐증을 비롯한 정신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정신질환 치료는 일반적인 세포 치료제와 달리 주사 방식이 아닌 뇌에 교정된 세포를 직접 주입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이런 치료 기법을 실제 임상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유도만능줄기세포의 안전성 입증이 우선돼야 한다. 김 교수는 “취약 X증후군처럼 비정상적으로 반복되는 유전자를 교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기술”이라며 “이번 연구는 취약 X증후군처럼 유전자의 구조적 변이로 발생하는 질환의 치료 연구에 유전자 교정 기술이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 줬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 교수팀은 지난 7월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 혈우병 환자의 iPSc에서도 비정상 유전자를 교정해 정상으로 되돌리는 데 성공해 혈우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이기도 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독자의 소리] 학교에 과일나무 묘목 함께 심어요

    서울 문현고에서는 매년 교정에 과일나무 묘목을 심고 있다. 2012년부터 심기 시작해 지금은 20여종, 약 70여 그루의 과일나무가 자라고 있다. 지난해부터 앵두·포도·복숭아나무 등에 열매가 열리기 시작했다. 앞으로 더 많은 과일들이 교정 곳곳에 주렁주렁 열리게 되면 학생들의 자연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집중력이 생기고 학습 효과도 높아질 것이다. 농촌체험 활동을 통해서나 볼 수 있는 자연 모습을 교정에서 언제든 관찰하면서 자신의 꿈을 키워 간다면 입시 준비에 시달리는 학생들의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밖에 학교 빈 공간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학생들의 인성교육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경제적으로 수입 대체 효과를 거둘 수 있으며, 지역별로 전문 관리인을 고용한다면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다고 본다. 전국의 1만 1500여개 초·중·고·대학교에 100그루씩 심을 경우 한 그루에 2만원씩 학교당 200만원, 모두 200억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뜻 있는 선생님들이 학교에 기념 식수로 과일나무 묘목 한 그루씩 심는 것으로 시작해 다른 선생님들과 학부모, 동문들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본다. 관리가 걱정이겠지만 과일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에 관심이 많은 학생과 1대1 결연을 맺어 주거나 클럽활동 시간에 농작물재배반을 만들어 관리하도록 하면 된다. 아름다운 교정, 함께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 이의동 서울 문현고 교사
  • 머릿속의 트라우마 지우개

    ‘영어 단어를 잊어먹지 않고 오래 기억했으면 좋겠다’와 ‘나쁜 기억을 빨리 잊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뇌과학에서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하나의 메커니즘 속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뇌에서 단백질 생성이 어떻게 이뤄지느냐가 장기기억의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다. 그렇지만 기억 단백질을 형성하는 데 어떤 유전자가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는 규명된 적이 없었다. 이에 따라 치매, 트라우마(정신적 외상), 우울증 등 치료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강봉균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와 김빛내리 기초과학연구원 RNA연구단장(서울대 교수) 공동연구팀은 나쁜 기억을 지우거나 좋은 기억을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장기기억 관련 유전자의 작동 원리를 세계 최초로 밝혀내고 국제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 2일자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생쥐들에게 전기충격을 줘 공포를 경험하게 하고 나서 생쥐의 뇌에서 해마를 추출해 단백질을 분석했다. 그 결과 해마 단백질 속 ‘Nrsn1’이라는 유전자가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든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생쥐는 학습 후 30분에서 4시간 뒤부터 장기기억이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전기충격 후 시간이 지날수록 Nrsn1 유전자 양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에서 Nrsn1 유전자 양이 많아지면 생쥐가 장기기억을 형성하지 못하고 Nrsn1 유전자가 줄어들면 기억이 또렷해진다는 얘기다. 강 교수는 “장기기억을 형성하기 위해 단백질 생성이 중요하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었지만 일부 단백질은 오히려 억제돼야 한다는 점을 규명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장기기억 형성에 관여하는 새로운 유전자 조절 메커니즘을 처음 규명함으로써 기억 관련 뇌질환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테슬라 첫 7인승 전기SUV 모델 X 공식 출시...도어가 날개처럼

