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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재종 7번째 시집 ‘쪽빛문장’

    문단에 나선 이래 줄기차게 ‘농촌의 일’과 ‘민중의 것’에 집착해 온 시인 고재종이 일곱번째 시집 ‘쪽빛 문장’(문학사상사 펴냄)을 새로 냈다. 새 시집은 고 시인의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한층 완숙하게 심화되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의 자연을 관조하거나 혹은 다수의 삶의 구체적 실체에 주목하던 모습과는 일정한 선을 긋고 있다. ‘오늘도 슬픈 지상에서는 무차별한 폭격과/한 청년의 외로운 참수가 있었다, 나는‘으로 시작되는 시편 ‘거대한 고독’에서 시인은 ‘…나는 다시 어쩌려고 바다를 본다, 누군들/저 검은 심연이자 매끈한 매혹을 모르랴만,/익명의, 익명의 떼거리로 몰려 죽거나/수많은 응시 속에 홀로 참수될 생들의/거대한 고독, 그 속에 내가 잠겨서/영정(零丁)의 폐선 한 척으로 깜빡이는 시방은/저렇게는 파랑주의보 하나 없는 금결, 은결./우리 모두 태어나기 전에는 죽어 있었다.’고 말한다. 이렇듯 우리가 일상이라고 기억하는 역사의 사실들을 시적 감성으로 해체해 내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시는 삶에 대해 성찰적이다. 문학평론가 유성호는 이런 그의 변화를 ‘전환기의 속성’이라고 읽는다. 그동안 구체적 경험과 민중적 삶을 포옹하는 일에 토대를 두고 시작에 몰두해 왔던 그였다. 그러나 이제는 노동의 구체성과 자연의 미학화 가운데 한 가지를 골라 잡는 편향보다 현실과 감각을 화학적으로 융합시키고 여기에 자신의 내적 격정을 이입하는 방식으로 시작(詩作)의 경로를 바꿨다는 해석이다. 이런 해석은 적합하고도 유효해 보인다. 그는 “눈을 항상 밖에 두고 농민이니 생태니 하는 대상에 생각을 의탁하거나 몰입시키곤 했으니, 그나마 이게 어떤 길을 찾는 몸부림 정도는 될 것이라 생각되어 다행이었다. 하지만 길을 찾지 못한 주체는 결국 속에서 아우성이었다.”고 고백하고 “죽음과 고독에 들린 존재를 더 이상 억누를 수 없었다.”고 토로한다. 이렇듯 새 시집에는 고재종의 ‘시인으로서의 연속성과 갱신의 의지’가 진하게 묻어난다. 모두 4부로 나눠 ‘흑명’,‘말씀’,‘경전’,‘사과꽃길에서 나는 우네’ 등 1∼4부에 각각 15∼16편씩 모두 예순 한 편의 시를 실었고, 평론가 유성호의 작품 해설을 곁들였다.5000원.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길섶에서] 오지 않는 가을/심재억 문화부 차장

    하굣길에 끼리끼리 입을 맞춘 꼬맹이들, 서둘러 얼요기를 하고는 삽 한자루씩 둘러메고 논으로 듭니다. 벼 밑동만 딸랑 남은 논바닥은 진창이지만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미꾸라지를 잡는 중입니다. 누런 코가 연방 콧구멍을 들락거리지만 손쓸 겨를이 없습니다. 논바닥을 파헤쳐 통통 살오른 미꾸라지를 잡아내는 재미, 쏠쏠하거든요. 몇 날 동안 그렇게 잡아 모은 미꾸라지는 가을 별미 추어탕이 됩니다. 소금을 두어줌 넣고 까슬한 호박잎으로 문질러 비린 ‘꼽’을 뺀 뒤 솥에 넣고 고듯 익혀냅니다. 그런 뒤 뼈를 추리고는 갖은 양념 풀어 푸욱 끓여내면 요샛말로 ‘가정집 추어탕’이 됩니다. 여기에 산초가루라도 곁들일 양이면 그 구수하고 톡, 쏘는 맛이라니. 하릴없이 뒤란을 오가던 아버지도 구수한 추어탕 냄새에 회가 동하셨는지 부엌쪽에 대고 “얼른 씻고들 먹자.”라시며 은근히 채근을 하십니다. 둘러앉은 두리반을 감싸며 반주로 따른 소주 향기 달콤하게 번지고, 봉창 너머로는 붉던 노을이 마알갛게 사위고 있었습니다. 첫서리 내릴 무렵, 가을은 그렇게 깊어 갔는데, 그 후로는 지금까지 그 가을과 다시 만나지 못했습니다.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 [건강 책읽기] 갑상선 이상?

    많은 사람들이 갑상선을 말하지만 “그게 어디 있으며, 무엇을 하는 기관이냐.”고 물으면 이내 입을 닫기 일쑤다. 주변에서 흔히 듣고 말하는 기관이지만 이렇듯 막상 자신에게 문제로 다가서기 전에는 대부분 신경조차 쓰지 않는 것이 바로 갑상선이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다르다. 최근 들어 갑상선질환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암은 물론 갑상선 기능항진증과 기능저하증, 갑상선염과 결절 등이 대표적인 갑상선질환. 이런 질환에 대해 정확하게 안내하는 지침서 ‘건강한 갑상선’(고려의학 펴냄)이 출간됐다.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송영기 교수 등 갑상선 질환과 관련있는 각 과의 교수 11명이 머리를 맞대고 지난 97년 펴냈던 1판의 내용을 대폭 수정, 보완한 것이다. 송 교수는 “우리나라에만 적어도 100만명 이상이 앓고 있는 흔한 질환이지만 아직까지 환자나 일반인을 위한 정확한 지침서나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전달할 프로그램이 없어 많은 사람들이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는 게 사실”이라며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11명의 교수진이 힘을 모아 이 책을 냈다.”고 밝히고 있다. 책은 갑상선의 모양과 역할, 위치와 질병 등 기초적인 지식은 물론 갑상선 질환을 검사하는 법까지 상세하게 안내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암, 기능항진증과 기능저하증, 갑상선염, 결절 등 일반적으로 잦은 질환을 들고 원인과 증상, 진단과 치료는 물론 질환을 관리함에 있어 필요한 사항들을 차례대로 열거해 누구나 체계적인 관련 지식을 어려움없이 습득하도록 했다. 예컨대 더위를 잘 타고 땀을 많이 흘리며, 음식을 많이 먹지만 체중이 준다면 누구나 체질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또 손발이 떨리고 가슴이 뛰며 까닭없이 신경질적인 사람을 두고 병을 말하기보다는 “그렇게 타고 났다.”거나 “천성이 그러려니….” 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안구가 돌출되거나 목이 굵어지는 등의 특이증상을 빼면 이런 증세만으로 갑상선 질환을 생각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내분비내과 외에도 병리과, 이비인후과, 외과, 핵의학과, 안과, 방사선과 교수 등이 망라돼 전문성과 완성도를 높인 것도 이 책의 강점이다. 송 교수는 “최근 들어 인터넷을 정보 통로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으나 더러는 현란한 미사여구에 현혹돼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고도 병을 키우는 사례가 허다하다.”며 “이 책이 그런 오해를 바로잡는 데 작은 도움이라도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1만원.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아시아 의료허브로 키운다

