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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재억
    2025-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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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명의 늪에 빠지지 않는 3가지 체크포인트

     시력을 잃은 시각장애인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태어날 때부터 저랬으려니’ 하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시각 장애를 겪는 사람의 90% 이상이 정상 시력을 갖고 태어나지만 사고나 안질환 등으로 시력을 잃은 경우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정상적인 시력을 가지고 있다가 후천적인 이유로 시각장애를 겪는 사람이 전체 시각장애인의 93.2%나 됐으며,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58.6%가 안질환으로 시력을 잃었다. 전체 시각장애인의 절반에서 ‘보는 능력’을 앗아가버린 실명질환은 얼핏 ‘남의 병’ 같지만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다. 한국인에게서 ‘삶의 90%’에 해당한다는 시력을 앗아가는 대표적인 실명질환이 바로 당뇨망막병증, 황반변성 그리고 녹내장이다.  ■당뇨보다 무서운 ‘당뇨망막병증’  당뇨망막병증은 한국인 실명 원인 1위로 꼽히지만, 당뇨병 환자들도 잘 모르거나 위험성을 과소평가하는 대표적인 안질환이다. 당뇨병은 높은 혈당보다 합병증이 더 무서운데, 이런 당뇨 합병증 중 가장 빈발하는 안질환이 바로 당뇨망막병증이다. 일반적으로 15년 이상 당뇨병을 앓은 당뇨 환자의 90% 이상이 당뇨망막병증에 노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뇨합병증은 주로 모세혈관에 문제가 생겨서 발생하는데, 당뇨망막병증 역시 눈에서도 모세혈관이 가장 많은 망막에 나타난다. 그렇다고 당뇨망막증이 당뇨를 앓기 시작하면서 바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은 당뇨병을 오랜 기간 앓을 때 발병한다. 이런 당뇨망막병증은 크게 비증식성과 증식성으로 구분한다. 비증식성은 당뇨망막병증의 초기에 나타나며, 망막의 중심부인 황반에 부종이 생겨 시력이 나빠지는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시력에 이상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비해 증식성은 비증식성이 진행한 경우로, 망막의 혈관이 약해져 이를 보완하기 위해 새로운 혈관을 만들어 내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병이 진행되면서 거의 주기적으로 신생혈관의 출혈이 반복돼 시력이 떨어지게 된다. 여기에다 신생혈관 주변에 증식성 막이 형성돼 주변의 다른 조직을 잡아당김으로써 망막박리가 되거나 출혈이 반복되다가 결국 실명으로 이어진다. 당뇨망막병증의 치료 목표는 시력이 나빠지는 증식성이 발생하지 않도록 차단하는 것이다. 증식성은 망막 손상이 심해 치료가 잘 되더라도 이미 진행된 손상 때문에 시력이 온전히 회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뇨병을 앓고 있다면 당뇨망막병증이 진행되어 망막이 손상되기 전에 철저한 혈당 관리는 물론 안과 정기검진을 통해 치료 적기를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겪어보면 무서운 ‘황반변성’ 한국망막학회가 최근 일반인 1784명을 대상으로 안과질환에 대한 인식도를 조사한 결과, 백내장은 72.7%, 녹내장은 54.9%가 실명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알고 있는데 비해 황반변성은 7.1%에 불과했다. 녹내장, 당뇨망막증과 함께 3대 실명 원인질환으로 꼽히는 황반변성은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일반인 10명 중 9명 이상은 이를 모르고 있는 셈이다. 이런 일반 인식과 달리 황반변성은 국내 65세 이상 노인 실명원인 1위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실명질환이다. 황반변성은 시력의 90% 이상을 담당하는 망막 중심부, 즉 황반에 이상이 생기는 질환이다. 황반에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이 생겨 부종이나 출혈이 반복되면서 황반 손상을 초래, 시력을 떨어뜨린다. 초기에는 사물이 휘어지거나 굽어보이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다가 악화되면 중심 시력이 떨어져 종국에는 시력을 잃게 된다. 황반변성은 건성과 습성으로 나뉜다. 건성은 망막에 노폐물이 쌓이면서 서서히 망막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그러나 시력 저하가 심하지 않고, 진행이 느리기 때문에 병증의 진행을 늦추는 루테인이나 아연 등의 영양제 섭취, 자외선 차단 등을 통해 최소한의 현상 유지관리는 가능하다. 이에 비해 습성은 황반에 잘 생기는 신생혈관에서 출혈이 발생해 문제가 된다. 신생혈관은 쉽게 파열되어 출혈로 이어지는데, 이 때문에 중심시력이 빠르게 나빠지며,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실명에 이르게 된다. 습성 치료에는 레이저치료와 광역학치료, 항체주사치료 등이 주로 사용된다. 하지만 황반변성의 특성상 단기간에 치료가 되지 않으므로 고혈압 등 만성질환처럼 지속적인 치료와 관리를 해야 한다.  ■조용히 시력 앗아가는 ‘녹내장’ 녹내장은 비교적 다른 질환에 비해 많이 알려져 있지만,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녹내장은 시신경에 이상이 생겨서 시야가 좁아지고, 시력이 저하되는 질환이다. 문제는 시신경이 손상을 입는 원인이 아직까지 규명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의료계에서는 눈의 압력이 높아지면서 생길 수 있는 기계적 손상과 혈류장애에 의한 허혈성 손상 등이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신경은 한 번 손상되면 회복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치료를 위해서는 안압을 낮게 유지하여 시신경 손상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약물치료, 레이저치료, 수술 등의 치료법이 있는데. 녹내장의 진행 정도와 환자의 상태, 그리고 약물 순응도에 따라 치료방법은 달라진다. 특히, 국내에서는 안압이 정상이면서도 녹내장을 가진 이른바 ‘정상안압녹내장’이 전체 녹내장 환자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흔하다. 이 경우 원인을 분명하게 특정할 수 없고, 안압이 정상인 데다 자각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녹내장이 진행되어도 본인은 인지하기 어렵다. 따라서 정기적인 안과검진만을 통해 조기에 찾아내 치료하는 것이 최선이다.  ■실명질환, 미리 알면 예방할 수 있다 당뇨망막병증이나 황반변성, 녹내장 등 실명질환은 예방이 중요하므로 이를 위한 생활수칙을 염두에 두고 실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먼저, 눈에 휴식을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눈은 50분 작업후에 10분 정도 휴식을 취해야 하며, 신선한 과일과 녹황색 채소를 섭취해 눈에 필요한 영양소를 충분히 공급해 줘야 한다. 또 자외선 차단을 위해 계절에 관게없이 선글라스나 모자 등으로 직사광선을 차단해줘야 한다.  이들 3대 실명질환은 공통적으로 초기 증상이 없고, 증상을 느낄 때는 이미 병증이 많이 진행된 뒤이기 때문에 정기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누네안과병원 김순현 원장은 “주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듯이 안과 검진도 주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실명질환은 물론 당뇨병·고혈압·갑상선질환 등 각종 전신질환까지 찾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강릉아산병원 신관 개관, 870개 병상으로

    강릉아산병원 신관 개관, 870개 병상으로

     강릉아산병원이 13일 정몽준(사진) 아산재단 이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신관 개관식을 갖고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했다.    강원도 강릉시 강릉아산병원에 신축한 신관은 연면적 2만 4751㎡(7500평), 지상 10층, 지하 2층 규모이며, 신관 개관으로 병상 수는 870개로 늘어나 강원 영동·영서권의 의료 수요를 상당 부분 충족시킬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몽준 이사장은 개관식에서 “아산재단은 설립자이신 고 정주영 회장의 ‘우리사회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유지에 따라 1978년 정읍아산병원과 보성아산병원, 인제아산병원을 시작으로 보령, 영덕, 홍천 등 의료 취약지역 농어촌에 종합병원을 세웠고, 1989년에는 서울아산병원을 모(母)병원으로 설립, 재단 산하에 모두 8개 병원을 둬 국민 의료복지 향상에 기여해왔다”면서 “앞으로도 우리 의료가 나라를 넘어 해외에서도 모든 질환자들을 치료하고 보듬는 구원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아산재단 측은 “2017년 인천국제공항 - 서울 - 강릉을 있는 고속철도 개통에 맞춰 동해와 대관령 등을 활용, ‘치료와 휴양’ 기능을 극대화하는 것은 물론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해외 환자들까지도 불편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병원 인프라를 확충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강릉아산병원은 새로 개관한 신관에 정주영 회장의 삶과 업적을 기리는 아산기념전시실(Asan Memorial Hall)을 314㎡(95평) 규모로 마련해 유품과 사진, 동영상 자료 등을 전시하기로 했다.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19] 한국인의 ‘소금 중독’, 그 짜디 짠 현실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19] 한국인의 ‘소금 중독’, 그 짜디 짠 현실

