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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육사 詩 3편 다시 세상밖으로

    그동안 잊혀진 민족시인 이육사(1904∼44)의 시 3편이 50여년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에 찾은 시편은,서울신문(대한매일 전신)이 지난 48년부터 6·25 직전까지 발행한 자매지 ‘주간 서울’33호(1949년 4월4일자)의 문화면에 ‘작고 시인들의 미발표 유고집’에 게재된 것.‘山(산)’‘畵題(화제)’‘잃어진故鄕(고향)’등 이 3편의 시는 46년에 나온 이육사 시집은 물론 이후 간행된 ‘육사 시전집’에도 빠져 있다. 이 시편들이 전해지지 않은 까닭은 서울신문사 건물이 6·25와 4·19를 거치는 혼란의 와중에 화재를 당하면서 ‘주간 서울’등 소장자료가 소실돼 전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단에서는 전집에 실린 육사의 시가 고작 29편일 뿐만 아니라,그가 일제의 탄압과 회유를 뿌리치고 끝까지 고난의 길을 택한 드문 ‘문학지사’라는 점에서 시3편의 발굴은 의미가 크다고 평가하고 있다. 육사는 1925년 항일 투쟁단체인 의열단에 가입해 독립운동에 나선 이래 마흔살의 나이로 중국의 베이징(北京)감옥에서 숨질 때까지 일제에 대한 저항과 조국 해방의 꿈을 접지 않았다.이런 의지는 발굴된 시편들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시 ‘잃어진 고향’에서 육사는 ‘망국’과 ‘망향’의 정서를 절절하게 표현했다. ‘제비야/너도 고향이 있느냐’로 시작되는 시는 ‘고향을 찾아가는 제비’를 통해 고향과 고국을 잃어버린 독립투사이자 저항문인의 심사를 노래한다. 시 중반부에 ‘불행히 사막에 떨어져 타죽어도/아 서러워 하지야 않을 것’이라고 회한을 토로하는가 하면,‘무리를 지어 날아가도 홀로 높고 빨라/언제나 외로운 넋’이라며 자신의 처지와 위치를 빗댄 정서를 드러낸다. 권영민 서울대 교수(문학평론가)는 “육사가 지고한 자기 정신의 경지를 얘기하는 시로,특히 ‘그 곳에 푸른 하늘이 열리면/어쩌면 너의 새로운 고장 혹은 고향이 될 법도 하다’는 종결 부분은 분명히 ‘청포도’와 맥을 같이한다.”고 말했다. 다른 시 ‘산’에도 그의 힘겨운 역정이 잘 드러나 있다.‘바다가 수건을 날려서 부르고/난 단숨에 뛰여 달려서 왔다’고 시작되는 시는 ‘그래도 어진 태양(太陽)과 밤이면 뭇별들이/발아래 깃들여 오기에’라며 스스로 삶에서 위안을 구한다.이어지는 ‘나라와 나라를 흘러 다니는/뱃사람들이 부르는 망향가’라는 대목은 육사다운 ‘절창’이라는 것이 권교수의 설명이다. 육사의 시 가운데 특이한 형식을 보인 ‘화제(畵題)’는 암울한 도시 현실을 그린다.시에서 육사는 도시를 ‘조기(弔旗)를 게양한 것처럼 서럽’다고하는가 하면 ‘버려진 아이들의 차가운 꿈’등의 표현으로 당시의 도시 풍경을 묘사한다. 권교수는 “아마도 원고 상태로 발견된 것을 ‘주간 서울’이 입수해 게재한 것이 아닌가 싶다.”라면서 “특히 ‘잃어진 고향’은 짜임새와 긴장감이 매우 뛰어나,시력(詩歷)이 짧고 남긴 시편이 적은 육사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이해하는 데 큰 의미를 갖는다.”고 밝혔다. 심재억기자 jeshim@ ■잃어진 故鄕-이육사 제비야 너도 故鄕이 있느냐 그래도 江南을 간다니 저노픈 재우에① 힌 구름 한쪼각 제깃에 무드면② 두날개가 촉촉이 젓겠구나 가다가 푸른숲우를 지나거든 홧홧한 네 가슴을 식혀나가렴 不幸이 沙漠에 떠러져 타죽어도 아이서려야③ 않겠지 그야한떼④ 나라도⑤ 홀로 높고 빨라 어느때나 외로운 넋이였거니 그곳에 푸른하늘이 열리면 엇저면 네새고장도⑥ 될범하이 ※시는 원문을 전재한 것이며 옛 표현의 뜻은 다음과 같다. ①고개 위에 ②묻으면 ③아,서러워하지 ④그야 한 무리로 ⑤날아도 ⑥너의 새로운 고장도.
  • 책/ 문명교류사-연구불로초 찾아온 진시황 사신 ‘서복전설’은 사실이었다

    옛날,해동국에 불로초가 있다고 진시황을 속인 뒤 우리나라로 건너와 잠적했다는 중국 진나라 때의 방사(方士:신선술사)서복(徐福)의 이야기는 얼마나 근거 있는 얘기일까.또 제주도 서귀포 정방폭포의 마애각,경남 남해군 금산의 암각과 서리곶 마애각 등 우리나라에만 6점의 유적·유물을 남긴 서복의 도한(渡韓)은 문명사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가. 정수일 전 단국대 교수가 이 문제를 ‘문명교류’의 시각에서 천착한 책 ‘문명교류사’가 발간됐다(사계절출판사). 지금까지 학술지 등에 발표한 연구논문을 한데 모은 논총 형식의 이 책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논문은 ‘서복도한고(徐福渡韓考)’.서복 일행이 서해를 건너 우리 나라에 들어왔다는 이 전설 같은 얘기가 정 전 교수의 연구를 거쳐 빛나는 역사적 사실로 거듭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정 전 교수는 “서복이 도한했다는 것은 사실로 추인받아도 된다.”고 단언하고 이 ‘거사(巨事)’에 대해 ‘한·중 양국 교류사의 개창(開創)’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서기전 3세기무렵인 당시 중국에는 ‘죽림칠현’의 사상적 배경이 된 신선사상이 거대한 시류를 형성하고 있었으며,이를 기화로 시황의 신임을 얻은 방사 서복이 ‘황제를 위해 반드시 방선구약(訪仙求葯)하겠다.’고 호언했으나 번번이 실언에 그치자 마지막으로 ‘해동국 불로초’를 핑계로 시황을 속인 뒤 일속을 데리고 피화외류(避禍外流),즉 다른 나라로 도피,잠적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도 남해안과 제주도 곳곳에는 ‘서불(서복)전설’이 구전되고 있으며 전설 속의 ‘청춘남녀 3000명’도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정 전 교수는 ‘대선(大船)에 오곡백공(五穀百工)과 연노(連弩)를 싣고 큰선단을 꾸려 방선구약이랍시고 떠난 것이 바로 당대 일류 방사 서복의 출해동도’라고 적고 있다. 그는 이를 “천자의 명을 앞세워 중국이 해외로 진출한 첫 사례”로 꼽고 “그들이 함께 가지고 온 오곡이 씨앗으로 심어졌을 것이고,백공에 의한 기술 전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서복 일행의 도한은 동기 여하를 불문하고 결과적으로 환황해문화권 형성의 여명기에 있었던 역사적 거사였다.”고 평가한다. 책에는 이밖에도 ‘혜초의 서역기행과 8세기 서역 불교’‘고대 한·중 육로 시론’‘중세 아랍인들의 신라 지리관’‘이슬람 여성관’ 등 주목받을만한 논문 18편을 수록했다. 심재억기자 jeshim@
  • 평론집 ‘여성문학을 넘어서’ 낸 평론가 김미현씨 “여성과 가장 닮은 존재는 남성”

