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심재억
    2025-10-13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5,357
  • [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소울 푸드

    몸의 허기는 음식으로 해결하지만 영혼의 허기는 어떻게 채울까. 물론 정답은 없다. 사람마다 영혼의 허기를 달래는 방법이 제각각인 탓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모두의 영혼을 배부르게 하는 음식, 이를테면 몸에 좋아 영혼까지도 기분 좋은 포만에 이르게 하는 음식이 있다. 바로 소울푸드(soul food)라는 것이다. 소울푸드라고 어렵게 여길 건 없다. 현대인은 쫓기며 산다. 아무리 일을 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 무망함은 체념으로 이어지며, 이 체념의 끝에는 ‘그렇게 해도 이뤄지는 건 없구나’라는 절망감이 도사리고 있다. 이렇듯 바쁘면서도 끝이 보이지 않고, 그러면서 별다른 성취감도 얻지 못하는 삶을 살다 보니 좋은 음식을 편하게 먹고살 수가 없다. 바쁘다 보니 이것저것 가려 먹을 상황도 아니지만 어쩌다 입맛에 맞는 음식을 찾아가 먹어도 배만 부를 뿐 영혼의 주림까지는 해소하지 못한다. 이런 탓에 ‘집밥’을 소울푸드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집에서 먹는 밥이 항상 소울푸드라고 보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집밥에 따르는 ‘조건’이다. 먼저 상업적 목적으로 대량 생산하는 식재료가 아니어야 한다. 가공되고 변질된 그런 유의 식재료에서 소울을 찾기 어렵다는 건 모두가 안다. 또 다른 조건은 삶의 의미가 살아 숨 쉬는 밥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임금의 수라도 따뜻한 단란이 없다면 하찮은 배불림일 뿐이고, 걸인의 허접한 식사도 누군가와 온기를 나누며 먹는다면 수라 못지않게 따뜻한 밥이다. 숨 돌릴 겨를도 없이 살아야 하는 지금의 세상에서 몸 하나 건사하기도 어려운데 어찌 영혼까지 챙기느냐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소울푸드를 비용이 많이 들고 번거롭다고 치부하는 것이 오히려 문제다. 물론 가공된 식재료와 상품화된 메뉴에 익숙해진 터라 습관을 고치는 데 얼마간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그런 불편만 감수할 수 있다면 더 쉽고 더 싸며, 더 맛있어 영혼까지 배 불릴 수 있는 건강한 소울푸드 식단을 실천할 수 있다. 얼마간 잊고 살았을 뿐 소울푸드는 본래의 우리의 생활이었고 삶이었기 때문이다. jeshim@seoul.co.kr
  • 과잉 ‘자식작용’으로 암세포 죽인다

    세포가 자신의 불필요한 성분을 스스로 먹어치우는 ‘자식작용’을 인위적으로 유발시켜 암세포를 죽이는 새로운 표적치료제 후보물질을 국내 연구진이 찾아냈다. 서울아산병원 아산생명과학연구원 의생명연구소 황정진 교수팀은 자식작용이 과잉 발생하면 세포가 죽는 현상에 착안, ‘BIX-01294’(이하 BIX)라는 화학물질로 암세포의 과잉 자식작용을 유도함으로써 암세포를 대량 사멸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최근 밝혔다. 연구팀은 2400여개의 생체 관련 화학물질 중에서 자식작용 유발 효과가 높은 BIX를 선별, 이를 유방암 세포주와 정상적인 유선 상피세포주에 10㎛(마이크로몰라) 농도로 24시간 동안 배양했다. 이어 세포생존율 측정기법을 적용해 세포 사멸효과를 측정한 결과, 암 세포주에서 정상 세포주 대비해 50% 이상 많은 암세포가 사멸한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BIX가 암세포의 성장을 돕는 ‘G9a’효소를 억제하고, 세포 내의 활성산소를 증가시켜 암세포의 과잉 자식작용을 촉진한다는 사실도 새롭게 밝혀냈다. 실제로 G9a효소의 발현 정도가 28배나 높은 유방암·대장암 환자의 종양세포를 배양, BIX로 처리한 결과 암세포가 100% 사멸했다. 특히 이번 연구는 대부분의 암 치료제가 불필요한 세포를 자살하도록 명령하는 세포자살 유도와는 접근 방식이 달라 주목된다. 암세포의 경우 세포자살과 관련된 유전자의 돌연변이 때문에 정작 필요할 때 세포자살이 잘 일어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세포의 자식작용을 유도하는 방식을 항암제 개발에 적용하면 이런 문제가 해결돼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전망했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 의학회지 ‘자식작용’(인용지수 12.042) 저널 최신호에 실렸다. 황 교수는 “자식작용을 경유한 세포사멸 원리가 향후 항암제 개발 등 임상에 성공적으로 적용되면 암환자들이 겪는 부작용과 이상 반응을 최소화해 삶의 질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암을 말하다-위장관기질종양(하)] 전이 땐 표적항암제로 성장 억제 후 수술로 제거