     ‘소금 중독’이 가능한 일일까요. 소금 중독이란, 짜게 먹는 식습관에 길들여져 병적 상황에 이른 상태를 말합니다. 그런데 단순히 짜게 먹는 습관도 ‘중독’이라고 규정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한 정답은 유감스럽게도 ‘그렇다’입니다. 실제로 한국인 10명 중 8명이 이런 ‘소금 중독’ 상태에 빠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80%가 중독’이란 수치는 충격이지요. 사실,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짜게 먹는 나라라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한국인의 80%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권장량보다 많은 소금을 섭취하고 있으며, 심지어 하루 20~30g을 섭취하는 사람들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참고로, WHO는 1일 소급 섭취량을 5g 이하로 정하고 있지요.  국내에서 싱겁게 먹기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사진·서울K내과 원장·싱겁게먹기실천연구회 이사)를 만났습니다. 참고로, 김 박사는 우리나라에서 ‘콩팥병’이라는 명칭을 가장 먼저 사용해 일반화시킨 주인공입니다. 그는 “유감스럽게도 우리의 소금 섭취 실태를 보면 습관성, 반복성, 금단현상 등 일반적으로 중독이 보여주는 징후와 증상을 모두 갖고 있어 학계에서는 중독에 버금하는 상태로 보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는 “소금 중독이 어느 정도로 심각하냐 하면 알코올 중독보다 사망원인 순위가 더 앞선다”면서 “그럼에도 위험성이 덜 부각되고 있는 것은 대부분의 소금을 식품에 섞여 조리된 상태로 섭취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하더군요. 수긍이 가는 대목입니다. 단순한 짠맛이 아니라 다른 맛과 섞인 짠맛은 식별이 어려워 음식의 짠 정도를 혀끝으로 구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지요. 소금 몇 알을 혀에 올려 놓으면 금방 퉤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양을 음식에 넣어 반찬을 만들면 짠맛 보다는 ‘맛있다’고 느끼는 게 입맛이니까요. 김 박사는 “평균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이처럼 과도하게 섭취한 소금이 각종 만성질환을 유발하는 빈도는 가파르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합니다.     “당신은 얼마나 짜게 먹습니까”  이와 관련, 김성권 박사는 최근 주목할만 한 연구 성과를 책(소금중독 대한민국, 북스코프 펴냄)으로 엮어 펴냈습니다. 신장내과 전문의로, 서울대병원 재직 시절 ‘환자를 몰고 다닐 정도였다’는 김 박사가 평생을 연구하고, 주창해 온 ‘싱겁게 먹기 운동’의 배경과 실태 및 대안이 망라된 책인데, 서울대병원이 이 책을 처음으로 추천도서로 지정해 주목을 받고 있지요.  이해를 돕기 위해 책의 내용을 일부를 짚고 가겠습니다. 김 박사가 연구·분석한 결과, 스스로 ‘싱겁게 먹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실제로도 소금을 적게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실, 자신의 식성이 ‘싱겁게 먹는지, 짜게 먹는지를 잘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음식에 들어간 소금의 양을 측정할 수도 없으니, 막상 이런 질문을 받으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건 당연하지요. 그러나 ‘어림 짐작’이라는 게 있습니다. “그래. 난 좀 짜게 먹어”라거나 “난 짠 건 질색이야”, 아니면 “그냥 보통이지” 정도의 어림 짐작만 하더라도 이런 응답 자체가 자신의 소금 섭취량 과다 여부를 판별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연구는 2008~2011년 국민건강영양조사의 1만 5372명에 대한 설문조사 응답을 분류·분석해서 얻어진 것이니 상당한 신뢰 근거를 가졌다고 봐도 되는 결과입니다.  분석 결과를 좀 더 볼까요. 조사에서 스스로 저염식을 ‘실천한다’는 사람은 34%(5232명)에 그쳤습니다. 이에 비해 ‘(저염식을) 실천하려고 노력한다’는 사람은 39.1%(6018명), ‘실천하지 못한다’는 26.8%(4122명)로 나타났습니다. 이를 앞서 설명한 어림 짐작의 판별식에 적용해보면 각각 ‘싱겁게 먹는다’, ‘보통으로 먹는다’, ‘짜게 먹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게 김 박사의 설명입니다.  김 박사는 이 분석의 신뢰도를 확인하기 위해 이들 3개 그룹의 설문조사 결과와 소변검사를 통해 측정한 소금 섭취량과 비교했답니다. 그랬더니 아니나 다를까, 싱겁게 먹는다는 그룹의 소금 섭취량이 가장 적었고, 보통으로 먹는다는 사람들이 중간, 짜게 먹는다는 사람이 가장 많았습니다. 짜게 먹는다는 사람의 소금 섭취량은 싱겁게 먹는다는 사람들보다 7% 가량 많더군요.  이 비교 분석의 의미는, 실제로 소변검사를 통해 소금 섭취량을 확인해보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자신의 생각만으로 싱겁게 먹는지 짜게 먹는지를 판별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런가 하면 ‘싱겁게 먹는다’는 사람들보다 ‘짜게 먹는다’는 사람일수록 음주·흡연·운동·체중 관리 등 일반적인 건강 지표가 나쁜 것으로 나오더군요. 김 박사는 “24시간 회상법이나 하루 소변검사 등을 통한 소금 섭취량 조사가 더욱 정확하겠지만,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이런 조사를 하기는 어렵다”면서 “하지만 싱겁게 먹는다거나 또는 짜게 먹는다는 자신의 판단 자체가 실제 소금 섭취량과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 모두가 조금 더 싱겁게 먹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합니다.     “짜게 먹는 게 왜 문제일까”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은 하버드 공중보건대학과 함께 질병으로 인한 세계적 부담(GBD·Global Burden of Disease)의 원인에 대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팀은 최근 ‘소금과다 섭취는 11번째로 큰 질병 부담 요인이며, 이를 행동 및 식습관에만 국한하면 7번째 사망 원인’이라는 GDB 연구 결과를 발표했지요. 이는 알코올중독보다 더 위험한 결과에 해당합니다.  특히, 우리와 유사한 식사 유형을 가진 일본에서 식습관 불균형이 고혈압·술·담배를 제치고 질병 부담요인 1위에 올라 눈길을 끌더군요. 식습관 불균형의 주요 원인이 소금 과다섭취인 점을 감안하면 짜게 먹는 식습관이 얼마나 무서운 잠재적 위협인지를 간파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빠른 고령화 등 일본과 아주 흡사한 사회 변화 추이를 보이는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소금이 질병부담 요인 1위에 오를 전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이기도 하고요.    정책이 못 따라오는 고령화 그리고 소금 중독  소금 중독은 짠맛을 선호하는 단순한 현상에 그치지 않습니다. 소금 과다섭취가 가장 위협적인 질병 부담 원인으로 떠오르는 핵심적인 배경은 수명 연장에 따른 고령화에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최근 들어 인간의 수명은 각 국가의 정책이 따라오지 못할 만큼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요. 이처럼 수명이 급속하게 늘면서 고혈압을 비롯해 심·뇌혈관 질환, 만성콩팥병 등 만성질환을 앓는 인구도 덩달아 급증하고 있습니다.  즉, 소금 과다 섭취가 이같은 만성질환을 유발하거나 증상을 악화시키는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뿐만 아니라, 소금이 혈관 내벽을 공격해 사망 위험을 높이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는 사실도 최근에 밝혀진 사실입니다.  이에 따라 세계보건기구(WHO)는 소금 섭취 줄이기를 금연·절주·운동·체중관리 등과 함께 가장 필수적인 건강 실천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관련 연구결과를 보면 소금 섭취 줄이기가 금연이나 고혈압약 복용 등 다른 전략과 비교해 건강증진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난 사례도 있고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소금중독 못 벗어나  소금 중독은 의지만 있다면 마약이나 알코올 중독보다 훨씬 쉽게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금 중독의 기전을 이해할 필요가 있겠지요.  사람의 혀에는 짠 맛을 감별하고 기억하는 ‘미뢰’라는 ‘맛봉오리’가 1000여개 가량 분포해 있습니다. 이 맛봉오리는 사람에 따라 1~3주에 걸쳐 새로운 세포로 교체되며, 12주 정도면 1000여 개의 맛봉오리가 모두 새 세포로 바뀌게 됩니다. 따라서 소금의 짠 맛에 길들여진 맛봉오리가 새로운 맛봉오리로 바뀌는 기간인 12주 정도만 집중적으로 노력해 더 싱거운 맛을 기억시키면 소금 중독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소금이 마약이나 알코올과 달리 모든 사람들이 매일 먹는 음식에 함유돼 있어 자기 기준에 따라 조절하거나 완전히 단절하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다시 중독에 빠지기가 쉽다는 점입니다. 개인이 애쓰고, 노력을 하더라도 음식점에서 사서 먹는 외식이나 가공식품의 소금 함량을 일일이 조절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소금 줄이기 정책이나 범사회적인 실천 운동 등 사회적 합의와 실천이 함께 펼쳐지지 않으면 보다 덜 짜게 먹으려는 개개인의 노력은 성과를 거두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싱겁게 먹는 세상 만들기  김성권 박사는 소금 중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인과 사회의 실천 전략으로 ‘싱보짜 카드제’와 ‘싱거운 세상 만들기 운동’을 제안합니다.  ‘싱겁게’, ‘보통’, ‘짜게’의 앞글자에서 따온 ‘싱보짜 카드’는 개인이 지갑 속에 넣고 다니면서 싱겁게 먹기의 실천 의지를 다지고, 식사 때마다 음식을 주문할 때 “싱겁게 조리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입니다.  물론 “싱보짜 카드제의 효과가 얼마나 되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싱겁게 먹는다’는 생각만으로도 실제로 싱겁게 먹는다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이 카드제가 효과가 있겠느냐고 단정하는 게 섣부른 판단이겠지요.  또 이런 개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소금 섭취 줄이기에 한계가 있는 점을 감안해 핀란드나 영국·일본 등에서 시행해 큰 성과를 거둔 국가와 지자체의 소금 줄이기 공동정책 수립을 우리도 도입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김 박사는 “이를 위해서는 국민들이 소금 과다 섭취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사회적 합의를 거쳐 싱거운 대한민국,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합니다.  애당초 정책 목표를 이렇게 잡을 수는 없는 일이지만, 소금 섭취 줄이기 운동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한계를 미리 설정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가다가 중지하면 간만큼 이익’이 되는 게 소금 적게 먹기 운동이니까요.  김 박사는 “핀란드나 영국 등의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대중캠페인’, ‘나트륨 신호등제 도입’, ‘식품산업계의 적극적인 소금 줄이기’ 등의 정책을 놓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보자고 제안합니다. 이런 일련의 정책을 성공적으로 시행할 경우 의료비 절감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최대 20조원에 이른답니다. “그렇게 해야 빠르게 초고령사회로 치닫는 우리나라에서 고혈압과 뇌졸중, 심혈관질환, 콩팥병의 유병률을 줄일 수 있고, 이를 통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이 김성권 박사의 지론입니다.    ‘입맛’이 아니라 ‘몸맛’이 정답  다들, 인식하는 문제이지만, 우리나라는 동남아에서 이어지는 염장문화권에 속해 짜고 매운 음식을 즐기고 있습니다. 덕분에 짠맛에 익숙해 확실히 소금 섭취량이 많은데, 이걸 줄이는 게 보통 문제가 아니지요.  한번 입맛에 길들여지면 적은 양이라도 맛을 바꿔 음식을 먹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 경험들 있지 않습니까. 음식점에서 찌개가 조금만 싱거우면 “이어 왜 이렇게 맛이 변했지? 주방장 바뀌었나?” “이 집 장사 좀 되나봐. 음식 만들어 내는 걸 보니”라며 투덜댑니다. 그러니 손님 뺏기기 싫어서라도 음식점들은 짜게 조리를 하고, 그걸 먹으면서 사람들은 개미가 있다며 만족감을 느끼니까요. 그러나 ‘나쁜 음식은 몸맛 대신 입맛에 맞추고, 좋은 음식은 입맛이 아니라 몸맛을 생각하며 만든다’니 우리 사회의 100세 건강을 위해 덜 짜게 먹는 일을 깊이 고민할 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jeshim@seoul.co.kr
  • 삼성서울병원 신임 병원장에 권오정 교수

    삼성서울병원 신임 병원장에 권오정 교수

     삼성서울병원은 새 병원장에 호흡기내과 권오정(사진·58) 교수를 15일자로 발령한다고 12일 밝혔다. 권오정 병원장 내정자는 폐암과 결핵 분야 권위자로, 이 병원 기획실장과 성균관대 의대 학장 등을 역임했다.   병원 측은 이번 인사에 대해 “전임 송재훈 병원장이 메르스 사태로 인한 위기상황을 수습한 뒤 본격적인 경영 쇄신은 새로운 병원장이 주도하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권오정 내정자는 “임직원과 뜻을 모아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물론 최고의 진료 수준과 환자안전 확보, 한국 의료계의 동반 성장에 기여하는 새로운 삼성서울병원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권 내정자는 삼성서울병원 개원 전인 1991년에 해외연수 의료진 제기에 선발돼 영국 왕립 브롬턴병원에서 3년간 연수를 했으며, 1994년 삼성서울병원 개원 때부터 지금까지 폐암·결핵 등 호흡기질환 분야의 진료를 담당해 왔다.  특히, 2011년에는 ‘마이코 박테리움 압세수스’라는 세균에서 특정 항생제에 내성이 생기는 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규명하는 등 지금까지 300편 이상의 논문을 국제학술지에 발표했으며, 2012년에는 삼성그룹이 가장 뛰어난 임직원에게는 시상하는 ‘자랑스런 삼성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18] ‘추억의 구충제’ ‘산토닌’을 아세요?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18] ‘추억의 구충제’ ‘산토닌’을 아세요?

