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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후위기 방관은 위헌”… 헌법소원 낸 한국의 툰베리들

    “기후위기 방관은 위헌”… 헌법소원 낸 한국의 툰베리들

    “정부 온실가스 감축 목표 턱없이 부족파리협정 이행 위해 최소 27% 늘려야기후위기 없는 미래 상상할 권리 필요”“기후변화는 더이상 지체할 수 없는 문제예요. 당장 어떤 재난들이 덮칠지 알 수 없거든요.” 한국 청소년들이 “기후위기 방관은 위헌”이라면서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청소년들의 헌법소원 청구는 아시아에서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환경 단체 ‘청소년 기후행동’(기후행동) 소속 청소년 19명이 이번 소송의 원고로 나섰다. 기후행동은 세계적인 10대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7)가 시작한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를 지난해 네 차례 열었다. 원고로 참여한 김유진(18)양, 성경운(19)씨는 지난 1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 목표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김양은 “정부가 지난해 12월 설정한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2016년 5월 정했던 목표와 다를 게 없다”면서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2도보다 ‘훨씬 아래’로 유지해야 하고, 1.5도까지 제한하도록 각국이 노력한다고 규정한 파리협정을 이행하는 데도 훨씬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2015년 12월 12일 당시 196개국 대표가 모여 채택한 파리협정을 한국은 2016년 11월 3일 비준했다.정부는 지난 2016년 5월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시행령을 개정해 ‘2030년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2030년 배출전망치(BAU·현재 시점에서 전망한 목표 연도의 배출량) 대비 37%까지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12월에는 ‘2030년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2017년 온실가스 총배출량의 24.4%만큼 감축한다’고 시행령을 개정했다. 최근 목표대로라면 정부는 2017년 7억 910만t이었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5억 3600만t으로 줄여야 한다. 2030년 배출전망치 8억 5080만t의 37%를 줄여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결국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표현만 달라졌을 뿐 2016년과 차이가 없다. 기후행동은 파리협정을 이행하려면 현재 목표에서 최소 27% 이상을 추가로 감축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성씨는 “지난해 9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 때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정부는 감축 약속을 2009년 이래로 한 번도 지키지 않았다”면서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도,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지금 당장 기후변화를 눈으로 보면서 살고 있다. 폭염, 가뭄, 홍수 등 기상재해뿐만 아니라 몇 달씩 이어지는 산불까지”라면서 “기후변화가 닥치면 안전한 환경에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지킬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김양은 “아이들이 미래를 꿈꿨을 때 기후위기가 없는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권리는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면서 “헌법재판소가 정부의 안일한 대응에 대해 위헌 결정을 해서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더 과감하게 설정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송은 비록 청소년들이 하지만 기후변화 위기는 미래세대뿐만 아니라 기성세대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병상부터 챙겨라… 동선보다 조기치료가 급하다”

    “병상부터 챙겨라… 동선보다 조기치료가 급하다”

    역학조사보다 조기 발견해 치료해야 지하철 감염 걱정? 방역 끝내 안전해“지금은 접촉자의 완전한 전수조사와 확진환자의 완전한 동선 추적이 불가능합니다. 이 일에 온 공무원이 매달리면 정작 더 급한 일을 놓칠 수 있습니다.” 지난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환자 발생 후 60일 가까이 흐른 지금 확진환자는 8000명을 넘어섰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만큼 장기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김창엽(60)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이미 감염원이 명확하지 않은 확진환자가 상당수”라면서 “지금은 중증·경증환자를 치료할 병상 수를 확보하고 자가격리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건강 상태를 자세히 관찰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표적인 공공보건의료 전문가인 김 교수는 2006~2008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을 지냈고 현재는 시민건강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김 교수는 1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감염 유행 초기에는 접촉자를 신속히 찾고 격리 조치를 하는 것이 의미가 있겠지만 지금처럼 확진환자가 8000명이 넘는 상황이라면 역학조사를 통해 감염 확산을 막는 것보다 확진환자를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에 집중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구로구 콜센터 집단감염으로 수도권 내 대중교통 이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이와 관련, 김 교수는 “코로나19은 비말(침방울)로 감염되고, 한 공간에서 오랜 시간 상당히 밀접한 접촉을 해야 감염 위험이 커진다”라면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콜센터 직원이 예전에 버스 또는 지하철을 이용했다고 해서 지금도 그곳에 감염 위험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다. 확진환자가 다녀간 곳은 방역을 다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에 따른 ‘마스크 대란’에 대해서는 “지금은 가장 먼저 필요한 사람들에게 마스크가 지급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의료진과 방역요원들이 최우선이다. 그리고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실내, 이를테면 식당이나 백화점, 영화관, 공항, 터미널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 즉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사람들도 마스크가 시급하다”면서 “면역력이 약한 노인, 장애인, 노숙인 등 취약계층에게도 우선적으로 지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방역과 감염 예방 과정에서 누락되기 쉬운, 사회로부터 배제된 사람들에게 예민하게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면서 “지금이야말로 상가번영회, 입주자대표회의, 교회 등 지역사회 네트워크가 이런 어려운 이웃들을 돕고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동참하는 것이 필요하다. 모든 감염병은 사회적이다. 공동체, 협력, 연대가 관건인 이유”라고 덧붙였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엄마, 이젠 무릎 꿇지 마세요”… 서진학교에 봄이 왔습니다

