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비 모아 경비아저씨에 양복 선물한 서울대 신입생의 사연
서울대 면접을 하루 앞두고 면접장에 가지 못할 위험에 처한 수험생이 처음 만난 아파트 경비원(이하 경비아저씨)의 도움으로 합격한 사연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이 사연은 지난 23일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왔다. 사연의 주인공 A씨는 어렸을 때부터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못해 어렵게 학교를 다닌 일을 털어놨다.
“저는 정말 말 그대로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자랐어요. 식당일을 하시는 엄마와 둘이서 6평 정도되는 반지하방에서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냈어요. 엄마는 하루 10시간 넘게 일을 하시면서 생활비를 버셨어요.”
A씨는 수시를 지원할 때도 당장 원서비를 낼 돈이 없어 담임 교사로부터 도움을 얻어 두 곳의 대학을 지원했는데, 서울대에서 면접시험을 볼 기회가 생겼다. A씨의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면서 좋아했고, 아들이 면접장소에 갈 수 있도록 차비 5만원을 A씨에게 줬다.
지방에 살았던 A씨는 왕복 버스표를 끊고 남은 돈 1만 5000원을 들고 서울로 향했다. 면접일 전날 오후에 서울에 도착해 서울대입구역 인근 찜질방에서 자고 학교로 가는 것이 그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서울에 도착했을 때 가방을 뒤져보고, 옷 주머니를 아무리 살펴봐도 돈은 없었다.
“저는 대합실에 앉아서 울다가, 정신을 차리고 걷기 시작했어요. 터미널에서 서울대로 걸어가려면 어떻게 가야하냐고 물어보니깐 다들 어이없어 했지만, 대충 알려주신 방향으로 걸어갔어요. 한 2~3시간쯤 걸었을까. 너무 춥고 배고프고 목마르고 힘들었어요.”
밤 11시가 넘는 시간 A씨는 어딘지도 모를 아파트 앞 벤치에 앉아 서럽게 울고 있었다. 그 때 이 아파트의 경비아저씨 한 명이 그에게 다가갔다.
A씨로부터 자초지종을 들은 경비아저씨는 놀라면서 그를 숙직실로 데려갔다. 그리고는 A씨에게 라면을 끓여주면서 “난 하루 정도 못 자도 괜찮으니까 여기서 자고, 내일 아침에 내가 퇴근하면서 (학교까지) 태워다주겠다”고 말했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또 “아저씨는 차에서 셔츠를 벗어 주시면서 (제가 입은) 옷이 너무 촌스럽다고, 이거를 입고 가라고 했고, 저는 죄송해서 못받는다고 하니깐 전화번호를 적어주시면서 나중에 대학에 붙고 옷을 갖다주러 오라고 하셨고, 터미널까지 갈 때 차비하라고 만원을 주셨다”고 전했다.
경비아저씨의 도움으로 A씨는 면접시험을 무사히 볼 수 있었고, 서울대에 최종 합격했다. A씨는 이 소식을 어머니에게 제일 먼저 전한 뒤, 경비아저씨에게도 전했다.
“아저씨는 자기 일처럼 너무 행복해하시고, 나중에 올라와서 밥 한끼 먹자고 하셨어요.”
A씨는 서울에서의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악착같이 50만원을 모아 첫 학기가 끝난 날 양복 한 벌을 구입했다. 자기 옷이 아니었다.
“7개월만에 아저씨를 만나서 멋진 양복을 전해드렸어요. 셔츠는 돌려드렸지만, 그 셔츠에 맞는 멋진 양복도 꼭 드리고 싶었어요. 다행히도 아저씨는 계속해서 거절하셨지만 결국엔 정말 좋아해주셨어요. 태어나서 가장 큰 돈을 쓴 날이지만, 그날만큼은 정말 행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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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