     우리 민족의 의약관은 ‘병을 치료하는 모든 처방은 자연 속에 있다’고 믿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의약관을 우리만 가진 것은 아닙니다. 중국과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아메리카 인디언이나 아마존의 인디오, 예전의 사라센인들과 그들이 프랑크족이라 불렀던 독일 등 유럽의 백인 사회에서도 통용되었던 믿음이었습니다.  물론, 현대 의학을 일군 서양의 주류 사회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역사를 바꾼 업적’으로 평가하는 아스피린도 실은 버드나무 추출물인 살리실산을 가공한 것이고, 인류를 구원한 항생제 페니실린도 플래밍이 우연히 곰팡이를 살피다가 찾아낸 것이지요. 동서양의 의약이 발원과 발상은 흡사했다고 봐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물론,그 발상을 치료에 적용하기 위한 경로는 전혀 달랐고, 서로가 다른 길을 걸었던 탓에 결과도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나고 말았지만, 자연이라는 거대한 유기체는 그 안에 병과 약을 함께 갖고 있다고 믿는 사고방식만은 다르지 않았던 셈이지요.    베일 속 ‘비전(秘傳)’의 한의학 이후  그렇다고 제가 한의학 예찬론자는 아닙니다. 저는 의학을 볼 때 먼저 과학적 효과와 공공성에 주목하는 편입니다. 이런 시각으로 보는 한의학은 확실히 우리의 문명 체계가 작동하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일정 부분 기여한 것이 사실입니다. 수많은 목숨을 살렸고,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덜었으니까요.  하지만 모든 약전이 한의사마다 제각각이고, 모든 약제와 성분 배합이 아직도 ‘비전(秘傳)’이라는 모호함 속에 감춰져 있어 애매하기 짝이 없으며, 그 모호성을 얄팍한 상술로 이용해 왔던 것도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입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일부에서는 한의학의 표준화를 외치기도 하지만 많은 한의사들이 참여를 꺼리고 있습니다. 이유야 많겠지요. 그게 가능한 일이냐는 회의론도 있을 것이고, 총대는 누가 멜 것이냐는 현실론도 없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한의학도 ‘모호’와 ‘애매’의 베일을 벗고 상찬과 비판이 모두 가능한 공론의 장으로 나설 때라는 게 저의 믿음입니다.  예전, 시골 텃밭에 흔했던 당귀를 예로 들어보지요. 전래되는 한의서에 당귀는 ‘심한 기침으로 기(氣)가 위로 솟구치는 증상, 학질, 피부가 오싹오싹한 증상, 유산, 모든 종기나 부스럼, 금창 등에 끓여서 즙을 마신다’, ‘속을 따뜻하게 하고, 통증을 멎게하며, 어혈을 제거한다. 또한 풍사가 침범해 땀이 나지 않거나 습사로 저린 증상, 독한 사기가 침범한 증상, 몸이 차고 허한 증상을 치료하며 오장을 보하고 살집을 좋게 한다’, ‘구토를 멎게 하고 피로로 인한 쇠약, 한열왕래, 설사, 복통, 치통, 부인의 요통과 자궁출혈을 치료하며, 모든 허약한 증상을 치료한다’, ‘모든 풍병과 혈병을 치료하고, 모든 허약을 보충하며, 어혈을 제거하고, 새로운 피가 생성되게 하며, 위와 장이 차가운 것을 치료한다’ 등등 효험을 한, 두 가지로 정리하기조차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러나 지금 세상에 이런 식으로는 아무도 설득할 수 없습니다. 당귀의 어떤 성분이, 어디에, 어떻게 작용하고, 독성이나 부작용은 무엇이며, 그랬더니 치료율은 얼마나 되더라는, 이른바 서양 의학이 말하는 엄정한 임상시험의 결과가 함께 제시되어야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 도대체 한방에서 말하는 기(氣)란 무엇인가도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의사나 한의학자 등이 이런 문제를 모를 리 없지만 이런 경로를 밟아 약리성을 규명하는 문제는 여전히 지지부진합니다.     ‘의약 혁명’으로 각인된 ‘산토닌’  물론, 현대 의약도 이런 냉철한 비판에서 예외일 수 없습니다. 아직도 효능은 과대포장하고, 부작용이나 독성은 한사코 축소하거나 감추려는 약제도 적지 않고, 의사들 중에는 자기가 아는 치료법만을 고집해 다른 영역의 치료법을 백안시하는 못된 버릇을 고질병처럼 가진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아무튼, 자연에서 모든 치료법을 구하려 했던 이런 노력은 서아시아 일대에서 자생하는 시나쑥에서 특정 성분을 추출해 만든 ‘추억의 구충제 산토닌’으로 이어집니다.  아침을 거른 채 학교에 가 선생님으로부터 이 산토닌을 받아먹은 아이들이 “어지럽다”며 마치 외꽃처럼 노랗게 시들거리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전날,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신신당부를 하십니다. “낼은 회충약 먹는 날이니 밥 먹지 말고 와라. 대신 오전수업만 할테니, 절대 뭐 먹으면 안 돼”  속내 모르는 아이들은 그 ‘오전수업’에 현혹돼 일제히 ‘와’하고는 책보를 싸서 교실을 나섰는데, 지금처럼 배에 기름이 잔뜩 낀 것도 아니고, 먹는 게 너무 많아 항상 배가 더부룩한 터라 한 끼 정도 굶어도 티도 안 나는 때와 달랐습니다. 요즘 애들은 “그게 뭐지.”라고 할 그 밥냄새만 맡아도 회가 동하던 배고픈 시절, 막상 자고 나 아침을 거르자니 헛헛한 공복감을 이기기 어려워 몰래 감자나 고구마로 얼요기를 하고 학교에 간 놈들이 태반이었지요. 선생님이 정말 아무 것도 안 먹었냐고 물으면 “밥은 안 먹었다”며 얼버무리던 아이들의 겸연쩍어 하던 얼굴이 생각납니다.  그러나 한 끼 밥을 거른 건 일도 아닙니다. 사단은 산토닌을 받아먹은 뒤에 벌어졌으니까요. 마치 분필 가루에 설탕을 넣고 버무린 듯 퍽퍽한 산토닌을 씹어 삼킨 뒤 한식경쯤 지나면 아이들이 소금 맞은 지렁이처럼 축축 늘어지기 시작하지요. 끼니조차 거른 뱃속에서 지렁이 같은 회충 무리가 약에 취해 마치 오뉴월 무논에서 악머구리 들끓듯 준동을 해대니 가뜩이나 곯아빠진 아이들이 견뎌내지를 못한 것입니다. 어떤 놈은 그냥 책상에 머리를 누인 채 어지럽다며 가라앉고, 어떤 놈은 맨침을 질질 흘리며 배를 감싸쥐고 나뒹굴기도 했습니다.  참, 황당한 일도 있었습니다. 책상에 머릴 얹고 끙끙대던 한 여자애의 목구멍을 타고 ‘약 먹은’ 회충이 밀고 나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화들짝 놀란 선생님이 들쳐업고 교무실로 달려갔는데, 교무실에 간들 뾰족한 수가 있을 리 만무하지요. 그냥 나무로 짜맞춘 간이 침대에 잠깐 누웠다가 오가는 선생님들 죄 한마디씩 해대는 게 면구스러워 “이제 괜찮다”며 털고 나와 다시 교실에서 한나절을 엎어져 있기도 했습니다.  그 와중에 수업이 되지 않는 건 당연하지요. 모두들 시들시들하니 선생님도 “그래. 부대낄테니 가만히 엎드려 있거라”시며 수업을 면해 주었지요. 그렇다고 숙제까지 면한 건 아닙니다. 선생님은 “낼 아침에 똥 눌 때 회충이 몇 마리 나왔는지 세어서 와라”는 엄명을 전합니다. 오전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타는 노을이 붉어서 더 먼 귀갓길이었습니다.    똥 속에서 회충 찾던 시절  다음날, 측간에 걸터앉아 볼 일을 봅니다. 어떨까 싶어 유심히 살피는데, 아니나 다를까 우동 면발 같은 허여멀건 회충이 연방 밀려나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놀랍기도 하고, 또 남우세스러워 뭐라고 말도 못한 채 볼일을 본 뒤 선생님에게 대충 마릿수를 보고했습니다. 학교에 가는 길에 동무들끼지 정보를 교환한 터라 아이들 마릿수가 얼추 비슷합니다. 어떤 놈은 ‘여덟 마리’, 어떤 놈은 ‘아홉 마리’ 이런 식이지요. 어디 선생님인들 그게 ‘구라’라는 걸 모르시진 않았을 겁니다. 아니, 똥통 속으로 떨어진 똥을 누가 뒤지며, 안 그렇단들 구린 똥을 헤집으며 누가 징그런 ‘벌거지’ 수를 세겠습니까. 그러니 보고용으로 대충 마릿수를 집계한 것일텐데, 산토닌을 먹여놓고 회충의 마릿수를 세어 보고하라고 한 그 행정적 발상이 더 웃기는 일이지요.  그 시절엔 기생충에 대한 인식이 확실히 부족했습니다. 눈에 안 보이면 괜찮다고 믿는 미개함이 지배했던 때이니까요. 그러니 민물고기를 잡아 대충 씻은 뒤 회로 먹었고, 측간에서 퍼낸 곰삭은 시동(똥의 방언)을 척척 뿌린 밭에 무·배추·상추를 키워 먹었으니 그런 세상을 살아남은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기생충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었지요.  그 때는 시동 뿌린 밭에 맨발, 맨손으로 들어가 흙을 일군 뒤 채독(菜毒)이 올라 손발은 물론 얼굴까지 퉁퉁 부어 오른 모습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먹고 사는 일이 절박하기도 했지만,나라 꼴이 우스워 누구도 기생충이 무섭다느니,어찌어찌 하면 감염 된다느니 하는 정보를 전해 주지 않았습니다.그러니 동네방네 ‘반공 방첩’을 새기고, 벽이란 벽마다 ‘때려잡자’느니 ‘무찌르자’느니 하는 살벌한 슬로건을 붉게 새겼으면서도 그보다 훨씬 현실적 위협인 기생충은 그냥 외면한 것이지요.    구충의 개가는 문명을 바꿨지만  산토닌이란 것도 그렇습니다. 그게 구충할 수 있는 기생충은 회충, 촌충, 편충 정도가 고작이어서 정작 무서운 디스토마류나 다른 흡충류에는 듣지도 않았고, 그나마 학생들에게만 줬지 일반인에게는 그림의 떡이어서 더 오래, 더 치명적으로 기생충에 노출됐을 많은 사람들은 정책 부재의 사각지대에서 수많은 종(種)의 기생충에 뜯어먹히다가 생을 마치기도 했을 것임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우리의 생활문화 자체가 기생충에 취약한 면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도 생활권의 특성에 따라 차이가 있을 뿐 수많은 사람들이 기생충에 감염돼 있다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만, 어찌된 일인지 전문적인 구충제를 먹거나 기생충 감염을 의심해 병원을 찾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회 등 생식을 즐기고, 무·배추·상추를 날로 먹으면서도 스스로 충분히 위생적이라고 믿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정부가 ‘퇴치’ 선언을 했던 결핵이 다시 창궐하고 있듯 기생충에 감염된 많은 사람들이 종국에는 이 병원, 저 약국을 전전하며 엉뚱하게 돈을 뿌리고 있지 않다고 장담할 수도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그러니 근거 없이 자신하지 마시고 가족들 기생충 검사부터 해 볼 것을 권합니다. 마치 거대한 댐이 개미 구멍으로 무너지듯 건강도 아주 작고, 소소한 것에서 허물어지니까요.  마침, 어제 발표된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가 공교롭게도 기생충 감염 치료법을 찾아낸 미국 드류대 캠벨 명예교수와 일본 기타사토대 오무라 사토시 명예교수 등 3명이었습니다. 노벨상 위원회가 앞으로만 내달리는 생리의학 분야의 수많은 공적을 뒤로 하고 어떻게 기생충 연구자에게 상을 줄 생각을 했는지, 참 재밌는 일이기도 합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기생충과 함께 살 수 밖에 없었던 우리로서는 노벨상 수상자의 면면을 보면서 옛적 기억을 떠올리게 되는데, 그런 기억이 새삼스러운 것은 기생충 속에서 살아낸 우리의 삶이 그만큼 절실하고 절박했게 때문일 것입니다.  jeshim@seoul.co.kr
  • ‘고령 암환자, 얼만큼 건강해야 수술 가능할까’

    ‘고령 암환자, 얼만큼 건강해야 수술 가능할까’

