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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족발 모유생성 돕는다

    모유가 부족한 산모에게 돼지족발이 도움이 된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나왔다. 미역국·잉어 등과 함께 족발이 산모에게 좋다는 속설은 있지만 실제 효과가 검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희의료원 한방병원 장준복 교수팀은 돼지족발과 돼지족발에 감초, 천궁, 통초 등을 처방한 ‘통유탕’을 분만 직후의 쥐에게 4일간 투여한 결과 젖을 분비하는 유선조직의 혈관 형성이 촉진되고 유즙 분비 관련 유전자의 발현량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최근 밝혔다. 의료진은 돼지족발과 통유탕을 먹인 쥐들은 혈관형성이 더 뚜렷했으며, 유즙분비 관련 유전자인 베타 카제인의 발현량도 대조군에 비해 각각 돼지족발 투여군이 45%, 통유탕 투여군이 36%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또 유즙 단백질 생성과 관계가 있는 WAP 유전자의 발현량도 대조군에 비해 돼지족발 투여군이 35%, 통유탕 투여군이 58%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의학에서는 유방이 소화기 계통을 관장하는 위장 경락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피로하면 기의 순환에 장애가 생겨 젖의 분비가 원활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장 교수는 “기혈이 부족하고 몸이 허약해 유즙 생성에 장애가 있는 산모가 돼지족발에 한약재를 처방해 복용하면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길섶에서] 주 판/심재억 문화부 차장

    아버지의 눈총을 받으며 주판을 노려보지만 셈이 늘어날수록 머리는 잉잉거리고, 거기에 쯧쯧 혀차는 소리라도 더해지면 아예 머릿속이 하얘지곤 했다. 아버지가 사주신 네알짜리 주판. 등겨로 문질러 반질반질 길을 냈고, 그래선지 손끝으로 톡 튀기기만 해도 날렵하게 궁둥이를 옮겨앉곤 했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다섯개이던 알이 네개로 준 데 있었다. 아버지는 “손에 익으면 그게 훨씬 낫다.”고 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머리는 다섯알 셈으로 돌아가는데 손은 네알 셈을 해야 되니 나중에는 자꾸 꼬여 엉망이 되곤 했다. 담뱃갑 속지에 빼곡하게 적힌 아버지의 주판시험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자니 배알이 탱탱하게 긴장하며 이마에 진득 진땀이 뱄다. 겨우 시간을 채웠는데 앞쪽의 쉬운 두어 문제 말고는 모두 ‘꽝’이었다. 도리없이 아버지 훈시를 들어야 했다.“이런 식충이 겉은 눔, 그래서야 밥이나 얻어먹고 살겠느냐?” 그 후 나는 주판만 보면 얹힌 것처럼 뒷덜미가 뻐근하게 오그라들곤 했는데, 아버지의 말씀이 맞았다. 나는 지금도 셈하고, 돈 버는 일에는 젬병이다.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 ‘빛의 어제와 오늘’을 비춘다

    ‘태초에 빛이 있었다.’ 그 태초 이후 인류의 문명과 문화는 ‘빛’과의 상관성 속에서 발전하고 확대되어 왔다. 그 빛의 어제와 오늘을 조감할 수 있는 의미있는 기획전이 마련돼 눈길을 끈다. 방학을 맞은 자녀들과 함께 찾아도 좋을 듯하다. 국립민속박물관은 광복 60주년을 기념해 오는 8월3일부터 10월10일까지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빛/Light-燈, 전통과 근대’ 기획전을 연다. 모두 3부로 나뉜 전시와 함께 우리나라에 처음 전등이 켜진 1887년의 경이로움을 재현하는 이벤트 행사도 열린다. 전시회에는 옛날 ‘전기시대’ 이전의 등잔은 물론 근대의 전등과 일상적으로 사용된 등화구 유물 250여점이 한자리에 모인다. 대부분 한국전력공사의 전신인 경성전기에서 수집했다가 지난 1973년 박물관에 기증한 것이며, 여기에는 30년대의 공개되지 않은 사진 자료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생활:빛을 찾아서… 이 편에서는 일상생활의 일부로 자리해 어둠을 밝히고, 여기에 종교적·제의적 상징성까지 담아낸 등과 등불의 의미를 되살렸다. 등은 단지 어둠의 해소라는 단순한 기능 외에도 광명, 구원, 초혼 등 다양한 상징성으로 우리와 함께해 왔다.1부에서는 이런 목적으로 사용된 다양한 등화구와 함께 당시 사람들의 생활과 그 속에 녹아든 ‘등불의 감성’을 동영상과 애니메이션을 통해 만날 수 있다.●전통:빛을 담고서… 등화구는 기능과 용도에 따라 무척 다양한 유형으로 만들어졌다. 어둠을 밝히기 위해 초가 만들어졌으며, 이 초를 바로 세우기 위해 촛대가 만들어졌다.‘초’와 ‘촛대’라는 가장 기본적인 등화구를 근간으로 해 등잔이 생기고, 초롱이 만들어졌으며, 제등과 조족등 등 갖가지 등화구가 나타나 ‘옛날의 밤’을 밝혔다. 전기 이전, 혹은 전기와 무관하게 사용된 이런 등화구는 소재와 형태가 자연친화적이고 독창적이었는가 하면 거기에서 풍기는 이미지도 소박해 우리의 사랑을 받아왔다.●근대:빛을 모아서… 석유, 가스, 파라핀과 같은 새로운 연료가 등장하면서 등을 자체 제작해서 쓰는 대신 같은 제품을 대량생산해 쓰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불은 더욱 밝아졌고, 사용도 편리해졌으며 이런 변화는 필연적으로 문화의 형태를 바꾸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바로 전기와 전등이 있었다. 소재 변화에 따른 등화구의 변천사를 정리했다. 이와 함께 8월2일 오후 8시 경복궁에서는 1887년 우리나라에 최초로 전등이 밝혀지던 당시를 기념해 건청궁 앞마당에 있던 전등을 복원, 점등하는 행사를 갖는다.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국보1호’ 숭례문 略史

    ■ ‘국보1호’ 숭례문 略史 숭례문은 조선 왕성인 한양성을 둘러싸고 있던 성곽의 정문으로, 남쪽에 있다 해서 남대문이라고도 불렀다. 현재 서울에 있는 목조건물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1398년(태조 7년)에 지었으며 지금 건물의 원형은 1447년(세종 29년)에 고쳐 지은 것이다. 지난 61∼63년 대대적인 해체·수리공사가 있었으며, 이 때 1479년(성종 10년)에도 크게 보수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숭례문은 돌을 쌓은 석축 중앙에 무지개 모양의 홍예문을 만들고, 그 위에 정면 5칸, 측면 2칸 크기로 지은 문루 건물이다. 포작은 ‘외삼출목칠포작 내이출목오포작(外三出目七包作 內二出目五包作)’ 형식을 가진 다포식이면서도 살미와 첨차의 구조가 강건하고 견실해 조선 초기의 특성을 잘 반영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석축기단 윗면에는 전돌로 쌓은 여장(女墻)을 돌렸으며, 동서 양쪽에 협문을 두어 계단으로 오르내리게 했다. 기단 양측은 원래 성벽으로 연결되어 있었으나 1908년(순종 2년) 일제가 전차를 도입하면서 길을 내기 위해 헐어내면서 차츰 성곽이 멸실되고 말았다. 건물 내부의 아래층 바닥은 중앙 통로 부분을 제외하고는 흙바닥이며 위층은 널마루를 깔았다. 기둥은 굵직한 두리기둥이며, 우진각 겹처마 지붕의 사래 끝에는 토수(吐首)를 씌우고, 추녀마루에 잡상(雜像)과 용두를, 용마루 양끝에는 취두(鷲頭)를 올려 놓았다. ‘崇禮門’이라는 현판은 양녕대군이 썼다고 전한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길섶에서] 김삿갓 북한방랑기/심재억 문화부 차장