    “엄마, 이젠 무릎 꿇지 마세요”… 서진학교에 봄이 왔습니다

    “개학이 또 연기되면 어쩌나 조마조마했었는데, 지난해 가을쯤 학교 건물 뼈대가 올라가는 모습을 보니까 그제야 실감이 났어요.”서울 강서구에 사는 한유정(50)씨는 올해 중학교 1학년이 된 아들 오정민(14)군이 가방을 메고 새 학교에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지난 2일 예정된 개학은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9일로 미뤄졌고, 오는 23일로 또 연기됐다. 서울 구로구 콜센터와 정부세종청사 집단감염 사례가 새로 발생하면서 정부는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일을 추가로 연기할지 말지를 검토하고 있다. 아들의 등교를 기다리는 한씨에겐 남다른 사연이 있다. 그의 기다림은 약 6년 전 시작됐다. 중증 자폐성 장애인인 아들 오군은 강서구의 공립 특수학교인 서울서진학교에 다닐 예정이다. 서울시교육청이 2013년 11월 처음 설립을 예고했던 학교가 올해 드디어 문을 연 것이다. 한씨는 “서진학교가 개교하기까지 참 많은 일이 있었다”면서 “코로나19 때문에 아들이 집 밖으로 못 나가 많이 심심해한다. 빨리 이 사태가 진정돼 학교에 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초·중·고교과정서 직업교육까지 29개 학급 서진학교가 올해 처음 새내기를 맞는다. 초·중·고교과정 및 전공과(장애학생이 진로·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과정)로 구성된 29개 학급에 중증 발달장애(지적·자폐성 장애) 학생 139명이 다닐 예정이다. 약 2년 6개월 전 무릎을 꿇으면서까지 서진학교 건립을 호소했던 엄마들은 감회가 남다르다. 서울신문은 지난 11일과 12일 자녀들의 서진학교 등교를 앞둔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었다.엄명희(45)씨의 딸 이서연(17)양은 중증 지적장애인이다. 올해 고등학교 1학년으로 서진학교에 입학했다. 중학교는 일반학교에 다녔다. 당시 학교에는 도움반(일반학교에 입학한 장애학생을 위해 편성된 특수학급)이 있었다. 특수교사와 특수교육실무사(특수교사 지원 인력으로, 공익근무요원도 포함)가 도움반에 속한 장애학생들의 학교생활과 학습을 지원했다. 하지만 엄씨는 딸이 중학교에 다닐 때 많이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서연이가 머리카락을 막 뽑았어요. 두피가 훤히 보일 정도로 머리카락을 계속 뽑더라고요. 학교에 가도 교실에 안 들어가려고 하고, 원래 안 그랬는데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도 새로 생기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걸 알았어요.” 이양은 학교에서 비장애학생과 동등한 존재가 아니라 보호와 규율의 대상이었다. 통합교육 차원에서 도움반 학생들은 일반학급에도 가서 비장애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듣는다. 그런데 학교는 갇힌 공간을 두려워하는 이양에게 교실을 이동할 때 계단이 아닌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도록 했다. 또 ‘비장애학생들이 듣는 수업에 지장을 줘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양의 의사를 존중하거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었다고 엄씨는 전했다. 엄씨는 “일반학교에서 딸은 ‘자신의 욕구를 참아야 하는 존재’였다. 그런 식으로 계속 억눌리다 보니 딸이 견딜 수 없었던 것”이라며 “일반학교가 장애학생의 교육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장애학생 부모로서는 특수학교를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13년 특수학교 신설 발표 후 우여곡절 애초 서울시교육청은 2016년 3월 개교를 목표로 2013년 11월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안’을 행정예고했다. 강서구에서는 사설 특수학교(서울교남학교) 1곳만 운영돼 강서구의 많은 장애학생이 구로구의 특수학교(공립 서울정진학교, 사립 성베드로학교 등)로 원거리 통학을 하고 있어 강서구에 공립 특수학교 1개를 새로 설립한다는 내용의 계획이었다.서진학교에 고교 2학년으로 입학한 중증 지적장애인 김태완(18)군의 엄마 김지원(49)씨는 “서울정진학교에 태완이를 늦지 않게 보내려면 무조건 아침 7시 전에 일어나 외출 준비를 하고, 7시 35분에 태완이를 통학버스에 태워야 했다”면서 “태완이가 통학버스를 타고 1시간을 더 이동해야 해서 많이 피곤해했다”고 말했다. 장애학생 부모들의 바람과 달리 서진학교 건립은 계속 지연됐다. 서울시교육청은 강서구 마곡지구로 이전한 가양동 옛 공진초교 부지에 서진학교를 세우기로 하고 2016년 8월 학교 신설안을 다시 예고했다. 그러나 옛 공진초교 부지와 4차선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아파트의 일부 주민은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꾸려 서진학교를 결사반대했다. 이들은 특수학교 대신 지역구 의원인 김성태 당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의원이 공약한 국립한방병원이 들어와야 한다고 주장했다.장애학생 부모들이 2017년 9월 주민설명회에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서진학교 설립을 호소했지만 반대 주민들은 혐오의 말을 쏟아 냈다. 서진학교 전공과에 입학한 중증 지적·시각장애인 김태영(20)씨의 엄마인 김미화(46)씨도 당시 무릎을 꿇었다. 그는 “그 자리에 있던 반대 주민 중 일부가 저한테 ‘장애 가진 애들을 가르치는 게 무슨 소용이냐. 산 같은 데 몰아넣고 밥만 주면 되지 않느냐’며 가시 돋친 말을 했다. 지금도 그 말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밝혔다. 엄씨도 “반대 주민들이 ‘왜 이 동네에 와서 집값을 떨어뜨리느냐’, ‘우리 눈에 안 띄게 섬에 가서 살라’고 했지만 서진학교를 세울 수만 있다면 무릎 꿇는 것뿐만 아니라 더한 것도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참고 또 참았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서진학교 공사는 2018년 8월 착수됐다. 그다음 달 반대 주민 대표와 김 의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강서 특수학교 설립 합의문’을 발표했다. 예정대로 서진학교를 짓되 새 부지가 나오면 서울시교육청이 한방병원 건립에 협조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 후로도 반대 민원은 계속됐다. 내진 보강설계와 반대 민원에 따른 공사 지연 등으로 개교 일정은 지난해 3월에서 9월로, 또 11월로 연기됐다가 결국 올해 3월로 결정됐다. 김지원씨는 “엄마들이 정말 힘들게 투쟁했다. 태완이를 서진학교에 보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면서 “태완이보다 어린 장애학생들이 가까운 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것이 무척 기쁘다”고 밝혔다. 한씨는 “서진학교 건립은 뜻을 같이하는 부모들이 뭉쳐 한목소리를 내야 내 아이의 권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결실”이라며 “정민이를 비롯한 장애학생들이 서진학교에 다니면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런 학교가 될 수 있도록 학부모들이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화씨는 “태영이가 다른 걱정 안 하고 서진학교에서 2년 동안 자기 적성에 맞는 직업과 진로를 찾을 수 있게 됐다”고 안심했다. 그러면서도 서진학교가 열린 공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명칭이 조금 다를 뿐이지 특수학교도 똑같은 학교”라면서 “도서관 등 일부 시설을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해 주민들이 장애학생들과 만날 기회가 많아지면 사회적으로 여전히 낯선 존재인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앨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역민과 상생위한 시설 개방 고민 중” 홍용희 서진학교 교장은 “지역 주민들과 협의해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복합문화센터를 만들고 있다”며 “개학 후 어떤 학교 시설을 어떻게 개방할 것인지도 계속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교육부의 ‘2019 특수교육통계’(지난해 4월 기준)에 따르면 특수교육이 필요한 장애학생 9만 2958명 가운데 특수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2만 6084명이다. 장애학생의 절반 이상인 54.6%(5만 812명)가 특수학급이 편성된 일반학교에 다니고 있다. 서진학교 엄마들은 장애학생을 위한 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현실에서 특수학교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서로 어울리는 통합교육을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태완이는요. 김치찌개랑 불고기를 제일 좋아하고, 농구 좋아하고, 트로트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것도 좋아해요. 평범한 아이예요. 다만 조금 도움이 필요할 뿐이죠. 장애를 가졌다고 해서 모두 특수학교에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장애 정도에 따라 비장애학생과 같이 생활하는 일이 가능하다면 함께 생활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우리 아이들도 다양한 개인이 어울려 사는 사회에서 살아가야 하니까요.”(김지원씨)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코로나 전수조사와 확진환자 동선 추적에 덜 불안해해야”

    “코로나 전수조사와 확진환자 동선 추적에 덜 불안해해야”