    [암을 말하다-위장관기질종양(하)] 전이 땐 표적항암제로 성장 억제 후 수술로 제거

    기스트 수술은 종양을 완전히 제거하는 근치가 1차적인 목적이다. 하지만 모든 수술이 완치를 담보하지는 못한다. 수술을 하더라도 상당수 환자에서는 암이 재발하는데 이는 수술 전후에 각종 검사로도 찾아내지 못한 미세전이 병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재발 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면 전신요법을 고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강윤구 교수는 “과거에는 전이가 없는 상태라면 완전한 종양 제거 또는 증상을 완화할 목적으로 수술을 시행했고, 따라서 수술의 기대 효과와 시기가 비교적 단순하게 결정됐다”면서 “그러나 이마티닙 등 표적치료제의 효과가 속속 밝혀져 수술의 효용이 확대되면서 수술 시기 및 항암치료와의 관계에서도 다양하게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표적치료제를 이용한 항암치료의 기대치가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기스트는 어떻게 진단하는가. -내시경검사와 복부 CT검사에서 위장관의 점막하 근육층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종괴가 있으면 기스트를 의심하며, 이 경우 조직검사를 거치게 된다. 그러나 점막하 종양은 내시경 조직검사로 조직을 채취하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종양이 원발장기에만 있어 수술이 필요한 경우라면 조직검사 없이 수술로 진단 및 치료를 병행하는 사례가 많다. 간이나 복막에 전이된 경우에는 경피적 조직검사로 확진한다. →최종 진단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조직검사에서 특징적인 기스트 세포가 확인되고, 특정 유전자에 대한 면역조직 화학염색에서 양성이면 확진된다. 하지만 면역조직 화학염색에서 음성이더라도 기스트에 부합하는 KIT나 PDGFRA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확인되면 기스트로 진단할 수 있다. →치료 방법도 상세히 소개해 달라. -기스트는 방사선이나 항암화학요법에 잘 반응하지 않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술이 유일하고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었다. 물론 주변 조직을 침범했거나 전이된 경우라면 수술만으로 완치가 어렵지만 수술적 절제가 가능한 국소적 기스트는 수술이 기본적인 치료다. 단, 악성 여부는 종양의 크기와 세포분열의 수가 결정하므로 가능한 조직검사에서 세포분열을 확인해 악성 여부를 평가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조직검사는 실패할 수 있으므로 종양이 2㎝ 미만이면 악성일 가능성이 낮은 만큼 관찰을, 2㎝ 이상이거나 관찰 중에 종양이 커지면 절제를 권한다. 이처럼 수술은 원격전이가 없을 때는 물론 재발이나 원격전이가 있더라도 증상 완화를 위해 적용했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 이마티닙(글리벡)이라는 표적치료제가 나온 후부터 재발이나 원격전이가 있는 경우 이를 우선 투여하는 것으로 치료 패턴이 바뀌었다. 간이나 복막에 전이됐을 때 시도하는 고주파열치료나 색전술도 이마티닙 등 항암화학요법과 병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각 치료법을 적용하는 기준과 임상적 상황을 짚어 달라. -종양이 원발장기에만 존재하면 수술이 원칙이며, 수술 후 재발이 우려되면 이마티닙을 3년간 투여하는 보조화학요법이 표준치료다. 그러나 종양이 원발장기에만 있더라도 주변 장기로 침윤해 수술이 어렵거나, 주변 장기를 함께 절제해야 해 후유증이 클 것으로 판단되면 먼저 이마티닙으로 종양의 크기와 침윤 상태를 개선한 뒤 수술을 한다. 물론 처음부터 종양이 간이나 복막 등으로 전이됐거나 절제 후 재발했을 때는 미세 전이세포들이 있다고 보고 수술 대신 이마티닙을 먼저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처럼 전이성은 이마티닙이 최초 치료이지만, 이마티닙을 사용하고도 종양이 남은 경우에는 수술이나 고주파열치료 등으로 제거하게 된다. 방사선치료는 기스트에 잘 먹히지 않지만 이마티닙에 반응하지 않거나 통증이 심한 골전이에는 사용하기도 한다. →표적치료제의 유효성과 예후, 한계도 짚어달라. -이전의 세포독성 항암제는 반응률이 5%에도 못 미쳐 전이 환자의 생존기간이 평균 1년 남짓에 그쳤지만 표적치료제인 이마티닙 도입 후에는 반응률 60%, 종양조절률 85%로 매우 좋은 효과를 보이며, 전이 환자의 생존기간도 5∼6년 이상 됐다. 그러나 문제는 이마티닙의 표적인 KIT나 PDGFRA 단백유전자에 새로운 돌연변이가 생겨 내성을 보인다는 점이다. 이 경우 수니티닙(수텐)이라는 표적치료제가 있지만 반응률이 매우 낮아 최근에는 레고라페닙(스티바가)이라는 표적치료제로 바꿔 사용하는 추세다. →기스트 치료의 최근 흐름을 소개해 달라. -전이성의 경우 최초 치료로 수술을 권장하지는 않지만 이마티닙으로 종양이 잘 조절된 후에는 내성을 가진 새로운 돌연변이세포의 출현을 막기 위해 남은 종양을 수술이나 고주파열치료 등으로 제거하게 된다. 또 수술이 가능하더라도 암종이 크거나, 주변 장기를 침범해 절제에 어려움이 따를 경우, 종양이 위식도 경계부나 십이지장, 직장 등에 위치해 광범위한 절제가 필요한 경우에는 환자의 삶의 질을 고려해 먼저 이마티닙으로 종양을 줄인 뒤 수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가 하면 모든 약제에 듣지 않은 환자에게 약을 전혀 쓰지 않으면 종양이 매우 빨리 진행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경우에는 이마티닙을 다시 사용하면 전체적으로 종양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음이 입증되기도 했다. →기스트와 관련해 제도적인 문제는 없는가. -대부분의 기스트 병소는 이마티닙에 의해 지속적으로 성장이 억제되지만 일부에서 내성이 생기기도 한다. 이 경우 수술 등 국소치료로는 해결할 수 없어 이마티닙 용량을 늘리거나 다른 약제를 사용하지만 새로운 돌연변이가 생기면 다시 약제를 바꿔야 한다. 만약 이 상태에서도 종양이 커진다면 치료방법이 없다. 이 경우 새로운 약제의 임상연구에 참여하는 것이 환자에게는 매우 중요한 선택이며,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마티닙 치료에 보험까지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한 번 써 본 항암제를 다시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티닙 재사용의 유효성이 임상연구에서 입증된 만큼 빠른 시일 내에 보험이 적용되도록 전향적인 결정을 기대한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암을 말하다-위장관기질종양(하)] 다른 암과 어떻게 다른가

    기스트는 다른 암과 달리 주변 림프절로의 전이가 드문 대신 복막전이 및 혈행전이를 하는 특성을 보인다. 또 종괴가 매우 크게 자라 원발부위 외에 주변 조직이나 장기로 침윤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기스트는 다른 위장관 암종과 달리 원발 장기의 침윤 정도나 림프절 전이가 치료방침 결정이나 예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이보다는 간·복막 등 원격장기로의 전이 여부가 가장 중요한 예후인자이며, 원격전이가 없다면 종괴의 크기와 세포분열의 수가 재발을 예측하는 가장 중요한 인자로 통용된다. 게다가 기스트는 위암·폐암 등 다른 암과 달리 현미경적으로 악성 여부를 명확히 구분할 수 없으며, 크기나 세포분열의 수 등 몇 가지 특징을 보고 악성도를 가늠할 뿐이다. 또 이런 악성 인자를 갖지 않았어도 드물게 절제수술 후에 재발하기도 한다. 문제는 카잘세포이다. 기스트는 위장관 벽의 카잘세포에서 시작되는데, 이 세포는 식도·위·소장·대장은 물론 복막에도 존재한다. 이 때문에 위장관이 아닌 복막에서 기스트가 발생하기도 한다. 강윤구 교수는 “기스트는 자궁에서는 원발하지 않지만 자궁도 복막으로 덮여 있어 자궁 근처에서 발생할 경우 자궁에서 시작된 것인지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이때문에 이전에는 골반 부위에 생긴 종양의 경우 부인과 수술 때 간혹 진단을 놓치기도 했으나 지금은 대부분의 부인과나 병리과 의사들이 이런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어 문제가 되는 일이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암을 말하다-위장관기질종양 기스트] 육류 살코기 위주로 먹고 균형 잡힌 식사 중요

    기스트는 비교적 최근에 정의된 암이어서 간혹 진단을 놓치는 경우도 있고, 다른 육종과 달리 좋은 치료제가 있어 유사 육종을 기스트로 치료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게다가 원인이 아직 규명되지 않아 안타깝게도 예방수칙을 제시하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일부 환자들은 암세포가 빨리 자란다며 육류를 기피하지만 이는 오해다. 균형 잡힌 식사로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는 것이 암 치료에는 매우 중요하다. 단백질은 세포 성장에 중요하므로 기름기가 적은 살코기 위주로 먹는다면 문제될 게 없다. 또 수술 후 글리벡을 복용하는 환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재발을 막아줄 음식이 있느냐는 것이다. 사실 암의 재발을 음식으로 막을 수는 없다. 주변에 암에 좋다는 건강식품과 민간요법이 많지만 대부분 과학적 근거가 없거나 왜곡된 것들이다. 의사는 검증되지 않은 요법을 결코 권하지 않는다. 효과는 물론 약물 상호작용으로 간기능이 나빠지는 등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글리벡을 복용할 때 비타민제를 따로 복용해도 되느냐는 환자도 많다. 고용량 비타민이 암 치료에 좋다고 믿는 환자가 의외로 많다. 그러나 치료 부작용으로 식사를 잘 못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반드시 비타민제를 복용할 필요는 없다. 강윤구 교수는 “고용량 비타민요법은 암 치료에 좋다는 견해도 있지만, 해롭다는 보고도 있다”면서 “비타민C 등 수용성은 많이 섭취해도 잉여분이 배출되지만 비타민E 등 지용성은 과다 섭취하면 부작용이 올 수 있으므로 과일이나 야채를 통해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강 교수는 이어 “치료 중인 환자가 기운이 없다고 누워만 있으면 근육이 위축되고 피로도 역시 커지므로 활동과 휴식의 안배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암 사망자 2명 중 1명, 감염·흡연이 원인이었다

