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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이없는 ‘정부 일자리 사이트’ 모범 답안

    질문:성희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모범 답변:기본적으로 남성과 여성은 무엇인가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에 대한 가벼운 말 정도라면 신경 쓰지 않겠고, 농담으로 받아칠 정도의 여유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운영하는 일자리 정보 사이트에서 성차별적 내용을 포함한 ‘모범 문답사례’를 권장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들은 14일 고용노동부를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내고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운영하는 ‘워크넷’에 심각한 성차별적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비판했다. 여성단체들은 워크넷에서 제시한 면접 요령 중 ‘여성 지원자 연관 질문 및 모범 답변’ 항목이 시대착오적인 성차별적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워크넷은 ‘커피나 복사 같은 잔심부름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란 질문에 “협동심이나 봉사정신·직업관을 알아보려는 것이니 필요한 일이면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하도록 하자”고 조언했다. ‘결혼은 언제 할 계획입니까’ ‘결혼 후 아기가 태어나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등의 질문에는 “결혼 예정자나 오래된 애인이 있을 경우 기업은 채용을 꺼리는 것이 현실이니 결혼 계획이 없다고 답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적혀 있다. 송은정 한국여성노동자회 노동정책국장은 “고용부는 워크넷에서 여성 구직자 대상 면접 요령을 삭제하고 사과해야 한다”며 “정부가 고용률 70%를 원한다면 성차별이 일어나지 않도록 근본적인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현장 블로그] 입법·행정·사법부에 외면받는 ‘그들’

    [현장 블로그] 입법·행정·사법부에 외면받는 ‘그들’

    “직장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가족과 평범한 삶을 살고 싶습니다. 고통의 시간을 끝내 주세요.”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장을 만나는 동안 그의 동료들은 찬바람을 맞으며 대법원의 쌍용차 정리해고 무효 판결을 기원하는 2000배를 올리고 있었습니다. 한 해고노동자는 대법원을 향해 마이크를 쥐고 “일하고 싶다”라고 간절하게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13일 “회사 측이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할 수밖에 없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었다”며 그들을 외면했습니다. 이는 정리해고 문제에 대한 법원의 판단기준 변화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법원은 근로기준법 제24조에 명시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차츰 회사 측에 관대하게 넓히고 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당장 해고를 하지 않으면 경영이 위태로울 정도의 급박한 상황’으로 판단했다면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는 ‘현재뿐 아니라 장래에 올 수 있는 위기에 대처하려고 인원 삭감이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경우’도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요건으로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보수화’된 대법원만 탓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지난해 1월 ‘현행 근로기준법의 모호한 정리해고 요건을 명문·구체화해서 노동자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안을 고용노동부는 2년 가까이 방치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쌍용차 국정조사를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새누리당도 ‘대선 직후 열리는 국회에서 쌍용차 국정조사를 하겠다’ ‘국정조사를 하겠다는 것이 새누리당의 공식 입장’이라는 등의 약속을 쏟아냈습니다. 하지만 대선 이후 아직 어떤 조치도 없습니다.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 증진과 적정 임금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헌법 제32조 일부입니다. 하지만 입법·행정·사법부 모두 쌍용차 해고노동자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1교시 시험 앞두고 뇌경색 쓰러져 수능 포기

    매서운 ‘수능 한파’가 불어닥친 13일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치고 시험장을 나오는 응시생들은 대체로 홀가분한 모습이었다. 울상을 짓는 응시생도 있었지만 오전 시험장을 들어설 당시 긴장했던 모습은 사라진 분위기였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고에서 시험을 본 유동윤(18·진선여고3)양은 “시험이 끝나서 속은 후련하지만 국어가 생각보다 어려워 걱정이 많다”며 “일단 친구들과 함께 저녁밥을 먹고 곧장 집에 돌아가 푹 자겠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풍문여고 시험장에서 나온 최유림(18·덕성여고3)양은 “이제 다이어트를 시작해 대학 입학 전까지 10㎏을 빼겠다”고 다짐했다. 학부모들은 오전부터 수험생 자녀들을 가슴 졸이며 지켜봤다. 김문선(45·여·서울 동작구)씨는 “아침밥으로 평소 좋아하던 두부조림을 해 줬는데 마음 편하게 잘 보고 오기만을 바란다”고 말했다. 압구정고 정문 앞에 서 있던 이미순(42·여)씨는 “우리 딸이 정말 고생이 많았다”면서 “학창 시절을 마무리하면서 사회로 나가는 첫걸음을 떼는 만큼 스스로 뿌듯함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서울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2도 밑으로 내려가는 등 한파가 찾아왔지만 올해도 응시생의 ‘수능 대박’을 기원하는 응원 열기는 뜨거웠다. 입실 마감 시간을 코앞에 두고 시험장을 착각하거나 경찰 순찰차 등의 도움으로 간신히 시험장을 찾은 수험생들도 눈에 띄었다. 경기에서는 남자 수험생이 시험장을 착각해 여자 수험생 시험장에 찾아가 수능을 치르기도 했다. 한 남자 수험생은 원래 서울 강동구 광문고로 갔어야 했지만 오전 8시쯤 경기 광명시 광문고에 들어선 뒤에야 시험장을 잘못 찾아온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입실 시간(오전 8시 10분)을 고려했을 때 광명에서 강동구까지 가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 결국 경기도교육청은 이 학생이 경기 광문고에 따로 마련된 시험장에서 홀로 수능을 볼 수 있도록 조치했다. 경기 수원시 화홍고에서는 한 수험생이 1교시 시험을 앞두고 뇌경색으로 쓰러져 인근 병원으로 옮겨진 일도 있었다. 이 응시생은 다행히 상태가 호전됐으나 안타깝게도 수능시험을 포기했다. 부천에서는 한 여학생이 집에서 넘어져 다치는 바람에 하마터면 수능시험을 치르지 못할 뻔했다. 다친 몸으로 고사장에 입실했으나 보건교사가 부모 동의를 구한 뒤 인근 병원에서 시험을 볼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서울 은평구 은평고에선 80대 수험생이 등장해 나이를 무색하게 했다. ‘백발 수험생’ 조희옥(81·여) 할머니는 아줌마부대 30여명의 열렬한 응원을 받으며 고사장으로 향했다. 이번 수능의 최고령 응시자다. 조 할머니는 “나도 수능을 치르게 되다니 꿈만 같다. 정말 고맙다”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앞서 서울 종로구 경복고 정문 앞에서 오전 5시부터 나와 응원전을 준비하던 강희범(17·환일고2)군은 “수능시험일 2주 전부터 고1, 2 학생들이 응원 연습을 할 만큼 수능 응원전은 학교에서 20여년 동안 이어져 온 전통”이라며 “선배들의 합격 수기를 읽으면 학교 후배들의 응원으로 긴장을 풀 수 있었다고 한 만큼 열심히 응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국종합·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2000일의 고통을 외면했다”