     빠른 노령화로 고령의 암 환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젊은 층과 달리 고령자에게서 암이 진단되면 환자 자신은 물론 가족들도 고민에 빠진다. 나이에 따른 노쇠화 때문에 선뜻 수술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서다.  실제로, 고령의 암환자들은 젊은 층에 비해 합병증이나 후유증 발생 가능성이 높고 입원 기간이 긴데다, 퇴원하더라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요양 병원에서 추가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가 하면 수술이 가능한 건강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수술을 포기해 치료 기회를 잃는 경우도 있다.  특히, 고령 환자는 수술 후 합병증 발생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저위험군에서도 예상치 못한 합병증이 발생하거나 수술 전의 신체 기능을 회복하지 못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객관적으로 고령 환자의 수술 예후를 예측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여겨왔지만, 실효성 있는 방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김광일 교수와 최정연 전공의팀(사진)은 2011년 10월부터 2014년 5월까지 저위험군으로 분류된 여성 노인 수술환자 281명을 대상으로 노인 수술환자의 예후 예측도구를 이용해 ‘노쇠 건강평가’를 시행한 결과, 노인 암환자들의 치료 예후 분석에 충분히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연구팀 분석 결과, 노쇠 점수가 높을수록 수술 후 합병증이 빈번했으며, 입원 일수가 길어지고 수술 후 요양병원 입원률 역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술 전 노쇠 건강평가는 동반질환·일상생활 능력·정신기능·영양상태 등 노인의 건강 상태를 다면적·포괄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이 평가 항목에 따라 ‘노쇠 노인(7점 이상)’으로 분류된 환자는 ‘건강 노인(0~6점)’에 해당하는 환자에 비해 수술 후 합병증이 발생할 확률이 1.7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노쇠 노인’은 수술 후 집이 아닌 요양시설에 다시 입원할 가능성이 1.5배 이상 높았으며, 수술 후 병원 입원기간 역시 ‘건강 노인’은 8일 이었으나 ‘노쇠 노인’은 14일로 1.75배나 길었다.  연구에 참여한 노인병내과 김선욱 임상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수술 전 노쇠 건강평가 도구가 합병증 발생 예측이 어려웠던 유방암 등 저위험 수술환자에서도 수술 후 예후를 예측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완치 가능한 수술에 대한 심리적 부담은 낮추고,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남은 여생 동안 삶의 질을 높이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자의 건강 주권을 향상 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저명한 국제 학술지(저널 오브 더 아메리칸 콜리그 오브 서전스·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Surgeons) 9월호 게재됐다.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16] 당신은 ‘사회적 잠’을 잡니까, ‘개인적 잠’을 잡니까?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16] 당신은 ‘사회적 잠’을 잡니까, ‘개인적 잠’을 잡니까?

    단순한 시간의 관점으로 보자면 인간은 삶의 3분의 1을 자는데 할애합니다. 전 생애를 100이라고 할 때 잠이 차지하는 시간상의 비중이 33 정도 된다는 뜻입니다. 수명이 80세인 사람이 평생 자는 시간이 27년 정도인 셈인데, 이는 그 사람이 자신의 삶에서 정말 중요하다고 믿는 것, 이를테면 누군가를 사랑한다든가, 무언가를 먹는다든가, 특별한 취향을 즐기는 일 등 어떤 것에 할애하는 시간보다 길고 오래입니다.  그러나 이런 관점은 그야말로 단순한 산술일 뿐입니다. 다양한 변수를 참고해 보정하면 잠의 가치는 이런 산술적 분석을 훨씬 뛰어넘는 중요성을 가집니다. 그 중요성이 어느 정도인가 하면 ‘잠이 없으면 삶도 없다’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잠과 삶의 관계를 ‘황금 연대’라고 규정하기도 했지요. 물론, 사람이 자기 위해서 사는 건 아니고 살기 위해서 자지만, 모든 사람의 전 생애를 통해 잠만큼 지속적으로 행복감과 안도감, 편안함과 성취감을 주는 행위는 단언컨대 없습니다.  잠은 그 자체가 생명 활동의 원천입니다. 잠이 없으면 사람에게는 어떤 가능성도 남지 않는다는 분명한 사실이 이를 증명합니다. 이는 신체적 관점에서 어떤 이의도 없는 사실입니다. ‘사흘 굶고 남의 집 담장 안 넘는 사람 없다’는 말에 빗대자면 ‘사흘 자지 않고 사람 노릇 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잠-문화의 산물  그렇다고 잠의 효용이 신체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적으로 같은 부류의 사람들은 유사한 잠의 형식과 패턴을 공유합니다. 그럼으로써 사회적 활동에 함께 참여하고, 사회적 정서를 공유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한국인에게는 한국인이 공유하는 잠의 특질이 있고, 아프리카인에게는 그들이 공유하는 잠의 유형이 따로 있어 여기에서 한국인과 아프리카인의 ‘다름’이 구체화된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잠의 특질과 유형이 달라서 생기는 차이가 바로 삶의 방식의 차이이고, 정서의 차이이고, 생산성과 목표의식의 차이를 낳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비행기를 타고 유럽이나 미주지역으로 여행을 할 때 겪는 시차라는 것도 생각해 보면 ‘다른 잠을 자는 세상’으로 진입하면서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조화와 적응의 과정임을 쉽게 알 수 있지요.  그러면 우리는 어떨까요? 굳이 이런 문제를 두고 ‘민족’처럼 고답적인 거대 단위의 설명이 필요한지는 차치하고, 잠은 생활공동체로서의 민족의 동질성을 규정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같은 곳에서, 같은 시간대에, 같은 패턴과 같은 질의 잠을 잔다는 것은 공동체의 중요한 기반이니까요. 이런 생활공동체를 마치 수학에서 미분을 하듯 세세하게 쪼개 보면 가족이라는 기본적인 생활 단위에 가닿습니다.  가족이란 기본적으로 혈연관계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혈연의 본질인 ‘핏줄’ 만으로 가족을 규정하기에는 뭔가 부족합니다. 어쩌면, 혈연이란 타의적 선택이고,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태어날 때부터 지워진 조건이어서 자의적 연대의 조건을 충족시킨다고 단언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혈연의 연대성을 공고하게 하는 것은 흔히 말하는 운명공동체로서의 체험을 같이 하는 것인데, 여기에는 목표와 환경과 인식의 공유, 노동과 식사와 휴식 같은 일상적 조건의 공유 외에도 같은 잠을 잔다는 조건이 포함됩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나’는 생명체로 배태된 그 순간부터 어머니의 뱃속에서, 어머니의 체온에 의지해 잠을 자며 새로운 세상과 만날 일을 준비합니다. 뱃속에서 조용하게 잠만 자면 “그 놈, 게으름 피우는 걸 보니 복은 타고나겠다”는 말을 들었고, 잠에서 깨어 몸을 뒤척이며 요란하게 까불면 “어쨌든 손발 부지런한 놈이 잘 사는 세상이다. 천석, 만석 누리고 살겄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렇게 처음 어머니와 연계된 잠은 가족 모두의 잠으로 전이되고 치환됩니다. 태어나서도 가족 안에서의 ‘나’는 잠으로 말을 합니다. 그 잠이 아버지의 팔에 안겨서 든 잠이든, 어머니 젖가슴에 얼굴을 묻고 누리는 잠이든, 아니면 포대기에 덮여 누이의 등에 기댄 채 빠진 잠이든, 내가 아닌 또다른 누군가와의 관계가 가족이라는 연대에 포함된다는 점은 핏줄이라는 사실과 잠을 공유하는 현상으로 확인됩니다.  가족들은 내가 잠을 잘 자면 편하고 건강하다고 믿었고, 잠을 잘 자지 못하면 뭔가 불편하거나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지요. 그렇게 나와 가족은 잠을 공유하면서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생활을 하며, 같은 생애를 살아갑니다.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수 있지만, 잠은 그런 것입니다. ●이런 잠, 저런 잠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그런 잠을 ‘이래도 잠, 저래도 잠’이라고 간단하게 생각합니다. 그게 아니라도 고작해야 ‘잘 잔 잠’과 ‘잘못 잔 잠’ 정도로 나눠 생각하는 정도이지요. 하지만 잠에도 전문적인 분류법이 있습니다. 쉽게 정리하면, 깊은 잠과 옅은 잠 정도로 말할 수 있는데, 전문의들은 이를 난렘(Non REM)수면과 렘(REM)수면이라고 말합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REM이란 ‘Repid Eye Movement’의 약자로, 겉으로는 잠에 든 것처럼 보이지만 안구가 빠르게 움직이는 수면 상태를 뜻합니다.  이 난렘수면은 뇌파의 유형에 따라 다시 4단계로 세분화됩니다. 각성과 꿈의 경계상태인 세타파가 절반 이상인 뇌파가 90초 이상 지속되면 수면 1단계라고 말하지요. 소위 옅은 잠으로, 이 상태는 3∼10분간 계속되며, 경험해 보셨겠지만,이 때는 작은 소리나 자극에도 쉽게 잠이 깨곤 합니다.  2단계는 이보다 깊은 수면 상태로, 뇌파검사에서는 방추형의 작고 빠른 파동이 보이며, 40∼50분 정도 지속되지요. 이어 10∼20분 가량 이어지는 3∼4단계에 들면 비교적 느리고 진폭이 큰 뇌파가 나타나는데, 이 때는 ‘잠에 취했다’고 할 만큼 깊은 잠에 빠져 외부 자극에도 쉽게 반응하지 않습니다. 만약 누군가가 악몽을 꾸거나, 야뇨증 또는 몽유병 증상을 보인다면 바로 이 단계의 잠의 질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까지가 난렘수면에 해당합니다.  이 유형의 수면에 뒤이어 나타나는 유형이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는 렘수면 상태인데, 지속 시간은 20분 정도로 길지 않으며, 남자들이 수면 중 발기를 경험했다면 대부분 이 상태에서 이뤄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한 주기의 수면 사이클이 완성되는데, 여기에 걸리는 시간은 대략 90분 정도입니다. 이를 근거로 셈해 보면 하루에 7∼8시간을 자는 사람의 경우 이런 수면주기가 대략 4∼5회 정도 반복되는 과정을 거친다고 보면 되겠지요.  참고로, 인간의 뇌 활동상태를 보여주는 생체신호인 뇌파는 활동상태에 따라 크게 ▲델타파(1∼4Hz) ▲세타파(4∼8Hz) ▲알파파(8∼13Hz) ▲베타파(13∼30Hz) ▲감마파(30∼120Hz)로 구분합니다. 델타파는 깊은 수면 상태에서 발생되는 뇌파이고, 세타파는 일반적인 수면 상태에서 발생하는 뇌파로, 대부분 이 뇌파단계에서 꿈을 꾸게 됩니다. 알파파는 휴식 중에 생기는 뇌파로,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할 때 아주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베타파는 공부 등 정신활동을 할 때 생성되며, 감마파는 인지작용을 할 때 발생합니다.    ●개인적인 잠, 사회적인 잠  그러나 이런 분류는 병리학적이거나 또는 생리학적 관점의 분류이고, 이런 방식 외에도 잠의 특질을 규정할 수 있는 접근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사회적인 잠’과 ‘개인적인 잠’의 개념을 적용하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은 수면의 양태나 질을 따지고 측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한 개인이 취하는 잠의 양과 질을 사회 구성원 관점에서 조명하는 개념입니다.  왜 이런 접근이 필요한가 하면, 잠이란 극히 개인적인 생리활동의 영역에 속하지만,그 잠을 취하는 사람은 사회적 환경이나 조건에 따라 각기 다른 양과 질의 잠을 자게 되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덧붙이면, 이 방법은 학문적으로 정립된 측정 또는 평가 방식이 아니라 필자의 필요에 따라, 필자의 관점에서 적용하는 판별식임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확실히 잠은 개인적이면서 동시에 사회적입니다. 개인의 삶이 상대적으로 사회적 지배를 많이 받는 한국과 같은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직장인이든, 경찰이나 군인이든, 아니면 학생이든 어떤 경우라도 개인 또는 집단에 주어진 사회적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수면생활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의사는 진료활동에 부합하는 수면 패턴을 가지게 되고, 군인은 자신이 부여받은 임무를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수면 패턴을 지속합니다. 이는 학생이나 대학 교수, 은행원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이런 점에서 잠은 확실히 사회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잠이 사회적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은 통계로도 확인되지요. 지난해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인 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 53분(413분)이었습니다. 같은 해, 통계청이 집계한 자료에는 7시간 59분이라고 나와있더군요. 무슨 이유 때문에 두 조사 결과 사이에 약 1시간의 작지 않은 편차가 존재하는지는 모르지만, 어떤 결과로 견줘도 OECD 최하위 수준에 해당합니다. 참고로, 다른 나라의 수면 시간을 보면, 프랑스(530분), 미국(518분), 캐나다(509분), 영국(503분), 이탈리아(498분), 일본(470분) 등으로 집계됩니다.  이를 근거로 보면, 선진국일수록 국민 평균 수면시간이 길다는 점을 간파할 수 있습니다. 이는 선진국들이 노동의 질을 따지는 반면 우리나라 같은 하위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 후진국 등에서는 아직까지도 노동의 양을 중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결과는 개인이 자신의 의지대로 잠을 취한다기 보다 소속 기업이나 기관의 업무 패턴 속에서 잠자는 시간을 확보하는 양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지요.  이는 연령대와 직업군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우리나라의 연령대별 수면시간을 보면, 40대가 6시간 37분으로 가장 짧고, 이어 50대 6시간 45분, 30대 6시간 56분, 20대 7시간 2분, 60대 이상 7시간 5분 등입니다.  또 직업군별로는, 화이트칼라 6시간 44분, 블루칼라 6시간 47분, 자영업자 6시간 49분, 주부 6시간 56분, 학생 7시간 6분, 농어업 7시간 8분, 무직 7시간 10분 등으로 조사됐습니다.  어깨가 무거운 가장이기도 하고, 직장 또는 사회 내부에서 책임자 위치에 올라 있는 40∼50대의 수면 시간이 가장 짧다는 것은, 이 연령대의 수면이 필요량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시간을 할애하는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외부 요인, 즉 사회적 필요에 의해 수면 시간이 제한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라고 할 수 있겠지요. 시간 운용이 비교적 자유로운 농어업 종사자나 무직자의 수면 시간이 상대적으로 긴 것 또한 잠의 사회성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할 수 있고요.  직업군 수면 분류에서 얻는 결과도 다르지 않습니다. 조직 또는 외부 필요성에 의해 수면 시간을 맞춰야 하는 화이트칼라, 블루칼라, 자영업자들의 수면 시간이 농어업 종사자나 무직자에 비해 짧다는 것은 이들의 수면 시간이 타율적으로 지배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또다른 지표라고 할 수 있겠지요.    ●선진국형 잠과 후진국형 잠  이같은 사회적인 잠은 개인의 잠을 규제하는 가장 직접적이고 영향력있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이를테면, 사회적 잠이 충실하지 못하면 개인적인 잠도 부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수면의 절대 시간이 부족한 상태에서 수면의 질로 이를 상쇄하는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3교대로 근무를 해야 하는 간호사의 경우 도식적으로는 ‘8시간 근무 후 퇴근-8시간 수면-8시간 개인 생활 후 출근’의 패턴을 반복합니다. 그러나 퇴근 후의 생활이 정확하게 8시간 단위로 돌아가지는 않지요.  이해를 돕기 위해 앞의 루틴을 재해석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8시간 근무를 마치면 업무 인수인계와 퇴근 준비 후 병원을 나서 집에 돌아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어쩌면 이 과정에서 2∼3시간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집에 도착해서도 곧장 수면에 드는 것은 아니지요. 취사와 가사노동을 하고,샤워와 식사 등을 하다보면 여기에서도 쉽게 2∼3시간을 잃게 됩니다. 더 중요한 문제는 매일 바뀌는 수면시간에 생체시계가 적응을 하지 못해 수면의 질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하루 오전 근무를 한 간호사는 다음에는 시간을 바꿔 근무를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좀 더 수면시간을 늘리고, 질 좋은 수면을 취하려 한다면 개인생활에 투입해야 하는 시간을 쪼개야 하는데, 이 경우 대부분 삶의 질 하락을 감수해야 하지요.  이 간호사가 평균적으로 6시간을 잔다고 가정할 때, 앞서 거론한 수면주기를 대입하면 프랑스 사람들보다 매일 2주기가 짧습니다. 연간으로 따지면 700 수면주기 이상을 덜 자는 셈이지요. 비단 이 간호사 뿐 아니라 많은 한국인들이 “자도, 자도 잔 것 같지 않은 잠”을 자면서 사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매일 조금씩 빼앗기고 유보한 잠이 월 단위, 연 단위로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고, 이는 조금씩 개인의 삶을 위축시키고, 건강을 좀 먹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통해 이 간호사가 근무하는 병원의 근무 조건이 철저하게 사회적 수면을 강요하는 형식이어서 개인적인 수면의 질을 유지하기란 사실상 어렵다는 점을 아셨을 것입니다. 물론, 사회적 수면이 항상 개인적인 수면을 규제하는 것은 아닙니다. 프랑스처럼 국민들의 평균 수면시간이 530분(8시간 50분) 정도 되는 조건이라면 개인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수면의 질을 높일 수 있으니까요. 이런 상황이라면 시간이 충분히 주어진만큼 질의 문제만 고민하면 되기 때문이지요.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선진국은 개인의 삶을 중요시합니다. 선진국이라서가 아니라 먹고 살만 하면 모든 분야에서 개인적인 영역을 넓히려고 하는 건 당연한 추이지요. 잠도 마찬가지입니다. 사회적 잠을 최소화하는 대신 개인적인 잠의 영역을 확대하려고 하지요. 이에 반해 개도국이나 저개발국은 사회적 잠에 구속되기 쉽습니다. 개인적인 삶의 질을 논할 수 있는 경제적, 사회적 여유를 못 갖췄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우리는 일정 부분 경제적인 여유는 확보했다지만, 아직 선진국의 조건을 못 갖춘 상태라고 보는 것이 옳을 듯 합니다. 적어도 잠이라는 관점에서는 틀림없이 그렇습니다.[다음주 “당신은 ‘나의 잠’을 자고 삽니까”-2로 이어집니다]  jeshim@seoul.co.kr
  • 방귀를 자주 뀌면 정말 건강에 안 좋을까