    동네를 채우고도 남아 들판까지 울려 퍼지던 마을스피커. 그 스피커의 ‘뚜뚜뚜∼땡’하는 시보(時報)보다 더 강렬하게 우리의 냉전의식을 자극한 것은 정오 5분전에 방송되는 ‘김삿갓 북한 방랑기’였다. 성우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그 낯익은 목소리가 향토예비군가나 새마을노래와 겹쳐지면 들일하던 사람들 허리를 폈다.“자, 때됐다. 밥 먹고 하자.” 사시(巳時) 무렵 숨을 거둔 수라 할머니의 시신이 채 식기도 전에 스피커에서는 예의 김삿갓이 북한을 들먹였다. 외아들 일찍 잃고 두 손녀 키우느라 애면글면 손바닥 닳도록 땅을 일구던 노파의 죽음에 가슴 쓰린 사람들이 한마디씩을 보탰다.“우라질, 생때 거튼 사람 약 한첩 못 쓰고 죽는 판에 뭐? 북한 동포가 어째?” 그날 저녁 상갓집에서는 스피커를 관리하는 이장과 열받은 장정 몇이 티격태격하기도 했지만, 그런 불편함도 이내 한 안쓰러운 죽음에 묻히고 말았다. 마당 가운데 모깃불 연기 매캐한 상갓집에서 상주 없는 상을 치러야 했던 그 날 이후, 내게 김삿갓은 하나의 우울한 시그널이었다.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 ‘가와사키병’ 치료법 개발

    5세 이하의 영·유아기 어린이에게 많은 난치성 ‘가와사키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국내 의료진에 의해 제시됐다. 세브란스병원 소아과 김동수 교수는 어린이들에게 후천성 심장질환을 일으키는 원인 질환인 가와사키병을 치료할 수 있는 새 방법을 찾았다고 25일 밝혔다. 김 교수팀은 가와사키병에 걸린 4명의 환자에게 ‘메토트렉사트(Methotrexate)’라는 약물을 투여한 결과 해열과 재발방지 효과가 뛰어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비운의 숭례문’ 어제와 오늘

    ‘비운의 숭례문’ 어제와 오늘

    한양 도성 축조공사가 한창이던 1390년대 중반. 공사 현장시찰에 나선 태조 이성계는 흥인문(동대문) 축조 현장에서 따르던 신하들에게 이렇게 일렀다.“이곳은 강원도 중원과 동북면으로 통하는 요로인데, 방비가 허술해서야 되겠는가. 중국의 예를 본받아 옹성을 쌓도록 하라.” 서울 4대문 성곽이 생긴 배경을 엿볼 수 있는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이다. 국보 제1호 숭례문. 우리가 흔히 남대문으로 아는 이 문루건물은 조선왕조의 허망한 몰락이 갖는 비운의 상징성을 아직도 고스란히 안고 있다. 고층 빌딩에 에워싸인 서울 도심지 남대문로 4가. 휘하에 거느릴 한 치의 성곽도 없이 마치 버려진 듯 서있는 국보 1호 숭례문의 몰골은 우리 문화재, 더 넓게는 역사와 문화를 보는 우리의 닫힌 시선과 몰지각을 고스란히 투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도 ‘비운’의 연장선상에 있다. 옛 성곽건축의 특성상 중앙에 홍예문을 낸 하부 석축구조에 상부는 다포양식의 목구조를 한 이 건축물은 1세기가 넘도록 계속된 차량 진동과 매연 등 공해물질에 고스란히 노출돼 하루가 다르게 퇴락을 거듭하고 있다. 문화재청의 조사 결과 석재는 심각하게 산화되어 있으며, 목재와 단청도 본래 모습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나타났다. ●일제가 의도한 숭례문의 비애 이 숭례문의 비운은 일제의 침탈과 궤를 같이 한다. 을사늑약 3년 뒤인 1908년(순종 2년) 일제는 전차 통행로를 확보한다며 이곳의 성곽을 모두 헐어냈다. 도시계획의 개념조차 없었던 당시에 숭례문을 보호할 이렇다할 조치 하나 없이 조선왕조를 지탱한 성곽은 허망하게 헐려나갔고, 이곳의 석재는 아무나 가져다가 주춧돌이나 담장석으로 썼다. 이보다 앞선 1907년에는 일제의 군대해산령에 맞서 우리 군대와 일본군이 이곳에서 대치, 치열한 시가전을 벌이기도 했다. 최근 조사 결과 숭례문 목재부에는 아직까지 당시의 총탄 자국이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당시 일본군이 이 곳에서 우리 군대와 대치하던 중 기관총을 난사했으며, 그 격전으로 상당한 훼손을 입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제에 저걸 없애버려? 이후 상당 기간 숭례문은 ‘비보호’의 몰골로 방치됐다. 건물 중앙 홍예문 안으로는 전차가 지나다녔는데,‘전차가 이곳을 지날 때마다 문루가 심하게 흔들렸다.’는 당시의 기록까지 전하고 있다. 당시 왜인들 사이에서는 “차제에 숭례문을 헐자.”는 주장까지 나왔다.“쓸모없는 문루가 거추장스럽기도 하고, 몰골도 흉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후 1934년까지 사실상 방치해 오다 그해 일제는 숭례문을 국보 1호(당시는 보물 1호)로 지정했다. 일본 문화재를 국보로 지정한 것과 달리 우리 문화재는 격을 낮춰 보물로 지정한 것도 그렇지만 숭례문을 국보 1호로 지정한 배경도 한마디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일제는 문화재의 가치 보다는 서울-경기-충청-호남 등 거리에 따라 문화재에 일련번호를 매겼고, 그 과정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숭례문을 국보 1호로 지정한 것. 일본 도후쿠(東北)대 특별연구원인 오다 히데하루(太田秀春)는 국내 학술지에 ‘임진왜란 당시 고니시 유키나카(小西行長) 등 왜군이 이 문을 지나 한양에 입성한 사실을 기념해 일제가 숭례문을 국보 1호로 지정했다.’는 요지의 논문을 게재하기도 했으나 그 진위는 가릴 길이 없다. ●이윽고 논란이 일다 이런 엉터리 지정은 두고두고 ‘국보 1호’의 정당성 논란을 빚는 근거가 됐다. 논란이 일자 지난 96년 문화재청(당시 문광부 소속 문화재관리국)은 ‘일제지정문화재 재평가위원회’를 구성, 일제가 지정한 문화재의 명칭과 등급의 적정성을 심사하기도 했으나 숭례문에 대해서는 ‘상징성이 있으니 그대로 두자.’고 결론을 내렸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일련의 논의 과정 어디에서도 숭례문을 비롯한 4대문의 위용을 되살릴 성곽 복원이 거론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물론 당시에도 문제제기는 있었다. 일부에서는 ‘국보1호의 상징성을 감안, 성곽도 없는 남대문보다는 한글 등 다른 문화재로 바꾸자.’고 제안했으나 ‘문화재에 애당초 서열은 없다.’는 논리에 밀려 사그라지고 말았다. 지난 62년 문화재보호법이 제정돼 정부가 문화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나설 때에도 일제의 의도를 배제하고 자주적인 문화재관을 확인하려는 움직임은 없었다. ●“성곽 복원, 부끄럽지만 당장은…” 논란은 최근 서울시가 이 일대 교통체계를 바꿔 주변을 정비하면서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서울시의 시도를 나무랄 수는 없지만 국보 1호를 언제까지 이벤트의 대상으로만 봐야 하느냐?”며 “이제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성곽을 복원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 물론 정부가 숭례문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니다. 숭례문 관리와 주변 성곽의 복원을 전제로 한 실측작업이 지난해 시작돼 현재 진행 중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주변 교통여건 때문에 쉽지 않은 작업”이라면서도 “국보 1호라면서 정확한 도면 하나 갖지 못한 사실을 무척 부끄럽게 여기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반드시 복원해야 할 문화재 사업의 중요 과제”라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실측조사의 결과를 토대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겠지만, 주변의 개발 실태나 지반 여건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일일 것”이라며 “정부도 추후 성곽 복원을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는 있지만 당장은 이보다 기존 건축물 보존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현장 조사 결과 숭례문은 지반 부동침하와 차량 진동, 매연 등의 영향으로 하부 석구조가 뒤틀리고 있으며 북쪽에서는 석재가 뭉터기로 떨어져 나가거나 부식이 심해 부서질 지경이다. 지난 88년 서울올림픽 때 새로 단장한 단청도 검게 그을려 국보 1호의 위신을 형편없이 구기고 있다. 현존하는 서울 최고(最古)의 목조건물이자 국가 지정문화재의 얼굴 격인 숭례문. 그 역사성과 상징성에 견줘 볼 때 지금의 참담한 몰골은 우리의 문화적 뿌리의식과 정체성마저 혼란스럽게 뒤흔들기에 족하다. 성곽을 거느리지 못한 성문의 비애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 것인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국보1호’ 숭례문 略史 숭례문은 조선 왕성인 한양성을 둘러싸고 있던 성곽의 정문으로, 남쪽에 있다 해서 남대문이라고도 불렀다. 현재 서울에 있는 목조건물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1398년(태조 7년)에 지었으며 지금 건물의 원형은 1447년(세종 29년)에 고쳐 지은 것이다. 지난 61∼63년 대대적인 해체·수리공사가 있었으며, 이 때 1479년(성종 10년)에도 크게 보수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숭례문은 돌을 쌓은 석축 중앙에 무지개 모양의 홍예문을 만들고, 그 위에 정면 5칸, 측면 2칸 크기로 지은 문루 건물이다. 포작은 ‘외삼출목칠포작 내이출목오포작(外三出目七包作 內二出目五包作)’ 형식을 가진 다포식이면서도 살미와 첨차의 구조가 강건하고 견실해 조선 초기의 특성을 잘 반영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석축기단 윗면에는 전돌로 쌓은 여장(女墻)을 돌렸으며, 동서 양쪽에 협문을 두어 계단으로 오르내리게 했다. 기단 양측은 원래 성벽으로 연결되어 있었으나 1908년(순종 2년) 일제가 전차를 도입하면서 길을 내기 위해 헐어내면서 차츰 성곽이 멸실되고 말았다. 건물 내부의 아래층 바닥은 중앙 통로 부분을 제외하고는 흙바닥이며 위층은 널마루를 깔았다. 기둥은 굵직한 두리기둥이며, 우진각 겹처마 지붕의 사래 끝에는 토수(吐首)를 씌우고, 추녀마루에 잡상(雜像)과 용두를, 용마루 양끝에는 취두(鷲頭)를 올려 놓았다. ‘崇禮門’이라는 현판은 양녕대군이 썼다고 전한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길섶에서] 앵속/심재억 문화부 차장