    “지금은 접촉자의 완전한 전수조사와 확진환자의 완전한 동선 추적이 불가능합니다. 이 일에 온 공무원들이 매달리면 정작 더 급한 일을 놓칠 수가 있습니다.” 지난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환자 발생 후 60일 가까이 흘렀다. 지난달 18일부터 대구·경북 지역에서 신천지 교인을 중심으로 확진환자 수가 급증하면서 지역사회 감염이 현실로 나타나자 정부는 지난달 24일 감염병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해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집단감염 사례가 지난달 신천지 대구교회와 경북 청도 대남병원 정신과 폐쇄병동, 중증장애인 시설인 경북 칠곡군 밀알사랑의집 등에 이어 최근 경북 봉화군 푸른요양원과 서울 구로구 에이스손해보험 콜센터, 정부세종청사에서도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만큼 코로나19와의 장기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15일 오전 0시 기준으로 확진환자가 8162명이고, 하룻밤 만에 많게는 수백명의 확진환자가 추가로 발생했다는 소식이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국내 대표적인 공공보건의료 전문가인 김창엽(아래 사진·60)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다. 김 교수는 2006~2008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을 지냈고, 현재는 시민건강연구소장을 맡고 있다.-전수조사와 동선 추적에 덜 불안해하자고 제안한 이유는.“감염 유행 초기에는 접촉자를 신속히 찾고 격리 조치를 하는 것이 의미가 있겠지만 지금처럼 확진환자가 8000명이 넘는 상황이라면 역학조사를 통해 감염 확산을 막는 것보다 확진환자를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에 집중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이미 감염원이 명확하지 않은 확진환자가 상당 수다. 이날 0시 기준 전체 확진환자 8162명 중 19.2%는 전파 경로가 불분명한 지역사회 감염이다. 지금은 중증·경증환자를 치료할 병상 수를 확보하고 자가격리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건강 상태를 잘 확인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정부가 지금 더 급하게 해야 할 일이란.“코로나19 환자 증상이 중증 이상이면 빨리 음압병실이 있는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음압병실을 포함한 병상 부족 문제는 과학의 문제가 아니라 관리의 문제다. 대구 지역 확진환자는 6000명을 넘었고, 경북 지역 확진환자는 1000명을 넘었다. 대구·경북 지역 내 병상 수는 부족할지 모르지만 전국적으로 보면 병상 수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치료시설 확보를 위해 중앙·지방정부가 관리와 조정 능력을 총동원해야 한다.” -구로구 콜센터 집단감염으로 대중교통 이용 우려가 나오고 있다.“코로나19 집단감염 발생 지역 근처를 다니는 버스와 지하철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반응이다. 하지만 감염자가 과거에 그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했다고 해서 지금도 그 버스와 지하철에 감염 위험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는 비말로 감염되고, 한 공간에서 오랜 시간 상당히 밀접한 접촉을 해야 감염 위험이 커진다. 바이러스는 보통 공기 중에서 굉장히 빠른 시간 안에 사멸하고, 물건에 묻은 바이러스도 24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없어진다. 이런 사정들을 종합하면 확진판정을 받은 콜센터 직원이 예전에 버스 또는 지하철을 이용했다고 해서 지금도 그 버스와 지하철에 감염 위험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위험은 이미 과거의 일이 되었다. 또 확진환자가 다녀간 곳은 다 방역을 한다.”-지난 9일부터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됐지만 대란은 여전하다.“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개인 행동수칙으로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코로나19 증상이 있고 외출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에게만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있고,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한 사람 중에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을 보살펴야 하는 사람들만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한다. 손을 잘 씻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은 가장 먼저 필요한 사람들에게 마스크가 지급돼야 한다.” -마스크가 가장 먼저 필요한 사람들이란.“의료진과 방역요원들이 최우선이다. 그리고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실내, 이를테면 식당이나 백화점, 영화관, 공항, 터미널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 즉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도 마스크는 시급하다. 면역력이 약한 노인, 장애인, 노숙인 등 취약계층에게도 우선적으로 지급돼야 한다. 특히 방역과 감염 예방 과정에서 누락되기 쉬운, 사회로부터 배제된 사람들에게 예민하게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상인회랄지 상가번영회, 입주자대표회의, 교회 등 지역사회 네트워크가 이런 어려운 이웃들을 돕고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동참하는 것이 필요하다. 모든 감염병은 사회적이다. 혼자 잘한다고 금방 해결되지 않는다. 공동체, 협력, 연대가 관건인 이유다.” -‘마스크 대란’ 현상을 어떻게 봐야할지.“지금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할 만큼 마스크 공급량을 늘리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지금은 마스크를 적절하게 배분하는 문제가 중요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마스크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먼저 지급해야 한다. 사회 전체의 문제 해결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정부가 처음부터 이런 상황과 시민의 반응을 명확하게 인식했어야 한다. 물론 신천지 교인 집단감염 사건은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정부도 사람들이 이렇게 마스크를 많이 찾을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역사회 감염이 나타나기 전에 지역사회 감염을 막기 위해 각 개인이 위생수칙을 지키는 일이 중요했기 때문에 정부가 초기에 전 국민에게 마스크 착용을 강조한 측면도 있다. 정부의 상황 관리 능력에 아쉬운 점은 있지만 비판할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코로나19로 드러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은.“이미 있었던 문제가 드러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이를테면 코로나19 집단감염 발생으로 청도 대남병원 폐쇄병동에 입원한 정신장애인들이 어떤 환경에 처해 있었는지, 중증장애인 시설인 칠곡 밀알사랑의집에서 장애인들이 어떤 환경에서 생활을 했는지가 드러났다. 이런 폐쇄적인 환경은 감염병을 확산하는 큰 요인이다. 또 재난은 평등하지 않다. 빈곤층이 더 위험하고, 장애인은 필요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는 생계를 위협받는다. 또 계층 간의 ‘디지털 불평등’ 문제도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아무리 재난문자를 보내도, 정부가 인터넷을 통해 행동수칙을 강조해도 그것들을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문제는 이런 불평등한 상황이 주로 경제적 이유와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다. ‘경제에 도움이 안 된다’, ‘생산성이 떨어진다’, ‘비용이 많이 든다’ 등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효율성의 논리 앞에 인권이나 건강권 같은 가치는 힘이 없는 셈이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이 경제 활동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코로나19보다 손님 없는 게 더 무섭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던 사람들도 더 이상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이렇게 경제가 위축되면 소득이 줄고, 소득이 줄면 없던 병이 생기거나 기존 병세가 악화하는 등 건강이 나빠질 수도 있다. 안전한 범위 안에서 방역당국의 권고를 지키면서 일상 경제를 살리는 데 참여하는 것을 제안한다. 오랜 시간 실내·외에서 많은 사람들과 밀접하게 접촉하는 사회적 활동은 피해야 하지만, 혼자 운전하는 차를 타거나 사람이 많이 모이지 않는 공간에서 평소처럼 음식을 먹고, 옷을 사고, 무언가를 구경하는 일까지 위축될 필요는 없다.” -확진환자가 늘었다는 소식이 계속 전해지고 있는데.“지금처럼 코로나19 감염이 확산하는 국면에서는 시민들 각자 무엇을 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가 필요하다. 확진환자·사망자 숫자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중계방송식 보도는 하지 않아야 한다.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전형적인 ‘정보역병’(인포데믹)이다. 미디어를 통해 잘못된 정보가 퍼져나가는 것뿐만 아니라 과도한 불안을 키우는 ‘정보 과잉’도 문제다. ‘사회적 혼란이나 불안을 야기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재난보도의 준칙이다. 재난보도는 정보 수용자에게 의사결정 과정에서 어떤 행동이 필요한지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아시아 최초로 ‘기후변화 소송’ 나선 한국 청소년들

