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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방세동 ‘전극도자 절제술’ 효과적

    난치성 부정맥으로 뇌졸중의 주요 원인인 심방세동을 전극도자시술로 완치할 수 있다는 임상 결과가 제시됐다. 기질적 원인과 고혈압 심장병 스트레스 음주 등이 원인인 심방세동은 흔한 지속성 부정맥이나 치료가 어려워 난치병으로 분류된다. 증상은 불규칙한 맥박, 어지럽거나 답답함, 두근거림, 졸도, 중풍 등이며, 심방세동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뇌졸중은 5배, 심부전은 2배 이상 발병률이 높으나 지금까지는 주로 약물치료에 의존, 근본적인 치료에 미치지 못했다. 고대안암병원 부정맥센터 김영훈 교수팀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98년부터 지난 3월까지 17∼80세(평균 52.5세)의 남녀 심방세동 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전극도자 절제술을 적용한 결과 80%의 완치율을 보였다고 최근 밝혔다. 시술 결과 만성환자(55명)의 경우 완치율이 70%에 달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백내장 수술로 노안도 고친다

    백내장과 노안을 한번의 수술로 해결하는 치료법의 성과가 국내 처음으로 발표됐다. 삼성서울병원 안과 정의상 교수는 지금까지 사용해 온 고정식 인공수정체 대신 자동초점조절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수술을 받은 23명(27건)의 백내장 환자를 추적 조사한 결과 수술 두달 후 일반시력이 0.7∼1.0의 정상수준으로 회복됐으며, 근거리 시력도 돋보기 없이 성경책을 읽을 만큼 향상됐다고 최근 밝혔다. 조사 결과 백내장 수술 후 원거리 시력(일반시력)은 수술 2주 후 평균 0.83에서 한달 후 0.86, 두달 후 0.8로 안정적이었으며, 노안의 기준인 근거리 평균시력도 수술 2주 후 0.65이던 것이 한달 후 0.72, 두달 후 0.67로 돋보기 없이 성경책을 읽을 수준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근거리 시력 0.65는 돋보기 없이 성경책을,0.5는 신문을,0.4는 일반 서적을 볼 수 있는 수준이며, 통상 노안은 연령차가 있으나 0.15 이하의 근거리시력을 보인다. 백내장 수술의 경우 지금까지는 환자가 근거리나 원거리 시력 중 한 가지를 택해야 했으나 정 교수가 사용한 자동 초점조절 인공수정체는 안구 모양체 근육의 움직임에 따라 인공수정체가 앞뒤로 움직여 원근을 조절하는 기능을 가진 것으로, 이 수술법은 2003년 미국 FDA 승인을 받았으며, 국내에서 치료 성과가 보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교수는 “미국에서는 이 수술을 받은 환자 74%가 돋보기 없이 생활한다는 보고가 있었다.”며 “이 수술로 백내장과 노안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어 노년기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길섶에서] 곤로/심재억 문화부 차장

    일본 사람들이 만들어 유행시켰다는 ‘곤로’라는 게 있었지요. 유리심지가 아래쪽 기름통에 닿아 불을 피우는 조리기구였습니다. 더워서 연탄불 때지 못할 때 간편하게 밥 짓기에는 그만이었습니다. 한되들이 소주병 들고 기름집 드나드는 일은 귀찮았지만 안 먹고 살 수는 없었으니까요. 이 곤로가 신주단지처럼 부엌 가운데 떠억 자리를 잡습니다. 부엌에 아궁이 두개를 만들어 대솥과 중솥을 따로 걸어 썼지만, 곤로가 나온 뒤부터 작은 아궁이는 쓸모가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거기 걸려 있던 무쇠솥은 헛간이나 뒤란을 뒹굴다 마침내 엿장수 손에 넘어가고, 아궁이를 메운 자리에 멋진 ‘후지카’ 곤로가 놓여 사랑을 독차지합니다. 땔감 안 들지, 힘들게 불 지피지 않아도 저절로 익히고 끓이니 얼마나 기특했겠습니까. 다들 ‘살다 보니 이런 세상도 다 있구나.’싶었지요. 한날, 이 곤로가 아버지의 비위를 건드렸습니다. 어떻게 튀었는지 밥상에 올린 찌개에서 석유 냄새가 진동한 것이지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아버지,“세상에 거저 좋고, 거저 편한 게 는디, 모두 다 새 것만 좋다고들 야단법석들이니….”하시며 가만히 밥상을 물리셨습니다.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 고추장 단지를 보내니/ 박지원 지음