    오는 9일 개원 10주년을 맞는 삼성서울병원이 향후 10년내에 아시아 의료허브로 도약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혔다. 삼성서울병원 이종철 원장은 최근 개원 1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난 1994년 개원 이래 10년 동안 우리 의료계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해 온 삼성서울병원은 지난해 공표한 ‘비전 2010’과 2007년 완공되는 암센터 건립을 계기로 아시아 최고 병원이자 의료허브로 발돋움하겠다.”고 밝혔다. 개원 이후 10년 동안 ▲환자중심의 의료문화 정착 ▲특성화센터 중심의 선진 의료시스템 도입 ▲협력병원제 활성화 등 국내 의료계의 5대 변화를 선도했다고 자평한 이 원장은 “‘비전2010’의 달성을 위해 ▲의료진이 설명을 잘해주는 병원 ▲암 정복에 도전하는 병원 ▲첨단의료를 선도하는 병원 ▲친절하고 사랑이 넘치는 병원 등 34개 항목의 행동강령을 새로 제정, 실천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의료시장 개방을 앞두고 국내 의료기관의 경쟁력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전략적 변화가 불가피하다.”며 “이제부터는 의료의 질적 수준 향상에 포커스를 맞춰 명실상부하게 세계적 수준의 병원을 만들어 내겠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이에 따라 오는 9일 개원10주년 기념식에서 ‘비전2010’ 달성을 위한 행동강령 ‘새전통 새희망’ 실천사항 선포식을 가질 계획이다. 지난 94년 11월 개원한 삼성서울병원은 이후 10년 동안 ▲외래환자 1000만명(입원환자 50만명) 돌파 ▲26만건의 수술 ▲세계 최다인 1700여 건의 간암 고주파열치료 ▲국내 최다 소아 조혈모세포 이식 ▲병상당 신규 암환자 등록률 1위 ▲국내 최다 수면내시경검사 ▲무수혈 간이식·동종 췌장소도이식·소장이식·최연소 간이식(3개월) 등의 성과와 함께 국내 유일의 응급의료용 헬기 도입 ▲아시아 최대 감염관리연구기관(ARFID)설립 및 운영 ▲진단검사실 24시간 가동 등 다양한 의료서비스 시스템을 가동해 왔다. 또 특허출원 77건, 특허등록 40건 등 국내 최다 의료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2001년 국내 의료계에서 처음으로 미국 보건부로부터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 인증을 획득했으며 미국 국제실험동물관리공인협회로부터 아시아 최초로 동물실험에 관한 전과정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시린 이는 치아마모가 원인 올바른 칫솔질로 예방 가능

    날씨가 추워지면서 시린 이의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찬바람이 나면서 이가 시린 것은 치아를 감싸고 있는 법랑질(에나멜질)이 마모돼 외부자극이 신경으로 전달되기 때문.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 인구의 60%가 시린 이 증상을 경험했으며, 이 중 현재 시린이가 문제인 사람도 26%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여성이 많다. 잇몸 질환과 마찬가지로 임신과 출산의 영향 탓이다. 또 여성의 경우 양치와 스케일링 횟수가 남성보다 잦고 더러는 미백제를 과용해 이런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칫솔질 등으로 치아의 상아질이 마모되면 자극에 민감한 상아세관이 드러나 만성적인 시린 이의 원인이 된다. 이 때는 스케일링으로 치석을 제거한 후 필요한 치주치료를 해야 한다. 치료 방법은 신경치료나 ‘레진’이라는 재료로 시린 부분을 덧씌우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바른 칫솔질. 칫솔질은 잇몸에서 치아 쪽으로 닦아내리듯 하되 모가 부드러운 칫솔과 마모제가 적게 포함된 시린이 전문 치약을 사용해야 한다. 치과 전문의들은 “산이 상아세관에 작용하므로 시린 이 증상이 나타나면 과일같은 산성음식이나 음료를 자주 섭취하지 않아야 한다.”고 권고한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살 뺀후 체중 유지하려면 술·담배·TV시청 멀리해야”

    체중 감량에 성공한 뒤 다시 뚱뚱해지지 않기 위해서는 남자는 술과 폭식, 여자는 텔레비전 시청과 흡연을 멀리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남대 가정의학과 이근미 교수팀이 2002년 1월부터 지난 4월까지 이 대학 병원 비만클리닉을 찾은 비만환자 170명 가운데 6개월 이상 체중 감량·유지에 성공한 61명(남자 23명, 여자 38명)을 조사한 결과 남성의 경우 폭식과 식이제한(저열량, 저지방식)이, 여성의 경우 텔레비전 시청과 인터넷 사용시간을 하루 1∼2시간 이내로 제한하고 금연하는 것이 체중유지의 성공 요인으로 조사됐다고 최근 밝혔다. 이는 체중 감량 후 목표 체중을 유지하는데 영향을 끼치는 요인을 구체적으로 밝혀낸 국내 첫 연구 결과로 최근 열린 가정의학과 추계 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또 이번 조사에서는 체중 감량 후 6개월 동안 그 체중을 유지한 경우는 35.9%(남자 23명, 여자 38명)였으며, 체중이 다시 늘어난 경우는 64.1%(남자 42명, 여자 67명)로 나타났다. 이전의 연구 결과를 보면 비만한 사람들이 식이요법과 운동 및 행동조절을 포함한 여러가지 방법으로 체중을 감량하지만 5년 뒤에는 이 가운데 90% 이상 체중이 다시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단순히 살을 빼는 일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감량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며 “장기적인 체중감량 및 유지를 위해서 여자의 경우에는 금연, 식이조절과 함께 텔레비전 시청 대신 운동이나 야외활동을 하며, 남자는 식이제한과 함께 회식을 줄이는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40대이상 절반 ‘고개숙인 남성’