    아시아 최초로 ‘기후변화 소송’ 나선 한국 청소년들

    청소년 기후행동 청소년 19명 헌법소원“정부 온실가스 감축 목표 턱없이 부족” “기후변화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문제예요. 당장 어떤 재난들이 저희를 덮칠지, 그로 인해 우리의 기본권이 얼마나 침해될지 알 수 없거든요.” 한국 청소년들이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13일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지난해 ‘기후를 위한 결석 시위’를 기획한 ‘청소년 기후행동’ 소속 청소년 19명이 이번 ‘기후변화 소송’의 원고로 나섰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청소년들의 헌법소원 청구는 아시아 지역에서는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청소년들은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이상 기후로 인한 자연재해와 생태계 파괴 등 환경 위기가 심화하고 있지만 정부가 이런 기후변화를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소년들은 이날 오전 청소년 기후행동 페이스북 계정으로 생중계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재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2도 이하, 더 나아가 1.5도 이하로 억제하기 위해 2015년 12월 국제사회가 체결한 ‘파리협정’을 지킬 수 없다”면서 “헌법에서 보장한 생명권과 행복추구권, 정상적인 환경에서 살아갈 환경권 등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청구 이유를 밝혔다. 원고 청소년들은 정부의 감축 목표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신문은 원고로 참여한 김유진(18)·성경운(19)씨를 전날 인터뷰를 해서 이번 소송을 준비한 배경과 소송이 갖는 의미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2009년 이후로 지켜지지 않은 약속 -기후변화 대응 행동으로 헌법소원청구를 선택한 배경은. 김유진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 처음으로 열린 유엔 청년 기후정상회의에서 참석했고, 지난해 여러 차례 ‘기후를 위한 결석 시위’도 기획·참여했고, 조명래 환경부 장관과도 만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기후위기에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는데요. 하지만 이런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온실가스 감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요. 정부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으로 소송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성경운 “지난해 9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 때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약속을 2009년 이래로 한 번도 지키지 않았어요.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도,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도 보이지 않아요.” 2015년 12월 12일 당시 196개국 대표가 모여 채택한 파리협정은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2도보다 ‘훨씬 아래’로 유지해야 하고, 1.5도까지 제한하도록 노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6년 11월 3일 이 협정을 비준했다. 2018년 4월 18일 기준으로 175개국이 비준했다. 이 175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88%를 차지한다. 앞서 2009년 11월 정부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배출전망치(BAU·현재 시점에서 전망한 목표 연도의 배출량) 대비 30% 감축한다’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최초로 설정했다. 국제사회와의 약속이기도 했다. 그런데 정부는 2015년 6월 “기존의 2020년 감축 목표 달성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이후 2016년 5월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시행령을 개정해 ‘2030년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2030년 배출전망치 대비 37%까지 감축한다’는 목표를 설정했고, 지난해 12월에는 ‘2030년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2017년 온실가스 총배출량의 24.4%만큼 감축한다’고 시행령을 개정했다. 최근 목표대로라면 정부는 2017년 7억 910만t이었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5억 3600만t으로 줄여야 한다. 2030년 배출전망치 8억 5080만t의 37%를 줄여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결국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표현만 달라졌을 뿐 2016년과 차이가 없는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다섯 번째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나라가 한국이다. 청소년들은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고려한다면 현재 목표에서 최소 27% 이상을 추가로 감축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만큼 청소년들에게는 기후변화가 절박한 문제다.세계 곳곳에서 기후변화 소송 진행 -청소년들이 기후변화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면. 성경운 “기후변화가 정말 심각한 문제고, 신속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과학자들이 경고한지 한참 됐잖아요. 정부도 온실가스 증가가 인류 생존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요. 그런데 그동안 노력을 안 한 거죠. 우리는 지금 당장 기후변화를 눈으로 보면서 살고 있어요. 폭염, 가뭄, 홍수 등 기상재해뿐만 아니라 몇 달씩 이어지는 산불까지…. 기후변화가 닥치면 안전한 환경에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지킬 수가 없으니까요.” 김유진 “저는 7살 때부터 자연 속에서 야생 동식물을 연구하는 생태학자가 되고 싶었어요. 어릴 때는 전 세계를 다니면서 다양한 생태계를 연구하고 싶었는데, 수천 년이 지난 원시림이 분 단위로 불타 사라지고, 수만 년 동안 얼어붙어 있던 땅이 녹아내리고, 알록달록한 산호초가 새하얗게 죽어가고 있어요.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너무나 무서운 속도로 생물종들이 멸종되고, 곳곳에서 생태계가 통째로 무너지고 있는 이대로라면 제가 오랫동안 품어 온 꿈은 이룰 수 없습니다. 그런데 꿈을 꿀 권리는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져야 하는 거잖아요.” 원고 청소년들은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에 “청소년들은 현재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 피해를 받고 있고, 청소년들이 성인으로 살아갈 시대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적 재난이 이미 회복이 불가능한 피해를 보게 된다”면서 “이로 인한 피해는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 간에 차별적으로 발생함으로써 세대 간 불평등의 문제도 야기한다”고 적었다. 세계 곳곳에서도 기후변화 소송이 진행 중이다. 네덜란드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현지 환경 단체 우르헨다(Urgenda) 재단이 네덜란드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네덜란드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신속하고 과감하게 억제할 의무가 있다”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2018년 4월 콜롬비아 대법원은 콜롬비아 청소년 및 청년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콜롬비아 정부에게 “아마존 산림 파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세부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하라”고 판결했다. 벨기에 시민들이 발족한 ‘기후소송’이라는 이름의 원고인단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최소 55% 감축하라”면서 벨기에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최종 판결은 올해 가을쯤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한국의 툰베리들 “기후변화는 모두의 문제” -이번 헌법소원 청구를 통해서 바라는 점이 있다면. 김유진 “헌법재판소(헌재)가 정부의 안일한 대응에 대해 위헌 결정을 해서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더 과감하게 설정했으면 좋겠어요. 지금 제 또래 청소년들, 그리고 저희보다도 어린 동생 세대들이 마음껏 꿈꿀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미래를 꿈꿨을 때 기후위기가 없는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권리는 당연히 보장돼야 하는 거잖아요.” 성경운 “헌재가 청소년들이 권리 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서 국회와 정부에서 더 과감하고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세웠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계획으로만 남지 않았으면 해요. 정부 입장에서는 ‘한국이 온실가스를 감축한다고 해서 반드시 기후변화가 방지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중국이 나서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식의 주장을 할 수도 있을 텐데요. 그런데 우리나라가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그렇게 작지도 않고, 또 우리나라 국민은 우리나라가 보호하는 게 맞잖아요. 국가가 할 일을 먼저 해야지 다른 나라의 행동만 기대할 문제가 아니에요.” 원고 청소년들은 이번 기후 소송이 비단 청소년들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유진씨는 “소송은 비록 우리가 제기하지만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는 청소년 등 미래세대뿐만 아니라 기성세대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우리 모두의 문제”라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번 소송을 공감하고 지지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경운씨는 “사실 저희가 무슨 대단한 사람이라서 이런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다양한 개인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행동들을 같이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소년 기후행동은 지난해 3월과 5월, 9월, 11월 네 차례에 걸쳐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결석시위)를 기획하고 진행했다. 스웨덴의 ‘기후 투사’ 그레타 툰베리(17)가 시작한 기후 파업의 한국판이다. 툰베리는 지난해 등교를 거부하고 스웨덴 의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통해 기후 변화에 대한 대책을 촉구했다. 지난해 9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는 전 세계 지도자들에게 “여러분은 헛된 말들로 내 꿈을 빼앗아 갔다”고 일갈해 화제를 모았다. 청소년 기후행동은 오는 5월 전국 단위의 결석시위를 준비하고 있다.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고승덕 부부 건물’에 세 살던 이촌파출소 결국 문 닫는다

    ‘고승덕 부부 건물’에 세 살던 이촌파출소 결국 문 닫는다

    경찰, 인근 파출소 2곳에 인원 재배치고승덕 변호사 측이 땅과 건물을 사들여 논란이 됐던 서울 용산구 이촌파출소가 결국 문을 닫는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은 이촌파출소를 다음달 30일 폐쇄하기로 했다. 용산구와 고 변호사의 부인이 임원으로 있는 마켓데이유한회사의 임대차 계약 연장 협상이 결렬돼 계약 만료일인 30일 파출소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1975년 7월부터 파출소로 쓰인 이곳은 애초 건물과 주변 땅이 모두 국가 소유였으나 1983년 공무원연금관리공단으로 소유권이 넘어갔고, 2007년 마켓데이가 이촌소공원 땅과 함께 약 42억원에 부지를 사들였다. 고 변호사 측은 경찰청에 파출소 이전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부지 사용료 지급 및 파출소 철거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이후 마켓데이는 파출소 건물까지 샀다. 용산구는 파출소 존치를 원하는 다수 주민의 의견에 따라 해당 부지를 사들이려고 고 변호사 측과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가격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촌파출소에 근무하는 경찰관 27명을 주변의 한강로파출소, 용산역파출소 등 두 곳에 나눠 배치해 치안 공백이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정정보도]“‘고승덕 부부 건물’에 세 살던 이촌파출소 결국 문 닫는다” 관련 본지는 지난 3월 13일자 사회면 “‘고승덕 부부 건물’에 세 살던 이촌파출소 결국 문 닫는다” 기사에서 “고승덕 변호사의 부인이 임원으로 있는 마켓데이유한회사의 임대차 계약 연장 협상이 결렬돼 계약 만료일인 30일 파출소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중략) 용산구는 고 변호사 측과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가격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사실확인 결과, 용산구는 마켓데이와 파출소 부지 매매 협상을 한 사실이 없었습니다. 용산경찰서도 마켓데이와 임대차 연장 등 협상을 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용산구청으로부터 “관련 법률에 따라 파출소 건물이 공원시설로 활용돼야 하므로 파출소 이전이 불가피하다”는 안내를 받고 검토 끝에 이촌파출소 폐쇄 및 이전을 추진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에 본건 보도 중 사실과 다른 부분을 바로잡습니다.
  • “일 없고 무료급식도 끊겨 우짜노…” 갈 곳 잃은 대구 일용직 노동자들

