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오세진
    2025-08-28
    검색기록 지우기
  • 텔레@KWVWS스틸녹스거래방법안락사약구입처안락사약물구매처스틸녹스거래방법안락사약구입처안락사약물구매처
    2025-08-28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5,685
  • “메르스에 모임·여행 취소” 51%

    “메르스에 모임·여행 취소” 51%

    메르스 발생 이후 지난 한 달 동안 국민 2명 중 1명꼴로 메르스 감염이 두려워 모임이나 여행 등의 일정을 취소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신문이 지난 18~21일 일반 국민 109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전체의 49.4%가 “(나도) 메르스에 감염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응답했다. 공포를 느끼게 된 이유로는 44.5%가 ‘메르스 확산을 막지 못한 정부의 무능’을 꼽았다. 21일 설문조사에 따르면 ‘메르스 확산 이후 모임이나 여행 등을 취소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51.1%가 “그렇다”고 답했다. ‘메르스에 대해 공포를 느끼는가’라는 질문에는 ‘두렵다’ 39.7%, ‘매우 두렵다’ 9.7%로 나타났다. 메르스 공포를 느끼게 된 이유로 44.5%가 ‘정부의 무능’을 꼽았고, 이어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다’ 24.5%, ‘메르스의 빠른 확산 속도’ 21.6%, ‘메르스에 대한 정보 부족’ 6.7% 순이었다. 반면 메르스에 대해 공포를 느끼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19.3%로 나타났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현장 블로그] 모든 게 좀 나아졌다는 기사를 보고 싶습니다

    메르스 관련 기사가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습니다. 당국의 확진환자, 사망자, 격리대상자 수 발표는 어느덧 매일 아침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치료를 받고 완치됐다는 소식도 들리지만,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환자들이 속출하면서 좀처럼 두려움이 잦아들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넷에 메르스 관련 기사가 올라오면 확산에 대한 불안감이나 정부당국에 대한 질타가 반영된 댓글이 빠르게 붙습니다. 지난 18일 기자가 쓴 ‘2차 감염 전무…독일과 미국에서 배운다’ 기사에도 ‘(보건당국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처하라’, ‘정부야말로 슈퍼전파자’ 등 날선 의견과 반응이 줄줄이 댓글로 달렸습니다. 그런데 그 중 눈에 띈 댓글이 있었습니다. ‘모든 게 좀 나아졌다는 기사를 보고 싶습니다.’ 짧지만 인상 깊은 댓글이었습니다. 메르스 사태의 장기화로 힘든 건 환자와 격리대상자, 의료진뿐만은 아닙니다. 국민 모두가 메르스 소식에 지쳐가고, 감염에 대한 두려움을 안은 채 생활하고 있습니다. 정신과 전문가들은 ‘예기불안’(자신에게 어떤 상황이 닥친다고 생각할 때 생기는 불안) 증상은 비단 격리대상자들뿐 아니라 일반 국민에게도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누군가 재채기만 해도 화들짝 놀라거나 외출을 삼가는 것은 따지고 보면 예기불안의 반영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지금은 정부와 의료진, 국민들이 마음을 합하고 힘을 모을 때입니다. 정부는 이제라도 총력을 다해 메르스 방역을 잘 마무리해야 하고 국민들은 위생수칙을 지키며 자중자애를 실천해야 합니다. 지금 당장 메르스 사태를 키운 책임자를 처벌한다는 식의 엄포를 놓거나, 엄연히 20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온 상황에서 그저 ‘중동식 독감’ 정도라고 축소해 말하는 것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아울러 효율성만을 좇다가 부실해진 공공 의료체계의 난맥상을 바로잡는 일도 메르스 극복 이후 우리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과제입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메르스 한 달-감염 비상] 같은 공간·접촉 빈번한 학교 가장 취약 사람 몰리는 출퇴근 대중교통도 조심을

    [메르스 한 달-감염 비상] 같은 공간·접촉 빈번한 학교 가장 취약 사람 몰리는 출퇴근 대중교통도 조심을

    “학교가 특히 위험해요. 메르스의 급속한 확산이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학생들이 놀고 장난치다 보면 접촉이 빈번하잖아요. 학교만큼은 방역을 철저하게 해서 환자가 나타나지 않도록 해야 해요.” 메르스의 지역사회 전파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짐에 따라 ‘메르스 취약지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역사회 감염은 취약지대부터 비롯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많이 몰리고 사람들 간 거리가 가까운 학교나 지하철, 극장과 같은 밀집 지역이 메르스 감염에 특히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우선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는 통상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전파된다. 이 바이러스는 얇은 기름막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 막 자체는 굉장히 약하기 때문에 메르스 바이러스가 땅에 떨어지거나 하면 감염을 일으키기가 어렵다. 전문가들이 ‘같은 공간, 가까운 거리’를 감염의 조건으로 강조하는 건 이 때문이다. 또 환자의 침이 묻어 있는 손잡이를 다른 사람이 만져 입이나 코에 가져가면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기 때문에 간접 접촉이 이뤄지는 곳도 주의 지역이라고 지적한다. 결국 많은 사람들이 한 공간에 밀접하게 부대낄 수 있는 장소는 메르스 전파 위험지역이라는 의미다. 김익중 서울대 미생물학과 교수는 18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메르스 바이러스에 대한 깊은 연구가 이뤄지지 않아 특별히 어느 장소가 가장 위험하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밀접 접촉이 자주 이뤄지는 학교나 출퇴근 시간 전철과 버스, 극장 등은 특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메르스는 고온·다습한 환경에 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 당국도 이 부분을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기온이 더 오르고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7월이나 장맛비가 내리는 8월에는 바이러스 감염력이 주춤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내에서는 에어컨이 가동돼 일정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기 때문에 이마저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 교수는 “비가 오거나 온도가 높아진다고 해도 현재 메르스 전파는 모두 실내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바깥 날씨가 어떻든 간에 실내에선 에어컨을 가동하기에 온도와 습도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2차 감염 전무… 독일과 미국의 대처법에서 배운다] 미국, 신종 전염병 ‘불확실성’ 인정·설명…국민 불안 이해하고 비상계획 제시