    테슬라 첫 7인승 전기SUV 모델 X 공식 출시...도어가 날개처럼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첫 7인승 전기SUV 모델 X를 29일(현지시간) 공식 출시했다. 모델 X는 매의 날개처럼 문이 위쪽으로 열리는 '팰컨 윙 도어'가 채택됐는데, 외관상 특이하면서도 좁은 주차공간에서 매우 유용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날 CEO 엘론 머스크는 직접 타고 내리면서 차량의 특징과 장점을 시연했다. 앞좌석과 뒷좌석에서 고루 타고 내리면서 7인승이지만 승하차가 쉬운 '팰컨 윙 도어'의 편리성을 강조했다. 또한 테슬라의 주력 세단 모델 S처럼 차량 내부 대시보드에 7 인치 LCD 터치 스크린이 탑재되고 네비게이션, 음악 서비스 등 4G LTE 데이터 연결이 가능하다. 모델 X는 2개 트림으로 판매될 계획이며 주력이 될 90D 트림은 한번 충전으로 최대 257마일( 413km)까지 주행 가능하다. 2개의 전기모터를 탑재했으며 각 모터의 최대출력은 각각 65kWh, 85kWh. 모델 X의 최고속도는 250km/h. 모델 X는 출시전부터 수많은 고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오토모티브 뉴스에 따르면 수천명의 고객이 모델 X 구입을 위해 한화 약 540만원의 예치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는 내년 상반기 중국에 모델 X 판매를 추진할 게획이다.​ 한편 CEO 엘론 머스크는 최근 덴마크 TV 쇼에서 "테슬라 자동차는 1~2년내에 한번 충전으로 620 마일을 달릴 수 있게 할 것이며 3년 내에 완전 자율 주행을 실현시킬 것"이라고 호언장담한 바 있다.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겉도는 해외 석학 초빙 (하)해법과 대안] 외국은 인재 초빙 어떻게

    “천인계획을 바탕으로 한 985공정으로 전 세계 우수 인재를 중국으로 흡수하라.” 2000년대 들면서 중국은 해외 인재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천인계획’은 1000여명의 해외 석학과 우수 연구자를 초빙한다는 중국 정부의 인재 유치계획이고 ‘985공정’은 세계 일류대학 육성 프로그램이다. 해외 우수 인재들을 흡수해 미국을 뛰어넘는 인재대국으로 만들겠다는 중국의 야심이 숨어 있는 정책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전 세계 국가들은 해외 우수 인력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중국은 정부 주도로 파격적인 재정 지원과 보상을 통해 전략 분야 우수 인재를 끌어들이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8년에 시작된 천인계획은 2018년까지 40~50개의 거점 연구센터를 만들어 1000명의 해외 고급 인력을 유치하고 해외에서 체류 중인 중국인 유학생을 불러들여 중국이 취약한 첨단 과학기술 분야나 금융 분야 수준을 높이겠다는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천인계획과 함께 ‘111계획’도 있다. 해외 우수 인력 1000명을 유치해 세계 일류 수준의 대학 100개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각 대학마다 1명 이상은 반드시 노벨상 수상자 등 해외 석학인 ‘학술대사’를 초빙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해외 인재들에게는 수당은 물론 국제여비, 거주비용, 의료비용 등을 지급하며 연구 관련 비용도 전액 제공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국방 분야 연구 수준을 높이기 위해 전 세계 우수 과학기술 분야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한 ‘테마섹 리서치 펠로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연구자들에게 6년 동안 최대 100만 달러의 연구보조금과 높은 생활 거주 여건을 제공해 장기 체류를 유도하고 있다. 중국 이외에 미국이나 EU 등은 해외 석학이나 유명 연구자를 유치하기도 하지만 박사 학위를 받은 지 얼마 안 되는 포스트 닥터(post-doc) 연구자 등 성장 잠재력이 큰 신진 학자들을 유치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선진국들은 자국의 연구 및 생활환경의 편의성을 최대한 활용해 인재를 끌어들이고 있다. 한국외대 기상사업단 김병수 박사는 “선진국들은 연구 수준이 이미 정점에 달한 석학들을 유치하기보다는 발전 잠재력이 큰 신진 학자들을 유치해 자국의 성장력을 높이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며 “선진국을 쫓아가야 하는 개발도상국이 아니라 선도형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발전 잠재력이 큰 연구자들이 모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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