    “진정한 여성문학은 여성만이 아프다고 말하지 않는 것이다.여성도 아프다고,그런데 좀 다르게 아프다고 말하는 것이 여성문학이다.” 소장 평론가 김미현(37·이화여대 강사)이 평론집 ‘여성문학을 넘어서’(민음사)를 냈다. 눈길을 끄는 것은 그가 여성문학의 정체를 규명하고 보다 진일보한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제시한 ‘성찰적 페미니즘’.이를테면 “우리 문학사에서 여성문학이 차지하는 위치와 업적이 저조한 이유를 ‘여성성에 대한 억압’이라는 외부적 환경에서만 찾는 것은 무리이며,오히려 여성문학 내부의 문제를 먼저 짚자.”는 시각이다.여성문학의 문제가 여성문학 자체의 허물에서 비롯됐을 수도 있음을 전제로 한 접근방법이다. 그는 “‘성찰적 근대화’의 개념을 차용한 ‘성찰적 페미니즘’은,지금까지 많은 곁가지를 쳐왔으면서도 확고한 주류이론을 정립하지 못한 기존 페미니즘의 실체를 다시 검증하고 확인하는 페미니즘”이라고 설명한다.보다 철저한 부정과 거부를 통해 여성문학을 바라보는 우리의 자세를 다시 생각해보는 자세가바로 그가 말하는 ‘성찰적 페미니즘’의 원형이다. 그는 우리의 여성문학을 ‘역사-정체성-현실-고유성’의 단계로 나눠 살피고 있다.이런 시각에서 그는 우리 여성문학을 3기로 구분해 문학사의 ‘과제’인 시대구분의 수고를 덜어주고 있다.1기는 1920∼1930년대로,여성문학이 문학사에 편입되기 시작한 ‘여성다울 수도,남성다울 수도 없었던 혼돈의 시기’였다.박화성으로 대표되는 이 시기를 ‘여성이면서도 여성이기를 거부해야 했던 때’라고 규정했다. 2기는 1950∼1960년대.개화사상의 세례를 받았던 1기 때보다 더 혹독한 보수성과 가부장적 지배이데올로기에 주눅들어 지냈던 시절이다.강신재로 대표되는 이 시기는 ‘여성이기를 주저했던 때’이기도 했다. 1980∼1990년대의 3기는 여성문학을 무대 전면으로 부각시킨 시기.박완서로 대표되는 이 시기 여성작가들은 남성을 왜곡·단순화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여성도 있다.”고 외친다.특히 그는 이혜경의 역할에 주목한다.소설 ‘고갯마루’로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이혜경이 “여성의 문제를 자본주의와 현실에 대한 비판으로까지 확대시켜 파악하려 했다.”며 그의 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금이야 말로 체제안주적이고 자기복제성을 드러내온 우리 여성문학의 전환기”라는 그는 “지구상에서 여성과 가장 닮은 존재가 바로 남성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바로 여성문학”이라고 말한다.이 책은 그런 점에서 김미현의 여성문학에 관한 도발적 제언인 셈이다. 심재억기자 jeshim@
  • 문학사상사 올해 문학상 받은 재미작가 오정은 “이민생활 정체성 찾으려 소설 몰입”

    “날지 못하는 펭귄을 통해 자아를 확인하려 고뇌하는 교포들의 갈망을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문학사상사의 올해 장편소설 문학상은 의외로 ‘펭귄의 날개’(문학사상사)를 쓴 재미교포 여류작가 오정은(36)씨에게 돌아갔다.더 놀라운 것은 그가 이 작품 이전까지 단 한 편의 소설도 발표하지 않은 신진이라는 점이다.실제로 그는 “따로 소설수업은 받지 않았으며,한국에서 살았던 초등학교 시절,주변에서 글쓰는 데 재능이 있다는 말을 들은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그는 15살 나던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뒤 모든 교육과정을 미국에서 마쳤다.뉴욕 폴리테크닉 공대를 거쳐 시러큐스대 대학원을 마치고 지금은 IBM 본사 금융지원사업부에 근무하는,엔지니어 출신 프로젝트 매니저이다. 시상식 참석차 서울을 찾은 그는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가끔 영어 산문을 쓴 적은 있으나 소설은 이번 수상작이 첫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20년이 넘게 미국에서 생활하면서도 그는 모국어를 잊지 않았을 뿐 아니라 끈질기게 소설문학을 천착,국내의 기성작가들도 다다르지 못한 장편소설 문학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그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너무 기쁘다.언어와 관습이 다른 미국에서 힘겹게 글을 쓰는 제게 큰 격려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반가운 것은 국내 신진 작가들이 대부분 시류에 반한다며 애써 기피하거나 역량의 한계를 드러내기 일쑤인 장편소설에서 새로운 재원을 발굴했다는 점.심사를 맡았던 김윤식 교수는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근원에 대한 무거운 주제를 유려한 문장으로 완화시킨,강렬하고 은밀한 매력을 갖춘 작품”이라고 평했다. 소설을 창작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이 무엇이었냐는 물음에 “소설의 배경이 미국이고 등장인물이 교포 2세여서 언어와 문화적 배경이 전혀 다른 미국적 정서를 우리말로 정확하게 끄집어내는 일이 어려웠다.”는 오씨는 “그동안 많이 달라진 한글 맞춤법과 부쩍 늘어난 외래어를 소화하기도 무척 혼란스러웠다.”고 털어놨다. 소설속 주인공인 한국인 2세 예리는 탁월한 실력으로 미국 사회에서도 촉망받는 대기업의 프로젝트 매니저. 그러던 어느날 그녀의 열정과 열망은 ‘펭귄 콤플렉스’(날개가 있어도 날지 못하는 새)로 바뀌고,이런 혼란 중에 약혼자가 뜻밖의 죽음을 맞게 된다.이런 왜곡된 상황 속에서 예리는 점차 사랑의 의미를 깨우치고 또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해 간다. 오씨는 자전적 소설이냐는 물음에 직답은 피했지만,그에게도 ‘펭귄 콤플렉스’는 전혀 다른 사람의 일일 수 없지 않을까.대답은 의외로 긍정적이었다.“미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인종 편견이 덜한 나라”라는 그는 “한국 어린이들이 처음에는 백인과 똑같은 조건에서 생활하다가 나중에 피부색까지 같을 수 없다는 자괴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으나 어쩔 수 없는 차이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실제로 이민자들이 느끼는 콤플렉스는 자신이 생활하는 동부보다 중·서부 쪽이 더 심한 것 같다.”는 그는 “아직도 KKK단 같은 극단적 인종차별집단이 존재하지만 그들로부터 생활이 직접 위협을 받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당사자들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생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일에 집착하고 또 열정적인 성격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30대를 갓 지나면서 한차례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으며,이것이 문학으로 몰입하게 된 직접적인 요인이 됐다고 털어놨다.“그냥 살면 괜찮은 삶인데도 뭔가 있어야 할 것이 없다는 느낌을 견디기 어려웠다.”며 “문학을 통해 직장이나 가정에서 얻을 수 없는 소중한 가치를 확인하는 일이 기쁘다.”고 말하는 그다. 오씨는 “직장 때문에 주로 밤시간을 토막내 글쓰기를 하고 있으며,남편도 자신의 일을 잘 이해해줘 가정적으로는 힘들지 않다.”고 말하고 “돌아가서는 자아발견을 다룬 단편을 써낼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펭귄의 날개는 ‘절망’의 상징이지만 적어도 그는 그 날개에서 ‘희망’을 본다.그의 소설은 이렇게 끝난다.‘펭귄은 새지만 펭귄이기에 날지 못한다.하지만 펭귄은 날개를 움직여 빠르게 거센 물결을 헤치고,빙하 위로 미끄러지며 남극을 가로지른다.매년 두 달동안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방랑의 길을 떠나지만 언제나 사랑하는 짝을 찾아 다시 남극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은 펭귄에게 날개가 있기 때문이다.’ 심재억기자 jeshim@
  • 김동리문학상 김주영씨

    김동리선생 기념사업회(이사장 이문구)는 20일 오후 세종문화회관에서 제5회 김동리문학상 시상식을 갖고 수상작인 소설 ‘멸치’의 작자 김주영(62)씨에게 상패와 1500만원의 상금을 시상했다.이 상은 소설가 김동리(1913∼1995)의 유족들이 그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98년 사업회를 발족,제정했다. 상을 받은 김씨는 “제 작품에 많은 독자들이 관심을 가져 주었는데 이런큰 상까지 받게 돼 어깨가 무겁다.”면서 “더 좋은 작품을 내놓으라는 격려로 받아 들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수상작인 ‘멸치’는 지난 3월 출간후 한국 간행물윤리위원회의 추천도서로 선정되는가 하면 최근 중국 출판사와 번역 계약을 체결하는 등 주목을 받고 있다. 심재억기자 jeshim@
  • 오피니언 중계석/ ‘21세기 한국사교과서와 역사교육‘ 심포지엄 - 역사교과서 퇴행적 애국주의 위험