    메르스 확진 환자와 밀접 접촉하지 않았는데 메르스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환자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보건 당국은 ‘공기 중 전파 가능성’과 ‘병원 밖 감염 가능성’은 배제하고 있다. 정부는 자신만만하지만 이런 태도가 국민의 불안과 혼란을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미국의 경우를 보면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위기관리대응 소통 원칙’에 따라 신종 전염병 감염의 ‘불확실성’을 전제로 국민들과 소통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신속하고 투명한 정보공개는 기본 원칙이다. 국민이 불안해하는 점을 인정하고 현재 수준에서 마련할 수 있는 상황별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을 제시해야 한다는 원칙도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와 보건 당국의 태도는 이런 원칙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병원 명단 공개는 사태가 시작된 지 18일 만에 이뤄졌다. 현재도 ‘2m 이내의 비말 밀접 접촉’만을 고집하며 방역망을 스스로 무력화했고 메르스 확산에 대비한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비상계획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재욱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은 “메르스가 신종 감염병인 만큼 불확실성이 큰데 보건복지부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병한 사례만을 근거로 ‘2차 감염은 없다’, ‘젊은 사람은 괜찮다’고 낙관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발병 초기부터 일상생활에서 공기 중 전파 감염은 없지만 병원 내 공기 중 감염 위험성은 있다고 인정했다면 국민의 불신은 초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소장은 “메르스 사태가 한 달을 맞았지만 병원 밖 감염 가능성을 계속 부인하는 상황에서 발병 경로가 불분명해지는 상황이 매우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메르스 비상] “격리 기간 2주보다 더 늘려야” 지적에… 당국 “문제 없다”

    [메르스 비상] “격리 기간 2주보다 더 늘려야” 지적에… 당국 “문제 없다”

    기존에 알려진 바이러스 최대 잠복기인 14일을 넘겨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는 환자가 잇따르면서 격리 기간을 더 늘려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면 정부는 현행 기준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1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최대 잠복기를 넘겨 메르스가 발병한 사람은 146번째 환자(55)와 154번째 환자(52)다. 이들은 지난달 27~28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14번째 환자(35)와 접촉해 메르스에 감염됐다. 복지부가 설정한 최대 잠복기를 고려하면 적어도 지난 9일 또는 10일까지는 메르스 증상이 나타났어야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지난 13일에야 발열과 오한 증상이 나타났고 각각 이틀과 사흘 뒤에 메르스 환자로 분류됐다. 현재 메르스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들의 격리 기간은 최대 잠복기에 맞춰 14일이다. 그러나 최대 잠복기가 지나고도 감염 증상이 나타난 2명의 사례와 함께 149번째 환자(84), 151번째 환자(38), 152번째 환자(66)의 발병일도 명확하지 않아 “위험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려면 격리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복지부는 기존 방침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권준욱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브리핑에서 “이미 민간 전문가들과 논의해 봤지만 현재로서는 잠복기를 최대 14일로 보고 관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면서 “현재까지 드러난 문제점도 없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은 있지만 메르스 잠복 기간 수정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훨씬 우세하다. 임승관 아주대 감염내과 교수는 “잠복기를 넘겨 발병한 사례도 다시 한번 정밀하게 역학조사를 해 증상이 정확히 언제 발현된 것인지, 혹시 앞서 경미한 증상이 간과되지는 않았는지 살펴봐야 한다”면서 “추가 조사가 필요하겠지만 개인의 유전적 특질에서 비롯되는 예외적인 일을 모두에게 적용해 격리 기간을 늘리면 사회적 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설대우 중앙대 약대 교수는 “감염병이 발생하면 최대 잠복기의 1.5배 또는 2배만큼 격리 기간을 두는 것이 보통”이라면서도 “정부가 적용하는 메르스 잠복기(2~14일)는 메르스가 가장 많이 발병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환자 1000여명에 대한 역학조사를 통해 나온 결과다. 물론 최대 6주까지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사례도 보고됐지만 이는 극히 예외적인 일”이라고 덧붙였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감염병 사전 예방 원칙에 따라 융통성 있게 잠복기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그러나 격리 기간 연장에 따라 늘어나는 관리 대상 인원을 감당할 행정력이 모자라 정부가 변경을 꺼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메르스 비상-삼성병원 부분폐쇄 이후] 음압장치 있는 선별진료소 북새통… 발열 깐깐하게 체크 뒤 출입 허용