     우리 국민은 지나치게 방귀에 민감해 방귀가 잦으면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인식은 ‘일반적으로 방귀 횟수나 냄새가 건강 상태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는 전문의들의 견해와는 크게 다른 것이다.  대한대장항문학회(이사장 박규주)는 최근 국내 10~60대 일반인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방귀 횟수와 냄새가 건강 상태를 반영한다는 응답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학회가 조사 전문기관 마크로밀 엠브레인에 의뢰, 2015년 7월 31일부터 8월 4일까지 약 5일간 서울 및 전국 6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16~69세 남녀 2000명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방귀 냄새와 건강이 관련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82.1%나 됐다. 또 방귀 횟수와 건강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도 응답자의 51.8%가 ‘관계가 있다’고 응답했다.  방귀 횟수와 관련, 응답자의 45.2%는 하루 평균 1~5회 미만이라고 답했으며, 5~10회 미만이라는 비율이 29.8%로 뒤를 이었다. 12.1%는 방귀 횟수를 인식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건강한 성인의 하루 평균 방귀 횟수는 10~20회로, 총 500~1500㎖ 가량의 가스를 배출 한다는 연구보고와 비교할 때 일반인이 자각하는 수준은 평균적으로 배출하는 방귀보다 크게 낮은 양상을 보였다. 특히 50대의 경우 9.8%가 방귀 횟수를 인식하지 못한다고 답한 반면, 10대는 18.5%로 높았다.  박규주 대한대장항문학회 이사장은 “자신이나 가족이 방귀가 잦거나 냄새가 지독하다며 대장 질환을 의심하는 사례가 많지만, 심각한 질환과 관련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방귀의 냄새는 섭취하는 음식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특히 황을 포함한 성분이 지독한 냄새를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박 이사장은 이어 “단, 평소와는 다른 방귀 증상과 함께 체중 감소, 설사, 복통, 복부팽만, 식욕감소 같은 장 증상이 동반되면 흡수 장애에 대한 검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문의들은 잦은 방귀 때문에 불편을 겪는다면 젖당과 과당·솔비톨·녹말질 등의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고, 양배추·양파·브로콜리·감자·밀가루 음식·탄산음료 등을 피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대한대장항문학회는 조사 전문 기관 마크로밀 엠브레인과 2015년 7월 31일부터 8월 4일까지 약 5일간 서울 및 6대 광역시에 거주하고 있는 16~69세 남녀 2,000명 대상으로 한국인의 배변 습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대동맥류 5㎝ 넘으면 1년 내 파열 가능성 최대 8%

    대동맥류 5㎝ 넘으면 1년 내 파열 가능성 최대 8%

     대동맥류의 크기가 5㎝를 넘어서면 이후 1년 내에 터질 확률이 최대 8%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대동맥류의 크기에 따른 파열 확률을 예측할 수 있어 향후 대동맥류가 직경 5㎝ 이상이면 수술을 권장하는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생길 전망이다. 대동맥류란, 인체에서 가장 큰 혈관인 대동맥의 일부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질환이다.  심장에서 뻗어나온 대동맥은 일반적으로 직경이 3㎝ 정도지만, 대동맥의 일부 부위가 꽈리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대동맥류를 가진 경우, 혈관이 파열되는 순간 다량의 출혈에 의해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파열 전 정기적인 검사를 실시해 문제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김준범(사진)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교수와 토랄프 선트 하버드의대 교수팀은 수술 없이 약물치료를 시행한 대동맥류 환자 257명의 경과를 분석, 대동맥류 크기에 따른 1년 내 파열 가능성을 예측했다.  그 결과, 직경 5㎝ 미만의 대동맥류는 파열 확률이 1% 미만에 그쳤으나 직경이 커질수록 파열 확률이 높아져 5㎝에서는 5.5~8%, 5.5㎝에서는 11.2%, 6㎝에서는 15.6%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7㎝ 이상인 경우 파열 가능성이 28.1%로 급증하는 등 대동맥류 직경이 5㎝를 넘으면 크기에 따른 1년 내 파열 확률이 급격히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는 통상적으로 대동맥류가 5.5~6㎝ 이상일 경우 파열 위험이 높다고 판단해 늘어난 대동맥류를 잘라내고 인공혈관을 잇는 수술을 권했지만, 그 기준에 정확한 근거가 없어 모든 환자에게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대동맥류 크기에 따른 파열 확률이 구체적으로 제시됨에 따라 수술 적기를 판단할 수 있어 파열로 인한 사망 가능성을 낮출 수 있을 뿐 아니라 환자 예후도 더욱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또 기존의 대동맥류 수술 및 연구 기준이 되어온 5.5~6㎝보다 더 세밀한 단위별 파열 확률 분석이 가능해져 향후 대동맥질환의 임상연구 범위도 확대될 전망이다.  김준범 교수는 “흉부 대동맥류는 파열될 경우 급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위험한 질환이지만 전조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건강검진 등을 통해 일단 대동맥류 진단을 받으면 평생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면서 “지금까지는 대동맥류 파열 확률에 대한 예측과 수술 기준이 미흡했지만, 이번 연구로 의료진이 일률적인 대동맥류 치료방법을 결정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1992년부터 2013년까지 미국 메사추세츠 제너럴병원 대동맥질환센터에서 대동맥류 진단을 받은 3247명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것으로, 미국 심장학회 공식학술지 써큘레이션(Circulation) 온라인판 9월호에 게재됐으며, 편집장이 가장 주목하는 논문에도 선정됐다.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양한광 교수 미국외과학회 명예회원 위촉

    양한광 교수 미국외과학회 명예회원 위촉

      서울대병원 외과 양한광(사진) 교수가 최근 미국외과학회(ASA) 명예위원으로 위촉됐다.   국내외에서 위암 수술 분야의 전문가로 손꼽히는 양한광 교수는 현재 대한위암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단일 기관으로는 세계 최초로 위암 수술 2만 례를 달성한 서울대병원 위암센터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양 교수는 또 현행 TNM 국제 위암병기분류에 서울대병원 위암 환자의 데이터가 주요 근거로 활용되는 계기를 제공했으며, 대한복강경위장관연구회를 결성하는 등 국내외에서 왕성하게 위암 임상연구를 이끌고 있다.  1880년 설립된 미국외과학회는 세계적인 권위와 역사를 가졌으며, 외과학 분야의 발전에 탁월한 업적을 남긴 인사를 엄선해 명예회원으로 위촉하고 있다.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대장암 걱정되면 ‘빵’보다 ‘떡’