    우리나라 40대 이상 남성 2명 중 1명은 발기부전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남성과학회(회장 김제종)는 전국단위로 실시한 ‘국내 발기부전 역학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49.8%가 발기부전 증세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최근 밝혔다. 이번 조사는 무작위로 추출한 전국의 40∼80세 남성 1570명을 대상으로 해 면접조사 방식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40대 33.2%,50대 59.3%,60대 79.7%,70대 82%가 발기부전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나이가 들수록 유병률이 급격히 높아졌다. 특히 사회·가정적 역할이 중요한 40∼50대 중년층의 경우 절반에 가까운 43.4%가 발기부전을 겪는 것으로 나타나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게 했다. 발기부전은 고혈압, 당뇨, 전립선 질환 등 남성 건강과 밀접한 상관성이 있는 ‘선행 질병’의 성격이 강해 이를 통해 우리나라 남성의 전반적인 건강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주목되는 연구 결과로 보인다.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열린 제11회 세계 임포텐스학회(ISSIR)에서 발표됐다. 연구를 주도한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 안태영 교수는 “이번 조사는 국내 발기부전 환자의 규모를 정확히 측정했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40대 이상 한국 남성 2명 중 1명이 발기부전이라는 것은 놀라운 결과”라고 말했다. 학회 김제종 회장도 “스트레스와 서구화된 식생활 등으로 많은 중년 남성들이 심각한 질병에 노출돼 있으면서도 치료를 기피, 병을 키우는 사례가 많아 안타깝다.”며 적극적인 치료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대한남성과학회는 한국화이자제약 후원으로 11월 한달동안 전국에서 남성 건강캠페인 ‘자신만만 중년만세’행사를 갖는다. 이 기간 동안 발기부전, 전립선 비대증, 과민성 방광 등 40대 이후 중년 남성에게 흔한 질환 정보를 널리 알리기 위해 서울 등 전국 8개 도시에서 중년 부부를 대상으로 연극 ‘다시 서는 남자 이야기’를 무료 공연한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Doctor & Disease] 서울대학병원장 성상철 박사