    범접이 어려울 만큼 준열하고 꼿꼿하다. 그러다 넌지시 넉살을 부리고, 돌연 농과 해학을 질펀하게 늘어놓고는 쪼글쪼글한 얼굴로 파안대소한다. 흔히 이런 이미지로 떠오르는 옛 선비지만 그것은 한두 측면일 뿐 선비의 모습을 총체적으로 그리기는 쉽지 않다. 사대부란 기질적으로 사생활을 감춘 부류였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열하일기’ 등으로 친숙한 연암 박지원(1737∼1805)도 이런 부류의 선비였다. 그런 까닭에 그동안 수많은 학자들이 그의 행적과 사상을 캐고, 뒤집었지만 도무지 진면목이 드러나지 않았다. 그런 연암의 맨얼굴이 ‘형틀에 묶여 궁둥이가 까인 것처럼’ 여지없이 드러났다. 그는 1787년 부인 이씨와 사별했다. 슬하에 종의, 종채 두 아들을 두었으나 아내를 먼저 보냈으니 타관에서 벼슬살이를 하는 처지이면서도 집안 일에 마음을 쓰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아내와 사별한지 9년째 되는 해, 안의현감으로 있던 그는 서울의 두 아들에게 편지를 썼다. ‘어미 잃은 처지’라는 데 생각이 미쳤던지 뜬금없이 고추장 얘기를 꺼낸다. 그냥 먹으라는 것도 아니고 ‘어디에 두고 어떻게 먹으라.’며 시시콜콜 적어 가르친다. 그러나 이것은 약과다. 글 말미에 고추장을 손수 담갔다고 적은 것은 진솔을 넘어선 큰 선비의 파격적 일탈 아닌가. 이런 내용은 서울대 박희병(국어국문학) 교수가 최근 펴낸 ‘고추장 작은 단지를 보내니’(돌베개)에 담겨 있다. 처음 공개된 이 서간첩에는 연암이 안의현감으로 재임했던 정조20년(1796년) 정월부터 이듬해 8월 사이에 적은 편지글 32통이 수록됐다. 글을 읽다 보면 그의 사소함이 더할 나위없는 친근함으로 다가온다. 중요한 것은 그가 맨 얼굴을 드러냈지만 무엇도 그의 대단함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박 교수는 “연암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았다.”고 했다.8500원.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알코올중독 맞춤 치료법 길 텄다

    술을 잘 마시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어떤 신체적·기질적 차이를 가진 것일까. 이런 궁금증에 답이 될 연구 결과가 세계 최초로 국내 연구진에 의해 제시됐다. 결론은 같은 알코올중독 환자라도 유형에 따라 유전적으로 알코올 분해능력이 다르며 여기에 작용하는 것이 쌍을 이루고 있는 대립유전자의 활성화 여부라는 것. 보통 알코올중독은 제1·제2형으로 나뉘는데, 제1형은 25세 이후 발병하고 우울증 등 심리적 의존증상이 많은 반면, 제2형은 25세 이전에 발병하며 강박적 음주와 주사 등의 행동양태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한림대의료원 한강성심병원 신경정신과 최인근 교수는 정상인 38명, 제1형 알코올 중독 환자 48명, 제2형 알코올 중독 환자 24명 등을 대상으로 알코올 탈수소효소의 대립유전자 분포를 비교 분석한 결과, 정상인과 제1형 환자는 각각 53%와 48%가 활성형 대립유전자(ADH2·2)를 가져 음주 후 독성반응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제2형 환자의 경우 대립유전자가 28%에 그쳐 음주에 따른 독성반응이 그만큼 적었다고 2일 밝혔다. 또 정상인과 제1형은 각각 11%와 12%만이 비활성형 대립유전자(ADH3·2)를 가져 음주 후 독성반응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았으나 제2형은 이 대립유전자가 32%나 돼 음주 후 독성반응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알코올 탈수소효소의 유전형 분포에서도 정상인과 제1형 환자가 각각 24%와 19%의 활성형 대립유전자를 가져 음주 후 독성반응이 많았지만, 제2형은 이런 유전형을 갖는 경우가 전혀 없어 음주에 따른 독성반응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남제주군 사람 발자국 화석 구석기시대에 만들어진것”

    “남제주군 사람 발자국 화석 구석기시대에 만들어진것”

    2003년 10월 제주도 남제주군 안덕면 사계리 해안에서 발견된 사람 발자국과 각종 동식물 화석이 최소 6000∼7000년 전에서 길게는 1만 3000∼1만 5000년 전의 구석기 시대에 형성됐다는 연대측정 결과가 공개됐다. 문화재청은 화석 발견 후 이의 생성시기를 둘러싸고 진행돼온 논쟁을 해결하기 위해 사람 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층위의 지질 연대를 두 가지 방식으로 측정한 결과 탄소동위원소 측정방법에서는 ‘1만 3513±65∼1만 5161±70년 전’이라는 결과를, 광여기루미네선스(OSL) 측정방법에서는 ‘6800±300∼7600±500년 전’이라는 결과를 각각 얻었다고 1일 밝혔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길섶에서] 횟가루포대 시절/심재억 문화부 차장

    ‘횟가루 포대 갖고 똥 누러 가는 놈’이라는 말이 있지요. 뻣뻣한 횟가루 포대를 찢어들고 뒷간을 찾을 만큼 사리분별 못하는 사람을 빗댄 말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누른 횟가루 포대 종이는 두껍고 질겨 딱지를 만들거나 책표지 입히기는 그만이었습니다. 예전에야 이런 종이까지 미제를 수입해 썼다는데, 다른 건 몰라도 미제가 참 실하긴 했습니다. 미국이 지원한 구호용 밀가루를 배급할 때면 마을 공터에 아이들이 왁자하게 모여들었습니다. 빈 종이포대를 얻어가기 위해서지요. 그걸 가져다 실밥 풀어 손질하면 방바닥 장판지로 그만이었거든요. 요즘 최신식 아파트도 방바닥만은 노리끼리한 패턴 일색인데, 다 이 횟가루포대가 내력이 아닐는지요. 이걸 방바닥에 바르고 니스나 들기름을 먹여 놓으면 반질거리는 게 여간 좋아보이지 않았거든요. 새로 기름 먹인 장판지 위에 누워 잠이 듭니다. 콧구멍만한 봉창이지만 새 장판지 때문에 기분 좋게 밝고 쾌적합니다. 방바닥에 얼굴을 대고 잠 들라치면 코로 스미는 들기름 내가 참 새롭고 안온했습니다. 햇빛 밝고 조용한 날, 제비 재잘대는 소릴 들으며 조는 그 풍치라니.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 청동기시대 저수지 발굴