    “2000일의 고통을 외면했다”

    “원심을 파기한다.” 권순일 대법관이 주문을 짧게 읽어 내려가자 1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2호 법정은 칼바람이 몰아치는 바깥보다 더 차갑게 식어 버렸다. 지난 2월 정리해고가 무효라는 항소심 판결 이후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이 품었던 희망도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 해고 노동자들은 법정을 나선 뒤 애써 참았던 눈물을 쏟아 냈다. 삼삼오오 모여 결과를 기다리던 동료들과 가족들은 “졌다”는 말에 망연자실했다. 이들을 도왔던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수녀들도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김득중(44)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이번 판결을 기점으로 한국 사회의 정리해고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바랐지만 재판부가 사측 손을 들어줘 안타깝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대법원이 노동자들에게 대못을 박았지만 반드시 일터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쌍용차 정리해고가 정당했다는 판결에 노동계와 진보 성향 시민단체들도 강하게 반발했다. 박성식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대변인은 “대법원이 노동자들의 고통을 외면했다”고 꼬집었다. 참여연대도 “이번 판결은 대량 해고가 노동자 개인과 가족, 지역사회에 미치는 사회적 충격과 갈등, 비용과 희생을 외면하고 사측의 경영권만을 앞세운 판단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2009년 4월 사측의 대규모 정리해고 발표에 맞서 77일간 경기 평택공장 점거 농성을 시작으로 2000일 넘게 지난한 싸움을 이어 왔다. 2012년 4월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세상을 뜬 동료들을 위한 합동분향소를 차리고 단식을 했는가 하면 같은 해 11월 평택공장 인근 송전탑에서 116일간 고공 농성을 하며 정리해고의 부당함을 알렸다. 하지만 분향소는 철거됐고, 고공 농성을 통해 줄기차게 요구했던 국정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해고 노동자들은 끝내 고개를 떨궈야 했다. 앞으로도 산 넘어 산이다. 지난해 11월 해고 노동자들이 회사와 경찰 측에 46억여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1심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파업 참여를 이유로 징계 해고된 노동자들에 대한 재판도 진행 중이다. 점거 농성 당시 발생한 원인 미상의 공장 화재를 이유로 메리츠화재보험이 110억원의 구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한강서 삶의 끈 놓으려 할 때 다리 위의 눈과 귀가 살렸다

    한강서 삶의 끈 놓으려 할 때 다리 위의 눈과 귀가 살렸다

    한강 다리에서 몸을 던지거나 던지려고 시도하는 투신 사고는 해마다 늘고 있지만 사망자는 외려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쇄회로(CC)TV 설치와 ‘생명의 전화’ 등 한강 다리에서의 자살을 막기 위한 당국과 사회복지단체의 적극적인 노력이 성과를 거둔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한강다리 25곳의 투신사고는 2010년 193건에서 지난해 220건으로 14% 늘었다. 올해에도 7월 현재 이미 238건에 이른다. 하지만 사망자는 2010년 87명에서 지난해 11명으로 급감했다.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CCTV와 ‘SOS생명의 전화’ 설치가 확대되고 시민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전까지 인지하지 못했던 투신사고의 조기 구조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8억여원을 들여 투신사고가 빈번한 마포대교와 서강대교에 지난해부터 ‘CCTV 영상관제 출동시스템’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기존의 고정형 CCTV는 물론, 회전형과 열화상 감지·위치 추적이 가능한 CCTV 등 첨단장비를 추가 설치하고, 여의도 수난구조대에 CCTV 영상·위치 정보 확인이 가능한 관제시설을 구축했다. 또한 생명의전화 상담을 하면 실시간으로 구조대가 현장 출동할 수 있는 체계도 갖췄다. 그 결과 지난해 마포대교에서는 투신 전후에 93건을 CCTV등으로 포착했다. 2012년 15건보다 6배 증가한 수치다. 이 중 85건은 실제 몸을 던지기 전에 구조했다. 지난해 서강대교 투신사고 8건도 모두 투신 전 구조에 성공했다. 사회복지법인 ‘한국생명의전화’에서 운영하는 생명의전화는 2011년 마포·한남대교를 시작으로 현재 한강다리 13곳에 총 52대가 있다. 잠실·동작·반포·성수·동호대교는 지난해 생명의전화 설치 후 투신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올 7월까지 동호대교에서만 투신 사망사고가 일어났을 뿐이다. 지난해 생명의전화로 걸려온 상담전화는 총 1052건으로 2012년(163건)에 비해 약 6배 증가했다. 올해에도 이미 1125건(9월 기준)이 접수됐다. 서울시는 앞으로 약 95억여원을 들여 회전형·열화상 감지용 CCTV 설치를 한강·동작·반포대교 등 6곳에 단계적으로 추가 설치하고, 반포·뚝섬 수난구조대에도 관제시설을 확대 구축할 방침이다. 송인한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예산·인력 충원으로 한강 다리에 감시 시스템을 확충하고, 한번 투신을 시도한 이들에게 정신건강 서비스를 지원해 또다시 나쁜 마음을 먹지 않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6년째 싸움… “이젠, 일하고 싶어요”

    6년째 싸움… “이젠, 일하고 싶어요”

    “이제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1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만난 ‘쌍용차 해고 노동자’ 김득중(44)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장의 두 눈은 빨갛게 충혈돼 있었다. 그는 오는 13일 해고 노동자 15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의 대법원 선고 결과를 기다리며 지난 4일부터 대법원 앞에서 동료들과 노숙을 하고 있다.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 몰라 잠을 2시간도 못 잔다”는 김 지부장은 “판결 결과를 보고 동료 중 누군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지 몰라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대법원 선고를 앞두기까지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은 사측과 6년째 긴 싸움을 이어 오고 있다. 2009년 4월 회사가 발표한 2646명 정리해고안에 맞서 같은 해 5월 22일 해고 노동자 1000여명이 벌인 경기 평택공장 옥쇄파업은 77일 만에 경찰에 진압됐다. 쌍용차 사태는 11일로 2000일을 맞았다. 그 사이 해고 노동자 25명은 세상을 떠났다. 김 지부장에게 지난 2000일은 롤러코스터 같았다. “평택공장 파업 당시 해고 노동자들은 사회적 냉대를 받았습니다. ‘불법·폭동세력’이라는 낙인이 찍혔죠. 2~3년 지속되면서 동료들이 눈을 감을 때마다 좌절했습니다. 하지만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우리들의 절규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아졌고, 함께 눈물을 흘려 주신 시민들 덕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습니다.” 파업을 하고, 거리 농성을 하고, 법정 싸움을 이어 오면서 김 지부장은 따뜻한 ‘아빠’와 ‘남편’이 되지 못했다. 큰아들은 지금도 가끔 “아빠가 필요할 때 아빠가 없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아내도 김 지부장의 실직으로 생업전선에 나섰다. 하지만 김 지부장은 “지난 6년의 삶이 떳떳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다른 해고 노동자들과 함께 꼭 원래 직장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1심 재판부는 “사측의 해고 단행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2심은 “사측이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었다거나 해고 회피 노력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김 지부장은 대법원에서 원고 승소 확정 판결이 나더라도 쌍용차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대법원 선고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입니다. 우리가 복직한다 해도 정리해고와 불완전 고용에 시달리는 다른 노동자들과 함께 연대할 겁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국회사무처, 세월호 농성장 119일 만에 철거