    허우대 멀쩡한 떠꺼머리 처녀 옥심이가 이앓이로 마당에 나뒹굽니다. 독한 담뱃잎을 개어서 물려보지만 워낙 이앓이가 심해 핏기 가신 얼굴을 감싸쥐고는 묽은 침만 흘릴 뿐입니다. 지금이야 진통제 한 알이면 간단하게 해결될 일이지만 옛날에야 어디 그랬습니까? 텃밭에서 이 모습을 본 할머니가 부리나케 바느질 쌈지를 열더니 비닐에 싸서 감춰둔 약을 꺼내 주머니칼로 깨알만큼 떼어 먹입니다.“써서 약 되는 것이니 혀끝에 두고 녹여 먹어라.” 한참이 지나 겨우 일어나 앉은 옥심이는 그제서야 옷매무시를 추스릅니다. 할머니가 떼어 먹인 약은 아편입니다. 앵속이나 양귀비라면 얼른 이해가 되십니까. 더러는 꽃이 좋아 키우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약용으로 가꾼 집이 많았지요. 약이 귀했던 시절, 가정용 진통제로는 시쳇말로 ‘직방’이었거든요. 그걸 법으로 막았던지라 예전에는 텃밭 풀무더기 속에 모르는 척 씨를 몇 낱 흩뿌려 뒀다가 들키면 ‘절로 자란 것’이라고 잡아떼곤 했습니다. 그렇다고 “나도 한번….” 하는 생각일랑 아예 접기 바랍니다. 들키면 혼쭐나니까요.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 면역물질 수치로 ‘잠복결핵’ 진단

    체내 면역물질인 ‘인터페론 감마’ 수치로 결핵 보균여부를 손쉽게 가려낼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됐다. 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임재준 교수팀은 인터페론 감마를 이용한 잠복결핵 검사법이 기존 피부반응검사법보다 훨씬 유용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최근 밝혔다. 인터페론 감마는 결핵균 등이 체내에 들어오면 T-임파구가 방어차원에서 분비하는 면역물질로, 이 수치가 높으면 체내에 결핵균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결핵균에만 있는 특이 항원을 혈액에 떨어뜨린 뒤 면역물질인 ‘인터페론 감마’ 수치를 측정하는 방식의 새 진단법을 이용한 결과 잠복결핵에 대한 양성률이 기존 검사법보다 훨씬 높고 정확했다. 연구팀은 대상자를 ▲결핵환자와 접촉력이 없는 건강한 99명 ▲결핵환자와 통상적 접촉력이 있는 72명 ▲결핵환자와 밀접한 접촉력이 있는 48명 ▲결핵환자 54명 등으로 구분, 기존 피부반응 검사법과 새 검사법을 적용한 결과 4그룹 모두에서 인터페론 측정법의 잠복결핵 양성률 측정치가 기존 검사법보다 높고 정확했다고 설명했다.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여름철 보약 복용 어떻게