    청동기시대 저수지 발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청동기시대의 저수지 유구가 경북 안동시 저전리 유적에서 확인됐다. 경북 영주 동양대박물관(관장 이한상)은 지난 3월부터 국도 5호선 확장공사 구간인 경북 안동시 서후면 저전리 일대에 대한 발굴조사를 벌여 26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청동기시대 인공연못(저수지)을 포함한 저습지 유적을 확인했다고 31일 밝혔다. 조사 결과 이 저수지는 하천 등 자연수로(水路)가 있는 계곡에 평면 장방형으로 파서 만든 인공연못으로, 전체 길이가 약 50m, 최대 너비가 15m에 이르는 규모로 확인됐다. 기반토를 45∼50도 기울기로 파냈으며 지금까지 드러난 지표 기준 최대 깊이는 2m를 넘는다. 바닥은 굴곡이 있으나 대체로 편평하며 바닥면에서는 자연수로의 흔적이 드러났다. 발굴팀은 또 이곳에서 청동기시대 전기를 대표하는 것으로 알려진 공열문(구멍 뚫린 토기) 토기편과 석기편 등을 여러 점 수습했다고 덧붙였다. 발굴팀은 바닥면에서 확인된 토기와 석기편 등으로 미뤄 이 저수지가 최소한 2600년 전 이상의 시대에 축조된 것이 확실하며, 이르면 청동기시대 전기인 기원전 8∼7세기까지 축조 연대를 소급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한상 관장은 “문헌기록에 따르면 지금까지 한반도에는 서기 3∼4세기 무렵에 벽골제와 의림지 등을 축조한 기록이 있을 뿐 그 이전에 저수지가 존재했다는 기록이나 유구는 없었다.”며 “이 저수지는 후대 저수지의 시원형으로 청동기시대 농경문화의 발전과정뿐 아니라 당시의 사회구조를 밝힐 수 있는 근거라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저체중아 2100g→2400g 바꿔야”

    우리나라 저체중아의 기준을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김민희 건국대병원 소아과 교수는 최근 열린 대한신생아학회에서 지난 2001∼2003년도 신생아 11만 5037명을 분석한 결과 만삭으로 태어난 신생아 중 하위 10%(부당경량아)의 평균 체중이 2420g(남아 2470g, 여아 2375g)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루브첸코의 기준치보다 300g 이상 높은 것이다. 부당경량아의 경우 정상 태아보다 저혈당증, 다혈구증, 저체온증 등 신체적 이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신생아의 경우 실제 임신 기간인 재태연령 산정 및 산모의 약물복용 병력 파악, 저체온 예방, 적혈구 수치 검사, 출생 직후의 혈당 검사, 선천성 감염 여부 검사, 염색체의 유전적 이상 평가는 물론 성장 과정에 대한 추적관찰이 필요하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길섶에서] 써래/심재억 문화부 차장

    쟁기질 일꾼 남용이가 아침부터 아버지의 타박을 듣습니다. 무논에 이빠진 써래를 그냥 밀어넣은 게 발단입니다. 써래라는 게 망치 자루만한 이빨을 성기게 박아 모내기할 무논을 빗질하듯 가는 농구였는데, 이 걸로 덩이진 흙을 으깨지 않으면 손끝이 쉬 헐어 모내기를 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허섭한 사람 같으니라고. 써래질 그렇게 건성으로 할라치면 이종도 몽땅 네 놈이 해.” 농 섞인 나무람이지만 남용이는 무안해 어쩔 줄 모릅니다. 그도 그럴 게 농사일이라는 게 몸보다 마음으로 하는 일이라는 걸 남용이가 모를 턱이 없거든요. 그 ‘마음’이라는 게 ‘정성’의 다른 말이니,‘나락이 주인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큰다.’라는 말 허언이 아닙니다. 서둘러 마른 가지를 추려 이빨을 박은 남용이가 써래질을 시작합니다. 바짓가랑이를 다 적시며 써래질하는 남용이 뒤를 따라가다 보면 어디선가 뜸부기 소리 꿈결처럼 퍼져 오고, 소 부리는 남용이의 걸쭉한 목청도 구성집니다. 반나절쯤 논배미 하나를 써래질하고 먹는 고봉 새참밥은 또 얼마나 맛납니까. 다 노동이 주는 여락이니, 일하지 않고 무위도식하는 사람이 이런 즐거움을 알 턱이 없지요.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 [Doctor & Disease] 사는 기쁨 신경정신과 김현수 원장