    국회사무처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관 앞 세월호 진상 규명 농성장을 철거했다고 9일 밝혔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지난 7월 12일부터 국회 앞에서 119일 동안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농성을 이어 왔다. 사무처는 이날 “세월호특별법이 지난 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음에도 자진 철거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더 이상 불법 상황을 내버려 둘 수 없고 유가족의 건강 안전에 큰 지장을 가져올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세월호 유가족 측은 이날 오후 6시 열린 가족총회에서 국회 농성장 철거 문제를 논의한 뒤 섭섭하지만 사무처의 결정을 수용하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구룡마을 12번째 화재…재개발 다시 불 지피나

    구룡마을 12번째 화재…재개발 다시 불 지피나

    서울 내 무허가 판자촌인 개포동 구룡마을에서 커다란 불이 나 주민 1명이 숨지고 수십 가구가 불타는 사고가 발생했다. 따라서 서울시와 강남구의 개발방식 이견으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구룡마을 개발이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9일 강남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50분쯤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7지구 한 고물상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로 주민 주모(71)씨가 숨지고 구룡마을 5만 8280㎡ 중 900㎡와 전체 1807가구 중 63가구(16개동)가 소실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룡마을 주민 130여명은 인근 개포중학교에 마련된 대피소로 피신했다. 1988년 형성된 무허가 집단거주지 구룡마을은 가건물이 밀집해 있으며 대부분이 비닐과 목재 등 불에 쉽게 타는 자재로 지어진 데다 전선이 얽혀 있어 화재 위험이 상존하는 곳이다. 무허가 판자촌인 구룡마을에선 크고 작은 화재가 2009년 이후 12차례 발생해 재개발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그러나 기존에 약속한 수용·사용방식에 일부 환지방식(보상을 돈이 아니라 토지로 대신하는 방법)을 추가하자는 서울시의 주장과 100% 공영개발을 주장하는 강남구의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지난 8월 재개발사업 구역이 실효됐다. 서울시는 환지방식 도입을 통한 비용 절감과 거주민, 가구주 등이 함께 논의하는 개발방식을 내세웠지만, 강남구는 시가 일방적으로 환지방식 도입을 결정한 데다 토지주들이 특혜를 볼 수 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번 화재를 계기로 강남구와의 협의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크고 작은 화재와 안전사고가 이어지는 만큼 거주민을 위해 재개발이 시급하다”며 “오랜 기간 중단된 강남구와의 협의체를 어떤 방식으로든 재가동해 재개발사업이 다시 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청도 송전탑 돈 봉투 사건 전말…甲 경찰서장·乙 한전·丙 시공사

    청도 송전탑 돈 봉투 사건 전말…甲 경찰서장·乙 한전·丙 시공사

    지난 추석,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경북 청도 주민들에게 뿌려진 돈 봉투는 청도경찰서장의 강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을’(乙)이 된 한전은 ‘병’(丙)에 해당하는 송전탑 시공업체로부터 명절 떡값과 휴가비를 정기적으로 챙기는 한편 주민에게 나눠 줄 돈 봉투 자금까지 일부 부담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한전 대구경북건설지사에 주민들을 상대로 돈 봉투를 돌리도록 강요한 이현희 전 청도서장을 직권남용 및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9일 밝혔다. 이 전 서장은 지난 8월 이모(56) 전 한전 지사장에게 송전탑 반대 주민의 치료비·위로금 명목으로 3000만~5000만원을 지원해 달라고 수차례 독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서장은 “주민과 한전 간 극심한 마찰로 인한 인명사고를 우려해 돈 봉투 살포를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할 서장의 압박을 받은 이 전 지사장은 지난 9월 초 600만원을 시공사인 S사에서 받아 낸 뒤 자기 통장에서 찾은 1100만원을 더한 1700만원을 이 전 서장에게 전달했다. 이에 이 전 서장은 추석 연휴 등에 세 차례에 걸쳐 100만~500만원씩 봉투에 넣어 주민 7명에게 건넸다. 이 전 지사장은 S사에 1100만원을 보전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사건이 불거지면서 돈을 받지는 못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수사하면서 이 전 지사장 등 한전 직원 10명이 2009년 1월부터 지난 9월까지 S사로부터 명절 인사비와 휴가비 명목으로 100만∼500만원씩 총 3300만원을 받은 사실을 밝혀내고 뇌물수수 등 혐의로 입건했다. 이 전 지사장은 8월 중순 경찰 회식비 명목으로 S사에서 100만원을 받아내 이 전 서장에게 건넸고, 이 전 서장은 복숭아 90만원어치를 매입, 직원들에게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또 S사가 2009년 1월 이후 가공의 직원 20명에게 매달 1000만~2000만원의 급여를 지급하는 형식으로 13억 9000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을 확인, 추가 수사를 위한 관련 내용을 검찰에 함께 넘겼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세월호 진상규명 험난하겠지만 국민 마음 잊지 않겠습니다”

    “세월호 진상규명 험난하겠지만 국민 마음 잊지 않겠습니다”

    특별법 제정과 대통령 면담을 촉구하며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76일 동안 농성해온 세월호 유가족들이 5일 철수했다. 세월호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는 이날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농성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8월부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대통령 면담을 요구했지만 단 한번도 만날 수 없었다”면서 “오랫동안 떠나있던 안산과 전국 곳곳으로 더 많은 국민을 만나러 갈 것이다. 앞으로 가야 할 진상규명의 길은 지금보다 험난하겠지만 국민의 힘으로 힘차게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가족들은 청와대의 무심함과 국민의 성원이 교차했던 이곳을 떠나면서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유가족 정혜숙씨는 “이제라도 정부가 세월호 참사 책임자를 처벌하고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는 데 앞장서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김경녀씨는 “퇴근길에 붕어빵 한 봉지, 빵 몇 개를 슬쩍 넣어주고 가시는 주민들, 찾아오기 어려웠던 이곳 농성장까지 오셔서 함께 눈물 흘리고 분노해주신 모든 국민 여러분께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농성장에 있던 현수막, 엽서, 걸개그림 등은 안산의 ‘세월호 기억저장소’로 옮겨질 예정이다. 세월호 가족대책위는 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세월호 특별법 내용을 보고 국회 앞 농성장 철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광화문광장 농성장은 당분간 유지된다. 유경근 대변인은 “광화문 농성장은 이제 가족들의 뜻만으로 철수할 수 없는 장소”라면서 “진상조사위 구성 및 향후 진행 상황 등을 지켜보며 시민들과 상의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몸매로 옷 만드나요?”… 디자이너 지망생들의 눈물