    일본의 검정교과서가 한국과 관계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해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나라의 중·고생들이 사용하는 국정 및 검정교과서에도 퇴행적 애국주의를 부추기는 표현이나 기술이 적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됐다.일본교과서 바로잡기 운동본부(상임공동대표 서중석 외)주최로 최근 성균관대에서 열린 ‘21세기 한국사교과서와 역사교육의 방향’주제 심포지엄에서 강창일 배제대 교수는 ‘대외관계의 서술에 나타난 퇴행적 애국주의’라는 주제연구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강 교수는 “역사 서술은 반드시 역사적 사실에 기초해야 한다.”며 “우열사관(優劣史觀)에 입각해 주변 민족을 재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다음은 주제 연구의 요지다. 혹자들은 역사교육의 목적을 ‘애국·애족심 혹은 민족정체성 함양’이라고 한다.이것은 지극히 당연한 말처럼 보이지만 ‘무엇이 애국·애족인가.’하는 본질 문제에 들어가면 성립될 수가 없는 논리이다. 이런 관점에서 중학교 국정교과서를 살펴 보면,적잖은 문제가 드러난다.우선 지나친 상무심(常武心)과 애국심의 고취 문제,정복사업과 대외침략의 미화 문제를 들 수 있다.우리가 일으킨 전쟁과 영토확장을 위업으로 서술하고 있다.중국 중심의 동아시아 역사관도 문제다.중국 중심으로 동아시아 역사를 인식하고 있으며 은연중 중국민족을 우등민족으로 묘사하고 있다.반면 북방민족과 왜를 열등민족으로 묘사한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감성적 역사의식도 눈에 띈다.무조건 ‘크고,오래 되고,많은 것’을 찬미하고 숭상하는 원초적 감각주의가 그것이다.그런가 하면 자주성을 과잉 평가해 묘청의 서경천도 운동(반란)에 대해 “고려인의 자주의식이 아직 강하게 남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적고 있다. 무책임한 역사인식도 드러난다.민족의 위대함만을 적시하고 있는데,개화정치나 의병투쟁·독립운동 전부를 성공한 것으로 묘사한 것이 대표적이다. 역사적인 사실을 왜곡한 경우도 없지 않다.“임진왜란은 조선뿐만이 아니라 일본과 중국에도 큰 타격을 주었다.일본에서는 정권이 바뀌었고,명도 전쟁으로 국력이 쇠약해져 결국 만주의여진족에게 중국의 지배권을 내주게 되었다.”고 한 것이 대표적이다. 고교 국정·검정교과서에도 문제가 없지 않다.단일민족론과 봉건적 충효론을 지나치게 예찬해 “우리 민족은 반만년 이상의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고 세계사에서 보기 드문 단일민족 국가로서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이 과정에서 국가에 대한 충성,부모에 대한 효도가 중시되고….”라고 적은 것이 대표적이다. 민족주의에 입각한 역사서술도 지적할 수 있다.“민족주체성을 견지하되 밖으로는 외부세계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개방적 민족주의에 기초하여야 한다.”는 대목이 그것이다. 역사 서술은 역사적 사실에 기초해야 한다.지나친 자주성의 강조는 식민사관의 타율성론이나 사대주의론 혹은 중국중심적 사관에 대한 강박적 과잉반응의 소산이라고 할 만하다. 우열사관에 입각하여 주변민족을 재단하는 경향도 문제다.중국민족은 우등민족,왜와 북방민족은 열등민족이라는 등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각 민족의 주체적 역사 영위와 그 다양성의 가치를 인정하는 균형잡힌 역사의식이 필요하다. 전쟁이나 정복사업은 당시 사람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준 잘못된 사업이다.그런데 그것을 위업으로 미화한다면 그것은 전쟁을 부추기고 개인의 삶을 도외시하는 역사관이다.상무심도 어디까지나 난국을 극복하기 위한 편법이지 그 자체가 절대적 가치로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민족주의라는 것도 일정한 시대,특정 세력에 의해 주장되는 하나의 이데올로기에 지나지 않는다.그럼에도 민족주의에 입각하여 역사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서술하고 있다.전체주의적인 애국주의가 작용한 결과다. 소수의 집필자나 관리자들의 역사의식이 그대로 반영된 역사교과서가 국가의 이름으로 청소년들을 교육하고 있는 것은 문제다. 정리 심재억기자 jeshim@
  • “詩客은 술꾼대신 삶꾼이 돼야”장세훈씨, 고은씨의 ‘시인애주론’공개반론 제기

    두어달 전 시인 고은씨가 “이제 시인들 가운데 술꾼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며 제기한 ‘시인 애주론’에 대해 한 중견 시인이 공개적으로 반론을 제기했다.고씨가 제기한 이른바 ‘시인 음주론’이 2라운드를 맞은 셈이다. 고씨는 지난 8월 말 발간한 계간 시전문지인 ‘시평’가을호에서 “시인에게는 그래도 세상의 악다구니로부터 좀 물러서서 유한적인 존재로서의 인간행로의 비애에 잠길 때 술이 근친”이라며 ‘술꾼 시인이 줄어들어 가슴 속에서 터져 나오는 시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요지의 ‘시인 애주 당위론’을 피력했다. 이에 대해 시인 정세훈(47)씨가 이 잡지 겨울호에 ‘주벽(酒癖)의 시인들을 비판한다’는 글을 싣고 “시객들은 시를 짓겠다는 미명 하에 지나치게 술꾼들이 되어선 안된다.술꾼 대신 삶의 진정성을 끊임없이 찾아가는 삶꾼이 되어야 한다.”며 고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정씨는 “일견,한마디로 가슴을 찡하게 하는 편지다.술이 ‘소통’과 ‘상상의 공간을 넓힌다.’는 점에서는 고씨의 외로운 질책을 달갑게 받고 싶다.”면서도 “그러나 술이 주는 부정적인 면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며 말문을 열었다. 정씨는 36세로 요절한 시인 김관석을 돌이키면서 “시객이 술에 지나치게 집착할 때 그 삶은 물론 시에 있어서도 얼마나 피폐해지는지를 그는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장이 어디 한군데 성한 데 없이’10년째 병상에 누워 지은 시라는 그의 ‘병상록’(病床錄)중에서 어린 자식들을 보며 한탄하는 대목인 ‘내가 막상 가는 날 너희는 누구에게 손을 벌리랴./가여운 내 아들 딸들아’와 ‘가난함에 행여 주눅들지 말라’를 인용한 정씨는 “이런 무책임하고 말도 안되는 당부를 자식들에게 남긴다.치열한 삶을 살지 못하고,술에 의탁한 나약한 삶의 말로”라고 혹평했다. 그는 “(이같은 일은)시객은 시만 잘 쓰면 된다는 비열하기 짝이 없는 작태의 결과”라면서 “시객에게 시를 잘 써야 한다는 책임과 의무가 있다면 아울러 주위 사람,특히 가족을 성실하게 책임지는 의무도 있다. 이것은 시객 이전에 기본 인륜이다.가족을 이뤄놓고,그 가족 앞에서 해괴망측하게 ‘술꾼의 이름을 가진 기인’행세를 해도 된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정씨는 다시 고씨가 그의 시집 ‘만인보’에서도 다룬 시인 백석을 거론했다. 그가 죽을 때 곁에 가족이 단 한명도 없었음을 상기시키고 “원인은 그의 지나친 음주행각과 여성편력으로 인한 무분별하고 무책임한 사생활 또는 여인·연애관 때문이었다.”면서 “오죽했으면 그의 아내가 지난 49년 외아들과 월남하면서,백석이 만약 월남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며 증오까지 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시는 머리가 아닌 가슴에서 터져 나와야 한다.”는 고씨의 지적에 동의하면서도 “시가 가슴에서 터져 나오려면 지나치게 술에 의존해서는 안된다.지나친 음주는 가슴을 피폐하게 만든다.피폐해진 가슴에서 어찌 제대로 된 시가 터져 나오겠는가.”라면서 “가슴에서 시가 터져 나오게 하는 진정한 길은 술이 아니라,맑은 가슴과 정신으로 오직 만상(萬象)의 삶을 흠모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끝으로 “음풍농월을 일삼는 시인의 시는 이미 시가 아니다.”라는다산 정약용의 말을 소개하고 “술에 흐물흐물 취해 가는 방랑자가 되지 말고,삶에 촉촉하게 배어가는 유랑자가 되어야 한다.”며 말을 맺었다. 심재억기자 jeshim@
  • 산문집 ‘바다와 술잔’ 펴낸 소설가 현기영/“슬픈 넋 달래는 일, 산 자의 의무”