    여름철 보약 복용 어떻게

    무더위에 지치는 여름이면 가족을 위해 보약을 준비하는 가정이 많다. 기력을 다시 채우기 위해서다. 그러나 몸에 좋은 보약이지만 적응증과 체질을 따지지 않고 무작정 먹었다가는 효과는커녕 부작용만 얻을 수도 있다. 여름철 보약, 무엇을 어떻게 먹을까. ●보약이란 한의학에서 말하는 보약은 기본적 치료방법인 보법(補法)에 사용하는 약재를 말한다. 흔히 보약을 ‘건강상 부족한 점을 보충해 주는 약재’로 이해하나 이보다는 ‘부족한 부분은 보충하고 넘치는 부분은 덜어 생리기능을 건강하게 유지하도록 돕는 약’으로 보는 것이 옳다. 이런 보약에 누구에게나 좋은 것은 아니다. 자신의 건강이나 체질 진단없이 ‘몸에 좋겠지.’하고 먹어서 보약효과를 얻기는 어려우며 오히려 병을 키울 수도 있다. 예컨대 체질적으로 몸이 냉하고 추위를 많이 타며, 혈압이 낮은 사람이 피로감을 해소하기 위해 먹는 인삼과, 열이 많고 더위를 많이 타며, 혈압이 높은 사람이 먹는 인삼은 효과가 전혀 다를 수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사람을 4가지 특성군으로 분류한 것이 바로 사상체질이다. ●체질과 보약 ▲태양인 태양인은 양(陽)이 많고 음(陰)이 적으므로, 양은 줄이고 음은 보충해 줘야 한다. 태양인은 주로 다리가 허약하며 여기서 오는 병에는 오가피, 소나무 마디 등을 쓴다. 또 태양인에게 많은 열격, 해역, 반위 등에는 모과, 포도나무 뿌리, 다래, 합조개, 붕어, 순채나물 등을 쓴다. 태양인은 폐가 큰 반면 간이 작으므로 채소, 과일, 조개류를 써서 이를 보완한다. ▲소양인 소양인은 양이 많고 음이 적으므로 음을 실하게 하고, 양을 억제해 균형을 맞춰줘야 한다. 소양인은 비(脾)가 크고 신(腎)이 작은데, 이 신의 기운을 왕성하게 하는 약재로는 숙지황 산수유 복령 지모 택사 목단피 황백 과루인 강활 방풍 황련 저령 생지황 석고 등이 있다. 닭고기 부자 인삼 조각 침향 등은 약효를 저해하므로 처방에서 제외한다. 소양인에게 좋은 보약재는 숙지황 산수유 구기자 생지황 영지버섯 등이다. ▲태음인 태음인은 본래 피가 탁하고 기가 칼칼하기 때문에 대·소변을 잘 통하게 하는 것이 질병 치료의 기본이다. 간대폐소(肝大肺小)한 태음인에게는 폐의 기운을 살리는 맥문동 오미자 산약 길경(도라지) 우황 황금 상백피 행인 마황 의이인 황율 웅담 원지 등을 주로 쓴다. 감수 계지 영사 석고 시호 황백 등은 태음인의 약제가 아니므로 쓰지 않는다. 태음인에게 좋은 보약재는 녹용 웅담 오미자 맥문동 갈근 등이다. ▲소음인 소음인은 혈과 기가 약하므로 덥게 보하는 것을 위주로 병을 치료한다. 소음인은 신대비소(腎大脾小)한데, 비(脾)의 기운을 돋우기 위해 인삼 백출 감초 당귀 천궁 관계 진피(귤껍질) 백작약 도인 행화 포부자 목향 정향 향부자 등을 쓴다. 갈근 감수 메밀 대황 영사 배 마황 석고 수은 사군자 쇠고기 시호 돼지고기 황백 황련 등은 피한다. 소음인에게 좋은 보약재는 인삼 부자 황기 계피 당귀 등이다. ●보약 먹을 때 주의할 점 음식물을 소화, 흡수시키는 기능이 좋지 않을 때에는 어떤 보약을 먹어도 좋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소화기능을 먼저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또 감기 등 급성감염성 질환이 있을 때 보약을 잘못 사용하면 병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 보약을 복용할 때는 충분한 수면과 안정된 마음가짐을 취하고, 소화에 부담을 주는 음식이나 술 담배 등은 피해야 한다. ●보약에 대한 몇가지 오해 ▶보약에는 인삼 녹용이 꼭 들어간다? -그렇지 않다. 건강 상태나 체질적인 요인 등을 고려해 필요한 약재만 사용하므로 인삼 녹용이 들어가지는 않는 경우도 많다. ▶보약(특히 숙지황)과 무를 함께 먹으면 머리가 희어진다? -그렇지 않다. 숙지황과 나복자(무씨)는 서로 상반된 성질을 가져 약효의 감소는 있을 수 있으나 흰머리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보약을 먹으면 살이 찐다? -그렇지 않다. 한의학에서는 비만의 원인을 수분대사 장애로 보며, 적합한 약물치료로 체중을 줄일 수도 있다. ▶여름철에 보약을 먹으면 땀으로 다 나간다? -여름철에 땀을 많이 흘려 원기가 부족할 때에 보약이 더 필요하다. ■ 도움말 이장훈 경희의료원 한방병원 1내과 교수. 이수경 경희의료원 사상체질과 교수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조산아 출산 9년새 2.3배 급증

    최근들어 출생률 감소와는 반대로 조산아 출생률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이필량 교수팀이 지난 95년부터 2003년까지 통계청에 신고된 540만여 건의 전국 신생아 출생자료를 분석한 결과 9년 사이 출산율은 32%가 줄었으나 이 기간 조산아 출생률은 무려 2.3배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95년의 경우 전체 출생아 70만8743명 중 3만114명(4.3%)이 조산아였으나 인구통계 이후 사상 최저출산율을 기록한 2003년에는 전체 출생아 48만4328명의 10%에 해당하는 4만8601명이 조산아로 출생, 임신부 10명 중 1명 꼴로 조산아를 출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산 산모의 평균 연령은 95년 26세이던 것이 2000년 27세,2003년 28세로 점차 고령화했으며,35세 이상 고령 초산산모의 비율도 95년 2.4%에서 2000년 3.53%,2003년에 4.82%로 9년 사이에 무려 2배나 급증했다. 특히 35세 이상 고령 초산산모의 조산아 출산율은 95년 8.14%이던 것이 2000년 13.31%,2003년 14.74%로 늘었다. 지역별 조산아 출산율은 울산(9.17%), 대구(9.10%), 경북(8.34%) 순이었고 가장 낮은 곳은 전라북도(5.06%)였다. 이 교수는 “산모의 고령화와 사회적 스트레스의 증가, 쌍둥이 이상의 다태아 임신 증가, 치료술 발달로 인한 조산아 생존율 향상 등이 조산아 증가의 원인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간수치’ 높으면 뇌출혈 위험 크다

    간 효소(AST·ALT) 수치가 높은 사람은 뇌출혈 위험이 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세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김현창·서일 교수팀은 지난 90년 35∼59세의 의료보험 피보험자 10만8464명을 선정, 건강검진을 통해 혈액내 간 효소 농도를 측정한 뒤 2002년까지 뇌졸중 발병 여부를 추적조사한 결과 이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최근 밝혔다. 흔히 ‘간수치’라고 불리는 AST·ALT는 간세포 내에 있는 효소로 간세포가 망가지면 혈액 속으로 흘러 나온다. 따라서 혈액 속에 이 두 효소의 수치가 높을수록 간세포가 많이 손상됐음을 뜻한다. 연구 결과 AST 수치가 35∼69인 남성은 정상 남성에 비해 뇌출혈 위험이 1.49배,70 이상인 남성은 4.21배로 높아졌다. 또 ALT 수치가 35∼69인 남성은 정상 남성에 비해 뇌출혈 위험이 1.34배,70 이상은 2.89배나 높았다. 연구팀은 연구에서 뇌졸중 발생과 관련이 큰 나이, 고혈압,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음주 및 흡연 등의 요인은 배제했다고 설명했다.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Doctor & Disease] 가톨릭의대 의정부 성모병원 김동욱 박사