    암 사망자 2명 중 1명, 감염·흡연이 원인이었다

    우리나라의 암환자 ‘기여위험도’가 처음으로 평가됐다. 특히 감염과 흡연, 음주가 문제였다. 기여위험도란 특정 질병의 발생에 특정 요인이 작용했다고 평가되는 분율을 말한다. 예컨대 국내 폐암 사망자 중 흡연의 기여위험도가 32.8%라면 이는 폐암 사망자의 32.8%가 흡연에 의한 것으로, 흡연 요인을 완전히 제거하면 폐암 사망률을 32.8%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국립암센터 원영주·정규원 연구팀은 국제암연구소와 국제협력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 암환자의 기여위험도 산정결과’를 측정한 결과 2009년 발생한 신규 성인암 19만 831건의 33.8%와 성인 암사망 6만9431건의 45.2%가 감염, 흡연, 음주, 비만, 부족한 신체활동, 출산력 및 호르몬제 사용 등 6개 위험요인에 의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최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국가암등록자료 및 통계청 자료를 근거로 2009년도에 새로 발생한 암 환자와 암 사망자의 기여위험도를 산출한 것으로 국가 단위의 암발생 및 사망 자료를 근거로 한 아시아 첫 평가치이다. 연구에서는 감염, 흡연, 음주, 비만, 신체활동, 식이, 직업성 요인, 아플라톡신, 방사선 노출, 여성의 출산력 및 호르몬제 사용 등 10개 요인을 고려했으나 이 중 식이, 직업성 요인, 아플라톡신 및 방사선 노출은 국내 연구자료가 불충분해 최종 결과에 포함하지 않았다. 평가 결과, 주요 암발생 위험요인은 감염(20.1%), 흡연(11.9%), 음주(1.8%) 순으로 나타나 전체 성인 암환자 5명 중 1명은 감염, 10명 중 1명은 흡연에 의한 것으로 분석됐다. 성별로는 남성이 감염(24.5%), 흡연(20.9%), 음주(3.0%) 순이었고, 여성은 감염(15.4%), 출산력 및 호르몬제 사용(3.2%), 흡연(2.3%) 순이었다. 암 사망요인은 감염(23.6%), 흡연(22.8%), 음주(1.8%) 순으로, 전체 암 사망자 2명 중 1명이 감염이나 흡연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은 흡연(32.9%), 감염(25.1%), 음주(2.8%)가, 여성은 감염(21.2%), 흡연(5.7%), 출산력 및 여성호르몬 사용(2.4%)이 보다 큰 영향을 끼쳤다. 남성 암환자 4명 중 1명, 여성 암환자 6명 중 1명이 관련된 감염의 경우 기여도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B형 간염-인유두종바이러스-C형 간염 등의 순이었다. 특히 자궁경부암 환자 100%, 위암환자의 76.2%, 간암환자의 61.8%가 감염 요인을 가진 것으로 드러나 감염 관리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암 발생 및 사망 원인에 작용하는 요인 중 감염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흡연은 전체 발생자의 11.9%, 사망자의 22.8%에 영향을 끼쳤다. 또 후두암의 70.3%, 폐암의 46.5%, 방광암의 35.4%는 금연함으로써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남성의 경우 전체 사망의 32.9%가 흡연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 밖에 음주와 과체중, 부족한 신체활동, 출산력 및 호르몬제 사용 등도 암 발생 및 사망과 관련이 많았는데 특히 유방암 발생의 18%, 난소암 발생의 32.4%가 출산력 및 호르몬제 사용에 따른 것으로 분석돼 눈길을 끌었다. 이진수 국립암센터 원장은 “이 연구 결과는 일상생활에서의 암예방 생활수칙 실천과 조기검진만으로도 암의 상당 부분을 예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더 정확한 기여위험도 파악을 위해 식이·환경 및 직업성 요인 등에 대해 체계적으로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햇볕 부족이 청소년 성장통 원인”

    청소년들의 성장통이 비타민D 부족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주선영 교수는 최근 2년간 비특이적 하지통증(성장통)으로 내원한 2~15세(평균 5.2세) 어린이 환자 140명의 혈중 비타민D 농도를 측정한 결과, 95%(133명)가 정상치인 30ng/㎖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최근 밝혔다. 성장통으로 병원을 찾는 비율 역시 야외활동과 일조량이 많은 봄·여름이 42명이었던 데 비해 일조량이 적은 가을·겨울에는 두 배가 넘는 98명이 병원을 찾았다. 주 교수는 혈중 비타민D가 10ng/㎖ 미만이면 ‘결핍’, 10~20ng/㎖이면 ‘부족’, 20~30ng/㎖는 ‘충분’, 30ng/㎖ 이상이면 ‘이상적’으로 분류했다. 그 결과 8명(5.7%)이 결핍, 72명(51.4%)이 부족, 53명(37.9%)이 충분으로 판정됐으며 이상적인 섭취 사례는 7명(5.0%)에 불과했다. 주 교수는 “청소년들의 정상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봄·가을은 물론 일조량이 줄어드는 가을·겨울에도 매일 일정 시간 햇볕을 쬐도록 하고, 비타민D를 충분히 공급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비타민D는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아 음식이나 햇볕을 통해 공급해야 하지만 최근에는 야외활동이 줄어든 데다 편식 등으로 정상적인 공급이 어려운 실정이다. 비타민D가 부족하면 구루병은 물론 경련, 근력저하, 심장 근육병증 등이 생기기 쉽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암을 말하다-위장관기질종양 기스트] 뚜렷한 증상 없고 원인도 몰라 ‘베일 속의 암’

    [암을 말하다-위장관기질종양 기스트] 뚜렷한 증상 없고 원인도 몰라 ‘베일 속의 암’