    “흔한 길을 버리고 황야를 걸어서 왔다.”는 주변의 말처럼 한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온 중진작가 현기영(62·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씨가 산문집 ‘바다와 술잔’(도서출판 화남)을 펴냈다.지난 89년 ‘젊은 대지를 위하여’이후 두번째이자 장편소설 ‘지상의 숟가락 하나’를 낸 지 3년만에 내는 책이다.작품집을 갓 출간한 뒤 만난 그는 “내가 소설가지만 소설에다 담아내지 못하는 말들이 너무 많았다.”며 담담하게 책을 펴낸 배경을 설명했다. 이 책이 주목받는 것은 ‘제주 4·3’문제를 문학작품을 통해 본격 제기한 그가 문제의 소설 ‘순이 삼촌’과 ‘마지막 테우리’를 집필하면서 겪은 비화,글에 다 우겨넣지 못한 정한(情恨)을 고스란히 담았다는 점 때문이다. 그는 “호사한 관광객 행렬이 스쳐 지나가는 아름다운 풍광의 배후에 아직도 잠들지 못하고 음습한 기운으로 엉켜 있는 수많은 슬픈 넋들이 있다.”며 “죽은자의 영혼을 달래주는 것은 산자의 피할 수 없는 의무”라고 말한다. 이런 현씨를 문단에서는 ‘바다와 술의 작가’라고 부른다.바다야 그렇다치고,그가 즐기는 술은 좀 유별나다.그는 지금도 가장 맛있는 술로 ‘바다를 담은 술’을 든다.마알간 소주를 잔에 담아 수평선 높이에 맞추면 술잔에 시퍼런 바다가 설핏 어리는데,그때 홀짝 잔을 비우면 한 움큼씩 제주바다를 마실 수 있다는,가히 술꾼다운 취향이자 제주사람다운 멋이다. 오죽했으면 소설가 박완서씨가 이런 현씨를 두고 “현기영의 바다엔 술잔이 놓여 있고,현기영의 술잔엔 바다가 들어 있다.”며 “제주도의 바다와 바위와 바람을 통째로 사버린 시인”이라고 했을까. 그러나 그에게서 ‘바람’이나 ‘술’만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오히려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시대의식을 통해 ‘바람’이나 ‘술’ 등 가치중립적 물상에 혼을 불어 넣고 있다.이런 그의 곧은 성향은 이번 산문집을 ‘뼈있는 책’으로 만든 배경이기도 하다. 세상을 보는 그의 시각은 이렇다.“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보이는 호전적인 태도에 대해 한국 작가로서 할 말은 해야 한다.”면서 “이런 점에서 만약 나더러 ‘어떤 글을 써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에세이도 사회비판적인 것을 쓰도록 권하고 싶다.”고 말한다. 책에서 그는 살아온 이력을 진지하게 돌이킨다.폐결핵으로 유명을 달리한 첫사랑의 애틋한 추억과,사춘기의 순정에 떠밀려 죽을 뻔한 두번의 자살기도도 담담하게 고백한다. 이런 고백이 결코 유치하지 않은 것은 그의 글이 갖는 절제와 진정성의 소득이다.실제로 그는 무척 순수한 사람이라는 게 주변의 평가다. 책을 5부로 나누어 ‘인간과 대지’‘잎새 하나 이야기’‘상황과 발언’‘말의 정신’‘변경인 캐리커쳐’라는 소제목을 달았다.1부에서는 개인사적 얘기를,2부에서는 교사 시절의 경험과 술 이야기,그리고 5편의 엽편소설로 엮었다. 3부는 작가의 현실인식과 역사의식을 엿볼 수 있는 글들로 꾸몄으며,4부에는 4·3문제와 관련된 비화와 작가의 문학연대기라 할 수 있는 ‘나의 문학적 비경 탐험’ 등이 들어 있다. 5부는 그와 친교를 맺은 시인 신경림 이재무,소설가 김성동,화가 강요배씨 등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현씨는 ‘창작과 비평’지 내년 봄호부터 새 소설을 연재할요량으로 준비중이다.“그동안은 주로 지난 세기의 이야기를 다뤘으나 이젠 그동안 서울에서 살며 당대에 겪은 일들을 쓰고 싶다.”면서 “새로 구상중인 작품은 자본주의적 세태와 요즘 젊은이들의 풍속을 담은 일종의 문명비판적 글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이 글을 다 정리하면 귀향해 또다른 제주 문학을 일궈보겠다.”는 계획도 언뜻 내비쳤다.어느덧 이순을 넘긴 그의 작품이 주는 새 울림은 어떤 것일까. 심재억기자jeshim@
  • 책/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 위기 봉착한 한국 민주주의 진단

    “이제 (한국에서)민주주의는 더 이상 사람들의 기대와 열정을 만들어 내는 단어가 아니다.” 고려대 최장집 교수가 “민주화 이후 한국 민주주의가 질적으로 나빠졌다.”며 이같은 진단을 내놓았다.그의 위상으로 볼 때 이같은 진단이 학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 중요한 ‘이슈’나 ‘발화성 담론’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최 교수는 최근 출간한 저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에서 “(민주화 이후)계급간 불평등 구조는 훨씬 빠른 속도로 심화돼 왔으며,과거 교육과 근면을 통해 가능했던 사회이동의 기회는 크게 줄었다.”며 ‘한국민주주의 위기론’을 개진했다.“오늘의 한국 현실만큼 민주주의를 만드는 것과 지키고 발전시키는 것이 서로 다른 문제라는 사실을 실감나게 하는 것도 없다.”는 아픈 지적도 곁들였다. 그의 말은 계속된다.“국민은 물론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한 사람들조차 한국 민주주의의 현 상황에 대해 무관심하고,냉담하며 비판적이 되었다.민주주의를 통해 기대했던 것과 한국 민주주의가 실제로 가져온결과 사이의 격차가 만들어 낸 실망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최 교수는 책에서 자유주의와 공화정을 통해 기존의 보수독점적 양당 체제로 이미 그 한계를 노정한 민주주의를 보완하는 구조를 엮어야 한다고 역설한다.오늘날의 민주적 전통을 형성한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들의 직접 민주제와 공화주의,자유주의를 아우르는 이념체계를 다시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냉전 반공주의에 기반을 둔 정당체제는 서민과 노동의 배제를 특징으로 한다.”고 지적하는 최 교수는 “한 사회의 중심집단의 이해와 요구를 (정치가)배제할 경우 정당체제의 편협성은 강화되고,그 결과 정당체제와 사회간 괴리가 증대하고 정치가 사회의 중심 이슈와 갈등을 포괄하지 못함으로써 정치에 대한 냉소와 무관심이 확대된다.”고 그는 결론 짓는다.후마니타스 1만 2000원. 심재억기자 jeshim@
  • 도종환 8번째 시집 ‘슬픔의 뿌리’/ 사랑… 낭만… 슬픔의 카타르시스

    시인 도종환(48).그의 이름에는 언제부턴가 사람을 슬프게 하는 사랑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아마도 시집 ‘접시꽃 당신’의 잔상 때문이리라. 그렇게 기억되고 또 말해지는 그가 여덟번째 시집 ‘슬픔의 뿌리’(실천문학사)를 냈다.지난 98년의 ‘부드러운 직선’(창작과 비평사) 이후 4년만이다. 4년이라는 세월의 간극을 메우는 건 아직도 ‘사랑’이고 ‘슬픔’이다.그의 시구마따나 ‘산다는 게 생각할수록 슬픈 일’이어서 그는 여전히 세상을 ‘사랑과 슬픔’의 판별식으로 해체하고 또 조립한다.“살면서 나를 가장 힘들게 한 건 사랑이었다/살면서 나를 가장 힘들게 한 건 사랑이었다.”(목련나무 중)는 그다. 그러나 그의 사랑은 결코 낭만주의의 끝자락 같은 우울의 변주가 아니다.오히려 치열한 그의 의식세계를 필터로 해 걸러진 정련(精鍊)의 미학같은 것이다. “십칠 번 국도 위에서 역사를 우롱하던 바람은/한 찰나도 빼놓지 않고 피묻은 뻐꾹새 울음을 귓가에 실어오고/부대끼는 밤구름을 능선 위에 옮겨왔다./안전장치를 풀고 방아쇠를 당겨도/이제 나의 개인화기는 발화하지 않을 것이다.”(사격명령 중)라는 시에서 보듯 그는 광주민주화 운동 때 계엄군으로 역사의 현장을 지킨 이다.이때 그의 총이 격발되지 않은 것은,탄창의 실탄을 거꾸로 박아넣은 그의 치명적인 ‘이적행위’의 결과였다. 전교조 활동도 지금의 그에게는 삶의 이면을 들여다 보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암으로 먼저 아내를 떠나보낸 뒤 감옥에 갇힌 그를 지켜낸 것은 홀로 남은 어린 아들과 시였다.“희망은 스스로 균열하는 절망의/그 안에서 고통스럽게 자라난다/안에서 절망을 끌어안고 뒹굴어라/희망의 바깥은 없다.”(희망의 바깥은 없다 중) 사실 생의 간난을 수없이 겪은 사람에게서 ‘온유’와 ‘사랑’만을 구한다는 것은 너무나 일방통행식 욕심이다.그러나 지금도 사람들은 ‘시인 도종환’에게 사랑과 연민,그리고 슬픔의 카타르시스를 요구한다.일종의 대체체험을 바라는 것이다.이런 이들은 아포리즘적인 시 ‘저녁 무렵’을 읽자. “열정이 식은 뒤에도/사랑해야 하는 날들이 있다/벅찬 감동 사라진 뒤에도/부둥켜안고가야할 사람이 있다(중략)이정표 잃은 뒤에도/찾아가야 할 땅이 있다/뜨겁던 날들은 다시 오지 않겠지만/거기서부터 또 시작해야 할 사랑이 있다.” 평론가 유성호는 이런 그의 시를 두고 “이전의 시집들보다 삶에 대해,세계에 대해 한층 근본주의적인 사유를 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시인은 말한다.“그럴 수만 있다면 강물처럼 조용히 깊어지고 싶다.”고. 심재억기자
  • ‘20세기 한국최고의 소설가’ 황석영씨