    “일 없고 무료급식도 끊겨 우짜노…” 갈 곳 잃은 대구 일용직 노동자들

    대부분 쪽방촌 거주 ‘비수급 빈곤층’ 기초생활보장 사각… 월세조차 못 내 무료급식 운영 중단으로 끼니도 걸러“요새 밖에 나가 일 몬해. 인력사무소에서 일 없다 카지 오지 말라카는데 우짜노….” 대구 중구의 한 쪽방에서 7년째 살고 있는 최모(69)씨는 12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한숨부터 쉬었다. 평소 인력사무소를 통해 목공부터 페인트 일까지 공사 현장을 찾아다녔지만 이제 도통 일거리가 없다. 대구에서 코로나19 감염 환자가 급증한 지난달부턴 거짓말처럼 일이 끊겼다. 통장 잔고는 바닥난 지 오래, 기초생활수급자도 아니어서 의지할 곳이 없다. 하지만 월세 25만원은 다달이 내야 한다. 최씨는 “앞으로 월세를 어떻게 내야 할지 막막하다. 집주인한테 ‘나중에 한꺼번에 갚겠다’고 사정사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쪽방, 고시원, 여관, 여인숙 등 ‘집 아닌 집’(비주택)에서 사는 주거 취약계층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 특히 생계급여도, 주거급여도 지원받을 수 없는 차상위층은 먹고사는 일 자체를 걱정하는 상황이다. 박모(65)씨도 올해로 15년째 대구의 한 평(3.3㎡)짜리 쪽방에 거주하는 비수급 빈곤층이다. 생활비로 나가는 돈을 제외하면 매달 월세 8만원을 내야 하지만 지난해 초부터 일을 못 하고 있다. 박씨는 “나같이 나이 먹은 사람들은 불러 주는 곳이 더 없다”고 말했다.일을 할 때는 공사 현장에서 아침과 점심을 해결할 수 있어서 세 끼 모두 챙겨 먹었지만 지금은 끼니를 거르는 게 일상이다. 그나마 한 끼는 무료급식소에 의지해 해결했지만 코로나19 탓에 무료급식소마저 중단됐다. 박씨는 “대구역에 밤 10시쯤 가서 봉사단체에서 빵과 우유를 얻어 온다. 그렇게라도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라고 말했다. 현재 집희망 대구주거복지센터와 대구쪽방상담소 등이 대구 지역 비주택 거주자 800여명에게 긴급 구호물품을 제공 중이다. 쌀과 라면, 캔에 든 반찬, 마스크, 세정제 등을 지급한다. 하지만 민간단체의 노력만으론 역부족이다. 최병우 집희망 대구주거복지센터 소장은 “대구 비주택 거주자 800여명 중 절반가량이 비수급자”라며 “비주택 거주자 중 일용직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 가던 사람들 사이에서 이달부터 당장 밀린 월세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전날 대구·경북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피해 주민의 생계 등에 필요한 지원을 국가로부터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고승덕 부부 건물’에 세 살던 이촌파출소 결국 문 닫는다

     고승덕 변호사 측이 땅과 건물을 사들여 논란이 됐던 서울 용산구 이촌파출소가 결국 문을 닫는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은 이촌파출소를 다음달 30일 폐쇄하기로 했다. 용산구와 고 변호사의 부인이 임원으로 있는 마켓데이유한회사의 임대차 계약 연장 협상이 결렬돼 계약 만료일인 30일 파출소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1975년 7월부터 파출소로 쓰인 이곳은 애초 건물과 주변 땅이 모두 국가 소유였으나 1983년 공무원연금관리공단으로 소유권이 넘어갔고, 2007년 마켓데이가 이촌소공원 땅과 함께 약 42억원에 부지를 사들였다.  고 변호사 측은 경찰청에 파출소 이전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부지 사용료 지급 및 파출소 철거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이후 마켓데이는 파출소 건물까지 샀다.  용산구는 파출소 존치를 원하는 다수 주민의 의견에 따라 해당 부지를 사들이려고 고 변호사 측과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가격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촌파출소에 근무하는 경찰관 27명을 주변의 한강로파출소, 용산역파출소 등 두 곳에 나눠 배치해 치안 공백이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일 없고, 급식 끊기고, 월세 체납까지…코로나가 생계 위협

    일 없고, 급식 끊기고, 월세 체납까지…코로나가 생계 위협

    코로나로 인해 갑작스러운 실직 상태쪽방 사는 ‘비수급 빈곤층’ 생계 위협기초생활보장 사각…월세조차 못 내 “요새 밖에 나가 일 몬해. 인력사무소에서 일 없다 카지. 오지 말라카는데 우짜노….” 대구 중구의 한 쪽방에서 올해로 7년째 살고 있는 최모(69)씨는 12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한숨부터 쉬었다. 그는 평소 인력사무소를 통해 일용직 일자리를 구했다. 하루 9시간 일해서 일당으로 12만~20만원을 벌었다. 그런데 대구에서 코로나19 감염 환자가 급증한 지난달부턴 거짓말처럼 일이 끊겼다. 통장 잔고는 없고, 기초생활수급자도 아니어서 의지할 곳이 없다. 하지만 월세 25만원은 다달이 내야 한다. 최씨는 “앞으로 월세를 어떻게 내야 할지 막막하다. 집주인한테 ‘나중에 한꺼번에 갚겠다’고 사정사정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쪽방, 고시원, 여관, 여인숙 등 ‘집 아닌 집’(비주택)에서 살고 있는 주거취약계층(비주택거주자)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 특히 생계급여, 주거급여 등을 지원받을 수 있는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닌 ‘비수급 빈곤층’의 생계가 막막한 상황이다. 박모(65)씨도 올해로 15년째 대구의 한 평(3.3㎡)짜리 쪽방에 거주하는 비수급 빈곤층이다. 월세 8만원을 내야 하지만 지난해 초부터 일을 못 하고 있다. 박씨는 “나같이 나이 먹은 사람들은 불러주는 곳도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1년 넘게 방세를 못 내고 있다. 한창 일을 할 때는 공사 현장에서 아침, 점심을 해결할 수 있어서 세 끼 모두 챙겨 먹었다. 지금은 하루 두 끼만 먹는다. 그 중 한 끼를 무료급식소에서 해결했다. 박씨는 집에서 걸어서 30분 정도 걸리는 무료급식소를 이용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무료급식소마저 운영이 중단됐다. 그는 “대구역에 밤 10시쯤 가면 봉사단체에서 빵과 우유를 얻어온다”면서 “그렇게라도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라고 말했다. 현재 집희망 대구주거복지센터와 대구쪽방상담소가 대구에 있는 비주택거주자 800여명에게 긴급 구호물품을 제공하고 있다. 쌀과 라면, 캔에 든 반찬, 3분요리 등 즉석식품, 마스크, 세정제 등을 지급한다. 하지만 민간단체의 노력만으론 역부족이다. 최병우 집희망 대구주거복지센터 소장은 “대구에 사는 비주택 거주자 중 절반 가량이 비수급자”라면서 “비주택거주자 중 일용직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사이에서 이달부터 임대료 체납 문제가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 소장은 “임대료 체납 문제가 앞으로 크게 나타날 것 같아서 긴급히 후원금을 모아 지원하는 사업을 계획 중”이라면서 “이 문제를 대구시와도 현재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전날 대구·경북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피해 주민의 생계 등에 필요한 지원을 추가로 국가로부터 받을 수 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위험의 외주화 개선” 인권위, 권고했는데… “중장기 검토하겠다” 한발 뺀 고용노동부

    국가인권위원회가 김용균씨 사망 사고에서도 드러난 ‘위험의 외주화’ 문제 해결을 위해 제도 개선을 권고했지만 정부가 사실상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는 지난해 10월 제도 개선 권고 사항에 대한 정부 측 회신 내용을 11일 발표했다. 앞서 인권위는 ▲도급이 금지되는 유해·위험 작업 범위 확대 ▲위장도급 근절 ▲사내 하청 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 등을 고용노동부에 권고했다. 고용부는 지난 1월 도급 금지 범위 확대 권고에 대해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인권위에 답했다. 인권위는 “위험의 외주화로 하청 노동자의 생명·안전이 매 순간 위협받는 상황에서 ‘중장기적 검토’ 회신은 실질적으로 권고를 수용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의 산업재해 사고 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 중 하청 노동자 비율은 약 40%에 달한다. 고용부는 또 사내 하청 노동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기 위한 원청과의 단체교섭을 보장하고 원청의 부당노동행위 책임을 확대하라는 내용의 인권위 권고에도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인권위는 “국제노동기구(ILO)도 그동안 한국 정부에 사내 하청 노동자들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보장을 위해 적절한 조치를 할 것을 여러 차례 권고했다”면서 “정부의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한다”고 지적했다. 단, 고용부는 산재에 대한 원청의 처벌 강화 및 불법 파견 사업장에 대한 신속한 근로감독·수사 권고 등에 대해서는 “근로감독관 충원 등으로 신속 대응하겠다”고 회신했다고 인권위는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마스크앱에 ‘재고 30개’… 후다닥 달려갔는데 또 허탕