    [Doctor & Disease] 서울대학병원장 성상철 박사

    “관절염은 결코 노화에 이르는 통과의례가 아닙니다. 스스로를 혹사한 결과이며, 자기 몸을 잘 관리하지 못한 후과라고 봐야죠. 그런 만큼 나이들어 관절염 앓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기는 생각부터 바꿔야 합니다. 치료가 되는데 기약없이 고통을 감당하며 사는 일도 어리석고요.” 성상철(57·정형외과) 서울대병원장이 병원장 부임 이후 바쁜 일과를 잠시 접고 모처럼 자신의 전공 분야인 퇴행성 관절염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의료 한국’을 상징하는 무게에다 평생 의료현장을 지켜온 경륜이 더해진 그의 말에서는 묵직한 신뢰감이 배어 있었다.“최근 들어 삶의 질이 부각되면서 오히려 퇴행성 관절염 환자가 늘고 있을 뿐 아니라 30∼40대의 젊은 환자도 많습니다. 레크리에이션이나 운동으로 관절을 무리하게 사용하기 때문이죠. 다른 기관이나 조직처럼 관절도 수명이 유한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 필요가 있습니다.” 퇴행성 관절염이란 어떤 질환인가. -나이가 들면서 관절 부위가 마모돼 통증과 강직으로 나타나는 병이 바로 퇴행성 관절염이다. 주로 나이가 들면서 관절을 이루는 연골이 닳아 발생하며, 노인 특히 여성에게 많다. 일상적으로 관절염이 삶에 미치는 영향을 어느 정도로 보는가. -관절염의 지속적이고도 심한 통증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처음에는 계단을 못오르는 정도지만 차차 병증이 심해져 나중에는 평지도 못 걷게 된다. 그렇게 해서 아예 움직이지 못하게 된 사람도 많다. 사람이 움직이지 못하거나 움직임에 문제가 있다면 그 불편과 존재감의 손상을 말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발병 추세는 어떤가. -노령화, 관절염에 대한 인식의 변화 등에 따라 환자가 느는 추세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노화에 따라 예외없이 나타나 75세 이상의 노인은 모두 퇴행성 관절염을 갖고 있다고 보면 된다. 주로 50대 후반 들어 발병하며 고령화의 영향으로 60∼70대 환자가 많다. 특히 여성이 관절염에 취약한데 이는 우리의 생활패턴이 여성의 관절을 혹사시키는 데다 폐경기 이후 여성의 호르몬 체계가 바뀌기 때문이다. 성 병원장은 이 질환의 발병 연령이 점차 낮아지는 원인을 ‘관절 혹사’에서 찾았다.“요즘 사람들이 옛날처럼 격심한 노동을 하는 건 아닌데 30대 환자가 심심찮게 있거든요. 원인은 크게 두가집니다. 하나는 운동인데, 달리기의 경우 달리는 순간 한쪽 무릎에 체중의 5배나 되는 부하가 가해집니다. 이걸 되풀이하면 관절이 견뎌내지 못합니다. 또 다른 원인은 교통사고 등 사고로 인한 손상인데, 요즘엔 차가 많아 사고 발생률도 예전과는 비교가 안 되는 세상 아닙니까.” 발병 경로는 어떤가. -나이가 들거나 손상된 관절 연골은 탄력을 잃거나 닳아 없어지게 된다. 연골이 없으면 뼈와 뼈가 맞닿아 움직일 때마다 통증을 일으키며 이때 떨어져 나온 뼛조각이 통증을 심하게 하기도 한다. 이런 병증이 무릎에만 나타나는 건 아니다. 최근에는 발목이나 고관절, 손목에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원인도 함께 짚어달라. -노화에 의한 마모가 주된 원인이지만 관절의 사용 강도와 빈도에 따라 병증이 나타나는 시기는 크게 달라진다. 운동을 많이 하는 사람은 아주 젊은 나이에도 증세가 나타나며 체중이 무거운 사람도 관절염에 취약하다. 무릎을 다쳤거나 육체노동자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안짱다리나 선천적인 연골의 결함 등 유전적 소인을 구명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진단은 어떻게 하는가. -환자의 병력을 통해 병증의 선행 요인을 파악한 뒤 이학적 검사를 통해 자세와 걸음걸이, 골격 변형 등을 파악하면 대부분 판정이 가능하다. 이게 미흡하면 X-레이로 확인하면 된다. 더러는 검진 과정에서 MRI나 CT 등을 동원하기도 하는데 이런 장비는 섬세한 치료방법이나 수술 여부를 판정하는데 필요하지 관절염 진단에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 치료에 대해서도 듣고싶다. -치료는 관절염의 진행을 억제하고 통증을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병증의 정도에 따라 경증, 중등도, 중증으로 나누는데 경증과 중등도는 약물과 함께 생활습관 개선, 운동 및 물리치료, 체중조절 등으로 증상을 개선시킬 수 있다. 그러나 상태가 좋지 않은 중등도와 중증인 경우에는 85% 정도를 수술로 치료한다. 수술은 관절경수술이 주종이고 마지막으로 인공관절 교체술을 적용한다. 특히 나이가 젊어 아직 활동량이 많은 경우에는 ‘O’형 다리를 바로잡는 경골절골술을 시행해 관절의 굴곡을 교정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관절경수술은 간편한 대신 효과가 1∼5년 정도로 짧고, 절골술은 수술 규모는 비교적 크지만 5∼10년 정도 효과가 지속되고 운동도 할 수 있다. 인공관절은 10∼15년 정도 사용할 수 있지만 마지막 선택이라는 점에서 활동 부담이 적은 고령자에게 적당하다. 성 병원장은 최근의 무분별한 인공관절 수술에 대해 정색하고 경고했다.“일부에서는 젊은 사람을 상대로 분별없이 인공관절수술을 하기도 하는데 이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인공관절수술을 하면 이후 문제가 생겼을 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고, 운동이나 일에도 제약이 많습니다. 의사나 환자가 인공관절 선택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기존 관절염 치료약이 소화장애나 위장관 출혈 등 문제가 없지 않아 최근 들어 부작용이 적고 소염기능이 뛰어난 약제를 개발 중이라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 성 병원장은 “병증이 나타나면 주저하지 말고 의사를 찾아 치료를 받는 게 삶을 잘사는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 관절보호 어떻게 세월을 막을 수 없듯 퇴행성 관절염도 일단 시작되면 진행을 막거나 이전의 상태로 되돌릴 수는 없다. 그런데도 치료가 필요한 것은 병증의 진행 속도를 늦추고 통증을 줄여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성 병원장은 이와 관련,“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관절을 질환으로부터 지켜내는 일”이라며 “관절염 증상이 나타나면 관절에 무리한 힘이 가해지는 조깅이나 등산, 에어로빅, 테니스 같은 운동을 피하라.”고 충고했다. 그는 지팡이나 목발은 보행에 도움이 되지만 더러 해가 되는 경우도 없지 않으므로 전문의와 상의해 사용하며, 잠자리는 딱딱한 매트리스를 사용하는 것이 관절 보호에 유리하다고 했다. 체중 조절도 관절 보호의 필수 조건. 체중이 무거우면 관절염의 진행이 빨라지므로 식이조절과 적절한 운동 등을 통해 체중이 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운동은 반드시 의사의 처방을 따르되, 하루에도 몇번씩 최대한으로 관절을 움직여 줘야 관절이 굳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관절의 활동량을 늘리는 운동으로는 수영과 자전거 페달밟기 등이 좋다. 또 뜨거운 목욕이나 샤워, 냉·온찜질 등은 통증을 완화시키고 뻣뻣한 증상을 완화시켜 준다. 성 병원장은 “무릎관절은 우리 몸에서 규모가 가장 클 뿐 아니라 일량과 체중 부담이 가장 많은 만큼 평소 혹사를 막고 적당한 운동으로 근력을 키운다면 관절의 수명을 오래 연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서울대학병원장 성상철 박사 ▲서울대의대 및 대학원(박사) ▲미국 하버드의대 정형외과 연구원 ▲서울대의대 학생담당 학장보 ▲서울대병원 기획조정실장, 진료부원장, 개원준비단장 ▲분당서울대병원장 ▲대한슬관절학회장 ▲대한스포츠의학회장 ▲대한관절경학회장 ▲현, 서울대병원장(서울대의대 정형외과 교수) ▲대한정형외과 스포츠의학회장 ▲대한노화학회장 ▲대한정형외과학회 차기 이사장
  • 김명인 리얼리즘? 自明한 것과 결별하라

    김명인 리얼리즘? 自明한 것과 결별하라

    70∼80년대를 거치면서 소진된 것으로 여겨졌던 리얼리즘 논쟁이 ‘논쟁은 아무리 지독한 것이라도 좋다.’는 용인의 그늘에서 다시 불씨를 지필 태세다. 진보적 문학평론가이자 황해문화 편집주간인 김명인(국민대 대학원 겸임교수)씨가 최근 출간된 자신의 세번째 평론집 “자명한 것들과의 결별’(창비 펴냄)에서 ‘리얼리즘과 모더니즘 개념의 오랜 상호의존적 이항대립은 사실 역사적인 것에 불과하기에 자명성의 감옥에서 벗어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며 이 논쟁을 새삼 다시 들춰낸 것이다. ‘자명성의 감옥’이라는 소제목을 붙인 글에서 저자는 그간의 경위를 이렇게 짚는다.“90년대 초반, 사회주의 리얼리즘 문제를 둘러싼 리얼리즘론자들 내부의 추상 수준 높은 논쟁이 썰물처럼 급격히 빠져나간 뒤…그리고 그런 경향은 일부 리얼리즘론자들의 꾸준한 단속과 경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발전하여 최근에는 이른바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의 회통’이라는 명제가 제출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사적 유물론의 인식체계와 관련된 강한 역사의식과 총체적 세계인식의 보유’를 리얼리즘론의 강점으로 꼽은 저자는 “90년대를 경과하면서 통시적 역사인식에서도, 공시적 세계인식에서도 돌아갈 정처를 찾아내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리얼리즘론은 확실히 일종의 답답한 동어반복이 되고….”라며 현실적으로 드러난 리얼리즘론을 ‘벌거벗은 임금님 꼴’에 견줬다. 그가 주목한 점은 그런 리얼리즘론의 부활. 저자는 ‘창작과 비평’ 지난해 겨울호에 실린 임규찬의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을 둘러싼 세 꼭지점’을 새로운 리얼리즘-모더니즘 논쟁의 시작으로 보고, 여기에서 비롯된 최원식·윤지관·황종연 등이 평론을 통해 드러낸 견해들에 대해 ‘자못 논쟁적이고 공격적’이었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어 “나름대로 합리적이고 또 소통 가능성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명한 것’으로 선험화된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의 개념 자체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이들의 논쟁이 가지는 한계”라고 지적하고 “‘자명한’ 것처럼 보이는 이런 개념의 오랜 상호의존적 이항대립은 사실 ‘역사적’인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런 ‘자명성의 감옥’을 벗어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한다. 저자가 말하는 ‘자명성’은 더 이상의 논란을 필요로 하지 않는 개념이다. 그래서 그는 “자명한 것과 결별해 새로운 것을 모색해야 한다.”며 이렇게 반문한다.“과연, 아직도 문제는 리얼리즘이고, 모더니즘인가. 세계에 대한 무지도 독단도 아닌, 냉소도 절망도 아닌, 탈주도 안주도 아닌, 그러면서도 ‘이것이 아닌 선택 가능한 다른 것’을, 이 미증유의 억압과 소외로 가득한 후기자본주의 세계에 대한 탐사 과정에서 윤리적·미학적 대안을 찾는 일에도 여전히 ‘리얼리즘-모더니즘’패러다임은 유효한 것인지 묻고 싶다.” 1만 8000원.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길섶에서] 땅벌/심재억 문화부 차장