    [Doctor & Disease] 가톨릭의대 의정부 성모병원 김동욱 박사

    “다음달부터 글리벡 용량의 유효성을 측정하는 대규모 국제 임상시험이 시작되는데, 우리나라도 할당된 100명의 자리를 만성골수성 백혈병 환자들로 채웠으면 좋겠습니다.” 그가 이렇게 말하는 배경을 알면 코끝이 시려진다.“아시다시피 글리벡은 좋은 약이지만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면 한달에 약값만 300만원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백혈병은 가난한 환자들이 많아요. 이런 환자들이 임상시험에 참여해 2년간 글리벡 400㎎이나 800㎎을 무상으로 투여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입니까.” 백혈병 등 혈액암 치료에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가톨릭의대 조혈모세포 이식센터, 이곳에는 젊은 의사 김동욱(45·가톨릭의대 의정부 성모병원 혈액내과) 박사가 있다. 의학발전, 특히 백혈병 치료에 끼친 그의 공적을 한두마디로 압축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조직적합항원(HLA)이 일치하지 않는 조혈모세포 이식, 국내 최초의 제대혈 조혈모세포 이식 성공, 한 환자의 간경화 및 백혈병 치료를 위한 간 및 조혈모세포 동시이식,‘기적의 항암제’라는 글리벡의 급성백혈병 치료지침을 세계 최초로 제시하는 등 국제의학계가 주목할 큰 족적을 남겼고, 이런 까닭에 그의 명성이 오히려 해외에서 국내로 역류하는 기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의료계에서는 그를 ‘환자의 영혼까지 보듬을 줄 아는 의사’라고 평한다. 그를 만나 만성골수성 백혈병을 두고 얘기를 나눴다. ●국제의학계가 주목하는 큰 족적 남겨 혈액세포에 암이 생기는 혈액암은 백혈병의 다른 이름이다. 혈액 중 백혈구가 비정상적으로 많아지면서 암세포를 대량 증식시켜 나타나는 병이다.“확인된 발병 원인은 유전자 이상입니다. 무슨 이유에선지 9번과 22번 유전자의 위치가 바뀌면서 BCR-ABL암유전자가 생겨 순식간에 암세포를 대량 증식하는데, 이 경우 환자의 백혈구가 정상인보다 20∼30배나 늘어나 문제가 되지요.” “흔히 뭉뚱그려 백혈병이라고 하지만 세분하면 20여종으로 나뉩니다. 크게 보면 병증의 진행 정도와 어느 세포에 침범했느냐에 따라 급성 골수성과 급성 림프구성, 만성 골수성과 만성 림프구성으로 나누지요. 이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급성 림프구성과 골수성, 만성 골수성 등이 문젭니다.” 김 박사는 설명을 계속했다.“급성 림프구성은 소아암의 70%나 차지할 정도로 어린이에게 많으며, 완치율도 높지만 이 암이 성인에게 나타나면 완치율이 20%대로 크게 낮아 조혈모세포 이식치료를 받아야 합니다.20∼30대에 많은 급성 골수성 역시 완치율이 20%대에 불과해 조혈모세포 이식이 필요하지요. 만성 골수성은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40∼50대에 많으며 글리벡 개발 이후 치료효과가 크게 개선됐습니다.” ●백혈병은 세분하면 20여종으로 나뉘어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 10만명당 0.5명, 전국적으로 환자 수는 1000∼1200명에 불과할 만큼 흔치 않은 백혈병이지만 문학이나 영화 등에서 자주 다뤄 우리에게 익숙한 질병이다.“그런 요소는 다분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백혈병은 불치병의 대명사였고, 비교적 젊은 연령에 많이 발생하며,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하는 등 극적인 요소가 많았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 다릅니다.” “1세대 치료제인 인터페론이 나와 4명 중 1명은 10∼12년까지 살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골수이식술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좀 개선됐습니다만 유전자형이 맞는 골수 공여자를 찾을 확률이 30%선에 그치는 데다 이 방법으로 완치되는 환자도 15%에 그쳐 나머지 85% 정도는 대책이 없었지요. 이런 가운데 99년에 글리벡이 나와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지요.” 당시 글리벡의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다. 세계 언론은 ‘암치료의 혁명’이라고 흥분했다.“그럴 만했지요. 당시 골수이식이 안되고 인터페론에도 반응하지 않은 환자 61명에게 글리벡을 투여한 결과 무려 98%의 혈액이 정상화됐으니까요. 그로부터 6년여가 지난 재작년부터 의학계에서 ‘과연 글리벡의 약효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하는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실제로 약물에 대한 내성이 생기면서 이 약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가 늘어났고요.” ●99년엔 글리벡 개발돼 큰 반향 지금 국제의학계는 김 박사의 임상시험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글리벡의 2세대 격인 ‘슈퍼 글리벡’과 ‘BMS-354825’를 이용한 임상시험이 곧 결과를 드러내기 때문.“문제는 글리벡 내성이 확인되면서 관심을 끌고 있는 슈퍼글리벡과 BMS-354825의 효능인데, 여기에다가 현재 3종 정도의 새로운 치료제가 동물시험을 마친 단계여서 이런 치료법을 적절하게 병용할 경우 백혈병 치료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수도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가 ‘좋은 치료법’이라고 인정한 미니이식도 병용요법의 한 사례이다.“환자에게 항암제를 대량으로 투여하면 암세포와 함께 정상조직도 큰 손상을 입어 오히려 생명을 단축하는 부작용을 초래하는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항암제를 절반으로 줄여 장기 손상을 줄이는 대신 건강한 공여자의 조혈모세포를 이식해 남은 암세포를 제거하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항암제 합병증 감소나 회복 속도 등에서 상당한 효과가 인정되는 치료법입니다.” 백혈병을 단번에 제압할 수 있는 단일 치료법은 아직 없다. 그러나 글리벡 치료 효과를 1로 봤을 때 슈퍼 글리벡은 최소 30배,BMS-354825는 무려 100배나 뛰어난 치료 효과를 가지고 있으며, 이 두 약제를 병용할 경우 훨씬 나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김 박사는 말했다. “환자의 상태를 보고 치료 목표를 ‘완치’에 두느냐,‘생명 연장’에 두느냐를 선택해야 할 때가 가장 두렵고 힘들다.”는 그는 “골수이식의 경우 의료보험이 50세 이전에만 적용될 뿐더러 그나마 정부의 요건심사를 통과해야 해 보험이 적용되면 2000만∼5000만원, 비보험일 경우 얼른 1억원을 넘어서는 치료비 부담이 또다른 치료의 장애”라며 이에 대한 정부의 전향적 조치를 촉구하기도 했다. 전 세계 의료선진국 5개국과 함께 유전자 분석치료를 연구 중인 김 박사는 “백혈병은 이제 더 이상 절망의 병이 아니며, 이들에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치료법이 제시될 것이라는 기대가 곧 나와 모든 환자들에게 희망”이라며 밝게 웃었다.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김동욱 박사는 ▲가톨릭의대 및 대학원(박사)▲미국 콜로라도주립대 병원 객원연구원▲미국 프레드허친슨 암연구소 및 워싱턴주립대 병원 객원교수▲국가지정 백혈병 연구소재은행 주관연구책임자▲보건복지부 암정복연구과제 주관연구책임자▲노바티스 백혈병 유전자분석 국제중앙연구실 지정▲식약청 중앙약사심의위원▲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 학술이사▲국제비혈연간이식협회 학술위원회 아시아 대표위원▲국제 만성골수성 백혈병 연구자문위 집행위원▲국내 최초로 조직적합항원 일치 조혈모세포 이식 성공(95)▲국내 최초로 비혈연간 이식 성공(〃)▲세계 최초로 조혈모세포 및 간 동시이식 성공(2002)▲현, 가톨릭대의대 혈액내과 교수
  • 삼순이가 살빼면 그건 배신?