    “어머니, 어머니. 그냥 들어가면 안 돼요.” 15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병원 본관 입구를 지키던 간호사 2명이 60대 여성을 급하게 불러 세웠다. 두 간호사는 60대 여성을 입구 앞에 설치된 진료 탁자로 안내했다. 한 간호사가 곧바로 그 여성의 체온을 측정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의심 증상 발열 기준(37.5도)보다 낮은 36도가 나왔다. 의료진은 그제서야 60대 여성의 병원 출입을 허용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12일 국내 병원 87곳을 대상으로 지정한 ‘안심병원’이 이날 첫 운영에 들어갔다. 일반 환자와 폐렴 등 호흡기 환자 및 메르스 증상이 의심되는 사람들을 분리 진료하기로 한 만큼 안심병원들은 병원 출입구마다 인력을 배치해 발열 상태를 꼼꼼히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발열 측정에서 의심스러운 내원 환자들은 외부에 설치된 메르스 선별 진료소로 이동돼 집중적인 확인을 거치는 등 ‘메르스 대응 조치’가 눈에 띄게 강화됐다. 순천향대 서울병원은 본관 입구에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해 방문객의 체온을 측정하고, 최근 2주간 삼성서울병원 등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거나 거쳐 간 병원을 다녀온 적이 있는지 등을 물었다. 특히 입원한 환자를 돌보러 온 사람들은 별도로 명단을 관리했다. 이름, 소속, 연락처, 현재 거주지, 방문 대상 환자 등이 작성 항목이었다. 김태형 순천향대 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환자 보호자도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명단을 작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도 같은 방법으로 방문자들을 확인하고 있다. 또 병원 밖에 설치된 ‘메르스 안내 데스크’에서 정밀 검사를 실시해 이상이 없으면 어깨에 스티커를 붙여 표시한 뒤 병원으로 들여보내고 있다. 또 외래 환자에게는 기본적으로 ‘간이 문진표’가 주어진다. 1년 전 수술을 받고 암 전이 여부 진단을 위해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을 방문한 이모(65)씨는 “진료를 받을 때마다 기침·호흡곤란·인후통 등의 증상이 있는지, 가족 중에 메르스 환자에 노출돼 자가격리하는 사람이 있는지 등을 묻는 문진표를 반드시 들고 다녀야 한다”면서 “전보다 병원 이용이 불편해졌지만 메르스만 박멸할 수 있다면 참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메르스 비상] “혹시 나도 메르스?”… 격리자 4856명 ‘예기불안’ 시달린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최모(54)씨는 지난 5일 저녁 아내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실로 달려갔다. 병원에서는 아내가 갈비뼈를 다쳤다며 진통제를 맞고 집에서 휴식을 취하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이틀 뒤 보건소에서 2주간 부부가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는 연락이 왔다. 당시 병원 응급실에 메르스 확진 환자가 있었던 것. 다행히 두 사람에게는 아직까지 메르스 의심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1주일여 동안 두 사람은 극도의 정신적 불안에 시달렸다. 최씨는 “덜컥 메르스에 걸려 사경을 헤매거나 자식들에게 바이러스를 옮기는 것은 아닌지 불안 속에 하루하루를 보냈다”며 “면역력을 높이려고 하루에 비타민 알약을 5개씩 입안에 털어넣고 뉴스에서 확진 환자와 사망자가 늘어난다는 소식을 접하면 TV를 꺼버리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메르스 격리자 규모가 5000명에 육박하는 가운데 이들이 겪을 ‘예기불안’(豫期不安·자신에게 어떤 상황이 닥친다고 생각할 때 생기는 불안)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자택과 시설에 격리된 사람은 모두 4856명으로 전날보다 842명 늘었다. 전문가들은 격리 및 메르스 감염 우려에 따른 스트레스로 격리자들이 작은 일에도 쉽게 불안해하거나 분노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기존에 우울증 등을 앓는 사람들에게서 이런 경향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최수희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울장애를 가진 사람은 메르스 사태가 본인 탓이라는 생각을 극단적으로 할 수 있고, 불안장애(병적인 불안, 공포 등으로 일상생활에서 장애를 일으키는 정신질환)가 있는 사람은 격리 자체만으로도 극도로 초조한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사회적 낙인도 이들의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요소 중 하나다. 채정호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격리자를 향한 곱지 않은 시선은 메르스 사태 해결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격리 중 집을 벗어나 적발된 일부 사례를 놓고 격리자들이 전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일로 신체적 자유를 박탈당했지만 공공의 이익을 위해 기꺼이 희생을 감내하는 사람들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격리자들에게 주변 사람들이나 지역별 정신보건센터 등과 대화를 하면서 심리적 안정을 취할 것과 메르스 관련 뉴스 노출을 줄이고 적절한 운동으로 생활리듬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메르스 비상] 다섯 곳에서 제각각 지휘… 컨트롤 못하는 컨트롤타워

    [메르스 비상] 다섯 곳에서 제각각 지휘… 컨트롤 못하는 컨트롤타워

    “완전히 불협화음이지요. 상황은 하루하루 급박하게 돌아가는데, 이건 뭐 컨트롤타워라고 할 수가 없어요. 중앙과 지방의 복잡한 행정체계를 그대로 맞붙여 놓았으니…. 일선 보건소나 병원들은 아마 우산 없이 폭풍을 맞이한 상황일 겁니다.”(12일 메르스 발병 이후 정부 측에 자문을 해 온 감염내과 전문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줄잡아 4~5곳의 ‘컨트롤타워’급 정부 또는 민관합동 특별기구들이 만들어졌지만 효율적인 정책 결정 및 집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따로 노는 현상이 좀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중앙정부 차원의 컨트롤이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부터 하나의 유기적인 틀에 의해 조직이 구성되지 못하고 그때그때 대증요법 수준으로 만들어진 탓에 업무 분장이 모호한 측면도 있다. 정부는 메르스 감염 확진 및 의심 환자가 계속 늘어나자 지난 9일 ‘즉각대응팀’을 신설했다. 국내 첫 메르스 감염 환자가 발생한 지난달 20일 복건복지부 차관 총괄의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가 구성된 지 21일 만이었다. 그 사이 국민안전처를 중심으로 8개 정부 부처가 참여한 ‘범정부메르스대책지원본부’와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와 감염병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참여한 ‘민관합동종합대응팀’도 만들어졌다. 이에 더해 지난 2일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반장으로 청와대 내부에 설치된 ‘메르스관련긴급대책반’까지 합치면 이래저래 메르스 관련 기구는 5개에 이른다. 하지만 이에 참여하는 상당수 감염병 전문가들은 컨트롤타워 무용론을 제기하고 있다. 정희진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소통이 안 되다 보니 행정 집행의 체계가 일사불란하지 않다. 대책본부나 즉각대응팀이 지침을 내려도 지자체 결제를 받으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호 선문대 정부간관계 연구소 부소장은 “청와대가 지난해 세월호 사고 후 재난 컨트롤타워 기능을 국민안전처에 넘기려고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까지 개정해 놓고 지금 또 다른 컨트롤타워인 즉각대응팀을 만들었으니 지휘체계에 혼선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 차원 격상된 최상위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동균 국가위기관리학회장는 “일찌감치 사회부총리 또는 경제부총리를 본부장으로 컨트롤타워를 격상했어야 한다. 컨트롤타워 숫자가 늘수록 집중은 되지 않고 보고 체계만 더 생겨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조성일 서울대 보건학과 교수는 “경찰, 군대 등 행정력을 넓게 동원하려면 보건복지부 차원을 넘어서 총리나 대통령이 직접 지휘를 해야 맞다”고 했다. 김영원 응급의학회 홍보이사는 “급한 불부터 꺼야 하는 상황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공공의료는 굉장히 취약하다. 컨트롤타워가 구성된다고 해도 평소 보건소 등을 중심으로 한 공공의료 시스템이 워낙 취약하다 보니 비상 대응이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현장 블로그] 퇴근은 사치라는 방역 전사들… 빵 봉지 건네받고 힘냅니다