    “몸매로 옷 만드나요?”… 디자이너 지망생들의 눈물

    #1. A(26)씨는 지난해 인턴으로 한 유명 의류업체에 다녔다. 100만원 남짓한 박봉에 야근도 밥 먹듯 했지만 “경력을 쌓아 정규직이 되고 나만의 디자인을 선보이겠다”는 생각으로 버텼다. 1년이 지나 정규직 전환 기회를 맞았지만 ‘키’에 발목을 잡혔다. 회사는 키가 180㎝를 넘어야 남성복 패션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의 키는 177㎝. B씨는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신체 조건 탓에 하고 싶은 디자인을 못하는 현실이 원망스럽다”고 토로했다. #2. 패션직업전문학교를 졸업한 B(24·여)씨는 한 유명 디자이너 밑에서 6개월째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평일 오전 9시에 출근해 11시간 이상 일하는 데다 패션쇼를 앞두고는 밤 11시 퇴근은 기본이다. 주말도 없다. 물론 야근·휴일수당은 없다. 그가 받는 돈은 최저임금(시간당 5210원)을 월급으로 환산했을 때의 절반을 겨우 넘는 60만원 남짓. B씨는 “정말 좋아했던 패션디자인 자체가 싫어질까 두렵다”고 말했다. 패션디자이너 지망생들이 저임금·장시간 노동은 물론 ‘몸매 차별’에 또 한번 울고 있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월급을 받고 초과근무도 모자라 모델이 해야 할 ‘피팅’(옷 입어 보기)을 디자이너에게 요구하는 업계의 불합리한 관행 탓에 이중고를 겪는 것이다. 상당수 의류업체 등은 직원 채용 시 직업모델 수준의 신체 조건을 요구한다. 업계에서 말하는 피팅은 디자이너가 제작한 의상을 직접 직업모델처럼 입어 보는 것을 뜻한다. 구인구직 사이트의 패션디자이너 모집 공고엔 ‘피팅 가능한 분’, ‘55사이즈 피팅 가능한 분 우대’ 등의 자격 요건이 눈에 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여성복 디자이너는 168~173㎝에 55사이즈를 기준으로 하고, 남성복은 177~183㎝의 키에 몸무게 68~74㎏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불합리한 노동·채용 관행은 도제식 수련이 여전한 데다, 공개채용보다는 알음알음 이뤄지는 수시채용이 일상적인 패션업계의 속성에서 비롯됐다. 디자이너 지망생 C(27·여)씨는 “유명 디자이너 밑에서 인턴으로 일한 첫날부터 반년 동안 한 것이라곤 손님들에게 차를 대접한 일뿐”이라며 “최소 3년은 그렇게 해야 한다고 해서 관뒀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지망생 D(23·여)씨는 “인턴이든 취업이든 ‘인맥’으로 일자리를 구하는 일이 많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구교현 ‘알바노조’ 위원장은 “최저임금법을 지키지 않고 초과근무를 시키면서 수당을 주지 않는 근로기준법 위반 행위가 패션계에 만연해있다”며 “정부가 불법 고용·노동 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의류업체 인턴과 패션디자이너 지망생 등을 중심으로 꾸려진 패션노조 대표 ‘배트맨D’는 “유명 디자이너나 대기업들이 노동 착취를 주도하고 있다”면서 “부당 사례를 모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 사진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무한 경쟁 사회 탓에 성공한 사람도 추월당할까 불안”

    “무한 경쟁 사회 탓에 성공한 사람도 추월당할까 불안”

    “국내 한 대기업 임원들의 평균 연봉은 52억원인 반면,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 평균 연봉은 3800만원일 만큼 소득 격차가 큽니다. 이런 소득 불균형이 사회 불평등을 심화시켜 국민 정신 건강을 위기로 내몰았습니다.” 이영문 국립공주병원장은 24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열린 학술대회 ‘한국 사회의 위기와 국민 정신 건강’의 첫날 발표에서 “트라우마로 인한 고통은 개인의 문제에만 그칠 수 없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정신 건강 위기 해소 방안의 하나로 “부의 재분배가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술대회는 한국상담심리학회가 주최했다. 이어 연문희 인천 성산효대학원대 상담학과 교수는 “그동안 정신 건강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우리나라의 국민 행복지수가 최하위권인 33위로 나타난 것은 그동안 우리나라가 무한 경쟁 사회만을 추구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성공한 사람조차 다른 사람에게 추월당할까 봐 평소에도 계속 초조와 불안을 경험하고 있다”면서 “이제는 경쟁 사회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의 가치와 가치관 등을 교육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계식 학회장은 “트라우마 심리치료와 위기 사례에서의 심리검사 등 실무적인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만큼 국민 정신 건강을 위해 헌신한 상담가들의 전문성이 깊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5일까지 진행되는 학술대회에서는 전문가 40여명이 이화여대 학생문화관 등 8곳에서 아동·청소년·성인 및 트라우마 피해자들의 심리상담 사례 등을 발표한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학벌 넘어 능력사회로] 국가직무능력표준 정착한 호주