    기스트(GIST)는 아직도 베일 속의 암이다. 위장관기질종양이라는 병명에서 보듯 주로 위장관에서 생기지만 원인이나 병변의 위치, 전이 양상 등이 위암과는 전혀 다르다. 그런가 하면 잘 생기는 곳이 위장 근육층과 복막이어서 내시경검사로 찾기도 어렵고, 발생기에 뚜렷한 증상도 없어 대부분 다른 병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된다. 이런 탓에 환자 대부분이 진행기 이후에 치료를 시작한다는 것도 기스트 치료의 어려움이다. 특정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원인이지만 이 유전자가 왜 돌연변이를 일으키는지도 아직은 알 수 없는 암, 이런 기스트를 두고 이 분야의 권위자로 꼽히는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강윤구 교수와 얘기를 나눴다. →기스트를 정의해 달라. -GIST(Gastrointestinal Stromal Tumor)는 위장관 기질종양의 영문 표기로 위암·폐암처럼 상피세포에서 발생하는 암과 달리 뼈·근육 등 중배엽세포에서 발생하는 육종이다. 예전에는 위장관 벽의 근육층 근육세포에서 발생하는 평활근육종과 같다고 여겼으나, 1990년대에 병리기전이 밝혀진 후에는 평활근육종과 달리 위장관 벽의 근육층에 존재하며 위장관 운동을 조율하는 ‘카잘’(Cajal)간질세포에서 발생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세부적으로 기스트는 어떻게 유형을 구분하는가. -기스트의 예후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원격전이 여부다. 원격전이가 없다면 수술이 1차적인 치료이며 원격전이가 있다면 전신적인 약물치료가 1차 치료가 된다. 원격전이가 없는 경우 예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는 원발장기, 종양의 크기, 종양세포의 세포분열 수 등이다. 예후는 원발장기가 위인 경우가 소장인 경우보다 좋고, 종양이 크고 종양세포의 세포분열 수가 많을수록 예후가 나쁘다. 원격전이가 있는 경우에는 이런 요인보다 종양 돌연변이의 위치와 종류가 약물치료(글리벡)에 대한 반응에 더 중요한 요소로 간주한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기스트를 이런 분자유전학적 유형에 따라 구분하자는 의견도 있으나 유형에 따라 치료방법이 크게 바뀌지는 않는다. →국내의 발생 추이는 어떤가. -기스트는 인종이나 시대에 관계없이 비슷한 양상으로 발생한다. 연간 인구 100만명당 10∼20명에서 발생하며 전체 환자의 20∼ 30%가 임상적으로 악성 경과를 보인다. 우리나라 인구를 4500만명으로 보면 연간 450∼900명의 환자가 새로 생기며, 악성 경과를 보이는 환자는 연간 90∼270명 정도 된다. 남성이 여성보다 약간 많으며 55∼65세에서 빈발하지만 20∼30대 및 소아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원인은 무엇이며, 특히 위암의 원인과는 어떻게 다른지 짚어달라. -기스트는 위장관 근육층 카잘 간질세포의 세포막에 존재하는 수용체인 ‘KIT’나 ‘PDGFRA’의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발생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원인에 의해 이런 돌연변이가 발생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위에서 가장 빈발하지만 위점막세포에서 발생하는 위암의 경우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짜거나 탄 음식 등이 발암요소인 것과 달리 기스트는 이런 발암인자도 알려져 있지 않다. →그렇다면 문제의 돌연변이 유전자가 기스트 발병에 어떻게 관여하는가. -외국뿐 아니라 우리 병원 연구에서도 기스트 환자 종양조직의 80% 이상에서 KIT나 PDGFRA 유전자 돌연변이가 확인되는데, 이 중 PDGFRA 돌연변이는 매우 드물고 대부분은 KIT 돌연변이로, 특히 11번 돌연변이가 가장 많다. →최근의 국내 발병률 추이에 관여하는 특정 원인이 따로 있는가. -기스트는 KT와 PDGFRA의 돌연변이에 의해 외부 신호가 없어도 특정 단백이 활성화돼 세포분열과 성장을 촉진, 암세포가 자라지만 이런 돌연변이가 왜 발생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며, 따라서 국내 발병 추이에 관여하는 특정 원인도 아직은 알 수 없다. →증상을 병기별로 구분하고, 자각증상도 함께 짚어달라. -기스트는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기스트 종양이 복강 내에 생기며 위장관 점막층이 아니라 근육층에서 발생하는 탓에 상당히 커질 때까지는 대부분 증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종양이 커지면 배에 혹이 만져지거나 복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종양이 위장관으로 자라면 장폐색을 일으킬 수 있고 장관 내로 터져 나오면 장출혈, 복강 내로 터지면 복막염과 복강 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 악성의 경우 다른 장기로 전이하는데 주요 전이 장기는 간과 복막이다. 따라서 진단 시에는 이런 전이 여부를 확인해야 하며, 수술 후 재발을 확인하기 위해 복부 및 골반 CT검사를 시행한다. 드물게 뼈·폐·뇌에도 전이되지만 증상이 없으면 따로 검사는 하지 않는다. →체내 부위별 발생 빈도는 어떤가. -기스트는 주로 복강의 위장관과 복막에서 발생하는데 이 중 60∼70%는 위에, 20∼30%는 소장에 생기며 이 밖에 대장(5%)과 식도·복막에도 생길 수 있다. 또 여러 장기에 동시 또는 시차를 두고 다발성으로 생기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라면 가족성일 가능성이 높다. 일반 기스트는 종양조직에만 KIT 돌연변이가 있지만 가족성은 종양조직은 물론 혈액 등 모든 체세포에서 돌연변이가 관찰된다. 즉, 가족성은 KIT유전자 돌연변이가 유전된 것으로 태어난 후 시간이 경과하면서 여러 곳에서 발생하는 경우다. 그러나 가족성은 매우 드물어 국내에서도 극소수의 사례만 보고돼 있다. →검사는 어떻게 하는가. -복부 및 골반 CT검사가 필수적이다. 단, 증상이 있는 경우 의심되는 장기에 대한 추가 검사를 시행한다. 기스트 세포는 다른 종양세포와 마찬가지로 대사가 활발해 방사성 조영제를 사용하는 FDG-PET검사에서 대개 양성으로 나온다. 그러나 PET검사는 고가여서 모든 환자에게 권장하지는 않는다. 기스트는 다른 위장관 암과 달리 원발 장기의 침윤 정도나 림프절 전이 등이 치료방침 결정과 예후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반면 간·복막 등 원격장기 전이 여부가 중요한 예후인자이며, 원격전이가 없다면 암종의 크기와 세포분열 수를 중요한 예후인자로 간주한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억울한 ‘나쁜 콜레스테롤’

    이름이 문제입니다. 저밀도 콜레스테롤(LDL)의 긍정적인 역할에 대한 고민 없이 단순하게 ‘나쁜 콜레스테롤’이라고 이름을 붙여 놓으니 모든 사람들이 LDL을 마치 벌레 보듯 합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상당한 오해가 개입돼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중장년층의 고민거리인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은 피가 뭉친 혈전이 문제지요. 이런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의 기저질환인 동맥경화는 혈관이 본래의 신축성을 잃고 경직되는 현상인데, 이렇게 생동감을 잃은 동맥 벽에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 같은 지질류가 쉽게 엉겨붙어 피의 통로인 혈관을 좁히거나 틀어막아 문제가 됩니다. 아시다시피 콜레스테롤은 밀도를 기준으로 ‘좋은 콜레스테롤(HDL)’과 ‘나쁜 콜레스테롤(LDL)’로 나뉘는데, HDL은 체내의 콜레스테롤을 제거하는 역할을 합니다. 반면, LDL은 인체가 활용할 수 있도록 콜레스테롤을 운반하는 역할을 하지요. 이렇게 기능이 나눠져 있어 LDL이 콜레스테롤을 계속해서 운반하려다 보니 섭취량이 과잉하면 당연히 혈관에 쌓이게 되는 것입니다. 알고 보면 LDL은 자신에게 부여된 과업을 충실히 할 뿐이고, 그 역할이 인체 기능에 꼭 필요한데도 굳이 이를 ‘나쁜 콜레스테롤’이라고 이름을 붙여 놨으니 억울할 법도 합니다. 따지고 보면, LDL이나 중성지방이 동맥경화의 원인이라는 인식에도 오류가 있습니다. 이들보다는 체내의 활성산소가 근본적인 문제이기 때문이지요. 이 활성산소가 LDL이나 중성지방과 결합해 만드는 과산화지질이 바로 혈관의 노화나 손상의 핵심입니다. 그러니 활성산소만 없으면 될 일인데 사람이 숨 쉬고 활동하는 한 이걸 안 만들 방법은 없습니다. 인체가 수행하는 생리적 대사활동의 부산물이 바로 활성산소이니까요. 따라서 활성산소를 안 만들 방법은 없지만 양을 줄일 수는 있습니다. 젊어서야 어떻게든 별문제가 안 되지만 나이 드신 분들은 무리한 신체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활성산소를 줄이는 한 방법입니다. 격렬하게 운동할 때 가쁜 호흡으로 양껏 빨아들인 산소가 몸속에서 다 쓰이지 못하면 바로 활성산소로 남으니까요. jeshim@seoul.co.kr
  • 말기 신부전 환자, 살 빠지는 고도비만 수술 후 호전