    삼순이가 살빼면 그건 배신?

    ‘홀쭉한 삼순이, 미워보일까.’시청률이 50%(수도권 기준)를 넘어서는 등 두 달 동안 신드롬을 일으키며 ‘국민 드라마’로 등극했던 MBC 수목 미니시리즈 ‘내 이름은 김삼순’(연출 김윤철·극본 김도우)이 21일 팬들의 아쉬움 속에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그녀가 없으니 무슨 낙으로 사느냐며 한숨짓는 시청자도 있을 법하다. 짧은 시간 동안 삼순이가 남긴 것은 많다. 얼짱·몸짱지상주의에 강펀치를 날렸다는 평가에서부터,30대 노처녀-게다가 뚱뚱하기까지-의 솔직한 마음을 속 시원히 드러냈다는 통쾌함 등등. 김삼순을 ‘이보다 더 좋을 수 없게’ 소화해낸 김선아는 촬영에 앞서 몸무게를 6∼7㎏ 정도 늘리는 투혼을 발휘하기도 했다. 국내외에서 남자 배우들이 현실감 있는 연기를 위해 몸을 불리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한창 잘나가는 여자 연기자로서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이제 김선아가 할 일은? 그는 “일단 사정없이 푹 쉰 뒤 살을 뺄 것”이라고 설명한다. 영화 ‘S다이어리’ ‘잠복근무’에 이어 이번 드라마까지 쉴 새 없이 강행군, 체력이 고갈됐기 때문.‘김삼순=김선아’라는 게 확고불변한 공식으로 자리잡았기에 그가 몸에 붙은 살을 제거해 나간다면, 웬지 삼순이를 잃어버리는 것 같다며 섭섭해하는 팬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예쁘게 보이려고 과도하게 살을 빼는 차원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맞는 정상 체중을 찾아가는 것은 건강을 위해 필수적인 일이다. 비만이나 과체중이 성인병 및 혈관 질환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것은 과학적인 사실이다. 배우가 연기를 위해 한꺼번에 살을 찌우는 것은 건강을 담보로 하는 모험이기도 하다. 그러니 김선아가 다이어트에 들어가더라도 ‘삼순이의 배신’으로는 생각하지 말자. 김선아의 다이어트 대작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3년 그를 스크린 스타로 만들었던 영화 ‘몽정기’를 끝내고 6개월 동안 7㎏을 뺐다. 웨이트 트레이닝, 스쿼시, 태보 등 하루 3시간 운동에다, 생식과 샐러드 등 식이요법을 곁들이며 처절한 전쟁을 벌였다. 몸매 관리 차원이었을 뿐, 이번처럼 연기를 위해 몸을 불렸다가 줄이는 경우는 아니었다. 어쨌든 김선아의 ‘살과의 전쟁’은 조만간 시작된다. 배우들이 드라마나 영화를 위해, 혹은 작품을 끝내고 급격히 체중을 감량하는 경우 일반적인 안전 수칙을 무시하기 쉽다. 적절한 체중 감량 방법은 적당한 운동과 필수 영양소를 섭취하는 식이요법을 병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운동량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식사법이 주 타깃이 되는 경우가 많다. 급격한 체중 감량에 자주 이용되는 방법은 하루 200㎉ 이하로 칼로리를 섭취하는 금식법이나,200∼800㎉를 섭취하는 초저열량 식사법이다. 금식법은 장기간 체중 감소 상태를 유지할 경우 전해질 불균형이나 영양소 부족으로 예기치 못한 질환을 발생시킬 수 있다. 신체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가장 급격히 체중을 뺄 수 있는 초저열량 식사법은 주당 1.4∼2.3㎏ 정도의 감량을 기대할 수 있다. 의학적 관리가 있다면 상당 기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정상 식사를 하면 체중은 곧바로 복원된다. 가장 바람직한 방향으로는 필수 영양소 등이 부족하지 않게 하루 800∼1500㎉를 섭취하는 저열량 식사법이 있다. 더불어 몸에 들어가는 열량보다 더 많은 열량을 소모하는 운동을 곁들이며 1주일에 0.5∼1㎏을 줄일 수 있다. 독하게 맘먹으면 삼순이도 두달만에 원래 몸매로 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심재억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도움말 지재환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체중조절클리닉 교수
  • ‘민족 문화의 전당’ 8년 대역사 마무리

    ‘민족 문화의 전당’ 8년 대역사 마무리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이건무)이 재개관 100일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국민과 함께하는 박물관’을 표방한 중앙박물관은 20일 D-100일 기념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의 공사 현황과 개관 전까지 추진 중인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설명했다. ●공연시설 갖춘 첨단 복합문화공간 새 박물관은 유물 전시기능뿐 아니라 각종 음악회 및 영화 연극공연을 펼칠 수 있는 극장, 어린이 박물관, 체험교실 등 첨단 문화교육 시설을 갖춘 복합 문화공간으로 준비되고 있다. 이를 위해 전시공간을 대폭 확장하고 전시 유물도 크게 보강해 미술·역사·기증관·아시아관 등 51개실에 1만 1000여점의 유물을 전시하게 된다. 여기에는 ‘경복궁 시대’에 보유한 전곡리 출토 주먹도끼 등 전시유물 4811점(국보 47점, 보물 58점)이 포함돼 있다. 현재 본관동과 부속동의 설비·조경·토목공사 등이 완료되어 97.3%의 공정을 보이고 있으며, 총 전시공간의 규모가 8195평에 이른다. 이는 종전 경복궁 시절에 비해 무려 6000여평이 더 증가한 것이다. 박물관측은 21일 열리는 서울시 지명위원회에서 지하철 4호선 ‘이촌역’의 명칭을 ‘국립중앙박물관역’으로 바꾸는 문제를 논의해 최종 확정할 예정이며, 정식 개관 하루 전인 10월27일에는 외국 박물관인사, 주한대사, 문화원장 등을 초청한 가운데 아시아관을 개관할 예정이다. ●10월27일 ‘아시아관´ 개관 예정 또 온라인 싸이월드(www.cyworld.com)에는 미니 홈페이지(http://town.cyworld.comuseum)도 개설해 개관을 앞둔 새 박물관의 전모를 사이버상에서 미리 만나 볼 수 있도록 했으며, 소장품 가운데서 ‘명품 100선’을 선정, 이날부터 매일 1건씩 발표하는 이벤트도 시작했다.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실에서 가장 수준 높은 전시품 100점을 박물관측이 자체 선정해 박물관 홈페이지(http://www.museum.go.kr)를 통해 발표하게 된다. ●“국민에게 즐거움 주는 열린박물관 될것” 이건무 관장은 “1990년 중앙박물관 이전 논의가 시작된 이후 15년 흘렀고,1997년 10월 용산에서 첫 삽을 뜬 이래 8년이 흘렀다.”고 회고하고 “대장정의 끝이 100일 앞으로 다가온 오늘 기쁨을 감출 수 없다.”고 개관을 100일 앞둔 소회를 밝혔다. 그는 새 국립중앙박물관의 지향점은 “새로운 지식을 전달하고 국민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열린 박물관’”이라고 밝히고 “남은 100일 동안 민족문화의 전당으로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문화공간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길섶에서] 지게 이야기3/심재억 문화부 차장