    대장암 걱정되면 ‘빵’보다 ‘떡’

     떡을 좋아하는 사람이 빵을 즐기는 사람보다 대장암 위험도가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떡’으로 상징되는 전통식단이 ‘빵’으로 대표되는 서구형 식단에 비해 보다 효과적으로 대장암 발병을 억제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연구 결과이다.  대장암은 국내에서 3번째로 빈발하며, 사망률 순위는 4번째에 오를만큼 최근 들어 발병이 잦고 위험한 암으로 꼽힌다. 이처럼 대장암이 위험한 암으로 떠오르는 것은 서구형 식습관과 관련이 있다는 게 의료계의 일반적인 지적이다. 이에 따라 대장암 발병과 식이요인과의 관계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국내 연구는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박효진(사진) 교수팀과 성신여대 식품영양학과 이승민(사진) 교수팀은 우리 국민들을 대상으로 식이요인과 대장암 발생과의 상관관계를 공동 연구한 결과, 빵과 떡 중심의 식이패턴이 대장암 발생률과 상당한 연관성을 가진 사실을 확인했다고 24일 밝혔다. 연구팀은 다양한 영양소의 섭취 및 식품 그룹과 대장암 위험 사이의 연관성을 조사하기 위해 위해 2010년 11월부터 1년간 최근 3개월 안에 대장암 진단을 받은 20~80세 성인 150명과 대조군 116명을 대상으로 비교대조 연구를 시행했다.  과거 다른 암이나 고혈압·당뇨병·심근경색·울혈성 심부전·관상동맥 질환·고지혈증·만성 신장병 등 만성질환으로 식생활 변화가 필요했던 사람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대조군은 1년 이내에 건강검진 등에서 암이나 주요 만성질환이 진단되지 않은 건강한 성인으로 선정했다.  그런 다음 한국질병예방본부의 식품섭취빈도조사지(FFQ)에 따라 102가지 식품을 총 16개 식품군으로 분류, 조사 대상자 266명이 1년 동안 섭취한 종류와 섭취 빈도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빵과 떡 섭취량에 따라 대장암 발생률이 유의하게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 집단 중 빵을 자주 섭취하는 그룹이 적게 섭취하는 그룹보다 대장암 발생률이 약 2.26배나 높게 나타났다. 또 떡을 자주 섭취하는 그룹은 적게 섭취하는 그룹에 비해 대장암 발생률이 약 0.35배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이번 결과의 원인을 따로 규명하지는 않았지만 빵과 떡의 선호도가 그 사람의 식이패턴을 나타낸다”면서 “떡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곡물과 야채(섬유질) 중심의 한국의 전통적인 식이패턴을 유지했다고 볼 수 있으며, 빵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붉은 살코기 중심의 서구식 식이패턴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은데, 그런 차이가 대장암 발병률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박효진 교수는 “떡과 빵에 대한 이번 연구 결과는 향후 식이패턴과 대장암 위험도를 밝히는 연구에 좋은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에서는 기존에 알려진 것과 같이 총지질, 포화지방산 및 단일 불포화지방산, 과다한 당분 섭취가 대장암 발생을 높이는 반면, 식이섬유와 비타민C는 대장암 발생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붉은 살코기의 1일 섭취량이 50g 증가할 때마다 대장암 발생 위험이 15%나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붉은색 육류가 대장암 발병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이 거듭 확인됐다. 이 연구 결과는 한국임상영양학회지에 게재됐다.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국제성모병원, 중국 다롄시에 한국식 병원 건립

    국제성모병원, 중국 다롄시에 한국식 병원 건립

     중국 야오닝성 다롄시에 한국식 병원이 건립된다.  가톨릭 관동대 국제성모병원(병원장 김준식)은 최근 중국 야오닝성 다롄시를 방문, 현지 관계자들과 병원 설립에 관한 업무협약(사진)을 체결했다고 16일 밝혔다.   협약식에서 양측은 다롄시에 설립할 ‘심혈관병전문병원(가칭)’의 설립에 정식으로 합의하고, 이를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 협약식에는 장웬쯔어 다롄시 여순구 인민정부 상무부구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다롄시 뤼순구에 세워질 이 병원은 연면적 5만 6500㎡(약 1만 7000평) 규모로, 양측은 이 병원에 현재 운영 중인 인천의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운영 시스템을 적용, 운영하기로 했다.  국제성모병원 관계자는 “이번 협약식 및 양 기관 협력사업의 성사 배경에는 이칭타오 뤼순구장의 역할이 컸다”고 소개했다.  한국식 병원 및 실버타운을 건립하기로 하고 최적의 모델을 찾던 이칭타오 구장은 국제성모병원의 첨단 인프라와 시스템 정보를 입수한 뒤 지난 3월 이 병원 관계자를 정식으로 초청, 병원 건립과 운영 등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실무협의를 거쳐 국제성모병원은 병원의 운영 관리를, 뤼순구는 기초 시설 투자 및 설비를 맡기로 했다. 이와 관련, 국제성모병원 측은 지난 8월 기선완(정신건강의학과) 기획조정실장을 현지에 파견, 병원 부지 현장실사를 거친 뒤 실무협의를 최종 조율했다.  국제성모병원 김준식 병원장은 협약식에서 “양측이 상호 협약을 통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면서 “한국의 우수한 의료 서비스를 널리 알리는 것은 물론 중국 인민의 건강 증진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수술 없이 폐동맥 심장판막 교환술 국내에서 성공

    수술 없이 폐동맥 심장판막 교환술 국내에서 성공

     국내 의료진이 지금까지 수술로만 치료만 가능했던 난치성 심장기형을 수술없이 치료하는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매10년 주기로 심장수술을 반복해야 했던 인공판막 환자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게 됐다.  연세대의대 세브란스병원 최재영(소아심장) 교수팀은 최근 중증의 선천성 심장기형을 가진 환자 3명을 ‘폐동맥 인공판막치환시술’(사진)로 치료해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16일 밝혔다.   의료팀이 수술한 환자들은 심장의 폐동맥 판막에 문제가 있는 폐동맥 폐쇄증 및 선천성 복합 심장기형질환인 ‘팔로4징후군’ 등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다.  현재 세브란스병원에만 1500여명이 넘게 등록된 이들 환자들은 기능을 잃은 폐동맥 판막을 인공판막으로 교체하는 수술을 평생 주기적으로 반복해 받아야 한다. 만약 적절한 시기에 수술을 받지 못하면 우심실이 비대해지면서 심부전 및 부정맥 등의 합병증을 유발, 돌연사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 이번에 시술을 받은 3명의 10~30대 환자들도 이미 2~3차례 이상 심장수술을 받았으며, 다시 인공판막 교체 수술을 앞두고 있었다.  특히, 병의 진행 양상과 감염성 심내막염 등 예기치 못한 합병증이 우려됨에 따라 수술을 통한 인공판막 교체 시기는 더 짧아질 수 있는데, 이 경우 잦은 심장수술에 따른 장기 유착 등 수술부작용 우려와 함께 수술 횟수가 반복될수록 높아지는 수술 위험도 및 길어지는 회복기간 등은 환자와 의료진에게 큰 부담이 되어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팀은 지난 8월 3명의 환자 하지정맥에 카데타를 넣어 폐동맥까지 접근시킨 뒤 인공판막을 삽입하는 시술에 성공했다. 환자들은 3~4일 입원 후 일상생활로 복귀할 정도로 치료 부담감이 줄었으며, 시술한 인공판막 역시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술을 주도한 최재영 교수는 “인공판막 수명은 평균 10년정도에 불과해 매번 환자들이 수술을 받아야 하는 부담과 부작용이 컸다”면서 “이번에 시술 받은 폐동맥 인공판막은 교체가 필요할 때면 다시 수술이 아닌 시술을 받으면 되기 때문에 환자 안전과 회복 및 만족도 측면에서 중요한 전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최 교수는 “예기치 못한 응급상황이 생기더라도 기민하게 대처하기 위해 언제든 수술로 전환이 가능한 하이브리드 심조영실에서 시술을 진행했으며, 심장혈관외과·심장내과·심장마취과 의료진과의 긴밀한 협진시스템도 구축했다”면서 “국내에서 처음 시도해 성공한 치료법인만큼 아직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 부담이 큰 만큼 이에 대한 전향적인 조치가 뒤따르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한국 방사선 과학의 미래를 연다” 2015 방사선 진흥대회

    “한국 방사선 과학의 미래를 연다” 2015 방사선 진흥대회

     우리나라 방사선 과학 및 산업 발전을 이끌어 온 한국방사선진흥협회(KARA·회장 이명철 국군수도병원장·사진)는 16일 오후 1시 서울 코엑스에서 창립 30주년을 기념하는 ‘2015 방사선 진흥대회’를 개최한다.   특히, 이번 진흥대회는 협회 창립 30주년만에 결실을 맺게 된 ‘방사선기기 성능평가 및 인증센터’ 설립을 앞두고 있어 주목을 받았다.  이명철 회장은 이날 진흥대회 기념사를 통해 “정부로부터 213억원을 지원받아 전북 정읍시에 설립 중인 이 센터는 오는 11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면서 “협회 창립 이후 첫 지부로 운영될 이 센터는 국내 방사선 동위원소 기기 및 인력을 정예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명철 회장은 이어 “국내 RI(방사선동위원소) 수급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기장군 RI 생산 원자로를 거점지역 지부로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진흥대회에서는 임영기 가천대 교수(방사선방어학회 차기 회장)의 사회로 신재식 미래창조과학부 원자력진흥정책과장, 피승환 한국방사선진흥협회 상근부회장, 김생기 정읍시장 등의 특별강연이 있었으며, 송명재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 회장이 좌장을 맡아 ‘방사선 진흥과 KARA의 역할’을 주제로 하는 전문가 토론회도 였렸다.  한편, 이에 앞서 열린 기념식에서 이명철 회장은 기념사를 통해 “지난 85년 창립된 협회가 태동기, 성장기, 변환기를 거쳐 이제 도약의 시기를 맞고 있다”면서 “협회는 앞으로 한국방사선진흥원 설립을 통해 국내 최고의 방사선 진흥정책 기관과 세계적인 방사선 진흥 전문기관으로 거듭나고자 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기념식에는 정근모·박긍식 전 장관과 박재문 미래창조과학부 연구개발정책실장, 이부섭 한국과학기술총연합회장, 이창건 한국원자력문화진흥원장, 김생기 정읍시장 등 500여명의 관계자 및 내외 귀빈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심재억 기자 jeshim@seoul.co.kr
  • 한국메나리니 36시간 약효 필름형 발기부전 치료제 출시

     한국메나리니㈜(대표 알버트 김)는 최장 36시간동안 약효가 지속되는 필름형 발기부전 치료제 ‘고든 구강용해필름’(성분명: 타다라필)을 국내에 출시했다.  고든은 기존 시알리스 제제와 동일한 효능을 가지면서도 물 없이 복용할 수 있는 필름형 제제로 만들어져 휴대 및 복용이 한층 편리해졌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한국메나리니 관계자는 “고든은 환자 특성별 맞춤 처방이 가능하도록 5mg, 10mg, 20mg 등 3가지 용량으로 제작됐다”면서 “5mg은 일주일에 적어도 2회 이상 필요한 환자에게 최대 1일 1회 복용을 권장하며, 10mg은 성 행위 전에 식사와 상관없이 복용해 최대 36시간 약효를 지속시킬 수 있고, 10mg이 충분한 효과를 보이지 않는 환자에게는 20mg을 처방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대한남성과학회 김세웅 회장(서울성모병원 비뇨기과 주임교수)은 “타다라필은 다른 성분의 발기부전 치료제와 비교해 장점이 많다”면서 “고든은 구강용해필름 제형으로 언제, 어디서든 물 없이 쉽게 복용할 수 있어 발기부전 환자에게 좋은 옵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14] ‘생명의 파이프라인’ 혈관을 보다 1