    고도비만 수술이 당뇨 합병증으로 투석 직전의 단계에 이르렀던 말기 신부전 상태를 정상에 가깝게 개선한 임상연구 결과가 나왔다. 순천향대서울병원 따르면 이 병원 외과 김용진·박지연 교수팀은 지난해 말 만성 신부전증의 중증도 지표인 크레아틴 수치가 3.1㎎/㎗로 투석 직전 단계까지 악화된 여성 환자 유모(55)씨를 대상으로 치료 목적의 고도비만 수술을 시행했다. 당시 유씨는 수술 전 비만지수가 42㎏/㎡로 초고도 비만에 해당됐다. 이전 15년 동안 당뇨병을 앓은 유씨는 심근경색증과 뇌졸중까지 겹쳐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치료가 어려운 상태였다. 의료진은 “게다가 최근 5년 전부터는 신장 기능이 빠르게 나빠져 혈액 투석이 유일한 치료 단계였다”고 설명했다. 김용진 교수는 “이 때문에 1년 사이에 체중이 25㎏이나 줄었는가 하면 혈중 혈당 농도를 측정하는 지표인 당화혈색소도 9%대에서 6.6%까지 떨어져 인슐린은 물론 일반적인 당뇨 관련 치료제가 전혀 소용없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의료진은 지난해 12월 유씨의 위 일부를 제거한 뒤 이를 소장에 연결하는 위우회술을 시행했으며, 1년여 동안 수술 경과를 관찰한 결과 크레아틴 수치가 정상 범위(0.6∼1.3㎎/㎗)에 근접한 1.6㎎/㎗로 완치 단계에 이른 것을 확인했다. 김용진 교수는 “고도비만 수술이 당뇨는 물론 당뇨합병증의 진행을 막는다는 연구 결과는 있었지만 이번 사례처럼 드라마틱한 경우는 흔치 않다”면서 “최근 들어 고도비만 수술이 말초신경염이나 망막변성 등에도 유효하다는 보고가 잇따르는 만큼 앞으로 더 많은 임상 사례를 통해 치료 범위를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임상연구 결과는 고도비만수술 관련 분야의 권위지인 ‘베아트릭 타임’ 10월호에 게재됐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키 안크는 원인 쏙쏙 잡아내니 우리 아이 1년에 8.7㎝ 쑥쑥~

    소아 및 청소년의 성장을 돕기 위해서는 성장 방해요인을 찾아 제거하는 맞춤형 치료가 효과적이라는 임상 결과가 제시됐다. 성장 전문 하이키한의원(대표원장 박승만) 연구팀은 2006년부터 지난 10월까지 성장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은 여아 673명 등 8~14세 청소년 824명을 대상으로 성장 방해요인을 조사한 결과 식욕부진, 소화불량 등 소화기허약증이 30.4%로 가장 많았다고 최근 밝혔다. 호흡기허약증(16.8%), 정신건강허약증(12.8%), 소아비만(11.3%) 등이 뒤를 이었다. 의료진은 드러난 성장 방해요인에 따라 맞춤형 치료를 시도했다. 소화기가 약한 경우 백출·산약, 호흡기가 약한 아이에게는 황기, 비만인 경우에는 인진과 쑥 등을 추가해 처방한 약제를 복용하도록 했다. 기본 처방으로는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도록 개발된 신물질(KI-180)을 사용했다. 그 결과 여아의 경우 성장호르몬(IGF-1)이 치료 전 293.7g/㎖에서 치료 후 394.5ng/㎖로 34.4% 증가했고, 키는 연평균 7.3㎝가 자랐다. 남아는 치료 전 311.8ng/㎖에서 치료 후 432.7ng/㎖로 38.8% 증가했고, 키는 연평균 8.7㎝ 자랐다. 연구팀은 치료에 앞서 숙면과 고른 영양 섭취 등 바른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성장호르몬의 70%는 수면 중에 분비되며, 성장판을 자극하는 운동과 고른 영양 섭취도 필요하기 때문에 생활습관을 바로잡는 것이 치료보다 우선이라는 것이다. 박승만 원장은 “특히 단백질과 칼슘 공급을 위해 살코기와 유제품을 충분히 먹어야 하며, 성장판을 충분히 자극하는 줄넘기·농구·수영과 스트레칭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의료세계화 체계적·실질적 지원 필요”

    “의료세계화 체계적·실질적 지원 필요”

    우리의 앞선 의료를 세계화하려면 보다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병원협회 보건의료수출추진위원회(위원장 이상호 우리들병원 이사장)가 17일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대강당에서 연 ‘한국의료 글로벌화를 위한 세미나’에서 이상호 위원장은 “우리 의료의 세계화는 양적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지만 이를 필요로 하는 여러 국가의 이해와 맞물려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세미나에서는 김기성 보건산업진흥원 국제협력사업단장이 병원 수출 및 해외환자 유치정책을 설명했으며, 이어 이준호(신경외과) 우리들병원 국제환자유치부장, 권순용(재활의학) 보바스기념병원 미래기획본부장, 박경서 세종병원 대외협력센터장, 장우남 전남대병원 국제메디컬센터장 등이 나서 사례 중심으로 의료 세계화를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세미나에서는 특징적인 의료수출 사례도 제시됐다. 우리들병원은 중국 상하이 우리들병원을 비롯,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두바이,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 터키의 이스탄불 등에 의료시스템과 병원 및 척추센터를 수출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암을 말하다] 역류성 식도염과 식도암 상관성 다분… 야식 즐기는 습관 고쳐야

    식도암은 크게 상피세포암과 선암으로 구분한다. 이 중 국내에 압도적으로 많은 유형은 상피세포암이다. 이와 달리 최근 서구권에서 발병 사례가 급증하는 선암의 경우 대부분 위식도 역류질환과 상관관계가 높은 ‘바레트식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국내의 식도암 발병 양상이 점차 선암의 증가 추세를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문제는 위식도 역류질환이다. 위산이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역류해 하부 식도를 자극하게 되면 식도의 상피세포가 선세포로 대체되는데, 이렇게 바뀐 선세포는 보통 위나 소장의 표피를 구성하는 세포와 비슷해 위산에 강한 특성을 보인다. 이런 상태를 ‘바레트식도’라고 한다. 다시 말해 바레트식도란 지속적으로 반복된 위식도 역류질환으로 인해 하부 식도의 상피가 위점막과 같은 상피로 대체된 상태라고 보면 된다. 바레트식도가 문제가 되는 것은 식도암 중에서도 서구형으로 분류하는 선암의 발생 위험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원인은 바레트식도를 구성하는 선세포가 시간이 지날수록 비정상적인 형태로 바뀌기 때문이다. 선세포가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바뀌면서 점막에 화생(metaplasia)이 생기고, 화생은 다시 이형성증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형성증이 바로 악성 종양의 전 단계에 해당한다. 전상훈 교수는 “이형성증은 현미경으로 조직을 봤을 때, 얼마나 이상한가에 따라 등급이 결정되는데, 고등급 이형성증이 가장 심각하게 이상한 경우로, 선암과 깊은 관련이 있다”면서 “하지만 모든 바레트식도에서 이형성증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고, 내시경검사를 거친 바레트식도 환자의 10% 정도에서 이형성증이 관찰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바레트식도를 예방하려면 비만과 야식 등에서 비롯되는 역류성 식도염을 각별히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命 가르는 습관