    [Doctor & Disease] 사는 기쁨 신경정신과 김현수 원장

    “많은 부모들이 ‘요즘 애들 인터넷게임 예사지, 뭘 그래.’라고 여기고, 애들도 예사로 ‘재밌잖아요. 그러면 됐죠.’라고들 말합니다. 그러나 그랬던 많은 사람들이 후회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게임은 입맛으로 중독되는 패스트푸드와 같습니다.” 치유적 대안학교인 ‘성장학교 별’교장이자 인터넷중독 치료센터에서 활동하는 등 정신장애, 특히 인터넷중독의 치료와 예방을 위해 헌신적으로 뛰는 ‘사는 기쁨 신경정신과’ 김현수(40) 원장. 그는 요즘의 인터넷 환경을 두고 “외적 통제의 과잉과 내적 통제의 부재 속에 500만 청소년들이 정서적·정신적으로 방치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와 인터넷중독을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인터넷중독은 어떤 질환이며, 그걸 질환으로 구분해도 되나. -인터넷중독이 우울증이나 충동조절장애에 의한 질환이냐, 아니면 독립 질환이냐를 두고 아직 논란이 많아 지금 딱부러지게 규정하기는 곤란한 측면이 있다. 분명한 것은 생물학적·심리적 측면은 더 많은 논란과 연구를 거쳐야겠지만 행동적 징후는 이미 다양하고 농후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중독은 어떻게 구분하나. -학문적으로 정형화된 것은 아니지만 사이버 게임중독과 채팅에 빠지는 사이버 관계중독, 성적 음란물을 탐닉하는 사이버 성중독으로 나눌 수 있다. 증상의 특이성은 무엇인가. -행동상 두드러진 특징은 인터넷에의 과도한 집착, 밤낮이 바뀌고 소요 시간에 관대해지는 시간감각의 왜곡, 지나친 공상이나 사이버공간에 대한 터무니없는 의미 부여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특징은 사회적 관계를 기피하는 등 대인관계 패턴의 변화와 소통의 단절 등 가족관계의 변화로 구체화된다. 인터넷중독의 원인과 발병 기전을 설명해 달라. -중독을 과거에는 약물처럼 직접 뇌에 주입되는 경우에 국한해 이해했으나 요즘에는 도박, 쇼핑중독에 이어 인터넷중독,TV중독 등 반복적이고 강박적인 행위가 뇌의 생리적 상태를 변화시키는 것으로 간주한다. 실제로 게임중독자의 뇌가 알코올 등 약물중독자의 뇌 상태와 흡사한 변화패턴을 보인다는 보고도 있다. 그는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인터넷 강국이지만 뚜렷한 목적의식 없이 기술만 가르쳐 ‘500만 게임족,100만 채팅족’을 낳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한 조사 결과 어린이와 청소년의 80%가 컴퓨터를 게임이나 음악, 채팅 등 흥미나 오락용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가 100만 주부에게 인터넷을 가르치겠다고 했을 때 어떤 용도로, 어떻게 활용하게 할 것인가를 먼저 고민했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됐던 거죠.” 발병 추세는 어떤가. -당연히 증가 추세다. 검사법에 논란은 있으나 일반적으로 전 국민의 5∼10%, 청소년 이하 연령대의 10∼30%는 위험사용자 집단으로 본다. 단, 스타크래프트처럼 단지 오래 한다고 중독으로 분류하는 건 아니고 인터넷이 부적응행동패턴을 유발해야 한다. 인터넷중독에 반영되는 사회상은 어떤 것인가. -대화와 소통, 어울림의 실종이다. 커뮤니케이션과 여가 및 문화생활 양상의 변화라고 압축할 수 있다. 인터넷은 전화가 초래한 커뮤니케이션 패턴의 변화보다 훨씬 크고 충격적이다. 김 박사는 인터넷을 두고 벌이는 논란의 한 양태를 이렇게 소개했다.“인터넷이 개인의 대인관계를 좁혔나, 넓혔나를 두고도 각기 주장이 다릅니다. 한쪽에서는 ‘개인을 더 외롭고 고립적인 존재로 만들었다.’고 하는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동호회 활동에서 보듯 확장됐다.’고 합니다. 이렇듯 인터넷에는 ‘고립’과 ‘확대’가 동시에 존재합니다. 물론 어떻게 활용하느냐의 문제이긴 하지만….” 진단과 질환 판정기준을 설명해 달라. -미국의 심리학자 킴벌리 영이 제시한 설문과 면접이 중요한 진단 방법인데, 통상 다음 4가지 질문으로 판정을 합니다. 첫째 평균적으로 1일 4시간 이상 인터넷을 하는가, 둘째 인터넷을 하느라 학업이나 직장의 과제를 처리하지 못한 적이 있는가, 셋째 주로 인터넷 친구들과 어울리는가, 넷째 인터넷 사용을 두고 가족과 갈등을 겪은 적이 있는가 등이다. 여기에 모두 해당되면 심각한 상태, 한 가지만 해당되면 중독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흔히 사용하는 방법이 환자의 말을 경청하고 조언하는 지지적 상담과 인지교정 및 행동수정을 적용하는 인지행동적 상담이며, 잠재적 위험집단에는 집단상담 방식을 적용한다. 약물로는 제한적으로 항우울제와 충동조절제 등을 병용하나 의존도는 크지 않다. 김 박사는 치료 효과를 묻자 ‘어렵다.’며 운을 뗐다.“인터넷중독도 다른 중독처럼 금단현상이 있고, 치료 동기가 약한 것도 문젭니다. 예컨대 부모나 의사는 치료받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본인은 ‘컴퓨터 좋아하는 게 왜 병이냐?’고 항변합니다. 이런 문화적 세대차와 이에 따른 편견이 치료 과정에서 극명하게 노출되는데, 이걸 극복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인터넷 중독도 조기발견이 의미가 있나. -모든 중독은 예방과 조기발견이 중요하며, 일단 중독상태에 이르면 치료를 위해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현행 정책상의 문제는 없나. -우리 사회가 게임문화와 관련 산업에 지나치게 관대하며, 인터넷 중독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려는 것은 바른 태도가 아니다. 경제·산업논리의 지나친 옹호가 청소년의 정신과 몸을 병들게 하고 있다는 점을 정부와 관련 업계가 빨리 깨우쳐야 한다. ■ 김현수 박사 ▲중앙대의대, 아주대의대 대학원(박사)▲정보통신부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전문위원▲청소년보호위원회 매체물분과 자문위원▲청소년보호위원회 인터넷 피해청소년 지원센터 센터장▲정보통신부 정보문화원 자문위원▲한국중독정신의학회 이사▲대한청소년정신의학회 홍보위원▲청소년보호종합지원센터 운영위원▲저서 ‘아이들이 인터넷게임 때문에 너무 아파요’(2005)외▲현 성장학교 별 교장▲현, 사는기쁨 신경정신과의원 원장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남상인기자 sanginn@seoul.co.kr
  • “유산균, 간유해물질 제거 효과”