    [현장 블로그] 퇴근은 사치라는 방역 전사들… 빵 봉지 건네받고 힘냅니다

    지난 9일 경기 평택 송탄보건소. 공중보건의 등 직원 4명은 땡볕 아래 마련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진료소에서 전신 방호복을 입고 의심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었습니다. 땀으로 흠뻑 젖은 이들은 벌써 열흘 가까이 퇴근조차 하지 못한 채 강행군을 하고 있습니다. 내원객의 발길이 뜸해진 초저녁. 잠시 이들이 숨을 고르는 순간 마스크를 쓴 40대 남성이 검정 비닐봉지에 든 뭔가를 이들에게 전달했습니다. 그 안에는 빵과 우유가 들어 있었습니다. 그 남성은 “이거라도 먹고 몸을 잘 챙겨서 더 힘을 내주세요”라는 말을 남긴 채 황급히 자리를 떴습니다. 불과 1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메르스 공포로 예민해진 내원객과 자가 격리자들의 폭언과 욕설을 들어 온 보건소 직원들에게는 빵과 우유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었습니다. 눈물겨운 위로였습니다. 공중보건의 박모씨 등 직원들 표정이 어떻게 활짝 피어났는지는 짐작이 가시겠지요. 메르스 확산을 꺾기 위해 보건 역량이 총동원되고 있습니다. 특히 방역 최전선에서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메르스와 분투 중인 이들이 전국 250개 보건소와 각 병원 의료진들입니다. 지난달 20일 국내 첫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후 방역 당국의 미숙한 대응과 의료기관의 실수들이 있었습니다. 분노와 비난의 화살이 현장에 있는 의료진들의 가슴에 박혔습니다. 발병 초기에는 의료진들도 환자들을 두려워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금 메스르 치료 현장은 전쟁터나 다름없습니다. 많은 의료진들이 탈진 직전입니다. 하지만 격려와 응원이 있습니다. 따뜻한 말이 있습니다. “진료하랴, 전화받으랴, 자택 방문하랴 할 일이 참 많은데도 힘든 내색 없이 잘 돌봐주는 보건소 직원이 있습니다. 고맙더라고요. 가끔 집에 찾아올 때 차라도 대접하고 싶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럴 수 없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네요.” 지난 2일 자가격리된 장모(52)씨의 이야기입니다. 장씨는 “힘들게 일하는데 말이라도 따뜻하게 해야겠더라”면서 “얼른 메르스 사태가 끝나서 우리도, 의료진들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자가격리자(58·여)도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저도 격리된 신세이지만, 힘들게 일하는 보건소 직원들, 의료진들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해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에 위험을 마다하지 않는 것 아니겠어요. 그분들도 누군가의 아들이고 딸이고 남편일 텐데 가족들이 얼마나 걱정을 하겠어요. 마음이 아파요.” 메르스 사태로 일상 생활에 지장을 받더라도 지금은 모두가 메르스 방역 관리에 적극 동참해야 할 때입니다. 제대로 쉬지 못하고 비상근무를 이어가고 있는 보건 의료진들에게 이제는 비난이 아닌, 격려가 필요한 때입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메르스 비상] “지역의료원 음압병실 환풍기 식당 수준”… 전염 차단 어렵다

    [메르스 비상] “지역의료원 음압병실 환풍기 식당 수준”… 전염 차단 어렵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전담 치료를 위한 지역 거점 공공 의료원들의 ‘음압병상’(기압 차를 이용해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유출을 막는 시설)이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할 만큼 열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에 따르면 국내 지방 의료원 33곳 중 음압병실을 갖춘 의료원은 23곳(69.7%)이다. 유지현 보건의료노조위원장은 “지역 공공병원들의 음압병실 환기 시스템이 ‘식당 환풍기 수준’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면서 “민간 대형 병원이 3개 음압병상을 만드는 데 12억원 정도가 투자됐지만 지역 공공병원의 경우 2개 음압병실을 만드는 데 3000만원밖에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음압병상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공공병원이 적지 않다는 게 공통적인 목소리다. 지방 A의료원의 경우 전실(병실에 인접해 있으면서 외부로부터 병실에 들어가고 나갈 때 통과하는 방)이 따로 없다. 기존 일반 병실을 개조해 이동형 음압기를 설치해 음압병실로 운영하고 있다. 지방 B의료원 관계자는 “음압병실을 일반 병실과 분리할 때 메르스 환자들만 별도로 이동할 수 있는 복도와 계단, 엘리베이터가 없어 메르스 감염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수시로 방역을 하는 것으로 대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음압을 제대로 유지하려면 병실에 별도의 공기 조절 장치와 헤파필터(공기로부터 미세한 입자를 제거하는 필터)가 내장돼 있어야 하고 전실 등을 갖춰 외부와의 공기 차폐가 완벽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채윤태 한일병원 감염내과 과장의 설명과는 거리가 먼 셈이다. 메르스 확진 환자가 늘고 있지만 절대적인 음압 기능을 갖춘 병상 공급이 부족해 사실상 임시로 만든 음압병상이라도 울며 겨자 먹기로 써야 할 판이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공공 의료기관인 서울의료원(25개)과 전북 남원의료원(10개), 경기의료원 수원병원(9개)을 제외한 나머지 지방의료원 20곳의 평균 음압병상 수는 3개에 불과하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의 우석균 정책위원장은 “그동안 정부가 수익성 여부를 기준으로 지방의료원을 평가했기 때문에 병실 1개당 관리·유지비가 5000만원에 이르는 음압병상을 운영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전담 인력 및 보호장구 부족으로 지방 의료원들이 메르스 환자를 기피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지방 C의료원 관계자는 “지방 의료원 기피 현상에 따른 고질적인 인력난으로 메르스 환자가 오면 사실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고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C의료원 관계자는 “만일 메르스 환자가 입원하면 전담 의료진이 따로 편성되겠지만 감염관리 분야 진료를 전담하는 사람이 의료원에 1명밖에 없다”면서 “보호장비도 지금 마스크와 장갑, 흰색 가운이 전부인 게 현실”이라고 하소연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진료하면서도 불안… 실제 감염 환자 찾아와도 확인할 길 없어”