    흔히 암과 심근경색·뇌졸중·당뇨병 그리고 고혈압을 대표적인 생활습관병으로 꼽는다. 이름 그대로 생활습관의 잘못 때문에 얻는 질환이라는 뜻이다. 물론 이들 질환이 항상, 그리고 모두 생활습관에서 기인하는 것은 아니다. 암만 하더라도 상당 부분은 유전적인 특질이 작용한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그렇더라도 똑같은 유전적 특성을 가진 사람 중에서도 누구에게는 암이 생기고 누구는 멀쩡하게 산다. 이 모호하지만 분명한 차이를 가르는 것이 바로 생활습관이라는 의미다. 일본에서 100세 이상의 장수 노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이들 중에 암을 앓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10%에 그쳤다. 100세를 기준으로 볼 때 많게는 전체의 70∼80%에서 암이 생긴다는 의학적 추정에 근거할 때 이는 놀랄 만큼 적은 비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심근경색과 당뇨병은 29%와 6% 안팎으로 나타났다. 한 사람이 두 가지 이상의 질환을 가졌을 가능성을 배제하더라도 이들 질환의 유병률 총합이 채 50%가 되지 않는다. 물론 이들이 장수에 유리한 유전자를 가진 것도 아니다. 조사 결과 장수하는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유전적 특질은 비슷했다. 당연히 장수하는 사람도 언제든 암을 만들 수 있는 유전자를 갖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건강하게 장수의 축복을 누렸다. 조사 결과는 이들의 장수 요인이 타고난 기질 때문이 아니라 주로 생활습관에서 비롯된다는 데 모아졌다. 다시 말해 먹고, 자고, 일하는 환경 조건은 물론 일상적 마음가짐 등이 총체적으로 장수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뒤집어 보면 암 등 만성 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자신이 의도했든, 그러지 않았든 그런 질병을 촉발하는 환경에 노출된 삶을 살았다는 뜻이다. 인과적으로 설명하자면 장수를 위해서는 장수에 방해가 되는 생활습관을 버려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뒤집어쓴 사람들이 저물기가 무섭게 무리 지어 술집으로 몰려드는 이 불안정한 세태를 보며 새삼 그들 모두의 건강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연말이다. jeshim@seoul.co.kr
  • [암을 말하다] 삶 얻는 대신 식도 포기? 절망적 속설부터 포기!

    [암을 말하다] 삶 얻는 대신 식도 포기? 절망적 속설부터 포기!

    식도암은 음식의 통로인 식도를 잃는 고통을 동반한다. 식도암을 근본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수술이 필요하지만, 모든 식도암 환자에게 수술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술적 치료를 시도할 수 있다면 병기가 빨라 완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수술을 통해 암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경우라도 식도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생명을 얻는 대가로 식도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암센터 전상훈(흉부외과) 교수는 “그러나 최근 들어 내시경 절제술 등 다양한 치료 옵션이 제시돼 환자의 삶의 질에 대한 고민을 덜어 주고 있는 것은 희망적”이라면서 “여기에다 다양한 병합요법을 적용해 치료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도암은 어떻게 검사하는가. -내시경이 가장 정확한 검사다. 내시경을 통해 병변을 육안으로 관찰하면서 암의 위치와 크기·모양 등을 평가한다. 또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및 양전자단층촬영(PET-CT)을 통해 식도암 병변은 물론 주변 조직으로의 침범 여부와 원격 전이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최종 진단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CT나 PET-CT에서 식도암이 의심되더라도 최종적으로는 조직검사를 거쳐 판단한다. 특히 식도암은 내시경을 통해 병변을 눈으로 직접 보면서 조직검사를 하므로 정확도가 다른 암에 비해 높다고 할 수 있다. →치료는 어떻게 하는가. -치료는 크게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내시경적 점막절제술, 수술적 치료로 구분한다. 항암치료는 암세포를 완전히 파괴해 재발이 안 되도록 하는 완치 목적으로 시행하며, 암의 완전한 제거가 불가능한 경우라도 암세포의 성장을 지연시키거나 전이를 막기 위해 적용한다. 항암 화학요법은 단독으로 시행하기도 하지만,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수술 또는 방사선치료와 함께 시행하기도 한다. 선행 화학요법은 수술 전 암의 크기를 줄여 수술을 쉽게 하기 위해 시행하며, 보조 항암 화학요법은 수술 후 남아 있을 수 있는 미세한 암세포를 제거할 때 적용한다. 방사선치료는 수술 후에 남은 암세포를 제거하거나 진행 상태여서 수술이 불가능할 때, 또 환자의 전신 상태가 수술에 적합하지 않을 때 주로 적용한다. 최근에는 세기 조절 방사선치료 등 첨단 기술이 적용돼 부작용은 줄고, 치료 성적은 향상되고 있다. 수술은 단순히 암덩어리만 제거하는 것이 아니다. 식도암은 위아래로 넓게 퍼지는 성질이 있어 대부분의 식도를 절제하며, 따라서 수술 후에는 식도재건술이 필요하다. 이 경우 아직 식도를 대체할 인공물이 없어 위 등 다른 조직을 이용해 식도를 재건하는데, 주로 위장을 이용한다. →각 치료법을 적용하는 기준과 임상적 상황도 짚어 달라. -식도암 치료 방법은 암과 환자의 상태 등을 고려해 결정하며, 두 가지 이상의 다른 치료를 병용하는 경우도 많다. 식도 점막층에 국한된 조기 식도암이면서 종양이 작은 단일 식도암은 내시경적 점막절제술을 선택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이보다는 규모가 크지만 전이가 안 된 단계라면 수술적 절제를 고려한다. 하지만 초기 식도암이 아니라면 수술만으로는 부족해 다른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에는 일단 수술을 배제하는데, 신체 여러 곳에 전이됐다면 먼저 항암 화학요법을 시행하며, 여기에 방사선치료를 추가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방사선치료+수술’, ‘항암 약물요법+수술’, ‘항암약물요법+방사선치료+수술’ 등 병합요법을 많이 적용하는 추세다. 물론 의사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다를 수 있지만, 환자의 상태가 좋다면 수술을 먼저 고려하며, 특히 초기라면 내시경 점막절제 등 수술적 치료를 우선 적용한다. →각 치료법의 유효성과 예후, 그리고 한계는 무엇인가. -병기가 조기일 때 적용하는 내시경적 점막절제술은 시술이 간단하고, 식도를 절제하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또 이른 초기의 경우 레이저를 이용한 광역학치료로 식도를 보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전이가 동반됐다면 수술보다 항암약물요법이 주된 치료법이다. 이 경우 한 가지 약물을 이용하는 단독요법은 치료 반응이 미미해 두 가지 이상의 약물을 이용하는 추세다. 전이는 없지만 국소적으로 진행된 상피세포암은 수술 전에 항암화학요법이나 방사선치료를 먼저 고려하며, 반응이 좋으면 추가로 수술을 시행해 암을 완전히 제거한다. →전반적인 치료 패턴의 변화 등 최근 치료 흐름을 소개해 달라. -식도암 치료 방법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병기다. 암 직전 단계인 이형성증이거나 점막에 국한된 단일 조기 식도암이라면 내시경적 점막절제술이나 광역학치료를 적극적으로 시도하는데, 이 치료는 수술과 달리 식도를 보존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내시경 치료는 최근에 나타난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수술이 가능한 1기 정도라면 흉강경·복강경이나 로봇수술을 적용하는 등 과거에 비해 수술 후유증을 줄이려는 시도가 두드러지고 있다. 또 병기가 2∼3기라도 환자의 상태가 좋다면 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치료, 수술을 같이 시행하는 것도 예전과 다른 모습이다. 물론 치료법의 조합은 환자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수술의 경우 식도를 잃는다는 부담이 큰데, 대안은 없나. -식도암은 점막을 따라 암이 증식하는 특성 때문에 수술을 할 때 식도 전체를 절제하는 것이 기본인데, 이 경우 위나 대장·소장 등으로 식도를 재건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이다. →우리나라의 식도암이 뜨거운 음식을 즐기는 등 생활습관과도 관련이 있다고 보는가. -기본적으로 식도암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해 발병하며 여기에 지역적·문화적 특성도 개입한다. 이 중 가장 확실한 위험인자는 흡연과 음주, 뜨거운 음식 등이다. 반복적인 식도 점막 손상이 식도암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볼 때 역류성 위식도질환을 유발하는 비만도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C형 간염·알코올성 간질환 따른 간 이식 급증