    유산균이 간(肝) 질환에도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대한보건협회가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 협찬으로 최근 서울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유산균과 간 건강’ 국제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은 “간 건강을 유지하려면 간으로 유입되는 유해 물질을 제거하거나 간에 영향을 미치는 장내 세균의 증식을 억제해야 하는데 여기에 유산균이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핀란드 헬싱키의대 미코 살라스프로 교수는 “유산균(프로바이오틱스)에 들어있는 락토바실러스와 비피도박테리아가 술과 담배에서 나오는 독소인 아세트알데히드 분해 능력이 매우 우수해 알코올 대사 과정에서 생성되는 다량의 아세트알데히드를 효과적으로 제거, 독성을 감소시킴으로써 간을 지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이완 국립 충싱대학 메이인 린 교수는 “간 세포 손상의 원인 중 하나는 체내 활성산소와 산화작용으로, 일부 유산균이 이 산화작용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아직 구체적인 메커니즘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인터넷중독 치료10계명

    김 박사는 인터넷 중독의 조기 징후로 ▲인터넷시간 왜곡 ▲‘1분만 더’ 증후군 ▲잔영현상 증후군을 들었다.“실제로 인터넷에 빠지면 몇 시간을 해도 조금 밖에 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게 되고, 인터넷을 중단해야 할 때 중단하지 못하는가 하면, 다른 일을 할 때도 인터넷 장면이 계속 머릿속에 떠올라 집중력을 방해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이어 흔히 나타나는 2차적인 징후로는 피로와 졸음, 집중력과 성적 저하, 귀가시간의 변화와 취미생활 상실, 친구관계 단절, 짜증·반항·불복종 및 충동적 반응, 언어와 맞춤법의 혼란, 외박과 지각 및 결석·결근을 들 수 있다. 이런 징후가 나타나면 서둘러 치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일단 진행된 중독이라면 치료에 기적은 없다. 참을성있게 제 자리를 찾도록 도와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힌트는 다음과 같다.▲하는 시간 줄이기 보다 안하는 시간 늘리기에 더 많은 투자를 한다.▲잔소리 등 외적 강제보다 스스로 조절력을 기르도록 돕는다.▲당장의 쾌락보다 삶의 의미를 찾도록 돕는다.▲중독을 초래한 환경을 바꾼다.▲자녀와 다양한 대화법을 개발한다.▲중독을 초래한 원인을 찾아서 제거한다.▲메신저나 멘토를 만들어 아이들의 숨통을 틔어준다.▲파국적 상황보다 학교 등 현실생활을 유지하도록 하는 가운데 해결책을 찾는다.▲치료를 위해서는 부모의 인내가 필요하다.▲원인이 된 제도나 게임 회사에 항의하고 방지책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암 지키면 이긴다