    9일 경기 평택 송탄보건소 주차장 앞. 한 40대 남성이 거칠게 기침을 하면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진료소를 찾았다. 남성의 체온은 메르스 의심 증상 발열 기준인 37.5도를 웃돌았다. 지난달 말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한 어머니를 문병한 뒤부터 기침과 발열이 시작됐다고 진술했다. 송탄보건소 공중보건의 박모(32)씨는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 검체 검사를 의뢰하기 위해 남성의 침을 채취했다. 박씨는 “실제로 메르스에 감염된 사람이 진료소에 와도 손쓸 방법이 없고, 공중보건의들 역시 감염 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건소 진료 단계에서는 의심 환자의 실제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없고, 진료소에 음압시설(기압차를 이용해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유출을 막는 시설)이 없다 보니 진료를 하면서도 내심 불안하다”면서 “세살 된 아이와 임신 5개월째인 아내에게 혹시라도 피해를 줄까 봐 집에서도 N95 인증 마스크를 쓰고 되도록 가족들과 신체 접촉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이 이날 24시간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한 ‘메르스 전쟁의 최전선’인 일선 보건소 실태를 취재한 결과 제대로 된 방호 장비가 구비되지 않은 곳이 상당수였다. 메르스 확진 환자가 집단적으로 발생하고 격리 대상자가 집중된 서울 A구 보건소의 경우 사정은 더 열악했다. 메르스 감염 의심자들이 방문하고 있지만 공중보건의들은 일회용 가운을 착용하고 마스크 2개를 겹쳐 썼을 뿐이다. 방호복이 아예 없기 때문이다. 보건소 직원들은 메르스 감염 위험을 막기 위한 보호시설·장비 확충을 요구하고 있다. A보건소 관계자는 “보호장비가 부족해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예산 부족 때문에 메르스 환자를 앰뷸런스로 후송하는 직원들에게 지급할 방호복도 없다”면서 “정부가 일선 보건소에 최소한 보호장구 등은 제대로 지원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일선 보건소들은 현재 제한된 인력으로 진료 상담 및 검체를 채취하는 업무뿐 아니라 자가 격리자 모니터링, 메르스 환자 후송까지 1인 4역을 맡고 있다. 또 불만이 가득 찬 내진자들과 격리 대상자들의 악성 민원과 항의 등을 고스란히 감내하는 ‘감정 노동’도 이들의 몫이다. 서울 B구 보건소 관계자는 “24시간 일하는 건 견딜 수 있지만 항의 또는 모욕하는 전화는 응대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경기 지역 보건소의 한 계장은 “전화 상담을 하다가 검체 의뢰가 밀려 메르스 검사 결과 확인에 시간이 걸린다고 하면 욕을 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할매들 다 떠나기 전에 일본 사과 꼭 받았으면”

    “할매들 다 떠나기 전에 일본 사과 꼭 받았으면”

    비영리 공익재단인 ‘아름다운재단’ 소속 김현아 국장과 간사 등 10여명이 지난 4일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을 찾았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군자 할머니의 구순(九旬)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거동이 불편해 보조기구에 의지하던 김 할머니는 화사한 노란색 옷을 입고 손님들을 맞았다. 13세에 고아가 된 김 할머니는 열일곱 살이었던 1942년 중국 혼춘의 위안소로 끌려가 광복이 될 때까지 고초를 겪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억척같이 일하며 어려운 사람들을 돌봤다. 김 할머니가 아름다운재단이 창립된 2000년에 기부한 5000만원은 ‘재단 1호 기금’이 됐다. 김 할머니는 2006년 재단에 또 5000만원을 추가로 기부했다. 이 일로 지난해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최근에는 인근 퇴촌성당에 장학금으로 써달라며 남은 재산 1억원마저 기부했다. 이제 김 할머니 수중에는 40만원만 남았다. 김 할머니는 평소 “내가 돈을 쓰는 건 너무 아까운데 남 주는 건 하나도 안 아까워. 나 같은 사람이 더이상 안 나오게 하려고 그렇게 살았어”라고 말했다. 2007년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위안부 피해 증언을 했던 김 할머니는 8일 “일본은 결국 사과와 배상을 안 하고는 못 견디게 될거야. 그런데 사과받기도 전에 자꾸 할매들이 저세상으로 가고 있어. 죽기 전에 일본이 사과하는 거 꼭 봤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이효순(91) 할머니가 타계했고, 현재 우리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8명 중 생존자는 김 할머니를 포함, 총 52명(국내 47명·국외 5명)뿐이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메르스 공포] 메르스에 안전한 나이는 없다… 영유아 둔 부모들 불안

    [메르스 공포] 메르스에 안전한 나이는 없다… 영유아 둔 부모들 불안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발병이 40대 이상에 집중되면서 부모들이 자녀들에 대해 막연하게 가졌던 ‘위안의 믿음’이 8일 깨졌다. 지난 7일 만 16세 고교생이 메르스 확진(67번째)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에 대한 메르스 경각심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날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메르스 확진 판정자 87명 중 50대가 20명(23.0%)으로 가장 많다. 40대가 18명(20.7%)으로 두 번째로 많고 그 뒤로 60대와 70대 각각 15명(17.2%), 30대 9명(10.3%), 20대 5명(5.7%), 80대 4명(4.6%), 10대 1명(1.1%) 순이었다. 40대 이상 환자가 전체의 85.7%(72명)를 차지한다. 이런 연령 분포는 전 세계 메르스 확진 환자들의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 집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으로 성별·연령이 구분되지 않는 감염자를 제외한 메르스 환자 998명 중 49.7%(497명)가 40대 이상이었다. 일각에서는 중·장년층이 메르스에 취약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청소년과 영유아라고 메르스 감염 위험이 낮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오명돈 서울대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남녀 성별 또는 연령별 차이를 특정해 감염 피해를 입히는 유전적 특성을 지닌 바이러스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현재까지 메르스 확진 환자가 중·장년층에 집중된 것은 코로나바이러스의 특성에서 기인하기보다는 바이러스와 접촉 가능한 환경에 따른 결과”라고 분석했다. 실제 감염 고교생도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첫 10대 환자 발생으로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중·고교 자녀를 둔 정모(52)씨는 “그동안 10대 환자가 없다가 이번에 나타나는 바람에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들의 개인 위생에도 더욱 신경을 쓰게 됐다”며 “아이들의 외출도 당분간 금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병율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1000여명의 환자 중 어린이들도 있었지만 이들 역시 병원 내 감염 환자였다”면서 “지금까지 집계된 메르스 환자 모두 다른 메르스 환자와 가까운 거리에서 접촉해 비말 감염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메르스 공포-병원 공개 이후] 입원환자 “병원 옮기고 싶어도 못 가” 격앙… 시민들 “국민 생명 우선… 늦었지만 잘한 일”