    땅벌이라는, 지독한 벌이 있습니다. 몸통 색깔부터 가히 위협적입니다. 짙은 갈색과 노란색이 띠를 이룬 줄무늬는 ‘건드리면 죽어.’하는 위협처럼 보입니다. 그래봐야 곤충이라고요? 한번 쏘여보면 그 맛을 압니다. 그 놈이 독한 까닭이 있습니다. 땅벌의 꿀은 귀한 약재로 쓰여 가을이면 땅벌집을 찾아 산야를 누비는 전문 ‘꾼’까지 있을 정도니까요. 그러니 그런 모진 침노로부터 제 가족, 제 식량 지키려면 독할 수밖에요. 이맘때 땅벌집 하나 따면 횡재한 날입니다. 어떻게 따느냐고요. 모기장으로 온 몸을 감싸고 다가가 땅벌집 입구에 솔솔 연기만 피워대면 천하의 땅벌도 설설 깁니다. 그때 잽싸게 벌집을 들어내면 됩니다. 꼬맹이들, 따낸 벌집에서 꿀을 핥느라 정신 없습니다. 먹다 보면 이내 속이 달쳐 뒹굴기도 합니다만, 그래야 약이 된다며 끙끙 견뎌냅니다. 벌침을 맞은 놈은 그 새 눈두덩이 벌겋게 부풀어 오르지만 약탈의 대가라고 여겨야지요.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요. 확실히 인간의 문명이란 다른 종(種)의 희생 위에 이룩되는 것인가 봅니다. 참, 한 수 배웠다고 땅벌을 우습게 보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미물도 사람들을 보고 배워 갈수록 독해지는 법이니까요.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 치아 많이 빠질수록 뇌졸중 위험

    치아 많이 빠질수록 뇌졸중 위험

    치아가 6개 이상 빠진 남성은 뇌졸중에 걸릴 위험이 정상인보다 2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지선하 교수팀과 성치과의원 성동경 원장은 지난 96년 건강보험을 통해 구강검진을 받은 남자 7만 7012명 등 모두 10만 9174명을 대상으로 1997∼2002년 사이에 발생한 뇌혈관 및 관상동맥질환과 관련성을 분석한 결과 이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최근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 조사 대상자들의 결손치(齒) 유병률은 남성 28.2%, 여성 17.2%로 각각 집계됐다. 남성의 경우 결손치가 6개 이상일 경우 결손치가 없는 사람에 비해 출혈성 뇌졸중 발생 위험도가 1.9배 가량 높았다. 또 결손치가 6개 이상이면서 치주질환이 있는 사람은 결손치와 치주질환이 없는 사람에 비해 출혈성 뇌졸중에 걸릴 위험이 2.3배나 높게 나타났다. 결손치가 6개 이상이면서 충치가 있는 사람은 결손치와 충치가 없는 사람보다 뇌졸중 위험도가 2.2배로 높아졌다. 특히 결손치와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을 함께 가지고 있는 사람은 뇌혈관질환에 걸릴 위험도가 더욱 높아, 결손치가 6개 이상인 흡연자의 뇌졸중 위험도는 2.5배, 결손치가 6개 이상이면서 고혈압인 사람은 결손치가 없고 정상 혈압인 사람에 비해 출혈성 뇌졸중에 걸릴 위험이 9.6배나 높았다. 연구팀 관계자는 “결손치와 심혈관질환 발생 관련성은 젊은층에서 더욱 뚜렷했다.”고 말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Doctor & Disease]한양대 류마티스병원 과장 배상철 박사