    우리나라 문학 관계자들은 20세기 한국의 최고 소설가로 황석영(58)씨를,최고의 문제작으로 조세희(60)씨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꼽았다. 이는 시공사가 발행하는 계간 ‘문학인’과 한국문예창작학회(회장 김수복)가 최근 ‘20세기 한국문학사 10대 사건 및 100대 소설’선정을 위해 공동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조사는 대학 국문학과 및 문예창작과 교수,문학평론가,문예지 편집위원 등문학 관계자 등 109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 결과 항목별 상위 순위는 다음과 같다.(괄호안은 득표수) ◆작가별 순위(소설) ▲황석영(88) ▲최인훈(87) ▲조세희(85) ▲김승옥(83) ▲염상섭(79) ▲김동리(73) ▲이청준(70) ▲이상(69) ▲이광수(68) ▲채만식(65). ◆작품 순위(소설) ▲조세희-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76) ▲최인훈-광장(68) ▲김승옥-무진기행(58) ▲이상-날개(53) ▲염상섭-삼대(50) ▲김동리-무녀도(49) ▲이광수-무정(46) ▲김동인-감자(38) ▲이청준-당신들의 천국(38) ▲박완서-엄마의 말뚝(37) ◆논쟁사조 분야 ▲카프의 활약(64) ▲민족문학론의 대두(52) ▲순수-참여논쟁(52) ▲4·19세대의 문학조류 형성(49) ▲신체시,신소설의 등장(48) ▲80년대 노동문학의 확산(46)▲여성작가들의 대거 등장과 페미니즘 문학론 확산(45) ▲이광수의 등장(42) ▲영상매체 등 문학의 매체적 확산(41) ▲모더니즘 시의 한국적 수용(35) ◆제도·매체 분야 ▲계간 ‘창작과 비평’‘문학과지성’의 활동(81) ▲창조 폐허 백조 장미촌 영대 금성 등 문학동인지 창간(71) ▲월·납북 작가,작품의 해금(69) ▲신춘문예 시행과 융성(64) ▲사이버 공간에서의 문학 활성화(48) ▲구어체 문장의 실천(48) ▲실천문학 등 80년대 무크·동인지의 약진(44) ▲한글날(가갸날) 제정과 한글 맞춤법 통일안 시행(42) ▲현대문학등 월간 문예지 창간(39) ▲소년 등 근대적 문학매체를 통한 문학활동(36) 심재억기자 jeshim@
  • ‘알몸’ 詩語로 세상 부조리 고발, 첫시집 ‘지독한 갈증’ 펴낸 신부시인 최수종씨

    현란한 기교로 버무린 시편들 속에서 만난 그의 ‘무기교 시’는 샘물 같은 것이었다.맑은가 하면 뜨겁고,뜨거운가 하면 시리다.그는 확실히 시대의 대세를 거스르는 ‘불온한 사제’임에 틀림없다.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앵글로색슨 족을 향해 ‘겉 희고 속 검다.’고 단언하고,주한미군을 두고 ‘개소리’라는 욕지거리를 ‘시’라는 이름으로 내걸줄 아는 이,사제 시인 최수종(38)의 첫 시집 ‘지독한 갈증’(문학과경계)이 나왔다. 시집은,우리의 문학수업이 시적 정서의 전근대성을 토대로 한다는 점에서,확실히 적절한 텍스트는 아니다.그러나 시만 읽을라치면 졸리는 독자,시적 영감을 현장 대신 상념에서만 구하는 시인이라면 그의 시에서 깨우침을 하나쯤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분식과 치장을 걷어낸 그의 시는 지금 알몸이다.포르노그라피의 탈의가 아니라 스스로의 양심과 믿음,그리고 뜨거운 눈물에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아픈 알몸이다. ‘누가 이 죽음을 애도하랴/누가 저 손가락질 거두어 내 부족함으로 받아들이랴/하늘나라 꽃밭에서 나비처럼 날고있을/꽃다운 넋들이여/내 누이들이여/두 번 다시는 남몰래 울지 말거라/두 번 다시는 창살에 갇히지 말거라’(꽃다운 넋들이여-군산시 대명동 윤락가 화재로 숨진 다섯 영혼들의 49재 추도시 중) 시를 통해 세상의 부조리에 한사코 몸싸움을 거는 그의 도전은 ‘시가 칼이 되지 못하는 까닭에’무모하지만 아름답다.‘한때 낙화암의 꽃잎처럼 지고 싶었다.스물아홉,핏발 선 울음 품고/타는 가슴속 화염병처럼/꼭 한번,금남로 아스팔트 위를 뒹굴고 싶었다/터지다 터지다가 지친 시커먼 연기라도/좋으니 종탑 끝 십자가에 못 박히고 싶었다’(금남로 철쭉 중)나,‘투쟁만이 희망이라고 믿는/사람./그 삶이 역사다’(역사)에서 보는 그의 현실 인식은 개혁,즉 ‘뒤바꿈’이다. 그러나 그에게서 눈물겨운 서정을 구하는 일이 어렵다고 이르지 말라.그렇더라도 그의 시는 처연하게 슬픈 우리의 정서에 뿌리내리고 있다. ‘소리없이 물들어 가득합니다/남김없이 텅 비어 고요합니다 모든 들녘은 그대에게 가는 길이 됩니다’(가을의 숨결)나,‘단풍은 꽃이다/단풍을 바라보는/눈길도 꽃이다 그 꽃잎들이 피워 올리는 한 잎 두 잎의 이야기들 사랑도/죽음도/꽃이다’(단풍은 꽃이다)에서 드러난 그의 서정은 인간의 깊은 심연에 가 닿아 있다. 또 있다.‘다복솔을 심기 위해/포클레인 쇠밧줄에 대롱대롱/목 매달린 농구골대 농구골대가 사라진 성당은/골고다 언덕입니다 아이들의 함성이 사라진/성당은/하늘나라가 아닙니다’(평화 중).세상의 기독이여,이 시는 또 어떤가. 심재억기자
  • 대산문학상 김지하 ‘화개’등 5개 작품 선정

    국내 최대 규모의 종합문학상인 대산문학상 올해 수상작이 선정됐다. 대산문화재단(이사장 愼昌宰)은 제10회 대산문학상 수상작으로 시인 김지하(61)의 시집 ‘화개’와 김원우(55)의 소설 ‘객수산록’,김명화(36)의 희곡 ‘돐날’,김윤식(66)의 문학평론집 ‘우리 소설과의 대화’,유영난(48)의 영문 번역소설 ‘Everlasting Empire·영원한 제국’(이인화 원작)등을 선정했다고 7일 발표했다. 심사는 시의 경우 김우창·신경림·황동규씨가 맡았으며,소설은 서정인·오정희·유종호씨,희곡은 김윤철·이강백·임영웅씨,평론은 김병익·최원익·홍기삼씨,번역은 민용태·서지문·안삼환·이동렬씨가 각각 맡았다.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3000만원씩의 상금이 주어지며,시상식은 오는 29일 오후 6시 세종문화회관에서 있을 예정이다. 재단측은 “2000년 7월 이후 발표된 각 장르별 작품을 모두 정리해 심사했으며,특히 재단 창립 10주년을 맞아 올해부터는 기존 추천제를 폐지하는 대신 예심 기간을 대폭 연장하는 등 작품상으로서의 면모를 더욱 강화했다.”고 밝혔다. 심재억기자 jeshim@
  • “작가의 정체성은 변할 수 있다”韓·日 문학심포지엄-‘만남과 소통’