    [학벌 넘어 능력사회로] 국가직무능력표준 정착한 호주

    우리나라 채용 시장은 구직자가 ‘무슨 일을 잘할 수 있을까’보다 ‘어느 학교를 나왔고 학력은 어디까지인가’를 중시해 왔다. 학력과 학벌이 곧 능력이라는 인식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학벌이 아닌 능력 중심 사회를 만들겠다고 밝히면서 ‘국가직무능력표준’을 도입하기로 했다. 국가직무능력표준은 직업군별로 요구되는 지식·기술 등을 표준화한 것을 가리킨다. 명문학교를 나오지 않아도 국가가 설계한 교육훈련만 잘 받으면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보다 앞서 직무능력표준을 개발해 정착시킨 나라가 있다. 직업교육훈련 분야에 있어 롤모델로 주목받는 호주를 찾아갔다. 지난 8일 호주의 수도 캔버라 시내 중심에 있는 캔버라공과대학(CIT) 도서관에서 만난 나이지리아 출신의 테레사 블레싱(40·여)은 불혹의 나이에도 식지 않은 학구열로 현재 정보기술(IT) 분야를 전공하고 있다. 나이지리아에 머무를 당시 직업은 교사였지만 컴퓨터에 관심이 생긴 이래 지난해 호주로 건너와 IT 분야 공부를 하고 있다. 그는 “수업에서 이론뿐만 아니라 컴퓨터 조립, 웹사이트 제작 및 디자인 개발 등 실무도 함께 배우고 있다”며 “우선 호주 연방정부에 들어가서 공무원으로 일하고 싶다. 궁극적인 목표는 IT 애널리스트가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레싱은 내년에 졸업을 앞두고 있다. 취업에 대한 부담감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블레싱은 “전혀 걱정할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나이도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블레싱은 “호주 연방정부가 정해 준 코스를 밟고 수료증을 받는다면 취업이 가능하다”며 “공부만 열심히 하면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호주에서는 직업교육훈련 전 과정을 국가가 책임지고 있다. 직업교육훈련 프로그램 개발부터 교육훈련기관 운영 및 프로그램 질적 제고 등을 국가가 체계적으로 관리·감독한다. 국가에 정식으로 등록된 기관에서 교육훈련을 받고 자격증 또는 학사 이상 학위를 갖는다면 출신 학교와 상관없이 직장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다. 이러한 호주의 직업교육훈련(VET) 체계의 기초가 되는 것이 바로 ‘훈련 패키지’다. 훈련 패키지란 근로자가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지식·소양·기술이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를 산업 분야별로 표준화한 지침을 가리킨다. 이 안에는 해당 훈련 패키지를 이수한 후 취득 가능한 자격증 종류와 함께 향후 경력 개발을 어떻게 해 나갈지 제시해 주는 조언도 담겨 있다. 현재 호주에는 총 73개의 훈련 패키지가 있다. 하지만 훈련 패키지 73개만으로 1684개의 자격증 이수가 가능할 만큼 현재 호주 전체 직업군의 약 80%에서 요구하는 직무능력을 교육하는 일이 가능하다. 훈련 패키지를 기반으로 하는 직업교육훈련기관(RTO)은 호주에 현재 총 5000여곳이 있다. RTO는 공립과 사립으로 나뉘고, CIT와 같은 전문대학은 ‘기술고등교육기관’(TAFE)이라는 이름의 공립 RTO로 분류된다. CIT는 공립 RTO 중에서도 캔버라를 대표하는 기관으로 인정받고 있다. 제인 밀러 CIT 학장(디렉터)은 “CIT에서는 자동차, 예술, 미디어, 관광, 건설, 미용, 플라워 디자인, 포렌식(과학수사) 등 40개 분야에 걸쳐 37개의 훈련 패키지를 400여개의 수업에 접목시켜 교육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이한 점은 전문대의 강좌마다 ‘국가코드’가 배정돼 있다는 것이다. 강좌명도 전문대마다 동일하다. 이를테면 CIT에 있는 ‘정보 기술 네트워킹’라는 이름의 강좌가 호주 멜버른 내의 다른 전문대에도 같은 국가코드 아래 있다는 뜻이다. 이는 호주 연방정부가 개인의 직업교육훈련 과정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했다. 밀러 학장은 “개인 사정상 기존 학교를 끝까지 다니지 못하고 다른 학교로 옮겼을 때 전 학교에서 학습한 내용을 새로 다니게 된 학교에서 인정하도록 한 것”이라며 “본인이 이수한 강좌가 국가코드로 관리되고 있기 때문에 전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새로 학습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민간 RTO도 마찬가지다. 훈련 패키지를 만드는 기관인 ‘산업별 협의체’(ISC)는 호주에 총 12곳이 있다. 이 중 10개의 훈련 패키지를 만들면서 규모가 가장 큰 ISC가 호주제조업기술(MSA)이다. MSA의 밥 패튼 최고경영자(CEO)는 “훈련 패키지를 개선하고 개발하는 데 매년 200만 달러 규모의 자본을 투입하고 있다”며 “시장 상황도 시간이 흐르면서 달라지기 때문에 기존에 있던 훈련 패키지 개선 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ISC가 개발한 훈련 패키지가 교육훈련기관 현장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훈련 패키지의 질적 관리는 정부기관인 호주직업능력품질원(ASQA)에서 담당한다. ASQA에서는 또 각 RTO의 강좌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감사하기도 한다. 글 사진 캔버라(호주)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노예 같은 중노동·폭행… 인권 사각 내몰린 농축산 이주노동자

    노예 같은 중노동·폭행… 인권 사각 내몰린 농축산 이주노동자

    “원래 매주 토요일이 휴일이었지만 과일·채소 수확이 몰리는 4~6월에는 매일 오전 3시부터 오후 7시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일했어요. 당시 사장님은 제가 토요일에 쉬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캄보디아 출신 35세 여성 A씨) “한번은 일할 때 허리가 아파서 관리자에게 아프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는 계속 일을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허리를 숙이고 배추를 캐기 시작했는데 잘못해서 배추 다섯 포기의 뿌리를 상하게 했어요. 관리자가 멱살을 잡더군요. 본능적으로 밀쳐 냈더니 관리자가 때렸습니다. 옆에 있던 사람과 함께 주먹질을 하고 발길질을 했습니다.”(캄보디아 출신 25세 남성 B씨) 지난해 말 현재 ‘고용허가제’를 통해 한국에 들어온 이주노동자 25만여명 중 8%(1만 9700여명)가 농·축산업 분야에서 일하는 가운데 이들이 장시간·저임금 노동은 물론 심각한 인권유린을 겪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제앰네스티와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이 20일 발표한 ‘한국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착취와 강제노동’ 보고서에 따르면 면담에 응한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은 평균 하루 10시간, 한 달에 28일 이상 격무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고용주와 작성한 근로계약서상 노동시간보다 평균 월 50시간을 더 일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23명은 연장근로 수당을 전혀 받지 못했고, 연차휴가도 없었다. 보고서는 국제앰네스티가 지난해 2월부터 지난 4월까지 안산·천안 등 10곳의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28명을 면담해 작성됐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인권 실태가 드러난 바 있다. 월평균 근무시간은 283.7시간에 이르고, 월평균 휴일은 2.1일에 불과했다.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임금은 월평균 127만 2602원(남성 131만 8579원, 여성 117만 7995원)으로 최저임금(137만 8782원)에 미치지 못했다. 국제앰네스티는 법적인 한계로 농·축산업 이주노동자가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모든 이주노동자는 국내 노동법을 적용받지만,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시간(주 40시간) 규정 적용 대상에서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은 제외돼 있다는 것이다. 직장도 쉽게 옮길 수 없다. 이직하려면 ‘사업장 변경 신청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기존 고용주의 서명을 받아야만 한다. 노마 강 무이코 국제앰네스티 아시아·태평양 이주인권조사관은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을 제한하고 있어 고용주가 악용하면 이주노동자들은 당할 수밖에 없다”며 “고용허가제로 고용된 이주노동자가 부당한 대우를 받을 경우 진정을 제기할 창구를 마련하고 자유롭게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학벌 넘어 능력사회로] 한국의 뿌리 깊은 학벌주의 실태