    마스크앱에 ‘재고 30개’… 후다닥 달려갔는데 또 허탕

    실시간으로 주민번호 입력 사실상 불가선판매 후입력 탓 시민 불편·혼선 여전 공적 마스크를 판매하는 약국 위치와 각 약국에 공적 마스크가 얼마나 남았는지를 알려 주는 웹사이트·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가 11일 오전 8시부터 시작됐다. ‘마스크 대란’ 속에서 시민들의 불편을 덜기 위해 시작한 서비스지만 화면에 표시된 마스크 재고 정보와 실제 약국 상황이 맞지 않는 일이 벌어지는 등 마스크 수요 급증에 따른 혼선과 시민 불편이 계속되고 있다. 직장인 최모(42)씨는 이날 마스크앱을 통해 마스크 재고가 ‘보통’(30~99개)으로 표시된 약국 정보를 확인한 뒤 서울 중구의 한 약국을 찾았다. 점심도 거른 채 약국에 달려갔지만 마스크를 한 장도 살 수 없었다. 약사 앞에는 주민등록증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약사는 “마스크를 구매하는 사람들의 주민번호를 일일이 요양기관업무포털에 입력해야 재고 현황이 실시간으로 반영되는데, 그렇게 하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며 “일단 구매자의 주민등록증을 받아 놓고 마스크를 판 뒤, 나중에 한꺼번에 시스템에 입력한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약국은 매일 오전 9시에 그날 들어온 마스크 물량만큼 번호표를 배부하고 있다. 번호표를 받은 시민들은 오후 2~9시 사이에 약국을 방문해 마스크를 산다. 사실상 오전에 마스크 구매 예약이 다 끝나는 셈이다. 그러나 요양기관업무포털에는 손님들이 실제 구매할 때 정보를 입력해 마스크앱에는 재고가 넉넉한 것처럼 보인다. 약사 장모(60)씨는 “혼선을 줄일 방법을 찾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날 마스크앱이 일시적인 접속 지연까지 발생하면서 일부 약국이 마스크 판매 과정에서 불편을 겪었다. 정부는 시스템을 조정·증설해 앱을 정상화시키겠다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도쿄올림픽 성화 출발지 방사선량, 원전사고 전보다 1775배”

    “도쿄올림픽 성화 출발지 방사선량, 원전사고 전보다 1775배”

    그린피스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 보고서후쿠시마 피난 해제구역도 20배 웃돌아산림에 쌓인 방사성 물질이 지속적 오염“주민 복귀 중단하고 피폭 영향 조사해야”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가 발생한 지 9년이 지났지만 후쿠시마현 전역에서 방사선량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도쿄올림픽 성화 출발지의 경우 사고 전에 비해 1775배 높은 방사선량이 측정됐다. 일본 정부가 방사성 오염 물질을 제거해 왔다지만 오히려 주변 지역으로 오염이 확산됐다는 지적이 나온다.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9일 ‘2020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의 확산-기상 영향과 재오염’ 보고서를 통해 “일본 현지에서 방사성 오염 물질이 이동해 재오염이 진행된 증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린피스 국제 방사선 방호 전문가들이 지난해 10월과 11월 3주에 걸쳐 현장 조사(나미에, 이타테, 오쿠마)를 벌인 끝에 이런 결론을 내렸다. 조사를 진행한 나미에와 이타테는 원전으로부터 각각 약 10㎞, 40㎞ 떨어져 있다. 오쿠마는 원전이 위치한 지역이다. 앞서 원전 사고 전 후쿠시마현의 평균 방사선량은 시간당 0.04μSv(마이크로시버트·방사선량을 측정하는 단위)였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나미에 마을의 5581개 지점(산림, 주택, 제방, 도로 등)을 측정한 결과 평균 방사선량은 시간당 0.8μSv였다. 원전 사고 이전보다 20배 높은 수치다. 이타테 마을의 3651개 지점 평균 방사선량은 시간당 0.5μSv였고, 오쿠마 마을의 3263개 지점 평균 방사선량은 시간당 1.1μSv에 달했다. 세 곳 모두 일본 정부가 제시한 제염 목표치(시간당 0.23μSv)에 크게 미달했다.그린피스는 “일부 피난지시 해제 구역에서는 여전히 상당한 방사성 오염이 확인된다”면서 “후쿠시마현의 70%를 차지하는 산림 지역에 쌓인 방사성물질(주로 세슘)이 지속적으로 오염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한 해 동안 가장 강한 태풍이었던 하기비스가 일본을 강타하면서 하천의 세슘(방사성물질 중 하나) 농도가 크게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하기비스가 지난해 10월 일본을 관통하면서 일본에서는 홍수, 산사태 등 피해가 속출했고 90여명이 사망했다. 그린피스는 도쿄올림픽 성화가 출발하는 J빌리지에서도 조사를 진행했다. J빌리지는 원전으로부터 약 20㎞ 떨어져 있지만 측정된 방사선량은 시간당 71μSv에 달했다. 원전 사고 전과 비교했을 때 1775배나 늘어났다. 이 같은 ‘핫스폿’(방사선 고선량 지점)이 후쿠시마현 시내 중심부에서도 45곳이나 발견됐다. 그린피스 일본사무소 스즈키 가즈에는 “기상으로 인한 방사성 재오염은 향후 수백년을 걸쳐 지속될 것”이라면서 “‘모든 것이 정상화되고 있다’는 일본 정부의 표현은 현실과 다르다. 일본 정부는 제염 작업에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그린피스는 ▲주민 복귀 중단 ▲방사능 오염 정상화 계획 구체화 ▲피폭 장기 영향 평가 실시 등을 일본 정부에 권고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121명 탑승 여객기에 26명 중 18명 취소…출발 앞두고 잇단 예약 취소에 공항 텅텅

    9일 오전 11시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 여객기 한 대가 일본 오사카 간사이공항을 향해 떠났다. 121명이 탈 수 있는 이 비행기에 탑승한 인원은 8명뿐이었다. 한국인은 한 명도 없었고, 일본인 아니면 중국인 등 외국인이었다. 탑승시간 2시간 전만 해도 26명이 탈 것으로 예상됐지만 나머지 18명은 예약을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과 일본이 상호 무비자 입국을 금지한 9일, 인천공항을 떠나 일본에 가려는 여행객 발길은 사실상 끊어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일본에 도착한 한국인은 3명에 그쳤다. 인천발 제주항공편으로 도쿄 나리타공항에 도착한 8명 중 한국인이 2명, 인천발 제주항공으로 간사이공항에 도착한 3명 중 1명이 한국인이었다. 이들은 모두 사전에 재입국 허가를 받아 여행객은 아니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날 인천공항에서 일본으로 출발한 여행객은 116명, 일본을 떠나 인천공항에 도착한 승객 수는 202명으로 추정된다. 양국의 입국 제한 조치로 예약 취소가 잇따라 실제 승객은 더 적을 수 있다. 2018년 일본을 찾은 여행객은 하루 평균 3만 6792명에 달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여행객이 대폭 줄어든 지난 2일만 해도 6016명이 인천공항을 통해 일본을 찾았지만 양국의 입국 제한 조치로 국민 대부분이 일본 여행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사카로 떠난 이모(70)씨는 “일본 영주권을 갱신하려면 일본에 가야 한다”며 “한국 한방병원에서 무릎을 치료하려고 했는데 자식들이 (돌아오라고) 성화여서 치료를 마치지 못하고 가게 됐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방침에 따라 이씨는 일본에 도착하면 2주간 격리 생활을 해야 한다. 이씨는 “지금 안 갈 수 없으니 (격리를) 해야지 어쩌겠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日 3국 경유자 규제 ‘우왕좌왕’… 일본행 141명 중 한국인 5명뿐

