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대 북한학과 백영옥교수 논문 “중국내 탈북여성 절반 인신매매”
중국의 동북 3성인 헤이룽장(黑龍江)·랴오닝(遼寧)·지린(吉林)성 등지에만 10만여명에 이르는 탈북자들이 숨어 사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특히 여성 탈북자들의 인권침해 실태가 심각해 이들에게 난민 신분을 부여하는 등 범국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명지대 북한학과 백영옥 교수는 최근 발간된 북한연구학회보 제6권에 게재한 ‘중국내 탈북 여성실태와 지원방안에 관한 연구’논문을 통해 탈북 여성들의 인권침해 실태를 소개했다.
백 교수에 따르면 현재 10만여명으로 추정되는 탈북자의 75%가 여성이며,이중 51.9%가 결혼 형태로 거주해 매매혼을 주선하는 전문꾼들에 의해 팔려 오거나 현지에서 팔리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정부와 국내외 NGO 등이 참여하는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들의 중국내 생활실태도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탈북 여성의 절반 이상이 서류상으로 결혼한 것으로 돼 있으나 대부분이 인신매매에 의한 매매혼 또는 소개에 의한 사실혼 관계여서중국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알콜중독자,도박꾼,성격파탄자 등에 팔려와 감시,감금 당하고,구타,폭행,원치 않는 임신,강요에 의한 매춘 등으로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당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그런가 하면 ‘불법 입국자’라는 신분 때문에 가혹한 임금 착취를 당하는 게 일반적이다.대부분이 연간 70달러(한화 8만4000원 정도)의 저임금만 받고 있으며,그나마 일자리가 없어 전체의 64.5%가 구걸,임시노동,도둑질,매춘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97년 이후 탈북자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면서 강제송환되는 사람도 덩달아 늘고 있다.중국 국무원 산하 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지난 96년 589명이었던 강제송환 탈북자는 97년 5439명,98년 6300명으로 늘었으며,2000년에는 중국측이 색출활동을 강화해 3월 한달에만 5000명을 강제 송환하기도 했다.
백 교수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탈북자의 난민지위 확보 ▲탈북자의 강제송환 중단 노력 ▲북한의 탈북자 처벌 중단을 위한 국제적 여론 형성과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인신매매 근절 및 결혼의 합법성 인정 ▲임시 보호시설 지원 ▲국내·외 여성단체 및 국제기구와의 연계활동 강화 등을 제시했다.북한의 식량·경제난을 감안할 때 탈북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며,이 경우 탈북자의 생활 여건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탈북자를 난민으로 규정하는 문제의 경우,현재의 난민협약이 난민판정기준을 ‘정치적 이유’로 국한해 이를 탈북자들에게 난민 신분을 부여하기가 쉽지 않다.
그는 이와 관련해 “강제 송환돼 처벌을 받은 사람들의 증언과 고문·구타로 인한 상처 흔적 등 구체적 인권유린 상황에 대한 자료를 확보,유엔 난민고등판무관실에 제출해 국제관례상 난민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탈북여성에 대한 인권침해가 근본적으로 강제송환에 대한 두려움에서 발생하고 있고,이들이 강제송환될 경우 생명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인도적 입장에서 당분간 강제송환을 중지할 수 있도록 중국측과 협력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특히 그는 우리 사회 일각에서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퍼주기’라며 제동을 걸고 있는 것과 달리,북한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하기도 했다.북한 주민들이 구체적으로 혜택받을 수 있도록 인도적 지원을 펼쳐 북한의 기아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백 교수는 “탈북자 대다수가 젊은 여성들로 이들은 강제송환될 경우 처벌내용에 관계없이 열악한 수용소에서 살아남기 어려워 더욱 필사적으로 숨어들 것”이라며 “정부는 물론 국내·외 NGO와 국제기구,여성단체 들과 협력해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다각적인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심재억기자 jesh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