    [학벌 넘어 능력사회로] 한국의 뿌리 깊은 학벌주의 실태

    흔히 한국인 스스로는 물론 외국에서도 한국을 ‘학벌사회’라고 부른다. 프라이버시인 출신 학교를 물어보는 것을 당연시하고, 고졸이나 전문대 출신에 대해서는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출신 학교가 사회적 계층을 결정하는 학벌사회를 깨기 위해 수많은 정책이 시도됐지만 성공적이지 못했다. 그래도 직업·진로교육 체계를 바꿔 능력위주의 사회를 건설하려는 새로운 시도가 학교·기업 현장에서 최근 꾸준하게 진행되고 있다. 서울신문은 학벌사회 타파를 위한 직업·진로교육 개편의 롤모델인 독일·스위스·호주 등을 찾아 능력사회가 어떤 모습을 갖고 있는지 살펴봤다. 또 한국 사회에의 바람직한 적용 가능성도 모색해봤다. 올해로 8년째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회사원 김모(30)씨. 김씨는 올해 대리 승진의 벽을 실감했다. 김씨가 이번에 승진해도 결코 빠른 것은 아니다. 다른 회사는 사원에서 대리로 승진하기까지 보통 3~4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한다면 김씨는 남보다 더 늦은 셈이다. 이유는 그가 ‘전문대 출신’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4년제 대학 졸업자는 입사 후 4년차에 대리가 될 수 있는 반면 전문대 졸업자는 입사 후 8년차에야 대리가 될 수 있도록 한 회사 방침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는 갑자기 올해 승진 대상자 명단에서 제외됐다는 통보를 최근 받았다. 그는 “전문대 졸업자는 승진을 시키지 않겠다고 팀장이 구두로 통보해서 이유를 물었더니 ‘회장이 앞으로는 고졸과 전문대 출신은 아예 승진 대상에서 제외시키라는 지시를 했다’는 대답을 들었다”면서 “오랜 회사 생활로 여러 업무를 꿰뚫고 있어도 전문대를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승진 통로를 차단당해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등에서 고졸 및 지방대 출신 인재 채용을 확대하고 일부 민간 기업에서는 ‘무자료 면접’(면접관들이 응시자들의 성적, 출신학교 등 신상 정보를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하는 면접)을 실시하는 등 학력·학벌에 구애받지 않고 인재를 뽑는 분위기가 최근 채용 시장 안에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부 민간 기업에서는 전문대 출신에게 승진 기회를 박탈하는 등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력·학벌주의를 뿌리 뽑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인권위에 접수되는 학력·학벌 차별로 인한 상담 건수가 해마다 조금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7월~2008년 6월까지 19건이었던 학력·학벌 차별 행위 상담 신청 건수는 2012년 7월~지난해 6월 33건으로 늘었다. 정부가 그동안 민간 영역으로의 파급 효과를 기대하며 일부 공무원 필기시험 선택 과목에 고교 교과목을 편입시키고 공공기관에 ‘스펙’을 초월한 채용시스템을 도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학력·학벌보다는 능력을 우선시하는 사회로의 전환을 유도했지만 학력과 학벌로 인한 피해 사례는 오히려 거꾸로 늘고 있다. 최종 학력에 따른 보수 격차는 좀처럼 줄지 있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한눈에 보는 교육’ 통계에 따르면 고등학교 졸업자(25~64세 성인인구) 평균 임금을 100으로 했을 때 2011년 기준으로 전문대를 졸업한 근로자와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근로자가 받는 임금 격차는 48% 포인트였다. 1998년에 집계된 격차 지수 포인트(41% 포인트)보다 더 벌어진 수치다. 김혜령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연구원은 “경력 차이를 인정하는 부분에 있어서 고졸과 대졸(4년제) 출신 근로자 사이에 임금 차이가 나는 것은 납득할 수 있다”면서도 “단순히 경력 차이만 놓고 본다면 고졸과 전문대졸, 전문대졸과 대졸에서의 임금 차이 비율이 동일해야 한다. 하지만 고졸과 전문대졸 사이의 임금 격차는 크지 않은 반면 전문대졸과 대졸 사이에서는 크게 나타나고 있다. 기업이 여전히 학력에 따른 보수 차이를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만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학력·학벌 문제를 바라보는 국민 인식은 그대로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전국 19~75세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실시한 교육여론조사 결과 절반이 넘는 56.7%(1134명)가 ‘우리나라의 학벌주의는 앞으로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학벌주의가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한 응답은 31.9%(637명)를 차지했다. 반면 ‘학벌주의가 약화될 것’으로 내다본 사람은 9.2%(183명)에 불과했다. 최근 ‘SKY’ 대학(서울대·고려대·연세대) 학생들을 중심으로 대학가에 ‘대학평가 거부 운동’이 확산되고 있지만 대학 서열화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응답자의 91.0%(1821명)는 ‘대학 서열화 현상에 큰 변화는 없거나(1234명) 대학 서열화가 오히려 심화될 것(587명)’이라는 비관적 반응을 보였다. 출신을 따지는 사회 분위기가 여전한 탓에 지방대를 졸업한 구직자 10명 중 8명이 학벌 때문에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할 정도다. 취업 포털사이트 ‘사람인’이 지난해 지방대 출신 구직자 40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82.6%(337명)가 ‘학벌 때문에 구직 준비 및 활동 시 불이익을 받는다고 생각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학벌 넘어 능력사회로] “고용주도 지원자 실력 객관적 평가 가능해져”

    [학벌 넘어 능력사회로] “고용주도 지원자 실력 객관적 평가 가능해져”