     잘 아시겠지만, 우리 몸에는 수많은 혈관이 마치 마치 그물망처럼 펼쳐져 있습니다. 어느 한 군데, 혈관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만약, 인체 조직 중에 혈관이 미치지 않는 곳이 있다면, 이미 생체조직이 아니지요. 누군가는 치아나 머리카락은 어떠냐고 물을 지 모릅니다.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머리카락의 뿌리인 모낭이나 치근 조직에 피가 공급되지 않으면 모발이나 치아가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촘촘히 들어선 혈관의 길이는 무려 1만∼1만2000km에 이릅니다. 이런 혈관 조직을 보면 신이 만들어낸 ‘위대한 섬세함의 섭리’를 느끼지 않을 수가 없지요.  혈관은 피가 흐르는 통로입니다. 이렇게 혈관을 따라 흐르는 피를 혈류라고 하며, 모든 혈류의 중심은 심장입니다. 자, 심장 얘기가 나왔으니 덧붙이겠습니다. 심장은 당연히 중요한 기관입니다. 만약 심장에 이상이 생기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집니다. 심장이 제 기능을 못하고 헐떡거리면 덩달아 심장에서 피를 공급받아 생명활동을 하는 인체의 모든 기관과 조직이 헐떡거리게 되고, 이는 곧 생명의 위기로 이어지니까요. 뇌는 부분적으로 활동을 멈춰도 그 자체가 죽음을 의미하지 않을 수 있지만, 심장이 활동을 멈추면 모든 것이 끝입니다. 이런 심장의 중요성은 혈관의 존재에서 확인됩니다. 아무리 뛰어난 성능을 가진 발전기가 있다 한들 거기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필요한 곳으로 송전할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듯, 아무리 심장이 건강하다 해도 건강한 혈관이 없다면 쓸모가 없는 이치이지요.    ●보내는 혈관, 모으는 혈관  혈관은 크게 동맥과 정맥, 모세혈관 등으로 나눕니다. 심장에서 뿜어진 피는 좌심실에서 대동맥을 타고 나와 인체 곳곳으로 이어진 동맥으로 나뉘어 흐르며, 이렇게 공급된 피는 다시 세동맥을 거친 뒤 모세혈관으로 흘러들어 필요한 곳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게 됩니다. 산소를 소비해 임무를 다한 피는 세정맥과 정맥을 거쳐 상대정맥, 하대정맥에 모아진 뒤 다시 심장으로 되돌아가지요.  더 세부적으로 볼까요. 나가는 피를 실어나르는 동맥은 가장 큰 대동맥의 굵기가 직경 2∼3cm에서 사람에 따라 4cm를 넘는 경우도 있고, 이후 층층이 굵기가 달라 모세혈관은 말 그대로 눈에 보이지도 않습니다. 모세혈관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초등학교 때 현미경으로 살펴본 개구리 물갈퀴의 핏줄을 연상하는 게 편할 것 같습니다. 인체 조직에 직접 산소와 영양분을 전달하는 모세혈관은 굵기가 7∼10μm 정도이니 육안으로 볼 수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동맥은 정맥과 달리 심장에서 뿜어내는 압력을 직접, 그리고 지속적으로 받기 때문에 혈관 자체가 동맥보다 두껍습니다. 이에 비해 정맥은 동맥보다 혈관 벽은 얇지만 혈관 통로 자체는 더 크게 만들어져 있고, 세정작업을 거쳐야 하는 피를 심장으로 끌어모으는 역할을 원활하게 수행하도록 곳곳에 판막이 설치돼 피가 심장을 향할 때 거꾸로 흐르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혈관의 구조 등 기본적인 사항은 이 정도로 정리하지요.  ●왜 혈관이 문제일까  많은 사람들이 뇌나 심장의 문제라고 알고 있는 몇몇 중요한 질환이 있습니다.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이 그런 질환들이지요. 그러나, 사실 이런 질환들은 공통적으로 뇌나 심장과 무관하게 발병합니다. 이런 질환들이 뇌나 심장이 아니라 혈관에서 비롯된다는 사실, 그럼에도 한사코 뇌나 심장의 문제라고 인식하려는 경향이 우리의 건강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오해라는 점에서 그냥 지나치기 어렵습니다.  한 가지 사례를 들어봅니다. 고혈압은 왜 생길까요? 특별한 의학적 지식을 배제하고 생각해 보지요.  다른 질병이나 특정 원인이 작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하는 고혈압을 본태성 고혈압이라고 합니다. 이 본태성 고혈압이 생기는 원인은 두 가지로 압축해 정리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심장이 피를 내뿜기 위해 쥐어짜며 수축할 때 혈관에 필요 이상의 과도한 압력이 전달되는 경우입니다. 두 번째는, 심장의 박출 압력은 정상인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혈관이 좁아져 압력이 높아지는 경우겠지요.  그런데, 멀쩡한 심장이 갑자기 압력을 높여 혈압을 치솟게 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예컨대, 부정맥처럼 심장과 연결된 전기체계의 이상 등 기질적인 문제만 없다면 그렇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혈압이 높다는 것은 대부분 혈관의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지요.  혈관이 비대해지면서 혈관 통로가 좁아지거나, 아니면 혈관 내벽에 기름때가 끼어 혈관이 좁아진 경우라면 당연히 혈압이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지나쳐서는 안 되는 또다른 원인이 숨어 있습니다. 바로 혈관이 딱딱하게 경직되는 경화현상이지요.  혈관이 원래 갖고 있던 탄력을 잃고 딱딱해지면 혈관이 내부의 압력에 융통성있게 대응하지 못해 혈압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일반적으로 혈관이 비대해지거나, 내벽에 혈전이 쌓이거나, 혈관이 경직돼 혈관이 감당해야 하는 압력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 모두 고혈압의 원인들입니다.  사실, 고혈압이라는 질병은 단순한 물리적 상상력만으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지요. 쇠파이프든, 말랑말랑한 PVC 파이프든 내경이 같고, 가해지는 수압이 같다면 시간당 흘려보내는 물의 양이 크게 다르지 않고, 또 약간의 편차가 있다 해도 그 자체가 심각한 문제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이런 이해가 단순한 물리적 관점이지요.  그러나, 혈관이나 심장은 다릅니다. 혈관 중에서도 동맥은 3겹의 층을 이루고 있습니다. 맨 안쪽은 혈액과 직접 접촉하는 내피세포층과 내탄성판, 상대적으로 두꺼운 근육층인 중간층은 평활근층과 탄력섬유 및 콜라겐, 바깥쪽 외막은 섬유결체조직으로 이뤄져 있지요. 비교적 단순한 정맥과 달리 동맥 혈관이 이렇게 복잡한 구조를 하고 있는 것은 심장에서 발생하는 압력에 기능적으로 대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정상 성인의 경우 심장의 분당 박동수는 60∼100회 정도인데, 이를 1일 단위로 환산하면 8만 6400회에서 14만 4000회에 이릅니다. 이 사실을 두고 “심장이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만 “혈관이 정말 힘들겠다”고 여기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습니다. 심장의 과로를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고 상식적인데, 심장의 존재 의미를 부여하는 혈관까지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는 뜻입니다.  이처럼 혈관에서 생기는 문제를 단순한 물리적 관점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혈관에서 발생하는 나쁜 조짐들을 들춰놓고 보면 문제의 원인을 찾아내는 일이 그다지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혈관에서 비롯되는 중요한 문제들  이미 지적했지만, 혈관의 문제는 막히거나, 터지거나, 소실되어서 발생합니다.  먼저, 혈관이 터지는 일이라면, 그 혈관이 터질 만큼 높은 압력이 생성됐다는 뜻이고, 압력은 어딘가에서 흐름이 막혔을 때 높아집니다. 아직 터지는 상황에는 이르지 않았지만, 혈관의 특정 부위가 풍선처럼 부푼 경우도 같은 원인 때문입니다. 터지는 과정을 상상해 보면 이해가 빠르겠지요. 혈관이 막히거나 좁아져 혈류가 정체되면 일단 부풀었다가 혈관 내력의 임계점을 넘으면 파열에 이르니까요.  또다른 문제는 혈관의 경화입니다. 흔히 ‘동맥경화’라고 할 때의 그 ‘경화’입니다. 앞서 지적했듯이 혈관이 본래의 유연성을 잃고 딱딱해져도 혈압을 높이는데, 말랑말랑 유연한 혈관이라면 일정 정도의 혈압 변화가 있어도 탄력적으로 대응해 문제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그러나 경직된 혈관 속에서 혈류가 정체되거나 해서 압력이 높아지면 상황이 다릅니다. 이 경우에는 돌발적으로 혈관이 파열되기 쉽습니다. 또 원래 유연하던 혈관이 경직되기까지 오랜 세월동안 경직을 초래하는 많은 요인들이 작용해 왔고, 그런 요인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이를테면, 아주 짜게 먹거나 흡연 같은 습관이 여기에 해당되겠지요.  혈관의 위축이나 소실은 인체 기능의 퇴조와 관련이 큽니다. 남성이 중년을 지나 노년으로 접어들면 성적 기능도 함께 퇴조하지요. 이상한 일이 아니라 정상적인 자연의 섭리입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호르몬 체계가 변해 남성성을 드러나게 하는 호르몬인 안드로겐(주로 고환에서 분비되는 테스토스테론이나 부신에서 분비되는 아드레노스테론 등이 여기에 포함됨)의 분비량이 점차 줄고, 근력과 심폐력, 심지어는 정신분석학에서 성적 본능이나 충동을 뜻하는 리비도까지 위축되어 나타나는 현상인데, 이 중에서도 신체적 원인을 따로 떼어 생각해보면, 모르긴 해도 아마 혈관의 소실과 위축이 성 기능 퇴조의 가장 큰 요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당뇨도 그렇습니다. 흔히 당뇨 하면 족부궤양이나 돌발적인 시력 및 치아 상실, 당뇨성 혼수 등 합병증을 떠올리면서도 문제가 혈관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은 쉽게 지나치는 것이 사실입니다.  한국인에게 가장 많은 2형 당뇨병을 볼까요. 이 유형은 다양한 이유(췌장의 혹사가 가장 유력한 이유이며, 이는 고단백·고지방식이나 습관적인 과식·다식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로 췌장 기능이 떨어지면 체내에서 당 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게 되고, 이 때 처리되지 못한 당이 혈액에 섞여 떠돌면서 혈관을 손상시켜 2차, 3차 합병증으로 어어지는 유형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당뇨를 말하면서 혈관이 개입하는 부분을 빼놓고 이해하려 합니다.  뇌졸중이나 심근경색도 앞서 거론한 이해의 틀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습니다. 흔히 ‘중풍을 맞았다’고 할 때의 그 중풍을 이르는 뇌졸중은 비록 명칭에 ‘혈관에서 유래한 질병’이라는 뜻이 담기지 않고 엉뚱하게도 ‘뇌’를 넣어 혼란스럽게 하고 있지만, 사실 뇌의 상태와는 무관하게 발생하는 질병입니다.  뇌는 생각보다 많은 산소와 영양분을 소비하며, 이 때문에 충분한 혈액 공급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뇌 부위의 혈관이 터지거나, 터지지는 않았지만 줄풍선처럼 부풀어 뇌조직을 압박하거나, 혈관이 막히면 뇌로 보내야 하는 보급에 차질이 빚어져 뇌졸중으로 이어집니다. 이 때, 뇌혈관이 막혀 뇌세포가 죽으면 뇌경색, 뇌혈관이 터지면 뇌출혈이 되지요. 아시겠지만, 뇌는 부위에 따라 관장하는 신체 기능이 다른데, 이런 문제로 언어중추가 손상되면 말을 잘 못하게 되고, 운동중추를 건드리면 신체장애가, 인지중추가 손상되면 기억이나 판단에 문제가 생기게 되지요.  심장도 같습니다. 심장은 매일 10만 번 이상 힘겨운 수축과 이완, 즉 박동을 평생 계속하며, 이를 위해 많은 산소를 소비합니다. 그런데 심장에 신선한 산소를 공급하는 통로인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어떻게 될까요? 그런 상황이 닥치면 모르는 사이에 심장의 근육이 조금씩 죽어갑니다. 필요한 산소와 영양분이 정상적으로 공급되지 않으니 당연한 결과이지요.  심장은 참 무던한 기관입니다. 사람이라는 게 손톱 밑에 가시 하나만 박혀도 죽네 사네 하면서도 중요한 심장의 근육이 마치 오징어가 마르듯 서서히 괴사하는데도 모르고 지나갑니다. 심장이 무던하다 못해 우둔해 치명적인 상태에 이르도록 특별한 ‘싸인’을 보내지 않는 것이지요. 의사들 얘기로는 심장 근육의 절반 이상이 괴사해도 모르고 사는 사람이 많답니다. 이런 상태에 이르기 전에 문제를 찾아냈다면 조상이 도왔다고 봐야지요. 심장이 힘겨워 숨이 가쁜데 “그래. 내가 운동을 좀 소홀히 했지”라거나 “나도 나이가 드나” 정도로 지나치기 일쑤고, 그러는 사이에 심장은 돌이킬 수가 없게 돼 삐끗하면 급사로 이어지고 맙니다. 우리가 흔히 심장의 문제라고 여겼던 질병이 실은 혈관의 문제라는 사실, 이제는 충분히 이해하셨겠지요.〈다음 주에 [‘생명의 파이프라인’ 혈관을 보다]-2로 이어집니다. jeshim@seoul.co.kr
  • 미숙아의 간에서 성인대사질환 유발 단백질 발견