    [Doctor & Disease]한양대 류마티스병원 과장 배상철 박사

    류머티즘관절염은 자신의 몸이 반란을 일으켜 발생하는 흔하고도 심각한 질환이다.“간단하게 보자면, 우리 몸은 외부 침입자를 가려 공격하는 면역체계를 갖고 있는데, 이 체계가 혼란을 일으켜 자기 몸, 특히 관절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자가면역 질환입니다.” 류머티즘분야를 특화해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는 한양대 류머티즘병원에서 류머티즘내과·루푸스과 과장을 맡고 있는 배상철(45) 박사. 시간을 쪼개 쓸 만큼 바쁜 와중에도 진지하고 학구적인 자세를 잃지 않아 ‘워커홀릭’라는 닉네임까지 얻은 그는 류머티즘관절염을 ‘인체의 반란’으로 규정했다. 류머티즘관절염이 왜 문제인가. -일단 면역체계가 혼란을 일으키면 관절 부위에서 염증을 일으켜 연골과 뼈를 파괴해 활동장애를 일으키며, 이를 방치하면 아예 걷지 못하게 되거나 최악의 경우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류머티즘관절염 환자의 경우 이 질환이 직접적인 사인이 되는 비율이 정상인보다 2∼2.5배 정도 높다. 발병 추세와 경향은 어떤가.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는 전국 지표조사나 통계가 따로 없어 정확한 추세를 잡기는 어렵지만 환자가 누적되면서 전체적인 유병률은 전 국민의 1% 정도로 완만하게 늘고 있고 발병률은 주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비슷한 추세다. ●불구될 확률 30%서 2~3%로 경향도 예전과 큰 차이가 없다. 단, 과거와 달리 좋은 약제가 많아 이 질환으로 불구가 될 확률이 예전의 30%에서 지금은 2∼3% 정도로 줄었다. 놀라운 성과다. 연령대별로는 발병 시점을 기준으로 할때 30∼40대 여성이 전체 환자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많다. 물론 어린이나 노인 환자도 많다. 발병 원인은 무엇인가. -아직까지도 정확한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유전적 소인에다 바이러스 감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사견이지만 바이러스 감염이 문제라고 봤을 때 최근들어 전반적인 위생관념의 확산이 발병률 하락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배 박사는 이와 관련, 이 질환이 유전적 소인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지 유전병은 아니라고 부연했다. 그는 아직 발병 경로나 원인 등이 규명되지 않아 조심스럽다면서 이런 견해를 밝혔다.“감염에 대한 노출을 적절하게 차단하고, 운동 등 규칙적인 생활을 할 경우 발병률이 확실히 낮습니다.” 일반적인 증상은 어떻게 나타나나. -관절이 붓고 통증이 심하며,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 관절이 뻣뻣한 조조강직이 나타난다. 턱관절에 류머티즘이 와 음식을 씹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특징적인 것은 이런 증상이 오전에 심했다가 오후되면 완화되나, 증상이 심해지면 오후까지 계속 이어지기도 한다. 또 피로감, 체중감소, 미열 등이 보이기도 한다. 진단은 어떻게 하나. -조기발견의 필요성 때문에 일반적인 진단기준보다 의사의 진찰 소견을 중요하게 여긴다. 부수적으로 혈액검사를 통한 자가항체검사, X-레이를 통해 연골 파괴 정도와 유형 등을 감안, 판별하는 게 일반적이다. 치료 방법도 상세히 설명해 달라. -흔히 류머티즘관절염은 치료가 안된다고들 하는데 그건 오해다. 좋은 약제가 많아 조기에 적절히 치료하면 충분히 완치가 가능하다. 특히 최근에는 유전공학을 이용한 약제가 개발돼 환자들의 근심을 덜어주고 있다. 치료의 기본은 약제를 이용해 잘못된 면역기능을 조절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보조적으로 물리요법과 운동치료법, 관절기능을 회복시키는 작업치료법, 심리치료법 등이 두루 적용된다. 주로 인공관절을 삽입하거나 내시경으로 망가진 뼈를 깎아내는 관절내시경수술 등 수술치료법은 약물만으로는 치료에 한계가 있는 경우에 적용한다. 모든 환자에게 약물치료는 기본적으로 적용되는 치료법이며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전체 환자의 10% 정도인데, 이 경우에도 약물을 병용한다. 배 박사는 특히 물리치료 등 보조적 치료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우리나라에서는 당장의 통증 제거를 능사로 삼지만 미국만 해도 이런 보조치료가 일반화해 많은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예컨대 아무리 좋은 약제를 써서 잘 치료해도 관절은 사용하지 않으면 점차 기능이 약해집니다. 그걸 제대로 된 치료라고 할 수는 없지요.” 완치도 가능한가. -당연하다. 증상이 가벼운 경우 적어도 30%는 완치되며 완치율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빨리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점이다. 병증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에 해당하는 나머지 가운데 50∼60%는 당뇨병처럼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며,10% 정도는 치료에도 불구하고 병증이 심해지는 경우라고 보면 된다. 이 질환은 완치 후에도 관리를 소홀히 하면 재발하는 경우가 적지않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 ●완치 가능하나 재발 신경써야 증상이 가벼운 경우라면 1∼2년 정도 치료해 뚜렷한 병증의 개선을 확인할 수 있지만 그 밖의 경우라면 치료기간을 예측할 수 없다는 그는 특히 ‘어중간한 치료’를 경계했다.“상태가 나아지지 않더라도 악화되지만 않으면 치료에 대한 기대를 가질 수가 있는데, 고양이를 고아 먹는다는 등 근거없는 민간요법에 매달릴 경우 경제적 부담은 물론 병증까지 악화되기 일쑵니다. 병증이 나타나면 하루라도 빨리 병원을 찾아 치료법을 찾는 게 현명합니다. 물론 의사도 이 질환의 특성을 십분 이해해 환자와 진지하게 교감하고 소통하는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됩니다. 그게 안 되면 결국 ‘무식한 진료’일 뿐이지요.” ■ 배상철 박사 ▲한양대의대 및 대학원(박사)▲미국 하버드대학 임상역학석사▲현, 대한내과학회 회원▲현, 대한류머티즘학회 보험위원장▲현, 대한임상약리학회 회원▲현, 미국류머티즘학회·세계루푸스전문가학회·유럽소아관절염치료연구회·세계약물경제학회·세계 삶의 질학회 회원▲대한류머티즘학회 학술상·한양대 최우수교수상 등 수상.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이종원기자 jongwon@seoul.co.kr
  • 어린이 요가, 키크고 몸도 튼튼해져요