    호주의 직업교육훈련(VET) 체계를 총괄하는 연방정부 부처는 산업부다. 산업부 내에서도 멜리사 맥키완 기술 이동·아시아 협력국장이 직업교육훈련의 총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올해로 9년째 직업교육훈련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맥키완 국장은 최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1990년대 들어 생명공학, 정보기술(IT)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위해 고급 인력 육성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직업교육훈련 체계를 개혁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당시부터 새로운 산업 발전에 필요한 직업군을 따로 분류해 어떤 직업군이 호주에 부족한지, 또 어떤 직업군이 신설될 필요가 있는지를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맥키완 국장은 “20년 전만 해도 호주에는 IT 분야 중 하나인 컴퓨터 애니메이션 영역에 종사할 기술자가 한 명도 없었다”고 예를 들며 “훈련 패키지를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산업 수요와 기술 발전 수준에 따라 조금씩 바꾸고 있다. 자동차 수리 분야도 20년 전에는 단순히 자동차 부품 교체만 할 줄 알면 문제가 없었지만 최근 전기자동차, 하이브리드차 등 새로운 기술을 접목시킨 자동차가 등장하면서 컴퓨터 활용 능력도 필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훈련 패키지 개발로 나타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로 그는 ‘성과의 지속성’을 꼽았다. 맥키완 국장은 “훈련 패키지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각 직업교육훈련기관들이 각자 나름대로 수업을 운영해 고용주들 입장에서는 지원자들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지표가 없었다. 그렇다 보니 다른 지역에 있는 교육기관에서 배워 온 기술을 고용주들이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제는 국가에서 인정하고 등록한 훈련 패키지라는 표준화된 지표가 있다 보니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해졌다”고 덧붙였다. 현재 호주 정부에 등록된 훈련 패키지 숫자는 총 73개. 숫자만 놓고 보면 적은 것 같지만 이는 기존에 있던 훈련 패키지 218개 중 일부를 최근 산업 기술 발전 경향을 반영해 통합한 결과다. 맥키완 국장은 “산업계와 지속적으로 협력해 훈련 패키지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노력과 함께 앞으로는 직업교육훈련 분야에서의 산학 연계 과정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라면서 “일을 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우고 능력만 있다면 누구나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사회를 계속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캔버라(호주)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판교 환풍구 참사] “내년 2월이면 가족과 합친다고 들떴던 기러기 아빠인데…”

    [판교 환풍구 참사] “내년 2월이면 가족과 합친다고 들떴던 기러기 아빠인데…”

    “곧 가족들과 함께 살 수 있다고 그렇게 좋아했는데….” 19일 경기 성남중앙병원 장례식장의 한 빈소에는 미소를 띤 40대 남성의 사진이 국화꽃 옆에 놓여 있었다. 지난 17일 경기 성남 판교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 사고로 숨진 이영삼(45)씨의 빈소다. 분당의 엔지니어링 회사에 다니던 이씨는 각각 고등학생과 중학생으로 중국에서 유학 중인 두 아들 및 아내와 떨어져 살던 ‘기러기 아빠’였다. 내년 2월 가족들과 한국에 다시 모여 살기로 약속했던 터였다. 그는 사고 당시 아이돌 걸그룹인 ‘포미닛’의 공연 영상을 찍다가 참변을 당했다. 이씨의 한 지인은 “1년에 한두 번 중국에 찾아가 가족들을 만나는 게 가장 큰 행복이었던 평범한 아버지였다”면서 “평소 가족이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고 전했다. 이씨의 매제인 유모(48)씨는 “일주일에 서너 번씩 가족들과 영상 통화를 할 만큼 가족밖에 모르던 사람이었다”면서 “아들에게 동영상을 보내 주려고 환풍구에 올랐다가 사고를 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고 소식을 듣고 전날 아이들과 급히 귀국한 아내는 영정 앞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참사 희생자 가운데는 젊은 직장인들이 많다. 고 김민정(27·여)씨도 그중 한 명이다. 4남매 중 첫째인 김씨는 대학 시절 동아리 활동을 적극적으로 했던 까닭에 빈소에는 이날 지인들의 조문이 잇따랐다. 여리면서도 속 깊던 김씨는 맏이답게 자립심도 강했다. 친동생 영은(26·여)씨는 “언니는 대학 다닐 때도 등록금을 스스로 벌었다”면서 “직장에 들어가서도 저축을 열심히 했다. 나중에 결혼해서 집을 장만할 때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으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모 장윤철(56)씨는 “민정이는 회사에 도시락을 싸서 다닐 만큼 알뜰했다”며 생전의 김씨를 회상하며 슬퍼했다. 김씨는 1년 6개월 전 한 어학 전문학원에 계약직으로 입사했다. 곧 정규직으로 전환될 예정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났다. 김씨는 강희선(24·여)씨 등 직장 동료들과 함께 퇴근 전 회사 앞 공연장을 찾았다가 강씨와 함께 변을 당했다. 김씨의 직장 동료 10여명은 이날 빈소를 찾아 황망하게 떠난 김씨를 잇따라 조문했다. 동료 김모(27·여)씨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민정이는 회사 내에서도 성실하고 인사성이 밝은 직원으로 유명했다”고 말했다. 고 손진호(30)씨도 내년 2월 대학 졸업을 앞둔 새내기 직장인이다. 인턴을 마친 뒤 회사 정직원으로 전환될 예정이었다. 급히 준비한 영정 사진에서 손씨는 활짝 웃고 있었다. 충격을 이기지 못한 어머니는 휠체어에 몸을 맡긴 채 빈소를 지키고 있었다. 한편 이날 오전 삼성서울병원에서 고 홍석범(29)씨의 발인식이 희생자 중 처음 진행됐다. 주변 정보기술(IT) 업체에서 근무하던 홍씨는 동료들과 공연을 보다가 사고를 당했다. 유해는 경기 광주 분당추모공원에 안치됐다. 희생자 16명 중 장례를 치른 홍씨를 제외한 15명의 빈소는 성남중앙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각 5곳), 분당제생병원·용인 강남병원·평촌 한림대성심병원·서울 을지병원(각 1곳)에 마련돼 있다. 부부 희생자인 고 정연태(47)·권복녀(46·여)씨의 합동 빈소는 분당제생병원에 차려졌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판교 환풍구 참사] 환풍구 지침에 안전기준 전무… 도심 설치 실태도 ‘깜깜이’

    [판교 환풍구 참사] 환풍구 지침에 안전기준 전무… 도심 설치 실태도 ‘깜깜이’