    정부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발생 및 경유 병원 24곳의 실명을 공개한 7일 해당 병원 환자와 가족들의 시름은 더 깊어졌다.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1번째, 14번째, 60번째, 62번째 환자에게 노출돼 격리 조치된 의료진만 703명(전체 의료진의 18%)에 달해 병원 분위기가 극도로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남편의 식도암 수술이 예정돼 있는 이모(53·여)씨는 “남편이 메르스 의심환자라서 관찰실로 보내져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면서 “식도암을 신경 쓰고 치료하기도 벅찬데 메르스까지 걸리면 대체 어쩌란 건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남편이 격리돼 있는 곳은 텔레비전도 없고 신문도 주지 않아 그야말로 창살 없는 감옥”이라고 전했다. 입원 중인 아들을 간호하고 있는 천모(60·여)씨는 “다른 병원으로 함부로 옮기지도 못하는 상황인데 삼성서울병원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며 “아들도 지난 5일부터 고열로 메르스 검사를 해 음성 판정이 나왔지만 딴 병원으로 옮기지도 못해 여전히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쯤 삼성서울병원 본관 접수창구 10곳이 대부분 텅 비어 있는 가운데 업무를 보는 환자 가족은 단 1명뿐이었다. 병원 관계자는 “하루 평균 내원객이 8500명가량인데 이달 1∼3일 통계를 내 보니 30%가 줄었다”며 “건강검진센터의 경우 검진 예약 취소가 잇따르면서 업무가 줄어 아예 직원 일부를 휴가 보냈다”고 말했다. 1주일째 삼성서울병원에 교통사고로 입원 중이라는 김모(59)씨는 “정부 공식 발표로 앞으로는 외래환자들도 찾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메르스의 진원지로 파악된 응급실은 정상 운영 중이었지만 출입구 두 곳은 폐쇄됐다. 갑작스럽게 들어오는 응급환자가 메르스와 어떤 관련이 있을지 몰라 본관과 통하는 쪽문만 개방했다. 처음 내원하는 환자나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받다가 온 환자는 받지 않았다. 메르스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운 탓이다. 메르스 환자가 경유해 간 병원들도 사람들이 꺼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성모병원과 지난달 26일 첫 번째 확진 환자가 다녀간 송파구 서울아산병원도 내원객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정부가 병원 명단을 공개한 것에 대해서는 늦었지만 잘한 일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손모(46)씨는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병원이 어디인지 알고 그 병원을 갈 것인지에 대한 선택권을 정부가 국민에게 제공했어야 했다”면서 “민간병원의 피해를 우려할 게 아니라 국민의 생명을 우선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금융권에 종사하는 김모(31)씨는 “애초부터 국공립 병원과 같이 국가에서 통제할 수 있는 병원들이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면서 “영업이익에 영향받지 않고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 많았으면 공개를 두고 논란이 일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후속 대응마저 한심한 질병관리본부

    후속 대응마저 한심한 질병관리본부

    메르스 초기 대응에 실패한 정부가 메르스 의심 환자를 병원에 그대로 방치하거나 자가 격리자의 몸 상태를 뒤늦게 확인하는 등 후속 대응에서도 줄줄이 허점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일부터 나흘간 자체 실시한 메르스 진료 현장 모니터링 결과를 공개했다. 보건의료노조는 보건 당국이 자가 격리 대상자 관리를 소홀히 한 사례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달 말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와 접촉해 자가 격리된 서울 지역의 한 의료인에게 “보건소로부터 연락이 올 테니 그 지침에 따라 행동하라”고 알렸다. 하지만 격리 4일째가 되도록 연락이 없어 의료인이 직접 보건소에 확인했더니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뒤늦게 그날 지역 보건소 직원들이 찾아왔지만 체온을 측정하고 발열 증상 여부 등을 확인한 뒤 의료인의 가족에게 마스크를 착용하고 최대한 접촉을 피하라는 말을 했을 뿐 추가 조치는 없었다. 질병관리본부의 정보 통제 탓에 메르스 의심 환자가 응급실에 그대로 방치된 일도 있었다. 첫 번째 메르스 환자(68)와 지난달 평택성모병원의 같은 병동에 있었던 6번째 환자(71·사망)는 서울의 한 대형 병원으로 옮겨진 뒤 메르스 의심 증상이 발견됐다. 의료진은 질병관리본부에 보고하면서 평택성모병원에 첫 번째 환자가 입원했는지를 물었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는 “해당 병원을 알려 줄 수 없다”며 “첫 번째 환자와 접촉한 적이 없으니 메르스가 아닐 것”이라는 무책임한 답변을 했다. 하지만 6번째 환자는 지난달 28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한미정 보건의료노조 사무처장은 “질병관리본부가 정보를 공개했다면 병원이 메르스 의심 환자를 즉시 음압격리병동으로 옮겨 감염 확산을 최소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더이상 메르스 감염 피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위기대응 수준을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하고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병원명을 공개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이 와중에…복지부-서울시 ‘메르스 충돌’

    이 와중에…복지부-서울시 ‘메르스 충돌’