    암 지키면 이긴다

    ‘누구든 암이라는 진단을 받는 순간부터 그의 삶이 과거와 같을 수는 없습니다. 이제부터 환자와 그 가족이 경험하는 시간은 인생에서 가장 지루하고 긴 시간이 될 것입니다. 불만과 분노로 허둥대지 마십시오. 냉정하고 합리적이며, 적극적인 행동을 할 수 없게 됩니다. 나나 혹은 가족 누군가가 암 진단을 받았다면, 다음의 14가지 수칙을 반드시 기억하십시오. 이 수칙이 나와 가족에게 희망의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대한암협회(회장 안윤옥)는 ‘2005 암(癌)중모색’ 대국민 캠페인의 하나로 암 환자와 가족이 반드시 알아야 할 수칙을 확정, 발표했다. ‘암을 진단받았을 때’와 ‘치료를 시작하면서’를 주제로 해 각 7항목으로 이뤄진 수칙은 그동안 환자들로부터 많이 받았던 질문과, 혼란 좌절감으로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에게 꼭 해주고 싶었던 의료진의 충고, 암을 이겨낸 환자와 가족들의 체험을 망라해 마련됐다고 협회측은 밝혔다. 협회 이정신(서울아산병원 내과) 교수는 “실제로 암 진단을 받은 후 환자와 가족들이 혼란과 충격으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며, 이 과정에서 효용이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에 현혹되거나 아예 치료를 포기해 적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 수칙이 암 투병의 긴 여정에 들어가는 환자와 가족들이 암을 이겨낼 수 있는 희망의 이정표가 되고, 좋은 치료 효과를 거두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암환자 14가지 생활수칙 ●암을 진단받았을 때 되새겨야 할 7가지 수칙 1. 암 진단이 죽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암을 이겨내고 있으며, 새로운 약과 치료법이 계속 개발되고 있습니다. 암은 난치병이지, 불치병은 아닙니다. 먼저 최선을 다해 치료받겠다는 각오를 다지십시오. 2. 암은 전염되지 않습니다.=이걸 아는 사람도 가족이 암에 걸리면 ‘나도 혹시….’하고 걱정을 하지만 암은 어떤 경우에도 전염되지 않습니다. 3. 환자의 심리를 이해하십시오.=암 진단 후 대부분의 환자는 ‘진단 결과 부정-분노감-타협 욕구-우울감-현실 수용’의 단계적 심리상태를 보입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상황을 수용한 후라야 진정한 치료가 시작되므로 이 과정이 짧을수록 좋습니다. 4. 자신의 행동이 가족을 암에 걸리게 한 것은 아닙니다.=누구도 가족이 암에 걸리게 하거나 걸리는 걸 막을 수도 없습니다. 죄책감 대신 환자의 후원자가 되십시오. 5. 중요한 질문은 담당 의료진에게 하십시오.=암의 상태, 치료방침 및 전망 등에 대한 답변은 담당 의료진만이 할 수 있습니다. 의료진과 충분히 의견을 나누십시오. 6. 올바른 암 지식을 가지십시오.=암의 정체와 치료법에 대해 정확히 알면 환자와 가족이 느끼는 두려움이 훨씬 가벼워집니다. 수술이든 다른 치료든 치료법을 결정할 때는 의료진에게 미리 치료효과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요청하십시오. 7. 가족 중 리더를 정하십시오.=암 투병은 크고 작은 결정의 연속이며, 항상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므로 가족 중에 리더를 정해 냉정하고 일사불란하게 판단하고 행동하십시오. ●암 치료를 시작할 때 알아야 할 7가지 수칙 1. 나을 수 있다고 믿으면 정말로 낫습니다.=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나을 수 있다는 신념과 치료효과의 놀라운 상관성은 의료현장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치료방법을 택했다면, 그 치료로 나을 수 있다고 굳게 믿으십시오. 2. 부작용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항암제는 암 세포 외에 머리카락세포와 구강, 식도, 장 점막세포, 조혈모세포 등을 공격해 탈모, 점막염, 설사, 골수기능저하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지만 이는 몸이 암과 잘 싸우고 있다는 증거이며, 시간이 지나면 모두 회복됩니다. 3. 잘 먹는 것이 중요합니다.=암세포는 많은 영양분을 빼앗으며, 항암치료는 체력을 소진시킵니다. 그런 만큼 ▲정상 체중 유지▲고칼로리 및 양질의 단백질 섭취▲충분한 비타민과 무기질 섭취가 중요합니다. 4. 새로운 삶의 방식을 디자인하십시오.=건강을 되찾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치료와 회복에 집중해야 합니다. 나쁜 습관을 버리고, 식생활과 규칙적인 운동 등 좋은 습관을 가지십시오. 5. 의료진을 만날 때는 항상 질문 목록을 준비하십시오.=병이나 치료 정보를 의료진이 알려줄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먼저 물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환자의 증상과 변화, 필요한 정보를 꼼꼼하게 기록하고 궁금한 것은 일목요연하게 묻도록 하십시오. 6. 경험자의 체험담을 귀담아 듣고,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십시오.=다른 사람의 성공 체험담이 큰 도움이 되며, 실패담도 중요합니다. 7.‘지금 이 순간’을 낭비하지 마십시오.=막연한 후회나 불안감으로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비록 나는 암 환자지만, 이 순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투병 의지를 북돋우십시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경천사지 10층석탑 ‘移建記’ 안치

    국립문화재연구소가 10년 만에 보존처리를 끝낸 경천사지 10층 석탑의 축조 경위 등을 기록한 이건기(移建記)가 26일 탑 속에 안치됐다. 이 탑은 오는 광복절 완료를 목표로 새용산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복원 작업이 진행 중이다. 탑의 중수기(重修記)로 석탑 3층 난간석 사리공에 사리 대신 안치된 이건기에는 이 탑이 용산 새박물관에 옮겨지게 된 경위와 함께 지난 1960년 경복궁에 복원할 때 넣은 김재원 초대 국립박물관장의 재건기 내용도 함께 수록했다. 국보 제86호인 탑은 고려 후기의 대표적 탑파로 꼽힌다. 원래 경기도 개풍군 광덕면 부소산 경천사 터에 있던 것을 1909년 일제가 밀반출,1918년 가까스로 반환됐으나 경복궁에 방치되다 지난 1960년 경복궁 뜰에 복원했다. 그러나 훼손이 심해 지난 95년 해체, 지금까지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보존처리를 해왔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서울아산병원 신관 기공식

    서울아산병원은 25일 오후 3시 병원내 부지 현장에서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과 박건춘 병원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신관 기공식을 갖고 본격 공사를 시작했다. 지하 5층, 지상 14층, 연면적 3만 7275평 규모로 오는 2008년 준공 예정인 신관에는 여성 및 소아 환자 전용 진료센터와 피부과, 안과, 이비인후과가 배치되며, 가벼운 수술 환자들을 위한 당일 수술센터도 설치될 예정이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길섶에서] 쇠고기/심재억 문화부 차장

    쑥스러운 얘기지만 고등학교 때까지 쇠고기를 먹지 못했습니다. 자주 먹을 형편도 아니었고, 그러다 보니 모처럼 밥상에 쇠고깃국이 올라도 소냄새(노린내) 때문에 도무지 손이 가지 않았지요.‘고기도 먹어 본 놈이 잘 먹더라.’고 그것도 다 빈한한 탓이었겠지요. 다산의 목민심서를 읽다 보니 이런 대목이 있더군요. ‘우리나라에서 하루에 얼추 500마리의 소를 잡아 치우는데, 그러다 보니 소가 귀해 농사철에 항상 논갈이가 늦다. 마땅히 소 도살을 금하면 수년 내에 소없어 농사일 때를 놓치는 일은 없지 않겠는가.’ 이 때가 영조-헌종 연간이니, 도처에 유리걸식하는 유민이 널렸던 그 시절의 일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습니다. 그 ‘500마리’는 필시 고관대작이나 팔도의 양반, 목민관들의 밥상, 술상에 올라 ‘왕조의 몰락’에 기여했을 것이고, 그러니 딸깍발이라도 입신양명에 목을 맸겠지요. 그보다 훨씬 나중, 그것도 살 만큼 산다는 20세기에 ‘쇠고기 자주 먹을 형편이 아니었다.’고 고백하려니 자괴감이 없지 않습니다. 그러니 율곡이 “농본국에서 농우를 어찌 잡아먹겠는가.”라며 쇠고기를 입에 대지 않았다는 걸 위로 삼을 수밖에요.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 고종황제 증손자 이혜원씨 고궁박물관 자문위원 위촉