    日 3국 경유자 규제 ‘우왕좌왕’… 일본행 141명 중 한국인 5명뿐

    日 2개 공항에 한국발 기존 10분의1 수준 한국인 3명 정밀검역 거친 뒤 ‘대기’ 안내 121명 탑승 여객기에 26명 중 18명 취소 출발 앞두고 잇단 예약 취소에 공항 텅텅9일 오전 11시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 여객기 한 대가 일본 오사카 간사이공항을 향해 떠났다. 121명이 탈 수 있는 이 비행기에 탑승한 인원은 8명뿐이었다. 한국인은 한 명도 없었고, 일본인 아니면 중국인 등 외국인이었다. 탑승 시간 2시간 전만 해도 26명이 탈 것으로 예상됐지만 나머지 18명은 예약을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과 일본이 서로 자국 관문을 걸어 잠근 9일 양국 국민은 사실상 상대국에 발길을 끊었다. 일본의 코로나19 관련 입국 제한 조치가 발효된 이날 일본에 들어온 한국인은 도쿄 나리타공항 4명, 오사카 간사이공항 1명 등 모두 5명에 그쳤다. 주일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이날 하루 종일 2개 공항에 내린 우리나라 국적 비행기는 3편으로 기존의 10분의1도 안 됐다. 오전 5시 인천공항을 출발해 나리타공항에 도착한 첫 번째 제주항공편은 189개 좌석 중 탑승객이 8명뿐이었고 이 중 2명만 한국인이었다. 승객들은 방호복을 입고 고글을 착용한 검역소 직원들에 의해 정밀 검역을 받은 후 ‘자택 또는 호텔에서 2주간 대기’ 등 격리 관련 안내를 받았다. 이어 오전 8시 30분 간사이공항에 착륙한 제주항공편에서는 한국인 1명, 일본인 2명 등 3명의 승객만 트랩을 내렸다. 한국인 남성(27·유학생)은 집으로 가는 교통수단을 묻는 검역소 직원에게 “대중교통”이라고 말했다가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5시 20분 인천을 출발한 나리타행 대한항공편은 전체 탑승자 32명 중 2명만 한국인 입국자였다. 이런 가운데 입국 제한의 세부 규정이 일부 번복되는 등 일본 당국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한국·중국에서 제3국을 경유해 들어오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당초 ‘2주 대기’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으나 나중에 번복했다. 또 일본에 일정 기간 머물 자격을 부여하는 ‘재류카드’가 있는 경우 입국이 가능하지만, 당국은 초기에 이 또한 금지되는 것처럼 안내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날 인천공항에서 일본으로 출발한 여행객은 141명, 일본을 떠나 인천공항에 도착한 승객 수는 202명으로 추정된다. 양국의 입국 제한 조치로 예약 취소가 잇따라 실제 승객은 더 적을 수 있다. 2018년 일본을 찾은 여행객은 하루 평균 3만 6792명에 달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여행객이 대폭 줄어든 지난 2일만 해도 6016명이 인천공항을 통해 일본을 찾았지만 양국의 입국 제한 조치로 국민 대부분이 일본 여행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사카로 떠난 이모(70)씨는 “일본 영주권을 갱신하려면 일본에 가야 한다”며 “한국 한방병원에서 무릎을 치료하려고 했는데 자식들이 (돌아오라고) 성화여서 치료를 마치지 못하고 가게 됐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방침에 따라 이씨는 일본에 도착하면 2주간 격리 생활을 해야 한다. 이씨는 “지금 안 갈 수 없으니 (격리를) 해야지 어쩌겠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포털 악성 댓글 금지 조치… 혐오 표현 근절에 도움”

    “포털 악성 댓글 금지 조치… 혐오 표현 근절에 도움”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인터넷 포털 네이버와 다음이 악성 댓글을 금지하는 제도를 만든 것과 관련, “혐오 표현 근절을 위한 긍정적인 변화가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카카오는 최근 ‘다음’과 카카오톡 ‘#탭’에서 욕설, 비속어 댓글뿐만 아니라 차별이나 혐오 표현도 신고하도록 하고 연예뉴스 댓글도 없앴다. 네이버는 인물 연관검색어를 폐지하고 연예뉴스 댓글을 중단하기로 했다. 최 위원장은 “온라인에서 이주민, 난민, 성소수자, 장애인 등에 대한 혐오 표현이 급속도로 확산하고, 온라인에서 키운 혐오가 실제 증오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며 “인터넷 공간이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고 민주주의와 사회 통합을 위협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고 지적했다. 인권위가 지난해 실시한 ‘청소년 인식조사’에 따르면 혐오 표현을 경험한 청소년의 82.9%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커뮤니티, 유튜브, 게임 등 온라인을 통해 이를 접했다고 응답했다. 최 위원장은 “인권위는 카카오와 네이버가 혐오 표현에 대해 자율적 대응 노력을 시작한 것을 환영한다”며 “이러한 노력이 다양한 영역에서 혐오 표현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모두의 변화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어제 남자친구랑 뭐했냐”… 구태 못 벗은 체육계

    “어제 남자친구랑 뭐했냐”… 구태 못 벗은 체육계

    관련 종사자 10명 중 1명 “성폭력 경험” 피해자 절반 “구설수 우려… 대응 못 해”“‘화장 좀 해라’, ‘시집가서 골프나 치러 다니라’는 말부터 아침에 조금만 피곤해 보이면 ‘어제 남자친구랑 뭐 했냐’ 이런 말까지 들어요. 너무 괴로워요.”(30대 여성 사원) 체육선수뿐만 아니라 체육단체·기관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성희롱, 성폭력 등을 당하고 있지만 체육계의 상명하복 문화 때문에 피해 사실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인권위원회가 5일 ‘체육단체·기관 종사자 성폭력 등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인권위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이 한국정책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0~11월 대한체육회, 대한장애인체육회 등에서 일하는 직원 1378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 중 34.1%(470명)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밝혔다. 회식 강요, 욕설 등이 주된 피해 유형이었다. 응답자의 10.0%(138명)는 성희롱·성폭력 피해를 당했다. 피해 유형별로는 ‘성적인 농담, 이야기를 들었다’는 응답(6.2%)이 가장 많았다. 이어 ‘회식 자리에서 술을 따르라는 강요를 받았다’(4.5%), ‘포옹, 손잡기, 입맞춤 등 신체 접촉을 당했다’(3.3%) 등의 순이었다. 상급자와 동료, 기관 임원이 주된 가해자였다. 한 여성 피해자는 “임원이 여성 지도자의 외모를 회의 시간에 평가하거나 ‘차는 여자가 타야 맛있다’고 말했다. 어깨동무를 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인권위는 “성폭력 피해 사례 중에는 가해자가 성관계를 전제로 피해자에게 승진, 임금 인상 등을 제안하거나 피해자를 강제추행한 사례도 있었다”며 “체육단체를 지도·감독하는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이 가해자인 경우도 많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성폭력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긴 어려웠다. 절반 이상(52.2%)은 ‘구설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서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경력 유지에 불이익이 우려된다’(33.8%), ‘선후배 위계 관계, 상명하복 문화’(24.1%) 등도 성폭력 문제가 은폐되는 주된 이유였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구설수 휘말릴까봐···” 성폭력 피해자 입막는 체육단체들