    지난해 10월 미국은 ‘에볼라 바이러스’ 공포에 휩싸였다. 텍사스주에서 최초 에볼라 감염 환자가 사망하고 그를 치료하던 간호사 두 명이 2차 감염 판정을 받으면서부터다. 구멍 난 방역 시스템이 드러나면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바로 그 시점부터 상황은 이전과 딴판으로 전개됐다. 주정부에 사태 수습을 맡겼던 워싱턴 중앙정부는 연방기구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를 통해 전면에 나섰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에볼라 통제 지침을 전면 재정비했고 감염자와 접촉한 사람들에 대한 역학조사에도 공동으로 대응했다. 결국 에볼라 사태는 43일 만에 진정됐다. 미국과 달리 국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대응은 초기 방역 실패로 피해를 키운 것도 모자라 이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지방자치단체)의 ‘집안싸움’으로 비화되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의사의 동선(動線) 정보를 놓고 서로를 비난하면서 책임 있는 공적 기관들이 국민의 불안과 방역 체계에 대한 불신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5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전날 밤 메르스 확진 의사가 최소 1500여명의 불특정 다수를 직간접적으로 접촉했다고 발표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반박했다. 이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만약 지자체나 관련 기관이 독자적으로 이것(메르스)을 해결하려 한다면 혼란을 초래할 뿐 아니라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 점에 대해 중앙부처와 지자체 간에 긴밀한 소통, 그리고 협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와 서울시의 ‘불편한 갈등’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분노는 치솟고 있다. 변호사 김모(38)씨는 “초기 대응에 실패한 정부가 메르스 관련 정보를 통제하고 비밀화하면서 온갖 유언비어를 퍼지게 했다”며 “헌법상 국민의 알 권리에도 반하는 정보 비공개가 서울시 등 지자체와의 혼선을 빚게 만들고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원재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소장은 “중앙정부가 재난을 대하는 수준의 자세로 메르스에 대응해야 하는데 정치적 공방을 펼치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반면 정치권과 사회 일각에서는 박 시장의 단독 행동을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적 의도가 담긴 행위라고 비난하고 있다. 의학의 영역인 ‘메르스 사태’가 별안간 권력투쟁의 정쟁 양상으로 둔갑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두 기관의 갈등 원인으로 ‘컨트롤 타워’의 부재를 지적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중앙정부가 정보를 독점하면서 현재의 혼란 상황을 불렀고, 결과만 놓고 보면 유언비어 대부분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며 “주요 해결 주체가 정치 논리로 맞설 게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정확한 정보를 공개해 불안과 혼란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염내과 전문의인 채윤태 한일병원 과장은 “미국의 경우 컨트롤 타워를 중심으로 기관 간 재난 관리 협력 체계가 공고하다”면서 “우리나라는 대형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컨트롤 타워가 중심을 잡지 못하면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단독] 복잡한 확진 절차가 메르스 키웠다

    [단독] 복잡한 확진 절차가 메르스 키웠다

    메르스 의심 환자를 직접 관리하는 일선 보건소와 이를 총괄 지휘, 감독하는 질병관리본부 간 손발이 맞지 않아 곳곳에서 방역 허점을 노출하고 있다. 메르스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전국 시·도 일선 보건소마다 업무 과부하가 걸렸지만 중앙정부가 정확한 지침은커녕 필요한 정보를 주지 않아 혼선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4일 일선 보건소와 당국 등에 따르면 현재 메르스 의심 환자의 확진 판정은 질병관리본부에서만 가능하다. 이 때문에 일선 보건소 근무자들은 의심 환자의 타액 등 가검물을 갖고 직접 충북 오송에 있는 질병관리본부로 배달하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에 있는 보건환경연구원에서도 메르스 양성 여부를 검사할 수 있지만 양성반응이 나오더라도 이 가검물을 질병관리본부에 보내야만 확진 판정을 받을 수 있다. 시약이 다르지 않다면 똑같은 일을 두 번 하는 셈이다. 서울 지역의 한 보건소 관계자는 서울신문 취재진과 만나 “의심 환자가 하루에 10여명씩 나오는 상황에서 구급차 한 대로 4시간 넘게 걸리는 오송을 매일 몇 번씩 왔다 갔다 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각 지자체에 있는 보건환경연구원이 확진 판정을 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체계도 단축할 수 있다고 질병관리본부에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묵살됐다”고 털어놨다. 메르스 환자 정보를 질병관리본부가 독점하면서 지휘 체계의 혼선도 빚어지고 있다. 서울의 또 다른 보건소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가 메르스 의심 환자를 격리 대상자로 지정했어도 이를 보건소에 신속하게 알리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이는 자택 격리를 늦추게 해 3차 감염을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전 지역 보건소 관계자도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중앙정부에서 충분한 지원과 지휘 체계 없이 보건소를 접수 기관으로 지정해 보건소 자체적으로도 혼란에 빠져 있다”면서 “의심 환자를 수용할 격리 시설이 없어 직원 휴식 공간을 사용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메르스 의심 환자들의 신속한 확진과 관리를 위한 기관별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메르스는 이미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된 질병임에도 메르스 감염자 확진 판정을 질병관리본부만 하도록 둔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각 시·도의 보건환경연구원에 확진 판정 업무를 맡기지 않는 건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중앙정부의 잘못이 드러나지 않도록 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방지환 보라매병원 감염내과 전문의는 “보건소가 감염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므로 질병관리본부와 소통이 안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라면서 “전염병 방역은 어느 날 갑자기 보강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닌 만큼 보건소 등에도 장기적으로 투자를 늘려 대비하지 않으면 이런 상황은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예술이라 말해도… ‘그라피티’ 형사처벌 더 강해졌다