    대한제국 고종 황제의 아들인 의친왕(義親王)의 손자 이혜원(본명 全惠源)씨가 문화재청 산하 국립 고궁박물관 연구자문위원으로 위촉됐다. 고궁박물관 측은 혼례·국장의례 등 황실의 생활·문화사와 관련한 자료를 수집, 해석하고, 박물관에 소장된 대한제국 당시의 황실 유물 정리에 대한 자문을 구하기 위해 이씨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고 24일 밝혔다. 이씨는 의친왕이 타계한 1955년에 서울에서 태어났다. 고종의 다섯째 아들이자 순종의 이복동생인 의친왕은 슬하에 13남 9녀를 두었는데, 이씨는 그중 9남인 고(故) 이종의 장남이다. 의친왕은 마지막 황태자인 영친왕보다 손위였으나, 일제가 그의 반일을 두려워해 어린 영친왕을 순종의 후계자인 황태자로 책봉하고, 유학을 명분으로 일본에 인질로 억류해 일본 귀족과 혼인을 시키는 등 비운을 겪은 주인공이다. 의친왕은 이후 3·1운동 뒤 상하이 임시정부로 탈출을 시도하다 발각돼 강제소환되는 등 일제 강점기 내내 일본에 협력하기를 거절했다. 이런 의친왕을 할아버지로 둔 이씨는 천신만고 끝에 해방을 맞았으나 이승만 정권의 대한제국 황실에 대한 탄압 때문에 아버지 성 대신 할머니의 전(全)씨 성을 사용해야 했다. 국립 고궁박물관 연구자문위원으로 위촉된 이씨는 별도의 연구실을 두고 생존해 있는 황실 후손들을 만나 이들이 소장하고 있는 유물과 사진자료, 황실생활과 가족사에 대한 증언 등을 수집, 정리하게 된다. 박물관측은 이들 자료는 고증을 거쳐 추후 연구자료집으로 발간하기로 했으며, 특별전을 통해 일반에도 공개할 예정이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갑작스러운 감정 기복땐 조울병 의심

    하 박사는 “많은 경우, 심지어는 의사들까지도 조울병의 우울상태와 개별 질환인 우울증을 구별하지 못해 생기는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엄연히 다른 질환으로, 치료 방법도 다른데 엉뚱하게 진단하고 치료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울병은 조증 발현 패턴이 너무 다양해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 조울병이 보이는 우울증:조증 발현 비율은 3:1에서 많게는 30:1로 나타나며 강도도 제각각이다. 성별로는 우울증은 여성이 많은 반면 조울병은 남녀가 1:1의 점유율을 보인다. 우울증은 20대 중반 이후 나타나는 게 보통이나 조울병은 10대 중반 이후 나타나며, 양 질환 모두 유전적 소인이 강해 가족력이 작용한다. 또 우울증은 증세가 서서히 나타났다가 서서히 좋아지나 조울병은 갑자기 나타났다가 갑자기 좋아지는 패턴을 보인다. 증상 발현 기간도 우울증은 2주에서 보통 한두 달 동안 증상이 유지되며 불면증과 식욕저하를 보이나, 조울병은 우울 정도가 심하면서도 기간이 짧으며 많이 먹고 많이 잔다. 약제 반응을 보면 우울증은 항우울제에 잘 반응하며 조증이 나타나지 않으나 조울병은 항우울제에 잘 반응하지 않으며, 항우울제를 투여해도 조증은 계속 나타나고 재발도 잦다. 하 박사는 “조울병의 조증 상태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증상이 의심되면 전문의를 찾아 상의하는 게 빨리, 쉽게 병을 치료하는 지름길”이라고 조언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Doctor & Disease]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하규섭 박사