    어느 해 유월 보릿가을 무렵. 산더미처럼 물보리 얹은 지게를 걸쳐메고 휘청휘청 논두렁을 걷는 아버지의 가늘어진 장딴지가 너무 위태해 보였습니다. 도회로 나가 공부하는 아들이 농사일 아버지보다 잘할 턱이 없건만 빼앗듯 지게를 대신 걸쳐메고 그 긴 두렁길을 마저 갑니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 그만 논바닥에 나뒹굴고 말았습니다. 지게질이라는 게 보기보다 쉽지 않아 무작정 덤볐다간 그 꼴 나기 십상이지요. 벼와 달리 단을 지우지 않고 꼴처럼 베어넘긴 보리를 등짐 진 터라 수습이 난감합니다.‘것 봐라.’는 듯 혀를 차며 아버지가 나섭니다.“호랭이도 깔고 앉을 열일곱 사내가 보리 한 짐을 감당 못하다니….” 무논에서 건진 보릿짐에서는 물이 뚝뚝 들어 더 힘들게 됐지만 다시 지게를 뺏어 진 아버지의 얼굴에 득의의 웃음이 엷게 배어납니다. 어린 아들의 가당찮은 호기가 마른 목 적신 탁배기 한 잔만한 위로가 되었던 것일까요. 등짐 지게를 진 아버지의 장딴지가 다시 휘청이고, 말없이 그 뒤를 따르던 나는 자꾸만 가슴이 저려왔습니다.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 우리나라도 로봇수술시대 ‘활짝’

    국내에서도 로봇 팔이 환자의 흉부 속으로 들어가 환부를 들어낸 뒤 감쪽같이 봉합까지 하는 ‘로봇수술 시대’가 열렸다.세브란스병원은 최근 미국에서 들여온 수술용 로봇 ‘다빈치’를 이용한 담낭(쓸개)절제술을 18일 국내 처음으로 실시하고 이 장면을 취재진에 공개했다. 수술 로봇 ‘다빈치’는 담낭에 용종(폴립)이 생긴 환자 K(여·49)씨의 흉부에 직경 12㎜의 원격조종용 카메라팔과 직경 8㎜의 로봇팔 2개를 들여보내 수술 부위 절제와 봉합 등을 능숙하게 처리해 냈다. 담낭을 박리, 절제한 뒤 잘라낸 부위도 기존 봉합방식 대신 특수 금속으로 만든 클립을 고정시키는 것으로 수술은 20분 만에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으며, 수술 장면은 카메라를 통해 3차원 입체영상으로 생생하게 중계됐다. 그동안 국내에서 사용한 수술용 로봇은 뼈에 수술용 구멍을 뚫거나 복강경 카메라를 움직여 수술 시야를 확보해 주는 ‘보조적’ 수준에 머물렀다. 이런 로봇은 팔의 움직임이 기본적인 5가지 동작만을 소화하는 ‘5자유도’에 그쳤으나 이번에 소개된 ‘다빈치’는 인간의 최소 동작까지 근접한 ‘7자유도’의 동작을 선보여 통제실에서 수술 모습을 지켜보던 보호자와 관계자들의 탄성을 샀다. 예전처럼 집도의가 환자 가까이에서 수술을 지휘하던 것과 달리 의사가 통제실에서 로봇카메라가 잡아주는 3차원 입체영상을 보면서 컴퓨터게임을 하듯 스틱을 조종하자 로봇 팔이 원하는 동작을 똑같이 재현해 냈다. 수술 과정에서 출혈도 거의 없어 수술을 마친 환자는 당일 퇴원했다. ‘다빈치’는 위암 대장암 췌장암 식도암 전립선암 신장암 방광암 난소암 자궁암 폐암은 물론 관상동맥 질환 등 심장수술까지 해낼 수 있다. 이날 수술을 지휘한 이우정(외과) 교수는 “수술시간을 크게 단축하는 것은 물론 절개에 따른 출혈과 통증, 감염 위험 등 외과적 수술에 따른 부담이 없이 빠르고 정확하게 수술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직업운전자 심근경색 요주의

    직업적으로 운전을 하는 사람들이 심근경색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고려대 안암병원 심혈관센터 임도선 교수팀은 지난해 1월부터 지난 6월까지 급성 심근경색으로 응급수술을 받은 환자 114명(남자 93명, 여자 21명)을 직업별로 분류한 결과 운수업 종사자가 23.7%인 27명으로 가장 많았다. 운수업 다음으로는 재정ㆍ보험ㆍ부동산업 13.2%(15명), 도ㆍ소매업 12.3%(14명), 전문직 및 개인서비스업 9.6%(11명), 건축업 8.8%(10명) 등의 순이었다. 운수업 종사자의 하루 평균 흡연량은 1.3갑, 흡연 기간은 18.3년으로 전체 평균(0.9갑,14.2년)보다 높았으며, 음주 횟수도 주당 평균 2회(전체 평균 1.6회)로 심근경색 위험요인이 모두 평균치를 넘었다. 흡연량은 사업 및 개인서비스업 종사자가 1.6갑으로 가장 많았으며, 흡연 기간과 주당 음주 횟수는 건축업 종사자가 각각 20년과 2.6회로 가장 많았다. 임 교수는 “직업 운전자의 경우 불규칙한 식사와 운동부족,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흡연과 음주량을 실제보다 낮춰 말하는 속성까지 감안하면 심근경색 위험도는 더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백반증’ 레이저로 잡는다