    예술이라 말해도… ‘그라피티’ 형사처벌 더 강해졌다

    예술이냐 범죄냐를 놓고 논란을 빚어 온 ‘그라피티’(graffiti) 행위에 대해 경찰이 강력한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그라피티는 건물 외벽 등에 페인트나 스프레이 등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을 말한다. 경찰청은 4일 그라피티를 형법상 재물손괴죄와 건조물침입죄를 적용한 범죄로 규정하고 형사 처벌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2명 이상이 공동으로 그라피티 행위를 하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동재물손괴죄를 적용해 가중 처벌키로 했다. 재물손괴죄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700만원 이하의 벌금, 건조물침입죄는 3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경찰의 이런 방침은 최근 들어 그라피티가 급증하면서 피해를 보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3일에는 한국계 독일인 김모(31·여)씨가 서울 중구 명동의 한 빌딩 벽면에 하트 모양의 그림을 그리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이어 29일에는 전모(38)씨 등 2명이 서울 관악구 낙성대역 인근 주택 벽면과 주차장 출입문 등 70여 곳에 그라피티 행위를 한 혐의로 검거됐다. 경찰은 “수사전담팀을 지정해 그라피티 행위자를 추적·검거하고, 외국인의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국제 공조를 통해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올 3월과 5월 각각 서울과 인천·대구의 지하철역에 몰래 들어가 전동차에 낙서를 하고 출국한 그리스인과 독일인 등 2명에 대해 인터폴에 수배 요청을 내린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그라피티와 같은 경미한 범죄를 방치하면 나중에 큰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반면 그라피티가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표현을 지향하는 예술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원재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소장은 “그라피티 행위가 마치 사회적 질서를 흔들고 있는 것처럼 정부가 처벌하려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그라피티 작가들에게 창작의 자유를 보장해 사회적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문제가 되는 행위도 예술계 내부에서 자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현장 블로그] 껍데기뿐인 지자체 인권조례

    [현장 블로그] 껍데기뿐인 지자체 인권조례

    성별, 종교, 나이, 학력, 성적(性的) 지향 등에 관계없이 일상생활에서 시민들의 인권을 증진하고 보호하는 일은 국가의 중요한 책무입니다. 헌법 제10조에 명시된 것처럼 개인이 갖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보호해야 하는 국가의 의무는 비단 ‘중앙정부’만의 일은 아닙니다. ‘지방정부’(지방자치단체)의 몫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 지자체들도 2007년부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인권기본조례’ 제정에 나서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2년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인권조례 표준안을 공개하고 제정을 독려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인권재단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 246곳 중 74곳(30.1%)만 인권조례를 제정했을 뿐입니다. 전국 17개 광역단체의 경우 인천과 제주를 제외한 15곳에서 조례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15곳의 인권기본조례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허점이 많습니다. 부산시의 조례에는 ‘인권’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가 빠져 있습니다. 대전시 조례의 경우 인권 개념은 정의돼 있지만 적용 대상이 누구인지는 명시하지 않았습니다. 시·도의 인권조례는 모두 5년 단위로 인권 보장 및 증진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들은 지역사회의 인권 실태를 조사해 보고서 또는 백서 형태로 주민들에게 알려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경기와 경북, 경남, 전남 등 지자체 9곳 조례에는 보고서나 백서를 발간해 시민들에게 공개한다는 규정이 없습니다. 해당 지역민들이 지역사회의 인권 실태를 알 수 있는 방법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셈입니다. 이왕 인권조례를 제정한 만큼 전시성 기록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인권을 신장할 수 있도록 제대로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침대 다닥다닥·배달음식 들락날락… ‘세균 감염 무방비’ 병실에서 병난다

    침대 다닥다닥·배달음식 들락날락… ‘세균 감염 무방비’ 병실에서 병난다

    #1. 지난해 말 교통사고로 서울의 한 대형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던 김모(38·여)씨는 두 번이나 교통사고와 전혀 상관없는 감염성 질환으로 고통을 겪었다. 김씨는 중환자실의 소변줄 위생 상태가 불량한 탓에 방광염이 발생했다. 상태가 호전된 김씨는 일반병실로 옮기는 과정에서 정형외과 병동이 부족해 내과 병동 5인실에 입원했다. 그러나 병실 면회 시간을 지키지 않고 수시로 내방객들이 드나드는 상황에서 김씨는 바이러스성 급성 장염까지 앓게 됐다. #2. 대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일하던 간병인 이모(55·여)씨. 그는 환자를 휠체어에서 침상으로 옮기다가 전염성 피부 감염 질환인 옴에 걸렸다. 장갑을 끼지 않고 맨손으로 환자를 돌봤던 게 화근이 됐다. 이씨는 옴 치료를 받으면서도 요양병원 환자들을 간병해 다른 노인들에게 줄줄이 옴을 전염시켰다. 3일 현재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 환자는 30명(사망 2명 포함)이다. 이들 모두 병원 내에서 감염됐다. 국내 첫 확진 환자(68)도 병실이라는 공간을 매개로 자신의 아내에게 전파했고, 그와 같은 병실에 있던 환자와 그의 딸과 아들이 모두 2차 감염자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의학 전문가들은 병원 내 통제가 되지 않은 ‘다인 감염 병실’의 허술한 관리·운영과 후진적인 간병 문화가 사태를 키운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당 총 병상수는 10.3개로 일본(13.4)에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많다. OECD 평균(4.8개)의 두 배 이상이다. 우리나라 병실은 다인실 중심이고, 병상 간 간격이 좁아 메르스와 같은 비말 감염에도 취약하다. 간병인이나 보호자가 병실에 24시간 상주하는 문화도 감염 질환의 공간적 차단선을 허무는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국내 병원은 환자 침대 바로 옆에 보호자를 위한 보조 침대가 붙어 있는 게 일반적이다. 6인실의 경우 최대 12명이 한 병실에서 지내는 경우도 많다. 상당수 OECD 국가 병실에서는 의료인이 출입하거나 머물고 보호자가 24시간 상주해 간병하지 않는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 간호사인 K씨는 “면회 시간을 어기는 건 물론이고 외부 음식을 배달시켜 먹거나 술을 마시고 면회 오는 사람까지 있는 우리 현실에서 병원의 감염 관리는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정선영 건양대 간호학과 교수는 “환자의 경우 전염병 감염 여부 확인을 하지만 간병인이나 보호자는 전혀 전염병에 대한 통제가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현실이 병원의 수익성과 연관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석균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 연합위원장은 “우리나라 병원들은 대부분 수익 확대를 위해 다인실 등 병상의 과잉 공급을 묵인하고 있다”며 “메르스 때문만이 아니라 감염 관리를 위해서라도 작은 병실에 환자를 몰아넣지 않고 공공병원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