    [Doctor & Disease]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하규섭 박사

    “상태가 좋은 경우 2년이면 완치되는 게 조울병인데, 정부에서는 무관심하지, 의사는 우울증으로 진단하지, 가족들은 쉬쉬하며 병을 숨기거나 치료를 기피하지, 이렇게 병을 키워 ‘자살 왕국’이 된 것 아닙니까.” 의료계에서 ‘조울병 박사’로 통하는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하규섭(44) 박사. 그는 ‘이제 더는 숨기지 말고 진실을 말하자.’며 이렇게 역설했다.“치료가 필요한 조울병 환자가 전 국민의 3∼5%입니다. 대가족 구성원 중 1명은 환자라는 뜻인데, 이걸 ‘정신병’이라며 자꾸 쉬쉬하니까 낙인이 되는 겁니다. 모두 내놓고 치료받으면 아무것도 아닌데 말이죠.” 사태가 그렇게 심각한가. -심각하다. 조울병과 우울증에 대한 대책없이 자꾸 자살 예방하자고 떠들어 봐야 무슨 소용이 있나. 특히 조울병의 경우 우울증과 달리 사전 예고나 징후없이 치명적인 자살을 시도하는데, 이런 사람들에게 자살하지 말자는 말이 들리겠는가. 그게 정상인의 자살이 아니라 병에 끌려 죽는 건데…. 조울병은 어떤 질환인가. -학술적으로는 기분의 양극단, 즉 아주 좋은 상태(조증)와 아주 나쁜 상태(우울증)를 오간다고 해서 양극성 장애라고 하는데, 쉽게 말해 기분이 방방 뜨는 조증과 우울증이 교차하면서 나타나는 기분조절장애를 말한다. 그 병이 왜 문제가 되는가. -조울병의 우울증은 개별 질환인 우울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기에 비정상적으로 들뜨는 조증이 더해져 정상적인 학교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할 수가 없게 된다. 이 병에 의한 자살도 문제다. 예컨대 조증 상태에서 앞뒤 안가리고 왕창 카드 긁었다가 못 견디니까 자살을 택하는 식이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마니아(mania)’라는 말이 조증의 영어식 표기라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발병 원인은 무엇인가.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노에피네프린, 세로토닌, 도파민 등이 감소하면 우울증, 증가하면 조증을 보인다. 당뇨병이 췌장 기능의 문제이듯 이 병은 뇌의 기분조절 회로에 고장이 생긴 병이다. 세간에 조울병 발병을 두고 ‘날궂이’라고도 말하는데 근거는 있나. -날궂이라는 표현이 좀 그렇지만 근거는 있다. 조울증 환자는 특히 호르몬 변화에 민감한데, 봄에 멜라토닌의 분비량이 줄면 조증을 보이다가 가을에 분비량이 늘면 우울로 돌아선다. 여성은 호르몬 양이 변하는 생리, 임신, 출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유형도 따로 구분하나. -조울병 1·2형과 기분장애 3형으로 나누는데,1형은 정도가 심해 입원치료가 필요한 단계,2형은 기분변화의 폭이 1형보다 작아 우울증으로 오진하기 쉬운 단계,3형은 기분의 불안정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단계이다. 유병률과 최근 발병추세는 어떤가. -가중되는 스트레스와 핵가족화에 따른 정서적 완충구조의 해체 등이 영향을 미쳐 전체 유병률이 3∼5%, 전국적으로는 100만∼200만명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경향은, 이전보다 환자 수는 늘어난 반면 정도는 덜하다. 조기발견의 영향으로 보고 있다. 치료에 대해서 묻자 하 박사는 완치를 특히 강조했다.“이건 틀림없이 완치되는 병입니다. 치료 예후는 고혈압보다 낫습니다. 그러나 처음에 확실히 치료하지 않으면 자주 재발하는 게 문제지요. 재발할 때마다 뇌가 손상을 입는데, 환자는 증상이 조금만 좋아지면 치료 안 받으려고 하고, 의사들은 조울병을 자꾸 우울증으로 진단해 병을 키웁니다. 현재의 우울증 환자 절반이 조울병 환자라는 예측도 있습니다만, 중요한 것은 정확한 진단과 첫 시도로 치료를 끝내야 한다는 겁니다. 안 그러면 만성화되니까요.” 치료는 어떻게 하나. -조울병은 어떤 경우라도 환자 개인의 의지로는 치료되지 않으며, 리튬 등 기분조절제와 올란자핀 등 비전형 항정신병 약물, 항우울제 등을 적절하게 투여해야만 한다. 치료 효과와 현실적인 치료의 한계를 설명해 달라. -약물을 2∼3주 투여하면 증세가 호전되기 시작해 2∼3개월 후면 많이 좋아졌다고 느낄 수 있다. 계속 6∼9개월을 투여하면 다 나은 것 같은데 여기가 치료의 함정이다. 환자들이 이 상태에서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대부분 재발해 몸이 망가지고 치료만 어렵게 한다. 하 박사에게 자가진단법에 대해 물었다.“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일주일이 넘도록, 그것도 온종일 좋기는 쉽지 않으며, 우울도 2주 이상 계속되기는 어려운데, 이처럼 주위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조증과 우울증이 반복된다면 조울병을 의심할 충분한 근거가 됩니다. 유의할 점은 우울증은 잘 드러나지만 조증은 면밀히 관찰하지 않으면 간과하기 쉽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오진도 많고요.” 하 박사는 특히 조울병을 보는 정부의 시각과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서구의 신뢰할 수 있는 자료에 따르면 사회적 부담이 가장 큰 질환은 우울증이고 조울병은 5위에 올라있는데, 정책입안자들은 이를 일부의 문제로 치부합니다. 보호자가 감추고, 정부는 모르는 척하는 사이 우리 가족들이 복구불능의 상태로 망가지고 있습니다. 자살 예방도 그렇습니다. 어떻게 조울병과 자살을 따로 떼어 말할 수 있습니까? 이제 모두가 진지해야 합니다. 누구나 이 병을 앓는 사람은 ‘나 지금 우울해서 치료가 필요해.’라거나 ‘걱정마. 치료받고 있어.’라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하고 그렇게 완치된 환자들이 사회적 불이익을 받지 않아야 합니다.” 그는 “우리나라 자살증가율 1위의 이면에는 이처럼 진실을 한사코 묻으려고만 하는 개인과 정부, 진지하지 못한 의사들이 있다.”며 “이제 정말 내놓고 얘기 좀 하자.”고 호소했다. ■ 하규섭 박사는 ▲서울대의대 및 대학원(박사)▲용인정신병원 정신과장▲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샌프란시스코의대 정신과 객원교수▲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전산화 인지기능검사실·우울증클리닉·조울병클리닉 담당교수▲현,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겸 기획조정실장 및 전자의무기록개발팀장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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