    C형 간염·알코올성 간질환 따른 간 이식 급증

    최근 들어 B형 간염에 의한 간 이식은 줄어드는 반면 백신이 없는 C형 간염과 알코올성 간질환에 의한 이식 사례는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간 이식수술 4000례를 기록한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간이식팀이 지금까지 매 1000례당 간 이식 환자의 원인 변화추이를 분석한 결과, 1000례 달성 시점인 2004년 말에 전체 간 이식 원인의 75.0%를 차지했던 B형 간염은 4000례 달성 시점인 올해에는 60.3%로 떨어진 반면, C형 간염은 2.7%에서 7.4%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간 이식 1000례를 달성한 2004년 11월까지의 유형별 이식비중은 B형 75.0%, C형 2.7%, 알코올성 2.6%였으나 2000례 달성 시점인 2008년에는 각각 74.0%, 5.3%, 4.7%로 바뀌었으며, 4000례를 시행한 2013년에는 각각 60.3%, 7.4%, 15.1%로 변해 전체적으로 B형이 준 반면 C형과 알코올성에 의한 간 이식은 큰 폭으로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4000례의 간 이식 중 생체 간 이식이 가장 많은 3385건(85%)을 차지했으며, 뇌사자 간 이식은 615건(15%)으로 분석됐다. 생체 간 이식 3385건 중 376건은 2대1 간 이식이었고, ABO 혈액형 부적합 간 이식도 230건이나 돼 세계 최다를 기록했다. 이는 2007년 이후 해마다 300건 이상의 간 이식수술을 시행한 것으로, 건당 10시간을 넘는 간 이식수술을 해마다 300건 이상 시행할 수 있는 의료기관은 세계적으로도 10곳이 되지 않는다고 병원 측은 설명했다. 이식수술 생존율은 수술 후 1년 96%, 3년 93%, 5년 91%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의 이식 생존율(85%, 70%, 63%)을 뛰어넘는 기록이다. 이승규 간이식팀 교수는 “연간 300건 이상 수술을 시행하려면 수술실과 수술 인력 등 단순한 물리적 규모를 넘어 응급 및 중증 환자에 대한 대응과 표준적이고 체계적인 수술법, 수술 후 집중적인 환자관리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게 이루어져야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간 이식 환자의 절반 이상이 간암을 동반한 것으로 나타나 간 이식이 간암과 간경변 등 다른 질환을 동시에 해결하는 유력한 치료법으로 정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팀은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연간 이식환자의 30% 정도였던 간암 동반환자의 이식수술 비중이 2012년에는 53%까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임산부 폐색전증 갈수록 증가

    불가항력적 산모 사망을 초래하는 대표적 임신합병증인 ‘폐색전증’이 국내에서도 임산부 1만명당 2.3명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늦은 결혼에 따른 고령출산과 불임시술, 제왕절개 등이 증가해 폐색전증 발생률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측돼 주목되고 있다. 폐색전증이란 주로 다리 쪽 동맥에서 생긴 혈전이 폐로 이어지는 혈관을 막아 생기는 질환으로, 병이 갑작스럽게 발생해 사망에 이르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미국에서는 매년 50만명 정도가 발생해 산모 사망원인의 10% 정도를 차지하는 있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발생률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제일병원 주산기센터 류현미 교수팀(책임연구원 이민영)은 최근 8년간 이 병원에서 분만한 5만 7092명의 산모를 대상으로 폐색전증 발생률을 조사한 결과, 13명의 임산부가 진단을 받았다고 최근 밝혔다. 이는 산모 1만명당 2.3명(0.023%)꼴의 발생빈도로 이 중 1명(7.7%)이 사망해 비교적 높은 사망률을 보였다. 류 교수는 “임신하면서 바뀌는 산모의 생리적 변화 때문에 분만 시 출혈에 대비해 응고인자들이 증가하면서 혈전이 생기기 쉬워 폐색전증 위험도가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빨리 걷고 바나나·브로콜리 많이 먹어라