    성장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고민이 크다. 체격은 크지만 신체 충실지수는 턱없이 낮은 약골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큰 키’가 사람을 보는 잣대로 인식되면서 어떻게든 키를 키워 보려는 학부모들의 노력은 차라리 눈물겹다. 오죽하면 줄넘기 등 ‘운동 교습’까지 시킬까. 이런 어린이와 성장기 청소년들이 요가를 통해 키도 키우고, 몸도 튼튼하게 다지도록 만들어진 ‘키 쑥쑥 몸 튼튼 어린이 율동요가’(MBC프로덕션, 미라클상사 공동 제작)가 출시돼 눈길을 끈다. 미스코리아 출신 한의사인 김소영 원장과 요가전문가인 신혜숙씨가 어린이들 눈높이에 맞춰 손쉽게 가정에서 따라할 수 있도록 ‘가정용’으로 꾸몄다. 또 MBC-TV ‘뽀뽀뽀’에 ‘뽀미 언니’로 출연중인 탤런트 김동희씨가 해설을 맡아 친근하게 배울 수 있도록 배려했다. 책으로 배우는 요가는 연속동작이 그림으로 표현되지 않아 어지간한 의지가 없으면 가정에서 배우기가 어렵다. 이런 점을 감안, 이 비디오는 1편과 2편을 각각 ‘키 쑥쑥 요가’편과 ‘몸 튼튼 요가’편으로 나눠 요가원이나 피트니스센터에 가지 않고도 매일 집에서 쉽고 재미있게 요가율동을 따라 하도록 했다. 키를 키우는 요가를 모은 1편에서는 키 크는 스트레칭을 비롯, 동물이나 사물의 자세 또는 모양을 응용한 요가와 순발력과 바른 자세를 가르치는 게임, 키 크는 음식은 물론 김 원장이 직접 성장판을 자극하는 경혈 짚는 법까지 소개하고 있다. 또 몸을 다지는 요가를 담은 2편에서는 눈과 머리, 어깨와 가슴, 허리와 엉덩이, 다리, 소화기관 등 부위별로 나눠 체계적인 동작을 배울 수 있도록 했다. 김 원장은 이 비디오를 딸을 위해 만들게 됐다고 말한다.“한의사이자 엄마로서 딸의 건강에 대한 걱정과 기대를 담아 제가 직접 딸과 함께 요가율동을 하면서 익히고 배운 내용을 정리하고, 보완해 만들었다.”며 “비디오에 담긴 내용이 제가 딸에게 가르쳤던 것보다 내용이 충실하고 쉽다.”고 덧붙였다. “비디오에 담긴 내용을 재미있게 따라 하다 보면 몸 곳곳의 성장점과 성장판을 자극해 키가 자라고 아름다운 체형을 갖게 된다는 사실을 학부모들이 직접 체험하게 될 것”이라는 김 원장은 “모든 운동이 그렇듯 이 비디오도 부모와 자녀의 대화, 대화를 통한 교감과 거기에서 얻는 일체감까지 의식해 만들었다.”며 매일 일정 시간 꾸준히 따라할 것을 권했다. 전2편 2만 2000원.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류마티스 관절염 진단 어떻게

    류머티즘관절염은 진단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미국 류머티즘학회에서는 별도의 분류 기준을 만들어 의사들이 진단에 사용하도록 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류머티즘관절염 역시 초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완치의 조건인 만큼 자가진단으로 병증을 조기에 찾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배 박사는 “자가진단을 통해 몇몇 특징적인 증상을 확인했다면 서둘러 병원을 찾는 것이 치료의 지름길”이라며 이런 방법을 소개했다. 우선, 병원 검진에서 류머티즘인자가 양성으로 나타난 사람은 현재 류머티즘관절염이 진행 중이거나 발병 가능성이 높으므로 정확한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이런 검사를 받지 않았더라도 아침에 자고 일어났을 때 1시간 이상 관절이 뻣뻣한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된 적이 있는 경우, 팔꿈치나 발목 관절 주위에 약간 튀어 오르거나 혹처럼 생긴 결절이 나타난 적이 있다면 류머티즘관절염을 의심해 봐야 한다. 또 팔꿈치나 손목, 손가락, 무릎 등의 관절 부위에서 한달 이상 열이 나거나 붓고 통증이 나타난 경우도 같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면 된다. 배 박사는 “이런 경우라도 자가진단이 확진은 아닌 만큼 병증이 심화되기 전에 병원을 찾아 증상의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여성 대장질환 조심하세요”

    여성 대장질환자가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장·항문 전문병원인 대항병원은 지난 97년부터 지난해까지 이 병원에서 대장질환으로 진단받은 환자를 성별로 분석한 결과 남성은 97년 39.8%에서 2003년 53.4%로 13.6%포인트, 같은 기간 여성은 22.5%에서 38.2%로 15.7%포인트가 증가해 남성의 증가율을 앞질렀다고 최근 밝혔다. 여성 대장질환 유형으로는 용종(폴립)이 85%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대장암, 대장염이 각각 7%로 집계됐다. 연령대 별로는 50대가 32.2%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으며 이어 40대 26.6%,60대 20.6%,30대 10.4% 등으로 나타나 30∼40대가 전체의 40%를 차지했다. 이 병원 이은정 과장은 “식생활이 육류와 인스턴트식 등 서구식으로 바뀌면서 나타나는 추세로 보인다.”며 “가족력이 있고 갑작스러운 배변습관의 변화, 검은 혈변, 잔변감, 변비나 설사가 잦거나 빈혈과 체중 감소, 복부 팽만이나 소화불량이 잦을 때는 대장암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고 권고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침묵의 살인자’ 뇌졸중 내가 걸릴 가능성은?

    ‘침묵의 살인자’ 뇌졸중 내가 걸릴 가능성은?

    뇌졸중은 특별한 증상이 없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침묵의 살인자’로도 불린다. 국내 사망률도 인구 10만명당 73.2명으로 전체 2위에 이를 만큼 심각하다. 특히 요즘처럼 기온이 떨어지고 일교차가 클 때 발병률이 크게 높아지며, 일단 발병하면 사망하거나 언어장애나 사지마비 등 2차 후유증이 나타나기 때문에 예방책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방을 위해서는 뇌졸중의 위험인자를 미리 파악해 대처하는 것이 최선이다. 대한뇌졸중학회는 오는 6일 ‘뇌졸중의 날’을 맞아 뇌졸중 위험인자에 따라 뇌졸중에 걸릴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를 예측할 수 있는 자가진단표를 최근 마련했다. 자가진단을 위한 뇌졸중 위험인자로는 연령, 혈압 및 당뇨, 흡연 등 뇌졸중과 상관성이 큰 여러 요인들이 종합적으로 고려됐다. 자가진단법은 우선 연령대 및 혈압의 수치에 따라 0∼10점으로 구분하고, 관련 질병 유무에 따라 2∼6점의 점수를 부여한 뒤 해당되는 점수를 합산해 여기에 해당되는 ‘10년 내 뇌졸중 발생률’을 평균치와 비교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70세 남자가 수축기 혈압이 180㎜Hg에 고혈압 치료 중이면서 당뇨가 있고 흡연자라면 나이에 따른 점수 5점, 혈압 점수 7점, 위험인자 질병 중 고혈압치료 2점, 당뇨 2점, 흡연 3점을 모두 합해 19점이 된다(남성 표1 참조). 이를 점수별 10년 내 뇌졸중 발생률로 환산하면 32.9%가 되므로(남성 표2 참조) 이 사람의 10년 내 뇌졸중 발생률은 일반적인 평균치 13.7%보다 2.4배나 높은 것이다. 이와함께 학회는 50대 이후부터는 열살이 늘어날 때마다 뇌졸중 발생률이 2배씩 높아진다는 등 각 위험인자별 뇌졸중 발생률도 함께 제시했다(남성 표3 참조). 학회는 “자가진단 수치가 평균치보다 높으면 바로 의료기관을 방문해 정기 검진을 받고 예방 활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뇌성마비 치료 승마가 효과적