    ‘한·일 양국의 문학은 어떻게 만나고 또 소통할 것인가.’ 이런 주제를 내건 제6차 한·일 문학심포지엄이 양국에서 많은 문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4∼6일 강원도 원주의 토지문화관에서 열려 진지한 토론과 대화가 이뤄졌다. 문학과 지성사가 주관한 이 행사에는 한국 측에서 소설가 박성원·신경숙·윤대녕·정영문·조경란·하성란과 평론가 김병익·최성실·김동식·김태환,시인 나희덕·함성호 등이 참가했다.일본 측에서도 소설가 쓰시마 유코(津島佑子), 지노 유키코(芽野裕城子), 나카가미 노리(中上紀), 나카자와 케이(中澤)호시노 도모유키(星野智幸), 마쓰우라 리에코(松浦理英子)와 시인인 후지이 사다카즈(藤井貞和)등이 참석해 모두 4섹션으로 나눠 진행했다. 양국 작가의 작품을 낭독,분석하고 질의응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된 심포지엄의 제1섹션에서는 신경숙의 소설 ‘지금 우리곁에 누가 있는 걸까요’와 쓰시마 유코의 ‘아이를 버리는 이야기’를 두고 ▲작품 중 인칭의 적정성과 상징성 ▲소설화한 세계의 진정성과 등가성 ▲설화·민담의 차용이 갖는 의미 등을 두고 진지한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쓰시마 유코는 “인칭이란 결국 작가의 의식이나 사관의 문제로,우리의 경우 구미 지역과 달리 인칭이 확연하게 구별되지 않는 언어상의 특성이 있다.”면서 3인칭으로 시작한 소설을 1인칭으로 끝낸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신경숙은 “지금도 나는 왜 작품에서 ‘나’로 쓰든 ‘그’로 쓰든 아무런 차이가 없는 것인지를 생각하고 있다.”며 인칭 문제에 관한 고민을 토로했다. 윤대녕의 ‘많은 별들이 한 곳으로 흘러갔다’와 치노 유키코의 ‘플러싱-북경편’을 대상으로 한 제2섹션에서 윤대녕은 “이국적 공간이나 외국을 배경으로 글을 쓸 경우 당연히 현실 거점이 존재해야 하는데,‘플러싱…’의 경우 거점이 공중에 떠있는 것 아닌가.”라며 “이런 경우 작가는 어떤 정체성과 관점으로 글을 써야 하는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이에 대해 지노 유키코는 “이탈리아에서 이탈리아 선수로 뛴 안정환이 한국대표인 것은 모두 진실”이라며 “정체성은 복합적이며 바뀔 수 있는 것”이라고답했다. 제3 섹션에서는 조경란의 ‘동시에’와 호시노 도모유키의 ‘독신 귀속’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조경란은 “나의 경우 작품을 통해 전통적 인간관계의 해체와 새로운 인간관계의 형성 사이에 놓인 인간의 절대고독을 말하려고 했다.”며 “호시노씨의 경우처럼 독신을 가족주의의 한 형태로 규정하는 문학적 가정이 생소하기는 하나 그의 ‘독신은 부부관계의 전 단계가 아니라 가족의 한 과정’이라는 주장은 새로웠다.”고 평했다. 이 섹션의 사회를 맡은 쓰시마 유코는 “결혼을 계기로 성립되는 가족이 하나의 이미지로 존재하지 않나 여겨진다.”며 “일본인들의 가족단위에 대한 집착은 한국에서 영향을 받은 유교적 전통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진 제4 섹션에서 ‘기쁘다 구주 오셨네’의 작가 하성란은 자신의 작품에 관해 “중요한 것은 아빠 없이 자라는 애의 혈연관계보다 애가 살아가야할 앞으로의 세상”이라며 “스스로가 처한 현실이 악몽인 상황에서는 일부에서 제기하는 파우스트적 복수조차 무의미하다.”는 말로 절박한 소설의 배경을 설명했다. 심포지엄을 마친 참석자들은 강릉으로 이동해 문화행사를 가졌으며 일본측 참석자들은 7일 일본으로 떠났다. 원주 심재억기자 jeshim@ ■日 여류 소설가 쓰시마 유코 일본의 대표적인 여류 소설가 쓰시마 유코(津島佑子·55)는 “한국에는 정치·사회적으로 앞선 의식을 가진 젊은 작가들이 많다고 느꼈다.”며 “한국 문인들은 그들의 문학을 지켜나갈 힘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일 한·일 문학심포지엄 참석차 방한한 쓰시마는 기자와 만나 “그동안 역사·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을 너무 멀게만 느껴왔다.”면서 양국 문학교류에 앞장서겠다는 뜻을 밝혔다.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행사에 의미를 부여한다면. 지금까지 일본 문인들은 구미쪽과의 교류에만 관심을 가져왔다.가까운 한국을 멀게만 인식했으며,한국문학에 대해서도 ‘정치·사상 편향’이라고만 여겼다.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이번에 확인했다.자주 만나면 문학은 물론 마음도 가까워진다. ◆한국문학을 직접 대한 첫 인상은. 소설의 변화와 실체가 가슴에 와닿았다.특히 윤대녕 작가를 통해 ‘분단의식’을 매우 절실하게 느꼈다.분단이 문학뿐 아니라 국민 일반의 정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알았다. ◆휴전선에 한번 가 볼 것을 권한다.생각보다 평온하다. 행사 마치고 갈 생각이다. ◆오늘의 한국문학에서 무얼 느꼈는가. 일본 작가들은 현실이나 국제문제에 관심을 가진 소수와 그런 문제의식조차 못가진 다수로 나뉜다.이에 반해 한국 문인 중에는 정치·사회적 문제의식을 가진 작가가 많다.심지어는 연애소설에도 사회적 고뇌가 배어 있다. ◆이걸 한국문학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로 이해해도 되나. 그렇지는 않다.나는 아직 한국문학을 많이 접하지 못했다. ◆지금의 한·일문학은 어떻게 다른가. 일본의 젊은 작가들은 소재를 주로 다른 문화에서 구하는가 하면 설정도 이상한 경우가 많다.예컨대 미혼모 이야기도 그저 유쾌하고 재밌게만 다룬다.독자들의 요구이기도 하다.그걸 한국 작가들이 다룬다면 이면의 고통을 잘 그릴 것이다.또 일본에서는 추리·공상과학 소설을 순수문학과 따로 구분하지 않으나,한국은 구분이 매우 엄격하다.한국 문인들의 순수문학에 대한 열정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오늘도 느꼈지만 한국의 젊은 문인들은 ‘좋은문학’을 두고 항상 고민한다.훌륭한 자세라고 본다. ◆일본문학의 최근 흐름을 소개해 달라. 다른 문화나 해외에서 소재를 구한 작품이 많으나 결코 주류가 아니며,그런 부류가 주류가 돼서도 안된다.이런 경향은 문화적 식민지배를 자초하는 일이다.물론 성실하게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도 많으나 잘 드러나지 않는다.이들이 일본문학의 미래다.아마 초자본주의의 영향 탓일 것이다. 심재억기자
  • 오피니언 중계석/ ‘1910년대 식민통치’ 학술대회, 권태억교수 주장/“항일의지에 막힌 일제 同化정책”