    빨리 걷고 바나나·브로콜리 많이 먹어라

    우리 몸의 혈관은 전체 무게가 체중의 3%에 불과하다. 하지만 길이로 보면 무려 12만㎞로 지구를 두 바퀴 반이나 돌 수 있다. 이 혈관 네트워크가 온몸에 산소와 에너지를 전달해 생명을 유지하도록 한다. 이런 혈관이 노후하면 동맥경화증과 심근경색증·뇌졸중 등 심혈관으로 이어져 생명을 위협한다. 우리나라의 심장 및 뇌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암에 이어 2~3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계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점차 굳어가는 혈관 혈관이 노후하면 탄력을 잃는다. 1년에 3000만번 이상 반복되는 혈압의 파동이 중심 동맥을 자극해 혈관벽을 경직시키는데다 자연적인 노화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고콜레스테롤혈증·고혈압 등 만성질환과 흡연 때문에 동맥경화증이 가속화돼 혈관벽은 한층 빨리 두꺼워지고 딱딱해진다. 나이가 같아도 동맥경화증 진행 정도가 다른 것은 이런 차이 때문이다. 홍그루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동맥경화증은 자연스러운 노화 과정이지만 금연 등 건강한 생활습관과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고혈압·당뇨병·비만 등 여러 위험 요소를 잘 관리한다면 혈관의 노화 속도를 늦춰 각종 심혈관질환 발생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혈관테크 혈관을 건강하게 유지한다는 뜻의 ‘심혈관테크’는 건강한 사람은 물론 특히 고혈압·당뇨병 등 심혈관 위험요소를 지닌 사람에게 더욱 중요하다. 1. 빨리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의 유산소운동은 심장질환 예방 및 회복에 효과가 확실하다. 특히 질환이 심하거나 비만·흡연자인 경우 운동이 필수적이다. 미국 로체스커의대 메디컬센터 연구팀에 따르면 운동이 심박수를 늘리고 혈류를 강화해 혈관벽을 자극하는 ‘혈류민감성 연쇄반응’을 유발하는데, 이는 혈전을 방지해 혈관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운동할 때는 본 운동 전후에 반드시 준비운동과 정리운동을 해야 하며 충분한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 또 심장질환자는 운동 전에 전문의의 지도가 필요하다. 2. 바나나·브로콜리·오렌지·배·콩·옥수수 등 청과류는 혈관 건강에 매우 유용하다. 펙틴과 리그닌 등이 많기 때문이다. 펙틴은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리그닌은 소장에서 콜레스테롤을 흡수해 몸 밖으로 배출한다. 3. 나이와 혈관 상태를 비교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혈관 나이를 알기 위해서는 경동맥초음파, 동맥 탄성도검사, 동맥 맥파속도검사 등이 있다. 경동맥 판이 두꺼우면 심혈관계 위험이 증가하고 동맥탄성도가 낮으면 그만큼 혈관이 노화한 상태이며 동맥 맥파속도가 빠를수록 혈관이 더 딱딱한 상태, 즉 동맥경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뜻한다. 혈관 나이는 대학병원 심혈관센터나 경동맥 초음파기기 등을 갖춘 일반 병·의원에서 측정할 수 있다. 4. 고혈압·고콜레스테롤혈증·당뇨병·비만 등 심혈관 위험인자를 가졌다면 저용량 아스피린 등을 이용해 혈전이 쌓이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저용량 아스피린요법으로 심혈관질환을 예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홍그루 교수는 “혈관은 자각증상이 없지만 노화를 방치할 경우 심근경색·뇌졸중 같은 심각한 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지기 쉽다”면서 “특히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은 보다 적극적으로 혈관 건강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과학의 어법/심재억 전문기자

    [세종로의 아침] 과학의 어법/심재억 전문기자

    과학의 본질은 정체하지 않는 데 있다. 정체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정체하는 모든 것을 부정한다. 따라서 정체하는 모든 속성은 비과학적이라고 간주해도 틀리지 않다. 이처럼 과학의 본질이 끊임없는 변화에 있지만 불행하게도 과학은 스스로 말할 수 없다는 취약성도 함께 갖고 있다. 과학적 역량의 확장은 인류가 공유한 절박한 과제다. 우리의 문명이 과학만이 해결할 수 있는 난제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 탓에 잘살든, 못살든 모든 나라가 도리없이 이런 방향성을 공유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전 정부가 ‘큰 교육’에 걸쳐 놓은 ‘작은 과학’을 ‘미래창조과학부’라는 새 틀로 자리 매겨 놓았다. 정체하지 않는 과학을 정체의 틀 속에서 꺼낸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었다. 이후 미래부에는 ‘거대 부처’라는 시샘 섞인 꼬리표가 붙었지만 이런 시선이 ‘과학에 역동성을 부여했다’는 전향적 평가에 묻힌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 과학이 정체성을 극복할 준비가 돼 있는가’라는 의문에 과학이 답할 차례다. 안타깝게도 이 국면에서 우리는 말이 궁하다. 새로운 부처가 생기고 새로운 정책이 선보였지만 이런 일련의 과학정책을 ‘과학 밖의 시선’으로 재단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다른 물성과 마찬가지로 과학 역시 본성이 다면체적이어서 얼마든지 정치적 함의를 부여하거나 생산성만을 겨냥하는 경제적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가치 부여는 결코 과학의 시각이 아니다. 과학의 어법은 따로 있다. 과학은 창조적이어서 가능성이 무한하다. 따라서 과학으로 시장이 만들어지고, 시장의 욕구가 충족되며, 그래서 정치와 경제를 가능하게 한다는 판단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즉물적 판단은 과학의 어법에 어긋난다. 왜냐하면 시장을 만들고 시장의 수요를 충족하며 경제 원리를 지탱할 의사가 애당초 과학에는 없기 때문이다. 과학은 과학으로서만 존재한다. 치열한 과학적 탐구와 모색에서 수많은 성과가 산출되지만 그 결과물을 정치적으로 윤색하고, 상품으로 만드는 것은 과학 밖의 일일 뿐이다. 따라서 과학에 과학이 아닌 것을 요구하는 ‘어법’의 교정이야말로 과학에 역동성을 부여하는 가장 절박한 과제임은 자명하다. 혹자는 소련과의 체제경쟁으로 촉발된 미국의 우주정책이 어떻게 과학만의 문제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아폴로나 디스커버리호, 보이저호를 만든 것은 과학이고,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정치라고 분명히 선을 그으면 되는 문제다. 과학은 본질적으로 체제를 모를 뿐더러 관심도 없다. 오늘날 우리가 목도하는 과학의 모든 문제, 이를테면 원전의 가동 중단이나 부실한 기초과학의 토대 역시 과학의 어법에 서툴러서 야기됐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과학의 어법을 이해하지 못해 과학을 과학이 아닌 것에 예속시켜 온 것이다. 이런 불행을 안다면 이제는 과학이 가능한 조건을 만들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도, 경제도 아닌 과학의 어법을 익혀야 한다. 왜 그러냐 하면 과학은 우리의 운명이고 삶이기 때문이다. jeshim@seoul.co.kr
  • 피부세포를 바로 혈관세포로 서울대병원 연구진 세계 첫 개발

    피부세포를 바로 혈관세포로 서울대병원 연구진 세계 첫 개발

    중간 과정 없이 피부세포를 혈관세포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국내 연구팀에 의해 개발됐다. 심혈관질환 치료에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김효수·한정규 교수팀은 쥐를 이용한 동물실험에서 피부세포를 바로 혈관내피세포로 이형(異形)분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고 10일 밝혔다. 피부세포를 혈관세포로 만들기 위해서는 역분화 줄기세포로 유도해 혈관내피세포로 분화시키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며, 노후 혈관을 되살리기 위해 배아줄기세포나 유도만능 줄기세포(역분화 줄기세포)로부터 혈관내피세포를 분화시키려는 연구가 있었으나 윤리적 문제와 종양 발생 가능성, 어려운 배양 조건 등 기술적 한계 때문에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이런 점에 착안해 연구팀은 먼저 실험쥐의 피부에서 섬유모세포를 분리, 유전자 바이러스를 이용해 이를 과발현시켰다. 이 과정에서 연구팀은 섬유모세포가 과발현되면 이 중 일부에서 혈관내피세포에서만 나타나는 ‘타이2(Tie2) 수용체’가 발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섬유모세포를 과발현시키기 위해 투여한 유전자 중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타이2 수용체 발현을 유도하는 유전자 조합도 찾아냈다. 이들 유전자가 과발현된 섬유모세포는 혈관내피세포와 유사한 형태로 변화했는데, 연구팀은 이를 ‘유도혈관내피세포’로 명명했다. 연구팀은 혈관을 차단해 허혈 상태를 유도한 실험쥐에게 각각 섬유모세포와 유도혈관내피세포를 주사한 결과 유도혈관내피세포 주입군이 섬유세포 주입군에 비해 혈류 회복이 2배나 많음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는 주입된 유도혈관내피세포가 새로운 모세혈관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