    승마가 뇌성마비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임상 결과가 제시됐다. 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 김현숙 교수팀은 2001년 4월부터 올 6월까지 뇌성마비 환자 29명을 대상으로 승마치료를 적용한 결과 걷기, 도약, 서기, 무릎서기 등의 대(大)근육 운동능력이 향상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최근의 대한재활의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김 교수팀에 따르면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뇌성마비 어린이 환자 29명을 선정, 주1회 30분씩 10주간 실시하는 단기승마치료를 실시한 결과 무릎과 발목 등의 관절운동과 대근육 운동능력이 두드러지게 향상됐다. 또 이들 중 10명을 대상으로 주 2회 각 30분씩 24주간 실시한 장기승마치료에서는 걷기, 뛰기, 도약 등에서 운동기능평가지수(GMFM)가 높아졌으며 서기와 기기, 무릎서기 등의 지수도 크게 향상됐다고 의료진은 덧붙였다. 병원측은 삼성전자 승마단의 지원으로 매주 화·목·토요일 경기도 군포시에 위치한 승마장에서 환자에게 승마치료를 실시하고 있다. 김 교수는 “승마치료는 대근육 운동능력과 균형감각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뇌성마비 어린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줘 치료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한다.”며 “선진국에서도 이미 효과가 검증된 승마치료 적용 대상을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체외인공심장 응급환자 살렸다

    국내 의료진이 우리 기술로 개발한 ‘체외 박동형 생명구조장치(TPLS)’를 이용해 심폐소생술이 불가능한 심인성 쇼크 환자 2명을 소생시켰다. TPLS는 심장마비를 일으킨 환자에게 혈액과 산소를 공급하는 일종의 ‘체외 인공심장’으로,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유사한 기기가 개발됐으나 이를 이용해 응급환자를 구한 보고 사례는 이번이 세계에서 처음이다. 고려대 안산병원 흉부외과 신재승 교수팀은 최근 심인성 쇼크로 이 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2명의 응급환자를 대상으로 TPLS를 이용, 심폐기능을 유지하도록 한 뒤 관상동맥 수술을 통해 심장 기능을 정상으로 회복시켰다고 29일 밝혔다. 의료진은 “환자 중 1명은 심실성 빈맥으로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혈압이 40㎜Hg까지 떨어져 사망 직전의 위급한 상황이었으나 의료진이 환자의 대퇴정맥에 TPLS의 혈액 공급관을 넣은 뒤 기기의 인공폐로 산소를 흡착시킨 혈류를 강제 순환시켰다.”며 “이런 조치 후에 관상동맥 촬영 등 필요한 검사를 거쳐 무사히 스텐트 시술을 마쳤다.”고 밝혔다. 이번에 의료팀이 사용한 TPLS는 서울대의대 의공학교실 민병구 교수팀이 지난 2월 처음 개발해 전국의 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종합병원과 구급차에 사용할 수 있도록 식약청의 허가를 얻은 제품이다. 연구팀은 이번 시술 결과를 오는 11월2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열리는 심장 관련 국제세미나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길섶에서] 첫 맛/심재억 문화부 차장

    아주 죽는 줄 알았다. 초등학교 5∼6학년 무렵이었다. 친구와 놀다가 심심파적으로 담배밭에 들어간 게 화근이었다. 밑동의 사윈 잎을 둘둘 말아 불을 붙였는데, 그만 한 움큼의 연기가 턱, 목에 걸린 것이었다. 흉통이 뻗쳐 엎드린 채 한참을 켁켁거리다가 정신을 차리니 친구놈은 곁에서 연방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요새 나오는 상품화된 담배는 그래도 좀 순화해 만드니 담배밭에 숨어들어 빨던 자연산 잎담배와는 격이 다르다. 독했든 말았든 어렸을 때부터 멋지게 ‘시가’를 빨았으니 흡연에 관한 소양만큼은 일찍부터 비범(非凡)한 싹수를 보인 셈이었다. 그러나 그런 일탈이 언제까지나 비밀일 수는 없었다. 친구놈이 어찌어찌하다 나와 담배 피운 얘기를 털어놓은 게 아버지 귀에 들어가 시쳇말로 ‘뒈지게’ 매타작을 당해야 했다. 그러저러 세월이 흘러 머리 큰 뒤에 무슨 귀신이라도 들러붙은 것처럼 담배를 피우게 됐는데, 돌이켜보면 심신의 건강에 이만한 해악이 다시 있을까 싶다. 서울지역 초등학생의 1.3%가 담배를 피운다는 얘기에 마치 담뱃불에 데인 것처럼 속살이 뜨거워진다. 흡연만한 자학(自虐)이 어딨겠는가.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 [길섶에서] 지하철 화장/심재억 문화부 차장

    제법 깐깐해 뵈는 옆자리 할아버지는 연신 혀를 차댔다. 저러다 버럭 고함이라도 지르지 않을까 내심 조바심도 났다. 저물녘 지하철, 이제 스물두엇쯤 됐을까. 맞은편의 젊은 아가씨는 손거울을 꺼내 들고 연방 얼굴을 토닥거렸다. 그 정도는 약과다. 아예 눈을 치뜨고 아이라인을 긋거나, 입술을 이죽거리며 립스틱을 바르기도 한다. 온갖 표정을 거울에 비춰가며 내놓고 화장을 하는 여자의 모습에서 시대의 낯선 모습을 본다. 그것은 자유분방이겠지만 거기에서는 배려없는 자기중심의 독선과 왠지 설익어 보이는 평등의 풋내가 배어나 지켜보기 조금은 쑥스럽다. 그런 사람과 맞닥뜨리면 가뜩이나 시선 둘 곳 없는 지하철에서의 20∼30분이 내내 불편하다. 사람이 좋고, 그래서 죽을 때까지 모든 사람에 대해 깊고 절실한 연민을 갖고 살도록 모두가 조금씩 추한 것을 가려 가는 모습은 또한 얼마나 인간적이겠는가. 그래서 말인데, 화장만큼은 좀 은밀하게 하는 게 어떨까? “바쁜 세상에 이것저것 다 따지고 어떻게 사느냐?”고 항변한다면 별로 할 말은 없다. 갓 쓰고 박치기를 하든 말든 서로 상관 안 하는 세상이니….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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