    일제의 식민지배가 본격화한 1910년대의 ‘동화(同化)정책’은 본래적 의미의 동화정책이 아니었으며,추진 강도도 매우 약한 예비과정에 불과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권태억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는,최근 서울대 인문대학에서 열린 서울대한국문화연구소(소장 이병근)주최 ‘1910년대 식민통치 정책과 한국사회’주제의 학술대회에서 ‘1910년대 일제의 조선 동화정책’이라는 연구주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권 교수는 “이 시기의 ‘동화정책’은 식민 지배와 한국인에 대한 현실적인 차별을 합리화하는 정치적 선전의 성격이보다 강했다.”면서,그 근거로 동화정책의 상징적 사례처럼 거론되는 창씨개명이 1940년에 비로소 시작된 점을 들었다.권 교수의 주제발표를 요약한다. 일제는 조선 통치정책의 기조를 동화정책이라고 했다.그러나 제국주의 식민지배 정책사에서 동화정책을 실시한 대표적 나라인 프랑스의 경우,기본적으로 식민지에 본국과 동일한 제도를 시행함으로써 식민지 및 그 주민을 본국에 통합하는 것을 지향하는 것이었다.일제가 이런 유형의동화정책을 시행하기 시작한 것은 식민지 지배 말기였다.동화의 상징적 정책인 창씨개명은 1940년에 비로소 시작됐다. 그렇다면 일제 식민지배의 기초를 닦은 1910년대에 동화정책은 어떻게 이해·표방되고 추진됐으며 그 구체적 성격은 무엇인가. 일제의 합병이 형식상으로는 황제가 조선통치권을 일본 천황에게 양여하는 형식을 취했지만,의병항쟁 등의 저항을 겪은 일제로서는 한국인들의 인심을 무마해 지배를 받아들이도록 설득하는 작업이 우선 필요했다. 이때 등장한 대표적 담론이 바로 ‘일선동조론(日鮮同祖論)’과 ‘문명화론’이다.전자가 ‘태고부터 일본과 한국에 존재한 일체불가분의 근친성’을 근거로 했다면,후자는 낙후한 동생의 나라 한국을 문명화하는 일이라고 미화하는 것이었다.일제의 동화정책은 이렇게 식민지배를 합리화하는 담론들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면서 전개되었다. 초대 조선총독 데라우치(寺內)는 조선합병 직후 훈령에서 “병합의 취지는 두 나라가 상합(相合)하여 일체를 삼고,피아 차별을 철거하여 상호 전반의 안녕과 행복을 증진하려는 것”이라고 했다.당시 총독부 기관지는 ‘천황폐하의 일시동인(一視同仁)아래서 이 땅을 개척하며 이 백성을 이끌어 일선(日鮮)의 생민으로 하여금 같이 문명의 덕택을 받으며,같이 문명지역으로 나아가….’라고 했다. 그러나 일제는 한국을 일본 헌법의 적용 범위에 포함시키는 등의 핵심적인 동화정책은 실시하지 않았다.그들은 그 이유로 시세(時勢)와 민도(民度)의 차이를 들었다.즉 한국의 사정은 일본과 다르며 문화수준도 떨어지기 때문에 일본 제국헌법을 적용하지 않는 ‘특수한 통치’를 시행해야 하며,일본에 동화하기 전까지 한국인은 동등한 대접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합병 초기에 상당히 조심스러웠던 동화정책은 1915년을 경계로 적극적으로 바뀐다.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제1차 세계대전에서의 이권 획득과 1915년 ‘시정 5주년기념 조선물산공진회’의 성공적 개최에서 얻은 자신감 때문이었다. 데라우치 총독은 이 시기에 “병합의 종국의 목적은 정신적 동화를 도모하여,내선일가의 실(實)을 거두는 데 있음은 말을필요로 하지 않는 바”라고 했다.이때부터 교육을 통한 장기적인 동화정책을 시행한다. 그러나 당시 보통학교 취학률은 10%대로 매우 낮았다.동화정책의 가장 중요한 수단을 교육이라고 하면서도 의무교육을 실시하지 않았음은 물론,당시 정책선전의 통로이던 총독부 기관지의 발행 부수도 1910년대에는 2만 부를 넘지 못했다.따라서 1910년대 실시한 일본형 ‘동화정책’은 소극적인 것이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볼 때 1910년대 일제의 ‘동화정책’은 본래적 의미의 동화정책이 아니었으며,추진 강도도 매우 약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정리 심재억기자 jeshim@
  • 바람직한 대북정책 방향찾기

    경남대 북한대학원(원장 박재규)과 경실련 통일협회(이사장 송월주),한국 NGO학회(회장 김영래)가 공동 주최하는 북한 관련 학술대회 ‘대북인식과 대북정책 재론-남북화해와 남남합의를 위하여’가 오는 5·6일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 ‘국민의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햇볕정책’에 대해 일각에서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열리는 이번 학술대회는 대북정책과 관련한 우리 내부의 갈등구조를 극복,더욱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고자 학계와 시민·사회단체가 공동으로 추진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오늘의 북한,어떻게 볼 것인가’(제1회의),‘한반도 환경의 변화와 주체적 대응의 모색’(제2회의),‘남북화해와 NGO의 역할’(제3회의),‘대북정책과 언론-사회적 합의를 위한 과제’(제4회의),‘대북인식과 대북정책의 시각 조정’(제5회의)등 5가지 주제를 설정해 각 분과별로 진행한다. 대회에는 전재성·구갑우·박건영·신지호·서경석·정현백·박선원·강태호·전인영씨 등이 주제발표를 하며 각계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토론도 벌일 예정이다. 심재억기자 jeshim@
  • 김윤영씨 첫 소설집 ‘루이뷔똥’, 명품 거래 둘러싼 인간군상 일상에 숨겨진 욕망 파헤쳐

    “그가 가지는 의외의 새로움이자 단단함은 삶의 이야기를 나름대로 새롭게 구성하려는 실험적 형상화 방법론과 그로부터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독특한 자의식에 있다.”(평론가 임규찬) 지난 98년 창비 신인소설상을 수상하면서 문단에 발을 내디딘 소설가 김윤영(31)이 첫 소설집 ‘루이뷔똥’을 출간했다. 소설집에 붙여 평론가 임규찬이 눈여겨본 그의 문재(文才)는 실제적 완성도보다 오히려 ‘가능성에 무게가 있다.’는 평단의 시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명품 ‘루이뷔똥’을 불법으로 거래해 먹고 사는 인간군상의 물신적 행태를 이 정도 분량의 글로 축약하고 정리해 내기가 결코 쉽지 않았을 터이다. 그러나 한 신예 여류소설가의 폭넓은 현실인식과 체험세계가 빚어낸 신작소설 ‘루이비똥’은 능히 이를 감당해 낸다.작품은 ‘감당’을 넘어 가장 함축적이고 상징적으로 현대인이 가진 일상의 모습과 그 이면의 꿈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때 서울에서,지금은 그가 경멸해 마지 않는 ‘좌파 떨거지’로 학창시절을 보낸 세미.프랑스 파리로 날아와 루이뷔똥 수집상으로 먹고 사는 그는 순전히 먹고 살고자 외인부대에 용병으로 입대,남미 가이아나의 아리앙 로켓발사기지에서 근무해 온 또 다른 ‘생활의 떨거지’ 판수와 만난다. 같이 살면서도 이들은 결코 정신적으로 교감해 신뢰를 갖는 관계로 설정되지는 않았다.‘짐승 같지는 않지만,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 영혼의 교감에는 다다르지 못한 사이다.그래선지 사랑을 말하는 판수를 두고 그는 “사랑이라니,지겨워 그런 말은.”이라며 선을 긋고 나선다. 여기에 조선족 출신 영변댁이 가세해 이야기를 이끈다.1인당 판매량이 제한된 명품 루이뷔똥을 사들인 뒤 이를 한국 같은 ‘거품 수요’의 나라로 넘기고 이문을 챙기는 일에 이들은 모두 발을 담그고 있다.불법인 만큼 이들의 프랑스 생활이라는 게 도무지 뿌리가 없어 불안정하다.이국에서 겪는 이들의 비애는,명품을 사들여 보관해 놓은 창고가 불로 타버린 뒤 반쯤 혼이 나가버린 영변댁이 서툰 현지어로 ‘노옹!장다름므!(경찰은 안돼.)’라고 외치는 절규에 절절히 녹아 있다. 김윤영의 작품은 일견 건조하고 단선적이다.더러 체험의 한계도 드러난다.그러나 군더더기없는 묘사가 오히려 사실적이고 긴장을 부추기는 효과를 준다. 그의 작품에서 수완 좋은 작가들이 엮어 놓은 ‘기성복 기분’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그러나 체험세계에 견실하게 발 딛고 선 그의 신선한 저력은,독특한 문제의식의 생산능력과 함께 앞으로 그의 문학을 견인하는 동력이 될 것이라는 점이 기대치다.니콜라이 오스트로프스키의 혁명소설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는가’를 연상시키는 그다. 심재억기자
  • “외국문학 부실 번역 너무 많다”