    “구설수 휘말릴까봐···” 성폭력 피해자 입막는 체육단체들

    “‘화장 좀 해라’, ‘시집이나 가서 골프나 치러 다녀라’, ‘남자친구는 있냐’는 말부터, 아침에 조금만 피곤해보이면 ‘어제 남자친구랑 뭐했냐’ 이런 말까지 들어요. 너무 괴로워요.” (30대 여성 사원) 체육선수들뿐만 아니라 체육단체·기관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성희롱, 성폭력 등을 당하고 있지만 체육계의 상명하복 문화 때문에 피해사실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인권위원회가 5일 ‘체육단체·기관 종사자 성폭력 등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인권위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이 한국정책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0~11월 대한체육회, 대한장애인체육회 등 체육단체·기관에서 일하는 직원 1378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 중 34.1%(470명)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밝혔다. 회식 강요, 뒷담화, 욕설, 정당한 이유 없는 승진·보상 등에서의 차별이 주된 피해 유형이었다. 응답자의 10.0%(138명)는 성희롱·성폭력 피해를 당했다. 피해 유형별로 피해 유무를 확인했더니 ‘성적인 농담, 성적인 이야기를 들었다’는 응답(6.2%)이 가장 많았고, ‘회식 자리에서 술을 따르라는 강요를 받았다’(4.5%), ‘포옹, 손 잡기, 입맞춤 등 신체 접촉을 당했다’(3.3%) 순이었다. 상급자와 동료, 기관 임원이 주된 가해자였다. 한 여성 피해자는 “임원이 여성 지도자의 외모를 회의 시간, 외부 손님들 앞에서 평가하거나 ‘차는 여자가 타야 맛있다’고 했다. 쓰다듬는 행동을 하며 어깨동무를 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인권위는 “성폭력 피해사례 중에는 가해자가 성관계를 전제로 피해자에게 승진, 보직 임명, 임금 인상 등을 제안하거나 피해자를 강제추행을 한 사례도 있었다”면서 “체육단체를 지도·감독하는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들도 가해자인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성폭력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긴 어려웠다. 절반 이상(52.2%)은 ‘구설수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서 피해사실을 알리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경력 유지에 불이익이 우려된다’(33.8%), ‘선·후배 위계관계, 상명하복 문화’(24.1%)가 성폭력 문제가 은폐되는 주된 이유였다. 조사를 진행한 한국정책리서치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 예방교육 강화 △직장 내 고충 상담창구 설치 △피해발생 시 체계적인 조사가 가능한 매뉴얼 마련 등을 개선 방안으로 제시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대변 잦다고 폭행, 고추냉이 물 먹인 장애인시설

    대변 잦다고 폭행, 고추냉이 물 먹인 장애인시설

    대변 범벅 될 때까지 기저귀 안 갈아줘 인권위, 생활재활교사 5명 檢 수사의뢰경기 가평군에 있는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직원들이 장애인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학대한 사실이 확인됐다. 시설에 거주하는 지체·뇌병변·발달장애 등 중증장애인 62명 가운데 11명이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시설 생활재활교사 5명을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4일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해 10월 이 시설 직원이 장애인을 폭행했다는 내용의 진정을 접수했다. 진정 내용을 사실로 볼 만한 근거가 상당하다고 판단한 인권위는 지난해 12월 서울시와 공동으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서울 금천구에 있는 사회복지법인이 문제의 시설을 운영하고 있어서다. 조사 결과 가해자들은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해자들을 수시로 때리고 욕설을 퍼부었다. 가해자 A씨는 2018년 7월 복도와 식당 등에서 시설 이용 장애인이 말을 듣지 않는다며 그의 머리와 얼굴을 수차례 폭행하고 바닥에 넘어뜨렸다. 가해자 B씨는 2018년 6~7월 피해자들에게 “씨××”, “쌍×” 등의 욕설을 수시로 하고, 대변을 많이 본다는 이유로 밥을 적게 준 것으로 조사됐다. 가해자 C씨는 2015년 10월~2017년 1월 시설 이용 장애인이 대소변을 자주 본다는 이유로 “왜 이렇게 자주 싸느냐”며 핀잔을 주고 폭행했다. B씨와 C씨는 다른 장애인을 깨무는 피해자의 행동을 고치겠다며 고추냉이를 섞은 물을 강제로 먹이기까지 했다. 가해자 D씨는 2016~2018년 피해자가 복도에 드러누울 때마다 목에 ‘헤드록’(두 팔로 목을 감싼 뒤 조이는 프로레슬링 기술)을 걸어 억지로 일으키며 학대했고, 수건으로 다른 피해자의 귀를 감싼 후 뒤로 세게 잡아당겨 억지로 입을 벌리게 한 다음 밥을 욱여넣었다. 가해자 E씨는 피해자에게 “씨××아, 밥 천천히 먹으라”고 욕설을 했다. 가해자들은 또 피해자들의 엉덩이에 발진이 나거나 하반신이 대변으로 범벅이 될 때까지 기저귀를 교체하지 않았고, 낙상 사고를 당하는 모습을 목격하고도 응급조치를 하거나 사고 사실을 다음 근무자에게 알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이 시설은 보조금 횡령, 장애인 감금, 무면허 의료행위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적이 있다. 인권위는 서울시와 금천구청에 시설 폐쇄 및 법인의 설립 허가 취소 등 필요한 행정처분을 할 것을 권고했다. 서울시는 금천구와 함께 시설 폐쇄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실직 위기’ 타다 기사 1만 2000명 “택시만 살리냐”

    ‘실직 위기’ 타다 기사 1만 2000명 “택시만 살리냐”

    택시업계 “상생법안… 갈등 봉합 기대”‘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자 타다를 운영하는 VCNC 측은 “조만간 베이직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1만 2000여명에 달하는 타다 드라이버들은 하루아침에 실직 위기에 몰렸다. 프리랜서드라이버협동조합의 윤태훈 이사장은 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말 그대로 기득권을 가진 택시만 살리는 법”이라면서 “‘타다’ 기사들이 한꺼번에 일자리를 잃게 생겼다”고 반발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타다 기사 1만 2000명 중 절반 이상이 전업으로 타다 일을 하고 있다. 윤 이사장은 “서비스가 중단되면 한순간에 6000여명이 풀타임 일자리를 잃는 것”이라면서 “택시기사로 일하다 타다 기사가 된 사람은 전체의 5%도 안 되는 상황이라 택시회사 입사도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프리랜서드라이버협동조합은 공유차량 서비스 타다와 ‘차차’, 대리운전 기사 등 80여명이 조합원으로 있는 단체다. 지난달 25일에는 서울 중구청에 조합 설립 신고 신청을 마쳤다. 윤 이사장은 “개정안은 관광 목적에 한해 승차 정원이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인 승합차를 빌릴 때 대여 시간이 6시간 이상이거나 반납 장소가 공항 또는 항만일 때만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도록 제한한다”면서 “이는 제한적 허용이 아니라 ‘타다’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프리랜서드라이버협동조합은 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표 계산이 타다의 운명을 갈랐다는 입장이다. 윤 이사장은 “시민들이 대중교통을 더욱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정치인들 손으로 죽이는 것은 큰 잘못”이라면서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결국 본회의에서도 무난하게 통과될 것이라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토로했다. 반면 구수영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타다 금지법은 플랫폼 기업과 택시업계의 상생 방안”이라면서 “법안은 택시산업 안에서 플랫폼 사업자의 안정적인 사업 추진을 담보하고 있다. 법안이 5일 본회의에서 통과돼 사회적 갈등을 봉합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실직 위기’ 타다 기사 1만 2000명 “택시만 살리냐”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자 타다를 운영하는 VCNC 측은 “조만간 베이직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1만 2000여명에 달하는 타다 드라이버들은 하루아침에 실직의 위기에 몰렸다.    프리랜서드라이버협동조합의 윤태훈(52) 이사장은 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말 그대로 기득권을 가진 택시만 살리는 법”이라면서 “‘타다’ 기사들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생겼다”고 반발했다.  윤 이사장은 “‘타다’ 기사 1만 2000명 중 절반 이상이 타다 일만 하고 있다. 택시기사로 일하다가 ‘타다’ 기사가 된 사람들도 전체의 5%로 안 된다”라면서 ‘타다’ 서비스가 종료하면 한순간에 6000여명이 풀타임 일자리를 잃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랜서드라이버협동조합은 공유차량 서비스 ‘타다’와 ‘차차’, 대리운전 기사 등 80여명이 조합원으로 있는 단체다. 지난달 25일 서울시 중구청에 조합 설립 신고 신청을 마쳤다. 해당 조합에는 타다와 차차 등에서 활동하는 드라이버 약 1만 2000명을 중심으로 법인 택시기사 10만여명, 대리기사 12만여명 등이 참여할 계획이다.   윤 이사장은 “개정안은 관광 목적에 한해 승차 정원이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인 승합차를 빌릴 때 대여 시간이 6시간 이상이거나 반납 장소가 공항 또는 항만일 때만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제한적 허용이 아니라 결국은 ‘타다’를 하지 말라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또 “카카오와 같은 대기업이 법인택시를 인수해 택시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이대로라면 ‘타다’와 같은 플랫폼 사업은 계속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시민들이 대중교통을 더욱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죽이는 것은 잘못”이라고 덧붙였다.  법사위를 통과한 타다 금지법은 5일 본회의에 상정될 전망이다. 윤 이사장은 “여야가 법사위에서 통과시킨 법안인 만큼 본회의에서도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세계적인 추세를 거스르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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