    그동안에도 지하로 통하는 환풍구가 여러 차례 무너지면서 크고 작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지만 환풍구의 설치 기준이나 안전 점검은 아예 없었다. 또 지역에 도대체 몇 개의 환풍구가 있는지 현황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11월 부산의 한 백화점 환풍구에서 고교생 A(17)군이 15m 아래로 추락해 숨졌고 앞서 3월에는 서울 양천의 한 아파트에서 B(19)양이 10m 깊이의 환풍구로 떨어져 중상을 입었다. 그럼에도 환풍구 설치 관할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서 환풍구의 환기량과 환풍 주기 등만 명시하고 있을 뿐 환풍구 덮개의 강도나 두께, 내구성은 물론 주변 위험 경고표시, 안전펜스 설치 등의 기준은 마련하지 않았다. 2006년에 만든 ‘공동구 설치 및 관리지침’에는 지질, 발열, 습도, 풍속, 소음 등에 관해선 꼼꼼하게 규정해 놓고도 정작 안전설치 기준은 없었다. 그나마 지하철 환기구는 토목 기준에 의거해 어느 정도 안전 기준이 정해져 있을 뿐이다. 현행 건축법상 1000㎡ 이상인 건축물에는 반드시 환기 설비를 설치해야 하지만 재질, 크기 등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는 정해져 있지 않다. 이 때문에 환풍구의 철제 덮개가 여닫는 용도로만 사용되기 때문에 용접 등으로 고정하지 않아 위험하다. 그럼에도 덮개가 단위 면적당 버틸 수 있는 하중 기준은 사실상 시공사 마음대로 정하게 된다. 양기근 원광대 소방행정학부 교수는 “환풍구 설치와 관련된 법은 지하공간의 효율적 환기를 위한 설치 기준에 따르다 보니 안전 기준은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학과 교수도 “다른 나라에서는 환풍구 주변에 조형물을 배치하거나 사람 키보다 높게 환풍구를 만드는 등 위험 요소를 없애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환풍구는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한 소방시설에 속하지 않아 지방자치단체 산하 소방본부의 안전 점검도 받지 않는다. 환풍구 관리는 지자체 안에서도 도시철도공사, 본청 주택과 등으로 업무가 나뉘어 있고 법규나 조례 어디에도 안전 점검 주체나 평가 기준 등이 정해져 있지 않다. 김유식 한국국제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소방당국과 행사를 주관한 단체, 지자체가 안전 평가를 하고 위험 요인에 대한 접근을 막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유사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심에 지하철과 지하상가, 지하주차장 등이 많은 서울시조차도 각종 환풍구가 얼마나 있는지 몰랐고 지난 17일 판교테크노밸리 사고 이후에야 현황 파악에 나섰다. 서울시가 뒤늦게 파악한 결과 서울시에는 지하철 환풍구 2418곳, 전기·가스·수도·통신 등의 공동구 환풍구 252곳, 주차시설 환풍구 110곳 등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건축물 환풍구는 관리 주체가 민간 기업인 경우가 많아 정확한 집계를 하지 못하고 있다. 행정력이 앞선 서울시가 이 정도니 경기도를 비롯한 다른 시도는 깜깜한 상황이다. 앞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통풍구 안전사고를 막도록 안전행정부에 전국 현황 및 실태 파악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도 지자체별 현황 및 관리 실태 파악에 들어갔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또 무너진 안전… 판교 공연장 환풍구 붕괴 16명 사망

    또 무너진 안전… 판교 공연장 환풍구 붕괴 16명 사망

    경기 성남 판교테크노밸리 유스페이스 앞 광장에서 열린 야외공연 도중 관람객 20여명이 4층 높이(20m)의 지하주차장 환풍구 바닥으로 추락해 16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세월호 대참사 6개월 만에 또 대형 참사가 일어나 충격을 주고 있다. 17일 오후 5시 54분 판교테크노밸리 유스페이스 앞 광장에서 관람객 수십여 명이 지하주차장 환풍구 위에 올라가 걸그룹 포미닛의 공연을 지켜보던 중 덮개가 붕괴되면서 27명이 추락했다. 오후 11시 30분 현재 윤모(35)씨 등 16명이 숨지고, 김모(20·여)씨 등 11명이 중경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2명은 붕괴 직후 자력으로 탈출했다. 사고는 700여명의 관람객 중 무대 가까이에 접근하지 못한 일부 관람객이 1.3m 높이의 환풍구 위에 올라서서 공연을 보다가 벌어졌다. 철제 구조물과 함께 20m 아래로 추락하면서 골절은 물론 심각한 폐손상과 복부 출혈 등으로 사망자 숫자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 상당수는 20~40대의 인근 지역 직장인으로 파악됐다. 김남준 ‘경기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 대책본부’ 대변인은 “사고 원인은 관람객 하중에 의한 야외 환풍구 붕괴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환풍구 덮개를 떠받치고 있던 철제 지지대가 수십여 명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붕괴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주최 측이 안전요원 배치 등 안전규정을 준수했는지도 조사할 계획이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국보법 철폐 1000번이나 외쳤지만…”

    “국보법 철폐 1000번이나 외쳤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서울에서 울산까지 와서 수감 중인 내 아들을 격려해준 고마운 분들이야.” 16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정문 앞. 1987년 민주노총 탄생의 주역이자 초대 사무총장을 지낸 고 권용목씨의 아버지 권처흥(86)씨는 보랏빛 손수건을 머리에 두르고 공원 앞에 모인 어머니들에게 감사인사를 거듭해서 했다. 권씨는 “어머니들이 아들이 있던 교도소까지 와서 ‘기죽거나 굴복하지 말고 노동권 보장을 위한 운동을 계속하라’는 격려를 하고 갔다”며 “전국 교도소를 돌아다니며 민주화·노동 운동을 하다가 잡힌 사람들을 직접 만나면서 보살폈던 어머니들”이라고 소개했다. ‘양심수 석방’과 ‘국가보안법 폐지’를 내걸고 지난 21년간 한 주도 빠짐 없이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회원들이 벌여온 ‘목요집회’가 이날로 1000회째를 맞았다. 민가협은 1970~80년대 민청학련 사건과 재일교포간첩단 사건, 미국 문화원 점거 사건 등 유신독재와 전두환 군사정권에 저항하다가 고문을 당하고 장기 구금된 이들의 가족들이 1985년 결성했다. 그동안 목요집회에서는 양심수나 보안법 문제는 물론 비정규직 차별, 군 인권, 공권력에 의한 인권 침해, 밀양송전탑 갈등 등 다양한 사회 현안에 대한 목소리가 나왔다. 목요집회처럼 20년 넘게 매주 열리는 집회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수요일마다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여는 수요집회(1148회)가 유일하다. 1000번째 목요집회에는 조순덕 민가협 상임의장 및 회원들을 비롯해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와 시민 등 400여명(경찰 추산)이 참석했다. 회원들은 ‘고난 속 희망’을 상징하는 보라색 손수건을 머리에 두르고 보라색 풍선을 손에 든 채 같은 뜻을 표시했다. 민가협에 따르면 10월 1일 현재까지도 모두 39명의 ‘양심수’가 전국 각 교도소 및 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21명은 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며 18명은 재판을 받고 있다. 조 상임의장은 “목요집회를 처음 시작하던 1993년 12월만 하더라도 오래지 않아 국보법이 철폐되고 양심수들이 전원 석방될 줄 알았지 이렇게 21년 동안 집회가 이어질 줄은 몰랐다”며 “국보법이 사라지고 양심수가 전원 석방돼 우리나라가 진정한 민주 사회가 될 때까지 다른 민가협 어머니들과 함께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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