    미숙아의 간에서 성인대사질환 유발 단백질 발견

     국내 연구팀이 동물실험을 통해 조산이나 자궁내 발육 지연으로 태어난 미숙아의 간에서 성인대사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후보 단백질을 발견했다.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김영주(사진) 교수팀은 50% 저식이군의 어미 쥐에서 태어나 3주 동안 정상식이를 한 새끼 쥐의 간을 ‘프로테오믹스’ 방법으로 분석했다. 프로테오믹스 방법이란, 유전자 명령으로 만들어진 프로테옴(단백질체)을 대상으로 유전자의 기능과 단백질의 기능 이상 및 구조 변형 유무 등을 규명하고 질병 과정을 추적하는 분석 기술이다.  그 결과, 미숙아 상태로 태어난 수컷 아기 쥐들의 간은 단일 탄소 대사작용에 관여하는 효소인 ‘메틸렌테트라하이드로폴레이트 디하이드로제나아제1(MTHFD1)’과 ‘S-메틸트란스페라제1(BHMT1)의 농도가 정상 쥐에 비해 낮았다.  연구팀은 “이러한 효소들은 혈액 속의 높은 호모시스테인과 관련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혈중 호모시스테인은 농도가 높아질수록 심혈관질환, 알츠하이머 등의 발생 위험을 증가시킨다. 단, 암컷 아기 쥐의 경우에는 이러한 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조산이나 저체중아로 태어난 아이들 중 남자 아이가 여자 아이보다 성인이 되었을 때 더 심각한 대사질환, 즉 심혈관질환·당뇨·고혈압·비만 등에 노출될 수 있는 ‘성인지적 차이(Gender-difference)’를 보여주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 연구 결과는 단백질체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 ‘분자 세포 프로테오믹스(Molecular and Cellular Proteomics)’ 인터넷판 9월호에 게재됐다.  김영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지난 5월에 태아 프로그래밍과 관련된 비만 마커를 발견한데 이어 또 한번 미숙아가 어른이 되었을 때 건강의 위험성을 예측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미숙아가 비만뿐 만 아니라 고호모시스테인혈증에 의해 발생하는 알츠하이머나 치매 등의 발병 위험이 정상아에 비해 높다는 것을 밝혀내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서울성모·여의도성모병원 통합 체제로 새 출발

    서울성모·여의도성모병원 통합 체제로 새 출발

     지금까지 독자적인 병원으로 운영되어 온 서울성모병원과 여의도성모병원이 통합, 단일병원 체제로 새롭게 운영된다.   최근 서울성모병원장을 연임하면서 여의도성모병원장까지 겸직하게 된 승기배 병원장(사진)은 14일 병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두 개의 병원이 아니라 ‘하나의 병원 시스템’(One Hospital System) 개념으로 진료 기능을 통합해 최대한의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며 이 같은 통합방침을 밝혔다.  신임 승 병원장은 “미래 경쟁력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서로 근거리에 위치해 조직과 인력의 직능 및 장비 등이 중복될 수밖에 없는 두 개의 병원이 유기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컨트롤타워를 단일화해 서울성모병원을 제 1분원, 여의도성모병원을 제 2분원 형태로 운영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서울성모병원은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암과 만성질환 등 고난이도 치료에 집중하게 되며, 여의도성모병원은 모체·태아·신생아까지 출산 전후를 아우르는 주산기 질환과 호스피스완화의료에 주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들 두 병원간의 진료 연계를 강화해 환자의 전원 등에 따른 불편을 없애기로 했다. 승 병원장은 “두 병원 통합진료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겠다”면서 “현재 2차 병원인 여의도성모병원에서 3차 병원인 서울성모병원으로 환자가 전원될 경우 따로 진료 및 검사기록 등을 지참할 필요가 없도록 이미 시스템을 통합했으며, 환자가 동의할 경우 언제든 연계진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승 원장은 “여의도성모병원을 통합, 운영하게 됨으로써 모두 1769병상(서울성모 1355병상, 여의도성모 414병상)을 확보, 병상 부족현상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이를 계기로 가톨릭의료원이 국내를 넘어 세계로 도약하는 계기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실제로 2014년에 이 병원을 찾은 외국인환자수는 3만 3000명으로, 2013년 2만 400명 대비 61.7%나 늘어 국내 주요 병원 중 가장 높은 외국인 환자 증가세를 보였다.  또 아랍에미레이트(UAE) 아부다비 보건청(HAAD) 및 군병원과의 진료 계약을 통해 아부다비 보건청에서 송출하는 혈액질환자들이 조혈모세포이식 등 고난이도 중증질환 치료를 위해 이 병원을 찾고 있는가 하면, UAE의 종합 헬스케어 기업인 VPS그룹이 설립한 한국형 건진센터 ‘마리나 건강검진센터(MHPC)’를 지난 5월부터 위탁 운영, 지금까지 550여명의 환자를 진료했다.  병원 측은 “현지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고위험·중증질환자의 경우 서울성모병원으로 옮겨 진료하는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가동되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중국 상하이 류진병원과 학술·연구교류 협약을 체결해 중국 의료시장 진출에도 본격적으로 나서게 됐다.  승 병원장은 “서울성모병원의 역량을 결집한 마리나 건강검진센터를 필두로 해외 의료사업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면서 “이를 통해 고용 및 국부창출에 이바지하고, 세계 곳곳에서 환자들을 치료하는 글로벌 병원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9월 과학기자상 평화방송 신익준 기자

    9월 과학기자상 평화방송 신익준 기자

     한국과학기자협회(회장 심재억)는 한국로슈진단(주)이 후원하는 ‘과학기자상’ 9월 수상자로 평화방송 신익준(사진) 기자를 선정했다고 10일 밝혔다.   한국과학기자협회는 신익준 기자의 ‘GMO는 정말 안전한가?- 문제점과 한계’(8월 5·6일자) 기사가 “안전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유전자변형식품(GMO)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하고, GMO가 미래 사회에 미칠 영향 등을 폭넓게 분석했으며, GMO의 안전성에 대해 정치적, 이념적 논리를 배제하고 과학적으로 살핌으로써 보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GMO를 바라보는 계기를 제공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신익준 기자는 “그동안 여러 언론에서 GMO의 문제를 다뤘지만, 차분하고 과학적인 접근보다 검증되지 않은 사례를 내세우거나 정치적 소재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기사화하면서 이런 변수를 최대한 배제, 객관적이고 확인된 정보를 전달하려고 노력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과학기자협회는 매달 과학 및 의료·보건 분야의 우수한 보도 기사를 가려 시상하는 ‘과학기자상’을 제정·운영하고 있다. 이 상은 현장을 지키는 과학 기자들의 취재 의욕을 고취하고, 노고를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해 공모를 통해 접수한 기사에 대해 소속 매체와 기자 실명을 배제한 채 엄정한 심사를 통해 수상자를 선정하고 있다.  시상식은 오는 15일 오후 6시 한국과학기자협회에서 열리며, 수상자에게는 순금 상패와 100만원의 상금을 시상한다.  심재억 기자 jeshim@seoul.co.kr
  • 전공의 분배정책 실패, 이번엔 내과까지...

    전공의 분배정책 실패, 이번엔 내과까지...

     전공의들의 특정 진료과 기피현상이 해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외과와 비뇨기과, 흉부외과에 이어 의료체계의 근간이자 대표적인 필수 진료과인 내과마저 필요한 전공의를 다 모으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국민건강에 직접 연관된 필수 진료과의 붕괴는 피해가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지만, 정부는 대책을 내놓지도 못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문정림 의원(새누리당.사진)은 보건복지부와 대한병원협회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외과와 내과의 전공의 확보율이 각각 정원의 66.8%와 87.4%에 그쳤다고 10일 밝혔다.  뿐만 아니라, 비뇨기과, 흉부외과 등은 전공의를 정원의 절반도 확보하지 못했다. 의료체계의 근간을 이루는 필수과와, 지원자가 정원에 크게 못 미치는 진료과의 전공의 확보 대책과 전공을 중간에 포기하는 사례를 막아줄 특단의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복지부는 10년이 넘도록 이같은 문제를 외면하고 있어 사태를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일반외과와 흉부외과비뇨기과, 소아과 등 특정 진료과 기피현상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나타난 현상. 이런 가운데 외과계열 특정과목에서만 발생해왔던 전공의 기피현상이 최근 들어 내과계열로 확대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진료과별 전공의 확보율을 분석한 결과, 외과의 전공의 확보율은 5년간 60~70%에 그쳤으며, 올해는 66.8%에 머물렀다.  내과의 경우,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공의 확보율이 90%대를 유지했으나, 올해는 89.4%에 그쳤다.  비뇨기과와 흉부외과도 심각성이 예사롭지 않다. 이들 전공과의 올해 전공의 확보율은 각각 41.4%, 47.9%에 그쳐 정원의 반도 채우지 못했다. 특히, 흉부외과의 경우 2011년 확보율이 36.8%에 불과했으며, 비뇨기과도 2011년 54.9%에서 계속 낮아지고 있다.  이처럼 의료체계의 근간에 해당하는 외과, 내과를 비롯해 비뇨기과 등의 전공의가 계속 미달될 경우, 의료공백이 불가피해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의료인력 부족에 따른 전공의 업무 과중으로 기피현상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우려된다는 것이 의료계의 시각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나마 지원한 전공의도 상당수가 수련과정에서 이탈하고 있다.  올해 내과, 외과의 전공의 임용 대비 중도포기율은 각각 7.2%, 5%였다. 필요한 전공의조차 확보하지 못한 외과와 내과에서 그나마 지원한 전공의들이 중간에 전공을 바꿔 의료인력 수급의 왜곡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기피현상이 장기화, 표면화되고 특정 진료과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보상안을 마련하는 등의 실효성 있는 유인책을 제시해 전공의 불균형 현상이 더 이상 심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입원 전담 전문의제도’ 등을 두고 의료계와 진지하게 의견을 나눌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정림 의원은 “외과와 내과는 생명과 직결된 의학체계의 근간”이라며 “외과는 맹장염부터 암, 장기이식까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수술을 담당하며, 응급 상황이 많아 항상 긴장 속에서 의료행위가 이루어지는 고난도 진료과이고, 내과는 고혈압·당뇨와 같은 만성질환과 감기 등 기본적 질환을 치료하는 필수 과목으로, 이들 진료과의 전공의 부족은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허물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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