    ‘백반증’ 레이저로 잡는다

    백반증. 피부 색소가 없어지면서 특정 신체 부위가 하얗게 변색되는 이 질환을 가진 사람들은 여름나기가 힘겹다. 겨울과 달리 여름에는 옷이 짧아져 아무리 애써도 병변 부위를 감추기가 쉽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백반증을 가진 사람들은 여름만 되면 감당하기 어려운 스트레스와도 싸워야 하는 이중고를 겪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에는 레이저를 이용한 치료가 보편화되면서 백반증 스트레스를 크게 덜 수 있게 됐다. 레이저를 이용한 백반증 치료술이 보험 적용을 받게 된 때문이다. 예컨대 병변 부위가 10㎠ 이하, 즉 500원짜리 동전 크기 정도의 백반증을 치료하려면 예전에는 환자 부담금이 3만원을 넘었으나 이제는 1만원 정도면 된다. ●백반증이란 백반증이란 피부 멜라닌 세포가 소멸되면서 피부에 다양한 형태의 흰색 반점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인구의 0.5∼2%에서 나타나는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 피부 백반화 외에 특별한 자각증상은 없으나, 대부분 병변 부위가 확대되는 양상을 보인다. 옷으로 가릴 수 있는 몸통에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얼굴이나 손처럼 노출 부위에 생겨 취업이나 생업에 지장을 주는가 하면 대인기피증 등 심각한 스트레스 후유증을 보이기도 한다. ●원인과 진단 아직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적 소인이 강해 가족력이 있으면 발생 빈도가 높으며, 그 밖에 자가면역에 의한 멜라닌 세포의 파괴, 스트레스, 외상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백반증은 임상적 증상만으로도 진단이 가능하다. 그러나 비슷한 증상의 다른 질환도 있으므로 자세한 병력 청취와 환부검사, 자외선을 병변에 비추어 관찰하는 우드등검사, 곰팡이검사나 조직검사로 진단하기도 한다. ●증상 우윳빛 탈색반이 피부 어디에나 생기나 특히 손, 발, 무릎, 팔꿈치 등 뼈가 돌출된 부위나 눈과 입 주위에 많이 생긴다. 또 외상 부위에 백반증이 생기기도 하므로 백반증을 가진 사람은 외상을 주의해야 한다. 백반증은 단순한 피부 탈색 말고도 눈의 홍채나 망막의 색소이상을 초래하기도 하며, 갑상선 기능 이상, 당뇨병, 악성빈혈, 원형탈모증, 홍반성 낭창, 피부경화증 등 자가면역성 질환 발생률도 높인다. ●치료 최근 백반증 중 외부에 노출되는 부위, 즉 얼굴과 목, 팔 전체와 손, 무릎 이하에 대한 엑시머레이저 치료가 보험 대상으로 인정돼 치료비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 엑시머레이저 치료는 백반증에 가장 효과적인 308nm 파장의 레이저를 환부에 쪼여 피부 속 멜라닌색소를 자극하는 치료법이다. 기존 광선치료에 비해 멜라닌 생성효과가 크고 빠르며, 치료 기간도 최고 3분의1까지 줄일 수 있다. 통증이 없는 것도 장점이다. 매주 2∼3회 간격으로 1∼2개월 정도면 가시적 치료효과가 나타나며 얼굴의 경우 4∼5개월 후면 75% 이상 호전된다는 임상 보고도 있다. 엑시머레이저 이전에는 자외선을 이용한 광선치료, 스테로이드 제제를 국소 도포하거나 주사제로 투여하는 치료, 면역억제제나 표피이식술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표피이식술은 병변의 변화가 없는 경우에만 적용되는 한계가 있으며, 광화학 치료는 광독성 약물인 소랄렌을 복용하거나 피부에 도포해야 해 임신수유부, 방사선 치료력이나 피부암 병력이 있거나 백내장, 심혈관 질환, 간질환, 신장질환, 수포성 질환, 면역 결핍 환자, 홍반성 낭창 등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었다. 아름다운 나라 피부과·성형외과 부설 백반증 레이저센터의 류지호 박사는 “2003년부터 엑시머레이저로 백반증을 치료한 결과 40회 치료 후 얼굴 병변 부위의 75% 이상이 호전된 환자가 69%나 됐다.”고 밝혔다. 이 임상 결과는 오는 10월 영국 런던에서 열릴 유럽 피부과학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 도움말 류지호 아름다운나라 피부과·성형외과 원장.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생명복제’ 왜 희망인가] 복제기술 실용화 눈앞… ‘무병장수’ 현실로

    [‘생명복제’ 왜 희망인가] 복제기술 실용화 눈앞… ‘무병장수’ 현실로

    생명복제의 일부인 줄기세포 연구가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불치·난치병 환자들에게 구체적인 희망이 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황우석 박사의 연구 성과가 공개되면서 처음 접하게 된 줄기세포 연구 등 생명복제 기술이 실질적으로 질병 치료에 어떻게 기여할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다. 다시 말해 지금의 기대는 막연한 것이다. 이런 궁금증에 답하기 위해 황우석 교수의 강연 내용을 토대로 향후 10년을 전후해 줄기세포 연구를 포함한 생명복제 기술이 인류에게 안겨줄 희망의 근거와 분야별 연구의 진척도를 살펴본다. ●동물의 번식과 개량 유전적 진보를 얘기하려면 개체를 대량으로 번식시키는 기술이 전제돼야 한다. 젖소의 경우 형질이 우수한 젖소를 번식에 이용하기 위해서는 동일한 개체를 대상으로 여러 대(代)를 거듭해 질병 감수성 등 특성 형질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우량형질 발굴 및 보존이 가능하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많은 가축 중에서 우량종을 가려낸 뒤 복제를 통해 능력 개량을 이룬다면 축산업의 생산성은 획기적으로 향상될 것이다. 이 같은 복제기술의 실용화는 3∼5년 후면 적용이 가능할 것이다. ●치료용 단백질 생산 질병 치료에 매우 중요한 치료용 단백질은 공급량이 태부족해 값이 비싸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혈액을 정제해 추출하기도 하나 역시 고비용과 2차 감염이 문제다. 이런 단백질을 형질전환 동물의 젖이나 오줌, 혈액에서 대량으로 얻을 수 있게 되는데, 여기에 적용되는 기술이 바로 체세포 핵이식 기술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단기간에 원하는 복제동물 실험군 확보가 가능해 치료용 단백질의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게 된다. 예컨대 세계적으로 화상이나 창상 치유에 연간 600t이나 소요되는 인간 혈청알부민의 경우 유전자적중(gene targeting) 기술을 활용하면 얼마든지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이 기술은 미국, 영국 등지에서 일부 성공사례가 발표됐으며, 국내에서도 10년 이내에 산업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특정 영양물질 생산 송아지에게는 이상적인 우유지만 인간에게는 모유보다 못하다. 이런 우유의 성분을 인간에게 적합하게 바꿀 수 있을까? 체세포 핵이식 기술과 유전자 적중기술은 이런 기대를 현실로 바꿀 수 있다. 우유를 개별 소비자군이 필요로 하는 영양상태로 바꿔 생산하는 것. 예컨대 우유의 특정 단백질에 면역반응을 보이거나 락토오스 같은 성분을 분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이런 성분을 제거한 우유를 생산,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이 역할은 형질전환 복제 젖소가 맡게 되는데, 역시 향후 10년 이내에 실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이식용 동물 생산 심장, 안구 등 절대적으로 부족한 장기가 안정적으로 공급되려면 지금의 기증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공 장기의 개발과 형질전환 기법에 의한 장기제공용 동물의 생산, 줄기세포 및 조직공학적 접근 등이 필수불가결하다. 특히 형질전환 동물에 의한 인간 장기의 대량생산은 면역 거부반응, 종(種)특이성, 미생물학적 감염 위험성 등의 난제가 있지만 이런 문제를 형질전환 및 체세포 복제술로 극복하려는 시도가 현재 진행되고 있다. 동물에서 인간의 장기를 얻기 위해서는 동물과 인간 장기의 해부학적 유사성, 생리학적 적합성 및 대량 생산 등의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데 여기에 부합하는 동물이 바로 돼지다. 돼지는 인간과 면역체계가 다르고, 병원성 미생물의 전파 가능성도 있어 당장 실용화하기는 어렵지만 돼지의 세포에서 인간에게 이식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거부반응 유전자를 제거한 뒤 이를 복제하고, 여기에 미생물을 통제할 수 있는 사육시스템을 적용한다면 머잖아 인간이 필요로 하는 장기를 제공할 돼지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포 및 유전자 치료(줄기세포 치료) 백혈병, 파킨슨병, 당뇨병 등 세포성 질병에 세포이식치료가 시도되고 있으나 아직은 면역 거부반응이라는 문제를 피할 수 없다. 이 경우 환자 자신의 세포를 채취해 이를 원하는 치료용 세포로 만들어 이용한다면 치료효과는 훨씬 좋을 것이다. 여기에 적용되는 기술이 바로 인간배아 복제술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아직까지 난자를 이용하지 않고는 세포를 역분화시키는 방법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체세포 복제에 의한 배아 줄기세포 확립은 아직 세계적으로 성공 사례가 없다. 황우석 박사의 연구가 주목받는 것은 체세포 복제에 의한 배아 줄기세포 확립을 겨냥한 연구를 통해 그 직전 단계인 배반포 배양까지 성공했다는 점 때문이다. 이 기술이 현실화되면 여기에서 얻어지는 난치·불치병 치료 효과는 그 범위조차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클 것이라는 게 의학계의 보편적인 시각이다. ■ 도움말 :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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