    ‘작자의 의도를 간파하지 못한 오역은 널렸으며,다른 번역자의 작품을 살짝 변형한 개악 번역도 많다.’ 외국문학의 올바른 번역 문제가 본격적으로 공론의 도마에 오르게 됐다.잘못된 번역이 독자들의 작품 감상·이해의 기회를 박탈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문제제기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이인규 국민대 교수는 최근 나온 영미문학연구회의 반년간지 ‘안과밖’13호에 기고한 글 ‘찰스 디킨즈 소설의 번역 점검’에서 번역자의 이름과 구체적인 오역 사례를 거론하며 “부실한 번역이 원작의 이해와 감상을 해친다.”고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국내에 소개된 디킨즈의 작품 가운데 ‘올리버 트위스트’와 ‘어려운 시절’을 중심으로 번역판의 형식과 내용 측면에서 문제를 제기한 이 교수는 ‘좋은 번역인지 아닌지를 가리는 기준’으로 정확성과 가독성(자연스럽게 잘 읽히는가)·등가성(원작의 문체나 문학성을 얼마나 비슷하게 되살리는가) 등 3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그는 먼저 ‘올리버 트위스트’의 번역을 거론했다. 지난 74년 이후 오석규·정정호·윤혜준·박영의 씨 등이 각각 번역본을 냈으나 형식상의 온전성 측면에서 오·박씨의 번역은 ‘부족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오씨의 경우 번역 판본과 역자 약력을 밝히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작품 해설·작가 연보도 없으며,박씨의 경우는 ‘20년도 더 된 오씨의 번역을 거의 그대로 옮겨놓다시피’하는 등 훨씬 더 부실하다고 비판했다.이들이 번역판에서 고유명사인 ‘페이긴(Fagin)’을 ‘페이킹’으로,‘해리(Harry)’를 ‘할리’로 옮긴 것은 아마 일어판 중역에서 오는 잘못일 것이라고 보았다. 정확한 의미 전달도 문제가 됐다.실제로 똑같은 영어 원문을 두고 두 번 역자가 “절대 이 페이긴 영감을 찔러 바치진 않는다구! 왜 그러겠어? 찌른다고 밧줄이 느슨해지나,목매다는 것이 1분이라도 더뎌지나.아니지,아니고 말고!”(윤혜준)와 “페이긴 영감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그야 당연한 일이지! 자백을 한다고 해서 교수대 밧줄이 풀리는 것도 아니고 발판이 단 1분간이라도 연장해 줄 리도 없으니까 말이야.그렇고 말고,암,그렇고 말고!”(정정호)처럼 전혀 다른 분위기의 번역을 했다고 예를 들었다. 작중 인물의 별명인 ‘아트풀 다저(Artful Dodger)’에 대해서도 ‘아트펄도저’(정정호)‘아트플 도저’(오석규),‘교묘한 미꾸라지’(윤혜준) 등으로 각기 다른 음이나 뜻을 부여했다. 공리주의적 철학을 비판하는,짧지만 까다로운 내용의 ‘어려운 시절’의 번역에도 문제가 많았다.가난한 노동자들이 죽을 경우 슬럼가의 비좁은 출입구 때문에 창문에 사다리를 걸치고 관을 들어내야 하는데 번역판에는 이런 배경 설명없이 ‘장의사가 검은 사다리를 걸쳐 놓은…’으로 돼 있어 독자들을 헛갈리게 한다는 것. 이밖에도 곳곳에서 오역 사례가 지적됐다.‘올리버 트위스트’에서는 ‘그는 채찍만 들고 있지 않을 따름이었다.’(He wanted nothing but his whip.)를 ‘그는 채찍만을 찾았다.’라고 번역하는 등 엉뚱한 번역으로 원문과는 전혀 다른 문장을 만든 예가 많았다. 다른 번역자의 작품을 복제하다시피 하면서 되레 작품을 개악한 사례도 드러났다.이 교수는 ‘위대한 유산’을 번역한 김재천·김태희·박성철 씨 등은 “원작을 새로 번역한 것이 아니라 모두 최영옥(1975년 삼성출판사)의 것을 가져다가 약간씩 고치거나 변형한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최씨의 번역이 가진 문제를 개선하지 않고 개악한 데 있다는 것.임의로 문단을 나눠 혼란을 초래하는가 하면 일부를 빼먹은 사실도 밝혀졌다. 이 교수는 “문장이 어색하거나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번역은 원작에 대한 이해와 감상을 해친다.”고 번역의 중요성을 재삼 강조했다. 심재억기자 jeshim@
  • 학봉 김성일 전집완역 기념 학술대회 “왜란때 의병 규합 큰 공 남겨”

    임진왜란 직전의 치열한 당쟁 와중에 일본에 통신사로 파견됐다가 조선 침략을 준비 중인 일본측의 정황을 잘못 파악,보고한 것으로 알려진 학봉 김성일(金誠一·1538∼1593)의 학문과 역사관을 되돌아 보는 학술대회가 열렸다. 민족문화추진회는 지난 24일 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에서 학봉전집 완역을 기념해 ‘학봉 김성일의 학문과 구국활동’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가졌다. 학술대회에서 송재소 성균관대 교수는 ‘해사록을 통해서 본 학봉의 인간적 풍모’라는 주제연구를 통해 “평소 술을 즐긴 학봉은 호방한 풍류가,소절(小節)에 얽매이지 않고 대체(大體)를 지키는 의리정신을 견지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학봉 김성일의 시대와 그의 현실인식’이라는 주제를 발표한 이병휴 경북대 교수는 “통신사로 일본에 파견돼 ‘전쟁준비의 정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요지의 보고를 올려 외교사절로는 유연성과 신축성이 부족했고,적정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그러나 왜란 때는 의병을 규합해 싸우다 순국함으로써 불멸의 공을 남겼다.”고 밝혔다. 심재억기자 jeshim@
  • 권영민교수 ‘문학사상’ 기고/ “北 반동 부르주아 작가 재평가”

    ‘1980년대 후반부터 진행된 북한문학의 변화는 이른바 반동적 부르주아작가들의 문학을 재평가하는 것은 물론 사실주의 계열의 작가와 계급문학운동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관심을 갖는 것으로 표출돼 오고 있다.’ 문학평론가인 권영민 서울대 교수는 문학사상 11월호에 실린 ‘북한문학을 보는 눈’에서 이같이 설명하고 “민족문학의 총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남북한 문학의 상호 배타적 속성과 단절적 시각 극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최근 북한에서는 문학연구에 이어 창작분야에서도 집단적 이념을 중시해 혁명 위업에 대한 찬양 일변도였던 시가 서정성을 담아내고 있으며,소설도 집체창작 형식으로 ‘혁명적 대작’에 참여했던 작가들이 대중 취향적인 청춘 남녀의 사랑 이야기도 수용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변화는 지난 80년대 후반부터 나타났다.이념적 성향에서 조금씩 벗어나 ‘반동 부르주아작가’로 비판받은 이광수 현진건 이효석 채만식 등의 문학이 재평가되는가 하면 ‘우리나라 비판적 사실주의 문학에 대한 연구’(1988)에서는 시인 김소월과 한용운 등을 적극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김일성의 항일 혁명투쟁에 가린 식민지 시대의 계급문학운동에 적극적인 관심을 쏟기 시작한 것도 이 때다. 특히 문학연구 분야에 이어 문예창작 분야에서 시작된 변화는 주목할 만하다.혁명위업 찬양에 주력하던 북한 시단에 서정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자리잡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절대 배제’의 입장에서 우리 문학을 대해 온 점을 감안할 때,이같은 변화는 남북한 문학의 이질성을 줄이고 공통 관심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부분. 권 교수는 “북한은 지난 81년 펴낸 ‘조선문학사’(전5권)를 15권 분량의 ‘조선문학사’(사회과학원 주체문학연구소)로 개편하고 있는데,이 작업을 통해 개방화 경향을 대폭 수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변화는 그동안 문학을 ‘사상혁명의 무기’로 인식해 온 북한문학과,자율을 지향하며 이념성을 경계해 온 남한문학의 이질성을 극복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북한 문학은 해방후 지난60년대 초반까지 사회주의의 이념을 계몽,선전해오다 60년대 중반 주체사상을 내세우면서 주체사상에 입각한 문학이 새롭게 강조돼 왔다. 그렇다고 북한 문학이 집단성과 가치론을 지향하는 성향을 완전히 배제할 것이라는 기대는 아직 성급하다. 권 교수는 “분단시대의 남북문학이 보여 온 이질성을 극복하고 동일한 문학적 토대를 다지기 위해서는 남북한의 통일지향적 문학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분단이라는 상황논리에 집착한 극단적 비판과 배제론의 모순을 극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심재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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